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예산안 시즌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정부여당이 '민생 정책'을 강조하며 발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민생 경제의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예산들을 역설했고, 여당은 해당 예산들과 정부가 발의한 법안들을 통과시켜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22일 오후 국회에서 '민생경제점검 당정협의회'를 열어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대외환경 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내수 부진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먼저 당정은 2025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인해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불확실성은 최소화하고 기회요인은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미국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한 만큼 트럼프 정부 출범 초기부터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이 예상된다. IRA 축소, 환경규제, 인허가 규제, 가상화폐 규제완화 등 대대적 개편이 예고된 상황"이라며 "민관 소통체계를 통해 업계와 공동으로 대응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미 의회와 긴밀히 소통하기 위해 '한미 의원 연맹'을 구상 중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밀도 있는 '의원 외교'를 추진해 우리 기업이 미국의 고용 창출과 첨단산업 공급망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내수 부진으로 부침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하는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내보였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소상공인 예산인 5.9조원을 편성했다. 여당은 해당 예산이 최대한 원안대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당정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은 최우선 국정과제로서 원팀으로 힘을 모아 추진할 것을 다짐했다"고 말했다. 최근 불안정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노력에도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주식시장에 대해 단기적으로 밸류업 펀드를 조성해 시장심리를 안정화하고 장기적인 증시 체질 개선도 추진해나가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ISA를 통한 국내 주식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촉진을 위한 세법 개정안 등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당정협의회에는 국민의힘 측에 한동훈 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송언석 기재위원장 등이, 정부 측에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
2024-11-22 16:30:43[파이낸셜뉴스]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들이 중개수수료를 현행보다 일부 낮춘 차등수수료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외식 업계가 졸속 합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2만여개 소속 가맹점사업자들은 "외식 자영업자 두번 울리는 졸속 합의"라며 정부와 국회의는 빠른 규제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15일 밝혔다. 전날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12차 회의를 열고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중개수수료를 현행 9.8%에서 거래액 기준으로 2.0%~7.8%로 낮추는 차등수수료 방식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거래액 상위 0%~35%는 7.8%, 중위 35%~80%는 6.8%, 하위 80%~100%는 2.0%를 적용한다. 배달비는 총 4개 구간으로 나눠 1900원~3400원을 적용하기로 했다. 외식 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대부분인 상위 35%의 업주들은 인상 이전 수준인 6.8%보다 이용요율이 1%p 올라가고, 고정액인 배달비는 무려 500원이 올라간다"며 "35%~50% 구간은 요율이 같지만 배달비가 200원 인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50%~80% 구간 조차도 전혀 차이가 없다"며 "배달 매출이 극히 적은 하위 20%에만 요율을 낮춰줄 뿐"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수수료율 인하 폭은 미미하고 거꾸로 배달비를 올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에게 더 부담을 주는 졸속 합의가 됐다"며 "이것이 수 개월 간 사회적 비용을 쏟아붇고 얻어낸 결과물이라니 참담한 심정을 넘어 분노마저 불러일으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국회와 정부가 수수료 상한제와 같은 입법 규제를 촉구했다. 협회는 "독과점 업체들이 좌지우지하는 배달앱 수수료는 이제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며 "시장 실패에 대해 카드 수수료와 마찬가지로 국회와 정부가 직접 개입해 바로잡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협회 관계자는 "눈물과 고통으로 버티고 있는 외식 자영업자들을 위해 국회와 정부의 빠른 대책 마련을 간절히 촉구드린다"며 "협회가 지난 9월 배민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한 사건도 빠르고 엄정하게 조사해 시장을 교란한 불법적 행위들을 강력히 엄벌해 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2024-11-15 10:00:44[파이낸셜뉴스]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상생안이 진통 끝에 나왔다. 하지만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등 배달플랫폼 4사와 입점업체 단체, 공익위원, 정부기관 등으로 구성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이하 상생협의체)'가 12차 회의를 진행한 뒤 상생안을 발표했다. 이는 중개수수료를 현행 9.8%에서 거래액 기준 7.8% 이하로 낮추는 차등수수료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거래액 기준 △상위 35% 가게는 중개수수료 7.8%, 배달비는 지역별 2400~3400원 △상위 35~50% 가게는 중개수수료 6.8%, 배달비 2100~3100원을 적용한다. 이어 △상위 50~80% 가게는 중개수수료 6.8%에 배달비 1900~2900원 △하위 20% 가게는 중개수수료 2%, 배달비 1900~2900원을 책정했다. 일례로 배민을 이용하는 상위 35% 가게는 중개수수료가 기존 9.8%에서 7.8%로 낮아져 보다 낮은 비용으로 배민1플러스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이에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유래 없는 중개수수료율 대폭 인상 직격탄을 맞아 신음하던 영세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경감될 수 있도록 상생협의체에서 합의안을 도출한 것은 진전을 이룬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렇듯 상생안이 나왔음에도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불만이 나온다.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활동 중인 자영업자 A씨는 "입점업체 4개 단체 중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상인협회만 2개 단체만 참여하고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외식산업협회 등 2곳은 퇴장한 가운데 합의가 이뤄졌다"며 "반쪽짜리 상생안"이라고 강조했다. 자영업자 B씨는 "중개수수료 7.8%는 배민이 기습적으로 올리기 전 6.8%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상생안은 수수료는 조금 내리고 배달료는 올리는 것이 골자로 자영업자들에 실질적인 부담 완화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영업자 C씨 역시 "입점업체가 5.0%를 주장했고 배달플랫폼이 9.8%에서 대치하면서 중간 지점 7.0% 정도가 나올 줄 알았는데 기대 이하 결론이 나왔다"며 "여기에 배달비 인상은 생각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 연구위원은 "서로 간에 공동 이익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는 상생협력 법적 정의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며 "자영업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중개수수료 추가 인하 등에 대한 배달플랫폼의 보다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2024-11-15 09:46:24[파이낸셜뉴스] 주문한 치킨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수거를 요구한 손님 때문에 곤란했던 사장의 사연이 화제다. 9일 자영업자들이 이용하는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따르면 한 자영업자 A씨는 '맛 없어 복도에 두었다는 음식을 수거해야 하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에 따르면 평소 달달한 양념치킨을 주문해왔던 손님 B씨는 어느 날 간장치킨을 시켰다. B씨는 배달 받은 치킨을 3~4조각 먹은 뒤 "닭이 짜고 종잇장 같아 못 먹겠다"며 배달 플랫폼에 '별점 3점' 리뷰를 남겼다. A씨는 "같은 날 같은 종류의 치킨이 10건 넘게 나갔지만 한 분도 컴플레인이 없었다"며 "평소 달달하게 드시던 그 고객의 입맛에 당연히 별로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B씨는 배달을 받은 다음날 매장 오픈 시간에 전화를 걸어 "치킨이 종잇장같이 질겨 얼마 안 먹고 복도에 내놨으니 당장 수거하라"고 재촉했다. 처음엔 폐기를 요구했으나 이후 사장 A씨에게 "가져가서 저보고 꼭 먹어보라"고 요구했다. A씨는 "복도에 내놓은지 하루 지난 폐기할 치킨을 저보고 먹어보라고 하니 화가 났다"며 "'손님이 버린 음식쓰레기를 내가 왜 먹어봐야 하냐'고 반박했다"고 썼다. A씨와 통화 중 감정이 격해진 B씨는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A씨는 "평소 주문 방식이 특이한 여자 손님이라 느낌이 쎄하긴 했는데 역시나였다"며 "오늘도 당장 수거해가라고 전화가 올까 두렵다. 꼭 수거해야 하냐"고 조언을 구했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배달 플랫폼 고객센터에 "먹은 치킨 3~4조각을 제외한 금액을 환불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고객센터가 거부하자 수거 요구를 철회했다. 이에 고객센터는 B씨에게 쿠폰 보상을 해주면서 상황이 일단락됐다. A씨는 "이런 일이 있으면 꼭 통화 증거를 남겨놔야 할 것 같다"며 "얼굴에 경련이 와서 거의 장사를 못했는데, 오늘 다시 최선을 다해봐야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누리꾼들은 "욕설을 신고·고소해야 한다", "너무하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 다만 일부 누리꾼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배달 음식을 수거하는 편이 낫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흑백요리사를 보니 백종원씨는 버려진 음식을 먹어보고 원인을 찾아내던데 조리과정에서 일부 실수가 있을 수 있으니 먹진 않더라도 확인은 필요하다"고 적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4-11-08 16:55:56[파이낸셜뉴스] 이른 새벽 전기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던 30대가 20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 성남수정경찰서는 지난 5일 음주 뺑소니 사망사고를 낸 혐의로 22살 대학생 A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이날 새벽 4시 10분쯤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서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로 SUV 차량을 몰다가 도로를 달리던 전기 자전거를 들이받고 아무 조치 없이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자전거 운전자인 30대 남성 B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지고 말았다. B씨는 무인빨래방 등을 운영하던 자영업자로 새벽부터 업무를 보러 가던 중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CCTV 등을 통해 1.5km 정도 떨어진 오피스텔에서 A씨 차량을 발견, 집에 있던 그를 3시간 만에 긴급 체포했다. A씨는 사고 이후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제거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또 경찰관에게 '집에 돌아와 술을 마셨다'고 거짓말하는 등 이른바 '술 타기'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사고 전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에서 대학 선후배 등 지인과 3차까지 술자리를 한 뒤 어머니 명의 싼타페 차량을 몰다 사고를 내고 도망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그는 갓 성인이 된 3년 전에도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내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가 지난 3월 다시 면허를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11-07 08:41:13고금리에 경기침체 장기화로 시중은행들의 올해 3·4분기 연체율이 지난해보다 훌쩍 뛴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 연체율이 시중은행 연체율 상승 원인으로 지목된다. 시중은행들이 올해 공격적으로 기업대출을 확대하면서 기업대출 규모가 커진 데다 코로나19 당시 받은 대출의 이자유예 기간이 끝나고 상환이 본격화되면서 한계에 내몰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올해 3·4분기 개인사업자 포함 중소기업 연체율은 0.39%로 지난해 말(0.32%)보다 0.07%p 뛰었다. 개인사업자 포함 중소기업 연체율은 지난 2021년과 2022년에 0.26%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와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하지만 신한은행의 3·4분기 가계연체율은 0.25%로 지난해 말(0.25%)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올해 3·4분기 기업 연체율도 0.37%로 지난해 같은 기간(0.32%)보다 0.05%p, 직전분기(0.29%)보다는 0.07%p 상승했다. 하나은행의 가계 연체율은 지난해부터 0.23~0.25%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올해 3·4분기 연체율은 지난해 말(0.26%)보다 0.04%p 오른 0.30%를 기록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및 중견기업 연체율은 거의 늘지 않았고, 개인사업자 연체율이 가장 많이 올랐다"면서 "개인사업자의 경우 코로나19 당시 보증서 대출을 많이 내줬는데 대출이자 유예조치가 종료되고 회수에 들어가면서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의 올해 3·4분기 연체율은 0.54%로 지난해 말(0.43%)보다 0.11%p나 높아졌다.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도 3·4분기 0.48%로 0.11%p 올랐다. NH농협은행 연체율은 지난해부터 상승 추세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가 지속되고 경기 불안정성이 증대되면서 한계차주가 증가했다"면서 "부실채권이 늘어나면서 지난해보다 건전성 지표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의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부실채권 매각과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아직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상대적으로 경기 침체 상황이 심각한 지역 중소기업에 대출을 내주는 지방은행 연체율은 시중은행보다 더 높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금리와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달 기준 국내 전체은행의 연체율은 0.53%로 이는 2018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 연체율이 0.3~0.4%를 넘어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는데 문제는 지방은행"이라면서 "지역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데다 소상공인에게 제공되던 이자면제, 이자유예 효과가 사라지면서 연체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2024-10-30 18:24:00[파이낸셜뉴스] "중고 물품이 잘 팔리지 않아 가게들이 연달아 문을 닫았어요. 지난 5월 옆 가게는 장사를 해도 이윤이 남지 않는다고 폐업했고, 그 옆 가게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올해 초 장사를 접었죠." 지난 24일 오전 10시께 찾은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가구거리. 16년째 주방용품 가게를 운영 중인 이모씨(54)는 "예전엔 매일 바빴는데 이제는 새로 가게를 여는 자영업자가 거의 없어 상황이 안 좋다"며 "중고 물품 판매도 어려워 새 제품만 팔아야 할 지경"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고를 찾는 손님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이씨 역시 지난해 직원 2명을 떠나보내야 했다. 경기 침체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에 내몰리면서 황학동 주방·가구거리에도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1980년대 황학동 중앙시장 뒤에 자리 잡은 주방·가구거리는 폐업한 가게에서 나온 가구·집기들을 사들여 새롭게 창업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중고로 판매하는 이른바 '땡처리 시장'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폐업은 늘고, 신규 창업은 줄면서 중고 물품만 계속 쌓여가고 있다. 이날 찾은 황학동 주방·가구거리는 가게 앞 천막 천장에 닿을 듯 쌓인 그릇, 싱크대, 가스레인지 등 중고 주방용품들로 가득했다. 좁은 골목에 자리한 작은 주방집기 가게에선 주인이 흰 비닐에 포장된 중고 제품들 사이에 조용히 앉아 물건을 옮기는 사람만 멍하니 바라봤다. 거리엔 물건을 사러 온 사람보다 물건을 팔러 온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황학동에서 40년째 주방가전을 판매하는 박모씨(71)는 "경기가 안 좋으니 이전엔 10명이었으나, 요즘엔 1명이 온다"며 "어쩌다 한 번씩 중고 물건을 팔겠다고 문의하는 사람들만 있지, 실제 팔러 오는 사람도 줄어 물건을 떼다 가져다주는 중간 상인들도 공치는 날이 많다"고 전했다. 20년째 중고 주방가전을 판매하는 70대 A씨 역시 중고 물품이 쌓여 더 이상 물품을 들여놓지 않는다. 그는 "중고 가전을 사 가는 사람이 너무 없어 새로운 물품을 더 이상 받지 않고 있다"며 "중고 팔아서 밥 벌어 먹고살기도 어려워 이제는 그만할까 싶다"고 하소연했다. 자영업자 발길이 이어지던 황학동에 불황이 닥친 것은 신규 창업 대신 폐업 자영업자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을 접고 폐업 신고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6487명으로 전년(86만7292명) 대비 11만9195명 증가했다. 지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 역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올해 자영업자 수는 563만6000명으로 전체 취업자(2854만4000명)의 19.7%에 그쳤다. 자영업자 비중이 2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6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의 체력이 많이 소진된 측면이 있다"며 "특히 자영업자 비중이 감소하면서 고용 없는 자영업자 수가 줄어드는 것은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새 출발을 꿈꾸는 자영업자 발길이 이어지던 황학동에서 문을 닫는 가게들도 하나둘 늘고 있다. 20년째 식품기계 가게를 이어가고 있는 이모씨(55)는 "경기가 어려우니 중고 물품을 사러 오지도 않고 팔러 오지도 않아 코로나19 직후보다 오히려 매출이 더 떨어졌다"며 "주변에 폐업한 사람도 많은데 상황이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잇따라 무너지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이 버틸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사업 의지가 있음에도 자금조달이 어려운 사업장에 대해선 '체불임금' 지원금 등 선별적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상가임대료 등에 대해 지원해 주거나, 임대료 인상을 막는 대책도 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최은솔 기자
2024-10-28 14:11:18[파이낸셜뉴스]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65세 이상 자영업자의 부채 규모가 연 소득의 10배를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현열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7일 '고령층 자영업 차주의 부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말 기준 65세 이상 자영업 차주의 총대출잔액은 평균 4억5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30대 자영업 차주 평균(2억3000만원)의 약 2배 수준으로, 자영업 차주 연령대가 높을수록 총대출잔액 규모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 소득의 경우 65세 이상 자영업 차주 평균은 4600만원으로 집계됐다. 30대 자영업 차주 평균(4200만원)보다 높지만 40대(5300만원)·50대(5300만원)·60∼64세(4800만원)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김 연구위원이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포괄해 연 소득 대비 총부채 잔액 비율(LTI)을 계산해본 결과, 연령대가 높을수록 평균 LTI가 높게 나타났다. 특히 65세 이상 자영업 차주의 LTI 평균은 10.2배로 전체 자영업 차주 평균(8.0배)을 웃돌았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층 자영업 차주 중에서도 특히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농림수산업, 교육업, 부동산업 등 과밀업종 종사자의 LTI가 더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연구위원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65세 이상의 자영업 차주는 부채 상환에 쓰일 수 있는 소득 대비 총부채 규모가 과도하게 누적됐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향후 고령층 자영업 차주의 상환 여력 대비 부채 부담이 심화할 경우를 대비해 고령층 자영업자 대상 컨설팅을 충분히 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4-10-28 07:45:10[파이낸셜뉴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38개월 만에 금리가 인하한데 대해 경기 회복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금리 인하와 함께 물가가 다시 오르고 부동산으로 돈 쏠림 현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5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p) 인하하면서 통화정책이 긴축에서 완화로 돌아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존 3.50%인 기준금리를 3.25%로 낮췄다. 이는 지난 2021년 8월 0.25%p 인상 이후 이어진 통화 긴축 기조를 마무리하고 완화 시작을 알리는 무려 38개월 만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이었다. 이에 대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금리 인하로 인한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활동 중인 자영업자 A씨는 "사업자 대출금리가 올해 초 5.3%에서 이번 달 4.7%로 0.5%p 내려갔다"며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0.25% 추가 인하가 적용될 예정"이라며 금리 인하를 반겼다. 자영업자 B씨 역시 "부동산과 물가 방어가 안 되면 금리 인하가 힘들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 방어가 되니 바로 인하하는 소식이 나와 다행"이라며 "경기 회복에 미약하게나마 녹색불이 켜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C씨는 "저출산과 내수경기 악화, 각국 전쟁으로 인한 불안감, 고물가 등으로 인해 길거리에 사람이 안 다닌다"며 "금리 인하로 인해 미세하게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길 바래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금리 인하가 물가 인상을 초래하고 영끌족이 다시 부동산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자영업자 D씨는 "금리를 낮추면 물가가 오르고 부동산으로의 돈 쏠림 현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데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며 "금리가 내려가는 것보다 물가가 잡혀서 장사가 잘 되는 게 더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금리를 더 큰 폭으로 인하해야 자영업자들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자영업자 E씨는 "자영업자들은 사회 구성원 중 제일 밑에 있는데 현재 워낙 안 좋은 상황"이라며 "부동산이든 경기든 괜찮아지려면 기준금리가 1%대까지 내려와야 그나마 체감할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2024-10-25 08:19:00[파이낸셜뉴스] 군인을 사칭, 자영업자를 상대로한 주문 사기 사건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22일 YTN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일 강원도 정선에 있는 정육점에 '박 모 중사'라는 남성이 전화를 걸어 군부대 회식용이라며 돼지고기 170만원어치를 주문했다. 그는 얼굴 사진이 담긴 공무원증과 '군부대 물품 공급 확약서'도 보내왔다. 서류에는 육군 여단장 직인까지 찍혀 있었다. 문제는 고기를 가지러 오기로 한 날 발생했다. 남성은 와인을 대신 주문해달라며 업체 명함을 보냈다. 남성은 정육점에 "(와인 업체가) 군부대인 걸 알고 가격 협의가 안 돼서 사장님 고기랑 와인에 대한 금액 결제를 저희가 다 할 수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이 말을 믿은 정육점 측은 소개받은 업체에 와인 값 5백만원을 송금했다. 그런데 이후부터 '박 중사'라는 남성과는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리고 열흘 뒤 경기도 평택에서 '박 모 중사'라는 남성이 또 나타났다. 이번에도 같은 공무원증을 보여주면서 군부대 보수 공사용 페인트를 주문했다. 그리고 며칠 뒤 페인트와 함께 비용을 치르겠다며 전투 식량 790만원어치를 대신 주문해 달라고 요구, 사기를 의심한 업주가 추궁하자 연락을 끊었다. 울산에 있는 꽃집에는 '김 모 중위'라는 남성이 전화해 진급 축하용 난을 주문하며 와인을 대신 주문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박 모 중사를 사칭한 남성이 활용한 것과 문서번호 등이 똑같은 '군부대 물품 공급 확약서'를 보여줬다. 이렇게 전국 각지에서 자영업자를 상대로 군인 사칭 사기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 사건 모두 똑같은 군인 신분증이나 가짜 군부대 공문을 활용했는데 군 당국도 대응책 검토에 나섰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10-22 08:5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