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FN뉴스개별자유여행시장이 활기를 띈 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나투어의 자유여행 브랜드 ‘하나프리’의 실적만 봐도, 2012년부터 서서히 상승세를 띄더니 현재는 전년대비 100%의 인원성장을 보이며 지속적인 고공행진 중이다. 특히, 호텔, 항공, 현지투어, 해외패스 등의 개별자유여행 단품 속성의 가파른 성장은, ‘개별자유여행시장의 활성화’가 더 이상 일시적 ‘트렌드’가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을 입증한다. 하나투어는 이런 흐름에 발맞춰 최근 렌터카 통합예약 시스템을 구축하여 오픈 하여 고객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고객들은 이 시스템을 통해, 알라모, 허츠, 유로카 등의 글로벌 렌터카를 개별적인 페이지로의 이동 없이 하나투어닷컴을 통해 편리하고 저렴하게 직접 예약이 가능하다. 여행사전에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것이 많은 개별자유여행 특성 상 자칫 귀찮게 여겨질 수 있는 렌터카 예약을 실시간 최저가 조회를 통해 쉽고 빠르게, 취소료 부담 없이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하나투어 하나프리사업부 FIT상품총괄팀 류양길 부장은 “단거리 지역 중심으로 성장하던 개별자유여행시장이 이젠 장거리 지역까지 확대됐다”며 “예전엔 배낭여행객 위주로만 큰 인기를 끌던 유럽이나 미주 등의 장거리 지역 여행이, 이젠 렌터카를 이용해 개별적으로 편하게 여행하고자 하는 가족이나 커플단위 여행객들에게도 높은 선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하나투어는 이번 시스템 신규 오픈을 기념하여 허츠 렌터카를 예약한 고객 대상으로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예약 1건당 하나투어 마일리지 10%를 적립해주며, 기다리는 시간 없이 영업소 도착 즉시 신속한 차량 픽업이 가능한 서비스인 ‘허츠 골드 플러스 리워드 프로그램’에 무료 가입의 기회를 제공한다.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15-04-29 16:10:55전영근 '여행-체코 가는 길'(6월 2일까지 서울 청담동 청화랑) 지붕 위에 한 보따리 짐을 실은 자동차가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간다. 지난 2008년부터 여행을 테마로 한 작업을 줄곧 펼쳐온 전영근 작가(42)의 신작 '여행-체코 가는 길'이다. 전영근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짐 실은 작은 자동차는 산으로, 계곡으로, 바다로 장소를 옮겨가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의 욕망을 자극한다. 그가 이번에 작은 자동차를 끌고 찾아간 곳은 유럽. 오는 6월 2일까지 서울 청담동 청화랑에서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는 독일, 스위스, 체코 등 유럽의 마을을 달리는 자동차 여러 대가 등장한다. 그의 작고 낡은 자동차 지붕에는 여전히 긴 낚싯대와 둘둘 만 담요, 원색의 튜브, 여행가방 등속이 얹혀져 있다. 자동차를 의인화한 그의 여행 그림을 보고 있으면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소박하다 못해 하찮아 보이는 짐들을 머리에 짊어진 낡은 자동차의 앙증맞은 모습이 전하는 여유와 작은 행복 때문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전영근의 그림은 이렇게 외치고 있는 듯하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부장
2013-05-20 16:32:23[파이낸셜뉴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41번 탑승구를 들어서자 에미레이트항공의 보잉 777-300ER 기종을 만날 수 있었다. 비즈니스 탑승구로 들어서자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에미레이트항공의 퍼스트 클래스와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들이 '한 번만 누워보세요'라는 듯 럭셔리함과 극강의 편안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 뒤로 들어서자 오늘의 주인공인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만날 수 있었다. 지난 7일 스태틱 투어를 통해 만나본 에미레이트항공의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177㎝ 성인 남성이 앉아도 앞좌석과의 간격에 주먹 4개가 들어가는 넉넉한 공간을 자랑했다. 리클라이너를 활용해 등받이와 쿠션형 다리 받침대를 모두 펴면 마치 인천공항을 운행하는 공항 리무진 버스 같은 안락함을 느낄 수 있었다. 등받이 부분에는 고급 자동차에 사용되는 퀼팅 시트와 더불어 6방향으로 조절 가능한 푹신한 목 받침까지 배치돼 앞서 지나쳐 온 퍼스트 클래스와 이코노미 클래스의 아쉬움을 달래줬다. 1985년 10월 설립된 에미레이트 항공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허브로 2025년 6월 기준 전 세계 150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2005년 3월 한국 지사를 열고 같은해 5월 1일 인천∼두바이 노선을 첫 취항했다. 우리나라에 프리미엄 이코노미가 첫 도입된 노선도 인천∼두바이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현재 주 10회 인천∼두바이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프리미엄 이코노미가 적용된 기종은 월, 수, 금 주 3회 운항하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 관계자는 "업계 최고 수준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해 고급스러운 크림색 가죽 시트와 우드 베니어 마감의 세련된 인테리어를 적용했다"라며 "이와 더불어 35㎏의 넉넉한 수하물 허용 한도와, 우선 탑승 서비스를 제공해 대기 시간 없이 편리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프리미엄 이코노미의 자석 배열은 2-4-2 배열로 배치됐다. 넉넉한 앞좌석과의 간격에 시트 넓이도 넓어 좁다는 느낌은 받아볼 수 없었다. 각 좌석에는 13.3인치 LCD 스크린이 탑재돼 긴 여행에도 쾌적한 콘텐츠 시청이 가능해 보였다. 충전 포트와 더불어 칵테일 테이블 등도 탑승객들의 편의를 더하는 요소다. 샘플로 마련된 기내식은 제철 식재료와 지역 특색을 살린 풍성한 메뉴로 구성돼 있었다. 에미레이트항공 관계자는 "기내식은 로열 덜튼의 본차이나 식기에 담겨 린넨 냅킨과 스테인리스 스틸 커틀러리와 함께 제공된다"라며 "샹동 스파클링 와인을 포함한 고급 와인, 스피릿, 맥주, 탄산음료 등이 음료 서비스에 포함됐고, 식후에는 리큐르와 초콜릿도 함께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경험해 본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은 24석에 그쳤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의 평균 탑승률을 묻는 질문에 관계자는 "에미레이트항공은 가성비 있는 비즈니스 클래스로 유명해 아직 프리미엄 이코노미보다는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률이 더 높다"라며 "이번 스태틱 투어를 계기로 탑승객들의 인식이 좋아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2025-07-08 14:23:38앨런 튜링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암호를 해독하는 과정에서 현대 컴퓨터과학의 기초를 마련했다. 그 이후 컴퓨터와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사람을 단순 노동에서 벗어나게 하며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였다. 튜링이 처음 꿈꾸었던 '생각하는 기계'는 이제 인공지능(AI)으로 발전하고 있다. AI는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의 발전과 함께 일상으로 성큼 다가왔다. 리포트 작성을 위한 검색도, 가족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도 AI가 대신 해주는 세상이다. 이런 AI를 우리 산업·제조 현장에 적용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미래전자 '자율제조 AI 팩토리'에서 생산관리자로 근무하는 '김지능씨'의 일상을 살짝 엿보자. 아침마다 AI비서 '생산마스터'가 그날의 생산일정을 브리핑해주고, 공장 생산시스템 내에 산재된 각종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그날의 주요 이슈도 자동으로 알려준다. 오후에는 디지털 트윈으로 해외 생산공장과 국내 본사를 연동시킨 후 '생산마스터'가 양 공장의 상황을 분석, 자동으로 생산 시나리오를 생성해준다. 현장에서는 협동로봇 '알파'가 직원들과 같이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주말에 저녁을 먹으면서 AI 연구생(대학원)인 아들과 그려본 우리 산업 현장의 모습이다. 60만개에 달하는 국내 제조기업의 저력, 특히 글로벌 선두를 달리는 주력산업과 풍부한 제조데이터를 가진 제조강국으로서 산업 현장에 AI 기술을 전면 활용하는 산업 AX(인공지능 대전환)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지난 6월 20일, 대통령께서는 취임 후 첫 지방 행보로 AI 데이터센터 출범식을 찾았다. 'AI 3대 강국' 달성을 위해 범정부적 역량을 결집하는 가운데 국내 대표 제조업 벨트인 울산에서 우리 제조업의 AI 대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산업부는 산업정책의 중심에 AI를 두고 우리 산업의 생산구조를 AI 중심으로 재설계, '진짜 성장' 고지를 향한 전력질주를 시작하려 한다. 첫째, 자동차·조선·철강 등 우리 주력산업에 AI 기술을 융합하는 기술 주도형 산업AI 대전환을 추진한다. 모든 업종에 '자율제조 AI 팩토리'를 확산하고, 제조공정의 전후방으로 연계되는 공급망 효율화, 생산설계, 유통·물류, 안전 등 제조서비스 영역에도 AI를 적용한다.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차, 자율운항선박 등 AI 탑재형 제품 혁신을 위한 핵심 기술개발에도 크게 투자해 피지컬AI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둘째, 산업AI를 전국으로 확산해 AI 격차 없는 '모두의 성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업종별·지역별 AI 확산 허브로서 '산업AI 혁신센터'를 조성하고, 제조업의 요람인 산업단지를 AX 실증산단으로 전환해 지역 거점 산업도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한다. 셋째, 산업AI의 확산을 뒷받침할 기반도 튼튼히 할 것이다. 자동차, 가전, 로봇, 방산 등 4대 수요산업을 중심으로 '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개발에 1조원을 투자하고 AI 반도체 공공펀드 조성을 추진, AI 시대를 맞아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는 AI 반도체 생태계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 또 산업AI의 원천인 산업데이터를 기업들이 손쉽게 수집·정제하고 영업비밀 유출에 대한 우려 없이 필요한 데이터를 서로 공유·연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중국에서는 AI와 로봇이 사람의 개입 없이 24시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다크팩토리'가 첫선을 보였다. 로봇 출현이 그러했듯이 AI에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기도 한다. 우리의 산업AI가 지향하는 바는 이와 다르다. 일을 편하게 하도록 도와주고 신(新)산업·신(新)서비스를 창출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AI, 이것이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AI 정책이다. AI 융합으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진짜 성장', AI의 혜택을 산업현장 곳곳에 확산시키는 '모두를 위한 산업AI'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2025-07-06 18:34:01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정비소에서 잘 고쳐서 정상으로 돌아온 까브리를 몰고 벨루노로 향한다. 우리는 평소 안전상의 이유로 세차를 거의 하지 않고 다녔다. 낡고 지저분해 보이면 도둑이나 강도의 표적에서 아무래도 좀 더 벗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오랜만에 방문하는 친구집에 깔끔한 모습으로 가고싶어 벨루노에 도착하기 전 세차를 하기로 했다. 스테파노가 사는 벨루노는 인구 3만5000의 작은 도시다. 유명한 돌로미티 국립공원이 있는 알프스자락의 도시이다. 이탈리아의 소도시들이 그렇듯 벨루노도 아기자기 아름다운 곳이었다. 7년 전 이탈리아 한달여행을 할 당시 카우치서핑을 통해 스테파노의 초대를 받아 벨루노를 방문했고 스테파노는 회사에 휴가까지 내며 우리와 시간을 보내고 도시와 주변을 함께 돌아보며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그의 아들과 부모님과 멋진 이탈리아 가정식 만찬을 즐기며 따뜻한 환대를 받았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페이스북으로 간간히 소식을 주고받으며 연락을 했었고 이번 여행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배 시간이며 스테파노의 사정이 허락해서 이번 재회가 가능해진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7년 만에 친구를 다시 만난다는 설레임으로 열심히 달려간다. 중간에 어떤 작은 도시에서 세차장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탄이 처음 보는 세차기계와 이탈리아어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옆차에 어떤 청년들이 다가왔다. 세명의 벨기에 청년들이었는데 탄이 세차하는 법을 알아내려 애쓰는 것을 보고 우리가 세차를 도와줘도 되겠냐고 말을 걸어왔다. 예상치못한 친절에 의아했고 낯선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는 것은 상당히 조심해야하는 일이기도 했지만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는 것도 우리의 여행에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해왔기에 감사히 친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건장한 청년 셋이서 커다란 까브리를 비누칠을 하고 구석구석 물로 청소를 해준다. 우리끼리 했으면 힘도 들고 오래 걸렸을텐데 키 큰 유럽청년 셋이서 높은 곳까지 깨끗하게 뚝딱 세차를 잘 해주었다. 오랜 여행길에 쌓이고 쌓인 까브리의 묵은 때가 완전히 씻겨나가 반짝반짝 새차처럼 되는 것을 보니 기분이 후련해진다. 세차 후에 청년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서른셋의 Stijn Bevers라는 친구는 동료들과 자동차여행 중이라고 한다. 여행 중에 게임 포인트를 적립하는 챌린지를 하고 있다고 했다. 무슨 소리인가 어리둥절했는데 여행 중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도움으로써 포인트를 얻어 이기는 게임이라고 한다. 어떻게 이기는지 누가 높은 점수를 얻게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여행자체를 소비하며 즐기는 것 뿐만 아니라 남을 돕고자하는 친절을 베풀며 다닌다니 참 좋은 멋진 청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청년들한테 좋은 배움을 얻었다. 우리도 여행 중 멈춰있는 차를 끌어주거나 선교지에서 도움을 드릴 일이 있는지 살폈던 적이 있는데 이렇게 하루에 하나씩 좋은 일을 하는 챌린지라니 정말 보기 좋았다. 참 기특하고 멋진 청년들이다. 이런 친구들을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고 감사했다. 뜻밖의 기분 좋은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벨루노로 달린다. 7년 전 방문했던 Forst 맥주공장이 보인다. 이곳 수제맥주를 무척 좋아했던 생각이 나서 차를 멈추고 들어갔다. 7년 전과 바뀐것이 없어보인다. 다양한 맛의 맥주가 들어있는 식스팩을 친구선물로 샀다. 아름다운 돌로미티 바위산도 여전하고 정겨운 마을도 그대로인것 같다. 벨루노에 도착해서 친구네 집으로 갔다. 스테파노의 집은 부모님댁 근처로 이사해서 예전에 묵었던 그집은 아니었지만 2층의 근사한 주택이 무척 아늑하고 좋았다. 우리에게 집을 구경시켜주고 2층 방 중 하나에서 묵는 게 어떠냐고 했는데 에어컨이 없고 너무 더워서 창고인 지하실을 사용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정말 괜찮겠냐고 거듭 묻는다. 서로의 프라이버시도 그렇고 시원한 지하가 훨씬 좋아서 우리는 정말 지하에서 머물고싶다고 하자 다행히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 스테파노가 까르보나라를 해준다고 장을 봐왔다. 이탈리아 사람은 자기 음식에 매우 엄하다. 정통 이탈리아식 까르보나라는 어떤 맛일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요리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날달걀을 깬 것에 파마산 치즈가루를 섞고 후추를 넣고 다시 섞는다. 돼지고기 볼살, 턱살, 항정살을 염장해서 만든 관찰레(Guanciale)를 얇게 썰고 후라이팬에 굽는다. 관찰레는 베이컨과는 매우 다르다. 고급스러운 풍미가 있다고 한다. 돼지기름이 충분히 나올 때까지 굽고 스파게티면은 포장에 쓰인대로 11분을 익히면 알덴데(al dente)로 조금 딱딱한 식감이 되는데 스테파노는 몇 분 더 익히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다행이다. 나도 알덴데보단 말랑한 면을 더 좋아한다. 면을 체에 받치고 잘 익은 관찰레를 넣고 계란과 치즈소스를 부어 버무리면 정통 까르보나라가 완성된다. 소스에 들어간 계란은 날달걀이지만 면과 관찰레의 온도로 계란이 익는다고 한다. 크림은 넣으면 안된다고 강조하는 스테파노. 레드와인과 함께 즐거운 식사를 했다. 정통 까르보나라도 꽤 입맛에 맞았다. 따로 소금이나 간을 하지 않았지만 간이 잘 맞았고 풍미가 한국에서 먹어보지 못한 풍부한 맛이 났다. 내가 스파게티를 먹다가 할라피뇨를 꺼내려고 하는 것을 본 스테파노는 "시로는 내 파스타를 죽이고 있어요."라고 한다. 웃음이 터졌다. "이탈리아에서 그렇게 먹으면 감옥에 갈 수 있어요"란다. 나는 웃음을 겨우 참으며 "미안해요. 한국에서 늘 할라피뇨와 함께 먹어왔어서요"하며 무심코 들었던 할라피뇨통을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스테파노는 계속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탈리아에서 금지된 거라며 농담을 던진다. 유쾌하게 이야기해줘서 쉴 새 없이 웃으며 식사를 했지만 이 나라에 왔으니 이 나라 문화에 대한 존중도 꼭 필요한 것 같아 조금은 조심해야겠다 싶은 마음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하지만 당신은 손님이니 용서할께요"라고 해주어서 마음이 좀 편해졌다. 웃느라 면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스테파노를 통해 이탈리아의 음식과 자국 문화의 자부심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다음날엔 우리가 주방을 점령했다. 까브리에 남은 음식재료를 몽땅 가져와 미역냉국과 닭볶음탕을 하기로 했다. 7년 전에도 닭볶음탕을 해서 스테파노의 부모님과 동네분들이 여러분 오셔서 조금씩 맛보고 즐겁게 식사했었는데 그때 기억이 참 좋았나보다. 뭔가 다른 것을 할까 했었지만 그 후로 닭볶음탕을 먹을 수 없었다며 그때 음식을 원하기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 7년 전에는 고추장이며 제대로된 소스가 없어 불닭볶음면의 스프로 맛을 냈었는데 이번엔 까브리에 싣고 온 한국 소스로 제대로 양념을 했다. 요리실력도 조금은 늘었으니 지난번보다 맛있겠지. 포슬포슬 감자와 넓적당면도 넣었다. 스테파노의 아들 마테오와 딸 발렌티나, 그리고 여친 니나까지 온가족이 모였다. 미역냉국은 미끌거리는 식감이 좀 낯설어서인지 그닥 인기가 없었지만 닭볶음탕은 성공적이었다. 다들 즐겁게 식사를 했다. 독일에서 배를 타고 한국에 가기 위해선 어떻게든 짐을 정리해야했다 우리는 스테파노의 지하실에 방수포를 깔고 까브리에 있는 짐들을 몽땅 다 꺼내왔다. 독일의 배에 까브리를 싣고 한국으로 보내기로 하긴 했지만 이번엔 그 안의 짐들이 문제였다. 일년간 살았던 각종 살림들이 가득했던 것이다. 한국에서 러시아로 나올때는 운좋게도 이삿짐으로 해서 얼렁뚱땅 짐을 실은 채 잘 통관을 했지만 독일은 왠지 깐깐한 이미지라 차에 짐이 실려있으면 다 꺼내서 버리라고 하거나 아예 차를 안실어주면 어떡하나 싶어 어떻게든 짐을 정리해야했다. 이탈리아에서 국제택배로 한국에 짐을 부치는 방법이 있는지 스테파노에게 물어봤지만 가격이 어마어마하고 부치는 방법도 쉽지않고 시간도 엄청 걸리는 모양이었다. 다시한번 우리나라 좋은나라라는 생각을 했다. 일단 다 빼온 짐 중 우리가 비행기에 가지고 탈 수 있는 양만큼 중요하고 귀중한 것 위주로 분류를 하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한국에서 다시 쉽게 살 수 있는 것 중 쓸만한 것은 스테파노에게 주었다. 그러고도 어찌할 수 없는 짐은 고민고민하다가 버리면 버리리라 하고 그냥 까브리 짐칸 맨 아래쪽에 꽉꽉 넣어두었다. 벨루노에서 짐정리를 하는 틈틈이 스테파노와 니나와 함께 피자도 먹고 젤라또도 먹으러 다니고 공원 산책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분수에 앉아서 먹는 젤라또는 뭔가 낭만적이고 운치가 있다. 배를 기다리는 시간을 친구와 이렇게 즐겁게 보낼 수 있어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 하루는 근처에 사시는 부모님을 모셔와서 떡볶이를 해드렸다. 맵지않을까 무척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매운 것을 잘 드신다. 특히 어머님이 고추장을 좋아하셔서 뜯지않은 큰 통을 선물로 드렸더니 무척 기뻐하셨다. 식전주 주황색 스피리츠를 함께 마시고 웃음이 끊이지 않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참 평화롭고 소중했다. 이들 덕분에 이탈리아가 우리에게 제 2의 고향같이 느껴지고 이탈리아에 있는 우리의 또다른 가족같이 여겨졌다. 우리가 떠나는 날 스테파노의 어머님께 인사드리러 갔더니 우리에게 파스타면이며 성모상 장식품 등 선물을 한아름 주셨다.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것이 느껴져 눈물나게 감사했다. 이제 헤어지면 언제 다시 뵐지 모르는 어머니께 마지막으로 한국식으로 절을 하자고 탄이 제안해서 우리는 어머님을 의자에 앉으시게 하고 앞에서 큰절을 올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진심을 담아 인사하고 싶었다. 한국식 인사라고 하니 신기해 하시는 것 같았다.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주셨다. 어머님과 헤어지는 것이 스테파노보다 더 힘들었다. 그렇게 스테파노네에서 약 열흘간 신세를 지고 시간이 되어 북쪽으로 독일을 향해 길을 떠났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66z4wsCZ884?si=NXcbcbs1u3xXoW5y>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6-19 10:37:56[파이낸셜뉴스] 미국의 한 30대 직장인이 신용카드 포인트만으로 전 세계 33개국을 여행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CNBC 등에 따르면 의료진 사무실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연봉 7만8000달러(약 1억1000만원)를 받는 베트남계 미국인 데이비드 도(33)는 지금까지 33개국을 여행했다. 온두라스, 일본, 싱가포르, 노르웨이, 터키, 인도 등을 여행한 그는 35세 이전까지 총 35개국을 방문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평범한 직장인인 도가 이처럼 많은 나라를 여행할 수 있었던 비결은 소득이 아닌 소비 전략에 있었다고 한다. 자신을 '여행 해커'라고 소개한 그는 신용카드 포인트 제도를 활용해 항공권과 숙박비를 무료 혹은 할인받아 경비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현재 약 30장의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는 도는 매달 각 카드의 혜택에 따라 결제 수단을 바꿔가며 사용하는 방식으로 포인트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는 "신용카드마다 매달 달라지는 추가 적립 카테고리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도는 지난 3월 식당에서 사용한 753달러(약 104만원)를 식비 5% 적립 혜택이 있는 디스커버 카드로 결제했고, 항공료와 기차표는 캐피탈원 여행 카드, 아마존에서의 주문은 아마존 체이스 카드로 처리했다. 그는 큰 지출이 예상될 때 신규 카드를 발급받아 '가입 보너스 포인트'를 노리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는데, 도는 등록금과 자동차 보험료, 분기별 세금 등 큰 금액을 지불해야 할 때는 큰 가입 보너스를 제공하는 카드에 맞춰 시기를 조절한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도가 사용한 포인트는 100만 이상이지만 그는 포인트로 항상 이코노미석을 이용하고, 호화 호텔을 예약하지 않는 등 절제된 소비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도는 약 37만 마일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음 여행지로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5-05-29 13:35:51[파이낸셜뉴스] '네이버페이(Npay) 10 페스타(FESTA)'가 성황이다. 'Npay 10 FESTA'는 간편결제부터 대출·보험·카드·자산관리·증권·부동산까지 아우르는 종합금융플랫폼으로 거듭난 Npay가 약 3400만 사용자와 함께 10년간 쌓아온 신뢰와 감사의 가치를 전하는 캠페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Npay는 250여개 제휴사와 함께 온·오프라인 및 금융 서비스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할인 및 적립 혜택을 제공 중이다. 'Npay 10 FESTA'는 'Npay로 그냥 사는 게 아니라, 더 잘 사는 것(Smart buying, live better with Npay)'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특히 점의 형태로 구성된 'Npay 10 FESTA' 캠페인의 메인 로고는 2024년도 연간 결제액 약 73조원에 이르는 국내 1위 간편결제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기까지, 10년간 사용자들과 함께 구축한 Npay만의 견고한 '포인트 생태계'를 나타낸다. 'Npay 10 FESTA'는 5~6월, 각각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이달 진행 중인 'Npay 10 FESTA 시즌1'에서는 온·오프라인부터 해외 등 250여개 브랜드와 함께 총 100억원 규모의 할인 및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온라인에서는 △오늘의집, 컬리, 올리브영, 나이키, 아고다 등 브랜드와 함께 올리브영 첫 결제 시 최대 1만원 혜택 등 104개의 할인·적립 이벤트 △네스프레소에서는 10만원 이상 결제 시 최대 5만원(결제금액의 2%) 페이백 △호텔스닷컴 30만원 이상 결제 시 5000원 적립된다. 현장결제는 Npay로 3000원 이상 생애 첫 결제 시 3000포인트가 적립된다. 편의점과 면세점, 주유소, 생활·가전, 쇼핑 등 77개 브랜드에서 프로모션이 진행된다. 해외의 경우 중국에서 유니온페이로 50위안 이상 결제 시 10% 즉시 할인되는 등 14가지 혜택이 제공된다. 또 Npay 머니·포인트를 실물카드로 소지하고 국내외 어디서든 사용 가능한 'Npay 머니카드'는 전세계 스타벅스에서 건당 2만원 이상 결제 시 1만 포인트를 제공한다. 금융서비스 이용에 따른 혜택은 △신용대출 비교 후 실행 시 최대 7%p 이자 지원(최대 15만원) △신차 리스 서비스 이용 시 한달치의 자동차 리스 비용 지원 △전세금반환보증보험 가입 시 1만 포인트 제공 △Npay 보험비교 서비스를 통해 자동차보험·저축보험 가입 시 최대 3만원 상당의 혜택 △해외여행보험 비교 후 가입 시 가입금액의 10%를 포인트로 제공한다. 'Npay 10 FESTA' 캠페인을 비롯한 모든 프로모션은 네이버에서 '네이버페이'를 검색하거나, Npay 앱에서 자산·송금 탭을 선택한 후 상단의 돋보기를 통해 '10주년 이벤트'를 검색하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캠페인 페이지를 친구에게 공유하면 양측 모두 100포인트를 즉시 적립 받을 수 있다. 오는 6월 25일이 서비스 시작 10년을 맞는 날인만큼, 6월에는 새로운 혜택과 즐거움을 주는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될 예정이다. 6월에 시작되는 'Npay 10 FESTA 시즌2'는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Npay 사용자들의 10년 결제 데이터 기반 개인화 슬라이드 및 기념 NFT(대체불가토큰)가 제공된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2025-05-25 11:47:09"'똥 쌀 때 문 닫고 싸기'가 규칙이야?" 손녀의 엉뚱한 질문에 외할아버지가 껄껄 웃었다. 손녀는 "우리 가족이 꽃처럼 피어났으면 좋겠다"며 숙소 문패로 쓸 화판에 꽃을 그렸다. 지난 16일 오후 4시 경기도 김포시 김포아트빌리지 한옥숙박체험관 거실엔 웃음꽃이 피었다. 온 가족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우리 가족만의 규칙'을 만들었다. 또 입주 공방 작가들과 함께 보자기·도자기를 만들거나 장구를 치며 세대 간 벽을 허물었다. 특히 국악 체험 시간에 박자를 맞추지 못해 머쓱해하는 할아버지를 손녀가 응원하는 모습은 미소를 자아냈다. 세대 통합 가족 캠프 '아날로그적 1박 2일'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추진하는 '2025 생활밀착형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가가호호(家加好好)'의 일환으로 열렸다. 김포문화재단이 지역 운영기관으로 참여했다. 지역 생태·예술·공간 자원을 활용해 가족 미션, 체험 활동, 차담회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모든 프로그램이 디지털 기기 사용을 최소화하고 '쉼과 관계' 중심의 아날로그 감성으로 진행됐다. '가가호호'는 "가족이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뜻으로, 건강한 가족 여가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새 사업이다. 전국 42개 기초 지역 재단을 선정해 예산을 지원한다. 각 지역 재단은 생활권 근거리 시설을 거점 삼아 가족 단위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한다. 5월 가정의 달과 '2025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을 맞아 지난 16일부터 1박 2일 진행된 이번 캠프는 조부모·부모·자녀가 함께 하는 3세대 가족형 캠프로, 사전 사연 공모를 통해 세 가족이 선정됐다. 김혜란씨는 "혼자 외롭게 두 딸을 키운 일흔 넘은 아버지와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이번 캠프에 참가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근무 중인 딸을 대신해 사위와 체험 활동에 나선 김씨의 아버지는 "평소에는 '학교 어땠어?' '밥 많이 먹어' 등의 피상적 대화만 했다"며 "그런데 오늘 손주들과 문화 체험을 하면서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소통이 좀 더 깊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씨 남편은 "평소 잘 몰랐던 자녀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했다"며 "딸이 리더십이 있고 아들이 유머감각이 남다르더라"며 웃었다. 그는 "무엇보다 한옥마을에 처음 숙박하게 된 애들이 신났다. 맞벌이라 서로 일, 학원 때문에 바쁜데, 이렇게 여유 있는 시간이 주어져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김지나씨 가족은 요즘 건강 문제로 장거리 여행이 힘들어진 시부모와 특별한 시간을 갖고 싶어 신청했다. 김씨는 "수도권 안에서 1박 2일로 운영돼 너무 좋다"며 "시부모께선 여행 가는 기분을 내고 싶다며 자동차 대신에 버스를 타고 오셨다"며 "주말에 동네에서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면 이게 가장 좋은 문화생활 아니겠냐"며 웃었다. 김씨의 딸은 이날 우리 가족 규칙 중 하나로 '스마트폰 하는 시간을 줄이고 보드게임을 하자'고 썼다. 그는 "집에선 가족끼리 윷놀이를 해도 어른들이 틈틈이 스마트폰을 보며 우리에게 온전히 집중해주지 않아 서운했다"며 "이번 캠프가 너무 즐겁고 행복한 추억이 될 것 같다"며 기뻐했다. 김씨 아들 역시 "오늘밤 안자고 계속 놀고 싶다"며 "이런 활동을 1년에 한 번은 부족하고 세 번은 하고 싶다"고 바랐다. 김씨 시아버지는 색다른 체험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가족이 같은 공간에 있어도 따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렇게 공동 목표를 갖고 활동을 하니 몰입도가 높고, 웃음도 더 많아졌다"고 비교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관계자는 "문화예술이 가족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단순 체험이 아닌 세대 간 정서적 소통과 회복을 이끄는 지속 가능한 여가문화 기반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5-22 18:22:37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이탈리아 북부의 스텔비오 패스는 알프스에서 2번째로 고도가 높은 고갯길이다. 7년전 '탑기어'라는 영국 TV프로에 나온 이곳을 보고 이탈리아 여행을 결심하고 한달간 이탈리아 전국을 돌았는데 정작 스텔비오 패스는 4월 중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으로 도로가 통제되어 갈 수 없었다. 지난 여행에서 갈 수 없어 아쉽게 돌아섰던 이 곳을 드디어 까브리와 함께 간다. 푸른 산골짜기를 가르며 어지럽게 꺾인 이 길에서 멋진 알프스의 풍경을 비로소 만끽해본다. 스텔비오 패스의 높이는 한라산(1,947m)보다 훨씬 높고 백두산(2744m)과 비슷한 해발 2757m이다. 180도로 급하게 도는 헤어핀코스가 75개나 되어 자동차로 통과하는 것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어마어마한 헤어핀들이 계속되어 라이딩을 즐기는 바이커들과 드라이버들의 성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7월의 어느날 우리는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에서 출발하여 스텔비오 패스로 향한다. 우리에게 토리노는 2006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알고있는 도시였다. 가는 길에 밀라노, 코모호수 등 유명 관광지가 있지만 지난 여행에서 이미 가본 곳들이기에 우리는 그저 서둘러 스텔비오 패스로 달려갔다. 토리노에서 스텔비오 패스 정상까지 6시간 거리(360km)로 아침 9시에 출발해 너무 늦지않게 정상에 도착하려 했다. 비행기로 13시간 걸려 왔던 이탈리아를 까브리와 함께 차로 간다는 생각에 1년여를 유라시아대륙을 거쳐온 건 까맣게 잊고 그저 옆동네가듯 쉽고 편해서 좋았다. 모로코, 스페인, 포르투갈을 다니는 동안 차창으로 쏟아지는 햇빛이 강해서 에어컨을 켜도 늘 더워서 힘들었는데 이곳에 오니 선선한 공기에 기분이 좋아진다. 작은 마을 보르미오(Bormio)를 지나면서 길이 점점 가팔라진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나보다. 알프스의 풍경이 방송에서 본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왔다. 이곳을 즐기고자 온 자전거를 비롯해서 고성능 바이크와 스포츠카들이 많이 눈에 띄였다. 도로가 생각보다 좁았지만 도로면이며 난간 등 관리상태가 좋고 통행량이 많지 않아 드라이브를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참 대박이다.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한참 올라왔는데 아직도 눈앞에 급한 오르막경사들이 겹겹이 보인다. 고성능이라 하기에 턱도없는 택배차태생의 까브리이지만 탄이의 운전에 헤어핀들을 부드럽게 잘도 돈다. 이 아름다운 풍경에 멋진 도로를 함께 달릴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여기에 온 사람들 모두 저마다 다양한 사연이 있을 것이다. 다들 이 길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을 것이라 생각하니 웬지모를 동질감에 반가왔다. 경사를 오르던 중간에 작은 공터를 발견하고 차를 멈추었다. 산바람에 이름모를 작은 야생화들이 한들한들 춤을 춘다. 우리가 온 길을 내려다보며 이 험한 산에 이렇게 근사한 길을 만든 '사람'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드라이브를 하니 7년전의 아쉬움이 다 사라진다. 구름이 드문드문있는 맑은 날씨와 기온이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더할나위없이 좋다. 길가에 방목중인 소들도 보이고 고개를 들면 눈덮인 장엄한 알프스 산봉우리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며 벅찬 마음으로 드라이브를 했다. 한참을 가자 호텔들과 식당이 모여있는 곳이 나왔다. 이곳이 아마도 정상인가보다. 많은 바이크들과 차들이 세워져있었다. 정상에서 사방을 보니 정말 숨이 멎을 듯이 아름다운 풍경이다. 물감을 뿌린듯 파란 하늘에 아름다운 뭉게구름이 드문드문 떠있고 그 아래 구름에 닿을듯이 솟아있는 눈덮인 산봉우리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사람들이 많은 곳을 조금 지나자 이제 내리막이 시작되나보다. 산아래 구불구불 이어진 길이 골짜기를 따라 길게 이어져있는 모습이 멀리까지 보인다. 누가 먼저라고 할것없이 탄성이 터져나왔다. "우와아 진짜 미쳤다. 이야... 세상에.." 감탄만 계속 나오고 말을 잇기가 힘들었다. 조금 내려가다 꽤 넓은 공터를 발견하고 차를 세웠다. 다른 차도 두어대 서있었다. 감동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차에서 내려 풍경을 바라보는데 세상에 어떻게 이런 광경이 있을 수 있을까 싶었다. 공터는 차 열대정도를 댈 수 있을만한 크기에 화장실이고 매점이고 아무것도 없었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풍경을 만끽하며 하룻밤을 보내고 가기로 결정했다. 그냥 내려가버리기가 너무너무 아까왔다. 건너편 산위에 빙하며 구름이 만드는 그림자가 산을 타고 흐르는 모습이 봐도봐도 싫증나지 않을 것 같았다. 더위에 힘들었는데 이곳은 정말 천국이었다. 시원하고 멋진 풍경속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어 너무너무 행복했다. 어두워질때까지 홀린듯 풍경을 바라보았다. 때로 계획한 것이 잘 되지 않을때도 있는데 이렇게 계획없이 와서 상상도 못한 좋은 일이 생기는 일도 있다. 감사한 하루다. 해가 지니 하늘에 엄청난 별들이 보였다. 자연이 아낌없이 주는 선물인듯 생각되어 황홀감에 젖어 늦게까지 별을 감상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떠 창문밖을 보니 우리말고도 옆에 차가 여러대 서있었다. 차지붕 위에 텐트를 펴놓고 잔 사람도 있는것 같다. 외롭지 않은 밤이었다. 이제 아쉬워도 내려가야할때가 왔다. 가자. 아직 수십개의 헤어핀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경험한 중 최고로 멋진 곳에서 차박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스텔비오에서 스테파노가 있는 벨루노까지는 4시간거리(260km). 중간에 점심식사를 하고 세차도 하면 스테파노의 귀가시간과 얼추 맞을 것 같다. 내리막길의 헤어핀을 도는 것은 오르막과 또 다른 스릴이 있었다. "운전 못하는 사람은 엄청 쫄리겠어." 연속되는 헤어핀구간에 살짝 쫄아서 한마디 했다. 이른 시간이라 다행히 차가 많지 않다. 속도를 높였다간 잘못하면 절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헤어핀구간을 돌고 돌고 또 돈다. 조금 넓은 길에서는 속도를 즐기는 뒤차들을 보내고 여유롭게 간다. U자형 코스가 계속되어 가속과 감속을 정교하게 해야하지만 탄의 운전실력을 믿기에 든든하다. 스텔비오 패스의 대부분은 길이 상당히 좁다. 간간히 교행이 불가능한 곳들도 있어서 반대편 차들의 상황도 잘 봐가며 배려운전을 해야한다. 헤어핀에서는 차 크기와 상관없이 맞은편 차로를 넘게되는 것이다. 운전하는 것이 즐거웠던 탄이 "뉘르부르크링 할래? 스텔비오 패스 할래? 그러면 난 스텔비오 패스 할래. 그럴래."라며 웃는다. 크으.. 뉘르부르그링이 졌다. 옆에서 나는 "아유 운전 잘한다." 하며 연신 칭찬을 해주었다. 탄이 이 길을 보면 자동차에 진심인 사람들이 만든 것 같다며 감탄한다. 이 높은 산에 구불구불 험한 길을 이렇게 깨끗하게 닦아놓고 돌로 튼튼한 난간을 만들어놓은 것이 정말 대단해보였다.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전세계 어딜가도 이런 길, 이런 풍경은 없을 것 같다. 자전거로 올라오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꽤 많은것에 놀랐다. 그들의 체력과 정신력에 존경심이 생긴다. 출발한지 30분정도 지났는데 탄이 갑자기 브레이크가 말을 안듣는다고 한다. 내리막길에 폭이 좁은 도로라서 브레이크 고장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탄이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지만 사실은 무척 심각한 상태였던 것이다. 나도 짐작은 되었지만 호들갑떨고 불안해해봤자 도움될 것이 없다고 생각되어 그저 구글에서 근처 자동차 정비소를 찾으며 조용히 있었다. 탄이 비상등을 켜고 기어를 1단으로 변경해서 감속하고 여차하면 사이드 브레이크로 제동할 수 있도록 서행했다. 길옆에 작은 공간을 발견하고 차를 세웠다. 놀란 마음을 진정하고 잠시 차를 식히며 브레이크 밟고 떼기를 여러번 반복해본다. 브레이크 압력이 평소같지 않단다. 가까운 정비소로 어떻게든 안전하게 가야한다. 마냥 서있을 수 없어서 다시 저속으로 출발을 했다. 구글에는 가장 가까운 정비소가 2시간 거리에 있다고 하는데 일단 큰 도로를 따라가다보면 정비소가 나올 수도 있다. 이럴때 정말 아쉬운 것이 한국의 비상출동 서비스. 정말 외국에서 길위에서 차가 고장나면 답이 없다.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해야한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천천히 서행으로 이동하다가 거짓말처럼 길옆 정비소를 발견했다. 구세주를 만난듯했다. 1시간동안 정비사 두분이 차를 세심히 봐주셨다. 핸드폰 번역어플로 고장의 원인을 물어보니 정비사님이 스텔비오 패스를 넘어왔는지 물어본다. 계속된 내리막길에 브레이크를 계속 밟다보니 브레이크 용액안에 공기가 있는데 그게 뜨거워져서 부피가 팽창해서 문제가 생긴듯 했다. 유럽물가에 정비비용이 걱정되었는데 40유로(4만8000원)를 달라고 한다. 두분의 수고에 너무 감사해서 50유로를 드리고 잔돈은 됐다고 했다. 상황이 잘 마무리가되자 그제서야 탄이 지금까지 까브리 브레이크에 문제가 생긴 적이 없었는데 너무 당황했다고 한다. 아까 내색은 안했지만 식겁했다는 말에 나도 대충은 짐작했다고 이야기했다. 다 내려와서 그랬기에 망정이지 좁은 내리막길 중간에 그러다 멈췄으면 정말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질뻔했다. 길을 딱 막아버려 다른 차들도 못가게 하거나 어디를 들이받고 멈춰서 구조를 기다려야하는 상황이 됬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이건 신이 도왔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탄의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차를 정비하고나서 비로소 안심하고 다시 벨루노를 향해 길을 떠났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2T7bIxdhgyA?si=YM1_CcprpEK9O_BE>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5-22 10:42:16[파이낸셜뉴스] “‘똥 쌀 때 문 닫고 싸기’가 규칙이야?” 손녀의 엉뚱한 질문에 외할아버지가 껄껄 웃었다. 손녀는 “우리 가족이 꽃처럼 피어났으면 좋겠다”며 숙소 문패로 쓸 화판에 꽃을 그렸다. 지난 16일 오후 4시 경기도 김포시 김포아트빌리지 한옥숙박체험관 거실엔 웃음꽃이 피었다. 온 가족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우리 가족만의 규칙’을 만들었다. 또 입주 공방 작가들과 함께 보자기·도자기를 만들거나 장구를 치며 세대 간 벽을 허물었다. 특히 국악 체험 시간에 박자를 맞추지 못해 머쓱해하는 할아버지를 손녀가 응원하는 모습은 미소를 자아냈다. 세대 통합 가족 캠프 ‘아날로그적 1박 2일’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추진하는 ‘2025 생활밀착형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가가호호(家加好好)’의 일환으로 열렸다. 김포문화재단이 지역 운영기관으로 참여했다. 지역 생태·예술·공간 자원을 활용해 가족 미션, 체험 활동, 차담회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모든 프로그램이 디지털 기기 사용을 최소화하고 ‘쉼과 관계’ 중심의 아날로그 감성으로 진행됐다. ‘가가호호’는 “가족이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뜻으로, 건강한 가족 여가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새 사업이다. 전국 42개 기초 지역 재단을 선정해 예산을 지원한다. 각 지역 재단은 생활권 근거리 시설을 거점 삼아 가족 단위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한다. 5월 가정의 달과 ‘2025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을 맞아 지난 16일부터 1박 2일 진행된 이번 캠프는 조부모·부모·자녀가 함께 하는 3세대 가족형 캠프로, 사전 사연 공모를 통해 세 가족이 선정됐다. 김혜란씨는 “혼자 외롭게 두 딸을 키운 일흔 넘은 아버지와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이번 캠프에 참가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근무 중인 딸을 대신해 사위와 체험 활동에 나선 김씨의 아버지는 “평소에는 ‘학교 어땠어?’ ‘밥 많이 먹어’ 등의 피상적 대화만 했다”며 “그런데 오늘 손주들과 문화 체험을 하면서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소통이 좀 더 깊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씨 남편은 "평소 잘 몰랐던 자녀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했다"며 “딸이 리더십이 있고 아들이 유머감각이 남다르더라”며 웃었다. 그는 “무엇보다 한옥마을에 처음 숙박하게 된 애들이 신났다. 맞벌이라 서로 일, 학원 때문에 바쁜데, 이렇게 여유 있는 시간이 주어져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김지나씨 가족은 요즘 건강 문제로 장거리 여행이 힘들어진 시부모와 특별한 시간을 갖고 싶어 신청했다. 김씨는 “수도권 안에서 1박 2일로 운영돼 너무 좋다”며 “시부모께선 여행 가는 기분을 내고 싶다며 자동차 대신에 버스를 타고 오셨다"며 "주말에 동네에서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면 이게 가장 좋은 문화생활 아니겠냐”며 웃었다. 김씨의 딸은 이날 우리 가족 규칙 중 하나로 ‘스마트폰 하는 시간을 줄이고 보드게임을 하자’고 썼다. 그는 “집에선 가족끼리 윷놀이를 해도 어른들이 틈틈이 스마트폰을 보며 우리에게 온전히 집중해주지 않아 서운했다”며 “이번 캠프가 너무 즐겁고 행복한 추억이 될 것 같다”며 기뻐했다. 김씨 아들 역시 “오늘밤 안자고 계속 놀고 싶다”며 “이런 활동을 1년에 한 번은 부족하고 세 번은 하고 싶다”고 바랐다. 김씨 시아버지는 색다른 체험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가족이 같은 공간에 있어도 따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렇게 공동 목표를 갖고 활동을 하니 몰입도가 높고, 웃음도 더 많아졌다”고 비교했다. 또 “난생 처음 보자기를 만들어 새로웠다”며 “그동안 어른 위주로 생활했는데, 앞으론 아이들 눈높이에서 더 많이 같이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변화도 짚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관계자는 “문화예술이 가족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단순 체험이 아닌 세대 간 정서적 소통과 회복을 이끄는 지속 가능한 여가문화 기반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5-21 16:4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