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영국의 한 작은 아파트에서 부엌을 리모델링 하던 중 400년전 벽화가 발견돼 화제다. 22일(현지시각)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잉글랜드 요크시 한 아파트 집주인인 루크 버드워스(29)씨는 부엌 리모델링 작업 중 벽 뒤에 숨겨진 그림을 발견했다. 버드워스는 아파트 내부 부엌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임시 거처에서 생활 중이었다. 그러다 공사 업자로부터 ‘벽 뒤에 그림이 있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그가 아파트에 도착해서 보니 새 부엌장이 벽에 설치된 상태였다. 주변에는 인부들이 떼어낸 희미한 그림 조각만 놓여 있었다. 그때 그는 거실 반대편 벽 뒤에도 벽화가 그려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해당 아파트가 조지 왕조 때인 1747년 지어진 유서 깊은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버스워스는 “다른 쪽 벽들 안 공간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고 전했다. 발견된 벽화의 크기는 가로·세로가 각각 2.7m와 1.2m였고 윗부분은 천장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스스로 역사적 고증에 나선 버스워스는 벽화가 17세기 전반기 시인 프란시스 퀄스의 1635년 작품 ‘임블렘스’ 속 한 장면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아파트가 지어지기 전에 벽화가 먼저 그려졌다”며 벽화가 있는 벽 주위로 건축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버드워스는 “벽화가 빅토리아 왕조 시대에 그려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된 것이었다”며 “흰 수레를 탄 남자의 그림은 천국으로 가는 듯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벽화 속에서 천사가 새장 속에 갇힌 남자의 손을 잡아끄는 장면은 성경의 한 구절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내 역사적 장소를 관리하는 공공기관 사적위원회는 아파트에 전문가를 보내 정밀 촬영을 진행한 결과 “벽화 제작 시기는 프란시스 퀄스의 책이 출간된 1635년과 벽화 유행이 꺾이기 시작한 1700년 사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요크시 아파트에서 17세기 벽화가 발견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아파트 소유자들이 벽화를 잘 보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버드워스는 벽화를 훌륭한 실내 장식의 하나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03-23 17:5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