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방송인 박명수가 인도 여행 중 인종차별을 당하는 모습에 인도 출신 방송인 럭키가 대신 항의하며 사과했다. 지난 10일 방송된 MBC에브리원 ‘위대한 가이드’에서는 럭키와 함께 인도로 떠난 신현준, 박명수 등이 여행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럭키는 암베르성 투어, 염소 뇌 커리 먹방, 자이푸르 바푸 시장 쇼핑, 팝업 놀이공원 등 다채로운 여행 코스를 통해 인도의 새로운 매력을 선보이고자 했다. 박명수는 인도 자이푸르의 한 전통시장에서 신발 가게를 찾았다. 가게 직원은 "한번 신어보라"며 적극적으로 호객 행위에 나섰고, 박명수는 잠시 멈춰 신발을 신어보려 했다. 이때 점원은 박명수를 향해 “코리아 칭챙총”이라며 동양인 비하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칭챙총'은 서양인들이 중국인들이 대화할 때 들리는 소리를 비하하며 생긴 말이다. 원래 중국인들을 비하하는 단어였으나 동양인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들은 럭키는 직원을 향해 인도어로 “최소한 욕은 하지 마시죠. 예의는 지키세요”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점원은 뭘 잘못했냐는 제스처를 취했고, 럭키는 결국 욕설까지 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정작 박명수는 점원의 이야기를 듣지 못해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럭키의 배려로 가격이 비싸 신발을 사지 않은 것으로 이해했다. 이후 럭키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저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며 “아무리 인도 사람이지만 이게 인도의 전부라고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대신 사과했다. 한편 '위대한 가이드'는 한국 거주 N년 차 대한외국인이 가이드가 돼 모국을 방문하는 여행자들과 현지인만이 아는 명소들로 떠나는 여행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6-12 21:30:37[파이낸셜뉴스] 배우 한예슬이 신혼여행을 떠난 이탈리아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토로했다. 한예슬은 지난 27일 자신의 SNS에 한 호텔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며 "나는 이곳에서 이런 차별을 경험했고, 정말로 불쾌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한예슬은 “호텔의 손님으로서 비치 클럽의 테라스 좌석을 예약했지만 호텔 측이 호텔 손님용 자리가 아닌 다른 좌석에 앉혔다. 하지만 아무런 설명과 사과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식당측은 내가 호텔 손님인 것을 알고 예약을 확인했다"라며 "만석이 아닌데도 만석이라고 말했고, 테라스가 폐쇄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닫혔다'고 안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하루 전에야 예약을 시작했다고 했지만 나는 그 전날 예약을 한 상태였다. 결국 차별에 대한 불만 사항을 접수한 후에야 테라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예슬의 상황에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면서 분노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최근 아시아인을 상대로 한 인종차별 사례가 빈번하게 알려진 가운데, 한예슬도 피해자가 됐다는 점에서 안타깝다는 반응도 있다. 앞서 지난 26일(현지시간) 칸 레드카펫 현장에서 가수 겸 배우 윤아가 현지 경호원에게 인종차별을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인도 일간지 힌두스탄 타임즈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레드카펫 행사를 갖던 윤아가 팬들과 취재진에게 인사를 건네고 포즈를 취하려고 하자 여성 경호원이 팔로 제지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뒤돌아서 포즈를 취해야하는 타이밍에 들어가기를 재촉당한 것. 결국 윤아는 행동을 주춤하고 당황하는 기색을 보인 뒤 내부로 들어갔다. 매체는 "윤아가 기분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의 표정은 눈에 띄게 불편해 보였다. 그는 반응하지 않고 조용히 참으며 안으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5-28 13:10:54【오사카(일본)=백수정 기자】 '언론인, 교육자, 국회의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와 법치국가 실현을 뛰어 왔습니다.' 사단법인 물망초의 박선영 이사장의 SNS 자기소개 글이다. 박 이사장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많다. 그러나 박 이사장이 늘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보였던 것을 고려하면 '탈북자의 대모'라는 수식어가 그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18대 국회의원 시절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에 항의하며 11일간의 단식투쟁을 진행, 전 세계에 북한인권 문제를 알리기 시작했다.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이해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박 이사장이 일본을 찾았다. 다음은 박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일본 방문의 목적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아주 오랜만에 일본에 왔다. 일본은 사실 무척 자주 다녔다. 북한인권 문제, 독도 문제, 사할린 문제, 강제동원 문제 등으로 수없이 일본에 왔었지만 대부분 당일치기였고, 길어야 2박 3일 몰아서 볼일을 보는 형식이어서 개인적인 여행을 하기는 어려웠다. 사실은 관심사가 다양해서 일본이 어떻게 그렇게 노벨과학상을 받는지 그 비결이 궁금했고, 문화유산을 잘 지켜나가는 방식도 궁금했다. 그래서 빗장이 풀리자마자 나고야와 시라카와고를 보러 왔다. ―한국과 비교해 방일 외국인 관광객 정책이나 지방서 체험하는 일본 지차체 정책의 핵심은 ▲한국은 아직 외국인 관광객이 많지 않은데, 일본은 많아서 깜짝 놀랐다. 지금은 비수기여서 시라카와고나 다카야마 같은 곳은 문을 닫은 상점들이 많은데도 외국인 관광객들은 단체관광을 많이들 오더라. 그 비결은 일본의 과거를 보존하고 지켜나가려는 노력,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내면을 가꾸려는 노력이 이방인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아닐까 싶다. ―작년 일본서 열린 재일교포 북송 문제 집회 신변위협 이야기로 불참 배경 전말은 ▲(웃음) 북한인권 문제라는 관점에서 재일교포들의 북송 문제에도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다. 2020년에는 같은 주제로 일본의회에서 세미나도 했다. 그때도 니가타에 가 보고 싶었는데 여러가지 문제로 못 갔다. 니가타는 재일교포들을 북한과 일본 적십자사가 합동으로 북한에 보낸 국제적 사기 사건이자 불법행위가 벌어진 곳이다. 북한을 지상낙원이라고 속여서 재일교포들을 보냈고, 속은 것을 안 사람들이 돌아오려고 했을 때 일본은 일본인과 일본인 배우자들에게만 귀국을 허용했다. 그것은 차별적인 대우였다. 명백한 차별. 그 후 탈북해서 온 재일교포와 그 후손들이 당시의 일들을 증언하면서 지금은 어느 정도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모른다. 한국 국민도 일본국민도. 그래서 그 현장인 니가타에 가서 북송 관련된 일을 제대로 알리고자 하는 분들도 만나보려고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말리더라. 일본 극우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내가 독도 문제에 천착해 온 데다가 아베 전 수상에 대한 테러도 발생하면서 불상사가 날 수도 있다고 말려서 못 왔다. ―국회의원시절 본적을 독도로 옮겨서 최근 물망초 활동에 받은 불이익이 있었는지 ▲그런 건 없다. 독도는 영토문제고, 물망초는 북한인권 문제니까. 일본인 납치 등 북한인권 문제엔 서로 협력하지만 영토문제야 양보할 수 없는 아주 첨예한 문제다. ―올해 2월 22일 일본 다케시마의 날에 일본측서 물망초에 비공식 접촉이 있었나 ▲그런 것은 없다. ―올 일본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전 윤석열 대통령 방일 관련 의견은 ▲일본은 애증이 교차하는 나라지만 냉정해야 하지 않겠나.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미래를 위한 관계설정도 절실한 만큼 언제 어디서든 만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과거, 현재, 미래를 다 제대로 인식하고 만나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일본 역대 총리들의 일본인 납치 관련 ‘파란 배지’ 부착에 대한 생각은 ▲가장 부러워하는 부분이다. 어느 정당 소속이든 일본의 총리들은 전부 업무개시일부터 끝날 때까지 모두가 파란 배지를 달고 다닌다. 그것도 납북자가족회에 돈을 내고 직접 사서 달고 다닌다. 북한에 납치된 사람들을 정부가 잊지 않겠다는 다짐과 선서 같은 상징이다, 파란 배지는. 그 배지를 단 일본 총리들은 어디를 가든, 심지어 연미복을 입을 때에도 빠트리지 않고 단다. 정상회담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그게 정상이다. 국가의 존재이유는 첫 번째가 국토방위, 두 번째가 자국민보호다. 그런 점에서 자국민이 다른 나라에 납치가 되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면 당연히 송환을 위한 노력을 끝까지 해야 한다. 그런 노력을 하는 일본이 솔직히 부럽다. 일본 총리의 옷깃에 붙어 있는 파란 배지는 바로 국가의 존재이유를 보여주는 상징이니까. ―사단법인 물망초는 비전으로 탈북자 및 역사의 조난자들을 위해 일하는 민간단체라고 소개되던데 현재 물망초의 주요방향과 핵심역량은 ▲물망초는 ‘나를 잊지 마세요, FORGET ME NOT’이라는 의미다. 잘못 없이 나라가 제 구실을 못 해서 포로가 되었거나, 끌려갔거나, 죽임을 당했거나, 상해를 입었다면 언제라도 국가는 그들을 보듬고, 데려오고, 도와주어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그런 역할을 못 하고 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쭉 그렇다. 예전엔 못 살아서 그랬다 하더라도 지금은 잘 살면서도, 충분히 능력이 있으면서도 그런 분들을 외면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예컨대 6.25 때 포로가 되어 70년 이상을 북한의 탄광지역에 억류되어 강제노역을 하고 계신 분들, 사할린 한인들, 731부대 희생자들 등등 자기 잘못 없이 신산했던 우리의 역사 속에서 역사의 수레바퀴 위에 올라타지 못하고 곤경에 빠지신 분들을 나는 ‘역사의 조난자’들이라고 부른다. 물망초는 그런 분들을 우리가 직접 구출하거나 도와드리지는 못 하더라도 잊지는 말자는 뜻에서 물망초라고 이름을 붙였다. 아시겠지만 물망초는 아주 작은, 보잘것없는 풀꽃이다. 개인은 국가 앞에서 한없이 작고 힘도 없는, 그러나 꽃처럼 귀한 대우를 국가로부터 받아야 하는 국가의 주인이다. ―물망초의 꾸준한 ‘북한 강제실종범죄 책임규명을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는 이유는 ▲바위를 깨는 것은 도끼도 망치도 아니다. 물방울이다. 아주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서 구멍을 내고 그 물이 얼면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던 바위에 금이 가고 서서히 깨진다. 물망초는 작고 약한 꽃이지만, 그 꽃의 향기가 퍼져나갈 때 단단한 빗장도 열릴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공동선언문은 총도 아니고 칼도 아니다. 미사일도 아니다. 그러나 그런 선언문을 기회가 될 때마다 발표를 하면 몰랐던 사람들도 차츰 알게 되고, 알게 된 사람들은 말을 하고 행동도 하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이니까. 보이면 행동하게 되어 있고. 그게 바로 바위를 깨는 작은 물방울이 되는 것이라서 우리는 끊임없이 소리를 낸다. 메아리가 치리라 믿으면서. ―북한 인권 피해자 활동 관련, 일본의 북송 관련 유엔 인권이사회, 유엔 인권특별보고관 북송 당한 사람들, 특히 기관이나 국가가 주도해서 사람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사건들에 대한 활동을 꾸준히 하는 이유는 ▲인권을 침해한 범죄에는 시효가 없다. 우리가 반인도적 범죄라고 부르는 집단학살, 포로억류, 납치, 인종차별, 강제노역 같은 범죄가 그에 속한다. 그들을 용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고 그 다음 단계다. 용서는 뉘우치는 자에게 하는 것이고, 살아남은 자들은 똑같은 범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는 ‘NEVER AGAIN’의 마음과 다짐이 없으면 동일한 범죄는 무한 반복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물망초는 느리지만 꾸준히, 뚜벅뚜벅 이 길을 간다. 우보천리, 느린 소가 천리를 가는 법이다. ―지난 서울시 교육감 선거서 당선이 되었다면 꼭 추진하려 했던 정책은 있다면 ▲시대에 맞는 교육을 하고 싶다. 21세기를 살면서 시대착오적인 교육을 한다면 되겠는가? 시대착오적인 사상교육도 문제고, 전근대적인 교육방법도 문제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 서구국가는 물론 일본, 인도 등 아시아국가들까지 21세기를 맞으면서 가장 먼저 한 것이 교육개혁이었다. 우리는 꿈도 못 꾸는 개혁을 그들은 해냈다. 오바마는 시대 부적응 교사들을 내보냈고, 비전제시를 못 하는 학교를 없애버렸다. 지금 다른 나라들은 4차 산업시대에 맞는 교육을 하고 있다. 국어 수학 역사 과학 과목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융복합교육을 하고 있다. 단순히 코딩교육만이 아니다. 스팀(STEAM)(Science, Technologe, Engineering, Art, Mathematics)교육을 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먹거리는 마련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교과편제와 학제편제가 아직도 전근대적이다. 새 정권 들어서서 이제야 IT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대학위주다. 초중고 교육부터 달라져야 한다. ―과거 북한인권 운동가로서 한원채 인권상 수상, 물망초가 故 박구호 장학금재정 계기는 ▲한원채 인권상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이 받아서 영광이다. 박구호 장학금은 사실은 우리 아버님 성함으로 나와 남편이 기금을 마련해 만든 장학금이다. 국가유공자의 자녀들이 군 복무를 끝낼 때 대학에 등록금 걱정 없이 복학할 수 있도록 하자는 장학금이다. 9살에 아버님을 잃은 나도 참 어렵게 공부했다. 35살에 돌아가신 우리 아버님은 너무 가난해서 야간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하셨고, 6·25가 터지자 군대에 이병으로 입대해서 부사관과 장교가 되셨지만, 공무 수행 중에 들어가셨다. 제대군인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좋겠다. 그래서 군대가 가서 썩는 곳이 아니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곳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탈북민 대학생 등과 6·25 특별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는데 ▲올해가 정전 70주년이 되는 해다. 내 꿈은 정전 70주년을 기념해서 참전국 15개 나라의 대학생 70명, 북한출생의 탈북 대학생 70명, 대한민국 출생 대학생 70명 등 210명과 함께 DMZ를 걷는 것이다.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0대 강국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 나라의 대학생들에게는 감사함과 함께 우리 한반도의 분단 현실을 보여주고 싶고, 탈북 대학생들에게는 그들이 북한에서 잘못 배운 우리의 근현대사를 제대로 알려주고 싶다. 또한 우리의 대학생들에게도 학교에서 배운 잘못된 역사 말고, 직접 걷고 보고 들으며 깨우친 조국의 현실을 스스로 체화하고 큰 비전을 세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싶다. 그러나 이런 일이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라는 생각으로 꿈을 꾸고 있다. 한두 푼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십시일반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웃음) sjbaek@fnnews.com
2023-01-31 13:53:34[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중국의 신(新) 냉전으로 한때 급감했던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숫자가 미국 대학의 신학기 개학을 앞두고 다시 급증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는 양국 갈등에도 불구하고 최대 수입원인 중국 유학생들을 유치하려는 미 대학가의 공급과 자녀를 미국에 보내려고 하는 중국 학부모들의 수요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추정된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4일 미 국무부 자료를 인용해 지난 5월부터 중국인 유학생 비자 발급 건수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 6월에 중국 국적자에게 3만3896건의 학생비자(F-1)를 발급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6월(3만4001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F-1 비자 발급 건수는 지난해 6월의 경우 팬데믹으로 미국 주요 대사관들이 비자 업무를 중단하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비자 규제 강화로 8건에 불과했다. 임기 내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던 트럼프 정부는 중국인 유학생들을 기술 유출의 통로로 지목하면서 비자 규제를 강화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대학원생과 연구자들은 무더기로 미국 비자가 취소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자 규제는 올해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풀리기 시작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 4월 발표에서 중국 등 코로나19로 여행이 제한된 국가에서도 가을에 학기를 시작하려는 학생, 학자, 언론인 등에게는 국익면제 항목을 적용해 미국 입국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AFP통신 등 서방 언론들은 미국 대학들이 중국 유학생의 등록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미 정부가 대학가의 규제 완화 조치를 의식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 내 중국 유학생은 38만명에 달했지만 올해 들어 약 9만2000명이 감소했다. 중국인은 미국의 외국 유학생 가운데 약 3분의 1을 차지해 가장 많으며 지난해 기준 외국 유학생 가운데 47%는 중국인과 인도인이었다. 중국 베이징의 교육 컨설팅 업체 뉴오리엔탈 관계자는 “미국 대학들이 올해 가을 대부분 대면 교육을 재개한다”며 “학생 비자는 다시 정상화되겠지만 다른 비자는 아닐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민감한 영역의 학부 졸업생들은 비자 발급에 영향이 있겠지만 학부생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 내에서도 미국 유학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과도한 사교육 비 절감을 위해 대대적인 사교육 금지령을 내렸다. 베이징 소재 컨설팅 업체 꺼와이 교육 관계자는 “미국 유학은 좋은 일자리 등 다른 나라 유학과 비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학부모들 사이에서 코로나19나 총기 문제, 인종 차별 등 미국에 대한 걱정이 있긴 하지만 특히 성적이 좋은 학생들의 부모들 사이에서 미국 유학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1-08-24 16:45:09일부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인도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경우 입국을 불허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은 유럽 의약품청(EMA)이 인도산 AZ 백신을 서류 미비를 이유로 승인하지 않았다며 이로인해 접종자들의 유럽 여행길이 막힐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의 백신 생산 시설들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점검을 받고 승인까지 받았는데도 EMA가 유럽에서 생산되는 AZ 백신만 인정하는 것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차별이자 비과학적인 조치라고 지적하고 있다. WHO는 AZ 백신을 위탁 생산하는 인도 세럼 연구소의 품질 관리와 생산 공정이 충족된다고 승인한 상태다. AZ는 백신을 위탁 생산하는 인도 공장 관련 서류를 당초 계획했던 1월이 아닌 최근에 EMA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EU는 화이자와 모더나, 존슨앤드존슨(얀센) 코로나19 백신을 권장하고 있지만 인도산 AZ 백신과 러시아, 중국 등 개도국에서 개발된 것은 승인하지 않고 있다. EU 회원국 중 벨기에와 독일, 스위스는 EU 비승인 백신 접종을 받아도 입국을 허용하는 반면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국가는 불허하고 있다. AP통신은 인도산 AZ 백신 접종 후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여행을 계획했던 나이지리아 가족의 예를 들면서 이들이 충격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들은 접종받은 인도산 AZ 백신이 유엔 백신 접종 프로그램인 코백스(Covax)를 통해 제공된 것이라며 억울하다며 여행지를 동아프리카나 싱가포르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구조위원회 보건 이사 메스핀 테클루 테세마 박사는 WHO 승인을 받은 백신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인종차별이라고까지 지적했다. 보건전문가들도 WHO에서 승인한 백신을 거부하는 것은 안전한 여행을 재개하려는 글로벌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1-07-13 21:16:23[파이낸셜뉴스] 인도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타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 관련 자국민 보호 중심의 입장을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관련 미국내 준비 상태가 매우 좋다고 강조하면서 자국내 코로나19가 확산될 경우 해야 할 일이 무엇이든 준비돼 있다고 단호히 밝혔다. 당장 코로나19 확산이 심한 국가들에 대한 여행 또는 입국 제한 조치 수위를 강도 높에 높이지는 않더라도 미국내 피해 징후가 확연할 경우 전격적인 제한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게 이날 발언의 핵심이다. 한국에 대한 전격적인 입국 제한 조치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 시점이 적절한 시점은 아니라고 밝혀 우려했던 상황은 피하게 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에 모든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점을 조건으로 달았다는 점에서 코로나19 확산 여부에 따라 고강도 추가 조치를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묘한 입장을 밝힌 가운데 미 국무부는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3단계로 올렸다. 미 정부에서는 국무부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별도로 여행 경보를 내고 있으며 1~3단계 경보를 운영하는 CDC는 지난 22일과 24일에 걸쳐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 단계인 3단계(불필요한 여행 자제)까지 올렸다. 경보를 4단계로 분류하는 국무부는 지난 21일까지만 해도 한국을 캐나다나 북유럽과 같은 1단계(일상수준경계)로 지정했으나 22일에 2단계(경계 강화), 26일에 3단계(여행 재고)로 수위를 높였다. 현재 국무부 분류상 코로나19로 인해 4단계(여행 금지)로 지정된 국가는 중국과 이란이며 3단계 국가는 한국과 몽골이다. 일본은 22일 2단계로 분류됐으나 추가로 수위가 격상되지는 않았다. 국무부는 26일 발표에서 CDC의 여행경보와 한국 정부의 대응 태세를 언급하며 한국 여행시 확진자로 의심받으면 일정 지연 및 격리, 매우 비싼 병원비를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수위는 그의 대선 전략과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코로나19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발 여행객 입국을 제한하는 등 효과를 내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은 나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불렀지만 우리의 최우선 순위는 미국인의 건강"이라며 자신의 조치 덕에 감염 확산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코로나19 여파라 상승추세이던 미국 주식시장이 연일 폭락장을 맞는 등 경제적 타격이 가시화되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가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적 타격을 만화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관련 대응책의 핵심 키워드로 '미국민 보호'를 앞세웠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전담팀을 발족하고, 책임자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지명하는 등 발빠른 대응책을 수립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0-02-27 12:57:40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귀성행렬. 기차나 비행기 혹은 막히는 고속도로에서 보내는 시간이 무료하게 느껴질 사람들을 위해 짧은 러닝타임이라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를 소개한다. 코미디부터 스릴러까지 다양한 영화에 접속해보자. ■데스티네이션 웨딩(2017) - 86분 한때 청춘스타로 인기를 누렸던 키아누 리브스와 위노나 라이더의 네 번째 만남. 우연히 공항에서 악연으로 만나 결혼식까지 인연이 닿은 두 남녀의 티격태격 로맨스를 그린다. 화려하고 달콤한 볼거리는 없지만, 비관적이고 불평불만이 많은 두 사람의 끝없는 설전은 기존 로맨틱 코미디와 다른 신선한 재미를 전한다. 재치 있는 대사의 말맛을 능청스럽게 소화하는 키아누 리브스와 위노나 라이더의 30년 절친 케미를 만끽할 수 있다.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2014) - 86분 [토르: 라그나로크]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공동 연출과 각본을 맡은 모큐멘터리 형식의 호러 코미디. 좀비, 뱀파이어, 늑대인간 등이 참석하는 가면무도회에 자신들을 물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간 다큐멘터리 촬영팀의 좌충우돌 취재기를 그린다. 뱀파이어 영화보다 훨씬 더 재밌고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저예산 영화임에도 쏠쏠한 흥행 성적을 거두었다. ■쥬랜더(2001) - 89분 연기뿐 아니라 연출력도 인정받은 배우 벤 스틸러가 주연과 감독을 겸한 병맛 코미디. 패션계는 평정했으나 머리는 텅 빈 모델 데릭 쥬랜더가 모종의 음모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패션 산업에 대한 풍자와 함께 쉴 틈 없는 유머로 담아냈다. 총 18편의 영화에 등장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출연작이기도 하다. 2016년 15년 만에 속편 [쥬랜더 리턴즈]가 개봉했으나 엄청난 혹평을 들으며, 크리스티 위그에게 골든 라즈베리 여우조연상을 안겼다. ■해롤드와 쿠마(2004) - 87분 소심한 한국계 미국인 해롤드와 대마초에 빠진 인도계 미국인 쿠마의 황당무계한 소동을 담은 영화. TV 광고를 보다 꽂힌 햄버거를 맛보기 위해 화이트 캐슬로 향하는 하룻밤의 여정을 미국 내 인종차별의 현실을 유쾌하게 비꼰 병맛 코미디로 그려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당시 신인이었던 존 조는 영화가 예상외로 선전하면서 피플지가 뽑은 매력남 5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2008년과 2011년 후속편이 나왔다. ■탠저린(2015) - 88분 [플로리다 프로젝트]로 알려진 션 베이커 감독이 아이폰으로 촬영한 영화. [탠저린]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랜스젠더 신디가 바람난 남자친구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절친 알렉산드라와 LA 거리를 휘젓고 다니는 크리스마스이브날의 소동을 그린다. 제작비 절감을 위해 아이폰 5S로 촬영했음에도 과감한 색감의 영상미가 강렬한 인상을 전한다. 리얼리티와 진정성을 담보하고자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실제 트랜스젠더를 캐스팅했는데, 키타나 키키 로드리게즈와 마이아 테일러의 눈부신 연기도 영화에 더욱 생생한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2012) - 86분 [쥬라기 월드]를 연출한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의 장편 데뷔작. 시간여행을 함께 할 파트너를 구하는 광고에 매료된 다리우스가 광고를 낸 케네스와 함께 시간여행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90년대 중반 미국의 한 잡지에 실린 광고에 영감을 받아 영화로 제작됐다. 독특한 소재, 흥미로운 캐릭터가 어우러져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언더 워터(2016) - 86분 해변에서 불과 200미터 떨어진 암초에 고립된 여성이 생존을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해양 스릴러.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하는 강인한 여성으로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바다 위 암초라는 한정된 공간을 팽팽한 긴장감으로 담아낸 연출로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북미 개봉 4일 만에 제작비를 회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2019-02-04 21:20:19세계최대 에너지 관리 전문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내달 22일까지 에너지 절약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글로벌 에너지 공모전 'Go Green in the City'를 실시한다고 24일 밝혔다. 'Go Green in the City'은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지난 2011년부터 글로벌 에너지 과제에 대해 이해를 높이고 미래 핵심 인력으로 성장할 글로벌 에너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본사 차원에서 진행되는 공모전이다. 지난 2년간 전세계 9개 국(독일, 프랑스, 터키, 폴란드, 미국, 인도, 중국, 러시아, 브라질)에서 1050개의 팀이 공모전에 참가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전세계적인 에너지 이슈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올해에는 한국을 포함해 멕시코, 캐나다와 동아시아 8개국 지역 등 19개국으로 대상 국가를 확대했다. 이번 공모전에는 국내 대학 2~4학년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면 누구든지 2~4인의 팀을 이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인종과 남녀 등 차별 없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기업 이념에 따라 각 팀에는 반드시 여학생이 한 명 이상 포함되어야 한다. 참가를 원하는 학생은 공모전 홈페이지(www.schneider-electric.com/gogreeninthecity/kr)을 통해 주택, 소매상, 병원, 대학, 운송, 수자원, 공공 서비스, 공항, 사무실, 주거빌딩 등의 에너지 관리 아이디어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지원서를 접수하면 된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오는 2월 22일까지 응모 접수를 받은 후 3월 중에 최종 후보 5팀을 선정해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에너지 전문가 멘토링을 거쳐 4월 1일 국내 우승자를 발표하며, 국내 우승팀 1등 400만원, 2등 300만원, 3등 200만원의 장학금 및 인턴쉽 기회를 제공한다. 또 국내 우승팀은 동아시아 대회에 진출하며, 최종 파리 결선에서도 우승할 경우 해외여행 및 슈나이더 일렉트릭 채용의 혜택이 주어진다. 이번 공모전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에너지포럼카페(http://cafe.naver.com/energystory/10124)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SchneiderElectricKorea)과 전화(02-2630-9791)를 통한 문의도 가능하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의 에릭 리제 사장은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글로벌 공모전을 통해 전세계적인 에너지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대학생들의 젊고 창의력 있는 아이디어를 통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이번 공모전을 통해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전도유망한 글로벌 에너지 인재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13-01-24 09:01:31나라 밖에 오래 살던 사람들이 귀국해 가장 놀라는 것은 서울에 외국인이 무척 많다는 사실이다. 그제 만난 한 지인은 안산행 지하철이 뉴욕의 6번 지하철 같다고 말했다. 지하철 6번은 한인과 중국인, 베트남인 밀집지역인 플러싱을 관통하고 있어 미국에서 백인 보기가 힘들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는 뉴욕의 지하철이다. 지난 여름 서울에서 버스에 탄 29세의 인도 남성 보노짓 후세인과 동행했던 한국인 여성은 옆자리 남성으로부터 인종 차별이 담긴 욕설을 들었다. 당시 사건은 검찰이 가해자 박씨(31세)를 모욕 혐의로 기소함으로써 관심이 집중됐다. 법원에 계류중인 이 사건에 자극을 받은 정치권은 인종 차별에 대해 법적 처벌을 부과하는 법안 마련에 착수했다. 어떤 아시아인은 버스에서 잠이 들었는데 종점에 이르자 버스 기사가 발로 차면서 깨운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파키스탄 남성과 결혼한 한 한국여성의 경우 마치 이상한 짓을 하기라도 한 것처럼 사람들이 흘끔흘끔 쳐다봐 남편과 다닐 때는 버스와 지하철을 아예 타지 않는다고 말했다. 몇 해 전 우리 집에 마이클이라는 미국인 변호사가 1년간 머물렀다. 유학기간 중 친구처럼 지냈던 잘 생긴 미국인이다. 여행이 좋다며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뜬금없이 우리 집에 찾아왔다. 그가 우리 집에 살던 동안 나는 많은 재미 있는 일들을 경험했다. 무엇보다도 미남 백인에게 한국인이 얼마나 호의적인가를 아는데 필요한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끔 영어 강사로 일했던 마이클은 저녁마다 수강생, 주로 젊고 예쁜 아줌마들에게 받은 선물을 한아름씩 들고 왔다. 선물은 참으로 다양했다. 넥타이, 지갑, 나중에는 속옷에 심지어는 토종꿀에 잰 영지버섯이나 인삼 등도 곧잘 들고 왔다. 그는 얼굴을 붉히며 스스로 부끄러워 했다. 그러나 백인에 대한 지나친 호의와는 달리 이땅에 사는 많은 제3 세계 사람들에 대한 한국인의 차별대우는 상상을 초월한다. 백인들을 보면 ‘커피 한잔 하겠습니까’라며 호의적인데 반해 유색인종들에게는 대뜸 ‘얼마나 버느냐’고 물으며 얕잡아 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우리는 최근까지도 ‘단일민족’임에 자부심을 갖도록 교육받았고 살색과 살구색이 같은 색으로 여겨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제 달라진 세상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구는 저출산으로 급감하고 있지만 외국인은 120만명으로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국제연합(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에서 순수혈통, 혼혈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 것을 개탄하며 인종차별금지법 도입을 권고해 왔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이 법이 제정되면 이주 근로자가 더 많이 유입돼 한국인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며 우범지대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단일민족은 축복이며 이주 근로자가 계속 유입되면 다른 나라처럼 앞으로 인종전쟁으로 나라가 분열될 위험이 크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한국인의 인종에 대한 인식에는 서구인에 대한 부러움과 혐오감이 혼재돼 있다는 것이다. 언뜻 백인을 좋아하는 것 같지만 사적인 자리에서 미국인을 가리킬 때는 과거 한국을 지배했던 일본인과 중국인을 가리킬 때 쓰는 ‘놈’을 붙이는 경우가 많은 것이 그 예다. 눈을 돌려 보자. 100만명이 훌쩍 넘는 한인들이 미국에 산다. 뿌리내린 지도 1세기가 지났지만 미국인들은 여전히 한인들은 싫어한다. 마치 우리가 이땅에서 제3세계 사람들을 깔보고 혐오하는 것과 똑 같은 이치다. ‘제노포비아(Xenophobia)’란 말이 있다. 우리말로 외국인 공포증, 외국인 기피증으로 해석되는 이말은 단일 민족인 한국인에게 잘 먹혀 드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외국인에 대한 기피증이나 멸시가 유독 가난한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에게 몰려 있다는 점이다. 그들도 우리처럼, 우리도 그들처럼 똑같다.
2009-12-30 16:48:53말레이시아는 국화인 분가라야 (bunga raya)만큼이나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말레이계·중국계·인도계의 주 인종그룹과 사바와 사라왁주의 다양한 토착민들이 저마다 차별화된 고유색을 갖고 융합된 모습이 서로 섞이지 않는 짙은 원색 물감이 보기좋게 조화된 마티즈의 유화와도 같다. 이 유화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공화국. 3개의 나라가 공존하고 있는 보르네오섬에서도 볼 수 있다. 적도가 지나는 보르네오섬 북서쪽에 위치한 사라왁주의 제2도시 시부는 열대낙원도, 볼 것 많은 관광지도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70년대를 연상케 하는 건물들과 맨발로 뛰어노는 아이들의 순수한 표정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 운동’을 모토로 한다는 말레이시아의 속내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시부(SIBU)=쿠알라룸프에서 비행기를 타고 두시간쯤 가면 울창한 정글림이 펼쳐진 사라왁주의 시부에 닿는다. 애초에 산호빛 파도가 넘실거리는 열대의 파라다이스를 상상한 것은 아니지만, 생전 처음 듣는 지역으로 여행한다는 사실에 내심 그런 곳을 꿈꿨나보다. 일행을 마중나온 버스…, 관광고속버스라기 보다는 ‘오라이∼’를 외치는 안내양이 어울림직한 6∼70년대 한국 시내버스 같다. 도대체 제대로 움직이기나 할까 염려하며 버스에 올랐다. 다행히 더운 나라여선지 에어컨은 빵빵하다. 버스안과 밖의 온도 차때문에 창이 뿌옇게 가려진다. 한 30여분쯤 달렸을까 허름한 호텔에 버스가 멈춘다. 짐을 풀고 실망스런 마음을 추스렸다. 어차피 해변에 누워 수영이나 하려고 온것은 아니다. 카메라를 둘러메고는 버스안에서 눈도장 찍어놨던 농산물 시장과 라장강 주변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라장장은 사라왁주에서 가장 큰 강이다. 강의 밑이 진흙으로 돼 있어 짙은 황톳빛을 띤 강에는 수상버스인 롱보트가 떠다닌다. 버스를 물위로 옮겨 논듯 길다란 모습을 한 이 배는 15링깃(RM)이면 원하는 대부분의 곳에 갈 수 있다. 대부분의 이용객은 강 건너편에 있는 원목공장에서 일하는 현지인들이다. 시부는 약간의 팁이면 왠만한 문제는 해결되는 도시다. 얼마간의 팁을 운전사 손에 쥐어 주고는 배 지붕위에 올라 앉았다. 하늘을 지붕삼아 항해하는 기분이 근사하다. 강변을 따라 공장처럼 보이는 길다란 굴뚝들이 늘어서 있다. 하지만 대부분 나무를 베어 다른 곳으로 운반하는 공장이기 때문에 산업폐기물 같은 오염물질이 강으로 흐를 염려는 없다. 도시 곳곳에는 작은 마켓이 여기저기 형성돼 있는데 주로 과일과 생선, 나물 등을 판매한다. 말레이시아는 넘쳐날 정도로 과일이 많다. 수박은 1년내내 나고, 파파야도 1년에 두번 재배해 과일의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지옥의 향과 천국의 맛을 지녔다는 두리안도 10링깃(한화 3300원정도)이면 실컷 먹을 수 있다. ◇롱하우스(이반족)=시부의 정글 깊숙이에는 보르네오섬 사라왁주에 사는 45개 원주민 중 최대 종족인 이반족(Iban)들이 아직도 많이 모여살고 있다. 하나의 롱하우스당 15∼60여 세대가 집단 거주하고 있는데 시부시내에서도 현대식으로 약간 계량된 롱하우스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의 독특한 전통가옥인 롱하우스에 들어가려면 ‘투아이 루마’라고 불리우는 추장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때 작은 선물을 주면서 허락을 구하는 것이 예의라 하니 인삼차나 담배 등을 준비해 가면 좋다. 사람을 초대하고 대접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반족들은 혼쾌히 촬영을 허락했다. 롱하우스는 지상 3m의 높이에 기둥을 촘촘히 세우고 그위에 일자형으로 지어져있다. 통나무를 파서 만든 계단을 오르니 집앞에 베란다가 있는데 여기에 나무를 얹어 놓아 베란다를 밟을 때 ‘삐그덕 삐그덕’ 소리가 난다. 초인종을 대신하는 셈이다. 나란히 집 내부에 거실이 있다. 뻥 뚫려 있는 거실에서는 주로 곡식을 말리고 주민의 대소사를 의논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도 좋아 보인다. 안쪽으로 마치 아파트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문이 있다. 문 하나가 한 가구인 셈이다. 어림잡아 10여개 정도돼 보인다. 그중 한곳의 방문을 허락받았다. 자그마하고 지저분한 방하나가 덩그라니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고 문을 연순간 어이가 없다. 어엿한 거실이 나온다. 조금 더 들어가면 화장실이 또 들어가면 안방이 부엌이 다시 거실이…. 가로·세로로 롱 하우스인 셈인데 너무나 넓고 쾌적한 모습이다. 겉과 속이 이렇게 다를 수가! 문화의 차이를 다시한번 실감한 순간이다. 과거에 이반족 남자들은 부족을 지키기 위해 다른 종족들과 끊임없이 싸움을 해야했다. 싸움 뒤에 베어온 적의 목은 큰 자랑거리로 해골을 집에 걸어두며 용맹성을 자랑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사람사냥을 한 전사들에게는 문신을 새겨 주고, 베어 온 머리수 만큼 손가락에 줄을 새겼다고 한다. 지금도 50대 이상의 이반족은 온몸에 많은 문신을 하고 있는데, 손가락에 새긴 문신은 잘 보여 주지 않으려고 하니 구태여 보고 싶다면 특별 선물을 이용해 보자. 말레이시아의 화폐단위는 링깃(RM)이며, 1링깃은 약 330원이다. 시간은 우리나라 보다 1시간 늦다. 말레이시아관광청 한국사무소 (02)779-4422 ◇찾아가는법=말레이시아항공을 이용해 콸라룸푸르로(월, 수, 목, 금, 일요일 운항) 들어간 다음 시부행 국내선으로 갈아타면 된다. (매일 2회 운항) /시부(말레이시아)= jinnie@fnnews.com 문영진기자
2003-06-19 09:4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