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1년 7개월 만에 과학기술사 연구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국보 제229호 창경궁 자격루의 보존처리를 마쳤다고 22일 밝혔다. 자격루는 물의 증가나 감소에 따라 자동으로 시각을 알려주는 첨단 물시계로 조선 시대의 국가 표준시계였다. 세종 16년인 1434년 세종의 명에 따라 장영실이 만들었지만 당시 만들었던 자격루는 지금 전하지 않고 중종 31년인 1536년 다시 제작한 자격루의 일부인 파수호 3점, 수수호 2점만 창경궁 보루각에 남아 있었다. 이후 자격루는 일제강점기에 자리가 옮겨진 덕수궁 광명문 안으로 옮겨 전시되면서 흙먼지 제거와 기름 도포 등 경미한 보존처리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는 청동재질로 된 자격루의 부식과 손상을 더 이상 막기 어려워졌고 결국 지난 2018년 6월 문화재보존과학센터로 옮겨져 보존처리를 받게 됐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자격루의 보존상태를 정밀조사하여 부식의 범위와 종류 등을 파악하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적합한 보존처리 방법부터 찾아냈다. 3차원 입체 실측을 활용해 유물의 형태를 정밀하게 기록했으며 비파괴 성분 분석으로 보존 상태를 파악한 결과 표면에는 청동 부식물이 형성됐고 그 위에 실리콘 오일 성분의 기름과 흙먼지가 붙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에 오염물은 계면활성제와 초음파 스케일러 등을 이용해 제거했고 재질 강화처리도 했다. 보존처리를 마치자 그간 정확한 관찰이 어려웠던 왼쪽 수수호 상단의 명문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제조 당시 양각한 명문에는 자격루 제작에 참여한 12명의 직책과 이름이 세로로 새겨져 있었다. 그동안 명문의 몇몇 글자는 마모되어 12명 중 4명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는데 이번 보존처리를 통해 새로 확인됐다. 새롭게 확인된 인물은 '이공장', '안현', '김수성', '채무적'으로 '조선왕조실록', '국조인물고', '문과방목'에는 자격루 제작 시기에 이들이 명문의 직책을 맡았음을 보여주는 기록이 남아 있다. 또 이들 사료에는 안현, 김수성, 채무적이 천문 전문가로 자격루 제작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사실이 기록돼 있다. 수수호의 표면에는 하늘로 솟아오르는 용 문양이 새겨져 있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용 문양을 자세히 살피기 위해 3차원 입체 스캔과 실리콘 복제방법으로 수수호 표면을 평면 형태로 펼쳐봤다. 그 결과 수수호 왼쪽과 오른쪽 용 형태가 대부분 같은 형태를 갖추고 있으나 얼굴, 수염이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더불어 용 문양에 겹쳐진 구름 문양이 관찰됐는데 먼저 수수호 표면에 용 문양을 붙인 후 구름 문양을 붙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로 보아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수수호가 정교한 형태로 조각한 문양을 순서대로 붙여 만든 것으로 추정되며 밀랍주조기법으로 주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대파수호의 표면에는 자격루 제작시기를 알려주는 '가정병신육월 일조'가 세로로 새겨져 있었으며 비파괴 성분 분석 결과 검은색 명문에서 은 성분이 다량 검출됐다. 은입사된 명문은 부식으로 검게 보였으나 이번 보존처리를 통해 은백색의 본래 빛을 찾게 됐다. 자격루 제작 완료 시기에 맞춰 대파수호 표면에 은입사 기법으로 명문을 새겼던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이번에 보존처리를 완료한 창경궁 자격루는 조선 시대 과학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과학 문화재로 평가된다. 문화재청은 "이번 보존처리로 자격루의 원형을 보존하고 제작 참여자와 제작기법 등 사라진 기록을 복원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0-04-22 14:43:39국가자격 시험을 통과하지 않고 국내 관광객들을 안내하는 '무자격 가이드'가 하루 1번 꼴로 적발되고 있다. 이들은 쇼핑수수료를 강요하는 것은 물론 우리 문화와 역사를 왜곡해 안내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420여만명으로 세계 20위를 기록한 만큼 지속적인 단속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무자격 가이드 기승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입국부터 출국까지 동행하며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가이드의 정식 명칭은 '관광통역안내사'다. 무자격 가이드는 지난 2009년 9월부터 의무화된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고 활동하는 자들을 말한다. 무자격 가이드의 부작용은 적지 않다. 별도의 일당이 없는 만큼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무리하게 쇼핑을 강요하거나 한국 문화와 역사를 왜곡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자격루·측우기는 중국에서 건너왔다', '고려청자는 중국의 당삼채를 흉내냈다'고 안내한 사례까지 있다. 단속을 안하는 것은 아니다. 5월 31일 경찰청에 따르면 서울·인천·부산 관광경찰은 2013년 10월~2014년 모두 451건의 무자격 가이드를 적발했다. 올해 들어서도 현재까지 163건이 적발됐다. 하루 1건 이상 무자격 가이드가 적발되는 셈이다. 제주도 등 지방자치단체도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무자격 가이드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자격 가이드가 근절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업계는 중국인 관광객의 급증과 함께 까다로운 자격시험을 원인으로 꼽는다.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하는데 필기시험 합격률은 30~50% , 면접 시험은 50~70% 선에 불과하다. 지난해만 해도 필기시험 합격률은 38.7%, 면접은 56.1%에 불과했다. 필기시험의 경우 관광학개론과 국사는 물론 관광법류까지 시험과목에 포함돼 있어 꽤 까다롭다는 평가다. 탈락자가 가장 많이 나온 언어는 중국어 분야다. 지난해 중국어 필기 지원자는 5000명을 넘어서 전체 지원자의 75%를 차지했지만, 이 중 1416명만이 합격했다.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남완우 사무국장은 "협회 교육을 받으려 안내사 자격시험 응시증을 위조하는 사례까지 있다"고 말했다. ■관청 비웃는 여행사 관광진흥법에 따라 무자격 가이드를 채용한 여행사는 시정명령, 사업정지, 등록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형사처벌을 규정한 조항이 없는 데다 가이드 현장에서 일일이 자격 소지 여부를 확인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지어 이달 중순 모 면세점은 여행사에 '매장 안에 자격증 없는 분들을 사복경찰 두 명이 잡으러 다니고 있다고 한다. 없으신 가이드들은 조심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돌리기도 해 빈축을 샀다. 해당 면세점 관계자는 "손님들이 가장 몰리는 시간에 조사가 들어오면 구매에 문제가 될까봐 안내 직원이 문자를 보냈고 이후 관광안내사협회 측에 공식사과했다"며 "여행사에서 가이드를 데리고 오니 면세점 측이 일일이 자격증을 확인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해명했다. 또다른 면세점 관계자는 "여행사 측에 무자격 가이드를 이용하지 말라고 공문을 보내는 등 업체 차원의 노력은 하고 있다"면서도 "면세점이 일일이 제재하기엔 어려운 만큼 여행사의 의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hiaram@fnnews.com 신아람 이병훈 기자
2015-05-31 15:33:57고려 물시계 존재가 규명되면서 조선시대보다 앞서 물시계가 존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지난 27일 전남대학교에 따르면 인문대학 사학과 박사과정 서금석 씨는 최근 조선 세종 시기 자격궁루가 만들어지기 이전까지 사용됐던 고려시대 물시계의 이름을 밝힌 논문을 발표했다. 해당 논문이 사실로 입증되면 종전까지 가장 오래된 물시계였던 조선시대 '자격루'의 기록을 뛰어 넘을 수 있다.서씨는 논문에서 "고려시대 물시계의 이름은 '루상수'였으며 별칭으로 '궁루·금루·은루' 등으로도 불렸다"며 "고려시대 물시계는 그 형태나 이름에 관해 남아 있는 사료가 거의 없다. 고려사에 대한 연구 작업 도중 당시 쓰였던 물시계를 언급한 자료를 확인해 고려시대 물시계 이름도 확실하게 규명했다"고 설명했다.또한 서씨는 "물시계가 단순히 시간만 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를 규율하고 지배하는 통치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점에서 그 이름을 명확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네티즌들은 고려 물시계 존재 규명 소식을 접한 뒤 "고려 물시계 존재 규명, 신기하다" "고려 물시계 존재 규명, 역사란 참 재밌는듯" "고려 물시계 존재 규명, 사실이었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onnews@fnnews.com 온라인뉴스팀
2014-10-30 14:38:132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과학문화 상설전시실에 국보 '창경궁 자격루 누기'가 전시돼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27일부터 새로 단장한 '과학문화' 상설전시실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석각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 등 국보 3건과 보물 6건을 비롯해 조선시대 과학문화유산 총 45건을 전시한다. 사진=김범석 기자
2022-12-26 18:29:10[파이낸셜뉴스] 올해 은관문화훈장은 선지훈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서울분원장과 신탁근 전 온양민속박물관장이 수훈받는다. 문화재청은 ‘2022 문화유산보호 유공자 포상’ 수상자로 문화훈장 5명, 대통령표창 6명, 국무총리표창 1명 등 총 12명(개인 10, 단체 2)을 발표하고 8일 오후 2시 한국문화재재단 ‘민속극장 풍류’에서 시상식을 개최한다. 은관문화훈장은 독일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발굴해 소개하고 겸재정선화첩과 100년 전 식물표본 420점 등을 국내로 반환한 선지훈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서울분원장, 민속유물의 권위자로 전국 사립박물관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신탁근 전 온양민속박물관장이 선정되었다. △보관문화훈장은 자격루를 복원하고 우리 전통 과학기술분야의 학술발전에 기여한 남문현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사라져가는 전통 옹기를 전통방식 그대로 복원시킨 김일만 옹기장 보유자가, △옥관문화훈장은 부산시 무형문화재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지역사회 전통문화 계승과 통합에 기여한 김귀엽 부산시 무형문화재 구덕망깨소리 보유자가 선정됐다. △대통령표창은 개인 4명과 2개의 단체가 선정됐다. 개인 부문은 김쾌정 허준박물관장(2만여 점에 이르는 의약학 분야의 자료 수집, 보존 및 학술 연구), 니시모리 시오조(西森 潮三) 일본 고치현일한친선협희 명예회장(안중근 의사 유묵 2점이 한국에 무상기증되도록 노력), 정문길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와장 보유자(전통기와 제작을 통한 우리나라 전통건축물 보수·복원에 기여), 한복려 국가무형문화재 조선왕조궁중음식 보유자(조선왕조 궁중음식의 체계화 및 세계화에 기여)가 선정됐다. 단체 부문은 (재)한국의갯벌 세계유산등재추진단(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등재에 기여)과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사이버 홍보대사 양성을 통한 한국의 문화유산 홍보)가 선정됐다. △국무총리표창은 김기송 김포시 문화관광해설사(김포시 최고령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며 지역 문화재 알리기에 앞장섬)가 수상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2-12-08 09:06:15[파이낸셜뉴스] 문화재청은 지난 3월 미국 경매를 통해 매입한 ‘일영원구(日影圓球)’를 지난 18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언론에 공개하고, 기존에 열리고 있던 환수문화재 특별전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을 통해 19일부터 일반에 공개한다. ‘일영원구’는 지금까지 학계에 알려진 바 없는 희귀 유물로, 국외 반출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초 소장자이던 일본 주둔 미군장교의 사망 이후 유족으로부터 유물을 입수한 개인 소장가가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2021년 말 해당 유물의 경매 출품 정보를 입수한 이후 면밀한 조사와 문헌 검토 등을 거쳐 지난 3월 미국의 한 경매에서 이 유물을 낙찰 받아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된 구형(球形)의 휴대용 해시계라는 점, 전통 과학기술의 계승·발전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점, 명문과 낙관을 통해 제작자와 제작 시기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과학사적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먼저, 반구의 형태로 태양의 그림자를 통해 시계를 확인하는 영침이 고정되어 있어 오로지 한 지역에서만 시간을 측정할 수 있었던 조선시대의 일반적인 해시계 ‘앙부일구’와 달리, ‘일영원구’는 둥근 공 모양인 원구의 형태로 두 개의 반구가 맞물려 각종 장치를 조정하면서, 어느 지역에서나 시간을 측정할 수 있도록 제작되어 당시 과학기술의 발전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이다. 전문가 검토에 따르면 ‘일영원구’로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림줄로 수평을 맞추고, 나침반으로 방위를 측정하여 북쪽을 향하게 한 후, 위도조절장치를 통해 위도를 조정한 뒤, 횡량에 비추는 태양의 그림자가 홈 속으로 들어가게 하여 현재의 시간을 알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쪽 반구에는 12지의 명문과 96칸의 세로선으로 시각을 표시하였는데, 이는 하루를 12시 96각(15분)으로 표기한 조선 후기의 시각법을 따른 것이다. 또한 정오 표시 아래에는 둥근 구멍이 있어,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다른 쪽의 반구를 움직이면, 이 창에 12지의 시간 표시가 나타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국보로 지정된 자격루와 혼천시계에서도 12지로 시간을 나타내는 시보 장치를 둔 사실로 미루어보아 조선의 과학기술을 계승하는 한편, 외국과의 교류가 증가하던 상황 속에서 다른 나라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이 고안된 유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원구에 새겨진 선과 명문의 정확한 용도, 구체적인 작동 원리 등 새로운 유물사·과학사적 내용들은 향후 추가 조사와 연구를 통해서 밝혀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영원구’는 제작 시기와 제작자를 알 수 있는 과학유물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한쪽의 반구에는 ‘대조선 개국 499년 경인년 7월 상순에 새로 제작하였다(大朝鮮開國四百九十九年庚寅七月上澣新製)’는 명문과 함께, ‘상직현 인(尙稷鉉印)’이 새겨져 있어, 1890년 7월 상직현이라는 인물에 의해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고종실록과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상직현은 고종대 활동한 무관으로 주로 총어영 별장과 별군직 등에 임명되어 국왕의 호위와 궁궐 및 도성의 방어를 담당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유물이 제작된 시기인 조선후기의 주조 기법과 은입사 기법 등의 장식 요소가 더해진 점도 주목된다. 네 개의 꽃잎 형태로 제작된 받침에는 용, 항해 중인 선박 그리고 ‘일월’이 상감되어 있어(사진 7), 향후 금속공예 등 다양한 방면의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영원구’는 19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특별 전시를 통해, 앞서 지난 달 환수되어 공개된 조선 왕실 유물 ‘보록’과 함께 국민에게 공개될 예정이며, 추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연구·전시 등에 폭넓게 활용될 예정이다. 이번 환수는 문화재청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축적된 경험, 관계자 네트워크, 전문가와의 긴밀한 협업을 바탕으로 성사될 수 있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2-08-19 08:26:45[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그동안 미제로 남아있던 조선 세종때 장영실이 만든 물시계 '자격루'의 핵심 부품을 완벽하게 복원했다. 이는 지금까지 조선왕조실록에서 문헌으로만 전해져 베일에 쌓여졌던 물시계 부품의 실체를 밝혀낸 것이다. 주전은 자격루의 동력전달과 시간조절 장치로 핵심부품에 해당한다. 물을 이용해 일정한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구슬이 굴러가게 해 인형을 움직이고 종을 치게 만든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조선 전기때 사용한 자격루 속 '주전'의 비밀을 풀어내 복원했다고 14일 밝혔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사관 리모델링사업을 진행 중인 국립중앙과학관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복원 자격루를 이관해 전시할 계획이다. 이번에 연구된 조선전기 자동물시계 주전시스템을 적용해 보다 원형에 가깝게 복원할 예정이다. 또한 주전의 과학원리 이해를 위한 체험형 전시품 개발도 준비키로 했다. 이번 주전의 복원은 2021년 서울 인사동에서 출토된 유물을 바탕으로 주전의 원형을 588년 만에 새롭게 복원할 수 있었다. 당시 현장에서는 동판과 구슬방출장치가 나왔다. 이 유물들을 분석한 결과, 제작 시기가 1536년 중종때의 보루각 주전으로 밝혀졌다. 이후 국립중앙과학관 윤용현 한국과학기술사과장과 한국천문연구원의 김상혁 박사, 민병희 박사, (재)수도문물연구원 오경택 원장이 함께 복원작업에 들어갔다. 세종실록의 '보루각기'와 '보루각명병서'에는 자격루의 구조와 설명이 자세히 나와있다. 자격루는 외형적으로 두 개의 대형 장치가 결합돼 있다. 하나는 물의 양과 유속을 조절하는 파수호와 수수호가 있는 수량제어 부분이다. 다른 하나는 인형의 움직임을 통해 시간을 알리는 자동시보 부분이다. 파수호는 자격루에서 물을 공급 항아리, 수수호는 파수호에서 나오는 물을 받는 원통형 항아리다. 이때 물의 양에 따라 일정한 시각마다 구슬을 내보내 동력 전달과 시간을 조절하는 부분이 있다. 이번에 복원한 주전시스템이 바로 수량 제어장치와 자동시보장치를 연결해 자격루 표준물시계의 두뇌 역할을 하는 동력 전달 및 시각 조절 장치다. 주전시스템은 수수호 안에 있는 부전인 주전죽과 그 위에 있는 방목, 방목 속 좌우에 설치되는 2종류의 동판, 동판에서 구슬을 장전하는 구슬방출기구로 이뤄져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2-07-14 11:33:02【파이낸셜뉴스 오산=장충식 기자】 경기도 오산시는 관내 초등학생 5·6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방문형 메이커 교육인 ‘2022년 찾아가는 메이커교실’을 진행한다고 25일 밝혔다. ‘찾아가는 메이커교실’은 2018년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4년째 진행하고 있는 오산시의 대표적인 교과연계형 메이커프로그램으로, 올해에는 초등학생 5·6학년 80학급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시에서 양성한 메이커강사(씨앗강사)가 한 학급에 3명씩 파견돼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프로그램과 교안 등은 씨앗강사가 매년 연수를 통해 직접 개발하고 있다. 또 직접 구상하고, 만들고 공유하는 '메이커'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하고 있다. 올해는 랩미팅(대학 등 실험실에서 연구 주제 탐색이나 배경지식을 쌓는 회의)을 주제로 바이오, 엔지니어링 아트, 데이터 분야의 수업을 운영한다. 프로그램은 3D펜을 이용한 인공신체 만들기, 오토마타 놀이동산, 오토마타 자격루, 마이크로비트를 활용한 스마트 미니가습기, 총 4가지로 구성했으며, 이 중에서 학급당 1개를 선택하여 1일 4차시 과정으로 운영한다. 오산시 관계자는 "오산시 학생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갈 창의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있도록 오산형 메이커 교육인 ‘찾아가는 메이커교실’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이를 계기로 학생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기를 시도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소통하며 즐길 수 있는 진정한 메이커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세한 사항은 오산시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2022-04-25 11:19:32서울 인사동 일대에서 출토된 조선 유물들은 그동안 기록으로만 전해져왔던 15세기 세종시대의 과학기술의 실체를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이번 발굴 과정에서 도기 항아리 내부에는 한글 금속활자 외에도 물시계 주전(籌箭, 시보장치 부품) 파편이 담겨 있었고, 외부에는 동종과 천문시계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소형화기인 총통 파편 등이 쌓여 있었다. 이번에 출토된 일성정시의는 조각난 상태로 발굴됐다. 일성정시의는 중국 원나라의 거대한 천문관측의기인 간의(簡儀) 구조를 혁신해 창제한 천문시계다. 세종 19년인 1437년에 4개가 제작됐다. 밤에는 시간을 잴 수 없는 해시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낮에는 해시계로 밤에는 별자리를 이용하는 주야 겸용 시계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실록에 기록된 일성정시의의 형태가 인사동 유적 출토품과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조선시대 자동 물시계의 주전은 동판과 구슬방출기구로 구성돼 있다. 원통형 구슬방출장치에 구슬이 담겨 걸쇠로 막혀있다가 물이 차오름에 따라 주전이 위로 올라오면서 걸쇠를 밀면 잠금이 풀려 구슬이 나가는 구조인 것으로 추정된다. 중종 31년인 1536년 창덕궁에 설치된 새 보루각을 완성하면서 개선한 주전 또는 세종 때 흠경각 옥루의 주전일 가능성이 크다. 이용삼 전 충북대 천문우주학과 교수는 "이번에 발굴된 물시계 주전은 1438년에 만든 흠경각 옥루나 1536년 제작한 자격루의 부속품일 가능성이 있는데, 기록만 있던 자료의 실물이 처음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세종시대 과학 유산이 이야기로만 전할 뿐 유물은 거의 없었다. 이번 유물 발굴을 통해 세종시대 과학기술을 복원할 실마리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엄청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1-06-29 20:00:30'세종대왕의 꿈'이 담긴 한글 금속활자가 서울 종로 일대에서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문화재청은 29일 "서울 인사동에서 조선 전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한글 금속활자 1600여점을 비롯해 세종시대 천문시계 등 다양한 금속유물이 무더기로 출토됐다"고 밝혔다. 유물이 나온 지점은 서울 종로2가 사거리와 탑골공원 서쪽으로 종로 뒤편에 있는 작은 골목인 피맛골과 인접한 지역이다. 문화재청이 이날 공개한 바에 따르면 이번 출토물에는 조선 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한글 금속활자 외에도 세종~중종 때 제작된 물시계의 주전(籌箭)을 비롯해 세종 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천문시계인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중종~선조 때 만들어진 총통류 등이 포함됐다. 이번 유물 출토와 관련해 학계에선 "조선의 인쇄사를 다시 써야 할 만큼 놀라운 발견"이라고 반색했다. 이번에 공개된 금속활자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표기가 반영된 '가장 이른 시기의 한글 금속활자'다. 15세기에 한정해 사용했던 한글인 'ㅱ, ㅸ, ㆆ, ㆅ' 등의 활자들이 나왔다. 조선 금속활자인 세조 '을해자'(1455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보다 20년 이른 세종 '갑인자'(1434년)로 추정되는 활자가 다량 확인된 점은 유례없는 성과라는 평가다. 이들 활자가 추후 연구를 통해 '갑인자'로 확인되면 조선시대 금속활자로서 각종 사료 및 기록과 일치하는 중요한 실물자료가 된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시기(1450년쯤)보다 이른 시기의 조선활자 관련 유물은 인쇄본으로만 전해졌지만 처음으로 인쇄본과 금속활자를 동시에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금속활자와 함께 세종~중종 때 제작된 자동 물시계의 주전으로 보이는 동제품들도 잘게 잘린 상태로 출토됐다. 이들 출토물에는 여러 개의 원형 구멍과 '일전(一箭)'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조선시대 주전은 그동안 실체가 전해진 것이 없었으나 이번에 최초로 관련 유물이 발견되면서 현재 복원된 자격루(물시계)와 옥루의 보완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금속활자가 담겼던 항아리 옆에서는 주야간의 천문시계인 일성정시의가 출토됐다. 일성정시의는 낮에는 해시계로 사용되고, 밤에는 별자리를 이용해 시간을 가늠하는 독특한 형태의 시계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1437년(세종 19년) 세종은 4개의 일성정시의를 만든 것으로 기록됐다. 이번 발굴에서 나온 3개의 환은 일성정시의의 주요부품인 주천도분환, 일구백각환, 성구백각환으로 파악됐다. 출토된 유물은 지금까지 기록으로만 전해졌던 일성정시의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근거자료로 세종 연간에 제작된 천문의기 복원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학계는 기대하고 있다. 소형화기인 승자총통, 소승자총통 등 총통 8점도 이번에 함께 발굴됐다. 복원된 크기는 대략 50~60㎝ 크기로, 총통에 새겨진 명문을 통해 계미년 승자총통(1583년)과 만력 무자년 소승자총통(1588년)으로 문화재청은 추정했다. 일성정시의 아랫부분에서 작은 파편들과 함께 출토된 동종도 주목된다. 15세기 제작된 왕실발원 동종의 양식을 계승한 이 유물에는 두 마리 용 형상을 한 용뉴(범종 윗부분의 고리)도 포함됐는데, 종신 상단에 '가정십사년을미사월일(嘉靖十四年乙未四月日)'이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어 1535년(중종 30년) 4월에 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박지현 기자
2021-06-29 18:3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