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만8세 이하의 자녀를 둔 근로자가 육아를 위해 근로시간을 줄이면 단축 시간에 비례해 통상임금 80%까지 지원받는다. 실업급여 1일 상한액이 6만원으로 오른다. 또 아동·장애인의 등·하교 등을 위해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를 벗어난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 정부는 19일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고용보험법과 산재보상보험법 시행령의 일부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육아기에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근로자는 월 150만 원 한도 내에서 줄어든 근로시간에 20% 포인트 늘어난 80%까지 통상임금을 지원받게 된다. 실업급여 1일 상한액은 올해보다 1만원 많은 6만원으로 오른다. 이번 인상으로 내년 한 달에 최대 180만 원까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올해 월 최대액수인 150만 원보다 30만 원 많은 수준이다. 이번에 인상된 상한액은 내년 1월 1일 실직한 사람부터 적용되고, 약 8만9000명의 실직자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고용부는 예상했다.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60세 이상 고령자를 고용하는 경우 지급하는 '고령자 고용지원금' 제도는 2020년까지 3년 연장된다. 정부는 정년을 정하지 않은 사업장에서 60세 이상 고령자를 기준치를 초과해 고용할 경우 최대 1년간 분기에 1인당 24만원을 지원한다. 내년 1월1일부터 일용품 구입, 직무 교육·훈련 수강, 선거권 행사, 아동·장애인의 등·하교 또는 위탁·진료, 가족 간병 등을 위해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를 벗어난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 또 일정 작업기간과 유해물질 노출량 기준만 충족하고 사용자의 반증 제기가 없으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해준다. 불규칙 고용으로 상시 근로자가 평균 1인이 되지 않는 사업장과 무면허 업자가 시공하는 2000만원 미만(100㎡이하) 건설공사장은 내년 7월1일부터 산재보험이 적용된다. 이로써 취약 노동자 약 19만명이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정비를 비롯해 금속가공, 1차금속,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의료·정밀·광학기기, 전기장비, 기타 기계·장비, 귀금속·장신구 등 8개 제조업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2019년부터는 재해발생 정도에 따라 산재보험료율을 증감해주는 개별실적 요율제 적용 대상을 30인 이상 사업장(건설업은 60억 원 이상)으로 줄여 산재가 자주 발생하는 영세사업장의 요율 할증과 산재 신고 부담을 줄였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2017-12-19 11:34:58▲ 최저임금 두자녀 홑벌이최저임금 두자녀 홑벌이 최저임금 두자녀 홑벌이는 1주일에 62시간은 일해야 빈곤을 탈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현경 부연구위원은 14일 보건복지포럼 최근호(10월)에 게재한 'OECD국가의 최저임금제와 빈곤탈출' 보고서를 통해 OECD 발표 자료를 토대로 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을 기준으로 한국에서 자녀 2명을 두고 부부 중 1명만 소득 활동(홑벌이)을 하되 소득자가 최저임금을 받는 경우 '상대적 빈곤선'의 소득을 벌기 위해서는 1주일에 62시간의 노동 시간이 필요했다. 빈곤 탈출을 위해 필요한 한국의 노동시간은 비교 대상인 OECD 30개 국가 중 11번째로 길다. 필요 노동시간이 한국보다 긴 나라는 체코, 칠레, 에스토니아, 그리스, 스페인, 라트비아, 슬로바이카 등이었다. /news@fnnews.com 온라인편집부
2015-10-14 12:31:22▲ 최저임금 두자녀 홑벌이최저임금 두자녀 홑벌이 최저임금 두자녀 홑벌이는 1주일에 62시간은 일해야 빈곤을 탈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현경 부연구위원은 14일 보건복지포럼 최근호(10월)에 게재한 'OECD국가의 최저임금제와 빈곤탈출' 보고서를 통해 OECD 발표 자료를 토대로 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을 기준으로 한국에서 자녀 2명을 두고 부부 중 1명만 소득 활동(홑벌이)을 하되 소득자가 최저임금을 받는 경우 '상대적 빈곤선'의 소득을 벌기 위해서는 1주일에 62시간의 노동 시간이 필요했다. 빈곤 탈출을 위해 필요한 한국의 노동시간은 비교 대상인 OECD 30개 국가 중 11번째로 길다. 필요 노동시간이 한국보다 긴 나라는 체코, 칠레, 에스토니아, 그리스, 스페인, 라트비아, 슬로바이카 등이었다. /news@fnnews.com 온라인편집부
2015-10-14 11:27:12【 대구=김장욱 기자】 대구교통공사(이하 공사)가 19년 연속 '노사 화합의 길'을 열었다. 공사는 지난 10월 4일 대구교통공사노동조합에 이어 25일 대구도시철도노동조합과 2024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19년 연속 무분규 노사평화 쾌거를 이뤘다고 26일 밝혔다. 공사는 그동안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구조혁신과 예산 절감 등 다양한 자구책을 추진했다. 물가 상승으로 실질 임금이 감소해 노동조합의 요구도 어느 때보다 많아 교섭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노사 상생이라는 대의 아래 한 걸음씩 양보해 교섭 시작 140여일 만에 합의서에 서명하고 19년 연속 무분규 노사평화를 실현했다. 김기혁 사장은 "소통과 협력을 기반으로 1호선 하양 연장 구간 개통과 운영, 미래 모빌리티 수단을 활용해 시민들에게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노사합의의 주요 내용은 △저출산과 지방 소멸 대응을 위해 난임휴직 사용 확대, 출산장려금 지급 개선, 자녀돌봄휴가 사용 개선 △저연차 직원(10년 미만)을 위한 장기재직 휴가 신설 △공무직 직원 처우 개선을 위한 평가급 제도 개선 등이다. gimju@fnnews.com
2024-11-26 18:26:07【파이낸셜뉴스 대구=김장욱 기자】 대구교통공사(이하 공사)가 19년 연속 '노사 화합의 길'을 열었다. 대구교통공사는 지난 10월 4일 대구교통공사노동조합에 이어 25일 대구도시철도노동조합과 2024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19년 연속 무분규 노사평화 쾌거를 올렸다고 26일 밝혔다. 그동안 공사는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구조 혁신 및 예산 절감 등 다양한 자구 노력을 추진했고,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실질 임금 감소에 따른 노동조합의 요구도 어느 때보다 많아 교섭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노사 상생이라는 대의 아래 한 걸음씩 양보해 교섭 시작 140여 일 만에 합의서에 서명, 19년 연속 무분규 노사평화를 실현했다. 김기혁 사장은 "저출산 및 지역 소멸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문제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노사가 힘을 모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절실히 반영된 것이다"면서 "소통과 협력을 기반으로 1호선 하양 연장 구간 개통과 운영 및 미래 모빌리티 수단을 활용해 시민들에게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노사합의의 주요 내용은 △저출산 및 지방 소멸 대응을 위해 난임휴직 사용 확대, 출산장려금 지급 개선, 자녀돌봄휴가 사용 개선 △저연차 직원(10년 미만)을 위한 장기재직 휴가 신설 △공무직 직원 처우 개선을 위한 평가급 제도 개선 등을 담고 있다. gimju@fnnews.com 김장욱 기자
2024-11-26 09:59:36【베이징=이석우 특파원】도시 호적이 없어 각종 사회보장 체계에서 배제됐던 농민공들도 사회보험 가입 등 당국의 공적 사회보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4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국가발전개혁위원회·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 등 10개 부처는 지난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농민공 서비스 보장을 한층 강화하는 업무에 관한 의견'(이하 '의견')을 결정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사회보험 가입의 호적 제한 조건을 전면 철폐가 들어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도시에서 살며 일하지만 도시 호적이 없어 사회보험(한국의 4대보험)의 혜택을 보지 못했던 농민공들의 보험 가입이 속도를 내게 됐다. 농민공은 농촌 호구를 가진 채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도시로 임시 이주한 농민들을 지칭하는 데 대략 3억명 가량이 도시에서 막노동이나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를 통해 농민공들을 도시 주민으로 편입시켜 중산계층을 늘리고, 중소 도시들의 활성화와 소비 촉진 등도 겨냥하고 있다. 도시의 인구 증가라는 부작용은 있지만, 중소도시들의 활성화를 염두에 둔 조치이다. 인력자원사회보장부 등의 의견에는 △농민공 취업 안정화·확대 △농민공 노동 권익 보호 △농민공의 균등한 도시 기본 공공 서비스 향유 촉진 △보장 조치 강화 등 총 14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취업 지원 방향으로는 양로·보육·가사 등 서비스업 취업 규모 증대 등 농민공의 고용을 늘릴 산업 분야의 발전, 지역 간 노동력 연계, 조직적인 노동력 이동 규모 확대, 고령 농민공 취업 보조, 일용직 노동시장 건설 추진 등이 제시됐다. 또 고향으로 돌아가는 농민공에 대한 창업 금융 지원과 농촌 청년의 기술학교 진학 등 건설·수리·가사·요식업·물류·신업종 직업교육 강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빈곤 탈출 인구의 취업을 안정화해야 한다"며 "탈빈곤 과도기 이후 취업 보조 정책을 연계해 농촌 저소득 인구의 상시 취업 지원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실업으로 인한 대규모 빈곤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이다. 기업들이 농민공을 고용할 때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감독하고, 사각지대로 꼽혀온 파견 노동을 규범화해 휴식시간과 보수 등 권익 보호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기로 했다. 또 임금 체불 단속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농민공 임금 분쟁 사건의 신속한 조정·판결 메커니즘을 구축하며, 음식 배달 등 최근 농민공 취업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플랫폼 노동 분야에 대해서는 "노동 규칙의 공평·투명성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도시 정착을 희망하는 농민공에게 학력·연령 제한 등 도시 호적 취득 문턱을 낮추고, 농민공 자녀 교육을 위해 공립학교 증설 등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하며, 농민공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공공 서비스 거점을 설치해야 한다는 점 등도 거론됐다. 농민공이 저임금 노동력이 된 것은 제도적 차별 때문이다. 중국은 1958년부터 농민의 도시 유입을 막기 위해 농업 호구와 비농업(도시) 호구를 구분하고 둘 사이의 이동을 제한해왔다. 농민공은 도시에서 살며 일하지만 도시 호적이 없으므로 각종 사회보장 체계에서 배제됐다. 이 때문에 해외 연구자들은 농민공을 국내 이주 노동자(migrant workers)라 부르기도 한다. 농민공은 중국이 개혁·개방을 본격화한 1980년대부터 도시로 몰려 대규모 저임금 노동력을 담당했고,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는 데 공헌했다. 올해 5월 당국 발표에 따르면 작년 기준 중국의 농민공은 모두 2억9753만명으로 집계됐다. 중국 당국은 지난 7월 '시진핑 3기'의 경제 정책 방향을 설정한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 결정문에 농민공 처우 개선을 주문했다. 결정문은 "(농민공에) 거주지 호적 등기를 통해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 제공을 추진하고, 조건에 부합하는 농업 이주 인구(농민공)가 사회보험·주택보장·자녀 의무교육 등 현지 호적 인구(도시 인구)와 동등한 권리를 누리도록 추동해 농업 이주 인구의 시민화를 가속한다"라고 명시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2024-11-24 16:59:59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인구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출산율이 0.72에 불과한 가운데, 경제적 불안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미루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시에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노동력 감소와 사회적 비용 증가에 대한 대응이 시급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인구 증가만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고, 정년연장과 성과 기반 임금체계 도입을 통해 보다 지속 가능한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고령인구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과의 대담을 통해 해법을 제시한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0.72에 불과하다.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낮은데, 이유는. ▲전영수 교수=가장 큰 원인은 서울로의 인구 집중이다. 사람들이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서울로 몰리지만, 도시에 거주하는 데 드는 높은 비용과 치열한 경쟁이 문제다. 이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런 현상은 일본의 도쿄, 중국의 베이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간판이 곧 신분'이라는 인식이 강한 사회구조가 큰 문제다. 이런 압박이 삶의 질을 낮추고, 출산에 대한 부담을 더 크게 만든다. ▲김경록 고문=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경제적 불안이다. 높은 주거비, 교육비 그리고 불안정한 일자리 때문에 결혼이나 출산을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둘째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안정된 직업이 없거나 미래의 경제 상황이 불투명할 때 자녀를 키울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경쟁이 치열한 교육환경과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이 부모들이 출산을 포기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인구가 늘어나게 할 해결책은. ▲김 고문=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지만 그 안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정년연장과 재취업 시장 활성화다. 고령자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정년제도가 젊은 세대의 취업 기회를 줄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임금체계를 함께 개편할 필요가 있다. 성과에 기반해 대우받는 환경을 만들고, 수직적 조직 구조를 수평적으로 바꿔 세대 간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 결국 고령자도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전 교수=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지금의 한국에 무조건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엔 인구가 많을수록 경제가 활발해지고 내수 시장이 커진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런 논리가 맞지 않는다. 발상을 전환해 인구 증가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생산 가능한 인구의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년 60세라는 기준은 1950년대에 만들어진 낡은 규칙이다. 이제는 더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고령인구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더 이상 인구수에만 의존하지 말고 사람들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추진 중인 공무직 정년연장도 의미가 있다. 공무직을 시작으로 정년연장 정책이 공무원과 민간 대기업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변화는 고령자들이 더 오래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사회 전반에 걸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이 정착되면 경제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년연장의 필요성과 변화는 뭘까. ▲전 교수=정년연장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단순히 연장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정년을 65세에서 더 나아가 80세까지 늘릴 수도 있지만, 그만큼 임금체계나 조직문화도 함께 바꿔야 한다. 나이에 따른 연공서열을 버리고 성과 기반 임금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기업들이 나이보다는 능력과 성과를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 고령화 사회에서 더 오래 일하는 것이 필연적이라면 직장 내 환경도 바꿔서 사람들이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령자들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이나 업무방식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 고문=정년연장은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방안이지만, 한계가 있다. 현재 대기업이나 공무원 같은 직장은 젊은 사람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직장인데, 정년이 연장되면 젊은 세대의 취업 기회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임금체계를 개편해 생산성에 따라 대우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처럼 수직적 조직 구조가 아닌, 더 평등한 수평적 구조로 바꿔 세대 간 협력이 잘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노후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 고문=일을 계속하는 것이 가장 좋은 노후준비 방법이다. 특히 65세까지는 일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안정적인 소득을 유지할 수 있고, 자산관리도 잘할 수 있다. 주된 직장에서 버티는 것이 좋지만, 준비가 된다면 재취업을 위한 계획도 필요하다. 자격증을 따거나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또 퇴직 후 새로운 일을 할 때 정보가 부족하니까 개인적으로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보를 얻어야 한다. 노후에 일을 계속하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의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전 교수=노후준비는 단순히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과거엔 경제적 성공만을 목표로 살았지만, 이제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설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잘사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일자리와 사회적 관계에서 점점 소외되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리 계획을 세우고, 경제적 안정뿐만 아니라 정서적 안정도 준비해야 한다. ―재취업 시장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문제점과 개선방안은. ▲김 고문=재취업 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은퇴자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거의 없다. 재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많지만, 이 역시 실패율이 높다. 이를 개선하려면 정부가 재취업 노동 패널 데이터와 자영업자 패널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고령자들이 더 나은 재취업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야 한다. 재취업 시장이 활성화되면 고령자들이 정년에 집착하지 않고, 더 유연하게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 교수=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전보다 연봉을 덜 받더라도 더 오래 일할 수 있다면 불안해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는 임금체계도 연공서열로 하는데 이걸 바꿔야 한다. 정년이라는 제도를 없애야 한다. 생애 전체가 현역인 삶을 살아야 한다. 현재 필요한 것은 과감한 선택이다. 내 이익이 줄어들까봐 겁이 나서 반대하면 나중에는 모든 사람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사회도 정책도 문화도 변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이가 너무 크다. 이를 줄여야 성공할 수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에서 진행하는 공무직의 정년연장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일단 공무직으로 시작해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는 결국 대기업까지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초고령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긍정적인 면을 찾는다면. ▲전 교수=초고령화 사회를 꼭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현재의 고령자들은 과거와 달리 건강하고 지식도 풍부하다. 이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는 경제적 여유도 있고, 소비여력도 크다. 이들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 초고령화 사회는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김 고문=고령인구도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국가재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본은 이미 고령자들이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 재고용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술직뿐만 아니라 관리직도 재교육을 통해 더 오랫동안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국가의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생활방식을 어떻게 바꿀까. ▲전 교수=삶의 질을 높이려면 단순히 돈만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도 중요하다.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교류하고, 사회적 봉사활동에 참여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고령층이 이런 사회적 활동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인프라를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적 활동을 통해 의미 있는 노후를 보낼 수 있다. ▲김 고문=일주일에 2~3일이라도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좋다. 새로운 일이나 취미를 통해 관계망을 넓히고,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경험을 쌓는 것도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다. 사회적 가치가 있는 활동을 하면서 인생 후반부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 출범하는 인구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김 고문=인구부는 전체적인 인구전략을 조율할 주체가 돼야 한다. 단순히 출생률을 높이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인구구조 변화에 맞춘 종합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령화에 대비해 경제활동인구를 늘리는 정책이나, 고령자가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 인구부가 중심이 되어 각 부처의 정책을 조율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구 문제는 단순히 수치가 아니라 사회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다각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다. ▲전 교수=인구부는 단순히 출산장려에 그치지 않고 생애 전체를 주관해야 한다. 출산부터 노후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출산율을 높이는 데만 초점을 맞췄는데 앞으로는 인구구조를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조율해야 한다. 복지와 경제성장의 균형을 맞추는 정책이 필요하다. 인구 문제는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국가 성장의 핵심 축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세대별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2024-11-20 18:16:211905년 4월 초 대한제국 정부는 최초로 이민법을 공포했다. 그 시기가 참으로 묘하다. 러일전쟁이 진행 중이었고, 한반도의 육지와 바다는 전쟁터로 변모한 상태였다. 대륙과 도서에 긴장이 발생하면 양쪽을 연결하는 반도는 긴장이 폭발하는 전장이 되는 것이 지정학적 문제다. 1904년 봄부터 진남포와 원산 그리고 인천과 부산 등의 항구에는 광고문이 붙었다. "녹금(綠金)을 캐러 갑시다"라는 문구다. 1903년 하와이 이민의 결과는 백금이라는 부를 캐러 가는 것이라는 인상이 심어졌는데, 이번에는 녹금이란다. 단 한 번의 하와이 이민은 사탕수수 농장의 계약노동자 모집에 응했던 것인데, 캘리포니아주의 일본 이민 반대 법안으로 조선인도 건너갈 수가 없게 됐다. 멕시코의 에네켄 농장으로부터 노동자를 모집하는 광고에 녹금이라는 유혹 단어가 삽입되었다. 1905년 3월 말 인천에서 1031명의 조선인이 고국을 떠났다. 소위 계약노동이라는 조건이었다. 한반도 주변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외국 화물선이 근접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인 중간상인의 개입이 가까스로 태평양을 횡단하는 네덜란드 화물선을 잡았다. 그 배를 보낸 다음, 곧 바로 4월에 이민법이 공포되었다는 사실은 중간상인과 대한제국 공무원 사이의 농간 냄새가 진하게 배어난다. 배삯을 비롯한 신청 비용이 필요했기 때문에, 형편이 어지간히 되는 사람들이 나갔다. 배에서 어린이가 2명 출생했고(한 명의 이름은 인천에서 출발했다고 仁出이 되었다), 1명이 사망한 결과 1032명이 멕시코의 태평양 항구 아카풀코에 도착한 것은 그해 5월 말이었고, 육로로 베라크루즈항으로 이동해 다시 배를 타고 유카탄주의 메리다로 들어갔다. 그렇게 팔려 나간 그들을 기다렸던 노동 과정은 열대의 지옥이었다. 사람보다 훨씬 큰 에네켄이란 선인장의 잎사귀를 잘라서 다발로 묶고, 집하장까지 운반하는 중노동이었다. 그 잎을 삶아서 남는 줄거리가 밧줄의 원료가 된다. 선박에 필수적인 밧줄 원료를 생산하는 과정이었다. 에네켄 잎사귀에 솟아난 손가락 길이의 침에 찔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설상가상으로 조선인 노동자들은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했다. 1898년 미서전쟁의 전쟁 배상으로 스페인이 미국에 필리핀을 양도했다. 미국은 필리핀에서 마닐라 삼이라는 양질의 밧줄 원료를 개발했기 때문에, 멕시코의 에네켄 농장은 사양산업이 되었다. 조선인 계약노동자들은 망해가는 멕시코 산업의 막차를 탄 셈이었다.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조선인들은 동포 인신매매업자 이해영의 꼬임으로 다시 쿠바의 사탕수수 농장으로 팔려 나갔다. 현재 쿠바의 아바나와 마탄사스에 거주하는 한인동포는 그들의 후예다. 1979년 여름 나는 예일대학의 국제교류숙소에서 보냈다. 입소하는 날 초인종을 눌렀더니, 동양인 여성이 나왔는데 하마터면 한국말이 나올 뻔했다. 얼마 지난 후 일요일 응접실에 갔더니, 그가 가족과 함께 나와 있었다. 남편은 휴스턴대학 스페인문학 교수였고, 자녀 둘이 있었다. 소통을 하고 보니 그는 파나마 태생이며, 할머니가 한국인이라고 했다. 생김새가 전형적인 한국인 느낌 백퍼센트였다. 1986년 11월 나는 페루의 리마에서 그곳 한인회장의 안내로 '알레한드로 킴'이라는 사내를 만났다. 길거리의 코너에서 건물의 창문 틀에 담배 몇 개와 사탕 몇 알을 올려 놓고 팔고 있었다. 생김새는 안데스의 전형적인 꿰추아 인디오였다. 한사코 자신은 "꼬레아노"라고 목청을 높인다. 아버지가 그렇게 말을 했다고. 1987년 1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서울공대를 졸업한 광산무역업자를 만났다. 그 선배는 주사(朱砂, cinnabar)를 수입해 아시아로 판매했다. 전 세계적으로 주사 생산지로 알려진 곳은 세 곳이란다: 북아프리카의 마라케시산맥, 미국 남서부의 애리조나 일대 사막, 그리고 아르헨티나 북부의 후후이 사막. 이 지역의 공통점은 산의 돌이 붉은색. 볼리비아와의 국경지대인 후후이의 산악지대 답사를 하면서 만난 곳이 '뿌에블라 꼬레아노(한국인촌)'라고 했다. 후후이에 거주하는 최천명씨의 주소를 받아서 아내와 함께 방문하였다. 나의 가설은 유카탄 반도에서 흘러내린 한국인들 일부는 쿠바로 향했고(1920년 경), 일부는 파나마를 거쳐서 페루에 도착하였다. 그들 중 일부는 일자리를 찾아서 볼리비아 남부의 포토시와 수크레 등의 광산지대에 도달했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1932~35년 볼리비아와 파라과이 사이에 차코전쟁(Chaco War, 목마름의 전쟁)이 터졌다. 볼리비아가 패전해 엄청난 영토를 파라과이에 빼앗겼다. 볼리비아의 광산에 터전을 잡았던 한국 이민자들은 전쟁을 피해 아르헨티나 쪽으로 피난했을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러일전쟁 피난민이 30년 만에 다시 남미에서 차코전쟁의 피난민 신세가 되었다. 후후이는 아르헨티나 북부의 사막지대로 주변의 산들은 붉은색 일색이었다. 음식점을 찾으니 중국집이 있었다. 홍콩으로부터 이사 온 젊은 부부가 가게를 연 지 2년 되었다고. 이 동네에 한국인 옷가게를 하는 가정이 두 집. 그중의 한 분이 최천명씨였다. 그의 가게 이름은 '꼬레아(Corea)'. 해마다 인디오 행색을 한 뿌에블라 꼬레아노들이 남부여대하여 옷을 사러 온다고 했다. 최씨의 제안으로 우리는 뿌에블라 꼬레아노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최씨의 친구인 레바논 이민자 호세가 기꺼이 차량을 제공하고 운전을 했다. 풀 한 포기 없는 자갈길 산악을 오르는 과정에 재규어 한 마리가 차 밑으로 들어가는 일도 있었다. 해발이 높아질수록 자갈의 크기가 커지면서, 드디어 '귀신의 목(garganta del diablo)'이라는 지점에 이르렀다. 바위 산의 협곡이 시작되는 곳이다. 지진 여파로 산이 무너져서 협곡은 바위 덩어리로 가득했다. 더 이상 진행은 불가능이었다. 조금 있으니 바위들 사이로 모자를 쓴 인디오 한 명이 나귀를 끌고 내려온다. '꼬까'를 얼마나 씹었는지 입 주위가 시퍼렇고, 절반은 취한 상태다. 뿌에블라 꼬레아노를 물으니, 연신 산 위로 손가락질을 하면서 횡설수설이다. 20세기 초 조선인들이 일본인 거간꾼이 개입된 인신매매 조직망에 걸렸던 사건이 멕시코로의 이민이었다. 전쟁의 소용돌이를 피한 난민 대열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내가 페루의 알레한드로 킴일 수도, 뿌에블라 꼬레아노의 난민일 수도 있다. 나에게 잠재된 내면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전쟁광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인간 세상이 원망스럽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11-18 18:34:22[파이낸셜뉴스] 국가보훈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 6개월 동안 '62년 만에 부(部) 승격을 통한 보훈의 위상 강화를 비롯해 영웅과 유가족을 책임지는 보훈체계 구축과 제복 입은 영웅들이 존경받는 일상 속 보훈문화를 조성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18일 밝혔다. 이날 보훈부는 향후 계획으로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보훈 실현과 광복 80주년 계기 범국민적 기념사업의 성공적 개최, 국립서울현충원 재창조 프로젝트 완수를 꼽으며 이같이 공개했다. 국가보훈 분야 성과, 부 승격 등 지난 2023년 윤석열 정부는 1961년 군사원호청 설치 이후 62년 만에 △'국가보훈처를 부(部)로 승격'시켰다.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의 영예로운 삶과 복지향상을 책임지는 부 승격을 통해 국가를 위해 희생·공헌한 보훈 가족을 합당하게 예우할 수 있도록 권한과 기능이 대폭 강화됐다. 구체적으로, 국무회의 심의·의결권과 독자적인 부령 발령권을 보유하게 되었으며, 보훈문화 확산과 보훈의료·재활 서비스 등 주요 보훈정책 추진을 위한 전담 조직을 갖추게 됐다. 보훈부 내에는 보훈문화정책실, 보훈문화콘텐츠과, 보훈의료심의관, 보훈의료혁신과가 신설됐다. 보훈부는 또 △'영웅과 유가족을 책임지는 보훈체계 구축'을 위해 군인·경찰·소방관 등 순직 제복근무자의 남겨진 자녀들이 영웅의 가족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경제적·정서적으로 지원하는 ‘히어로즈 패밀리’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지난해 4월 출범식 이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히어로즈 패밀리만을 위한 최초의 크리스마스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한, 최태성 역사 강사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명예 멘토 55명과의 진로상담, 문화·체육활동 등을 위한 대학생 20명으로 멘토단을 구성, 맞춤형 정서 지원을 강화했다. 국가유공자의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평생 건강을 돕는 치료·재활·요양을 연계한 융합형 의료 시설을 조성·확충하고, 보훈의료 접근성 제고를 위해 위탁병원을 매년 100개소 이상 추가 지정하고 있다. 전국 6개 보훈병원을 거점으로 권역별 ‘보훈가족 마음치유센터’를 구축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와 심리재활서비스를 연계하는 것은 물론, 어떤 보훈병원을 가더라도 진료기록을 바로 확인, 개인별로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클라우드 기반 병원정보시스템 구축(2024~2027년)에 착수했다. 복무 중 부상을 입은 군·경찰·소방관이 보훈병원이 아닌, 군·경찰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에서 국가보훈 장해진단서를 발급받아 신속하게 보훈대상자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장기 재직한 경찰·소방관을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을 마치고 내년 2월 말부터 시행한다. 또한, 군 복무기간을 호봉·임금 등 근무경력에 반영하기 위한 제대군인법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됐다. 여기에 15종의 국가보훈신분증을 ‘국가보훈등록증’으로 통합, 금융거래와 공직선거 투표, 항공기 탑승 등 국가신분증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여 편의성을 높였다. 올해 괴산호국원(2.3만기)과 산청호국원(1만기) 확충을 완료한 데 이어, 내년까지 이천·영천·임실호국원에 9.5만기를 확충한다. 아울러 보훈부는 △'제복 입은 영웅들이 존경받는 일상 속 보훈문화 조성'을 위해 모든 국민이 국가유공자 등을 위해 언제 어디서나 소액으로도 기부할 수 있도록 관계 법령을 정비하고, ‘모두의 보훈 드림’ 누리집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 군 복무 중인 방탄소년단(BTS) RM(1억원)을 비롯해 제복근무자 감사 마라톤 ‘리스펙트 런’ 수익금 등 민간에서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참전유공자 예우를 위해 품격있는 제복을 증정하는 ‘제복의 영웅들’ 사업은 참전유공자와 국민의 관심과 호응 속에 진행, 2023년 6·25참전유공자(3만6176명)에 이어 올해 월남참전유공자(17만5114명)를 대상으로 추진되고 있다. 독립운동가 후손이자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 선수, 칠곡군 할매 래퍼그룹 ‘수니와 칠공주’ 등 63명을 ‘모두의 보훈 아너스 클럽’ 위원으로 위촉, 민간에서의 자발적인 봉사활동과 재능기부를 통한 보훈문화 확산에 나섰으며, 올해 처음 추진한 ‘제1회 코리아 메모리얼 페스타’는 이틀 동안 25만 명이 넘는 국민이 참여(만족도 95.5%)하는 등 보훈이 젊은 세대와 함께 호흡하는 축제이자 보훈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향후 추진계획, 일류보훈 실현 등 국가보훈부는 윤석열 정부 전반기에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보훈정책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한편, 다가오는 2025년 광복 80주년 기념사업과 국립서울현충원 재창조 등 당면한 주요 과제를 추진하는데 역점을 둘 계획이다. △'국가를 위한 희생과 헌신을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보훈 실현'을 위해 지속적으로 보상금 등을 인상하고, 국가가 입증하는 공정한 심사체계를 도입할 계획이다. 특히, 공무 관련성이 있는 질병 등의 입증 부담 완화는 물론 등록 기간을 6개월 이내로 단축하여 신속한 보훈을 실현하고, 보훈의료 접근성 제고를 위해 위탁병원을 시·군·구별 5개소(1140개소)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참전명예수당을 역대 정부 최고 수준으로 인상하고, 국가유공자에 대한 마지막 예우를 다하기 위해 국립연천현충원과 횡성호국원, 장흥호국원 신규 조성을 통해 9만기의 안장 여력을 확보하는 한편,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사회적 우대 제도도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보훈부는 다가오는 △'2025년, 제80주년 광복절을 맞이해 범국민적 기념사업을 추진'한다. 독립운동가의 희생과 헌신을 국민과 함께 기억하고 감사하며, 그 숭고한 가치가 미래세대에 온전히 전승될 수 있도록 대국민 제안 공모 등을 토대로 ‘각계각층의 국민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국가적 축제의 장’을 마련하고, 국무총리 산하 범부처·민관합동 위원회인 ‘광복 8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광복 80주년이 국민통합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국가보훈부가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방침이다. 국가보훈부는 △'국립서울현충원 재창조 프로젝트 완수'를 발표했다. 1955년 개원한 국립서울현충원이 70년 만에 국방부에서 국가보훈부로 이관됨에 따라 국립묘지 관리체계 일원화와 국민이 일상에서 즐겨 찾는 보훈 문화 공간으로, 또 호국보훈의 성지이자 세계적인 추모 공간, 그리고 국가보훈의 상징 공간으로 재창조해 일류보훈 가치를 실현할 예정이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 임기 반환점까지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품격있는 보훈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국민이 일상에서 자발적으로 국가유공자와 제복근무자의 헌신을 존경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일상 속 살아있는 보훈, 모두의 보훈’을 구현하는데 성심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11-18 11:01:461905년 4월 초 대한제국 정부는 최초로 이민법을 공포했다. 그 시기가 참으로 묘하다. 러일전쟁이 진행중이었고, 한반도의 육지와 바다는 전장터로 변모한 상태였다. 대륙과 도서에 긴장이 발생하면 양쪽을 연결하는 반도는 긴장이 폭발하는 전장이 되는 것이 지정학적 문제다. 1904년 봄부터 진남포와 원산 그리고 인천과 부산 등의 항구에는 광고문이 붙었다. “녹금(綠金)을 캐러 갑시다”라는 문구다. 1903년 하와이 이민의 결과는 백금이라는 부를 캐러 가는 것이라는 인상이 심어졌는데, 이번에는 녹금이란다. 단 한 번의 하와이 이민은 사탕수수 농장의 계약노동자 모집에 응했던 것인데, 칼리포니아주의 일본 이민 반대 법안으로 조선인도 건너갈 수가 없게 됐다. 멕시코의 에네켄 농장으로부터 노동자를 모집하는 광고에 녹금이라는 유혹 단어가 삽입되었다. 1905년 3월 말 인천에서 1031명의 조선인이 고국을 떠났다. 소위 계약노동이라는 조건이었다. 한반도 주변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외국 화물선이 근접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인 중간상인의 개입이 가까스로 태평양을 횡단하는 네델란드 화물선을 잡았다. 그 배를 보낸 다음, 곧 바로 4월에 이민법이 공포되었다는 사실은 중간상인과 대한제국 공무원 사이의 농간 냄새가 진하게 배어난다. 배삯을 비롯한 신청 비용이 필요했기 때문에, 형편이 어지간히 되는 사람들이 나갔다. 배에서 어린이가 2명 출생했고(한 명의 이름은 인천에서 출발했다고 仁出이 되었다), 1명이 사망한 결과 1032명이 멕시코의 태평양 항구 아카풀코에 도착한 것은 그해 5월 말이었고, 육로로 베라크루즈 항으로 이동해 다시 배를 타고 유카탄주의 메리다로 들어갔다. 그렇게 팔려 나간 그들을 기다렸던 노동 과정은 열대의 지옥이었다. 사람보다 훨씬 큰 에네켄이란 선인장의 잎사귀를 잘라서 다발로 묶고, 집하장까지 운반하는 중노동이었다. 그 잎을 삶아서 남는 줄거리가 밧줄의 원료가 된다. 선박에 필수적인 밧줄 원료를 생산하는 과정이었다. 에네켄 잎사귀에 솟아난 손가락 길이의 침에 찔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설상가상으로 조선인 노동자들은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했다. 1898년 미서전쟁의 전쟁 배상으로 스페인이 미국에게 필리핀을 양도했다. 미국은 필리핀에서 마닐라 삼이라는 양질의 밧줄 원료를 개발했기 때문에, 멕시코의 에네켄 농장은 사양산업이 되었다. 조선인 계약노동자들은 망해가는 멕시코 산업의 막차를 탄 셈이었다.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조선인들은 동포 인신매매업자 이해영의 꼬임으로 다시 쿠바의 사탕수수 농장으로 팔려 나갔다. 현재 쿠바의 아바나와 마탄사스에 거주하는 한인동포는 그들의 후예다. 1979년 여름 나는 예일대학의 국제교류숙소에서 보냈다. 입소하는 날 초인종을 눌렀더니, 동양인 여성이 나왔는데 하마터면 한국말이 나올 뻔했다. 얼마 지난 후 일요일 응접실에 갔더니, 그녀가 가족과 함께 나와 있었다. 남편은 휴스턴대학 스페인문학 교수였고, 자녀 둘이 있었다. 소통을 하고 보니, 그녀는 파나마 태생이며, 할머니가 한국인이라고 했다. 생김새가 전형적인 한국인 느낌 백퍼센트였다. 1986년 11월 나는 페루의 리마에서 그곳 한인회장의 안내로 ‘알레한드로 킴’이라는 사내를 만났다. 길거리의 코너에서 건물의 창문 틀에 담배 몇 개와 사탕 몇 알을 올려 놓고 팔고 있었다. 생김새는 안데스의 전형적인 꿰추아 인디오였다. 한사코 자신은 “꼬레아노”라고 목청을 높인다. 아버지가 그렇게 말을 했다고. 1987년 1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서울공대를 졸업한 광산무역업자를 만났다. 그 선배는 주사(朱砂, cinnabar)를 수입해 아시아로 판매했다. 전세계적으로 주사 생산지로 알려진 곳은 세 곳이란다: 북아프리카의 마라케시 산맥, 미국 남서부의 아리조나 일대 사막, 그리고 아르헨티나 북부의 후후이 사막. 이 지역의 공통점은 산의 돌이 붉은색. 볼리비아와의 국경지대인 후후이의 산악지대 답사를 하면서 만난 곳이 '뿌에블라 꼬레아노(한국인촌)'라고 했다. 후후이에 거주하는 최천명씨의 주소를 받아서 아내와 함께 방문하였다. 나의 가설은 유카탄 반도에서 흘러내린 한국인들 일부는 쿠바로 향했고(1920년 경), 일부는 파나마를 거쳐서 페루에 도착하였다. 그들 중 일부는 일자리를 찾아서 볼리비아 남부의 포토시와 수크레 등의 광산지대에 도달했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1932~35년 볼리비아와 파라과이 사이에 차코전쟁(Chaco War, 목마름의 전쟁)이 터졌다. 볼리비아가 패전해 엄청난 영토를 파라과이에 빼앗겼다. 볼리비아의 광산에 터전을 잡았던 한국 이민자들은 전쟁을 피해 아르헨티나 쪽으로 피난했을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러일전쟁 피난민이 30년 만에 다시 남미에서 차코전쟁 피난민 신세가 되었다. 후후이는 아르헨티나 북부의 사막지대로 주변의 산들은 붉은색 일색이었다. 음식점을 찾으니 중국집이 있었다. 홍콩으로부터 이사온 젊은 부부가 가게를 연 지 2년 되었다고. 이 동네에 한국인 옷가게를 하는 가정이 두 집. 그 중의 한 분이 최천명씨였다. 그의 가게 이름은 '꼬레아(Corea)'. 해마다 인디오 행색을 한 ‘뿌에블라 꼬레아노’들이 남부여대하여 옷을 사러 온다고 했다. 최씨의 제안으로 우리는 뿌에블라 꼬레아노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최씨의 친구인 레바논 이민자 호세가 기꺼이 차량을 제공하고 운전을 했다. 풀 한 포기 없는 자갈길 산악을 오르는 과정에 재규어 한 마리가 차 밑으로 들어가는 일도 있었다. 해발이 높아질수록 자갈의 크기가 커지면서, 드디어 ‘귀신의 목(garganta del diablo)'이라는 지점에 이르렀다. 바위 산의 협곡이 시작되는 곳이다. 지진 여파로 산이 무너져서 협곡은 바위 덩어리로 가득했다. 더 이상 진행은 불가능이었다. 조금 있으니 바위들 사이로 모자를 쓴 인디오 한 명이 나귀를 끌고 내려온다. ‘꼬까’를 얼마나 씹었는지 입 주위가 시퍼렇고, 절반은 취한 상태다. '뿌에블라 꼬레아노'를 물으니, 연신 산 위로 손가락질을 하면서 횡설수설이다. 20세기 초 조선인들이 일본인 거간꾼이 개입된 인신매매 조직망에 걸렸던 사건이 멕시코로의 이민이었다. 전쟁의 소용돌이를 피한 난민 대열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내가 페루의 ‘알레한드로 킴’일 수도, '뿌에블라 꼬레아노'의 난민일 수도 있다. 나에게 잠재된 내면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전쟁광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인간세상이 원망스럽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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