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부산본부세관은 일본에서 밍크고래, 브라이드고래 등 고래 고기 총 4.6t을 밀수입한 일당 6명을 입건하고, 주범 A씨(남·58)를 지난 3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밍크고래, 브라이드고래 등은 국제적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돼 있어 고래 고기의 상업적 국제 거래는 금지되고 있다. 세관에 따르면 A씨와 일당은 2021년 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일본발 국제특급우편물(EMS)을 이용해 품명을 허위기재하는 방식으로 우편물 1개당 10㎏ 내지 20㎏씩 총 366회에 걸쳐 4.6t에 이르는 고래 고기를 불법 밀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결과 A씨는 총 11명의 수취인 명의를 이용해 자가 사용 목적으로 명태, 오뎅을 반입하는 것처럼 품명을 허위 기재했으며, 세관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수취 지역을 부산, 서울, 파주로 분산해 반입했다. 또 고래 고기 구매 대금을 일본으로 여러 차례 분할 송금하면서 소액해외송금 서비스를 이용, 자녀들의 생활비와 학비 송금으로 위장하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세관 측은 전했다. 이들에 의해 밀수입된 고래 고기는 부산과 울산지역 음식점 등에서 유통·판매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세관은 지난해 5월 관련 정보를 입수한 후 수사를 개시해 식당·창고에 보관 중이던 밀수입된 고래 고기 224㎏을 압수하는 한편, 우편물 수취 명의인과 수취 장소를 바꿔 밀수입을 시도한 122㎏ 또한 추가 압수했다고 밝혔다. 부산세관 관계자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불법 반입을 차단하기 위해 상대국 세관과 정보교류를 강화하고, EMS, 특송 등 소규모 화물에 대한 검사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타인에게 우편물 등 수취인 명의를 빌려주면 불법 물품 밀수입 등에 이용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2023-02-27 10:19:40【 울산=최수상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고래고기 식품 인정 논란이 일면서 일본의 고래고기가 국내에 수입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해양환경운동단체들은 울산고래축제 현장을 찾아 아예 고래고기 유통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며 고가에 유통되는 밍크고래의 보호종 지정도 촉구하고 나섰다.■고래고기는 식품이다? 아니다?고래고기는 누구나 음식으로 섭취가 가능하다. 하지만 엄격히 따지자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고래고기는 식품의 원료가 아니다. 그런데 올해 4월 식약처가 고래고기 유통 전 해체·매각 단계에서 해양수산부 등이 안전관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안전관리 기준과 시험법을 마련해 권고했다. 유해물질 기준의 경우 납 0.5㎎/㎏, 카드뮴 0.2㎎/㎏, 메틸수은 1.0㎎/㎏, 폴리염화비페닐(PCBs) 0.3㎎/㎏이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고래고기를 식품으로 인정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조약돌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지금까지 정부는 고래고기가 식품이 아니어서 중금속 검출 등 단속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양환경운동단체들은 그동안 울산과 부산 등에서 판매되는 고래고기를 검사한 결과 수은과 납이 각각 기준치 5배와 10배 넘게 검출되고 중금속과 맹독성인 DDT(디디티) 같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도 발견됐다며 유통 중단을 요구해왔다.■공급 딸려 일본 상업포경 재개?고래고기가 식품으로 인정될 경우 일각에서는 부족한 국내 고래고기 공급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의 고래고기가 수입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합법적으로 국내 유통이 가능한 혼획(그물에 걸려 죽은) 밍크고래는 2009년~2018년까지 지난 10년 간 795마리, 1년에 80마리 안팎이다. 그런데 전국 고래전문음식점은 울산 54곳을 비롯해 포항, 부산, 창원, 서울 등 전국 120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곳에서 소비하는 고래고기의 양은 혼획된 고래의 총량보다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수요가 많지만 그만큼 공급이 딸리다보니 혼획 밍크고래 1마리가 수천만원~억대에 경매되고 불법포경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국내산보다 저렴한 일본 고래고기의 밀수가 확인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수입금지품목인 고래고기를 상어고기로 속여 일본서 시가 3억원 상당을 밀반입한 일당과 이를 판매한 음식점 업주 등 4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당 국내에서는 8만∼30만원에 유통되는 반면에 일본에서는 4만∼7만원에 팔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국제포경위원회(IWC)를 탈퇴, 오는 7월부터 상업포경 재개를 예고했다"며 "동해와 일본해역을 회유하는 밍크고래까지 사냥에 나서면 고래고기의 생산이 크게 증가해 국내 수출을 타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ulsan@fnnews.com
2019-06-09 16:49:09【울산=최수상 기자】 식약처의 고래고기 식품 인정 논란이 일면서 일본의 고래고기가 국내에 수입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해양환경운동단체들은 울산고래축제 현장을 찾아 아예 고래고기 유통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며 고가에 유통되는 밍크고래의 보호종 지정도 촉구하고 나섰다. ■ 고래고기는 식품이다? 아니다? 고래고기는 누구나 음식으로 섭취가 가능하다. 하지만 엄격히 따지자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고래고기는 식품의 원료가 아니다. 그런데 올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고래고기 유통 전 해체·매각 단계에서 해수부 등이 안전관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안전관리 기준과 시험법을 마련해 권고했다. 유해물질 기준의 경우 납 0.5 ㎎/㎏, 카드뮴 0.2 ㎎/㎏, 메틸수은 1.0 ㎎/㎏, 폴리염화비페닐(PCBs) 0.3 ㎎/㎏이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고래고기를 식품으로 인정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조약돌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지금까지 정부는 고래고기가 식품이 아니어서 중금속 검출 등 단속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고 설명했다. 해양환경운동단체들은 그동안 울산과 부산 등에서 판매되는 고래고기를 검사한 결과 수은과 납이 각각 기준치 5배와 10배 넘게 검출되고 중금속과 맹독성인 DDT(디디티)같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도 발견됐다며 유통 중단을 요구해왔다. 식약처는 이에 대해 “고래는 국제적으로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고 우리나라도 식품원료로 인정하지 않는다”면서도 “혼획·좌초·표류 등으로 어획된 고래는 신고인이 해양경찰청장에게 위법 행위가 없음을 확인 받을 경우 식품으로 유통·소비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 공급 딸려 일본 상업포경 재개? 고래고기가 식품으로 인정될 경우 일각에서는 부족한 국내 고래고기 공급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의 고래고기가 수입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합법적으로 국내 유통이 가능한 혼획(그물에 걸려 죽은) 밍크고래는 2009년~2018년까지 지난 10년 간 795마리, 1년에 80마리 안팎이다. 그런데 전국 고래전문음식점은 울산 54곳을 비롯해 포항, 부산, 창원, 서울 등 전국 120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곳에서 소비하는 고래고기의 양은 혼획된 고래의 총량보다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수요가 많지만 그만큼 공급이 딸리다보니 혼획 밍크고래 1마리가 수천~억대에 경매되고 불법포경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국내산 보다 저렴한 일본 고래고기의 밀수가 확인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수입금지품목인 고래고기를 상어고기로 속여 일본서 시가 3억원 상당을 밀반입한 일당과 이를 판매한 음식점 업주 등 4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당 국내에서는 8만∼30만원에 유통되는 반면에 일본에서는 4만∼7만원에 팔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국제포경위원회(IWC)를 탈퇴, 오는 7월부터 상업포경 재개를 예고했다”며 "동해와 일본해역을 회유하는 밍크고래까지 사냥에 나서면 고래고기의 생산이 크게 증가해 국내 수출을 타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19-06-09 09:27:12[파이낸셜뉴스] 정부 허가 없이 일본에서 수십차례에 걸쳐 멸종위기종 고래고기 4천여㎏를 밀반입한 50대 여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11단독 정순열 부장판사는 식품위생법 위반,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최근 선고했다. 밀수 범행으로 수사 단계에서 구속돼 3개월가량 구치소에 수용됐던 A씨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A씨는 2023년 6월 일본 오사카의 한 일본인으로부터 고래고기 가공품 90㎏을 산 뒤 지인들과 함께 1인당 30㎏씩 가방에 나누어 담아 기내용 수화물로 국내로 들여오는 등 올해 4월까지 모두 24차례에 걸쳐 고래고기 4640㎏을 밀반입한 혐의다. A씨는 일당 30만원을 주고 지인 등을 운반책으로 모집해 고래고기 밀반입 범행에 나섰다. 국제 멸종위기종인 고래고기는 환경부 장관 허가 없이 구입, 양도, 양수할 수 없다. 정 판사는 "피고인은 국제 멸종위기종인 고래고기를 밀반입하고 판매할 목적으로 밀수하거나 양도, 저장했는데 그 양이 상당하고 범행 횟수가 많아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다만 고래고기는 일본에서 유통되는 식품으로 불법 포획된 것은 아닌 점, 피고인이 약 3개월간 구속된 점 등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11-17 17:50:30한반도에서 고래는 울산을 중심으로 한 동해안 남부 연안에서 많이 나타난다. 울산 장생포를 중심으로 근현대 포경업이 발달한 이유다. 전 세계 고래류는 100종에 이르고, 우리나라 연안에는 약 40종이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가끔 통발어선의 그물에 걸리기도 하는데 최근 사례는 지난 5월 23일 6.1m에 달하는 밍크고래가 혼획됐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고래 자료는 약 7000년 전 선사시대 울산 대곡천의 반구대 고래 암각화다.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다음으로 삼국유사의 연오랑과 세오녀 전설에서 연오랑이 미역을 따다가 해안에 접근한 바위 등을 타고 일본으로 갔다고 나오는데, 여기서 바위는 고래를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1814년)에도 고래가 나온다. 고래는 남해는 물론 서해에서도 나타난다. 자산어보에 의하면 '빛깔은 칠흑색이고 비늘이 없다. 길이는 100여자, 200~300자에도 이른다. 일본인들이 화살로 잡다 놓치면, 표류하여 서남해안에 이른다'고 적고 있다. 1912년 미국의 세계적 탐험가이자 고고학자인 로이 앤드루스는 울산 앞바다에 나타난 귀신고래를 보면서 한국 고래(Korea Grey Whale)라고 불렀다. 이 명칭은 지금도 세계적으로 공식 통용되고 있다. 귀신고래는 태평양 북극해에서 북미연안으로 가는 종이 있는데 아시아 연안에 나가는 고래를 대표해 한국 고래로 명명한 것이다. 한반도 인근, 특히 최고 깊이가 거의 4000m에 이르는 동해는 고래의 회유지로 유명하다. 동해에 많이 출현하는 고래류는 가장 대표적인 귀신고래를 비롯해 참고래, 참돌고래, 밍크고래, 범고래 등이다. 자라면 크기가 15m까지 이르고 수명도 50년에 이른다. 온순하면서도 매우 빠른 동작을 보이고, 가족애가 가장 높은 종이라고 한다. 북극해에 가장 가까이 사는 종으로 캄차카를 거쳐서 동해로 내려온다. 이동 거리는 최대 2만㎞에 이른다. 귀신고래는 다른 고래에 비해 비교적 연안 가까이에 접근한다. 관찰에 따르면 새끼를 낳으면 미역류를 먹는다고도 한다. 한국 산모를 많이 닮고 있다. 현해는 부산에서 일본으로 건너는 바닷길로 고래의 길이기도 하다. 현해는 공식적으로 대한해협으로 명명된다. 이곳에서 자세히 살피면 이동하는 고래를 볼 수 있다. 고래는 태평양에서 상대적으로 좁은 대한해협을 지나서 동해로 들어간다. 동해 바다는 고래들의 좋은 먹이처이고 은신처이고 회유처다. 조선시대 동해를 경해(鯨海), 즉 고래바다로 부르기도 했다. 고래는 매우 지혜로운 포유류 동물로 넓은 바다에 적응해 지구상 최고의 큰 몸체로, 가장 먼 바다를 이동하면서 진화하고 생존해왔다. 시베리아와 북미 대륙에서 매머드가 사라진 것과는 대조가 된다. 고래는 몸체에서 버릴 것 없는 그 모든 것으로 인간의 삶에 많은 도움을 주어왔다. 우리나라는 이제 법으로 고래를 잡을 수 없다. 예외적으로 우연히 그물에 걸리거나 좌초, 표류해 생명 유지가 어려운 경우에만 허용이 된다. 북태평양의 북위 20도까지의 저위도에서는 늘 일정하게 북적도해류가 서쪽으로 흐른다. 난류다. 이 해류가 동아시아 대륙을 접하면서 급격히 동북으로 방향을 틀면서 일본 열도 아래로 흐르는 것이 쿠로시오 해류다. 이 쿠로시오 해류의 일단이 분리돼 대한해협으로 들어오는 것이 동한해류 혹은 동한난류다. 적도의 영향으로 역시 난류다. 동한난류는 동해로 들어오면서 동해안 방향과 독도 방향으로 흩어지면서 동해의 표면을 덥힌다. 동해안에서는 거의 두만강까지 올라간다. 동시에 동해의 북쪽에서는 차가운 북한해류가 남으로 내려온다. 거의 울산과 부산까지 내려온다. 당연히 동해에서 난류와 한류가 만난다. 서로 다른 성질의 해류가 만나는 해역을 조경(潮境)수역이라고 한다. 만나는 경계대에서 차가운 물은 대체로 해저 아래로, 더운 물은 해저 위로 오르면서 층서를 이룬다. 이러한 조경 수역은 조류와 어류가 해류를 따라 계절에 맞게 다양하고도 풍부한 해양 생태계를 만들어준다. 해류가 부산 쪽에 와서 먼저 닿는 가덕도는 고기잡이의 보고다. 겨울철 방어, 봄철 숭어, 가을 전어 등이 가덕도 해역에서 잡힌다. 가덕도는 낙동강에서 내려오는 육지에서 공급되는 영양분을 듬뿍 받는다. 이 영양분들은 동한해류를 타고 동해로 유입된다. 남해안의 동쪽 끝과 동해안의 남쪽 끝이 만나는 부산을 중심으로 거제도, 가덕도, 영도, 기장, 울산 그리고 경북 포항, 영덕 등으로 이어진다. 생물계에는 먹이사슬이 존재해 각 지역과 장소에 적응하는 생태계를 형성한다. 동해 남부의 바다와 연안은 해양생태에서 영양분-조류(미역·다시마)-소어류(멸치)-대어류(고등어·방어)-고래 등으로 이어진다. 부산에서 울산에 이르는 동남해안의 특산물로 말하면 기장 미역, 대변 멸치, 방어진 방어, 장생포 고래 등이 유명하다. 다들 한국 최고의 특산물이다. 이들이 모여서 사다리꼴 먹이사슬을 이루며 고래가 맨 위에 있다. 장생포는 고래마을로 지역특화하고 있다. 지구 표면의 71%가 바다이고, 그 넓은 바다에 적응한 가장 큰 몸체의 생물이 포유류 고래다. 고래가 다니는 바다 면적은 엄청나다. 그리고 지혜로운 자세를 가지고 넓은 바다를 이해하고 살아간다. 울산 출신 작가 오영수의 소설 '갯마을'(1956년)은 이러한 동해안의 먹이사슬 구조를 잘 보여준다. 소설에는 기장, 일광 인근의 동해안 남부에서 미역 따기, 멸치떼잡이, 고등어 원양 출어 등이 함께 나온다. 소설에 보면 멸치 계절이 오면 해안에서 거의 건지다시피 한다. 원양 출어는 그 예로 울릉도와 대마도를 말하고 있다. 또한 해녀들의 활동과 함께 해양 생태계에 의존하는 마을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언급된 바다 생태계가 잘 유지되면 그 최상의 높이에서 고래도 잘 서식한다. 울산 장생포는 고래잡이의 중심기지로 고래문화재단과 고래박물관이 있고, 인근 마을은 고래문화마을로 지정되고 '고래로'라는 도로명도 만들어졌다. 매년 9월 말이면 울산고래축제가 열린다. 고래를 보호하고 관찰하는 가장 좋은 위치다. 울산 태화강을 거슬러 가면 지류 대곡천 반구대에 경이로운 고래 암각화가 있다. 구석기시대의 작품으로 다양한 고래 모습들을 정교하게 그리고 있다. 세계적인 선사시대 문화유적이다. 동해안 영덕 병곡면 사빈해안의 이름은 '고래불'이다. 경북에서 가장 긴 사빈으로, 멀리서 고래가 많이 나타난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고래는 귀한 존재이다. 이민부 한국교원대 지리교육과 명예교수
2024-09-30 18:44:06한반도에서 고래는 울산을 중심으로 한 동해안 남부 연안에서 많이 나타난다. 울산 장생포를 중심으로 근현대 포경업이 발달한 이유다. 전 세계 고래류는 100종에 이르고 우리나라 연안에는 약 40종이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가끔 통발어선의 그물에 걸리기도 하는데 최근 사례는 지난 5월 23일 6.1m에 달하는 밍크고래가 혼획됐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고래 자료는 약 7000년 전 선사시대 울산 대곡천의 반구대 고래 암각화다.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다음으로 삼국유사의 연오랑과 세오녀 전설에서 연오랑이 미역을 따다가 해안에 접근한 바위 등을 타고 일본으로 갔다고 나오는데, 여기서 바위는 고래를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1814년)에도 고래가 나온다. 고래는 남해는 물론 서해에서도 나타난다. 자산어보에 의하면 ‘빛깔은 칠흑색이고 비늘이 없다. 길이는 100여자, 200~300자에도 이른다. 일본인들이 화살로 잡다 놓치면, 표류하여 서남해안에 이른다’고 적고 있다. 1912년 미국의 세계적인 탐험가이자 고고학자인 로이 앤드루스는 울산 앞바다에 나타난 귀신고래를 보면서 한국 고래(Korea Grey Whale)로 불렀다. 이 명칭은 지금도 세계적으로 공식 통용되고 있다. 귀신고래는 태평양 북극해에서 북미연안으로 가는 종이 있는데 아시아 연안에 나가는 고래를 대표해 한국 고래로 명명한 것이다. 한반도 인근, 특히 최고 깊이가 거의 4000m에 이르는 동해는 고래의 회유지로 유명하다. 동해에 많이 출현하는 고래류는 가장 대표적인 귀신고래를 비롯해 참고래, 참돌고래, 밍크고래, 범고래 등이다. 자라면 크기가 15m까지 이르고 수명도 50년에 이른다. 온순하면서도 매우 빠른 동작을 보이고, 가족애가 가장 높은 종이라고 한다. 북극해에 가장 가까이 사는 종으로 캄차카를 거쳐서 동해로 내려온다. 이동 거리는 최대 2만㎞에 이른다. 귀신고래는 다른 고래에 비해 비교적 연안 가까이에 접근한다. 관찰에 따르면 새끼를 낳으면 미역류를 먹는다고도 한다. 한국 산모를 많이 닮고 있다. 현해는 부산에서 일본으로 건너는 바닷길로 고래의 길이기도 하다. 현해는 공식적으로 대한해협으로 명명된다. 이곳에서 자세히 살피면 이동하는 고래를 볼 수 있다. 고래는 태평양에서 상대적으로 좁은 대한해협을 지나서 동해로 들어간다. 동해 바다는 고래들의 좋은 먹이처이고 은신처이고 회유처다. 조선시대 동해를 경해(鯨海), 즉 고래바다로 부르기도 했다. 고래는 매우 지혜로운 포유류 동물로 넓은 바다에 적응해 지구상 최고의 큰 몸체로, 가장 먼 바다를 이동하면서 진화하고 생존해왔다. 시베리아와 북미 대륙에서 매머드가 사라진 것과는 대조가 된다. 고래는 몸체에서 버릴 것 없는 그 모든 것으로 인간의 삶에 많은 도움을 주어왔다. 우리나라는 이제 법으로 고래를 잡을 수 없다. 예외적으로 우연히 거물에 걸리거나 좌초, 표류해 생명 유지가 어려운 경우에만 허용이 된다. 북태평양의 북위 20도까지의 저위도에서는 늘 일정하게 북적도해류가 서쪽으로 흐른다. 난류다. 이 해류가 동아시아 대륙을 접하면서 급격히 동북으로 방향을 틀면서 일본 열도 아래로 흐르는 것이 쿠로시오 해류다. 이 쿠로시오 해류의 일단이 분리돼 대한해협으로 들어오는 것이 동한해류 혹은 동한난류다. 일본에서는 쓰시마 해류라 한다. 적도의 영향으로 역시 난류다. 동한난류는 동해로 들어오면서 동해안 방향과 독도 방향으로 흩어지면서 동해의 표면을 덥힌다. 동해안에서는 거의 두만강까지 올라간다. 동시에 동해의 북쪽에서는 차가운 북한해류가 남으로 내려온다. 거의 울산과 부산까지 내려온다. 당연히 동해에서 난류와 한류가 만난다. 서로 다른 성질의 해류가 만나는 해역을 조경(潮境)수역이라고 한다. 만나는 경계대에서 차가운 물은 대체로 해저 아래로, 더운 물은 해저 위로 오르면서 층서를 이룬다. 이러한 조경 수역은 조류와 어류가 해류를 따라 계절에 맞게 다양하고도 풍부한 해양 생태계를 만들어준다. 해류가 부산 쪽에 와서 먼저 닿는 가덕도는 고기잡이의 보고다. 겨울철 방어, 봄철 숭어, 가을 전어 등이 가덕도 해역에서 잡힌다. 가덕도는 낙동강에서 내려오는 육지에서 공급되는 영양분을 듬뿍 받는다. 이 영양분들은 동한해류를 타고 동해로 유입된다. 남해안의 동쪽 끝과 동해안의 남쪽 끝이 만나는 부산을 중심으로 거제도, 가덕도, 영도, 기장, 울산, 그리고 경북 포항, 영덕 등으로 이어진다. 생물계에는 먹이사슬이 존재해 각 지역과 장소에 적응하는 생태계를 형성한다. 동해 남부의 바다와 연안은 해양생태에서 영양분-조류(미역, 다시마)-소어류(멸치)- 대어류(고등어, 방어)-고래 등으로 이어진다. 부산에서 울산에 이르는 동남해안의 특산물로 말하면 기장 미역, 대변 멸치, 방어진 방어, 장생포 고래 등이 유명하다. 다들 한국 최고의 특산물이다. 이들이 모여서 사다리꼴 먹이사슬을 이루며 고래가 맨 위에 있다. 장생포는 고래마을로 지역특화하고 있다. 지구 표면의 71%가 바다이고 그 넓은 바다에 적응한 가장 큰 몸체의 생물이 포유류 고래다. 고래가 다니는 바다 면적은 엄청나다. 그리고 지혜로운 자세를 가지고 넓은 바다를 이해하고 살아간다. 울산 출신 작가 오영수의 소설 ‘갯마을’(1956년)은 이러한 동해안의 먹이사슬 구조를 잘 보여준다. 소설에는 기장, 일광 인근의 동해안 남부에서 미역 따기, 멸치떼 잡이, 고등어 원양 출어 등이 함께 나온다. 소설에 보면 멸치 계절이 오면 해안에서 거의 건지다시피한다. 원양 출어는 그 예로 울릉도와 대마도를 말하고 있다. 또한 해녀들의 활동과 함께 해양생태계에 의존하는 마을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언급된 바다 생태계가 잘 유지가 되면 그 최상의 높이에서 고래도 잘 서식한다. 울산 장생포는 고래잡이의 중심기지로 고래문화재단과 고래박물관이 있고, 인근 마을은 고래문화마을로 지정되고 ‘고래로’라는 도로명도 만들어졌다. 매년 9월말이면 울산고래축제가 열린다. 고래를 보호하고 관찰하는 가장 좋은 위치다. 울산 태화강을 거슬러 가면 지류 대곡천 반구대에 경이로운 고래 암각화가 있다. 구석기시대의 작품으로 다양한 고래 모습들을 정교하게 그리고 있다. 세계적인 선사시대 문화유적이다. 동해안 영덕 병곡면 사빈해안의 이름은 ‘고래불’이다. 경북에서 가장 긴 사빈으로 멀리서 고래가 많이 나타난다고 붙인 이름이다. 거제와 통영 사이에도 고래섬이 있다. 울주군 언양읍 다개리는 내륙인데도 고래섬 지명이 있다. 고래 식용과 연관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고래는 귀한 존재이다. 이민부 한국교원대 지리교육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09-26 16:03:46초기 인류학 서적들은 소위 미개인들의 기이한 풍속을 담았는데, 실제로 유럽인들에게 기이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단기간 여행 중 제대로 관찰하지 못한 상태의 상상으로 만든 정보들도 무수하다. 그러한 내용들 중에 대표적인 스테레오타입이 '에스키모 사람들은 손님이 오면 부인으로 하여금 잠자리 접대를 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두 가지의 커다란 오해가 겹쳤다. 하나는 '에스키모'라는 용어이고, 다른 하나는 '부인으로 하여금 성접대를 하게 한다'는 평가다. 에스키모라는 단어는 알래스카의 동남쪽으로 거주하는 아싸바스칸(Athabaskan)어를 쓰는 선주민 집단들이 극지방에 사는 사람들을 부르는 멸칭이다. 아싸바스칸어로 '에스키모'의 뜻은 '날고기를 먹는 더러운 놈들'이다. 우리가 흔히 속된 표현으로 중국인을 '땟놈', 일본인을 '왜놈'이라고 부르듯이 지구상에는 가장 가까이 사는 집단들 사이에 서로를 멸칭으로 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장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따지고 보면, 혈통적으로 가장 가까울 수 있는 사람들인데. 북극의 주변으로 북위 70도 전후에 거주한다는 공간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들을 편견 없이 부른다고 하여 '북극인'(Arctic Peoples)이라는 용어도 쓴다. 그들은 자신을 '이누잇'(Inuit)이라고 부르며, 그 뜻은 '사람'이다. 알래스카로부터 캐나다 최북단, 그린란드의 앙막살릭을 거쳐서 시베리아 야말반도의 나나이족에 이르기까지 북극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이누잇 계통에 속한다. 알래스카의 내륙에서 순록 사냥으로 사는 사람들은 누나미웃(Nunnamiut), 해안에서 고래와 바다사자를 잡아서 사는 사람들은 타레미웃(Taremiut)이다. 이들은 그린란드에 사는 이누잇과 혈통으로 언어상으로 가깝다. 교통수단인 썰매를 끄는 개는 '말라미웃'(Malamiut)이다. 개에 대한 이누잇의 생각이 어느 정도인지는 명칭으로부터 드러난다. 동물영혼이 사람영혼보다 상위에 있다는 세계관이고, 동물 중에서는 개의 영혼이 가장 낮다. 왜냐하면, 개는 사람의 똥을 먹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사람과 개가 미웃(miut)으로 끝나는 접미어다. 개와 사람이 같은 항렬이다. 사람이 뭐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이쯤 되니 애니미즘 또는 토테미즘이라는 용어들이 등장한다. 그러니 이제부터 우리는 그들을 '이누잇'이라고 명칭하는 것이 도리다. 당신 면전에서 대놓고 "어이, 엽전"이라고 부르면 어떻겠는가? 손님접대를 부인으로 하여금 성(性)으로 하게 한다는 이 해괴망칙한 얘기가 어디서 유래하였는지에 대해서 찾고 또 찾았지만 근거가 없다. 이 정보는 식민지시대에 일본으로부터 건너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일본학자들이 그 내용을 알고 있었고, 동일한 내용을 미국학자들도 알고 있다. 필자는 그러한 이야기가 유래할만한 빌미가 되는 관습이 와전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앙궉톡꾹' 정도로 발음되는 단어다. 알래스카 최북단의 포인트 배로우(Point Barrow)에서 토속지(ethnography)를 작성한 로버트 스펜서(1917~1992)의 고전적인 설명을 영어로 풀이한 의미대로 전하면, '나의 마누라와 성관계를 한 사람'이란 뜻이다.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란, 더군다나 문자가 없는 사회에서 말이란 지극히 맥락적이다. 탈맥락적으로 말을 사용하면서 위험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이누잇의 동네는 7~8집이면 비교적 큰 동네다. 그 동네에서 나고 자라면서 아버지를 따라 물개 사냥도 하고 순록도 잡으러 다닌다. 잡힌 물개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린다. "당신 덕분에 우리가 또 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고. '울루'라고 불리는 주머니칼(반월형석도처럼 생겼음)로 배를 갈라서 위를 꺼내어 그 속에 물개가 물 속에서 먹은 해초들을 꺼내어 먹는다. 순록을 잡아서 저장한 모피들을 썰매에 싣고 타레미웃 지역으로 물물교환을 떠난 아버지는 왕복 한 달 정도를 소요한다. 그동안 이웃의 아저씨가 우리 집에 자주 드나든다. 소년은 그를 '하이아낙'(표면적인 말 그대로 풀어내면, 엄마와 성관계를 하는 사람의 뜻)이라고 부른다. '앙궉톡꾹'이나 '하이아낙'은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기본적인 친척 명칭의 수준으로 사용된다. 신화와 주술을 바탕으로 한 전통신앙이 여성으로 하여금 동물 사냥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이아낙이 우리 집에 사냥해온 고깃감들을 전해준다. 아버지가 무사 귀가한 후, 하이아낙이 다시 물물교환을 위해서 장거리 여행을 나간다. 아버지가 그 집에 가끔 고기를 날라준다. 이웃들 간에는 끊임없는 여러가지 차원의 교환관계가 중복되고, 생존 전략으로서의 공동체를 만들어간다. 모두가 서로의 사정을 빠꼼하게 안다. 타레미웃의 마을에서 자라는 남아는 밤마다 아버지로부터 고래사냥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혼자서 타는 배를 '카약'이라고 하는데, '우미악'이라고 불리는 고래잡이 배는 8~9명이 승선한다. 각자 맡은 임무들이 빈틈없이 진행되어야 고래와의 혈투에서 살아남고 분배할 음식이 생긴다. 고래잡이의 경험은 신화가 되어서 대대로 전해진다. 우미악의 주인은 마을의 촌장이다. 고래잡이 배에는 한 집에서 한 사람씩 승선한다. 촌장은 동료 선원들을 부를 때 친근하다는 의미로 '앙궉톡꾹'이라고 한다. 여아는 아버지의 교역 파트너가 가지고 온 순록 모피를 가공하는 법도 배우고, 바느질하는 방법도 배운다. 가죽으로 장화를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다. 기역자로 꺾어지는 뒤꿈치를 정교하게 만들지 못하면 물이 샌다. 딱딱한 곰 가죽을 이빨로 씹어서 굽어지는 각도를 유지한다. 세상에서 이빨과 아구턱이 가장 강한 사람이 이누잇 여성들이라는 인류학적 농담도 있다. 고래 기름을 잘 보관해야 춥고 어두운 밤에 불도 밝히고, 하루종일 고기를 삶는 연료로도 사용한다. 고기 썩는 냄새를 피우는 집은 동네에서 추방당한다. 그 냄새를 맡은 동물들이 모두 사라진다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고기는 많이 저장하지 않고, 자주 사냥을 해야 한다. 하천에서 잡은 연어는 훈제로 말려야 한다. 저장하는 유일한 고기가 연어다. 몇 년에 한 번씩 기근이 닥친다. 노인들이 한 사람씩 순차로 길고 긴 동절 야밤의 얼음 벌판으로 걸어 나간다. 이쯤 되면 누구 차례라는 것을 모두 안다. 먹는 입을 줄이기 위함이 아니라 떠나버린 동물들의 성스러운 초혼의식이다. 다음 세대가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선택지다. 서양인들이 이 광경을 보고, '노인살해'(sinicide)라는 저주스러운 작명까지 했다. '제 눈에 안경'식 문화오해다. 가진 자들의 인간중심주의에 한 술 더 떠서 자문화중심주의(ethnocentrism)의 하향시선이 겹친 지구촌의 고질병이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09-23 18:27:46초기 인류학 서적들은 소위 미개인들의 기이한 풍속을 담았는데, 실제로 유럽인들에게 기이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단기간 여행 중 제대로 관찰하지 못한 상태의 상상으로 만든 정보들도 무수하다. 그러한 내용들 중에 대표적인 스테레오타입이 '에스키모 사람들은 손님이 오면 부인으로 하여금 잠자리 접대를 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두 가지의 커다란 오해가 겹쳤다. 하나는 '에스키모'라는 용어이고, 다른 하나는 '부인으로 하여금 성접대를 하게 한다'는 평가다. 에스키모라는 단어는 알래스카의 동남쪽으로 거주하는 아싸바스칸(Athabaskan)어를 쓰는 선주민 집단들이 극지방에 사는 사람들을 부르는 멸칭이다. 아싸바스칸어로 '에스키모'의 뜻은 '날고기를 먹는 더러운 놈들'이다. 우리가 흔히 속된 표현으로 중국인을 '땟놈', 일본인을 '왜놈'이라고 부르듯이 지구상에는 가장 가까이 사는 집단들 사이에 서로를 멸칭으로 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장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따지고 보면, 혈통적으로 가장 가까울 수 있는 사람들인데. 북극의 주변으로 북위 70도 전후에 거주한다는 공간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들을 편견 없이 부른다고 하여 '북극인'(Arctic Peoples)이라는 용어도 쓴다. 그들은 자신을 '이누잇'(Inuit)이라고 부르며, 그 뜻은 '사람'이다. 알래스카로부터 캐나다 최북단, 그린랜드의 앙막살릭을 거쳐서 시베리아 야말반도의 나나이족에 이르기까지 북극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이누잇 계통에 속한다. 알래스카의 내륙에서 순록 사냥으로 사는 사람들은 누나미웃(Nunnamiut), 해안에서 고래와 바다사자를 잡아서 사는 사람들은 타레미웃(Taremiut)이다. 이들은 그린랜드에 사는 이누잇과 혈통으로 언어상으로 가깝다. 교통수단인 썰매를 끄는 개는 '말라미웃'(Malamiut)이다. 개에 대한 이누잇의 생각이 어느 정도인지는 명칭으로부터 드러난다. 동물영혼이 사람영혼보다 상위에 있다는 세계관이고, 동물 중에서는 개의 영혼이 가장 낮다. 왜냐하면, 개는 사람의 똥을 먹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사람과 개가 미웃(miut)으로 끝나는 접미어다. 개와 사람이 같은 항렬이다. 사람이 뭐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이쯤 되니 애니미즘 또는 토테미즘이라는 용어들이 등장한다. 그러니 이제부터 우리는 그들을 '이누잇'이라고 명칭하는 것이 도리다. 당신 면전에서 대놓고 “어이, 엽전”이라고 부르면 어떻겠는가? 손님접대를 부인으로 하여금 성(性)으로 하게 한다는 이 해괴망칙한 얘기가 어디서 유래하였는지에 대해서 찾고 또 찾았지만 근거가 없다. 이 정보는 식민지시대에 일본으로부터 건너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일본학자들이 그 내용을 알고 있었고, 동일한 내용을 미국학자들도 알고 있다. 필자는 그러한 이야기가 유래할만한 빌미가 되는 관습이 와전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앙궉톡꾹' 정도로 발음되는 단어다. 알래스카 최북단의 포인트 베로우(Point Barrow)에서 토속지(ethnography)를 작성한 로버트 스펜서(1917~1992)의 고전적인 설명을 영어로 풀이한 의미대로 전하면, '나의 마누라와 성관계를 한 사람'이란 뜻이다.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란, 더군다나 문자가 없는 사회에서 말이란 지극히 맥락적이다. 탈맥락적으로 말을 사용하면서 위험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이누잇의 동네는 7~8집이면 비교적 큰 동네다. 그 동네에서 나고 자라면서 아버지를 따라 물개 사냥도 하고 순록도 잡으러 다닌다. 잡힌 물개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린다. “당신 덕분에 우리가 또 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고. '울루'라고 불리는 주머니칼(반월형석도처럼 생겼음)로 배를 갈라서 위를 꺼내어 그 속에 물개가 물 속에서 먹은 해초들을 꺼내어 먹는다. 순록을 잡아서 저장한 모피들을 썰매에 싣고 타레미웃 지역으로 물물교환을 떠난 아버지는 왕복 한 달 정도를 소요한다. 그동안 이웃의 아저씨가 우리집에 자주 드나든다. 소년은 그를 '하이아낙'(표면적인 말 그대로 풀어내면, 엄마와 성관계를 하는 사람의 뜻)이라고 부른다. '앙궉톡꾹'이나 '하이아낙'은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기본적인 친척명칭의 수준으로 사용된다. 신화와 주술을 바탕으로 한 전통신앙이 여성으로 하여금 동물 사냥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이아낙이 우리집에 사냥해온 고깃감들을 전해준다. 아버지가 무사 귀가한 후, 하이아낙이 다시 물물교환을 위해서 장거리 여행을 나간다. 아버지가 그 집에 가끔 고기를 날라준다. 이웃들 간에는 끊임없는 여러가지 차원의 교환관계가 중복되고, 생존 전략으로서의 공동체를 만들어간다. 모두가 서로의 사정을 빠꼼하게 안다. 타레미웃의 마을에서 자라는 남아는 밤마다 아버지로부터 고래사냥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혼자서 타는 배를 '카약'이라고 하는데, '우미악'이라고 불리는 고래잡이 배는 8~9명이 승선한다. 각자 맡은 임무들이 빈틈없이 진행되어야 고래와의 혈투에서 살아남고 분배할 음식이 생긴다. 고래잡이의 경험은 신화가 되어서 대대로 전해진다. 우미악의 주인은 마을의 촌장이다. 고래잡이 배에는 한 집에서 한 사람씩 승선한다. 촌장은 동료 선원들을 부를 때 친근하다는 의미로 '앙궉톡꾹'이라고 한다. 여아는 아버지의 교역 파트너가 가지고 온 순록 모피를 가공하는 법도 배우고, 바느질하는 방법도 배운다. 가죽으로 장화를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다. 기역자로 꺾어지는 뒤꿈치를 정교하게 만들지 못하면 물이 샌다. 딱딱한 곰 가죽을 이빨로 씹어서 굽어지는 각도를 유지한다. 세상에서 이빨과 아구턱이 가장 강한 사람이 이누잇 여성들이라는 인류학적 농담도 있다. 고래 기름을 잘 보관해야 춥고 어두운 밤에 불도 밝히고, 하루종일 고기를 삶는 연료로도 사용한다. 고기 썩는 냄새를 피우는 집은 동네에서 추방당한다. 그 냄새를 맡은 동물들이 모두 사라진다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고기는 많이 저장하지 않고, 자주 사냥을 해야 한다. 하천에서 잡은 연어는 훈제로 말려야 한다. 저장하는 유일한 고기가 연어다. 몇 년에 한 번씩 기근이 닥친다. 노인들이 한 사람씩 순차로 길고 긴 동절 야밤의 얼음 벌판으로 걸어 나간다. 이쯤 되면 누구 차례라는 것을 모두 안다. 먹는 입을 줄이기 위함이 아니라 떠나버린 동물들의 성스러운 초혼의식이다. 다음 세대가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선택지다. 서양인들이 이 광경을 보고, '노인살해'(sinicide)라는 저주스러운 작명까지 했다. ‘제 눈에 안경’식 문화오해다. 가진 자들의 인간중심주의에 한 술 더 떠서 자문화중심주의(ethnocentrism)의 하향시선이 겹친 지구촌의 고질병이다.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09-05 10:28:24[파이낸셜뉴스] 일본에서 사슴과 멧돼지로 인한 농작물 피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000개 초·중학교에서 급식으로 야생 동물을 조리해 제공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17일 일본농업신문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사냥을 통해 잡은 사슴과 멧돼지 고기를 학교 급식 재료로 쓰는 학교가 2.5배 증가했다. 2017년에는 19개 일본의 광역지방공공단체인 도도부현의 387개 학교가 야생동물을 급식에 활용했다. 효고현 11개교, 오이타현 66개교, 나가사키현 39개교, 홋카이도 34개교 등으로 나타났다. 2018년에는 오이타현 171개교, 효고현 121개교, 시마네현 65개교 포함 569개교가 야생동물을 급식에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2019년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가 다시 늘어 2022년 기준 933개교로 증가했다. 특히 해당 학교들 중 80%는 서일본에 위치해있는데, 이는 서일본에 야생동물 서식지가 많고 농작물 피해 방지를 위한 포획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분위기다. 오이타현은 보조금 제도를 도입했고 다른 지자체에서도 포획부터 육류 가공, 유통, 급식 준비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또한 사슴 고기 카레 등 아이들이 먹기 쉬운 메뉴의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반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겪은 동일본은 야생 동물을 급식에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누리꾼들 대체로 긍정적 반응 "집에서 먹지 않는 음식도 먹어봐야" 야생동물 섭취는 한국에서는 매우 낯선 문화다. 반면 일본에서는 야생 동물을 급식 재료로 활용하는 것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2014년 일본 홋카이도에선 한 영양사의 아이디어로 급식재료가 된 사슴고기가 일본 농림수산성 자회사가 주최하는 메뉴 경연대회(학교 급식 및 직원식당 부문)에서 최고상인 농림수산성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이 아이디어를 냈던 영양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급식재료로 쓰이는 사슴고기는 다른 고기에 비해 철분이 풍부하고 저지방·고단백 식품이라 별 거리낌 없이 식자재로 선택했다"며 "사슴고기는 홋카이도 지방정부 매뉴얼에 따라 육류 가공·처리기준을 인정받은 '사슴협회인증' 시설에서 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보도를 접한 일본의 한 누리꾼은 "익숙하지 않은 음식에 거부감이 있는 아이도 있겠지만 집에서는 먹지 않는 것을 먹을 기회를 갖는 것이 좋다. 특정 작물을 언제 수확할 수 없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학교 급식은 교육이다. 어렸을 때 고래 고기를 급식으로 먹은 적이 있다"면서 "정말 좋아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먹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다양한 음식을 접할 기회를 갖는 것도 좋다"는 댓글을 달았다. 다만 일각서 야생 동물 섭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야생 멧돼지나 사슴 고기가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누리꾼은 "멧돼지 고기를 먹은 후 만성 간염에 걸리는 사람도 있으며, 사슴 고기는 진드기가 많을 때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5-17 19:36:15[파이낸셜뉴스] 일본 시중에서 판매 중인 돌고래 고기에서 정부가 허용하는 기준치의 거의 100배에 이르는 수은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8일(현지시간) 호주 비영리 해양보전 운동 단체 '액션 포 돌핀스(ADF)'가 야후 재팬에서 판매하는 '큰코돌고래' 잡육 두 팩을 구입해 분석한 결과 각각 허용 기준치의 97.5배와 80배에 이르는 수은이 검출됐다고 전했다. ADF는 지난해 10월 13일 야후 재팬을 통해 해당 잡육 팩을 주문했고, 같은 달 15일 제품을 받자마자 일본 내 연구시설에 분석을 의뢰했다. 이후 심각한 수준의 수은이 검출되자 ADF는 "높은 수은 함량이 소비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일본 경찰당국에 고발장을 접수했고 이와 함께 정부 차원에서 돌고래 고기 시판을 금지할 것을 촉구했다. 한나 테이트 ADF 사무국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일본 슈퍼마켓이나 식당, 전자상거래 업체들에서 고래고기가 더는 취급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정부 차원에서 일본 식당가와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돌고래 고기의 유통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테이트 국장은 "지난 10년간 야후 재팬에서 팔리는 고래와 돌고래 고기에서 잠재적으로 독성이 있는 수준의 수은이 검출됐다는 여러 건의 분석이 나왔다"며 "그런데도 이와 관련한 정보나 표시 없이 임신부를 포함한 누구나 이 고기를 살 수 있는 건 매우 걱정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테이트 국장은 돌고래 고기를 판매하는 행위는 일본 식품위생법을 위반하는 것인데도 일본 정부가 이러한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현재 일본 내에서 고래 고기를 판매하는 유일한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인 야후 재팬은 논란이 일자 "야후 재팬은 돌고래 고기나 관련 상품을 취급하지 않으며 해당 잡육은 돌고래 고기가 아니라 큰코돌고래 고기다. 큰코돌고래는 돌고래가 아니라 고래다"라고 해명했다. 큰코돌고래는 '돌고래(dolphine)'로 불리기도, '거두고래(pilot whale)'로 불리기도 한다. 야후 재팬은 제품명을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전자의 표현을 쓴 탓에 ADF가 돌고래 고기로 오인하게 됐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테이트 국장은 생물학적으로 "큰코돌고래 역시 생물학적으로 돌고랫과에 속한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일본 서부 연안 도시 다이지(太地)에서는 매년 9월부터 3월까지 '전통'이라는 명목하에 돌고래를 좁은 만으로 몰아넣어 전시용 목적의 돌고래를 포획한 뒤 나머지를 작살로 찔러 죽이는 잔혹한 방식의 '돌고래 사냥'이 여전히 이어져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3-04-20 07:1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