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입양된 16개월 여아가 양부모에게 학대당하다 사망한 사건에서 검찰이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자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청사 앞은 시민들이 보내온 근조화환으로 가득 메워졌다. 반면 검찰은 여전히 추가기소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동학대치사 15년형도 "쉽지 않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사망한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 사건이 아동학대 혐의로만 기소될 경우 살인죄 적용에 비해 형량이 최소 6년, 최대 십수년까지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죄 양형기준으로 징역 4~7년형을 권고하고 있다. 죄질이 좋지 않아 형을 가중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면 최대 10년까지 가중할 수 있다. 가중요소가 감경요소보다 2개 이상 많으면 특별조정으로 최대 징역 15년까지 권고한다. 법정형은 아동학대치사범에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정하고 있지만 실제 재판에서 15년 이상의 형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반면 살인죄는 일반적인 동기라도 징역 10~16년형이 선고된다. 가중요소가 있다면 18년 이상부터 무기징역까지 내리도록 권고하고 있다. 살인죄 가중요소로는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가 포함되지만 아동학대치사엔 정인양 사건 가해자에게 적용될 가중요소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아동학대치사로만 기소될 경우 처벌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이정우 부장검사)는 지난 8일 정인양 양모를 아동학대치사, 상습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이를 방치한 양부를 아동학대, 아동유기 및 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관심을 모은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검찰은 “적용할 근거가 부족했다”며 “추가기소는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아동학대 신고 3번, 골절만 7곳인데 같은 날 발표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사인은 췌장 절단으로 인한 복강막 출혈이었다. 국과수는 췌장 절단 외에도 복수의 장기 손상과 광범위한 출혈이 있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발생 시기가 다른 골절상 7곳과 다수 피하출혈 흔적도 함께 발견됐다. 생후 1년을 갓 넘은 어린 아이에게 지속적인 상해를 입혀왔음을 인정하기 충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럼에도 검찰은 장씨에게 학대치사 혐의만을 적용했다. 시민들은 분노했다. 생후 7개월 때인 올 1월 이들 부부에게 입양됐고 3월부터 숨진 10월까지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됐음에도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은 수사기관의 판단이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지난 14일부터 남부지검에 근조화환을 보내 살인죄 기소를 촉구하는 단체행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날 기준 남부지검 앞엔 50개가 넘는 근조화환이 늘어섰고 정문 앞에선 한파를 뚫고 릴레이 1인 시위까지 이어졌다. 살인죄 적용과 가해자 부부 신상공개를 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16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도 14일 장씨를 “살인죄로 기소해달라”는 취지의 청원서를 남부지검에 제출했다. 시민 3만884명의 서명도 함께 전달했다. 시민들은 정인양 생전 3차례나 경찰에 학대의심 신고가 접수된 점을 들어 살인의 고의를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정인양과 비슷한 나이의 딸을 키우는 설모씨(36·여)는 “아동학대 신고가 3번이나 접수됐는데도 계속 때려서 결국 죽게 한 게 아니냐”며 “검찰 판단대로라면 (아이를) 한 번에 죽이는 사람보다 오랫동안 고문을 하다 죽게 만드는 사람이 더 가벼운 벌을 받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2020-12-16 12:10:33[파이낸셜뉴스] 학대를 당해 사망한 아동이 작년 5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행위자 10명 중 8명은 부모였지만, 학대피해 아동이 가정으로부터 분리된 사례는 10%에 그쳤다.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를 3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아동학대로 신고접수된 건은 4만6103건,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2만7971건이다. 아동학대 신고접수 건수는 2021년 5만3932건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최근 5년간 증가 추세는 유지되고 있다. 2021년에는 16개월 입양아 사망사건 등으로 예외적으로 신고접수가 급증했다. 2020년 4만2251건 대비로는 9.1% 증가했다. 학대행위자의 80% 이상은 부모였다. 지난해 학대행위자가 부모인 경우는 2만3119건으로 전체 아동학대 사례 중 82.7%를 차지했다. 학대 장소도 가정 내에서 발생한 사례가 2만2738건(81.3%)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대부분의 피해 아동은 가정과 분리 조치가 되지 않고 있었다. 학대 피해아동을 가정으로부터 분리 보호한 사례는 전체 아동학대 사례 중 10%인 2787건에 그쳤다. 재학대 사례는 4475건으로 전체 아동학대 사례 중 16.0%를 차지했다. 전년(2021년)에 비해 비중이 1.3%p 증가했다. 지난해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50명이었다. 연령별 특징으로는 2세 이하(36개월 미만)가 28명(56%)이다. 사망 원인별 특징으로는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 14명, 화장실 등에서 출생 후 사망이 5명 등으로 나타났다. 조우경 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장은 "신고 활성화를 위한 신고의무자 범위 확대를 추진하고, 재학대 방지를 위해 부모상담·양육기술 교육 등을 제공하는 가정기능회복 지원사업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학대 우려가 있는 2세 이하 아동을 조기 발견할 수 있도록 생애 첫 건강검진사업의 확대, 보호출산제 도입 추진 및 의료기관 미진료 등 주요 위기지표를 활용해 아동의 소재·안전 확인을 지속할 방침이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23-08-31 11:26:25[파이낸셜뉴스] 또래 20대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피의자 정유정(23)의 신상정보가 지난 1일 공개되자 일부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성 차별”이라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다. 정유정이 지난달 26일 범행을 저지른 뒤 6일만에 이름과 사진 등 신상이 공개됐는데,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 다른 남성 피의자 사건과 비교했을 때 형평이 맞지 않다며 “피의자가 여자라서 신상 공개가 빠르다”는 주장이다. 다른 사건 신상공개는 체포 후 4~7일 정도 걸려 하지만 다른 신상정보 공개 사건과 비교해서 정유정의 신상정보 공개가 유달리 빠른 것은 아니다. 실제 최근 있었던 주요 신상정보 공개 사건의 경우 체포로부터 신상정보 공개까지 보통 4일~7일 정도 걸렸다. 부산경찰청은 1일 오후 내외부 위원 7명이 참여하는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정유정의 이름, 나이, 사진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4시쯤 정유정의 신상이 온라인을 통해 공개됐다. 이와 관련 여성 온라인커뮤니티 ‘여성시대’에는 “이렇게 빨리 신상 공개를 한다고?” “여자는 신상 공개 빠르다” “어떻게 이렇게 빠를 수가 있죠?” 등의 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커뮤니티 회원 A씨는 “여자라서 신상을 공개하지 말란 게 아니라,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남성 피의자들의 신상도 빠르게 공개하라는 말이다”고 주장했다. 실제 같은 강력 범죄로 법률에 따른 요건에 충족했음에도 범죄자의 신상이 공개되지 못한 사건들도 여럿 있다. 이에 시민사회에서는 “적어도 살인 피의자들은 전부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같은 강력범죄인데 형평성이 떨어진다”, “공개 기준이 대체 뭐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인이 양모, 교제폭력 살인범도 공개하라" 목소리 강력범죄임에도 신상이 공개되지 못한 대표적인 사건은 ▲17개월 입양아가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사실혼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낸 ‘양산 동거녀 살인사건’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가둬 살해한 ‘천안 가방 살해’ 등이 있다. 최근에는 ▲지하주차장에서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남성 ▲부산 서면에서 여성의 머리를 가격한 ‘돌려차기 사건’ 남성 ▲4개월 영아 방치해 사망하게 한 친모 등에 대해서도 신상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관련 법이 규정하고 있는 신상공개 기준인 범죄의 잔인성, 증거의 충분성, 공익적 목적 등을 평가하기가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범죄자의 인권도 고려해야 해서 신상공개 결정을 남용해서도 안 된다. 이 때문에 경찰은 주요 사건의 경우 7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피의자의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06-02 09:10:38[파이낸셜뉴스]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폭행 학대해 결국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양모에게 징역 35년형, 아동학대를 방임한 양부에게 징역 5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8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양모 장모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장씨는 2020년 2월 당시 8개월 영아 정인이를 입양한 뒤 1달 뒤인 3월부터 10월까지 상습적으로 폭행 학대한 끝에 결국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양부 안씨는 장씨의 학대를 알고도 묵인하고 방치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장씨의 지속적인 학대로 정인이는 사망 당시 키 79㎝, 몸무게 9.5㎏에 불과해 제대로 서지도, 걷지도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장씨는 정인이가 밥을 잘 먹지 않자 격분해 폭행해 정인이가 바닥에 쓰러지자 배를 강하게 밟고 손으로 때려 숨지게 했다. 정인이 사망 후 부검에서는 복부에 강한 충격으로 소장과 대장 장간막열창이 발생하고, 췌장이 절단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장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1심은 상습아동학대, 살인 등의 장씨의 모든 혐의를 인정해 무지징역을 선고했다. 1심은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전혀 없는 약 16개월의 정인이 복부를 발로 강하게 밟았다. 복부를 발로 강하게 밟을 경우 피해자 사망이라는 결과를 충분히 인식하거나 예견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2심도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학대하다가 살인까지 한 점에서 이 사건 살인범행이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볼 수 없다"며 장씨의 살인 등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그럼에도 "장씨가 살해 의도를 가지고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해 살인범행을 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징역 35년으로 감형했다. 장씨가 정인이를 병원으로 이송했고 CPR(심폐소생술) 실시하기도 한 점, 당시 아동학대 신고로 스트레스가 극심했다는 등을 들어 "미필적 고의를 넘어 (살인 회피에) 적극적으로 태만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다. 양부 안모씨에게는 1, 2심 모두 징역 5년을 선고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2-04-28 11:45:3516개월 입양아(정인이) 학대 사망 사건의 수사검사, 46명의 피해자로부터 약 32억원을 편취한 사기 사건의 공판 검사 등이 공판검사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대검찰청은 '11월 공판 우수업무사례' 4건을 선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대검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공봉숙 부장검사와 김정화 검사는 16개월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에서 수사검사가 직접 공판에 관여해 피해 아동의 사인이 상당한 외력에 의하지 않고는 발생할 수 없다는 점을 입증했다. 또 평소 피해아동의 건강상태나 구호과정에서 보인 피고인의 무관심한 태도를 휴대폰 동영상 등 객관적인 증거로 증명해 1, 2심에서 살인죄가 인정, 징역 35년 선고되도록 했다. 서울동부지검 강백신 부장검사와 이승우 검사는 총 46명의 피해자로부터 약 32억원을 편취한 사기 사건에서 피해자별 범죄일시, 피해금, 합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의견서를 제출하고, 재판 중에 동종 범행을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등 의도적·계획적 범행, 죄질 불량함을 적극 변론 함으로써 징역 10년 선고를 이끌어 냈다. 성남지청 이유선 부장검사와 이수정 검사는 장기간 여자친구를 성적으로 학대해 온 강간치상 등 사건에서 공판검사가 직접 피해자를 면담하고 장기간 학대를 입증할 수 있는 진단서와 피해사진을 받아 추가 증거로 제출해 실형 선고를 이끌어낸 사례다. 수원지검 최대건 부장검사와 전우진 검사는 통화녹음파일,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 등 객관적 자료를 이용해 위증 범행을 규명해 우수 사례로 꼽혔다.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허위의 명예훼손 발언을 들었음에도 '피고인은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고, 문제의 발언은 피고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하였다'고 허위 증언한 증인을 동석자 진술, 피의자 통화녹음파일 확보해 위증을 입증했다. 대검 관계자는 "앞으로도 검찰은 공판검사들의 우수 업무사례를 적극 발굴해 격려함으로써 국민중심으로 일하는 검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1-12-21 09:57:26[파이낸셜뉴스]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양모 장모씨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재판부는 감경 이유로 범죄와 형벌 간 균형이 지켜져야 한다는 죄형균형원칙에 비춰 장씨에게 무기징역이 정당화될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무기징역이 사회와 영원히 격리하는 무거운 형인 만큼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을 양형에 그대로 투영할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성수제·강경표·배정현 부장판사)는 26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또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양부 A씨에게는 징역 5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10년간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장씨는 무방비로 누운 정인양의 복부에 척추뼈 사이 장간막이 압착될 정도로 강한 물리력을 2회 이상 행사했다"며 "그와 같이 복부에 강한 물리력을 2회 이상 가하면 장기 파열 등 치명적 손상입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은 일반인도 예견할 수 있으며, 정인양의 사망을 용인하는 의사가 내심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장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무기징역을 선고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에는 공감하지만, 양형에 그대로 투영할지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기징역은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해 자유를 박탈하는 종신 자유형으로 범죄전력, 범행 동기, 수단과 방법, 결과의 중대성, 반성과 자책 여부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해 무기징역을 선고하기 위한 객관적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세 차례의 아동학대 신고에도 정인양을 분리하는 등 보호조치가 없었고, 결국 사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은 사건 자체의 참혹함 뿐 아니라 취약상태의 아동을 보호하려는 사회 보호 체계가 작동하지 않아 사망을 막지 못했다는 공분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보호 체계가 철저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문제점을 개선하고, 정인양이 잊혀지지 않도록 결과와 문제점을 분석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씨의 재범 위험성이 크지 않은 점,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이 아니라는 점, 후회하고 자책하는 모습 등도 감경 사유가 됐다. 재판부는 "감정에 쉽게 압도돼 심한 기복을 보이고, 분노 조절을 하지 못하면서도 치료받지 않아 범행을 한 장씨의 책임은 분명하다"면서도 "장씨는 정인양을 병원에 데려갔고, 살인 증거 은폐 시도를 하지 않는 등 사회 공동체의 기본 규범에 적대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장씨는 입양한 딸 정인이를 지난해 초 입양해 수개월 간 상습적으로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인양 부검 결과 얼굴, 몸통과 팔 등 곳곳에 심한 상처가 발견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갈비뼈 골절과 췌장 상처 흔적 등 오랜 기간 학대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정황이 다수 확인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장씨에게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2021-11-26 14:50:50[파이낸셜뉴스] 경기도 화성에서 양부에게 잔인하게 학대당해 2개월 넘게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던 ‘민영이’가 끝내 숨을 거뒀다. 불과 생후 33개월에 불과한 아기가 뇌 3분의 2가 손상되는 고통을 홀로 견디다 세상을 떴다. 기적을 바라며 제2의 정인이가 나오지 않길 고대했던 시민들은 좌절에 빠졌다. 13일 화성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5시경 민영이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5월 8일 외사성 경막하출혈로 의식불명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진 지 두 달 만이다. 민영이는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아왔지만, 결국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 양부, 아동학대중상해 혐의 기소..살인죄 적용 안 돼 두 살배기 민영이를 학대한 인물은 양부 A씨(38·구속)다. 그는 지난달 3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중상해) 등 혐의로 기소됐다. 살인의 고의성은 인정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양모 B씨는 방임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지난 6일 A씨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수원지법 제15형사부(재판장 조휴옥)는 이날 오전 301호 법정에서 민영이 학대 혐의를 받는 A씨와 이를 방임한 혐의를 받고 있는 부인 B씨(37)에 대한 1심 첫 공판을 열었다. 재판에서 검찰 측은 “화성 남양읍에 있는 주거지 아파트 안방에서 피해아동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A씨가) 등긁이 등으로 수차례 신체적 학대를 가했다”며 “결국 생후 33개월에 불과한 피해자를 심각한 뇌손상으로 반혼수상태에 이르게 했다”고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또 “양모인 B씨는 학대 사실을 충분히 예견하고 있었으면서도 A씨로부터 피해자를 분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을 비롯해 A·B씨 모두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피해아동 측 변호인은 “두 달째 반혼수상태에서 단 한마디 진술조차 할 수 없었다”며 “아이 목소리를 간접적으로라도 반영하려면 주치의로부터 상처 등을 자세히 듣고 부모의 심정으로 가해자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도 양형에 참작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9월 7일로 예정돼있다. ■ “아이가 넘어질 정도로 뺨 때려” A씨는 지난 4월 중순부터 5월 초순까지 화성시 내 한 아파트에서 입양아 민영이가 고집을 부린다는 이유만으로 나무 등긁이와 구둣주걱으로 손·발바닥을 여러 차례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5월 6일 오후 10시쯤에는 잠투정을 하며 운다는 이유로 민영이 뺨을 세차게 때리기도 했다. 민영이가 휘청거리며 바닥에 넘어질 강도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틀 뒤인 8일, A씨는 민영이 뺨을 때려 넘어뜨리는 행위를 4차례 반복했다. 역시 그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 폭행으로 민영이는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뇌가 손상되며 반혼수상태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이 같은 학대를 지켜만봤다. 게다가 이들은 민영이가 사건 당일 오전 11시 폭행 끝에 의식을 잃었음에도 학대 사실이 발각될 우려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7시간가량을 방치했다. 오후 5시가 돼서야 병원으로 데려갔고, 당시 진료를 본 의사가 민영이 얼굴과 손 등에 든 멍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알려졌다. 앞서 이들 부부는 2019년 5월 봉사활동을 하던 보육원에서 당시 생후 10개월이던 민영이를 알게 됐고, 지난해 8월 입양했다. 부부는 5~10세 친자녀 4명을 슬하에 두고 있기도 하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는 “양부모 A·B씨가 반드시 살인죄와 살인방조죄로 죗값을 받길 바란다”고 분개했다. 해당 협회가 운영하는 카페에도 “작은 몸으로 견뎌야했을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너무 미안하다..어른들이 죄인이다”, “민영아 그곳에서는 마음껏 웃어” 등 눈물을 머금은 댓글이 줄을 이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1-07-13 14:02:35[파이낸셜뉴스]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에겐 실제 태어난 생일이 있다. 2019년 6월 10일이다. 생모는 정인양을 낳고 8일째에 입양기관에 입양을 보냈다. 정인이란 이름도 친모가 지어줬다. 꼬박 열달을 품어 낳고, 제 나름으로 그 삶을 응원했을 것이다. ■살았다면 두 돌··· 정인의 生 정인양은 위탁모 아래서 자랐다. 생후 2개월이던 2019년 7월, 양부모 안모씨와 장모씨가 나타났다. 이들은 몇 달 간 절차를 거쳐 지난해 2월 정인양을 정식으로 입양했다. 그때까지 8개월 간은 위탁모가 맡아 키웠다. 이후의 시간은 끔찍했다. 사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 드러난 폭행 흔적은 성인에게도 발견하기 어려울 만큼 참담한 것이었다. 당시 부검의는 지난 20여년 간 부검한 아동 사체 중 가장 처참했다고 증언했다. 성한 곳이 없었다. 온 몸에 멍이 들었고 늑골과 두개골, 쇄골 등에서 부러졌다 붙은 흔적이 확인됐다. 적절한 치료 없이 자연히 붙은 것이었다. 사망 원인이 된 장기파열도 심각했다. 췌장이 완전히 절단됐고, 절단 전에도 하루 이상 시차를 두고 심각한 손상을 입은 일이 있었다고 입증됐다. 장간막도 길게 찢어져 상당한 출혈을 일으켰다. 법정에 출석한 전문가는 정인양이 가만히 있는 것도 힘들 만큼 큰 고통을 겪었으리라고 추정했다. 폭행은 입양 2개월째인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과 6월, 9월까지 총 3차례 경찰 신고가 이뤄졌다. 어린이집 원장과 이웃 주민 등이 신고한 것으로, 그때마다 경찰은 내사종결 처리했다. 양부모에게 학대혐의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주변인들은 양부모가 충분한 교육을 받은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양모 장씨는 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해외입양인을 돕는 자원봉사 이력까지 있었다. 양부 안씨 역시 점잖은 성품이었다고 했다. 일각에선 초반 경찰 신고가 이들의 인상 때문에 가볍게 처리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인양이 사망하기까지 3차례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경찰엔 비난이 쇄도했다. 정인양을 둘러싼 상황을 적극 조사하거나 아이를 부모와 분리했다면 사망이란 극단적 결과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정인이 사건으로 바뀐 것 경찰은 사건이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뒤에야 서울 양천경찰서장 등 관련자 9명을 징계처분했다. △경찰청에 아동학대 전담 부서 신설 △수사지침에 학대 혐의자의 정신병력 및 알코올 중독, 피해 아동의 과거 진료 기록 확인 의무화 등의 대책도 내놨다. 기존엔 수사인력부족과 법적 권한 미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전문성 부족 등으로 아동학대 범죄에 적극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실제 아동과 부모를 분리조치했다 소송에 직면한 경찰관 사례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인양 사건 뒤 일선 서에선 아동학대 사건 처리가 까다로워졌다며 불만스런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바뀔 게 바뀌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양모 장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검찰의 태도는 일회적이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12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만 장씨를 기소했던 검찰은 거센 비판에 직면해 1달 만에 입장을 바꿨다. 검찰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주의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1심 법원은 살인 혐의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문제는 검찰이 유아 아동학대 사망사건에서 살인 혐의를 좀처럼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달 8일 경기도 화성에서 생후 33개월 만에 학대로 사망한 입양아 사건에서 검찰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만 적용해 기소했다. 2살짜리 어린 아이에 대한 지속적 폭행과 아이가 쓰러진 뒤 7시간여 동안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점 등이 논란이 됐으나 검찰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없다고 봤다. 이 아이를 입양한 부모의 경우 이미 4명의 친자가 있어 아파트 다자녀 청약을 노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2021-06-09 11:21:41[파이낸셜뉴스] 학대 끝에 사망한 정인이 사건의 양모가 남편과 시아버지에게 보낸 ‘옥중편지’가 공개됐다. 유튜브 제이tvc를 통해 공개된 편지 내용에는 양모가 남편에게 이민을 예고하고 탄원서를 잘 쓰겠다 내용 등을 담은 5쪽 분량 편지이다. 정인이 양모 옥중편지는 인터넷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해당 유튜버는 양모 장 씨의 편지를 습득하게 된 경위와 관련해서는 자세한 설명 없이 “제가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말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편지를 습득하게 됐음을 짐작하게 했다. 한편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재판 결과가 이번 주에 나온다.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 장씨와 남편 안씨의 선고 공판을 오는 14일 연다. 장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입양한 딸 정인양을 상습 폭행·학대하고 10월 13일 복부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구속기소 됐다. 안씨도 아내 장씨의 학대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장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법의학자와 부검의들의 소견 등을 근거로 장씨가 이미 손상을 입은 상태였던 정인양의 복부를 사망 당일 강하게 밟아 치명상을 가했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안씨에게는 징역 7년 6개월을 구형했다. 반면 변호인은 정인양에 대한 지속적인 폭행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망 당일 장씨가 아이의 배를 발로 밟아 숨지게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안씨가 장씨의 구체적인 폭행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2021-05-10 17:47:01[파이낸셜뉴스]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 사망사건 2차 공판에서 검찰이 신청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양부모를 상대로 이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절차다. 두 번째 증인으로 나선 홀트아동복지회 사회복지사 A씨는 정인양 생전 아동상태 확인을 위해 양부모와 정기적으로 연락을 취한 인물로,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A씨는 정인양 양모 장모씨가 "병원에 가는 걸 꺼려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증언해 눈길을 끌었다. ■"정인이 양모 병원가는 것 꺼려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17일 2차 공판에서 정인양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신청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어린이집 원장에 이어 두 번째 증인으로 증인석에 선 A씨는 홀트아동복지회 사회복지사로 입양아 사후관리를 전담했다. 정인양과 관련해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이뤄진 5월 이후 다른 입양아동에 비해 더 많은 연락을 취했다는 A씨는 장씨로부터 "아무리 불쌍하게 생각하려 해도 불쌍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격앙된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A씨는 "자기자식처럼 키우겠다고 (입양을) 한 사람이 왜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며 "보통 엄마들은 애가 하루만 밥을 먹지 못해도 늦은 밤에라도 병원 데려가 응급진료 받았을텐데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속상했다"고 말했다. A씨는 장씨가 병원에 가는 걸 두려워하는 듯 보였다고도 증언했다. A씨는 "장하영이 선뜻 병원에 데려가겠다고 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병원에 데려 가는 걸 두려워하고 꺼려하는 것으로 느껴졌다"고 답했다. 정인양에게 나 있던 멍자국에 대해 몽고반점으로 오인할 수 있는지 여부도 쟁점이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이 A씨에게 "평소 정인양에게 몽고반점이 많았느냐"고 질의한 것과 관련해 검사가 "멍과 몽고반점은 쉽게 구별이 되지 않느냐"고 확인 질문을 던진 것이다. A씨는 "몽고반점은 파란색인데 제가 봤던 건 멍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살릴 수 있었던 아이··· 시민들 '오열' 검찰은 A씨 등 증인들의 증언을 통해 장씨와 안씨 부부가 부인하고 있는 공소사실을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장씨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안씨 역시 장씨의 학대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상태다. 한편 정인양은 생후 7개월 때인 지난해 1월 안씨와 장씨 부부에게 입양됐다. 정인양은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온 몸에 멍이 들어 있었고 복부와 뇌에 큰 상처가 발견됐다. 장씨는 “아이가 소파에서 매트가 깔려 있는 바닥에 떨어졌다”고 주장했지만 병원은 아동학대를 의심하고 신고를 접수했다. 이후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양모 장씨는 입양하고 겨우 한 달이 지난 시점부터 정인양이 숨진 10월까지 지속적인 학대와 폭력을 행사했다. 지난해 5월부터 총 3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은 구체적인 학대 물증을 찾지 못했다며 정식 사건으로 전환하지도, 분리조치를 하지도 않았다. 수사과정을 감시해야 할 강서아보전 역시 이렇다 할 조치를 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검찰이 공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정인양 사인은 췌장 절단으로 인한 복강막 출혈이었다. 국과수는 췌장 절단 외에도 복수의 장기 손상과 광범위한 출혈이 있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발생 시기가 다른 골절상 7곳과 다수 피하출혈 흔적도 함께 발견됐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2021-02-17 15:3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