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핑 문제로 올림픽을 제외한 국제대회에서 국기 게양이 금지된 ‘북한 선수단’이 지난 23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인공기를 앞세워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중국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7번째로 등장한 북한은 복싱 방철미와 사격 박명원이 인공기를 들고 선수단을 이끌었다. 뒤를 따르는 북한 선수들의 손에도 인공기가 들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공식 개막하기 전부터 북한 선수단은 인공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22일 항저우 선수촌에서 열린 공식 입촌식 행사에서는 브루나이, 캄보디아 등 다른 나라 국기들과 함께 북한의 인공기가 게양됐다. 그러나 이는 세계도핑방지기구(WADA)의 규정을 위반한 행동이다. WADA는 2021년 10월 북한 반도핑기구가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올림픽·패럴림픽을 제외한 국제대회에서 북한 국기의 게양을 금지했다. WADA의 제재를 해제하기 위해서는 외부 감시단이 북한 반도핑 기관을 시찰하는 등 시정조치가 필요하지만, 북한이 코로나를 이유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그간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로 인해 지난 8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국제태권도연맹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북한의 인공기 게양이 금지됐고, 주최 측은 모든 참가국의 국기를 게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개막식 전부터 인공기가 대회 곳곳에서 게양됐다. 지난 21일 북한과 대만의 남자 축구 경기에 이어 이날 북한과 일본의 탁구 남자단체 경기장에도 인공기가 게양됐다. WADA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등 항저우 아시안게임 주최 측에 인공기 게양 관련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WADA 측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우리의 조치가 존중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되는 경우 관련 단체들과 접촉하고, 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그 결과를 이행하지 않는 단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이어 “북한은 계속해서 세계반도핑규약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며 “모든 국제연맹과 아시아올림픽평의회와 같은 주요 행사 기구들은 북한의 규약 불이행의 결과에 대해 통보받고 있다”고 했다. 인공기 게양이 이뤄지는 배경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혈맹인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 북한이 5년 만에 종합 국제대회에 복귀한 상황 등이 고려된 것이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러시아도 과거 북한과 비슷한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국가 차원의 도핑 위반이 드러나 러시아 국기를 달고는 국제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는 징계를 받았다. 러시아 선수들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라는 국명 대신 ‘러시아출신올림픽선수(OAR)’로, 2020도쿄올림픽과 2022베이징동계올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09-24 08:19:03[파이낸셜뉴스] 25일 오후 군 당국에 따르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제90주년 식전행사가 이날 밤 9시에 개최한 데 이어 밤 10시 본행사를 진행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과 군사전문가들은 이번 열병식은 체제결속과 대외 군사력 과시를 위해 군 장비 250여대와 병력 2만여명이 동원된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25일 오전 2시15분까지도 평양 김일성광장 일대엔 조명이 환하게 켜져 있었지만, 이날 오전과 낮엔 열병식은 개최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밤 시간에 열병식을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고 북한전문매체 NK뉴스가 25일 오후 보도한 데 이어 소식통을 인용, 이날 오후 9시30분쯤 드론 혹은 헬리콥터로 추정되는 조명을 단 비행물체 12개가 평양 상공에 나타난 데 이어, 오후 10시부터 불꽃놀이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NK뉴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많은 사람들이 25일 오후 늦게 평양 김일성광장을 향해 걸어가는 게 목격됐고 주변도로도 차단됐다"며 "평양 시내엔 군용차량 등 장비 250여대가 집결했고, 북한 인공기를 든 청년들과 한복 차림의 여성들이 광장으로 모여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NK뉴스는 "김일성광장으로 연결되는 대동강의 일부 다리도 폐쇄돼 강변지역 출입이 금지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 수개월 간 평양 미림비행장 일대에서 열병식 연습 정황이 인공위성 등에 포착됐다. 최근 위성사진엔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계류돼 있던 고려항공 소속 여객기들이 전국 각지를 오가며 열병식 참석자를 수송한 정황이 관측돼 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동원한 대규모 열병식이 예측됐다. 이에 따라 군 안팎에선 이러한 준비 정황에 비춰 25일 0시를 기해 북한이 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식 행사로 평양 김일성광장 일대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할 것으로 관측했다. 일각에선 '전날 평양 일부 지역에 비가 내리는 등 밤사이 흐린 날씨 때문에 미사일 발사 등 깜짝 도발이 계획된 행사가 지연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공기 중에 높은 습기는 전파 교란 발생과 짙은 구름은 낙뢰를 동반할 가능성이 있어 미사일이 벼락을 맞을 수 있고, 강한 바람이 불면 발사 궤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아무튼 북한은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 주민들에게 이번 인민혁명군 창건일을 맞아 '항일투쟁'의 역사 주입과 '사상결속'의 계기로 삼고, 대외적 무력과시에 활용하기 위해 열병식을 진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선전 매체는 어제 25일 열병식 보도가 없어 통상 다음 날인 26일 녹화 중계 보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006년부터 6차례의 핵실험과 150회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지난 16일 전술탄도미사일 '신형전술유도무기' 발사까지 한차례의 실패를 포함, 총 13차례에 걸쳐 각종 미사일 발사와 방사포 사격 등 무력 도발을 벌여왔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인민혁명군 창건일 열병식 후에도 충격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등을 동원한 동시다발적 도발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내에서 7차 전술핵실험과 같은 무력 시위를 이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 1월 14일 8차 당 대회와 같은 해 9월 9일 정권수립 73주년 기념일을 맞아 진행한 열병식을 모두 심야에 개최했고 지난 2020년 10월 조선노동당 창건 제75주년 기념 열병식도 심야에 개최한 바 있다. 이날 열병식은 북한 인민군창설일에 처음 열린 것으로 2년여 만에 전례를 깨고 새벽 0시가 아닌 저녁 밤 시간에 개최하는 셈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2-04-26 08:08:25[파이낸셜뉴스] 25일 군 당국에 따르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제90주년 식전행사가 이날 밤 9시 개최한 데 이어 밤 10시 본행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15분까지도 평양 김일성광장 일대엔 조명이 환하게 켜져 있었지만, 이날 오전과 낮엔 열병식은 개최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밤 시간에 열병식을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고 북한전문매체 NK뉴스가 이날 오후 보도한 데 이어 소식통을 인용, 이날 오후 9시30분쯤 드론 혹은 헬리콥터로 추정되는 조명을 단 비행물체 12개가 평양 상공에 나타난 데 이어, 오후 10시부터 불꽃놀이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NK뉴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많은 사람들이 오늘 오후 늦게 평양 김일성광장을 향해 걸어가는 게 목격됐고 주변도로도 차단됐다"며 "평양 시내엔 군용차량 등 장비 250여대가 집결했고, 북한 인공기를 든 청년들과 한복 차림의 여성들이 광장으로 모여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NK뉴스는 "김일성광장으로 연결되는 대동강의 일부 다리도 폐쇄돼 강변지역 출입이 금지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 수개월 간 평양 미림비행장 일대에서 열병식 연습 정황이 인공위성 등에 포착됐다. 최근 위성사진엔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계류돼 있던 고려항공 소속 여객기들이 전국 각지를 오가며 열병식 참석자를 수송한 정황이 관측돼 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동원한 대규모 열병식이 예측됐다. 이에 따라 군 안팎에선 이러한 준비 정황에 비춰 이날 0시를 기해 북한이 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식 행사로 평양 김일성광장 일대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할 것으로 관측했다. 일각에선 '전날 평양 일부 지역에 비가 내리는 등 밤사이 흐린 날씨 때문에 미사일 발사 등 깜짝 도발이 계획된 행사가 지연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공기 중에 높은 습기는 전파 교란 발생과 짙은 구름은 낙뢰를 동반할 가능성이 있어 미사일이 벼락을 맞을 수 있고, 강한 바람이 불면 발사 궤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아무튼 북한은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 주민들에게 이번 인민혁명군 창건일을 맞아 '항일투쟁' 역사 주입과 '사상결속'의 계기와 대외적 무력과시에 활용하기 위해 현재 열병식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선전 매체는 현재까지 열병식 보도가 없어 다음 날인 26일 녹화 중계 보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006년부터 6차례의 핵실험과 150회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지난 16일 전술탄도미사일 '신형전술유도무기' 발사까지 한차례의 실패를 포함, 총 13차례에 걸쳐 각종 미사일 발사와 방사포 사격 등 무력 도발을 벌여왔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인민혁명군 창건일 열병식 후에도 충격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등을 동원한 동시다발적 도발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내에서 7차 전술핵실험과 같은 무력 시위를 이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 1월 14일 8차 당 대회와 같은 해 9월 9일 정권수립 73주년 기념일을 맞아 진행한 열병식을 모두 심야에 개최했고 지난 2020년 10월 조선노동당 창건 제75주년 기념 열병식도 심야에 개최한 바 있다. 이날 행사는 2년여 만에 전례를 깨고 새벽 0시가 아닌 저녁 밤 시간에 개최하는 셈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2-04-25 21:59:58【 파주(경기)=김은희 기자】 2018 남북정상회담을 아흐레 앞둔 지난 18일 찾은 '분단의 상징' 판문점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휴전 상태인 남북한 군인이 서로 대치하며 풍겼던 기운과는 분명히 다른 종류의 긴장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첫 만남을 차질없이 준비하겠노라는 다짐의 긴장이었고 평화라는 새로운 시작을 열기를 바라는 염원의 긴장이었다.서울 광화문에서 차로 꼬박 1시간30분을 달리자 '통일의 관문'이라는 파주 통일대교가 눈에 들어왔다.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 출입을 위해 신분증을 확인하겠다"는 군인에게 신분증을 내어보이고 다시 판문점을 향했다. 창밖으로는 '군사시설 사진촬영 금지' 팻말이 보였다. 고작 5분쯤 갔을까. 유엔사 경비대대, 일명 JSA(공동경비구역) 경비대대 부대 안으로 들어섰다."여기서부터가 비무장지대(DMZ)입니다." 1번국도 양옆으로 황량한 대지가 펼쳐졌다. 곳곳에 꽃나무도 몇 그루 보였지만 초록의 봄기운과는 거리가 멀었다. DMZ 내 유일한 마을인 대성동을 지나자 멀리 왼쪽으로는 인공기가 펄럭이는 북한 기정동 마을이, 오른쪽으로는 북한과 겨우 25m 떨어져 있는 최전방 GP(감시초소)가 보였다. '북한이 이렇게 가깝구나'라는 감상에 젖을 새도 없이 판문점에 도착했다. 남북이 서로를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하고 있는 곳이다. 판문점에는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남측엔 자유의 집과 평화의 집이, 북측엔 판문각과 통일각이 있다.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곳은 평화의 집. 이날 평화의 집은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입구가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어 내부를 확인하긴 어려웠으나 작업복을 입은 인부가 바쁘게 오가는 모습이 언뜻언뜻 보였다. 20일에는 정비가 완료된다고 현장 관계자는 전했다. 2층 회담장과 대표 대기실, 3층 연회장(대회의실)도 단장을 거의 마친 상황이란다. 현장 관계자의 설명을 듣다 보니 남북 정상이 나란히 평화의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절로 그려졌다. 평화의 집에서 남서쪽으로 130m 떨어져 있는 자유의 집은 북측 판문각과 마주보고 있다. 자유의 집 2층 북쪽으로 난 출구로 나가자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로 익숙한 장면이 펼쳐졌다. 다만 영화처럼 남북의 군인이 마주 선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우리 군이 건물을 에워싸고 북측을 응시하고 있던 것과 달리 북한 군은 멀리 판문각 입구에서 오가는 모습만 포착됐다. 현장 관계자는 "평상시에는 우리도 경계근무를 서지 않고 카메라를 통해 감시한다"고 설명했다.자유의 집과 판문각 사이에는 5개의 건물이 줄지어 있다. 이들 중 푸른색 건물 3개동이 남북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이다. T1.T2.T3로 불리는 이들 건물은 각각 중립국감독위원회 회담장, 군사정전위원회 회담장, 실무장교 회담장으로 쓰인다. '임시(Temporary)'의 첫 글자를 따 명명했으나 65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도록 '임시로' 사용 중이다.T2 건물에 들어서면 남북 간 회담을 위한 탁자가 중앙에 놓여 있다. 탁자 위에 놓인 마이크 줄이 MDL 역할을 한단다. 창밖을 보니 남북 영토를 구분해놓은 콘크리트 턱과 일직선 위에 있다. T2 건물 내에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중앙탁자 바깥 쪽으로 가는 것이 지금으로선 북한 땅을 밟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밟는 김 위원장은 판문각 앞에서 전용차량에서 내린 뒤 도보로 MDL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T1과 T2 사이 또는 T2와 T3 사이로 건널 가능성이 크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만 차량으로 이동할 땐 T3 건물 오른편에 있는 차도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1998년 6월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준비한 소 500마리가 실린 트럭이 지나가 이른바 '소떼 지나간 길'이라고 불리는 곳이다.며칠 후면 김 위원장이 MDL을 넘고 문 대통령은 악수를 청하며 그를 맞이할 테다. 바로 이곳 판문점에서다. 청와대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표어를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고 했고 회담을 통해 '판문점 회담'이 정착되길 바란다고 했다.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이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을지, 이제 8일 남았다. ehkim@fnnews.com
2018-04-19 17:39:57【파주=김은희 기자】2018 남북정상회담을 아흐레 앞둔 지난 18일 찾은 '분단의 상징' 판문점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휴전 상태인 남북한 군인이 서로 대치하며 풍겼던 기운과는 분명히 다른 종류의 긴장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첫 만남을 차질없이 준비하겠노라는 다짐의 긴장이었고 평화라는 새로운 시작을 열기를 바라는 염원의 긴장이었다. 서울 광화문에서 차로 꼬박 1시간 30분을 달리자 '통일의 관문'이라는 파주 통일대교가 눈에 들어왔다.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 출입을 위해 신분증을 확인하겠다"는 군인에게 신분증을 내어보이고 다시 판문점을 향했다. 창밖으로는 '군사시설 사진촬영 금지' 팻말이 보였다. 고작 5분쯤 갔을까. 유엔사 경비대대, 일명 JSA(공동경비구역) 경비대대 부대 안으로 들어섰다. "여기서부터가 비무장지대(DMZ)입니다." 1번국도 양옆으로 황량한 대지가 펼쳐졌다. 곳곳에 꽃나무도 몇그루 보였지만 초록의 봄기운과는 거리가 멀었다. DMZ 내 유일한 마을인 대성동을 지나자 멀리 왼쪽으로는 인공기가 펄럭이는 북한 기정동 마을이, 오른쪽으로는 북한과 겨우 25m 떨어져 있는 최전방 GP(감시초소)가 보였다. '북한이 이렇게 가깝구나'라는 감상에 젖을 새도 없이 판문점에 도착했다. 남북이 서로를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하고 있는 곳이다. 판문점에는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남측엔 자유의 집과 평화의 집이, 북측엔 판문각과 통일각이 있다.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곳은 평화의 집. 이날 평화의 집은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입구가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어 내부를 확인하긴 어려웠으나 작업복을 입은 인부가 바쁘게 오가는 모습이 언뜻언뜻 보였다. 20일에는 정비가 완료된다고 현장 관계자는 전했다. 2층 회담장과 대표 대기실, 3층 연회장(대회의실)도 단장을 거의 마친 상황이란다. 현장 관계자의 설명을 듣다 보니 남북 정상이 나란히 평화의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절로 그려졌다. 평화의 집에서 남서쪽으로 130m 떨어져 있는 자유의 집은 북측 판문각과 마주보고 있다. 자유의 집 2층 북쪽으로 난 출구로 나가자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로 익숙한 장면이 펼쳐졌다. 다만 영화처럼 남북의 군인이 마주 선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우리 군이 건물을 에워싸고 북측을 응시하고 있던 것과 달리 북한 군은 멀리 판문각 입구에서 오가는 모습만 포착됐다. 현장 관계자는 "평상시에는 우리도 경계근무를 서지 않고 카메라를 통해 감시한다"고 설명했다. 자유의 집과 판문각 사이에는 5개의 건물이 줄지어 있다. 이들 중 푸른색 건물 3개동이 남북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이다. T1·T2·T3로 불리는 이들 건물은 각각 중립국감독위원회 회담장, 군사정전위원회 회담장, 실무장교 회담장으로 쓰인다. '임시(Temporary)'의 첫 글자를 따 명명했으나 65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도록 '임시로' 사용 중이다. T2 건물에 들어서면 남북간 회담을 위한 탁자가 중앙에 놓여 있다. 탁자 위에 놓인 마이크 줄이 MDL 역할을 한단다. 창밖을 보니 남북 영토를 구분해놓은 콘크리트턱과 일직선 위에 있다. T2 건물 내에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중앙탁자 바깥 쪽으로 가는 것이 지금으로선 북한 땅을 밟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밟는 김 위원장은 판문각 앞에서 전용차량에서 내린 뒤 도보로 MDL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T1과 T2 사이 또는 T2와 T3 사이로 건널 가능성이 크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만 차량으로 이동할 땐 T3 건물 오른편에 있는 차도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1998년 6월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준비한 소 500마리가 실린 트럭이 지나가 이른바 '소떼 지나간 길'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며칠 후면 김 위원장이 MDL을 넘고 문 대통령은 악수를 청하며 그를 맞이할 테다. 바로 이곳 판문점에서다. 청와대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표어를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고 했고 회담을 통해 '판문점 회담'이 정착되길 바란다고 했다.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이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을지, 이제 8일 남았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2018-04-19 14:41:11대북 전단지 살포에 대해 수사당국이 사실상 ‘처벌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전국 최대 규모의 보수단체인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대북 전단지 살포에 참여키로 함에 따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공안부 관계자는 3일 “현재로써는 민간단체들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법규가 없다”며 ‘남북기본합의서 위반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남북 기본합의서는 신사협정서적 성격이다. 그 자체로 구속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6·15 공동선언의 상호비방 금지 원칙’에 대해서도 “상호 비방 금지 원칙은 남북간의 합의다. 국민 개개인의 행동에 적용시키기는 어렵다”고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죄 적용에 대해서도 “이적성을 띄지 않은 활동이라 적용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틀째 대북 전단지 살포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납북자가족모임, 라이트코리아 등 30여개 보수 시민단체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11시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내 자유의 다리에서 대북 전단지가 담긴 대형 풍선을 날려보냈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진심으로 남북대화를 원하고 북측도 상호비방을 자제해야 한다“며 “정부가 탈북자와 국군포로 등 자국민 보호 등을 즉각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과 인공기가 그려진 현수막을 불에 태우는 행사를 현장에서 벌였으며 전단지 살포를 저지했던 진보 단체들에 대해 전단지 살포를 방해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이 이날 날려보낸 전단지는 모두 10만장으로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가 포함됐으며, ‘납북자 송환, 김정일 타도’ 등을 주장하는 문서도 함께 담겨 날려졌다. 이날 행사에는 진보단체 회원들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아 전날과 같은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 뉴라이트전국연합 전단지 살포 동참키로 전국 최대규모의 보수우익단체 뉴라이트 전국연합도 전단지 살포에 대해 참가 여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변철환 대변인은 “현재 대북 전단지 살포는 너무 소규모인 것 같다. 우리가 참여를 하면 현재보다는 100배이상의 인원이 참여해 여러 곳에서 동시에 전단지를 살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인 오는 10일까지 전단지 동참 여부, 활동 방법, 관계기관 논의 등을 거쳐 구체 운영안을 마련하고 이르면 이번달 말께부터 대북 전단지 살포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한국진보연대 등 진보단체들은 이날 서울 광화문 통일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 관계를 악화시키는 모든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대북 전단지 살포에 대해 수수방관 하고 있는 것은 법조항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hong@fnnews.com홍석희기자
2008-12-03 15:4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