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 처리나 인간의 두뇌를 모방한 뉴로모픽 칩과 같은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한 차세대 지능형반도체 소자기술을 개발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나노융합연구부 이명재 박사 연구팀이 2차원 반도체 소재인 이황화텅스텐과 육방정 질화붕소를 이용해 3진법 적용이 가능한 2차원 소재 기반의 다치(多値)논리소자를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현재 대부분의 컴퓨터는 '0'과 '1'을 사용하는 2진법 기반이다. 반도체나 집적회로(IC) 같은 컴퓨터 산업도 2진법을 기반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현재에는 빅데이터 처리나 복잡한 연산을 요구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량 측면에서 기술적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이 때문에 방대한 정보량을 구현하면서 전력도 줄일 수 있는 다치논리소자 연구가 세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3진법 이상의 논리가 구현 가능한 다치논리소자는 정보를 '0', '1', '2' 이상으로 처리할 수 있어, 2개의 숫자만 사용했던 기존의 2진법보다 처리해야 할 정보의 양이 줄어들어 소비전력이 적고 계산 속도가 빠르다. 이에 따라 대용량의 정보처리가 가능하면서 반도체 집적회로를 더 작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에 연구진은 2차원 반도체 소재인 이황화텅스텐과 육방정 질화붕소를 결합해 '0', '1', '2'인 3개의 논리상태 구현이 가능한 2차원 소재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두 개의 2차원 반도체 소재를 수직으로 층층이 쌓아올림으로써 육방정 질화붕소 층이 인접하는 이황화 텅스텐 층 간의 전자 상호작용을 크게 줄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2차원 반도체 소재 내의 밴드갭을 제어하는 메커니즘임을 규명했다. 이를 통해 특정 전압 구간에서 전류량이 감소하는 부성미분저항 특성을 가진 다치논리소자를 새롭게 개발했다. 이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새로운 개념의 다치논리소자는 향후 대용량 정보 처리가 필요한 AI SW 지원하는 초절전형 소자·회로 기술의 기반이 될 것"이라며, "향후 두뇌 모방형 반도체와 같은 차세대 지능형반도체 소자 기술의 적용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DGIST 신물질과학전공 김영욱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나노과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ACS 나노'에 3일자 온라인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0-11-12 10:25:11[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신소재로 주목받는 2차원 반도체의 상용화를 앞당길 측정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반도체의 성능 향상뿐만 아니라 양자컴퓨터, 스핀트로닉스와 같은 무궁무진한 미래 기술의 기반으로도 응용할 수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는 양자기술연구소 연구팀이 첨단소재인 2차원 반도체성 전이금속 디칼코게나이드(SC-TMD) 화합물의 양자전기 물리적 특성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그동안 이론적 예측으로 밝혀온 물리적 특성 값들을 정확한 측정으로 규명함해 2차원 반도체의 응용성을 한 차원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의 정수용 책임연구원은 "원자결함 제어의 가능성을 제시한 이번 기술은 2차원 반도체의 응용성을 폭넓게 확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술은 반도체 특성을 결정짓는 원자결함상태의 에너지 분포를 높은 정밀도로 측정할 수 있다. 원자결함을 제어해 반도체의 특성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가변 반도체 개발의 길이 열린 것이다. 이황화텅스텐, 이황화몰리브덴 등이 대표하는 SC-TMD 물질은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과 유사한 2차원 물질이다. 그래핀의 장점인 우수한 물리화학적 특징은 물론, 반도체의 특성까지 가지고 있어 산업 응용 가능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SC-TMD 물질은 실리콘 반도체를 대체할 미래 반도체 기술로 꼽히지만, 아직까지 물질 자체가 가진 물리적 성질에 대한 비밀이 명확히 풀리지 않아 상용화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SC-TMD 물질 내부에 존재하는 원자결함은 '양날의 검'과 같다. 원자결함이 만드는 결함상태(defect state)는 물질의 도핑 정도를 조절하고 'P형', 'N형'과 같은 반도체 특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지만, 동시에 전자 이동도를 억제하는 등 성능을 저해하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즉, 원자결함을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만 있다면 SC-TMD 물질은 다양한 기능을 손쉽게 변화시킬 수 있는 신개념 소자로 탄생할 수 있다. KRISS 양자기술연구소 연구팀은 육각질화붕소 박막, 흑연, 그래핀, SC-TMD 등의 2차원 물질이 적층된 수직이종접합 구조를 제작, 전자터널링분광법을 이용해 SC-TMD에 대한 양자전기물성을 정확하게 측정했다. 그 결과 밴드갭과 엑시톤 등 SC-TMD의 고유 물성값은 물론, 원자결함상태의 기원과 영향력까지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한 측정 이후, 이론적 검증방법인 제일원리계산을 통한 해석으로 측정값의 신뢰성을 극대화했다. KRISS 주요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19-10-02 16:15:10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이 초고속 그래핀 성장법을 개발했다. 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단장 로드니 루오프) 펑딩(Feng Ding) 그룹리더(UNIST 특훈교수)팀은 중국 연구진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불소(F)를 주입해 기존보다 3배 빠른 속도로 그래핀을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최고속도다. 원자 두께의 2차원 소재는 얇고 잘 휘면서도 단단한 특성을 지녀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상용화가 가능할 정도로 크게 만드는 것이 난제다. 대면적 제작에 성공한 물질 자체가 드문데다, 대면적화(化)에 성공하더라도 긴 제조시간으로 인해 사실상 상용화는 어려웠다. 물성이 우수한 2차원 소재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제조시간 단축이 급선무다. 지금까지는 원료물질을 바꾸거나 온도를 조절하는 등 제조환경 자체를 바꾸는 방법이 시도됐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그래핀의 성장을 완전히 제어 할 수 없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공동연구진은 그 해결책으로 불소에 주목했다. 전기음성도(원자나 분자가 화학 결합을 할 때 다른 전자를 끌어들이는 능력의 척도. 공유하고 있는 전자쌍을 끌어들이는 성질)가 높아 반응성이 좋은 불소를 합성 과정에 적용하면 2차원 소재의 빠른 합성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불소기체를 곧바로 주입할 경우 반응성이 큰 불소가 다른 물질과 결합해 독성물질을 생성할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공간적으로 제한된 부분에서만 국소적으로 불소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우선 연구진은 대표적인 2차원 도체물질인 그래핀 성장에 불소를 적용했다. 일반적으로 그래핀 성장에는 화학기상증착(CVD)법이 쓰인다. 이는 금속기판 표면에 메탄가스(CH4)를 주입하며, 메탄 속 탄소(C) 원자가 금속기판에 흡착하는 식으로 그래핀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금속기판으로 불소를 함유한 금속불화물(MF2)을 사용하고, 이 위에 얇은 구리(Cu) 필름을 올린 형태의 기판을 제작했다. 그리고 온도를 높여 불소가 금속불화물로부터 방출되게 했다. 불소는 금속불화물과 구리 필름 사이의 10~2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 분의 1m)의 매우 좁은 공간에서만 머물게 된다. 불소가 다른 물질과 반응하지 않도록 일종의 장벽을 세워 가둔 것이다. 이 틈 속에서 불소로 인해 메탄가스는 더 분해가 쉬운 형태의 기체(CH3F, CH2F2)로 바뀌고, 최종적으로 그래핀은 더 손쉽게 원료인 탄소를 얻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공동 제1저자인 루 치우(Li Qui) 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 연구원(UNIST 박사과정생)은 “메탄분자와 불소가 반응해 생긴 기체들은 매우 분극화 돼 있어 더 쉽게 분해되고, 이로 인해 탄소 공급이 가속화돼 더 빠르게 그래핀을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 개발된 기술은 그래핀을 분당 12㎜의 속도로 빠르게 성장시켰다. 이는 지금까지 보고된 그래핀 성장 최고속도였던 분당 3.6㎜ 보다 3배 이상 빠른 속도다. 가령, 기존에 면적 10㎠ 그래핀 제조에 10분이 소요됐다면, 개발된 기술로는 이 시간을 3분 정도로 단축할 수 있는 셈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대표적인 2차원 부도체 물질인 육방정계 질화붕소(h-BN)와 반도체 물질인 텅스텐이황화물(WS2) 성장에도 적용해본 결과, 그래핀과 마찬가지로 주입된 불소가 성장속도를 크게 단축함을 확인했다. 불소가 다양한 2차원 소재들의 성장속도를 가속하는 상용화의 열쇠임을 증명했다. 펑딩 그룹리더는 “2차원 물질의 성장과정에서 불소를 국소적으로 주입하는 간단한 방식으로 상용화의 걸림돌이 되던 성장속도 문제를 해결했다”며 “불소와 같은 반응성이 좋은 물질들로 다양한 2차원 물질을 더 향상된 속도로 합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 IF 25.870)에 7월 16일 0시(한국시간) 게재됐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 기자
2019-07-15 10:4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