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시로서는 최초로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선정됐고, '노인과 바다'만 남았다는 부산의 몰락은 신발산업 쇠퇴와 궤를 같이한다. 부산 신발산업을 이끌던 중심 인물은 국제그룹 양정모와 삼화고무 김지태였다. 거칠고 불편한 짚신을 신고 걸었던 이 땅의 백성들은 19세기 말부터 일본에서 들어온 몰랑몰랑한 고무신을 신게 되었다. '고무'는 일본어의 'ゴム (gomu)'를 차용한 말이다. 일본어 'gomu'는 네덜란드어 'gom'을 일본어식으로 읽은 것이다. 고무신 공장은 우후죽순 들어서 1933년 72개에 이르렀다. 과잉생산 문제가 불거지자 조선총독부가 업체들을 통폐합해 부산 범일동에 만든 기업이 삼화고무였다. 일제강점기의 삼화고무는 연간 1000만족을 생산할 수 있는 대기업이었으며 중일전쟁 때는 군수공장 역할을 했다. 광복 후 적산(敵産)기업으로서 몇 사람의 손을 거쳤던 삼화고무를 1958년 인수한 사람이 김지태였다. 그는 일제강점기 부산제2공립상업학교(옛 부산상고)를 졸업하고 동양척식회사에도 근무했다. 1935년 제지회사인 조선지기주식회사를 창업했고 광복 이후 한국생사와 조선견직을 설립, 재벌 반열에 올라섰다. 문화방송을 창립하고 부산일보를 인수하는 등 언론사업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1960년대까지 농어촌에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고무신을 신었다. 도시에서도 운동화를 신은 학생은 많지 않았다. 범표 삼화고무를 필두로 부산에는 왕자표 국제화학, 말표 태화고무, 기차표 동양고무, 진양고무 등이 들어서 신발산업의 메카가 됐다. 부산은 고무 등 신발 원료를 조달하기 쉬운 항구인 데다 노동력도 풍부했다. 도심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동천에서 공업용수를 끌어 쓰기에도 용이했다. 김지태는 신발로 큰돈을 벌어 삼성이나 현대보다 먼저 재벌 반열에 올랐고 부산 지역에서는 '돈지태'로 불렸다. 김지태는 박정희 정부가 출범할 때 고초를 겪기도 했다. 일설에 따르면 김지태는 부산군수기지사령관으로 있다 쿠데타를 모의한 박정희의 거사 자금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 일로 부정축재자로 몰리고 부일장학회와 부산문화방송 등 재산을 환수당했다는 것이다. 살기가 좋아지면서 신발은 고무신에서 직물로 만든 운동화(캔버스화)로 바뀌어 갔다. 운동화는 19세기 말 서양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고무밑창을 단 운동화는 영어로 소리가 나지 않게 살금살금 걷는다는 의미에서 '스니커즈'라고 부른다. 유명한 상표인 '컨버스' 농구화가 처음 출시된 것은 1917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21년 '편리화' '경제화'라는 고급 신발이 나왔는데 천이나 가죽으로 만든 것이었다. 운동화라는 이름은 일제강점기부터 쓰였으며 양화점에서 소량으로 생산했던 귀한 신발이었다. 대륙고무신 회사에서 학생 운동화를 제조했다는 광고가 있다. 심훈의 소설 상록수에는 "'서울선 아무도 안 왔어요?' 하고 물으면서 운동화를 벗어던졌다"는 구절이 나온다. 1960년대 이후 운동화가 널리 보급되면서 신발산업은 전성기를 맞는다. 주요 신발업체 외에도 LG그룹의 모태 '락희화학'도 운동화를 제조했다. 삼화고무의 '타이거' 운동화는 국제상사의 '프로스펙스'와 함께 1980년대 초반까지 시장을 주름잡았다(조선일보 1983년 8월 27일자·사진). 1976년 삼화고무는 ㈜삼화로 이름을 바꾸고 계열사를 거느린 종합무역상사로 탈바꿈했다. 당시 삼화는 한국생사, 조선견직 외에도 동방증권, 동방제지 등 9개 계열사를 둔 거대기업으로 성장해 있었다. 신발산업은 1980년대 중반까지도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이었다. 1982년 김지태가 사망한 후에도 삼화고무는 수출 실적 1~2위를 다투었다. 그러나 노동집약적 산업이라 후진국들이 뛰어들고 '나이키'와 같은 세계적 브랜드들이 들어오면서 신발산업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1992년 9월 삼화고무는 부산의 대형 신발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도산해 사라졌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2025-04-10 18:15:38【파이낸셜뉴스 수원=장충식 기자】 경기도 수원시는 미국 트럼프 정부 관세정책에 대응해 수출 기업 지원, 수출국 다변화 등 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8일 밝혔다. 이를 위해 시는 대응 방안으로 상황인식 제고와 정보 제공, 수출 다변화, 가격 등 경쟁력 제고 등 3개 분야의 7개 사업으로 구성된다. 먼저 전문가 초청 강연을 열어 기업인들에게 '글로벌 무역 구조 변화와 경제 전망'을 설명하고, 수원시의 중소기업 지원 시책 관련 자료를 공유한다. 또 수출기업이 수출국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동남아시아·EU 권역 국외박람회(13개사), 수출개척단(10개사) 참가를 지원한다. 한국을 방문한 일본 비이어(구매자)와 수출 논의를 할 수 있는 수출상담회(50개사)도 개최한다. 이와 더불어 중소기업 수출 간소화 지원, 수출보험 지원,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 지원 등 수출 지원은 대폭 확대한다. 이 가운데 시는 중소기업 수출 간소화를 통해 수출업체가 제품을 내륙 운송 후 해상·항공 운송으로 수입국까지 보내고, 통관을 거쳐 수입국에서 또다시 내륙 운송을 해야 하는 5단계 수출 운송 절차를 수출업체가 바이어(구매자)에게 우체국 국제특급(EMS)으로 직배송하는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방식으로 진행한다. 특히 지원 기업을 기존 30개사에서 100개사로 늘린다. 이어 수출 거래 시 수입자 신용 악화·파산·대금지급거절 등 위험으로부터 수출업자를 보호해 주는 중소기업 수출보험 지원을 기존 20개사에서 100개사로 확대한다. 지원 대상은 외국 바이어(구매자)와 수출 계약을 완료한 수원시 소재 중소 제조기업이다. 이밖에 수출 제품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중소기업 마케팅·사업화 지원은 기존 169개사에서 202개사로 늘린다. 수원시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수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2025-04-08 11:08:44검은 백조인 블랙스완(black swan)은 전대미문의 인물이나 사태를 지칭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50년 역사의 미국 정치에서 블랙스완에 가깝다. 트럼피즘은 미국의 뉴노멀이 되었다. 미국 정치는 공화·민주당의 정책 대결이 아니라 '트럼프 이전과 이후(Before and after Trump)'로 나뉠 것이다. 그는 당선 직후 전 세계 75개국 지도자들과 통화는 했지만 칠레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직접 면담을 거절했다. 관세부과 위협에 놀란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직접 찾아와 몸을 낮추고 불법이민 단속 등 미국의 요구를 수용했다. 향후 트럼프 외교의 미래 방향을 점칠 수 있는 장면이다. 자신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는 '관세' 폭탄을 투하한다. 높은 관세 앞에서 백기 투항하지 않을 국가는 없다. 그는 2016년 1기 행정부 당시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앵무새 타입의 40~50대 충성파들로 내각을 채웠다.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시니어' 그룹은 그의 주변에 없다. 내년 1월 취임 이후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하는 각국 정상들은 미국의 청구서에 대한 답변서를 들고 오라는 입장이다. 외교적 수사로 일관하는 공짜 정상회담은 없다. 트럼프 당선자는 유세 기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지금의 9배를 강조했다. 한편 김정은과 부분비핵화 협상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겠다는 야심 찬 꿈도 꾸고 있다. 노벨상에 대한 트럼프의 열병은 내년도 한반도 국제정세에 가장 큰 변수다.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미북 정상회담의 실무자인 알렉스 웡을 국가안보부보좌관,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대사를 대북특사에 각각 임명하는 등 벌써부터 평양과의 협상 준비에 나서고 있다. 그는 기자회견 때마다 독재자 김정은과 잘 지내고 있다는 멘트도 잊지 않는다. 평양과의 협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만 종료되면 예상보다 빨리 시작될 수 있다. 생뚱맞은 비상계엄에 따른 무단 병력이동으로 한미동맹은 근간까지 흔들렸다. 탄핵 충격은 글로벌 외교 네트워크에서 한국을 투명인간으로 만들었다. 최근 반기문 제8대 유엔 사무총장은 오스트리아 대통령과 외교부 장관을 만났으나 기후변화 등 이슈보다는 한국의 계엄 사태에 대한 질문만 받았다고 한다. 재외국민이나 외국 방문 인사들은 상대국 인사로부터 왜 한국 대통령이 '그런 큰 실수(such a big mistake)'를 저질렀는지 궁금하다는 단골 질문을 받는다. 계엄을 20차례나 했던 태국 국민들은 한국의 계엄 사태에 대해 동질감까지 느낀다고 한다. 가슴 아픈 질책이고, 국격을 비하하는 발언 등이나 유구무언이다. 한국외교 70년의 토대가 흔들리고 있다. 모든 국가가 트럼프의 입을 바라보며 접촉에 올인하고 있다. 일본은 고 아베 신조 총리의 부인까지 동원해서 트럼프 공략에 나섰다. 마침내 트럼프 취임 전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정상회담 일정이 잡혔다. 서울의 워싱턴 접근은 모든 국내 사태가 정리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트럼프는 현재 자신의 청구서를 전달할 서울의 카운터파트를 찾지 못해 접촉을 유보 중이다. 을사(乙巳)년 상반기에는 외교의 아노미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혼란의 장기화는 수출로 살아가는 한국에 치명적이다. 탄핵 정국에서 벌어지는 무책임한 언사와 외교적 자해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면책특권 뒤에 숨어 가짜 외교뉴스를 마구 발설하는 일부 의원의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쟁은 국경에서 멈추어야 한다'는 경구처럼 총질은 내부에서 그쳐야 한다. 외교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장기간의 불확실성하에서 국제적 고립을 피하기 위한 민관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와 공무원들의 한계를 기업들이라도 보완해야 한다. 풍전등화의 시점에서 국민들의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재외동포들도 서울에 대한 불필요한 정파적 관심보다는 거주국 조야에 한국의 안정적인 정국을 홍보해야 한다. 각자도생의 글로벌 국익 중심시대를 헤쳐나갈 유일한 방도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2024-12-22 19:34:18【 도쿄=김경민 특파원】 내달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가운데 일본이 가용 가능한 민관 네트워크를 모두 동원해 외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은 약 144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계획이 담긴 선물보따리를 트럼프 앞에서 공개했고, 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는 트럼프 부부와 깜짝 회동을 하는 등 16일(현지시간) 트럼프의 '겨울 백악관'에서는 일본 측 주요 인사들의 '로비'가 발빠르게 전개됐다. 취임 전 조기 만남을 원했던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 대해 그간 트럼프 당선인은 거절 의사를 표했지만 이날부터는 긍정적인 태도로 전향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 '트럼프 외교'가 올스톱된 한국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손정의 144조짜리 선물보따리17일 미국·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손 회장은 미국 플로리다주의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회담을 갖고 향후 4년간 미국에 1000억달러(약 144조원)를 투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손 회장은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한 데이터센터 등 AI 전략을 미국에서 진행하기 위해 트럼프 당선인과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 특히 손 회장은 AI 및 관련 인프라 분야에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약속했다.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의 AI용 반도체 개발을 시작으로 데이터센터와 로봇 분야까지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닛케이는 "자금은 소프트뱅크 산하에서 세계 AI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비전펀드나 약 90%의 지분을 보유한 Arm 등 다양한 출처에서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는 트럼프 1기 때인 2016년에도 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5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손 회장은 트럼프 2기 시대를 맞아 투자 규모를 정확히 2배로 올렸다. 손 회장은 "그의 대선 승리로 미 경제에 대한 내 확신의 수준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대통령이기 때문에 나도 판돈을 2배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 역사적 투자는 미국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기념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면서 "AI, 신흥 기술, 기타 미래 산업이 바로 이곳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자랄 것이라는 확신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핫라인은 아키에 여사같은 날 트럼프 당선인 부부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를 만났다.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는 소셜미디어인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트럼프 당선인, 아키에 여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아베 아키에 여사를 마러라고에서 다시 맞이해 영광이었다. 우리는 그녀의 작고한 남편인 아베 전 총리를 추모하고 그의 훌륭한 유산을 기렸다"는 글을 게시했다. 교도통신과 요미우리신문은 트럼프 당선인 부부가 아키에 여사와 저녁 식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손 회장과 아키에 여사를 불러들인 마러라고 리조트는 트럼프 당선인이 '겨울 백악관'이라고 부를 정도로 애착을 가진 곳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임기 4년간 32차례 마러라고를 찾았다. 임기 동안 트럼프 당선인은 모두 142일을 마러라고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아베 전 총리가 2022년 7월 피격 사망한 이후에도 트럼프 당선인이 아키에 여사에게 전화로 근황을 물은 적이 있다고 한다"며 "이번에는 양국 정부를 통하지 않고 사적인 관계로 만찬이 정해졌다"고 전했다. ■"원한다면" 트럼프 바꾼 민간 외교민간으로부터 시작된 관계 구축 노력의 성과는 외교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과 내년 1월 취임 전 회동을 모색해왔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려 했으나 트럼프 당선인 측이 원칙적으로 취임 전에는 외국 정상과 만나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하면서 회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면담했고 이달에는 프랑스를 방문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만나면서 현지에선 '이시바 패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손 회장과 아키에 여사를 만난 트럼프 당선인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회동 가능성에 대해 "그들(일본)이 원한다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키에 여사를 통해 이시바 총리에게 책과 기념품 등 선물을 보냈다고도 밝혔다. 일본 측의 전방위 접근 노력이 이어지면서 입장을 선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일본 주재 미국 대사로 조지 글래스 전 포르투갈 대사를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글래스를 다음 주일 미국 대사로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투자 은행의 사장을 지낸 조지는 비즈니스 감각을 대사직에 발휘할 것이다. 그는 항상 미국을 최우선에 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래스 전 대사는 꾸준히 중국의 진출을 견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통신장비 및 휴대전화 제조업체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 참여를 반대했고, 포르투갈이 주요 항구 건설을 중국 업체에 맡길 경우 미국산 천연가스 수출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5일 데이비드 퍼듀 전 연방 상원의원을 중국 주재 대사로 지명했다. 한국 주재 대사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km@fnnews.com
2024-12-17 18:18:18【 도쿄=김경민 특파원】 내달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가운데 일본이 가용 가능한 민관 네트워크를 모두 동원해 외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은 약 144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계획이 담긴 선물보따리를 트럼프 앞에서 공개했고, 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는 트럼프 부부와 깜짝 회동을 하는 등 16일(현지시간) 트럼프의 '겨울 백악관'에서는 일본 측 주요 인사들의 '로비'가 발빠르게 전개됐다. 취임 전 조기 만남을 원했던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 대해 그간 트럼프 당선인은 거절 의사를 표했지만 이날부터는 긍정적인 태도로 전향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 '트럼프 외교'가 올스톱된 한국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번엔 더블로 가" SON의 144조짜리 선물보따리 17일 미국·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손 회장은 미국 플로리다주의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회담을 갖고 향후 4년간 미국에 1000억달러(약 144조원)를 투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손 회장은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한 데이터센터 등 AI 전략을 미국에서 진행하기 위해 트럼프 당선인과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 특히 손 회장은 AI 및 관련 인프라 분야에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약속했다.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의 AI용 반도체 개발을 시작으로 데이터센터와 로봇 분야까지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닛케이는 "자금은 소프트뱅크 산하에서 세계 AI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비전펀드나 약 90%의 지분을 보유한 Arm 등 다양한 출처에서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는 트럼프 1기 때인 2016년에도 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5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손 회장은 트럼프 2기 시대를 맞아 투자 규모를 정확히 2배로 올렸다. 손 회장은 "그의 대선 승리로 미 경제에 대한 내 확신의 수준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대통령이기 때문에 나도 판돈을 2배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 역사적 투자는 미국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기념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면서 "AI, 신흥 기술, 기타 미래 산업이 바로 이곳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자랄 것이라는 확신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핫라인은 아키에 여사, 밀월관계 과시 같은 날 트럼프 당선인 부부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를 만났다.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는 소셜미디어인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트럼프 당선인, 아키에 여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아베 아키에 여사를 마러라고에서 다시 맞이해 영광이었다. 우리는 그녀의 작고한 남편인 아베 전 총리를 추모하고 그의 훌륭한 유산을 기렸다"는 글을 게시했다. 교도통신과 요미우리신문은 트럼프 당선인 부부가 아키에 여사와 저녁 식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손 회장과 아키에 여사를 불러들인 마러라고 리조트는 트럼프 당선인이 '겨울 백악관'이라고 부를 정도로 애착을 가진 곳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임기 4년간 32차례 마러라고를 찾았다. 임기 동안 트럼프 당선인은 모두 142일을 마러라고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아베 전 총리가 2022년 7월 피격 사망한 이후에도 트럼프 당선인이 아키에 여사에게 전화로 근황을 물은 적이 있다고 한다"며 "이번에는 양국 정부를 통하지 않고 사적인 관계로 만찬이 정해졌다"고 전했다. "안 만나"→"원한다면" 트럼프 바꾼 민간 외교 민간으로부터 시작된 관계 구축 노력의 성과는 외교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과 내년 1월 취임 전 회동을 모색해왔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려 했으나 트럼프 당선인 측이 원칙적으로 취임 전에는 외국 정상과 만나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하면서 회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면담했고 이달에는 프랑스를 방문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만나면서 현지에선 '이시바 패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손 회장과 아키에 여사를 만난 트럼프 당선인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회동 가능성에 대해 "그들(일본)이 원한다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키에 여사를 통해 이시바 총리에게 책과 기념품 등 선물을 보냈다고도 밝혔다. 일본 측의 전방위 접근 노력이 이어지면서 입장을 선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일본 주재 미국 대사로 조지 글래스 전 포르투갈 대사를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글래스를 다음 주일 미국 대사로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투자 은행의 사장을 지낸 조지는 비즈니스 감각을 대사직에 발휘할 것이다. 그는 항상 미국을 최우선에 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래스 전 대사는 꾸준히 중국의 진출을 견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통신장비 및 휴대전화 제조업체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 참여를 반대했고, 포르투갈이 주요 항구 건설을 중국 업체에 맡길 경우 미국산 천연가스 수출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5일 데이비드 퍼듀 전 연방 상원의원을 중국 주재 대사로 지명했다. 한국 주재 대사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4-12-17 09:54:22[파이낸셜뉴스] 일본 판로가 막히는 위기에도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문구를 지킨 쌀과자 업체가 미국 수출길에 올랐다. 7일 전남 장성군 등에 따르면 장성에서 유아용 쌀과자를 생산하는 업체인 '올바름'은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오렌지카운티의 한 유통점에 입점했다. 첫 수출 규모는 약 1000만원 상당으로, 이번 수출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한국 상품 도매 전문점을 통해 성사됐다. 해당 업체는 식품과 생활용품 등 다양한 한국산 상품을 미국 전역에 공급하고 있어 향후 더 많은 물량을 미국 소비자에게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올바름은 2021년부터 자사 제품 포장지 뒷면에 독도 지도와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문구를 표기해 왔다. 올해 초 일본의 구매자로부터 독도를 지우는 조건에 연 매출 15%에 달하는 수출 제안이 들어왔지만 올바름은 이를 거절하고 소신을 지켰다. 사연을 접한 많은 소비자가 '독도 쌀과자'라는 별칭을 붙여주며 올바름을 응원했고, 지난 추석 명절을 앞두고는 전 제품 품절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정광 올바름 대표는 "많은 분이 관심과 지원을 보내주신 덕분에 독도가 그려진 저희 쌀과자를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좋은 소식으로 보답하겠다"라고 말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4-11-07 14:17:10[파이낸셜뉴스] 제품 포장지에 독도 그림을 넣은 한 쌀과자 업체가 ‘독도는 빼달라’는 일본의 요구를 거절해 수출이 무산된 사연이 알려졌다. 유아용 쌀과자 업체 올바름은 2021년부터 제품 뒷면에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문구와 함께 독도가 포함된 한반도 지도를 넣어 판매해왔다. 올바름은 제품을 출시한 후 지난해 12월부터 일본 수출을 추진했다. 당시 예상 발주 물량은 연 매출의 15%에 달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 바이어 측은 “거래하려면 독도를 지우라”고 요구했고, 업체는 대출금 상환과 불경기 등으로 경영난에 빠진 상태였음에도 이 요구를 거절했다. 결국 거래는 최종 무산됐다. 김정광 대표는 전남매일과의 인터뷰에서 “사실 일말의 고민도 없이 거절한 건 아니다”며 “하지만 당장 눈앞의 개인적 이득을 위해 국가의 자부심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더 컸다”고 밝혔다. 이런 사연이 언론에 소개되고 소셜미디어(SNS)에서 퍼지면서 과자 주문이 급증했다. 주문이 폭주하자 결국 업체 측은 긴급 공지까지 내걸었다. 올바름은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방송 이후 저희 제품을 ‘독도 쌀과자’라고 불러주신 점 깊이 감사드린다”며 “예상치 못한 주문 폭주로 인해 모든 팀원들이 최선을 다해 작업하고 있다. 다만 이번 주에는 공휴일과 택배 휴무일이 겹쳐 배송에 다소 지연이 발생할 수 있음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8-16 11:08:13한국과 중남미 공산국가 쿠바의 수교가 부른 나비효과일까. 올해 3월에 쿠바 예술대학(ISA)에 한국어 강좌가 신설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달 양국 간 극적 수교 발표 이후 지구 반대편 카리브해 섬나라에서 한류 확산 기운이 이처럼 완연하다. 쿠바가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이 됐다는 건 엄청난 함의를 지닌다. 수교국 한 나라를 더하는 차원 이상이다. 쿠바는 피델 카스트로가 공산혁명에 성공한 뒤 1960년 북한과 국교를 맺고 한국과 교류를 끊었다. 이후 카스트로는 반미를 코드로 김일성 주석과 죽이 잘 맞았다. 소련·중국이 참가한 1988년 서울올림픽도 북한과의 의리를 들어 보이콧할 만큼. 1980년대 개혁·개방을 택한 소련은 쿠바의 무기지원 요청을 거절했다. 하지만 김일성은 카스트로에게 AK소총 10만정 등을 무상 지원했다. 그래서 김정은 정권으로선 '형제국' 쿠바의 변심은 충격이었을 법하다. 한·쿠바 수교 발표 다음 날 그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북·일 관계 개선 여지를 거론했다. 일본인 납치와 북핵 문제를 거론 말라는 전제조건과 함께 "기시다 총리의 평양 방문도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라기보다 서울 주재 쿠바대사관 개설이 임박한 데 따른 초조감이 잔뜩 묻어나는 대목이다. 탈냉전과 함께 노태우 정부는 사회주의권을 상대로 북방외교를 추진했다. 1989년 헝가리와의 수교가 첫발이었다. 그 성과를 토대로 김대중 정부는 2000년 쿠바와의 관계정상화를 노크했다. 노무현·이명박 정부도 같은 기조였고, 박근혜 정부는 더 적극적이었다. 유독 김정은 정권의 눈치를 보는 데 급급했던 문재인 정부만 소극적이었을 뿐이다. 한·쿠바 수교는 윤석열 정부 들어 성사됐지만, 북방외교의 화룡점정인 셈이다. 쿠바는 미국과 사이가 틀어지기 전 사탕수수 수출과 관광으로 먹고사는 나라였다.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럼주와 설탕을 뒤섞은 칵테일 모히토를 즐겨 마셨던 데서 보듯이. 그는 쿠바 수도 아바나에 오래 체류하면서 '노인과 바다' 등을 썼다. 52년 집권한 카스트로 정권은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았지만, 북한 3대 세습정권처럼 막무가내로 쇄국을 택하진 않았다. 정치·군사적으론 북과 손잡았지만, 2005년 현대중공업의 진출을 반기는 등 한국에 경제 빗장을 열었다. 10페소짜리 지폐에 현대중공업이 수출한 이동식 발전설비 도안을 집어넣었을 만큼. 물론 피델과 라울 등 카스트로 형제가 물러난 이후에도 쿠바의 경제난은 지속됐다. 하지만 곤궁하기론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무기를 팔아 연명하는 북한이 몇 배 더할 것이다. 그러니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현 쿠바 정부가 더는 북한의 심기를 살필 계제가 아니라고 보고 한국에 다가온 것이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말한 '소프트 파워'는 한·쿠바 수교의 숨은 동인이었다. 소프트 파워는 쉽게 말해 타국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힘)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양국 간 문화·관광 교류가 북한의 견제를 넘어 양국 수교에 불을 댕긴 기폭제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연간 약 1만4000명의 한국 관광객이 쿠바를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이 지구촌 아이돌로 부상하면서 쿠바 내 최대 한류 커뮤니티 아르코르의 회원 수가 1만명을 넘었다. 결국 쿠바 경제에 도움이 되는 한국 관광객 증가와 한류 확산이 선순환하면서 양국 간 이념장벽을 허문 격이다. 나이 교수가 "1989년 베를린장벽이 포화가 아니라 서구 문화와 방송에 노출됨으로써 변화된 (동독)사람들의 마음이 휘두른 망치와 불도저에 무너졌다"고 갈파한 그대로. 앞으로 K컬처의 놀라운 힘이 핵무장으로 '글로벌 왕따'를 자초하고 있는 북한마저 개혁·개방의 대도로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kby777@fnnews.com
2024-03-19 18:11:24유럽연합(EU)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탄소세를 부과키로 한 시한이 2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기업과 출연연구기관에서 건식개질 탄소포집활용(CCU) 플랜트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 플랜트 시설은 공장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모아서 가져와 석유화학제품 원료로 만든다. ■연간 8000t 일산화탄소 생산한국화학연구원 장태선 박사는 21일 "정부가 오는 2030년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감축목표(NDC) 시기가 6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뚜렷한 방안이 없는 상태"라며 "이 때문에 석유화학, 제철, 자동차, 시멘트, 정밀화학 등 국내 대기업들 상당수가 이 시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아직까지 탄소세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탄소배출 감축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면 곧 EU처럼 같은 제도를 만들어 시행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우리에게 함께 연구개발하자고 했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부흥산업사가 화학연구원의 기술을 이전받아 울산산업단지 내에 세계 최대 규모 CCU 플랜트를 구축했다. 이 플랜트는 이산화탄소 활용 규모가 연간 약 8000t으로 현재 운전 최적화 과정 중이다. 일산화탄소는 전혀 새로운 물질이 아니라 지금도 여러가지 석유화학제품을 만들때 사용하고 있다. 원유를 수입해 연료가 되는 가솔린, 경유 등을 분리한 뒤 많이 남는 물질이 납사(Naphta)다. 이 납사를 분해해 다양한 화학제품 원료를 만들게 되며, 합성가스도 그 과정에서 얻게 된다. 예를 들어 방음벽·여행가방 등 용도의 폴리카보네이트, 자동차 내장재·운동화 등 용도의 폴리우레탄 등이 합성가스를 통해 제조되고 있다. 현재 이 시설은 동서발전소에서 모은 이산화탄소와 도시가스(LNG)원료로 사용해 합성가스를 만들고 있다. 향후 울산산업단지의 발전소나 산업체 공장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 음식물 쓰레기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장태선 박사는 "상용화를 위해서는 365일 가동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각 운전 과정에 대한 최적화 및 운전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랜트에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넣은 뒤 반응을 거치면서 합성가스가 나온다. 이때 들어간 원료가 100% 만들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어 반복 운전하면서 분리하는 과정을 되풀이해야 한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365일 이런 반복 과정이 이뤄져야 생산 플랜트로서 가치가 있다. ■150년된 석유화학공정 전환 임박정부가 발표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7억2760만t) 대비 40%인 2억9104만t을 감축해야 한다. 특히 산업 부문에서는 철강 공정 전환, 석유화학 원료 전환 등을 통해 총 2억2260만t을 줄이기로 했다. 국내 탄소배출량은 연간 총 7억t 중 철강이 39%로 가장 많고, 석유화학 18%, 시멘트 13%, 정유 7% 순이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150년간 지속해왔던 석유화학산업이 대전환의 시기에 직면했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여러 산업 공정이 개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공정이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이 나오다보니 새로운 공정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진행돼왔다. 장 박사는 "의도치 않는 부산물들이 너무 많이 나오다 보니 지금까지 바꾸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미국과 사우디, 중국, 일본, 독일 등의 다국적 기업들과 국가들도 CCU 플랜트에 관심이 많다. 장 박사는 "기업들이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뚜렷한 해법이 없어 기술성숙도가 높고, 파급효과가 큰 이 기술에 관심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화학연구원은 정부 지원을 받아 전남 여수에 CCU 기술 실증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1차 '석유화학촉매공정 실증시설'이 지난해 말 완공돼 개소를 준비 중이며, 2차 'CCU실증지원시설'은 당초 예정했던 2026년에서 앞당겨 올해말 주요 설비가 구축될 예정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4-02-21 18:25:50[파이낸셜뉴스] 유럽연합(EU)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탄소세를 부과키로 한 시한이 2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기업과 출연연구기관에서 건식개질 탄소포집활용(CCU) 플랜트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 플랜트 시설은 공장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모아서 가져와 석유화학제품 원료로 만든다. 연간 8000t 일산화탄소 생산 한국화학연구원 장태선 박사는 21일 "정부가 오는 2030년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감축목표(NDC) 시기가 6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뚜렷한 방안이 없는 상태"라며 "이 때문에 석유화학, 제철, 자동차, 시멘트, 정밀화학 등 국내 대기업들 상당수가 이 시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아직까지 탄소세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탄소배출 감축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면 곧 EU처럼 같은 제도를 만들어 시행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우리에게 함께 연구개발하자고 했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부흥산업사가 화학연구원의 기술을 이전받아 울산산업단지 내에 세계 최대 규모 CCU 플랜트를 구축했다. 이 플랜트는 이산화탄소 활용 규모가 연간 약 8000t으로 현재 운전 최적화 과정 중이다. 일산화탄소는 전혀 새로운 물질이 아니라 지금도 여러가지 석유화학제품을 만들때 사용하고 있다. 원유를 수입해 연료가 되는 가솔린, 경유 등을 분리한 뒤 많이 남는 물질이 납사(Naphta)다. 이 납사를 분해해 다양한 화학제품 원료를 만들게 되며, 합성가스도 그 과정에서 얻게 된다. 예를 들어 방음벽·여행가방 등 용도의 폴리카보네이트, 자동차 내장재·운동화 등 용도의 폴리우레탄 등이 합성가스를 통해 제조되고 있다. 현재 이 시설은 동서발전소에서 모은 이산화탄소와 도시가스(LNG)원료로 사용해 합성가스를 만들고 있다. 향후 울산산업단지의 발전소나 산업체 공장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 음식물 쓰레기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장태선 박사는 "상용화를 위해서는 365일 가동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각 운전 과정에 대한 최적화 및 운전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랜트에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넣은 뒤 반응을 거치면서 합성가스가 나온다. 이때 들어간 원료가 100% 만들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어 반복 운전하면서 분리하는 과정을 되풀이해야 한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365일 이런 반복 과정이 이뤄져야 생산 플랜트로서 가치가 있다. 150년된 석유화학공정 전환 임박 정부가 발표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7억2760만t) 대비 40%인 2억9104만t을 감축해야 한다. 특히 산업 부문에서는 철강 공정 전환, 석유화학 원료 전환 등을 통해 총 2억2260만t을 줄이기로 했다. 국내 탄소배출량은 연간 총 7억t 중 철강이 39%로 가장 많고, 석유화학 18%, 시멘트 13%, 정유 7% 순이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150년간 지속해왔던 석유화학산업이 대전환의 시기에 직면했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여러 산업 공정이 개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공정이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이 나오다보니 새로운 공정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진행돼왔다. 장 박사는 "의도치 않는 부산물들이 너무 많이 나오다 보니 지금까지 바꾸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미국과 사우디, 중국, 일본, 독일 등의 다국적 기업들과 국가들도 CCU 플랜트에 관심이 많다. 장 박사는 "기업들이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뚜렷한 해법이 없어 기술성숙도가 높고, 파급효과가 큰 이 기술에 관심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화학연구원은 정부 지원을 받아 전남 여수에 CCU 기술 실증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1차 '석유화학촉매공정 실증시설'이 지난해 말 완공돼 개소를 준비 중이며, 2차 'CCU실증지원시설'은 당초 예정했던 2026년에서 앞당겨 올해말 주요 설비가 구축될 예정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4-02-21 09:1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