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인 인간의 손보다도 뛰어난 감각을 가진 인공 전자 피부를 개발했다. 이 인공 전자 피부가 물체의 종류와 재질을 동시에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화학공학과 조길원 교수, 이기원 박사 연구팀은 울산대 화학과 이승구 교수와 함께 인간의 손가락 감각을 모방해 '인공 전자 피부' 개발에 성공했다고 2월 28일 밝혔다. 이 인공 전자 피부는 센서에서 수집한 정보만으로도 물체의 재질을 구별하는 정확도가 84.4%였다. 이는 인간 피부의 분류 정확도 62.2%보다도 훨씬 뛰어나다. 조길원 교수는 "인공 보철에 사용되는 다감각 센서, 소프트 로보틱스의 전자 피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의 휴먼-머신 인터페이스 등 다양한 분야에 두루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진은 개발된 인공 전자 피부를 로봇의 손에 부착시켜 물질을 구별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결과 이 인공 전자 피부는 접촉하는 천연 소재, 세라믹, 금속, 합성 고분자 등의 다양한 물질을 구별했다. 동시에 거칠거나 끈적함, 딱딱함 등 물체의 질감까지도 구별했다. 또 인지 정확도 면에서 인간이 느끼는 피부 감각보다 뛰어났다. 지금까지 개발된 감각 센서는 단일 감각의 민감도를 높이거나 물체의 재질 정보만을 알아낼 수 있을 뿐 물체의 종류를 구별하기 어려웠다. 인간의 손가락은 압력, 인장, 진동 등 다양한 종류의 자극을 민감하게 인지한다. 이는 손가락 피부 표면에 존재하는 지문이 외부 자극의 크기를 증폭시키고, 피부 내부에 분포된 다양한 종류의 감각수용체가 이를 감지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인간 피부의 지문을 모방해 표면에 미세 주름을 가진 얇은 고분자 탄성체로 된 얇은 막을 만들었다. 그 막 속에 은나노와이어와 산화아연 나노와이어를 분산시켜 높은 신축성을 지니는 다감각 인공 전자 피부를 완성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1-02-28 12:21:53▲ 사진=tvN '놀라운 토요일' 방송 캡처 개그우먼 박나래가 독보적인 패션 감각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박나래는 매주 토요일 오후 방송하는 tvN '놀라운 토요일'에서 활약 중이다. 그는 가사 받아쓰기 게임에선 90년대부터 최신 아이돌 그룹의 음악까지 섭렵하며 깨알 같은 지식과 센스를 발휘, 드라마 음성지원 게임에서는 리얼하고 디테일한 연기 재연으로 인물에 완벽 빙의해 재미를 안기고 있다. '놀라운 토요일'은 매주 색다른 콘셉트에 맞춰 멤버들의 의상을 만나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박나래의 특별한 스타일링이 매주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박나래는 어린이날 특집에 요정 팅커벨, 야구장 특집에는 인간 피맥 의상으로 출연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밖에도 감귤 아가씨, 알프스 소녀, 올드스쿨 복고 의상, 왕모자 하객룩, 블링블링 클럽 의상 등 장르를 넘나드는 의상 소화력을 과시했다. 특히 클럽 특집 방송에서 반짝이는 의상을 입고 온 박나래는 심상치 않은 댄스와 함께 "제가 클럽에서 디제잉을 하니 요 정도는 입어줘야 한다"며 스튜디오의 흥겨운 분위기를 주도했다. 또 알프스 소녀 복장으로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가 연상되지 않느냐"며 순발력 있는 멘트를 날렸다. 이처럼 박나래는 오직 자신만이 소화 할 수 있는 의상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매주 즐겁게 만들고 있다. /chojw00_star@fnnews.com fn스타 조정원 기자
2018-06-15 17:51:37"인간이 인간에게 느끼는 증오와 집착, 질투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고 싶었다." 장르물의 달인이라 평가받는 김대우 감독은 오는 20일 '히든페이스'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히든페이스'는 감정의 아이맥스 영화 같다"며 "자기 욕망과 본능에 충실하며 질주하는 인물들을 보며 관객들 역시 대리만족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히든페이스'는 지난 2011년 개봉한 안드레스 바이즈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원작과는 차별화된 스토리와 반전, 색다른 연출 기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대우 감독은 원작의 타이틀(히든페이스)을 유지한 데 대해 "영화의 의미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며 "기존 작품에 대한 인정과 존중의 뜻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작 '인간중독'(2014)과 '방자전'(2010)을 통해 감각적인 연출력을 입증한 그는 이번 영화에서 주요 인물을 포착하는 카메라 앵글의 다양한 구도와 거친 사운드, 조명의 대비감, 슈베르트의 음악의 서정성을 적극 활용했다. 슈베르트 교향곡 제8번 '미완성'과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즉흥곡 제3번이 '성진'이 나오는 주요 장면에 사용됐다. 밀실이 드러나는 중후반부터는 공간이 지닌 이미지를 청각적으로 해석한 음악들을 설계해 반영했다. 영화 전반부의 고혹적이면서도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극대화한 슈베르트 음악에 대해 김 감독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죽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 분)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분)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 분)이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두 사람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감춰진 얼굴'이라는 타이틀 의미 그대로 미궁에서 출발한 영화는 각 인물이 지닌 다면성을 과거와 현재,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전환점이 되는 각 사건을 통해 하나하나 벗겨나간다. 오케스트라가 여러 악기의 합으로 하나의 곡을 완성하듯 성진과 수연, 미주의 욕망과 감정에 서스펜스를 더해 장르적 매력을 높였다고 제작사 측은 설명했다. 송승헌은 "누구나 자기만 아는 욕망이 있을 텐데, 그걸 대놓고 드러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숨기는 사람도 있다"며 "나 역시 관계나 상황에 따라 다양한 내 모습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진실을 향한 탈피의 과정들이 공포와 스릴로 느껴지기에 충분하다고 그는 해석했다. 성진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 카리스마 있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출세에 대한 욕심 때문에 수연에게 한없이 굴종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수연에 대한 열등감과 자격지심이 진심이 담긴 로맨스, 남들에겐 일탈로 표출되지만, 그가 자기의 진짜 욕망을 달성했는지는 영화의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 송승헌은 "누구나 자신의 욕망과 욕심을 타인에게 들키고 싶진 않을 것"이라며 "비밀이 탄로 난 이후 인물들이 보여준 태도는 실제의 나라면 저럴 수 있을까 싶은 괴리감과 섬뜩함이 있었고, 그것이야말로 진짜 공포였다"고 털어놨다. 또 낯선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성진의 캐릭터를 해석하고 연기하는데 따른 고충도 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현실 속 나와 다른 캐릭터를 경험할 수 있는 점이 연기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조여정이 연기한 수연은 모든 상황과 사건, 인물을 통제해야 직성이 풀리는 에고이스트다. 또 박지현이 연기한 미주는 연인 사이를 갈라놓은 갈등의 촉매제이지만 한편으론 이들의 삶에 극적인 전환점을 가져오는 인물이다. 이러한 아이러니를 두고 김대우 감독은 "선악이 불분명한 인간을 탐구한 밀실 스릴러"라고 말한 바 있다. 배신을 당한 피해자로 보이는 인물이 상대를 배신하고, 여기에 또 다른 이의 배신이 얽히고설키는 과정이 점층식으로 쌓여가는 이야기 구조를 통해 인간 내면의 다층적 구조를 표면부터 아래로 탐험해나간다. 특히 영화의 핵심 테마이자 촬영 장소인 밀실은 갇히고 닫힌 공간이지만, 끝없는 반전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밀실 안팎으로 느껴지는 뚜렷한 명암 대비는 캐릭터들의 감정 변화와 역전되는 관계를 보여준다. 밀실 외에 오케스트라 연습 공간, 지휘자실, 저택, 식당, 미주의 집 등 다양한 공간의 치밀한 설계를 통해 캐릭터를 둘러싼 서사를 전달한다. 여기에는 정반합과 모순을 아우르는 김대우식 스토리텔링이 또다시 녹아들어 있다. 숨겨진 공간인데 모든 걸 지켜보는 전지적 공간이고, 닫힌 공간이지만 본색이 열리는 공간이다. 단절돼 있지만 가장 솔직한 얼굴로 연결되는 소통의 장이다. 특히 '배신의 끝은 파멸'이라는 상투성에 의문을 던진다. 김 감독은 "밀실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본능의 어두운 복도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극장에 앉아 공간이 주는 입체감, 또 음향적인 충격을 제대로 감상하면서 자기 속의 생각과 마음을 비춰볼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1-18 18:11:58[파이낸셜뉴스] “인간이 인간에게 느끼는 증오와 집착, 질투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고 싶었다.” 장르물의 달인이라 평가받는 김대우 감독은 오는 20일 ‘히든페이스’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히든페이스'는 감정의 아이맥스 영화 같다"며 "자기 욕망과 본능에 충실하며 질주하는 인물들을 보며 관객들 역시 대리만족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히든페이스'는 지난 2011년 개봉한 안드레스 바이즈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원작과는 차별화된 스토리와 반전, 색다른 연출 기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대우 감독은 원작의 타이틀(히든페이스)을 유지한 데 대해 “영화의 의미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며 “기존 작품에 대한 인정과 존중의 뜻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작 '인간중독'(2014)과 '방자전'(2010)을 통해 감각적인 연출력을 입증한 그는 이번 영화에서 주요 인물을 포착하는 카메라 앵글의 다양한 구도와 거친 사운드, 조명의 대비감, 슈베르트의 음악의 서정성을 적극 활용했다. 슈베르트 교향곡 제8번 '미완성'과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즉흥곡 제3번이 ‘성진’이 나오는 주요 장면에 사용됐다. 밀실이 드러나는 중후반부터는 공간이 지닌 이미지를 청각적으로 해석한 음악들을 설계해 반영했다. 영화 전반부의 고혹적이면서도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극대화한 슈베르트 음악에 대해 김 감독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죽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 분)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분)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 분)이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두 사람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감춰진 얼굴’이라는 타이틀 의미 그대로 미궁에서 출발한 영화는 각 인물이 지닌 다면성을 과거와 현재,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전환점이 되는 각 사건을 통해 하나하나 벗겨나간다. 오케스트라가 여러 악기의 합으로 하나의 곡을 완성하듯 성진과 수연, 미주의 욕망과 감정에 서스펜스를 더해 장르적 매력을 높였다고 제작사 측은 설명했다. 송승헌은 “누구나 자기만 아는 욕망이 있을 텐데, 그걸 대놓고 드러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숨기는 사람도 있다”며 “나 역시 관계나 상황에 따라 다양한 내 모습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진실을 향한 탈피의 과정들이 공포와 스릴로 느껴지기에 충분하다고 그는 해석했다. 성진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 카리스마 있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출세에 대한 욕심 때문에 수연에게 한없이 굴종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수연에 대한 열등감과 자격지심이 진심이 담긴 로맨스, 남들에겐 일탈로 표출되지만, 그가 자기의 진짜 욕망을 달성했는지는 영화의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 송승헌은 “누구나 자신의 욕망과 욕심을 타인에게 들키고 싶진 않을 것”이라며 “비밀이 탄로 난 이후 인물들이 보여준 태도는 실제의 나라면 저럴 수 있을까 싶은 괴리감과 섬뜩함이 있었고, 그것이야말로 진짜 공포였다”고 털어놨다. 또 낯선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성진의 캐릭터를 해석하고 연기하는데 따른 고충도 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현실 속 나와 다른 캐릭터를 경험할 수 있는 점이 연기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조여정이 연기한 수연은 모든 상황과 사건, 인물을 통제해야 직성이 풀리는 에고이스트다. 또 박지현이 연기한 미주는 연인 사이를 갈라놓은 갈등의 촉매제이지만 한편으론 이들의 삶에 극적인 전환점을 가져오는 인물이다. 이러한 아이러니를 두고 김대우 감독은 “선악이 불분명한 인간을 탐구한 밀실 스릴러”라고 말한 바 있다. 배신을 당한 피해자로 보이는 인물이 상대를 배신하고, 여기에 또 다른 이의 배신이 얽히고설키는 과정이 점층식으로 쌓여가는 이야기 구조를 통해 인간 내면의 다층적 구조를 표면부터 아래로 탐험해나간다. 특히 영화의 핵심 테마이자 촬영 장소인 밀실은 갇히고 닫힌 공간이지만, 끝없는 반전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밀실 안팎으로 느껴지는 뚜렷한 명암 대비는 캐릭터들의 감정 변화와 역전되는 관계를 보여준다. 밀실 외에 오케스트라 연습 공간, 지휘자실, 저택, 식당, 미주의 집 등 다양한 공간의 치밀한 설계를 통해 캐릭터를 둘러싼 서사를 전달한다. 여기에는 정반합과 모순을 아우르는 김대우식 스토리텔링이 또다시 녹아들어 있다. 숨겨진 공간인데 모든 걸 지켜보는 전지적 공간이고, 닫힌 공간이지만 본색이 열리는 공간이다. 단절돼 있지만 가장 솔직한 얼굴로 연결되는 소통의 장이다. 특히 ‘배신의 끝은 파멸’이라는 상투성에 의문을 던진다. 김 감독은 “밀실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본능의 어두운 복도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극장에 앉아 공간이 주는 입체감, 또 음향적인 충격을 제대로 감상하면서 자기 속의 생각과 마음을 비춰볼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1-18 09:50:56국립극장은 연극 '몬스터 콜스'를 오는 12월 5~8일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14일 국립극장에 따르면 이번 공연은 다양한 연령대의 장애인과 비장애인 배우가 참여해 각각의 고유한 특성을 살린 목소리와 신체 표현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번 공연은 영국 최고의 아동 문학상인 카네기상 수상작 '몬스터 콜스'를 원작으로 한다. 소설 '몬스터 콜스'는 집과 학교에서 고통받던 10대 소년 코너에게 매일 밤 12시 7분, 몬스터가 찾아와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과정에서 마음속 상처와 새로운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성장담을 그린다. 연극에서는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사회적 특성을 가진 7명의 배우가 번갈아 배역과 서술자를 오가고, 그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과 주제 의식에 대해 고찰한다. 연출은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나무 위의 군대', '크리스천스' 등 텍스트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감각적인 연출로 정평이 난 민새롬이 맡았다. 민새롬 연출은 "'몬스터 콜스'는 한 명의 독립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면서 반드시 만나게 되는 고통을 다룬 작품"이라며 "그 고통으로 인한 파괴와 수용의 단계를 소설과 연극을 오가는 독창적인 형식으로 전하겠다"고 말했다. 각색은 '은의 혀', '견고딕걸'로 최근 연극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박지선이 담당해 삶의 여러 모순을 겪는 인물들의 감정을 밀도 높은 대사로 담아낸다. 무대는 민새롬 연출과 다수의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무대디자이너 김종석이 맡았다. 거친 질감의 검은색 시멘트로 깊이감 있는 무대를 만들어 복잡한 코너의 내면을 표현했다. 또한 5명의 수어 통역사가 배우들의 서술과 움직임을 함께하며 그림자 통역으로 수어 통역을 제공한다. 아울러 무대 위 변화, 배우들의 움직임을 폐쇄형 음성해설로, 대사를 영상 속 한글자막으로 제공한다. 공연 당일에는 점자가 포함된 프로그램북이 마련된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1-14 12:47:32[파이낸셜뉴스]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사냥꾼과 농부'로 바라본 책 'ADHD 농경사회의 사냥꾼'이 나왔다. 저자 톰 하트만은 이 책에서 ADHD는 한쪽에 전형적인 농부가, 반대편에 전형적인 사냥꾼이 존재하는 인간의 스펙트럼에서 사냥꾼 성향이 우세하다는 점을 풀어냈다. 저자는 "모든 감각을 열어놓고 주변을 기민하게 탐색하는 산만함과 즉각 결정하고 행동하는 충동성, 모험을 떠나 사냥감을 쟁취하는 위험 감수는 사냥꾼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라며 "동시에 ADHD의 대표적인 세 가지 특징"이라고 전한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11-07 10:48:17<편집자주>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적인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에게 압도적 승리를 거둔 지난 2016년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2022년에는 '챗(Chat)GPT'라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AI 활용은 일상화가 됐다. 올해는 AI가 노벨과학상을 사실상 휩쓸었다. 이처럼 우리는 AI가 불러온 대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의 기획 취재의 시작점은 여기였다.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시대에 인간이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아닌 AI가 스스로가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궁금했다. 따라서 기획 기사는 AI에 의뢰해 기획안을 만들었다. AI가 지시한 취재 방식에 따라 추천한 지역을 찾았고 요구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사 작성만 기자가 직접했다. 이번 인터뷰는 AI가 기획 기사로 제시한 두번째 번째 인물이다. AI는 미국 시애틀을 방문 과정에서 세계적인 컴퓨터 과학 석학 페드로 도밍고스 워싱턴 주립대 명예교수를 만나 AI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기를 제안했다.【파이낸셜뉴스 시애틀(미국)=주원규 이진혁 기자】 "인공지능(AI)에 대한 어설픈 규제는 재앙을 불러온다." 챗(Chat)GPT의 제안에 따라 본지가 지난 8월 27일 미국 시애틀 벨뷰에서 만난 페드로 도밍고스 워싱턴주립대 명예교수는 이같이 밝혔다. 데이터과학 분야의 최고 영예인 SIGKDD 혁신상을 2년 연속 수상한 세계적 컴퓨터과학 석학인 도밍고스 교수는 현재 유럽 등에서는 AI에 대한 강한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런 규제는 AI가 가진 위험성이 과대평가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가까운 미래에는 AI를 능숙히 활용하는 사람 또는 국가와 규제 등으로 그렇지 못한 사람 또는 국가 간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봤다. 다음은 AI기술과 직업의 변화를 주제로 한 도밍고스 교수와의 일문일답. ―AI가 일자리와 직업에 미칠 가장 큰 변화는. ▲모라벡 패러독스(Morabacks's Paradox)라는 말이 있다. 인간에게 어려운 고차원 인지작업은 AI에 쉬운 반면 인간에게 쉬운 감각적·운동적 작업은 AI에 어렵다. 단순노동 직업 등이 AI의 발전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실제로는 학위가 필요한 그런 직업들이 자동화되고 있다. 가장 전문적이고 대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던 법률가나 의사도 대체될 수 있다. 창의성 역시 대체 가능하다. ―화이트칼라 노동자가 AI로 대체되고 있는 상황을 평가한다면. ▲AI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AI가 더 잘할 수도 있고, 못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맞춰 시스템이 개편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AI 사용은 우리에게 이익이 된다. 우리가 못하는 일을 대체하고 그 시간에 더 잘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미래는 AI를 직업과 직무에 사용하는 사람들 손에 달려 있다. 다시 말해 미래는 사람과 AI가 대결하는 구도가 아니라 AI를 능숙히 다루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구도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정부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은 AI 기술산업에 너무 많은 규제를 만드는 것이다.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유럽은 강한 규제로 AI 산업 성장이 가로막히면서 미국과 격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도입 시기를 생각해 보면 된다. 당시 미국의 경우 주별로 별도의 규제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모든 주에서 각기 다른 규제가 적용되니 복잡하기만 한 상황이었다. 이에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통합된 하나의 규제를 만들어 일괄 적용했다. 이후 인터넷은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다. AI도 인터넷과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AI 사용법과 필요성을 적극 알리고 교육하는 부분도 중요하다. 정부가 AI를 직접 써보고 장단점을 파악한 뒤 어떤 부분을 규제해야 하는지, 어떤 부분을 신뢰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AI가 인터넷처럼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질 것으로 보나. ▲오픈소스와 클로즈소스를 둘 다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혹자는 오픈소스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한다. 악용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AI가 위험하다, 어떻게 사용될지 모른다'고 말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오픈소스에서 오류를 찾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기술이 발전한다. 다만 여전히 악용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더불어 AI가 잘못 작용하는 것보다 안전장치를 잘못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AI가 악한 마음을 품고 범죄를 일으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가장 위험한 AI는 멍청한 AI다. 에러가 많고 사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기술 발전이 더디면 AI가 더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술 발전 속도를 빠르게 해야 한다. AI를 완전히 컨트롤하려 드는 것은 멍청한 AI를 만드는 길이다. ―지금 한국의 독자들이 AI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AI를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배워서 자신의 직무와 업무에 어떻게 사용할지 배워야 한다. 많은 이들이 지금은 어떻게 직업에 녹여내고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중요한 기회의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직업을 잃을 수도 있고, 밀려날 수도 있다. 비즈니스와 의학을 예로 들자면, AI를 발명하는 사람들이 비즈니스와 의학에 접목하는 것보다 지금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 비즈니스와 의학에서 어떻게 AI를 활용할지 배워야 한다. 그래야 시대를 따라가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특히 시니어급 직무를 가진 사람들은 AI를 접목하는 분야에서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이진혁 기자
2024-10-31 18:15:27시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해온 김대우 감독이 장편 영화 '히든페이스'로 오는 11월 극장가를 찾는다. 전작 '인간중독'(2014)과 '방자전'(2010)을 통해 감각적인 연출력을 입증한 그는 인간 내면의 다층적 구조를 밀실을 통해 들여다본 이번 작품으로 또 한번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김대우 감독은 지난 22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사람은 저마다 말하지 못하는 비밀을 가지고 있는데 '비밀과 비밀이 부딪히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밀실이라는 공간을 통해 선악의 경계가 불분명한 인간의 욕망과 본능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작보고회에는 주연 배우인 송승헌과 조여정, 박지현이 함께 자리했다. '히든페이스'는 지난 2011년 개봉한 안드레스 바이즈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원작과는 차별화된 연출 기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대우 감독은 "원작을 본 뒤 더 재밌게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말하지 못하는 비밀과 들여다보지 않았던 내면을 탐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송승헌과 조여정 등 톱배우들의 출연으로도 화제가 된 이번 영화에는 노련한 연기가 인상적인 박지현 배우까지 가세해 세 인물 사이에 흐르는 갈망과 욕망, 비밀 등 인간이 가진 어둡고 복잡한 이면을 연기한다. 다층적으로 얽히고설켜가는 김대우식 스토리텔링이 영화를 관통하고 있다. 영화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 분)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분)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 분)이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성진에 대해 송승헌은 "사라진 수연을 찾으면서도 미주를 만나 숨겨진 욕망을 드러내는 인물"이라며 "욕망을 표현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결국 드러내는, 반전이 있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조여정은 "수연은 성진과 정반대의 환경에서 자란 여자"라면서 "인간이나 상황에 대한 소유욕이 강하고 모든 게 자기 마음대로 돌아가야 하는 인물이 꼼짝할 수 없는 밀실에 갇혔을 때 겪는 힘듦과 답답함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르게 표현하려 애썼다"고 설명했다. 박지현은 극 중 수연의 후배이자 첼리스트로 등장해 성진과 사랑에 빠지는 미주를 연기한다. 그는 거울을 바라보며 촬영한 것에 대해 "허공을 바라보는 것과 같았다. 그렇기에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며 진실한 욕망을 과감하게 드러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품의 핵심 소재인 밀실은 갇히고 닫힌 공간이지만, 영화 전체를 압도하는 공간이다. 밀실을 중심으로 끝없는 반전을 이끌어내며 스토리에 몰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밀실은 사건이 발생하는 주요 공간이자 충격적인 반전의 중심에 자리한다. 김대우 감독은 "밀실이라는 공간을 통해 영혼이나 본능의 어두운 복도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또 밀실 안팎으로 느껴지는 뚜렷한 명암 대비는 캐릭터들의 감정 변화와 역전되는 관계를 보여준다. 밀실 외에 오케스트라 연습 공간, 지휘자실, 저택, 식당, 미주의 집 등 다양한 공간의 치밀한 설계를 통해 캐릭터를 둘러싼 서사를 전달한다. 인물을 둘러싼 클래식 음악은 고혹적이면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일조한다. 영화 '인간중독'과 '서울의 봄'(2023)에 참여했던 이재진 음악감독이 참여했다. 김대우 감독과 이재진 음악감독은 성진과 미주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으로 슈베르트 가곡을 설정해 작품이 지닌 클래식한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오케스트라가 여러 악기의 합으로 하나의 곡을 완성하듯 성진과 수연, 미주의 욕망과 감정에 서스펜스를 더해 장르적 매력을 높였다고 제작사 측은 설명했다. 영화의 전반부에는 오케스트라 음악과 피아노, 첼로 등 클래식에 기반한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밀실이 드러나는 중후반부터는 공간이 지닌 이미지를 청각적으로 해석한 음악들을 설계했다. 이러한 연출 의도에 대해 김대우 감독은 "본능과 비밀이 순간순간 충돌할 때 클래식한 분위기가 조성돼야 감정적으로 더 강렬하게 폭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간에 대한 재미, 또 멋진 음악이 어우러진 가운데 자기 속의 생각과 마음을 비춰볼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품위 있는 에로티시즘을 표방한 밀실 스릴러 '히든페이스'는 오는 11월 20일에 개봉한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0-23 16:17:35[파이낸셜뉴스] 여성들이 올림머리를 할 때 즐겨 사용하는 '헤어 집게핀' 때문에 식물인간이 될 뻔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21일 중국 양자만보, 지무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 쓰촨성 청두에 거주하는 여성 A(28)씨는 지난달 전기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여성들 자주 사용하는 집게핀...운전·운동 할땐 주의해야 당시 A씨는 남자친구가 운전하는 전기자전거 뒷자리에 타고 있었다. 남자친구를 끌어안으며 장난을 치던 중 자전거가 균형을 잃어 넘어졌다. 남자친구는 가벼운 부상을 입었지만 A씨는 집게핀을 한 채 뒤로 넘어지면서 많은 피를 쏟았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두개골 골절로 심각한 뇌손상을 입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즉시 수술받았지만 의식 불명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의료진은 A씨가 앞으로 식물인간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고 당시 자전거의 시속은 20㎞였다. 도로 노면도 매끄러워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었다. 의료진은 “집게핀이 위치하는 머리 뒤쪽 정중앙에는 인간의 호흡, 심장 박동, 행동 및 동작과 같은 중요한 생리 기능을 제어하는 뇌간과 소뇌가 있다”며 “갑작스러운 충격시 집게핀이 두피나 뒤통수를 찔러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집게핀으로 인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9일 중국 쓰촨성에서 한 여성이 넘어지면서, 집게핀이 뒤통수를 찔러 심한 출혈을 일으켰다. 지난해 1월 영국 버밍엄주에 사는 여성도 교통사고로 차가 뒤집히면서 머리에 꽂은 집게핀이 두개골에 박혔다. 파네사는 병원으로 이송돼 10cm 길이의 집게핀을 제거했지만 부상이 심해 6주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집게핀 등 이물질이 머리에 박힌 상태라면 임의로 제거하지 않고 병원 찾아야 '두개골 골절'은 교통사고, 낙상, 운동 등으로 우리 뇌를 보호하는 단단한 뼈인 두개골이 강한 충격으로 인해 금이 가거나 부서진 상태를 말합니다. 심한 두통은 두개골 골절의 가장 흔한 증상이다. 일반적 두통보다 훨씬 강하고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발병 부위뿐만 아니라 머리 전체에 느껴질 수 있다. 구역과 구토가 동반될 수 있고, 특정 자세를 취하거나 머리를 움직일 때 통증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이밖에 졸림, 혼수상태 등 의식소실이 발생해 동공이 빛에 반응하지 않거나 비대칭적으로 반응할 수 있고 호흡이 불규칙하거나 얕아질 수 있다. 또한 통증이나 뜨겁고 차가운 것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온도 감각 이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균형감각 상실로 걷기가 어렵거나 자주 넘어지는 '운동마비'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두개골 골절이 의심되면 엑스레이 촬영으로 골절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이후 정밀 검사를 위해 CT, MRI 등이 진행된다. 두개골골절은 매우 심각한 질환이므로,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은 후 두통, 구토, 의식 변화, 감각 이상, 인지 장애, 운동 마비 등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에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집게핀 등이 박힌 상태에는 임의로 제거해선 안 된다. 이물질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한 다음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0-21 22:33:24그는 캐나다 토론토 시내에서 미국 타호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2012년 12월이다. 버스 뒷좌석에 누운 상태로 뉴욕까지 갔다. 거기서 캘리포니아 트러키까지는 기차를 이용했다. 다시 택시 뒷좌석에 드러누워 30분 동안 산길을 올랐다. 그렇게 시에라네바다산맥 북쪽에 있는 타호에 다다랐다. 당시 만난 뉴욕타임스 기자(케이드 메츠)에게 말했다. "제가 마지막으로 앉았던 때가 2005년이었어요. 그것도 실수로 말이죠." 그는 10대 때 어머니를 대신해 실내 난방기를 들어 올리다가 허리를 다쳤는데 그 탓에 50대 후반부터 말할 수 없는 허리 통증에 시달렸다. 그는 아예 앉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으로 파란을 일으킨 인공지능(AI) 대부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명예교수(77)의 이야기다. 2012년 그 험난한 과정을 감수하고 타호로 간 이유는 컴퓨터과학자들의 연례행사(NIPS) 참석을 위해서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해 가을 제자 두명과 창업한 스타트업 DNN리서치에 관심을 표명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그곳에서 거래를 하기 위해서였다. 백발에 울 스웨터를 즐겨 입고 유머감각이 남달랐던 힌턴은 학자의 삶에 더없이 만족했으나 두 제자의 끈질긴 설득에 거기까지 갔다. 힌턴과 두 제자는 그해 봄 학계와 업계를 발칵 뒤집는 기술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통념을 깨고 기계가 사물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신경망을 공개한 것이다. 인간 두뇌 속 신경세포의 구조를 수학적으로 모방한 신경망으로, 스스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했다. 이것이 지금 AI 업계를 평정한 딥러닝 기술이다. 힌턴의 딥러닝은 인고의 시간 끝에 나왔다. 그는 쟁쟁한 학자를 대거 배출한 영국 명문가 출신이다. 부친은 곤충학자로 영국 왕립학회 회원이었으며, 팔 하나로 턱걸이가 거뜬한 강인한 체력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부친의 길을 따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그의 청년기는 방황과 혼돈의 연속이었다. 물리학 학위를 따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으나 자신의 수학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철학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뒤 철학을 포기하고 실험심리학으로 옮겼다가 결국 학계를 떠났다. 졸업 후 부친을 피해 런던으로 가 목수 일까지 했다. 그 생활 속에서도 붙잡고 있었던 주제가 다름 아닌 인간의 뇌였다. "기억의 조각들을 신경세포망을 통해 저장하는 뇌의 활동이 3차원 이미지 조각들을 필름에 저장하는 방식과 흡사하다." 10대 때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에 끌려 뇌 연구에 빠졌고, 결국 이것이 평생의 과업이 된 것이다. 그는 언젠가 인간지능 수준으로 생각하고 대화하는 기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연구가 인공지능 겨울로 분류되는 1970~1980년대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인간과 비슷한 지능의 기계 가설은 1950년대에 나왔으나 기술의 벽에 막혀 진전이 쉽지 않았다. 더욱이 힌턴이 주목한 신경망 연결주의는 주류였던 마빈 민스키의 기호주의 추종자들에 의해 철저히 배척당했다. 미치광이, 이단아 연구자로 변방의 세월을 보내면서 그가 즐겨 한 말은 따로 있었다. "오래된 생각이 가장 새로운 것이다." 과학자는 누군가 틀렸음을 입증하지 않는 한 생각을 절대로 포기해선 안된다는 의미였다. 결국 힌턴은 역전파 알고리즘을 활용한 딥러닝 기술을 완성해 AI 혹한기를 끝장낸 주역이 됐다. 다시 2012년으로 가보자. 타호에서 그의 DNN리서치를 인수한 곳은 구글이다. 그 후 AI 경쟁은 테크기업을 넘어 국가 간 전쟁으로 판이 극대화됐다. 힌턴은 구글에서 10년을 보낸 뒤 2022년 전격 사퇴했다. 시대를 바꾼 뇌과학자의 오랜 생각과 연구에 파열을 낸 것은 인간의 통제권을 벗어날 수 있는 AI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AI가 가져올 모든 위험을 대비하라고 그는 지금 외치고 있다. 노벨상 수상 회견 때도 했던 말이다. 메아리는 계속 커질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기술의 진보도, 윤리의 고민도 둘 다 한참 아래다. AI기본법도 하세월이다. 그러고도 AI 강국만 외치고 있다. jins@fnnews.com
2024-10-21 18:3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