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는 끝내 국민연금 개혁에 합의하지 못했다. 여야는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기로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에서 여(43%)와 야(45%) 간에 입장 차이가 있었다. 이에 이재명 대표가 소득대체율 44%를 전격 제안했지만 여권에서 이를 거부했다. 대통령실은 모수개혁 외에 구조개혁도 필요하므로 22대 국회에서 청년 의견을 반영해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44%는 연금고갈 시기를 8년 남짓 늦출 뿐이다. 소득대체율 44%를 위해선 보험료율이 13%가 아니라 21.8%는 되어야 수지균형이 맞는다. 기초연금 등 구조개혁 과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를 모두 포함하는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권의 합의 거부는 아쉬움을 남긴다. 상대의 최종 제안은 목표가 아니라 합의 결렬 시 상황(BATNA)과 비교해야 한다. 상대 제안이 목표에는 미달하지만 합의 결렬보다는 낫다면 수용돼야 한다. 이때 합의 결렬 시 상황은 '22대 국회에서 재논의'이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모수개혁이 나아지고 구조개혁에 합의될까? 만약 여권이 지난 총선에서 승리했다면 논의를 22대 국회로 미루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22대 국회는 21대보다 오히려 여권에 더 불리하다. 22대 국회가 13%-44%안에 비해 재정건전성이 강화된 모수개혁에 합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구조개혁 합의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한편 13%-44%안은 지금보다는 연금재정에 도움이 된다. 특히 9%에서 13%로의 보험료 인상이 중요하다. 인구 많은 50대가 하루라도 더 13%를 내야 한다. 2023년의 연령대별 구성비율을 보면 50대가 16.9%로 가장 높다. 하루가 늦어지면 그만큼 50대가 은퇴하므로 연금재정에 손해이다. 물론 모수개혁에 합의하면 구조개혁의 동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는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이렇게 구조개혁을 중시하는데 동력이 사라질 걱정은 없지 않은가. 이렇게 보면 이재명 대표 제안을 받는 것이 합의를 결렬시키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된다. 사실 구조개혁을 중시하는 대통령실의 입장은 진작 국회에 전달이 되었어야 했다. 국회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가 소득보장안(1안)과 재정안정안(2안)을 논의하던 올 3월 초가 마지막 기회였다. 두 안 모두에 구조개혁은 없었다. 모수개혁 측면에서 2안마저도 보험료율 12%와 소득대체율 40%로서 재정안정 효과가 미흡했다. 이는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의 15%-40%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두 안에 모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3월 초 국회에 전달했어야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아무 말이 없이 국회 논의를 존중하는 듯했다. 그러다 막상 13%-44%가 최종안으로 떠오르고 나서야 합의를 거부했다. 그러니 구조개혁을 강조하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제안이 정치적 의도를 담고 있어 대통령실이 합의를 거부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합의 거부에 대한 평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행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한다면 해피엔딩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에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제시할 책무가 있으나 작년 10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국회에 맡기는 것으로 했었다. 그러나 이제 국회에 맡기기엔 시간이 많지 않다. 그간 약 2년 동안 국회연금특위가 가동되었으나 구조개혁에 대해선 대안 도출도 못했었다.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이 다가오고 있어 22대 국회에 길어야 1년 반의 시간이 연금개혁에 주어진 셈이다. 복지부가 조속히 구조개혁 방안을 만들어 연내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하기 바란다. 모수개혁은 13%-44%로 합의되었다고 치고 추가로 가입기간 확대 방안을 포함하길 바란다. 이제 행정부가 일을 할 때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24-06-03 20:11:47[파이낸셜뉴스] 국회 차원의 국민연금 개혁 공론조사 결과 선호도가 가장 높았던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은 40·50대로부터 큰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청년 세대는 전체 평균(56.0%)보다 다소 낮은 수준의 찬성률을 보였지만 절반 이상인 53.2%가 이에 대해 찬성했다. 56.0% 소득보장안·42.6% 재정안정안…세대·지역별로 다소 격차 23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공개한 공론화위 시민대표단 응답 결과에 따르면, '더 내고 더 받는' 모수개혁 1안(소득보장안)을 선택한 연령대별 비율은 18∼29세 53.2%, 30대 48.6%, 40대 66.5%, 50대 66.6%, 60대 이상 48.4%로 집계됐다. 소득보장안 찬성은 50대와 40대에서 60%를 넘었지만, 18∼29세와 30대, 60대 이상에선 평균보다 낮았다. '더 내고 똑같이 받는' 모수개혁 2안(재정안정안) 찬성률은 18∼29세 44.9%, 30대 51.4%, 40대 31.4%, 50대 33.4%, 60대 이상 49.4% 등이었다. 소득보장안 찬성 비율을 권역별로 보면 대구·경북 72.3%, 대전·세종·충청·강원 64.9%, 광주·전라·제주 61.7%, 서울·경기·인천 53.9%, 부산·울산·경남 39.5% 등이었다. 국민연금 가입 형태별로는 지역가입자의 70.7%, 사업장가입자의 59.9%가 소득보장안을 찬성했다. 이어 직역연금 가입자(52.9%), 수급자(48.8%), 미가입·기타(48.7%) 등이었다. 개인연금 가입자는 58.0%가, 개인연금 미가입자는 54.5%가 소득보장안에 찬성했다. 앞서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늘리고 보험료율을 13%로 높이는 방안(소득보장안)과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고 보험료율을 12%로 올리는 방안(재정안정안) 등 두 가지 안을 놓고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최종 설문조사에 참여한 492명의 시민대표단 가운데 56.0%는 소득보장안을, 42.6%는 재정안정안을 선택했다. "서민 희롱하는 '포퓰리즘'" Vs "노후 불안 해소 위한 소득보장" 공론화위 숙의토론 결과를 두고 국민의힘은 "조금 더 내고 더 많이 받는 개악(改惡)"이라고 비판한 반면, 민주당은 "소득보장 강화가 국민의 뜻"이라며 환영했다. 연금특위 국민의힘 간사 유경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라는 측면에서 명백한 개악"이라며 "1안의 정식 명칭은 '기존보다 조금 더 내고 그보다 더 많이 받는 안'으로, 이를 '더 내고 더 받는 안'이라고 포장한 것은 서민을 교묘하게 희롱하는 포퓰리즘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의 기능도 있지만, 주로 본인의 기여에 의해 보험료가 결정되는 보험의 원리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망각한다면 청년과 나라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라며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이 있지만 양잿물을 많이 마시면 죽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당선인도 페이스북에서 소득보장안에 대해 "미래세대의 등골을 부러뜨리는 '세대 이기주의 개악'"이라며 "선거권 없는 미래세대 의견을 무시하고 폭탄을 떠넘겨도 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속불가능한 국민연금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며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해 완전적립식 '신연금'을 도입하고, 구연금과 신연금을 분리하는 근본적인 국민연금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연금을 받는 60세 이상에서 재정안정에 대한 우려가 높고, 연금 고갈을 우려하는 20대에서 소득 보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는 의외"라면서도 "충분한 정보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숙의토론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연금특위 민주당 위원들은 전날에도 "노후 불안 해소를 위해 소득보장이 우선이라는 국민의 뜻을 확인했다"며 "민주당은 국민 공론화위원회 결과를 존중하며 21대 국회 내에 최대한 입법 성과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회 연금특위는 조만간 공론화위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여야 간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21대 국회 임기 종료(5월 29일)까지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만큼, 여야가 연금 개혁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4-24 09: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