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좋은 시간 보내려 갔다가 사고 당한 게 죄라니요. 그렇게 비난하는 사람들은 집에서 안나와야 되는것 아닌가요." 이태원 참사 생존자인 20대 여성 김모씨의 이야기다. 그는 당시 지인들과의 모임을 하기 위해 이태원에 가 있다가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살아남았지만 여전히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상처가 아물지 않는 것은 '2차 가해' 때문이라고 했다. 김씨는 "내가 한 일이라면 그날 이태원에 가서 사람을 만나고 식사하며 시간을 보낸 것 뿐"이라며 "비난하는 사람들도 평소 가족들이랑 영화도 보고 다니고 놀러 다닐 것 아닌가. 단지 휴일에 그곳에 갔다는 이유만으로 욕을 먹는건 너무하다"고 말했다. "집 주변 먹자골목도 못 가"지난해 10월 29일 오후 10시 20분께 김씨는 인파에 휩쓸려 골목으로 딸려갔다. 김씨는 세계음식문화거리에서 사고가 난 골목으로 들어가는 초입 부근에서 사람들 사이에 끼었다. 군중들 사이에서 신음소리와 비명이 이어졌다. 30분 뒤인 오후 10시 50분께 경찰의 지시에 따라 사람들이 움직여 길을 내주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나마 골목 안쪽까지 밀려 들러가지 않았기에 화를 면할 수 있었다. 다만 전신근육통으로 일주일 내내 전신에 파스를 붙였다고 했다. 살았다고 해서 김씨가 괜찮은 것은 아니었다. 김씨는 그날 이후 지금까지 급성 스트레스 증후군 등으로 3주에 1번씩 병원에 내원해 정신과 진료받고 있다. 김씨는 "집 주변에 먹자골목이 있는데 그곳도 못 가겠다"며 "한번은 하필 그쪽에서 약속이 있어 가다가 갑자기 공황이 찾아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신이 멍해지고, 이 장소를 탈출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고 손이 벌벌 떨리고 심장이 쿵쿵쿵 뛰는 게 느껴졌다"며 "지금도 최대한 번화가는 피해 다닌다"고 덧붙였다. 조금이라도 몸을 압박하는 느낌이 들면 불안하다고도 했다. 김씨는 "와이어가 있는 브래지어도 다 버렸고 옷 가게의 좁은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도 불안할 때가 있다"며 "일회용 마스크보다 조금 도톰한 정도인 KF94 마스크도 숨이 답답한 느낌 때문에 못 썼다"고 했다. "현장에서 본 경찰 1명 뿐"..."왜 이태원 참사를 천안함과 비교하며 욕하나"1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몸과 마음이 다친 부분은 치유의 과정에 있다. 하지만 정작 김씨를 계속해서 괴롭히는 것은 사람들의 '말'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생각 없이 쉽게 내뱉는 말이 계속해서 상처로 남는다는 것. 김씨는 "주변 사람들한테 '유가족이랑 민주당이랑 한패 아니냐'는 소리도 들어봤고 살아났다고 글을 올리니 자랑하냐는 댓글도 달린 적이 있다"고 전했다. 특히 "놀러 나갔다가 사고 당했다"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유독 상처가 된다고 했다. 김씨는 "천안함이랑 비교하는 사람도 있다. 천안함은 당연히 우리나라를 지키다 돌아가신 거니까 당연히 추모하고 기억하는 게 맞다"면서도 "그런데 그게 우리 피해가 잊혀야 되는 이유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래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당신들도 이런 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남 일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말고 기억해달라'고 2차 가해자에게 말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또 김씨는 사회적 재난에 대한 국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이 많이 몰릴 게 예상되는 축제라면 누군가 가서 교통 통제해야 했다"며 "현장에서 본 경찰은 단 한명뿐"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고 이후에 제가 겪은 사건이 정치화되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이게 너희 잘못이냐' '아니냐' 이런 정쟁거리로 삼지 말고 다시 참사가 나지 않을 대안을 여야가 같이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2023-10-27 23:50:54[파이낸셜뉴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의 사실상 마지막 활동인 공청회에서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참사 당일 대응과 정부의 책임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12일 이태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2차 공청회를 열고 유가족, 생존자, 지역 상인 등 의견 청취에 나섰다. 참사로 친동생을 잃은 유가족 서이현씨는 "명단 발표가 아니라도 누구든지 지금 신원 확인, 이송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유가족에게 브리핑이라서 해줬다면 동생 소식을 알게 되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그렇게 막막하고 피마르진 않았을 것 같다"며 사망자의 이동 경로를 공유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생존자 A씨도 참사로 예비 신부를 잃은 경험을 공유하며 "처음부터 많은 인원이 투입됐으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부상자 한 분 한 분마다 전문인력이 전담했다면 한분이라도 더 살릴 수 있지 않았냐" 등 참사 당일 대응 인력 부족에 대해 지적했다. 여당 의원들을 향해 질타의 목소리도 나왔다. 유가족 최선미씨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지난 1차 청문회 때 제가 거의 빌다시피 하면서 시신 수습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했다"며 "그래서 의문점을 제시했지 않냐. 신원조회에 12시간이 걸린 것과 아이들이 나체로 부모에게 인계됐는지 알고 싶다고. 그러면 보건복지부나 소방, 경찰에 자료를 요청하셨냐, 자료를 받으셨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우리 보고 갈라치기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제일 간절하게 질문했던 것을 갖고 우롱하냐"고 울분을 쏟아냈다. 참사 당일의 상황을 증언하기 위해 참석한 생존자 김초롱씨는 "저에게 2차 가해는 장관, 총리, 국회의원들의 말"이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참사 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첫 브리핑을 보며 처음으로 무너져내렸다"며 "'예전에 비해 특별히 우려할 정도의 인파는 아니었고 경찰 병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아니었다.' 저는 이 말을 '놀러 갔다가 죽은 사람들이다'라고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지난 12월 생존자가 극단 선택을 한 것에 대해 한덕수 총리가 "스스로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강했다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발언한 것을 언급, "치료와 상담을 이렇게 열심히 받는 저는 매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철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이 대표는 "(위원들은) 피같은 국정조사 시간에 정쟁을 위한 질의를 했다"며 "모 의원님, 정부를 지키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해 일하라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정쟁의 도구로 만드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태원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남인석씨는 유가족들에게 사과의 절을 올려 유가족들의 울음을 자아냈다. 남씨는 위원들을 향해 "이태원 상인(상권)이 다 죽었다"며 "현장에 젊은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문화회관이라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유가족과 야당 의원들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 출석을 추진했으나 여댱의 반대로 이 장관과 유가족·생존자 간 면담은 불발됐다. 이태원 참사 국조특위 활동 기한은 17일까지로, 이날 공청회 이후 결과 보고서를 마련, 오는 16일 전체회의에서 채택할 예정이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3-01-12 16:52:18[파이낸셜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5일 이태원 참사 생존 고등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대해 "본인이 생각이 좀 더 굳건하고 치료 생각이 강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참사 생존자의 극단 선택과 관련 "굉장히 마음 아픈 일"이라고 밝힌 뒤 이같이 말했다. 한 총리는 이어 "보건복지부에서 트라우마 치료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치료를 받았던 것 같고 지원센터에 그런 어려움을 충분히 제기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치료를 받고 싶어하고 의사가 필요하다 생각하면 정부로서는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도와야 한다. 이런 생각을 아주 철저하게 가지고 있다"면서 "경비 문제라든지 이런 것 때문에 치료할 수 없다든지 그런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생존자 지원은 충분하지만 희생자의 의지가 약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이에 야권은 한 총리의 사퇴를 강력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극단적 선택을 한 10·29 참사 생존자에 대한 발언은 파렴치하다"며 "스스로 생명까지 포기하기까지 그가 느꼈을 고통과 마음의 상처를 개인의 굳건함이 모자란 탓으로 돌리는 총리가 어디 있냐"고 반문했다. 이수진 대변인은 "종합지원센터의 빈약한 트라우마 치료에 더 적극적으로 어려움을 제기했어야한다는 말로 정부 지원체제의 잘못을 피할 수는 없다"며 "그런데도 국무총리라는 사람이 정부 책임을 회피할 궁리만 하고 있다. 한 총리의 발언은 참사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태도가 얼마나 몰염치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주도의 영정도, 위패도 없는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 태도는 뻔뻔하다"며 "누가 158명의 국민이 목숨을 잃도록 방치했냐. 바로 정부이다. 그런데도 책임을 회피할 궁리만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지금도 수많은 생존자와 유가족이 비극적 참사에 힘겨워 하고 있다"며 "정부는 생존자와 유가족에 대한 적극적 치료 지원은 물론이고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협조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의당도 이정미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간실격 수준의 발언으로 유족들과 생존자들, 그리고 국민을 괴롭히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사퇴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정미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한 총리가 이태원 참사 생존 학생의 극단적 선택을 두고 '본인이 좀 더 굳건해야 했다', '치료 생각이 강했어야 했다'는 충격적인 망언을 쏟아냈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참사 생존자 청소년의 부모님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들이 세상을 등지기 전 온라인 상의 망언들 때문에 고통받았다'고 했다. SNS상에 떠도는 악성 댓글들은 한 총리와 정부·여당의 망언들이 키운 괴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는 "한 총리가 나서서 이 청소년의 죽음이 본인 탓이라며 벼랑 끝에 서있는 사람 등까지 떠미는데 활개치는 악성댓글에 날개 달아주는 꼴"이라며 "참으로 자격 없다. 더 이상 지켜보기도, 견디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외신기자들 앞에 이태원참사를 농담거리로 받아치던 그 모습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는 게 드러났다. 이제 그만 하실 때가 됐다. 내려오라"며 "끝끝내 책임을 회피하고 버티고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망언 제조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또한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한편 총리실은 "한 총리의 발언은 안타까운 마음의 표현일 뿐, 비극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거나 국가의 책무를 벗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며 "한 총리는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해명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2-12-15 20:23:52[파이낸셜뉴스] 이태원 참사 생존자로 추정되는 10대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마포경찰서는 지난 12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마포구 소재의 한 숙박업소에서 숨진 채로 있는 고등학생 A군을 발견했다. 경찰은 지난 12일 A군의 가족으로부터 실종 신고를 받고 마포구 일대를 수색했다. 현장에는 범죄의 흔적이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A군은 지난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현장에 친구와 함께 있었으며, A군은 생존했지만 친구는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실제 이태원 참사 생존자인지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2-12-14 14:02:36[파이낸셜뉴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구조돼 목숨을 건진 한 남성이 1일 양다리에 피멍이 든 사진을 공개한 가운데 최석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는 이태원 참사 생존자들에게 소변색깔, 붓기, 피하출혈 정도를 확인하고 별 증상이 없더라도 반드시 내원할 것을 당부했다. 최석재 홍보이사는 이날 밤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피멍 사진'과 관련 "얼마나 큰 압력이었을지 예상되는 사진이었다"며 "양쪽 하지 전체에 피하출혈이 광범위하게 생겨 있던데 그 정도 압력이면 아마 대퇴부 근육이랑 종아리 근육에도 손상이 꽤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최 이사는 "전해질 수치 검사를 받고 수액 치료를 해야 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경우를 크러싱 인저리 앞뒤 손상이라고 하는데 심한 근육 손상이 발생하면 깨진 근육 세포에 있던 칼륨이나 칼슘 같은 전해질이 혈중에 급격히 농도가 올라가 심정지를 일으킬 수 있다. 빠르게 처치를 하면서 혈액검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사진 속 정도라면) 소변 색깔 먼저 보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피해 현장서 나온 분들 중에 병원을 오실 수 없는 분들은 미리 물을 많이 드시고 소변 색깔을 보면서 소변색이 적갈색으로 변하거나 붓기, 피하출혈이 심해진다면 당연히 응급실로 오셔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권했다. 이어 "팔다리 쪽에 열상 혹은 정형외과적 골절이 생기신 분들도 치료를 잘 받으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2-11-02 08:35:55[파이낸셜뉴스]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다가 구조된 생존자가 양쪽 다리 전체가 멍이 든 사진을 공개하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10월 3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이태원 생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 "저는 구조돼 살아있기는 하지만, 같이 끼어있다 돌아가신 분이 너무 많아 죄송하고 마음이 너무 무겁다"며 "끼어있을 당시 압박감이 어느 정도 강했는지 알려드리기 위해 제 다리 사진만 올려보겠다"라고 적고 자신의 다리를 찍은 사진 3장을 첨부했다. 성인 남성으로 보이는 A씨의 양쪽 다리는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전체에 피멍이 심하게 든 모습이었다. 특히 허벅지 안쪽은 가장 압박이 심했던 듯 전면이 보라색 멍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빨리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입을 모아 조언했다. 근육 괴사나 장기 손상 등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다른 이들도 "몸도 몸이지만 멘탈 관리 잘하시라. 필요하면 심리상담도 추천드린다", "몸도 마음도 회복하시길 바란다" 는 등 위로를 건넸다. 이에 A씨는 댓글로 "넘어지지 않아서 밟힌 것이 없고 서서 오로지 앞과 뒤, 양옆 압박 힘으로만 이런 것"이라며 "경찰 및 구조대분들 정말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힘들지만 노력하는 모습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A씨는 이후 추가 글을 올려 "병원에 갈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시고 힘이 되어주셔서 지금 막 응급실 가서 검사받고 왔다"며 "현재 큰 이상은 없다고 들었다. 앞으로 외래진료를 받으면 된다고 한다. 걱정 많이 해주시고 힘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저도 제가 그날 이태원을 가서 이런 일을 당한 거 잘 알고 있다. 모든 게 다 제 탓"이라며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단지 그날 같이 살아나오지 못한 피해자분들께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감사하며 정말 착하게 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학 전문가들은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던 이들은 귀가했더라도 추가 진료를 받길 권고하고 있다. 압박으로 인한 골절 등 각종 외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체적 이상이 없더라도 외상 후 증후군(PTSD)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하고 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2-11-01 07:58:57[파이낸셜뉴스]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아 국회에서 희생자를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한 추모제가 열렸다. 국회가 사회적 재난에 대한 추모제를 공식적으로 주관·주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고,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는 이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진실과 기억' 추모제에는 희생자 유가족 120여명과 여야 의원 60여명이 참석했다. 유가족들은 보라색 점퍼를 입고, 여야 지도부는 유가족 등이 나눠준 보라색 머플러를 두르고 자리를 함께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국가의 책임이 부재했던 시간이었다. 기막힌 슬픔과 고통을 온몸으로 겪어낸 유가족 피해자들에게 대한민국 국회를 대표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통과되고 이태원 참사 특별 조사위원회가 출발했는데 이는 이전과 다른 미래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특조위가 그 어떤 은폐와 왜곡, 지연과 방해 없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도록 국회가 최선을 다해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각 당 원내대표도 추모사를 통해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년 전 그날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159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됐는데 시간이 지나도 참담한 마음은 지워지지 않는다"며 "2년이 지났음에도 참사에 대한 온전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원인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고 책임자들이 합당한 책임지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159개의 숨이 별이된 지 2년, 다시는 이와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며 "지난 5월 여야 합의로 특별법이 통과되고 특별조사위가 출범한 데 이어 피해 구제 심의위원회와 추모위원회도 조만간 출범하는데 관련 위원회들이 주어진 역할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추모사 중간 유가족석에선 울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금이라도 이상민 장관을 경질하고 책임자를 제때 책임묻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가족과 국민 앞에 겸허히 사과하라"고 발언하자 유가족석에선 흐느끼는 소리와 함께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유가족과 생존자 등 피해자들은 정치권에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힘써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2차 가해 중단을 위한 노력도 당부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제 막 첫발을 뗀 이태원 참사 특조위가 제대로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공감의 정치를 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로 고통받았던 생존자와 목격자들도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2차 가해로 아픔을 감추고 자신을 드러내기 주저하고 있다"며 "사회적 병폐를 없애기 위한 노력을 국회에서 먼저 시작해달라"고 부탁했다. 참사 생존자 이주현씨는 "피해자, 생존자로 봐주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 피해 사실을 숨기는 데 익숙해진 이들이 많다"며 "수동적인 피해자 조사가 아닌 한명 한명 찾아가는 적극적인 피해자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2024-10-29 14:32:29【파이낸셜뉴스 광주=황태종 기자】광주광역시와 행정안전부는 1일 강기정 광주시장,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 관련 유족회 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 출범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광주시에 따르면 치유센터는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폭력 및 적대세력, 국제테러단체'에 의한 피해자와 그 가족의 심리적 고통을 치유하고 건강한 삶의 회복을 지원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행정안전부는 법률 제정과 치유센터 설립에 앞서 지난 2020년부터 광주광역시와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치유활동 시범사업을 실시했으며,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성과 광주시의 유치 의사 등을 고려해 지난 2021년 광주에 치유센터를 건립하기로 확정했다. 이후 시범사업이 지난 5월 말 종료되자 한 달간의 정비 기간을 거쳐 이날 출범식을 개최했다. 광주 치유센터는 서구 화정동 옛 국군광주병원 부지에 총 107억원이 투입돼 지하 1층, 지상 3층(연면적 2224㎡) 규모로 올해 4월 준공됐다. 1층은 상담실과 사무공간, 2층은 다목적실과 물리치료실, 3층은 프로그램실과 야외쉼터 공간으로 조성됐다. 행안부는 제주도에 제주4·3의 상처를 보듬고 4·3트라우마에 특화된 치유 프로그램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제주센터를 이날 동시 개관했다. 제주 치유센터 개관식에는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보를 비롯해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 4·3유족회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국가폭력 등에 의한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출범한 치유센터는 정신적·신체적 치유 프로그램을 비롯해 1대 1 상담 서비스 확충, 사회적 치유 프로그램 확대, 방문 치유 서비스 등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또 기존 시범사업 등록자 사례 관리를 위한 데이터 관리 시스템 마련과 아직 등록되지 않은 잠재적 등록자를 발굴하기 위한 사업도 함께 진행한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개관식에서 "국가폭력 생존자와 그 가족의 트라우마를 국가가 책임지고 치유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국립트라우마센터가 설립된 것은 늦었지만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면서 "공간이 부족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지 않고 이제 이 건물에서 안정적으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은 센터 건립의 가장 큰 성과"라고 밝혔다. 이어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는 국가의 직접적인 폭력뿐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의무 소홀로 발생한 피해까지 대상을 늘려 품을 더 넓혀야 한다"면서 "5·18과 4·3뿐 아니라 세월호·이태원 참사 등도 국가가 그 아픔을 어루만져야 할 치유의 대상이다"라고 말했다. 강 시장은 또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를 치유하는 공간인 만큼 센터 운영은 온전히 국비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광주시는 국회와 함께 법 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가 저지른 잘못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너무도 당연한 정의, 하지만 오래 지연되었던 정의가 마침내 실현되는 공간이 되도록 광주시가 적극 힘을 보태겠다"라고 강조했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4-07-01 16:28:52[파이낸셜뉴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참사 그 날을 절대로 잊지 않고 희생자와 유가족, 생존자와 끝까지 함께하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되새긴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안전사회'의 일환으로 해병대 채상병 특별법과 전세사기 특별법 등의 처리를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국민과 함께 우리 사회 약자와 함께하고 진실의 편에 서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 앞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홍 원내대표는 "10년 전 이 시간, 세월호와 함께 많은 국민의 생명과 국가에 대한 신뢰가 가라앉고 있었다"며 "304명의 희생자를 추모하며 유가족과 생존자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세월호 참사는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한다는 과제를 우리 사회에 남겼다"며 "그동안 일정한 노력과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미흡하고 부족한 점도 많다. 민주당도 책임을 느끼고 성찰한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이태원 참사, 해병대원 순직, 오송지하차도 참사, 그리고 각종 산업현장의 끊임없는 중대재해까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보호받지 못하는 사건사고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홍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유가족은 국가로부터 보호와 위로를 받기는 커녕 오히려 탄압의 대상이 됐다"며 "그러한 외면과 거부는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태원 참사 유가족, 오송참사 유가족,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 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언론자유, 농민, 간호사, 노동자, 그리고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의혹의 진상규명을 바라는 국민까지 오로지 독선과 오만으로 거부했고, 이는 결국 이번 4월 총선에 국민적 심판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남은 임기까지 최선을 다해 해병대 채상병 특별법, 전세사기 특별법 등 과제를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개호 정책위의장도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정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이 정책위의장은 "윤석열 정권은 집권 내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하는 국가의 기본적 책무를 방기해왔다"며 "작년 세월호 참사 9주기에 국무총리, 교육부장관 등 그 누구도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 정책위의장은 "총선에 영향 줄 수 있다며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제작을 중단시키기까지 했다"며 "또한 159명 소중한 생명 잃었던 이태원 참사 발생에도 지금도 책무를 지지 않고 있다"고 맹폭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최아영 기자
2024-04-16 10:22:39[파이낸셜뉴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304분의 영혼에 진 빚을 갚을 수 있도록, 현 정부와 사회가 진정 변화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공동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세월호참사 10년, 우리는 빚진 자들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같이 말했다. 이 공동대표는 "참사 10년,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흘러버린 '세월'을 세며, 떠나신 이들을 생각한다"며 "기울어지는 배를 생중계로 지켜보며 충격 속에 무력하기만 했던 시간을 기억한다"고 했다. 이 공동대표는 이어 "그날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다"라며 "그해 7월, 저는 막 취임한 전남지사로서 참사 이후 팽목항에 남아계셨던 실종자 가족을 방문했다. 공직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위로의 말씀을 드리려 했지만, 말문이 막히는 순간이 더 많았다"고 회고했다. 또한 이 공동대표는 "그분들이 감당하고 계셨던 것은 사람의 말로 위로될 수 없는 깊고, 거대한 슬픔이었다. 눈물 닦을 것을 건네 드리고 같이 앉아있는 것 말고는 모든 행동이 무의미하게 여겨지는, 그런 고통이었다"고 전했다. 이 공동대표는 또 "이후 우리 사회는 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대형 참사의 비극은 다른 이름으로 우리 사회에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며 "'안전 사회 건설', '다시는 세월호의 비극이 없게 하자'는 구호와 정치권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서울 한복판 이태원에서 또다시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그 책임은 여전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공동대표는" 수백 명이 희생되신 참사의 원인을 밝히지도 않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행정의 오류는 당연시되고, 인명은 더욱 경시될 것"이라며 "정치는 더욱 무력해지고 정부는 더 뻔뻔해질 것이다. 그렇기에, 세월호 10년인 오늘도 '안전 사회'는 우리에게 멀기만 하다"고 했다. 이 공동대표는 "세월호참사로 세상을 떠나신 304분의 명복을 빈다. 남겨진 가족과 생존자들의 평안을 간절히 기원한다"며 "친구들과 수학여행을 떠났던 학생들, 제주도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꿈꾸었던 가족들, 즐거운 여행을 계획하며 배에 올랐던 분들이 누리지 못했던 삶에 우리는 빚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공동대표는 "세월호의 부모가 이태원의 부모를 위로하는 비극이 다시 없도록, 국가의 행정, 안전과 관련한 직무 윤리와 모든 시스템이 다른 무엇보다 생명을 가장 중시하기를 강권한다"고 덧붙였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2024-04-16 09:4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