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얼마 전 베트남 하노이와 근교 도시인 사파, 닌빈, 하롱베이 등을 둘러보는 7박 8일 휴가를 다녀왔다. 올해 들어서만 태국 치앙마이, 인도네시아 발리에 이어 세 번째 해외여행이었다. 하노이로의 여행 역시 좋았고 좋은 기억도 많이 남았다. 하지만 잦은 해외여행이 항상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노이로의 여행을 반추하며 '이환주의 내돈내산'을 쓰려고 하는데 이번엔 이상하리만치 글이 나가질 않았다. 수년 전에 우연히 봤던 유튜브 영상을 다시 찾아봤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해외여행의 단점'이라는 제목의 영상이었다. 영상 속 화자는 해외 여행의 단점으로 4가지를 꼽았다. △평소의 리듬이 깨진다 △새로움에 무뎌진다 △인관관계가 단절된다 △돈을 모으기 힘들다 등이다. 모두 공감가는 내용으로 특히 두 번째가 가장 와 닿았다. 영상 속 화자 역시 자신도 들은 얘기라며 "전세계를 탐방하는 탐험가가 지구의 거의 모든 오지를 둘러본 뒤에 자살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행을 반복하면 새로운 곳을 가도 전에 어딘가에서 봤던 것 같은 기시감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원데이 여행 프로그램을 이용해 봐도 어딘가 비슷한 프로그램이 반복된다. 중간 중간 라텍스 베개를 파는 상점에 들리고, 기념품 가게에서 쇼핑을 강요 받고 뭐 그런 코스의 반복이다. 앞서 말한 유튜버는 여행을 못간다고 슬퍼하지 않아도 되고 해외 여행을 한다고 해서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여행을 하면 나를 더 잘 이해하고, 여행을 함께 하는 동행이 있다면 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도 덧붙인다. 모처럼 직항인데..MS대란 웬말이냐 지난 7월 19일, 인천공항에서 밤 9시40분에 하노이로 출발하는 제주항공 비행기를 타기 위해 7시쯤 공항에 도착했다. 평소에는 티켓값 절감을 위해 경유 항공편을 사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직항 티켓이었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이날 마이크로소프트(MS)발 IT 대란이 터졌다. 발권을 위해 항공사 창구로 갔더니 양의 창자처럼 대여섯 번은 굽어질 줄이 늘어서 있었다. 항공사 전산 시스템이 마비돼 일일이 수기로 확인하고 티켓을 발권하는 등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1시간 지연 안내가 문자 등을 통해 왔지만 이후부터는 문자도 없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간이 이어졌다. 발권을 위한 대기 줄에는 밤 11시 비행기 승객도, 새벽 2시 출발 승객도 섞여 있었다. 항공기 이륙 시간이 임박한 경우 제주 항공 직원들은 줄을 서 있는 승객을 일일이 확인해 프리 패스로 먼저 안내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노이발 항공편 이륙 시간이 다가와 직원에게 물어보니 "더 지연될 것 같으니 그냥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는 안내만 할 뿐이었다. 두 세시간 정도 더 기다리자 드디어 내 차례였다. 내 앞으로 수백 명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하노이 발 비행기에 못탄 몇몇 승객들을 따로 확인해 티켓을 먼저 끊어줬다. 티켓을 끊고, 입국 수속을 마치고, 서둘러서 비행기에 탔다. 비행기에는 이미 대부분 승객이 타고 있었고 내가 뒤에서 4~5번째 승객이었다. 마지막 승객이 탑승을 할 즈음 먼저 비행기에 타 개시던 남성분이 고함, 호통을 치며 애꿎은 항공사 직원들에게 성을 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옆자리 승객에게 물어보니 거의 2~3시간 가까이 비행기에 탑승한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비행기 지연의 답답한 점은 직원들도 언제 문제가 해결될지 몰라 제대로 안내를 할 수 없고, 승객들은 승객대로 짜증이 쌓인다는 점이다. 그나마 밤 비행기였기에 망정이지 오전, 오후 비행기의 경우 경유 비행기를 놓치거나, 일정에 차질을 빗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어쨌든 자리를 잡고는 피곤해서 바로 잠에 빠졌다. 눈을 뜨니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이었다. 하노이 공항 노숙..슬리핑 버스 타고 사파로 새벽 늦게 하노이 공항에 도착해서 사람이 없는 공항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하노이 시내로 들어가지 않고 다음날 아침 바로 '사파'라는 도시로 이동을 하는 동선이었기 때문이다. 노트북에 영화를 몇 편 저장해 뒀지만 피곤해서 그냥 백팩을 배고 두 세시간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 공항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미리 예약해둔 슬리핑 버스를 탔다. 미리 안내 받은대로 공항 외부 가장 끝쪽 기둥에서 기다리니 슬리핑 버스가 왔다. 짐을 실고 6시간 가까이 이동이 이어졌다. 사파에 도착한 뒤에는 다시 작은 벤으로 옮겨타고 호텔까지 이동했다. '에덴 센트럴 호텔&스파'라는 곳으로 도심지 중앙에 있어 이동하는데 편리했다. 아침을 먹고 꽤나 오랜 시간 굶었기 때문에 호텔 체크인을 하자 허기가 밀려왔다. 첫 끼는 '헬로 베트남'이라는 식당에서 해결했다. 목이 말라 하노이 맥주를 벌컥 들이켜고 짜조, 볶음밥, 코코넛 커리 등을 시켰다. 코코넛 커리는 한국식 즉석 카레에 후추를 추가하고 야채를 크게 썰어 넣은 맛으로 가격대비 훌륭했다. 볶음밥과 짜조 역시 평균 이상으로 맛있었다. 저녁을 먹고는 사파 시내를 천천히 둘러봤다. 센트럴 플라자 바로 앞의 공원에서는 전통복을 입은 5~6살 짜리 여자아이들이 춤을 추며 관광객들에게 팁을 받고 있었다. 아직 철이 들기도 전의 어린아이들이 비를 맞으며 춤을 추는 모습을 보니 짠하 마음이 들었다. 7~8월이 우기라는 사실을 알고 왔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둔 우산을 쓰고 부슬비가 내리는 사파 시내를 둘러봤다. 사파 호수 인근의 한 카페에 들려 에그 커피를 주문했다. 비를 피하고 목을 축인 뒤에는 사파 나이트 마켓으로 이동했다. 중간에 한 호텔에 들려서 내일 여행을 위한 자동차와 운전자를 예약했다. 사파는 하노이처럼 택시나 그랩이 많지 않고, 요금 사기도 많아서 반나절, 하루 단위로 기사와 차를 빌려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약 6만원(120만동)을 지불하고 내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차량을 빌렸다. 사파 나이트 마켓은 딱히 볼거리는 없었다. 한국의 토종닭과 다른 검은색 피부의 닭을 많이 팔고 있는게 이색적이라면 이색적이었다. #OBJECT0#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8-09 16:37:02[파이낸셜뉴스] 인생 최초의 해외 여행지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였다. 2009년 1월부터 2월까지 총 6주간 예술 분야가 유명한 '림콕윙 대학교' 기숙사에서 머물렀다. 다니던 대학의 단기 계절학기 프로그램으로 약 15명 정도의 같은 대학 사람들과 함께 평일에는 영어 수업을 들었다. 신기했던 것은 15명의 구성이 매우 글로벌했다는 거였다. 약 3분의 1정도가 외국인 학생이었다. 키르키스탄, 중국, 일본, 카자흐스탄 등 다양했다. 오후 3시쯤 금요일 수업이 끝나면 우리들은 삼삼오오 그룹을 이뤄 말레이시아 전역과 인근 국가들을 여행했다. 말레이시아 피낭 섬, 랑카위 섬을 비롯해 홍콩, 싱가폴, 태국 방콕 등을 여행했다. 첫 해외 여행을 앞두고 필자는 당시 '저스트고 말레이시아'란 책을 샀다. 여행을 앞두고 책을 정독하며 어디 어디를 갈지 미리 계획을 세웠다. 현지에 가서는 책의 앞 부분에 있는 말레이시아 지도를 펼쳐가며 이곳 저곳을 걸어 다녔다. 여행 막바지에는 하도 접었다 펴기를 많이 해서 지도가 너덜너덜 해질 정도였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여행 정보를 '유튜브'를 통해서 얻고 있다. 유튜브 최대의 장점은 영상을 통해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얻고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생생하다는 것이다. 반면 현실 그대로를 보기 때문에 여행에 대한 기대와 상상하기의 영역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정보를 많이 조사하면 할 수록 여행 전에 이미 그곳에 가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사진 한 장,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상상하던 그곳에서 실제로 맞닥트렸을 때 상상과 현실의 틈새가 메꿔지면서 밀려오는 감동의 크기가 줄어든다. 과거 뉴욕을 여행할 당시 개인적으로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한 곳이 기네스펠트로 주연의 영화 '위대한 유산(1998년)에 나왔던 작은 공원의 식수대였다. 공원에 있는 식수대에서 한 남자아이가 물을 마시는데 갑자기 한 여자아이가 키스를 한다. 시간이 흘러 둘다 성인이 됐고 남자가 식수대에서 물을 마시는데 성인이 된 기네스펠트로가 다시 키스를 한다. 사실 그 공원은 볼거리가 차고 넘치는 뉴욕에서 시간을 내어 갈만한 곳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 영화의 추억과 상상의 틈새에서 미화된 그곳에 직접 찾아간 것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만약 지금처럼 수많은 유투버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그 공원의 이곳 저곳을 보여줬다면 볼품없는 공원의 모습에 실망해 가지 않았을 것 같다. 지금도 어느정도 변함없는 생각인데 세상에서 가장 무용한 책 중에 하나가 '자기계발서'와 '여행기'라고 생각한다. 자기계발서와 여행기 모두 개인의 경험과 체험 자체가 중요한데 이를 책을 통해 배울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행기'를 사느니 '여행 안내서'를 사고 정보를 습득한 뒤 자신만의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어쩌다보니 '여행기'를 꾸준히 작성하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치앙라이, 마지막 한 끼는 치킨라이스 여행지에서 귀국 날짜가 다가올 수록 시간은 야속하리만치 빠르게 간다. 일주일 중 금요일이 가장 행복한것처럼 총 여행 일정의 3분의 1지점이 가장 행복하다. 절반쯤 지나면 행복과 아쉬움이 절반씩, 귀국 날짜가 다가오면 아쉬움이 더 커진다. 귀국행 비행기를 타야하는 8일째 아침, 치앙라이에서 마지막 한 끼는 태국식 치킨 라이스 집으로 결정했다. '리뿡 카오만카이(Libboong Kaomankai)'라는 곳이었다. 위치는 앞서 작성한 '버스타고 치앙라이로..최고의 한끼 무카타 뷔페'에서 나왔던 무카타 뷔페 인근이었다. 치킨라이스, 만두국, 돼지고기 꼬치(사테)를 시켰다. 치킨 라이스 1그릇의 가격이 2000원 초반(55밧)이었는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맛있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가성비 좋고 맛있는 음식을 만났을 땐 잔뜩 기대를 안고 간 값비싼 식당에서 보다 더 기분이 좋다. 밥을 먹고는 치앙라이 외곽에 위치한 '폴라 카페(Polar Boulangerie and Patisserie)'를 찾았다. 슈크림 볼과 초코 케이크, 커피 표면의 설탕과 우유를 굳혀 딱딱하게 만든 음료를 시켰다. 치앙라이 시내에서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커피도 디저트류도 괜찮았다. 커피를 마시고는 현지의 우체국에 들렸다. 여행지로 타국을 찾을 땐 전혀 들릴 일이 없었지만 동행이 먼저 보낼 짐이 있다고 해서 들렸다. 사무직 직원이 몇 있고 사무실에 수많은 택배 박스와 물건들이 쌓여져 있었다. 치앙라이 공항에 가기 전 인근 쇼핑몰에 들려 태국차 프랜차이즈인 '차트라 무'에서 달달한 태국차 음료를 한잔했다. 공항 주차장에서 렌터카를 반납하고 대만행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표를 아끼기 위해 대만 경유 항공사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대만 공항에서는 밤을 새고 아침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별 생각없이 짐을 위탁으로 보냈는데 대만 공항은 밤 기온이 10도 정도로 굉장히 추웠다.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대만 공항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는데 너무 추워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임시 방편으로 플라스틱 생수통에 정수기에서 받은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운뒤 모자로 생수병을 감싸고, 그 생수병을 품에 안은 채 움크리고 있었다. 치앙마이와 치앙라이에서의 길고 길었던 7박 8일이 끝났다. 치앙마이 추천 & 아쉬움 리스트 개인적으로 치앙마이에서 가장 좋았던 곳 탑 3을 꼽자면 △매깜뻥 △먼쨈 △매사폭포다. 매깜뻥은 한적한 분위기와 함께 매깜뻥 폭포를 따라 올라가는 등산 코스, 그곳의 자연과 카페에서 만난 고양이, 풍광 모두 좋았다. 먼쨈은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로즈와인과 나무로 만든 자동차 포뮬러를 타고 산길을 내려오는 체험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매사폭포는 아직 한국인은 잘 모르는 현지인 추천 장소로 자연과 계곡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한 번쯤 가볼만한 장소다. 3곳 모두 치앙마이 시내에서는 꽤 거리가 있어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거나, 차를 이용해 가야 한다. 미식가는 아니라서 맛자체보다는 전반적인 가성비를 따지는 편인데 치앙마이에서 괜찮았던 식당과 카페 주점으로는 △펀 포레스트 카페 △하이드랜드(루프탑 바) △아카 아마 커피 △타페이스트 등이다. 펀 포레스트 카페는 분위기, 가격, 음식 모두 좋았다. 하이드랜드는 타페 게이트 근처 루프탑 주점으로 하이볼과 닭껍질 꼬치가 맛있었다. 아카 아마 커피는 남들이 가는 유명한 곳이기도 하고 시그니처 메뉴인 오렌지 칵테일 커피가 훌륭했다. 타페이스트는 라이브 재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으로 다른 곳은 못가봐서 비교는 어렵지만 그 자체로도 좋았다. 미쉐린 로띠는 시간이 많고, 가성비가 중요하다면 한번 시도해 볼만 하지만 맛 자체도 평범하고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해서 개인적으로는 추전하지 않는다. 치앙마이 4박의 일정동안 해보지는 못했지만 아쉬웠던 액티비티와 장소 등을 꼽자면 △근교 도시 빠이 여행 △코끼리 목욕 체험 △도이인타논 국립공원 트레킹 △정글 짚라인 △미쉐린 레스토랑 뽀개기 △카렌족 마을 방문 등이다. 빠이의 경우 인생 여행지로 꼽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도시라고 한다. 10년전 태국에서는 코끼리 쇼를 봤는데 최근에는 동물학대 논란으로 국립공원 등에 구조된 코끼리에게 먹이를 주고 함께 목욕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도이인타논 국립공원 트레킹은 자연을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정글 짚라인도 여행 전 '투 두 리스트' 상위였지만 먼쨈에서 포뮬러를 타고 포기했다. 치앙마이는 저렴한 곳부터 하이엔드까지 수많은 미쉐린 레스토랑이 있다. 한 끼 정도 무리해서 10만원 이상 지불하면 한국에서 20만~30만원대 이상의 음식과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 카렌족(목에 링을 끼워 목이 길게 늘어난 부족) 마을의 경우 과거 교과서에서 봤던 기억을 떠올리며 한 번쯤 방문할까 했지만 사람을 구경한다는 행동 자체가 내키지 않아서 포기했다. 치앙라이 추천 & 아쉬움 리스트 치앙라이 추천 여행지 탑3는 △추이퐁 차농장 △매 파 루앙 정원 △도이창 커피 농장 등이다. 추이퐁 차농장은 제주 오설록 차농장과 비교해 규모도 크고 특히 착한 가격이 최대 장점이다. 매 파 루앙 정원은 추이퐁 차농장과 동선이 겹치는데 자연, 꽃, 나비, 산책을 좋아한다면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둘러봐도 좋을 것 같다. 도이창 커피 농장은 전체적인 테마가 추이퐁 차농장과 비슷해서 둘 중 한 곳을 가야한다면 추이퐁 차농장을 추천한다. 치앙라이에서 개인적으로 최고의 한 끼는 뭐니뭐니 해도 무카타 뷔페였다. 명륜진사 갈비에 노량진 수산물 시장을 합친 느낌이라고 보면된다. 구글맵에서 영어 이름은 검색이 안 된다. 구글 맵에 치앙라이 'Wonder'라는 식당을 입력하면 그 길 건너편에 있는 식당이다. 자세한 위치는 포털에 '버스타고 치앙라이로..최고의 한끼 무카타 뷔페 [이환주의 내돈내산]'을 치면 확인할 수 있다. 저녁에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술 한잔 할 수 있는 타마린드 비스트로 앤 뮤직 하우스도 나쁘지 않았다. 치앙라이에서 이틀을 묵었던 '탄야 반 본 도이'라는 숙소도 추천한다. 치앙라이 시외라 오토바이를 타거나, 차를 이용해 들어가야 하지만 한적하고 조용하다. 시설 자체도 자연속 별채 느낌이라 좋았다. 다만 교통과 접근성을 중요시 한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싱하파크에 간다면 동상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서지 말고 조금 더 깊숙하게 싱하파크 농장을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다만 오토바이나 차가 없다면 꽤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OBJECT0#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5-10 17:13:41[파이낸셜뉴스] 오사카, 방콕, 다낭, 타이베이, 홍콩 등 한국인이 가장 많이 가는 해외 도시에 대한 여행기사는 왜 많이 없을까? 보통 여행 정보 수집을 위해 인터넷 검색과 유튜브를 활용한다. 유튜브 영상 여행 정보는 가장 생생하지만 너무 방대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정보의 신뢰성과 깔끔한 정리 측면에서 기사를 검색해 보기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유명한 해외 도시에 대한 기사는 많지 않다. 앞서 1년 정도 여행 기자를 하면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에 대한 여행기사가 별로 없는 이유에 대해 알게 됐다. 이미 유명한 해외의 도시들은 언론 매체를 상대로 별다른 광고를 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환주의 내돈내산' 시리즈는 사실 기사라기 보다 기자가 쓰는 개인적인 여행 후일담이지만 그래도 다양한 정보를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첫끼는 대창전골..유명세에 비해 맛은 글쎄 후쿠오카는 한국과 가장 가까운 도시로 사랑 받지만, 미식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하카타식 돈코츠 라멘의 대명사 이치란라멘의 본점을 비롯해 수많은 라멘 가게들이 즐비하다. 모츠나베(대창전골), 장어덮밥, 함박스테이크, 규카츠, 명란젓, 회전초밥 등 꼭 먹어야 할 메뉴를 나열하고 하루 3끼를 먹어도 2~3일은 부족할 정도다. 여행 준비 전 가장 많은 시간을 쓴 것도 구글 지도에 다양한 맛집을 표시해 둔 것이었다. 후쿠오카는 크게 공항과 가까운 지하철 역인 하카타역과 시내 중심부인 텐진역에 숙소를 많이 잡니다. 기자는 텐진역 인근 '플라자 호텔 텐진'에서 2박을, 1박은 하카타역 인근 '라이브맥스 하카타 에키마'에서 묵었다. 두 숙소 모두 평일에는 4~5만원대 저가 호텔이지만 토요일에는 1박 요금이 20만원까지 급등한다. 또 호텔 요금과 별도로 인단 200엔(2000원) 수준의 숙박세도 내야 한다. 첫날 저녁은 호텔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모츠나베 라쿠텐치 다이묘점'에서 대창전골 요리를 먹었다. 후쿠오카에 많은 지점이 있는 대창전골 프랜차이즈로 한 명이 가도 개별 냄비에 전골과 국수, 죽 등을 먹을 수 있어 한국인이 많이 찾는다. 4인 가족 기준 기본 4인분을 시키고 나중에 우동을 추가해 먹었다. 냄비에 신선해 보이는 곱창과 부속고기를 잔뜩 넣어주고 부추를 한가득 쌓아서 준다. 곱창을 제외한 부속고기의 경우 한국과 달리 고무처럼 질긴 부분이 많아 기대했던 것보다 맛은 별로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국물이 졸아들고 진해지는데 거기에 추가해 먹는 우동과 시원한 생맥주가 오히려 더 괜찮았다. 이른 저녁을 먹고 나카스 강 근처에 있는 포장마차 거리로 향했다. 강을 따라 포장마차가 늘어서 있고 일본 분위기 나는 노점의 포장마차에서 안주와 술을 먹는 낭만이 있다. 하지만 관광객을 상대하다보니 가격이 편안한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더 사악하다. 손님이 밀려 있을 경우 주인장이 추가 음식을 주문하지 않으면 대놓고 자리를 비우라는 눈치를 주기도 한다고 한다. 처음부터 호구짓을 당할 바엔 구경만 하고 올 계획으로 저녁을 먹고 산책 코스에만 넣었다. 나카스 강에 앉아 강바람을 쐬고 있는데 강가에서 리코더를 부는 프로그래머와 그의 친구들을 만나 우연히 말을 섞었다. 리코더를 부는 프로그래머는 신청곡을 받아 즉석에서 멋진 리코더 음악을 연주해 줬다. 나카스 강 산책을 마치고는 편의점에 들려 푸딩과 슈크림 빵, 한국에서 없어서 못 판다는 뚜껑 전체를 열면 생맥주처럼 거품과 함께 마실 수 있는 아사히 맥주를 사와 하루를 마무리 했다. 완간시장 110엔 스시..다음엔 꼭 먹고 말거야 다음날은 호텔에서 간단한 커피와 과일을 챙겨 먹고 느즈막이 호텔을 나왔다. 둘 째날 첫끼는 후쿠오카 도심에서 도보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완간시장의 110엔 스시였다. 구글 지도에 '하카타 토요이치'로 검색하면 나오는 곳으로 그날 잡은 생선으로 만든 초밥을 110엔에 파는 곳이다. 플라스틱 상자에 원하는 초밥을 담아 야외에서 먹거나 현장에서 고른 초밥을 직접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어렵게 식당을 찾았지만 식당은 하필 '수요일'이 휴일이었다. 우리 말고도 여성 2인조 유럽 관광객도 헛걸음을 하고 돌아섰다. 어쩔 수 없이 110엔 스시 식당 맞은 편에 있는 일본식 뷔페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완간 시장은 일종의 항구처럼 바다와 맞닿아 있는데 점심을 먹고 근처를 한 바퀴 산책했다. 택시를 타고 초대형 건담 동상이 있는 쇼핑몰 라라포트로 향했다. 라라포트 후쿠오카 입구에는 실제 크기의 'RX-93ff v' 건담이 설치돼 있다. 오후 2시 정각에는 약 3~4분 동안 초대형 건담이 손과 머리 등을 움직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라라포트 내부에도 초대형 건담 프라모델 매장이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라라포트를 둘러보고 다시 택시를 타고 후쿠오카 시내 중심에 있는 또 다른 쇼핑몰인 캐널 시티 하카타에 들렸다. 캐널 시티 하카타는 매 정시마다 쇼핑몰 중앙에 있는 분수쇼가 유명하다. 쇼핑몰 3층이나 4층 높은 곳에 자리를 잡아 음악과 함께 분수쇼를 감상했다. 캐널시티 내부에는 다양한 라멘집, 함박스테이크, 규카츠 등 맛집이 몰려 있다. 캐널시티 내부에 있는 약국 체인인 '마츠모토 키요시'에 들려 동전 파스와 소형 파스 등을 쇼핑했다. 5000엔 이상 구매시 여권을 제시하면 세금을 돌려 받을 수 있다. 추후에 알았지만 '마츠모토 키요시'보다 하카타 시내 중심에 있는 돈키호테의 파스 가격이 더 저렴했다. 돈키호테의 경우 1+1이나 초특가 행사를 하기 때문에 발품을 팔더라도 더 싸게 사고 싶다면 지점의 가격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다. 캐널시티를 보고는 도보로 인근에 있는 소형 사찰과 시장을 둘러 봤다. 자판기 음료를 뽑아 근처 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일본 유치원 아이들의 야외 수업 현장을 지켜봤다. 아이들이 나이에 따라 노랑, 초록, 빨강의 모자를 쓰고 잔디가 깔린 공원에서 놀고 있었다. 이날 저녁은 저렴한 회전초밥 체인인 '쿠라스시'에서 먹었다. 나카스카와바타역 4번 출구에 있는 지점으로 처음 가게에 입장하면 입구 키오스크를 통해 아이 포함 여부, 인원수 등을 입력해 지정된 좌석에 가서 초밥을 먹는 방식이다. 대부분 초밥이 1접시에 115엔이고 추가로 라멘이나 튀김, 더 비싼 초밥을 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좌석에는 녹차 분말과 생강이 있어 알아서 꺼내 먹으면 된다. 쿠라스시의 경우 5접시를 먹은 후에 빈접시를 테이블옆 수납함에 넣으면 일본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당첨이 될 경우 작은 경품을 받을 수 있다. 4명이서 30접시 넘게 먹었는데 가격은 1인당 1000엔(1만원) 수준으로 저렴했다. 저렴한 소고기 덮밥, 편의점 털이도 후쿠오카에서 렌터카를 빌려 유후인으로 출발하는 당일 아침에는 저렴하게 규동을 먹을 수 있는 스키야에서 아침을 해결했다. 일본에 있는 3대 규동집인 스키야, 요시노야, 마츠야는 한국의 김밥천국처럼 저렴하게 한끼를 해결하기 좋다. 소고기 덮밥에 간단한 미소 장국 구성으로 500엔~600엔 수준에 한 끼를 해결 할 수 있다. 후쿠오카 필수 코스 중 하나가 '이치란 라멘'이다. 이치란 라멘은 과거 한 아이돌 출신 사업가가 벤치 마킹해 한국에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문하기 전 면의 굵기, 매운 정도 등을 일일이 선택하면 거기에 맞춰 라멘이 나온다. 필자의 경우 이치란 라멘 대신 하카타 역 인근에 있는 '멘야타이슨'에서 돈코츠 라멘을 먹었다. 최근에는 홍대인근에도 맛있는 라멘 집들이 많아서 일본이라는 현지 프리미엄을 빼면 한국에 있는 맛있는 라멘집 정도 였다. 식사 후나 간식으로 세븐일레븐, 로손, 패밀리마트 등 편의점도 틈틈이 들렸다. 저렴하게 일본을 찾는 여행객이 찾는 '편의점 털기'는 가성비 측면에서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편의점 체인마다 다른 빵과 케이크, 튀김 등을 비교해 먹는 맛이 있다. 또 일본의 다양한 하이볼, 주류, 여기에 더해 한국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생맥주형 아사히 캔맥주도 재미있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06-21 17:16:34[파이낸셜뉴스] 한때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 유행했던 '그돈씨'라는 말이 있다. '그 돈이면 OOO 사겠다'의 줄임말이다. 예를들어 누가 2000만원에 옵션 좋은 경차를 샀다고 하면 "그 돈이면 조금 더 보태서 차라리 준준형 세단을 사겠다"는 식으로 댓글이 달리는 식이다. 그러면 다시 준준형 세단을 사느니 차라리 대형 세단을 사겠다, 그걸 사느니 차라리 독일 삼사의 중고차를 사겠다는 식으로 이어진다. 올해 4월까지 일본을 간 한국인은 200만명을 넘어섰고,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4배 폭증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35만명 정도다. 한국인 5명이 일본에 갈 때 일본에서는 1명 정도만 우리나라를 찾은 셈이다. 최근 일본 여행이 폭증한 것은 코로나 방역 해제 후 해외 여행 수요의 증가, 최근 뉴스에서 종종 논란이 됐던 지방 여행지의 바가지 요금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다. 특히 하늘길이 막혔을 때 가장 좋은 대안 여행지였던 제주도와 비교해 최근 지속되는 엔저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일본의 매력이 더 커졌기 때문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여행객들의 마음속에 '그돈씨'가 자리 잡으면서 한때 '노재팬'을 외치던 국내 관광객들이 일본행 러시가 시작된 것이다. 근교도시 렌터카 여행으로 즐겨라 6월 첫주에 총 5박 일정으로 일본 후쿠오카에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후쿠오카 3박, 온천과 료칸이 유명한 유후인 1박, 만화 '진격의 거인'의 작가의 고향이자 작은 교토로 불리는 소도시 히타에서 1박을 했다. 총평을 하자면 후쿠오카의 3박 보다 근교 도시에서 보낸 2박이 훨씬 더 좋았다. 그리고 가족 여행 특성상 근교 도시로의 이동은 기차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신 렌터카를 이용했다. 거점을 찍는 대중교통과 비교해 중간 중간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을 찾아 한 숨 돌리고 즐기는 렌터카 여행의 묘미가 있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하게 되면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여행 전의 내가 알았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의미 없는 후회를 하게 된다. 혹시나 후쿠오카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내돈내산'으로 경험한 후쿠오카 & 근교 도시 여행팁을 푼다. 한번 읽어 두고 후쿠오카 여행 전과 여행 중에 떠올리면 도움이 될 것이다. 군대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배워두면 어느 순간 유용할 때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원래 여행팁은 가장 나중에 쓰려고 했지만 독자 입장에서 나무보다는 숲을 먼저 보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해 순서를 바꿨다. '이건 알고가자'....후쿠오카, 근교 여행팁 -스마트폰 유심침은 하루 정도 여유있게: 보통 현지에서 스마트폰 데이터를 이용하는 방법은 로밍, 에그, 유심칩 장착 등이 있다. 필자는 출국 전 공항에서 5일짜리 유심침을 구매했다. 유심침 '5일'은 만으로 가득찬 5일이 아니라 장착한 날 바로 1일이 소진된다. 출국날인 6일째 아침부터 인터넷이 끊겨서 당황했다. 유심침은 하루 정도 여유있게 준비하자. -110V용 돼지코 필수: 깜박하고 110V용 돼지코(콘센트)를 못 챙겨갔다. 다이소에서 100엔, 돈키호테 기준 500엔 정도에서 판매해 현지에서 구매해 썼다. -파파고, 구글렌즈 등 번역앱 반드시: 여행 마지막날 렌터카가 주차구역 위반으로 견인되는 바람에 엄청나게 고생했다. 특히 영어로 소통이 안 돼서 일본어로 소통해야 했는데 아주 나중에야 파파고와 같은 앱을 알았다. 파파고 앱은 실시간 통역과 카메라를 통해 일본 글자의 실시간 번역 등이 가능하다. 한국어 메뉴판이 없는 식당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여행전 전체적인 콘셉트(주제) 정하기: 후쿠오카 여행 전에 전체적인 콘셉트를 정하자. 맛집 투어, 쇼핑 투어, 근교 도시 투어, 지하철 1일 패스 투어 등. 예를 들어 '근교 도시 투어'로 잡을 경우 후쿠오카 근교에는 다자이후, 야나가와, 유후인, 벳푸, 히터, 우키하, 아이노시마, 다누시마루 등 다양한 옵션이 있다. 여행 일정과 동선에 따라 옵션 중에 취사 선택할 수 있다. -맛집은 구글맵에 최대한 많이 체크체크: 맛집에 진심이라면 맛집 위주로만 돌아도 갈 곳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여행과 둘러보기에 초점이 있다면 맛집은 검색과 유튜브 등을 통해 최대한 많이 구글맵에 체크(저장)해 두자. 유동적인 여행 일정 중에 시간 낭비 없이 근처 맛집을 선택해 갈 수 있다. -후쿠오카의 토요일 밤은 비싸도 너무 비싸: 여행 초반 3일은 한참 앞서 숙소를 예약하고, 나머지 이틀은 후쿠오카 현지에서 당일에 예약했다. 놀라운 것은 평일에는 4만~5만원대 이던 호텔이 토요일에는 20만원대로 가격이 치솟았다. 특히 공항인근 하카타, 텐진 등에서는 하루 만에 같은 호텔의 가격이 4~5배 올랐다. 토요일은 숙박료가 저렴한 근교 도시로 가거나, 미리 숙소를 예약해 요금을 절약하자. -목적지 휴무일, 영업시간 확인: 당연한 얘기지만 목적지의 휴무일과 영업시간은 반드시 확인하자. 후쿠오카에서 저렴하게 신선한 초밥을 즐길 수 있는 완간시장(하카타 토요이치)에 방문했는데 하필 딱 수요일이 휴무일이라 헛걸음을 해야했다. 또 유후인 지역의 대부분 식당과 가게들은 오후 3시면 문을 닫는다. -여행 중간 시간 때우기 좋은 맥주 공장 투어: 후쿠오카 도심에는 아사히 맥주 공장이, 근교 도시인 히타에도 아사히 맥주 공장 투어가 가능하다. 맥주 공장에서 맥주의 생산 과정을 투어하고, 바로 만든 생맥주도 맛볼 수 있다. 딱히 할일이 없다면 한 번쯤 둘러보기 좋다. 안전하게 사전 예약하자. -기념품 한 곳에서 올인은 위험하다: 후쿠오카 필수 코스 중 하나가 기념품 쇼핑이다. 보통 시내에 있는 돈키호테를 가거나 동전 파스 등을 사러 약국 체인인 마츠모토 키요시 등등에 간다. 약국에서 5000엔 이상 구매하면 세금 환급을 해주는데 막상 쇼핑을 하고 보니 돈키호테에서 1+1(50% 할인)인 파스를 보니 속이 쓰렸다. 한 번에 다 사면 그 후에 꼭 더 싼게 보이니 시간이 되면 기념품은 나눠서 사자. -렌트카 반납시간, 비행기표 시간 조정: 한국 귀국을 오전 9시 비행기로 예매했는데 렌터카 공항지점의 영업시간이 오전 9시부터 시작해 렌터카 반납에 어려움을 겪었다. 비행 시간과 렌터카 지점의 영업 시간 등을 반드시 체크하자. -ETC, 렌터카 기름 미리 채우기: 근교 도시를 여행한다면 한국의 '하이패스'에 해당하는 ETC(카드)를 장착하면 편리하다. 330엔 정도 카드 대여료를 내고 렌터카 반납시에 한번에 정산하는 시스템이다. 또 시간 등의 이유로 렌터카 반납 시에 기름을 가득 채우지 않으면 체감상 2~3배 높은 연료비를 부담해야 한다. -환전 계획은 철저하게, 동전 관리도 잘하자: 상황에 따라 환전 계획을 잘 세워오자. 거리에 있는 은행 ATM의 경우 국내 카드 사용이 불가했었다. 편의점 ATM 사용시 1번에 220엔(2200원) 정도의 수수료가 붙는다. 또 현금 계산을 하다보면 동전이 넘쳐나는 사태가 발생하는데 자판기 음료를 사먹거나 편의점 등에서 한 번씩 동전을 줄이다.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 타기 전 게이트 근처 편의점이 동전을 다 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숙박세 당황하지 말자: 일본에서는 몇년 전부터 호텔 숙박료와 별도로 숙박세를 받고 있다. 후쿠오카의 경우 일정 금액 이하의 호텔은 1명당 2000원, 일정 금액 이상의 호텔은 1명당 5000원의 숙박세를 받고 있다. -후쿠오카 시내 주차는 유료라고 생각하자: 후쿠오카 호텔의 경우 주차장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일부 호텔의 경우 자체적으로 유료 주차장을 운영하기도 한다. 호텔에 주차장이 없을 경우 주차비를 아끼지 말고 유로 주차장에 주차하자. 불법 주차 후에 견인이라도 될 경우 주차비의 수십배에 달하는 비용이 들 수도 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06-12 03:30:29[파이낸셜뉴스]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이미 저 먼 과거로 가버렸다. 이런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비로소 나는 이 소설을 쓸 수 있었다. (중략) 그때처럼 자신의 변변치 않음을 혐오하거나 무작정 감동하는 것이다. 그럴 때 아무런 진보도 없는 자신에 놀라고 동시에 인간에게는 결코 진보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함을 새삼 느낀다. (중략) 어른이 된다는 건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시키지 않아도 될 영역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두 번째로 다시 읽고 있는 소설 '나는 공부를 못해'를 쓴 야마다 에이미는 작가의 말을 통해 위와 같이 말했다. 지금 이 글(여행기도 기사도 아닌 무언가)을 보고 있는 사람 모두는 한 번쯤 이렇게 생각해 봤을 것이다. 내 나이는 30 혹은 40인데 10년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바뀐 것이 전혀 없구나, 라고. 어릴적 막연하게 생각했던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느 시점을 지나면 훈장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처럼 연속해 흘러가는 시간에 불과한 거라고. 어른이 되었어도 나의 내면, 육체안에 깃든 나를 구성하는 무언가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숫자가 하나씩 오를 때마다, 혹은 입고 있는 유니폼이 바뀔 때마다 그에 맞는 역할극을 아둥바둥 수행하고 있다. 너무도 오래 전에 읽은 글이라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무라카미 류는 그의 소설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이 그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유아적 퇴행'을 하는 현상을 묘사한 적이 있다. 사랑하는 이 앞에서는 나이와 직책에 맞는 역할극을 할 필요가 없어 사회적 갑옷을 벗어 던지고 본래의 그 자신에 가까운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홀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어쩌면 다른 의미의 또 다른 퇴행일 수 있지 않을까. 기존 사회적 맥락을 벗어나 자신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본래의 나로 되돌아가는 경험 말이다. 열등감 덩어리였던 20대 무렵 홀로 떠난 타국으로의 여행은 필자에게 새로운 재충전의 기회가 됐다. 나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는 그곳에서 사름들은 편견 없이 나를 받아들여줬고, 나는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최악'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세월이 지나고 나이를 먹으면서 지금은 그때처럼 민감한 감수성도, 열등감도 없어지고 둥글둥글 배나 온 아저씨가 됐지만 아직 자신의 인생에서 모서리가 살아 있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경험의 측면에서 홀로 떠나는 여행이든 동행이 있는 여행이든 여행은 좋은 선택지 중 하나다. 베트남 속 베네치아 메가 그랜드월드 하노이 하노이 여행 이틀차, 일행의 제안으로 최근에 새로 생긴듯한 명소인 메가 그랜드월드 하노이에 가기로 했다. 그랩으로 택시를 불러 갔는데 도착하고 나서야, 하노이 시내와 이곳을 왕복하는 무료 셔틀 버스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택시를 타고 길에 내리자 파스텔톤, 형형색색의 건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유럽의 어느 거리를 떠올리게 하는듯한 건축 양식이었다. 베트남 우기인 7월 이었지만 햇살이 피부를 파고 들정도로 따가워서 우산을 양산 대용으로 들고 다녔다. 가장 먼저 보이는 '콩 카페'에서 코코넛 커피를 마시면서 어디부터 둘러볼지 계획을 세웠다. 그랜드월드 하노이는 물의도시 베네치아를 모티브로 한 대형 쇼핑, 문화 시설이다. 한국의 교외형 아울렛과 작은 놀이동산을 합친 듯한 느낌이었다. 평일 오전 방문이어서 주점과 식당 등 많은 가게들이 영업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도로변쪽에 '한국'을 모티브로 한 한국거리도 있었는데 카카오 캐릭터를 파는 상점이 정식 오픈을 앞두고 준비 중이었다. 다이소에서 1000원이면 살 수 있을 듯한 카카오 편지지가 현지 가격으로 2000원이 넘는 아주 비싼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관세가 붙었다고는 해도 현지 물가를 고려하면 아주 비싼 가격표에 한류 프리미엄 파워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강을 따라 걸으며 양쪽 상점가를 순서대로 둘러 볼 수 있었다. 옷을 파는 매장, 각종 장식품과 기념품을 파는 매장, 식당과 카페 등 셀수 없이 많았다. 이곳 저곳 둘러 보면 연신 사진을 찍었다. 더운 날씨 탓에 구석구석 둘러보는 것은 포기하고 다시 카페에 들려 음료수로 목을 축였다. 돌아갈 때는 블로그를 검색해 무료 셔틀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무료 셔틀버스는 강의 한쪽 끝, 길 건너 정류장에서 탈 수 있었다. 오바마 분짜먹고 호아로 감옥 박물관 무료 셔틀 버스 하차역은 하노이 오페라 하우스 인근이었다. 지도를 검색하고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하노이 명소인 '오바마 분짜' 식당으로 향했다. 'HUONG LIEN' 분짜라는 식당으로 한국인이 가장 많이 가는 곳 중 하나다. 1층 식당의 벽면에는 오바마 방한 당시 사진이 걸려 있고, 메뉴 중에도 맥주를 포하만 오바마 세트가 있다. 식당 2층으로 올라가면 실제로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앉아서 식사를 했던 테이블이 유리로 차단돼 있어 당시를 기념하고 있다. 분짜의 맛 자체는 베트남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수준이었다. 분짜보다는 사이드 메뉴로 시킨 튀김류가 더 맛있었다. 하노이에는 유명한 분짜 집이 셀 수 없이 많으므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숙소 근처 식당에 가길 추천한다. 정보가 없다면 숙소(호텔)의 카운터에 물어봐도 대부분은 친절하게 대답해 준다. 분짜를 먹고는 다시 도보로 이동했다. 중간에 더위를 식힐 겸 사파에서 봤었던 '카파' 카페에 들렸다. '카파' 카페가 프랜차이즈였다는 걸 이때 알았는데 사파에서 먹었던 것보다 음료의 맛은 별로였다. 한동안 걸어서 호아로 감옥 박물관에 도착했다. 19세기 말 프랑스 점령군에 의해 건설된 감옥이다. 매우 큰 부지로 1953년에는 2000명 이상이 수용됐다고 한다. 박물관이 초입에는 당시 수용자들의 모습을 알 수 있는 동상 모형이 있다. 프랑스군이 물러난 이후 이 감옥은 베트남 전쟁 당시 다시 베트남 인민군의 수용소로 사용됐다. 당시 고문도구와 처형도구 등이 있고 인상깊었던 점은 미군 파일럿의 옷과 장비들도 있었다는 점이다. 전쟁 당시 추락한 미국 파일럿인듯 보였는데 감옥에 넣는 대신 굉장히 극진한 대접을 해준 모양이었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점 푸드코트 이날 마지막 일정으로 저녁을 먹기 위해 그랩을 타고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점에 방문했다. 하노이에 지어진 초대형 쇼핑몰로 '서호'라는 거대한 호수가 있어 잠실에 있는 롯데몰과 흡사한 분위기였다. 쇼핑몰 고층에 위치한 고급 식당가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하 푸드코트에서 저녁을 먹었다. 김밥과 떡볶이 등을 파는 한식관도 있었는데 한국 음식을 찾는 현지인, 외국인 관광객이 상당히 많았다. 푸드코트의 대형 TV 화면에서는 셰프용 검은 장갑을 낀 주방장이 불고기를 만들고 멋있는 요리를 하다가 마지막에 완성품인 김밥을 심혈을 기울여 자르는 장면이 나왔다. 일류 셰프 복장을 한 사람이 김밥을 심혈을 기울여 자르는 장면에서 웃음이 나왔는데 베트남에서는 길거리 음식인 김밥이 한류 버프를 받아 고급 요리로 인식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행과 초밥 도시락과 닭고기 도시락을 하나씩 먹고 숙소로 복귀했다. 쇼핑몰을 돌아보는 중에 엄청나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일정 중에는 큰 비가 내리지 않아 럭키비키인 하루였다. #OBJECT0#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11-02 13:34:43[파이낸셜뉴스] "유럽에 가서 사진을 찍고, 일본에 가서 맛있는 라멘을 먹고 '아 좋은 경험이야' (라고 하는데) 그건 경험이 아니에요. 그냥 놀러 간 거지. 경험은요. 피땀 흘려서 노력해서 얻는 게 경험이에요." 위 문장은 최근 본 유튜브 숏츠에서 방송인 박명수씨가 한 말을 옮긴 것이다. 댓글에는 "경험이라는 걸 핑계삼아 하는 사치와 허세를 꼬집는 말"이라며 대체로 공감한다는 내용이 많았다. 소수지만 경험을 단순하게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다는 내용도 있었다. 해외 여행도 비슷하다. 어떤 사람들은 청년 시절 반드시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여행을 해보라고 조언한다. 반면 청년 시절은 참고 견디고 인내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여행과 같은 사치를 부리는 것보다 저축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거다. 개인적으로 "여행은 대체로 좋은 경험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체로'라는 전제가 붙은 것은 여행이 좋은 경험이 되기 위해서는 그 여행을 온전하게 즐기고 받아들일 수 있는 개인의 '준비상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행이 좋은 경험이 된다는 것은 여행을 통해 한 개인의 내면이 확장되고, 사고의 깊이가 깊어지는 순간에 노출되는 상황이 많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하게 호텔에서 쉬면서 사진이나 찍고 돌아온다면 '휴식'은 될지언정 '경험'이 되기는 어렵다. 경험이라는 것은 콩나물에 물을 주는 것과 비슷하다. 대부분의 물은 흘러가 버리지만 아주 미량의 물은 콩나물의 뿌리를 통해 흡수된다. 여행이라는 경험도 콩나물에 물을 주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다만 개개의 콩나물의 뿌리가 얼마나 튼튼한 가에 따라 물을 흡수할 수 있는 정도는 다르다. 아주 튼튼한 콩나물은 물의 수분과 함께 미량의 미네랄과 무기질도 다 빨아들일 것이다. 반면 허약한 콩나물은 대부분의 물을 그냥 흘려 보낼 것이다. 누군가에게 인도는 인생여행지가 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인도는 그냥 더럽고 불편한 여행지로 기억되기도 한다. 이는 인도라는 여행지가 주는 다양한 경험들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 가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시인 류시화는 10여 년 동안 인도를 여행하고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책을 펴냈다. 류시화라는 콩나물이 인도라는 토양, 태양, 대기에서 아주 많은 것을 흡수하고 한번 더 성장해 책이라는 결과물을 낳은 것이다. 그는 거리의 걸인도 스승으로 여기며 질문을 던지고 배웠다. 반면 인도에 가서 인도의 더러운 물과 낙후한 시설, 길거리의 거지들에게 불쾌감을 느끼기만 했다면 그의 인도 여행은 잠시 스쳐가는 바람에 불과했을 것이다. 여행지에서 지갑을 도둑 맞은 상황을 가정해 보자. 누군가는 그 일에 대해 단순히 화가나고 짜증이 난다거나 이번 여행은 망쳤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 현지 경찰을 만나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며 새로운 경험을 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해당 나라의 경찰 시스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될 수도 있고, 도움을 준 서로 다른 피부색의 여행자와 친구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여행이 좋은 경험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여러가지 전제가 있겠지만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사전 독서'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뇌는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과 실제 경험을 구별하지 않는다고 한다. 독서를 통해 경험을 양분으로 바꾸는 근력을 평소에 쌓아 둔다면 여행을 통해 느끼는 경험의 폭도 더 커질 것이다. 독서를 통해 가보지 못한 세계 곳곳을 상상으로 여행하며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올릴 수도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리고 '보는 만큼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다'. 김영하 작가는 그의 책 '여행의 이유'에서 "여행은 몸으로 읽어야만 하는 텍스트"라고 말했다. 책도 마찬가지다. 책 안에 있는 것은 단순히 흰색 종이와 검은색의 글씨지만 그 것을 읽어내고 어떻게 해독해 내느냐에 따라 독서의 효과도 사람마다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방송인 박명수씨가 말한 유럽에 가고, 일본에서 라멘을 먹는 것이 경험이 되지 않는 것은 책을 읽을 때 글자만 쳐다보고 그것을 해독해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럽에 가서 사진을 찍고, 일본에서 라멘을 먹더라도, 혹은 인도에 가서 거지에게 지갑을 도둑 맞더라도 그것은 얼마든지 경험이 될 수 있다. 슬리핑 버스타고 사파에서 하노이로 전날 판시판 산과 깟깟 마을을 하루에 다 둘러 보느라 매우 피곤했다. 하지만 이날은 아침 7시30분에 슬리핑 버스를 타고 하노이로 이동해야 해서 새벽 같이 일어났다. 버스 집결지에 도착한 뒤 표를 받았다. 출발까지 시간이 남아 작은 노점에서 '반미'를 하나 사 먹었다. 노점 반미는 '복불복'인데 이날은 '불복(별로)'이었다. 버스 내부는 1980년대 유행했을 법한 유흥주점처럼 촌스러운 핑크색으로 도배돼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잠만 잘 생각이었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었다. 중간에 2번 정도 휴게소에 들렸고, 그 중에 한 번만 내려서 화장실에 들렸다. 약 6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하노이에 도착했다. 버스에 내리는데 하노이는 한국의 장마철처럼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은행에서 비를 피하며 그랩으로 차를 불렀다. 사파와 달리 바로 차가 배차됐다. 비내리는 하노이 거리를 차를 타고 빠져 나갔다. 베트남은 그 전에 여러번 와봤었지만 하노이는 또 다른 도시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경제도시 호치민과 비교했을 때 훨씬 더 오래되고 조금 더 시골스러운 인상이었다. 숙소는 하노이의 중심 '호안끼엠 호수'를 도보 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델리카 호텔'이란 곳이었다. 체크인을 할 때 점원이 지도를 펴고 근처의 가볼만한 곳, 에그 커피 맛집 등을 세세하게 설명해줬다. 생각보다 과하고 친절한 응대에 놀랐는데 근방 호텔의 경쟁이 치열해 다른 곳도 비슷한 모양이었다. 짐을 풀고 저녁을 먹기 위해 우산을 쓰고 밖으로 나왔다. 밖은 여전히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저녁은 베트남 곳곳에 매장이 있는 '피자포피스'란 곳에서 먹었다. 화덕 피자 맛집으로 유명한 곳으로 매번 베트남에 갈 때마다 리스트에는 올렸지만 가본적은 없는 곳이었다. 한국에서 먹는 가격의 70~80% 수준으로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피자는 나쁘지 않았다. 일행과 함께 루콜라와 생햄이 들어간 피자와 먹물 파스타를 시키고 1+1인 드래프트 맥주를 시켰다. 테이블이 아닌 바에 앉았는데 눈 앞에서 피자가 구워지는 화덕을 직접 볼 수 있는 점은 좋았지만, 열기가 있어서 조금 더운 것은 단점이었다. 우리가 피자를 먹을 때는 만석이라서 자리를 옮길 수도 없었다. 피자를 먹고는 노점에서 파는 망고빙수 맛집 '호아베오'에서 망고빙수를 먹었다. 냉동망고 같긴 했지만 우리돈 3000원 정도에 두 명이서 충분히 먹을만한 양이었다. 녹손사원, 에크커피, 기찻길 거리에서 맥주 한 잔 까지 디저트를 먹고 호안끼엠 호수 안에 있는 녹손 사원을 방문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전시실에 커다란 자라 두 마리를 볼 수 있다. 15세기 중국 명나라가 쳐들어 왔을 때 호수에서 칼을 찾은 한 어부가 명나라를 몰아내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까지 올랐다고 한다. 레타 이투왕이란 왕인데 그는 호숫가에서 감사제를 지내는데 자라가 올라와 칼을 채깠다고 한다. 그래서 호안끼엠 호수를 '되돌려 준 칼의 호수'라고 한다고 한다. 이런 전설이 있는데 현장에서 듣기로는 "자라가 왕에게 칼을 물어다 줬다"고 한다. 녹손사원을 둘러보고는 하노이의 명물 에그커피를 맛보기 위해 '카페 지앙'으로 향했다. 하노이 에그 커피의 원조라고 알려진 곳이다. 1946년 응우옌 지앙이라는 바리스타가 당시 귀했던 우유를 대신해 달걀 노른자를 사용해 커피 크림 맛을 낸 것이 유래라고 한다. 하노이 곳곳에서 에그커피를 맛볼 수 있는데 다른 가게의 기준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리뷰에 "카페 지앙 보다 맛있는 최고의 에크 커피"라거나 "카페 지앙이 낫다"라는 등의 글을 여럿 볼 수 있다. 좌석은 조금 좁지만 한 번쯤은 가볼만한 곳이다. 에그 커피를 맛보고는 '하노이 기찻길'에서 맥주를 한 잔 했다. 하노이 기찻길은 철로를 따라 수십, 수백개의 카페와 펍이 자리를 잡고 있다. 기찻길을 접한 카페와 펍에서 음식을 먹다보면 매 정시쯤에 기차가 지나간다. 운이 좋으면 50㎝도 되지 않는 코 앞에서 실제로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며 기념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기찻길 한복 판에서 사진을 찍는 세계 각국의 관광객을 구경하는 것도 나름 운치가 난다. 특히 이날은 비가 왔기 때문에 덥고 축축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시원한 맥주를 마시기에는 그것 또한 나쁘지 않았다. 'Ga Dong Duong'이라는 카페에서 시그니처 맥주를 마셨다. 이렇게 하노이에서의 첫 하루가 지났다. #OBJECT0#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10-01 17:43:05''[파이낸셜뉴스] 사파에서 맞는 두 번째 아침은 '판시판 산' 투어를 가기 위해 6시 전에 일어났다. 호텔 창문 밖 건물 옥상에 전날 봤던 흰색 고양이 가족이 있었다. 전날 남아 일부로 싸왔던 독일식 족발을 고양이 가족에게 던져줬다. 아침으로 숙소 근처에 있는 카페 겸 식당 'Le Petit Gecko'에 들렸다. 구글 평점 4.8의 높은 곳이었지만 아침에 먹은 티라미수 케이크는 전날 만들어 놓은 것인지 별로였다. 망고 주스 역시 평범했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호텔 근처에 있던 '썬플라자'로 향했다. 사파 시내 중심에 있는 이 곳은 판시판산 케이블카를 타기 위한 출발지 역할을 한다. 아침 7시 첫 트램을 타고 판시판 산으로 올랐다. 3143m, 인도차이나의 지붕 '판시판 산' 판시판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총 3번 이동 수단을 바꿔타야 한다. 먼저 선 플라자에서 트램을 타고 케이블카를 타는 곳으로 이동한다. 트램을 타면 왼쪽에 앉는 편이 좋다. 트램을 타고 내려다보는 멋진 풍경이 왼쪽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트램을 타고 도착한 케이블카 정류장은 한국의 에버랜드와 흡사하다. '판시판 레전드'라고 부르는 곳이다. 구름 위로 넓다란 잔디 정원이 별쳐져 있고 다양한 포토 스팟이 위치한다. 다만 케이블카를 타기 전 둘러보는 것보다 파시판 산 정상을 찍고 내려와 둘러보는 것을 더 추천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6293m 길이로 이어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20분 가량 이동후에 정상부에 도착한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후에 가장 정상 인근까지 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요금을 지불하고 모노레일을 타야 한다. 모노레일은 오르는 길 1방향만 있다. 내려올 때는 계단을 통해 걸어서 내려오게 된다. 파시판 상 정상에 오르기 위한 트램, 케이블카 왕복 비용, 모노레일 편도 비용으로 1인당 약 6만원 가량이 소요됐다. 모노레일을 타고 5분 정도 계단을 오르면 파시판 산의 정상이 보인다. 해발 3143m, 인도차이나 반도의 최고 높이를 가진 산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백두산(2744m)보다 399m가 더 높고, 한라산(1947m)보다 1196m나 높다. '안개의 도시' 사파 답게 정상에는 거의 매일 안개가 끼어 있고, 기온 역시 20도 안팎으로 매우 시원하다. 3143m를 나타내는 정상의 석탑에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다. '3.143m'라고 적힌 표지가 곳곳에 있는데 '3.143km'의 오자가 아닌지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베트남에서는 숫자 사이에 '점(.)'을 찍으면 '1000'을 뜻한다고 한다. 정상을 찍고 계단을 통해 내려오다 보면 중간에 사원에 들리게 된다. 사원에서 다시 내려오다 보면 족히 수십 미터는 되 보이는 거대한 석불을 만날 수 있다. 석불을 보고 다시 나무 데크로 한동안 내려오다 보면 처음의 석불보다 더 거대한 황금빛 좌석불을 다시 볼 수 있다 케이블 카 정류장인 판시판 레전드로 내려오면 광범위한 정원을 산책하며 다양한 포토 스팟에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가족 단위 관광객이라면 여유롭게 이곳을 둘러보며 말을 타거나, 민속촌 같은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듯 싶었다. 하지만 상당히 고 지대임에도 오전 10시를 넘어가자 굉장히 더웠다. 사진을 여러 장 찍고 올때와 반대로 케이블카, 트램을 타고 썬플라자로 내려왔다. 다 좋았던 깟깟 마을, 택시비 바가지는 조심 12시 조금 지나서 전날 봐뒀던 사파 시내 식당에 들렸다. 'Family Restaurant'란 곳으로 전날 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만석을 이룬 것을 봤기 때문이다. 철판에 나오는 돼지고기 요리, 햄버거, 춘권을 시켰다. 햄버거는 평범했지만 나머지 요리는 좋았다. 점심을 먹고 '깟깟 마을'로 이동하기 위해 그랩 택시를 불렀다. 사파는 하노이와 달리 그랩으로 택시를 잡기가 쉽지 않다. 보통 기사들이 그랩을 취소하고 흥정을 한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잡은 그랩 택시 역시 그랩 비용의 3배에 달하는 요금을 요구했다. 거리상 멀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가기로 했다. 문제는 깟깟 마을의 매표소에서 발생했다. 계좌이체나 카드로 계산을 하려 했는데 오직 현금으로만 계산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지갑에 100달러가 있었지만 달러를 받아 환전을 할 수도 없었다. 한동안 고민하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사파 시내로 갔다. 사파 시내에 있는 ATM에 들려 베트남 동을 환전 하려다 실패, 이후 다시 근처에 있는 은행에서 환전을 할 수 있었다. 오토바이 기사에게 왕복 교통비를 지급하고 환전한 돈으로 깟깟 마을 입장료를 살 수 있었다. 날이 더워 입구 근처 미쉐 아이스크림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었다. 깟깟마을은 블랙흐몽족의 마을이다. 이들의 기원은 중국 남부 지역에서 번성했던 중국 5대 소수민족 중 하나인 묘족이라고 한다. 계단을 따라 입구에 들어가면 산 속 계곡을 따라 다양한 상점과 가옥, 현지 주민 등을 볼 수 있다. 마을 지대가 생각보다 넓어서 다 둘러 보려면 3시간 이상을 잡아야 한다. 마을 안에 수많은 폭포와 계곡, 마을에서 기르는 말과 전통의상을 입은 현지인 등 걸음을 옮기면 지루하지 않게 다양한 눈요기를 할 수 있었다. 다만 8월의 하노이 햇살은 상상 이상으로 따가웠다. 비가 오는 것은 비가 오는 데로 여행할 때 곤란하지만 이렇게 더워 버리면 차라리 비라도 왔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의 날씨였다. 다만 옷이 물에 젖는게 괜찮다면 곳곳의 계곡에 들어가 몸을 담구거나, 내리치는 폭포 근처에서 물의 포말로 더위를 식히는 정도는 괜찮을 듯 싶었다. 깟깟 마을을 둘러보고 나오니 더위에 몸이 익어 진이 빠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내까지 얼마 되지 않는 거리였지만 가격 흥정은 생각지 않고 바로 오토바이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사파에서만 먹을 수 있는 '철갑상어 샤브샤브' 호텔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하고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있는 카페 '더 미스트 사파'란 곳에 향했다. 한국으로 치면 마당 같은 곳에 테이블을 놓고 캠핑 의자에 앉아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곳이었다. 코코넛 커피, 코코아 음료, 와플과 망고 등을 주문해 먹었다. 가게 안에는 골든 리트리버, 고양이, 프렌치 불독 등 가게에서 기르는 동물 친구들이 있었다. 커피를 마시고 저녁은 사파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철갑상어 샤브샤브'를 먹기 위해 구글 평점이 높은 식당에 들렸다. 살짝 시큼한 맛이 나는 국물에 얇게 썬 철갑상어를 넣어 먹는 요리였다. 철갑상어를 국물에 살짝 적셔 먹으니 척추가 있는 연골 부분이 도가니처럼 느껴졌다. 문제는 국물의 시큼한 향이었다. 태국의 똠양과는 다른 적응하기 어려운 시큼한 맛에 향신료로 들어간 채소도 고수와는 또 달랐다. 몇 점 집어 먹으니 식욕이 사라져서 사실상 대부분을 남겼다. 무난하게 사파에서 많이 잡힌다는 연어 요리를 주문했으면 어땠을까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반면 같은 식당을 찾은 현지인 테이블에서는 철갑상어 샤브샤브를 별리라도 먹는 것처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실패한 저녁을 뒤로 하고 한동안 사파 거리를 거닐며 커피를 한 잔 하고 하루를 마감했다. #OBJECT0#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9-15 01:59:47[파이낸셜뉴스] 사파에서 맞는 첫 날 아침 메뉴는 쌀국수로 정했다. 베트남 사람들은 매일 아침 쌀국수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과거 인터뷰를 진행한 남준영 셰프는 서울 남영동에 베트남 쌀국수집 '남박'을 오픈한 것도 이런 베트남의 문화를 반영한 것 이라고 말했다. '남박'은 매일 아침 8시에 오픈해 오후 3시30분에 문을 닫는다. 사파 호텔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포 민(Pho MinH)이란 식당에 갔다. 구글에서 찾아본 리뷰에는 "한국 돼지국밥 '옥동식'보다 맛있다"거나 유튜브 후기에서도 "사파 1등 쌀국수 맛집"이라는 호평이 많았다. 5만동(2500원)에 가장 기본인 소고기 쌀국수를 시켰다. 잔뜩 기대를 하고 먹어서 그런가 약간 실망했다. 깔끔하고 담백한 쌀국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듯이 여겨졌다. 쌀국수라는 음식 자체가 보통 5~7점사이에 있다. 맛의 최고점과 최저점의 편차가 적어서 기대를 하고 가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아무 기대 없이 들어갔다 값도 싸고 맛있으면 더 행복해지는 것 같다. 음식도 그렇지만 인간관계도 비슷하다. 기대를 하면 실망하게 되고 실망하면 화가 난다. 나는 나 자신을 제외하고는 타인에게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다. 어릴적부터 타인에게 기대를 하지 않도록 훈련해 왔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기대를 하지 않으면 실망하지 않게 되고, 그러면 타인에게 실망할 일도 없게 된다. 지금처럼 감정이 매마르기 전인 20대 후반 30대 초반 무렵에는 "길거리에서 소리 높여 싸우는 커플이 가장 부럽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거리에서 타인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둘만의 세계에서 화를 뿜어내는 관계란 '사전에 서로 간에 기대를 하고 실망시키지 않을 것을 약속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아침을 먹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콩카페에 들려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가져왔다. 오전 10시에 전날 호텔 프런트를 통해 예약한 기사가 오도록 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다 되도 기사는 오지 않았다. 전날 기사를 예약해준 여행사 관계자는 라인 메시지에 답이 없었다. 호텔 프론트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해 여행사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그제서야 일어난 모양인지 기사를 보내주겠다는 답을 들었다. 20여분을 기다리자 한 택시 운전기사가 왔다. 여행사와 연결된 기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예약을 받으면 여행사가 알고 있는 기사에게 일을 맡기는 방식인듯 싶었다. 오전 10시부터 6시간 동안 차를 빌리는 가격으로 전날 120만동(6만원) 정도를 지불했다. 여행의 시작부터 뭔가 틀어지나 싶어 살짝 화가 날뻔했다. 지상 2000m 글라스 브릿지 탐험 한동안 차를 몰아 글라스 브릿지에 도착했다. 글라스 브릿지로 가는 길은 올해 초에 갔던 치앙마이의 '먼쨈'과도 비슷했다. '안개의 도시'라는 별칭 답게 고지대로 올라가니 하얀 연기같은 안개가 깔려 있었다. 베트남의 7~8월은 우기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이동할때는 한국에서 가져 온 접이식 우산을 항상 들고 다녔다. 글라스 브릿지 입구에서 작은 벤을 타고 언덕길을 올랐다. 벤에서 내려 엘레베이터를 타고 다시 글라스 브릿지에 가는 코스다. '롱머이 유리다리'라고 불리는 이 곳은 해발 2200에 위치한다. 한라산이 해발 1947m에 있으니 한라산 정상보다 약간 높은 곳에 있는 셈이다. 무지개 계단이 보이는 초입에서 오른쪽길로 들어갔다. 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유리다리를 지난다. 추적추적 이슬비가 내리고 안개가 껴 있어서 경치가 보이지는 않았다. 유리다리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100m쯤 되보이는 흔들 다리를 만날 수 있다. 일정 비용을 내면 안전 장비를 걸치고 흔들다리를 건널 수도 있다. 하지만 약간의 고소공포증과 다리가 후들거릴 것 같아 직접 건너지는 않았다. 이곳 저곳 둘러보고, 사진을 찍다 보니 2시간 정도가 후딱 지나갔다. 한 방향으로 계속 가다보니 무지개 계단을 내려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론리트리, 실버폭포 둘러보기 차를 타고 돌아오는 동선에 있는 '론리 트리'라는 사진 명소에 잠시 들렸다. 500원~1000원인가 입장료가 있었다. 입구에 들어가면 작은 카페 겸 가게가 있고 절벽 위에 수많은 나무가 무성하게 자리잡고 있다. '론리트리'는 이름 그대로 덩그러니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론리 트리 밑에서 론리 맨 컨셉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어 다시 차를 타고 실버폭포로 향했다. 실버폭포에 도착할 즈음에는 빗줄기가 꽤 세져서 우산을 들고 올라야 했다. 실버폭포 입구 초입에 있는 금빛 용 동상을 보고 우산을 쓰고 산을 올랐다. 입장료가 있었는데 코스가 나름 길어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폭포는 꽤나 웅장하고 장엄했다. 동물과 자연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가장 먼저 들렸던 글라스 브릿지보다 개인적으로 더 인상 깊은 장소였다. 실버 폭포와 인근에 있는 러브 폭포를 함께 둘러보는 원데이 여행 프로그램이 있는데 비용대비 별로인 듯 싶었다. 차라리 그랩을 통해 둘 중 한 곳만 보거나, 차를 대여하는 편이 나을 듯 싶었다. 다만 사파의 경우 하노이와 달리 그랩이나 택시 기사들이 미터기를 켜지 않고 가격 협상으로 훨씬 더 비싼 가격을 부르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모아나 사파, 호박 삼계탕, 슈바인 학셀까지 실버 폭포를 보고 안개를 뚫고 차를 몰았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었었는데 기사 분이 오늘 일정을 마쳤으니 집에 가겠다고 말했다. 영어로 소통이 잘 안 돼 잠시 실랑이를 한 뒤에 전날 예약을 했던 여행사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픽업에 늦은점과, 원래 오후 4시까지 였던 점을 이유로 한 곳 정도 더 둘러볼 수 있도록 요청했다. 합의를 보고 마지막 장소로 '마오나 사파'라는 카페에 가기로 했다. 여러가지 조형물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팟이 많은 관광객 대상의 카페였다. 카페에 도착하고 나서 줄곳 비가 내렸기 때문에 우산을 쓰고 카페내 스팟 몇몇에서 사진을 찍었다. 거대한 여신의 동상과 백조, 돌로 만든 손 모양의 조형물, 힌두교 스타일의 석문까지 과거 여행지에서 한 번쯤 봤던 여러가지를 짬뽕해 가져온 듯 싶었다. 이후에는 호텔 근처에 있던 식당인 'Nhà hàng Ô Quý Hồ'란 곳에 들렸다. 1층은 카페 2~3층은 식당을 운영하는 관광객 대상의 식당 같았다. 거대한 호박 안에 검은 토종닭을 넣은 요리를 하나 시켜 먹었다. 별 기대 없이 시켰는데 맛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호박의 속살에 약간의 양념이 들어가 싱거운 카레 혹은 짭짜름한 호박 스프에 담궈진 토종닭 백숙을 먹는 듯한 맛이었다. 밥을 먹고는 한동안 사파 시내를 산책하고 카파 카페(KAFA cafe)란 곳에 들렸다. 잔 위로 수북하게 쌓아주는 산더미 스무디가 유명한 카페였다. 일행과 함께 코코넛 스무디와 망고 스무디를 하나씩 시켰다. 비가 내렸지만 날씨는 굉장히 후텁지근했다. 카페를 먹고 휴식을 취하며 다음날 일정인 파시판 산의 케이블카, 모노레일 및 입장권을 클룩 앱을 통해 예약했다. 1인 기준 약 6만원 정도였다. 호텔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기전까지 약간 휴식을 취했다. 저녁은 구글 검색을 통해 알아 본 '아니스 레스토랑(Anise Restaurant)'에서 먹었다.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으로 생일을 맞은 유럽인 테이블이 있었는데 같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고 생크림 케이크 한 조각을 받을 수 있었다. 식당은 구글 평점도 높았고 대부분의 한국 관광객은 이곳의 슈바인학센(독일식 족발)이 괜찮다는 평을 남겼다. 생전 처음 먹어본 슈바인학센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나쁘지 않았다. 둘이 먹기에는 양이 꽤 많아서 많이 남았는데 호텔 근처의 길고양이가 생각나서 직원에게 포장해 달라고 부탁했다. 카운터를 보는 여자 직원 분은 베트남어는 물론이고 영어, 한국말, 태국어까지 능숙했다. 소화도 시킬 겸 사파의 골목 이곳 저곳을 둘러 본 뒤에 다음날 이른 아침 일정을 위해 일찍 잠에 들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8-20 18:47:40[파이낸셜뉴스] 발리 7일차 일정은 그 어느날보다 타이트했다. 이날 하룻동안만 유튜버 '빠니보틀'도 방문한 '타나 롯', 발리 북부에 위치한 '가루다 위시누 켄카나 공원', '울루와뚜 사원' 등 총 3곳을 방문했다. 각각의 이동에만 2시간, 1시간 정도 걸리는 조금은 무리한 일정이었다. 발리 중부에서 시작해 남부, 최남단을 거쳐 다시 중부에 있는 숙소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바다 위에 떠있는 해상사원, 타나 롯 8시쯤 일어나 호텔 리셉션의 도움을 받아 오토바이 1대를 빌렸다. 비용은 보통 하루에 8000원 수준으로 장기렌트할 경우 더 낮아지기도 한다. 오토바이를 몰고 아침을 먹기 위해 '씨 유 카페'를 찾았다. 꾸따 비치 인근 주로 서핑을 즐기는 외국인이 많이 찾는 카페처럼 보였다. 아사이볼과 에그베네딕트를 먹었다. 로컬 식당과 비교해 가격대는 좀 나갔지만 분위기도 맛도 괜찮았다. 오토바이로 한참을 달려 타나 롯에 도착했다. 타나 롯은 16세기 자바에서 온 니라타가 건립했다고 한다. 니라타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바위덩어리로 된 섬의 경관을 보고 "여기야말로 신들이 강림하기에 어울리는 곳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바다에 있는 거대한 암석 덩어리 위에 사원이 위치한다. 오전, 오후 언제 오느냐에 따라 암석 대부분이 바다에 잠겨 있는 모습을 볼수도 있고, 물이 빠지면 바다였던 곳의 땅을 밟고 사원에 오를 수도 있다. 부산에서 가 본 '해동용궁사'의 발리 버전이랄까. 사원을 둘러싼 해안가의 경관도 볼겸 크게 한바퀴를 둘러봤다. 상점가가 있는 곳을 지나는데 '루왁 커피'를 파는 한 카페에서는 2마리의 사향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다. 날이 더워 늘어져 있는 두 마리의 사향 고양이는 캣타워 같은 곳에서 세상 모르고 잠을 자고 있었다. 가끔 잠에서 깨고는 자세를 바꾸기는 했는데 활발해 보이지는 않았다. 사향 고양이는 커피콩만 먹으면 영양실조에 걸리고 실제로는 다양한 먹이를 먹는다고 가게의 오너가 설명해 줬다. 사향 고양이 외에도 커다란 박쥐 한 마리가 나무에 매달려 다른 외국인 손님이 주는 당근(혹은 파파야) 같은 걸 받아 먹었다. 루왁 커피는 앞서 커피 농장에서도 먹어봤기 때문에 특별하진 않았다. 다만 발리 현지에서는 5000원~6000원이면 루왁 커피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기회 될때마다 먹어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싶었다. 타나 롯을 나와 도로를 타고 한 5분 정도를 달리다 인근에 있는 한 식당에 들어갔다. 주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으로 메인으로 오리 고기와 밥, 면을 함께 파는 식당이었다. 맛은 평범했다. 거대 동상, 영화 세트장 같은 가루다 공원 울루와뚜 웅가산 지역에 있는 '가루다 위시누 켄카나 공원'으로 다시 오토바이로 한참을 달렸다. 덥고 습한 날씨, 장기간 라이딩에 허리와 엉덩이까지 아팠다. 울루와뚜 웅가산 지역에 있는 공원으로 공원 입장료를 구입하면 무료 음료 쿠폰을 한장 준다. 공원안에 있는 식당에서 밥까지 먹을 수 있는 프리미엄 티켓이 있긴 한데 딱히 흥미가 생기진 않았다. 무료 음료를 마시면서 해당 식당에 들어가 야경을 충분히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정도로 충분했다. 발리 최대의 테마파크로 발리 문화와 힌두문화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공원이다. 공원의 입구에서 만나게 되는 힌두교 신들 중 하나인 '비슈누'는 질서유지의 신이라고 한다. 힌두교 신들 중 가장 선하고 정의롭고 자비로운 신이라고 한다. 비슈누 앞에서 발리 전통 의상을 입고 악기를 연주하는 공원이 시간 단위로 열리는 듯했다. 비슈누는 다음에 보게 될 반인반조 독수리인 '가루다'를 타고 다닌다고 한다. 실제로 가루다 동상을 보고 공원을 한 바퀴 돌다 보면 말미에 가루다를 타고 있는 브슈누가 거대하게 얹혀진 건물도 보게 된다. 해당 건물에서는 발리 신진 작가들이 출품한 각종 신과 도깨비 등의 조소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공원을 둘러보는데는 최소 1시간, 넉넉하게 2시간 이상 소요되고 걸음도 꽤 걸어야 한다. 공원에 도착하고 바로 '미쉐'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목을 축였다. 공원을 다 둘러볼 즈음에는 갈증도 나고 꽤나 피로했다. 출구쪽에 접한 식당에서 들어올 때 받았던 입장권으로 무료 음료를 마실 수 있었다. 별도의 제작 음료를 주는 것은 아니고 호텔 뷔페에 있는 레몬티, 홍차 등 다양한 음료를 내려 마실 수 있는 구조였다. 갈증이 나 한 컵을 원샷하고 다음 잔을 채운 뒤 야외 테라스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석양이 지기 시작했는데 밖으로 보이는 풍광도 나쁘지 않았다. 공원을 나와 다시 다음 목적지인 울루와뜨 사원으로 향했다. 석양 진 뒤 울루와뚜 사원, 케착 댄스는 다음 기회에 울루와뚜 사원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져 어둑어둑했다. 오토바이 주차장에 오토바이를 새우는데 원숭이 두서 마리가 다른 오토바이 위에서 작은 바나나를 먹고 있었다. 표를 사고 절벽 위에 있는 울루와뚜 사원을 둘러봤다. 절벽 꼭대기에서 밤 바다를 내려다 봤다. 일주일 동안 발리의 여러 관광지를 돌아다녔지만 이날의 울루와뚜에 관광객이 가장 많았다. 출퇴근길 서울의 지하철을 연상케 할 정도로 사람이 가득해 사람 사이를 지나쳐 가야 했다. 사원에서 매 시간 단위로 진행하는 발리의 민속 댄스 공연인 케착 댄스도 보고 싶었는데 이틀전부터 이미 예약이 가득차 있었다. 울루와뜨 사원의 외곽을 따라 걸으며 벽이 낮은 특정 장소에서 한동안 관객의 함성과, 무대 뒤 일부 배우들을 벽 너머로 볼 수 있었지만 공연 전체를 보지 못한 것은 굉장히 아쉬웠다. 처음 발리에 묵었던 우붓 왕궁을 비롯해 다양한 장소에서 케착 댄스 공연이 열렸지만 울루와뚜 공연이 원조라는 얘기를 들어 미뤘던 것이 화근이었다. 아쉽지만 케착 댄스는 다음번 발리를 위해 남겨 두기로 했다. 스미냑 비치, 저 바다에 누워 빈땅 맥주 한 잔 더 라이트를 켜고 발리의 밤 거리를 달렸다. 일부 도로는 한산했지만 도심지에 접근하자 수십대의 오토바이가 도로는 물론 인도를 넘나들며 자동차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다녔다. 방콕 스쿰빗 로드, 베트남 호치민과 견줘도 발리의 오토바이 교통 체증은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스미냑 비치에 당도해 주요 상점가를 지나쳐 바닷가에 있는 비치 펍에 가기로 했다. 말 그대로 백사장에 푹신하게 몸을 파 묻을 수 있는 베개형 쇼파가 가득했다. 쇼파와 파라솔이 백사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그 나름대로 장관이었다. 일행과 나는 블루 나인 비치(B9B)라는 펍에 자리를 잡았다. 대부분의 비치 펍이 라이브 밴드가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비치 펍마다 가수의 스타일이 모두 달랐다. 물론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만큼 대부분 미국의 팝을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날의 가수는 한 여성분이었는데 노래를 엄청 잘 부른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날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피자와 첫날 맛있게 먹었던 그리스식 꼬치 요리를 주문했다. 그리고 발리의 마지막 밤인 만큼 빈땅 맥주도 두 세병 마셨다. 일행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가수와 동료들이 무대를 마치고 짐을 싸고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자리를 정리했다. 계산을 하고 왔던 백사장을 따라 걸어가는데 우리가 있었던 펍이 그날 밤 문을 제일 늦게 닫은 거라는 걸 알았다. 다른 펍들은 이미 철수를 한 뒤였다. 어쩌면 그날 스미냑 비치에서 마지막까지 빈땅 맥주를 마신 최후의 손님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다음날은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아침으로 근처 카페에서 마지막 아사이볼을 먹었다. 이어 호텔 근처에 있던 '코코랩'이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간단하게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먹고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생에 첫 발리였지만 어쩐지 발리는 앞으로 적어도 한 번은 더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OBJECT0#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7-18 18:56:20[파이낸셜뉴스] 7박8일의 발리 일정 중 5일째와 6일째 날은 발리 근교 섬인 '누사페니다' 1박 2일 투어를 갔다. 클룩 앱을 통해 숙소가 포함되지 않은 1박 2일 가이드 투어(차량포함)로 예약했다. 유튜브에서 적어도 5개 이상의 누사페니다 투어 후기 영상을 찾아봤다. 반나절 투어의 경우 왕복 이동에만 몇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너무 촉박하다는 후기가 많았다. 앱에서도 누사페니다 관련 투어 상품이 족히 10여개는 됐는데 숙소 포함 여부, 스노클링 등 액티비티 포함 여부에 따라 비용 차이도 꽤 컸다. 모든 것이 포함된 프로그램의 경우 비용이 많은 대신 편리할 것이었다. 반면 누사페니다를 자유여행으로 온 뒤 오토바이로 여행하는 여행자도 많았다. 하지만 섬의 대부분이 비포장 도로에다 돌맹이와 요철도 많고 길도 좁아 오토바이 초보에게는 위험해 보였다. 다른 투어 프로그램과 비교해 비용이 비싼 편이었기 때문에 나름 심사 숙고해서 숙소 미포함, 1박 2일, 기사 포함 투어를 선택했다. 사누르항구 집결, 누사페니다로 향하다 투어 프로그램을 예약하고 당일 아침, 그랩으로 차량을 잡아 집결지인 '사누르 항구'로 이동했다. 한 편의점 앞에서 모인 뒤 투어 프로그램에 따라 목걸이 형태의 티켓을 발급 받았다. 인솔자를 따라 같은 목걸이를 한 사람들은 같은 배에 타는 시스템이었다. 사람도 많고 별도의 인솔이나 안내도 없었기 때문에 자칫 늦거나, 시각을 착각하면 여행 일정이 꼬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여자저차해서 혼란 없이 사누르항구에서 누사페니다로 가는 배를 탈 수 있었다. 약 40분 정도를 배로 이동한 뒤 누사페니다 섬에 도착했다. 항구 바깥에서 내 이름을 들고 있는 가이드를 만날 수 있었다. 가이드와 함께 그의 차로 이동했고, 이때부터 누사페니다 투어가 시작됐다. 다이아몬드비치와 아투비치 누사페니다 1박 2일 투어는 첫날은 동부, 둘 째날은 서부를 둘러보는 코스였다. 첫날 차를 몰고 가장 먼저 이동한 곳은 다이아몬드비치와 아투비치였다. 주차를 하고 내리면 고지대에서 다이아몬드 비치와 아투비치가 내려다 보인다. 깍아지른 절벽의 구석에 아슬아슬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사진 한 두 장을 찍었다. 보통 동행한 가이드 기사가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준다. 다이아몬드비치의 해변으로 가기 위해서는 경사가 급한 절벽 계단을 15분~20분 가량 내려가야 한다. 슬리퍼나, 크록스를 신고 내려가기에는 약간 주의가 필요하다. 경사가 급하고, 일부 돌계단 지역은 잘못하면 미끄러져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내려가는 계단 중간 중간 관광객들이 기념 촬영을 하느라 멈춰서기 때문에 속도를 내기도 어렵다. 다이아몬드 비치는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았다. 파도가 높고 강해서 주의가 필요하지만 풍광도, 경치도 모두 좋았다. 다만 투어프로그램을 이용해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오랜 시간을 보내기는 어려웠다. 보통 관광객들은 시간 관계상 다이아몬드비치나 아투 비치 중 한 곳을 택해 내려가 둘러보고 오는 경우가 많다. 다이아몬드비치 다음으로는 인근 식당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투어와 연결된 제휴 식당으로 나시고랭, 미고랭 등 기본 메뉴를 선택해 별도 비용 없이 먹을 수 있었다. 맛은 역시나 별로였다. 트리하우스와 텔레토비언덕 점심을 먹고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트리하우스'라는 곳이었다. 이름 그대로 오래된 고목 위에 나무로 지은 집이 있는 사진 명소 같은 곳이었다. 투어에 포함돼 입장 티켓 비용은 없었지만 트리하우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별도로 돈을 내야했다. 몇 천원 정도였는데 사실 그 정도 가치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아서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대신 트리하우스 인근의 해변 절벽을 한 바퀴 둘러봤다. 첫날의 마지막 목적지는 '텔레토비 언덕'이었다. 별다른 풍광 없이 그냥 보통의 언덕이었다. 초록의 풍광이 펼쳐지긴 했지만 발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라 새로울 것도 없었다. 사실 트리하우스와 텔레토비언덕은 1박2일로 프로그램을 늘리기 위해 억지로 넣은 장소 같았다. 첫날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잡은 '링 사메톤 리조트 호텔'로 체크인을 했다. 한동안 휴식을 취하고 저녁은 도보로 이동가능한 '시크릿 페니다 레스토랑 &바'에서 해결했다. 호텔과 마찬가지로 누사페니다 섬의 최북단 해안가에 위치한 식당이라 바다를 향해 테이블을 놓고 떨어지는 석양을 보며 맥주를 마셨다. 음식은 소고기 장조림 같은 발리 현지 요리, 햄버거와 프렌치 프라이를 먹었다. 발리 물가 치곤 상당히 비쌌지만 풍경의 가격이라 생각하면 나쁘지 않았다. 하루 종일 기사를 따라 '깃발 투어'처럼 잠깐 구경하고 이동, 구경하고 이동을 반복하는 것보다 여유롭게 저녁을 먹으며 쉬는 이 시간이 정말로 누사페디나를 즐기는 느낌이었다. 바로 호텔로 들어가기에는 시간이 일러 호텔 근처에 있는 이름모를 카페에서 간단하게 음료와 나초 등 스낵을 더 먹었다. 특별할 거 없는 평범한 카페였지만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하나 만들었다. 엔젤빌라봉과 브로큰비치 다음날은 아침 일찍 체크 아웃을 하고 아침 8시30분쯤 일정을 시작했다. 가이드는 이미 주차장에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었다. 둘 째날의 첫 목적지는 '엔젤빌라봉'과 '브론큰비치'라는 곳이었다. 도보로 5분 정도 떨어진 두 곳은 모두 발리의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엔젤빌라봉의 거대한 암석과 고려 청자 같이 초록 투명한 바닷물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남겼다. 브로큰비치는 아치형 다리 모양의 자연 구조물이었다. 브로큰비치를 따라 한 바퀴 돌며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몇몇 가이드는 멋진 사진을 남겨 주기 위해 높은 나무에 올라 다양한 각도로 관광객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른 아침의 브로큰비치도 나름 매력있었지만, 석양이 질 무렵의 브로큰비치 역시 대자연이 주는 압도적인 풍광과 장엄함이 있다고 한다. 브로큰비치를 보고 차량으로 복귀할 즈음해서 살짝 비가 내렸다. 하지만 소나기 정도로 비가 많이 내리진 않고 금방 그쳤다. 다행이었다. 티라노를 닮은 클리킹비치 클리킹비치는 누사페니다 반나절(하루) 투어에도 반드시 들어가는 곳이다. 그만큼 누사페니다 섬을 대표하는 관광명소여서다. 클리킹이란 새끼손가락을 뜻하는데 사실 오른쪽을 바라보는 티라노사우스를 닮은 것처럼 보인다. 입을 벌리고 있는 티라노의 머리 지형과 오른손으로 절반 하트를 만들어 하트처럼 인증샷을 찍은 사진도 여러장 볼 수 있었다. 클리킹비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지역에서는 원숭이들도 볼 수 있었다. 클리킹비치는 첫 날의 다이아몬드 비치처럼 돌계단을 따라 해변가까지 내려갈 수 있다. 누사페니다의 여러 해변 중 가장 해수욕을 하고 싶은 장소였지만 다음 목적지가 있어 모두다 내려가는 대신 중간쯤에서 사진을 여러장 남기고 다시 올라왔다. 절반 정도만 내려갔는데도 날이 더워 땀이 한바가지 쏟아졌다. 클리킹비치를 보고 인근의 식당에 들려 점심을 먹었다. 전날 먹었던 식당과 달랐지만 메뉴는 같았다. 가장 안전한 미고렝(볶음면)을 먹었다. 역시나 별로 맛이 없었고, 슬슬 미고렝이 질려갔다. 누사페니다 투어의 마지막 행선지는 '크리스탈 비치'였다. 한 시간 정도 해수욕을 하거나 쉴 수 있다. 이미 질릴도록 해변을 봤기 때문에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1박 2일쯤 되면 보통 피곤하기 때문에 가이드에게 이곳을 생략하고 바로 발리 본섬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해변가에서 적당히 물장구를 치고 놀다, 과일 주스를 한잔 마시고 누사페니다 투어를 마쳤다. 차를 타고 누사페니다 섬 항구로 가서 한동안 기다린 뒤에 보트를 타고 본섬으로 돌아왔다. 꾸따로 이동 사누르 항구로 도착해 다시 그랩으로 차를 불러 마지막 숙소가 있는 '꾸따' 지역으로 향했다. 발리 서부 해안가 지역은 서핑으로 유명한데 이번 투어에서는 '서핑'이나 '풀 클럽(수영장 클럽)'은 가보지 못했다. 숙소는 '율리아 비치 인 쿠타'라는 곳으로 위치도, 시설도 괜찮았다. 발리 서쪽 서핑 지역은 총 3개의 비치가 있는데 내가 머물렀던 '꾸따'는 가장 오래되고 퇴락해 가는 중이라고 한다. 그 위쪽으로 세미냑 비치, 짱구 비치가 있는데 요즘은 이 두 곳이 더 핫하다고 한다. 1박 2일의 투어로 피곤했기 때문에 숙소에서 샤워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저녁은 호텔 근처를 한 바퀴 산책하고 눈에 보였던 '돈 주앙 멕시칸 레스토랑 앤 바'라는 곳에서 해결했다. 당시 핸드폰이 고장나서 음식 사진을 찍지는 못했는데 개인적으로 발리에서 갔던 식당 중 가장 맛있게 먹은 곳이었다. 한국에서 종종 먹었던 '온더보더'나 다른 멕시칸 레스토랑 대비 가성비도 좋고 고기도 풍성하고, 소스도 다양했다. #OBJECT0#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7-12 16:4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