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륜이 일어나는 장소는 어디가 많은가? - 특히 외도가 많이 일어나는 스포츠 동호회가 있는가? - 배우자를 두고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의 심리와 이유는 무엇인가? - 어떤 조건이 형성될 때 외도가 잘 발생하는가? - 결혼 전 바람 필 사람인지 아는 방법이 있다면? 관상, 성격상 특징이 있는가? - 유부남, 유부녀가 본능적으로 끌리는 여자, 남자의 유형은? - 바람을 잘 피는 직업, 불륜이 많은 직업 순위도 혹시 있는가? - 바람 피우는 남편, 아내의 사전 징조 같은 것은 무엇인가? - 불륜을 들킨 사람들의 공통적인 핑계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 배우자가 불륜을 인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외도를 저지른 배우자와 함께 살아도 된다고 보는가? - 외도를 막는 방법 및 외도 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 배우자의 불륜을 알게 된 사람에게 위로를 해준다면? [파이낸셜뉴스] 필자는 2012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가사단독 재판부, 가사비송단독 재판부, 가사신청단독 재판부, 가사합의 재판부, 가사비송합의 재판부 및 가사신청합의 재판부에서 재판장 및 배석판사로 근무하면서, 그리고 그로부터 10년 뒤인 2022년 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가사합의 재판부, 가사신청합의 재판부, 가사비송합의 재판부, 가사항고 재판부 및 가사항소 재판부 재판장으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이혼 사건을 처리한 바 있으며 현재도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며 많은 이혼 소송을 수임하여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 오랜 재판 경험에 더하여 최근 변호사로서의 경험도 점점 쌓여가는바 오늘은 이혼 소송 전문가인 필자에게 주변 사람들이 자주 물어보는 질문에 대하여 여러 실무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답해 보고자 한다. 불륜이 일어나는 장소는 어디가 많은가? 먼저 여행지이다. 부부 일방이 남편이나 부인을 두고 혼자 여행할 때 불륜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낯선 환경을 여행하다 보면 가끔 자연스럽게 이성과의 새로운 만남이 생기고 안 그랬던 사람도 여행지의 로맨틱한 분위기에 끌려 쉽게 마음을 열게 되는 경우가 있다. 다음으로는 헬쓰장이나 수영장, 골프클럽 등 운동공간이다. 단단한 근육질의 남성이나 멋진 몸매의 여성들과 계속 접촉하다 보면 불륜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골프를 같이 치게 되면 카트를 타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동시에 동반자의 드라이버샷을 관찰하게 되는데 이때 동반자의 성격과 몸매 등을 자세히 스캔한다고 한다. 세 번째는 회사이다. 사내 불륜 케이스가 꽤 많으며 다른 장소에서 만남을 이어갈 수 있으면서도 극도의 스릴을 추구하며 사내 복도나 화장실에서 애정 행각을 벌이는 경우가 많고 그런 모습들이 증거로 제출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다음으로는 집이다. 남편이나 아내가 집을 비운 사이 집에서 애정 행각을 벌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마지막으로 가장 전통적이면 흔한 장소는 호텔이나 모텔이다. 특히 외도가 많이 일어나는 스포츠 동호회가 있는가? 전통적으로는 산악회에서의 불륜이 많았다. 긴 시간 동안 함께 등산 코스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많은 얘기를 나누게 되고 때로는 가파른 구간에서 손도 잡아주고 하면서 스파크가 일어난다고 한다. 수영동호회나 골프동호회도 불륜이 일어나는 장소로 자주 등장한다. 최근에는 마라톤동호회, 테니스동호회 및 배드민턴동호회도 자주 등장한다. 동호회에서 운동을 마친 후 회식 자리에서 불륜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스포츠동호회는 아니지만 와인동호회 역시 불륜이 자주 발생하는 동호회다. 다만 이는 필자가 사건을 통해 접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답변이어서 객관적이거나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미리 밝혀둔다. 배우자를 두고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의 심리와 이유는 무엇인가? 단 한가지 심리나 이유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우선 첫 번째 유형은 단순한 욕망형이다. 애초에 성욕이 매우 강해 배우자 한 사람과의 관계로는 만족이 안되는 유형이다.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은 지루한 일상을 견디지 못한다. 특히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부부 사이에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유형은 정서 결핍형이다. 배우자와의 성격 차이, 가치관 차이, 인생관 차이 등으로 오랫동안 대화가 단절되면서 배우자와의 정서적 교류가 점점 없어지고, 그러면서 외로움을 느끼던 사람이 자신의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또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누군가에게 자신 또한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욕망에 불륜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아버지로부터의 사랑의 결핍이 있는 사람이 비슷한 나이 또래 남자와 결혼했다가 나이 많은 남자와 바람이 나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 유형은 복수형이다. 배우자의 불륜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복수심으로 자신 또한 홧김에 불륜을 저지르는 경우다. 어떤 조건이 형성될 때 외도가 잘 발생하는가? 배우자와 정서적 교감이 결여되었을 때, 속궁합이 안 맞아 성적 욕구 불만족이 심화되었을 때, 배우자로부터 일방적으로 무시당하거나 희생을 강요당하거나 오랜 기간 억압당했을 때, 갱년기에 도달하여 갑자기 인생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을 때 지속적으로 자주 접촉하던 주변 사람이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며 접근하면 외도가 일어나기 쉽다. 또한 위와 같은 상황에서 비일상적인 분위기(여행지 등)를 맞이하면 자주 접촉하던 사람이 아니어도 쉽게 마음을 열게 되는 경우가 있다. 불륜이 시작될 때 보통 알코올 섭취가 수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부정행위가 길어지면서 친밀감이 생기면 술자리는 필요 없어진다. 또한 부정행위에 대해 관용적인 환경, 예를 들면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모두 외도를 하고 있거나 외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을 때 부정행위로 나아가기 쉽다.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결혼 전 바람 필 사람인지 아는 방법이 있다면? 관상, 성격상 특징이 있는가? 첫 번째로 자기 중심적 성향이 강한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자신의 본능 충족이 최우선인 경우가 많고, 상대방이 받을 상처나 상대방의 감정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아 외도의 유혹이 있을 때 머뭇거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지나치게 자존감이 낮은 성향의 사람도 피해야 한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외부의 사랑을 갈망하며 자신의 가치를 외도를 통해 확인받으려 하는 경우가 많다. 불안형 애착 성향을 가진 사람, 금방 사랑에 빠지는 이른바 ‘금사빠형’도 마찬가지이다. 그 밖에 충동조절을 잘 못하는 사람, 지루한 것을 못 참는 사람도 불륜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외도의 유혹에 약한 관상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수많은 케이스를 경험했지만 바람피우는 관상을 따로 유형화할 만큼 의미 있는 데이터는 없었다. 유부남, 유부녀가 본능적으로 끌리는 남자, 여자의 유형은? 먼저 남자 유형을 살펴보면, 정서적인 교감을 잘 해주는 남자이다. 남편에게서 느끼지 못한 이해와 위로 그리고 공감을 받을 때 이성적으로 끌린다고 한다. 두 번째는 자신감 있고 안정감 있는 남자이다. 이러한 남자는 자신을 보호해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취미가 같고 ‘티키타가’가 잘되는 유머러스한 남자이다. 여자 유형을 살펴보면 남자를 존중해주고 자신을 진정한 남자로 대해주는 여자이다. 다음으로는 열린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늘 밝은 에너지를 주는 여자이다. 마지막으로는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여자라고 한다. 일부 남성들은 항상 자신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여성을 갈구한다고 한다. 바람을 잘 피는 직업, 불륜이 많은 직업 순위도 혹시 있는가? 많은 케이스를 처리하면서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부정행위에 연류되는 일이 많다는 것은 체감상 느끼고 있으나 특정 직업군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다만 불륜이 자주 일어나는 직업군의 요소만을 언급하면, 권력, 지위 등 매력 어필 요소가 많은 직업, 불규칙한 스케쥴이 많은 직업, 업무상 대인 접촉 기회가 많은 직업군에서 외도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바람 피우는 남편, 아내의 사전 징조 같은 것은 무엇인가? 우선 휴대폰 비밀번호 변경, 통화기록 삭제, 갑자기 휴대폰을 꺼두는 등의 이상 행동이 잦아진다. 다음으로 평소보다 외모에 더 신경을 쓰고 갑작스럽게 패션스타일을 바꾸기도 한다. 안 그러던 사람이 몰래 혼자 쇼핑을 하기도 한다. 잦은 야근, 출장, 운동 등의 핑계로 갑자기 일정이 불규칙해지기 시작한다. 예민해지거나,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는 등 감정의 기복이 심해진다. 대체로 외도 상대방과 새롭게 연애를 시작하거나 잘 지내면 아무 일 없어도 괜히 흥얼거리며 혼자 들떠 있고, 외도 상대방과 싸우거나 문제가 생기면 괜한 일에도 짜증을 내는 등 흡사 조울증 환자처럼 지내기도 한다. 불륜을 들킨 사람들의 공통적인 핑계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처음엔 불륜이 아니라 그냥 지인이나 친구, 동료라고 둘러댄다. 만약 불륜의 구체적 증거가 제시되면 불륜을 인정하되 그 기간이나 횟수를 축소한다. 모든 사실이 다 밝혀지면 그제서야 외도 상대방과 진즉에 끝내려고 했다거나 정리 중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용서를 구하며 ‘내가 순간 미쳤었나봐. 상대방이 먼저 나를 유혹했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말한다. 불륜 피해자가 용서해 주지 않으면 태세를 바꾸어 ‘당신이 날 외롭게 하고 안 챙겨줘서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이다’라고 하며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배우자가 불륜을 인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함·비난·분노로 상대를 몰아세우면 대화가 차단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상대방이 알리바이를 만들거나 주변사람들을 회유해 거짓 정황을 준비할 시간을 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가 거짓말을 하더라도 감정적 폭발은 피하고, 침착하게 접근해야 한다. 당신의 냉정함은 상대방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불륜을 확신하더라도 우선 상대방의 메시지, 카톡내역, 통화기록, 차량 위치기록, 호텔 예약 등 명백한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왜냐하면 최근 법원이 당사자의 프라이버시권을 근거로 증거신청을 제한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추세여서 증거수집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증거를 충분히 수집한 뒤에도 그 증거들을 상대에게 한꺼번에 들이대지 말고, 일부 증거만 제시하면서 충분한 증거가 확보되어 있음을 넌지시 알려주어야 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불륜 피해자가 어느 정도의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더 큰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된다. 조금씩 증거를 들이밀며 침착하게 질문을 던지고, 상대방의 반응을 관찰하며 그 변명의 모순이나 비일관성을 지적하기 시작하면 결국 상대방은 불륜 전체를 자백할 것이다. 외도를 저지른 배우자와 함께 살아도 된다고 보는가? ‘바람을 안 피운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바람피운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격언도 있다. 많은 케이스를 통해 살펴보면 다 맞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륜을 저지른 사람과 계속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 그러나 자녀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불륜을 발견했음에도 여전히 배우자를 사랑해서, 나아가 여러 가지 부부공동재산이 얽혀 있어 당장 이혼으로 나아가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만약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와 계속 같이 살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불륜 피해자뿐만 아니라 불륜을 저지른 사람도 꼭 전문가와 상담을 받기를 권한다. 신뢰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고, 그 과정은 불륜을 저지른 사람이나 그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 모두에게 길고 험난할 것이다. 외도를 막는 방법 및 외도 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늘 배우자와 소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서로에 대한 관심과 애정 표현은 필수적이다. 나아가 공동의 목표나 취미를 세워서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그리고 상대방의 작은 변화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부부간의 정서적 교감이 고갈된 상태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외도를 발견한 후 이혼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 경우라면 충격, 분노, 배신감 등 감정이 격해질 수 있으니 우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잠시 떨어져 있는 것이 좋을 수 있다. 불륜을 저지른 사람은 진지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변명이나 부인, 피해자 코스프레는 관계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절대 해서는 안된다. 신뢰 회복이 쉽지 않고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양쪽 모두 인지해야 한다. 불륜을 저지른 사람은 신뢰 회복을 위해 불륜 피해자가 안심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상당한 기간 동안 투명한 행동을 보여 주어야 하고 작은 약속도 잘 지켜야 한다. 불륜 피해자는 외도 경험 후 트라우마, 불안, 우울 증세를 겪을 수밖에 없으니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불륜 피해자뿐만 아니라 불륜을 저지른 사람도 함께 상담을 받으며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필요하면 재발 방지 계획을 함께 세워보는 것도 좋다. 외도를 유발한 원인이 있다면(소통 부족, 외로움, 환경 등) 이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배우자의 불륜을 알게 된 사람에게 위로를 해준다면? 우선 불륜의 발견은 교통사고처럼 결혼한 사람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일이다. 배우자를 사랑하지 않았던 경우라면 이 기회에 정리하고 위자료라도 왕창 받으면서 이혼하면 된다. 그러나 배우자를 사랑하고 신뢰하였던 사람이라면 그 충격, 분노와 배신감 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후에 불륜을 저지른 이 사람과 계속 살아야 할지를 정해야 한다. 만약 이혼을 결심한 경우라면 오히려 잘 된 것이다. 그 사람은 과거에도 외도를 하였을 가능성이 크고,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계속 바람을 피웠을 것이며, 평생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 것이다. 오히려 끝없는 고통의 굴레에서 일찍 해방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된다. 외도를 발견했음에도 여전히 이혼을 원하지 않는 경우라면, 드물지만 그 불륜이 ‘원타임 이벤트’로 끝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를 용서하고 그 기회에 불륜에 이르게 된 원인에 대해 깊이 있게 탐색하다 보면 부부관계가 더욱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는 불륜을 저지를 사람의 진지한 반성과 참회가 전제되어야 한다.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이 매우 길고 고통스럽겠지만 사실 부부가 오래 살아도 서로의 내면을 깊이 있게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신뢰 회복 과정을 통해 상대방 내면의 깊은 곳을 관찰하고 그의 또는 그녀의 결핍을 채워주면서 더 충만한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l 김태형 변호사는 가사∙상속 분야 전문가이다. 2007년 법관 임용후 2024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17년간의 법관생활을 끝내고 법무법인 바른에 합류했다. 김태형 변호사는 법관시절 2012년부터 총 8년간 가사∙상속 및 소년심판 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법관 퇴직 전 5년(2019~2024)간 수원가정법원에서 가사소년전문법관으로 수많은 가사∙상속 관련 케이스를 처리하면서 이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했다. 베스트셀러인 "부장판사가 알려주는 상속, 이혼, 소년심판 그리고 법원"(박영사, 2023)의 저자이기도 하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5-06-11 09:34:21[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이 30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씨를 향한 유시민 작가의 발언에 대해 "여성의 지위가 남편과 학력에 따라 결정된다는 낡고 저열한 계급의식"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국민의힘 안철수·김은혜·김위상 의원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유 작가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은혜 의원은 "유 작가의 발언 덕분에 많은 국민 여러분꼐서 왜 김문수 후보가 21대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 확신하게 됐다"며 "인간 김문수가 동지들을 살리기 위해 청력이 손실되는 고문을 견디고 버틴 강인한 성품의 소유자임을 확실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은혜 의원은 "대한민국에 여성의 이름으로 태어나 한평생 노동현장을 지켜낸 설난영 여사 덕분에 이 땅의 민주주의가 한 발짝 전진했다는 사실도 잘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은혜 의원은 유 작가를 향해 "한 줌 권력 앞에서 생사고략을 함께한 동지들의 손을 놓아버리니 마음이 편하신가"라며 "이 땅의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의 삶을 비하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정작 권력에 취해 공중에 붕 떠 있는 사람은 바로 유시민과 이재명 세력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은혜 의원은 "고졸, 노동자 출신 여성이 반드시 영부인이 되도록 해서 차별 없는 대한민국, 땀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기필코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를 새기게 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유 작가의) 발언은 단순 실언이 아니다"며 "이는 계급주의, 차별주의가 뒤섞인 악의적 혐오 표현이며 인간의 품격을 부정하고 훼손하는 저열한 언동"이라고 꼬집었다. 안철수 의원은 설씨에 대해 "김문수 후보와 함께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의 고통을 견뎌 온 동지"라며 "그런 분을 향해 '남편의 학벌에 기대어 기고만장하게 살아왔다'고 매도한 유 씨의 발언은 오히려 그가 가진 뿌리 깊은 계급의식, 학벌주의, 여성 비하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안 의원은 "유씨는 단순한 평론가가 아니다. 그는 이재명 후보의 동반자이며 최측근 조력자"라며 이 후보를 질타했다. 안 의원은 "서민을 향한 모욕, 여성에 대한 차별, 막말, 거짓 뉴스 등이 '진보'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수 없다"며 "유시민 씨는 설난영 여사에게, 대한민국의 모든 여성과 노동자에게 즉각 사과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앞서 유 작가는 지난 28일 김어준씨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설난영씨가 생각하기에는 김문수씨는 너무 훌륭한 사람이다. 자신과는 균형이 안 맞을 정도로 대단한 남자와 혼인을 통해 좀 더 고양됐고 자기 남편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유 작가는 "원래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자리에 온 것이다. 유력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 배우자라는 자리가 설난영씨의 인생에서는 거기 갈 수가 없는 자리"라며 "그래서 이 사람이 지금 발이 공중에 떠 있다. 그러니까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
2025-05-30 17:21:33[파이낸셜뉴스] 2030 투자자 사이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보유자산의 대부분을 개별종목에 집중투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몰빵 투자'로 불리는 이 전략은 '고위험·고수익' 형태로, 성공 시 기대수익만큼이나 실패 시 손실 규모 역시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이 따른다. 실제로 한국소비자학회에 따르면 2030 투자자는 투자에 대한 자기과신과 위험 수용 성향이 뚜렷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집중투자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그 판단에 대한 '충분한 확신과 근거'가 없으면 도박에 불과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NH투자증권 노영래 어드바이저는 "2030세대는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지는 집값 등 자산격차 속에서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이런 '몰빵형' 혹은 레버리지 투자 등으로 빠지는 경우가 있다"며 "충분한 스터디와 자기확신이 뒷받침된다면 이런 집중투자 자체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준비 없이 뛰어든다면 '변동성 위에 춤추는 투자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워런 버핏의 오랜 파트너이자 가치투자의 대가인 찰리 멍거 역시 "분산은 무지에 대한 변명"이라며 높은 성과를 위해서는 충분한 분석을 바탕으로 자산을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문제는 얼마나 준비가 돼있느냐는 것이다. 노 어드바이저는 "어떤 기업의 주식에 집중투자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수백 쪽에 달하는 연차보고서를 꼼꼼히 정독하는 것은 물론, 이 종목에 왜 투자했는지에 대해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스스로 확신을 가져야 한다. 이럴 경우에만 집중투자를 전략이라고 칭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30세대가 선호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구조적으로 장기 보유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집중투자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 어드바이저는 철저한 분석과 함께 리스크 관리 기준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트레이딩(단기형) 계좌'와 '인베스팅(중장기형)' 계좌를 각각 나누어 보유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리스크관리가 가능한 상품군에 투자를 병행해 꾸준히 자산을 모아 나갈 것을 권했다. 투자란 결국 선택과 책임의 문제다. 선택은 '누가 좋다고 하더라'가 아니라, 본인이 납득할 수 있는 분석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확신 없는 집중은 전략이 아니라 모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30 투자자의 실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한 노 어드바이저의 집중투자 전략과 장기적 플랜을 위한 조언은 21일 오후 6시, 파이낸셜뉴스의 유튜브 채널 <영앤리치 상담소>에서 공개된다. localplace@fnnews.com 김현지 기자
2025-05-21 15:24:07[파이낸셜뉴스] 남편의 메신저를 들여다보고, 심지어 캡처해서 친구들에게 보내기까지 한 아내의 행동은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 카톡 몰래 보고, 자기 친구들에게 공유한 아내 지난 7일 이혼 전문 양나래 변호사 유튜브 채널에는 "아내에게 정 떨어졌어요, 몰래 남편 카톡 읽고 친구들에게 공유한 아내, 이혼 사유 될까?“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사생활 영역을 침범하는 아내 때문에 힘들다는 남편 A씨의 사연이었다. 자신을 결혼 2년 차 30대 남성이라고 밝힌 A씨는 "어느 시점부터 제가 얘기하지 않은 것들을 아내가 다 알고 있길래 싸한 느낌이 들면서 갈등이 생겼다"라며 “갑자기 아내가 '당신 친구가 어디 갔다 왔는데 좋았다며?' '그 여자 친구랑 싸운 건 어떻게 됐어?' 등 마치 대화 내용을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더라"라고 말했다. 자신이 얘기해준 내용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아내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본 것 같다는 의심을 품게 된 A씨가 "여보, 혹시 내 휴대전화 보는 거 아니지?"라고 직접적으로 물어보자, 아내는 당황한 기색으로 부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 뒤, 퇴근 후 컴퓨터를 켠 A씨는 자신의 PC 카톡이 켜져 있고 주로 대화를 나누던 절친 카톡방을 누가 훑어본 느낌을 받았다. “누가 봐도 스크롤을 위로 올려서 과거 대화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라고 말한 A씨는 "그때 아내가 봤다는 걸 확신했다"라고 말했다. A씨가 "내 카카오톡 휴대전화 비밀번호 어떻게 알았냐?"고 따져 묻자 아내는 예전에 쓰던 비밀번호와 같아 로그인해봤다며 “여자 만난다고 의심한 거 아니고, 친구들 대화가 너무 웃겨서 봤다. 미안하다"라고 이실직고했다. 또,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도 했다. 하지만 어느 날, 아내가 친구들과 카톡을 나누며 웃는 모습에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 하냐"며 휴대전화를 본 A씨는 아내가 자신의 카톡방을 캡처해 친구들과 대화방에 공유한 사실을 알게 됐다. 아내는 남편 친구 외모를 조롱하거나 비밀스러운 이야기 등을 캡처해 친구들과 함께 험담을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남편의 절친이 "부부 관계할 때 이런 고민이 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냐"고 고민을 상담한 내용까지 캡처해 놀리고 있었던 것. 변호사 "당연히 이혼사유..정보통신망법 위반 형사 소송도 가능" A씨는 "이걸 본 순간 아내한테 정이 떨어졌다"라며 "대화 내용을 본 것도 본 건데, 그걸 사진 찍어서 친구들한테 공유하는 성의와 나에 대한 이야기 말고도 절친의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다. 이게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는지, 형사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라고 물었다. 이에 양 변호사는 "법률적인 판단에 앞서 일반적인 통념상 도덕적인 관점으로 봐도 너무나 잘못된 행동"이라며 "당연히 이혼 사유가 되고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형사적으로도 문제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몰래 열어본 것 자체도 위반이고, 그걸 캡처해서 유포한 것도 명예훼손"이라고 말한 양 변호사는 "문제 될 게 한두 개가 아니다. 남편이 정말 마음먹고 이혼하겠다고 형사고소까지 하면 아내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헤어질 결심]을 한 부부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헤어질 때는 '지옥을 맛본다'는 이혼, 그들의 속사정과 법률가들의 조언을 듣습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5-05-09 10:37:36<60> 모로코 '탕헤르·카사블랑카·에사우이라'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시로는 겁이 없는 편이다.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나 귀신의 집도 아무렇지 않게 통과하고 쥐도 뱀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끔찍하게 싫어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바로 곤충. 곤충에 관해서는 포비아(공포증)가 있다고 할 정도로 비명을 지르게 된다. 특히 모기에 관해서는 밤에 귀에서 "애앵~"소리가 한번이라도 들렸다 하면 바로 온 집안의 불을 다 켜고 사람이 죽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살충제를 뿌리거나 기어이 모기를 찾아내 죽인 후에야 다시 잠을 잘 수 있다. 그런 시로에게 어젯밤 눈앞이 캄캄한 징조들이 보였으니 바로 숙소에 들어가기 전 복도 구석 이곳저곳에서 뒤집혀 죽어있는 커다란 바퀴벌레 사체들. 그리고 숙소 안 주방 문 뒤쪽에서도 그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불안감이 커져왔다. 하지만 열흘치 숙박비를 내고 밤늦게 도착한 상황에 다른 선택지가 없어 할 수 없이 침대에 누웠다. 불안한 마음으로 쉽게 잠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너무 피곤했는지 그날 밤은 넘길 수가 있었다. 다음날이 밝았다. 편히 쉬려고 스페인 관광도 마다하고 달려왔는지라 아무데도 안나가고 밥이나 해먹으며 집에만 있었는데 대낮부터 부엌 찬장에, 거실 바닥에, 거대한 그 녀석들이 하나둘씩 출몰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쇼파까지 올라오는 것을 보고는 기겁을 하고 비명을 지르며 집을 뛰쳐 나와야 했다. 탕헤르 숙소는 그야말로 바퀴벌레 천국이었다 크기가 어른 손가락 두 세개를 겹친 것 만한 거대한 크기로 빠르게 움직이지도 않는다. 눈물이 날만큼 싫고 끔찍하고 공포스러웠다. 그길로 까브리에 올라가 문을 꼭 닫고 밖에 나가지 않았다. 집 앞 대형 쓰레기통이 그 녀석들의 본거지였나보다. 길가에도 스물스물 기어다니는 그 것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파랗게 질려 차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시로를 걱정한 탄이 왔다. "나 그 열흘치 숙박비 그거 그냥 줘버려도 되니까 제발 여기서 나가자.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여기서 일분일초도 더 못 있겠어" 하며 결국 눈물이 나왔다. 탄이 환불 이야기를 해보겠다며 갔다. 이야기를 하고 온 탄은 집주인이 자기가 관리하는 다른 숙소가 마침 비었다며 그 곳은 괜찮을 거라고 보고 결정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동네는 치가 떨려 너무 싫어서 당장 멀리 떠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사실 돈 낸 것이 아까워서 일단은 가보기로 했다. 계단으로 4층을 올라와보니 새로운 집은 처음 것보다는 컨디션이 나아 보였다. 일단 복도에 벌레사체가 없었고 샤워실과 화장실, 주방과 보일러 등이 무난해보였다. 방도 깔끔하고 가구가 별로 없어서 바퀴벌레가 나오지는 않을 것 같아 보였다. 이곳도 역시 세탁기는 없었지만 며칠 지내기는 가능할 것 같아 보였다. 결국 남은 기간을 여기서 묵기로 결정했다.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쪼그라든 시로를 위해서 탄이 스페인에서 사온 돼지고기를 구워주었다. 시로의 신경은 여전히 날카로워진 상태여서 작은 것에도 깜짝깜짝 놀라고 불안했었지만 하루 이틀 지나며 이곳은 안전하다는 확신이 생기며 조금씩 나아졌다. 유럽에 비해 모로코는 훨씬 저렴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숙박비며 물가가 그리 저렴하지 않았고 환경이 열악해서 휴식은 커녕 집안에서 매일 불안해하며 긴장속에 지내야했다. 일년 내내 온화한 날씨로 건물의 만듦새가 한국과 많이 다르다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이 무척 설레고 즐거울 때가 있었는데 긴 여행으로 지친 우리는 낯선 환경에서 오는 긴장과 불안, 어려움들 때문에 더 이상 여행이 즐겁지가 않았다. "거기까지 갔는데 그 곳을 안가고 왔다고?"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위한 여행을 하지는 말자고 서로에게 이야기 했다. 남들이 좋다는 유명한 곳을 도장깨기하 듯 다니는 것 보다 "사람"을 만나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로코에서는 만날 사람이 없었고 이집트에서의 나쁜 기억때문에 카우치서핑을 하기도 겁이나서 우리가 가보고 싶은 몇군데만 가보기로 했다. 한국에서 이번 여행계획을 세울 때는 모로코에서 남아메리카로 차를 보내서 남미로 갈 생각도 했었지만 실제로 일년 가까이 걸려 모로코까지 와보니 이제 이 여행을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옮긴 집에서 며칠을 더 머물렀다. 창문에 방충망이 없어 모기나 바퀴벌레 같은 곤충이 들어올것이 두렵다고 탄에게 말했더니 인터넷으로 저렴한 모기장을 주문해주었다. 모기장 속에 들어가서야 시로는 벌레에 대한 불안을 이기고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렇게 그 곳에서 밀린 영상작업도 하고 근처 마트에서 장을 봐와서 맛있는 것도 만들어 먹고 하면서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동 없이 며칠 쉴 수 있었다. 여행을 통틀어 가장 큰 충격을 받은 탕헤르를 떠나는 날이 왔다. 드디어 이곳을 벗어나는 구나 싶고 두번 다시 오고싶지 않았다. 우리는 남쪽의 '에사우이라'를 향해 출발했다. 남쪽으로 가는 길에 우리는 수도 라바트를 거쳐 카사블랑카에 왔다. 카사블랑카는 우리에게 아주 특별한 도시이다. 우리 여행에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하얀색 포터 시티밴에게 스페인어로 '하얀 집'이라는 뜻의 까사-블랑카의 앞글자를 따 "까브리"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하얀 색깔과 우리의 집과 발이 되어주고 있으니 딱 맞는 이름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이름을 가진 까브리가 드디어 자기 이름을 따온 도시에 온 것이다. 까브리가 고향에 온 듯 기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곳은 프랑스에서 만난 귀한 친구 베르나르씨의 고향이기도 했다. 모로코가 프랑스의 식민지였을때 이곳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이곳 까사블랑카에서 보냈다고 들었다. 어릴적 프랑스로 이주하기는 했지만 까사블랑카를 고향같이 느끼는 듯 했다. 프랑스에 함께 있을 때 이곳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베르나르씨가 이야기한 빵집, 시장 등을 찾아다니며 그가 좋아한 풍경을 우리도 볼 수 있어 좋았다. 까사블랑카를 떠나 남쪽으로 쭉 내려가서 에사우이라에 도착했다. 나는 해산물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새우나 게 같은 갑각류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곳 시장에서 게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는 영상을 보고 큰 기대를 하며 찾아왔다. 근처에 까브리를 잘 세워두고 성문같은 높은 문으로 걸어갔다. 근처에 배낭을 메고있는 여행자들이 많이 보였다. 문을 지나 시장으로 들어가자 양옆에 늘어선 오래돼 보이는 상점들과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이국적이어서 마치 인디애나 존스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시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아 너무 신기했다. 에사우이라 시장으로 들어가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모로코에서 납작복숭아며 애플망고 등 한국에서 무지 비싼 과일들이 엄청 저렴하고 좋아서 실컷 먹을 수 있었는데 시장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시장 안쪽에 수산물 파는 곳을 찾아왔다. 대서양에서 잡힌 각종 해산물들이 가득가득하다. 커다란 생선들과 새우, 크랩 등 다양한 종류가 진열되어 있었다. 그 중 한 가게에서 큰 게를 두마리 샀다. 2만원에 쪄주고 위층의 테이블에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올라가서 기다리고 있으니 곧 잘 찐 게를 가져다주었다. 엄청 큰 킹크랩 크기의 게 두마리라 푸짐은한데 게 껍질이 두꺼워서 먹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 먹을 때는 웬만한 것은 손으로 깔 수 있었는데 여기 게는 종류가 완전 다른 것인 것 같다. 톱니가 있는 쇠집게 비슷한 장비도 있었지만 어림없었다. 우리가 낑낑대고 못 먹고 있으니 보다 못한 종업원이 깨줄까 물어보고는 가져가더니 망치로 깼는지 다리며 껍질을 부숴서 다시 가져다 주었다. 게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긴 했지만 세척이 안되었는지 모래같은 것이 씹히기도 하고 파리가 너무 덤벼서 맛있게 먹기는 좀 힘들었다. 기대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아 조금 아쉬웠다. 역시 비싼 건 비싼 이유가 있고 싼건 싼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식당을 나와 입가심으로 길가 쥬스가게에서 생과일 주스를 샀다. 다양한 과일을 즉석에서 갈아준다. 오렌지주스는 15, 복숭아주스는 20디르함으로 두 잔에 약 4500원 정도였다. 갓 짠 생과일주스를 마시니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동쪽으로 약 3시간을 달려 마라케시에 도착했다. 콘도에 숙소를 잡았는데 바퀴벌레도 없고 시설이 좋아 더 묵고 싶었지만 다른 손님이 바로 예약이 돼 있다고 해서 하룻밤만 지낼 수 있었다. 마라케시는 야시장도 유명하고 모로코의 관광도시 중 하나였지만 둘러볼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아 우리는 그냥 하루 쉬고 다시 동쪽의 사막으로 떠났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https://youtu.be/XwR3jS5eHYc?si=jmEmcSdq5b22ZUQk>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4-24 12:50:58군대는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다.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되고 조직된 집단이다. 이런 군을 정치가 손대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군은 흔들린다. 군 내부 질서가 무너지고, 전투력은 약화된다. 결국, 지켜야 할 국민조차 제대로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정치가 군의 인사에 개입하면 안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정치권이 군 인사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공정(公正)’이다. 군 인사는 철저히 실력과 능력, 그리고 병력 운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누가 얼마나 해당 병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어떤 지휘관이 전장 상황에서 침착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정치가 개입하면 기준이 달라진다. ‘누가 어느 정치 세력에 가까운가’, ‘어느 성향의 정권에 충성하는가’가 인사의 기준이 된다. 실력보다 줄이 앞선다. 이렇게 되면 유능한 지휘관은 밀려나고, 정치권에 줄을 대는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군 문화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면 조직 전체가 약해지고 무너진다. 병사들은 지휘관을 신뢰하지 않게 되고, 지휘관은 자기 실력보다 정치적 생존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전투력은 자연히 떨어지기 마련이다. 정치 성향 따라 군이 흔들리면 안된다. 군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군의 색깔이 바뀐다면, 그 자체로 국가의 위기다. 특정 정권에 충성하는 군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국민의 군대가 아니다. 독재 국가나 군부정권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군이 특정 정치 세력의 눈치를 보게 되면, 그 순간부터 국방은 정치적 협상 카드가 된다. 실제로 과거 여러 나라에서 정권이 군 인사를 장악하고 정치적 충성도를 기준으로 인사를 단행한 사례들이 있다. 그 결과는 언제나 동일했다. 유능한 군인들은 숙청당했고, 권력에 충성스러운 ‘정치 군인’들이 군을 이끌었다. 그리고 그들은 위기 상황에서 무능함을 드러냈다. 전투에서 패배하거나, 아예 군 내부에서 쿠데타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치가 군에 깊숙이 개입할수록, 국가는 흔들리고 국민은 불안해진다. 군의 자율성과 전문성 보장되는 것이 군이 강해지는 기본 중 기본이다. 군 인사는 군 내부의 기준과 절차에 따라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군 인사에 정치적 개입이 계속되는 것은 군을 특정 정치 목적에 복속시키는 위험한 행위다. 지휘관은 장병의 생사와 직결되는 결정을 내리는 자리다. 그런 자리에 인맥이나 정치 성향으로 인사를 한다는 건, 결국 병사들의 생명을 가볍게 여긴다는 의미와 같다. 국민의 아들딸들이 복무하는 군대가 그런 식으로 운영된다면, 어느 부모가 안심하고 자식을 군에 보낼 수 있겠는가. 정치가 군을 건드리는 순간, 국방은 흔들린다. 정치는 언제나 갈등과 대립을 내포한다. 여야는 싸우고, 정권은 바뀌며, 정책은 수시로 바뀐다. 이런 불안정한 환경이 군에까지 전이되면 안 된다. 군은 단단해야 한다. 외부 위협 앞에서 흔들림 없이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군은 정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있어야 한다.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국가 안보의 핵심이다. 그 신뢰는 군이 정치에서 자유로울 때 유지된다. 국민은 군이 어느 정권을 따르는가보다, 오직 국가를 위해 움직인다는 확신을 원한다. 정치는 국민을 위한 방향으로 향하면 된다. 그러나 그 정치적 방향성에 군을 끌어들이면 안 된다. 군을 정치의 말단 조직으로 전락시키면, 결국 정권도, 정치도, 국민도 다 같이 무너진다. 군은 나라의 최후 보루다. 정치가 군 인사에 개입하는 순간, 그 보루는 금이 간다. 정권은 바뀌지만, 국가 안보는 끊임없이 유지돼야 한다. 그래서 정치인은 군의 인사에 손을 대선 안 된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군이 아니라, 국가를 지키는 군이 필요하다. 그게 진짜 국익이고, 국민을 위한 정치다. 정치에 줄을 서려는 군인들이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의 국방력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2025-04-22 13:31:04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진행되는 동안 조용히 개봉돼 관객들로부터 잔잔한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영화가 있다. 지난 2월 열린 제78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각색상, 편집상, 최우수 영국영화상 등 네 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린 에드워드 버거 감독의 '콘클라베(Conclave)'다. 이 영화는 지난 3월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동명 원작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시나리오 작가 피터 스트로갠에게 각색상을 안기기도 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인 지난달 5일 국내 개봉해 현재도 일부 극장에서 상영 중인 이 영화가 지금까지 불러 모은 관객 수는 모두 27만3345명(4월 19일 현재)이다. '콘클라베'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교황을 뽑는 과정을 그린 종교 영화이자 한 편의 빼어난 정치 스릴러다. 카톨릭 교회의 전통 의식 과정을 차분히 보여주면서도 정치 드라마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극적 요소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해서다. 치밀한 각본과 넷플릭스 영화 '서부전선 이상없다'(2022)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에드워드 버거 감독의 우아한 미장센, 랄프 파인즈·스탠리 투치 등 출연 배우들의 극도로 절제된 연기가 삼박자를 이루면서 하나의 '잘 빚어진 항아리'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영화가 지금 여기서 의미 있게 읽히는 이유는 사상 유례없는 두번째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어서다. 영화에서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곧 새로운 리더를 뽑아야 한다. 영화는 갑자기 교황이 사망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평소 교황을 존경했던 추기경 로렌스(랄프 파인즈 분)는 애도할 틈도 없이 콘클라베 단장직을 맡아 차기 교황 선거 절차에 돌입한다. 교황의 공석이 가져올 혼란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수습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108명의 추기경이 바티칸으로 모여들고,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회의와 투표가 진행될 '(열쇠로 걸어잠근) 비밀의 방'이 만들어진다. 여기선 통신기기의 사용과 외부인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고 도청 방지를 위한 시스템이 가동되는 등 외부와의 접촉이 일절 금지된다. 세상과 단절된 채 암막이 드리워진 그곳에선 과연 정의와 신성(神聖)이 되살아날 것인가. 그리고 '인노켄티우스(innocentius)', 즉 완전 무결한 새 교황은 탄생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로렌스가 열쇠로 걸어잠근 그 비밀의 문 안쪽에서 목격하는 것은 추기경들의 야욕과 추문, 그리고 처절한 암투다. 이들은 출신 지역이나 인종에 따라 파벌을 만들고 라이벌을 제거하기 위해 함정을 파놓는가 하면, 상대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해 온갖 협잡과 음모, 권모술수를 마다하지 않는다. 또 때에 따라선 자기가 반대하는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역선택'을 하는 잔꾀를 부리기도 한다. 그리고 급기야는 중립의 의무를 충실히 지켜야 할 콘클라베 단장 로렌스에게 이렇게 요구하기도 한다. "이건 전쟁입니다. 단장님도 이젠 한쪽 편에 서셔야 해요." 말투만 점잖았지 사실상의 협박이다. 하지만 최악(最惡)은 물론 차악(次惡)이나 차선(次善)도 아닌, 최선(最善)의 리더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로렌스는 추기경들 앞에서 다음과 같은 명연설을 남기며 공명정대한 콘클라베를 주문한다. "확신은 통합의 강력한 적입니다. 확신은 포용의 치명적인 적입니다. 그리스도조차 마지막에는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신앙이 살아있는 까닭은 정확히 의심과 손을 잡고 걷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오로지 확신만 있고 의심이 없다면 신비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물론 신앙도 필요가 없겠죠. 의심하는 교황을 보내주십사 주님께 기도합니다. 죄를 짓고 용서를 구하고 실천하는 교황을 주시기를." 영화 '콘클라베'를 보면서 시종일관 쫄깃쫄깃한 느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사실 조기 대선을 앞둔 우리의 현실과 영화 속 이야기가 여러모로 겹쳐 보여서였을 것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일부 에피소드와 어쩌면 다소 충격적인 결말에 고개를 갸우뚱할 관객도 있을 수 있지만, '확신은 통합과 포용의 강력한 적'이라는 이 영화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앞으로 40여일 후면 우리도 영화 속 추기경들처럼 새로운 리더를 선출해야 한다. 추기경들은 제대로 된 교황이 뽑힐 때까지 반복해서 표를 던질 수 있었지만, 우리들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한 번 뿐이다. 아무런 흠결 없는 깨끗한 리더를 뽑아야 검은 연기가 아니라 흰 연기를 피어오르게 할 수 있다. 그래야 열쇠로 걸어잠갔던 '비밀의 방' 콘클라베를 다시 활짝 열어 젖힐 수 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5-04-20 18:18:43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진행되는 동안 조용히 개봉돼 관객들로부터 잔잔한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영화가 있다. 지난 2월 열린 제78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각색상, 편집상, 최우수 영국영화상 등 네 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린 에드워드 버거 감독의 '콘클라베(Conclave)'다. 이 영화는 지난 3월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동명 원작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시나리오 작가 피터 스트로갠에게 각색상을 안기기도 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인 지난달 5일 국내 개봉해 현재도 일부 극장에서 상영 중인 이 영화가 지금까지 불러 모은 관객 수는 모두 27만3345명(4월 19일 현재)이다. '콘클라베'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교황을 뽑는 과정을 그린 종교 영화이자 한 편의 빼어난 정치 스릴러다. 카톨릭 교회의 전통 의식 과정을 차분히 보여주면서도 정치 드라마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극적 요소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해서다. 치밀한 각본과 넷플릭스 영화 '서부전선 이상없다'(2022)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에드워드 버거 감독의 우아한 미장센, 랄프 파인즈·스탠리 투치 등 출연 배우들의 극도로 절제된 연기가 삼박자를 이루면서 하나의 '잘 빚어진 항아리'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영화가 지금 여기서 의미 있게 읽히는 이유는 사상 유례없는 두번째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어서다. 영화에서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곧 새로운 리더를 뽑아야 한다. 영화는 갑자기 교황이 사망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평소 교황을 존경했던 추기경 로렌스(랄프 파인즈 분)는 애도할 틈도 없이 콘클라베 단장직을 맡아 차기 교황 선거 절차에 돌입한다. 교황의 공석이 가져올 혼란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수습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108명의 추기경이 바티칸으로 모여들고,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회의와 투표가 진행될 '(열쇠로 걸어잠근) 비밀의 방'이 만들어진다. 여기선 통신기기의 사용과 외부인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고 도청 방지를 위한 시스템이 가동되는 등 외부와의 접촉이 일절 금지된다. 세상과 단절된 채 암막이 드리워진 그곳에선 과연 정의와 신성(神聖)이 되살아날 것인가. 그리고 '인노켄티우스(innocentius)', 즉 완전 무결한 새 교황은 탄생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로렌스가 열쇠로 걸어잠근 그 비밀의 문 안쪽에서 목격하는 것은 추기경들의 야욕과 추문, 그리고 처절한 암투다. 이들은 출신 지역이나 인종에 따라 파벌을 만들고 라이벌을 제거하기 위해 함정을 파놓는가 하면, 상대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해 온갖 협잡과 음모, 권모술수를 마다하지 않는다. 또 때에 따라선 자기가 반대하는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역선택'을 하는 잔꾀를 부리기도 한다. 그리고 급기야는 중립의 의무를 충실히 지켜야 할 콘클라베 단장 로렌스에게 이렇게 요구하기도 한다. "이건 전쟁입니다. 단장님도 이젠 한쪽 편에 서셔야 해요." 말투만 점잖았지 사실상의 협박이다. 하지만 최악(最惡)은 물론 차악(次惡)이나 차선(次善)도 아닌, 최선(最善)의 리더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로렌스는 추기경들 앞에서 다음과 같은 명연설을 남기며 공명정대한 콘클라베를 주문한다. "확신은 통합의 강력한 적입니다. 확신은 포용의 치명적인 적입니다. 그리스도조차 마지막에는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신앙이 살아있는 까닭은 정확히 의심과 손을 잡고 걷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오로지 확신만 있고 의심이 없다면 신비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물론 신앙도 필요가 없겠죠. 의심하는 교황을 보내주십사 주님께 기도합니다. 죄를 짓고 용서를 구하고 실천하는 교황을 주시기를." 영화 '콘클라베'를 보면서 시종일관 쫄깃쫄깃한 느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사실 조기 대선을 앞둔 우리의 현실과 영화 속 이야기가 여러모로 겹쳐 보여서였을 것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일부 에피소드와 어쩌면 다소 충격적인 결말에 고개를 갸우뚱할 관객도 있을 수 있지만, '확신은 통합과 포용의 강력한 적'이라는 이 영화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앞으로 40여일 후면 우리도 영화 속 추기경들처럼 새로운 리더를 선출해야 한다. 추기경들은 제대로 된 교황이 뽑힐 때까지 반복해서 표를 던질 수 있었지만, 우리들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한 번 뿐이다. 아무런 흠결 없는 깨끗한 리더를 뽑아야 검은 연기가 아니라 흰 연기를 피어오르게 할 수 있다. 그래야 열쇠로 걸어잠갔던 '비밀의 방' 콘클라베를 다시 활짝 열어 젖힐 수 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5-04-19 17:50:45[파이낸셜뉴스] 동아대학교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는 진로개발센터와 공동 주관으로 ‘2025학년도 신입생 진로캠프’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부산 호메르스호텔에서 최근 이틀간 진행된 이번 진로캠프에는 신입생 40여 명이 참가,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통해 진로를 고민하고 설계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올해 진로캠프는 단순한 강의 형식에서 벗어나 신입생들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진로 방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실습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호응을 얻었다. 참가자들은 ‘레고 시리어스 플레이’ 활동으로 레고를 활용해 자신의 강점과 진로 목표를 시각화하고, ‘B-SDG 해결 아이디어 도출’ 활동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이해·분석 후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등 현대 기업이 원하는 핵심 역량과 변화하는 직무 환경을 경험했다. 또, 팀별 다양한 미션 수행을 통해 창의적 사고와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시간도 가졌다. 조규판 동아대 진로개발센터 소장은 “대학은 단순히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찾는 공간”이며 “이번 캠프는 신입생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진로를 탐색하고 설정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고 밝혔다. 신용택 동아대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소장은 “진로캠프를 통해 신입생들이 대학 생활에 빠르게 적응하고 진로에 대한 확신을 얻으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기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동아대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진로개발센터)는 신입생 진로동아리, 커리어포트폴리오 경진대회, 현직자와 함께하는 진로탐색 세미나 등 학생들의 대학생활 적응을 돕고 진로를 개발할 수 있는 활동을 다양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paksunbi@fnnews.com 박재관 기자
2025-04-15 10:42:32"인공지능(AI) 혁명은 아직 초기 단계다. 가이아넷(GaiaNet)은 이 같은 AI 혁명의 미래가 탈중앙화에 있다고 확신한다." 가이아넷은 AI가 모든 산업의 인프라로 확장되면서 향후 이른바 '빅테크'를 비롯한 대기업 중심의 중앙화 모델이 아닌, 누구나 직접 구축하고 소유할 수 있는 '에이전트 기반 탈중앙화 AI'를 꾸준히 주장한다. 샤섕크 스리파다 가이아넷 공동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사진)는 "이제는 누구나 자기만의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유튜브가 콘텐츠를 민주화했듯, AI를 통해 부의 창출이 다시 분산되는 길이라고 믿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영국 런던정경대학(LSE)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벤처투자와 웹3 스타트업을 두루 경험한 그는 기술·금융 양쪽에 정통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는 아시아 시장 공략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스리파다 COO는 "아시아는 AI와 웹3의 융합에서 핵심 허브가 될 것"이라며 "한국은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전략적 거점"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탈중앙화 AI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보나. ▲가이아넷은 창업, 벤처투자, 오픈소스, 웹3 등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설립됐다. 우리는 AI 산업이 지금처럼 중앙화된 형태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데 공감했고, 그 고민 끝에 가이아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우리가 말하는 탈중앙화 AI는 한마디로 '살아 있는 지식 시스템'이다. 지금의 AI 산업은 오픈AI 같은 몇몇 기업이 데이터를 독점하고, 중앙서버에서 모든 걸 처리한다. 그런데 기업, 기관, 개인 모두 자신의 데이터를 그렇게 맡기는 걸 점점 꺼린다. 그래서 우리는 데이터를 가진 사람이 직접 AI를 활용하고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추론과 학습, 데이터 처리를 중앙서버가 아닌 분산된 환경에서 수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본다. 블록체인 기술이 이를 가능케 한다. 데이터 소유자가 출처, 검증, 수익분배까지 신뢰 기반 없이 자동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구조, 그게 바로 탈중앙화 AI다. ―탈중앙화 시대 가이아넷의 경쟁력은. ▲탈중앙화 시대에는 가이아넷이 굉장히 경쟁력 있을 거라고 본다.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가이아넷은 웹2와 웹3의 경계에 서 있다. 단순히 블록체인 기업도, 기존 기술 기업도 아니다. 양쪽을 모두 연결하는 접점을 만들고 있다. 웹2 기업들은 데이터를 통제하려 하고, 웹3는 여전히 암호화폐 중심의 좁은 커뮤니티에 머물러 있다. 우리는 그런 한계를 넘어 개발자와 기업 누구든지 원하는 하드웨어, 보안 수준, 오픈소스 거대언어모델(LLM)로 자기만의 에이전트를 쉽게 만들고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가이아넷의 비전은 분명하다. 앞으로 2~3년 안에 인간보다 많은 AI 에이전트가 존재하게 될 거다. 이들은 기존 경제의 비효율적인 중개자를 대체할 거다. 예전엔 동네 대장장이나 목수처럼 지역 단위 소상공인이 많았다. 그러다 점점 중앙화된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가치 대부분을 소수만 가져가게 됐다. 이제는 누구나 자기만의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유튜브가 콘텐츠를 민주화했듯, AI를 통해 부의 창출이 다시 분산되는 길이라고 믿는다. ―중앙집중형 AI모델과 비교해 탈중앙화 AI의 장점은. ▲AI 혁명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지금 오픈AI나 구글처럼 높은 밸류에이션과 실리콘밸리의 지지를 받고 있는 기업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닷컴 시대의 넷스케이프나 인터넷 익스플로러처럼 '먼저 시장에 나온 것'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중국의 딥시크 출시는 이 점을 보여줬다. 중앙집중형 LLM이 더 빠르고 저렴하게, 그리고 오픈소스로도 개발될 수 있다는 걸 입증했으니까. 결국 LLM 경쟁은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 많은 이들이 대형 AI 기업이 보유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이 결정적인 우위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딥시크 같은 오픈소스 모델이 등장하는 시대에는 AI의 진짜 가치는 '누가 더 좋은 에이전트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에이전트들은 오픈소스 모델을 조합해 작동하고, 웹3 기술을 통해 검열에 저항할 수 있고, 공정하며, 데이터 제공자에게 실질적인 수익을 돌려줄 수 있는 구조를 가질 수 있다. 가이아넷은 이런 분산형 AI 에이전트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 기반 플랫폼과 추론 네트워크, 각종 툴을 제공한다. 중앙집중형 모델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자율적인 방식으로 AI가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인프라를 만들고 있는 거다. ―가이아넷의 토큰 경제 모델은 어떻게 작동하나. 탈중앙화 AI는 중앙화된 AI 서비스만큼의 수익률(ROI)을 낼 수 있을까. ▲가이아넷의 토큰 경제 모델은 단순히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수준이 아니다. 우리는 노드 운영자, 개발자, 투자자 모두에게 균형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탈중앙화 AI(DeAI)는 결국 중앙화된 AI 서비스보다 더 높은 ROI를 낼 수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지금의 중앙화 모델들은 마치 인터넷 초창기의 아메리카온라인(AOL)이나 라이코스와 같다. 이들은 모든 걸 다 하려고 했지만 결국 평균적인 서비스에 머무르면서 경쟁에서 밀려났다. 지금 오픈AI나 다른 대형 AI 기업들의 미래는 어떨까. 거대한 데이터로 만들어진 범용 모델들이지만, 결국 '편리한 도구' 이상이 되긴 어렵다. 반면 가이아넷이 지향하는 방향은 다르다. 사람들은 점점 특정 목적에 최적화된 에이전트를 필요로 하게 될 거다. 예를 들어 고객응대, 콘텐츠 생성, 금융분석 등 분야마다 특화된 AI 에이전트를 만들어서 직접 활용하거나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할 수 있게 된다. 이건 마치 사람들이 유튜브에 채널을 열어 수익을 창출하듯 누구나 자신의 AI 서비스를 만들고 그로부터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다. 가이아넷은 이런 에이전트 기반 AI 경제의 인프라를 만들고 있다. 단순한 AI 툴이 아니라 앞으로 생겨날 수많은 'AI 스타트업'과 'AI 자영업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투자자로서의 경험이 가이아넷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 ▲대학 내 연구 단계부터 후기 단계 벤처까지 다양한 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해 왔고, 그런 경험 덕분에 '무엇이 진짜 혁신이고, 어떻게 가치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감각이 생겼다. 가이아넷은 기본적으로 모든 개발자와 조직이 자신만의 AI 에이전트를 자유롭게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이나, 그중에서도 '이런 에이전트는 꼭 생태계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분야가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특정 유망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벤처 빌더, 액셀러레이터, 생태계 펀드를 운영하면서 본격적인 지원을 시작할 예정이다. 특히 한국 시장은 전략적 거점이다. 가이아넷은 한국에서도 경쟁력 있는 AI 에이전트 개발자와 팀을 육성하기 위해 자금, 인력, 네트워크 등 실질적인 자원을 투입할 준비가 되어 있다. 기존 글로벌 기업들이 '중앙에서 기술을 만들어 세계로 확산'시키는 방식이었다면, 가이아넷은 반대로 지역에서 시작한 혁신이 글로벌로 퍼져나가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지역마다 고유한 문제를 해결하는 AI 스타트업이 가이아넷을 통해 탄생하고, 성장하고, 스스로 확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AI와 웹3의 융합 과정에서 아시아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아시아는 이미 AI와 웹3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 자본, 커뮤니티의 세 가지 요소를 동시에 갖춘 지역은 세계에서 아시아밖에 없다. 미국과 달리 아시아는 웹3에 대한 규제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더 빠르게 실험하고 확산할 수 있었고, 이는 곧 현장 중심의 혁신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었다. 특히 한국은 리테일 암호화폐 투자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성숙한 편이라, 웹3와 웹2 모두에서 강력한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다. 가이아넷도 바로 이 점을 주목하고 있다. ―가이아넷 성장에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로 본다. 첫째는 탈중앙화 AI 인프라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실제로 많은 개발자들이 참여하고, 노드를 운영하고, AI 에이전트를 만들어야 생태계가 돌아간다. 둘째는 AI 에이전트를 대중화하는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 너무 복잡하거나 진입장벽이 높다면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확산되기 어렵다. 셋째는 토큰 이코노미의 유동성과 지속 가능성이다. 노드 운영자, 개발자, 투자자 모두가 장기적으로 이 생태계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인센티브 설계가 필수적이다. 더 넓게 보면 가이아넷은 지금 매우 빠르게 진화하는 AI와 웹3 산업 안에서 중앙화된 기존 AI 기업들과 어떻게 차별화하고, 어떻게 커뮤니티 기반 생태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냐는 근본적인 도전과 마주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단순한 플랫폼이 아니라 전 세계 창업자와 개발자들이 AI 기반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투자자, 파트너, 커뮤니티와 함께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인 생태계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5-04-14 18:1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