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얼마 전 베트남 하노이와 근교 도시인 사파, 닌빈, 하롱베이 등을 둘러보는 7박 8일 휴가를 다녀왔다. 올해 들어서만 태국 치앙마이, 인도네시아 발리에 이어 세 번째 해외여행이었다. 하노이로의 여행 역시 좋았고 좋은 기억도 많이 남았다. 하지만 잦은 해외여행이 항상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노이로의 여행을 반추하며 '이환주의 내돈내산'을 쓰려고 하는데 이번엔 이상하리만치 글이 나가질 않았다. 수년 전에 우연히 봤던 유튜브 영상을 다시 찾아봤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해외여행의 단점'이라는 제목의 영상이었다. 영상 속 화자는 해외 여행의 단점으로 4가지를 꼽았다. △평소의 리듬이 깨진다 △새로움에 무뎌진다 △인관관계가 단절된다 △돈을 모으기 힘들다 등이다. 모두 공감가는 내용으로 특히 두 번째가 가장 와 닿았다. 영상 속 화자 역시 자신도 들은 얘기라며 "전세계를 탐방하는 탐험가가 지구의 거의 모든 오지를 둘러본 뒤에 자살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행을 반복하면 새로운 곳을 가도 전에 어딘가에서 봤던 것 같은 기시감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원데이 여행 프로그램을 이용해 봐도 어딘가 비슷한 프로그램이 반복된다. 중간 중간 라텍스 베개를 파는 상점에 들리고, 기념품 가게에서 쇼핑을 강요 받고 뭐 그런 코스의 반복이다. 앞서 말한 유튜버는 여행을 못간다고 슬퍼하지 않아도 되고 해외 여행을 한다고 해서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여행을 하면 나를 더 잘 이해하고, 여행을 함께 하는 동행이 있다면 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도 덧붙인다. 모처럼 직항인데..MS대란 웬말이냐 지난 7월 19일, 인천공항에서 밤 9시40분에 하노이로 출발하는 제주항공 비행기를 타기 위해 7시쯤 공항에 도착했다. 평소에는 티켓값 절감을 위해 경유 항공편을 사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직항 티켓이었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이날 마이크로소프트(MS)발 IT 대란이 터졌다. 발권을 위해 항공사 창구로 갔더니 양의 창자처럼 대여섯 번은 굽어질 줄이 늘어서 있었다. 항공사 전산 시스템이 마비돼 일일이 수기로 확인하고 티켓을 발권하는 등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1시간 지연 안내가 문자 등을 통해 왔지만 이후부터는 문자도 없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간이 이어졌다. 발권을 위한 대기 줄에는 밤 11시 비행기 승객도, 새벽 2시 출발 승객도 섞여 있었다. 항공기 이륙 시간이 임박한 경우 제주 항공 직원들은 줄을 서 있는 승객을 일일이 확인해 프리 패스로 먼저 안내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노이발 항공편 이륙 시간이 다가와 직원에게 물어보니 "더 지연될 것 같으니 그냥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는 안내만 할 뿐이었다. 두 세시간 정도 더 기다리자 드디어 내 차례였다. 내 앞으로 수백 명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하노이 발 비행기에 못탄 몇몇 승객들을 따로 확인해 티켓을 먼저 끊어줬다. 티켓을 끊고, 입국 수속을 마치고, 서둘러서 비행기에 탔다. 비행기에는 이미 대부분 승객이 타고 있었고 내가 뒤에서 4~5번째 승객이었다. 마지막 승객이 탑승을 할 즈음 먼저 비행기에 타 개시던 남성분이 고함, 호통을 치며 애꿎은 항공사 직원들에게 성을 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옆자리 승객에게 물어보니 거의 2~3시간 가까이 비행기에 탑승한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비행기 지연의 답답한 점은 직원들도 언제 문제가 해결될지 몰라 제대로 안내를 할 수 없고, 승객들은 승객대로 짜증이 쌓인다는 점이다. 그나마 밤 비행기였기에 망정이지 오전, 오후 비행기의 경우 경유 비행기를 놓치거나, 일정에 차질을 빗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어쨌든 자리를 잡고는 피곤해서 바로 잠에 빠졌다. 눈을 뜨니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이었다. 하노이 공항 노숙..슬리핑 버스 타고 사파로 새벽 늦게 하노이 공항에 도착해서 사람이 없는 공항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하노이 시내로 들어가지 않고 다음날 아침 바로 '사파'라는 도시로 이동을 하는 동선이었기 때문이다. 노트북에 영화를 몇 편 저장해 뒀지만 피곤해서 그냥 백팩을 배고 두 세시간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 공항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미리 예약해둔 슬리핑 버스를 탔다. 미리 안내 받은대로 공항 외부 가장 끝쪽 기둥에서 기다리니 슬리핑 버스가 왔다. 짐을 실고 6시간 가까이 이동이 이어졌다. 사파에 도착한 뒤에는 다시 작은 벤으로 옮겨타고 호텔까지 이동했다. '에덴 센트럴 호텔&스파'라는 곳으로 도심지 중앙에 있어 이동하는데 편리했다. 아침을 먹고 꽤나 오랜 시간 굶었기 때문에 호텔 체크인을 하자 허기가 밀려왔다. 첫 끼는 '헬로 베트남'이라는 식당에서 해결했다. 목이 말라 하노이 맥주를 벌컥 들이켜고 짜조, 볶음밥, 코코넛 커리 등을 시켰다. 코코넛 커리는 한국식 즉석 카레에 후추를 추가하고 야채를 크게 썰어 넣은 맛으로 가격대비 훌륭했다. 볶음밥과 짜조 역시 평균 이상으로 맛있었다. 저녁을 먹고는 사파 시내를 천천히 둘러봤다. 센트럴 플라자 바로 앞의 공원에서는 전통복을 입은 5~6살 짜리 여자아이들이 춤을 추며 관광객들에게 팁을 받고 있었다. 아직 철이 들기도 전의 어린아이들이 비를 맞으며 춤을 추는 모습을 보니 짠하 마음이 들었다. 7~8월이 우기라는 사실을 알고 왔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둔 우산을 쓰고 부슬비가 내리는 사파 시내를 둘러봤다. 사파 호수 인근의 한 카페에 들려 에그 커피를 주문했다. 비를 피하고 목을 축인 뒤에는 사파 나이트 마켓으로 이동했다. 중간에 한 호텔에 들려서 내일 여행을 위한 자동차와 운전자를 예약했다. 사파는 하노이처럼 택시나 그랩이 많지 않고, 요금 사기도 많아서 반나절, 하루 단위로 기사와 차를 빌려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약 6만원(120만동)을 지불하고 내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차량을 빌렸다. 사파 나이트 마켓은 딱히 볼거리는 없었다. 한국의 토종닭과 다른 검은색 피부의 닭을 많이 팔고 있는게 이색적이라면 이색적이었다. #OBJECT0#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8-09 16:37:02[파이낸셜뉴스] 인생 최초의 해외 여행지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였다. 2009년 1월부터 2월까지 총 6주간 예술 분야가 유명한 '림콕윙 대학교' 기숙사에서 머물렀다. 다니던 대학의 단기 계절학기 프로그램으로 약 15명 정도의 같은 대학 사람들과 함께 평일에는 영어 수업을 들었다. 신기했던 것은 15명의 구성이 매우 글로벌했다는 거였다. 약 3분의 1정도가 외국인 학생이었다. 키르키스탄, 중국, 일본, 카자흐스탄 등 다양했다. 오후 3시쯤 금요일 수업이 끝나면 우리들은 삼삼오오 그룹을 이뤄 말레이시아 전역과 인근 국가들을 여행했다. 말레이시아 피낭 섬, 랑카위 섬을 비롯해 홍콩, 싱가폴, 태국 방콕 등을 여행했다. 첫 해외 여행을 앞두고 필자는 당시 '저스트고 말레이시아'란 책을 샀다. 여행을 앞두고 책을 정독하며 어디 어디를 갈지 미리 계획을 세웠다. 현지에 가서는 책의 앞 부분에 있는 말레이시아 지도를 펼쳐가며 이곳 저곳을 걸어 다녔다. 여행 막바지에는 하도 접었다 펴기를 많이 해서 지도가 너덜너덜 해질 정도였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여행 정보를 '유튜브'를 통해서 얻고 있다. 유튜브 최대의 장점은 영상을 통해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얻고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생생하다는 것이다. 반면 현실 그대로를 보기 때문에 여행에 대한 기대와 상상하기의 영역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정보를 많이 조사하면 할 수록 여행 전에 이미 그곳에 가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사진 한 장,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상상하던 그곳에서 실제로 맞닥트렸을 때 상상과 현실의 틈새가 메꿔지면서 밀려오는 감동의 크기가 줄어든다. 과거 뉴욕을 여행할 당시 개인적으로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한 곳이 기네스펠트로 주연의 영화 '위대한 유산(1998년)에 나왔던 작은 공원의 식수대였다. 공원에 있는 식수대에서 한 남자아이가 물을 마시는데 갑자기 한 여자아이가 키스를 한다. 시간이 흘러 둘다 성인이 됐고 남자가 식수대에서 물을 마시는데 성인이 된 기네스펠트로가 다시 키스를 한다. 사실 그 공원은 볼거리가 차고 넘치는 뉴욕에서 시간을 내어 갈만한 곳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 영화의 추억과 상상의 틈새에서 미화된 그곳에 직접 찾아간 것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만약 지금처럼 수많은 유투버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그 공원의 이곳 저곳을 보여줬다면 볼품없는 공원의 모습에 실망해 가지 않았을 것 같다. 지금도 어느정도 변함없는 생각인데 세상에서 가장 무용한 책 중에 하나가 '자기계발서'와 '여행기'라고 생각한다. 자기계발서와 여행기 모두 개인의 경험과 체험 자체가 중요한데 이를 책을 통해 배울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행기'를 사느니 '여행 안내서'를 사고 정보를 습득한 뒤 자신만의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어쩌다보니 '여행기'를 꾸준히 작성하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치앙라이, 마지막 한 끼는 치킨라이스 여행지에서 귀국 날짜가 다가올 수록 시간은 야속하리만치 빠르게 간다. 일주일 중 금요일이 가장 행복한것처럼 총 여행 일정의 3분의 1지점이 가장 행복하다. 절반쯤 지나면 행복과 아쉬움이 절반씩, 귀국 날짜가 다가오면 아쉬움이 더 커진다. 귀국행 비행기를 타야하는 8일째 아침, 치앙라이에서 마지막 한 끼는 태국식 치킨 라이스 집으로 결정했다. '리뿡 카오만카이(Libboong Kaomankai)'라는 곳이었다. 위치는 앞서 작성한 '버스타고 치앙라이로..최고의 한끼 무카타 뷔페'에서 나왔던 무카타 뷔페 인근이었다. 치킨라이스, 만두국, 돼지고기 꼬치(사테)를 시켰다. 치킨 라이스 1그릇의 가격이 2000원 초반(55밧)이었는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맛있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가성비 좋고 맛있는 음식을 만났을 땐 잔뜩 기대를 안고 간 값비싼 식당에서 보다 더 기분이 좋다. 밥을 먹고는 치앙라이 외곽에 위치한 '폴라 카페(Polar Boulangerie and Patisserie)'를 찾았다. 슈크림 볼과 초코 케이크, 커피 표면의 설탕과 우유를 굳혀 딱딱하게 만든 음료를 시켰다. 치앙라이 시내에서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커피도 디저트류도 괜찮았다. 커피를 마시고는 현지의 우체국에 들렸다. 여행지로 타국을 찾을 땐 전혀 들릴 일이 없었지만 동행이 먼저 보낼 짐이 있다고 해서 들렸다. 사무직 직원이 몇 있고 사무실에 수많은 택배 박스와 물건들이 쌓여져 있었다. 치앙라이 공항에 가기 전 인근 쇼핑몰에 들려 태국차 프랜차이즈인 '차트라 무'에서 달달한 태국차 음료를 한잔했다. 공항 주차장에서 렌터카를 반납하고 대만행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표를 아끼기 위해 대만 경유 항공사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대만 공항에서는 밤을 새고 아침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별 생각없이 짐을 위탁으로 보냈는데 대만 공항은 밤 기온이 10도 정도로 굉장히 추웠다.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대만 공항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는데 너무 추워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임시 방편으로 플라스틱 생수통에 정수기에서 받은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운뒤 모자로 생수병을 감싸고, 그 생수병을 품에 안은 채 움크리고 있었다. 치앙마이와 치앙라이에서의 길고 길었던 7박 8일이 끝났다. 치앙마이 추천 & 아쉬움 리스트 개인적으로 치앙마이에서 가장 좋았던 곳 탑 3을 꼽자면 △매깜뻥 △먼쨈 △매사폭포다. 매깜뻥은 한적한 분위기와 함께 매깜뻥 폭포를 따라 올라가는 등산 코스, 그곳의 자연과 카페에서 만난 고양이, 풍광 모두 좋았다. 먼쨈은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로즈와인과 나무로 만든 자동차 포뮬러를 타고 산길을 내려오는 체험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매사폭포는 아직 한국인은 잘 모르는 현지인 추천 장소로 자연과 계곡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한 번쯤 가볼만한 장소다. 3곳 모두 치앙마이 시내에서는 꽤 거리가 있어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거나, 차를 이용해 가야 한다. 미식가는 아니라서 맛자체보다는 전반적인 가성비를 따지는 편인데 치앙마이에서 괜찮았던 식당과 카페 주점으로는 △펀 포레스트 카페 △하이드랜드(루프탑 바) △아카 아마 커피 △타페이스트 등이다. 펀 포레스트 카페는 분위기, 가격, 음식 모두 좋았다. 하이드랜드는 타페 게이트 근처 루프탑 주점으로 하이볼과 닭껍질 꼬치가 맛있었다. 아카 아마 커피는 남들이 가는 유명한 곳이기도 하고 시그니처 메뉴인 오렌지 칵테일 커피가 훌륭했다. 타페이스트는 라이브 재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으로 다른 곳은 못가봐서 비교는 어렵지만 그 자체로도 좋았다. 미쉐린 로띠는 시간이 많고, 가성비가 중요하다면 한번 시도해 볼만 하지만 맛 자체도 평범하고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해서 개인적으로는 추전하지 않는다. 치앙마이 4박의 일정동안 해보지는 못했지만 아쉬웠던 액티비티와 장소 등을 꼽자면 △근교 도시 빠이 여행 △코끼리 목욕 체험 △도이인타논 국립공원 트레킹 △정글 짚라인 △미쉐린 레스토랑 뽀개기 △카렌족 마을 방문 등이다. 빠이의 경우 인생 여행지로 꼽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도시라고 한다. 10년전 태국에서는 코끼리 쇼를 봤는데 최근에는 동물학대 논란으로 국립공원 등에 구조된 코끼리에게 먹이를 주고 함께 목욕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도이인타논 국립공원 트레킹은 자연을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정글 짚라인도 여행 전 '투 두 리스트' 상위였지만 먼쨈에서 포뮬러를 타고 포기했다. 치앙마이는 저렴한 곳부터 하이엔드까지 수많은 미쉐린 레스토랑이 있다. 한 끼 정도 무리해서 10만원 이상 지불하면 한국에서 20만~30만원대 이상의 음식과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 카렌족(목에 링을 끼워 목이 길게 늘어난 부족) 마을의 경우 과거 교과서에서 봤던 기억을 떠올리며 한 번쯤 방문할까 했지만 사람을 구경한다는 행동 자체가 내키지 않아서 포기했다. 치앙라이 추천 & 아쉬움 리스트 치앙라이 추천 여행지 탑3는 △추이퐁 차농장 △매 파 루앙 정원 △도이창 커피 농장 등이다. 추이퐁 차농장은 제주 오설록 차농장과 비교해 규모도 크고 특히 착한 가격이 최대 장점이다. 매 파 루앙 정원은 추이퐁 차농장과 동선이 겹치는데 자연, 꽃, 나비, 산책을 좋아한다면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둘러봐도 좋을 것 같다. 도이창 커피 농장은 전체적인 테마가 추이퐁 차농장과 비슷해서 둘 중 한 곳을 가야한다면 추이퐁 차농장을 추천한다. 치앙라이에서 개인적으로 최고의 한 끼는 뭐니뭐니 해도 무카타 뷔페였다. 명륜진사 갈비에 노량진 수산물 시장을 합친 느낌이라고 보면된다. 구글맵에서 영어 이름은 검색이 안 된다. 구글 맵에 치앙라이 'Wonder'라는 식당을 입력하면 그 길 건너편에 있는 식당이다. 자세한 위치는 포털에 '버스타고 치앙라이로..최고의 한끼 무카타 뷔페 [이환주의 내돈내산]'을 치면 확인할 수 있다. 저녁에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술 한잔 할 수 있는 타마린드 비스트로 앤 뮤직 하우스도 나쁘지 않았다. 치앙라이에서 이틀을 묵었던 '탄야 반 본 도이'라는 숙소도 추천한다. 치앙라이 시외라 오토바이를 타거나, 차를 이용해 들어가야 하지만 한적하고 조용하다. 시설 자체도 자연속 별채 느낌이라 좋았다. 다만 교통과 접근성을 중요시 한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싱하파크에 간다면 동상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서지 말고 조금 더 깊숙하게 싱하파크 농장을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다만 오토바이나 차가 없다면 꽤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OBJECT0#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5-10 17:13:41[파이낸셜뉴스] 오사카, 방콕, 다낭, 타이베이, 홍콩 등 한국인이 가장 많이 가는 해외 도시에 대한 여행기사는 왜 많이 없을까? 보통 여행 정보 수집을 위해 인터넷 검색과 유튜브를 활용한다. 유튜브 영상 여행 정보는 가장 생생하지만 너무 방대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정보의 신뢰성과 깔끔한 정리 측면에서 기사를 검색해 보기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유명한 해외 도시에 대한 기사는 많지 않다. 앞서 1년 정도 여행 기자를 하면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에 대한 여행기사가 별로 없는 이유에 대해 알게 됐다. 이미 유명한 해외의 도시들은 언론 매체를 상대로 별다른 광고를 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환주의 내돈내산' 시리즈는 사실 기사라기 보다 기자가 쓰는 개인적인 여행 후일담이지만 그래도 다양한 정보를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첫끼는 대창전골..유명세에 비해 맛은 글쎄 후쿠오카는 한국과 가장 가까운 도시로 사랑 받지만, 미식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하카타식 돈코츠 라멘의 대명사 이치란라멘의 본점을 비롯해 수많은 라멘 가게들이 즐비하다. 모츠나베(대창전골), 장어덮밥, 함박스테이크, 규카츠, 명란젓, 회전초밥 등 꼭 먹어야 할 메뉴를 나열하고 하루 3끼를 먹어도 2~3일은 부족할 정도다. 여행 준비 전 가장 많은 시간을 쓴 것도 구글 지도에 다양한 맛집을 표시해 둔 것이었다. 후쿠오카는 크게 공항과 가까운 지하철 역인 하카타역과 시내 중심부인 텐진역에 숙소를 많이 잡니다. 기자는 텐진역 인근 '플라자 호텔 텐진'에서 2박을, 1박은 하카타역 인근 '라이브맥스 하카타 에키마'에서 묵었다. 두 숙소 모두 평일에는 4~5만원대 저가 호텔이지만 토요일에는 1박 요금이 20만원까지 급등한다. 또 호텔 요금과 별도로 인단 200엔(2000원) 수준의 숙박세도 내야 한다. 첫날 저녁은 호텔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모츠나베 라쿠텐치 다이묘점'에서 대창전골 요리를 먹었다. 후쿠오카에 많은 지점이 있는 대창전골 프랜차이즈로 한 명이 가도 개별 냄비에 전골과 국수, 죽 등을 먹을 수 있어 한국인이 많이 찾는다. 4인 가족 기준 기본 4인분을 시키고 나중에 우동을 추가해 먹었다. 냄비에 신선해 보이는 곱창과 부속고기를 잔뜩 넣어주고 부추를 한가득 쌓아서 준다. 곱창을 제외한 부속고기의 경우 한국과 달리 고무처럼 질긴 부분이 많아 기대했던 것보다 맛은 별로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국물이 졸아들고 진해지는데 거기에 추가해 먹는 우동과 시원한 생맥주가 오히려 더 괜찮았다. 이른 저녁을 먹고 나카스 강 근처에 있는 포장마차 거리로 향했다. 강을 따라 포장마차가 늘어서 있고 일본 분위기 나는 노점의 포장마차에서 안주와 술을 먹는 낭만이 있다. 하지만 관광객을 상대하다보니 가격이 편안한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더 사악하다. 손님이 밀려 있을 경우 주인장이 추가 음식을 주문하지 않으면 대놓고 자리를 비우라는 눈치를 주기도 한다고 한다. 처음부터 호구짓을 당할 바엔 구경만 하고 올 계획으로 저녁을 먹고 산책 코스에만 넣었다. 나카스 강에 앉아 강바람을 쐬고 있는데 강가에서 리코더를 부는 프로그래머와 그의 친구들을 만나 우연히 말을 섞었다. 리코더를 부는 프로그래머는 신청곡을 받아 즉석에서 멋진 리코더 음악을 연주해 줬다. 나카스 강 산책을 마치고는 편의점에 들려 푸딩과 슈크림 빵, 한국에서 없어서 못 판다는 뚜껑 전체를 열면 생맥주처럼 거품과 함께 마실 수 있는 아사히 맥주를 사와 하루를 마무리 했다. 완간시장 110엔 스시..다음엔 꼭 먹고 말거야 다음날은 호텔에서 간단한 커피와 과일을 챙겨 먹고 느즈막이 호텔을 나왔다. 둘 째날 첫끼는 후쿠오카 도심에서 도보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완간시장의 110엔 스시였다. 구글 지도에 '하카타 토요이치'로 검색하면 나오는 곳으로 그날 잡은 생선으로 만든 초밥을 110엔에 파는 곳이다. 플라스틱 상자에 원하는 초밥을 담아 야외에서 먹거나 현장에서 고른 초밥을 직접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어렵게 식당을 찾았지만 식당은 하필 '수요일'이 휴일이었다. 우리 말고도 여성 2인조 유럽 관광객도 헛걸음을 하고 돌아섰다. 어쩔 수 없이 110엔 스시 식당 맞은 편에 있는 일본식 뷔페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완간 시장은 일종의 항구처럼 바다와 맞닿아 있는데 점심을 먹고 근처를 한 바퀴 산책했다. 택시를 타고 초대형 건담 동상이 있는 쇼핑몰 라라포트로 향했다. 라라포트 후쿠오카 입구에는 실제 크기의 'RX-93ff v' 건담이 설치돼 있다. 오후 2시 정각에는 약 3~4분 동안 초대형 건담이 손과 머리 등을 움직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라라포트 내부에도 초대형 건담 프라모델 매장이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라라포트를 둘러보고 다시 택시를 타고 후쿠오카 시내 중심에 있는 또 다른 쇼핑몰인 캐널 시티 하카타에 들렸다. 캐널 시티 하카타는 매 정시마다 쇼핑몰 중앙에 있는 분수쇼가 유명하다. 쇼핑몰 3층이나 4층 높은 곳에 자리를 잡아 음악과 함께 분수쇼를 감상했다. 캐널시티 내부에는 다양한 라멘집, 함박스테이크, 규카츠 등 맛집이 몰려 있다. 캐널시티 내부에 있는 약국 체인인 '마츠모토 키요시'에 들려 동전 파스와 소형 파스 등을 쇼핑했다. 5000엔 이상 구매시 여권을 제시하면 세금을 돌려 받을 수 있다. 추후에 알았지만 '마츠모토 키요시'보다 하카타 시내 중심에 있는 돈키호테의 파스 가격이 더 저렴했다. 돈키호테의 경우 1+1이나 초특가 행사를 하기 때문에 발품을 팔더라도 더 싸게 사고 싶다면 지점의 가격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다. 캐널시티를 보고는 도보로 인근에 있는 소형 사찰과 시장을 둘러 봤다. 자판기 음료를 뽑아 근처 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일본 유치원 아이들의 야외 수업 현장을 지켜봤다. 아이들이 나이에 따라 노랑, 초록, 빨강의 모자를 쓰고 잔디가 깔린 공원에서 놀고 있었다. 이날 저녁은 저렴한 회전초밥 체인인 '쿠라스시'에서 먹었다. 나카스카와바타역 4번 출구에 있는 지점으로 처음 가게에 입장하면 입구 키오스크를 통해 아이 포함 여부, 인원수 등을 입력해 지정된 좌석에 가서 초밥을 먹는 방식이다. 대부분 초밥이 1접시에 115엔이고 추가로 라멘이나 튀김, 더 비싼 초밥을 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좌석에는 녹차 분말과 생강이 있어 알아서 꺼내 먹으면 된다. 쿠라스시의 경우 5접시를 먹은 후에 빈접시를 테이블옆 수납함에 넣으면 일본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당첨이 될 경우 작은 경품을 받을 수 있다. 4명이서 30접시 넘게 먹었는데 가격은 1인당 1000엔(1만원) 수준으로 저렴했다. 저렴한 소고기 덮밥, 편의점 털이도 후쿠오카에서 렌터카를 빌려 유후인으로 출발하는 당일 아침에는 저렴하게 규동을 먹을 수 있는 스키야에서 아침을 해결했다. 일본에 있는 3대 규동집인 스키야, 요시노야, 마츠야는 한국의 김밥천국처럼 저렴하게 한끼를 해결하기 좋다. 소고기 덮밥에 간단한 미소 장국 구성으로 500엔~600엔 수준에 한 끼를 해결 할 수 있다. 후쿠오카 필수 코스 중 하나가 '이치란 라멘'이다. 이치란 라멘은 과거 한 아이돌 출신 사업가가 벤치 마킹해 한국에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문하기 전 면의 굵기, 매운 정도 등을 일일이 선택하면 거기에 맞춰 라멘이 나온다. 필자의 경우 이치란 라멘 대신 하카타 역 인근에 있는 '멘야타이슨'에서 돈코츠 라멘을 먹었다. 최근에는 홍대인근에도 맛있는 라멘 집들이 많아서 일본이라는 현지 프리미엄을 빼면 한국에 있는 맛있는 라멘집 정도 였다. 식사 후나 간식으로 세븐일레븐, 로손, 패밀리마트 등 편의점도 틈틈이 들렸다. 저렴하게 일본을 찾는 여행객이 찾는 '편의점 털기'는 가성비 측면에서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편의점 체인마다 다른 빵과 케이크, 튀김 등을 비교해 먹는 맛이 있다. 또 일본의 다양한 하이볼, 주류, 여기에 더해 한국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생맥주형 아사히 캔맥주도 재미있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06-21 17:16:34[파이낸셜뉴스] 한때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 유행했던 '그돈씨'라는 말이 있다. '그 돈이면 OOO 사겠다'의 줄임말이다. 예를들어 누가 2000만원에 옵션 좋은 경차를 샀다고 하면 "그 돈이면 조금 더 보태서 차라리 준준형 세단을 사겠다"는 식으로 댓글이 달리는 식이다. 그러면 다시 준준형 세단을 사느니 차라리 대형 세단을 사겠다, 그걸 사느니 차라리 독일 삼사의 중고차를 사겠다는 식으로 이어진다. 올해 4월까지 일본을 간 한국인은 200만명을 넘어섰고,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4배 폭증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35만명 정도다. 한국인 5명이 일본에 갈 때 일본에서는 1명 정도만 우리나라를 찾은 셈이다. 최근 일본 여행이 폭증한 것은 코로나 방역 해제 후 해외 여행 수요의 증가, 최근 뉴스에서 종종 논란이 됐던 지방 여행지의 바가지 요금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다. 특히 하늘길이 막혔을 때 가장 좋은 대안 여행지였던 제주도와 비교해 최근 지속되는 엔저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일본의 매력이 더 커졌기 때문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여행객들의 마음속에 '그돈씨'가 자리 잡으면서 한때 '노재팬'을 외치던 국내 관광객들이 일본행 러시가 시작된 것이다. 근교도시 렌터카 여행으로 즐겨라 6월 첫주에 총 5박 일정으로 일본 후쿠오카에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후쿠오카 3박, 온천과 료칸이 유명한 유후인 1박, 만화 '진격의 거인'의 작가의 고향이자 작은 교토로 불리는 소도시 히타에서 1박을 했다. 총평을 하자면 후쿠오카의 3박 보다 근교 도시에서 보낸 2박이 훨씬 더 좋았다. 그리고 가족 여행 특성상 근교 도시로의 이동은 기차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신 렌터카를 이용했다. 거점을 찍는 대중교통과 비교해 중간 중간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을 찾아 한 숨 돌리고 즐기는 렌터카 여행의 묘미가 있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하게 되면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여행 전의 내가 알았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의미 없는 후회를 하게 된다. 혹시나 후쿠오카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내돈내산'으로 경험한 후쿠오카 & 근교 도시 여행팁을 푼다. 한번 읽어 두고 후쿠오카 여행 전과 여행 중에 떠올리면 도움이 될 것이다. 군대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배워두면 어느 순간 유용할 때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원래 여행팁은 가장 나중에 쓰려고 했지만 독자 입장에서 나무보다는 숲을 먼저 보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해 순서를 바꿨다. '이건 알고가자'....후쿠오카, 근교 여행팁 -스마트폰 유심침은 하루 정도 여유있게: 보통 현지에서 스마트폰 데이터를 이용하는 방법은 로밍, 에그, 유심칩 장착 등이 있다. 필자는 출국 전 공항에서 5일짜리 유심침을 구매했다. 유심침 '5일'은 만으로 가득찬 5일이 아니라 장착한 날 바로 1일이 소진된다. 출국날인 6일째 아침부터 인터넷이 끊겨서 당황했다. 유심침은 하루 정도 여유있게 준비하자. -110V용 돼지코 필수: 깜박하고 110V용 돼지코(콘센트)를 못 챙겨갔다. 다이소에서 100엔, 돈키호테 기준 500엔 정도에서 판매해 현지에서 구매해 썼다. -파파고, 구글렌즈 등 번역앱 반드시: 여행 마지막날 렌터카가 주차구역 위반으로 견인되는 바람에 엄청나게 고생했다. 특히 영어로 소통이 안 돼서 일본어로 소통해야 했는데 아주 나중에야 파파고와 같은 앱을 알았다. 파파고 앱은 실시간 통역과 카메라를 통해 일본 글자의 실시간 번역 등이 가능하다. 한국어 메뉴판이 없는 식당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여행전 전체적인 콘셉트(주제) 정하기: 후쿠오카 여행 전에 전체적인 콘셉트를 정하자. 맛집 투어, 쇼핑 투어, 근교 도시 투어, 지하철 1일 패스 투어 등. 예를 들어 '근교 도시 투어'로 잡을 경우 후쿠오카 근교에는 다자이후, 야나가와, 유후인, 벳푸, 히터, 우키하, 아이노시마, 다누시마루 등 다양한 옵션이 있다. 여행 일정과 동선에 따라 옵션 중에 취사 선택할 수 있다. -맛집은 구글맵에 최대한 많이 체크체크: 맛집에 진심이라면 맛집 위주로만 돌아도 갈 곳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여행과 둘러보기에 초점이 있다면 맛집은 검색과 유튜브 등을 통해 최대한 많이 구글맵에 체크(저장)해 두자. 유동적인 여행 일정 중에 시간 낭비 없이 근처 맛집을 선택해 갈 수 있다. -후쿠오카의 토요일 밤은 비싸도 너무 비싸: 여행 초반 3일은 한참 앞서 숙소를 예약하고, 나머지 이틀은 후쿠오카 현지에서 당일에 예약했다. 놀라운 것은 평일에는 4만~5만원대 이던 호텔이 토요일에는 20만원대로 가격이 치솟았다. 특히 공항인근 하카타, 텐진 등에서는 하루 만에 같은 호텔의 가격이 4~5배 올랐다. 토요일은 숙박료가 저렴한 근교 도시로 가거나, 미리 숙소를 예약해 요금을 절약하자. -목적지 휴무일, 영업시간 확인: 당연한 얘기지만 목적지의 휴무일과 영업시간은 반드시 확인하자. 후쿠오카에서 저렴하게 신선한 초밥을 즐길 수 있는 완간시장(하카타 토요이치)에 방문했는데 하필 딱 수요일이 휴무일이라 헛걸음을 해야했다. 또 유후인 지역의 대부분 식당과 가게들은 오후 3시면 문을 닫는다. -여행 중간 시간 때우기 좋은 맥주 공장 투어: 후쿠오카 도심에는 아사히 맥주 공장이, 근교 도시인 히타에도 아사히 맥주 공장 투어가 가능하다. 맥주 공장에서 맥주의 생산 과정을 투어하고, 바로 만든 생맥주도 맛볼 수 있다. 딱히 할일이 없다면 한 번쯤 둘러보기 좋다. 안전하게 사전 예약하자. -기념품 한 곳에서 올인은 위험하다: 후쿠오카 필수 코스 중 하나가 기념품 쇼핑이다. 보통 시내에 있는 돈키호테를 가거나 동전 파스 등을 사러 약국 체인인 마츠모토 키요시 등등에 간다. 약국에서 5000엔 이상 구매하면 세금 환급을 해주는데 막상 쇼핑을 하고 보니 돈키호테에서 1+1(50% 할인)인 파스를 보니 속이 쓰렸다. 한 번에 다 사면 그 후에 꼭 더 싼게 보이니 시간이 되면 기념품은 나눠서 사자. -렌트카 반납시간, 비행기표 시간 조정: 한국 귀국을 오전 9시 비행기로 예매했는데 렌터카 공항지점의 영업시간이 오전 9시부터 시작해 렌터카 반납에 어려움을 겪었다. 비행 시간과 렌터카 지점의 영업 시간 등을 반드시 체크하자. -ETC, 렌터카 기름 미리 채우기: 근교 도시를 여행한다면 한국의 '하이패스'에 해당하는 ETC(카드)를 장착하면 편리하다. 330엔 정도 카드 대여료를 내고 렌터카 반납시에 한번에 정산하는 시스템이다. 또 시간 등의 이유로 렌터카 반납 시에 기름을 가득 채우지 않으면 체감상 2~3배 높은 연료비를 부담해야 한다. -환전 계획은 철저하게, 동전 관리도 잘하자: 상황에 따라 환전 계획을 잘 세워오자. 거리에 있는 은행 ATM의 경우 국내 카드 사용이 불가했었다. 편의점 ATM 사용시 1번에 220엔(2200원) 정도의 수수료가 붙는다. 또 현금 계산을 하다보면 동전이 넘쳐나는 사태가 발생하는데 자판기 음료를 사먹거나 편의점 등에서 한 번씩 동전을 줄이다.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 타기 전 게이트 근처 편의점이 동전을 다 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숙박세 당황하지 말자: 일본에서는 몇년 전부터 호텔 숙박료와 별도로 숙박세를 받고 있다. 후쿠오카의 경우 일정 금액 이하의 호텔은 1명당 2000원, 일정 금액 이상의 호텔은 1명당 5000원의 숙박세를 받고 있다. -후쿠오카 시내 주차는 유료라고 생각하자: 후쿠오카 호텔의 경우 주차장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일부 호텔의 경우 자체적으로 유료 주차장을 운영하기도 한다. 호텔에 주차장이 없을 경우 주차비를 아끼지 말고 유로 주차장에 주차하자. 불법 주차 후에 견인이라도 될 경우 주차비의 수십배에 달하는 비용이 들 수도 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06-12 03:30:29[파이낸셜뉴스] 태국어는 우리말과 달리 동사에 시제 변화가 없다고 한다. 동사의 기본형은 그대로 둔채 시간을 뜻하는 부사나 조동사를 추가해 의미를 구별한다. 예를 들어서 '사랑합니다'라는 동사에 시제 변화를 주고 싶으면 '어제도 사랑합니다', '오늘도 사랑합니다', '내일도 사랑합니다'처럼 시간을 나타내는 부사를 추가해 의미를 구별한다. 태국 사람 대다수가 믿는 불교의 윤회 사상처럼 어쩌면 태국 사람들에게는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흘러가는 시간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언어는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사고 체계에 영향을 미치지만 반대로 특정 사고 체계를 가진 민족 역시 그것을 반영한 언어를 쓰는 것 같다. 과거 아메리칸 인디언을 연구하던 한 과학자는 해당 인디언 부족에는 '말더듬이'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른 민족과 달리 말더듬이가 없는 원인을 찾아본 과학자는 해당 인디언의 언어에 '말더듬이' 혹은 '말을 더듬다'라는 말 자체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가 쓰는 말과 언어가 우리의 생각과 행동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같은 도시를 여행해도 그 나라의 말을 얼마간 알고 가는 것과, 어떤말도 모른채로 가는 것은 큰 차이가 난다. 만났을 때의 기본적인 인사, 고맙습니다 단 두 마디만 외워서 건네도 현지 사람들의 미소를 볼 수 있다. 세 번째로 찾은 끄라비, 여전히 좋다 방콕, 치앙마이 등과 비교해 끄라비는 아직은 한국인에게 덜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태국의 여러 도시 중 여행자로서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 끄라비가 아닌가 한다. 자연과 액티비티 휴양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개인적으로 좋은 추억도 많인 곳이기 때문이다.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를 통해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를 경유하는 왕복 항공권을 40만원 초반에 샀다. 인천에서 아침 7시35분에 출발하는 일정이라 전날 밤에 공항에 도착했다. 영화를 보고 선잠을 자다 비행기에 탑승했다. 콸라룸푸르 공항에 내려 경유하는 동안 식당에서 나시고렝(볶음밥)과 음료를 하나 시켜 먹었다. 카페에서 핸드폰과 노트북을 충전하며 크라비행 비행기 시간을 기다렸다. 경유를 포함해 총 비행시간 11시간50분 만에 크라비에 도착했다. 크라비 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5시 25분이었다. 가장 먼저 현지 유심으로 교체하고, 현지인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기 위해 이동했다. 'Jom nual restaurant'란 태국 식당으로 강변에 위치한 식당이었다. 태국에 왔음을 느끼게 해주는 대표 음식 팟타이와 팟카파오무쌉(돼지고기 바질 덮밥), 돼지 목살 구이를 시켰다. 현재는 한국에도 많은 태국 요리집이 있지만 확실히 현지에서 먹는 팟타이가 2배는 더 맛있다. 망고도 마찬가지인데 태국 현지에서 먹는 망고는 훨씬 더 달고 맛있다. 수입 망고는 한국에 들어올 때 덜 익힌 상태에서 검역의 이유로 한 번 망고를 찌고 들어오기 때문에 맛이 떨어진다 하지만 팟타이는 왜 태국 현지 팟타이가 더 맛있는지 모르겠다. 저녁을 먹고 산책도 할 겸 끄라비 워킹스트리트를 찾았다. 길을 따라 야시장이 열렸다가 문을 닫는 모양이었다. 야시장을 둘러보고 길거리 로띠 집에 들려서 초코 시럽을 듬뿍 뿌린 로띠를 먹었다. 우리돈 2000원 정도하는 저렴한 가격이었는데 로띠와 함께 주신 따뜻한 차가 훌륭했다. 끄라비의 상징 '카납 남'서 원시인 유적 보기 다음날 아침 일찍 끄라비 시내로 나왔다. 구글맵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블랙 크랩 동상 앞에서 기념 사진을 하나 찍고 '카납 남'을 가보기로 했다. 카납 남은 끄라비 시내를 흐르는 강가에 우뚝 솟은 두 개의 100m 높이 석회암 바위다. 끄라비를 상징하는 엽서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항구에서 롱테일 보트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데 항구에 다다르기 전 호객을 하는 분을 따라 배를 탔다. 500밧(2만원 정도)을 줬는데 나중에 정상가보다 비싸게 돈을 준 것 같다고 생각했다. 또 안내 판에 표시된 지역보다 훨씬 더 적은 지역만 볼 수 있었다. 롱테일 보트를 타고 카납 남 지역에 다다랐다. 석회암 지형이라 계단을 타고 오르면 종유석과 석순이 가득한 동굴이 나온다. 동굴 내부는 끄라비 고대인의 유적과 유골이 장식돼 있다. 또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일본군이 주둔한 것인지 일본인의 동상도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안내문에도 2차 대전 당시 끄라비에 일본군이 주둔했다고 나와 있었다. 다만 동굴 안에 있는 고대인의 해골은 실제가 아닌 가짜 같았다. 사람 모양의 동상이 거의 3~4m는 넘어 보였기 때문이다. 동굴을 둘러 보고 나오는 길에 원숭이 가족을 만났다. 카납 남을 둘러 보고 '머취 & 멜로우'라는 지인 추천 카페에 방문했다. 크림이 잔뜩 들어간 프라푸치노와 요거트 음료, 바나나가 들어간 케이크를 시켰다. 현지인 친구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다음 일정이 있는 근교 도시인 수라타니로 이동했다. 그라비에서 북쪽 120km에 위치해 2시간 정도 차로 달려 도착했다. 수라타니에서 개인적인 업무를 보고 '스웬슨'에서 초코 빙수를 먹었다. 미국 아이스크림 브랜드 체인으로 태국에도 점포가 꽤 있는 모양이었다. 한국의 '설빙'과 '배스킨라빈스'를 조합한 느낌의 브랜드였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수라타니 야시장을 한참 둘러봤다. 시장에서 눈에 띄는 각종 길거리 음식을 포장해 호텔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수제 어묵 동그랑땡, 미쉐린을 받은 코코넛 설탕 물만두(?) 같은 디저트, 초밥 등을 포장해 먹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5-05-08 20:28:07[파이낸셜뉴스] 하노의 여행의 마지막 하루는 도보로 하노이 시내의 상징들을 여럿 둘러보는 코스였다. 아침에 일어나 체크 아웃을 한 뒤 짐을 맡기고 카페로 향했다. 도보로 오며 가며 몇 번 봤던 카페로 이름은 '더 노트 커피'로 호안끼엠 호수 바로 인근에 있었다. 이름처럼 카페는 수많은 포스트 잇으로 여행자들이 메모를 남기고 가는 콘셉트의 카페였다. 3층인가 4층까지 기둥과 벽면에 형형색색의 메모가 눈길을 끌었다. 다만 다른 실내 카페와 달리 에어컨이 없어서 카페 안도 시원하지는 않았다. 여러장 사진을 찍고 아쉬운 마음에 우리도 메모를 남겼다. "1년 뒤, 5년 뒤, 10년 뒤에도 서로 간에 미움없이, 다툼없이 처음 만났을 때처럼, 적어도 지금처럼 사이좋게 지내자!" 성 요셉 대성당과 문묘, 하노이 깃발까지 카페에서 나온 뒤 도보로 성 요셉 대성당까지 이동했다. 성당 외관 사진을 찍고 내부도 둘러보려 했는데 방문했던 시간에는 내부에 들어갈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성 요셉 대성당은 출국 하기 전 다시 들려서 내부도 살펴봤다. 하노이 구시가지 중심에 있는 성 요셉 대성당은 프랑스 식민지 시기인 1886년 지어졌다. 노트르담 대 성당을 모티브로 삼은 고딕 리바이벌 양식의 건축물로 마카오에서 본 듯한 모습이었다. 성당을 본 뒤 이어 하노이 중심부에 있는 문묘로 이동했다. 영어로는 '문학의 사원' 정도로 번역이 되는데 1070년대 리 왕조 시대에 건립된 곳이다. 공자를 기리기 위한 유교 사원으로 베트남 최초의 국립 대학(국자감) 역할을 한 곳이다. 문묘 부지는 상당히 넓었는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베트남 현지 커플이 야외 결혼 사진을 찍고 있었다. 당시 과거 시험을 재현한 그림과 동상도 볼 수 있었는데 커닝을 방지하기 위해 당시 수험자들은 소형 텐트처럼 생긴 구조물 안에서 시험을 봤다. 지금도 수험생들이 시험 전에 방문해 학업의 성공을 기원하는 명소로 유명하다. 실제로 이날도 봉황 형태의 조형물에 사람들이 손을 얹고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문료를 둘러 보고 다음 목적지인 하노이 깃발로 발걸음을 옮겼다. 중간에 '레닌 공원'을 지나쳐 갔는데 레닌 공원은 1970년대 소련과의 우호 관계를 상징하는 의미로 조성됐다고 한다. 레닌 동상은 1982년 구소련 정부가 기증한 것으로 지금도 서구권에서는 보기 드문 대형 레닌 동상 중 하나라고 한다. 레닌 동상 앞 광장은 주말이나 저녁에 스케이드보드, 브레이크 댄스 등을 즐기는 하노이 젊은이들의 핫플이라고 한다. 다만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대낮이라 거의 아무도 없었다. 하노이 깃발탑은 1812년 응우옌 왕조 시기에 지어진 33m의 감시탑이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군사용 감시탑으로 활용됐고 현재는 베트남 국기가 펄럭이는 상징적인 구조물이다. 지나가는 관광객들이 한 번쯤 멈춰서 사진을 남기는 명소로도 유명하다. 탕롱 황성과 서호 인근 쩐꾸옥 사원 7월 한낮에 하노이 시내를 도보로 이동하니 살이 타는 것 같았다. 탕롱 황성에 도착한 뒤에 화장실에서 찬물을 머리부터 가슴까지 온 몸에 뿌렸다. 탕롱 황성은 11세기 리 왕조부터 1800년대까지 사용된 고대 궁궐이다. 201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1000년 이상 베트남 왕조의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가 된 곳으로 리, 쩐, 레, 응우옌 왕조를 거쳤다. 탕롱 황성으로 이동하며 길거리에서 생전 처음 보는 '커스터드 애플(석과)'이란 과일을 샀다. 물을 마시고 휴식을 취하며 커스터드 애플을 처음먹어 봤는데 감탄사가 나오는 맛이었다. 초록색 울퉁불퉁한 겉모습만 보면 못갱긴 모과처럼 보이지만 부드러운 껍질을 벗겨내면 안에 있는 과육은 설탕과 버터를 뭉쳐 놓은 듯한 맛이다. 달달함이 한도 초과인 맛으로 평소에 단걸 즐기는 필자도 너무 달다고 느낄정도였다. 갈증도 나고 배도 고플때 먹으니 이제껏 동남아 과일 부동의 1위였던 '망고스틴'을 밀어낼 정도로 훌륭했다. 탕롱 황성을 둘러보고는 이어 서호 인근에 위치한 쩐구옥 사원으로 이동했다. 중간에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미쉐 매장에 들려 잠시 더위를 식히고 쩐꾸옥 사원에 당도했다. 이 사원은 6세기에 지어진 베트남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 사원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방문 당시에 하필이면 쩐꾸옥 사원 전체가 외관 공사 중으로 제대로 볼수가 없었다. 저녁 노을과 함께 인생샷 명소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방문한 것 자체에 의의를 뒀다. 늦은 점심으로 '더 코너 푸드'라는 로컬 식당에 들렀다. 한국으로 치면 갈비 국수 느낌의 '솟방'이라는 음식과 분보남보를 하나씩 시켰다. 점심을 먹고는 잠깐 약국에 들렀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각 나라의 소득별로 약값을 다르게 파는데 베트남과 태국 등으로 여행을 가면 타이레놀이나 유명한 약을 사서 돌아오는 게 여행 루틴이 됐다. 피부 연고, 숙취에 좋다는 약을 몇 박스 담았다. 하노이에서 마지막 일정으로는 '레전드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커피 원두가 유명해 동남아 관광객들이 기념으로 원두를 사가는 곳이라고 한다. 길고 길었던 하노이 7박 8일 일정을 마치고 인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OBJECT0#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5-04-12 14:45:26[파이낸셜뉴스] 7박 8일 하노이 일정 동안 사파, 하노이, 닌빈, 하롱 베이 등 총 4개 도시를 둘러봤다. 사실 여유롭게 여행 일정을 짜는 사람이라면 두 번, 세 번에 나눠서 둘러봐도 충분하지만 조금 욕심을 부린 것이다. 실제로 7일째인 하롱 베이 1데이 투어 당일에는 조금 체력에 부치기도 했다. 하지만 추후 이 글을 읽게 될 필자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한 번 어딘가에 가면 뽕을 뽑고 싶다)을 위해 최대한 여러 곳을 둘러봤다. 여행을 갔던 시점은 지난해 7월로 베트남 역시 가장 더운 시기라 비수기에 해당한다. 날은 덥고 비도 오지만 비수기인 탓에 가격은 싸다. 크루즈 타고 하롱 베이 둘러보기 하롱 베이 크루즈 투어는 본인이 선호하는 여행 스타일에 따라 3~4곳으로 나뉜다. 첫 번째 코스는 전통 명소 중심 코스로 하롱 베이 대표 관광지를 포함한 가장 대중적인 루트다. △승솟 동굴 △티톱 섬 △루온 동굴(카약 체험) 등이다. 하롱베이 대표 명소를 처음 경험하는 여행자에게 적합하지만 단점은 단체 관광객이 많고 다소 혼잡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코스는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한 코스다. △하롱펄 농장 △호동띠엔 동굴(요정의 동굴) △메콩델타 스타일의 수상마을 등이다. 상대적으로 덜 붐비고 체험과 역사적인 배경에 관심 많은 사람에게 적합하다. 세 번째 코스는 조용한 자연 중심의 힐링 루트다. △반짜이 해변 △베이투롱베이 △카약 체험 등이 가능하다. 관광객이 거의 없는 외곽 지역을 주로 탐험하며 커플,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적합하다. 프라이빗 크루즈나 고급 투어에 많이 포함되는 코스다. 필자는 하롱 베이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첫 번째 코스를 택했다. 3~4일 전 여행 액티비티 앱(클룩)을 통해 1데이 투어를 예약했다. 당일 아침에 호텔 픽업 후 단체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중간에 휴식 겸 보석을 파는 상점에 내려 잠깐 시간을 보내고 하롱 국제 크루즈 항구에 도착했다. 항구에는 수 많은 크루즈 배가 대기하고 있는데 도착해서 점심을 먹는다. 계란 말이, 찐 새우 등 반찬과 밥을 먹는데 딱히 훌륭하진 않고 허기를 채우기 좋은 정도다. 점심을 먹고 크루즈 옥상으로 올라가서 일광욕을 하고 간단하게 음료와 과일 등을 추가로 먹을 수 있다. 사진을 찍고 같은 테이블의 외국인 관광객과 말을 섞었다. 강남역 방불케 한 승솟 동굴 인파 크루즈가 처음 내린 곳은 승솟 동굴이었다. '서프라이즈 동굴'로도 알려진 이곳은 다양한 모양의 석순과 종유석으로 유명하다. 하롱베이에서 가장 큰 동굴 중 하나다. 승솟 동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해변 지역에 인접한 철제 계단을 통해 관광객이 순차로 입장해야 한다. 7월 뙤약볕 아래에서 철제 계단 아래로 죽 늘어선 관광객은 퇴근 시간 강남의 지하철 역을 방불케 했다. 양산으로 가려도 햇볕이 그늘 막을 뚫고 얼굴을 찌를 정도로 더운 날씨였다. 좀처럼 줄지 않는 줄을 바라보면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행스러웠던 것은 초반의 정체 구간을 지나 막상 동굴에 들어서게 되면 안쪽부터는 공간이 꽤 여유롭다는 것이다. 동굴 안은 나름 선선해서 둘러 보기에도 좋았다. 중고등학교 시절 과학책에서 봤던 석순과 종유석 등의 동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처음 봤다면 꽤나 인상적인 경치였겠지만 전날 방문했던 닌빈과 살짝 겹치는 느낌도 있었다. 실제로 승솟 동굴 이후 진행된 카약 체험 역시 전날과 거의 흡사했다. 카약에 올라타 거대한 암석 지역의 하단부로 카약을 타고 지나치는 것 역시 비슷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카약과 스노클링 같은 체험은 좋아해서 나쁘지는 않았다. 티톱 섬에 올라 하롱 베이 전경 감상하기 하롱 베이 투어의 마지막을 티톱 섬이었다. 크루즈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거대한 남성의 석조 동상을 만날 수 있다. 구소련의 우주비행사 '게르만 티토프'로 섬의 이름인 '티톱'도 그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1935년 출새, 2000년 사망한 그는 인류 역사상 두 번째 우주인이다. 참고로 첫 번째 우주인은 유리 가가린이다. 그는 1961년, 보스토크 2호를 타고 지구를 17바퀴 돌며 약 25시간 우주 비행했다. 1962년 호찌민 주석의 초청으로 베트남을 방문했던 게르만 티토프는 하롱베이를 함께 여행했다. 호찌민은 그 우정을 기념해 당시 이름 없던 섬에 그의 이름을 따 티톱 섬으로 명명했다. 티톱 섬에 당도해서 하롱 베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꼭대기로 올라갔다. 이미 체력이 어느 정도 소진된 상태긴 했지만 정상이 있는데 오르지 않는 것도 아쉬워서 정상을 찍고 왔다. 잠깐 해변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워졌지만 소금물에 몸을 담고 샤워하는 것도 귀찮아서 잠시 음료수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크루즈로 돌아와서 다시 버스를 타니 석양이 지고 있었다. 한참을 잔 뒤에 호찌민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은 MET이라는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먹었다. 식당에서 한 유럽 관광객이 음식을 먹다 쇼크성 알레르기 반응으로 쓰러지는 해프닝이 있었는데 후에 119가 오며 큰 탈 없이 마무리 됐다. 소란스러워서 한동안 지켜봤는데 유튜브 영상 같은 것을 찍는 녀석들이 일부로 장난을 친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디저트로 TV에 나왔던 카페에서 음료를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OBJECT0#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5-04-12 13:44:35[파이낸셜뉴스] 어느 오지의 소수 민족은 '말더듬이' 없이 모두가 말을 유창하게 잘 한다고 한다. 말더듬이가 없는 이유는 이 민족이 쓰는 언어에 말더듬이라는 단어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프랑스에는 '나방'이 없다고 하는데 이는 실제로 나방이 없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 사람이 나비와 나방을 모두 '빠삐용'이라는 한 단어로 칭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언어 이전에도 인간의 사유는 존재했으므로 언어보다 사유가 먼저다. 하지만 앞선 예시들처럼 언어 자체가 인간 사유의 틀을 구성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을 나중에 말하는 한국 사람은 글을 쓸 때도 말미에 결론을 쓰지만, 중요한 것을 먼저 말하는 미국인은 결론부터 말하고 시작한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와 "I love you"는 그래서 같은 듯 다르다. SF소설가 테드창의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어느날 지구에 갑자기 외계인의 비행체가 착륙한다. 인간들은 미지의 외계 생명체와 소통하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외계인이 쓰는 문자(언어)체계는 인간의 언어와 달리 시간 개념이 없다. 2차 원의 평면에 마치 물감을 한번에 흝뿌리는 것처럼 한 번에 나타난다. 외계인과 소통하는 지구인 박사는 그 외계인의 언어를 습득하면서 시간 마저 초월해 버린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 번에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소설이 지루하다면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든 '컨택트'에서 뒷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한 사람이 쓰는 말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노예는 노예의 말을 쓰고, 폭군은 폭군의 말을 쓴다. 여행을 하게되면 소통을 위해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배우거나 써야할 때가 종종 있다. 여행의 언어가 늘어가는 것만큼 그 사람의 세계도 넓어진다. 유튜브 영상보며 직감..여기는 꼭 간다 하노이로 여행을 떠나오기 전 여행 정보 수집을 위해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하노이 근교 도시 중에 반드시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곳이 있다. 바로 '닌빈'이다. 깍아지른 듯한 절벽을 바라보며, 수동으로 패들을 돌리는 나뭇배를 타고 강을 유유자적 돌아다니는 영상을 보며 나도 머지 않아 저 배를 타고 있을 것이라고 직감했다. 닌빈을 직접 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편리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1데이 투어'를 신청했다. 아침에 단체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중간에 잠깐 휴게소에 들렸는데 현지 사람들이 실로 수놓은 그림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유화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일일이 바느질로 만든 그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어 찾은 곳은 '호아루 고대 수도'였다. 10세기부터 베트남의 역사를 이어온 고대 수도에 사원과 요새 유적지 등이 모여있는 곳이다. 세월이 지나 이끼와 녹이 서린 돌담을 구경하고, 벽화를 보며 고대 베트남의 역사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유적지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버팔로를 돌보는 현지인을 볼 수 있었는데 한국의 소와는 달리 야생의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호아루를 둘러 보고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간단한 뷔페식 식당이었는데 허기가 반찬이라고 맛있게 먹었다. 점심 후 추가로 결제하면 동네를 자전거로 돌아볼 수 있는 옵션도 있었는데 우리는 식당 근처 노점에서 열대과일 주스를 먹으면서 잠시 쉬기로 했다. 닌빈 1데이 관광 코스는 크게 호아루(고대성), 땀꼭(보트투어), 항무아(동굴) 등 세 가지 코스로 나뉜다. 우리가 선택한 상품은 세 곳 모두 돌아보는 코스였다. 호아루를 보고 이어 닌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땀꼭 보트투어를 진행했다. 별도의 동력장치가 없는 나무보트 후면에 노를 연결하고 현지인이 발로 밀어서 노를 젓는(돌리는) 방식이다. 배 위에서도 햇볕이 너무 따가워 양산이 제공됐다. 땀꼭 보트 투어는 단순히 강위를 배를 타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대리석 절벽을 바라보기도 하고, 수면 바로위로 터널(동굴)처럼 돼 있는 암석 지대를 지나는 코스를 포함한다. 보트 투어 후에는 항무아 동굴 지역으로 이동했다. 동굴도 있긴 하지만 사실상 등산 코스다. 동굴을 지나쳐 계단을 오르면 닌빈의 풍광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올라갈 때는 땀이 삐질삐질 흐르고, 갈증도 나지만 올라가고 나서는 확 뚫린 정경에 고생을 보답 받은 느낌이 든다. 언덕의 정상에 올라가면 돌로 만든 거대한 용의 형상보 볼 수 있다. 산을 내려와서는 평지에 있는 연꽃 호수도 놓치지 않고 둘러봐야 한다. 호수를 가득 채운 연꽃을 보며 호수 위로 난 나무 데크를 돌며 이곳 저곳에서 사진을 찍기에 좋다. 일정을 마치고 지칠만큼 지쳤는데 버스로 가는 길에 있는 사탕수수 음료 한 잔으로 갈증도 채우고 당분도 챙겼다. 1000원이 조금 넘는 가격으로 천연 당과 수분보충까지 하고, 사탕 수수를 짜는 현지 소년의 웃음도 볼 수 있어 좋았다. 저녁은 반미, 맥주거리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1데이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거의 녹초가 된다. 숙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이동했다. 메뉴는 '반미'였다. 프랑스 바게뜨 빵에 다양한 고기와 채소를 넣어 먹는 '반미' 가게는 하노이 곳곳에 수도 없이 많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반미25'라는 곳이었다. 빵 사이에 재료를 끼워주는 가게와 달리 이 곳은 빵과 속재료인 고기를 철판에 별도로 주는 요리 형태의 반미도 팔았다. 핫도그 형태의 일반 반미 하나와 소고기와 계란이 별도로 나오는 반미를 하나씩 시켰다. 투어 일정으로 상당히 허기가 졌었고, 가게 앞에는 긴 웨이팅도 있어서 맛있게 느껴졌다. 저녁을 먹고는 하노이 맥주거리로 이동했다. 거리를 가득 채운 관광객과 현지인으로 인해 발디딜 틈이 없었다. 소란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맥주거리 초입의 북적북저한 거리에 자리를 잡았겠지만, 일행과 필자 모두 너무 시끄러운 것은 사양이라 약간 골목으로 들어가 한적한 가게에 자리를 잡았다. 꼬치와 맥주를 시키고 목욕탕식 좌식 의자에 앉아 맥주로 갈증을 달랬다. 한창 맥주를 마시는데 갑자기 상인들이 거리 테이블을 순식간에 접고 철수했는데, 하노이 경찰이 정기적으로 순찰을 도는 모양이었다. 가게에서 인도로 노출된 노상 테이블의 경우 불법인 모양으로 경찰차가 지나가자 순식간에 노상 테이블이 다시 차려지는 구조였다. 다음날도 하롱 베이 원데이 투어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10시 전에 호텔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 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5-04-04 18:31:02[파이낸셜뉴스]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이미 저 먼 과거로 가버렸다. 이런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비로소 나는 이 소설을 쓸 수 있었다. (중략) 그때처럼 자신의 변변치 않음을 혐오하거나 무작정 감동하는 것이다. 그럴 때 아무런 진보도 없는 자신에 놀라고 동시에 인간에게는 결코 진보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함을 새삼 느낀다. (중략) 어른이 된다는 건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시키지 않아도 될 영역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두 번째로 다시 읽고 있는 소설 '나는 공부를 못해'를 쓴 야마다 에이미는 작가의 말을 통해 위와 같이 말했다. 지금 이 글(여행기도 기사도 아닌 무언가)을 보고 있는 사람 모두는 한 번쯤 이렇게 생각해 봤을 것이다. 내 나이는 30 혹은 40인데 10년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바뀐 것이 전혀 없구나, 라고. 어릴적 막연하게 생각했던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느 시점을 지나면 훈장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처럼 연속해 흘러가는 시간에 불과한 거라고. 어른이 되었어도 나의 내면, 육체안에 깃든 나를 구성하는 무언가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숫자가 하나씩 오를 때마다, 혹은 입고 있는 유니폼이 바뀔 때마다 그에 맞는 역할극을 아둥바둥 수행하고 있다. 너무도 오래 전에 읽은 글이라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무라카미 류는 그의 소설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이 그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유아적 퇴행'을 하는 현상을 묘사한 적이 있다. 사랑하는 이 앞에서는 나이와 직책에 맞는 역할극을 할 필요가 없어 사회적 갑옷을 벗어 던지고 본래의 그 자신에 가까운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홀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어쩌면 다른 의미의 또 다른 퇴행일 수 있지 않을까. 기존 사회적 맥락을 벗어나 자신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본래의 나로 되돌아가는 경험 말이다. 열등감 덩어리였던 20대 무렵 홀로 떠난 타국으로의 여행은 필자에게 새로운 재충전의 기회가 됐다. 나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는 그곳에서 사름들은 편견 없이 나를 받아들여줬고, 나는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최악'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세월이 지나고 나이를 먹으면서 지금은 그때처럼 민감한 감수성도, 열등감도 없어지고 둥글둥글 배나 온 아저씨가 됐지만 아직 자신의 인생에서 모서리가 살아 있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경험의 측면에서 홀로 떠나는 여행이든 동행이 있는 여행이든 여행은 좋은 선택지 중 하나다. 베트남 속 베네치아 메가 그랜드월드 하노이 하노이 여행 이틀차, 일행의 제안으로 최근에 새로 생긴듯한 명소인 메가 그랜드월드 하노이에 가기로 했다. 그랩으로 택시를 불러 갔는데 도착하고 나서야, 하노이 시내와 이곳을 왕복하는 무료 셔틀 버스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택시를 타고 길에 내리자 파스텔톤, 형형색색의 건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유럽의 어느 거리를 떠올리게 하는듯한 건축 양식이었다. 베트남 우기인 7월 이었지만 햇살이 피부를 파고 들정도로 따가워서 우산을 양산 대용으로 들고 다녔다. 가장 먼저 보이는 '콩 카페'에서 코코넛 커피를 마시면서 어디부터 둘러볼지 계획을 세웠다. 그랜드월드 하노이는 물의도시 베네치아를 모티브로 한 대형 쇼핑, 문화 시설이다. 한국의 교외형 아울렛과 작은 놀이동산을 합친 듯한 느낌이었다. 평일 오전 방문이어서 주점과 식당 등 많은 가게들이 영업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도로변쪽에 '한국'을 모티브로 한 한국거리도 있었는데 카카오 캐릭터를 파는 상점이 정식 오픈을 앞두고 준비 중이었다. 다이소에서 1000원이면 살 수 있을 듯한 카카오 편지지가 현지 가격으로 2000원이 넘는 아주 비싼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관세가 붙었다고는 해도 현지 물가를 고려하면 아주 비싼 가격표에 한류 프리미엄 파워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강을 따라 걸으며 양쪽 상점가를 순서대로 둘러 볼 수 있었다. 옷을 파는 매장, 각종 장식품과 기념품을 파는 매장, 식당과 카페 등 셀수 없이 많았다. 이곳 저곳 둘러 보면 연신 사진을 찍었다. 더운 날씨 탓에 구석구석 둘러보는 것은 포기하고 다시 카페에 들려 음료수로 목을 축였다. 돌아갈 때는 블로그를 검색해 무료 셔틀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무료 셔틀버스는 강의 한쪽 끝, 길 건너 정류장에서 탈 수 있었다. 오바마 분짜먹고 호아로 감옥 박물관 무료 셔틀 버스 하차역은 하노이 오페라 하우스 인근이었다. 지도를 검색하고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하노이 명소인 '오바마 분짜' 식당으로 향했다. 'HUONG LIEN' 분짜라는 식당으로 한국인이 가장 많이 가는 곳 중 하나다. 1층 식당의 벽면에는 오바마 방한 당시 사진이 걸려 있고, 메뉴 중에도 맥주를 포하만 오바마 세트가 있다. 식당 2층으로 올라가면 실제로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앉아서 식사를 했던 테이블이 유리로 차단돼 있어 당시를 기념하고 있다. 분짜의 맛 자체는 베트남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수준이었다. 분짜보다는 사이드 메뉴로 시킨 튀김류가 더 맛있었다. 하노이에는 유명한 분짜 집이 셀 수 없이 많으므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숙소 근처 식당에 가길 추천한다. 정보가 없다면 숙소(호텔)의 카운터에 물어봐도 대부분은 친절하게 대답해 준다. 분짜를 먹고는 다시 도보로 이동했다. 중간에 더위를 식힐 겸 사파에서 봤었던 '카파' 카페에 들렸다. '카파' 카페가 프랜차이즈였다는 걸 이때 알았는데 사파에서 먹었던 것보다 음료의 맛은 별로였다. 한동안 걸어서 호아로 감옥 박물관에 도착했다. 19세기 말 프랑스 점령군에 의해 건설된 감옥이다. 매우 큰 부지로 1953년에는 2000명 이상이 수용됐다고 한다. 박물관이 초입에는 당시 수용자들의 모습을 알 수 있는 동상 모형이 있다. 프랑스군이 물러난 이후 이 감옥은 베트남 전쟁 당시 다시 베트남 인민군의 수용소로 사용됐다. 당시 고문도구와 처형도구 등이 있고 인상깊었던 점은 미군 파일럿의 옷과 장비들도 있었다는 점이다. 전쟁 당시 추락한 미국 파일럿인듯 보였는데 감옥에 넣는 대신 굉장히 극진한 대접을 해준 모양이었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점 푸드코트 이날 마지막 일정으로 저녁을 먹기 위해 그랩을 타고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점에 방문했다. 하노이에 지어진 초대형 쇼핑몰로 '서호'라는 거대한 호수가 있어 잠실에 있는 롯데몰과 흡사한 분위기였다. 쇼핑몰 고층에 위치한 고급 식당가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하 푸드코트에서 저녁을 먹었다. 김밥과 떡볶이 등을 파는 한식관도 있었는데 한국 음식을 찾는 현지인, 외국인 관광객이 상당히 많았다. 푸드코트의 대형 TV 화면에서는 셰프용 검은 장갑을 낀 주방장이 불고기를 만들고 멋있는 요리를 하다가 마지막에 완성품인 김밥을 심혈을 기울여 자르는 장면이 나왔다. 일류 셰프 복장을 한 사람이 김밥을 심혈을 기울여 자르는 장면에서 웃음이 나왔는데 베트남에서는 길거리 음식인 김밥이 한류 버프를 받아 고급 요리로 인식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행과 초밥 도시락과 닭고기 도시락을 하나씩 먹고 숙소로 복귀했다. 쇼핑몰을 돌아보는 중에 엄청나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일정 중에는 큰 비가 내리지 않아 럭키비키인 하루였다. #OBJECT0#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11-02 13:34:43[파이낸셜뉴스] "유럽에 가서 사진을 찍고, 일본에 가서 맛있는 라멘을 먹고 '아 좋은 경험이야' (라고 하는데) 그건 경험이 아니에요. 그냥 놀러 간 거지. 경험은요. 피땀 흘려서 노력해서 얻는 게 경험이에요." 위 문장은 최근 본 유튜브 숏츠에서 방송인 박명수씨가 한 말을 옮긴 것이다. 댓글에는 "경험이라는 걸 핑계삼아 하는 사치와 허세를 꼬집는 말"이라며 대체로 공감한다는 내용이 많았다. 소수지만 경험을 단순하게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다는 내용도 있었다. 해외 여행도 비슷하다. 어떤 사람들은 청년 시절 반드시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여행을 해보라고 조언한다. 반면 청년 시절은 참고 견디고 인내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여행과 같은 사치를 부리는 것보다 저축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거다. 개인적으로 "여행은 대체로 좋은 경험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체로'라는 전제가 붙은 것은 여행이 좋은 경험이 되기 위해서는 그 여행을 온전하게 즐기고 받아들일 수 있는 개인의 '준비상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행이 좋은 경험이 된다는 것은 여행을 통해 한 개인의 내면이 확장되고, 사고의 깊이가 깊어지는 순간에 노출되는 상황이 많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하게 호텔에서 쉬면서 사진이나 찍고 돌아온다면 '휴식'은 될지언정 '경험'이 되기는 어렵다. 경험이라는 것은 콩나물에 물을 주는 것과 비슷하다. 대부분의 물은 흘러가 버리지만 아주 미량의 물은 콩나물의 뿌리를 통해 흡수된다. 여행이라는 경험도 콩나물에 물을 주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다만 개개의 콩나물의 뿌리가 얼마나 튼튼한 가에 따라 물을 흡수할 수 있는 정도는 다르다. 아주 튼튼한 콩나물은 물의 수분과 함께 미량의 미네랄과 무기질도 다 빨아들일 것이다. 반면 허약한 콩나물은 대부분의 물을 그냥 흘려 보낼 것이다. 누군가에게 인도는 인생여행지가 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인도는 그냥 더럽고 불편한 여행지로 기억되기도 한다. 이는 인도라는 여행지가 주는 다양한 경험들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 가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시인 류시화는 10여 년 동안 인도를 여행하고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책을 펴냈다. 류시화라는 콩나물이 인도라는 토양, 태양, 대기에서 아주 많은 것을 흡수하고 한번 더 성장해 책이라는 결과물을 낳은 것이다. 그는 거리의 걸인도 스승으로 여기며 질문을 던지고 배웠다. 반면 인도에 가서 인도의 더러운 물과 낙후한 시설, 길거리의 거지들에게 불쾌감을 느끼기만 했다면 그의 인도 여행은 잠시 스쳐가는 바람에 불과했을 것이다. 여행지에서 지갑을 도둑 맞은 상황을 가정해 보자. 누군가는 그 일에 대해 단순히 화가나고 짜증이 난다거나 이번 여행은 망쳤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 현지 경찰을 만나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며 새로운 경험을 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해당 나라의 경찰 시스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될 수도 있고, 도움을 준 서로 다른 피부색의 여행자와 친구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여행이 좋은 경험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여러가지 전제가 있겠지만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사전 독서'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뇌는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과 실제 경험을 구별하지 않는다고 한다. 독서를 통해 경험을 양분으로 바꾸는 근력을 평소에 쌓아 둔다면 여행을 통해 느끼는 경험의 폭도 더 커질 것이다. 독서를 통해 가보지 못한 세계 곳곳을 상상으로 여행하며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올릴 수도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리고 '보는 만큼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다'. 김영하 작가는 그의 책 '여행의 이유'에서 "여행은 몸으로 읽어야만 하는 텍스트"라고 말했다. 책도 마찬가지다. 책 안에 있는 것은 단순히 흰색 종이와 검은색의 글씨지만 그 것을 읽어내고 어떻게 해독해 내느냐에 따라 독서의 효과도 사람마다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방송인 박명수씨가 말한 유럽에 가고, 일본에서 라멘을 먹는 것이 경험이 되지 않는 것은 책을 읽을 때 글자만 쳐다보고 그것을 해독해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럽에 가서 사진을 찍고, 일본에서 라멘을 먹더라도, 혹은 인도에 가서 거지에게 지갑을 도둑 맞더라도 그것은 얼마든지 경험이 될 수 있다. 슬리핑 버스타고 사파에서 하노이로 전날 판시판 산과 깟깟 마을을 하루에 다 둘러 보느라 매우 피곤했다. 하지만 이날은 아침 7시30분에 슬리핑 버스를 타고 하노이로 이동해야 해서 새벽 같이 일어났다. 버스 집결지에 도착한 뒤 표를 받았다. 출발까지 시간이 남아 작은 노점에서 '반미'를 하나 사 먹었다. 노점 반미는 '복불복'인데 이날은 '불복(별로)'이었다. 버스 내부는 1980년대 유행했을 법한 유흥주점처럼 촌스러운 핑크색으로 도배돼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잠만 잘 생각이었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었다. 중간에 2번 정도 휴게소에 들렸고, 그 중에 한 번만 내려서 화장실에 들렸다. 약 6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하노이에 도착했다. 버스에 내리는데 하노이는 한국의 장마철처럼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은행에서 비를 피하며 그랩으로 차를 불렀다. 사파와 달리 바로 차가 배차됐다. 비내리는 하노이 거리를 차를 타고 빠져 나갔다. 베트남은 그 전에 여러번 와봤었지만 하노이는 또 다른 도시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경제도시 호치민과 비교했을 때 훨씬 더 오래되고 조금 더 시골스러운 인상이었다. 숙소는 하노이의 중심 '호안끼엠 호수'를 도보 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델리카 호텔'이란 곳이었다. 체크인을 할 때 점원이 지도를 펴고 근처의 가볼만한 곳, 에그 커피 맛집 등을 세세하게 설명해줬다. 생각보다 과하고 친절한 응대에 놀랐는데 근방 호텔의 경쟁이 치열해 다른 곳도 비슷한 모양이었다. 짐을 풀고 저녁을 먹기 위해 우산을 쓰고 밖으로 나왔다. 밖은 여전히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저녁은 베트남 곳곳에 매장이 있는 '피자포피스'란 곳에서 먹었다. 화덕 피자 맛집으로 유명한 곳으로 매번 베트남에 갈 때마다 리스트에는 올렸지만 가본적은 없는 곳이었다. 한국에서 먹는 가격의 70~80% 수준으로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피자는 나쁘지 않았다. 일행과 함께 루콜라와 생햄이 들어간 피자와 먹물 파스타를 시키고 1+1인 드래프트 맥주를 시켰다. 테이블이 아닌 바에 앉았는데 눈 앞에서 피자가 구워지는 화덕을 직접 볼 수 있는 점은 좋았지만, 열기가 있어서 조금 더운 것은 단점이었다. 우리가 피자를 먹을 때는 만석이라서 자리를 옮길 수도 없었다. 피자를 먹고는 노점에서 파는 망고빙수 맛집 '호아베오'에서 망고빙수를 먹었다. 냉동망고 같긴 했지만 우리돈 3000원 정도에 두 명이서 충분히 먹을만한 양이었다. 녹손사원, 에크커피, 기찻길 거리에서 맥주 한 잔 까지 디저트를 먹고 호안끼엠 호수 안에 있는 녹손 사원을 방문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전시실에 커다란 자라 두 마리를 볼 수 있다. 15세기 중국 명나라가 쳐들어 왔을 때 호수에서 칼을 찾은 한 어부가 명나라를 몰아내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까지 올랐다고 한다. 레타 이투왕이란 왕인데 그는 호숫가에서 감사제를 지내는데 자라가 올라와 칼을 채깠다고 한다. 그래서 호안끼엠 호수를 '되돌려 준 칼의 호수'라고 한다고 한다. 이런 전설이 있는데 현장에서 듣기로는 "자라가 왕에게 칼을 물어다 줬다"고 한다. 녹손사원을 둘러보고는 하노이의 명물 에그커피를 맛보기 위해 '카페 지앙'으로 향했다. 하노이 에그 커피의 원조라고 알려진 곳이다. 1946년 응우옌 지앙이라는 바리스타가 당시 귀했던 우유를 대신해 달걀 노른자를 사용해 커피 크림 맛을 낸 것이 유래라고 한다. 하노이 곳곳에서 에그커피를 맛볼 수 있는데 다른 가게의 기준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리뷰에 "카페 지앙 보다 맛있는 최고의 에크 커피"라거나 "카페 지앙이 낫다"라는 등의 글을 여럿 볼 수 있다. 좌석은 조금 좁지만 한 번쯤은 가볼만한 곳이다. 에그 커피를 맛보고는 '하노이 기찻길'에서 맥주를 한 잔 했다. 하노이 기찻길은 철로를 따라 수십, 수백개의 카페와 펍이 자리를 잡고 있다. 기찻길을 접한 카페와 펍에서 음식을 먹다보면 매 정시쯤에 기차가 지나간다. 운이 좋으면 50㎝도 되지 않는 코 앞에서 실제로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며 기념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기찻길 한복 판에서 사진을 찍는 세계 각국의 관광객을 구경하는 것도 나름 운치가 난다. 특히 이날은 비가 왔기 때문에 덥고 축축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시원한 맥주를 마시기에는 그것 또한 나쁘지 않았다. 'Ga Dong Duong'이라는 카페에서 시그니처 맥주를 마셨다. 이렇게 하노이에서의 첫 하루가 지났다. #OBJECT0#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10-01 17:4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