[파이낸셜뉴스] 지난해 이스라엘 공격을 주도한 장본인이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이끌었던 야히야 신와르가 사망하면서 중동 갈등이 새 국면을 맞았다. 미국 등 서방은 하마스의 즉각적인 인질 석방과 종전을 강조했지만, 이스라엘은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마스를 지원했던 이란은 추가적인 저항을 예고했다. 서방, 신와르 사망 환영 '전쟁 끝내야'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전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에서 야히야 신와르 하마스 정치국장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0월 7일 '알 아크사 홍수' 작전을 주도했다. 당시 하마스는 신와르의 지도에 따라 이스라엘 남부를 습격해 미국 국적자 46명을 포함하여 1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납치했다. 신와르는 지난 7월 31일에 하마스의 이스마일 하니예 정치국장이 이스라엘의 공작으로 추정되는 폭발 사건으로 사망하자 후임 정치국장에 올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중재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7일 성명을 내고 "하마스는 이제 10월7일 같은 또 다른 테러를 감행할 능력이 없다"고 선언했다. 이어 "오늘은 이스라엘과 미국, 그리고 전 세계에 좋은 날"이라며 밝혔다. 그는 "이제 하마스가 통치하지 않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할 수 있는 정치적 해결을 위한 기회가 왔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신와르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이었으나 이제 그 장애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같은날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글을 올려 "신와르는 10월 7일의 테러 공격과 야만적인 행동의 주요 책임자였다"고 비난했다. 그는 "프랑스는 하마스가 붙잡아둔 모든 인질의 석방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같은날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도 성명에서 "하마스는 이제 모든 인질을 석방하고 무기를 내려놓아야 하며,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은 마침내 끝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신와르의 죽음으로 지난해 10월7일 학살 주범이 몰락했다"며 "이제 새로운 단계가 시작돼야 한다고 믿는다. 모든 인질의 석방과 즉각적인 휴전 선포, 가자지구 재건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전쟁 끝나지 않았다"앞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침공한 뒤 빠른 속도로 하마스 전투 병력을 제거했지만 신와르를 잡지 못해 승리 선언을 할 수 없었다. 이스라엘의 이스라엘 카츠 외무장관은 17일 성명에서 신와르 제거가 "이스라엘이 이룬 커다란 군사적, 도덕적 업적이자 이란이 이끄는 이슬람의 사악한 축에 맞선 자유세계 전체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몇 년 동안 가자지구 작전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스라엘인) 인질의 귀환과 하마스 통치의 교체를 끌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기준으로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스라엘 인질은 약 107명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최소 3분의 1은 이미 사망했다고 추정된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7일 저녁 연설에서 "하마스는 더는 가자지구를 통치하지 못할 것"이라며 "비로소 가자 주민들이 하마스의 폭정에서 벗어날 기회가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에게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전력을 다해 (전쟁을) 계속하겠다"면서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네타냐후는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신와르는 여러분의 삶을 망쳤고, 그는 자신이 사자라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어두운 굴에 숨어지냈다"며 "그는 우리 군인들에게 겁을 집어먹은 상태로 죽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하마스 대원들에게 "여러분의 지도자들은 도망치고 있고 제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들어 미국이 제시한 휴전안을 거부했던 이스라엘은 영구적인 가자지구 주둔을 주장하면서 가자지구를 계속 비무장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영구적으로 휴전을 지켜야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7일 보도에서 비록 신와르가 죽었다고 해도 양측의 기본 입장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란 중심 '저항의 축'위태하마스를 비롯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 친(親)이란 무장조직으로 '저항의 축'을 형성해 중동 정세에 개입했던 이란은 하마스 수장이 또 다시 사망하면서 곤경에 처했다. 아미르 사이에드 이라바니 유엔 주재 이란 대사는 17일 신와르 사망과 관련해 "저항 정신이 거세질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란은 지난 7월 31일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수도에서 폭사하고, 이스라엘이 지난달 27일 헤즈볼라 수장이었던 사예드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하자 이달 1일 이스라엘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3일 나스랄라의 후임으로 헤즈볼라 사무총장에 임명된 하심 사피에딘을 겨냥해 공습을 가했고, 8일 발표에서 사피에딘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신와르까지 사망하면서 저항의 축에서 양대 세력을 형성했던 하마스와 헤즈볼라 모두 지도부 공백에 빠졌다. 아울러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후티 반군 거점을 공격하고 있는 미국은 이례적으로 전략 자산에 속하는 'B-2' 폭격기까지 동원해 공습을 강화했다. 미국의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16일 발표에서 후티 반군 지하 무기고 폭격에 B-2를 투입했다며 "언제든, 어디든, 필요할 때 이러한 목표물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미국의 글로벌 타격 능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 포스트는 신와르 사망이 저항의 축에 심각한 타격을 안겼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이란 입장에서 이스라엘에 가장 가까운 하위조직이 하마스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와르가 사망한 만큼 이란도 계산을 다시 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지도부가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휴전과 인질 석방을 통한 중동 긴장완화를 원할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동시에 이란과 대리세력들이 이스라엘과 싸우고자 하는 욕구가 약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10-18 08:20:38[파이낸셜뉴스] 프랑스와 영국, 독일 등 올해 선거를 치른 유럽 주요국에서 극단적인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당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이들이 같은 이유로 인기를 끈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지 전문가들은 유럽이 이민, 안보, 물가 등 여러 어려움을 이례적으로 동시에 겪는 상황에서, 절차와 타협을 내세우며 꾸물거리는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가 포퓰리즘으로 기운다고 분석했다. 정부 못 믿어...확신 주는 포퓰리즘에 투표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유럽의 포퓰리즘 돌풍의 원인이 기존 정부에 대한 불신이라고 지적했다. 1일 독일에서는 중부 독일 중부 튀링겐주와 동부 작센주에서는 각각 주의회 선거가 열렸다. 선거 결과 튀링겐주에서는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32.8%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 기성 우파 정당인 기독민주연합(기민련)은 23.6%로 2위를 지켰지만 3위(15.8%)는 극좌 성향의 신생 정당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에게 돌아갔다. 작센주의 경우 기민련이 1등(31.9%)을 차지했으나 2위와 3위는 각각 30.6%와 11.8%의 득표율을 기록한 AfD와 BSW가 가져갔다. 올해 포퓰리즘 정당의 약진은 다른 유럽 선진국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지난 6월 30일 총선 1차 투표를 치른 프랑스에서는 극우 계열의 '국민연합(RN)'이 33.15%로 득표율 1위를 기록했다. 7월 4일 열린 영국 총선에서는 극우로 불리는 '영국개혁당'이 창당 약 6년 만에 득표율 3위로 첫 하원 진출에 성공했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의 포퓰리즘 정당들은 세부적으로 이견이 있지만 좌·우를 가리지 않고 유럽연합(EU)으로 유입되는 이민자 차단, EU 통합 반대, 러시아 옹호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6월 열린 유럽의회 투표의 경우 득표율 4위와 5위 정치그룹 모두 강경 우파 및 극우 성향이었다. WSJ는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지역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낮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7월 10일 발표한 지난해 10~11월 회원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 영국에서 자국 정부를 '매우 혹은 어느 정도' 신뢰한다고 밝힌 응답자 비율은 각각 36%, 34%, 27%였다. OECD 평균은 39%였다. 지난 6월 공개된 독일 베텔스만재단의 여론 조사에서는 18~70세 독일인 가운데 52%가 정부를 믿지 않는다고 밝혔고, 같은달 영국 싱크탱크 국가사회연구소 설문 결과 45%의 영국인이 정부를 불신한다고 전했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198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유례없이 악재 겹치면서 정부 한계 드러나독일 여론조사업체 포르자의 만프레드 귈너 대표는 “위기 상황은 정부에 도움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9.11 테러, 금융위기,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위기 때마다 국민들은 정부를 지지했다. 그러나 현재는 각종 위기가 중첩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발표된 포르자의 설문 결과 독일 유권자의 54%는 어떤 정당도 국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올해 초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이 공개한 프랑스·독일·이탈리아·폴란드 유권자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약 60%가 정치제도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도 비슷했다. 귈너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이달 독일 작센주와 튀링겐주의 주의회 선거 기권표가 각각 26%, 56%에 달했다며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최대 규모라고 지적했다. 독일 훔볼트 대학에서 정치 이론 교수를 역임했던 저명한 정치·사회학자 헤르프리트 뮌클러는 사회 문제에 대한 비난이 “해결 속도보다 빠르게 쌓이고 있다"면서 현재 유럽 상황이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0년대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2010년대 재정 위기를 겨우 벗어난 유럽은 아프리카에서 밀려드는 이민자의 홍수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비롯된 에너지·안보 위기, 만성적인 경기 침체와 인구 정체 등 다양한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뮌클러는 "각국 정부들이 압도당하면서 실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두고도 국민을 설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WSJ는 정치·재정적 한계 역시 불신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을 언급하며 과도한 정부 부채로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 전역에서 고령화로 인해 의료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정부 불신을 키운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WSJ는 유럽의 민주주의 국가들이 절차와 균형을 따지면서 정책 처리 속도가 매우 느리다고 설명했다. 단독 과반 없이 연정으로 정부를 구성하는 정치 문화도 정부의 추진력을 떨어뜨린다. 성향이 각기 다른 3개 정당의 연립 정부인 독일 내각은 심각한 내부 의견 충돌로 인해 올해 예산안을 간신히 마련했다. WSJ는 포퓰리즘 정당이 인기를 끌면서 의회의 이념 구성이 더욱 복잡해졌다며 그 결과 정부의 문제 해결 능력이 더 떨어진다고 내다봤다. 뮌클러는 “정치적 타협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라면서 “그로 인해 유권자들이 타협은 하지 않고 통치만 하는 강력한 인물의 등장을 원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9-03 09:51:42[파이낸셜뉴스] 갑작스러운 홍수로 인해 강가에 고립된 남녀 3명이 서로를 의지하며 꼭 껴안은 모습이 안타까운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영국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지난 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우디네의 나티소네 강에서 벌어진 사고 소식을 보도했다. 사고가 벌어진 것은 지난달 31일로, 당시 남성인 크리스티안 몰나르(25)와 그의 여자친구 비안카 도로스(23), 이들의 친구인 파트리치아 코르모스(20)는 나티소네 강을 따라 산책 중이었다. 그러나 최근 며칠 동안 이어진 폭우로 인해 강물의 수위가 높아진 상태에서 갑자기 홍수가 발생했고, 이들은 모두 강 속에 갇히게 됐다. 강물이 거세지자 세 친구는 서로를 꼭 끌어안으며 끝까지 버텼으나 결국 구조를 받지못하고 물길에 휩쓸렸다. 현지 소방대원은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밧줄을 던졌으나 실패했다”면서 “우리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들이 비극적으로 강물에 삼켜져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후 사고 지점에서 약 1㎞ 떨어진 곳에서 코르모스와 도로스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으며, 실종된 몰나르는 현지 소방당국이 수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언론은 “최근 2주 동안 밀라노, 크레모나 등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서 폭우가 이어졌다”면서 “세 친구들이 서로를 껴안고 있던 장면이 이들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편 도로스는 루마니아 출신으로 이탈리아에 있는 가족을 방문하던 중 루마니아인 남자 친구인 몰나르와 함께 있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디네 미술 아카데미 학생이었던 코르모스는 시험을 마친 후 친구들과 여행 중 변을 당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6-03 20:01:074월, 꽃들의 잔치가 끝났다. 봄꽃은 물론이고 여름에 피는 꽃들도 피기 시작했다. 아직 4월이 지난 건 아닌데 흔히 여름꽃으로 알려진 이팝나무꽃, 장미꽃이 폈다. 어느 순간 꽃들은 더 이상 계절의 순서에 따라 피지 않는다. 이 꽃들이 피고 지니 이제 다가올 것은 더위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더위가 아니라 찜통더위라 두렵다. 심지어 밤이 되어도 열기가 식지 않아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았던 지난해 여름이 자꾸 떠오른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남극과 북극의 빙산이 녹아내리고, 시베리아 동토(凍土)가 녹아 물이 지면으로 솟아오르고 있다는 뉴스는 더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산불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작년에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중부 쿨라와 서부 해안 라하이나 지역 등에서 시작된 불길은 섬 전체를 태우며 나무뿌리까지 태워 죽였다던 뉴스를 기억할 것이다. 한편 이런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자꾸 일어난다. 이탈리아인들은 유럽을 수주 동안 덮친 40도가 넘는 열기 속에서 지내야 했다. 많은 사망자도 나왔다. 가뭄은 계속되고 비는 오지 않는다. 그런데 비가 한 번 내리기 시작하면 폭우로 변해 버리기 일쑤다. 급기야 지구촌 여기저기서 홍수가 발생해 국가와 지역 마을의 삶의 터전이 완전히 파괴돼 버리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2020년 빌게이츠는 '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 기후 재앙을 피하는 방법'이라는 책을 통해 두 개의 숫자를 강조했다. 모두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우리가 기억해야 할 숫자로 '하나는 510억이고 다른 하나는 제로(0)이다.' 510억이라는 숫자는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우리는 매년 대기 중으로 510억t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수치는 이보다 더 높을 것이다. 배출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으니까.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0은 우리가 달성해야 할 목표다. 지구온난화를 멈추고 기후변화로 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노력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인류는 아직 온실가스 배출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그는 또한 기후변화가 폭염의 가능성을 높였다고 말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바다가 더워지면서 폭풍 발생 빈도가 증가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기후변화가 폭풍의 강도를 증가시키고 강한 폭풍의 빈도를 증가시킨다는 증거는 분명하다. 올여름 더위는 작년보다 더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데 7월 하순부터 열리는 파리 올림픽 기간에 에어컨을 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확하게 어느 부분까지 적용되는지는 모르겠으나 가장 뜨거운 올림픽이 될 것 같다.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도 지구 온도를 낮추려고 동참하니 고무적이다. 그러나 지구 온도를 낮추는 실천을 나 스스로 개인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먹을 만큼만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이런 생각을 머릿속에 깊이 새겨야 한다. '일회용 물병이 사라지는 데 600년이 걸린다!' 이것 하나만이라도 머릿속에 기억하면 좋겠다. 또한 상다리 휘어지게 반찬을 올리는 것이 왕의 밥상이니, 부의 상징이니 하는 시대는 갔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이 먹거나 넘쳐서 해가 된 것이 많다. 작년 여름에는 기록적인 더위가 있었지만, 지구온난화로 매년 더워질 것을 고려하면 2023년 여름은 2024년 여름보다 시원했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2024년은 2025년 여름보다 시원했다고 할 것이다. 앞으로 더 지독한 무더위를 대비하려면 이제는 각자의 일상에서 작은 실천으로 큰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을 증진하며,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정부와 기업은 지속가능한 농법과 친환경 소재 사용을 촉진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노력한다면 지구온난화는 늦출 수 있다. 우리는 숫자, 510억과 제로를 다시 기억해야 한다. 이것은 먼 미래에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우리 모두의 현재다.이가희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
2024-04-28 18:08:07[파이낸셜뉴스]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지중해 허리케인 ‘다니엘’로 막대한 홍수 피해가 발생한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13일 기준으로 약 8000명이 숨졌다. 사망자 숫자는 북동부 도시 데르나의 피해가 커지면서 2만명이 넘을 전망이다. 데르나에서 5300명 이상 사망미국 NBC방송은 13일 리비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기준으로 다니엘에 따른 사망자가 최소 8000명이며 약 1만명이 실종됐다고 전했다. 지난 4일 그리스와 이탈리아 사이에서 형성된 다니엘은 불가리아, 튀르키예 등을 강타했지만 특히 지난 10일 리비아 동부를 지나면서 큰 비를 뿌렸다. 리비아 인구 대부분은 사막과 산으로 인해 주로 좁은 해안가에 모여 살기 때문에 허리케인에 특히 취약하다. 오사마 알리 리비아 응급·앰뷸런스 담당 기관장에 따르면 13일 기준으로 리비아 동부 베이다에서는 바다로 쓸려간 150구의 시신이 수습되어 사망자 숫자가 200명으로 늘어났다. 이 외에도 수사, 마르지같은 도시들도 피해를 입었다.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곳은 데르나였다. 데르나는 수도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약 900km 떨어진 항구도시로 이집트와 가깝다. 인구는 12만5000명이며 산과 바다 사이의 좁은 평원에 조성된 도시로 시가지 가운데 데르나 강이 흐른다. 지난 10일 데르나에서는 산중의 댐 2개 무너지면서 범람한 강물이 도시를 덮쳤다. 당시 생존자의 증언에 약 7m에 달하는 물결이 시가지를 휩쓸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지중해로 쓸려나갔다. 13일 현지 국영방송에 따르면 데르나에서만 5300명이 사망했다. 이 도시의 부상자는 700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리비아 알 바이다 의료센터의 압둘 라힘 소장을 인용해 데르나의 사망자가 전체 시 인구의 6분의 1에 달하는 2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압둘메남 알 가이티 데르나 시장도 피해 규모를 고려할 때 사망자가 1만8000명에서 최대 2만명에 달한다고 예상했다. 데르나에서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만 9000명이 넘는다. 기후변화와 내전 겹친 참사전문가들은 이번 재난이 기후변화와 정치 혼란으로 빚어진 복합적인 결과라고 분석했다. 기상학자들은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해 지중해 허리케인의 파괴력이 평상시보다 커졌다고 진단했다. 또한 리비아에서는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지금까지 내전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그로 인해 사회기반시설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리비아는 서방과 유엔이 인정한 정부인 리비아통합정부(GNA)가 트리폴리를 수도로 삼아 다스리는 서부와 반군인 리비아국민군(LNA)이 점령한 동부로 나뉘어 있다. 데르나는 반군 거점인 벵가지에서 동쪽으로 약 250km 떨어져 있다. 아흐메드 마드루드 데르나 부시장은 12일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무너진) 댐들은 2002년 이후 보수가 되지 않았고 그렇게 크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70m 높이의 상류 댐이 먼저 붕괴한 뒤 쏟아져 나온 물에 두 번째 댐마저 무너지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세계 각지에서는 구호의 손길을 보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곧 유엔 차원의 구호 자금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유엔은 중앙긴급대응기금(CERF)에서 1000만달러(약 132억원) 상당을 리비아 참사 대응에 쓰기로 했고 영국도 1만파운드(약 16억6천만원) 상당의 긴급구호 패키지를 발표했다. 튀르키예는 데르나 현지에 임시병원 두 곳을 구축하기 위한 자재와 의료인력 148명을 태운 구호선을 파견하기로 했다. 알 가이티는 튀르키예 외에도 이집트와 튀니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카타르에서 보낸 구조대원들이 데르나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실질적으로 시신 수습에 특화된 팀이 필요하다. 잔해와 물속에 많은 수의 시신이 있는 까닭에 도시에서 전염병 확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데르나에서 최소 3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다고 전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3-09-14 12:50:51【파이낸셜뉴스 장성=황태종 기자】전남 장성군이 꽃시감·집장·단술 등 향토음식 보존을 위해 국제 향토음식 보호활동 '슬로푸드 맛의 방주' 등재를 추진한다. 4일 장성군에 따르면 지난 1997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국제 슬로푸드 맛의 방주'는 소멸 위기에 처한 음식문화유산을 복원하고 사라지지 않게 보호·육성하는 세계적인 사업이다. 표준화된 산업식품이 지구촌을 장악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향토음식 △전통적 산물 △장인(匠人) 생산물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게 목적이다. 향토음식과 이를 만들고 지키는 사람들을 널리 알려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도록 한다. '맛의 방주'라는 명칭은 기독교 성서 속 노아가 대홍수에서 살아남기 위해 세상의 모든 동·식물을 실을 수 있는 배(방주, 方舟)를 만들었다는 내용에서 기인했다. 등재 조건은 △지역 생산물 이용 △전통 조리법 고수 △지역 정체성 반영 △일정량 생산 △멸종 위기 식품 등이다. 현재 전 세계 6159점, 대한민국에는 111점이 '맛의 방주'에 등재돼 보호받고 있다. 전남에선 비로약차, 제비쑥떡, 장흥돈차 등 20여점이 이름을 올렸다. 장성군이 '맛의 방주' 등재를 위해 발굴한 '장성 꽃시감'은 큰 일교차를 지닌 장성에서 맑은 바람을 맞으며 자란 토종 감이다. 장성꽃시, 장성상추감, 장성비단시, 장성쇠또가리 등 8종이 있다. 주로 곶감으로 만들어 먹지만 감장아찌, 곶감김치, 감식초, 곶감떡 등 가공식품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집장'은 찹쌀을 섞어 만든 고추장이다. 고춧잎, 무청 등 삭힌 채소로 전체 간을 해 짜지 않으면서 깊은 맛이 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장성 필암서원에서 만들어 먹다가 인근 동네로 확산됐다고 전해진다. '단술'은 쌀밥을 엿기름으로 발효해 만든 전통 음료다. 힘든 농사일로 인한 갈증과 허기를 달래줬다. 지금도 장성의 몇몇 음식점에서는 전식 또는 후식으로 '단술'을 제공하고 있다. 장성군은 등재 추진을 앞두고 최근 장성로컬푸드 첨단직매장에서 '남도 맛의 방주와 장성 향토음식 시식회'를 열어 이목을 끌었다. 군의 향토음식을 대중에 소개하고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관계자들과 폭넓게 의견을 나눴다. 향토음식 생산자인 김병권 은하농원 대표(장성 꽃시감), 김봉화 남도음식명인(집장), 지옥순 심지네푸드 대표(단술)로부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기회도 마련했다. 김한종 장성군수는 "사라져가는 향토음식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일은 지역 음식문화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확립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면서 "'맛의 방주' 등재를 통해 장성 향토음식의 가치가 재조명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3-09-04 15:39:58며칠 전 라벨이 아주 인상적인 와인을 만났습니다. 땅딸막한 배불뚝이 노인이 한 손에는 포도송이를, 다른 손엔 술잔을 높이 들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노인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요정 '실레누스(Silenus)'로 인류에게 와인을 전해준 '술의 신' 바쿠스(Bacchus)의 스승이자 양아버지입니다. 미국 나파밸리 실레누스(Silenus) 와이너리가 만드는 타이로스(Tyros) 와인은 전형적인 나파밸리의 풀바디 와인임에도 질감이 그리 무겁지 않고 산도가 아주 좋아 발랄한 매력을 뿜어냅니다. 비교적 부담없는 가격에도 잘 만들어진 고가의 나파 와인 감성을 느낄 수 있고, 라벨에 담긴 여러가지 스토리도 즐길 수 있는 재미난 와인입니다. #1.화가들이 즐겨 그린 요정 실레누스 요정 실레누스는 고대부터 화가들이 좋아하는 단골손님이었습니다. 늘 술에 취한 채 당나귀를 타고 가는, 어찌보면 당나귀에 실려가는 장면으로 자주 그려집니다. 바쿠스보다 더 술을 상징하는 아이콘입니다. 실레누스는 산과 들에 사는 사티로스 요정 중 하나로 상체는 사람, 하체는 말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예언능력이 있지만 술에 취해야만 그 능력이 발휘됩니다. 실레누스가 보이면 늘 근처에 바쿠스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바쿠스의 스승이자 양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실레누스가 바쿠스의 양아버지가 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우스가 인간 세상 테베의 공주 세멜레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갖게 되고 이를 알게 된 제우스의 아내 헤라는 여인으로 변해 세멜레를 찾아갑니다. "제우스에게 정말로 사랑한다면 본래 모습을 보여달라고 해보라"며 꼬드깁니다. 본 모습이 번개인 제우스는 세멜레의 계속된 간청에 자신을 드러내고 세멜레는 벼락에 타 죽습니다. 제우스가 재빨리 세멜레의 뱃속에서 아기를 꺼내 자신의 허벅지에 넣고 꿰맵니다. 이후 날짜를 다 채우고 태어난 아기가 바쿠스였습니다. 어머니 뱃속에서 한 번, 아버지 허벅지서 또 한 번 이렇게 두 번 태어났다고 해서 '디오니소스(Dionysos)'로 불립니다. 제우스는 헤라의 눈을 피해 어린 바쿠스를 그리스 올림푸스 산에서 멀리 떨어진 니사로 옮겨 요정 사티로스에게 양육을 맡기게 됩니다. 실레누스가 바쿠스의 양아버지이자 스승이 된 사연입니다. 실레누스가 어느 날 프리기아 지방에서 바쿠스와 행렬을 이루며 가다 홀로 남게 됐습니다. 매번 그렇듯 술에 취해 비틀거리다 바쿠스 추종자 무리에서 벗어난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농부들이 만취한 실레노스를 잡아다 프리기아 왕 미다스에게 바칩니다. 미다스는 실레누스가 바쿠스의 양아버지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미다스는 열흘 밤 열흘 낮 동안 잔치를 벌인 후 실레누스를 바쿠스에게 돌려보냅니다. 바쿠스가 고마운 마음에 미다스에게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고 하자, 미다스는 "자신의 몸에 닿는 것은 모두 황금으로 변하게 해달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소원은 저주였습니다. 미다스가 물을 마시려 입을 대도, 배가 고파 빵을 집어들어도 황금이 됐습니다. 미다스는 바쿠스에게 "자신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놔달라"며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 유명한 '미다스의 황금' 이야기가 실레누스에서 시작됐습니다. #2. 인류 최초로 와인에 취한 사람은 누구 "형님, 아우님! 어서 와 보세요. 하하하. 아버지가 술에 취해 벌거벗고 자고 있어요." 실레누스와 바쿠스가 술에 취해 사는 신과 요정이라면 인류 최초로 와인에 취한 사람이 있습니다. 노아(Noah)입니다. 노아가 대홍수를 겪은 후 땅에 정착한 첫 해 어느 날,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포도를 수확해 만든 와인에 취해 그만 벌거벗은 채 잠들었습니다. 그러자 그의 둘째 아들 함(Ham)이 아버지의 취한 모습을 보고 마치 구경거리가 난듯 행동합니다. 이를 본 형 셈(Sem), 동생 야벳(Japheth)이 겉옷을 가지고 뒷걸음질로 다가가 아버지의 몸을 덮습니다. "가나안은 저주를 받아 네 형제들의 종들의 종이 될 것이다." 술에서 깬 노아가 자초지종을 알고 함에게 이같은 저주를 퍼붓습니다. 성경 속 창세기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이 저주는 나중에 그대로 실현됩니다. 첫째 아들 셈은 중동과 아시아계, 셋째 아들 야벳은 아리안계 유럽인의 선조가 됩니다. 둘째 아들 함의 자손이 아프리카계 후손입니다. 노아가 대홍수를 겪은 후 방주에서 처음 나와 밟은 땅이 아라라트 산 높은 계곡지대였습니다. 아라라트 산은 터키 동부와 아르메니아 국경 사이에 있는 만년설산으로 높이가 5000m가 넘습니다. 여기서 발원한 물이 남으로 흘러흘러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을 만듭니다. 이 곳에서 인류 최초의 문명인 수메르 문명이 시작됩니다. 아라라트 산 북쪽에는 조지아가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산지로 역사가 무려 8500년에 달합니다. 조지아는 이 곳에서만 나는 레드 품종 사페라비(Saperavi)로 와인을 만들고 거대한 항아리 같은 크베브리(Qvevri)에서 숙성을 합니다. 인류 최초의 와인 모습입니다. 조지아에서는 와인을 그비노(Gvino)라고 부릅니다. 이게 이탈리아로 넘어와 비노(Vino), 프랑스에서 뱅(Vin), 독일에서는 바인(Wine), 영국으로 전해져 와인(Wine)이 됩니다. 각 나라 와인의 명칭이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3. 천재 화가 카라바조와 병든 바쿠스엔 어떤 사연이 황달기 가득한 얼굴에 술취한듯 퀭한 눈, 게다가 핏기없이 퍼런 입술까지…. 카라바조로 불리는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가 1593년 그린 '병든 바쿠스'입니다. 그런데 이전에 그려진 전형적인 바쿠스의 모습과 달리 어딘지 좀 이상해보입니다. 카라바조가 바쿠스의 모습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넣은 자화상입니다. 갓 스무살을 넘긴 청년의 얼굴이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병세가 가득한 건 왜일까요. 카라바조는 로마로 갓 상경해 돈도 후원자도 없었습니다. 끼니를 때우기 위해 싸구려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밑으로 들어가 정물화나 제대화를 그리는 보조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제대로 보수도 받지 못해 매일 굶었다고 합니다. 그나마 돈이 조금 생기면 술을 사 마시며 끼니를 대신했습니다. 결국 큰 병에 걸렸고 무려 6개월이나 병원에 입원해 있었습니다. 당시 로마는 흑사병이 다시 유행하고 있던 상황이어서 카라바조는 거의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기적같이 살아난 후 그린 그림입니다. 카라바조는 르네상스를 완성하고 바로크를 연 천재 화가입니다. 그를 상징하는 것은 '테네브리즘(Tenebrism)'입니다. 극단적인 명암 대비법으로 어두운 곳에서 마치 촛불을 켠 듯 격렬한 명암을 줘 극적인 느낌을 강조하는 게 특징입니다. 그의 그림을 보면 오로지 인물과 사건에만 집중하도록 시선을 잡아두고 어느 순간 확 빨아들이는 힘이 엄청납니다. 벨라스케스, 루벤스, 렘브란트 등 바로크 거장들이 그에게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들을 '테네브로시(Tenebrosi)', 이른바 '카라바조파'라 부릅니다. #4. 풀바디인데 무겁지 않고 발랄한 나파와인 다시 돌아와 잔에 담긴 실레누스 타이로스 와인을 들어올립니다. 짙은 검붉은 색 와인 잔에서 나파의 잘익은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향이 진하게 피어오릅니다. 주된 과실향은 블랙계열입니다. 꽃 향과 섞여 올라오는 담뱃갑 향과 가죽 향, 연필심 향, 젖은 나뭇잎 향 등 2차 향도 아주 좋습니다. 입에 살짝 흘려보니 의외로 질감이 가볍습니다.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진한 과실향과 부드럽고 두툼한 타닌, 특히 미디엄 플러스 수준의 산도는 와인을 아주 발랄하게 만듭니다. 알코올도수 14.5%의 풀바디 나파밸리 와인임에도 전혀 무겁거나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와인이 입속에서 사라지고 난 후 남는 것은 잇몸과 치아를 포근포근 덮는 살집좋은 타닌과 기분을 좋게 만드는 훈연향이 밴 신맛입니다. 피니시는 적어도 두세숨 이어집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3-08-17 18:01:16[파이낸셜뉴스] 며칠 전 라벨이 아주 인상적인 와인을 만났습니다. 땅딸막한 배불뚝이 노인이 한 손에는 포도송이를, 다른 손엔 술잔을 높이 들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노인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요정 '실레누스(Silenus)'로 인류에게 와인을 전해준 '술의 신' 바쿠스(Bacchus)의 스승이자 양아버지입니다. 미국 나파밸리 실레누스(Silenus) 와이너리가 만드는 타이로스(Tyros) 와인은 전형적인 나파밸리의 풀바디 와인임에도 질감이 그리 무겁지 않고 산도가 아주 좋아 발랄한 매력을 뿜어냅니다. 비교적 부담없는 가격에도 잘 만들어진 고가의 나파 와인 감성을 느낄 수 있고, 라벨에 담긴 여러가지 스토리도 즐길 수 있는 재미난 와인입니다. ■화가들이 즐겨 그린 요정 실레누스 요정 실레누스는 고대부터 화가들이 좋아하는 단골손님이었습니다. 늘 술에 취한 채 당나귀를 타고 가는, 어찌보면 당나귀에 실려가는 장면으로 자주 그려집니다. 바쿠스보다 더 술을 상징하는 아이콘입니다. 실레누스는 산과 들에 사는 사티로스 요정 중 하나로 상체는 사람, 하체는 말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예언능력이 있지만 술에 취해야만 그 능력이 발휘됩니다. 실레누스가 보이면 늘 근처에 바쿠스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바쿠스의 스승이자 양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실레누스가 바쿠스의 양아버지가 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우스가 인간 세상 테베의 공주 세멜레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갖게 되고 이를 알게 된 제우스의 아내 헤라는 여인으로 변해 세멜레를 찾아갑니다. "제우스에게 정말로 사랑한다면 본래 모습을 보여달라고 해보라"며 꼬드깁니다. 본 모습이 번개인 제우스는 세멜레의 계속된 간청에 자신을 드러내고 세멜레는 벼락에 타 죽습니다. 제우스가 재빨리 세멜레의 뱃속에서 아기를 꺼내 자신의 허벅지에 넣고 꿰맵니다. 이후 날짜를 다 채우고 태어난 아기가 바쿠스였습니다. 어머니 뱃속에서 한 번, 아버지 허벅지서 또 한 번 이렇게 두 번 태어났다고 해서 '디오니소스(Dionysos)'로 불립니다. 제우스는 헤라의 눈을 피해 어린 바쿠스를 그리스 올림푸스 산에서 멀리 떨어진 니사로 옮겨 요정 사티로스에게 양육을 맡기게 됩니다. 실레누스가 바쿠스의 양아버지이자 스승이 된 사연입니다. 실레누스가 어느 날 프리기아 지방에서 바쿠스와 행렬을 이루며 가다 홀로 남게 됐습니다. 매번 그렇듯 술에 취해 비틀거리다 바쿠스 추종자 무리에서 벗어난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농부들이 만취한 실레노스를 잡아다 프리기아 왕 미다스에게 바칩니다. 미다스는 실레누스가 바쿠스의 양아버지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미다스는 열흘 밤 열흘 낮 동안 잔치를 벌인 후 실레누스를 바쿠스에게 돌려보냅니다. 바쿠스가 고마운 마음에 미다스에게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고 하자, 미다스는 "자신의 몸에 닿는 것은 모두 황금으로 변하게 해달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소원은 저주였습니다. 미다스가 물을 마시려 입을 대도, 배가 고파 빵을 집어들어도 황금이 됐습니다. 미다스는 바쿠스에게 "자신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놔달라"며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 유명한 '미다스의 황금' 이야기가 실레누스에서 시작됐습니다. ■인류 최초로 와인에 취한 사람은 누구 "형님, 아우님! 어서 와 보세요. 하하하. 아버지가 술에 취해 벌거벗고 자고 있어요." 실레누스와 바쿠스가 술에 취해 사는 신과 요정이라면 인류 최초로 와인에 취한 사람이 있습니다. 노아(Noah)입니다. 노아가 대홍수를 겪은 후 땅에 정착한 첫 해 어느 날,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포도를 수확해 만든 와인에 취해 그만 벌거벗은 채 잠들었습니다. 그러자 그의 둘째 아들 함(Ham)이 아버지의 취한 모습을 보고 마치 구경거리가 난듯 행동합니다. 이를 본 형 셈(Sem), 동생 야벳(Japheth)이 겉옷을 가지고 뒷걸음질로 다가가 아버지의 몸을 덮습니다. "가나안은 저주를 받아 네 형제들의 종들의 종이 될 것이다." 술에서 깬 노아가 자초지종을 알고 함에게 이같은 저주를 퍼붓습니다. 성경 속 창세기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이 저주는 나중에 그대로 실현됩니다. 첫째 아들 셈은 중동과 아시아계, 셋째 아들 야벳은 아리안계 유럽인의 선조가 됩니다. 둘째 아들 함의 자손이 아프리카계 후손입니다. 노아가 대홍수를 겪은 후 방주에서 처음 나와 밟은 땅이 아라라트 산 높은 계곡지대였습니다. 아라라트 산은 터키 동부와 아르메니아 국경 사이에 있는 만년설산으로 높이가 5000m가 넘습니다. 여기서 발원한 물이 남으로 흘러흘러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을 만듭니다. 이 곳에서 인류 최초의 문명인 수메르 문명이 시작됩니다. 아라라트 산 북쪽에는 조지아가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산지로 역사가 무려 8500년에 달합니다. 조지아는 이 곳에서만 나는 레드 품종 사페라비(Saperavi)로 와인을 만들고 거대한 항아리 같은 크베브리(Qvevri)에서 숙성을 합니다. 인류 최초의 와인 모습입니다. 조지아에서는 와인을 그비노(Gvino)라고 부릅니다. 이게 이탈리아로 넘어와 비노(Vino), 프랑스에서 뱅(Vin), 독일에서는 바인(Wine), 영국으로 전해져 와인(Wine)이 됩니다. 각 나라 와인의 명칭이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천재 화가 카라바조와 병든 바쿠스엔 어떤 사연이 황달기 가득한 얼굴에 술취한듯 퀭한 눈, 게다가 핏기없이 퍼런 입술까지…. 카라바조로 불리는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가 1593년 그린 '병든 바쿠스'입니다. 그런데 이전에 그려진 전형적인 바쿠스의 모습과 달리 어딘지 좀 이상해보입니다. 카라바조가 바쿠스의 모습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넣은 자화상입니다. 갓 스무살을 넘긴 청년의 얼굴이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병세가 가득한 건 왜일까요. 카라바조는 로마로 갓 상경해 돈도 후원자도 없었습니다. 끼니를 때우기 위해 싸구려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밑으로 들어가 정물화나 제대화를 그리는 보조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제대로 보수도 받지 못해 매일 굶었다고 합니다. 그나마 돈이 조금 생기면 술을 사 마시며 끼니를 대신했습니다. 결국 큰 병에 걸렸고 무려 6개월이나 병원에 입원해 있었습니다. 당시 로마는 흑사병이 다시 유행하고 있던 상황이어서 카라바조가 거의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기적같이 살아난 후 그린 그림입니다. 카라바조는 르네상스를 완성하고 바로크를 연 천재 화가입니다. 그를 상징하는 것은 '테네브리즘(Tenebrism)'입니다. 극단적인 명암 대비법으로 어두운 곳에서 마치 촛불을 켠 듯 격렬한 명암을 줘 극적인 느낌을 강조하는 게 특징입니다. 그의 그림을 보면 오로지 인물과 사건에만 집중하도록 시선을 잡아두고 어느 순간 확 빨아들이는 힘이 엄청납니다. 벨라스케스, 루벤스, 렘브란트 등 바로크 거장들이 그에게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들을 '테네브로시(Tenebrosi)', 이른바 '카라바조파'라 부릅니다. 카라바조는 온갖 기행을 일삼은 화가로도 유명합니다. 술, 도박, 폭행도 모자라 급기야 로마의 한 광장에서 살인까지 저지릅니다. 34살때입니다. 지명수배가 내려지고 이를 피해 떠돌아다니다 4년 뒤 도망자 신세로 죽습니다. 하지만 그가 도망자 시절 그린 그림들은 너무도 유명합니다. 사람을 죽인 손으로 그린 그림이지만 가는 곳마다 열렬한 팬덤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그는 자신의 그림 속 희생자의 모습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넣었습니다. 살인에 대한 참회였을까요. ■풀바디인데 무겁지 않고 발랄한 나파와인 다시 돌아와 잔에 담긴 실레누스 타이로스 와인을 들어올립니다. 짙은 검붉은 색 와인 잔에서 나파의 잘익은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향이 진하게 피어오릅니다. 주된 과실향은 블랙계열입니다. 꽃 향과 섞여 올라오는 담뱃갑 향과 가죽 향, 연필심 향, 젖은 나뭇잎 향 등 2차 향도 아주 좋습니다. 입에 살짝 흘려보니 의외로 질감이 가볍습니다.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진한 과실향과 부드럽고 두툼한 타닌, 특히 미디엄 플러스 수준의 산도는 와인을 아주 발랄하게 만듭니다. 알코올도수 14.5%의 풀바디 나파밸리 와인임에도 전혀 무겁거나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와인이 입속에서 사라지고 난 후 남는 것은 잇몸과 치아를 포근포근 덮는 살집좋은 타닌, 그리고 기분을 좋게 만드는 훈연향이 밴 신맛입니다. 피니시는 적어도 두세숨 이어집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3-08-17 08:57:00[파이낸셜뉴스] 올해 들어 극심한 폭염, 기록적인 폭우 등 전세계 곳곳에서 이상 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에서 한여름 밤에 야구공만한 우박이 쏟아져 부상자가 속출하는 일이 발생했다. 20일(현지시간) CNN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전날 밤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베네토주에서 야구공만한 우박이 쏟아져 최소 110명의 주민이 다쳤다. 루카 자이아 베네토주 주지사는 갑작스러운 폭풍이 몰아치면서 최대 직경 10cm의 우박이 쏟아졌다고 밝혔다. 자이아 주지사는 “악천후가 산악지역을 강타한데 이어 평야지대에도 영향을 미치며 일부 사람들에게 부상을 입혔다”며 “대부분의 부상은 깨진 유리나 사람들이 우박에 미끄러지면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베네토주 구조당국에 따르면 이날 재산 피해나 인명 피해로 인한 신고 접수 건만 500건이 넘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이아 주지사는 지역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당국은 피해 복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부서진 창문 유리를 제거하거나 폭풍으로 심하게 손상돼 거리를 침범한 나무들을 제거했다. 자이아 주지사가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영상을 보면 폭풍과 함께 커다란 우박이 쏟아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비교적 작은 크기의 우박은 탁구공, 큰 크기의 우박은 야구공 만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유럽은 올해 이상 기후 현상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은 올해 극심한 폭염을 겪고 있다. 이번 여름 이탈리아 수도 로마의 기온은 역대 최고인 섭씨 41도까지 올랐다. 이탈리아 기상학회는 이번 폭염을 지옥의 문을 지키는 머리 셋 달린 괴물의 이름을 따 ‘케르베로스’라 이름 지었다. 루카 메르칼리 이탈리아 기상학회장은 CNN에 “지구는 고열에 시달 리고 있으며, 이탈리아가 이를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에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에밀리아-로마냐주는 한 세기에 한번 오는 극심한 폭우와 홍수에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해당 지역의 20개가 넘는 강이 범람했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 위기가 계속됨에 따라 악천후가 앞으로 더 잦아지고 더 극심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2023-07-21 07:23:37[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방문한 것을 두고 "국가 재난상황에 보이지 않던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갑자기 나타난 것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행보였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정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 방문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불씨를 한반도로 불러 대한민국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행보"라며 "대통령의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인데 재난에는 보이지 않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로 가 우리 안보를 위기로 몰고 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수해 피해가 심해지는 도중에도 우크라이나에 방문한 것을 짚었다. 이들은 "전국 곳곳에서 폭우와 산사태 등으로 사망·실종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 기간을 연장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며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렸던 G7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자국의 홍수 재난 상황으로 인해 조기 귀국한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들은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의 내용도 문제라며 시기와 함께 적절성도 지적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생즉사 사즉생의 정신으로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가겠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우크라이나와 함께 결연히 싸우겠다는 말은 곧 러시아는 적대국이라는 말과 다름 없다"며 "러시아에 사는 우리 교민 16만명과 160여개 우리 기업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이어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안보지원, 인도 지원, 재건 지원을 언급했다. 인도적 지원은 지난해 1억 불, 올해는 1억 5000만불이라 밝혔지만 안보지원은 이번에도 밀실의 영역으로 남겨두었다"며 "생즉사 사즉생 정신으로 우크라이나 안보를 지킬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은 정신으로 우리나라 안보에 구멍이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제1임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아울러 "이번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과연 윤 대통령이 올바른 역사의식이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 외교무대에서 역사적 성찰 없는 발언은 우리는 물론 상대국에게도 결례가 된다는 점을 윤 정부는 명심하시길 바란다"며 "40년 전 진영논리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실용과 실익 외교로 선회해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한반도 평화체계를 공고히 다져나가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act@fnnews.com 최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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