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2세 생일을 맞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 우정을 과시했다. 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생일을 맞아 보낸 축전을 통해 "당신의 탄생일을 맞으며 충심으로 되는 따뜻한 축하의 인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축전의 시작과 끝에서 푸틴 대통령을 "가장 친근한 동지"라고 칭하며 "앞으로도 계속될 우리들 사이의 상봉과 동지적 유대는 새로운 전면적 발전궤도 위에 올라선 조로(북러) 친선과 전략적 협조 관계의 만년 기틀을 더욱 공고히 하고 지역과 세계의 평화, 국제적 정의를 수호하는 데 적극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두 정상은 6월19일 평양에서 군사동맹에 가까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했으며, 이후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러시아 모스크바로 초청한 바 있다. 김 위원장 축전을 통해 '앞으로 계속될 상봉'이라며 추가 정상회담을 직접 언급한 것으로 볼 때 김 위원장의 모스크바 답방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이 논의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정상회담에 대해 "자주와 정의 실현을 공동이념으로 하는 불패의 동맹관계,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로 승격됐다"며 "우리들 사이의 친분을 더욱 두터이 하던 그날을 감회 깊게 회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승리와 영광의 한길로 인도하리라 믿는다"며 "러시아 군대와 인민의 정의의 위업에 대한 우리의 전폭적이며 사심 없는 지지와 연대성을 재확언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편에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6월 사실상 군사동맹에 준한다고 평가받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맺으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밀착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4-10-08 09:23:43【베이징=이석우 특파원】중국 당국이 8일 추가 경기 부양을 위해 공공 지출 확대 방안 등이 포함된 경제 회복 패키지 정책을 발표한다. 거시경제를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국경절 연휴(1∼7일) 이후 첫 업무일인 8일 정산제 주임(장관)과 류쑤서·자오천신·리춘린·정베이 부주임 등이 참석한 가운데 '패키지 증량 정책의 시스템적 이행, 경제 상승 구조 개선 및 발전 추세 지속 호전' 상황을 소개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증량정책이란 정부 투자와 국유기업 자금 운용 확대 등을 포함한 확장적 재정·금융정책을 의미한다. 중국 당국이 지난 9월 24일 발표한 일련의 경기 부양정책 이후 경기 회복의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앞으로 확장적 재정·금융정책을 구사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패키지 정책에는 재정 정책의 확장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인프라 투자에 대한 확대도 포함될 전망이다. 여유가 있는 정부 재정을 보다 본격적으로 경기 부양에 투입하겠다는 의지이다. 양로·의료·보육 등 서비스업 부문 지원 확대와 보장성 주택(저소득층 대상 공급 주택) 대출 금리 인하 등 추가 지원 등도 기대되고 있다. 이번 발표는 "중점과 능동적 역할을 꽉 잡고 증량 정책의 효과적 이행과 추가 도입에 나서야 한다"라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요구에 대해 경제 당국이 내놓은 첫 번째 대책이다. 시 주석은 국경절 연휴 직전인 지난 9월 26일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경제 운영에 일부 새로운 상황과 문제가 나타났다"면서 이 같이 요구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9월 24일부터 중앙은행 등이 발표한 일련의 경기 부양정책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 효과를 높이고, 모멘텀을 강화하기 위해 여력이 있는 재정 부문을 보다 본격적으로 동원해 나가겠다는 자세이다. 지난달 말 경기부양책 이후 며칠에 걸친 주가 상승 분위기를 계속 강하게 추동하겠다는 생각이다. 무역 흑자 등이 쌓여온 중국은 10조위안(약 1918조원) 규모의 특별 채권을 발행해 재정 지원을 늘릴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9월 24일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의 판궁성 행장과 증권·금융 감독기구 수장들은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지급준비율(지준율) 0.5%p 인하와 부동산 대출 금리 인하, 증시 안정화 자금 투입 등 대책을 발표했다. 그 직후 시진핑 주석의 주재로 진행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는 경제 당국에 재정·통화정책과 역주기조절(거시경제 조절정책) 강도 상향, 필요한 재정 지출을 주문했다. 이를 통해 작은 지방정부의 기본적 민생과 임금, 행정운영 자금을 보장하는 '기층 3보 사업'을 잘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2024-10-07 13:31:51[파이낸셜뉴스] 현재 형사사법시스템은 절차의 간이화・효율화, 검사의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 기능 강화, 경찰의 수사 책임성 향상 방안 신설 등의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검찰로부터 나왔다. 검찰과 경찰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실무에 문제가 생겼다는 취지다. 3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일 ‘변화한 형사사법시스템의 쟁점과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올해 ‘제3회 형사법포럼’에서 서울동부지검 정혜승 검사는 이같이 주장했다. 정 검사는 발표에서 “검경 수사권조정 및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이른바 ‘정치검찰’에 대한 비판을 명분으로 시작됐지만, 실제로는 형사사건의 99%를 차지하는 민생범죄 사건 처리 절차가 대대적으로 바뀌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행 3년 현재 △복합한 절차로 국민 권리구제 장벽 △사건 관리 고비용・저효율 문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검사의 사법통제 기능 △검경 ‘사건 핑퐁’ 양산 △아동・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보호 공백 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성룡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검사에게 수사권을 인정한 국가는 모든 대륙법계 국가와 영미법계 3개국을 합해 모두 34개국”이라며 “약 90%의 국가에서 검사의 수사권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장지화 중국변호사는 “중국은 헌법에서 검찰(인민검찰원)을 ‘국가의 법률감독기관’으로서 법원과 같이 사법기관으로 규정해 독립성을 부여했고 검사는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경규 연구위원은 “유럽검찰청(EPPO)과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국은 초국가적 범죄의 수사 및 기소를 담당하기 위해 설립됐다”며 “소속 검사가 수사개시 여부를 결정하고, 직접 수사하며, 기소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변화한 형사사법시스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올바른 형사사법제도 정립을 위한 개선방안을 고민하기 위해 주제를 정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학계 및 실무와의 소통을 확대해 바람직한 형사사법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10-03 16:49:39[파이낸셜뉴스] 북한이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버리고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하면서 이를 놓고 한국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그 시작은 김정은이 띄웠다. 2023년 12월 30일 김정은은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을 “적대적인 두 국가, 교전 중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면서 ‘통일’ 용어 폐기에 앞장서고 있다. 그렇다면 기존의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체제' 원칙을 폐기한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북한의 두려움이다. 한국과 북한은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동일한 조건에서 출발했지만, 한국은 선진국이 되었지만, 북한은 인민의 식량문제도 해결해 주지 못하는 등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은 북한 독재체제가 한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패배했다는 현실에 대한 자각이다. 북한이 체제 경쟁에서 패배한 후 이제는 북한정권을 수호해야 하는 문제가 절박한 도전과제가 되었다는 방증인 셈이다. 실제로 북한정권의 공포정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주민은 한류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고 있고, 기회만 생기면 엘리트층도 북한을 버리고 탈출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두 체제' 원칙을 폐기한 것은 더 이상 경쟁을 통해서는 북한체제를 지킬 수 없다는 두려움을 내포하고 있다. 둘째, 축적된 북한 내부 문제와 무관치 않다. 외부의 적을 위협으로 부각시키면 내부 문제는 소소한 것으로 치부되는 관심전환법을 가동시키는 성격도 있다. 북한 내부는 현재 고난의 행군 시즌II로 규정될 정도로 식량난이 심각하고 주민의 불만은 누적된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외부 도발을 통해서 임시방편적으로 민심이반을 차단해 왔으나 더 이상 단편적 대처로는 힘들다는 판단으로 남북관계 재설정이라는 근본적 문제로 눈을 돌렸다고 볼 수 있다. 셋째, 한반도 공산화 전략 2.0 차원이다. 즉 북한의 정책변화는 ‘통일’에서 ‘점령’으로 그 목표를 표면화한 것이 본질이다. 사실상 ‘적대적 2국가론’은 이견을 ‘대화’가 아닌 ‘무력’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공식을 담고 있다. 서로 마주하는 적대국가는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강압하여 군부에는 전쟁준비에 박차를 가하게 함으로써 군사력을 통해 한반도 점령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셈법이 담겨있는 것이다. 2024년 1월 16일 김정은은 시정연설을 통해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대목에 ‘점령’이 포함된 것은 ‘통일론’을 포기한 근본적 이유임을 보여준다. 나아가 ‘수복’을 언급했다는 것은 찾아야 할 영토가 있다는 의미인데 이는 ‘두 국가론’이 아닌 ‘하나의 국가’라는 성격 규정을 담고 있으므로 모순 그 자체다. 따라서 두 국가론은 결국 한반도 점령 의지를 품고 있는 전략이다. 한국을 점령 대상으로 규정한 것은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이것이 핵무기를 군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고 핵운용무기의 핵무기 운용절차를 체계화한 이유다. ‘적대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함으로써 ‘극단적인’ 무기도 사용할 수 있다는 엄포를 놓는 핵인질화 셈법이 녹아있는 것이다. 넷째, 처벌 회피 목적도 있다. 통일정책 폐기는 통일 이후 진행될 수 있는 숙청, 정치범 수용소 만행 등 북한정권의 반인도 범죄를 덮으려는 의도와도 무관치 않다. 집단학살, 인권유린, 공포정치를 일삼은 정치지도자는 나중에라도 그 범죄를 처벌하려는 국제사회의 결기를 걱정하는 모습과도 연결된다. 예를 들어 유고연방 대통령이었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는 인종청소 등 극단적 범죄를 저질러 1999년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 기소된 바 있다. 김씨일가의 공포정치 만행은 북한이 자유화되면 반드시 ‘정의’ 차원에서 따져보아야 하는 사안일 수밖에 없고, 살아있는 김정은은 재판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통일이 되면 이 시점이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로 통일을 저버린 것이다. 통일이 되더라도 자신이 처벌을 받을 수 없는 방식, 즉 적화통일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통일론’을 폐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은 ‘통일론’을 폐기했다기보다는 내부적으로 ‘적화통일’을 군사전략으로 지속하면서도 외부적으로는 ‘통일’을 지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회색지대 모호성’을 버리고, ‘흑백지대 명확성’을 채택했다는 해석이 합당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북한전략에 부화뇌동할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적 통일’을 지향하는 대한민국 헌법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을 주지시킨다. 나아가 북한의 호전성과 근본적 전략이 사실상 변화가 없음을 인식하여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동맹, 안보협력국, 유사입장국을 대상으로 대북 공조의 폭과 강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외교무대를 통해 ‘8·15 통일 독트린’ 지지를 확대하는 것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9-26 16:33:11[파이낸셜뉴스] 미국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통령 선거 결과 뒤집기 행위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대법원은 1일(현지시간) 대통령이 재직 시절 공적으로 한 행동은 퇴임 후에도 면책 특권을 적용받지만 사적으로 한 행동에 대해서는 면책 특권이 없다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이날 보수파 대법관 6명 의견으로 대통령의 면책 특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판례를 만들었다. 하급심으로 돌려보낸 대선 뒤집기 시도에 대한 판결에서 대법원은 트럼프의 당시 지시가 공적 활동이었는지 아니면 사적 활동이었는지를 구분해 면책 특권 적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급심은 그저 대선 뒤집기 시도가 공적인 활동이었는지 사적인 활동이었는지만 판단하면 되며 공적 활동이라고 판단이 되면 면책 특권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앞으로 백악관 주인이 되는 모든 미 대통령들은 공적인 활동을 통한 모든 불법에 대해 면책 특권을 갖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정 하급심에 떠넘겨 대법원은 당시 대선 뒤집기 시도가 공적인 행동이었는지, 사적인 행동이었는지는 하급심에서 판단해야 한다면서 면책 특권을 적용할 수 있는지는 하급심이 판단할 몫이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트럼프가 '비공식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 특권이 없다면서 "대통령이 행하는 모든 일들이 공식적은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트럼프 재직 시절 보수 성향으로 물갈이 됐다. 현재 9명 대법관 가운데 6명이 보수, 3명이 진보계 대법관이다. 이날 판결은 보수파 대법관 6명이 주도했다. 사실상 면죄부 비록 대통령의 모든 행동이 면책 특권을 적용받는 공적 행위는 아니라고 이날 대법원이 판결했지만 트럼프의 대선 뒤집기 시도는 면책 특권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한 1, 2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어서 향후 재판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법리 해석을 두고 논란이 심화할 것이어서 오는 11월 5일 대통령 선거 이전에 하급심에서 재판이 이뤄지기는 어렵게 됐다. 아울러 트럼프가 지난달 27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TV 토론 뒤 대선 승기를 확실하게 잡은 터라 그의 대선 뒤집기 시도 사건은 사장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면 취임 뒤 법무 장관에게 지시해 자신에 대한 기소를 취하토록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대법원은 면책 특권 적용 여부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트럼프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주류 보수, 면책 특권 강조 주류 판결문을 작성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대통령은 법위에 있지 않다"고 선언했지만 "의회는 헌법이 정한 행정부의 책임을 수행하는 대통령의 행위를 범죄화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는 대통령이 "헌법에서 정한 권한의 범위에서 행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형사 기소에 관해 완전한 면책 특권을 갖고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소수 진보 "대통령, 왕이 됐다" 진보파 대법관 3명은 다른 의견을 냈다. 소수파 판결문을 작성한 진보계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주류 판결에 강하게 반발했다.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주류의 이번 판단은 미 대통령제와 민주주의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대통령과 그가 봉사하는 인민 간 관계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됐다"면서 "대통령은 재직 시 모든 공적 권한을 사용함에 있어 이제 법위에 있는 왕이 됐다"고 비판했다. 소토마요르는 "주류의 논리에 따르면 그가 재직 시절 어떤 방식으로 권력을 휘두르건 그는 형사기소로부터 보호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네이비실 6팀에 정적 암살을 지시한 명령도? 면책 특권. 권력 유지를 위해 군사 쿠데타를 조직해도? 면책 특권. 사면 대가로 뇌물을 받아도? 면책 특권. 면책 특권, 면책 특권, 면책 특권"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의 모든 행위가 어떤 법적인 제약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토마요르는 "미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공포 속에 나는 (주류 의견에) 반대한다"고 못 박았다. 트럼프 '환영' 트럼프는 이날 대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 헌법과 민주주의에 큰 승리"라면서 "미국인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문장 전체를 특유의 대문자로 강조했다. 대법원 판결로 자신에 대한 기소가 정적 제거를 위한 마녀사냥이라는 트럼프의 주장이 그의 지지층 사이에 더 강하게 먹혀들 전망이다. 한편 바이든 캠프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성명에서 바이든 캠프는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트럼프는 2020년 대선 패배 뒤 자유롭고 공정했던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폭도들을 부추겼다"고 못 박았다. 성명은 이어 "트럼프는 자신이 법위에 있다고 생각하며 권력을 얻고 유지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07-02 02:31:47[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이 강행처리한 원구성에 대해 "거대야당의 브레이크 없는 폭주가 계속되는 작금의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었기에 의원총회를 열어 7개 국회 상임위원장직을 맡기로 대승적 결단을 했다"고 밝혔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5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껏 그랬듯, 일방적 독주를 이어간다면 국민적 역풍을 맞을 것"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정 의장은 "비록 수적 열세이긴 하나 싸우더라도 상임위에 들어가서 맞서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국회 원구성 파행의 단초는 민주당이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맡겠다고 한 데서 비롯된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의장은 "민주당의 억지대로 상임위 배분이 이뤄졌지만, 더 이상의 입법 폭주는 없어야 한다"며 "민생이 어렵고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더미다. 국민들께서 준엄하게 명령하는 협치 정신을 회복해야 하고, 정쟁이 아니라 정책으로 경쟁하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일종 사무총장도 "국회의 민주적 절차가 뭉개지고 자랑스러운 관행이 무너져도 우려의 목소리 한번 내지 않은 우원식 국회의장이다"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눈치만 보지 말고 국회의장답게 국회를 운영해달라"고 지적했다.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지 인민재판을 벌이는 장소가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은 민생을 위해 양보했다. 더불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은 성숙한 자세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서지윤 기자
2024-06-25 09:34:57[파이낸셜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국을 찾은 파키스탄과 브라질의 정상급 인사들과 연쇄회담을 갖고 양자관계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통칭)의 우호 관계를 강화해 미국 견제에 맞서는 '우군'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일대일로 핵심국가 파키스탄과 협력 8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제라우두 아우키밍 브라질 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샤리프 총리와의 정삼회담에선 파키스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파키스탄은 좋은 이웃, 좋은 친구이자 서로 돕는 좋은 동반자, 희로애락을 나누는 좋은 형제"라며 중국은 앞으로도 파키스탄의 국가주권·영토 수호, 발전 노선 추구, 테러리즘 대응 등을 지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양국 간 일대일론 협력도 언급했다. 일대일로 협력의 핵심인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사업의 고도화를 통해 성장·민생·혁신·녹색·개방의 '5대 회랑'을 공동으로 건설해 나가자고 제안한 뒤 "파키스탄의 경제사회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국은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의 다극화와 포용적 경제 세계화를 공동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글로벌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개도국의 공동 이익과 국제 정의를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파키스탄은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 국가이자, 인도 견제라는 공통 분모를 지니고 있다. 중국이 유일하게 '전천후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을 정도로 특별한 관계를 유지해 온 나라다. 파키스탄은 지난해부터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0억달러(약 4조1500억원)의 구제금융을 받는 등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자국에 대규모 투자를 해온 중국은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로 평가된다. 샤리프 총리는 "CPEC가 파키스탄의 국가 발전을 효과적으로 촉진하고 파키스탄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다줬다"며 "파키스탄은 중국과 높은 일대일로의 협력을 계속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실무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파키스탄 북서부에서 일어난 자살폭탄 테러로 중국인 희생자 5명이 일어난 데 대해 애도를 표명하고,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엄벌, 파키스탄 내 중국 기관과 인력의 안전보장 등을 약속했다. 수교 50주년 브라질과 디지털경제 협력 시 주석은 제라우두 아우키밍 브라질 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양자 관계 발전과 개도국 간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수교 50주년을 맞은 양국을 "좋은 친구이자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좋은 파트너"로 규정하면서 "전통전 분야와 녹색 경제, 디지털 경제, 혁신 등 신흥 분야에서의 협력도 강화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어 "현재 세계는 100년 동안 볼 수 없었던 큰 변화에 직면해 있다"며 "양국은 개발도상 대국이자 중요한 신흥경제국으로서 양국 관계 발전은 개도국 간 연대협력과 세계 평화 안정에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남미의 핵심 국가인 브라질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의 회원국으로서 중국과 긴말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시 주석이 양자 회담에서 개도국 간 협력을 거듭 강조한 것은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는 미국을 우회적으로 견제하면서 미국과 서방 국제질서를 개도국 간 연대로 재편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2024-06-08 12:24:52[파이낸셜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남북간 해빙무드 기간인 지난 2019년 1월 말경 북한에 전달한 ‘한강 하구 공동이용수역 수로조사 해도(海圖)’가 국가 비밀로 분류돼 있는 것으로 뒤늦게 확인돼 파장이 예상된다. 전쟁 발발 또는 긴장 대치 국면에서 주요 전략적 방어 거점지역 중 하나인 한강 하구의 해저지형도가 적대 국가인 북한으로 고스란히 유출된 셈이다. 특히 지난해 말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한 이후 대남사업 부문 정리에 나서는 등 초강경 대남정책을 펴고 있어 언제든지 해도가 도발에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0일 파이낸셜뉴스가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조사원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월 북한에 넘겨준 해당 해도는 비공개 문건인 비밀(3급)로 등재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강하구는 임진강 하구에서 강화도 볼음도까지 이어지는 곳으로 남북사이에 위치한 일종의 중립수역이다. 당초 남북 민간선박이 자유롭게 항행할 수 있었지만, 6·25 전쟁이후 남북간 군사적 대치 상황으로 자유항행 자체가 제한됐다. 지난 2018년 9월19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9·19 남북군사합의' 따라 한강하구 공동이용을 위한 군사적 보장에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남북은 같은해 11월 공동 수로조사에 나서 해도를 완성, 다음해인 2019년 1월 판문점 남북군사실무접촉에서 북측에 전달됐다. 해도의 범위는 인천 강화도 말도부터 경기 파주시 만우리까지 길이 약 70km, 면적 280㎢에 달하며 수심과 암초 등 항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가 망라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공개된 해도는 총 3건으로, 각각 2020년 6월 10일(사진 A, B)과 9월 30일(사진 C) 자로 3급 비밀로 분류됐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간 해빙무드에 따라 북측에 전달된 귀중한 한강하구 관련 정보가 북측에 넘어간 시점으로부터 각각 약 1년 5개월, 1년 8개월 후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는 비밀로 등재됐다는 점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넘겨준 해도에 대해 문재인 정부 스스로가 나중에 비밀로 분류한 것이다. 이에 당시 정부가 비밀 해당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지 않고 남북 해빙무드만을 감안, 성급하게 북측에 전달해 국가안보를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방부측은 본지에 “북한에 전달한 한강하구 해도는 당시 해양수산부에서 '평문'으로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밝혔다. '평문'(Unclassified)이란 처음부터 대외 홍보 및 공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비밀(Confidential)과 구분되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해도, 국가 비밀 등재여부 판단 전 北에 넘겨줘 하지만 관련 당국은 북측에 전달한 해도가 북한에서 민간용으로만 쓰인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뒤늦게 3급비밀로 분류된 데 대해선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해도가 우리측 국가안보에 민감한 사항인 만큼 북측에 전달하기 전에 국가안보 관련 사항 연관 등에 대해 보다 신중하고 정밀하게 판단해야 했으며, 만약에 북측에 공개되어도 상관없는 내용이라면 왜 뒤늦게 3급비밀로 등재했는 지 등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또 북한에 전달된 해도가 안보·국방과 상관없는 단순한 내용만 포함됐는 지, 아니면 수심과 암초 위치, 조류 속도 등 민감한 상세 정보가 담겼는 지 등도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 유사시 김포·인천·고양·일산·파주·서울 등 안위에 치명적 영향 끼칠 가능성 북측에 해도가 전달된 당시는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와 남북간 신뢰 구축을 통한 비핵화 실현 등 남북간 해빙무드가 조성된 시점이다. 관련 사안에 정통한 정부관계자는 북한에 넘겨준 해도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에도 물밑에서 국가안보와 관련된 심각한 사안이라는 우려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고 전했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군사적 긴장감 완화를 위한 조치 중 하나로 해도를 북한에 넘겼지만, 우리측 내부에선 한반도 안보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는 얘기다. 안보적 측면에서도 한강하구는 유사시 적군 침투가 가능한 루트로, 김포와 인천, 일산, 파주 뿐 아니라 수도인 서울과 나아가 국가 전체적인 방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지역이라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한 안보 전문가는 "한강하구 해도 입수로 북한 군은 수심이 낮지 않은 곳을 이용해 남한 침투로의 설계·개척이 가능하다"며 "한강하구는 유사시 언제든 북한이 소형 반잠수정이나 소형 침투정, 잠수장비를 장비한 인민군 특작부대를 이용한 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짚었다. 이와 함께 비밀로 등재돼 있지 않은 일반 정보나 대외비라도 우리 국민의 안위와 관련된 정보의 경우 북한에 넘겨선 결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북한은 1980년대 초·중반 강화도 일대를 비롯해 한강 하구를 통해 무장 공비를 침투시키려다 우리 군에 여러 차례 적발된 적이 있다. 특히 강화도 교동도 일대는 북한과 거리가 가까워 적의 침투가 용이한 곳으로 전해졌다. 지난 1980년 3월 23일엔 북한 3인조 무장간첩이 한강하구에서 휴전선을 넘어 남한으로 침투하려다 경계근무 중인 아군 초병에 의해 발견돼 모두 사살된 적도 있다. 북한군 특수부대는 2015년 6월경부터 한강(임진강)을 이용한 침투훈련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져 전달된 해도가 북한측 도발에 언제든지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4-09 14:34:40[파이낸셜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연합연습에 맞서 무력도발이 아닌 훈련 강화 지시에 그쳤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에는 미사일 발사 도발을 했던 만큼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7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은 전날 조선인민군 서부지구 중요 작전 훈련기지를 찾아 “전쟁에서 승리를 확실할 수 있는 실용적인 실전훈련을 더욱 강도 높이 전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이 훈련 강화를 지시한 건 4~14일 진행되는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프리덤실드)’에 맞불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력도발이 아닌 훈련 강화에 나선 건 수위가 낮은 것으로 읽힌다. 앞서 북한 국방상은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해 무력도발이 예상됐었기 때문이다. 이에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 군사훈련은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방어적 훈련임을 분명히 한다. 그런 만큼 북한은 우리 훈련을 도발의 빌미로 삼는 오판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아직 훈련 초입이라 북한이 톤을 낮췄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작년에는 3월 12일 도발해 위기를 조성한 바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한미연합연습 개시 전날인 3월 12일 새벽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2발을 발사했고, 이틀 후인 14일에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 만일 김 위원장이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면, 이는 미일과의 협상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먼저 미국의 경우 정 박 국무부 대북고위관리가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세미나에서 “궁극적으로 북한 비핵화로 향하는 ‘중간단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며 북미 군축협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일본의 경우 납북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요청하던 북일정상회담에 대해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호응한 상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정치적으로 반등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하려는 게 북한의 속내로 읽힌다. 거기다 우방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국면이기도 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근시일 내 방북할 예정이고, 중국과는 수교 75주년을 맞아 김 위원장이 ‘친선의 해’를 선포한 상황이다. 북한이 이처럼 외교관계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건 쿠바가 우리나라와 전격 수교를 맺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형제국’이라 불리며 전통적으로 가까웠던 우방국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가속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미 고위관료의 중간조치 언급과 일본과의 교섭 기대, 푸틴의 방북, 북중수교 기념 등을 감안해 전반적으로 상황을 관리하려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3-07 11:11:04[파이낸셜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실전훈련 강화를 주문했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연합연습에 대한 대응으로 무력도발이 아닌 군사훈련을 택해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그 배경에는 미국·일본과의 협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7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은 전날 조선인민군 서부지구 중요 작전 훈련기지를 찾았다. 김 위원장은 기지 시설 등 여건들을 살펴보고, 감시대에 올라 예정돼있던 기동훈련을 지도했다. 훈련에는 헬기와 중화기 등이 동원됐다. 김 위원장은 “오늘 실전과 같은 훈련 환경에서 ‘진짜배기 싸움꾼’의 용맹한 기상을 유감없이 보여준 군인들의 훌륭한 모습을 보니 매우 기쁘도 마음이 든든해진다”며 “전쟁에서 승리를 확실할 수 있는 실용적인 실전훈련을 더욱 강도 높이 전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이 훈련 강화를 지시한 건 4~14일 진행되는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프리덤실드)’에 맞불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력도발이 아닌 훈련 강화에 나선 건 수위가 낮은 것으로 읽힌다. 앞서 북한 국방상이 한미연합연습에 대해 “미국과 대한민국은 자기들의 그릇된 선택이 가져올 안보 불안을 각일각 심각한 수준에서 체감하는 것으로써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윤석열 정부는 도발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왔다. 김 위원장이 수위 조절을 한 것은 미일과의 협상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먼저 미국의 경우 정 박 국무부 대북고위관리가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세미나에서 “궁극적으로 북한 비핵화로 향하는 ‘중간단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룻밤에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전술핵무기 고체연료, 극초음속 능력, 무인 잠수정 등 북한 무기 관련 활동과 확산의 범위를 고려할 때 우리가 다뤄야 할 무기가 많다는 걸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북미 군축협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일본의 경우 납북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요청하던 북일정상회담에 대해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호응한 상태다.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의견차가 커서 아직 큰 진전은 없다. 하지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정치적으로 반등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하려는 게 북한의 속내로 읽힌다. 거기다 우방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국면이기도 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근시일 내 방북할 예정이고, 중국과는 수교 75주년을 맞아 김 위원장이 ‘친선의 해’를 선포한 상황이다. 북한이 이처럼 외교관계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건 쿠바가 우리나라와 전격 수교를 맺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형제국’이라 불리며 전통적으로 가까웠던 우방국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가속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한미연합훈련에 대응해 고강도 도발보다 전쟁 대비 훈련에 주력하는 건 수위를 조절하는 느낌”이라며 “미 고위관료의 중간조치 언급과 일본과의 교섭 기대, 푸틴의 방북, 북중수교 기념 등을 감안해 전반적으로 상황을 관리하려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3-07 09:5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