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대중화 시대다. 요즘엔 식당에서도 테이블에 설치된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계산한다. 디지털 사회가 실감 난다. 식당 주인은 인건비가 줄고 손님은 간편주문이 가능해졌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을 법하다. 이런 식당에 한 장애인이 방문했다. 그는 식당에 들어선 순간부터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전엔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식당에 들어서면 종업원들의 친절한 안내를 받았지만, 키오스크 설치 이후엔 알아서 하라는 분위기다. 최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세미나에 발표자로 참석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이연주 사무총장의 경험담이다. 디지털을 일상생활에 활용하는 것을 아우르는 개념은 '디지털 포용'이다. 한때 반짝 주목을 받았지만 요즘엔 그 열기가 식었다. 인공지능(AI) 이슈에 밀린 탓으로 돌리는 건 변명에 가깝다. 디지털 포용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담론이 협소했는지 되돌아보는 게 우선이다. 근시안적 시각으로 디지털 포용을 바라본 탓에 처음부터 꼬였다. 고령층·장애인·농어민·저소득층 등 4대 정보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개념으로 좁게 보려는 시각을 말한다. 이는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시혜적 접근에 불과하다. 디지털 변혁기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 누구든 디지털 정보에 차별받지 않고 자유롭고 주도적으로 삶을 영위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디지털 포용의 본질적 취지인데 말이다. 디지털 포용을 산업적 관점에서 진흥할 것이냐 규제할 것이냐로 접근하는 이분법 역시 후진적 발상이다. 이런 논쟁은 이미 국내에서 모바일 플랫폼법과 AI기본법을 둘러싸고 반복적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디지털 포용법 제정을 둘러싼 논쟁도 예외가 아니다. 산업적 관점으로 접근하면 경제적 실익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거부감만 낳는다. 마찬가지로 시혜적 복지의 하나로 간주한다면 재정부담만 늘리는 포퓰리즘으로 낙인 찍힌다. 디지털 포용은 큰 틀에서 보면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맥락과 맞닿아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포용도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공존 차원에서 접근할 일이다. 해외 선진국이 이런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의 디지털 형평성법은 지역·인종·계층과 상관없이 평등한 디지털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한다. 영국의 평등법은 기존 평등임금법, 성차별금지법 등을 평등법으로 통합하면서 디지털 접근 개념으로 확장했다. 일본의 디지털 사회형성 기본법 역시 사람 중심의 디지털화를 주요 정책 지향점으로 제시한다. 이 가운데 유럽 접근성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법은 물리적 디지털 환경에서 장애인의 평등한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내년까지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모두 이행해야 한다. 적용대상은 정보통신기술 제품 외에 금융 서비스와 출판 등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른다. 이 법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실용적으로 조합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는다. 특히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법이다. 디지털 접근성이 높은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 이 법은 처벌과 같은 압박 대신 시정조치를 통해 유연하게 접근한다. EU 기업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수출하는 우리나라도 법 적용의 대상이 된다. 차별과 배제 없는 디지털 포용의 사회적 가치를 표방하는 동시에 경제적 이익도 창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우리의 현주소는 어떤가. 디지털 포용의 넓고 깊은 취지와 달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주요 기관을 맡고 있다.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해 새 길을 모색 중이다. 다만 디지털 관련 법안들은 기존 법들 간 중복과 충돌 문제 및 실행방안에 대한 보강작업이 더 이뤄져야 한다. 디지털 포용이라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넓은 기회를 얻고 싶은가. 우리가 올라타려는 게 혹시 소인의 어깨가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jjack3@fnnews.com
2024-11-04 18:42:18<32>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이집트 카이로 가기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사실 이스탄불에서 만나기로 한 분과 키르기스스탄 때처럼 얼마간 머물며 도울 일이 있으면 함께 할 생각으로 왔었는데 이분도 준비가 안돼있으셨고 우리도 적절하지 않다 싶어서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그날 밤 우리는 어차피 계획이 바뀌었으니 튀르키예를 더 돌기 전에 여기서 이집트를 바로 가면 어떨까하는 의논을 했다. 이집트는 무척 더운 나라라 겨울에 가는 것이 좋은데 1월인 지금이 적기였고 더 서쪽으로 가다가는 괜히 비행기값만 올라갈 것 같았다. 나는 대학생때 이집트에 갔다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너무도 강렬하고 인상깊어 탄과 꼭 같이 가고싶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정해진 것이 거의 없다시피했지만 이집트와 모로코는 꼭 가자고 했었다. 까브리를 타고 이집트에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무리 찾아봐도 이집트를 육로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혹 갈 수 있더라도 입국시 외국인이 차를 가져가면 7000만원 상당의 까르네(무관세 통행증)를 보증금으로 맡겨야한다는 소리에 깨끗하게 포기할 수 있었다. 일단 결정이 나자 우리는 바로 비행기와 렌트카를 예약했다. 비행기시간은 3일뒤. 출발하는 사비아 괵첸 공항에 가까운 곳으로 숙소도 예약했다. 갑자기 결정한 이집트 방문! 이스탄불에서 사비하 괵첸공항까지는 한시간도 안걸린다. 이스탄불 국제공항이 있지만 사비하 공항은 김포공항같은 느낌이다. 같은 국제공항이지만 규모가 좀 작다. 우리는 출발일까지 이틀간 머물 숙소가 있는 마을로 갔다. 체크인까지 시간이 남아 동네를 돌다가 시장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구경갔다. 먹음직스러운 과일들을 수북히 진열해 파는 곳에서 50TL(3300원)어치 딸기를 달라고 했더니 큰 종이봉투에 가득히 담아주신다. 딸기가 크기도 크고 아주 실해보인다. 내친김에 오렌지도 도전해보자. 똑같이 50TL를 내밀고 오렌지를 가리키자 자몽만한 오렌지를 11개나 담아주셨다. "와..미쳤다." 둘이 감격을 하며 과일봉투를 받아들었다. 약간 번화한 식당가에서 일식집을 발견하고 신나서 라멘을 먹었다. 큰 도시라 서울과 다르지 않다 일본 라멘도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숙소에 가보니 이번 예약한 곳은 주인과 거실공간을 함께 쓰는 형태였다. 가격이 저렴한 이유가 있다. 돈을 조금 낸 카우치서핑이라 생각하니 나름 괜찮았다. 주인인 청년도 좋은 사람이어서 웰컴 드링크로 차를 주고 거실에 있는 호두며 음식들을 편하게 먹으라고 했다. 우리도 우리가 사온 오렌지를 드셔도 된다고 인심을 썼다. 그곳에서 머물며 이집트 여행준비를 했다. 가져갈 짐을 잘 싸고 두고갈 짐들을 정리하고 까브리는 숙소 근처의 놀이터옆에 세워두었는데 거기에는 다른 캠핑카도 주차되어 있어서 안전에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이스탄불과 많이 떨어져있지도 않았는데 복잡하지 않고 한가롭고 여유있는 동네여서 괜찮겠지 싶었다. 출발일이 되었다. 숙소로 택시를 불러 짐을 싣고 5km 떨어진 사비하 괵첸공항으로 간다. 이렇게 또 갑자기 이집트에 가게 되다니 셀렘 반 걱정 반이다. 급하게 예약한 비행기며 렌트카가 제대로 예약되있을지 이집트여행 루트는 어떻게 할지 머리속이 복잡했다. 하지만 거의 30년만에 이집트에 다시 갈 수 있다니 너무 흥분되고 그립고 좋았다. 우리가 탈 비행기는 이름도 예쁜 나일에어. 이집트 항공기이다. 티켓팅도 무난히, 보딩도 크게 헤메지 않고 잘 찾아 탈 수 있었다. 피라미드 쪽으로 선회한 비행기.. 기장님의 센스? 공항사람들도 모두 친절하다. 내 여권을 보고는 한국말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도 해주었다. 저가항공이라 기내잡지나 좌석스크린 같은건 없다. 비닐가죽이 분명한 좌석에 앉았다. 창너머로 비행기들과 공항의 풍경에 새삼 이집트로의 여행이 실감난다. 머리가 닿는 곳에 부직포가 붙어있었는데 예쁜 이집트 문양이 새겨져있어서 내릴때 기념으로 챙겼다. 사비하에서 카이로까지는 4시에 출발하고 5시 10분쯤 닿는데 시간으로는 2시간 걸린다. 시차가 있어서 그렇다. 저가항공임에도 정시에 출발했다. 생각해보니 코로나 이후로 비행기를 타는 것은 정말 오래간만이다. 나는 창밖 아래에 하얀 구름들이 융단처럼 깔려있는 것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볼때마다 어릴적 읽은 무민의 동화에서 이상한 모자에 들어갔다 나온 달걀껍질 생각이 난다. 어? 두시간짜리 비행인데 기내식이 나온다. 쥬스나 한잔 주면 다행이지 싶었는데 종이박스에 빵, 쥬스, 스낵, 밥과 치킨 또는 밥과 소고기 등이 들어있다. 심지어 맛도 있어서 냠냠 잘 먹고 한참을 가다가 바다를 건너 이집트쪽으로 넘어왔다. 반가운 이집트 땅을 내려다보던 중 '아니 저 멀리 보이는건 피라미드 아닌가!' 지는 해에 뚜렷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세개의 피라미드를 발견한 나는 흥분해서 탄을 불렀다. "저기 피라미드! 피라미드!" 탄이 "어디?"하고 보고 같이 탄성을 짓는다. 그대 비행기가 피라미드쪽으로 선회를 했다. 탄이 "와 기장님이 우리 보라고 일부러 이렇게 해주는 것 같아"라고 했다.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하늘 위에서 피라미드를 보다니 너무 신기하고 멋있고 좋았다. "나일의 물을 마신자 다시 나일로 돌아오리라" 하늘위에서 보는 나일강도 너무 아련하고 반갑고 좋았다. 약 30여년전 이집트 여행을 할때 "나일의 물을 마신자 다시 나일로 돌아오리라"라는 말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나일의 물을 마시려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옆에있던 사람들이 강물이 더럽다며 마시지말라고 말려서 차마 마시지는 못하고 그래도 손으로 떠서 입술을 댔던 적이 있었는데 오늘 이렇게 다시 나일로 돌아오게 되었다. 마음이 뭉클하고 너무 좋았다. 햇빛이 아주 예쁠때 카이로에 도착해서 하늘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어 행운이었다. 갑작스럽게 결정해서 3일만에 오게되었지만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오기를 너무 잘했다고 생각했다. 비행기가 이집트 땅에 닿는 순간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났다. 나에게 이집트는 아주 어릴때부터 깊은 관심과 사랑이 가는 그런 나라였다. 현재 이집트보다는 고대 이집트의 찬란했던 문화와 유적에 매료되어 오랜시간 그에 대한 서적을 모으고 읽고 다큐멘터리를 보아왔다. 30여년 전에는 룩소르까지만 가보았는데 이번에는 남쪽 끝 아부심벨까지 꼭 가보리라 생각하고 있다. 활주로에 선 비행기에서 이동계단을 통해 내리니 우리를 이집트로 데려다준 고마운 비행기를 통으로 볼 수 있었다. 이집트 비자에 대해 잘못알고 있었다. 한국인은 여기서도 비자가 필요 없겠지 했었는데 입국하려고 하니 날짜별로 비자를 사야했다. 가장 짧은 것이 14일간 인당 25달러, 한달은 더 비싸고 그런 식이다. 사실 20일정도 있을 생각도 있었는데 비자를 구입하며 14일로 일정이 정해져버렸다. 비자 스티커를 여권에 붙이고 출국심사를 받고 나오니 우리 짐이 먼저 나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항에서 보다폰 유심도 1만3000원 정도의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남은 것은 렌터카 수령하기. 공항을 아무리 둘러봐도 "Rent"같은 단어가 안보인다. 밖으로 나오니 택시를 타라며 호객꾼들이 파리떼처럼 달려들 뿐 역시 렌터카 사무소나 관련된 곳은 보이지 않았다. 난감했지만 마침 다행히 유심을 샀기에 예약한 렌터카 회사로 전화를 해보니 터미널 3으로 오라고 한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터미널 1이었다. 카이로 공항도 인천처럼 터미널이 여러개 있나보다. 사실 우리가 택시호객꾼들이 타라고 할때 렌터카를 물어봤는데 택시를 타면 데려다준다고 하길래 무시했는데 무료 셔틀버스가 있었다. 전화하고 알아보지 않았으면 까딱 속아 택시비를 낼 뻔했다. 셔틀버스는 또 어디서 타는건가 산넘어 산이네 하고 있는데 알아보고 온 탄이 "바로 저기야"라고 한다. 눈앞에 정류장이 떡하니 있었다. 안내표지판도, 데스크같은 것도 없고 인터넷에서도 정보가 제대로 된 것이 없어 공항에서 2시간 넘게 헤매고 겨우 셔틀버스를 탔다. 공항에서 렌터카를 수령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항상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발생하기 마련인 것 같다. 터미널 3에 도착. 오히려 이곳이 더 큰 공항같다. 금색의 고대 이집트 여인 동상이 맞아준다. 안으로 들어가서 드디어 반가운 렌터카부스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직원과 함께 주차장으로 가서 받은 차는 은색의 승용차였다. 차를 좋아하는 탄이 모르는 브랜드라고 한다. 까브리를 보다가 보니 많이 작고 날렵해보였다. 차키를 받기전 차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반납시 문제가 되지 않도록 흠집난 곳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놓았다. 세차는 깨끗하게 잘 되있는데 흠집이 여기저기 많이 나있다. 탄이는 신경을 덜써도 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휴 드디어 렌터카에 짐과 몸을 실으니 그제야 좀 안도가 되었다. 오후 5시에 랜딩해서 2시간반만이다. 오늘 우리가 묵을 곳은 카이로에서 북쪽으로 70km떨어진 마흐멧이라는 친구 집이다. 우리가 지난 3일간 여행준비를 하며 함께 알아본 것은 이집트의 카우치서퍼들이었다. 조지아에서 만났던 압둘은 아쉽게도 현재 이집트에 없어서 다른 친구들을 만나고싶어 여행계획을 카이로, 룩소르 등등의 카우치 홈피에 올렸더니 몇몇 친구들에게 답이 왔다. 친구들이 있으면 여행이 더욱 의미가 커진다. 참 감사하고 더 기대가 되었다. 마흐멧의 집으로 네비를 찍고 가는데 중간에 톨게이트가 몇번 나왔다. 렌터카에 온 신경을 쓰느라 공항에서 환전하는 것을 깜빡해서 무척 난감했는데 번역기를 이용해 사정을 이야기하니 웃으면서 그냥 가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정말 그냥 가도 되나 하며 얼떨떨한 상태로 지나왔다. 밤길에 초행인데 도로 상태가 매우 좋지 않고 도로에 사람, 오토바이, 툭툭이 버스들이 뒤엉켜 운전이 쉽지 않다. 네비도 이상한 곳으로 안내했다가 나오기도 하는 등 헤메게 되었으며 친구의 동네에 들어서자 사실 잘못온게 아닌가 싶었다. 동네가 으스스하고 사람들이 당장이라도 우리차를 막고 세워 끌어내고 무슨 짓을 할 것만 같은 그런 분위기였다. 바짝 긴장을 하고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겨우겨우 집을 찾을 수 있었는데 2시간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C0teRbNNoVw?si=cdQ9G4ysUzoZ7ZuQ>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9-26 16:18:09#OBJECT0# [파이낸셜뉴스] 치앙마이에서 먹는 3번째 아침, 식당으로 향하는 길에 한국 가족을 비롯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지나치며 우리가 향하는 곳이 '맛집'임을 직감했다. 식당의 이름은 '펀 포레스트 카페'로 야외 정원 느낌으로 꾸며진 브런치 카페였다. 카페의 규모가 꽤 컸음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파라솔 그늘 아래, 야외 좌석에 앉아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구경하며 아메리칸 브렉퍼스트와 샌드위치 등을 먹었다. 치앙마이에서 해결한 세 끼의 아침 중 음식, 가격, 분위기 모든 면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다. 식사를 한 뒤 이곳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치앙마이 3대 커피 중 한 곳으로 알려진 '아카아마 프라싱'이라는 곳이었다. 시그니처 메뉴라는 '더티 라떼'와 에스프레소에 꿀과 오렌지 필을 넣은 '마니마나'를 한 잔씩 시켰다. 2층에 올라 커피를 만든는 것을 직접 봤는데 '마니마나'는 칵테일처럼 여러가지 재료를 넣고 섞는 과정이 있었다. 커피의 쓴 맛과 달달한 꿀의 맛, 오렌지의 상긋함이 나름 잘 어울렸다. 밥과 커피를 뱃속에 채우고 차를 몰았다. 싼깜팽 온천, 유황물에 삶아 먹는 계란의 맛 이날의 첫 목적지는 치앙마이에서 매깜뻥 가는 길에 들릴 수 있는 싼깜팽 온천이었다. 방문한 날은 평일이라 그런지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이 더 많았다. 온천 부지는 족욕을 할 수 있는 야외 족욕탕부터 시작해서 계란을 삶아 먹을 수 있는 곳, 실제로 온천이 가능한 곳, 정원부지 등 상당히 넓었다. 온천 곳곳에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귀여운 동상과 음식과 음료를 주문할 수 있는 식당이 있었다. 대나무 바구니에 담긴 계란을 사서, 갈고리에 담긴 쇠 막대를 통해 100도 가까운 온천 물에 담가 놓았다 나중에 꺼내 먹을 수 있다. 한국 찜질방의 구운 계란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직접 유황물에 계란을 삶고 나중에 까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넉넉한 일정으로 오면 한 켠에 마련된 실내 온천장에서 유료로 온천을 즐길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1년 내내 여름인 이곳에서 굳이 온천을 즐기는 사람이 있을까도 싶었다. 땅에서 솟구쳐 오르는 유황 온천물에는 '온도가 105도에 달하니 접근금지'라는 경고 문이 붙어 있기도 했다. 온천 부지를 둘러보다 음료를 하나 사서, 삶은 계란과 함께 먹었다. 매깜뻥, 시골의 향수와 소박한 삶의 모습 매깜뻥(매캄퐁)은 싼깜팽과 인접한 암퍼 매언에 자리한 농촌 마을이자 홈스테이 시범 마을로 알려졌다. 커피와 차를 재배하는 이곳에 참아 하룻밤 묵어가며 시골 향수를 채우는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다. 치앙마이 여행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때 이곳을 최고로 꼽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산속 깊은 도로를 따라 들어가다 보면 매깜뻥 마을이 나온다. 마을 입구의 초입에는 커다란 강아지의 얼굴 벽화를 볼 수 있다. 좁고 한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다보면 꼬치를 파는 식당, 기념품 가게 등이 일려로 나온다. 시간이 조금 여유롭다면 '매깜뻥 폭포'는 반드시 가보는 것이 좋다. 더운 날씨에 땀을 흘려 가며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매깜뻥 폭포가 나온다. 폭포가 보인다고 바로 돌아서지 말고 폭포를 따라 산을 오르면 치앙마이 '매사폭포'처럼 산을 따라 또 다른 폭포가 여럿 나온다. 정상까지 올라가면 더 이상 올라 갈 수 없는 마지막 폭포가 나오는데 뿌듯함과 시원함이 동시에 몰려온다. 폭포의 정상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는 뷰가 좋은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를 겸하는 '라비앙 뷰 카페'란곳으로 가게에서 기르는 고양이 여러 마리가 한가롭게 놀고 있었다. ■미쉐린 로띠, 1시간 기다릴 맛은 아니더라 매깜뻥 폭포로 '폭풍 등산'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이른 저녁 시간이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저녁을 먹는 대신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됐다는 유일한 길거리 로띠를 먹기로 했다. 숙소가 타페게이트 근처였는데 미쉐린 로띠 역시 그 근방이었다. 오픈 시간에 맞춰 로띠 가게에 갔지만 아직 장사를 시작하고 있지 않았다. 주인 없는 로띠 리어카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태국 여성에게 물어보니 "자신은 1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는데, 주인 할머니에게 전화를 해보니 곧 장사를 할 것이라한다"고 말했다. 무작정 기다리느니 도보로 치앙마이 시내를 크게 둘러보기로 했다. 1시간 쯤 치앙마이 시내를 둘러보고 돌아오니 그제서야 할머니 두 분이 가게를 열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수십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미 줄을 서고 있어 쪽지에 번호를 남기고 시간에 맞춰 다시 돌아오기로 했다. 우리는 66번인가를 받았는데 다른 곳에서 30~40분 군것질을 하고 돌아오는 60번대 로띠를 굽는 중이셨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20~30분을 더 기다려서 초코 로띠와 바나나 로띠 2개를 받을 수 있었다. 접시에 받아든 로띠는 거리에 앉은 자리에서 바로 먹어 치웠다. 유튜브 등에도 수많은 로띠 리뷰가 있었는데 먹고난 감상은 나와 일행 모두 "뭐야, 이거 그냥 로띠잖아"였다. 그렇다고 특별히 맛있는 로띠도 아니고 싼 것도 아니고 기교가 들어간 로띠도 아니었다. 비유하자면 한국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호떡인데 무슨 연유인지 미쉐린가이드를 받아 필요 이상으로 유명해진 것 같았다. 광장시장 앞에 꽈배기를 먹이 위해 줄을 서 있는 외국인이 생각났다. ■루프탑 펍, '타페이스트'서 라이브 재즈 음악까지 로띠를 먹고 인근에 있는 루프탑 펍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이드랜드.cnx'라는 곳으로 건물 옥상에 만든 일본식 이자카야 같은 느낌의 술집이었다. 여러가지 꼬치 요리와 일본식 주점 요리를 파는 곳으로 개인적으로는 닭껍질 튀김 꼬치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하이볼을 시켜 놓고 옥상의 난간에 앉아 치앙마이 시내를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었다. 우리 테이블의 양 옆으로 모두 연인으로 보이는 듯한 2명이 자리를 잡았는데 신기하게도 두 테이블 모두 크게 다투거나, 헤어질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안주도 맛있고, 술도 맛있는 곳에서 '왜들 그리 다운돼 있는지' 알수 없었다. 앉은 자리에서 하이볼을 한 잔씩 하고 추가로 주문을 할까 하다가 생각을 고쳐 먹었다. 이날이 치앙마이에서 보내는 마지막 하루였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많은 곳을 가보고 싶었다. 펍을 나와 바로 아래에 있는 '카놈완 창모이'라는 디저트 가게에서 태국 현지 디저트를 먹고 라이브 재즈 카페를 들을 수 있는 곳에 가기로 했다. 몇 군데를 검색한 뒤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타페 이스트'란 곳으로 향했다. 실내석과 야외석 대부분이 만석으로 칵테일과 주류 등을 시키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이었다. 우리는 총 3명의 뮤지션을 봤는데 한 명 한 명 모두 개성 넘치고 음악도 좋았다. 음악에 대한 감사함은 팁 박스에 100밧을 넣는 것으로 대신했다. 타페 이스트에는 다양한 국가, 연령, 사연의 손님이 보였는데 그 중 한 중년 신사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영국 프로 축구리그 아스날FC의 감독 '아르센 벵거'를 꼭 닮은 서양 아저씨가 있어서 일행과 소리 죽여 웃음을 참았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4-12 16:11:29[파이낸셜뉴스] 이번 여행은 치앙마이 4박, 치앙라이 3박으로 총 7박 8일 일정이었다. 항공권 가격을 아끼기 위해 중국동방항공의 경유 항공편 탔다. 인천→상하이→치앙마이 여정으로 항공권 가격은 20만원이 조금 안 됐다. 기내식이 매번 나온 것은 장점, 상하이 항공에서 밤을 지새운 것은 단점이었다. 치앙마이행 비행기는 1시간 정도 지연이 됐고, 2월 23일 금요일 오후 4시쯤 치앙마이 공항에 도착했다. 치앙마이에서 4박을 한 뒤 버스를 타고 치앙라이로 이동했다. 한국에 돌아올 때는 치앙라이에서 에어아시아를 탄 뒤 방콕에 내리고, 다시 다른 국적 항공사의 항공편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가격이 싼 경유 항공권을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여행의 피로가 쌓인 뒤 귀국할 때는 직항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 아래는 총 7박 8일 간의 주요 일정과 일부 식당을 기록한 내용이다. 차를 타고 이동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관광객보다는 훨씬 더 많은 곳, 더 멀리 있는 다양한 곳까지 볼 수 있었다. 여행 일자별로 동선을 고려해 이동했기 때문에 치앙마이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참고 사항이 될 수 있을 듯하다. 가보고 싶거나 해보고 싶었는데 못한 것을 몇 가지 꼽자면 △코끼리 보호소에서 코끼리 먹이주기와 목욕시키기 △도이인타논 국립공원 트레킹 △정글을 가로 지르는 짚라인 체험 등이다. 치앙마이는 방콕에 비해 저렴한 물가로 한 달 살기가 유명한 곳이다. 한국의 오피스텔과 비슷한 콘도미니엄을 1달 동안 렌트해 사는데 보통 한 달 월세가 50만원~100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다만 건기와 우기에 따라 치앙마이 미세먼지는 세계에서 가장 악명이 높다고 하니 참고해야 한다. #OBJECT0# 비행기 놓칠 뻔한 썰.. 여행자의 적 비염 치앙마이행 비행기를 타기 전, 상하이 공항 내부에 있는 벤치에서 사실상 노숙을 해야했다. 경유로라도 중국 땅을 밟아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상하이 공항의 와이파이는 사실상 먹통이었다. 공항 내에 마련된 자판기 같은 기기에서 여권을 스캔하고 와이파이 접속 패스워드를 얻었지만 카카오톡이나 네이버와 같은 한국의 사이트 전부를 이용할 수 없었다. 인터넷이 막히니 너무 답답했는데, 일부 유럽의 관광객들은 차단된 사이트 없이 와이파이로 인터넷을 자유롭게 하고 있었다. 나 말고 다른 한국인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외교 문제 등으로 중국 정부가 한국인의 와이파이만 막아 놓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밤을 지새우고 치앙마이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정해진 게이트로 이동했다. 보딩 시간이 가까워 오자 이제는 새삼스럽지도 않은 저비용항공사(LCC)의 지연 안내가 있었다. '몇 시간 지연되는 것인가'하고 물어봤지만 동방항공의 직원은 시간은 정해지지 않고 지연됐다는 말만했다. 게이트쪽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 전날 제대로 자지 못해 잠깐이지만 깊은 잠에 빠졌는데 잠결에 퍼뜩 정신이 들며 눈이 떠졌다. 주위를 살펴보니 나를 빼고 모두 비행기 탑승을 마친 상태였다. 허겁지겁 비행기 게이트로 뛰어가 거의 마지막으로 비행기에 탑승했다. 전날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고, 날씨도 쌀쌀했기 때문에 기존에 앓고 있던 비염이 조금 심해졌다. 비행기가 착륙할 시간이 다가오고 고도를 낮추기 시작하자 귀 고막 부분이 찢어질 정도로 아프기 시작했다. 비염이 있는 사람들은 종종 느끼는 고통인데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고, 압력이 증가하기 시작할 때 고막에 미칠듯한 통증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내 고막을 사이에 두고 외부와 내부에서 뾰족한 바늘이 동시에 찌르는 느낌인데, 비염이나 축농증이 없는 사람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이다. 비행기를 탈 때 한번도 이 고통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굉장히 행복한 사람일 것인데 사실상 이런 고통이 있다는 걸 알지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님만 화이트마켓과 비어랩 맥주 치앙마이 첫 호텔은 '마야몰'에서 도보 5분 정도 거리에 잡았다. 저렴한 호텔을 적당히 잡은 거라 별다른 특징이 없었고 생각보다 방이 작았다.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잠시 쉰 뒤에 치앙마이에서 첫 끼를 해결하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치앙마이는 저렴한 가격에 미쉐린 등록 레스토랑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오기 전 유튜브 등을 통해 구글맵에 100곳이 넘는 식당을 체크해 두었다. 먹을 것보단 체험과 경험에 우선 순위를 두는 편이라 일정에 맞춰 적당한 곳에 가기 위해 가능한 많은 리스트를 만들어 뒀다. 첫 날 저녁을 먹은 곳은 '흐언므언짜이'라는 현지 음식점이었다. 오래된 목조 건물을 복원한 식당으로 웨이팅이 있어 20~3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바로 인근에 '카오소이 매싸이'라는 있었다. 태국 북부 요리인 '카오소이'는 치앙마이를 여행하게 되면 반드시 먹게 되는 메뉴다. 태국 북부지역의 대표 요리인 '카오소이'는 코코넛 밀크에 카레 가루를 넣은 국물에 에그 누들을 넣은 면요리다. 고명으로 튀긴 에그 누들을 올려주고 취향에 따라 닭, 소고기 등 고기를 선택해 먹을 수 있다. 식당마다 맛이 조금씩 다른데 흐언므언짜이의 카오소이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호불호 없는 맛이었다. 이후 두 번째 먹은 카오소이 식당은 매콤한 맛이 특징이었다. 카오소이, 태국식 소시지 싸이끄록, 삼겹살을 튀긴 듯한 돼지고기 요리를 먹었다. 저녁을 먹고 도보 거리에 있는 '비어 랩'이라는 펍을 찾았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펍으로 가격대는 조금 있었지만 분위기가 괜찮았다. 다양한 수제 맥주와 칵테일 등을 갖추고 있었는데 첫 잔은 '치앙마이 블라섬'이라는 하우스 맥주를 골랐다. 메뉴판이 복잡할 땐 직원에게 추천 메뉴를 물어보거나, 가장 윗줄에 있거나, 별 표시가 돼 있는 걸 고르는 편이다. 밥으로 배를 채우고, 맥주로 목을 축이고 소화도 시킬겸 걸어서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원님만'옆에 조성된 플리 마켓인 '화이트 마켓'에 잠깐 들려 구경했다. 버스킹 공연이 열리고, 일본식 소품 등을 파는 아기자기하고 분위기 있는 시장이었다. 10년 전 홍대느낌 '반캉왓' 치앙마이 이틀째 아침에는 미리 예약해둔 렌터카를 받았다. 닛산의 작은 승합차였다. 사전 흠집 등을 체크하고, 선불금으로 약 1만 밧(4만원)을 건넸다. 역사적인 이유로 태국에 돌아다니는 차량 대부분은 일본산 차다. 다만, 작년과 달리 올해는 BYD 같은 중국 전기차 브랜드도 종종 눈에 띄었다. 늦은 아침은 치앙마이 부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님만해민'의 한 카페에서 해결했다. 님만해민은 치앙마이의 가로수길 이라고도 불리는데 우리가 간 식당은 '로즈마리'라는 작은 카페였다. 열대 과일을 두르고 꿀을 올린 토스트와 샌드위치 등을 먹었다. 이어 차를 몰고 '반캉왓'으로 향했다. 반캉왓은 지역 예술인들이 공동으로 만든 공동체 공간이다. 한국으로 치면 약 10년 전의 홍대거리를 걷는 느낌이 든다. 평일에는 문을 열지 않아 출발 전에 요일을 체크하는 것이 필수다. 작은 수공예품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수제 가죽과 종이로 만든 수첩(노트)을 파는 곳이 있었는데 살짝 지름신이 왔지만 참기로 했다. 노트 표지에 적힌 "당신이 책을 읽을 때, 당신은 작가의 언어를 읽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글을 쓸 때, 당신은 당신의 영혼을 읽습니다"라는 문장이 좋았다. 이어 '반캉왓' 인근에 있는 카페 넘버39에 들렸다. 작은 숲 안에 나무로 지은 집이 있고 중간에 파란 호수가 있는 인테리어의 카페다. 사진을 찍기 좋은 카페로 '물감을 섞어 놓은 듯한 푸른 호수'는 실제로 주인이 물감을 풀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음료와 케이크를 먹으며 나무 위에 마련된 작은 집에서 라이브로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의 노래도 들을 수 있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3-22 16:43:46【파이낸셜뉴스 도쿄=박소연 기자】 #. 생굴 5개 4000엔, 성게는 2000엔. 오사카시 츄오구 쿠로몬 시장 한 가게 앞은 길거리 음식을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의 굴 먹방이 한창이었다. 이 가게 주인은 "일본인은 바가지라고 할지 모르지만, 외국인은 자국보다 싸다고 기꺼이 사준다"고 했다. 한 번에 3만~4만엔을 소비하는 그룹도 꽤 있다고 한다. 인근 게 전문점에서는 게 다리 4개 세트가 1만2000엔에 팔린다. 일본 관광지 음식 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엔저 효과에 더해 인바운드(방일 외국인 관광객) 전용으로 고액의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월에 문을 연 도쿄 토요스의 한 식당은 '인바운드 동'으로 주목 받았다. 해산물 덮밥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2만엔께에 팔리는 것을 두고, '관광객 입국'과 '덮밥'이란 단어를 합쳐 '인바운드 동'이란 신조어가 탄생한 것이다. 기록적 엔저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관광 물가가 전례 없이 뛰어서다. 일본 관광청의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인바운드 여행소비액은 5조2923억엔으로 역대 최고치를 돌파했다. 정부 목표인 5조엔을 돌파했다. 코로나 영향이 없었던 2018년 4조8135억엔과 비교해서도 약 10% 증가했다. 가장 큰 요인으로 체재 기간이 늘어난 점이 꼽힌다. 지난 5년간 인바운드 평균 숙박수는 10.2박으로, 2018년 대비 1.3박 증가했다. 체재 기간이 늘어나면서 숙박비나 식음료 등에 지출하는 비용도 커진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인바운드 1인당의 지출액은 약 21만2000엔으로 2018년대비 33.8% 증가했다. 정부 목표액의 20만엔을 웃돌았다. 숙박이 약 7만3000엔으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 쇼핑이 약 5만6000엔, 음식이 약 4만8000엔이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2024-03-11 07:20:20【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연초 한덕수 국무총리가 담당 공무원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극찬한 울산 '현대자동차 전기차(EV) 신공장의 신속한 인·허가 처리' 사례는 공무원의 충실한 임무 수행도 빛났지만 김두겸 울산시장 탁월한 시정 운영이 빚어낸 성과였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이끄는 민선 8기 울산시의 정책 목표는 '울산의 이익 극대화'와 계속되는 인구감소와 경기침체 극복이다. 이를 위해 '기업'과 '일자리 창출'이 중심이어야 한다. 기업의 투자유치를 끌어내려면 규제완화 등 이윤 창출을 위한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김 시장의 생각이었다. 그 결과는 울산의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와 인구 증가로 나타났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23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가장 뿌듯한 성과로 울산 총인구의 증가를 꼽았다. 지난해 9월 인구 감소세를 멈추고 증가세로 돌아선 뒤 약 4개월 동안 1067명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영남권 5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인구가 늘어난 곳은 울산이 유일했다. 김 시장은 "취임 이후 한 달 평균 1조원에 이르는 총 16조원 대의 기업 투자 유치를 달성했고 울산의 고용률도 60.7%로 11년 6개월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라며 "취임할 때 부자 도시, 청년 도시를 만들겠다고 했던 약속을 잘 지키고 있어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올해 첫 해외 사절단을 이끌고 최근 10일간 미국을 방문한 뒤 귀국했다. 이번 미국 방문 또한 울산시가 추구해야할 미래 산업의 방향과 정책 수립을 위한 발 빠른 행보로 평가되고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남다른 발상으로 주목 받는 김두겸 울산시장이 갑진년 한 해를 어떻게 이끌어 것인지 그 생각을 들어 봤다. ―올해 핵심 사업은 어떤 것이 있나 ▲지난해처럼 계속해 기업 투자가 이어지도록 지속 가능한 투자 기반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지난해 울산 주도로 발전소 지역 전기요금을 싸게 하는, 이른 바 전기요금 차등제를 위한 '분산에너지특별법'이 제정돼 오는 6월부터 시행된다. 시행 즉시 울산이 첫 분산에너지 특구가 되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구가 되면 한전을 거치지 않고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직거래할 수 있다. 이는 가격 경쟁력 제고로 이어져 반도체, 이차전지, 데이터센터 같은 에너지 다소비 기업들이 울산으로 몰려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울산은 산업단지가 많아 전력 수요와 공급이 균형적이다. 현재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을 위한 세부 법령 수립도 산업부를 도와 울산이 주도하고 있다. 산업부 동향을 살펴보니 울산이 가장 먼저 특구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울산시가 추진 중인 도심융합특구는 어떻게 되나 ▲현 정부의 균형발전 핵심 정책은 도심융합특구, 기회발전특구, 교육발전특구, 문화특구 등 '지방시대 4대 특구'이다. 도심융합특구는 판교 테크노파크처럼 특정 산업의 산학연 기관을 집중시키고 주거, 교육, 문화공간을 갖춘 신도를 조성하는, 새로운 성장거점을 만드는 사업이다. 울산은 도심융합특구 선도사업지로 선정돼 KTX역세권과 다운동 테크노파크 일대에서 준비 중이다. 지난해 말 다운동 일대의 그린벨트가 해제돼 탄력을 받고 있다. 다운동은 '탄소중립 특화단지'로 조성되면 기업과 인재가 몰리는 울산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 것이다. 기회발전특구는 기업의 이전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각종 세금감면과 규제 특례가 제공된다. 수소와 이차전지 등을 중심으로 KTX역세권, 미포지구, 장현산단 등에 추진할 계획이다. 투자기업을 유치해 오는 10월 특구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교육발전특구와 문화특구를 위해 주력산업 고도화와 신산업 육성에 더욱 힘 쏟을 것이다. ―소극적인 정부의 권한 이양은 걸림돌이 되지 않는가 ▲지방시대를 열고자 하는 지방정부의 수장으로서 느끼는 가장 아쉬운 점이 바로 정부의 권한 이양 문제다. 지방이 진정한 주인이 되려면 국토이용권, 조세권, 자치권 등이 이양되어야 한다. 먼저 기업 유치와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서는 그린벨트 해제인데 부분적으로 권한이 확대돼 울산 다운지구가 첫 해제지가 됐지만 아직 전면 해제는 되지 않았다. 조세권은 중앙에 결속돼 있다. 소득세, 소비세, 법인세 같은 주요 세원이 중앙에 집중돼 있어 항목을 지방세로 이전하거나 지방교부세 확대, 지역자원시설세 신설 등 실질적인 지방정부 조세권 확대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지방정부가 직접 행정 계획을 세우고 인력을 구성하도록 자치계획권이나 자치조직권 확대도 절실하다. ―'꿀잼 도시' 실현을 위한 올해의 계획은? ▲'꿀잼 도시' 만들기의 신호탄은 지난해 부활한 '울산공업축제'이다. 이를 계기로 '노잼 도시'가 아닌 '꿀잼 도시'라는 입소문이 점점 퍼지고 있다. 울산 시민 70만명이 참여하면서 성공적으로 부활한 울산공업축제는 가장 울산다운 축제라는 평가를 얻었다. 축제에 대한 시민 만족도 조사 결과를 살펴 올해는 장점을 더 강화하고 단점을 보완해 명실상부한 울산 대표축제로 자리매김 시킬 것이다. 꿀잼 도시를 위해 문화예술 뿐만 아니라 공공체육시설 강화에도 힘쓸 것이다. 지난해 11월 일본을 방문했다. 인구 6만의 소도시인 기타히로시마의 '에스콘필드 야구장'은 호텔, 온천, 식당을 갖춘 복합 문화·관광·체육시설인데, 개관 8개월만에 야구 관람객 200만명이 방문했을 정도로 인기였다. 현재 울산의 주요 체육시설인 축구장과 야구장 등은 경기가 열리는 몇 안 되는 날을 제외하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문수야구장에 유스호스텔을 문수테니스장은 다목적 구장 등으로 시설을 개선하고 파크골프장을 조성해 체육 분야의 재미와 성장 동력을 추구할 것이다. 이외에도 태화강 국가정원 봄꽃축제, 울산대공원 장미축제, 시니어축제 등 시민의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문화 행사를 더 다채롭고 수준 높게 만들어 갈 것이다. 또 울산은 랜드마크가 될 태화강 위 오페라하우스 건립도 공모전을 통해 디자인을 확정하는 등 순항 중이다. 설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에게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울산 또 한국관광공사가 뽑은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로 선정됐다. 더욱 더 반련 동물 관련 관광을 활성화 시킬 계획이다. 여기에다 기업현장투어, 울산박물관 산업사 전시실 리모델링, 지역 특화 전시회 등 울산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산업관광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4-01-24 18:03:52김두겸 울산시장이 지난 23일 지방시대 특구 준비와 '꿀잼 도시' 조성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울산=최수상 기자】 연초 한덕수 국무총리가 담당 공무원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극찬한 울산 ‘현대자동차 전기차(EV) 신공장의 신속한 인·허가 처리’ 사례는 공무원의 충실한 임무 수행도 빛났지만 김두겸 울산시장 탁월한 시정 운영이 빚어낸 성과였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이끄는 민선 8기 울산시의 정책 목표는 ‘울산의 이익 극대화’와 계속되는 인구감소와 경기침체 극복이다. 이를 위해 ‘기업’과 ‘일자리 창출’이 중심이어야 한다. 기업의 투자유치를 끌어내려면 규제완화 등 이윤 창출을 위한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김 시장의 생각이었다. 그 결과는 울산의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와 인구 증가로 나타났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23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가장 뿌듯한 성과로 울산 총인구의 증가를 꼽았다. 지난해 9월 인구 감소세를 멈추고 증가세로 돌아선 뒤 약 4개월 동안 1067명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영남권 5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인구가 늘어난 곳은 울산이 유일했다. 김 시장은 “취임 이후 한 달 평균 1조원에 이르는 총 16조원 대의 기업 투자 유치를 달성했고 울산의 고용률도 60.7%로 11년 6개월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라며 “취임할 때 부자 도시, 청년 도시를 만들겠다고 했던 약속을 잘 지키고 있어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올해 첫 해외 사절단을 이끌고 최근 10일간 미국을 방문한 뒤 귀국했다. 이번 미국 방문 또한 울산시가 추구해야할 미래 산업의 방향과 정책 수립을 위한 발 빠른 행보로 평가되고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남다른 발상으로 주목 받는 김두겸 울산시장이 갑진년 한 해를 어떻게 이끌어 것인지 그 생각을 들어 봤다. ―올해 핵심 사업은 어떤 것이 있나 ▲지난해처럼 계속해 기업 투자가 이어지도록 지속 가능한 투자 기반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지난해 울산 주도로 발전소 지역 전기요금을 싸게 하는, 이른 바 전기요금 차등제를 위한 ‘분산에너지특별법’이 제정돼 오는 6월부터 시행된다. 시행 즉시 울산이 첫 분산에너지 특구가 되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구가 되면 한전을 거치지 않고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직거래할 수 있다. 이는 가격 경쟁력 제고로 이어져 반도체, 이차전지, 데이터센터 같은 에너지 다소비 기업들이 울산으로 몰려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울산은 산업단지가 많아 전력 수요와 공급이 균형적이다. 현재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을 위한 세부 법령 수립도 산업부를 도와 울산이 주도하고 있다. 산업부 동향을 살펴보니 울산이 가장 먼저 특구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울산시가 추진 중인 도심융합특구는 어떻게 되나 ▲현 정부의 균형발전 핵심 정책은 도심융합특구, 기회발전특구, 교육발전특구, 문화특구 등 ‘지방시대 4대 특구’이다. 도심융합특구는 판교 테크노파크처럼 특정 산업의 산학연 기관을 집중시키고 주거, 교육, 문화공간을 갖춘 신도를 조성하는, 새로운 성장거점을 만드는 사업이다. 울산은 도심융합특구 선도사업지로 선정돼 KTX역세권과 다운동 테크노파크 일대에서 준비 중이다. 지난해 말 다운동 일대의 그린벨트가 해제돼 탄력을 받고 있다. 다운동은 ‘탄소중립 특화단지’로 조성되면 기업과 인재가 몰리는 울산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 것이다. 기회발전특구는 기업의 이전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각종 세금감면과 규제 특례가 제공된다. 수소와 이차전지 등을 중심으로 KTX역세권, 미포지구, 장현산단 등에 추진할 계획이다. 투자기업을 유치해 오는 10월 특구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교육발전특구와 문화특구를 위해 주력산업 고도화와 신산업 육성에 더욱 힘 쏟을 것이다. ―소극적인 정부의 권한 이양은 걸림돌이 되지 않는가 ▲지방시대를 열고자 하는 지방정부의 수장으로서 느끼는 가장 아쉬운 점이 바로 정부의 권한 이양 문제다. 지방이 진정한 주인이 되려면 국토이용권, 조세권, 자치권 등이 이양되어야 한다. 먼저 기업 유치와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서는 그린벨트 해제인데 부분적으로 권한이 확대돼 울산 다운지구가 첫 해제지가 됐지만 아직 전면 해제는 되지 않았다. 조세권은 중앙에 결속돼 있다. 소득세, 소비세, 법인세 같은 주요 세원이 중앙에 집중돼 있어 항목을 지방세로 이전하거나 지방교부세 확대, 지역자원시설세 신설 등 실질적인 지방정부 조세권 확대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지방정부가 직접 행정 계획을 세우고 인력을 구성하도록 자치계획권이나 자치조직권 확대도 절실하다. ―‘꿈잼 도시’ 실현을 위한 올해의 계획은? ▲‘꿀잼 도시’ 만들기의 신호탄은 지난해 부활한 ‘울산공업축제’이다. 이를 계기로 '노잼 도시'가 아닌 '꿀잼 도시'라는 입소문이 점점 퍼지고 있다. 울산 시민 70만명이 참여하면서 성공적으로 부활한 울산공업축제는 가장 울산다운 축제라는 평가를 얻었다. 축제에 대한 시민 만족도 조사 결과를 살펴 올해는 장점을 더 강화하고 단점을 보완해 명실상부한 울산 대표축제로 자리매김 시킬 것이다. 꿀잼 도시를 위해 문화예술 뿐만 아니라 공공체육시설 강화에도 힘쓸 것이다. 지난해 11월 일본을 방문했다. 인구 6만의 소도시인 기타히로시마의 '에스콘필드 야구장'은 호텔, 온천, 식당을 갖춘 복합 문화·관광·체육시설인데, 개관 8개월만에 야구 관람객 200만명이 방문했을 정도로 인기였다. 현재 울산의 주요 체육시설인 축구장과 야구장 등은 경기가 열리는 몇 안 되는 날을 제외하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문수야구장에 유스호스텔을 문수테니스장은 다목적 구장 등으로 시설을 개선하고 파크골프장을 조성해 체육 분야의 재미와 성장 동력을 추구할 것이다. 이외에도 태화강 국가정원 봄꽃축제, 울산대공원 장미축제, 시니어축제 등 시민의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문화 행사를 더 다채롭고 수준 높게 만들어 갈 것이다. 아울러 울산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드는 일에도 힘쓸 것이다. 수십 년째 지지부진했던 반구대 암각화가 ‘반구천의 암각화’라는 변경된 이름으로 올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심사에 돌입한다. 영문 신청서가 이달 중 유네스코에 접수될 것으로 안다. 또 울산은 랜드마크가 될 태화강 위 오페라하우스 건립도 공모전을 통해 디자인을 확정하는 등 순항 중이다. 설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에게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울산 또 한국관광공사가 뽑은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로 선정됐다. 더욱 더 반련 동물 관련 관광을 활성화 시킬 계획이다. 여기에다 기업현장투어, 울산박물관 산업사 전시실 리모델링, 지역 특화 전시회 등 울산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산업관광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다. ulsan@fnnews.com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4-01-24 11:01:35【 인천=한갑수 기자】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예전부터 흔히 찾는 곳이 인천 월미도와 연안부두이다. 탁 트인 바다를 보며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 저렴한 가격으로 회도 푸짐하게 먹고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곤 했다. 월미도는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 반면 연안부두는 젊은 층을 제외한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있는 장소이다. 오죽하면 '연안부두' 노래까지 만들어졌겠는가. 연안부두는 지금이야 인천종합어시장과 수많은 맛집, 해수탕, 유람선, 제주·서해5도 운항 카페리를 타는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이 있고 수도권 바다 낚시인들의 메카로 알려져 사람들이 붐비는 유명 관광지가 됐지만 조성 당시에는 외진 항구였다. 연안부두 일대는 1960년대 후반 인천내항 조성 시 생긴 흙으로 매립한 곳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천종합어시장의 유래는 1902년 중구 신포동 신포국제시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포국제시장은 1883년 인천이 개항하면서 인구가 크게 늘어나자 그 배후 시장으로 생긴 시장이다. 신포국제시장에는 채소시장과 어시장으로 대별되는 시장이 있었고 이 어시장이 1931년 월미도가 있는 북성동으로 옮겨갔다가 1975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인천종합어시장의 역사를 신포국제시장에서부터 시작한다면 120년이 넘었고 현재의 위치에서만 보면 50년이 가까이 됐다. 인천시 중구 연안부두로 33번길 37(항동 7가)에 1975년 12월 문을 연 인천종합어시장은 1만1500㎡의 부지에 연면적 7600㎡의 건물을 세워 사업협동조합 형태로 현재 500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냉동 수산물을 보관하는 점포를 제외한 실제 영업을 하는 점포는 350여 점포이다. 인천종합어시장은 서해안 인근 연안에서 갓 잡은 싱싱한 수산물을 공급하는 어시장이다. 조성 당시 동양 최대 어시장이었다.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는 산지시장이면서 전국으로 수산물을 유통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수산물 유통시장 중 한 곳이다. 매년 8만여t의 수산물이 유통되고 서울과 수도권에서 평일 3000~5000명, 주말 2만~3만명 정도가 시장을 방문한다. 인천종합어시장은 건어부와 젓갈부(젓갈부 첫째 화요일, 건어부 첫째·셋째 수요일 휴무)를 제외하면 연중무휴로 운영되고 있다. 개장시간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대략 새벽 4시에서 오후 9시까지이다. 경매가 새벽 4시에 시작되고 경매에서 수산물을 받아 도매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점포도 이때쯤 문을 연다. 상점마다 간판과 번호가 쓰여 있고 골목마다 비슷한 종류의 해산물이 모여 있어 처음 방문한 사람도 쉽게 장을 보며 시장을 둘러볼 수 있다. ■수도권 산지어시장 신선한 수산물 유통 인천종합어시장은 취급 품목별로 7개 파트로 나눠져 있고 선어도매·소매부에서는 신선한 수산물을, 활어부에서는 싱싱한 활어를, 건어부에서는 직접 말린 건어물을, 젓갈부에서는 토굴에서 숙성한 젓갈을, 패류부에서는 꽃게, 새우, 낙지, 조개류를, 냉동수산부에서는 냉동수산물을 공급한다. 400여종에 달하는 싱싱한 수산물을 시중가보다 싼 가격으로 판매한다. 고래만 빼고 모든 수산물을 취급한다고 보면 된다. 전체 판매 중 도매가 30%를 차지한다. 요즘 어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수산물은 꽃게, 대하, 전어, 민어, 홍어이다. 꽃게는 인천을 대표하는 수산물로 4~5월과 10~11월에 그 맛이 절정에 달한다. 꽃게는 11월이 돼야 알이 차고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다. 봄에는 암꽃게가, 가을에는 수꽃게가 인기가 많다. 인천시는 가을 꽃게철을 맞아 지난 7~8일 인천종합어시장 앞에서 꽃게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꽃게 직거래 장터인 '꽃게 축제'를 개최했다. 인천종합어시장 내 고등어·자반·오징어·삼치 도·소매 가게를 운영하는 김순화 순화상회 사장은 "당일 새벽에 경매 받아서 수산물을 가져오기 때문에 싱싱하고 시중가보다 저렴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추석 직전 주말인 지난달 23일 인천종합어시장은 서해에서 잡은 싱싱한 수산물·해산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꽃게, 대하, 전어, 민어를 판매하는 점포 앞에는 손님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았다. 추석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수 손님은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듯 고등어, 자반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 이날 인천종합어시장에는 수산물 소비 진작을 위해 수산물 구매자에게 구매금액의 최대 30%를 돌려주는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가 진행됐는데 대기줄이 100m 이상 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환급을 받는데 2시간이나 걸렸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 6일에는 연휴 때보다 손님은 적었으나 꽃게, 대하, 전어, 병어를 사려는 사람들이 점포 앞에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은 여전했다. 어시장 상인들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의 해양 방류에도 불구하고 어시장 방문 손님들의 수는 방류 이전인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고물가로 인한 경기 악화에 따라 손님들의 씀씀이가 줄면서 상인들의 매출은 예년보다 떨어졌다.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 직전에는 오히려 어시장 방문객들이 늘어나 상인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의아해 했단다. 알고 보니 '오염 처리수가 국내에 도달하기 전에 생선을 실컷 먹자'라는 이상 소비자 심리가 작용한 것. 그러나 현재는 오염 처리수 방류에도 불구하고 어시장 방문객들이 줄어들지 않고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김낙정 대일회수산 사장은 "손님들은 많은데 씀씀이가 줄었다. 예전에는 5만원짜리가 잘 팔렸다면 요즘은 이보다 작은 2만~3만원짜리 생선이 많이 나간다"고 말했다. ■원전 논란 불구 손님 예년 수준 유지 인천종합어시장에서 꽃게는 1만2000~2만원까지 팔리고 있었으며 암꽃게는 1㎏에 1만2000원, 수꽃게는 1㎏ 1만5000~2만원에 판매됐다. 홍어와 민어도 많이 눈에 띄었는데 민어는 1㎏에 2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손님 한명이 민어에 관심을 보이자 붙임성 좋은 점포 여주인이 재빠르게 5㎏짜리 민어 한 마리를 5000원을 깎아 12만원까지 주겠다고 흥정을 붙였다. 홍어는 한 마리에 12만~15만원에 판매됐으며 해체 비용 5만원을 내면 먹기 편하게 손질해 준다. 홍어는 조금씩 낱개 포장해 한 팩에 1만5000원에 판매됐다. 반건조 수산물은 보리굴비 큰 것 10마리에 10만원, 민어 50㎝짜리 1마리 2만원, 우럭 2만원에 판매됐다. 염승경 둘째네 사장은 "처음에는 오염수 때문에 손님이 더 많이 몰렸지만 지금은 예년과 비슷한 것 같다. 오염 처리수 방류 영향을 크게 못 느낀다"고 강조했다. 인천종합어시장 방문 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나 경인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를 이용해 이동하면 된다. 전철 이용 시 동인천역에서 하차해 시내버스 12번(SK충전소 하차), 24번(연안부두어시장 하차), 36번(연안초등학교 하차)을 타고 오면 된다. 인천종합어시장은 전국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시설이 노후화되고 비좁은 데다 주변에 아파트와 초등학교가 있어 소음·악취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와 비용 부담 때문에 시설 및 주차장 확대 등 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인천종합어시장은 틈틈이 보수 공사를 진행하지만 여전히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어시장 이전이다. 그나마 지붕 개량과 화장실 리모델링을 실시했으며 어시장 옆 기존 공영주차장 5420㎡ 부지에 435대를 주차할 수 있는 지상 4층 규모의 주차타워를 건립해 오는 12월 초 운영을 시작한다. 현재 진행 중인 아케이드 사업도 이달 중 완료한다. 인천종합어시장사업협동조합은 인천이 해양도시인 만큼 바닷가에 어시장을 이전해 손님들이 수산물을 구입하고 바다와 다양한 편의시설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해 어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조합은 미래 발전적인 어시장을 만들기 위해 17년 전부터 숙원사업으로 어시장 이전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마땅한 부지와 비용이 없어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어시장 인근 먹거리·즐길거리 다양 지난 2006년 인천해역방어사령부 이전 부지로 어시장 이전을 추진했지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부대 이전 비용 부담을 놓고 인천시와 국방부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무산됐다. 최근에는 송도국제도시 내 신국제여객터미널로 이전한 제1국제여객터미널 부지 등으로 이전을 추진했지만 난개발을 우려하는 인천시의 반대로 무산됐다. 현재 조합은 인천항만공사가 매립 중인 연안부두 물양장으로 이전을 목표로 인천시, 인천항만공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유기붕 인천종합어시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어시장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바닷가에 위치하고 충분한 인프라를 조성해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충족시켜 젊은 층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어시장에서는 수산물 구매만 가능하다. 구입한 활어나 대하, 꽃게를 상차림 비용만 부담하면 즉석에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식당과 횟집이 어시장 인근에 수백곳에 달한다. 또 인천종합어시장에 와서 놓치지 않고 맛봐야 하는 메뉴가 고소한 맛이 일품인 밴댕이회무침이다. 연안파출소 옆에 있는 밴댕이회무침거리에는 40~50년 된 밴댕이회무침으로 유명한 노포들이 즐비하다. 이름처럼 식당들이 거리에 늘어서 있는 게 아니라 해양센터 건물 안과 뒤편에 집중되어 있다. 건물 뒤편에는 바다가 맞닿아 있다. 다양한 수산물을 푸짐하게 맛보고 싶다면 제주행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맞은편 100m 안쪽에 위치(항동 7가 86의 1)한 '풍물의 거리'를 추천한다. 이곳은 지난 1990년 조성됐으며 회를 먹으면 곁들이찬(일명 쓰키다시)을 많이 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조성 당시 40여곳의 포장마차형 횟집들이 다닥다닥 늘어서 영업했으나 현재는 10여곳만 영업 중이다. 장소가 후미진 곳에 있어 단골손님이거나 소문 듣고 오는 손님들이 주로 찾는다. 60첩 반상의 해산물이 제공되고 낙지, 전복, 멍게, 매운탕 등이 서비스로 제공된다. 가격은 10만~27만원으로 주메뉴와 인원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지만 보통 4명이 먹을 수 있는 메뉴 가격이 16만~17만원 선이다. 또 인천종합어시장에 오면 놓치지 말아야 할 게 해수탕이다. 1981년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원조 해수탕을 비롯 대형 해수탕 10여곳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 해수는 바닷물이 아니다. 해수는 지하 200m 암반층에서 끌어올린 지하수로 100여가지의 미네랄이 함유돼 고혈압, 동맥경화, 관절염, 신경통, 부인병, 피부병, 무좀 등에 탁월한 효험이 있다. 이곳 해수탕은 서울에서도 이용객이 찾아올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밖에 인천종합어시장 인근에는 서해5도와 제주도를 운항하는 카페리를 타는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이 있고 인천상륙작전의 거점이 됐던 한국 최초의 현대식 등대인 팔미도와 인천대교, 인천항 연안을 항해하며 둘러보는 유람선을 탈 수 있는 유람선 선착장도 인근에 있다. 유람선 선착장 옆에는 인천시의 교류 우호도시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시의 이름을 딴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이 있다. 광장 내 1904년 러일전쟁 당시 인천 앞바다에서 일본군과 전투 중 손상을 입은 함선을 일본군에 넘겨주지 않기 위해 항복하지 않고 함선과 함께 자폭한 러시아 군인들을 추모하는 순양함 '바랴그'호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kapsoo@fnnews.com
2023-10-08 18:27:26【인천=한갑수 기자】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예전부터 흔히 찾는 곳이 인천 월미도와 연안부두이다. 탁 트인 바다를 보며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 저렴한 가격으로 회도 푸짐하게 먹고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곤 했다. 월미도는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 반면 연안부두는 젊은 층을 제외한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있는 장소이다. 오죽하면 ‘연안부두’ 노래까지 만들어졌겠는가. 연안부두는 지금이야 인천종합어시장과 수많은 맛집, 해수탕, 유람선, 제주·서해5도 운항 카페리를 타는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이 있고 수도권 바다 낚시인들의 메카로 알려져 사람들이 붐비는 유명 관광지가 됐지만 조성 당시에는 외진 항구였다. 연안부두 일대는 1960년대 후반 인천내항 조성 시 생긴 흙으로 매립한 곳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천종합어시장의 유래는 1902년 중구 신포동 신포국제시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포국제시장은 1883년 인천이 개항하면서 인구가 크게 늘어나자 그 배후 시장으로 생긴 시장이다. 신포국제시장에는 채소시장과 어시장으로 대별되는 시장이 있었고 이 어시장이 1931년 월미도가 있는 북성동으로 옮겨갔다가 1975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인천종합어시장의 역사를 신포국제시장에서부터 시작한다면 120년이 넘었고 현재의 위치에서만 보면 50년이 가까이 됐다. 인천시 중구 연안부두로 33번길 37(항동 7가)에 1975년 12월 문을 연 인천종합어시장은 1만1500㎡의 부지에 연면적 7600㎡의 건물을 세워 사업협동조합 형태로 현재 500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냉동 수산물을 보관하는 점포를 제외한 실제 영업을 하는 점포는 350여 점포이다. 인천종합어시장은 서해안 인근 연안에서 갓 잡은 싱싱한 수산물을 공급하는 어시장이다. 조성 당시 동양 최대 어시장이었다.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는 산지시장이면서 전국으로 수산물을 유통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수산물 유통시장 중 한 곳이다. 매년 8만여t의 수산물이 유통되고 서울과 수도권에서 평일 3000∼5000명, 주말 2만∼3만명 정도가 시장을 방문한다. 인천종합어시장은 건어부와 젓갈부(젓갈부 첫째 화요일, 건어부 첫째·셋째 수요일 휴무)를 제외하면 연중무휴로 운영되고 있다. 개장시간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대략 새벽 4시에서 오후 9시까지이다. 경매가 새벽 4시에 시작되고 경매에서 수산물을 받아 도매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점포도 이때쯤 문을 연다. 상점마다 간판과 번호가 쓰여 있고 골목마다 비슷한 종류의 해산물이 모여 있어 처음 방문한 사람도 쉽게 장을 보며 시장을 둘러볼 수 있다. ■수도권 산지어시장 신선한 수산물 유통 인천종합어시장은 취급 품목별로 7개 파트로 나눠져 있고 선어도매·소매부에서는 신선한 수산물을, 활어부에서는 싱싱한 활어를, 건어부에서는 직접 말린 건어물을, 젓갈부에서는 토굴에서 숙성한 젓갈을, 패류부에서는 꽃게, 새우, 낙지, 조개류를, 냉동수산부에서는 냉동수산물을 공급한다. 400여종에 달하는 싱싱한 수산물을 시중가보다 싼 가격으로 판매한다. 고래만 빼고 모든 수산물을 취급한다고 보면 된다. 전체 판매 중 도매가 30%를 차지한다. 요즘 어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수산물은 꽃게, 대하, 전어, 민어, 홍어이다. 꽃게는 인천을 대표하는 수산물로 4~5월과 10~11월에 그 맛이 절정에 달한다. 꽃게는 11월이 돼야 알이 차고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다. 봄에는 암꽃게가, 가을에는 숫꽃게가 인기가 많다. 인천시는 가을 꽃게철을 맞아 지난 7∼8일 인천종합어시장 앞에서 꽃게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꽃게 직거래 장터인 ‘꽃게 축제’를 개최했다. 인천종합어시장 내 고등어·자반·오징어·삼치 도·소매 가게를 운영하는 김순화 순화상회 사장은 “당일 새벽에 경매 받아서 수산물을 가져오기 때문에 싱싱하고 시중가보다 저렴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추석 직전 주말인 지난달 23일 인천종합어시장은 서해에서 잡은 싱싱한 수산물·해산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꽃게, 대하, 전어, 민어를 판매하는 점포 앞에는 손님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았다. 추석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수 손님은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듯 고등어, 자반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 이날 인천종합어시장에는 수산물 소비 진작을 위해 수산물 구매자에게 구매금액의 최대 30% 돌려주는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가 진행됐는데 대기줄이 100m 이상 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환급을 받는데 2시간이나 걸렸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 6일에는 연휴 때보다 손님은 적었으나 꽃게, 대하, 전어, 병어를 사려는 사람들이 점포 앞에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은 여전했다. 어시장 상인들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의 해양 방류에도 불구하고 어시장 방문 손님들의 수는 방류 이전인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고물가로 인한 경기 악화에 따라 손님들의 씀씀이가 줄면서 상인들의 매출은 예년보다 떨어졌다.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 직전에는 오히려 어시장 방문객들이 늘어나 상인들이 무슨 일인가하고 의아해 했단다. 알고 보니 ‘오염 처리수가 국내에 도달하기 전에 생선을 실컷 먹자’라는 이상 소비자 심리가 작용한 것. 그러나 현재는 오염 처리수 방류에도 불구하고 어시장 방문객들이 줄어들지 않고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김낙정 대일회수산 사장은 “손님들은 많은데 씀씀이가 줄었다. 예전에는 5만 원짜리가 잘 팔렸다면 요즘은 이보다 작은 2만∼3만 원짜리 생선이 많이 나간다”고 말했다. 김경자 철수상회 사장은 “이따금 원산지를 물어보는 사람이 있지만 대부분은 물어보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손님들이 구매량을 줄이는 게 문제”라며 아쉬워했다. ■원전 논란 불구 손님 예년 수준 유지 인천종합어시장에서 꽃게는 1만2000원∼2만원까지 팔리고 있었으며 암꽃게는 1㎏에 1만2000원, 숫꽃게는 1만1만5000원∼2만원에 판매됐다. 홍어와 민어도 많이 눈에 띄었는데 민어는 1㎏에 2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손님 한명이 민어에 관심을 보이자 붙임성 좋은 점포 여주인이 재빠르게 5㎏짜리 민어 한 마리를 5000원을 깎아 12만원까지 주겠다고 흥정을 붙였다. 홍어는 한 마리에 12만∼15만원에 판매됐으며 해체 비용 5만원을 내면 먹기 편하게 손질해 준다. 홍어는 조금씩 낱개 포장해 한 팩에 1만5000원에 판매됐다. 반건조 수산물은 보리굴비 큰거 10마리에 10만원, 민어 50㎝ 짜리 1마리 2만원, 우럭 2만원에 판매됐다. 염승경 둘째네 사장은 “처음에는 오염수 때문에 손님이 더 많이 몰렸지만 지금은 예년과 비슷한 것 같다. 오염 처리수 방류 영향을 크게 못 느낀다”고 강조했다. 인천종합어시장 방문 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나 경인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를 이용해 이동하면 된다. 전철 이용 시 동인천역에서 하차해 시내버스 12번(SK충전소 하차), 24번(연안부두어시장 하차), 36번(연안초등학교 하차)을 승차해서 오면 된다. 인천종합어시장은 전국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시설이 노후화되고 비좁은데다 주변에 아파트와 초등학교가 있어 소음·악취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와 비용 부담 때문에 시설 및 주차장 확대 등 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인천종합어시장은 틈틈이 보수 공사를 진행하지만 여전히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어시장 이전이다. 그나마 지붕 개량과 화장실 리모델링을 실시했으며 어시장 옆 기존 공영주차장 5420㎡ 부지에 435대를 주차할 수 있는 지상 4층 규모의 주차타워를 건립해 오는 12월 초 운영을 시작한다. 현재 진행 중인 아케이드 사업도 이달 중 완료한다. 인천종합어시장사업협동조합은 인천이 해양도시인만큼 바닷가에 어시장을 이전해 손님들이 수산물을 구입하고 바다와 다양한 편의시설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해 어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조합은 미래 발전적인 어시장을 만들기 위해 17년 전부터 숙원사업으로 어시장 이전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마땅한 부지와 비용이 없어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어시장 인근 먹거리·즐길거리 다양 지난 2006년 인천해역방어사령부 이전 부지로 어시장 이전을 추진했지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부대 이전 비용 부담을 놓고 인천시와 국방부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무산됐다. 최근에는 송도국제도시 내 신국제여객터미널로 이전한 제1국제여객터미널 부지 등으로 이전을 추진했지만 난개발을 우려하는 인천시의 반대로 무산됐다. 현재 조합은 인천항만공사가 매립 중인 연안부두 물양장으로 이전을 목표로 인천시, 인천항만공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유기붕 인천종합어시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어시장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바닷가에 위치하고 충분한 인프라를 조성해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충족시켜 젊은 층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어시장에서는 수산물 구매만 가능하다. 구입한 활어나 대하, 꽃게를 상차림 비용만 부담하면 즉석에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식당과 횟집이 어시장 인근에 수백 곳에 달한다. 또 인천종합어시장에 와서 놓치지 않고 맛봐야 하는 메뉴가 고소한 맛이 일품인 밴댕이회무침이다. 연안파출소 옆에 있는 밴댕이회무침거리에는 40∼50년 된 밴댕이회무침으로 유명한 노포들이 즐비하다. 이름처럼 식당들이 거리에 늘어서 있는 게 아니라 해양센터 건물 안과 뒤편에 집중되어 있다. 건물 뒤편에는 바다가 맞닿아 있다. 다양한 수산물을 푸짐하게 맛보고 싶다면 제주행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맞은편 100m 안쪽에 위치(항동 7가 86의 1)한 ‘풍물의 거리’를 추천한다. 이곳은 지난 1990년 조성됐으며 회를 먹으면 곁들이찬(일명 쓰키다시)을 많이 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조성 당시 40여 곳의 포장마차형 횟집들이 다닥다닥 늘어서 영업했으나 현재는 10여 곳만 영업 중이다. 장소가 후미진 곳에 있어 단골손님이거나 소문 듣고 오는 손님들이 주로 찾는다. 60첩 반상의 해산물이 제공되고 낙지, 전복, 멍게, 매운탕 등이 서비스로 제공된다. 가격은 10만∼27만원으로 주 메뉴와 인원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지만 보통 4명이 먹을 수 있는 메뉴 가격이 16만∼17만원 선이다. 또 인천종합어시장에 오면 놓치지 말아야 할 게 해수탕이다. 1981년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원조 해수탕을 비롯 대형 해수탕 10여 곳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 해수는 바닷물이 아니다. 해수는 지하 200m 암반층에서 끌어올린 지하수로 100여 가지의 미네랄이 함유돼 고혈압, 동맥경화, 관절염, 신경통, 부인병, 피부병, 무좀 등에 탁월한 효험이 있다. 이곳 해수탕은 서울에서도 이용객이 찾아올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밖에 인천종합어시장 인근에는 서해5도와 제주도를 운항하는 카페리를 타는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이 있고 인천상륙작전의 거점이 됐던 한국 최초의 현대식 등대인 팔미도와 인천대교, 인천항 연안을 항해하며 둘러볼 수 있는 유람선을 탈 수 있는 유람선 선착장도 인근에 있다. 유람선 선착장 옆에는 인천시의 교류 우호도시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시의 이름을 딴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이 있다. 광장 내 1904년 러일전쟁 당시 인천 앞바다에서 일본군과 전투 중 손상을 입은 함선을 일본군에게 넘겨주지 않기 위해 항복하지 않고 함선과 함께 자폭한 러시아 군인들을 추모하는 순양함 ‘바랴그’호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kapsoo@fnnews.com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3-10-08 11:36:12【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오염수 때문에 가뜩이나 힘든데 장마가 길어져 손님이 거의 끊겼습니다." 연합뉴스는 지난 20일 낮 12시 15분께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에서 만난 횟집 주인 장모씨(68)의 사연을 이렇게 전했다. 장씨는 "요즘에 손님이 90% 이상 준 것 같다"라며 "코로나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웃 식당의 상인은 오염수 논란과 관련해 "손님들이 수산물 안전 여부를 많이 물어 온다"라고 말했다. 울산지역 횟집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주말부터 본격 시작되는 여름 휴가철에 기대를 걸고 있다. 때마침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국내 수산물 소비 위축을 극복하기 위한 민관합동 홍보활동이 확대되고 있다. 울산지방해양수산청은 최근 ‘안전한 우리 수산물, 안심하고 드세요’라는 슬로건으로 캠페인을 시작하며 수산물 소비 촉진 홍보 활동을 전개 중이라고 26일 전했다. 울산지역은 오는 28일 전후로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등 대형사업장들이 일제히 여름휴가에 돌입한다. 바다를 끼고 있는 해양도시답게 울산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몰려든 피서객들로 휴가철 수산물 소비가 집중되는 곳이다. 울산뿐만 아니라 해안가 피서지를 갖춘 전국 지방정부 대부분도 여름휴가 특수를 노리기 위해 우리 수산물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소비를 촉구하는 캠페인과 홍보 활동에 들어갔다. 다만 이 같은 홍보 캠페인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본 정부는 이번 여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예고한 상태다. 일본 내 어업인들의 반대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국민들 사이에 방류 찬성 기류도 함께 확대되고 있어 방류가 곧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22∼23일 18세 이상 시민 10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올여름 시작하는 처리수 방류에 불안을 느끼는가'는 질문에 44%가 '불안하지 않다'고 대답했다고 지난 24일 보도했다. '불안하다'는 35%, '모르겠다'는 20%로 각각 나타났다. 반면 국내에서는 한국갤럽이 지난 6월 27∼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7명에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우리나라 해양과 수산물을 오염시킬지 걱정되느냐'고 물은 결과 전체 응답자의 62%는 '매우 걱정된다'고, 16%는 '어느 정도 걱정된다'고 나타나 양국 국민들의 입장차가 큰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초 울산에서는 일본산 참돔을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한 업소 2곳과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13곳, 단순 표시방법 위반 59곳 등 원산지표시 법을 위반한 74곳이 적발돼 불안감을 가중 시켰다. 회사원 이모씨(54)는 “우리나라 수산물을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일본산을 국내산으로 속여 파는 데 무작정 우리 수산물을 믿고 먹을 수는 환경은 아니다”라며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 차단 등으로 우리 수산물에 대한 신뢰성을 우선 높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양진문 울산지방해양수산청장은 “정부에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해수 실시간 모니터링, 수산물 방사능 검사 등을 통해 빈틈없이 관리하고 있는 만큼 우리 수산물은 안전하다”라고 강조하면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지 않도록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3-07-26 07:5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