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수도인 비슈케크에 살면서 지방을 다니며 봉사하시는 현지분들과 함께 6시간 거리의 나린이라는 곳에 갈 기회가 생겼다. 나린은 해발 2000m 이상으로 한라산보다 높은 곳에 있으며 인구는 3만5000정도의 나린주의 주도이다. 키르기스에서 손에 꼽히는 큰 도시 중 하나라고 하는데 5층 이상의 건물을 찾기가 힘들었다. 나린출신의 독립영화제작자 울란씨도 동행했다. 탄이 울란씨의 다큐멘터리 영상촬영을 함께 하기로 했다. 나린 가는 길은 몽골의 초원이 연상되었다. 역시나 나무 한그루 찾아보기 힘든 민둥산의 연속이었지만 햇빛과 구름 그림자와 산의 굴곡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낸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 소떼와 양떼 등 가축들이 자동차도로를 점령하고 있기 일수여서 기다렸다 가야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두어시간쯤 가다가 길가의 카페에 들러 점심식사를 했다. 빵과 찌개 비슷한 스튜 등 러시아에서 본 음식들과 꽤나 비슷했다. 식사후 화장실을 갔다가 오는 길에 무언가 하얗고 동그란 덩어리들을 팔고 있는 것을 보고 무엇인지 궁금해서 현지인인 울란씨에게 물어보았더니 웃으며 하나 사주겠다고 한다. 극구 사양을 했지만 어느새 내손에 들어온 하얀 덩어리. 모양은 하얀 고무찰흙 뭉쳐놓은것 같은데 꼬릿꼬릿한 냄새가 나고 무엇인지 당췌 알 수가 없다. 사주신 성의를 봐서라도 먹어야하는데 쉽게 입이 열리질 않는다. 밍기적대다가 조금 잘라서 작은 조각을 입에 넣었는데 악! 엄청나게 짜고 쿰쿰하고 이게 정말 먹는 음식이 맞긴 한건가 싶다. 그래도 울란에게는 웃으며 끄덕이고 나머지는 슬며시 가방에 넣었다. 다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유쾌하게 웃는다. 알고보니 이것은 말젖을 발효시킨 쿠르트라는 것으로 칼슘이 풍부한 전통먹거리라고 한다. 맘에 안드는 사람에게 선물하기 딱 좋겠다는 심술맞은 생각을 했다. 그 후로도 서너시간을 더 달려 드디어 나린에 다다르자 개선문같이 생긴 커다란 조형물이 우리를 반긴다. 잘 만들어놨는데 깨진 곳도 많고 관리는 잘 안되고 있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 나린 시가지에 들어가기 직전 좁은 협곡을 통과한다. 산줄기가 마치 성벽처럼 도시를 둘러싸고 있어 천연요새같은 모습이다. 외부에서 공격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나린은 한번도 본 적 없는 희안한 지형의 도시이다. 구불구불 흐르는 나린강이 있고 강옆 평지에는 낮은 집들이 자리잡고 있다.양옆으로 병풍같은 높고 긴 산맥들이 도시를 포근하게 감싼다. 나린에서 첫번째로 방문한 곳은 울란이 미리 섭외해둔 인터뷰를 촬영할 분의 집이었다. 언덕에 있는 정비소였는데 약속이 잘 안된건지 안계셔서 한참을 차안에서 기다려야했다. 기다리며 들어보니 이곳 사람들은 시간의 개념이 매우 두리뭉실하다고 한다. 몇시 몇분에 만나자는 식이 아니라 "내일 갈께" 라던가 "이따 저녁먹으러 와" 같이 언제 올지 모르지만 대충 올 것을 알고 있는 그런 정도랄까. 두어시간을 기다리다보니 '한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하며 뿔이 나다가 생각해보니 예전엔 한국도 코리안타임이라고 정해진 시간+a 로 시간에 항상 늦기 일수였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이곳에는 아직도 5분, 10분, 한두시간의 차이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문화인것 뿐이다. 키르기스스탄에서 10년 정도된 자동차는 매우 인기있는 편이다. 한참을 기다려 드디어 주인공이 나타나셨다. 몇십년 이상 된 차들이 많고 앞유리가 금가고 깨지거나 헤드라이트가 안들어오고 범퍼가 없어도 잘들 운행하고 다닌다. 그래서 자동차정비소는 매우매우 중요한데 오늘 인터뷰하실 분이 나린에서 오랫동안 자동차정비를 해온 유명한 분이라고 한다. 비슈케크에서 차를 고치러 일부러 찾아올 정도 로 실력을 인정받는다고 자부심이 대단하다. 울란은 과거 라디오방송국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독립영화제작을 하며 기획, 섭외, 연출, 촬영, 편집 등 모든 것을 혼자 하는 원맨제작자이다. 이날 촬영은 탄이 맡고 울란이 리포터가 되어 진행했다. 수십년의 손때가 묻은 작업장에서 일에 몰두하는 사장님의 모습은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인구 80%가 이슬람교인 키르기스스탄에서 소수의 기독교인으로 사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와 직업을 통해 삶으로 믿음을 실천하는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안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개만 먹을 수는 없는 맛 촬영이 끝나고나자 사장님께서 인심 좋게도 마당에 있는 나무에서 사과와 베리를 따가라고 하셨다. 시장에서 본 것보다 훨씬 크고 탐스럽게 생긴 사과 몇알과 산딸기같이 생긴 베리를 한봉지 얻어 매우 감사했다. 과일을 무척 좋아하는 우리에게 큰 선물이 되었다. 우리는 나린에 몇 없는 한 교회겸 사택에 묵게 되었다. 현지인이신 사모님이 매끼 손수 현지음식을 해주시는데 맛이 있을 뿐 아니라 양도 많아 배불리 먹었다. 말도 잘 안통하면서 자꾸 더 먹으라고 권하시는 것이 시골 할머니댁에 간것 같은 느낌이었다. 밀가루반죽을 얇게 밀어 만두피를 만들고 다진고기와 야채로 속을 채우는 음식을 만드는 것을 구경했는데 우리네 만두랑 똑 닮았다. 두부와 당면이 들어갔으면 딱 좋을텐데 싶었다. 하지만 찌지 않고 만두 위에 계란물을 발라 빵처럼 오븐에 굽는다. 안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개만 먹을 수는 없는 맛. 집앞 사과나무에서 딴 사과로 애플파이도 만들어 주셨는데 좋은 사과를 잔뜩 넣고 시나몬과 아몬드도 들어갔다. 많이 달지않고 갓구운 파이가 먹어본 중 가장 맛있게 느껴졌다. 사모님 음식솜씨 최고! 다음날 서쪽의 높은 언덕에 올라갔다. 나린시가 한눈에 보인다. 언덕위의 갈대가 일몰에 황금빛으로 반짝여서 아름다웠다. 나린 주변의 지형은 정말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특이한 모습이었다. 북한의 개마고원이 이런 모습일까? 태초의 지구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듯한 날것의 풍경에 숙연해짐을 느꼈다. 우리 일행 중에는 지방을 다니며 자원봉사로 안경을 만들어주는 일을 하시는 분도 계셨다. 큰 도시를 제외하고는 안경점이 있어도 너무 비싸서 안경을 살 엄두를 못내거나 주문하면 받는데까지 시간이 몇달이 걸려 눈이 침침해도 그냥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하루에도 많은 분들이 찾아오셨는데 시력검사부터 안경제작까지 척척이다. 새안경을 받고 잘보인다고 기뻐하시는 분들을 보니 내가 다 시원하고 좋았다. 안경일 하시는 김쌤과는 해바라기씨를 좋아하는 공통점을 찾고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이분은 러시아에서 10년, 키르기스스탄에서 10년가량 농부로 사시면서 안경일은 가끔 소일거리로 하신다고 한다. 사시는 곳이 비슈케크에서 한시간반정도 떨어진 프로그래스라는 곳이라고 놀러오라며 초대를 해주셨다. "저희는 초대받으면 사양않고 갑니다. 빈말 뭐 그런거 없습니다."라고 엄포를 놓자 유쾌하게 웃으며 정말 오라고 주소까지 알려주셨다. 점심먹을 타이밍이 되자 라면을 끓여먹자고 우리가 제안했다. 까브리에 모든 것이 다 있다. 차를 길가의 간이 쉼터에 대고 마침 테이블도 있어서 휴대용버너를 꺼내 라면을 끓였다. 즉석밥과 캔김치까지 한상 제대로 차렸다. 러시아에서 샀다가 통조림따개가 없어 몇달간 가지고만 다니던 파인애플통조림도 울란이 칼로 어찌어찌 따주어 함께 먹을 수 있었다. 며칠간 나린에서 대접받은 현지음식이 푸짐하고 맛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인가보다. 며칠 한국음식을 못먹자 얼큰한 라면이 너무너무 땡겼다. 김치에 라면 한 젓가락을 먹으니 세상 다 가진 것 같다. 라면국물에 밥도 말아 국물한방울 안남기고 야무지게 잘먹었다. 라면은 야외에서 좋은 사람들과 같이 먹는 라면이 가장 맛있는 것 같다. 이날 점심은 잊을 수 없는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WlMtUCcjdEM?si=Gcpf38v40yZrTFdK>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6-27 10:28:46[파이낸셜뉴스] 한국철강협회 철강홍보위원회는 제 24회 '철의 날'을 기념해 열린 철강산업 사진 공모전의 입상작을 발표했다고15일 밝혔다. 이번 공모전 대상에는 철강 소재로 된 빔과 안전벨트의 고리가 위험한 작업환경으로부터 작업자를 보호해주는 든든한 안전 지킴이임을 강조하고, 철강 소재의 안정성을 부각한 김택수 작가의 '작업장 가는 길'이 선정됐다. 금상은 건설 산업에 이용되는 크레인을 통해 철강 장비의 역할과 강인함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김주빈씨의 작품 '경제 견인'이 선정됐다. 은상에는 일상생활 곳곳에서 활용되는 철강의 자원 순환성과 친환경성을 인식시켜 준 김창수씨의 작품 '노익장', 철 소재의 기차역을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으로 담아낸 강호기씨의 작품 '기차역에서'가 선정됐다 동상은 윤영주씨의 '노을속으로' 등 3명, 특별상은 김영수씨의 '화마를 뚫어라', 그 외 장려상에는 이두찬씨의 '삶과 힐링' 등 40편이 선정됐다. 철강홍보위원장인 장영식 현대제철 상무는 "철강 산업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우리 생활과 밀착되어 있음을 널리 홍보할 수 있는 작품이 많이 출품됐다"며 "수상작을 활용해 일반인들에게 철의 소중함과 철강산업의 중요성을 적극 홍보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펼쳐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2023-06-15 15:47:21"흙은 자애로운 어머니요, 사랑하는 님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설렘은 더해만 가고 의지로는 어떻게 할 수 있어 여기까지 떠내려 왔습니다. 흙으로 인해 많은 것을 잃었고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흙과 불과의 운명인가 봅니다. 불길이 있었기에 스러져가는 마음을 다독일 수 있었고 차가운 몸을 녹일 수 있었습니다. 나 자신을 태워버리고 아무도 간 적이 없는 길을 떠나도록 불을 밝혀주었습니다. 우여곡절의 세월 속에서 태어난 새 생명을 '토흔'이라 지었습니다. 흙이라는 사랑하는 님이 있었기에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도예가 이종능의 독창적 세계는 흙에 불의 형상을 담아내는 '토흔(Tohheun·土痕)'이다. 지난 6일부터 오는 26일까지 부산 동구 수정동 협성종합건업 빌딩 1층 전시실에서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기원 '불의 남자 이종능 도예전'이 열리고 있다. 지산 이종능 도예가가 이번 부산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2022년 11월 퇴촌 작업장에서 적은 글이다. '토흔'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한 이종능 도예가는 유약에 의존하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흙의 고유한 색과 느낌을 함축해 태초의 색을 그대로 전달하는 도예 기법으로 새 영역을 구축했다. 이번 도예전에는 영국 대영박물관에서 선보여 호평을 받았던 백색의 달 항아리 연작과 세계 도자사에 유일무이한 토흔 달 항아리, 수년의 산고 끝에 회화 영역의 벽화인 야수파의 거장 앙리 마티스 작품을 오마주한 도예작품과 그림 10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그는 "'토흔'을 흙의 흔적, 세월의 느낌, 간절한 기도"라고 표현하면서 "나의 스승은 자애로운 어머니이고, 고도 경주와 대자연"이라고 말했다. 경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푸른 하늘을 베개 삼아 허공을 가르는 계림 숲의 이끼 낀 기와지붕의 선,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은은한 에밀레 종소리…내가 자연 박물관에 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유년시절을 보냈다"면서 "이것이 '흙과 불의 여행'의 시발점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는 누구일까, 어디서 왔다가 어드메로 가고 있는가. 산골에서 꿈틀거리는 미물들도 소리 없이 왔다가 언젠가는 기약할 수 없는 시간에 햇빛을 등지고 만다"면서 "부족함과 절실함이 만들어낸 따스한 행복이 예술"이라고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 같은 마음을 지닌 이종능 도예가에 대해 작가(소설가) 최인호는 '지산에게는 거짓말하지 않는 단호함, 자신의 거짓을 용납지 않는 치열함, 거짓을 모르는 참빛이 있으니 반드시 육신을 태워 불가마 속에서 하나의 등신불로 이루어 낼 수 있는 이 시대의 소중한 장인이 되어 줄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토흔'은 산에서 갓 얻어낸 흙의 색과 질감을 유지하는 도예 기법이다. 그가 스스로를 '흙의 본질적인 원시성에서 색감, 질감, 선 그리고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의 작가'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종능 도예가의 작품세계는 런던의 영국박물관(The British Museum·대영박물관)을 비롯한 세계적 미술관에서 한국 전통 도예의 정수를 전파하고 있다. 그는 "처음 흙에 마음이 뺏긴 건 1979년 대학시절 지리산 여행에서"라면서 "비가 많이 와 산이 무너졌는데 물기를 흠뻑 머금은 무지갯빛 흙을 본 순간 가슴이 뛰었고 흙의 매력에 완전히 매료되게 됐다"고 도예 입문 당시의 감동 어린 심정을 들려주기도 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2023-04-10 18:34:29[파이낸셜뉴스] "흙은 자애로운 어머니요, 사랑하는 님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설레임은 더해만 가고 의지로는 어떻게 할 수 있어 여기까지 떠내려 왔습니다. 흙으로 인해 많은 것을 잃었고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흙과 불과의 운명인가 봅니다. 불길이 있었기에 스러져가는 마음을 다독힐 수 있었고 차가운 몸을 녹일 수 있었습니다. 나 자신을 태워버리고 아무도 간적이 없는 길을 떠나도록 불을 밝혀주었습니다. 우여곡절의 세월 속에서 태어난 새 생명을 '토흔'이라 지었습니다. 흙이라는 사랑하는 님이 있었기에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도예가 이종능의 독창적 세계는 흙에 불의 형상을 담아내는 '토흔(Tohheun·土痕)'이다. 지난 6일부터 오는 26일까지 부산 동구 수정동 협성종합건업 빌딩 1층 전시실에서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기원 '불의 남자 이종능 도예전'이 열리고 있다. 지산 이종능 도예가가 이번 부산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2022년 11월 퇴촌 작업장에서 적은 글이다. '토흔'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한 이종능 도예가는 유약에 의존하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흙의 고유한 색과 느낌을 함축해 태초의 색을 그대로 전달하는 도예 기법으로 새 영역을 구축했다. 이번 도예전에는 영국 대영박물관에서 선보여 호평을 받았던 백색의 달 항아리 연작과 세계 도자사에 유일무이한 토흔 달 항아리, 수년의 산고 끝에 회화 영역의 벽화인 야수파의 거장 앙리 마티스 작품을 오마주 한 도예작품과 그림 10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그는 "'토흔'을 흙의 흔적, 세월의 느낌, 간절한 기도"라고 표현하면서 "나의 스승은 자애로운 어머니이고, 고도 경주와 대자연"이라고 말했다. 경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푸른 하늘을 베개삼아 허공을 가르는 계림 숲의 이끼낀 기와 지붕의 선,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은은한 에밀레 종소리..내가 자연 박물관에 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체 유년시절을 보냈다"면서 "이것이 '흙과 불의 여행'의 시발점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는 누구일까, 어디어 왔다가 어디메로 가고 있는가, 산골에서 꿈틀거리는 미물들도 소리없이 왔다가 언젠가는 기약할 수 없는 시간에 햇빛을 등지고 만다"면서 "부족함과 절실함이 만들어낸 따스한 행복이 예술"이라고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같은 마음을 지닌 이종능 도예가에 대해 작가(소설가) 최인호는 '지산에게는 거짓말하지 않는 단호함, 자신의 거짓을 용납치 않는 치열함, 거짓을 모르는 참빛이 있으니 반드시 육신을 태워 불가마 속에서 하나의 등신불로 이루어 낼 수 있는 이 시대의 소중한 장인이 되어 줄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토흔'은 산에서 갓 얻어낸 흙의 색과 질감을 유지하는 도예 기법이다. 그가 스스로를 '흙의 본질적인 원시성에서 색감 질감 선 그리고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의 작가'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종능 도예가의 작품 세계는 런던의 영국박물관(The British Museum·대영박물관)을 비롯한 세계적 미술관에서 한국 전통 도예의 정수를 전파하고 있다. 그는 "처음 흙에 마음이 뺏긴 건 1979년 대학시절 지리산 여행에서"라면서 "비가 많이 와 산이 무너졌는데 물기를 흠뻑 머금은 무지개 빛 흙을 본 순간 가슴이 뛰었고 흙의 매력에 완전히 매료되게 됐다"고 도예 입문 당시의 감동어진 심정을 들려주기도 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2023-04-10 09:15:26[제주=좌승훈 기자] 서귀포시는 해양수산부 최대 국책사업 중 하나인 '어촌뉴딜300사업' 추진에 고삐를 죄고 있다..‘어촌뉴딜300사업'은 어촌의 필수 기반시설을 현대화하고, 어촌이 보유한 핵심자원을 활용한 개발을 통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이다. 서귀포시는 지난해 하예항에 이어 올해 태흥2리항·신천항이 사업 대상지로 선정됨에 따라 전문 공공기관과 위·수탁 협약을 체결한 가운데 어촌종합개발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7일 밝혔다. 하예항은 한국어촌어항공단과 협약을 체결하고 기본·실시설계를 마쳤으며, 오는 6월 중 착공을 목표로 사전 행정절차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총 사업비는 116억3800만원이며, 이안제 신설과 어업인복지회관· 동난드르 테마공원·어촌어항 재생센터·마리나시설·클럽하우스·하예진황등대 탐방로를 갖추게 된다. 태흥2리항·신천항은 한국어촌어항공단·한국농어촌공사와 협약을 체결했다. 공간·환경 마스터 플랜을 포함한 기본계획수립 용역을 발주한 가운데 4월 중 착수를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에 나섰다. 이 가운데 태흥2리항은 총 99억3700만원을 들여 레저선박 계류시설을 조성하고, 포구 물양장 기능 보강과 함께 옥돔역 어촌교류센터·명품 옥돔생산기지·옥돔역 수변공원·옥돔역 가는 길을 조성한다. 신천항은 총 99억3600만원을 들여 레저선박 계류시설을 조성하고, 포구 경관 디자인, 청정해산물마켓·신천오션블루센터·어촌 스토리 문화광장 조성, 해녀 공동작업장 현대화에 나선다. 또 서귀포시는 내년 신규 사업 유치를 위해 1억1200만원을 투입해 지역특색을 반영한 예비계획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8개 마을·어촌계로부터 합동 사업제안서를 제출받은 가운데 한국농어촌공사·한국어촌어항공단과 협약을 맺고 4월 중 예비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한 후 오는 9월 중 해양수산부 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최문보 서귀포시 해양수과 과장은 "어촌뉴딜300사업은 지역특색을 반영한 중장기적 개발계획을 바탕으로 어촌마을의 혁신성장을 견인하는 사업“이라며 ”제주도 총괄·공공 건축가 제도와 관련 분야 전문가 자문을 최대한 활용해 코로나19로 침체돼있는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2020-04-07 16:23:44[의왕=파이낸셜뉴스 강근주 기자] 의왕시 ‘쉐어블 프로젝트’ 추진위원회는 남양주시 남부희망케어센터 ‘희망 미술꿈나무전’ 26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쉐어블 프로젝트’ 제2차 성과보고회를 개최했다. 김상돈 시장은 이날 성과보고회에서 “그동안 쉐어블 프로젝트를 통해 발달장애인이 새로운 활력과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 보다 많은 발달장애인이 지역의 이웃과 함께 나누며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쉐어블 추진위원회는 2017년 7월 의왕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대표기관으로 하여 의왕시 내에 있는 더불어가는 배움터 길(대안학교), 모락산아이들 지역아동센터, 벼리축산, 사)행복연대 징검다리, 사회적 협동조합 두들, 앨리스브래드, 의왕시장애아재활치료교육센터, 의왕시장애인자립재활센터, 의왕시장애인주간보호시설, 청년협동조합 뒷북, 포이에마장애인보호작업장, 희망나래장애인복지관, 장애자녀양육부모모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단체는 지난 2년 간 관내 발달장애인과 이웃이 되어 살아가는 마을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이날 성과보고회는 단순한 사업 보고만 하는 형식에서 벗어나 톡톡 튀는 사고로 모두 함께 이야기 하자는 의미의 ‘쉐어블 톡톡talk’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추진위원들은 그동안 진행과정을 되돌아보고 각자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면서 앞으로 활동방향을 설계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원호 더불어 가는 배움터 길 교사는 “지금까지 노력한 것을 잘 구축해 지역 내에서 발달장애인과 함께 서로 나눌 수 있는 것을 공유하며 발달장애인 스스로가 한 명의 소중한 이웃이 될 수 있는 마을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쉐어블 프로젝트는 스스로 의사 결정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이 익숙한 환경·지원체계를 통해 지역사회 안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역의 이웃과 함께 일터·삶터·문화놀이터를 만들어 가는 프로젝트로, 아산사회복지재단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김상돈 의왕시장, 윤미근 의왕시의회 의장, 이숙정 장애인가족지원센터장 등 내빈과 추진기관 및 단체 관계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2019-07-29 12:36:56\r 싱가포르에서 지하철 뿐 아니라 건물, 화력발전소, 전력구 케이블 등 총 15개 사업 진행 \r \r \r \r \r \r \r \r \r \r \r 삼성물산이 시공 중인 싱가포르 지하철 톰슨 라인 213구간 공사현장. 싱가포르 중심부인 칼데코트에 위치해 있다. \r \r \r \r \r \r 우리 건설사들이 그동안 국내에서 경쟁하며 갈고닦은 기술력을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우수한 기술력과 디자인, 건설문화까지 선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런 사실을 알아주는 이가 극히 적다. 도리어 '토건족'이라고, 담합했다고 손가락질하기 일쑤였다. 파이낸셜뉴스는 해외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한국 기업들의 건설현장을 찾아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특히 건설사들이 외국 기업과 치열한 경쟁 끝에 '건설 한류'를 확산시키며 국위를 드높이는 피땀 흘리는 현장 모습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시리즈를 게재한다. <편집자주>【 싱가포르=이정은 기자】 삼성물산이 기술력 뿐 아니라 안전시공과 지역상생 활동으로 싱가포르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있다. 싱가포르 북부 우드랜즈 지역과 남부 마리나베이 지역을 연결하는 신규 지하철 노선인 톰슨라인은 총 연장 30㎞에 총 22개의 정거장(환승 정거장 6개 포함)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삼성물산은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으로부터 톰슨라인 213구간을 지난 2013년 수주해 현재 시공 중이다. 싱가포르 중심부에 위치한 칼데코트(Caldecott) 지역의 환승역사 1개소와 총 연장 569m를 건설하는 공사로, 오는 2020년 12월 완공될 예정이다. 전체 공사 규모는 2억2800만달러에 달한다.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안전검토도 진행지난 17일 찾은 현장의 공정률은 24.5%로, 현장에는 지하 굴착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삼성물산이 지하철 공사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점은 다름 아닌 안전. 홍정석 현장소장은 "이렇게 땅을 35m 깊이로 파고내려가는 작업이기 때문에 엔지니어링 검토나 설계 검토도 하고 설계적으로 불안전한 부분이 없는지 사전검토한다"며 "발주처도 기술적인 문제는 없는지 체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전한 시공을 위한 현장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검토도 진행된다. 홍 소장은 "근로자들과 함께하는 런치박스 미팅을 열어서 불안전한 부분을 직접 이야기하도록 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불안전한 부분에 대한 지적이 지시 위주였다면 지금은 실제로 일하는 근로자나 협력업체가 요소를 발굴하고 수정하는 참여 프로그램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현재 싱가포르에서 총 15개 사업을 하고 있다. 지하철뿐 아니라 건물, 화력발전소, 전력구 케이블 공사도 진행 중이다. 홍 소장은 추가 수주를 위한 앞으로의 관건도 결국 기술력이라고 말한다. 그는 "싱가포르 시장을 더욱 더 개척해 나가기 위해선 기술력밖에 없다"며 "기술력이 뒷받침되면 공사기간을 줄일 수 있어 좋은 품질에 더 빨리 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발주처에 '지금까지는 이런 방식인데 이제 이렇게 하면 더 잘 될 것'이라고 다양한 기술적 제안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r \r \r \r \r \r \r \r \r \r \r 지난해 11월 11일 싱가포르 현지 'The Straits Times'에 소개된 TSL T213현장 봉사활동 소식 \r \r \r \r \r \r ■봉사활동 한국 이미지 심는다한편 공사현장 바로 옆에는 시각장애인협회와 시각장애인학교가 위치해 있다. 특히 협회의 메인 사무실과 음악실, 도서관, 강당 등이 공사 구간과 불과 20m 떨어져 있었다. 기존의 길 대신 다른 길로 둘러서 가야하는데다 소음과 먼지 등 이들이 겪어야 하는 불편이 걱정된 현장 직원들은 이곳을 자주 찾아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협회 사무실 청소와 환경미화, 교실 내부와 외벽 벽화 페인팅, 음악실과 도서관에 에어컨 설치 등의 봉사활동 뿐 아니라 기부 행사를 진행해왔다.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도 있다. 교장실의 경우, 파일 항타 작업장 바로 옆에 위치해 소음과 진동이 무척 심함에도 이를 이해해주고, 오히려 학교의 주차장 시설 사용을 현장 직원들에게 허락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주고 있었다. 이같은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협력이 현지에서도 큰 화제가 돼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현지 매체에도 소개가 됐다.협회에서 만난 시각장애인 프란시스 태이 씨는 "삼성 측에서 주기적으로 청소와 전기장치 수리, 페인트 칠을 도와주고 있으며 비공식적으로 무거운 것을 옮겨야 할 때도 도와주고 있다. 또 도서관에 복사기와 책을 기부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협회 담당자인 탠 시오 휘 씨도 "삼성 측에서 시각장애인들이 공사현장을 피해 오갈 수 있도록 지름길을 만들어줬고, 아침 통학 시간에는 현장 근로자들이 교통지도를 해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홍 소장은 "싱가포르의 경우 관습과 문화가 우리와 비슷하다"며 "대신 유럽이나 호주 등의 업체들은 문화적인 이질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좋은 시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nvcess@fnnews.com \r
2015-04-21 17:40:13\r \r '장인을 찾아서' 전통문화 체험 6選4월 본격적인 봄 나들이 시즌이 돌아오면서 각 지역마다 축제가 열리는 등 가볼만한 곳이 넘쳐난다. 주위에 활짝 핀 꽃내음을 맡으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명인.명장의 작품들을 찾아 길을 떠나는 건 어떨까. 한국관광공사는 '장인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우리의 전통문화를 배울 수 있는 6곳을 선정·발표했다. 복령 약떡 만들고 꽃게로 바다만찬 \r \r \r \r \r \r \r \r \r \r \r 방금 쪄낸 떡을 보여주는 전남 진도의 김영숙 명인. \r \r \r \r \r \r ■맛좋고 몸에도 좋은 약떡, 전남 진도 김영숙 명인복령조화고를 만드는 명인을 만나기 위해 거친 울돌목 위에 세워진 진도대교를 건넌다. 죽은 소나무 뿌리에서 자라는 복령은 이뇨, 강장, 진정에 효능이 있는 버섯이다. 복령을 넣어 만든 복령조화고로 대한민국 식품명인(53호)에 지정된 김영숙 선생은 시할머니 밑에서 떡 만드는 법을 배웠다. 맛 좋고 건강에도 좋은 약떡이라 소화력이 약해진 환자나 노인, 아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진도의 봄은 꽃게가 책임진다. 통발로 잡아 상에 오르기까지 달콤한 속살을 간직한다. 해마다 4월부터 5월 말에 꽃게 집산지인 서망항이 시끌시끌한 이유다. 들꽃과 해안 절벽이 기막히게 어우러지는 접도웰빙등산로는 오붓하게 걷기 좋다. 쌍계 야생차에 평생을 바친 제다 명인 \r \r \r \r \r \r \r \r \r \r \r 보다 좋은 차맛을 위해 평생을 바친 경남 하동의 김동곤 제다(製茶) 명인이 다회를 주관하고 있다. \r \r \r \r \r \r ■경남 하동 홍소술·김동곤 제다 명인을 찾아서차맛을 위해 평생을 바친 제다(製茶) 명인을 만나러 경남 하동 화개로 간다. 화개 제다는 홍소술 명인이 운영하는 다원으로 화개동 일대에 자리한 수많은 야생차 밭의 원조라 할 수 있다. 쌍계 제다는 하동 야생차의 명성을 전국에 알리며 다양한 전통차를 만드는 김동곤 명인이 운영하는 다원이다. 두 곳 모두 명인이 만든 차를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시음장을 운영한다. 하동 차문화센터에서는 하동 야생차의 역사와 차 문화에 대해 전시하고 차 덖기, 떡차 만들기, 다례 배우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매년 5월말께는 하동 야생차문화축제도 열린다. 초의선사가 머물며 '동다송'을 지은 칠불사와 차 시배지, 백련리 도요지도 함께 둘러보고 섬진강 100리 테마로드의 야생차 구간을 걸으며 봄날을 만끽해볼 수 있다. 숭례문·무량수전 복원한 최고 대목장 \r \r \r \r \r \r \r \r \r \r \r 충남 예산 한국고건축박물관의 전흥수 대목장. \r \r \r \r \r \r ■충남 예산 한국고건축박물관 전흥수 대목장나무를 다루는 목수는 궁궐, 사찰, 주택 같은 건축물을 짓는 대목장과 가구나 공예품을 만드는 소목장으로 나뉜다. 대목장은 설계부터 완성까지 건축의 전 과정을 총괄하는 책임자다. 중요무형문화재 74호 대목장 전흥수 선생은 1938년생으로 올해 78세다. 18세에 목공에 입문해 전통 건축의 맥을 잇는 데 평생을 바쳤다. 그는 지난 1998년 전 재산을 들여 고향인 충남 예산에 한국고건축박물관을 지었다. 국보 1호 숭례문을 비롯해 법주사 팔상전, 봉정사 극락전, 부석사 무량수전, 개암사 대웅전 등 국보와 보물급 문화재의 축소 모형을 실제 건축 기법대로 손수 제작·전시했다. 내로라하는 우리 전통 건축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수덕사와 추사 고택, 국내에서 여섯번째로 슬로시티 인증을 받은 대흥면, 장터국밥으로 유명한 예산 오일장, 덕산온천 등을 연계해 여행할 수 있다. 간결한 아름다움, 나주의 소반 \r \r \r \r \r \r \r \r \r \r \r 나주반 제작에 몰두한 김춘식 나주반장. \r \r \r \r \r \r ■전남 나주반의 명맥을 잇는다, 나주반장 김춘식나주반은 전남 나주 지방에서 만드는 소반이다. 간단한 운각, 둥글면서 날렵한 다리 선, 화려하지 않은 가락지(다리와 다리를 연결하는 가로 부재) 등 간결한 아름다움과 결구의 짜맞춤으로 구성한 견고함이 특징이다. 상판 가장자리를 따라 아교를 칠하고, 홈을 판 변죽(상 가장자리)을 둘러서 끼워 맞추는 변죽기법은 해주반이나 통영반과 차별되는 독특한 기법이다. 광복 후 사라질 뻔한 나주반의 맥을 김춘식 선생(중요무형문화재 99호 소반장)이 잇고 있다. 나주반전수교육관에서는 일반인 가족을 대상으로 소반 체험을 운영한다. 1주일 전 예약 필수. 영산포 홍어 거리와 황포돛배는 호남 최대의 포구로 이름을 떨치던 영산포의 과거를 말해주는 여행지이고, 나주목 객사인 금성관은 나주가 전라남도의 정치, 행정, 경제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주는 역사의 현장이다. 코를 자극하는 홍어와 담백한 곰탕이 여행객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옻칠의 본고장서 만나는 나전칠기 \r \r \r \r \r \r \r \r \r \r \r 줄음질로 자개 문양을 만드는 강원 원주의 이형만 나전장. \r \r \r \r \r \r ■아름다운 빛과 향이 어리다, 원주 나전장 이형만나전칠기의 주요 소재는 나전과 칠기로 나눈다. 이 가운데 옻칠에 해당하는 칠기의 고장이 원주다. 옻칠 재료는 강원도 원주를 으뜸으로 친다. 나전장 일사 김봉룡이 원주로 작업장을 옮긴 이유도 좋은 옻 때문이다. 지금은 그의 제자 이형만이 중요무형문화재 10호 나전장의 대를 잇고 있다. 이형만 나전장은 김봉룡 장인에게 나전을 배웠고, 제대 후 스승에게 인사차 들렀다가 원주에 뿌리내렸다.나전칠기는 그 기법에 따라 줄음질과 끊음질로 나뉘는데, 이형만 장인은 김봉룡 선생에 이어 줄음질로 만든다. 원주는 이들 나전장을 중심으로 한국옻칠공예대전 개최를 비롯해 옻칠공예의 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원주옻문화센터, 원주역사박물관, 옻칠기공예관 등에서 장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옻칠과 나전칠기 체험도 가능하다. 한땀한땀 지어 신기도 아까운 화혜 \r \r \r \r \r \r \r \r \r \r \r 완성된 당혜를 들어보이는 부산 안해표 화혜장. \r \r \r \r \r \r ■전통신 신고 걸어볼까, 부산 화혜장 안해표부산 감천문화마을에는 부산 무형문화재 제17호 화혜장 안해표 선생이 운영하는 전통신 전수관이 있다. 화혜장은 왕가나 양반이 주로 신던 전통 가죽신(화혜)을 만드는 장인이다. 다양한 천연 소재를 이용해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 단아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신이 만들어진다. 전통신전수관에 가면 3대에 걸쳐 전통을 고집하며 손으로 만든 화혜의 아름다움과 장인의 삶을 만나볼 수 있다.부산은 바다의 고장으로 사하구부터 기장군까지 아름다운 해안선을 자랑한다. 영도구의 절영해안산책로와 남구의 이기대해안산책로는 부산의 아름다운 바다를 가볍게 걸어볼 수 있는 길이다. 절영해안산책로에는 영화 '변호인', 이기대해안산책로에는 영화 '해운대' 촬영지도 있다. 절영해안산책로 가는 길에 만나는 부산 삼진어묵체험역사관에서 부산의 별미 어묵을 맛보고 어묵의 역사도 되새겨보자.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r \r
2015-04-09 17:54:19\r 산업통상자원부 동부광산보안사무소 광산보안관 \r \r \r \r \r \r \r \r \r \r \r 산업통상자원부 동부광산보안사무소 이광국 부소장(왼쪽)과 중부광산보안사무소 장영덕 부소장이 강원 태백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에 대한 안전점검을 마친 뒤 조치사항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윤경현 기자 \r \r \r \r \r \r 【 태백(강원)=윤경현 기자】 우리나라에도 '보안관'이 있다. 미국 서부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굵은 시가를 입에 물고 허리에 총을 차고 다니며 악당을 응징하는 영화 속의 그 보안관은 아니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수백개 광산의 안전을 책임지는 '광산보안관'이다.광산보안관은 광산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즉각 출동해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한다. 광산보안법에 의해 모든 광산에 대한 채굴 중단, 광업주 및 보안관리자에 대한 처벌 등의 권한을 갖고 있어 광산업계에서는 '저승사자'로 불린다.하지만 광산업이 한창 잘나가던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각광을 받던 광산보안관도 석탄산업의 사양화와 함께 기피직종으로 전락했다. 100명 안팎이던 광산보안관은 30년이 채 안 돼 현재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광부가 아니지만 사실상 광부들과 같은 환경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강원도 전 지역과 경북 일부(울진·봉화)의 광산에 대한 보안관리를 맡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동부광산보안사무소를 찾았다. \r \r \r \r \r \r \r \r \r \r \r 산업통상자원부 동부광산보안사무소 소속 광산보안관들이 장성광업소에서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다. \r \r \r \r \r \r 광산보안관 경력 29년의 이광국 동부광산보안사무소 부소장(57)은 인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우리가 관할하는 대표적인 광산을 경험하러 가자"며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로 기자를 이끌었다. 그러면서 광산보안관들은 일주일에 서너 차례씩 지하 수십, 수백미터의 광산을 들락날락한다는 얘기를 곁들였다.중부광산보안사무소에서 지원을 나온 장영덕 부소장(51)과 광산보안관 3년차의 이현석 동부광산보안사무소 주무관이 동행했다. 장 부소장은 민간에서 일한 6년을 합쳐 무려 32년을 광산 안전에 바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지하 수백미터 막장이 일터장성탄광은 작은 산 아래에 자리잡고 있었다. 지난 1950년 11월 석탄공사가 생긴 이후 60여년 동안 8667만4000여t에 달하는 석탄(무연탄)을 캐냈다. 지난해 생산량은 56만5000t. 1970년대 말에는 한 해 200만t이 넘는 최대 생산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무한도전'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유재석과 차승원이 '극한 알바(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찾은 곳이기도 하다.한쪽 건물에 붙은 '안전제일(第一) 생산제이(第二)'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곁에 있던 이 부소장이 "옛날에는 '증산보국(增産報國)'이라는 문구였었는데 안전을 강조하면서 바뀐 것"이라고 알려줬다."과거에는 광산이 생산을 우선으로 했기 때문에 갱도가 무너지거나 광부가 다치는 것에 대한 대비가 미흡했죠. 비용과 시간을 아끼려고 안전대책을 적당히 눈가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어요. 광산보안관이 정기 또는 수시로 실시하는 보안점검에서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 사고가 우려되는 갱구를 폐쇄한 것처럼 위장하거나 비교적 안전한 막장을 점검받는 일도 있었죠."갱으로 가는 길은 복잡했다. 속옷까지 모두 갈아입은 후 안전을 위한 헬멧과 길을 밝혀줄 램프, 탄가루를 막아줄 마스크도 착용했다. 탄광 관계자는 "절대로 라이터 등 인화물질을 소지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갱도를 따라 걸어가자 찬바람이 불어왔다. 장 부소장이 '점퍼를 꼭 입으라'고 했던 이유였다. 장화를 신은 데다 바닥이 울퉁불퉁해 걸음걸이가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이런 길을 680m나 걸어가야 지하로 가는 케이지(일종의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단다. 이 부소장은 "무작정 걷는 것이 아니다"라며 "안전수칙 준수 여부와 함께 설계도를 들고다니면서 상·하 작업장 간격은 잘 유지하는지, 화약류 취급은 잘 하는지 등을 살펴본다"고 말했다.10여분이 지나 케이지 앞에 도착했다. 케이지는 우리를 지하 900m의 세상으로 데려다줄 참이었다. 장성광업소 관계자는 "속도가 초속 7m로, 서울 여의도에 있는 63빌딩 엘리베이터보다 배 가까이 빠르다"고 자랑했다.잠시 덜컹거리는가 싶더니 2분이 채 안돼 케이지가 멈췄다. 밖으로 나오자 보안담당자가 '안전'이라는 구호와 함께 인사를 하고는 소지품 검사를 실시했다. 장 부소장이 "이제부터는 땀을 흘릴 테니 점퍼를 벗는 게 나을 것"이라고 했다.장성광업소 측에서 다양한 경험을 위해 특별히 작은 기차처럼 생긴 인차(人車)를 태워주기로 했단다. 이 부소장은 "눈으로 갱의 안전을 직접 확인해야 하는 데다 작업에 지장을 줄 수도 있어 평소에는 인차를 거의 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탄가루에 눈·코·입 막혀인차를 탄 시간은 5분을 넘기지 못했고 다시 걷기가 시작됐다. 꼬불꼬불한 갱도를 따라갈수록 길이 좁아져 허리를 올곧이 펴기가 불가능했다. 탄가루가 날려 한 치 앞을 가늠하기가 어렵고 땀이 흘러 마스크는 자꾸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게다가 갱도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여기저기에 박아놓은 나무들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튀어나오는 바람에 아찔한 순간을 몇 번이나 넘겨야 했다.장 부소장은 "처음에는 사람이 지나다닐 정도로 길을 만들지만 압력이 커지면서 공간이 줄어든다"며 "이런 악조건 속에서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보완 요청을 하려면 마스크를 벗어야 하니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날은 2∼3일 동안 목에서, 코에서 탄가루가 계속 나오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그 얘기가 끝나자마자 이 부소장이 심 부소장을 향해 지적사항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석탄 등을 나르기 위해 갱도에 설치돼 있는 컨베이어벨트가 작업자들의 통행에 불편한 것은 물론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곳곳에 튀어나온 나무들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등의 내용이었다.이번에는 가파른 경사에 설치된 계단으로 내려갔다. 잡을 것도 없는 터라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지만 보안관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능숙한 발걸음이었다. 한참을 힘들게 내려왔건만 "불과 20여m를 내려온 것뿐"이라는 이 부소장의 말에 다리가 풀리고 말았다.다시 허리를 숙인 채 한참을 가서야 채탄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막장'에 도착했다. 출발점이 해발 600m였는데 서있는 곳은 그보다 975m 아래다. 1시간 반에 걸쳐 3㎞가량을 이동해 지하 375m까지 온 셈이다. 기온을 재보니 영상 31도다. 가만히 서있는 데도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이 턱턱 막힌다.이 주무관이 갖고 있던 가스점검기를 작동시켰다. 갱 안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메탄가스 농도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다. 다행히 농도는 0.12%에 불과했다. 이 주무관은 "가스농도가 1.5%를 초과하면 작업을 중지한다"며 "유독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폭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옆에 있던 이 부소장이 "메탄가스 농도가 1%가 되면 탄층에서 이미 가스가 새고 있다는 얘기"라며 "금세 수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대피하기 힘들다"고 거들었다. 그는 "보통 농도가 5∼15%면 폭발을 일으키는데 9.5% 정도에서 가장 세다"며 "메탄가스가 폭발한 후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는 폭발성에 유독성까지 갖춰 더욱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장성탄광에서는 2012년 작업자가 담배를 피우다 가스가 폭발하는 바람에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광산에서 가스 다음으로 무서운 것은 물이다. 장 부소장은 "갱내에서 지하수가 터지기도 한다. 고압의 물이 물폭탄처럼 터지면 철제 빔이 휘어진다"며 "사망자가 생길 경우 신원을 알아보기 힘들 만큼 처참한 광경을 연출한다"고 말했다.■휴일 없이 24시간 비상대기장성탄광의 갱도는 무려 260㎞에 이른다. 장 부소장은 "갱도가 거미줄처럼 층층이 연결돼 있다"면서 "이렇게 큰 광산은 2∼3명의 보안관이 한꺼번에 투입돼도 하루 만에 점검을 끝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하루 5∼6㎞를 걷는데 오늘처럼 하부까지 내려가는 경우 10㎞ 가까이 걸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장 부소장은 "과거에는 도시락을 갖고 와 광부들과 함께 식사를 했는데 도시락 뚜껑을 열면 탄가루가 수북이 앉아 밥에 고추장, 김치, 물을 섞은 '물말이'를 만들어 마셨다"며 "요즘에는 배가 고파도 참고 웬만하면 나와서 먹는다"고 말했다.그는 "생리현상은 현장에서 해결한다"며 "대부분은 광차에서 큰일을 해결하는데 간혹 작업을 안 하는 갱도를 찾아가 일을 보다가 산소 결핍으로 쓰러져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이 부소장은 정작 광산에서 제일 경계해야 할 것은 익숙함에서 오는 '매너리즘'이라고 지적했다. 대다수 광부들이 오랜 기간 일해온 사람들이라 타성에 젖어 매일 하는 일, 매일 지나다니는 길이라고 생각해 위험성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광산보안관이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는 휴일이 따로 없는 데다 항상 비상대기 상태라는 점이다. 사고가 터지면 5분 안에 광산보안사무소로 연락이 온단다. 이 주무관은 "일과가 끝난 뒤 동료들과 술 한 잔을 해도 사무실 번호나 모르는 번호가 휴대폰에 뜰까봐 불안하다"며 "24시간 긴장 속에 산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장 부소장은 "세월호 침몰 사고 등으로 안전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현실은 여전히 차갑다"며 "안전과 시설에 대한 투자가 더 이뤄져야 하는데 생산에 투자하는 것도 벅차 예산 반영이 잘 안된다"고 안타까워했다. blue73@fnnews.com
2014-12-10 16:25:24산업자원부 동부광산보안사무소 이광국 부소장(왼쪽)과 중부광산보안사무소 장영덕 부소장이 강원 태백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에 대한 안전점검을 마친 뒤 조치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산업자원부 동부광산보안사무소 소속 광산보안관들이 장성광업소에서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다. 【 태백(강원)=윤경현 기자】우리나라에도 '보안관' 있다. 미국 서부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굵은 시가를 입에 물고, 허리에 총을 차고 다니며 악당을 응징하는 영화속의 그 보안관은 아니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수백여개 광산의 안전을 책임지는 '광산보안관'이다. 광산보안관은 광산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즉각 출동해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한다. 광산보안법에 의해 모든 광산에 대한 채굴 중단, 광업주 및 보안관리자에 대한 처벌 등의 권한을 갖고 있어 광산업계에서는 '저승사자'로 불린다. 하지만 광산업이 한창 잘 나가던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각광을 받던 광산보안관도 석탄산업의 사양화와 함께 기피직종으로 전락했다. 100명 안팎이던 광산보안관은 30년이 채 안 돼 현재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광부가 아니지만 사실상 광부들과 같은 환경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지난 달 21일 강원도 전 지역과 경북 일부(울진·봉화)의 광산에 대한 보안관리를 맡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동부광산보안사무소를 찾았다. 광산보안관 경력 29년의 이광국 동부광산보안사무소 부소장(57)은 인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우리가 관할하는 대표적인 광산을 경험하러 가자"며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로 기자를 이끌었다. 그러면서 광산보안관들은 일주일에 서너 차례씩 지하 수십, 수백미터의 광산을 들락날락한다는 얘기를 곁들였다. 중부광산보안사무소에서 지원을 나온 장영덕 부소장(51)과 광산보안관 3년차의 이현석 동부광산보안사무소 주무관이 동행했다. 장 부소장은 민간에서 일한 6년을 합쳐 무려 32년을 광산안전에 바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지하 수백미터 막장이 일터 장성탄광은 작은 산 아래에 자리잡고 있었다. 지난 1950년 11월 석탄공사가 생긴 이후 60여년 동안 8667만4000여t에 달하는 석탄(무연탄)을 캐냈다. 지난 해 생산량은 56만5000t. 1970년대 말에는 한 해 200만t이 넘는 최대 생산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무한도전'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유재석과 차승원이 '극한 알바(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찾은 곳이기도 하다. 한쪽 건물에 붙은 '안전제일(第一) 생산제이(第二)'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곁에 있던 이 부소장이 "옛날에는 '증산보국(增産報國)'이라는 문구였었는데 안전을 강조하면서 바뀐 것"이라고 알려줬다. "과거에는 광산이 생산을 우선으로 했기 때문에 갱도가 무너지거나 광부가 다치는 것에 대한 대비가 미흡했죠. 비용과 시간을 아끼려고 안전대책을 적당히 눈가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어요. 광산보안관이 정기 또는 수시로 실시하는 보안점검에서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 사고가 우려되는 갱구를 폐쇄한 것처럼 위장하거나 비교적 안전한 막장을 점검받는 일도 있었죠." 갱으로 가는 길은 복잡했다. 속옷까지 모두 갈아 입은 후 안전을 위한 헬멧과 길을 밝혀줄 램프, 탄가루를 막아줄 마스크도 착용했다. 탄광 관계자는 "절대로 라이터 등 인화물질을 소지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갱도를 따라 걸어가자 찬바람이 불어왔다. 장 부소장이 '점퍼를 꼭 입으라'고 했던 이유였다. 장화를 신은 데다 바닥이 울퉁불퉁해 걸음걸이가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이런 길을 680m나 걸어가야 지하로 가는 케이지(일종의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단다. 이 부소장은 "무작정 걷는 것이 아니다"며 "안전수칙 준수여부와 함께 설계도를 들고다니면서 상·하 작업장 간격은 잘 유지하는지, 화약류 취급은 잘 하는지 등을 살펴본다"고 말했다. 10여분이 지나 케이지 앞에 도착했다. 케이지는 우리를 지하 900m의 세상으로 데려다줄 참이었다. 장성광업소 관계자는 "속도가 초속 7m로, 서울 여의도에 있는 63빌딩 엘리베이터보다 배 가까이 빠르다"고 자랑했다. 잠시 덜컹거리는가 싶더니 2분이 채 안 돼 케이지가 멈췄다. 밖으로 나오자 보안 담당자가 '안전'이라는 구호와 함께 인사를 하고는 소지품 검사를 실시했다. 장 부소장이 "이제부터는 땀을 흘릴테니 점퍼를 벗는게 나을 것"이라고 했다. 장성광업소 측에서 다양한 경험을 위해 특별히 작은 기차처럼 생긴 인차(人車)를 태워주기로 했단다. 이 부소장은 "눈으로 갱의 안전을 직접 확인해야 하는 데다 작업에 지장을 줄 수도 있어 평소에는 인차를 거의 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탄가루에 눈·코·입 막혀 인차를 탄 시간은 5분을 넘기지 못했고 다시 걷기가 시작됐다. 꼬불고불한 갱도를 따라갈수록 길이 좁아져 허리를 올곧이 펴기가 불가능했다. 탄가루가 날려 한치 앞을 가늠하기가 어렵고 땀이 흘러 마스크는 자꾸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게다가 갱도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여기저기에 박아놓은 나무들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튀어나오는 바람에 아찔한 순간을 몇 번이나 넘겨야 했다. 장 부소장은 "처음에는 사람이 지나다닐 정도로 길을 만들지만 압력이 커지면서 공간이 줄어든다"며 "이런 악조건 속에서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보완 요청을 하려면 마스크를 벗어야 하니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날은 2∼3일 동안 목에서, 코에서 탄가루가 계속 나오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 얘기가 끝나자마자 이 부소장이 심 부소장을 향해 지적사항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석탄 등을 나르기 위해 갱도에 설치돼 있는 컨베이어벨트가 작업자들의 통행에 불편는 것은 물론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곳곳에 튀어나온 나무들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등의 내용이었다. 이번에는 가파른 경사에 설치된 계단으로 내려갔다. 잡을 것도 없는 터라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지만 보안관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능숙한 발걸음이었다. 한참을 힘들게 내려왔건만 "불과 20여m를 내려온 것뿐"이라는 이 부소장의 말에 다리가 풀리고 말았다. 다시 허리를 숙인 채 한참을 가서야 채탄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막장'에 도착했다. 출발점이 해발 600m였는데 서 있는 곳은 그보다 975m 아래다. 1시간 반에 걸쳐 3㎞가량을 이동해 지하 375m까지 온 셈이다. 기온을 재보니 영상 31도다. 가만히 서 있는 데도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이 턱턱 막힌다. 이 주무관이 갖고 있던 가스점검기를 작동시켰다. 갱 안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메탄가스 농도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다. 다행히 농도는 0.12%에 불과했다. 이 주무관은 "가스농도가 1.5%를 초과하면 작업을 중지한다"며 "유독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폭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옆에 있던 이 부소장이 "메탄가스 농도가 1%가 되면 탄층에서 이미 가스가 새고 있다는 얘기"라며 "금새 수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대피하기 힘들다"고 거들었다. 그는 "보통 농도가 5∼15%면 폭발을 일으키는데 9.5% 정도에서 가장 세다"며 "메탄가스가 폭발한 후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는 폭발성에 유독성까지 갖춰 더욱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장성탄광에서는 2012년 작업자가 담배를 피우다 가스가 폭발하는 바람에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광산에서 가스 다음으로 무서운 것은 물이다. 장 부소장은 "갱내에서 지하수가 터지기도 한다. 고압의 물이 물푹탄처럼 터지면 철제 빔이 휘어진다"며 "사망자가 생길 경우 신원을 알아보기 힘들 만큼 처참한 광경을 연출한다"고 말했다. ■휴일 없이 24시간 비상대기 장성탄광의 갱도는 무려 260㎞에 이른다. 장 부소장은 "갱도가 거미줄처럼 층층이 연결돼 있다"면서 "이렇게 큰 광산은 2∼3명의 보안관이 한꺼번에 투입돼도 하루 만에 점검을 끝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하루 5∼6㎞를 걷는데 오늘처럼 하부까지 내려가는 경우 10㎞ 가까이 걸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 부소장은 "과거에는 도시락을 갖고 와 광부들과 함께 식사를 했는데 도시락 뚜껑을 열면 탄가루가 수북히 앉아 밥에 고추장, 김치, 물을 섞은 '물말이'를 만들어 마셨다"며 "요즘에는 배가 고파도 참고 웬만하면 나와서 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생리현상은 현장에서 해결한다"며 "대부분은 광차에서 큰일을 해결하는데 간혹 작업을 안 하는 갱도를 찾아가 일을 보다가 산소 결핍으로 쓰러져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 부소장은 정작 광산에서 제일 경계해야 할 것은 익숙함에서 오는 '매너리즘'이라고 지적했다. 대다수 광부들이 오랜 기간 일해온 사람들이라 타성에 젖어 매일 하는 일, 매일 지나다니는 길이라고 생각해 위험성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광산보안관이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는 휴일이 따로 없는 데다 항상 비상대기 상태라는 점이다. 사고가 터지면 5분 안에 광산보안사무소로 연락이 온단다. 이 주무관은 "일과가 끝난 뒤 동료들과 술 한 잔을 해도 사무실 번호나 모르는 번호가 휴대전화에 뜰가봐 불안하다"며 "24시간 긴장 속에 산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장 부소장은 "세월호 침몰 사고 등으로 안전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현실은 여전히 차갑다"며 "안전과 시설에 대한 투자가 더 이뤄져야 하는데 생산에 투자하는 것도 벅차 예산 반영이 잘 안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2014-12-10 14:5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