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중학교 동창생을 폭행해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20대 남성에게 검찰이 1심 보다 무거운 징역 17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0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양진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20)씨의 상습특수 중상해 혐의 항소심 공판에서 징역 1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검찰은 1심에서는 A씨에게 중상해 혐의만 적용해 징역 8년을 구형했으나 법리 검토를 통한 공소장 변경을 거쳐 구형량을 큰 폭으로 상향했다. 검사는 “피해자는 현재 식물인간으로 회복 가능성이 극히 희박해 남은 수명이 3∼5년으로 예상된다”며 “피해자가 사실상 사망에 준하는 상태에 있는 만큼, 피고인의 범행 결과는 매우 중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피해자 부모의 정신·육체·경제적 고통은 영원할 수밖에 없는데도 피고인은 피해자 측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며 “이러한 사정을 참작해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A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기재된 양형 가중 사유인 범행의 상습·특수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하며 선처를 구했다. A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2018년 상해죄를 저질렀으나 이후 범행은 모두 단순한 폭행이었다”며 “이들 폭행 또한 주변에서 바라거나 상대방에 의해 유발된 것인데 이를 상습적이라고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적으로 ‘특수’라는 개념도 움직일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범행했을 때 성립하는데, 이 사건은 (피해자가 부딪힌) 테이블이 그곳에 우연히 있었던 것이지 피고인이 그것을 움직였다거나 휴대·소지해 가격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제가 수감 중이라 피해자에 대한 피해 복구를 못하고 있지만, 사회에 나가게 되면 꼭 회복을 돕고 싶다”며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A씨는 지난해 2월6일 친구들과의 여행 도중 부산시의 한 숙박업소에서 중학교 동창인 B씨를 폭행하고 테이블 쪽으로 내던져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이 폭행으로 목을 크게 다쳐 의료진으로부터 시한부 선고를 받고 식물인간 상태로 병상에 누워있는 상태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내달 18일 열린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1-20 21:46:51[파이낸셜뉴스] 로보티즈가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과 손잡고 인간 수준의 신체 지능을 향상시킨 로봇 기술을 개발한다. 이번 연구개발(R&D)은 산업통상자원부의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주관하는 국제 공동 연구개발(R&D) 과제 공모에 선정돼 최대 100억원 규모의 정부지원으로 진행된다. 로보티즈 김병수 대표는 19일 "로보티즈의 경험과 기술력이 MIT 석학들과 만나 이뤄질 시너지에 대해 큰 기대를 갖고 있다"며, "앞으로 피지컬 AI가 로봇 업계의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좋은 기회를 살려 성과 창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로봇 업계에서는 인간의 신체처럼 정밀한 물리력을 구현할 수 있는 신체 지능을 바탕으로 피지컬 AI가 각광받고 있다. 이 '피지컬 AI'를 보다 실용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 로봇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로보티즈와 수많은 로봇 제조 및 제어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MIT의 연구진이 손을 맞잡은 것이다. 로보티즈와 MIT는 '피지컬 AI' 개발을 바탕으로 인간 수준의 조작 능력을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입장이다. '피지컬 AI'가 인간 수준의 조작 능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감지체계와 감지 결과를 활용해 반사적으로 반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다양한 실제 환경 변화에 대해 능동적으로 감지하고 반응하는 반사 반응에 대한 제어와 각각의 상황을 학습할 수 있는 AI 기술이 필수적이다. MIT와 함께 개발하는 '피지컬 AI'기술은 로보티즈가 야심차게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협동로봇 '오픈매니퓰레이터-Y(OM-Y)'에 추후 적용할 예정이다. 현재는 집게형태의 그립퍼로 임무를 수행하지만 피지컬 AI를 기반으로 인간에 가까운 수준의 조작 능력이 가능해진다면 더욱 다양한 산업환경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피지컬 AI'와 같이 고도화된 AI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람 손의 촉각을 모사할 수 있는 촉각센서 △높은 역구동성과 토크밀도를 구비한 초소형·초정밀 액추에이터 등 로봇 기술이 집약된 정밀한 부품들이 필요하다. 로보티즈는 로봇 액추에이터 '다이나믹셀(DYNAMIXEL)' 시리즈에 대한 폭 넓은 개발 및 제조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로봇 부품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높은 정밀함과 로봇 공학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요구하는 피지컬 AI 개발에 있어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다이나믹셀(DYNAMIXEL)'을 기반으로 개발한 '알로하' 로봇이 청소나 빨래 등을 하는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알로하'와 함께 로보티즈의 '다이나믹셀(DYNAMIXEL)'도 업계의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로보티즈도 MIT와 함께 '피지컬 AI'를 탑재해 '알로하'처럼 직접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로봇 플랫폼에 대한 개발 및 상용화도 염두에 두고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4-11-19 09:24:28"각 나라의 민족을 벗어나 인류란 무엇인가. 인종을 떠나 공통 분모는 과연 있을까." 한국·중국·일본의 비엔날레급 작가 10명이 단순한 국가 교류전이 아닌, 작품을 통한 인간의 깊은 성찰을 진솔하게 전한다. '한중일 현대미술 인류 공동체를 향한 메시지' 전(展)이 오는 15일부터 12월 19일까지 울산 장생포문화창고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 키워드는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작가들은 각각 지역 현안과 정체성에 대한 고뇌를 작품을 통해 나타내고 있지만, 이들이 다루는 조형 언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 개인이 속한 민족이라는 경계를 벗어나 인류 공동체를 향하고 있다는 공통 분모를 추출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기존의 한국과 중국, 혹은 한국과 일본 작가들이 참여하는 통상적인 기획전이나 교류전과 달리 컬렉터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작품성이 검증된 수준급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전시 전부터 입소문을 타면서 미술 애호가들의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전시 참여 작가는 한국의 유성숙, 김진열, 이주영, 황승우, 박야일, 이달비, 중국의 조지강, 장효몽, 일본의 마츠모토 다카시 츠부라 카메모토다. 특히 이번 전시의 해외 커미셔너이자 작가로 참여하는 조지강은 흔히 '중국 현대 미술의 4대 천왕'(장샤오강·웨민준·팡리쥔·쩡판즈)으로 불리는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인물이다. 현재 중국 베이징에서 가장 규모가 큰 상상미술관의 예술 총감독을 맡고 있다. 그는 작품을 통해 인간의 개별성과 국가주의와의 관계를 조명하는 작업으로 중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조 작가는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 '노동의 뒤태(1991)'를 통해 단순한 노동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을 표현했다. 군중 뒤로 밀어닥치는 열차로 인해 깜짝 놀라 당황하는 사람의 표정들, 붉게 물든 노을 아래 바싹 마른 땅과 수숫대를 보면서 분노하는 사람, 아직 새벽 안개가 걷히지 않은 새벽에 출근하는 노동자를 세세히 표현한 게 압권이다. 또 다른 중국의 유명 작가인 장효몽은 대표작 '사이보그(2024)'에서 용맹함 속에 연약한 구석을 선보였다. 응시하는 눈빛, 치켜든 턱, 단단한 어깨로 봐서는 마치 용병과 같은 이미지인데, 이 사이보그는 곧 눈물을 주르르 흘릴 것 같은 모양새다. 인간이 미래에 마주할 사이보그에게 선한 감정을 기대하는 메시지가 숨어 있는 듯 하다. 그간 신앙을 향한 인간의 원초적인 고뇌와 그 터널을 통과한 뒤의 겸손을 그려 온 한국의 유성숙 작가는 200호에 이르는 대작을 선보이며 한층 깊고 원숙해진 작품 세계로 관람객들을 맞는다. 유 작가는 200호 대작 '향기로 피어나다(2024)'에서 메시아를 기다리는 인간을 통해 평화를 갈구하는 모습을 그렸다. 그는 "메시아는 세상을 구할 은자이며, 메시아를 갈망한다는 것은 준비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주영 작가는 '묵(2023)'을 통해 의례를 드리듯 상대의 인간 존엄을 드러내고자 했다. 그의 시선은 노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에 고정돼 있다. 그들과 교류하며 고단한 삶의 스토리를 경청하고 위무 하듯 작품 속 그를 그린다. 마치 성자와 같았다는 그는 이제 세상에 없다고 한다. 박야일 작가의 '벽을 건너니(2022)'도 인간의 본성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인간의 욕망이 키운 온통 벽으로 둘러쳐진 곳, 그 벽을 응시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아냈다. 길이 없는 삶, 그것은 오늘 우리의 모습, 즉 임계점에 도달한 기후 위기와 같은 위험을 깨우치게 한다. 일본의 대표 작가인 츠부라 카메모토는 '음영의 이미지(2023)'에서 평면으로 누운 나무 패널에 말 모양을 파내서 위로 조명을 쏘아서 말 형상의 그림자가 겹치게 했는데, 그림자(음陰)과 형상(양陽)의 조화를 볼 수 있게 했다. 생명에게 섭생이 있다면 우주도 지구도 섭생이 있는데, 그것의 근본은 곧 음양이라는 게 그의 메시지다. 마츠모토 다카시의 '원형질 덩어리(2022)'도 인간의 원형을 탐구한다. 가공되지 않고 날 것의 원형에서 인간의 본성을 길어 올리는 것이다. 주로 흙을 재료로 쓰는 까닭도 인간 원형에 닿기 위함이다. 이밖에 이번 전시는 작가들의 독특한 캐릭터가 도드라진 작품을 다수 만나볼 수 있다.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우리 시대의 현실을 보여주거나(김진열), 인간의 다양한 내면을 보여주는 조각(황승우), 콘테로 나타낸 숙명처럼 삼아온 사회의 모순(이주영), 어렵고 불편한 세상에 대한 한 차원 높은 이해(박야일), 결과 중심의 세태를 비판하고 과정을 중시하는 사회를 씨앗으로 표현한 작품(이달비)들이 주목 받았다. 전시를 주최한 최진실 고래문화재단 공연예술팀 주임은 "이번 전시에서는 기후 위기, 질병, 전쟁 등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위협하고 생존 기반을 무너뜨리는 요인들을 되짚어보고 공동체적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예술가들을 통해 조명했다"며 "수준 높은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인간으로서 존재에 대한 가치관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11-07 19:10:10[파이낸셜뉴스] "올해 핼러윈의 가장 무서운 영상이다." 영국 최대 기술분야 전문 매체인 테크레이더는 이달 초 현대자동차그룹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로봇)인 '올 뉴 아틀라스' 작업 영상을 공개한 직후, 이런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수십년간 로봇혁명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어왔지만, (이 영상을 보고나니) 10~20년 안에는 사람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지난달 30일과 31일 연이어 공개한 영상에서 아틀라스는 실제 사람처럼, 공장 내 작업공간에서 엔진 커버 부품을 척척 보관함으로 옮기는 모습을 선보였다. 부품의 위치와 종류를 정확히 인식할 뿐만 아니라, 몸통을 360도로 돌려가면서 화려한 작업 스킬까지 겸비했다. 5일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해당 영상과 관련 "수행 과정에서 원격 조작은 없으며, 모든 동작은 로봇의 '인지-판단-제어 과정'을 통해 자율적으로 생성된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지시, 제어없이 로봇이 자율적으로 작업 가능하다는 것이다. 테크레이더는 여기서 더 나아가 "생성 인공지능(AI)도입으로,작업 상황에 대해 답변하고, 심지어 점심 시간에 농담까지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테슬라의 인간형 로봇인 옵티머스보다 한 발 앞서있다고 평가되는 부분이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는 일부 원격제어로 작동된다. 미국 뉴욕 포스트는 '인간의 도움 없이 작업 수행하는 아틀라스 영상 공개'라는 기사에서 보관함의 수납 위치만 지정하면 로봇이 알아서 작동하는 등 옮겨야 할 물체를 정확히 인식하는 능력을 선보였다고 보도했다. 각종 글로벌테크 전문매체들도 앞다퉈 아틀라스의 활약상을 주목했다. 테크 전문지 IEEE 스펙트럼(1964년 창간)도 아틀라스의 자율성과 생산성을 집중 조명했다. 150년 역사의 대중과학잡지 파퓰러사이언스 역시, '휴머노이드 로봇이 스스로 작동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신형 아틀라스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보도했다. 이 매체는 "상업 활동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며 "이번 엔진 커버를 옮기는 작업 데모를 통해 이미 자동차 공장에서 일할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사람을 대체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 공장을 예견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미래형 공장으로 구축한 싱가포르 혁신센터에 로봇개(사족로봇)을 투입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0년 약 1조원에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고도의 정밀도를 요하는 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24-11-05 15:40:58시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해온 김대우 감독이 장편 영화 '히든페이스'로 오는 11월 극장가를 찾는다. 전작 '인간중독'(2014)과 '방자전'(2010)을 통해 감각적인 연출력을 입증한 그는 인간 내면의 다층적 구조를 밀실을 통해 들여다본 이번 작품으로 또 한번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김대우 감독은 지난 22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사람은 저마다 말하지 못하는 비밀을 가지고 있는데 '비밀과 비밀이 부딪히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밀실이라는 공간을 통해 선악의 경계가 불분명한 인간의 욕망과 본능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작보고회에는 주연 배우인 송승헌과 조여정, 박지현이 함께 자리했다. '히든페이스'는 지난 2011년 개봉한 안드레스 바이즈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원작과는 차별화된 연출 기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대우 감독은 "원작을 본 뒤 더 재밌게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말하지 못하는 비밀과 들여다보지 않았던 내면을 탐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송승헌과 조여정 등 톱배우들의 출연으로도 화제가 된 이번 영화에는 노련한 연기가 인상적인 박지현 배우까지 가세해 세 인물 사이에 흐르는 갈망과 욕망, 비밀 등 인간이 가진 어둡고 복잡한 이면을 연기한다. 다층적으로 얽히고설켜가는 김대우식 스토리텔링이 영화를 관통하고 있다. 영화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 분)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분)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 분)이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성진에 대해 송승헌은 "사라진 수연을 찾으면서도 미주를 만나 숨겨진 욕망을 드러내는 인물"이라며 "욕망을 표현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결국 드러내는, 반전이 있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조여정은 "수연은 성진과 정반대의 환경에서 자란 여자"라면서 "인간이나 상황에 대한 소유욕이 강하고 모든 게 자기 마음대로 돌아가야 하는 인물이 꼼짝할 수 없는 밀실에 갇혔을 때 겪는 힘듦과 답답함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르게 표현하려 애썼다"고 설명했다. 박지현은 극 중 수연의 후배이자 첼리스트로 등장해 성진과 사랑에 빠지는 미주를 연기한다. 그는 거울을 바라보며 촬영한 것에 대해 "허공을 바라보는 것과 같았다. 그렇기에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며 진실한 욕망을 과감하게 드러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품의 핵심 소재인 밀실은 갇히고 닫힌 공간이지만, 영화 전체를 압도하는 공간이다. 밀실을 중심으로 끝없는 반전을 이끌어내며 스토리에 몰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밀실은 사건이 발생하는 주요 공간이자 충격적인 반전의 중심에 자리한다. 김대우 감독은 "밀실이라는 공간을 통해 영혼이나 본능의 어두운 복도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또 밀실 안팎으로 느껴지는 뚜렷한 명암 대비는 캐릭터들의 감정 변화와 역전되는 관계를 보여준다. 밀실 외에 오케스트라 연습 공간, 지휘자실, 저택, 식당, 미주의 집 등 다양한 공간의 치밀한 설계를 통해 캐릭터를 둘러싼 서사를 전달한다. 인물을 둘러싼 클래식 음악은 고혹적이면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일조한다. 영화 '인간중독'과 '서울의 봄'(2023)에 참여했던 이재진 음악감독이 참여했다. 김대우 감독과 이재진 음악감독은 성진과 미주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으로 슈베르트 가곡을 설정해 작품이 지닌 클래식한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오케스트라가 여러 악기의 합으로 하나의 곡을 완성하듯 성진과 수연, 미주의 욕망과 감정에 서스펜스를 더해 장르적 매력을 높였다고 제작사 측은 설명했다. 영화의 전반부에는 오케스트라 음악과 피아노, 첼로 등 클래식에 기반한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밀실이 드러나는 중후반부터는 공간이 지닌 이미지를 청각적으로 해석한 음악들을 설계했다. 이러한 연출 의도에 대해 김대우 감독은 "본능과 비밀이 순간순간 충돌할 때 클래식한 분위기가 조성돼야 감정적으로 더 강렬하게 폭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간에 대한 재미, 또 멋진 음악이 어우러진 가운데 자기 속의 생각과 마음을 비춰볼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품위 있는 에로티시즘을 표방한 밀실 스릴러 '히든페이스'는 오는 11월 20일에 개봉한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0-23 16:17:35[파이낸셜뉴스] 여성들이 올림머리를 할 때 즐겨 사용하는 '헤어 집게핀' 때문에 식물인간이 될 뻔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21일 중국 양자만보, 지무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 쓰촨성 청두에 거주하는 여성 A(28)씨는 지난달 전기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여성들 자주 사용하는 집게핀...운전·운동 할땐 주의해야 당시 A씨는 남자친구가 운전하는 전기자전거 뒷자리에 타고 있었다. 남자친구를 끌어안으며 장난을 치던 중 자전거가 균형을 잃어 넘어졌다. 남자친구는 가벼운 부상을 입었지만 A씨는 집게핀을 한 채 뒤로 넘어지면서 많은 피를 쏟았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두개골 골절로 심각한 뇌손상을 입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즉시 수술받았지만 의식 불명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의료진은 A씨가 앞으로 식물인간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고 당시 자전거의 시속은 20㎞였다. 도로 노면도 매끄러워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었다. 의료진은 “집게핀이 위치하는 머리 뒤쪽 정중앙에는 인간의 호흡, 심장 박동, 행동 및 동작과 같은 중요한 생리 기능을 제어하는 뇌간과 소뇌가 있다”며 “갑작스러운 충격시 집게핀이 두피나 뒤통수를 찔러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집게핀으로 인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9일 중국 쓰촨성에서 한 여성이 넘어지면서, 집게핀이 뒤통수를 찔러 심한 출혈을 일으켰다. 지난해 1월 영국 버밍엄주에 사는 여성도 교통사고로 차가 뒤집히면서 머리에 꽂은 집게핀이 두개골에 박혔다. 파네사는 병원으로 이송돼 10cm 길이의 집게핀을 제거했지만 부상이 심해 6주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집게핀 등 이물질이 머리에 박힌 상태라면 임의로 제거하지 않고 병원 찾아야 '두개골 골절'은 교통사고, 낙상, 운동 등으로 우리 뇌를 보호하는 단단한 뼈인 두개골이 강한 충격으로 인해 금이 가거나 부서진 상태를 말합니다. 심한 두통은 두개골 골절의 가장 흔한 증상이다. 일반적 두통보다 훨씬 강하고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발병 부위뿐만 아니라 머리 전체에 느껴질 수 있다. 구역과 구토가 동반될 수 있고, 특정 자세를 취하거나 머리를 움직일 때 통증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이밖에 졸림, 혼수상태 등 의식소실이 발생해 동공이 빛에 반응하지 않거나 비대칭적으로 반응할 수 있고 호흡이 불규칙하거나 얕아질 수 있다. 또한 통증이나 뜨겁고 차가운 것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온도 감각 이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균형감각 상실로 걷기가 어렵거나 자주 넘어지는 '운동마비'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두개골 골절이 의심되면 엑스레이 촬영으로 골절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이후 정밀 검사를 위해 CT, MRI 등이 진행된다. 두개골골절은 매우 심각한 질환이므로,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은 후 두통, 구토, 의식 변화, 감각 이상, 인지 장애, 운동 마비 등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에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집게핀 등이 박힌 상태에는 임의로 제거해선 안 된다. 이물질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한 다음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0-21 22:33:24[파이낸셜뉴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인간의 행동과 감정, 경험을 이해하는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해 축적한 데이터를 공개하고, 이를 이용한 논문경진대회를 국제학술대회와 협력·개최해 성공리에 마쳤다고 21일 밝혔다. ETRI는 지난 16일 한국통신학회가 주최하는 'ICTC 2024'국제컨퍼런스에서 '제3회 ETRI 휴먼이해 인공지능 논문경진대회' 참가 논문 발표 세션을 열어 참가자들의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이어진 시상식에서는 대상 수상자를 포함해 7개 우수팀에게 시상했다. 경진대회는 지난해에 이어 4월부터 약 6개월간 진행됐다. 영예의 대상에는 통못자핫도그 팀(나영훈(서울대), 고성지(엔셀), 오승훈(한림대), 이현경(서울대))이 차지했다. 통못자핫도그 팀은 멀티모달 센서 데이터를 복합 이미지 데이터로 변환해 수면의 품질과 스트레스 수준을 예측하는 'PixleepFlow'라는 모델을 제안했다. 이 모델은 이미지 기반 표현을 사용하고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XAI) 기술을 적용, 기존 시계열 분석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최우수상은 민바 팀(김진재(국민대), 최은지, 마민정(고려대), 조근희(KAIST))이 수상했다. 이 팀은 트랜스포머 기반 다변량 시계열 모델과 기계학습을 결합한 모델을 제안했으며, 시계열 데이터 특성 및 포괄적인 일일 활동 통계를 반영하는 접근 방식을 통해 예측 정확도 향상을 시도했다. 우수상은 VLAB 팀(김성열, 신호주, 김지아(부경대))이 받았다. 일일 활동 데이터를 통합하여 수면의 질 예측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타임 시프팅, 노이즈 추가, 오버샘플링 등 다양한 데이터 증강 기술을 접목한 학습모델을 제안했다. ETRI는 이외에도 장려상에 △IMDL(이태영, 하순호(고려대)) △율동공원(함지율, 하윤지, 유건혁(고려대)) △USIMNKO(이재현, 유선우, 김대원(DGIST)) △얌얌(조예지, 권나연, 윤보라(세종대)) 등 4개 팀이 수상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ETRI AI 나눔 플랫폼'을 통해 ETRI가 공개한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활용하여 수면, 감정, 스트레스와 같은 일상 경험의 지표를 예측하는 창의적인 연구를 발굴하고자 진행됐다. 경진대회에는 총 140개 팀, 223명이 참가했으며, 그 중 12개 팀이 최종 논문심사까지 통과했다. 대상을 수상한 통못자핫도그팀(고성지)은 "처음에는 데이터 분석 등 정말 어려움이 많았는데 팀원들과 다양한 논의를 거쳐 여러 방법론을 적용하면서 학습모델의 성능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하였고 많은 동기 부여가 됐다"며, "향후 인공지능 분야의 발전을 위해 연구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TRI 방승찬 원장도 "이번 대회가 인간을 이해하는 따뜻한 AI 기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더욱 많은 연구자가 의견을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앞으로의 AI 기술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4-10-21 10:51:562024년 가을 오페라 '탄호이저'가 신비의 베일을 벗었다. 파이낸셜뉴스와 국립오페라단이 공동주최한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는 한국에서는 45년 만에, 원어로는 처음 선보이는 전막 공연이다. 지휘자 필립 요갱과 한국인 연출가 요나 김의 참여로 기획 단계부터 수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17일 개막한 이 공연은 침대가 놓인 첫 장면부터 관객들의 선입관과 예상을 완전히 깨부쉈다. 기존 공연들이 주로 중세풍의 성이나 자연 속 연극무대에서 시작한 것과 달리 무대 장치나 소품, 인물들의 의상이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그린 듯 익숙하다. 하지만 요나 김 연출은 베누스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설명되는 파리 버전(1861년)과 드레스덴 초연 버전(1845년)을 섞어 만든 이번 공연에서 시대와 배경을 뚜렷이 규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인간'을 이야기하기 위한 그만의 설계다. 극 전반에 걸쳐 무대 위를 누비는 라이브캠은 공연의 감동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실시간으로 촬영한 영상 화면을 시각적 장치로 적극 활용했다. 연기자들의 세세한 표정 변화와 미묘한 몸짓, 객석에서 잘 보이지 않던 동선까지 카메라가 따라붙으며 관객의 눈이 되어준다. 무대 공간 역시 인물이 처한 상황이나 내면 상태에 따라 함께 변화하며 거울 역할을 한다. '탄호이저'는 사랑을 통한 구원을 노래한 작품이다. 독일에서 내려오는 전설과 중세 독일에 실제로 있었던 노래경연대회라는 소재를 결합, 바그너가 작곡하고 대본까지 썼다. 13세기 초 기사 탄호이저가 영주의 조카딸 엘리자베트와 관능적인 사랑의 여신 베누스(비너스) 사이에서 갈등하는 과정이 '참회와 구원'의 서사 아래 펼쳐진다. 서곡을 비롯해 순례자의 합창, 볼프람의 아리아 '저녁별의 노래' 등을 통해 특유의 서정성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1막은 엘리자베트와 결혼을 앞둔 탄호이저가 그녀의 지고지순함에 질려 호텔로 도망친 뒤 베누스와 쾌락을 즐긴다는 설정을 그린다. 무대 중앙엔 객실이, 양 옆에는 엘리베이터가 자리잡고 있다. 그의 주변으로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등장하거나 엘리자베트가 나타나 탄호이저를 염탐한다. 붉은 드레스는 탄호이저 내면의 욕망과 환상을 투영한 것으로, 쾌락과 금욕 사이에 갈등하는 상황을 감각적인 대결구도로 연출했다. 무대 공간 속 소품들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탄호이저가 머무는 객실 벽에는 17세기에 활동한 프랑스 화가 니콜라 푸생(1594~1665)의 '미다스와 바쿠스'가 걸려 있다. 물질(황금)을 추구하는 미다스와 이를 실현시켜준 술과 풍요의 신 바쿠스를 묘사한 작품으로, 욕망에 갇힌 탄호이저를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다. 2막에서는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음유시인들과 탄호이저의 노래경연대회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시인들은 하나같이 군복 차림을 하고 있다. 명령 체계를 따르는 군대 제복을 통해 규율이 지배하는 집단과 조직, 강박적 신앙을 드러냈다. 또 베누스는 욕망의 붉은색, 엘리자베트는 성녀의 색인 푸른색과 흰색의 드레스를 입고 있다. 하지만 동일한 외투를 입어 여성으로서의 동질성을 나타냈다. 이는 바그너가 두 여성에게 공통된 여성성을 음악과 대본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3막에서는 두 여주인공이 신부 베일을 함께 쓰고 여성의 연대를 보여주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양립했던 두 인물이 사실은 한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두 개의 얼굴이라는 깨달음을 준다. 3막 결말 부분에서는 탄호이저를 구원하기로 마음먹은 엘리자베트가 거울 조각으로 자살하고, 탄호이저 역시 권총으로 자살한다. 원작에서는 엘리자베트의 희생을 통해 탄호이저가 구원을 얻었다는 암시로 끝난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임신한 베누스가 무대 위로 걸어 나오며 막을 내린다. 이로써 비극 뒤에도 삶(생명)은 계속되며, '탄호이저'가 영원히 끝나지 않을 인간의 이야기라는 울림을 남긴다. 탄호이저 역은 하이코 뵈르너와 다니엘 프랑크, 엘리자베트 역은 레나 쿠츠너와 문수진, 베누스 역은 쥘리 로바르-장드르와 양송미가 연기한다. 이외에 성악가 톰 에릭 리, 김태현, 최웅조, 하성헌, 유신희, 전병권, 강도호, 이준석, 김현정이 출연한다. 공연은 2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0-17 18:41:332024년 가을 오페라 ‘탄호이저’가 신비의 베일을 벗었다. 파이낸셜뉴스와 국립오페라단이 공동주최한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는 한국에서는 45년 만에, 원어로는 처음 선보이는 전막 공연이다. 지휘자 필립 요갱과 한국인 연출가 요나 김의 참여로 기획 단계부터 수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17일 개막한 이 공연은 침대가 놓인 첫 장면부터 관객들의 선입관과 예상을 완전히 깨부쉈다. 기존 공연들이 주로 중세풍의 성이나 자연 속 연극무대에서 시작한 것과 달리 무대 장치나 소품, 인물들의 의상이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그린 듯 익숙하다. 하지만 요나 김 연출은 베누스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설명되는 파리 버전(1861년)과 드레스덴 초연 버전(1845년)을 섞어 만든 이번 공연에서 시대와 배경을 뚜렷이 규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인간'을 이야기하기 위한 그만의 설계다. 극 전반에 걸쳐 무대 위를 누비는 라이브캠은 공연의 감동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실시간으로 촬영한 영상 화면을 시각적 장치로 적극 활용했다. 연기자들의 세세한 표정 변화와 미묘한 몸짓, 객석에서 잘 보이지 않던 동선까지 카메라가 따라붙으며 관객의 눈이 되어준다. 무대 공간 역시 인물이 처한 상황이나 내면 상태에 따라 함께 변화하며 거울 역할을 한다. '탄호이저'는 사랑을 통한 구원을 노래한 작품이다. 독일에서 내려오는 전설과 중세 독일에 실제로 있었던 노래 경연 대회라는 소재를 결합해 바그너가 작곡하고 대본까지 썼다. 13세기 초 기사 탄호이저가 영주의 조카딸 엘리자베트와 관능적인 사랑의 여신 베누스(비너스) 사이에서 갈등하는 과정이 '참회와 구원'의 서사 아래 펼쳐진다. 서곡을 비롯해 순례자의 합창, 볼프람의 아리아 '저녁별의 노래' 등을 통해 특유의 서정성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1막은 엘리자베트와 결혼을 앞둔 탄호이저가 그녀의 지고지순함에 질려 호텔로 도망친 뒤 베누스와 쾌락을 즐긴다는 설정을 그린다. 무대 중앙엔 객실이, 양 옆에는 엘리베이터가 자리잡고 있다. 그의 주변으로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등장하거나 엘리자베트가 나타나 탄호이저를 염탐한다. 붉은 드레스는 탄호이저 내면의 욕망과 환상을 투영한 것으로, 쾌락과 금욕 사이에 갈등하는 상황을 감각적인 대결 구도로 연출했다. 무대 공간 속 소품들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탄호이저가 머무는 객실 벽에는 17세기에 활동한 프랑스 화가 니콜라 푸생(1594~1665)의 '미다스와 바쿠스'가 걸려 있다. 물질(황금)을 추구하는 미다스와 이를 실현시켜준 술과 풍요의 신 바쿠스를 묘사한 작품으로, 욕망에 갇힌 탄호이저를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다. 2막에서는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음유시인들과 탄호이저의 노래경연대회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시인들은 하나같이 군복 차림을 하고 있다. 명령 체계를 따르는 군대 제복을 통해 규율이 지배하는 집단과 조직, 강박적 신앙을 드러냈다. 또 베누스는 욕망의 붉은색, 엘리자베트는 성녀의 색인 푸른색과 흰색의 드레스를 입고 있다. 하지만 동일한 외투를 입어 여성으로서의 동질성을 나타냈다. 이는 바그너가 두 여성에게 공통된 여성성을 음악과 대본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3막에서는 두 여주인공이 신부 베일을 함께 쓰고 여성의 연대를 보여주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양립했던 두 인물이 사실은 한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두 개의 얼굴이라는 깨달음을 준다.3막 결말 부분에서는 탄호이저를 구원하기로 마음먹은 엘리자베트가 거울 조각으로 자살하고, 탄호이저 역시 권총으로 자살한다. 원작에서는 엘리자베트의 희생을 통해 탄호이저가 구원을 얻었다는 암시로 끝난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임신한 베누스가 무대 위로 걸어 나오며 막을 내린다. 이로써 비극 뒤에도 삶(생명)은 계속되며, '탄호이저'가 영원히 끝나지 않을 인간의 이야기라는 울림을 남긴다.탄호이저 역은 하이코 뵈르너와 다니엘 프랑크, 엘리자베트 역은 레나 쿠츠너와 문수진, 베누스 역은 쥘리 로바르-장드르와 양송미가 연기한다. 이외에 성악가 톰 에릭 리, 김태현, 최웅조, 하성헌, 유신희, 전병권, 강도호, 이준석, 김현정이 출연한다. 공연은 2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0-17 08:07:29[파이낸셜뉴스] 걸그룹 뉴진스의 하니가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그동안 따돌림을 당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주영 어도어 대표는 "서로 간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하니는 안호영 환노위원장의 관련 질의에 "헤어와 메이크업이 끝나서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른 소속 팀원분들 세분 정도와 여성 매니저가 지나가셔서 잘 인사했다"며 "그분들이 다시 나왔는데 그 매니저가 저와 눈을 마주치고 뒤에 따라오는 멤버들에게 '못 본 척 무시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니는 "데뷔 초반부터 어떤 높은 분을 많이 마주쳤는데, 인사를 한 번도 안 받으셨다"며 "저희 인사를 다 안 받으신 것은 직업을 떠나서 인간으로서 예의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왜 이 일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갔고, 애초에 일하는 환경에서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이해가 안 갔다"며 "앞으로 이 일은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고, 선배든, 후배든, 동기들이든 지금 계신 연습생들도 이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주영 어도어 대표는 "현재 내부적으로 파악한 바로는 서로 간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입증할 자료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확보는 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니는 "(어도어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희를 지키고 싶으셨으면 사과하거나 액션을 취해야 한다"며 "서로 인간으로 존중하면 적어도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은 없지 않겠느냐"라고 호소했다. 이에 김 대표는 "하니 씨가 말씀 주신 것처럼, 제가 아티스트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소통을 강화하도록 하겠다"며 "현재 진행 중인 노동청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해서 명확하게 사실관계를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2024-10-15 16: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