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마트 부천 중동점 부지를 초고층 주상복합으로 개발하려는 프로젝트가 결국 무산됐다. 시행사측이 몇 차례에 걸친 대금 납부 연기에도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이마트측이 계약해지를 정식으로 통보했다.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 받는 상황에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이 경색되면서 자금조달에 실패한 게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측은 최근 시행사인 ‘알비디케이콘스(RBDK)’에 잔금 미납 등을 이유로 계약해지의 내용증명를 보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계약해지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부천 중동점 부지를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내놓고 매각을 추진중이다. 앞서 시행사인 RBDK는 지난해 3월 입찰에서 3811억원을 써내 우선협상자 자격을 얻었다. 이곳에 건폐율 79.5%, 용적율 999.56%로 지하 5층·지상 66층 규모의 초고층 주상복합 시설을 건립한다는 계획이었다. 지하철 7호선 부천시청역과 바로 연결된 초역세권 입지로 노른자위 부지로 평가 받는 곳이다. 당시 내로라 하는 대형 시행사들도 참여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RBDK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너무 높은 가격을 써내 사업 초기부터 우려가 많은 프로젝트 였다”고 말했다. RBDK는 부동산 자금 시장 경색 등으로 지난해 9월 1차 잔금(3430억원)을 납입하지 못했다. 이후 시행사와 이마트측은 협상을 통해 올해 6월말로 잔금 지급일을 연기했다. 이마트 입장에서도 중동점 부지 계약을 해지하고 재매각해도 RBDK가 제시한 금액을 받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RBDK가 제시한 금액은 대지면적(8379㎡) 기준 3.3㎡당 1억5000만원선이다. 업계에서는 다시 매각해도 이 정도 수준의 금액을 받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마트 측은 올 6월에도 잔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자 결국 계약해지를 결정하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한 차례 연장에도 RBDK가 브리지론을 통한 잔금 마련에 실패해서다. 시행사 요청으로 잔금 납입을 재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자금시장 경색으로 대주단을 모집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시행사 한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경색으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데다 마냥 끌 수 없다는 판단이 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RBDK는 자체 고급주택 브랜드 ‘라피아노’를 지난 2017년에 첫 선을 보인 이후 파주 운정과 고양 삼송, 인천 청라, 경기 의왕, 천안 아산 등 전국에서 사업을 진행해온 디벨로퍼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2023-10-23 10:20:24[파이낸셜뉴스] “모험자본 시장의 자금 경색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혁신성장 분야에 투자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허성무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대표는 17일 "대내외 변동성이 커진 자본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해 기존의 앵커 출자사업 외에도 수시 자금공급이 가능한 매칭 출자사업을 적시에 진행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성장금융은 IBK기업은행과 함께 'IBK혁신성장펀드' 올해 수시 2차에 400억원을 출자, 1600억원 이상 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8개 운용사 선정을 통해서다. 모험자본 시장의 자금 경색 해소 및 혁신기업 투자 촉진을 위한 목적이다. 이 펀드는 혁신성장 공동기준 해당 기업에 약정총액의 30% 또는 출자금액의 1.5배 중 큰 금액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IBK창공 입주 또는 졸업 기업에 출자금액의 30% 이상으로 투자비율을 운용사들이 제안할 수 있다. 한국모태펀드, 농식품모태펀드, KIF투자조합 등 기관투자자의 일괄 공모방식 출자사업에 선정됐지만 민간 모험자본 공급 위축으로 출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형 운용사의 연내 펀드 결성을 지원할 예정이다. 운용사가 IBK창공(IBK기업은행의 스타트업 지원센터) 등 IBK기업은행의 혁신투자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혁신기업의 발굴, 육성 및 투자를 적극 촉진할 계획이다. IBK기업은행은 우수한 운용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형 운용사가 민간 자금 조달의 어려움으로 펀드 결성이 지연되고 이로 인해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 둔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봤다. 이번 펀드를 통해 매칭 자금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는 중소형 운용사들에 대한 적극적인 자금 지원을 역할을 수행, 혁신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2023-10-17 14:03:18정부가 26일 부진한 주택공급을 늘리고 건설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8만5000가구분의 신규 택지를 조성하는 등 12만가구를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공급 위주의 대책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 규모를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확대하는 등의 자금경색 해소대책도 내놓았다. 이렇게 해서 올해 47만가구의 주택공급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비판하면서 공급을 대폭 확대해 집값을 잡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집값이 바닥을 치고 상승하는 추세이지만 올해 주택공급은 크게 떨어졌다. 1~7월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만7278가구로 1년 전보다 29.9% 감소했다. 이 기간 10년 평균 인허가 물량과 비교하면 30.7%가 줄었다. 같은 기간 전국 주택 착공은 10만2299가구로 지난해보다 54.1%, 10년 평균치보다 62.6% 줄었다. 감소 폭이 심각한 수준이다. 공급이 급감한 이유는 있다. 3기 신도시 사업은 토지보상 지연과 철근 누락사태로 지연되고 있다. 재개발사업장에서는 건설비용 상승으로 건설사들이 주민들과 마찰을 일으켜 공사를 중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기악화와 고금리로 자금이 돌지 않아 공사가 멈추는 일도 잦다. 부실공사로 징계를 받은 일부 건설사의 영업중단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 대책은 공급 측면에서의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절차 간소화, 사업여건 개선, 신규 택지 확대로 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여러 대책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금융 문제다. 자금경색으로 건설업계가 얼어붙은 것은 지난해부터다. 일부 중소 건설업체는 도산하거나 부도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건설사들이 돈이 없어 집을 짓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자금의 혈로를 뚫어주어야 한다. 불경기 속에서도 주택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공급부족 탓이 크다. 그런 점에서 공급량을 늘리는 데 집중한 정부 대책의 방향은 옳다. 이 정도로 공급량이 감소하기까지 정부는 뭘 했는지 알 수 없다. 전 정부 탓할 것도 없다. 부동산정책은 그만큼 어렵다. 공급도 미스매칭이 발생해선 안 된다. 수요가 많은 곳에 공급이 많아야 한다. 신도시 물량을 늘린다고 서울 집값을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대책에 대해 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잘 들여다보기 바란다. 결국은 수요가 몰리는 서울에 집을 많이 지어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 지방에서는 도리어 미분양 주택이 팔리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도 있다. 서울은 물론 집 지을 땅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재개발과 재건축에 더 속도를 내는 것이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다. '신통(신속 통합) 기획'처럼 절차를 간소화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펴 나가야 한다. 도시 전체를 아파트로 덮을 수는 없겠지만 어차피 개발해야 할 곳은 빨리 진행되도록 정책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남아도는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의 주거용 전환도 공급부족에 대처하는 방책이 될 수 있다. 물론 주차 등의 난제가 많아 정부는 난감한 표정이다. 1인가구용으로라도 바꿀 묘책은 없는지 고심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도시 건설을 하루라도 앞당기는 것이다.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문제를 풀어나가기 바란다.
2023-09-26 18:28:19[파이낸셜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전력의 회사채 발행에 대해 11일 "발행 시기와 물량(폭)의 문제"라며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3.50%) 동결 후 기자 간담회를 갖고 한전채 발행에 따른 자금시장 경색 우려에 대해 "한전채 발행 물량이 주는 부담도 컸지만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 전체가 경직되며 시장에 주는 충격이 컸다"면서 "작년만큼 부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와 같은 회사채시장 자금경색 우려는 없다는 취지다. 이 총재는 다만 "물량이 부담될 수 있어 시기와 폭의 문제"라며 "정부가 전기요금을 인상하며 이에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전략은 올해 들어 7조원에 달하는 회사채를 발행했다. 전기요금 인상이 미뤄지면서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목적에서다. 시장에서는 신용 등급이 좋은 한전채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지난해와 같은 회사채 시장의 유동성 위기 우려도 나오고 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김예지 기자
2023-04-11 11:59:35기업들의 자금사정에 숨통이 트일 조짐이 보이고 있다. 자금흐름이 원활해진다는, 경제 전반에 긍정적 신호다. 단기금융시장의 경직도를 나타내는 기업어음(CP)-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차이(스프레드)가 하락구간에 들어섰다. 100bp(1bp=0.01%p) 붕괴가 눈앞이다. 회사채 시장에도 온기가 돌면서 자금조달 또한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다만 채권안정펀드를 비롯해 정부 지원에 기댄 '버티기', 다시 말해 일시적 경색완화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12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91일물 CP 금리와 동일물 CD 금리 스프레드(12일 기준)는 100bp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7일(95bp) 이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151bp로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50bp 이상 떨어진 셈이다. CP와 CD 금리는 각각 기업과 은행이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필요한 신용도 수준을 가리킨다. 그 차이가 벌어지면 기업의 신용위험이 은행 대비 커졌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은행보다 기업의 신용위험이 높지만 그 격차가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기업들의 자금줄이 말라버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내내 급격한 금리인상이 실시된 데다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보증 채무불이행 사태가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실제 CP 금리는 지난해 9월 21일 이후 12월 1일(5.54%)까지 한 차례도 빠짐없이 뛰었고, 약 13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지금은 정부가 채안펀드와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한 유동성 투입 효과로 불길이 일부 잡힌 상태다.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금리상승 기조가 매듭지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장기·우량 회사채 시장의 냉각은 이미 풀리는 모양새다. 기업들이 잇따라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올 들어 포스코(3조9700억원), LG유플러스(3조2600억원), KT(2조8850억원), 롯데제과(1조6550억원) 등에 모두 예상치를 웃도는 매수주문이 몰렸다. 금융당국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에서 "회사채·CP 금리 하향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시장 안정세를 확고히 하기 위해 프로그램 적극 집행을 지속하고, 비우량물까지 그 영향이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소를 짓기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안전판'이 사라지는 만큼 투자심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CP, CD 금리가 상당 폭 떨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회사채 시장도 신용등급 A 이하 비우량물의 마비까지 해소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이한구 금융투자협회 전문위원은 "금융시장이 안정화되고 있으나 비우량물이나 올해 1~2월 만기가 돌아오는 다수의 부동산 PF-ABCP 상황은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3-01-12 18:01:03정부가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현재 채권시장안정펀드 규모를 5조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한국은행의 유동성까지 투입하기로 했다. 채권시장 부담을 줄이기 위해 12월 국고채 발행물량을 축소하고,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 등 공공기관도 채권 발행물량 축소를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시장안정조치를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3조원 규모로 진행한 채안펀드 1차 캐피털콜(펀드 자금 요청)에 이어 5조원 규모의 2차 캐피털콜을 추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2차 캐피털콜은 출자 금융회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음 달부터 내년 1월까지 분할출자 방식으로 추진한다. 한은은 채안펀드의 2차 캐피털콜 출자 금융회사에 대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출자금의 50% 이내로 유동성을 지원할 방침이다. 총 83개 금융회사에 최대 2조50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한다. 시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12월 국고채 발행물량은 9조5000억원에서 3조8000억원으로 대폭 축소한다. 한전, 가스공사 등 공공기관도 채권 발행물량 축소·시기 분산, 은행 대출 전환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건설업 관련 비우량 회사채, 신용등급이 낮은 A2등급 기업어음(CP) 등에 대해서는 필요에 따라 건설업계 등과 협의해 신용보강, 도덕적해이 방지방안 등 추가 지원방안도 강구한다.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의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증권사 CP 매입, 증권사·건설사 보증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프로그램 등 지난달 발표한 대책은 집행 속도를 올린다. 1조8000억원 규모 증권사 보증 PF ABCP 매입 프로그램은 지난 24일 가동을 시작했고, 1조원 규모 건설사 PF ABCP 매입 프로그램도 심사를 거쳐 이번 주부터 매입을 개시한다. 정부는 금융권 유동성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금융지주 자회사 간 신용공여 한도, 퇴직연금(특별계정) 차입규제, 은행 예대율 규제 등 금융규제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결산 등 자금수요가 몰리는 연말 상황을 고려해 다음 달 RP 매입을 늘릴 계획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단기자금시장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는 자금경색 여진을 해소하고, 자금경색이 제2금융권 리스크로 확대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추 부총리는 "연말까지 주요국 물가지수와 금리 결정 발표 등 주요 이벤트가 남아있는 데다 최근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등 사태가 건설업 등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해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을 재차 확대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시장 동향과 연말연시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강조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22-11-28 18:26:44제약·바이오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해당 기업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증시 부진과 유동성 리스크에 대응해 투자금 회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채권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카드를 통해서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코로나19 기간 앞다퉈 채권을 발행했지만 역으로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로 바이오 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디프론디비티가 지난해 발행한 전환사채(CB)에 대한 풋옵션 신청을 받은 결과 행사비율은 최초 원금(40억원)의 97.5%에 달했다. 풋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장래의 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계약이다. 비우량 신용도를 보유한 기업들은 통상 회사채 투자자 모집 단계에서 불안한 투심을 잠재우고 투자자금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풋옵션 등의 특약을 제시한다. 투자자에게 중도에 투자금 회수 기회를 주는 것으로 일종의 투자자 안전장치로 여겨진다. 메디프론디비티는 다음달 15일까지 투자자에게 39억원을 현금으로 돌려줘야 한다. 메디프론디비티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등 노인성 질환 치료제에 주력하는 치매 및 신경병성통증 치료제 개발업체다. 산업용 특수효소 개발기업인 제노포커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원금회수 요청도 거세다. 2020년 8월 발행한 CB에 대해 풋옵션 신청을 받은 결과 행사비율은 원금(100억원)의 90%에 달했다. 제노포커스도 이달 24일까지 90억원을 투자자에게 상환해야 한다. 에스디생명공학이 2020년 10월 발행한 CB도 풋옵션 행사비율이 41.19%에 달했다. 비보존헬스케어 역시 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에 적극 대응해야 했다. 비보존헬스케어는 같은 해 6월 발행한 100억원 규모 CB에 대해 올해 3월, 6월, 9월에 걸쳐 100% 원금상환을 진행했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CB 풋옵션 행사에 나선 것은 주가 부진으로 CB 전환권이 무용지물이 된 영향이 크다. 전환가가 현재 주가보다 현저히 높아 CB를 주식으로 전환하게 될 경우 투자자들은 외려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해당 기업들의 현금흐름에 대한 우려감도 커졌다. 최근 크레디트 시장에서 신용경색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채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크레디트스프레드(신용등급 AA- 기준 회사채 3년물 금리-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7일 166.8bp(1bp=0.01%p)를 기록하며 연중 최대치를 연일 경신했다. 2009년 4월 24일(171.0bp) 이후 최고치다. 크레디트스프레드의 확대는 통상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이 종전보다 위축됐음을 뜻한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2022-11-20 19:01:24레고랜드발 자산 유동화시장의 자금 경색이 계속되자 상장 리츠 기업들이 리파이낸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리츠 주가도 반등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자산 담보를 바탕으로 주가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리츠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0.53% 오른 3810원에 거래를 마쳤다. 롯데리츠는 이달 4일 장중 3325원까지 하락했지만 8거래일 만에 15% 가까이 상승했다. 신한알파리츠의 현 주가는 6960원으로 지난달 20일 기록한 신저가(6170원)보다 12.8% 올랐다. 이리츠코크렙도 이날 1.12% 오른 5420원에 거래되며 약 한 달 사이 주가상승률이 15%에 이른다. 롯데리츠의 경우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은 1조490억원이다. 이 가운데 7380억원은 내년 7월까지 만기가 집중돼 있다. 이에 대응해 롯데리츠는 올해 7월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담보로 1년물(800억원)과 2년물(900억원) 담보부사채를 발행했다. 지난달에는 롯데백화점 창원점, 롯데마트 의왕점, 롯데마트 장유점을 담보로 전자단기사채(2000억원)와 담보대출(2800억원)을 통해 재원을 추가로 마련했다. 롯데리츠의 기업공개(IPO) 당시 편입자산들의 자산가치는 리테일 자산임에도 현재 담보감정가액 기준 22% 상승한 상황이다. 향후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담보 여력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신한알파리츠도 서울 용산더프라임타워의 매각자문사를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로 선정,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용산더프라임타워의 투자비용은 1802억원 수준이다. 2020년 6월 기준 감정평가액은 2288억원으로 당초 매입가 대비 최소 27% 상승했다. 이리츠코크렙은 지난해 5월 회사채 발행과 담보대출을 통한 선제적 리파이낸싱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 리스크를 비켜갔다. 이리츠코크렙의 대출 만기는 2024년 5월, 조달 비용은 고정금리 3.01%여서 금리인상 구간에서 배당 하락 우려도 당분간은 없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테일 리츠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오프라인 매장 매출 감소 및 임차료 하락 리스크에서 완연하게 벗어났다"며 "최근 리츠들의 자산 유동화시장 자금 경색에 따른 차환 리스크가 부각되는 시점이지만 선제적 리파이낸싱으로 자산 다변화가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2022-11-16 18:01:17[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을 확대하는 자금시장 안정 추가 대책을 추진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11일 자금시장 점검회의에서 증권사들이 조성한 자체 기금과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동원해 단기 자금 시장의 경색 요인이 되는 ABCP의 매입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특수목적법인(SPC)과 산업은행 등 2개 트랙을 활용해 매입을 확대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우선 미래에셋증권 등 9개 대형 증권사들이 500억원씩 각출해 총 4500억원 규모로 SPC를 설립한다. 이 SPC가 이달 중에 중소형 증권사의 ABCP 매입을 본격적으로 개시한다. 산업은행은 10조원 규모의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중 2조원을 지난달 27일부터 증권사 CP 매입에 투입한 데 이어 ABCP 매입까지 대상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은행채 발행 자제와 채권시장 안정펀드 가동 등으로 회사채와 CP, 여전채의 발행과 유통은 일부 상황이 개선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ABCP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금융당국이 우려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ABCP는 유동화 전문회사인 SPC가 미래에 지을 건물과 토지를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이다. 지난달 레고랜드 사태로 불거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ABCP는 증권사가 유통을 맡는데 만기가 3개월 정도로 짧아 계속 연장해야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어 금감원은 자금시장 안정대책으로 부동산 PF와 관련해 증권사에 대규모 유동성이 투입되자 '도덕적 해이' 논란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증권사의 자구 계획 이행 여부 등을 철저히 관리할 방침이다. 증권사를 대상으로 향후 부동산 익스포져 등 특정 부문에서 위험이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정비해나갈 계획이다. 다만 저신용등급 회사채·CP 매입기구인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재가동은 추진 대상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행 측은 "아직 SPV 가동 여부에 대해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며 "현재는 재가동이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2022-11-10 15:02:53[파이낸셜뉴스] 최근 자금시장 경색과 관련해 시중 은행들이 제2금융권의 신용 유지에 최대한 협조하고 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에도 나서기로 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과 20개 은행장들은 9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은행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은행권이 자금 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CP, ABCP, 전단채 매입 및 환매조건부채권(RP) 매수, 머니마켓펀드(MMF) 운용 규모 유지 등을 통해 자금 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진옥동 신한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재근 국민은행장, 권준학 농협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5대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 10월 한 달간 CP, ABCP, 전단채는 4조3000억원, MMF는 5조9000억원, 특은채와 여전채는 6조5000억원 어치를 매입했다. 또 은행 간 자금 조달 경쟁 심화로 제2금융권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지 않도록 시장 상황을 최대한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김주현 위원장은 은행권이 은행 산업을 넘어 전체적인 금융시스템을 보면서 시장 안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은행으로 자금이 쏠려 제2금융권 등 다른 부문에서 유동성 부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면서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장 금리가 상승하는 것이 불가피하나 은행들이 금리 상승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경제에 부담을 줄일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은행권의 자금 조달 및 운용 지원을 위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정상화 유예 조치와 예대율 규제 완화 조치를 한 데 이어 증권시장 안정펀드(증안펀드)의 출자금에 적용하는 위험 가중치도 코로나19 당시와 동일하게 하향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증안펀드의 출자금에 적용하는 위험 가중치를 250%에서 100%로 하향해 출자를 더욱 용이하게 하려는 조치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흥국생명이 지난 2일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한 것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 "시장 불안 요인 가운데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대응해야 할 때가 있다"면서 "콜옵션 미행사 결정 이후 금융위가 보도자료를 내고 해명했지만 해명이 안 될 것 같아서 조치했고 9일 콜옵션 행사 직전까지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 사례는 대주주가 증자를 하는 형식으로 해서 재무 건전성과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대외적인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더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항상 플랜B를 갖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내년부터 안심전환대출 신청 자격이 주어지는 주택가격 요건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한 계획을 두고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그런 식으로 형평성을 따지면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적어도 주거와 관련된 비용은 저희(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경제 여건이 바뀐 만큼, 보금자리론·안심전환대출·적격대출을 어떤 식으로 운영할지 당과 협의할 것"이라며 "안심전환대출 9억원을 두고 문제가 있다고 하면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김동찬 기자
2022-11-09 14:5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