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어지간한 영화 각본도 이렇게 쓰면 욕먹기 십상이다. 그런데 그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 아시아에서 온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50-50 기록을 세우며 메이저리그 148년 역사에 길이 남을 전인미답의 고지를 밟았다. 오타니는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마이애미 말린스와 방문 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홈런 3개와 도루 2개를 포함한 6타수 6안타 10타점 4득점의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한 시즌 50홈런-50도루라는 새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MLB에서 시즌 50-50 기록이 나온 건 역사상 처음이다. “그는 인간이 아니다” 캐스터도 웃음 터뜨린 ‘미친 플레이’ 전날까지 48홈런-49도루를 기록했던 오타니는 1회초 첫 공격에서 50번째 도루를 채웠다. 마이애미 선발 에드워드 카브레라를 상대로 우측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를 친 뒤 1사 1, 2루 기회에서 1루 주자 프레디 프리먼과 더블스틸로 3루 도루를 성공한 것. 오타니는 후속타자 윌 스미스의 희생타로 홈을 밟으며 팀 선취점을 뽑았고, 이후 1-0으로 앞선 2회초 공격 2사 1, 2루에선 우전 적시타를 작렬해 타점도 올렸다. 후속 타자 무키 베츠 타석 때 다시 도루를 시도해 2루에 안착하며 51번째로 베이스를 훔친 오타니는 5-1로 앞선 3회초 2사 1, 3루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적시 2루타까지 터뜨렸다. 3루까지 뛰다가 송구에 잡혀 아웃되기는 했지만 그야말로 눈부신 활약이었다. 그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7-3으로 앞선 6회초 공격에서 49호 우월 투런 홈런을 터뜨리더니 7회초 공격에서 이번엔 좌월 투런 홈런으로 50-50의 대기록을 썼다. 하지만 이미 도루 51개를 기록 중인 오타니는 50-50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9회초 2사 1,2루 상황에서 마지막 타석에 올라 우측 담장을 넘기는 시즌 51호 홈런을 작렬했다. 이로써 51-51을 기록한 오타니는 이날 한 경기에서만 6타수 6안타 10타점 4득점 3홈런 2도루라는 성적을 거두며 대기록을 화려하게 자축했다. 그야말로 경이로운 성적이다. 오타니의 플레이를 지켜보던 현지 방송국 ‘스포츠넷 로스앤젤레스’의 중계자 조 제이비스는 “그는 인간이 아니다! 그저 웃음만 난다”라며 웃음을 터뜨리고는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하루”라고 이날을 평가했다.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오타니, 세계를 매료시키다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이미 유명한 ‘만찢남(만화책을 찢고 나온 남자)’으로 불리는 오타니는 모든 면에서 ‘설정 과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누구도 이견을 낼 수 없는 압도적인 야구 실력에 193㎝의 장신, 꽃미남으로 불리는 외모, ‘오타니 만다라트’로 유명해진 인품과 성실함까지 갖춰 일본을 넘어 한국에서도 사랑받는 드문 선수다. 일찌감치 일본 프로야구를 압도한 오타니는 2018년 메이저리그에 진출, 마운드와 타석에서 야구의 역사를 써내려갔다. 그러다 올해, 팔꿈치 수술 여파로 마운드에서 잠시 내려와 타자 역할에 집중하자, 곧바로 50-50 대기록을 작성한 것이다. 심지어 대기록을 쓴 이날(20일)은 오타니가 팔꿈치 수술을 받은지 딱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오타니는 현지시간으로 지난해 9월 19일 팔꿈치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50홈런-50도루 대기록이 나온 건 MLB 역사상 처음이다. 일본 프로야구, 한국 프로야구(KBO리그)에서도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기록이다. 그야말로 만화 주인공 같은 활약으로 50-50 대기록을 써낸 오타니에게 분야를 막론한 ‘레전드’들의 찬사가 쏟아진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프로농구(NBA) 레전드이자 다저스 공동 구단주인 매직 존슨은 "오타니의 역사상 첫 50-50을 달성을 축하한다. 다저스 팬 여러분, 우리는 MLB 역사의 일부가 될 기회를 얻었다"라고 적었다.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 역시 "이 사람은 진짜 대단하다"라며 감탄했고, 조엘 엠비드(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는 "오타니는 GOAT"라고 찬사를 보냈다. 미국프로풋볼(NFL) 최고의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캔자스시티 치프스)도 오타니의 활약상이 담긴 기사 링크와 함께 "미쳤다(Insane)"라며 혀를 내둘렀다. MLB 최초의 40-40 달성자 호세 칸세코는 "오타니의 첫 번째 50-50 클럽 가입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남겼고, 미국 테니스 전설 빌리 진 킹 역시 오타니가 MLB 새 역사를 쓴 것을 축하했다. 오타니는 '현재 진행형'.. 그가 어디까지 갈지 아무도 몰라 더 무서운 건 오타니의 기록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오타니는 현재 51홈런·51도루를 기록 중이어서 향후 남은 경기에서 충분히 대기록을 길게 연장할 수 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60-60도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현지 취재진의 질문에 웃음을 터뜨리며 “9개라도, 10개라도 더 치면 좋겠다”라고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미 생애 3번째 내셔널리그 MVP가 확실한 상황이다. 2021년과 2023년에 이은 3번째 만장일치 MVP 수상이 가능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뿐만 아니라 최초 양대리그 만장일치 MVP, 최초 지명타자 MVP 기록도 노려볼 수 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4-09-20 11:07:51[파이낸셜뉴스] 살기 위한 일들이 죽음을 불러오고 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산업혁명 이전에는 기아와 영양부족, 추위와 더위 등 환경적인 문제를 피하기 어려워 사망자가 많았습니다. 산업혁명은 인류에 물질적인 풍요를 가져다 줬죠. 하지만 이 행복은 다른 불행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의식주에 필요한 대부분의 활동에서 온실가스가 나오고 이로 인해서 지구 전체의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점점 폭염과 한파가 잦아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에어컨이나 난방장치를 더 많이 사용하죠. 그럴수록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 기후에 영향을 미치면서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또 당장 생계를 위한 인간들의 활동이 자연 생태계 파괴를 불러오지만 이를 무턱대고 막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육지에서 일어난 일이 바다까지 영향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국립 생태분석 융합센터(NCEAS) 연구진을 중심으로 스페인과 호주, 독일의 과학자들은 19일(한국시간) 과학분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경고했습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육지와 바다에서의 인간 활동이 기후 변화와 결합해 해안 생태계를 훼손하고, 전세계 2만1000여종 이상의 해양동물의 멸종 위험을 증가시키며, 인간이 의존하는 중요한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까지도 멸종 위험이 높은 종들이 서식할 수 있으며, 종의 다양성이 높은 많은 해안 지역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산호·오징어·성게·새우 등 멸종 위험 높아 연구진은 이같은 상황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불러오는 스트레스 요인이 해양 생태계 어디에서,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인간활동이 해양동물에 주는 영향을 예상하고, 어업, 해운, 육지 기반의 위협을 포함한 모든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노출과 취약성을 고려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기후 변화로 인한 영향을 다른 인간이 만들어낸 스트레스 요인과 중첩된 지역을 구분하고, 전 세계 해양에 걸친 영향을 지도화했습니다. 그결과, 기후 변화로 인한 영향, 즉 해수면 온도 상승과 해양 산성화가 인간이 직접적으로 주는 다른 스트레스 요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중 산호는 가장 큰 위험에 처한 해양 생물군으로 밝혀졌으며, 오징어와 문어를 포함한 연체동물, 불가사리와 성게 같은 극피동물, 새우, 게, 바닷가재 같은 갑각류도 높은 위험에 처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NCEAS 케이시 오하라 박사는 "독점적인 해양 보호구역과 같은 광범위한 보호 조치는 해양 생물 다양성 보존에 효과적이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정치적 반대를 일으킬 수 있다"며, "이번 연구가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하고 비용 효과적인 목표 지향적 개입의 기회를 밝혀내, 생물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어업 장비 규제, 농업 개선을 통한 영양분 유출 감소, 해상 운송 속도 감축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4-09-18 14:51:33[파이낸셜뉴스] 한 무인매장에서 아이가 얼음컵을 꺼낸 후 냉동고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냉동고 안의 냉동식품 등이 녹는 일이 발생했다. 12일 JTBC ‘사건반장’는 지난달 14일 무인매장을 찾은 남자아이가 냉동고 문을 덜 닫아 금전적 피해를 봤다는 점주 A씨의 사연을 전했다. A씨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한 형제가 무인매장에 들어온다. 아이들은 냉동고 문을 열어 얼음컵을 꺼낸 뒤 냉동고 문을 닫았지만 문이 튕기면서 살짝 열렸다. 이를 모른 채로 아이들은 매장에서 나갔고 냉동고는 문이 열린 채 1시간30분 정도 방치됐다. 결국 냉동고 안에 있던 얼음컵과 냉동식품 등 약 30만원어치가 녹았다. 이에 A씨는 결제 당시 적립한 번호를 통해 아이에게 연락했고 아이 엄마 B씨와 연락이 닿았다. A씨는 B씨에게 CCTV 영상을 보내며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B씨는 “죄송하다. 하지만 아이가 장난친 것도 아닌데 잘 닫히지 않은 상황이 난감하다”면서 “보험사에 ‘일상생활 책임배상’을 신청했고 연락이 오는 대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후 B씨는 피해 금액을 물었고, 제보자는 판매가 불가능한 제품들만 추려 총 14만200원이라고 전했다. 이에 B씨는 “파는 금액으로 청구하는 건 곤란하다. 관리 책임 없이 아이 과실 100%로 청구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도의적 책임으로 7만원 이상은 힘들 것 같다. 그 이상 배상을 원하면 법적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고 했다. A씨가 다시 금액을 낮춰 10만원의 변상금을 제안했지만 B씨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후 A씨는 단골 학생에게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학생은 "사장님 걱정하실까 봐 고민하다가 말씀드린다. 팔로우가 좀 있는 SNS에 사장님 가게가 올라왔다. 사장님한테 안 좋은 이야기가 많다"라고 했다. 알고보니 인플루언서였던 B씨는 자신의SNS에 ‘무인매장 냉장고 문 꼭 닫으세요’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만들어 올렸고 이는 12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다. 글에는 A씨가 운영하는 매장명과 대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이 영상은 갈무리 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퍼졌다. 댓글에는 "똑바로 봐라 사장X아", "애들 도둑 만드는 인간들" 등 A씨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B씨는 "영상 공유가 많이 되는 것 같아 '지워야 하나' 고민했다"라며 "아이들이 많이 가는 매장이니까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알고 계시면 좋을 것 같다’는 취지로 올린 것이지 사장님을 비난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매체에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도 냉동고가 잘 안 닫히는 문제가 있었는데 그 문제는 빼놓고 아이 잘못과 금액 이야기만 했다”며 “사장님이 영상을 지워 달라 했으면 충분히 들어줄 의향이 있었다”고 했다. 현재 해당 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9-12 06:59:22[파이낸셜뉴스] "제 딸이 잘못되면 가해자는 살인자가 돼 지금보다 더 높은 형량을 받을 수 있겠지만, 저는 오늘 제가 죽더라도 하루라도 더 살아있는 딸의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중학교 동창생을 폭행해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20대 남성의 항소심 공판에서 피해자 유족이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했다. 11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양진수 부장판사)에서 중상해 혐의로 기소된 남성 A씨(20)에 대한 항소심 공판이 열렸다. 앞서 A씨는 지난해 2월 6일 여행으로 떠난 부산의 한 숙박업소에서 중학교 동창인 여성 B씨(20)를 밀치고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폭행으로 목을 크게 다친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외상성 경추 두부성 뇌출혈’ 진단을 받고 현재 식물인간이 된 상태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으나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면서 항소했다. 이날 공판에서 증인석에 앉은 B씨의 어머니는 병상에 누워있는 딸을 언급하며 오열했다. 어머니는 “제가 아닌 딸이 이 자리에 있어야 했는데, 저희 딸은 지금도 깨어나지 못하고 사지마비 식물인간이 된 상태로 누워 있다”며 “금방이라도 딸이 일어나 ‘엄마’하고 부를 것 같은데 아무리 기도해 봐도 딸아이와 세상은 꿈적도 하지 않고 있다”고 울먹였다. 이어 “이제 살날이 3∼5년밖에 남지 않은 다 죽어가는 딸을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저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미칠 것 같은 고통 속에 살고 있다”며 “주변에서는 ‘이제 좋은 곳에 가서 힘껏 뛰어다니게 해주라’며 딸을 보내주라고 하지만, 저는 절대 그렇게 딸을 보낼 수 없다”고 눈물을 쏟아냈다. 어머니의 말이 끝나고 재판부는 “혹시 피해자 아버님께서도 하실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자리에서 일어난 B씨의 아버지는 “하나밖에 없는 제 딸은 언제 숨이 끊어질지 모르는 식물인간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저는 20년 만에 다시 기저귀를 찬 제 딸 옆에서 매일 한 시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인공호흡기 모니터를 바라본다”면서 “아무리 바라봐도 저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딸이 행여나 들을까 봐 귀에 계속 ‘사랑한다’, ‘버텨줘서 고맙다’고 말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지난 1년 6개월간 가슴이 찢어지고 목메게 눈물을 흘렸지만, 딸아이가 겪고 있는 더 큰 고통에 누구에게도 이러한 일을 말하지 못했다”며 “밤마다 딸아이의 장례를 치르는 꿈을 꾸며 울부짖다가 잠에서 깨 펑펑 울며 밤을 지새운 아비의 고통을 피고인에 대한 엄벌로 헤아려달라”고 요청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도 “단란했던 한 가정을 무참히 깨뜨린 피고인에게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A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10월 16일 열린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9-11 22:08:48[파이낸셜뉴스] 윤석열 정부 주도로 9~10일 서울에서 열린 ‘인공지능(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REAIM)’는 군사 분야 AI 규범 마련을 위한 ‘행동을 위한 청사진(Blueprint for Action)’ 문서가 채택했다. AI를 이용한 자율무기체계에 온전히 판단을 맡기지 않고 인간의 통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10일 REAIM에서 채택한 문서는 “군사 분야 AI 적용이 국제 평화·안보 및 안정을 유지하며 저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개발·배치·이용돼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국제연합(UN) 헌장, 국제인도법, 국제인권법 등 법적 체제와 합치되도록 해야 한다는 촉구를 담았다.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 이를 위한 국제법 합치라는 큰 틀 외에 구체적으로 짚는 부분은 인간의 통제와 개입 유지이다. 문서는 “AI의 적용은 윤리적이고 인간 중심적이어야 한다. 인간은 군사 분야 AI 활용과 효과에 대한 책임과 책무를 지며 어떤 경우에도 기계에 전가할 수 없다”며 “무력 사용에 대한 인간의 판단·통제와 연관된 적절한 조치를 포함해 군사 분야 AI 개발·배치·이용에 인간의 적절한 개개입이 유지돼야 한다”고 규정했다. 특히 대표적인 대량살상무기(WMD)인 핵무기에 대해선 사용하는 ‘모든 행동’에 인간의 통제와 개입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방지할 보안 조치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문서는 “AI 기술이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궁극적 목표를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며 “핵무기 사용 주권적 결정 관련 정보 제공과 실행에 있어 필수적인 모든 행동에 대해 인간의 통제와 개입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부각했다. 이어 “군사 분야 AI 역량을 무책임한 행위자들이 획득·오용하는 걸 방지키 위한 강력한 통제·보안조치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며 “국가 및 여타 이해관계자들이 데이터 수집, 저장, 처리, 교환, 삭제, 보호를 위한 투명한 정책과 절차를 포함하는 적절한 데이터 거버넌스 메커니즘 관련 추가적 논의에 참여할 필요가 있음에 주목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해당 문서는 첫 REAIM 때 채택된 이니셔티브와 마찬가지로 구속력이 없고 선언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번 REAIM 참석 96개국 중 과반 이상인 61개국이 지지했다는 점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지에 나선 국가 중에는 우리나라를 위시해 미국과일본도 포함돼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9-10 17:04:29밴드 봉제인간의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이 팬들을 만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뮤직플랫폼 멜론(Melon)은 인디음악 활성화 프로젝트 ‘트랙제로’를 통해 9월 ‘이달의 아티스트’로 선정된 봉제인간과 함께한 다양한 음악 이야기들을 지난 5일 멜론 스테이션에서 공개했다. 봉제인간은 한 땀 한 땀 공들인 치열한 연주로 자유로운 사운드를 펼쳐내는 ‘음악 장인’ 밴드로, 멤버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베이시스트 지윤해를 비롯해 장기하와 얼굴들 드러머 출신 전일준, 혁오의 기타리스트 임현제로 구성돼 있다. 이에 대해 전일준은 “장기하 얼굴들이 활동을 마무리하게 되면서 그 즈음에 지윤해에게 ‘나 곧 실직자 될 건데 뭐라도 같이 하자’라고 얘기했었다”라고 새로운 팀 결성 계기 비하인드 스토리를 설명했다. 이 외에도 서로의 첫 만남과 첫 인상을 떠올리며 솔직한 토크를 펼쳐 큰 웃음을 선사했다. 또 ‘꾸부렁 할머니’, ‘BABY’, ‘너의 뒤’, ‘GAEKKUM’ 등 봉제인간이 직접 선곡해온 명곡들을 함께 들으며 자세한 선곡 이유와 작업 과정에서 있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나누며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특히 ‘트랙제로’에서 여러 번 추천됐던 ‘GAEKKUM’과 관련해서는 “봉제인간의 아이덴티티가 있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봉제인간은 향후 활동 계획 및 소감을 덧붙이며 향후 재출연을 희망해 눈길을 끌었다. 멜론은 ‘트랙제로’를 통해 매달 ‘이달의 아티스트’와 ‘이달의 추천 신곡’을 발표하며 다양한 아티스트와 명곡을 지속적으로 조명 중이다. ‘이달의 아티스트’는 국내에 음원을 발표한 적 있는 아티스트가 대상이며 ‘트랙제로 추천 신곡’은 3~4개월내 발매된 곡 중에 선정한다. ‘트랙제로’는 국내 음원플랫폼 업계 유일의 인디음악 지원사업이자, 인디음악을 대표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오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음악산업 전체의 동반성장에 주력하고 있다. enterjin@fnnews.com 한아진 기자 사진=멜론
2024-09-09 11:03:32"한국은 전 세계 기술강국 중 한 곳이자 아시아를 이끌어가고 있는 나라다. 한국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알렉스 블라니아 월드코인 공동창업자(TFH 최고경영자)는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에서 파이낸셜뉴스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개최한 'AI월드 2024'의 기조대담자로, AI 분야에서 한국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블라니아 창업자는 "한국은 우수한 사람이 많을뿐더러 한국 정부도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해 매우 진취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면서 "(TFH는) 한국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한국에 사무소도 개소하는 등 한국시장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국무총리 직속기관인 개인정보위원회가 월드코인의 생체정보 수집 및 이용과 관련,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블라니아는 챗GPT를 개발한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와 TFH를 공동설립했다. "미래에는 사람과 AI를 구분하는 문제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인간을 증명해주는 도구로 홍채정보를 수집하고, 그 대가로 월드ID와 월드코인을 부여하고 있다. 지난 7월 정식 발행 당시 월드코인은 '챗GPT 아버지'로 불리는 올트먼이 만든 가상자산으로,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현재 월드ID 사용국가는 160개국 이상으로, 인증 수는 656만8557개에 달한다. 다만 홍채정보라는 개인정보 수집과 국외이전이라는 문제 등으로 인해 현재 한국, 유럽 등지에서 이와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는 이날 헨리 해거드 월드코인 정책 및 전략고문과의 대담에서 "우리는 AI시대에 한 사람이 인간임을 인증해주는 역할을 하는 기업"이라고 강조하며 "AI가 실시간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SNS에 글을 올린다면 '과연 인터넷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홍채인식 기반의 월드코인을 창립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AI가 '인간인 척' 악의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부분을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수백개의 온라인 계정을 만들어 선거판 여론을 조작하는 등 '인간 행세'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블라니아 창업자는 홍채정보를 주목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인간 개개인의 고유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 동시에 수백만명에게도 확장 가능한 시스템이냐, 100% 익명성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기준에 부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4년 반 전 창립 당시만 해도 이런 얘기들이 공상과학영화 같아서 투자를 받는 게 어려웠으나, 인간의 고유성을 식별해줘야 한다는 사명과 믿음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를 100이라고 한다면, 지금 아직 5밖에 오지 않았다"면서 "엔지니어링 등 새로운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책당국, 전문가, 싱크탱크 등과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블라니아 창업자는 "현재는 게임·크립토 회사들이 월드ID를 사용하고 있지만 1∼2년 뒤에는 엑스(X·옛 트위터), 메타 등 SNS 회사들이 월드ID의 주요 사용처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더불어 "월드코인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오픈 플랫폼"이라며 "셀프 커스터디(보관) 원칙만 지켜진다면 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와 기능을 사용자들이 추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개인정보위원회는 TFH의 생체정보 수집·이용과 관련,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에 대해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TFH 측은 "한국 규제당국이 월드코인 기술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24-09-05 18:36:38"인공지능(AI)은 결국 모든 분야에서 이용될 것입니다. 교육, 의료, 금융 등 일상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사고, 의사결정의 일정 부분도 AI에 위임될 것입니다." 생성형AI 등장 이후 AI 기술이 산업과 삶 전반에 빠르게 스며들면서 인간과 AI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이른바 '빅테크'가 주도하는 시장에서 AI 기술경쟁력 확보는 국가 성패와 기업 생존을 좌우할 주요 어젠다가 됐다. 정부는 AI 개발과 확산을 뒷받침할 대규모 AI 컴퓨팅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품질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AI 시대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과 규제 혁신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파이낸셜뉴스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에서 공동주최한 'AI월드 2024'에는 AI 혁명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1000여명의 인파가 모였다. 올해 5회를 맞은 이번 행사는 '무한확장'(Unlimited Scalability)을 주제로 AI 일상화 시대를 맞은 산업과 사회 변화를 짚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환영사에서 현재를 'AI 혁명 시대'로 정의하며 "AI는 새로운 경제성장에 모멘텀인 동시에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돌파할 유력한 수단으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생성형AI를 한국 경제에 성공적으로 도입한다면 오는 2026년 기준으로 연 300조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AI 기술 개발이 국가주의로 흘러가며 지나친 경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로버트 트래거 옥스퍼드대 마틴스쿨 AI거버넌스 디렉터는 "전 세계 AI 투자를 보면 대부분의 투자가 정부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AI 국가주의가 각국의 기술경쟁을 부추기고 있지만 국제적인 표준화와 협력 없이는 AI 기술이 오히려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AI 기술 발전이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사회적·윤리적 규범 제정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파올로 베난티 프란치스코 교황 AI윤리부문 고문과 정재승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융합인재학부 학부장)는 특별대담을 통해 AI 기술의 윤리적 사용을 위한 프레임워크의 필요성을 말했다. 베난티 고문은 "기술을 윤리적으로 보면서 뭐가 좋고 나쁜지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AI는 스스로 발전하고 적응해 나갈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사회가 어떠한 힘을 AI를 통해 부여할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짚었고, 정 교수도 "최근 딥페이크 논란 등을 보면 AI가 만든 여러 문제들은 우리 삶으로 이미 다가와 있다"고 말했다. 에마드 모스타크 스태빌리티 AI 설립자는 기조연설을 통해 AI 기술이 부정확하거나 편향된 데이터를 통해 잘못된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의 대표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 조윤주 팀장 김만기 김동호 조은효 박소연 구자윤 장민권 최종근 김준혁 권준호 노유정 임수빈 김예지 기자 김현지 서지윤 송지원 신지민 이동혁 이해람 최가영 최은솔 수습기자
2024-09-05 18:25:57[파이낸셜뉴스] 트로트 가수 김수찬(29)의 아버지 A씨가 자신이 아들의 앞길을 막고 착취했다는 전부인의 폭로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5일 더팩트에 따르면 A씨는 “왜 갑자기 방송에서 그런 얘기를 한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며 “저를 마치 악마 같은 나쁜 인간으로 만들어 놨는데 세 아이 아빠로서 어찌 그런 짓을 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일부 내용은 맞지만, 실제보다 내용이 부풀려지고 표현도 과하게 처리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A씨는 김수찬 측이 경찰에 어머니의 신변 보호 요청을 했다고 한 것에 대해 “수찬이 엄마가 사는 곳은 물론 전화번호도 모른다. 수찬이와도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됐다”며 “신변 보호는 지나친 오버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주변에서는 사실과 다른 내용들을 바로잡으라고 하는데 고민 중이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생판 남도 아닌데 어느 한쪽이 참고 넘어가야 조용해지지 않겠나”라며 “아들 이름으로 대출했지만 아이들 학자금 때문이었고 그 돈을 개인적으로 쓴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좋든 싫든 한때는 부부였고 세 아이 아빠였는데, (수찬이 엄마가) 난데없이 방송에 출연해 ‘악마 남편’ ‘불한당 아빠’로 만들어놨다”면서 “수찬이 가수 데뷔 후 제가 매니저 일을 했기 때문에 방송가 안팎에 저를 아시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 모두 오히려 이 상황을 의아해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수친의 어머니는 지난 2일 방송된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마스크를 쓰고 출연해 ‘가수 아들의 앞길을 14년 전 이혼한 전남편이 막는 것 같아서 힘들어요’라는 주제로 MC 서장훈과 이수근에게 상담했다. 그는 아들 이름은 밝히지 않은 채 전남편이 가수로 활동하는 아들을 협박한다고 주장했다. “방송국에 아들이 아버지를 배신한 ‘패륜아’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아들 이름으로 대출도 받고 팬·친척에게도 돈을 빌렸다”라며 “좋은 회사와 계약하자 (반대하는) 시위를 하거나 ‘빚 투’ 기사 등으로 협박했다”고 토로했다. 방송 다음 날인 3일 김수찬은 팬카페를 통해 방송에서 언급된 가수가 자신임을 밝혔다. 이어 김수찬의 소속사 현재엔터테인먼트 측은 지난 4일 “경찰에 김수찬 어머니의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라며 "김수찬과 어머니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존중해 이번 일을 적극 대처하기로 결정했다. 김수찬의 어머니께서 방송에서 하신 내용의 팩트 체크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송에서 다뤄지지 않은 김수찬과 어머니에 관한 허위 사실 및 명예훼손에 관한 다량의 증거들을 확보해 놓았으며 방송 이후 경찰에 어머니의 신변 보호 요청 또한 진행해둔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 대해 김수찬 부친의 반론 제기 및 악의적인 행위가 추가로 이루어진다면 소속사는 아티스트 보호차원에서 선처 없는 강경한 법적 처벌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9-05 17:41:40"인공지능(AI)은 신이 아니라 도구다. AI는 반드시 인간 존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쓰여야 한다. AI가 민주적이고 편향되지 않으며 포괄적인 데이터를 써야 하는 이유다." 파올로 베난티 프란치스코 교황 AI윤리부문 고문의 철학이다. 베난티 고문은 AI 기술의 발전과 AI 윤리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는 지금 시대에,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춰줄 최고의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베난티 고문은 사제이자 신학자, 공학자라는 보기 드문 조합을 가진 인물이다. 공학을 전공하며 기술적 기초를 쌓았지만 종교적 소명에 따라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의미와 삶에 대한 깊은 질문들을 탐구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 산하 AI위원회 위원장이자 교황청 생명아카데미 컨설턴트, 프란치스코 교황의 윤리고문을 맡고 있다. ■"인간중심적 알고리즘 작동돼야" 오는 5일 파이낸셜뉴스가 주최하는 2024 AI월드에서 특별대담에 나서는 베난티 고문은 2일 인터뷰에서 "AI 윤리의 핵심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인간 중심적인 접근을 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는 비판적 사고와 의사결정 능력이 위임되는 존재가 아니라, 인류를 위한 도구로서 기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난티 고문은 인간화되고 있는 기계로 인해 인간이 맞닥뜨리는 도전이 심화되고 있다고 봤다. 그는 "AI는 예언자나 신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고 공익을 촉진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인간중심적 접근은 AI가 단순히 이윤만을 추구하거나 인간의 일자리를 점진적으로 대체하지 않는 것을 포함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베난티 고문은 2018년 알고리즘에 윤리를 부여하는 개념인 '알고레틱(algorethics)'을 처음 내보였다. 알고레틱은 AI 알고리즘의 지배에 반대하는 개념으로, 정보기술 사용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와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및 조직적 영향을 연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에 편향이 내재되고, 이로 인해 차별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계했다. 따라서 공정하고 투명하며 안전한 사회적 책임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베난티 고문은 또 AI의 세계적 영향력, 특히 형평성과 사회 정의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AI 구동에 필요한 데이터는 주로 개발도상국(global North) 저임금 노동자로부터 수집된다"며 "부유한 선진국(global South)들은 이들에게 공정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AI의 규제는 그 발전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가치와 양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개발자, 기술이 미치는 영향 책임도 져야" 베난티 고문은 세계적인 AI 윤리적 틀을 수립하는 데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우선 로마 AI 윤리백서(Rome Call for AI Ethics)를 함께 만들었다. 로마 AI 윤리백서는 2020년 2월 28일 바티칸 생명 아카데미가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빅테크와 국제기구인 식량농업기구(FAO), 이탈리아 정부와 협력해 발표한 이니셔티브다. AI의 개발과 사용에 있어 윤리적 접근 방식을 촉진하자는 것이 목표다. 최근 IBM은 이 윤리백서를 재확인했다. 요약하자면 로마 윤리백서의 목표는 기술혁신, 특히 AI가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고 사회 정의와 포용을 촉진하며 공익을 위해 개발 및 사용되도록 하는 것이다. 백서는 여섯 가지 기본원칙을 기반으로 한다. 구체적으로 △AI 시스템은 모든 사람이 설명 가능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작동과 결정이 명확하고 접근 가능해야 한다는 것 △차별을 방지하고 모든 사람이 기술발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 △개발자, 사용자 및 정책결정자는 AI 시스템의 영향과 결과에 대해 책임질 것 △인간 존엄성, 권리, 이익을 해치지 않는 편견을 따르거나 만들지 않을 것 △신뢰할 수 있고 정확하며 일관된 결과를 제공할 것 △보안이 유지돼야 하며, 사용자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사이버 공격이나 무단 감시를 방지할 것 등이다. 베난티 고문은 특히 책임성(accountability)을 강조하며 "AI 개발 및 실행에 관여하는 모든 행위자들이 자신들의 기술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AI, 민주주의 지키도록 대표성 지닌 데이터 활용해야" 그는 유엔 AI 거버넌스인 고위급 자문기구에서도 활동 중이다. 유엔은 지난해 10월 전 세계 전문가와 정부 관료, 학자 39명으로 구성된 자문기구를 출범했다. 베난티 고문은 "이 자문기구는 (논의 중인) 유엔 차원의 AI 거버넌스 전담기구 설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문기구가 유엔 글로벌 AI 거버넌스 전담기구 형태와 기능을 정의할 수 있다"며 "이를 설립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있다면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기구는 AI가 모든 인류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고, 연관된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소개했다. 유엔 AI 고위급 자문기구는 AI의 미래 방향과 함의를 평가하고, 국제적으로 공유되는 위험 및 보안관리 방법을 마련한다. 또 지속가능 발전을 담보하기 위한 국제협력을 촉진한다. AI 발전과 민주주의와 같은 사회시스템 간 관련성에 대해 베난티 고문은 "인간의 적절한 감독이 없다면 AI는 인간의 의사결정을 더 은밀하고 덜 민주적으로 만들 수 있다"며 "이는 AI가 인간이 합의한 의사결정 과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윤리적 질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거버넌스는 기술이 인간의 삶을 착취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AI가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AI 사용은 잘못된 정보를 사용하거나 사회적으로 배제되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며 "이 때문에 사용되는 데이터는 포괄적이고 대표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2024-09-02 18:4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