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김원준 기자】 12월 첫 주말 대전 서구 가장로 한민시장 5번 게이트 입구. 영상 5도 안팎의 기온에 강한 바람이 간간이 몰아치는 제법 쌀쌀한 날씨 속에도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시장 앞이 분주하다. 시장 주 출입구인 이곳 5번 게이트 앞 도로가에는 깐마늘과 양파, 대파, 무 등 막바지 김장채소를 파는 노점상이 일찌감치 진을 쳤다. 시장으로 들어서자 좌우로 길게 늘어선 상점들의 환한 조명과 시장통을 오가는 행인들의 총총걸음에서 생기가 느껴진다. 시장 안쪽 아케이드 천장 아래는 마치 불꽃놀이를 연상케 하는 오색 조명이 곳곳에 걸려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초입 왼편 대형마트를 지나 청과상과 젓갈집, 반찬가게, 두부집, 떡집, 정육점 등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한민시장은 중간중간에 3곳의 샛길이 형성돼 있지만, 중심 시장통은 일자로 나 있어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다. 100여m 안쪽으로 들어왔을까. 대형 정육점 옆 한 건어물 가게에서는 주인과 손님이 나누는 대화가 정겹다. 60대 후반쯤 돼 보이는 한 여성 손님이 "뭐 이런 걸 줘" 하며 손사래를 치자, 주인장은 "이런 게 정이 잖아요"라며 기어코 비닐봉지에 북어채를 한 주먹 더 담는다. 건어물 가게 한칸 건너 어물전이 청년 상인들의 호객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싸게 가져가세요. 다금바리 다섯마리 만원~". 상인들의 외침에 몰려든 주부들이 저녁거리를 장만하느라 매대 위 냉동생선을 이리저리 살핀다. 어물전 맞은편 호떡집엔 불이 났다. 한 사람 끼어들 틈도 없을 정도로 북새통이다. 이곳은 한민시장 최고 맛집 중 한 곳인 '온양삼색호떡'. 2평 남짓한 가게 안에서 3명의 직원이 팔을 걷어붙이고 호떡과 튀김, 떡볶이, 어묵탕 등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이 집의 호떡은 피가 얇고 꿀과 견과류가 듬뿍 들어있는 것이 특징. 항상 손님이 대기하고 있어 '줄 서서 먹는 호떡집'으로도 알려졌다. ■먹자골목 따로 없어도 곳곳이 맛집 한민시장에는 다른 대형 전통시장 처럼 '먹자통'이 따로 없다. 그러나 걱정은 금물이다. 시장 규모에 비해 가심비 맛집이 즐비하다. 오래된 노포도 있지만 젊은 청년 사장님들이 시장에 새롭게 정착하면서 개발한 '퓨전' 먹거리 음식점도 곳곳에 포진해 있다. '심미'라는 상호의 가게가 대표적이다. 이곳의 간판은 '심미'이지만 '심미 함박'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뚝배기에 나오는 함박스테이크가 주메뉴다. 국밥집에서나 볼 법한 뚝배기에 함박스테이크를 내온다. 소스는 기본 데미그라스에 새하얗고 고소한 크림소스도 선택할 수 있다. 이 집은 원래 떡갈비 전문집이었다. 떡갈비는 맛과 크기로 전국 어디에 내놔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이다. 일단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에게 시식용 떡갈비를 제공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친다. '한민닭강정'도 유명한 맛집이다. 언뜻 전통시장 안의 가게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고급스러운 유럽풍의 내·외부 원목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케첩을 넣지 않고 토마토 베이스에 직접 개발한 수제 양념을 가미, 다른 닭강정보다 훨씬 더 깔끔하고 깊은 맛을 낸다. 여기에 바로 쪄낸 고기만두와 김치만두, 찐빵 등을 맛볼 수 있는 손만두 전문점인 '대박소문만두'와 각종 피자와 마늘빵 맛집인 '파스타마니아' 등도 한민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맛집이다. ■시장명물 막창골목…전국에 입소문 메인 출입구 길 건너 맞은편 6번 게이트 안쪽으로는 한민시장의 시그니처인 막창집 대여섯곳이 영업 중이다. 시장의 맨 가장자리에 자리잡은 막창골목은 그간 많은 매스컴에 오르내리면서 전국적인 명소로 떠올랐다. 많은 지역민들이 한민시장 하면 막창집을 떠올릴 정도로 한민시장의 막창골목은 상징성이 크다.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저녁 때쯤이면 직장인들을 필두로 마니아들이 몰려들어 이곳 막창골목에서 한잔 술과 함께 하루의 피로를 씻는다. 막창가게들이 새벽 시간대까지 영업을 이어가면서 한민시장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시장'으로도 불린다. 일반 상점들이 문을 닫는 시간에 막창집들이 본격적으로 장사에 나서면서 한밤중에도 불을 훤히 밝히기 때문이다. 한민시장에서 어떻게 막창집이 성업하게 됐는지에 대한 확실한 정보는 남아있지 않다. 다만 시장 형성 초기 이곳에 유명한 순대집이 있었고, 이 집에서 순대보다 부속고기가 손님들에게 더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막창을 주력 메뉴로 하게 됐다는 설이 전해진다. 아직도 한민시장 곳곳에는 순대와 돼지 부속을 파는 가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막창 장사를 시작한 가게는 '한민원조막창'. 원조막창 윤미자 사장은 어머니에게서 가게를 물려받아 딸과 함께 운영하며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윤 사장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친 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던 손님들은 다소 줄어든 것 같아 아쉽다"면서 "그러나 새로운 소스를 개발하고 삶는 방법도 개선해 더 맛있는 재료를 제공하다 보면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단위 아파트단지, 구매력 풍부 대전 서구 가장동에 자리한 한민시장은 총 1만27㎡ 면적에 점포 수 240여개, 상인 수 600여명인 지역 대표 전통시장 중 한 곳이다. 시장을 오가는 유동인구는 하루 1만명 안팎에 이른다. 한민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때는 1970년대 말. 당시 대전 최초의 대단위 공동주택인 가장주공아파트가 들어서자 그 담벼락 주변으로 상인들이 몰려들면서 자연스럽게 장이 서기 시작했다. 노점 위주로 형성돼 점차 규모를 키워가던 한민시장은 이후 상인들의 자구노력으로 1981년 3월 정식으로 '인정시장' 등록을 받게 된다. 지난 1988년 정부대전청사가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전한 뒤 대전 서구가 인구 증가로 분구되면서 한민시장도 크게 번성하며 호황을 구가했다. 이어 1999년에는 가장주공아파트가 재건축돼 현대적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든든한 시장 배후수요로 자리잡았다. 현재 시장반경 1㎞ 안에 공동주택과 빌라, 원룸 등을 포함해 3만세대 이상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주변에 대규모 주거단지가 생겨나면서 자연스레 가정에서 소비하는 식재료인 농축수산물이 시장의 주력 업종이 됐다. 주거단지가 주변을 둘러싼 만큼 다른 전통시장에 비해 접근성이 뛰어난 것은 한민시장의 강점이다. 시장은 동쪽으로는 대전역, 서쪽으로는 유성까지 시내버스 노선으로 연결됐다. 대전지역 어디서든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쉽다. 특히 시장에서 가까운 곳에 지하철역이 있어 접근성 만큼은 최상의 조건이다. ■'문화관광형'사업으로 새단장 한민시장은 일반적 전통시장과 같이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진 않지만 시장의 다양화를 고민하며 새로운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주차장과 화장실, 아케이드 등의 편의시설을 확충했고 지난 2015년에는 골목시장 육성사업을 거치며 현대식 전통시장의 면모를 갖췄다. 이어 2017년에는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이 추진되면서 한민시장은 다시 한번 새로운 변화를 겪었다. 이 사업을 통해 한민시장은 통일된 디자인의 돌출간판과 아케이드 경관조명을 갖춰 한결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시장 홈페이지와 블로그, SNS도 개설돼 시장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전통시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상인 전용 피트니스센터와 다목적회의실도 갖추고 있다. 유난히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올여름, 한민시장 전 구간 천장에 2m 간격으로 쿨링포그가 설치돼 방문객에게 한결 쾌적한 쇼핑환경을 제공하기도 했다. 한민시장은 시장에 직접 나오지 않아도 배달앱인 '먹깨비'를 통해 주문 2시간 안에 집에서 편하게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먹깨비는 다른 배달 앱과는 다르게 여러 업소 물품을 한 번에 장바구니에 담아 주문할 수 있어 배송비 부담을 덜 수 있다. 하루 100건 이상 찍혀 대전지역 전통시장 가운데 배달앱 주문수 1위를 기록했다. 36년째 한민시장에서 '부흥청과'라는 간판을 걸고 과일가게를 운영 중인 권수안 사장은 "집에 앉아서 상품을 주문하는 시대에 맞게 최근 배달앱 도입은 상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손님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보다 다양한 사업과 이벤트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매년 김장문화축제…"이웃과 함께" 한민시장의 대표 이벤트는 매년 연말 펼쳐지는 '김장문화축제'다.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이 축제는 단순히 김치를 버무리는 것이 아니라 주민·상인은 물론 지역 기업들이 한데 모여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행사다. 물론 김장재료들은 모두 시장에서 국내산으로 조달한다. 지난달 23일 열린 올해 김장축제에는 김장 담그기 이벤트 이외에도 트로트 콘서트 등 다양한 공연을 함께 진행돼 주민 어울림 한마당을 연출했다. 축제기간 담근 김치는 모두 인근 지역 복지시설과 소외이웃에게 전달된다. 올해는 모두 450포기의 김치가 기증됐다. 한민시장은 해마다 국책사업에 선정되며 시설현대화와 시장경영혁신 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구축과 시장 노후시설 정비, 화재안전점검, 방역 등을 통해 시장 내 안정성을 확보하고 카드 가맹률과 온라인상품권 사용처 확대, 각종 이벤트 및 상생 협약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한민시장은 지난 10월 인천에서 열린 제19회 전국우수시장박람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종천 한민시장 상인회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온라인 쇼핑과 배달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전통시장 매출은 점점 더 위축되고 있다"면서 "배송서비스 확대와 편의시설 확충, 고객 이벤트 등을 통한 위기 극복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kwj5797@fnnews.com
2023-12-17 18:40:33【대전=김원준 기자】12월 첫 주말 대전 서구 가장로 한민시장 5번 게이트 입구. 영상 5도 안팎의 기온에 강한 바람이 간간이 몰아치는 제법 쌀쌀한 날씨 속에도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시장 앞이 분주하다. 시장 주 출입구인 이 곳 5번 게이트 앞 도로가에는 깐마늘과 양파, 대파, 무 등 막바지 김장 채소를 파는 노점상이 일찌감치 진을 쳤다. 시장으로 들어서자 좌우로 길게 늘어 선 상점들의 환한 조명과 시장통을 오가는 행인들의 총총걸음에서 생기가 느껴진다. 시장 안쪽에는 아케이드 천장아래는 마치 불꽃놀이를 연상케하는 오색 조명이 곳곳에 걸려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초입 왼편 대형마트를 지나 청과상과, 젓갈집, 반찬가게, 두부집, 떡집, 정육점 등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한민시장은 중간 중간에 3곳의 샛길이 형성돼 있지만, 중심 시장통은 일자로 나 있어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다. 100여m 안 쪽으로 들어왔을까. 대형 정육점 옆 한 건어물 가게에서는 주인과 손님이 나누는 대화가 정겹다. 60대 후반 쯤 돼 보이는 한 여성 손님이 "뭐 이런 걸 줘"하며 손사래를 치자, 주인장은 "이런 게 정이 잖아요"라며 기어코 비닐봉지에 북어채를 한 주먹 더 담는다. 건어물 가게 한 칸 건너 어물전이 청년 상인들의 호객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싸게 가져가세요. 다금바리 다섯마리 만원~". 상인들의 외침에 몰려든 주부들이 저녁거리를 장만하느라 매대 위 냉동 생선을 이리 저리 살핀다. 어물전 맞은편 호떡집엔 불이났다. 한 사람 끼어 들 틈도 없을 정도로 북새통이다. 이 곳은 한민시장 최고 맛집 중 한 곳인 '온양삼색호떡'. 2평 남짓한 가게 안에서 3명의 직원이 팔을 걷어붙이고 호떡과 튀김, 떡볶이, 어묵탕 등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이 집의 호떡은 피가 얇고 꿀과 견과류가 듬뿍들어있는 것이 특징. 항상 손님이 대기하고 있어 '줄서서 먹는 호떡집'으로도 알려졌다. ■'먹자골목' 따로 없어도 곳곳이 맛집 한민시장에는 다른 대형 전통시장 처럼 '먹자통'이 따로 없다. 그러나 걱정은 금물이다. 시장 규모에 비해 가심비 맛집이 즐비하다. 오래된 노포도 있지만 젊은 청년 사장님들이 시장에 새롭게 정착하면서 개발한 '퓨전' 먹거리 음식점도 곳곳에 포진한다. '심미'라는 상호의 가게가 대표적이다. 이 곳의 간판은 '심미'이지만 '심미 함박'으로 더 잘 알려져있다. 뚝배기에 나오는 함박스테이크가 주 메뉴다. 국밥집에서나 볼 법한 뚝배기에 함박스테이크를 내온다. 소스는 기본 데미그라스에 새하얗고 고소한 크림소스도 선택할 수 있다. 이 집은 원래 떡갈비 전문집이었다. 떡갈비는 맛과 크기로 전국 어디에 내놔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이다. 일단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에게 시식용 떡갈비를 제공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친다. '한민닭강정'도 유명세를 타는 맛집이다. 언뜻 전통시장 안의 가게라고 느껴지지않을 만큼 고급스런 유럽풍의 내외부 원목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케첩을 넣지 않고 토마토 베이스에 직접 개발한 수제 양념을 가미, 다른 닭강정보다 훨씬 더 깔끔하고 깊은 맛을 낸다. 여기에 바로쪄낸 고기만두와 김치만두, 찐빵 등을 맛볼 수 있는 손만두 전문점인 '대박소문만두'와 각종 피자와 마늘빵 맛집인 '파스타마니아' 등도 한민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맛집이다. ■시장명물 막창골목...전국에 '입소문' 메인 출입구 길건너 맞은 편 6번 게이트 안쪽으로는 한민시장의 시그니처인 막창집 대여섯곳이 영업중이다. 시장의 맨 가장자리에 자리잡은 막창골목은 그간 많은 매스컴에 오르내리면서 전국적인 명소로 떠올랐다. 많은 지역민들이 한민시장하면 막창집을 떠올릴 정도로 한민시장의 막창골목은 상징성이 크다. 해가 뉘엇 뉘엇 저무는 저녁 때 쯤이면 직장인들을 필두로 매니아들이 몰려들어 이 곳 막창골목에서 한 잔술과 함께 하루의 피로를 씻는다. 막창 가게들이 새벽 시간대까지 영업을 이어가면서 한민시장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시장'으로도 불린다. 일반 상점들이 문을 닫는 시간에 막창집들이 본격적으로 장사에 나서면서 한 밤중에도 불을 훤희 밝히기 때문이다. 한민시장에서 어떻게 막창집이 성업하게 됐는지에 대한 확실한 정보는 남아있지 않다. 다만 시장 형성 초기 이 곳에 유명한 순대집이 있었고, 이 집에서 순대보다 부속고기가 손님들에게 더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막창을 주력 메뉴로 하게 됐다는 설이 전해진다. 아직도 한민시장 곳곳에는 순대와 돼지 부속을 파는 가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 곳에서 처음으로 막창 장사를 시작한 가게는 '한민원조막창'. 원조막창 윤미자 사장은 어머니에게서 가게를 물려받아 딸과 함께 운영하며 3대째 가업을 잇고있다. 윤 사장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친 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던 손님들은 다소 줄어든 것같아 아쉽다"면서 "그러나 새로운 소스를 개발하고 삶는 방법도 개선해 더 맛있는 재료를 제공하다보면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단위 아파트단지, 구매력 풍부 대전 서구 가장동에 자리한 한민시장은 총 1만27㎡면적에 점포 수 240여개, 상인 수 600여명인 지역 대표 전통시장 중 한 곳이다. 시장을 오가는 유동인구는 하루 1만명 안팎에 이른다. 한민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때는 1970년대 말. 당시 대전 최초의 대단위 공동주택인 가장주공아파트가 들어서자 그 담벼락 주변으로 상인들이 몰려들면서 자연스럽게 장이 서기 시작했다. 노점 위주로 형성돼 점차 규모를 키워가던 한민시장은 이후 상인들의 자구노력으로, 1981년 3월 정식으로 '인정시장' 등록을 받게 된다. 지난 1988년 정부대전청사가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전한 뒤 대전 서구가 인구 증가로 분구되면서 한민시장도 크게 번성하며 호황을 구가했다. 이어 1999년에는 가장주공아파트가 재건축돼 현대적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든든한 시장 배후수요로 자리잡았다. 현재 시장반경 1㎞안에 공동주택과 빌라, 원룸 등을 포함해 3만 세대 이상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주변에 대규모 주거 단지가 생겨나면서 자연스레 가정에서 소비하는 식재료인 농축수산물이 시장의 주력 업종이 됐다. 주거단지가 주변을 둘러싼 만큼 다른 전통 시장들에 비해 접근성이 뛰어난 것은 한민시장의 강점이다. 시장은 동쪽으로는 대전역, 서쪽으로는 유성까지 시내버스 노선으로 연결됐다. 대전지역 어디서든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쉽다. 특히 시장에서 가까운 곳에 지하철역이 있어 접근성 만큼은 최상의 조건이다. ■'문화관광형'사업으로 새단장 한민시장은 일반적인 전통시장과 같이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진 않지만 시장의 다양화를 고민하며 새로운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주차장과 화장실, 아케이드 등의 편의시설을 확충했고, 지난 2015년에는 골목시장 육성사업을 거치며 현대식 전통시장의 면모를 갖췄다. 이어 2017년에는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이 추진되면서 한민시장은 다시 한번 새로운 변화를 겪었다. 이 사업을 통해 한민시장은 통일된 디자인의 돌출간판과 아케이드 경관조명을 갖춰 한결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시장 홈페이지와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개설돼 시장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전통시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상인전용 피트니스센터와 다목적회의실도 갖추고 있다. 유난히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올 여름, 한민시장 전 구간 천장에 2m간격으로 쿨링포그가 설치돼 방문객들에게 한결 쾌적한 쇼핑환경을 제공하기도 했다. 한민시장은 시장에 직접 나오지 않아도 배달앱인 '먹깨비' 통해 주문 2시간 안에 집에서 편하게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먹깨비는 다른 배달 앱과는 다르게 여러 업소 물품을 한 번에 장바구니에 담아 주문할 수 있어 배송비 부담을 덜 수 있다. 하루 100건 이상 찍혀 대전지역 전통시장 가운데 배달 앱 주문수 1위를 기록했다. 36년째 한민시장에서 '부흥청과'라는 간판을 걸고 과일가게를 운영 중인 권수안 사장은 "집에 앉아서 상품을 주문하는 시대에 맞게 최근 배달 어플 도입은 상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있다"면서 "앞으로도 손님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보다 다양한 사업과 이벤트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매년 김장문화축제..."이웃과 함께" 한민시장의 대표 이벤트는 매년 연말 펼쳐지는 '김장문화축제'다.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이 축제는 단순히 김치를 버무리는 것이 아니라 주민·상인은 물론 지역 기업들이 한데 모여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행사다. 물론 김장재료들은 모두 시장에서 국내산으로 조달한다. 지난달 23일 열린 올해 김장축제에는 김장 담기기 이벤트 이외에도 트로트 콘서트 등 다양한 공연을 함께 진행돼 주민 어울림 한마당을 연출했다. 축제기간 담근 김치는 모두 인근 지역 복지시설과 소외이웃들에게 전달된다. 올해는 모두 450포기의 김치를 기증됐다. 한민시장은 해마다 국책사업에 선정되며 시설현대화와 시장경영혁신 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구축과 시장 노후 시설 정비, 화재안전점검, 방역 등을 통해 시장내 안정성을 확보하고 카드 가맹률과 온라인상품권 사용처 확대, 각종 이벤트 및 상생 협약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한민시장은 지난 10월 인천에서 열린 제19회 전국우수시장박람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종천 한민시장 상인회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온라인 쇼핑과 배달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전통시장 매출은 점점 더 위축되고 있다"면서 "배송서비스 확대와 편의시설확충, 고객 이벤트 등을 통한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kwj5797@fnnews.com
2023-12-15 10:27:29[파이낸셜뉴스] 택시 주행 중 차도에서 걷던 행인과 부딪힌 택시 기사가 보험 사기를 당한 것 같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연이 공개됐다. 5일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 '인도가 따로 있는데 차도로 내려와 걸어온 사람, 이거 고의로 부딪히려고 한 것 아닌지 정말 의심스럽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영상이 올라왔다. 자신이 택시 기사의 딸이라고 밝힌 제보자 A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11시께 인천 연수구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그의 아버지인 택시 기사 B씨는 먹자골목에서 승객을 태우고 출발하던 중 정면에서 술에 취한 듯한 한 남성이 걸어와 사이드미러를 쳤다. 그러자 남성은 B씨에게 "대인접수를 해달라, 발도 밝혔다"라며 "신발 가격이 85만원이니 보상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당시 상황이 담겨있는 블랙박스 영상에는 차로를 걷던 남성이 차량 앞에 다가가다가 방향을 틀어 다시 택시 쪽으로 걸어오는 모습이 담겼다. 남성이 차에 근접하자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고, 순간 차는 덜컹거렸다. A씨는 "인도가 따로 있는 곳이었고 (아버지의 택시는) 서행 중이었는데 이렇게 차량에 걸어와서 박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아프단 얘기보다 운동화 가격 얘기를 먼저 하는 것도 비상식적이고,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바로 앞 차에도 고의로 부딪히려는 것 같은 정황이 보이는데, 저희가 보상을 해줘야 되는 거냐"고 토로했다. 이어 "당시 남성은 술에 취한 말투였다"며 "신고 있던 신발은 명품 '알렉산더 맥퀸 스니커즈' 운동화로 남성은 운동화 가격이 85만3000원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에 폐쇄회로(CC)TV 확인 가능한지 여쭤보니 그건 경찰이 다 확인할 거라 하시더라. 지금 해야 할 일이 어떤 게 있을까"라며 호소했다. 해당 영상을 본 한 변호사는 "양쪽에 인도가 따로 있고 횡단보도도 아닌 곳"이라며 "상대는 앞차 쪽으로 가다가 블랙박스차 쪽으로 걸어온 상황인데 (수상한) 냄새가 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이 있을 때는 사람이 완전히 지나가거나 비켜줄 때까지 기다렸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면서 "진짜 발이 밟혔을까? 일부러 그랬을까? 의문도 든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 변호사는 "경찰이 움직이는 것과 별도로 인근 건물, 상가 CCTV 영상을 직접 확보하려고 노력하시길 바란다"며 "인도가 따로 없고 중앙선이 없는 곳에서는 보행자 우선이지만 사고가 일어난 곳은 인도도, 중앙선도 있는 곳이니 경찰이 (운전자가) 잘못했다고 한다면 즉결심판을 신청하라"고 조언했다. 해당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이건 보험 사기다", "저렇게 대놓고 보험 사기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대단하다",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너무나도 고의성이 보이는 영상이다. 신고해서 제대로 혼내달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3-11-06 08:20:44【 인천=한갑수 기자】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예전부터 흔히 찾는 곳이 인천 월미도와 연안부두이다. 탁 트인 바다를 보며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 저렴한 가격으로 회도 푸짐하게 먹고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곤 했다. 월미도는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 반면 연안부두는 젊은 층을 제외한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있는 장소이다. 오죽하면 '연안부두' 노래까지 만들어졌겠는가. 연안부두는 지금이야 인천종합어시장과 수많은 맛집, 해수탕, 유람선, 제주·서해5도 운항 카페리를 타는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이 있고 수도권 바다 낚시인들의 메카로 알려져 사람들이 붐비는 유명 관광지가 됐지만 조성 당시에는 외진 항구였다. 연안부두 일대는 1960년대 후반 인천내항 조성 시 생긴 흙으로 매립한 곳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천종합어시장의 유래는 1902년 중구 신포동 신포국제시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포국제시장은 1883년 인천이 개항하면서 인구가 크게 늘어나자 그 배후 시장으로 생긴 시장이다. 신포국제시장에는 채소시장과 어시장으로 대별되는 시장이 있었고 이 어시장이 1931년 월미도가 있는 북성동으로 옮겨갔다가 1975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인천종합어시장의 역사를 신포국제시장에서부터 시작한다면 120년이 넘었고 현재의 위치에서만 보면 50년이 가까이 됐다. 인천시 중구 연안부두로 33번길 37(항동 7가)에 1975년 12월 문을 연 인천종합어시장은 1만1500㎡의 부지에 연면적 7600㎡의 건물을 세워 사업협동조합 형태로 현재 500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냉동 수산물을 보관하는 점포를 제외한 실제 영업을 하는 점포는 350여 점포이다. 인천종합어시장은 서해안 인근 연안에서 갓 잡은 싱싱한 수산물을 공급하는 어시장이다. 조성 당시 동양 최대 어시장이었다.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는 산지시장이면서 전국으로 수산물을 유통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수산물 유통시장 중 한 곳이다. 매년 8만여t의 수산물이 유통되고 서울과 수도권에서 평일 3000~5000명, 주말 2만~3만명 정도가 시장을 방문한다. 인천종합어시장은 건어부와 젓갈부(젓갈부 첫째 화요일, 건어부 첫째·셋째 수요일 휴무)를 제외하면 연중무휴로 운영되고 있다. 개장시간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대략 새벽 4시에서 오후 9시까지이다. 경매가 새벽 4시에 시작되고 경매에서 수산물을 받아 도매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점포도 이때쯤 문을 연다. 상점마다 간판과 번호가 쓰여 있고 골목마다 비슷한 종류의 해산물이 모여 있어 처음 방문한 사람도 쉽게 장을 보며 시장을 둘러볼 수 있다. ■수도권 산지어시장 신선한 수산물 유통 인천종합어시장은 취급 품목별로 7개 파트로 나눠져 있고 선어도매·소매부에서는 신선한 수산물을, 활어부에서는 싱싱한 활어를, 건어부에서는 직접 말린 건어물을, 젓갈부에서는 토굴에서 숙성한 젓갈을, 패류부에서는 꽃게, 새우, 낙지, 조개류를, 냉동수산부에서는 냉동수산물을 공급한다. 400여종에 달하는 싱싱한 수산물을 시중가보다 싼 가격으로 판매한다. 고래만 빼고 모든 수산물을 취급한다고 보면 된다. 전체 판매 중 도매가 30%를 차지한다. 요즘 어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수산물은 꽃게, 대하, 전어, 민어, 홍어이다. 꽃게는 인천을 대표하는 수산물로 4~5월과 10~11월에 그 맛이 절정에 달한다. 꽃게는 11월이 돼야 알이 차고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다. 봄에는 암꽃게가, 가을에는 수꽃게가 인기가 많다. 인천시는 가을 꽃게철을 맞아 지난 7~8일 인천종합어시장 앞에서 꽃게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꽃게 직거래 장터인 '꽃게 축제'를 개최했다. 인천종합어시장 내 고등어·자반·오징어·삼치 도·소매 가게를 운영하는 김순화 순화상회 사장은 "당일 새벽에 경매 받아서 수산물을 가져오기 때문에 싱싱하고 시중가보다 저렴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추석 직전 주말인 지난달 23일 인천종합어시장은 서해에서 잡은 싱싱한 수산물·해산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꽃게, 대하, 전어, 민어를 판매하는 점포 앞에는 손님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았다. 추석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수 손님은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듯 고등어, 자반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 이날 인천종합어시장에는 수산물 소비 진작을 위해 수산물 구매자에게 구매금액의 최대 30%를 돌려주는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가 진행됐는데 대기줄이 100m 이상 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환급을 받는데 2시간이나 걸렸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 6일에는 연휴 때보다 손님은 적었으나 꽃게, 대하, 전어, 병어를 사려는 사람들이 점포 앞에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은 여전했다. 어시장 상인들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의 해양 방류에도 불구하고 어시장 방문 손님들의 수는 방류 이전인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고물가로 인한 경기 악화에 따라 손님들의 씀씀이가 줄면서 상인들의 매출은 예년보다 떨어졌다.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 직전에는 오히려 어시장 방문객들이 늘어나 상인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의아해 했단다. 알고 보니 '오염 처리수가 국내에 도달하기 전에 생선을 실컷 먹자'라는 이상 소비자 심리가 작용한 것. 그러나 현재는 오염 처리수 방류에도 불구하고 어시장 방문객들이 줄어들지 않고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김낙정 대일회수산 사장은 "손님들은 많은데 씀씀이가 줄었다. 예전에는 5만원짜리가 잘 팔렸다면 요즘은 이보다 작은 2만~3만원짜리 생선이 많이 나간다"고 말했다. ■원전 논란 불구 손님 예년 수준 유지 인천종합어시장에서 꽃게는 1만2000~2만원까지 팔리고 있었으며 암꽃게는 1㎏에 1만2000원, 수꽃게는 1㎏ 1만5000~2만원에 판매됐다. 홍어와 민어도 많이 눈에 띄었는데 민어는 1㎏에 2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손님 한명이 민어에 관심을 보이자 붙임성 좋은 점포 여주인이 재빠르게 5㎏짜리 민어 한 마리를 5000원을 깎아 12만원까지 주겠다고 흥정을 붙였다. 홍어는 한 마리에 12만~15만원에 판매됐으며 해체 비용 5만원을 내면 먹기 편하게 손질해 준다. 홍어는 조금씩 낱개 포장해 한 팩에 1만5000원에 판매됐다. 반건조 수산물은 보리굴비 큰 것 10마리에 10만원, 민어 50㎝짜리 1마리 2만원, 우럭 2만원에 판매됐다. 염승경 둘째네 사장은 "처음에는 오염수 때문에 손님이 더 많이 몰렸지만 지금은 예년과 비슷한 것 같다. 오염 처리수 방류 영향을 크게 못 느낀다"고 강조했다. 인천종합어시장 방문 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나 경인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를 이용해 이동하면 된다. 전철 이용 시 동인천역에서 하차해 시내버스 12번(SK충전소 하차), 24번(연안부두어시장 하차), 36번(연안초등학교 하차)을 타고 오면 된다. 인천종합어시장은 전국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시설이 노후화되고 비좁은 데다 주변에 아파트와 초등학교가 있어 소음·악취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와 비용 부담 때문에 시설 및 주차장 확대 등 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인천종합어시장은 틈틈이 보수 공사를 진행하지만 여전히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어시장 이전이다. 그나마 지붕 개량과 화장실 리모델링을 실시했으며 어시장 옆 기존 공영주차장 5420㎡ 부지에 435대를 주차할 수 있는 지상 4층 규모의 주차타워를 건립해 오는 12월 초 운영을 시작한다. 현재 진행 중인 아케이드 사업도 이달 중 완료한다. 인천종합어시장사업협동조합은 인천이 해양도시인 만큼 바닷가에 어시장을 이전해 손님들이 수산물을 구입하고 바다와 다양한 편의시설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해 어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조합은 미래 발전적인 어시장을 만들기 위해 17년 전부터 숙원사업으로 어시장 이전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마땅한 부지와 비용이 없어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어시장 인근 먹거리·즐길거리 다양 지난 2006년 인천해역방어사령부 이전 부지로 어시장 이전을 추진했지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부대 이전 비용 부담을 놓고 인천시와 국방부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무산됐다. 최근에는 송도국제도시 내 신국제여객터미널로 이전한 제1국제여객터미널 부지 등으로 이전을 추진했지만 난개발을 우려하는 인천시의 반대로 무산됐다. 현재 조합은 인천항만공사가 매립 중인 연안부두 물양장으로 이전을 목표로 인천시, 인천항만공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유기붕 인천종합어시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어시장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바닷가에 위치하고 충분한 인프라를 조성해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충족시켜 젊은 층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어시장에서는 수산물 구매만 가능하다. 구입한 활어나 대하, 꽃게를 상차림 비용만 부담하면 즉석에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식당과 횟집이 어시장 인근에 수백곳에 달한다. 또 인천종합어시장에 와서 놓치지 않고 맛봐야 하는 메뉴가 고소한 맛이 일품인 밴댕이회무침이다. 연안파출소 옆에 있는 밴댕이회무침거리에는 40~50년 된 밴댕이회무침으로 유명한 노포들이 즐비하다. 이름처럼 식당들이 거리에 늘어서 있는 게 아니라 해양센터 건물 안과 뒤편에 집중되어 있다. 건물 뒤편에는 바다가 맞닿아 있다. 다양한 수산물을 푸짐하게 맛보고 싶다면 제주행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맞은편 100m 안쪽에 위치(항동 7가 86의 1)한 '풍물의 거리'를 추천한다. 이곳은 지난 1990년 조성됐으며 회를 먹으면 곁들이찬(일명 쓰키다시)을 많이 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조성 당시 40여곳의 포장마차형 횟집들이 다닥다닥 늘어서 영업했으나 현재는 10여곳만 영업 중이다. 장소가 후미진 곳에 있어 단골손님이거나 소문 듣고 오는 손님들이 주로 찾는다. 60첩 반상의 해산물이 제공되고 낙지, 전복, 멍게, 매운탕 등이 서비스로 제공된다. 가격은 10만~27만원으로 주메뉴와 인원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지만 보통 4명이 먹을 수 있는 메뉴 가격이 16만~17만원 선이다. 또 인천종합어시장에 오면 놓치지 말아야 할 게 해수탕이다. 1981년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원조 해수탕을 비롯 대형 해수탕 10여곳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 해수는 바닷물이 아니다. 해수는 지하 200m 암반층에서 끌어올린 지하수로 100여가지의 미네랄이 함유돼 고혈압, 동맥경화, 관절염, 신경통, 부인병, 피부병, 무좀 등에 탁월한 효험이 있다. 이곳 해수탕은 서울에서도 이용객이 찾아올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밖에 인천종합어시장 인근에는 서해5도와 제주도를 운항하는 카페리를 타는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이 있고 인천상륙작전의 거점이 됐던 한국 최초의 현대식 등대인 팔미도와 인천대교, 인천항 연안을 항해하며 둘러보는 유람선을 탈 수 있는 유람선 선착장도 인근에 있다. 유람선 선착장 옆에는 인천시의 교류 우호도시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시의 이름을 딴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이 있다. 광장 내 1904년 러일전쟁 당시 인천 앞바다에서 일본군과 전투 중 손상을 입은 함선을 일본군에 넘겨주지 않기 위해 항복하지 않고 함선과 함께 자폭한 러시아 군인들을 추모하는 순양함 '바랴그'호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kapsoo@fnnews.com
2023-10-08 18:27:26【인천=한갑수 기자】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예전부터 흔히 찾는 곳이 인천 월미도와 연안부두이다. 탁 트인 바다를 보며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 저렴한 가격으로 회도 푸짐하게 먹고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곤 했다. 월미도는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 반면 연안부두는 젊은 층을 제외한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있는 장소이다. 오죽하면 ‘연안부두’ 노래까지 만들어졌겠는가. 연안부두는 지금이야 인천종합어시장과 수많은 맛집, 해수탕, 유람선, 제주·서해5도 운항 카페리를 타는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이 있고 수도권 바다 낚시인들의 메카로 알려져 사람들이 붐비는 유명 관광지가 됐지만 조성 당시에는 외진 항구였다. 연안부두 일대는 1960년대 후반 인천내항 조성 시 생긴 흙으로 매립한 곳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천종합어시장의 유래는 1902년 중구 신포동 신포국제시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포국제시장은 1883년 인천이 개항하면서 인구가 크게 늘어나자 그 배후 시장으로 생긴 시장이다. 신포국제시장에는 채소시장과 어시장으로 대별되는 시장이 있었고 이 어시장이 1931년 월미도가 있는 북성동으로 옮겨갔다가 1975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인천종합어시장의 역사를 신포국제시장에서부터 시작한다면 120년이 넘었고 현재의 위치에서만 보면 50년이 가까이 됐다. 인천시 중구 연안부두로 33번길 37(항동 7가)에 1975년 12월 문을 연 인천종합어시장은 1만1500㎡의 부지에 연면적 7600㎡의 건물을 세워 사업협동조합 형태로 현재 500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냉동 수산물을 보관하는 점포를 제외한 실제 영업을 하는 점포는 350여 점포이다. 인천종합어시장은 서해안 인근 연안에서 갓 잡은 싱싱한 수산물을 공급하는 어시장이다. 조성 당시 동양 최대 어시장이었다.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는 산지시장이면서 전국으로 수산물을 유통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수산물 유통시장 중 한 곳이다. 매년 8만여t의 수산물이 유통되고 서울과 수도권에서 평일 3000∼5000명, 주말 2만∼3만명 정도가 시장을 방문한다. 인천종합어시장은 건어부와 젓갈부(젓갈부 첫째 화요일, 건어부 첫째·셋째 수요일 휴무)를 제외하면 연중무휴로 운영되고 있다. 개장시간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대략 새벽 4시에서 오후 9시까지이다. 경매가 새벽 4시에 시작되고 경매에서 수산물을 받아 도매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점포도 이때쯤 문을 연다. 상점마다 간판과 번호가 쓰여 있고 골목마다 비슷한 종류의 해산물이 모여 있어 처음 방문한 사람도 쉽게 장을 보며 시장을 둘러볼 수 있다. ■수도권 산지어시장 신선한 수산물 유통 인천종합어시장은 취급 품목별로 7개 파트로 나눠져 있고 선어도매·소매부에서는 신선한 수산물을, 활어부에서는 싱싱한 활어를, 건어부에서는 직접 말린 건어물을, 젓갈부에서는 토굴에서 숙성한 젓갈을, 패류부에서는 꽃게, 새우, 낙지, 조개류를, 냉동수산부에서는 냉동수산물을 공급한다. 400여종에 달하는 싱싱한 수산물을 시중가보다 싼 가격으로 판매한다. 고래만 빼고 모든 수산물을 취급한다고 보면 된다. 전체 판매 중 도매가 30%를 차지한다. 요즘 어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수산물은 꽃게, 대하, 전어, 민어, 홍어이다. 꽃게는 인천을 대표하는 수산물로 4~5월과 10~11월에 그 맛이 절정에 달한다. 꽃게는 11월이 돼야 알이 차고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다. 봄에는 암꽃게가, 가을에는 숫꽃게가 인기가 많다. 인천시는 가을 꽃게철을 맞아 지난 7∼8일 인천종합어시장 앞에서 꽃게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꽃게 직거래 장터인 ‘꽃게 축제’를 개최했다. 인천종합어시장 내 고등어·자반·오징어·삼치 도·소매 가게를 운영하는 김순화 순화상회 사장은 “당일 새벽에 경매 받아서 수산물을 가져오기 때문에 싱싱하고 시중가보다 저렴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추석 직전 주말인 지난달 23일 인천종합어시장은 서해에서 잡은 싱싱한 수산물·해산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꽃게, 대하, 전어, 민어를 판매하는 점포 앞에는 손님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았다. 추석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수 손님은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듯 고등어, 자반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 이날 인천종합어시장에는 수산물 소비 진작을 위해 수산물 구매자에게 구매금액의 최대 30% 돌려주는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가 진행됐는데 대기줄이 100m 이상 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환급을 받는데 2시간이나 걸렸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 6일에는 연휴 때보다 손님은 적었으나 꽃게, 대하, 전어, 병어를 사려는 사람들이 점포 앞에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은 여전했다. 어시장 상인들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의 해양 방류에도 불구하고 어시장 방문 손님들의 수는 방류 이전인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고물가로 인한 경기 악화에 따라 손님들의 씀씀이가 줄면서 상인들의 매출은 예년보다 떨어졌다.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 직전에는 오히려 어시장 방문객들이 늘어나 상인들이 무슨 일인가하고 의아해 했단다. 알고 보니 ‘오염 처리수가 국내에 도달하기 전에 생선을 실컷 먹자’라는 이상 소비자 심리가 작용한 것. 그러나 현재는 오염 처리수 방류에도 불구하고 어시장 방문객들이 줄어들지 않고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김낙정 대일회수산 사장은 “손님들은 많은데 씀씀이가 줄었다. 예전에는 5만 원짜리가 잘 팔렸다면 요즘은 이보다 작은 2만∼3만 원짜리 생선이 많이 나간다”고 말했다. 김경자 철수상회 사장은 “이따금 원산지를 물어보는 사람이 있지만 대부분은 물어보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손님들이 구매량을 줄이는 게 문제”라며 아쉬워했다. ■원전 논란 불구 손님 예년 수준 유지 인천종합어시장에서 꽃게는 1만2000원∼2만원까지 팔리고 있었으며 암꽃게는 1㎏에 1만2000원, 숫꽃게는 1만1만5000원∼2만원에 판매됐다. 홍어와 민어도 많이 눈에 띄었는데 민어는 1㎏에 2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손님 한명이 민어에 관심을 보이자 붙임성 좋은 점포 여주인이 재빠르게 5㎏짜리 민어 한 마리를 5000원을 깎아 12만원까지 주겠다고 흥정을 붙였다. 홍어는 한 마리에 12만∼15만원에 판매됐으며 해체 비용 5만원을 내면 먹기 편하게 손질해 준다. 홍어는 조금씩 낱개 포장해 한 팩에 1만5000원에 판매됐다. 반건조 수산물은 보리굴비 큰거 10마리에 10만원, 민어 50㎝ 짜리 1마리 2만원, 우럭 2만원에 판매됐다. 염승경 둘째네 사장은 “처음에는 오염수 때문에 손님이 더 많이 몰렸지만 지금은 예년과 비슷한 것 같다. 오염 처리수 방류 영향을 크게 못 느낀다”고 강조했다. 인천종합어시장 방문 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나 경인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를 이용해 이동하면 된다. 전철 이용 시 동인천역에서 하차해 시내버스 12번(SK충전소 하차), 24번(연안부두어시장 하차), 36번(연안초등학교 하차)을 승차해서 오면 된다. 인천종합어시장은 전국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시설이 노후화되고 비좁은데다 주변에 아파트와 초등학교가 있어 소음·악취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와 비용 부담 때문에 시설 및 주차장 확대 등 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인천종합어시장은 틈틈이 보수 공사를 진행하지만 여전히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어시장 이전이다. 그나마 지붕 개량과 화장실 리모델링을 실시했으며 어시장 옆 기존 공영주차장 5420㎡ 부지에 435대를 주차할 수 있는 지상 4층 규모의 주차타워를 건립해 오는 12월 초 운영을 시작한다. 현재 진행 중인 아케이드 사업도 이달 중 완료한다. 인천종합어시장사업협동조합은 인천이 해양도시인만큼 바닷가에 어시장을 이전해 손님들이 수산물을 구입하고 바다와 다양한 편의시설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해 어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조합은 미래 발전적인 어시장을 만들기 위해 17년 전부터 숙원사업으로 어시장 이전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마땅한 부지와 비용이 없어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어시장 인근 먹거리·즐길거리 다양 지난 2006년 인천해역방어사령부 이전 부지로 어시장 이전을 추진했지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부대 이전 비용 부담을 놓고 인천시와 국방부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무산됐다. 최근에는 송도국제도시 내 신국제여객터미널로 이전한 제1국제여객터미널 부지 등으로 이전을 추진했지만 난개발을 우려하는 인천시의 반대로 무산됐다. 현재 조합은 인천항만공사가 매립 중인 연안부두 물양장으로 이전을 목표로 인천시, 인천항만공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유기붕 인천종합어시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어시장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바닷가에 위치하고 충분한 인프라를 조성해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충족시켜 젊은 층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어시장에서는 수산물 구매만 가능하다. 구입한 활어나 대하, 꽃게를 상차림 비용만 부담하면 즉석에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식당과 횟집이 어시장 인근에 수백 곳에 달한다. 또 인천종합어시장에 와서 놓치지 않고 맛봐야 하는 메뉴가 고소한 맛이 일품인 밴댕이회무침이다. 연안파출소 옆에 있는 밴댕이회무침거리에는 40∼50년 된 밴댕이회무침으로 유명한 노포들이 즐비하다. 이름처럼 식당들이 거리에 늘어서 있는 게 아니라 해양센터 건물 안과 뒤편에 집중되어 있다. 건물 뒤편에는 바다가 맞닿아 있다. 다양한 수산물을 푸짐하게 맛보고 싶다면 제주행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맞은편 100m 안쪽에 위치(항동 7가 86의 1)한 ‘풍물의 거리’를 추천한다. 이곳은 지난 1990년 조성됐으며 회를 먹으면 곁들이찬(일명 쓰키다시)을 많이 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조성 당시 40여 곳의 포장마차형 횟집들이 다닥다닥 늘어서 영업했으나 현재는 10여 곳만 영업 중이다. 장소가 후미진 곳에 있어 단골손님이거나 소문 듣고 오는 손님들이 주로 찾는다. 60첩 반상의 해산물이 제공되고 낙지, 전복, 멍게, 매운탕 등이 서비스로 제공된다. 가격은 10만∼27만원으로 주 메뉴와 인원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지만 보통 4명이 먹을 수 있는 메뉴 가격이 16만∼17만원 선이다. 또 인천종합어시장에 오면 놓치지 말아야 할 게 해수탕이다. 1981년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원조 해수탕을 비롯 대형 해수탕 10여 곳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 해수는 바닷물이 아니다. 해수는 지하 200m 암반층에서 끌어올린 지하수로 100여 가지의 미네랄이 함유돼 고혈압, 동맥경화, 관절염, 신경통, 부인병, 피부병, 무좀 등에 탁월한 효험이 있다. 이곳 해수탕은 서울에서도 이용객이 찾아올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밖에 인천종합어시장 인근에는 서해5도와 제주도를 운항하는 카페리를 타는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이 있고 인천상륙작전의 거점이 됐던 한국 최초의 현대식 등대인 팔미도와 인천대교, 인천항 연안을 항해하며 둘러볼 수 있는 유람선을 탈 수 있는 유람선 선착장도 인근에 있다. 유람선 선착장 옆에는 인천시의 교류 우호도시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시의 이름을 딴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이 있다. 광장 내 1904년 러일전쟁 당시 인천 앞바다에서 일본군과 전투 중 손상을 입은 함선을 일본군에게 넘겨주지 않기 위해 항복하지 않고 함선과 함께 자폭한 러시아 군인들을 추모하는 순양함 ‘바랴그’호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kapsoo@fnnews.com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3-10-08 11:36:12【 대전=김원준 기자】 봄기운이 완연한 지난 17일 오후 대전역 광장. 역을 등지고 대전 원도심 중심을 가르는 중앙로 왼편을 바라보면 건물 사이 아케이드 지붕 아래 '중앙시장'이라고 쓴 노란색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중부권 최대 전통시장인 대전 중앙시장이다. 시장 입구에선 냉동생선을 파는 노점상이 "떨이~ 떨이~"를 외치며 손님을 불러모은다. 도로가에는 대야 한가득 달래, 냉이 등 푸릇한 봄나물을 담아 파는 좌판도 열렸다. 호객하는 상인과 흥정하는 손님들이 뒤엉켜 시끌벅적하다. 시장 초입에 들어서자 과자 굽는 달달한 냄새와 고소한 기름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서면 장터 본연의 모습이 펼쳐진다. 한데 늘어선 어물전과 정육점, 젓갈가게에서 비릿한 냄새가 풍겨온다. 걸음을 멈추자 젓갈집 주인이 '맛을 보라'며 젓갈 한 점을 권한다. ■문화관광형시장…'중앙철도시장' 별칭 입구에서 100여m쯤 들어왔을까. 사거리 아케이드 천장에 이정표가 걸려 있다. 이정표는 사방으로 양키거리, 홈커텐거리, 한복거리, 귀금속거리를 가리킨다. 왼쪽으로 발길을 돌려 수입물건을 파는 양키거리를 따라 걸으니 도로건너 맞은편에 '중앙철도시장'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웬 철도시장?'이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중앙시장은 지난 2015년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철도를 테마로 한 또 다른 이름을 얻었다. 대전역을 중심으로 오랜 시간 철도와 고락을 함께한 장터의 별칭인 셈이다. 이 때문에 시장 내 특화구역도 모두 간이역을 연상케 하는 이름이 붙었다. 먹자골목역, 생선골목역, 양키역, 원단·홈커텐역 등등. 중앙철도시장 간판이 붙은 입구로 들어서면 커튼홈패션 상점과 주단 상점이 줄지어있다. 이곳에서는 커튼과 이불, 침구, 한복, 양복 등을 판매한다. 원단·홈커튼 상점들을 지나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시장의 남쪽 끝에 중앙메가프라자 구역이 나온다. 이곳엔 미싱가게와 주단상점, 골동품점, 중고 LP음반 판매점 등 다양한 품목의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시장 맨 가장자리에 있어 지금은 행인이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1970~1980년대에는 이곳 옥상에 롤러스케이트장이 있어 중앙시장 구역 중 가장 핫한 곳이었다는 게 상인들의 전언이다. 한때 이곳은 헌책방 거리로도 유명했지만 현재는 서너 곳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먹자통엔 호떡·빈대떡…노포 맛집 즐비 시장 구경에 허기질 때 쯤엔 먹자통으로 가면 된다. 맛집이 즐비한 이곳은 대전역 정반대편 은행동 쪽으로도 입구가 나 있다. 대전 원도심 상징인 목척교 옆 입구에 '먹자골목' 간판이 보인다. 아직 골목에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음식 냄새가 발길을 잡아끈다. 골목 초입 호떡집에는 손님 열댓명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린다. 골목 안쪽으로 완도상회, 영동상회, 부산상회 등등 전국 각지의 지명을 딴 상호가 정겹다. 쟁반 가득 쌓인 튀김과 순대, 김밥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와 노릇노릇 기름에 익어가는 빈대떡 등 먹거리 종류도 가지가지다. 생닭을 잡아 기름 솥에서 바삭하게 튀겨내는 '서울치킨'과 70년 전통을 자랑하는 국밥맛집인 '함경도집', TV예능 프로에 소개되며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북식 만두집 '개천식당' 등은 중앙시장을 대표하는 노포 맛집이다. 먹자골목외에도 시장 곳곳에는 순대와 잔치국수, 팥죽, 식혜 등을 파는 노점이 자리잡고 있다. 노점에서는 '착한 가격'에 반주 한 잔 하며 요기도 할 수 있다. 30년째 중앙시장 먹자골목을 지키며 커피와 식혜를 팔고 있는 김은주씨는 "아이가 다섯살 되던 해부터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모두 30대 중반이 됐다"면서 "예전에는 어르신 손님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신혼부부 등 젊은이들도 많아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단위시장 17곳에 도·소매점 2000여곳 중앙시장은 대전 동구 원동에 있다. 의류, 잡화, 요식업 등 20여개 품목 도·소매점과 점포 2000여곳이 영업 중이다. 단위 상인회만 17개로 이 단위시장을 하나로 묶어 활성화구역 상인회를 이루고 있다. 1970~1980년대 한참 번성하던 때는 점포 수가 4000개를 넘었다. 귀금속, 한복, 침구 등 혼수품을 주력으로 의류와 그릇, 식품, 생활잡화 등의 상점이 웨딩과 패션, 푸드 등으로 특화돼 있다. 30~50년 넘게 한자리를 지킨 가게도 즐비하다. 면적은 11만13627㎡(3만5000평)로, 대전역 왼쪽 맞은편 일대 전체가 중앙시장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 '중부권 최대'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대전 원도심 핵심 상권인 중앙로를 끼고 중구 은행동과 대전역이 맞닿아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다. 길 건너 대전역 옆에는 또 다른 대형 전통시장인 역전시장이 성업 중이다. 중앙시장의 뿌리는 19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전이 행정단위로 기틀을 갖춘 때가 1914년 3월이니 그보다 3년이 앞선다. 중앙시장의 전신은 당시 대전에 거류하던 일본인이 세운 '대전어채시장'이다. 본래 위치는 동구 원동 일대, 옛 대전백화점 자리였다. 초창기에는 부산·마산·군산·목포·인천·원산 등지의 생선과 대전근교의 과일·채소가 판매됐다. 중앙시장이 생겨나면서 대전 최대장터인 인동시장이 점차 쇠퇴했다.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시장이 폐허가 됐지만 피란민들이 대전역 인근 원동에 몰리면서 일대 상권은 다시 살아났다. 피란민들은 의류제조업과 도·소매업 등에 종사하며 시장의 새로운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았다. ■1960년대엔 전국 상권…고속道 개통에 축소 중앙시장은 1960년대 말까지만 해도 상권이 전국에 미쳤다. 충청권은 물론 전라도, 경북, 경기 일대 주단·포목·한복업계를 장악하다시피 했다. '빈털터리도 중앙시장에 들어오면 금세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람과 돈이 모여들었다. 성장기로 접어들었던 1969년에는 시장을 휩쓴 대형화재로 시련을 겪기도 했다. 목조구조의 점포 360여동이 눈 깜짝할 새 화마에 휩쓸렸다. 이후 1980~2000년대에도 크고 작은 화재가 이어졌다. 1970년대 들어서 경부·호남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지방소매상들이 서울, 부산 등지와 직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중앙시장의 규모는 점차 축소됐다. 소비행태 변화와 상인들의 고령화, 마케팅 부족에다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시장 기능이 조금은 약화됐다. 전성기에는 하루 평균 방문객 수가 5만명을 넘었지만 지금은 4만명 안팎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평일과 휴일 구분 없이 중앙시장은 활기를 잃지 않고 있다. ■근대문화유산 옛 산업은행도 볼거리 대전지역 근대문화유산인 옛 산업은행 대전지점 건물도 중앙시장 구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2002년 5월 등록문화재 제19호로 지정된 이 건물에는 일제강점기 경제침탈의 아픈 역사가 배어 있다. 이곳은 순수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한성은행이 1912년 대전지점을 개설한 자리다. 그러나 조선총독부의 산업정책 지원 금융기관인 조선식산은행이 한성은행을 철거하고 1918년 10월 대전지점을 신축한다. 1945년 광복과 함께 조선식산은행이 한국식산은행으로 개칭되고 다시 1954년 4월부터 산업은행 대전지점으로 이용됐다. 1997년 산업은행 대전지점이 신도심인 대전 서구 둔산동으로 이전한 뒤 잠시 대전우체국으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한 안경전문 기업이 사들여 활용하고 있다. 도면회 대전시사편찬위원(대전대 교수)은 "1905년 경부선 개통과 함께 태동한 중앙시장은 충북과 충남, 경북 등 전국 각지의 도·소매상들이 모이던 대전을 상징하는 시장으로, 초창기부터 대단히 발전된 시장이었다"고 말했다. ■대전 동구청, 특화·현대화 사업 지원 중앙시장엔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전 동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전통시장별 특화사업과 현대화사업 등이 진행되면서 중앙시장은 점차 쾌적하고 편리한 신개념 전통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시장과 이웃한 대전천에서 진행 중인 생태복원사업도 호재다. 최근 중앙시장은 행정안정부의 '전통시장 주변 편의시설 조성지원사업'에 선정됐다. 그간 전통시장 시설개선사업은 주로 아케이드와 주차장, 간판정비 등에 집중됐지만 이번에는 시장 유인형 시설이 설치된다.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고객 맞춤형 편의시설이다. 어린이 동반 부부와 젊은층을 불러들이기 위한 키즈카페와 책카페 등도 들어선다. 방문객이 시장 음식을 깨끗한 곳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세련된 고객편의 시설도 마련된다. 박황순 대전중앙시장 활성화구역 상인회장은 "전통시장 상인 중에는 연세가 많으신 분이 많다 보니 온라인 쇼핑몰과 배달서비스 도입 등 새로운 시도 과정에 많은 장벽이 있다"면서 "상인들의 의식변화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보다 깨끗하고 세련된 시장 만들기 위해 동구청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kwj5797@fnnews.com
2023-03-26 19:36:58【대전=김원준 기자】봄기운이 완연한 지난 17일 오후 대전역 광장. 역을 등지고 대전 원도심 중심을 가르는 중앙로 왼편을 바라보면 건물사이 아케이드 지붕아래 '중앙시장'이라고 쓴 노란색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중부권 최대 전통시장인 대전 중앙시장이다. 시장 입구에선 냉동 생선을 파는 노점상이 "떨이~ 떨이~"를 외치며 손님을 불러모은다. 도로가에는 대야 한가득 달래, 냉이 등 푸릇한 봄나물을 담아 파는 좌판도 열렸다. 호객하는 상인과 흥정하는 손님들이 뒤엉켜 시끌벅적하다. 바삐오가는 행인들 사이로 느긋하게 매대를 둘러보는 사람도 눈에 띈다. 중앙시장에는 웬만한 건 다있다. 배가 고프면 먹으면 되고, 필요한 게 있으면 사면 된다. 시장 초입에 들어서자 과자 굽는 달달한 냄새와 고소한 기름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과자점, 분식점, 한과점 등 각종 주전부리 가게에서 풍기는 맛깔스런 냄새다. 입구 왼쪽을 따라 늘어선 이들 가게 앞 손님들 손에는 저마다 과자 한 봉지씩 들려있다.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서면 장터 본연의 모습이 펼쳐진다. 한데 늘어선 어물전과 정육점, 젓갈가게에서 비릿한 냄새가 풍겨온다. 걸음을 멈추자 젓갈집 주인이 '맛을 보라'며 젓갈 한 점을 권한다. ■문화관광형시장...'중앙철도시장'별칭 입구에서 100여m쯤 들어왔을까. 사거리 아케이드 천장에 이정표가 걸려있다. 이정표는 사방으로 양키거리, 홈커텐거리, 한복거리, 귀금속거리를 가리킨다. 왼쪽으로 발길을 돌려 수입물건을 파는 양키거리를 따라 걸으니 도로건너 맞은 편에 '중앙철도시장'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웬 철도시장?'이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중앙시장은 지난 2015년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철도를 테마로 한 또 다른 이름을 얻었다. 대전역을 중심으로 오랜시간 철도와 고락을 함께한 장터의 별칭인 셈이다. 이 때문에 시장내 특화구역도 모두 간이역을 연상케하는 이름이 붙었다. 먹자골목역, 생선골목역, 양키역, 원단·홈커텐역 등등. 중앙철도시장 간판이 붙은 입구로 들어서면 커텐홈패션 상점과 주단 상점이 줄지어있다. 이 곳에서는 커텐과 이불, 침구, 한복, 양복 등을 판매한다. 원단·홈커텐 상점들을 지나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시장의 남쪽 끝에 중앙메가프라자 구역이 나온다.이 곳엔 미싱가게와 주단상점, 골동품점, 중고 LP음반 판매점 등 다양한 품목의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시장 맨 가장자리에 있어 지금은 행인이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1970~1980년대에는 이 곳 옥상에 롤러스케이트장이 있어 중앙시장 구역 중 가장 핫한 곳이었다는 게 상인들의 전언이다. 한 때 이 곳은 헌책방 거리로도 유명세를 탔지만 현재는 서너 곳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먹자통엔 호떡·빈대떡…노포 맛집 즐비 시장구경에 허기질 때 쯤엔 먹자통으로 가면 된다. 맛집이 즐비한 이 곳은 대전역 정반대편 은행동 쪽으로도 입구가 나있다. 대전 원도심 상징인 목척교 옆 입구에 '먹자골목'간판이 보인다. 아직 골목에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음식 냄새가 발길을 잡아끈다. 골목 초입 호떡집에는 손님 열댓명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린다. 골목 안쪽으로 완도상회, 영동상회, 부산상회 등등 전국 각지의 지명을 딴 상호가 정겹다. 쟁반 가득 쌓인 튀김과 순대, 김밥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와 노릇노릇 기름에 익어가는 빈대떡 등 먹거리 종류도 가지가지다. 생닭을 잡아 기름 솥에서 바삭하게 튀겨내는 '서울치킨'과 70년 전통을 자랑하는 국밥맛집인 '함경도집', TV예능 프로에 소개되며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북식 만두집 '개천식당' 등은 중앙시장을 대표하는 노포 맛집이다. 먹자골목외에도 시장 곳곳에는 순대와 잔치국수,팥죽,식혜 등을 파는 노점이 자리잡고 있다. 노점에서는 '착한 가격'에 반주 한 잔하며 요기도 할 수 있다. 30년째 중앙시장 먹자골목을 지키며 커피와 식혜를 팔고 있는 김은주씨는 "아이가 다섯살 되던 해 부터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모두 30대 중반이 됐다"면서 "예전에는 어르신 손님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신혼부부 등 젊은이들도 많아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든다"고 말했다. ■단위시장 17곳에 도·소매점 2000여곳 중앙시장은 대전 동구 원동에 있다. 의류, 잡화, 요식업 등 20여개 품목 도·소매점과 점포 2000여 곳이 영업 중이다. 단위 상인회만 17개로 이 단위시장을 하나로 묶어 활성화구역 상인회를 이루고 있다. 1970~1980년대 한참 번성하던 때는 점포수가 4000개를 넘었다. 귀금속, 한복, 침구 등 혼수품을 주력으로 의류와 그릇, 식품, 생활잡화 등의 상점이 웨딩과 패션, 푸드 등으로 특화돼 있다. 30~5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킨 가게들도 즐비하다. 면적은 11만13627㎡(3만5000평)로, 대전역 왼쪽 맞은편 일대 전체가 중앙시장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 '중부권 최대'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대전 원도심 핵심 상권인 중앙로를 끼고 중구 은행동과 대전역이 맞닿아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다. 길건너 대전역 옆에는 또 다른 대형 전통시장인 역전시장이 성업중이다. 중앙시장의 뿌리는 19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전이 행정단위로 기틀을 갖춘 때가 1914년 3월이니 그 보다 3년이 앞선다. 중앙시장의 전신은 당시 대전에 거류하던 일본인이 세운 '대전어채시장'이다. 본래 위치는 동구 원동 일대, 옛 대전백화점자리였다. 초창기에는 부산·마산·군산·목포·인천·원산 등지의 생선과 대전근교의 과일·채소가 판매됐다. 중앙시장이 생겨나면서 대전 최대장터인 인동시장이 점차 쇠퇴했다.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시장이 폐허가 됐지만 피난민들이 대전역 인근 원동에 몰리면서 일대 상권은 다시 살아났다. 피난민들은 의류제조업과 도·소매업 등에 종사하며 시장의 새로운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았다. ■1960년대엔 전국 상권...고속道개통에 축소 중앙시장은 1960년대 말까지만 해도 상권이 전국에 미쳤다. 충청권은 물론 전라도, 경북, 경기 일대 주단·포목·한복업계를 장악하다시피했다. '빈털터리도 중앙시장에 들어오면 금세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람과 돈이 모여들었다. 성장기로 접어들었던 1969년에는 시장을 휩쓴 대형화재로 시련을 겪기도 했다. 목조구조의 점포 360여동이 눈 깜짝할 새 화마에 휩쓸렸다. 이후 1980~2000년대에도 크고 작은 화재가 이어졌다. 1970년대 들어서 경부·호남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지방소매상들이 서울, 부산 등지와 직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중앙시장의 규모는 점차 축소됐다. 소비행태 변화와 상인들의 고령화, 마케팅부족에다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시장기능이 조금은 약화됐다. 전성기 때는 하루 평균 방문객수가 5만명을 넘었지만 지금은 4만명 안팎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평일과 휴일 구분없이 중앙시장은 활기를 잃지 않고 있다. ■근대문화유산 옛 산업은행도 볼거리 대전지역 근대문화유산인 옛 산업은행 대전지점 건물도 중앙시장 구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2002년 5월 등록문화재 제19호로 지정된 이 건물에는 일제강점기 경제침탈의 아픈 역사가 배어있다. 이 곳은 순수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한성은행이 1912년 대전지점을 개설한 자리다. 그러나 조선총독부의 산업정책 지원 금융기관인 조선식산은행이 한성은행을 철거하고 1918년 10월 대전지점을 신축한다. 1945년 광복과 함께 조선식산은행이 한국식산은행으로 개칭되고 다시 1954년 4월부터 산업은행 대전지점으로 이용됐다. 1997년 산업은행 대전지점이 신도심인 대전 서구 둔산동으로 이전한 뒤 잠시 대전우체국으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한 안경전문 기업이 사들여 활용하고 있다. 도면회 대전시사편찬위원(대전대 교수)은 "1905년 경부선 개통과 함께 태동한 중앙시장은 충북과 충남, 경북 등 전국 각지의 도·소매상들이 모이던 대전을 상징하는 시장으로, 초창기부터 대단히 발전된 시장이었다"고 말했다. ■대전 동구청, 특화·현대화 사업 지원 중앙시장엔 옛 영화를 되찾기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전 동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전통시장별 특화사업과 현대화사업 등이 진행되면서 중앙시장은 점차 쾌적하고 편리한 신개념 전통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시장과 이웃한 대전천에서 진행중인 생태복원사업도 호재다. 최근 중앙시장은 행정안정부의 '전통시장 주변 편의시설 조성지원사업'에 선정됐다. 그간 전통시장 시설개선사업은 주로 아케이드와 주차장, 간판정비 등에 집중됐지만, 이번에는 시장 유인형 시설이 설치된다. 소비 트랜드를 반영한 고객 맞춤형 편의시설이다. 어린이 동반 부부와 젊은층을 불러들이기 위한 키즈 카페와 책 카페 등도 들어선다. 방문객이 시장 음식을 깨끗한 곳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세련된 고객편의 시설도 마련된다. 박황순 대전중앙시장 활성화구역 상인회장은 "전통시장 상인중에는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많다보니 온라인 쇼핑몰과 배달서비스 도입 등 새로운 시도 과정에 많은 장벽이 있다"면서 "상인들의 의식변화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보다 깨끗하고 세련된 시장 만들기 위해 동구청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kwj5797@fnnews.com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2023-03-24 09:47:01아파트 전세 시장이 폭풍전야다. 이에 수도권 전 지역으로 전세난이 확산되면서 주거용 오피스텔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신규 아파트 청약 당첨은 ‘하늘의 별 따기’인 데다 기존 아파트 전세가격도 폭등하면서 수요자들이 청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주거용 오피스텔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전세가격 또한 상승하고 있다. 오는 8월 임대차법 시행 2년을 앞두고 아파트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4억 4,489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월 3억 5,018만원 대비 1년 새 약 27% 상승한 금액이다. 반면 수도권 아파트 청약 문턱도 여전히 높다. 일례로 올해 4월 청약을 받은 인천 서구 불로동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검단 웰카운티’가 있다. 단지의 가점제 물량인 전용 면적 125㎡ 타입의 최고 가점은 76점을 기록했으며, 평균 가점은 72점으로 높은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안으로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파트 대비 분양이 용이하며, 우수한 평면 등을 누릴 수 있는 주거용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실제 분양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4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일원에 분양한 오피스텔 ‘덕은DMC 에일린의 뜰 센트럴(8·9·10블록)’은 210실 모집에 총 9,117건이 접수돼 평균 43.4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같은 달 서울 영등포구 일원에 분양한 오피스텔 ‘여의도 현대마에스트로’ 전용 73~77㎡의 거주자 우선 경쟁률은 89대 1에 달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수도권 중심 입지에서 분양을 앞둔 오피스텔이 있어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가족단위 거주가 가능한 중대형 타입도 분양을 앞두고 있다. 현대건설은 6월,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장안동 일원에서 ‘힐스테이트 장안 라보니타’를 분양할 예정이다. 단지는 지하 6층~지상 19층, 전용면적 74㎡ 총 162실 규모로, 전 타입이 가족단위 거주가 가능한 중대형 타입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신축 아파트의 4bay평면 설계가 적용되고, 일부세대(74㎡A 타입)는 다락구조로 설계돼 개방감과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도보 이동이 가능한 거리에 지하철 5호선 장한평역이 위치해 광화문, 여의도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 출퇴근이 편리하다. 인근에는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한양대학교병원, 장안동 먹자골목, 홈플러스 동대문점 등의 생활 편의시설이 있다. 테헤란로 도보권에 위치한 오피스텔도 분양을 앞두고 있다. 현대건설은 6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일원에 ‘힐스테이트 삼성’을 분양할 예정이다. 단지는 지하 7층~지상 17층, 전용면적 50~84㎡, 총 165실 규모로 조성된다. 전 호실이 주거용 평면으로 구성되고, 100% 자주식 주차 설계가 적용돼 입주민들의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또한 서울 3대 업무지구인 강남업무지구(GBD) 직주근접 단지이며 반경 1km 내에 포스코센터,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등이 위치해 있다. 롯데건설 또한 주거형 오피스텔을 선보인다. 롯데건설은 6월, 경기 시흥시 장현동 일원에서 ‘시흥시청역 루미니’를 분양할 예정이다. 단지는 지하 4층~지상 10층, 전용면적 42~76㎡ 총 351실 규모로 조성되는 주거형 오피스텔이다. 단지는 서해선 시흥시청역이 도보권에 위치하고, 신안산선(공사중)과 월판선(공사중) 개통이 예정돼 있다.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84㎡로 구성된 오피스텔도 출격한다. DL이앤씨는 경기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일원에서 ‘e편한세상 시티 고색’을 분양 중이다. 단지는 지하 4층~지상 14층, 총 430실 규모로 전 호실이 실주거가 가능하고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84㎡ 단일면적으로 구성됐다. 단지 바로 앞에 있는 권선로를 통하면 삼성전자 수원사업장까지 이동이 수월하고 평택파주고속도로(수원~광명), 제2순환고속도로(봉담~동탄), 과천봉담고속화도로, 비봉매송도시고속도로 등 고속도로 진출입도 용이하다. 또한 롯데백화점, 롯데몰, KCC몰, AK플라자 등의 생활 편의시설도 가깝다.
2022-06-21 15:40:29【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지방중소벤처기업청은 지역 맛집인 ‘빵뜨락(계양구)’과 ‘초가숯불갈비(부평구)’를 백년가게로 선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백년가게는 소상공인 성공모델 발굴하고 확산하기 위해 업력 30년 이상 된 가게 중에서 경영자의 전문성 및 혁신의지, 제품·서비스의 차별화뿐만 아니라 가업승계, 사회공헌 등 다양한 부문을 관련 전문가가 종합평가해 선정한다. 인천지역 백년가게는 2018년 4곳을 첫 지정한 이후 올해까지 47개로 늘어났다. ‘빵뜨락’은 계양구에서 19년간 자리를 지켜온 제과점으로 반숙카스테라, 롤치즈빵 등 자체 개발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30년 이상 제빵분야에 종사한 대표는 우수 숙련기술자로 인증받기도 했다. ‘초가숯불갈비’는 부평구 동암 먹자골목에 위치해 한결같은 품질고집과 넉넉한 인심으로 단골을 확보해 왔으며 지역 독거노인 등에 무료음식 제공봉사를 진행하는 등 지역사회에도 공헌하고 있다. 인천중기청은 선정업체에 백년가게 인증현판, 온·오프라인 홍보와 컨설팅, 판로 확대 지원, 노후시설 개선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제공한다. 혁신형소상공인자금 융자금리 우대, 중기부 지원사업 신청 시에도 우대한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2-06-10 15:27:26최근 오피스텔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풍부한 생활인프라를 갖춘 오피스텔이 인기를 얻고 있다. 수요자들이 오피스텔을 선택하는 요소로 편리한 교통, 쇼핑, 여가 시설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오피스텔은 편리함을 추구하는 1~2인 가구, 신혼부부 등의 젊은 세대 수요가 높기 때문에 주변 인프라 시설은 수요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주변 인프라 시설이 우수한 지역에서 분양한 오피스텔은 좋은 분양 성적을 거뒀다. 지난 4월 서울 동대문구 일원에서 분양한 ‘신설동역 자이르네’ 오피스텔은 95실 모집에 3,988건이 접수돼 평균 41.9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단지는 지하철 1·2호선∙우이신설선 신설동역 역세권 단지에 상업∙교육 시설이 가깝고, 청계천 및 다수의 공원도 편리하게 오갈 수 있다. 또한 같은 달 인천 검단신도시 일원에서 선보인 ‘검단역 금강펜테리움 더 시글로 2차’ 오피스텔 역시 64실 모집에 3,893건이 접수되며 평균 60.8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단지는 도보권에 인천지하철 1호선 신설역(예정)과 역세권 개발사업을 통한 각종 인프라를 누릴 수 있으며, 교육 시설과 공원 등이 인접하다. 우수한 인프라 시설을 갖춘 오피스텔의 인기는 분양 시장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KB부동산시세 자료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일원에 자리한 ‘래미안 용산 더센트럴’ 전용면적 77㎡의 매매가 시세는 올해 5월 기준 13억5,000만원으로, 전년 동월(10억8,000만원) 대비 2억7,000만원의 상승이 있었다. 단지는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및 1호선∙경의중앙선∙KTX 용산역 바로 옆에 위치해 있으며, 용산가족공원 등이 가깝다. 또 경기도 광교신도시의 다양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힐스테이트 광교 중앙역’ 오피스텔 전용면적 83㎡의 매매가 시세는 같은 기간 1억7,500만원(6억7,500만원→8억5,000만원) 상승했다. 단지는 주변으로 신분당선 광교중앙역을 비롯해 롯데아울렛, 이마트, 수원컨벤션센터 등 쇼핑∙문화시설이 가깝고, 광교호수공원도 도보권에 위치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수요자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주택 선택 기준이 한층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때문에 슬세권으로 통하는 우수한 인프라를 갖춘 오피스텔은 현재 높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분양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있다”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건설은 6월, 서울시 동대문구 장안동 일원에서 ‘힐스테이트 장안 라보니타’를 분양할 예정이다. 힐스테이트 장안 라보니타는 주요 도심권역인 장안동에서도 메인 상업지역 중심에 위치한 만큼 주변으로 생활 인프라 시설이 풍부하다. 단지 인근에는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한양대학교병원, 장안동 먹자골목, 홈플러스 동대문점 등의 생활 편의시설이 있다. 도보거리에 안평초, 장평중, 동대부중·고 등의 학교가 있어 교육여건도 우수하다. 또한, 인근에 장평근린공원, 장안근린공원, 답십리공원, 배봉산둘레길 등의 녹지 시설도 풍부해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다. 또한 중랑천 제1체육공원도 가까워 다양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다. 교통 환경도 우수하다. 단지는 도보 이동이 가능한 거리에 지하철 5호선 장한평역이 위치해 있어, 이를 이용하면 서울 주요 업무지구인 CBD(광화문)와 YBD(여의도)를 환승 없이 한 번에 이동 가능하다. 또한 시청(약 24분) 및 강남(약 31분) 등의 지역까지 편리한 대중교통 출퇴근도 가능하다. 아울러 인근에 내부순환도로, 동부간선도로 등의 광역 교통망도 잘 갖춰져 있어, 자가용 이용 시 서울 전역으로 접근이 수월하다. 오피스텔로 공급되는 만큼 아파트와 달리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장점도 있다. 청약통장 유무, 거주지 제한, 주택 소유 여부 등에 상관없이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 신청이 가능하다. 또한 신규 오피스텔 분양권의 경우 주택수 합산에서도 제외된다. 분양 관계자는 “힐스테이트 장안 라보니타는 동대문구 장안동 최중심에 위치해 다양한 상권 및 편의시설과 인접한데다 아파트에 버금가는 평면을 갖춰 실거주 시 편리한 생활이 가능하다”며 “여기에 아파트에 비해 주거형 오피스텔이 비교적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만큼 힐스테이트 장안 라보니타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힐스테이트 장안 라보니타는 지하 6층~지상 19층, 전용면적 74㎡ 총 162실 규모로 이뤄지며, 견본주택은 서울시 동대문구 용두동 일원에 마련될 예정이다.
2022-05-27 09: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