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가 이번주 결정된다. 현지시간 5일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4년간 국정을 책임질 지도자가 정해진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중 한 명일 것이다. 둘 중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한국 경제에도, 그리고 미국 증시와 한국 증시에 투자 중인 수많은 개미 투자자의 계좌에도 큰 영향이 있을 것이다. 접신 들린 무당이 아닌 이상에야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지 예상할 수 없지만 '마켓(돈)'은 트럼프의 승리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듯 하다.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조스 아마존과 테슬라는 11월 5일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 5위와 11위다.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2800조원이 넘고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약 1100조원에 달한다. 두 회사의 시총을 합치면 지난해 우리나라 GDP(1996조원)의 약 2배, 지난해 우리나라 예산(634조원)의 6배에 달한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에 100%를 걸었다. 그는 트럼프 투표를 장려하기 위해 경합주인 펜실베니아 등에서 트럼프 지지 선언을 하면 매일 1명을 뽑아 100만달러를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테슬라의 미래 먹거리인 완전자율주행 자동차 운행을 위한 각종 규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의 경우 이미 일부 도시 등에서 무인자동차를 운영하며 데이터를 쌓아 가고 있는 만큼 일론의 입장에서도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아마존의 CEO인 제프 베조스는 그가 소유한 민주당 성향 신문 '워싱턴 포스트'가 올해 선거를 앞두고 해리스 지지선언을 하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 받고 있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언론사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자유다. 선거를 앞두고 가멀라 해리스를 지지한 언론사는 100개 이상,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 언론은 16개 정도로 알려졌다. 워싱턴 포스트는 올해 대선에서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수십 년간 특정한 후보를 선택해 지지선언을 하던 전통을 깬 것으로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워싱턴 포스트 기자들은 당초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하기로 기사 초안을 작성했으나 제프 베조스가 이를 전면 보류한 것으로 현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졌다. 미국 언론들은 정치적 성향에 앞서 그들의 수익 모델인 '유료 구독자' 확보를 위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워싱턴 포스트만 해도 기존 유료 구독자가 250만명에 달했는데 지지 선언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10%(25만명)의 유료 구독자가 구독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포스트가 신문발행만 하는 사업자였다면 내리기 힘든 결정이다. 하지만 더 큰 기업을 보유한 제프 베조스 입장에서는 해리스를 지지 선언했다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아마존 사업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 5위와 11위의 수장은 트럼프 당선에 베팅한 것이다. 가장 직접적으로 돈이 오가는 베팅 사이트도 트럼프의 승리를 높게 점치고 있다. 암호화폐 기반 베팅 사이트 폴리 마켓은 5일 오후 7시 현재 트럼프의 당선 확률을 62.7%로 보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 해리스와 트럼프의 격차는 한때 역전되기도 했지만 트럼프는 짧은 시기를 제외하고 항상 10% 넘는 차이로 더 높은 당선 확률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을 예상한 '트럼프 트레이드' 현상도 주식시장, 암호화폐 시장, 미국 채권 시장, 환율 시장 등에서 일관되게 사인을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예상되면서 미국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또 암호화폐 대통령이 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비트코인에 크게 투자한 미국 주식 종목, 비트코인의 가격도 최근 급등했다. 더불어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대량의 국채 발행이 예상되면서 미국 장기채 금리가 급등하는 현상도 발생했다.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 추이 속에서 낮아지던 10년물 국채금리는 트럼프 당선이 유력시되던 지난 9월 중순 이후로 현재까지 오름세다. 민주당 지지층이 '가치와 사상'을 따른다면 공화당을 지지하는 층은 '돈'을 추종한다. 확실히 마켓(돈)의 방향은 트럼프를 향한 듯 보인다. 역대금 현금 쌓은 워런 버핏 워런 버핏은 경제 상황과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투자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3분기 버크셔해서웨이의 실적발표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현금 보유액은 449조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워런 버핏은 보유 중이던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지분을 추가로 매각하면서 3분기에만 47조원에 가까운 주식을 팔아치웠다. 버크셔의 현금 보유액은 사상 최대이며, 현금 보유 비율 마저도 약 28%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특히 워런 버핏이 현금 비중을 늘릴 때 대부분 버크셔의 자사주를 매입했는데 이번에는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도 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외신에서는 버핏이 미국 주식이 현재 아주 비싼 상태라고 판단을 내렸거나, 후계 구도를 위해 현금을 보유 중으로 보고 있다. 혹은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특정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투자를 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코카콜라, 미국 철도 주식 등 좋은 기업을 싸게 사는 것을 선호하는 버핏은 한때 가장 큰 비중을 보유했던 애플에 일찍 투자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버핏은 2016년에 1분기에 처음 애플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고 그 다음해에 이 같이 말했다. 그런 버핏이 애플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환주의 개미지옥 <주식 투자 멘탈, 마지막 퍼즐은 '상상력'> 편에서 버핏이 셰일가스 기업인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에 투자한 이유를 추측해 본적이 있다.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라 막대한 전력 수요가 필요한 상황에서 친환경 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소 건설까지 시일이 걸릴 경우 미국은 셰일가스를 생산해 필요한 전기를 충당해 쓸 수 있다. 이 경우 셰일가스 기업인 옥시덴탈의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 버핏, 생전에 테슬라 투자할까? 트럼프는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셰일가스와 석유 생산에 대한 강력한 지지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반면 해리스는 친환경 주의자로 알려졌다. 해리스 역시 경합주인 펜실베니아 지역에서는 셰일가스에 대해 친화적인 발언을 하긴 했지만 진실성 있는 발언은 아니었다. 19명의 선거인단을 보유한 펜실베니아 지역은 셰일가스 산업이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셰일가스는 주 GDP의 약 9%를 차지하고 있다. 필자의 미국 주식 투자 종목에는 '테슬라'와 '옥시덴탈 페트롤리움'도 포함돼 있다. 긍정 뇌피셜을 돌려보자면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워런 버핏도 어쩌면 트럼프의 당선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버핏은 이미 현금 확보를 통해 누가 당선되든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셰일가스 투자는 미래 에너지 수요 측면에서도, 미국 대선 결과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수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는 셰일가스 생산지인 펜실베니아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 운동에서 지지 발언을 하며 적극적으로 그의 당선을 돕고 있다. 억지 춘향이긴 하지만 일론의 테슬라, 버핏의 옥시덴탈은 트럼프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테슬라'나 '비트코인'에 투자한 투자자들 역시 트럼프의 당선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다음달이면 홀랑 마음이 바뀔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장기 투자 종목으로 '테슬라' 역시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주 확률은 낮아 보이지만 버핏도 언젠가는 테슬라에 투자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다. 2016년에 버핏이 애플에 투자했던 것처럼 말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11-05 20:29:10[파이낸셜뉴스] 156%. 아주 잠깐이었겠지만 내 계좌에 찍혀있던 중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이다. 마이너스였던 수익률이 100%를 넘기는데는 채 3주가 걸리지 않았다. 바로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된 ETF 'YINN'에 대한 내용이다. YINN은 홍콩 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주식 중 시가총액이 높은 50개 중국 기업을 3배수로 추종하는 ETF다. 한 때 필자의 계좌에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했던 YINN은 미칠듯한 변동성과 장기간의 하락으로 반토막도 더 난 이후에 결국에는 손절한 종목이었다. 하지만 정찰병 느낌으로 1주를 남겨놨던 YINN의 주가는 150% 수익률을 찍고나서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12일 현재 다시 반토막이 나서 76%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비트코인 뺨치는 변동성..3배 레버리지 YINN 필자는 지난 6월 1일 올린 [이환주의 개미지옥], '상남자 '즐라탄'도 겸손해질 주식 시장.. 겸손은 쉽다' 편에서 YINN을 처음 언급했다. 한때 900달러에 달했던 YINN의 주가는 필자가 사모을 2022년 당시 50~70달러 부근에서 움직였다. 최고점 당시 95%의 손실률을 기록 중으로 바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YINN의 주가는 끝을 모르고 떨어졌고 필자는 결국 해당 종목으로 아주 큰 손실을 봤다. '주식 투자 멘탈, 마지막 퍼즐은 '상상력'' 편에서는 YINN 투자 실패와 교훈에 대해서도 썼다. YINN을 산 것은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13억명의 내수 시장과 그들 중 선별된 엘리트가 운영하는 중국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투자였다. 당시 내 시나리오는 저평가된 중국 기업을 YINN을 통해 지속 저가 매수하면 언제가 다시 중국 경제가 성장할 때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상상에 기반했다. 하지만 YINN 투자를 시작하고 1년 정도 지났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 시진핑 국가주석이 정적 제거에 나서며 집단 지배 체제가 아닌 일당 독재 체제를 굳힌 것이다. 2023년 3월 시진핑은 중국 역사상 처음으료 3연임으로 국가주석 자리를 지켰다. 애초 YINN을 매수한 가장 강력한 이유였던 '집단 지배 체제'를 통한 국가 운영이었는데 그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당시 미련 없이 YINN을 손절하고 다른 종목으로 갈아탔다. 하지만 최근 단 1주만 남겨 놓은 YINN으로 인해 내 주식 계좌 알람이 수차례 울렸다. 1달 전만 해도 마이너스 였던 YINN의 수익률은 한 때 100%를 넘겼다가 최고점 기준 150%를 찍었다. 이후 현재는 76%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물론 1주가 아닌 YINN을 큰 규모로 보유했다면 이 같은 등락을 거치면서 대부분 수익을 실현했을 것이다. 앞서 주식투자도 "노력보다는 재능"의 영역에 가깝다고 썼는데 확실히 오를 때 매도 버튼을 누르지 않고 인내하는 능력, 떨어졌을 때 불안감에 손절처리 하지 않고 버티는 능력은 타고나는 영역에 가깝다. '돈 버는 기계'라고 불리기도 하는 전설적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최근 중국 시장의 급등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이 중국을 통치하는 한 중국시장에는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3배 레버리지의 위험성.. 음의 복리 효과와 수수료 한국 개미를 흔히 '불개미'라고 부른다. 유독 2배수, 3배수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S&P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UPRO, 나스닥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TQQQ, 안 그래도 변동성이 큰 테슬라 주가를 3배로 추종하는 TSL3 등 한국인의 레버리지 투자 사랑은 유별나다. 하지만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해야 할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높은 수수료율과 음의 복리 효과다. 예를 들어 테슬라를 3배로 추종하는 '삼슬라'의 경우 총수수료가 2.25%에 달한다. 보유하기만 해도 2.25% 손실을 보는 구조다. 레버리지 상품을 장기 투자할 경우 알게 모르게 계좌가 줄어들게 된다. 높은 수수료율 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음의 복리 효과다. 테슬라 본주식의 주가가 꾸준히 상승할 경우에는 막대한 이익을 볼 수 있지만 횡보하거나 하락장에서는 계좌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녹는다. 예를 들어 테슬라 주가가 100달러에서 하루 뒤 120달러, 다시 하루 뒤 100달러로 돌아왔다고 가정해 보자. 테슬라 본주식에 투자한 투자자는 수익률이 0%다. 3일 뒤에 계좌에 100달러가 그대로 있다. 삼슬라에 100달러를 투자한 투자자의 경우 첫날 수익률 20%의 3배인 60%가 오른 160달러로 계좌가 바뀐다. 하지만 그 다음날에는 120달러에서 100달러의 수익률 -16.6%의 3배인- 49.8%를 적용 받는다. 계좌는 160달러에서 거의 반토막이 난 80.32달러의 수익률을 기록하게 된다. 본주는 수익률이 0%지만 삼슬라는 거의 20% 가까운 손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하락장에서 레버리지 상품의 위험성은 배가된다. 테슬라 본주가 첫날 100달러에서 다음날 10%가 빠진 90달러, 그 다음날 다시 10%가 빠진 81달러를 기록했다고 가정해 보자. 삼슬라는 첫날 100달러에서 둘째날 70달러, 셋째날 49달러로 반토막이 나게된다. #OBJECT0# 외인도 기관도 아닌 문제는 '프로그램' 중국 상하이지수와 선전지수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8일까지 각각 26.95%, 40.22% 올랐다. 하지만 12일 기준 두 지수는 각각 7.80%, 12.57%씩 하락했다. 홍콩H지수도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7일까지 30.39% 올랐다가 이후 8.52% 내려왔다. 중국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중국 관련 주식은 급등락을 하는 중이다. 중국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발표하고 중국 관련 주식이 급등한 배경으로는 '숏 스퀴즈'로 인한 단기 급등 현상으로 풀이된다. 숏 스퀴즈는 말 그대로 '공매도 포지션을 쥐어 짠다'는 의미다. 전 세계 헤지펀드 등과 글로벌 자금들은 한동안 중국 주식이 하락할 것이라고 보고 중국 주식에 대한 대규모 공매도(숏) 포지션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예상치 못한 유동성 공급 정책으로 인해 중국 주식이 급등하면서 이를 되갚아야 할 기관 및 헤지펀드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단기간에 중국 주식을 대량 매수하면서 중국 관련 주식이 급등한 것이다. 실제로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타이거 차이나전기차SOLACTIVE ETF'도 저점 대비 40%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다. 6000원대 중반이던 이 종목은 한 때 1만원을 넘겼지만 현재는 8615원(11일 종가 기준)으로 조정을 거치고 있다. 문제는 최근 들어 글로벌 증시에 호재나 악재가 발생하면 인공지능, 프로그램 매매가 작동하면서 변동성이 더 커지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5일 발생한 '블랙먼데이'의 증시 급락이 대표적인 예다. 증권업계에서는 당시 증시가 발작한 배경을 두고 일본에서 저리에 자금을 빌려 고금리 국가에 투자하는 '앤케리 자금'이 일본 기준 금리 인상에 따라 청산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특정 조건이 발생하면 대량의 매도 주문을 하게 설계된 알고리즘이 한번 작동하면 이에 연쇄된 알고리즘이 작동하면서 필요 이상으로 증시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4월 코로나19 당시 원유 선물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돈을 주고 석유를 사는 것이 아니라 석유 공급업자가 석유를 주면서 돈까지 주는 상황이 된 것이다. 원유(석유)는 현물 거래가 아닌 미래의 가격을 사전에 약속해 거래하는데 당시 코로나19로 석유 수요가 급감할 것이 예상되면서 운송, 저장에 따른 비용을 우려해 모두가 선물을 던지면서 현실에서 불가능한 마이너스 가격이 나온 것이다. 프로그램 매매의 위험성은 주식시장의 해킹 위험에 치명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느날 한 해커가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홈페이지를 해킹한 뒤에 "미국이 중국에 핵 미사일 쐈다"라는 허위 기사를 올릴 경우 이에 따라 전세계의 프로그램들이 주식을 던질 경우 상상할 수 없는 주식의 대폭락 사태가 (이론적으로는)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10-12 15:55:31[파이낸셜뉴스] "인버스 투자하면 되지 않습니까? 선물 풋 잡으면 되지 않습니까?"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찬반 정책토론회에서 토론자인 김영환 의원이 한 말이다. 김 의원은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찬성측 토론자로 나섰다. '인버스'란 '반대'라는 뜻의 영어 단어로 주가가 내려가면 돈을 버는 상품을 뜻한다. 투자 대상은 한 나라의 주가지수가 될 수도 있고, 금리가 될 수도 있고, 원유와 같은 자원이 될 수도 있다. 김의원의 '선물 풋 잡다'라는 말은 어색하다. '선물에 숏 투자(하방 배팅)'를 하거나, 옵션 거래 중 '풋 옵션(하락시 팔아 수익을 보는 상품)'을 사시면 되지 않습니까라고 해야 자연스럽다. 풀어 쓰면 "미래 주식 가격 하락에 투자하거나, 미래 주식 가격이 하락할 경우 이득을 볼 수 있는 헷지 상품에 투자하면 되지 않습니까" 정도인데 여전히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 입장에서는 복잡하다. 영화 '빅쇼트'에서 미국 금융위기를 앞두고 은행들의 부도에 배팅했던 것, 우리나라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유아인이 한국이 망한에 배팅해 막대한 돈을 버는 방식이 인버스와 숏 투자의 사례다. 김 의원의 말은 아마도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는 측에서) 금투세를 도입하면 한국 주식 시장이 자꾸 하락한다고 하는데 금투세를 도입한다고 해서 한국 주식 시장이 하락한다는 증거가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한국 주식이 하락해도 돈을 버는 상품도 있지 않습니까?" 정도로 발언의 취지를 이해해 볼 수는 있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서 토론 과정에서 감정이 격앙되고 답답했다 하더라도 김 의원의 발언은 토론의 본질을 한참 벗어났다. 이날 토론회의 대주제는 크게 '한국 주식시장의 건강한 성장', '소득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정의 실현' 정도였을 것이다. 전자의 주제는 토론회에 참석한 양측 모두가 대전제로 받아들이는 내용이다. 다만 후자의 내용에 대해 금투세 반대 측은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해 금투세 도입을 유예하거나, 필요한 경우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토론의 논의는 전자의 주제(한국 주식시장의 성장)에 대한 동의에 기반, 후자를 중심으로만 이뤄졌어야 한다. 그리고 이날 토론 과정에서 금투세를 도입해도 세수 효과는 크지 않다는데 양측 모두 동의했다. 하지만 김 의원의 발언은 이러한 토론의 전제를 벗어난 엉뚱한 실언이었다. 조금 과장해서 비유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강경파와 온건파가 회의실에 모였다. 양측 모두가 전제하는 것은 '한국의 독립(한국 주식시장의 성장)'이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방법론으로 무력 사용(금투세)에 대한 부분에서 의견이 갈린다. 둘 모두 어떻게 해야 효과적이고 빠르게 한국이 독립할 것인가라는 고민은 공유하고 있다. 다만 3·1운동과 같은 온건한 운동 방식과 폭탄테러와 같은 무력시위 등 방법론의 차이를 두고 논의하는 자리였어야 한다. 하지만 김 의원의 발언은 독립운동 토론을 하다 흥분해서 "나라 팔아먹어도 돈은 벌 수 있다 아닙니까"라고 성을 내는 것 같다. 인버스 투자, 선물 숏 배팅은 모두 한국 주식 시장이 망해야 돈을 벌 수 있는 투자 방식이기 때문이다. 당초 토론의 전제였던 '한국의 독립(한국 주식시장의 성장)'을 완전히 벗어난 발언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코로나19 당시 한국 주식 시장이 폭락했을 때 개미투자자들을 우리는 '동학개미'라고 불렀었다. 1400만 동학개미들은 삼성전자를 사 모으며 주가 상승기때 수익을 누렸다. 그랬던 동학개미들이 이제는 금투세에 반대하며 '독립개미'가 되고 있다. 더 나아가 금투세를 도입하면 국내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에 숏 배팅을 하고, 인버스를 사는 대신 미국 주식을 살 것이다. 가령 지금은 현대차의 상품력이 좋아 자발적으로 소비자들이 차를 사지만 과거에는 품질은 조금 떨어져도 가격이 싸거나 AS가 좋아서 현대차를 샀다. 만약 20년 전에 현대차가 가격을 독일차 만큼 올렸다면 아무도 현대차를 사지 않았을 것이다. 김 의원 입장에서는 말이라는 것이 글과 달리 실언을 하기 쉽고, 맥락을 떼어내고 해당 발언만 발췌해 보도하는 언론에 매우 화가날 것이다. 하지만 금투세를 둘러싼 일반 시민들의 감정이 매우 격앙된 탓에 역풍이 큰 것도 이해가 된다. 금투세에 대한 '이환주의 개미지옥'은 2화로 끝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토론회를 보고 3화를 쓰고 있다. 민주당 정책토론회의 제목은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였다. 이미 금투세 시행을 전제로 한 토론회였다. 더불어 단 한 번이라도 주식 투자를 해 봤다면 어떻게 한국 주식 시장에 '행복하고 정의로운'을 수식어로 쓸 수 있었는 지도 의문이다. 숏 투자와 공매도, 양날의 검 금투세 도입을 주장하는 측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당위성을 내세운다.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너무도 당연해서 깨기 어려워 보이는 논리다. 하지만 이 논리에도 매우 큰 허점이 있다. 현실은 "소득 있는 힘 없는 사람들은 세금을 내고 소득이 많아도 힘 있는 사람들은 세금을 안 낸다"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월급 300만원을 받는 직장인, 공무원, 군인 등은 월급날 아예 세금을 떼고 나머지 돈을 급여로 받는다. '유리 지갑'이다. 반면 한 달에 수천만원, 그 이상을 버는 의사, 사업가, 자영업자 등은 한 달에 수백만원에 달하는 렌터카를 굴리며 비용처리 하고 소득을 축소 신고해 세금을 피해 간다. 부동산 투자를 해도 일정기간 무주택 기간을 거치고 조건을 충족하면 수억원에 달하는 양도차익을 거두면서 세금 한푼 내지 않을 수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12조원이 넘는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산되는 구글코리아는 법인세로 155억원을 납부했다고 한다. 원래 냈어야 하는 추정 세금의 2% 정도라고 한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말은 절대 명제, 정의처럼 들리지만 그렇지도 않다. 주방장에게 주어진 칼은 훌륭한 요리도구지만 살인자에게 주어진 칼은 범죄 도구다. 같은 칼이라도 어떻게 쓰느냐, 언제 쓰느냐에 따라 180도 달라진다. 금투세도 비슷하다. 김영환 의원이 발언한 인버스 투자나 숏 투자도 마찬가지다. 인버스 투자와 숏 투자가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주식이 하락하면 돈을 버는 공매도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 주식시장에서는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 금융시장에서는 아직 불법공매도(무차입공매도)를 바로 잡을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내년 1월 1일에 금투세를 도입해도 세금을 원청징수 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도 아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공매도도 미국 같은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한다. 2020년 당시 공매도 기관 힌덴버그 리서치는 당시 테슬라의 뒤를 이을 기업이라고 칭송이 자자하던 '니콜라'에 사기 의혹을 제기했다. 힌덴버그 리서치는 ‘니콜라: 온갖 거짓말로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와 파트너십 맺는 법’이란 보고서를 통해 니콜라가 수십 가지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고발했다. 니콜라의 트럭 도로주행 영상이 수소 연료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언덕 아래로 밀어서 굴린 장면을 촬영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2019년 당시 스타벅스를 넘어서 세계 최고 커피 회사 반열에 오른 중국 커피 프랜차이즈 루이싱 커피도 공매도 관련 폭로를 겪었다. 머디워터스가 루이싱 커피의 매출이 회계 조작을 통해 부풀려진 것을 눈치채고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고객 수를 실제로 집계해 루이싱 커피의 '매출 뻥튀기'를 밝혀내 것이다. 이른바 공매도 행동주의자들은 회계 조작 등 부정을 일삼는 기업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한 뒤 이를 고발, 공매도를 통해 이익을 거둔다. 공매도가 부정 기업을 바로 잡고 주가 거품을 해소하는 순기능을 하는 것이다. 공매도 세력은 이익을 추구할 뿐이지만 그 과정에서 일종의 자본시장을 정화하는 자경단 역할도 하는 셈이다. 다른 선진국에서 금투세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시행해야 한다는 논리는 그래서 맞지 않다. 미국 주식시장은 하루 최대 변동폭에 제한이 없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하루에 100% 이상도 주가가 움직일 수 있다. 자본 시장이 그만큼 튼튼하고 규모가 큰 만큼 주가 조작 등에 취약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주식 시장은 하루에 30% 이상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다. 시장이 허약하기 때문이다. 만약 30%이상 금지 룰을 한국에도 허용한다면 시가 총액이 작은 코스닥 시장은 세력들의 놀이터를 넘어 도박판이 될 것이다. 상법 개정이 먼저다 금투세 도입 토론회에서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는 측은 밸류업을 통한 자본 시장 선진화, 공매도와 물적분할, 쪼개기 상장, 주가 조작 등으로 인한 소액주주의 피해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금투세 도입은 이르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상법 개정을 통한 자본 시장 선진화에 대해서는 민주당은 물론 여당도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상법 조항에 있는 이사의 의무를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는 규정에서 '회사와 주주'의 이익으로 한 단어만 바꾸면 되는 간단한 문제다. 해당 조항이 대법원 판결에 사용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소액 주주들의 이익을 무시하더라도 회사(재벌)에 이익이 되면 괜찮다는 무적의 까방권(까임 방지권)을 얻게 됐다. 상법 개정, 증시 밸류 업 이후 금투세 도입을 한다면 지금처럼 반대 여론이 거세지는 않을 것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9-26 18:47:54[파이낸셜뉴스] 금융투자소득세, 일명 '금투세' 논란이 뜨겁다. 말 그대로 금융상품을 샀다 팔아서 번 돈(양도차익)에 세금을 걷겠다는 거다. 개인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금융상품이 '주식'이니 좁은 의미로는 '주식투자소득세'라고 부르면 편의상 이해가 쉬울 듯 하다. 다만 모든 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붙이는 것은 아니고 5000만원까지는 세금이 없다. 주식을 팔아서 번 돈이 5000만원이 넘을 경우 그 이상에 대해서 3억 이하까지는 22%, 3억을 초과하면 27.5%가 부과된다. 없던 세금이 생기는 것이므로 반발이 크다. 주식을 하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현재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세금이 늘어난다고 하니 반발심이 생긴다. 기자 역시 진심과 열성으로 주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금투세 폐지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다만 막연하게 '금투세 폐지'를 외치기 보다는 금투세 도입으로 인한 장단점, 이로 인해 개미투자자가 입을 득과 실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네 거친 생각과 금투세를 바라보는 나 현재 기자는 모든 주식 계좌를 합쳐서 -20%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기자의 주식투자 자금은 월급을 통해 모은 근로 소득, 엄마 찬스, 은행에서 영혼까지 땡겨 받은 신용대출, 주택청약예금 담보 대출 등등이다. 투자금이 적지 않으므로 -20% 손실액도 꽤 크다. 여기에 매달 나가는 은행 이자도 부담이 크다. 투자 자금 절반 정도는 미국 주식에, 나머지 절반은 한국 주식에 들어가 있다. 미국 주식의 손실률은 -12%, 한국 주식의 손실률은 -28%다. 투자는 온전히 개인의 책임이므로 국가가 손실을 보전해 주거나 신경도 쓰지 않는다. 기자가 가장 큰 수익을 거둔 해는 코로나19가 발발해 한국 주식 시장이 침체됐던 2020년이다. 수익률로는 100%에 가까웠다. 투자 원금이 2배가 된 것이다. 하지만 초기 투자금이 크지 않았던 관계로 당시에 금투세가 있었다고 해도 세금을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지구에서 투자를 제일 잘하는 워런 버핏의 연평균 투자 수익률이 22%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투자를 잘하는 사람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국민연금의 올해 투자수익률은 6.52% 정도다. 물론 국민연금은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그렇다면 평균적인 개미 투자자가 목표로 삼을 수 있는 현실적인 투자 수익률은 10% 내외일 것이다. 기대 수익률이 10%보다 높을 경우 수익보다는 손실의 위험이 크다. 일반적으로 주식투자를 통해 이익을 보는 개인 투자자의 비율은 10명 중 1명~2 꼴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금투세를 내는 개인은 얼마나 될까. 10% 수익률을 기준으로 5000만원 이상의 투자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투자금이 5억원 이상인 사람만이 해당한다. 개미 투자자 중에 국내 주식만 5억원 이상을 굴리는 사람은 많지는 않을 것이다. 투자금을 1억이라고 가정하면 금투세법 시행 후 세금을 내는 사람은 그해 거둔 수익률은 50%를 넘어야 한다. 워런 버핏 옹의 뺨을 2번은 후려 칠 수 있는 투자 실력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부 기자를 했었다. 당시 코로나19로 풀린 유동성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은 현재보다 훨씬 더 심각할 정도로 치솟았다. 각종 규제가 생겼고 투기를 막기 위해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기자 역시 당시 '종부세 폭탄'과 같은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썼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당시 종부세를 내는 비율은 상위 2%, 100명 중 두 명에 불과했다. 자조적인 농담으로 "내 장래 희망은 종부세를 내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었다. 어쨌든 세금은 '수익'에 붙는 것이다. 금투세 역시 도입이 되더라도 큰 돈을 굴리는 '고래'를 제외하고는 일반 개인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 개미 투자자 입장에서도 금투세 도입으로 큰 돈을 굴리는 '고래'들이 자금을 빼거나, 한국 시장에 매력을 잃고 엑시트할 경우 국내 증시 자체가 침체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자산 상승의 사다리(희망)가 사라질 수 있다. 코리아디스카운트 받고 금투세 더..사장님이 미쳤어요 미국 주식의 경우 양도차익 250만원까지는 비과세고 250만원 이상에 대해서는 이미 금투세가 부과되고 있다. 많은 선진국에서 이미 금투세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한국 주식 시장의 특수성에 대한 충분한 숙고 없이 금투세가 시행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란 개념이 있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청산가치로 볼 수 있는 장부상 순자산가치와 주가를 비교하는 지표다. 쉽게 말해 A라는 기업이 있는데 이 기업이 오늘 망해서 문을 닫는다고 했을 때 현금, 부동산, 고철 등을 다 처분해서 벌 수 있는 돈과 현재 해당 기업의 주식 전부를 팔아서 나온 돈을 비교하는 지표다. PBR이 1보다 낮으면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 됐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우량기업을 모아 놓은 코스피의 PBR은 0.95다. 1보다 낮다. 과거에는 남북의 분단 상황을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요인으로 꼽혔지만 이제는 웬만한 개미도 분단 상황은 큰 리스크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본질적인 이유는 한국의 금융시장이 후진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경제구조가 비슷한 대만의 경우 PBR이 2.4, 수십년 침체를 격었던 일본이 1.4, 영국이 1.7이다. 세계 최고의 기업이 많은 미국은 무려 4.5배다. 자세한 내용은 ' 한국 주식, 미국 주식 보다 후진 5가지 이유: 2화 [이환주의 개미지옥 클릭]'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와 나누는 주주환원율에서도 차이가 크다. 한국은 주주환원율이 29%다. 미국은 92%, 선진국 평균은 68%, 심지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32%보다도 낮다. 똑같은 실적을 거둬도 미국의 기업은 한국의 기업보다 주가는 2배 오르고, 주주에게 나눠주는 이익은 3배나 크다. 이런 상황에서 금투세를 도입해 국내 주식의 유일한 장점(주식 양도세 없음)을 없애는 것은 헤비급 챔피언과 라이트급 복서의 권투 경기에서 라이트급 복서에게 모래 주머니를 채우는 겪이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국민연금 역시 현재 14.2%인 국내 주식 투자 비율을 2029년까지 13%로 낮추기로 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도 외면한 국내 주식 시장인데 하물며 개인투자자, 외국인투자자들은 어떨까. 여기에 더해 내년에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8월 29일, 언론 기사를 통해 두산밥캣과 두산 로보틱스 흡수합병 철회 소식이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 SK, 현대중공업 등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개미투자자를 호구로 보고 뒤통수를 치는 수많은 물적분할 사례에 이어 또 다른 나쁜 사례가 될 뻔했던 케이스다. 자회사 중복상장, 경영권 프리미엄, 불법 공매도, 주가 조작 및 사기 등이 판치는 한국 주식시장에 금투세 도입이 초래할 부작용은 가늠이 안 된다. 잔디가 깔린 운동장(미국 주식 시장)과 기울어진 운동장(한국 주식 시장)에 개미를 풀어 두고 운동장에서 달리기 경기를 하고 있는데 기울어진 운동장을 오르는 개미에게 모래 주머니를 채우는 격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8-29 20:19:47[파이낸셜뉴스] 주식 투자를 하면서 '매수' 버튼을 누르기까지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필자는 앞서 '이환주의 개미지옥' 시리즈 <상남자 '즐라탄'도 겸손해질 주식 시장.. 겸손은 쉽다> 편에서 미국 시장에 상장된 ETF YINN에 투자했다 실패했던 경험을 쓴 적이 있다. YINN은 홍콩 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주식 중 시가총액이 높은 50개 중국 기업의 시가총액을 3배수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쉽게 말해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중국 기업이 잘 나가면 수익을 3배로, 반대로 못 나가면 손실을 3배로 보는 상품이었다. 수년 전 YINN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미국에 맞서는 중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믿음 △저평가 △타이밍 등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과거의 한 기억 때문이다. 10여년 전 금융부 출입 당시 우리나라 대형 시중은행의 대표와 부서 저녁 자리를 했던 적이 있다. 당시 그 은행장은 중국 시장 진출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중국의 무서운 점으로 '집단지배 체제'를 얘기했다. 상하이방, 태자당 등 중국 공산당 내에서도 파벌이 있고 절묘하게 견제와 균형을 맞추며 시스템을 통해 국가를 운영하는 중국 지도층이 절대로 만만하지 않다는 거였다. 사회주의 국가 시스템은 기업 운영의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지만 반면 국가주도로 특정 산업을 집중 육성할 경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국과 치킨 게임을 통해 시장을 장악한 태양광 산업이나, AI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가 대표적이다. YINN을 산 것은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13억명의 내수 시장과 그들 중 선별된 엘리트가 운영하는 중국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투자였다. 당시 내 시나리오는 저평가된 중국 기업을 YINN을 통해 지속 저가 매수하면 언제가 다시 중국 경제가 성장할 때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상상에 기반했다. 하지만 YINN 투자를 시작하고 1년 정도 지났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 시진핑 국가주석이 정적 제거에 나서며 집단 지배 체제가 아닌 일당 독재 체제를 굳힌 것이다. 2023년 3월 시진핑은 중국 역사상 처음으료 3연임으로 국가주석 자리를 지켰다. 애초 YINN을 매수한 가장 강력한 이유였던 '집단 지배 체제'를 통한 국가 운영이었는데 그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돌이켜 보니 한때 중국에서 최고 잘 나가는 기업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은 정부에 부정적인 말을 했다가 기업 지배권을 박탈당하는 일이 있었다. 또 여기에 더해 레버리지 ETF 상품의 특성상 비싼 수수료율과 침식효과(음의 복리 효과) 역시 장기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아주 큰 손실을 보고 YINN을 전량 매도했다. 멘탈의 마지막 퍼즐, 상상력 앞서 주식 투자에 있어 '멘탈(정신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타고난 성격', '인내심', '겸손', '자기확신', '유연한 사고' 등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주식 투자 멘탈에서 중요한 마지막 퍼즐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 '상상력'일 것이다. 주식을 싼 가격에 사기 위해서는 분석력과 공부가 필요하다면 이를 비싸게 팔기 위해서는 향후 해당 종목이 어떤 시나리오를 통해 비싼 가격에 거래될 것인지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상상력을 통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려봤더라도 실제로는 예측과 다르게 흘러갈 경우 빠르게 수정하고 이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4월 과거 출입했었던 생활경제부로 다시 발령받고 놀랐던 일이 있다. 바로 유통 기업 쿠팡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었다. 수년 전 생활경제부 당시 쿠팡은 만년 적자 기업이었으나 지난해 돌아와서 본 쿠팡은 전혀 다른 기업이었다. 이후 10월 4일에 '2등 기업을 응원하다'라는 기자수첩을 썼다. 쿠팡이 사실상 온라인 마켓 시장을 장악해 소비자들은 너무나 편해졌으나 향후에 요금 인상 등을해도 소비자들은 쿠팡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건전한 경쟁을 할 수 있는 2등 기업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당부였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은 현실이 됐고 쿠팡은 멤버십 요금제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렸다. 쿠팡을 쓰는 회원으로서는 화가 났지만, 이때 발상의 전환을 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지배적인 위치, 막대한 투자를 통한 OTT 시장 점유율 확대, 배달 플랫폼 등 신사업 확장을 고려했을 때 쿠팡의 주주라면 요금 인상도 반가운 일이 될 것이었다. 올 초 주가를 살펴보니 주가도 낮았다. 2021년 미국 주식 시장 상장 당시 40달러 후반이었던 주가는 10불 후반대였다. 상장 후 적정한 기간 조정을 거치고 저평가다 싶어 이때부터 월급이 들어오면 쿠팡 주식을 조금씩 사모았다. 피터 린치가 말한 "주변에서 좋은 주식을 찾아라"라는 조언과도 일치했다. 하지만 몇 달 정도 쿠팡 주식을 사모을 때 전혀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발생했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가 물량 공세를 펼치며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간 것이다. 테무와 알리는 과거 쿠팡이 그랬던것처럼 막대한 투자를 통해 점유율을 늘려 나갔다. 경쟁자가 없을 거라 생각했던 쿠팡에게 강력한 경쟁자가 생긴 것이다. 내 생각과 시장의 생각이 비슷했던 것인지 20달러를 넘었던 쿠팡의 주가는 다시 손실 구간에 접어들었다. 처음 생각했던 내 시나리오를 벗어난 상황이었기에 장기 투자를 다짐했던 처음과 달리 다시 쿠팡을 손절하는 판단을 내렸다. YINN과 쿠팡 모두 결과적으로 손실을 본 투자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은 수업이었다고 생각한다. 투자 결정까지 스스로의 상상을 바탕으로 성장 시나리오를 그려봤고, 실제 투자를 진행했고, 예상과 다른 변수가 출연해 당초의 결정을 수정했다. 주식을 하면서 매번 깨닫는 바가 있는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점이다. 매번 분할매수, 분할매도를 다짐하고 급등주 추격 매수 금지 등의 원칙을 되새김질 하지만 막상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앞서의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실패의 경험을 통해 굳은 살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삼양식품과 옥시덴탈페트롤리움 생활경제부에서 올해 K-라면에 관한 기사를 기획으로 여러편 썼었다. 지난 5월 1일에는 불닭볶음면으로 전세계를 평정한 삼양식품에 대한 기사를 썼었다. 또 그 즈음해서 삼양식품의 시가총액이 농심의 시가총액을 거의 따라잡았다는 기사도 썼었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고 그때 삼양식품의 주식을 살 생각은 전혀 못했다. 식품 주식은 재미없다는 선입견 때문에 애초에 투자 후보군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 시장이 열렸을 때 초코파이가 대흥행하며 오리온의 주가가 떡상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초코파이=불닭볶음면'으로 연결지을 상상력이 부족했던 탓이다. 8월 13일 현재 삼양식품의 시총은 4조2700억원, 농심은 2조6600억원으로 1.6배 이상 높다. 삼양식품이 농심의 시총과 같아졌을 때 매수했다면 60% 이상의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현재 아주 소량이지만 미국의 셰일가스(원유) 업체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을 보유중이다. 가장 큰 이유는 워런 버핏이 오랜 기간에 걸쳐 의미있는 지분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결과론이지만 5년전 주식을 시작하고 워런 버핏의 매매를 따라했을 경우 몇 년이 지났을 때 꽤 큰 수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었다. 약 3년 전 워런버핏이 일본의 상사 주식을 크게 매수했을 때 '일본 주식을 왜 사지?'라고 의아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그의 판단이 옳았음이 증명됐다. 버핏이 샀다가 팔긴했지만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도 그와 비슷한 시기에 샀다면 큰 수익을 안겨줬을 것이다. 워런 버핏이 몰래 사모았던 보험사 '처브'도 그와 비슷한 타이밍에 살 수 있었다면 매우 큰 수익을 보고 있었을 종목이다. 친환경이 대세인 현재 워런버핏이 왜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을 크게 매수했는지는 잘 모른다. 현재 옥시덴탈의 주가는 59달러 정도로 워런 버핏의 평단가는 53달러 정도로 알려졌다. 다만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면 내 시나리오는 이렇다. 최근 전세계 산업계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서 그 방향성을 약간 선회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조력 등의 에너지 생산 한계로 인해 RE100(재생에너지 100%)을 무리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다시 원자력 발전 확대 및 기존 화석 연료 사용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더해 AI와 자율주행 등 막대한 데이터 사용으로 인해 전력 수요는 앞으로도 급속히 증가할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전선, 발전기 업체의 주가가 급등한 것도 이런 이유다. 미래에 에너지 수요가 급등하고, 중동 갈등 등으로 석유 공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셰일가스를 통해 석유를 값싸게 생산할 수 있는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이 반사 이익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이런 시나리오가 버핏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상상해 본다. 하지만 이미 내 계좌는 다른 종목에 처물려서 파란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옥시덴탈페트롤리움을 살 돈이 없다는 것이 유일한 문제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8-13 19:51:45[파이낸셜뉴스] 원인 모를 증상으로 몸이 아플 때 우리는 병원에 간다. 의사와 마주 앉아 구체적으로 증상을 설명하고 몇 가지 검사를 받은 뒤에 의사의 진단이 내려지기를 기다린다. 찰나의 짧은 순간, 별거 아니겠지 싶다가도 돌이켜 생각해보니 최근의 과한 음주와 과로, 스트레스로 무리했던 일이 떠오른다. 혹시나 생각보다 심각하면 어쩌지하고 불길한 생각이 들 때 의사의 입이 열리고 진단명이 나온다. 다행히 심각한 병명은 아니다. 환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현재의 내 상태를 진단해 하나의 사실(과로)을 전달해준 의사가 마치 하느님처럼 대단하게 여겨진다. 의사 앞에 선 환자는 마치 판사 앞에 선 죄수처럼 의사를 절대적인 어떤 존재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의사를 찾은 환자는 중대한 생사의 기로에서 매우 중요한 판단을 의사에게 맡겨 놓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상황을 다르게 살펴보면, 의사는 그가 학습한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돈을 받고 의료 행위를 제공하는 한 명의 직업인에 불과하다. 사족이긴 하지만 국내 최고의 대학병원에서 조차 비공식 오진율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높다고 한다.(수년 전 한 국책연구기관의 강의에서 들었던 내용이다) 의료행위도 사람이 하는 일인만큼 '휴먼 오류'는 피할 수 없다. 최근 사회면을 장식하는 뉴스를 보면 불법적으로 마약을 판매하거나, 수면 상태인 환자를 성폭행하는 의사도 있는 등 그들 역시 학창시절 공부를 매우 잘했던 한 명의 직업인일 뿐 성인 군자이거나 특별한 사람은 아닌 것이다. 다만 국가가 공인해준 의사라는 전문 직업인으로 그들이 다른 그 누구보다 의료행위를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사실만은 남는다. 한 꺼풀 벗겨 놓고 보면 다른 직업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필자가 택한 기자라는 직업인도, 국가를 운영하는 정치인이나 고위직 공무원도, 심지어 한 사람의 인생에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판사도 선입견 없이 살펴보면 '크게 특별한 건 없다'는 게 12년 기자 생활의 결론이다. 다만 직업 자체의 특별함은 없어도 그 와중에 묵묵하고 특별하게 열심히 하는 '일부 양심적 개인'은 분명히 존재한다. 대다수가 본인의 영리에만 관심이 있을 때, '일부 소수(동어 반복 강조)'는 윤리와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문제는 이런 깨어있는 양심의 사람들도 훨씬 더 많은 다수의 이기적 무리에 둘러싸이게 되면 금방 '썩어 버린 사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가 삼천포 근처 이천포 부근까지 샜는데 말하고자 하는 요는, 정보의 비대칭성과 무지로 인해 우리는 어떤 사람들을 절대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지와 정보의 비대칭성을 거둬내고 보면 사실 그들 역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자명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한재림 감독의 영화 '더 킹'에서도 앞서 언급한 '우상의 장막'이 찢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의 주인공인 박태수(조인성)는 건달인 아버지가 한 주먹거리도 안되는 검사에게 싹싹 비는 모습을 보고 검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검사가 된 그는 검찰의 핵심부서, 핵신인물과 인맥을 쌓아 가며 승승장구 한다. 영화 속에서 검사들은 '캐비닛'속 범죄 파일을 무기로 정치에 개입하며 '왕'을 만든다는 착각에 빠진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국민은 개 돼지'라 칭하며 스스로를 킹 메이커라 생각한 논설위원이 떠오른다. 하지만 막강한 공권력을 쥔 그들(검사)조차 누가 '왕'이 될지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 그들은 어느쪽 편에 서야 할지 알 수 없어 무당을 불러다 놓고 굿을 하며 누가 대통령이 될지 찍어달라고 한다. 초엘리트 검사들이 무당과 함께 굿을 하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우상의 장막'이 찢어지는 것과 동시에 알 수 없는 씁쓸함과 쓴웃음이 나온다. 죄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면 국회의원이든 기자든 공무원이든 구속시키고, 구치소에서 항문 검사를 받는 치욕을 줄 수 있는 권력을 가진 그들이지만 그들 역시 미래를 예견할 수는 없어 무당에게 의지 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명령 내리기 좋아하는 거 같지? 인간이라는 동물은 안 있나, 강력한 누군가가 자기를 리드해 주길 바란다니까?"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의 대사다. 조직 생활에서도, 주식 투자에서도 비슷한 거 같다. 다수의 대중들은 뭔가 절대적으로 탁월한 사람이 있어서 한 달 뒤에 급등할 종목을 찍어주길 바란다. 앞서 [이환주의 개미지옥] '멘탈을 지배하는 자...주식을 지배하리라' 편에서 사람들은 집을 사거나, 평생의 반려자를 정하는 등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신발이나 가방을 살 때보다 고민을 하지 않고 '직관(순간의 느낌)'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주식투자도 비슷한데 이상하리만치 아주 작은 소문이나 타인의 말을 듣고도 전재산을 거는 경우가 많다. 학술적으로 연구한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중대한 결정일수록 사람들은 그 결정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보험으로 그 결정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 보다는 직관에 따르고 그 결과에 대해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훼피하는 메커니즘 작동한다'고 생각한다. 혹은 그 결정 자체를 이성과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무당)에 기대곤 한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다. 투자는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이다. 하지만 일부 증권 방송을 보면 "제가 무슨 종목을 얼마에 샀는데 이걸 팔아야 할까요?"하고 돈을 주고 상담 받는 경우를 자주 본다. 사실 그 전문가라는 사람도 거기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다. 그 전문가가 그 정답을 알면 그는 TV 출연료를 받는 대신 그 종목을 계속 샀다 팔았다 하면서 이미 백만장자가 됐을 거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이런 '남한테 의지하고 싶어하는 심리', '나보다 잘 아는 특별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심리'가 작용해 알면서도 전화를 하고 고민을 상담하게 된다. 바꿀 수 없거나 인간의 힘이 미치지 않는 부분에 대한 맹목적 믿음은 어쩌면 사람의 본능인가 싶다. 오죽하면 과거 대기업들 역시 사원들을 뽑을 때 최종면접에서 관상가를 대동해 면접을 봤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의사들은 의학분야에서 확실한 전문가이기라도 하지만, 주식에 있어서 전문가는 없다. 이는 '외국인'과 '기관'도 마찬가지다. 개미 투자자들은 '외국인'과 '기관'은 의사나, 무당처럼 무언가를 더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계속)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7-09 18:03:29[파이낸셜뉴스] 주식 시장에서는 누가 가장 돈을 많이 벌까? (객관식이다.) 첫째,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미공개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 둘째, 경제학을 전공해 거시경제 흐름과 경제 원리에 통달한 사람. 셋째, 개별 기업의 숟가락 개수까지 알 정도로 현장 정보에 능한 전문가. 정답을 공개하기 전에 과거 들었던 한 가지 농담을 소개한다. 바다 건너 일국의 왕의 아들로 태어난 미남 왕자가 총 3명의 신부 후보에게 숙제를 냈다. 그는 "1000만원을 줄테니 한 달 동안 1000만원을 가장 현명하게 사용하고 그 내용을 알려달라"고 말했다. 첫 번째 후보가 말했다. "저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아름다운 신부가 되기 위해 1000만원으로 예쁜 옷과, 구두, 화장품을 샀습니다." 두 번째 후보가 말했다. "저는 당신이 준 소중한 1000만원을 단 한푼도 쓰지 않고 모두 은행에 저축했습니다." 세 번째 후보가 말했다. "저는 당신이 준 1000만원으로 양초를 사고, 이를 다시 팔아서 2000만원으로 만들어 왔습니다." 왕자는 누구와 결혼했을까? 왕자는 세 명의 후보 중 가장 가슴이 큰 여성과 결혼했다. 주식 투자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사람을 찾는 문제도 이 농담과 비슷한 결말이지 않을까 싶다. 주식 시장에서 가장 큰 돈을 버는 사람은 미공개 정보를 가진 사람도, 경제 지식이 해박한 사람도, 기업 분석을 잘하는 사람도 아닌 '가슴이 큰(인내심이 큰)' 사람인 경우가 많다. 허구의 예를 들어 한 삼성전자의 임원이 6개월 뒤에 엔비디아와 수천억원대 계약 체결 내부 정보를 알고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추후 금융당국의 수사 범위를 벗어난 먼 친척 A에게 해당 정보를 전달했다. 하지만 해당 정보를 들은 A씨는 그 정보를 알고도 큰 돈을 벌지 못했다. A씨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 1년을 버텼으나 해당 호재가 뉴스에 나왔음에도 삼성전자의 주식은 오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A씨의 와이프인 B씨의 친구 C씨는 해당 정보로 수억원을 벌었다. 어느날 동네 카페에서 B씨에게 지나가듯 들은 정보로 C씨는 삼성전자의 주식을 샀고, 2년 뒤 삼성전자의 주식이 3배로 오른 것이다. 그 많던 에코프로비엠 주주는 부자가 됐을까 '이환주의 개미지옥' 1화('솔로지옥'보다 무서운 '개미지옥')에서 썼던 것처럼 필자의 첫 주식 매수 종목은 2차 전지 배터리 양극재 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이었다. 믿을만한 지인의 추천으로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무지성 매수를 시전했다. 2019년 8월에 매수해서 약 반 년 뒤인 2020년 2월에 팔았다. 수익률은 80%, 수익금은 490만원에 달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필자에게 해당 종목을 추천해준 지인의 수익률은 이보다 훨씬 낮았다는 것이다. 해당 지인은 이 종목에 단기 호재가 있다는 정보를 필자보다 먼저 알았고, 당초 계획했던 10~20%대 수익을 아주 짧은 기간에 거두고 이 종목을 매도했다. 서두에 언급한 미공개 정보나 좋은 정보가 있다고 해도 언제 파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실제 사례였던 셈이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에코프로비엠으로 1000%가 넘는 수익률을 본 지인도 있다. 해당 지인이 에코프로비엠을 매수한 것은 필자의 추천 혹은 넛지(강요 없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선택을 이끄는 개입) 덕분이었다. 투자의 정석이라면 '선공부 후매수'가 돼야 하지만 필자는 여느 개미들과 마찬가지로 '선매수 후공부'를 시전했다. 에코프로비엠도 매수 후 스터디를 통해 해당 종목의 업종, 수익성, 유망성 등에 대해 알게됐다. 그 이후 공기업에 다니는 지인과 만나 해당 종목에 대한 투자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보통 주식에서 크게 오르는 종목은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종목이다. 예를 들어 '삐삐'에서 '휴대폰' 시대가 열릴 때 '휴대폰'의 보급률(침투율)에 따라 주식이 크게 오르는 구간이 있다. 보통 침투율이 20% 구간까지는 관련 종목의 주식이 급격하게 오르고 50% 부근에서는 주식의 성장세가 둔화된다. 주식 가격은 미래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나라의 전기차 침투율은 1%도 되지 않던 상황이었다. 공기업에 다니던 지인은 2020년 필자가 한 이 말을 듣고 에코프로비엠을 매수했고 현재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한때 수익률이 2000% 이상을 찍기도 했고, 현재는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1000% 이상 수익을 거두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새 산업이 성장할 때 어떤 기업이 5년 뒤에 살아 남을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5년 뒤에도 살아 남을 종목을 선택하고, 해당 종목을 꾸준히 보유할 수 있는 인내심이야 말로 수익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가치투자 1세대 존리, 이채원 코로나19로 유동성이 풀리고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던 2020년을 전후해 유튜브에서도 주식 채널은 만들기만 하면 대부분 빠르게 성장해 구독자를 모았다. 많은 채널에서 우리나라 가치투자 1세대로 불렸던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나와 자신의 투자 철학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존리 전 대표는 모바일 변혁의 시기에 큰 돈을 벌었다. 삐삐에서 개인 휴대폰으로 전환되는 시기에 SK텔레콤에 투자해 큰 자산을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주식은 파는 게 아니라 모으는 것"이라며 '아묻따' 장기투자, 혹은 가치투자를 설파했다. 존리 전 대표 외에도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등도 가치투자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핵심은 성장성이 있는 좋은 기업을 가격이 쌀 때 사서 오랫동안 보유하면 언젠가는 시장에서 제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후적인 결과론 이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가치투자 1세대의 '가치투자론'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것이었다. 사업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안정적으로 발생하고, 자산 대비 기업의 시가총액이 저평가된 종목을 샀어도 여전히 오르지 않는 주식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 당국이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도 기업의 내재 가치 이하로 평가된 종목이 유독 국내 주식 시장에 많기 때문에 이를 바로 잡기 위한 측면이 크다. 필자 역시 당시 가치투자를 잠깐 '찍먹'해 봤지만 한국 주식 시장과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2년도 되지 않아 포기했다. 당시 가치투자를 위해 샀던 종목들로는 우리나라 금융주(은행주)와 대한제분 등이 있었다. 가치투자의 지표가 되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란 개념이 있다. 기업의 시가총액을 기업의 순자산총액으로 나눈 값이다. 집으로 비유를 하자면 기업의 시가총액은 현재 부동산에서 거래되는 시세, 순자산총액은 집을 급매로 처분할 때 받을 수 있는 최저 가격이다. 그래서 PBR이 1 정도면 적정가격, PBR이 1이하면 가치보다 낮게 주식 가격이 평가 받는 상황이다. 대한제분의 경우 5년 전에도 현재도 PBR이 0.24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 대한제분의 시가총액이 2500억원이 안 되는데 대한제분을 오늘 당장 문 닫고 공장과 자산을 처분해도 1조원 가량은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1300억원 정도를 확보해 오늘 당장 대한 제분의 주식 50% 이상을 확보한 뒤, 대한제분을 폐업해도 1조원을 벌 수 있는 장사다. 물론 대한제분을 인수하기 위해 돈을 투입하면 주가가 오르긴 하겠지만 그 만큼 대한제분의 주가는 저평가 됐다는 의미다. 우리 주식시장에서는 제2, 제3의 대한제분 같은 회사가 널리고 널렸다. '이환주의 개미지옥'에 단골로 등장하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역시 한 때 대한제분의 주주였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상속 이슈 등으로 대주주가 주가 상승을 의도적으로 막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주식을 2세 혹은 3세에게 상속해야 하는데 주식 가격이 비싸면 그만큼 양도세(혹은 상속세)를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주식 가격이 오르는 것을 막는 것이다. 현재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도 이런 한국 주식의 문제점을 바로잡고자 하기 위한 일이다. 주식의 가격은 기업의 내제 가치에 수렴한다는 말은 경제학 책속에나 등장하는 이상론일 뿐 킹왕짱 한국 주식 시장에서는 어림도 없는 말이다. 주식 투자의 수익률을 경정하는 결정적인 멘탈 요소는 '인내심'이지만 이 인내심도 올바른 방향으로 향해야 한다. 세상엔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도 있고, '존버'해도 안 오르는 종목도 많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6-16 17:09:32[파이낸셜뉴스] 주식을 하거나, 주식을 하지 않더라도 자본시장과 돈, 욕망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추천해 주고 싶은 미국 드라마가 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한 '빌리언스'라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바비 액슬로드는 미국 금융계의 거물이다.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하고 월가에서 난다긴다 하는 금융맨들은 대부분 죽는다. 바비는 동료들과의 불화로 테러 당시 현장에 있지 않은 덕분에 살아남았다. 그는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고, 동료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컴퓨터에 접속해 모든 주식과 자산들에 숏 베팅(공매도·주식의 하락에 거는 것)을 한다. 예측하지 못한 테러 상황에 모든 주식, 채권은 폭락하고 하락에 베팅한 바비는 막대한 부를 손에 쥔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헤지펀드를 만들고 미국 금융계를 쥐락펴락하는 거물이 된다. 참고로 빌리언스는 미국 연방검찰 뉴욕 남부지검 검사장 프릿 바라라와 헤지펀드 매니저 스티브 코헨의 법정 다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더라도 빌리언스는 인간의 욕망과 탐욕, 자본시장의 비정함, 주식 시장이 돌아가는 시스템과 그 이면의 권모술수를 매우 현실감 있고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또 한국의 상황과도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다. 바비와 대척점에 있는 척 로즈 남부지검 검사장은 후에 법무부 장관이 되고 바비를 감옥에 집어 넣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다. 바비를 응징하는 것이 정의라 여겼던 척 로즈 역시 그 과정에서 선을 넘고, 타협하며 '검정(부정)'을 자신의 몸에 묻힌다. 시리즈가 진행되다 보면 법을 수호하고 정의를 지켜야 할 척 로즈 역시 또 다른 바비 액슬로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두에 빌리언스의 주인공 바비 액슬로드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개미지옥'에서 살아남는 가장 큰 무기가 '멘탈'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흔히들 주식시장도 '운칠기삼'이라고 한다.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고 돈을 잃는 것도 운이 70%, 실력이 30%로 운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고수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고수라는 냉혹한 자본시장에서 소위 '주식을 잘한다(실력)'는 것은 오로지 '수익률'에 기반한다. 그리고 수년간 주식시장에서 실전 투자를 하며 개인적으로 깨달은 사실 하나는 '실력'의 9할(90%)은 '멘탈'이라는 것이다. '멘탈'은 스스로 멘탈을 통제하는 '멘탈 통제력'은 물론이고 그 사람이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는 천성, 말하자면 타고난 성정도 포함된다. 수많은 책과 주식의 구루들은 인간의 멘탈(마음)이 주식시장에서 실패하도록 설계됐다고 말한다. 사람의 마음은 생존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는데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남들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주식을 통해 큰 수익률을 거두기 위해서는 남과는 반대로, 남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판단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말그대로 본능을 거슬러야 주식을 통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일반론이 아닌 경험론에 근거한 귀납법이지만 주식을 통해 큰 돈을 번 사람들은 필자가 보기에 평균적인 멘탈의 보유자가 아닌 경우가 많다. 표준편차 곡선을 그렸을 때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의 형상에서 가운데가 아닌 양쪽 끝 어딘가에 있는 사람들이다.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처럼 극단적인 성향까지는 아니더라도 외부 상황과 본인의 감정에 선을 긋고, 자신의 감정을 투자에 반영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개 주식에서 큰 돈을 버는 듯 보인다. 바비 액슬로드 역시 동료들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현실을 직면하고, 그 와는 별개로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 인지해 숏 베팅을 한 것이다. 주린이의 멘탈관리 매매법 2019년 여름 첫 주식 거래를 시작하고 처음에는 어떤 종목을 사야할지,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막막했다. 막연히 당시 유행하던 주식 유튜브 채널을 틀어놓고 하루에 두 시간이든, 세 시간이든 주식 영상을 봤다. 소위 주식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썰을 듣고 있자니 나름 서당개 흉내를 낼 수 있게 됐다. 그러다가 우연히 '인생종목'을 발견했다.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으로 현재는 적자였지만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미래에 유망한 신사업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는 기업이었다. 기존 사업의 안정적인 수익, 미래 사업의 빠른 성장을 통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할 경우 기업가치 상승이 분명해 보였다. 게다가 삼성전자, 현대차와 달리 기업의 규모(시가총액) 자체도 적어 만약 시장에서 해당 종목이 주목을 받을 경우 2배는 물론 10배도 오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주식 투자 초기에는 "분산투자가 아닌 한 종목 집중투자로 시드 머니를 늘려라"라는 조언에 따라 거의 모든 여유자금으로 해당 종목에 '몰빵'했다. 그리고 주변에서 주식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해당 종목의 유망함을 설명하며 추천하기도 했다. 동시에 새로운 종목(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인생종목'을 묻고 다녔다. 내 인생종목을 먼저 오픈하고 상대의 인생종목을 물어봤다. 실례라면 실례지만 여기에 더해서 상대방의 인생종목의 평균단가, 총 투자금액도 물었다. 그 전에 먼저 필자의 인생종목 투자총액과 평균단가도 오픈했다. 예를 들어 개똥이에게 A라는 인생 종목을 추천 받고, 개똥이가 A 종목을 평균단가 5000원에 총 500만원을 샀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 내 투자에 참고했다. A 종목에 대한 간단한 공부를 하고 현재 가격이 A의 평균단가 보다 낮으면 적당한 금액을 매수하는 것이다. A 종목이 상승할 경우 개똥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설사 하락해도 개똥이보다 낮은 손실을 기록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 멍청한 전략인데 당시만 해도 멘탈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이런 장치가 필요했다. 해당 전략이 멍청한 이유는 개똥이나 필자나 주식시장에서 돈을 잃을 확률이 95% 이상인 개미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서울대를 노리는 고3 수험생이 모르는 문제를 이미 서울대를 졸업한 선생님에게 묻는 대신, 내 옆에 있는 서울대를 못 갈 확률이 굉장히 높은 친구에게 물어보는 격이었다. 물타지 말고 계좌를 새로 만들자 주식 투자 구력이 어느정도 쌓인 현재까지 멘탈관리를 위해 실시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계좌 나누기'다. 주식 투자를 하면 가장 컨트롤 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분할매수다. 어떤 종목에 대한 사실(정보)을 알게 되면 사실 나만 그 사실을 오늘 알았을 뿐 해당 사실은 이미 시장에 퍼져있던 그렇고 그런 정보에 지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뭔가 그 사실을 듣고 난 뒤에 바로 매수하지 않으면 내일부터라도 당장 해당 종목이 급등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조급함에 해당 종목에 대해 기본적인 조사와 공부도 하지 않고 덜컥 매수부터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뒤에 해당 종목의 가격이 떨어지면 '1만원에도 샀는데 7000원이면 진짜 싸네'라고 생각하며 물을 타게 된다. 그러다가 해당 종목이 5000원까지 떨어지면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털어 해당 종목을 산다. 거기서 다시 반토막이 나면 은행대출을 알아보는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된다. 종목 공부 후 매수가 아니라 덜컥 매수부터 하고 처물리면 그제서야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다. '계좌 나누기'는 사실 박성현 작가가 쓴 그의 책 '세븐 스플릿'에 상세하게 설명이 나와 있다. 어떤 주식 종목을 살 때 한 계좌를 사용하지 않고 소량씩 여러 계좌에 나눠서 사는 방식이다. 확률적으로 개미들이 어떤 종목을 사면 오를 확률과 내릴 확률은 반반이다. 하지만 현실은 내릴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에 어떤 종목을 살 때는 10% 정도만 적게 사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첫 계좌의 수익률이 마이너스 10%가 되면 해당 계좌에 물을 타는 대신 새로운 계좌를 만들고 다시 10%를 산다. 두 번째 계좌의 수익률이 또 다시 마이너스 10%가 되면 세 번째 계좌를 만들어 다시 10%를 사는 식이다. '세븐 스플릿'은 이런 식으로 계좌를 7개까지 나눠서 종목을 사는 방식이다. 최초 계좌의 수익률이 -70% 이더라도 마지막 만든 계좌는 수익률이 0%다. 여기서 해당 종목이 올라 수익률이 플러스가 되면 수익률이 플러스인 계좌를 수익 실현 하는 방식이다. 한 계좌에 물을 타면 최종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매도를 할 수 없지만 이렇게 계좌를 나눠놓으면 오르락 내리락 하는 장세에서 마지막에 만든 계좌는 수익으로 전환되고 소액이지만 수익을 실현하면서 멘탈을 관리할 수 있다. #개미지옥 #주식투자 #재테크 #멘탈관리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5-15 15:30:41[파이낸셜뉴스] 부동산과 주식의 상승 그래프는 닮았다 한 번의 큰 부동산 상승 사이클을 겪고 보니 부동산 시장도 주식 시장과 비슷한 흐름대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식 시장의 경우 지난 상승기 때 '태조이방원'이란 말이 유행했다. 태양열, 조선, 이차전지, 방산, 원자력과 같은 테마를 형성하며 시장을 이끄는 주도주가 먼저 올랐다. 주도주가 한 차례 오르고 난 뒤 소형 종목이 순차적으로 오르는 순환매 장세가 이어졌다. 그리고 유동성의 끝물에는 개나 소나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상한가를 치는 이상한 장세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 이상한 장세의 끝물에서 개미(주로 주식을 처음 시작했던 지인)들이 밥을 먹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삼성전자 10만원 갈 거 같아서 나도 샀잖아."라고 말했다. 피터 린치가 말한 '칵테일 파티' 그대로 였다. 부동산도 처음에는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의 핵심 아파트들이 먼저 오른다. 이른바 대장 아파트들이다. 이어서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이 오르고 서울의 주변 지역 아파트들이 들썩인다. 그리고 과천, 경기 등 수도권과 지역 광역시, 대도시인 부산과 대전, 세종 등이 오른다. 마지막으로 지방 구석의 아파트들과 재개발 재건축 가능 단지들이 한 차례 오른다. 뉴스 기사에는 '오늘이 가장 싸다', '집 안 사면 바보' 같은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걸린다. 실수요자인 30대 부부는 불안에 떨며 은행에서 막대한 빚으로 내 집 마련을 한다. 보통 이때가 '꼭지'다. 부동산 투기의 끝물 즈음이었다. B씨는 1억원을 투자해 인천에 있는 아파트 5채를 한 번에 샀다. 매매가 1억원에 전세가 8000만원 정도인 노후 아파트 5채를 전세를 끼고 샀다. 1채당 각 2000만원을 투자해 1억원으로 5채를 샀다. 부동산 규제가 한창이라 1주택 취득세는 1%, 2주택은 8%, 3주택은 15% 세금을 메기던 시절이다. 사실상 3주택을 사는 순간 15%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기 때문에 다주택 구매를 생각도 하지 마라는 정부의 경고였다. 하지만 여기에도 허점은 있었다. 공시가격(보통 거래되는 시세의 50~70% 수준) 1억원 미만 아파트의 경우 투기 목적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취득세 중과가 되지 않고 동일하게 1%만 적용되는 점을 노린 것이다. 공시가 1억 미만 아파트들은 1채를 사든 10채를 사든 취득세는 동일하게 1%만 부과됐다. B씨가 1억원에 인천 아파트 5채를 사고 6개월 정도 지나자 투기 세력이 마지막 종착지인 인천 노후 아파트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1억원이던 아파트의 가격이 20% 정도 올라 1억원2000만원이 됐다. B씨는 미련 없이 아파트 5채를 1년도 되지 않아 팔아 치웠다. 아파트 한 채당 2000만원 수익, 50%를 세금으로 내도 아파트 1채당 1000만원의 수익이었다. 1억원을 투자해 6개월 만에 세금 다 내고 5000만원을 벌어 들여 투자 수익 50%를 거둔 것이다. A씨와 B씨의 사례를 겪으면서 부모님이 떠올랐다. 70평생 살면서 현재 경기도 한 빌라에 살 때까지 등기를 쳐 본 일(내집 마련)은 서 너 번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집을 사고 파는 일이 2년마다 핸드폰을 바꾸는 것처럼 아주 쉬운 일이었다. 실제로 일부 공인중개사(부동산)들은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는 고객의 리스트를 확보해 실수요자들을 위해 집주인이 네이버나, 직방 같은 사이트에 집을 내놓기도 전에 거래를 끝마친다. "투자 가치가 있고 전세를 끼고 사면 투자금이 얼마인데 2년 뒤쯤 팔면 될 것"이라고 조언도 해준다. 중개사 입장에서는 네이버 등에 광고를 올리지 않아 수수료를 아끼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좋은 부동산을 선점할 수 있다. 투자자가 바쁘면 계약 당일 부동산에 가지 않고도 계약서를 대신 써주기도 한다. 투자금이 소액(몇 천만원)인 경우 투자자는 부동산에 계약 위임장을 써주고 계약금과, 잔금 이체만 하고 거래를 마친다. 계약서와 등기는 카톡이나 등기로 받으면 그만이다. 어차피 투자자가 엉덩이를 깔고 사는 집이 아니라 잠깐만 보유했다 다시 팔 집이기 때문에 집을 실제로 보지도 않는다. 세입자는 자기 집주인이 바뀔 걸 모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전형적인 그들만의 리그였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주판알을 튕기는 '그들'의 방식 유동성이 넘치는 시기에는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금 등 모든 투자자산의 가격이 오른다. 그리고 '그들'은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대부분 이 같은 투자 자산 모두에 투자한다. 정부의 규제는 언제나 이들보다 느리고, 개미들은 항상 거품의 정점에 투자해 큰 손실을 본다. 5년간 주식투자를 하면서 '초심자의 행운'도 겪어보고 '나 천재인가'라는 착각에도 빠져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결국 깨닫게 되는 진리는 개미보다 월등하게 정보 접근성이 좋은 '그들'에게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제도를 설계하고, 언제나 한발 앞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김용남 개혁신당 전략기획위원장이 경제분야 정강정책을 발표했다. 그가 발표한 정책에는 한국 주식시장의 대부분 문제점이 포함됐다. '한국 주식이 미국 주식보다 후진' 모든 요소를 검토해 최적의 대안을 발표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입법과제 8가지로 △하나,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둘, 경영권 프리미엄 불인정 및 주식 공개매수 의무화 △셋, 물적 분할통한 쪼개기 상장 금지 △넷,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의무화 △다섯, 상장회사의 전자 투표제 및 전자 위임장 제도 의무화 △여섯, 집단소송 제도 개혁 및 절차 간소화 △일곱, 증거개시 제도 도입 △여덟, 거버넌스 개선 기구 국회 내 설치 등이다. 이 중 '경영권 프리미엄'은 국내 주식 시장에만 있는 이상한 제도로 블록딜 등 대규모 거래시에 대주주의 주식을 20~30% 더 비싸게 사주는 이상한 제도다. 미국에서는 소액투자자에게 매도 우선권 등을 부여해 시장에서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도록 유도해 주고 있다. 대주주를 우선하는 한국과 반대다. 또 자사주 매입의 경우도 미국에서는 자사주 '매입은 곧 소각(주가부양)'의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자사주 매입 공시를 띄우고 주가만 부양시킨 후 소각을 하지 않아 대주주의 지분만 늘리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8가지 입법 과제 외에도 한국 증시 부양 중장기 과제로 3가지를 더 제시했다.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발행 관련 제도 개혁 △기형적인 한국식 지주회사 제도 개선 △상속세율 인하 검토 등이다. 상속세율 인하의 경우 국내 일부 기업들은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주가를 오히려 낮추려는 유인이 있어왔다. 주식의 가격이 올라버리면 60%에 달하는 주식 상속세를 낼 수 없어 주식을 팔아 세금을 내야한다. 이 경우 자식에게 상속할 지분율이 감소하기 때문에 상속 절차를 완료하기까지 주가를 눌러 왔던 것이다. 검사출신 김용남 전 의원은 한때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었다. 그는 대선 토론회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자가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나온 것이 비판 받자 “손을 손가락 위주로 씻어서 왕자가 지워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국민의 힘을 탈당한 뒤 그는 최근 "사실은 (그때) 제 속마음은, 표현은 좀 그렇습니다만, 경멸 내지 조소의 의미가 컸던 것”이라며 “이게 논리적으로 설명도 안 되니 ‘아이고 저도 귀찮습니다’ 이런 취지로 (말했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 역시 당시 그가 속한 위치에서 일종의 '양두구육(양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판매한다)'을 했던 셈이다. TV속 국회의원 300명은 때로 너무도 우스꽝스럽고 바보처럼 보일 때도 많다. 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싱크탱그와 정보는 개개의 개미와는 차원이 다르다. 국민의 불편을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번에 개혁신당이 발표한 입법과제만 봐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개미들이 어떤 고통과 피해를 받는지 그들은 모두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설령 몰랐다고 해도, 알려고 하는 의지만 있었다면 누구보다 정확하게(당연히 취재 기자보다 훨씬 더)알 수 있는 사람들이다. 매 4년마다 오는 국회의원 선거는 어쩌면 개미들에게는 기회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잠깐이나마 평평해 지는 찰나의 순간이다. 지식의 저주에 빠지는 대신 지혜를 나누면 힘이 된다. #이환주의 개미지옥 #양두구육 #부동산 #자사주 소각 #경영권 프리미엄 #주식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1-19 20:16:23[파이낸셜뉴스] '지식의 저주'란 말이 있다. 사람이 무엇을 잘 알게 되면 그것을 모르는 상태가 어떤 것인지 상상하기 어렵게 된다는 뜻이다. 운전은 절대 가족에게 배우는 게 아니란 말이 있는데 '지식의 저주'에 걸린 형, 오빠가 초보인 동생에게 '극대노와 짜증'을 퍼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 그 누구도 초보운전 시기를 거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일단 운전에 능숙해지면 운전을 처음하는 사람이 겪는 육체적, 심리적 어려움에 공감하기 어렵다. 주식도 비슷하다. 누구나 다 '주린이' 시절을 거치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주린이 시절의 고통과 시련을 잘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환주의 개미지옥] 1~2화를 통해 '한국 주식이 미국 주식보다 후진 5가지 이유'를 쓰면서도 주식투자자에겐 너무 뻔한 이야기 아닌가 걱정했다. 하지만 온라인 댓글과 현실 피드백을 통해 여러 긍정적인 반응을 받으며 어쩌면 나조차 '지식의 저주'에 빠진 것은 아닌가 새삼 반성하게 됐다. 앞으로도 실전투자 5년 차 (망한) 개미의 가감 없는 독백은 계속된다. 주식과 운전의 다른 점도 있다. 운전은 가르침을 통해 초보의 운전 실력이 향상되면 도로에서 사고가 날 확률이 줄어들고, 결국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상황이 된다. 하지만 주식을 잘 하는 방법(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은 그것을 가르쳐 줄 경우 그 노하우를 알고 있던 사람의 실익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 주식 시장의 본질은 "싼 가격에 주식을 사서 그것을 더 비싼 가격에 판다"인데 모두가 다 주식의 본질에 대한 정보에 능통하게 되면 그것이 어려워 지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에서는 멍청하게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더라도, 나보다 더 멍청이에게 더 비싸게 팔면 그만이다. 주식 시장에서 정보의 독점과 과점은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나 혼자만 레벨업'인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치 있는 정보를 다수와 나누기 싫어진다. 개미지옥을 파고 기다리는 '그들'은 대중이 더 멍청해 지길 바란다. 중고차 시장, 의료 사고 분쟁 등에서 정보를 상대보다 훨씬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정보가 적은 사람을 호구처럼 이용하기 쉬워진다. '그들'은 알았던 부동산 투자의 비밀 지난 정부 시절 국토교통부와 건설사를 취재하는 부동산부 기자를 했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은 전형적인 부동산 상승기로 정부가 서른 번에 가까운 부동산 규제를 발표하며 집값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시중에 풀린 유동성(돈)과 저금리를 기반으로 부동산 투기 수요에 불이 붙으면서 사상 유례없는 집값 상승이 이어졌다. 또 전세계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이자율 0%의 대출, '전세' 제도가 있는 점도 부동산 투기를 부추겼다. 기자는 한 두 달이 멀다 하고 국토부의 부동산 규제 보도자료가 나오면 이를 기사로 정리했다. 매번 정부가 심혈을 다해 준비했다는 부동산 대책 기사를 쓰면서도 기자의 마음속에서는 '정부가 처음부터 극약처방을 통해 집 값을 잡는 대책을 내놓기 보다, 집값 상승을 용인하면서 집이 있는 부자들이 비싼 값에 다 팔고 나갈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이런 의구심이 들게 하는 실제 사례는 차고 넘쳤다. 언제나 규제를 한 발 앞서 피해가며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으로 꽤 많은 자산을 축적한 사람이 주변에도 있었다. '정보'를 가지고 이를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은 넘치는 유동성을 활용하고, 규제를 요리조리 피하면서 자산을 불려 나갔다. 정부가 미친 듯이 오르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가장 강력하게 추진한 대책은 대출 규제였다. 서울과 수도권 등에서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40%까지 낮췄다. 종전에는 10억짜리 집을 사는데 6억(60%)까지 대출이 나왔는데 4억(40%)까지로 줄어들었다. 부부 모두 대기업에 다녀 소득이 높고 상환능력이 충분한 신혼부부도 낮아진 대출 한도로 인해 서울에는 집을 살 수 없었다. 하지만 대출 규제에도 허점이 있었다. 개인에 대한 대출 규제는 있었지만 '법인(회사)'에 대한 대출 규제는 없었기 때문이다. 전문직에 종사하던 A씨는 이를 노려 부동산매매 법인을 세웠다. 법인 명의로 대출을 80%~90% 가까이 받아 서울 알짜 지역에 있는 10억원대 아파트를 샀다. 은행 입장에서는 새로 생긴 법인의 경우 매출이나 실적 이력이 없기 때문에 대출을 해주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세 부동산 상승기였고 법인의 대표가 고소득 전문직이었기 때문에 대출이 나왔다. A씨는 2년 뒤 법인 명의로 산 해당 아파트를 팔아 수억원의 매매 차익을 거뒀다. A씨가 해당 아파트를 사기 위해 투자한 돈은 1~2억원 남짓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A씨가 아파트를 사고 6개월 정도 지나자 정부에서는 뒤늦게 법인에 대한 주택담도대출 규제도 시행했다. 이미 '법인을 세워 풀 대출을 받고 아파트를 살 사람들은 다 산 뒤'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의 상황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로 촉발된 미국 금융 시장의 폭락 이야기를 다룬 영화 '빅쇼트'의 한 장면과도 겹쳐 보였다. 영화 속에서는 0%대의 기준 금리를 유지하는 미국 은행이 대출을 남발하고, 술집에서 일하는 여성 종업원이 100%에 가까운 대출로 집을 사고, 그 집을 담보로 또 집을 사고, 다시 그 집을 담보로 또 다른 집을 사는 상황이 나온다. 추세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므로 은행들은 100% 가까운 대출을 남발하며 거품을 형성 시켰던 것이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채권은 대출 회수 확률이 적어 신용등급이 낮았다. 하지만 미국의 금융 기술자들은 이 채권을 수천, 수만개 모아 또 다른 파생금융상품(CDO)을 만들고 유동화 시켰다. 1개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될 확률은 높지만 이를 1만개 모으면 부실확률이 낮아진다는 기적의 논리였다. 미국의 신용평가사들은 미국의 은행들과 짜고 이 금융상품에 트리플 A 신용등급을 부여했다. 당시 미국 은행들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나라의 은행에 이 상품을 팔았다. 향후 미국 은행이 파산하고 해당 상품을 산 국내 은행들은 막대한 손실을 껴안았다. 당시에는 이 금융상품을 산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이 '개미'였고 미국의 금융기관이 '그들'이었던 것이다. (계속: 20일 오전 11시 노출 예정인 4화로 이어집니다.) #이환주의 개미지옥 #부동산 #빅쇼트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1-19 19:5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