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역내 국가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통상 및 인적 장벽을 높이고 있다. 미국, 중국 등 과의 경쟁을 위해 방어적 무역 조치와 역내 기업 보호수단 등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유럽 내에서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자국 우선주의'의 극우정당이 득세하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는 국경 통제 등의 조치가 확대되고 있다. ■"EU, 경제적 독립성 높여야…연간 1185조 투자"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전 총재(사진)는 9일(현지시간)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경쟁력의 미래' 보고서를 공식 발표하며 EU가 거대한 단일 시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것이 경제력 약화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EU의 경제 통합을 더욱 심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이 급변하는 경제, 통상 환경에서 대규모 투자와 자국 우선주의를 하고 있을 때 유럽은 이에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미국과 중국에 뒤처지는 EU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연간 8000억 유로(약 1185조원) 투자를 단행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000억 유로는 EU 국내총생산(GDP)의 4.7%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이 세계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 지원했던 것이 GDP의 1~2% 수준이었던 것에 비교하면 현재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요구한 것이다. 드라기 전 총재는 EU가 생산성과 성장률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삶의 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이는 존립의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회원국간 공동 투자 프로젝트를 활성화하고 자본시장 통합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공동 안전자산을 발행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방산 분야 통합 조달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새로운 교역의 방향을 설정해 EU의 경제적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K-방산 등 외부에서 유럽 방산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어렵도록 EU 차원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미국이 자국 내로 공급망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처럼 EU도 자체 공급망을 역내에 확보하도록 무역 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 철강기업 등이 영향을 받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관련해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보완될 때까지 역내 기업 보호수단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드라기 전 총재는 미국의 중국산 관세 인상과 중국의 외국인 직접 투자 규제 강화 등을 언급하며 "EU에서는 외국인 직접 투자 심사가 각 회원국 권한이어서 집단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럽 내 거세진 '反난민'유럽에선 경제 빗장 걸기에 이어 국경 잠그기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올해 들어 난민 흉기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독일은 이날 불법 이민자 단속을 위한 국경 통제를 발표했다. 낸시 페저 내무장관은 이날 "임시 국경통제를 모든 육로 국경으로 확대한다"면서 "새로운 유럽 망명 시스템과 다른 조치로 EU 국경을 강력히 보호할 때까지 국경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현재 임시 조치로 통제 중인 오스트리아·스위스·체코·폴란드 국경에 더해 오는 16일부터 프랑스·룩셈부르크·네덜란드·벨기에·덴마크 국경에서도 통제가 시작된다. 이날 발표된 국경통제는 우선 6개월간 지속된다. 솅겐조약 가입국 국경에선 원칙적으로 출입국 검사가 없지만,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있는 경우 국경통제는 임시로 도입할 수 있다. 이 같은 독일의 국경통제는 지난 5월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흉기에 경찰관이 살해 당하고, 지난달 23일 시리아 출신 망명 신청자의 흉기에 3명이 사망하는 등 난민 테러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또 영국에서도 지난 7월 이슬람 이민자가 흉기 공격을 벌였다는 허위 뉴스에 극우 단체의 반이민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바 있다. 이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불법체류자 급증에 대처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2024-09-10 18:33:00【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보호무역주의 혹은 자국 우선주의는 특정 국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표면적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시작점으로 알려져 있지만 중국이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하고, 자국 내 비료업체 일부에 요소 수출중단을 지시한 것도 모두 같은 맥락으로 인식할 수 있다. 세계를 양분한 G2의 이런 추세는 곧바로 다른 국가들에 전이됐다. 프랑스의 전기차 보조금 개편, 멕시코 철강관세, 말레이시아 희토류 수출금지, 인도네시아 니켈 수출통제 등도 모두 비슷한 목적으로 세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이 쏘아올린 자국 우선주의 18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자국 우선주의 화살을 쏘아올린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미국 내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을 목표로 일정 요건을 갖춘 전기차에 최대 4000달러(중고차)~7500달러(신차)의 세액을 공제해준다는 것이 이 법의 표면적인 골자다. 그러나 혜택을 받기 위해선 전기차 제조에서 중국 등 우려국가의 배터리 부품과 광물을 일정률 이하로 사용토록 해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경쟁하면서 각종 광물에서 세계 최대 매장량 혹은 생산량이라는 무기를 갖고 있다. 기술적 우위에서 미국에 뒤처진 중국은 이를 곧바로 전략수단으로 사용했다. 지난해 말 핵심 전략물자인 희토류의 정제·가공·이용기술을 '수출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에 포함시켰고, 올 상반기에는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통제에 착수했다. 갈륨과 게르마늄 또한 희토류처럼 반도체에 필수광물이다. 향후 희토류에 대한 직접적 규제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자국 내 비료업체 일부에 요소수의 원료가 되는 요소 수출중단을 지시했다. 중국판 블룸버그 터미널로 인식되는 '윈드'(WIND)에 외국인 사용자의 정보접근을 제한한 것이나 데이터3법(사이버보안법·데이터보안법·개인정보보호법), 외국기업 블랙리스트 제도 등도 자국 우선주의로 이해 가능하다. 미국 상무부가 통조림 캔 재료로 쓰이는 중국과 독일, 캐나다산 양철에 임시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기 직전 중국은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싱가포르에서 생산된 할로겐화 부틸 고무 수입품에 대해 반덤핑관세를 계속 부과할 것인지 조사하겠다는 내용의 공고를 홈페이지에 냈다. 조사는 1년 동안 이어지며 이 기간 반덤핑관세는 유지된다. 프랑스는 전기차 생산 과정의 탄소배출량까지 따져서 보조금을 차등지급하는 내용의 전기차보조금 개편안(녹색산업법)을 공지했다. 업계에서는 유럽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혜택을 주기 위한 보호무역주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향후 EU로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반격, 각국도 동참 멕시코는 철강 등 392개 품목에 대한 수입관세 인상조치를 발표했다. EU는 올해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 등 6개 품목 수출기업의 경우 수입업자를 통해 탄소배출량 등을 EU 측에 보고해야 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본격 시행(올해 10월)을 앞두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11일 무제한 채굴과 수출로 인한 주요 광물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희토류 수출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얀마의 최대 희토류 채굴지역인 카친주 광산은 지난 4일부터 당국의 조사를 위해 생산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미얀마에서 주로 생산하는 중희토류 주문이 증가하면서 가격도 치솟았다. 중희토류는 상대적으로 많이 매장되고 용도가 제한적인 경희토류와 달리 산업·의료·군수용 장치, 전기차 배터리, 영구자석 등 첨단 기술장비에 주로 활용된다. 매장지역도 한정돼 있다. 미얀마는 중국을 제외하고 디스프로슘 산화물과 같은 중희토류를 채굴하는 거의 유일한 국가로 꼽힌다. 동남아시아의 다른 국가들도 핵심광물에 대한 규제를 발표하며 자원무기화에 참전하고 있다. 세계 니켈 매장량 1위인 인도네시아는 핵심광물인 니켈원광 수출금지를 시행한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보크사이트(알루미늄을 풍부하게 가진 광물) 수출통제에 나섰다. 아울러 구리와 주석 수출도 제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니켈 생산국인 필리핀은 지난 1월 하위업종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니켈광산 수출에 대한 과세를 고려한다고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기획재정부·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자동차·철강·섬유·타이어 업계와 연구·수출지원기관이 참여하는 '통상현안 대응반 회의'를 열고 자국 우선주의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탄소중립 규제와 보조금 지급 등 다양한 형태의 무역장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3-09-18 18:12:32[파이낸셜뉴스] 자동차 및 부품, 2차전지 업체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자국우선주의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을 더 늘릴 것이란 설문조사 결과가 26일 나왔다. 반도체 업체의 경우 대다수가 향후에도 현지생산을 현재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수출기업들이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 가운데, 중소·중견기업의 대응력이 대기업에 비해 취약한 걸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중국 리오프닝과 공급망 리스크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지난 5월 11일부터 31일까지 전국 343개 제조업체(205개 업체 응답)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미국·유럽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해 업체들은 주로 현지생산을 확대한다는 응답이 45.5%로 가장 많았다. '탄소저감 기술을 도입하겠다'(25.8%), '수출국을 다변화하겠다'(15.2%), '중간재 부품 수입국을 다변화하겠다'(6.1%)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산업별로는 2차전지(99.4%), 자동차 및 부품(94.3%), 휴대폰 및 부품(86.7%), 반도체(67.6%) 업체들이 정책대응 1순위로 '현지생산 확대'를 꼽았다. 조선(100%), 석유화학(99%), 철강(95.3%), 기계류(70.9%)는 탄소저감 기술 도입을 1순위로 지목했다. 특히 현지생산과 관련해서 조사대상 업체의 과반수(51.0%)는 향후 현지생산을 늘릴 예정이거나 이미 현지생산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정보기기 99.2%, 자동차 및 부품업체 83.9%, 2차전지 73.1%는 "현재 현지생산을 하고 있으며 향후 현지생산을 더욱 늘릴 예정"이라고 했다. 반도체 업체 83%는 향후에도 현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디스플레이(86.6%), 조선(83.8%) 업체는 "현지 생산을 거의 하지 않고 있으며 향후 현지생산을 늘리지 않을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중소·중견기업이 약한고리로 남아 있다. 대기업 49.2%가 미국과 유럽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응 중이거나 대비 예정이라고 답한 반면, 중견기업은 30.1%, 중소기업은 18.%에 그쳤다. 특히 중소기업의 46.9%, 중견기업 34%는 "따로 대비하고 있지는 않으나 대비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답해 공급망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3-06-26 15:24:59[파이낸셜뉴스] 미국, 한국, 일본 등 14개 아시아·태평양 국가가 참여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웍(IPEF)이 2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주도로 공급망 협력을 이끌어냈지만 이 과정에서 갈등도 표출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통상장관 회의에서 일부 회원국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자국내 일자리 보호와 미 제조업 부양을 점점 더 강조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이같은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경제성장을 교역에 의존하는 더 작고, 덜 부유한 나라들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다. 공급망 협정 IPEF 14개국 통상장관들은 27일 디트로이트에서 세계 최초의 공급망 협정에 합의했다. 우선 공급망에 위기가 발생하면 IPEF 회원국 정부로 구성된 '공급망 위기대응 네트워크'를 가동해 상호 공조하기로 했다. 대체 공급처 파악, 대체 운송경로 개발, 신속통관 등을 협의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급망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조처를 자제하고, 투자확대, 공동연구개발(R&D) 등을 통해 공급선 다변화도 꾀하기로 했다. 또 사업장 노사상황을 점검해 숙련 노동자 육성과 노동환경 개선을 통한 공급망 안정화를 꾀하는 '노사정 자문기구'로 구성하기로 했다. 이행상황 점검을 위한 '공급망 위원회'도 만들어진다. 미국, 한국, 일본, 호주, 인도, 태국,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베트남, 피지, 브루나이 등 14개국이 이같이 합의했다. 미 일자리 창출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IPEF가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러몬도 장관은 팬데믹 기간 말레이시아 반도체 공장이 폐쇄되지만 않았다면 미시간주 자동차 공장이 문을 닫는 일도, 노동자들이 무급휴가에 들어가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주도하는 IPEF가 미 일자리를 지키고, 공급망이 가동되도록 담보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유무역은 실종 WSJ에 따르면 미 의회와 행정부 정책 담당자들 사이에 교역이 미 일자리에 미치는 충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자유무역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되는 가운데 IPEF에는 관세 인하, 시장 개방 강제와 같은 전통적인 자유무역협정(FTA)의 인증 같은 대응수단은 포함돼 있지 않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USTR)도 러몬도처럼 바이든 행정부의 미 일자리 창출을 중심에 둔 무역정책이 미 중산층에 가장 큰 혜택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이 대표는 지난주 미 노조 지도부가 참석한 한 패널 회의에서 "너무도 오랫동안 미국의 교역정책은 자유화, 효율성, 비용절감에 집중돼 있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 우선주의에 반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는 협정 참여국 일부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데미언 오코너 뉴질랜드 통상장관은 미국의 이같은 시각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오코넌 장관은 "우리는 교역을 문제가 아닌 해결방안으로 본다"면서 "뉴질랜드의 교역 연관 산업 종사자들은 교역과 연관되지 않은 산업 종사자들에 비해 훨씬 더 높은 보수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 불평등, 노동자 권리 등에 대응하려면 교역정책이 아닌 기업 관련 상업정책, 세제 등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 통상차관 류친통도 미국 노동자들만이 통상 혜택을 봐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문제를 말레이시아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해결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세계무역기구(WTO)도 나섰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왈라 WTO 사무총장은 타이 대표에게 작은 나라, 개발도상국들과 더 긴밀히 대화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의 무역정책 기조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대화에 나서라는 것이다. 그는 "이들 나라는 이번 합의(IPEF 공급망 협정)가 그들의 시장 접근을 막는 또 다른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재계도 우려 미 기업들 상당수도 바이든 행정부의 IPEF 접근 방식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미 상공회의소를 비롯한 20여 재계단체는 앞서 26일 타이와 러몬도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서한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협상 방안에 담긴 내용과 방향에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면서 "의미 있는 전략적, 상업적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위험해질 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 그리고 그 너머의 미 통상, 경제적 이익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3-05-28 05:14:00[파이낸셜뉴스] 대한상공회의소는 14일, 법무법인(유) 세종과 공동으로 '최근 미국과 EU의 보조금 입법 동향 및 대응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EU의 역외보조금(FS) 규제 입법 현황을 분석하고 기업의 통상 대응전략 수립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물가상승 등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주요국이 새롭게 도입한 보조금 법안들이 우리기업에 이중고로 다가오고 있다"며 "자국우선주의를 앞세운 보조금 법안들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 경쟁력에 상당한 제약 요인이 되므로 해외투자·수출전략 수립 시 상세히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IRA는 국내 기업의 친환경사업 전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 박효민 변호사는 "미국은 자국 내 생산, 자국산 우선구매 등을 통해 친환경에너지 및 기후변화 대응에서 국제사회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은 각 사업 분야별로 IRA의 각종 혜택 및 제한을 면밀히 분석하여 본사 차원에서 대미 투자시 혜택과 비용에 대한 세심한 이익형량을 통한 새로운 사업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앞으로 IRA 후속 지침 뿐만 아니라 각종 보조금 정책이 어떻게 펼쳐질지 여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U의 역외보조금(FS) 규제에 대한 대비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FS 규제는 EU 역내시장을 교란시키고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역외보조금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됐다. 외국 정부로부터 일정 금액 이상 보조금을 지급받은 역외 기업이 EU 시장에서 EU 기업의 △인수·합병 △투자 △서비스무역 △공공조달 참여시 보고의무를 발생시킨다. 윤영원 세종 변호사는 "특정 거래의 경우 EU당국에 보고의무가 발생하며, EU집행위는 국내 기업이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에 대해서도 언제든지 직권 조사가 가능하다"며 "이르면 2023년 중반 정도부터 실제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지금부터 우리 기업들이 보고의무 이행 및 EU집행위의 조사 대응을 위해 면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2022-09-14 09:13:39한덕수 국무총리는 25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자국우선주의라고 규정하고 미국과 선협의 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다각도의 대응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한국도 수입 전기차에 보조금을 똑같이 지급하는데, 미국은 안한다는 것은 명백한 자국 중심주의적 정책이란 평가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단 간담회를 개최하고 "바이든 정부의 2년 정도의 정책을 보면 과거(트럼프 대통령 시절) 했던 자국 중심주의 정책을 완전히 터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나라 내부사정 때문에 자국우선주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 기업들도 최대한 미국 정부와 협의하면서 동시에 미국 현지에 조립공장을 설치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미국 인플레 감축법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드러냈다. 한 총리는 "(미국이) 사실 인플레를 줄이는 법이라고 했지만 인플레 축소한다는 연계성을 찾기는 굉장히 어렵다"며 "바이든은 처음에 3조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가 미국 의원들 반대로 협상을 계속하면서 줄여서 1조달러 정도로 통과가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광복 이유범 기자
2022-08-25 17:59:37[파이낸셜뉴스] 한덕수 국무총리는 25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자국우선주의라고 규정하고 미국과 선협의 후 WTO 제소 등 다각도의 대응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한국도 외국 수입 전기차에 보조금을 똑같이 지급하는데, 미국은 그런 조치 안한다는 것은 명백한 자국 중심주의적 정책이란 평가다. 이날 한국은행 기준 금리 0.25%포인트 인상 관련해선 미국과 금리차가 너무 나면 원화약세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어느정도 금리인상으로 원화가치를 적절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총리는 이날 서울정부청사에서 기자단 간담회를 개최하고 "바이든 정부의 2년 정도의 정책을 보면 과거(트럼프 대통령 시절) 했던 자국 중심주의 정책을 완전히 터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나라 내부사정 때문에 자국우선주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플레 감축법, WTO 규정에 일치하는지 검토" 이와관련 미국이 WTO를 무시했기에 한미 무역분쟁 절차로 바로 가야한다는 주장도 있다는 질문에 "그런 측면이 있다"면서도 "WTO는 시간이 많이 걸려 2년씩 소요되는 만큼 미국과 먼저 협의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시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 기업들도 최대한 미국 정부와 협의하면서 동시에 미국 현지에 조립 공장을 설치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는 "(과거에도) 무역규제가 많을 때는 대부분 생산기지를 옮겼는데, 지금 그것도 검토해야 할 것 같다"며 "정부도 그런 것이 WTO 규정에 일치하는지도 검토해서 필요하면 판단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선은 미국 정부와 협의를 하는 것이 먼저"라고 밝혔다. 미국 인플레 축소법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드러냈다. 한총리는 "(미국이) 사실 인플레를 줄이는 법이라고 했지만 인플레 축소한다는 연계성을 찾기는 굉장히 어렵다"며 "바이든은 처음에 3조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가 미국 의원들 반대로 협상을 계속하면서 줄여서 1조달러 정도로 통과가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외국 수입 전기차에도 보조금을 똑같이 지급하는데, 미국은 그런 조치를 안한다는 것이니 자국 중심주의적 정책이라고 봤다. 한 총리는 "제주도의 2030 제로 카본 플랜 관련 비영리단체(NGO) 이사장을 하면서 자문 한 적이 있다"며 "당시 외국 자동차에도 보조금을 줘야하는지 이슈가 있었는데, 외국 자동차에도 지급해야 한다고 조언해 그렇게 실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금리차 크면 원화 절하될 수밖에"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2.50%(0.25%포인트)로 인상해 가계부담 우려가 커졌다. 한 총리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엄청난 돈을 풀고, 2011년 2012년 중에 수습 됐어야 했는데, 혹시 경제가 회복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때문에 머뭇머뭇했다"며 "코로나와 엄청난 유동성을 푼 상태여서 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정상화 되는 것이다. 이게 고통스럽더라도 국민도 인내해주고 모든 경제주체 인내해야 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다만 금융취약자를 최대한 배려 하기위해 추경을 포함한 민생대책에서 여러가지 기금도 만들고 있다. 그는 "지금 대통령 민생회의하면서 대책을 강구하고 실행하고 하는 것"이라며 "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불가피하고 외환 차원에서 봐도 미국과 금리차 너무 나면 환율이 절하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이어 "중국, 일본은 금리에 손을 안대고 있는데, 각 나라 사정이 있다. 중국 경제는 어렵고 일본은 금리인상 등 금융시장을 정상화하지 않아도 되는 독특한 구조다. 인플레도 별로 없다"며 우리나라와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2022-08-25 14:57:41글로벌 자국우선주의 무역장벽이 곳곳에서 높아지면서 수출 주도 한국경제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영원한 우방'인 미국도 글로벌 반도체 대전에선 삼성전자 등 기업의 민감한 공급망 정보를 요구하면서 자국 우선주의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역사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생산 필수품목 수출규제를 2년 이상 지속하고 있다. 친환경을 강화하는 유럽연합(EU)은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기 등 5개 분야에 2026년부터 탄소국경세를 부과하기로 해 업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 10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글로벌 자국우선주의 무역장벽이 높아지면서 한국 반도체, 소부장, 탄소다배출 업종 등 주요산업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 영원한 우방도 없다. 미국이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에 재고·주문·판매 등 공급망 정보를 요구해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제출시한은 11월 8일로 1개월도 안 남았다. 국정감사에서 질타가 쏟아지자 정부는 지난 6일 미국에 요청자료 범위가 방대하고, 영업비밀 노출이 우려된다는 우려를 전했다.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생산 필수품목의 수출규제를 2년 이상 지속하고 있지만 양국 간 큰 틀의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소부장 사태로 비화된 한일 무역분쟁은 2019년 대법원 일본제철 강제징용 소송 배상 판결 등으로 촉발돼 해결이 쉽지 않다. 하지만 삼성전자 등 기업들은 고전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연구개발(R&D)과 구매처 다변화 등으로 반격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0대 핵심품목 대일 의존도가 크게 줄고, 우리 소부장 기업의 매출이 약 20.1% 증가하는 등 오히려 성장세라고 평가했다. 친환경을 중시하는 유럽연합(EU)과 미국은 탄소국경세 등 녹색규제로 우회적 무역장벽을 세우고 있다. 탄소국경세는 이산화탄소 배출규제가 느슨한 국가가 EU 등 규제가 강한 국가에 상품·서비스를 수출할 때 적용하는 무역 관세다. EU 탄소국경세는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기 등 5개 분야를 대상으로 2023년부터 3년은 수입품의 탄소배출량 보고만 받고, 2026년부터 실제 부과한다. 하지만 이같이 글로벌 무역장벽이 높아지더라도 우리 민관이 합심해 대응력을 강화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소부장 사태 후 기업들 수입 다변화와 정부 R&D 지원으로 핵심기술이 개발되는 등 정책 효과로 공급망이 안정화되고 있다"며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장벽이 생겨도 민관이 합심해 철저히 대응하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역량 결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2021-10-10 18:42:11[파이낸셜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5차 통상추진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외교부, 기획재정부 등 18개 부처 통상 담당자들이 미국 통상 현안,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신흥국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 내년도 주요 통상현안을 논의했다. 유 본부장은 "내년에도 자국 우선주의와 일방주의의 세계적인 확산이 우려된다. 관계부처가 협력해 통상현안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통상 관련, 유 본부장은 "미국의 통상정책 동향을 주의깊게 모니터링하면서 양국간 통상현안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WTO 이슈 관련해서도 유 본부장은 "상소기구 정상화를 위해 회원국 간 논의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단기간 내 진전은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상소기구 조기 정상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공백기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주요국 의회, 업계, 주정부 등과 다층적 아웃리치 활동 △시장다변화 위한 상호호혜적 협력사업 발굴 △디지털통상, 식품 및 동·식물에 관한 수입검역(SPS), 산업보조금 등 이슈 관련 제도·인프라 정비에 함께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2019-12-19 10:08:57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통화정책 관련 발언을 누그러뜨렸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갈 길을 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파월 의장이 상원 증언에선 하원 증언과 달리 경기·물가에 대해 조심스러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국의 반발이 뻔한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 최우선주의를 과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뉴욕 3대 주가지수는 일제히 1% 넘는 급락세로 화답했다. 파월의 누그러진 태도와 트럼프의 보호무역에 대한 고집으로 안전자산선호가 강해지면서 미국채 금리는 2.8%로 떨어졌다. 바뀐 연준 수장의 발언 뉘앙스 변화, 자국 산업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주변국을 압박하는 트럼프 정부의 강공책 등으로 경제와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 파월, 하원과 상원 발언 이틀 사이에 달라져 파월 연준 의장은 현지시간 27일 하원증언 후 '연내 한층 공격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는 질문에 "미국 경제에 대한 내 전망이 지난 12월부터 강해졌고 최근 지표들 덕분에 인플레이션 가속에 대한 확신도 짙어졌다"고 답했다. 그는 "나의 경우 일부 지표들을 보면서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향해 오를 것이라는 데 자신감이 커졌다"면서 "FOMC 위원들이 지난해 12월 이후 이어진 물가 전개과정을 3월 회의의 정책금리 점도표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파월 의장이 12월 이후 상황을 연준 인사들의 정책금리 전망표인 점도표에 반영하겠다고 하면서 금융시장이 크게 긴장했다. 이에 따라 현 시점 연준의 올해 금리인상 전망(3회)보다 더 많은 4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채권가격이 하락하는 등 시장이 반응했다. 하지만 이틀 후인 현지시간 1일 파월의 상원 발언은 달라졌다. 미국경제에 대한 자신의 전망이 강화됐다고 했던 파월 의장은 "경제가 과열됐다는 증거가 없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했다. 양호한 경기관은 유지했지만 일각의 경기 과열 우려를 잠재우려는 듯한 발언이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발언 강도도 낮췄다. 파월은 "빠듯한 노동시장이 임금 인플레 가속을 초래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노동시장 강세가 좀더 이어지더라도 인플레가 촉발되지는 않을 듯하다. 임금이 결정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강한 증거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 가속에 대한 확신이 짙어졌다고 했던 이틀 전 발언과는 상당히 달라진 태도를 노출한 것이다. 프랑스인인 IMF의 라가르드 총재가 "미국 경기과열은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와 이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가속 등을 촉진할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지만, 파월 의장은 경기 안정 쪽에 좀더 무게를 뒀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옐런 전 의장도 발언을 뒤집는 경우가 많아 비판을 많이 받기도 했는데, 파월 의장은 이틀전 자신의 발언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경기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는 유지했으나 경기과열 없다는 발언을 하면서 적극적 긴축과는 선을 그으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이틀전 인플레이션 가속에 대한 확신이 강해졌다고 했다가 이번엔 노동시장이 임금 인플레 가속을 초래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등 사뭇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면서 "이는 최근 발언에 대한 시장 반응을 본 뒤 발언 수위 조절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쪽에서도 파월이 단 이틀만에 발언을 뒤집었다는 식의 평가들이 나온 가운데 파월이 시장 반응 등을 보면서 발언 수위 조절을 하고 있다는 의심들도 보였다. 이런 가운데 파월 연준의장의 첫번째 의회 증언을 종합할 때 중립적 성향 아닌가 하는 평가도 나온다. 구혜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은 중립적 매파 성향으로 보인다. 성장률과 물가 개선 기대감은 높았으나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면서 "개선된 경기판단에도 금리인상 속도 변화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 트럼프 보호무역주의..갈등 불가피 파월 의장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식 자국우선주의에 '미국'의 금요일 주식시장은 경기(驚氣)를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고율의 수입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입 철강과 알리미늄에 대해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20.22포인트(1.68%) 내린 2만4608.98에 장을 마쳤다. 장중 600p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36.16p(1.33%) 낮아진 2677.67을 기록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92.45p (1.27%) 하락한 7180.56을 나타냈다. 뉴욕주식시장 변동성지수(VIX)는 장기 평균치인 20선을 또다시 뛰어넘었다. 장 막판 22.03에 머물며 전장보다 11% 급등했다. 뉴욕 주가지수가 금리인상 가속 신호가 없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 안도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크게 흔들리면서 급락해 버린 것이다. 아무튼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 강화에 미국 주식시장이 큰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아울러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을 피하고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옮아가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미국가격이 크게 뛰었다. 이번 조처는 미국 내 철강 및 알루미늄 제조업체의 이익을 높일 수는 있다. 하지만 낮은 가격의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을 사용했던 건설업이나 가전업체, 자동차 업체 등은 비용 증가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기업군들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 있다. 아울러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공급 측면 가격 상승압력을 높이면서 물가를 끌어올릴 여지도 있다. 이는 또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보호무역을 철회하기가 쉽지 않다. 구조적 문제로 인해 미국 무역적자가 축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향후 지적재산권 등을 대상으로 보호무역조치가 이어지며 국가간 갈등이 더 격화될 가능성까지 있다. 국제금융센터 강봉주 연구원은 "미국의 무역적자는 근본적으로 낮은 저축, 높은 소비 및 투자에 주로 기인하고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른 무역적자 확대시 추가적인 보호무역조치가 도입될 소지도 거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반기 내 지적재산권에 대한 조사 결과 발표가 예상되는 가운데 교역 상대국 또한 미국의 무역조치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 당분간 무역 관련 국가간 갈등이 이어질 수 있다"고 풀이했다. ■ 트럼프 마이웨이에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대국들..불안정한 금융시장 전세계가 미국의 독선에 반발하고 있어서 갈등의 소지는 큰 상태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가 막무가내로 미국 이익 관철을 위해 나서기 만만치 않은 측면도 있다. 미국에 가장 많은 철강을 수출하는 캐나다의 프랑스와-필립 샴파뉴 통상장관은 "캐나다 통상이익과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응조치도 불사하겠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미국의 철강 2위 수입국인 브라질 산업장관도 다른 국가들과 공동으로 나서거나 독자적으로라도 보복관세 조치를 검토할 뜻을 밝혔으며, 유럽연합(EU) 역시 세계무역기구(WTO) 원칙에 부합하는 보복조치안을 내놓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장 클로드 융커 유럽위원회(EC) 위원장은 “불공정한 조치 때문에 역내 업계가 타격받는 상황에서 방관하고 있지는 않겠다”며 “우리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보호무역주의 가장 주요한 타겟으로 알려져 있는 중국 역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중국은 수수,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에 대해 관세 부과 등 규제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수보다 무역규모가 큰 대두에 대해 중국이 규제에 나선다면 트럼프 정부는 미국 농가들의 대대적인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들도 나오는 실정이다. 이처럼 트럼프발 무역갈등 격화 조짐에 금융시장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마크 차이킨 차이킨애널리틱스 최고경영자는 “수입관세 부과 우려로 주식시장이 정말 겁을 먹은 모양이다. 무역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사안이기에 이를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우려했다. 보호무역을 통한 수출 활성화는 자국 통화의 가치 절하를 원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미국 보호무역 강화로 인해 금융시장에선 우선 주가와 달러화 가치는 하락 쪽으로, 채권가격은 상승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보호무역 추이와 각국 대응 등에 따라 경기와 금융시장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2018-03-02 10:3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