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규제로 20년째 저성장 터널에 갇혔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4일 개최한 '새정부 규제개혁 방향' 토론회에서 맥킨지앤드컴퍼니 송승헌 대표는 파격적인 규제 재설계로 저성장 늪을 탈출하라고 조언했다. 규제 틀을 근본부터 다시 짜보라는 제안인데, 성장엔진이 꺼져가는 다급한 경제 국면에서 결코 뒤로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고 본다. 규제 혁신은 새 정부 출범 때마다 매번 등장한 단골 메뉴였다. 이명박 정부는 규제 전봇대를 뽑겠다고 했고, 박근혜 정부 땐 규제를 '손톱 밑 가시' '신발 속 돌멩이'라고 부르며 다 치워주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윤석열 정부에선 붉은 깃발, 기업의 모래주머니를 걷어내겠다며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정부마다 임기 내내 립서비스만 하다 별 소득 없이 끝났다. 이재명 정부는 달라야 한다. 재정이 넉넉지 않은 형편에서 정부가 직접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의지만 있다면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다름아닌 규제개혁이다. 기득권층의 양보를 설득하고, 복지부동 공직자들의 마인드를 바꿔내고, 파격적인 제도에 힘을 보태면 어느 정부도 해내지 못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맥킨지 측이 지적한 대로 한국 경제는 1960~1980년대, 1980~2000년대 고도성장을 달성한 이후 20여년간 지루한 저성장을 이어왔다. 대내외 환경은 급변하는데 정책과 법규는 신축적이지 못했고, 규제는 지나치게 일률적인 데다 유연성이 떨어졌다는 게 맥킨지의 분석이다. 한번 만들어진 규제는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들어도 오히려 강화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규제에 붙들린 기업들이 변화에 맞춰 전략을 수정할 환경이 아니었다는 비판도 타당하다. 혁신적 아이디어와 파격적인 제도를 다양하게 시도하고 정착시켜야 한다. 전문가들이 제안한 메가 샌드박스의 선제적 도입이 대표적이다. 혁신 산업자를 대상으로 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메가(광역) 단위로 넓힌 것이 메가 샌드박스다. 가령 특정 구역 내 상속세를 유연하게 조정하거나 연구개발(R&D) 특구에 탄력적인 근무제를 허용하는 식이다. 시범적으로 특정 지역 안에서 우선 규제를 풀고 효과를 검증해가며 범위를 넓히자는 것이다. 국정기획위원회도 메가 샌드박스 추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것저것 눈치 보지 말고 서둘러 실행에 옮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첨단 신산업이 꽃피우기 위한 전제도 규제혁신이다. 기존 산업에 들이댄 똑같은 잣대로 규제를 가하면 신산업이 기를 펼 수 없다. 전기차, 자율주행, 배터리 등 첨단 산업의 경우 철저히 기술친화형으로 규제가 설계돼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인공지능(AI) 샌드박스도 고려할 만하다. 샌드박스 데이터를 축적한 뒤 선제적으로 법규를 정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술주도 성장의 출발점은 여기일 수밖에 없다. 규제개혁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실천의 문제다.
2025-07-14 19:07:31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0.8%로 최근 하향 조정했다. 상당수 해외 기관 역시 이보다 더 낮은 0.3~0.7%를 전망하고 있다. 미국발(發) 관세전쟁과 중국의 추격으로 우리 경제의 주력인 수출이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을 반영하듯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고,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도 했다. 이재명 정부가 든든한 지원 방침을 밝힌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이제 끊임없는 선제적 혁신과 과감한 신기술 투자에 방점을 둬야 할 것이다. 이에 기업들의 지속가능한 성장, 미래사업 확장, 혁신을 향한 도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및 로봇, 미래차 전장분야 등 신성장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스마트폰, TV, 가전 등 전 제품에 AI를 적용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구글 등 빅테크의 AI와도 협력해 차세대 AI 혁신에 대응할 방침이다. SK그룹은 AI와 반도체라는 미래 성장동력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정비하고 있다. SK㈜는 반도체 소재와 AI인프라 등 미래 사업을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사업 리밸런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미래·혁신 경영을 다각화로 부각시키고 있다. 기존 주력사업인 완성차뿐 아니라 로봇, 미래항공교통(AAM) 등 다양한 미래 먹거리 분야로 사업 확장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LG는 도전과 변화의 DNA를 강조하며 미래 고객에게 꼭 필요하고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제공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ABC(AI, 바이오, 클린테크)'를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기회를 포착해 미래를 준비하고, 집중력 있게 실행할 방침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서호주 퍼스에 호주핵심자원연구소를 열고 철강, 이차전지소재 원료 및 희토류 분야 초격차 기술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원료가 있는 현지에 자원 전문연구소를 설치한 것은 국내 기업 최초다. 한화그룹은 2025년을 '100년 한화의 미래를 향한 도약의 해'로 삼고 항공우주, 방위사업 등을 핵심사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맞춰 선제적 투자로 우주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효성그룹은 글로벌 경기침체, 경쟁업체의 견제 등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신시장을 개척하며 위기를 극복할 방침이다. 효성은 원천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사업에 아낌없이 투자하며 성장동력을 찾아가고 있다. 한편 게임업계는 기존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후속작을 내거나 전작 이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프리퀄 버전을 내는 등 IP를 변주하며 혁신을 가하고 있다. 자체 IP의 잇따른 흥행 성공으로 수익성을 확보한 넷마블은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을 통해 글로벌 RPG 시장 재도약을 노린다. 넥슨, 시프트업, 네오위즈, 웹젠 등 주요 게임사도 고유 IP를 비트는 방식으로 혁신을 가하거나 신작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08년 인기를 끌었던 '아이온'의 후속작 '아이온2'를 올해 선보일 계획이다. 시프트업은 플레이스테이션5용으로 내놓은 콘솔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를 최근 PC버전으로 내놓으며 단일 게임 기준으로 콘솔과 PC를 합쳐 최근 3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넥슨은 한국 게임사가 드물게 시도했던 좀비 생존게임을 들고 왔다. '낙원:라스트 파라다이스'는 신규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되자 게이머들로부터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 '여의도'를 배경으로 스토리가 펼쳐져 인기 장르를 타고 한국을 알리는 역할도 하게 된다. 좀비 생존, 판타지 모험, SF 액션 등 소재가 한층 다채로워진 하반기 게임들이 'K게임'의 체질을 확 바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조윤주 기자
2025-06-22 18:45:29한국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 이후 60년은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의 시기였다. 정치와 외교 관계는 소원하거나 갈등을 빚는 경우도 많았지만, 경제·산업 협력만큼은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이 60년은 또한 우리나라가 일본을 따라 발전해 간 '추격자'에서 '경쟁자'로 전환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지난해 일본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일 협력은 더욱 중요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잃어버린 30년'에서 벗어나고 있는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한일 60년…'비교불가→비교대상'19일 정부에 따르면 1965년과 현재의 양국은 경제적으로 여러 측면에서 비교 가능하다. 한일 수교가 이뤄진 1965년 세계은행(WB) 기준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909억5028만달러, 한국은 30억1761만달러였다. 30배 차이가 넘는다. 2023년 WB 자료 기준으로 양국 격차는 3배 이내로 줄었다. 한국의 GDP는 약 1조7000억달러, 일본은 약 4조2000억달러로 추정된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은 3만6624달러를 기록했다. 일본은 3만4500달러였다. 20여년 전인 1990년대 일본의 1인당 GNI는 3만~4만달러였고, 한국은 1만달러 안팎으로 3분의 1 수준이었다. 국민소득은 한국이 일본을 추월한 것이다. 양국 간 경제적 격차 축소는 한국의 경제·산업 정책이 성공했다는 의미다. 수출 중심의 산업화, 정보통신기술 확산 등을 바탕으로 일본을 추격하고 격차를 좁힌 결과물이 경제지표로 확인돼서다. ■일본 닮아가는 한국일본 경제의 '추격자'로 여겨지던 한국이 1인당 GNI 등에서 대등한 위치로 올라섰다곤 하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본이 1990년대 초 버블경제 붕괴 이후 빠져들었던 '잃어버린 30년'동안 한국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추격에 성공했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장기침체는 이제 한국의 문제가 될 여지도 상당하다. 우선 인구문제가 경제 전반의 발목을 잡을 요인이다. 일본보다 빠른 고령화가 진행돼 인구의 잠재성장률 기여도는 2000년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생산연령인구(20~64세)가 저성장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일본화 지수를 이용한 주요국 장기 저성장 리스크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한국의 생산연령인구 성장률은 평균 -0.9%였다. 같은 기간 일본은 -0.5%였다. 분석 기간을 늘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생산연령인구 평균은 한국은 0.1%, 일본은 -0.6%였다. 2005년에서 2014년까지 한국은 0.8%, 일본은 -0.9%였다. 한국은 생산인구가 계속 줄어들어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 반면 일본의 감소세는 여전하지만 폭은 줄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국민경제 전체적인 총노동투입량을 감소시킨다. 이어 중장기 경제성장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해 장기 저성장 리스크를 증대시킨다. 한국은행도 최근 발표한 '일본 경제로부터 되새겨볼 교훈'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간부채 비율은 2023년 기준 GDP 대비 207.4%로, 일본 버블기 최고치(214.2%)에 근접했고 과도한 자산시장 연계대출은 자원배분 왜곡과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은도 예정처와 마찬가지로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릴 요인으로 꼽았다. ■저성장 피할 해법은한은 보고서의 핵심은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은 과거 일본이 인구문제에 제때 대응했다면 2010~2024년 성장률이 평균 0.6%p 상승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도 구조개혁에 성공하면 2040년대 후반 0.6%까지 추락할 것으로 보이는 잠재성장률을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은 경제·산업 정책 측면에서 일본이 '잃어버린 30년' 동안 반도체, 조선, 철강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과정을 잘 살펴보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일본 정부가 최우선으로 두고 있는 지방소멸 대응책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회 예정처 김경수 경제분석관은 "일본은 저금리·저물가·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재정·금융 정책을 숱하게 폈지만 생산연령인구 감소, 잠재성장률 하락 등을 극복하진 못했다"며 "한국은 이를 교훈 삼아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높여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2025-06-19 18:57:59[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한국이 저성장 늪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치적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됐다고 전망했다. 개표가 3분의2 넘게 진행된 상황에서 분석가들은 민주당이 이미 국회 다수당이어서 아시아 4위 경제국 한국이 지금 절실히 필요한 정치적 안정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관세 폭풍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아져 한국의 성장 둔화가 가속화되는 시기에 반드시 필요한 정치적 안정을 담보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FT,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경제지들은 이 후보를 좌편향 민주당 후보라고 평가했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수개월 사이 그의 정책 스펙트럼이 중도적으로 바뀌었고, 보수도 아우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무총리 산하의 국책 연구소인 통일연구원(KINU)의 여론조사 전문가인 이상신 연구위원은 FT에 이 후보가 중도를 표방하면서 탄핵으로 쫓겨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의 국민의힘으로부터 소외됐던 보수 유권자들, 중도 유권자들을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재명은 이번 선거에서 과감하게 자신을 ‘중도 보수주의자’라고 선언했다”라며 “자신이 집권하면 어떤 극적인 변화도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윤의 쿠데타 시도 뒤 한국인들은 정치적, 경제적 안정을 바랐고, 그가 이 요구에 답했다”라고 강조했다. FT는 이 후보가 트럼프 행정부와 고위급 대화를 되살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미 행정부가 양국의 오랜 자유무역협정(FTA)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25% ‘상호’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들은 벌써부터 트럼프의 철강, 자동차 관세 충격을 체감하고 있다. 5월 한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동월비 8% 넘게 감소했다. 또 소비자들의 자신감은 반년에 걸친 정치 혼란 속에 흔들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주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1.5%에서 0.8%로 거의 절반 가까이 낮춰 잡았다. 분석가들은 한국 새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방위비 지출과 주한미군 주둔 분담금을 늘리라곤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 교수는 “단기적으로 미국과 관세, 방위비 지출 협상이 새 대통령의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후보가 대선 유세에서도 강조했듯 한국은 미국과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북한과 관계 해빙을 위해 중국, 러시아와 관계도 개선할 전망이다. 벤저먼 엥겔 단국대 교환교수는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그러나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북한이 궁극적인 한반도 통일이라는 전통적인 다짐을 폐기했기 때문이다. 한국을 다른 나라로 간주하기 시작한 터라 이전 같은 해빙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5-06-04 02:27:08저신용등급 회사채에 대한 기피현상이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기가 둔화되고 기업들의 차환 능력이 떨어질 때 이들 저신용등급 회사채부터 차환이 막힐 수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20일 금융투자업계 및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A-등급 회사채의 비중은 이달 19일 기준 1.4%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전인 2015년 6.6%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줄어든 비율이다. 같은 기간 BBB등급 회사채 비중 또한 4.9%에서 1.4%로 감소했다. 시장에선 공모채 시장에서 저신용등급 회사채는 간신히 소화되는 반면, AA급 이상 공모채는 수요예측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은 점에 주목했다. 발행사에 대한 선별적 투자가 이뤄지는 양상이 심화되면, 크레딧 시장 위기로 다가올 수 있어서다. 특히 저성장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시장은 크레딧 시장에서의 차환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크레딧 리스크기 시장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크레딧 시장 변동이 갑작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위험 시그널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하이일드펀드 지원 정책이 올해 말 일몰 예정이어서 BBB급 채권 차환 우려도 적지않다. 금융당국은 신용등급에 따라 수요 양극화가 지속됨에 따라 BBB급 이하 기업 자금조달 지원을 위해 2023년 하이일드펀드 투자자에게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 등을 확대한 바 있다. 공 연구원은 "올해 말까지 연장된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 일몰 시 BBB급 채원에 대한 수요 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BBB급 공모채 발행사를 보유한 그룹사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산, 한진, 효성그룹이 저신용등급에도 공모채 비중이 다소 큰 그룹사라고 분석했다. 두산그룹의 경우, BBB급 신용도로 공모채를 발행한 계열사가 두산에너빌리티(BBB+), 두산(BBB0), 두산퓨얼셀(BBB0)로 세 곳이나 됐다. 이들 세 개 계열사의 공모채 잔액은 총 8000억원이 넘어갔다. 또 효성화학(BBB+)의 공모채 잔액이 6500억원, 한진(BBB+)의 공모채 잔액이 6085억원으로 여타 기업 대비 비교적 상당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성장 고착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한국의 경제 펀더멘탈이 약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비우량채에 대한 외면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미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한국 국채 금리도 상승압력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9일 기준 전 거래일 대비 7.1bp 상승한 연 2.747%를 기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선물 시장에서 매수세를 견인하던 외국인들도 미·중 무역 협상 결과 이후 매도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이런 가운데 10년물 입찰 이후 매물이 출현되면서 금리가 상승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한국의 경기 우려에도 추가적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2025-05-20 18:10:52[파이낸셜뉴스] 저신용등급 회사채에 대한 기피현상이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기가 둔화되고 기업들의 차환 능력이 떨어질 때 이들 저신용등급 회사채부터 차환이 막힐 수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20일 금융투자업계 및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A-등급 회사채의 비중은 이달 19일 기준 1.4%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전인 2015년 6.6%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줄어든 비율이다. 같은 기간 BBB등급 회사채 비중 또한 4.9%에서 1.4%로 감소했다. 시장에선 공모채 시장에서 저신용등급 회사채는 간신히 소화되는 반면, AA급 이상 공모채는 수요예측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은 점에 주목했다. 발행사에 대한 선별적 투자가 이뤄지는 양상이 심화되면, 크레딧 시장 위기로 다가올 수 있어서다. 특히 저성장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시장은 크레딧 시장에서의 차환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크레딧 리스크기 시장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크레딧 시장 변동이 갑작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위험 시그널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하이일드펀드 지원 정책이 올해 말 일몰 예정이어서 BBB급 채권 차환 우려도 적지않다. 금융당국은 신용등급에 따라 수요 양극화가 지속됨에 따라 BBB급 이하 기업 자금조달 지원을 위해 2023년 하이일드펀드 투자자에게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 등을 확대한 바 있다. 공 연구원은 "올해 말까지 연장된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 일몰 시 BBB급 채원에 대한 수요 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BBB급 공모채 발행사를 보유한 그룹사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산, 한진, 효성그룹이 저신용등급에도 공모채 비중이 다소 큰 그룹사라고 분석했다. 두산그룹의 경우, BBB급 신용도로 공모채를 발행한 계열사가 두산에너빌리티(BBB+), 두산(BBB0), 두산퓨얼셀(BBB0)로 세 곳이나 됐다. 이들 세 개 계열사의 공모채 잔액은 총 8000억원이 넘어갔다. 또 효성화학(BBB+)의 공모채 잔액이 6500억원, 한진(BBB+)의 공모채 잔액이 6085억원으로 여타 기업 대비 비교적 상당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성장 고착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한국의 경제 펀더멘탈이 약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비우량채에 대한 외면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미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한국 국채 금리도 상승압력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9일 기준 전 거래일 대비 7.1bp 상승한 연 2.747%를 기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선물 시장에서 매수세를 견인하던 외국인들도 미·중 무역 협상 결과 이후 매도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이런 가운데 10년물 입찰 이후 매물이 출현되면서 금리가 상승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한국의 경기 우려에도 추가적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2025-05-20 13:38:46[파이낸셜뉴스]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하면서 우리 한국 자본시장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평가다. 미국 경기에 대한 불안감은 한국 자본시장에도 악재가 될 수 있어서다. 저성장이 고착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한국의 신용도 또한 흔들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3.45p 떨어진 2603.42에 마감했다. 장중 26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국고채 금리는 전 구간에서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은 전 거래일 대비 4.7bp(1bp=0.01%p) 오른 연 2.366%에 장을 마쳤다. 10년물은 7.1bp 오른 연 2.747%에 마감했다. 미국은 관세·재정·부채한도 불확실성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커졌고, 이는 한국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 美 국채금리 상승, 韓 경제·증시에 마이너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 16일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1 수준으로 강등하자,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감돈다. 무디스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관련 "지난 10년간 정부 부채와 이자비용이 증가하면서 미국 재정건전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후퇴하면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5% 부근까지 상승한 상황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채권금리 상승은 외국 자금이 미국 국채를 투매한 결과"라며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채권금리가 올라가고 있다. 유럽이나 중국, 일본 등의 중앙은행, 국부펀드들이 달러자산을 팔아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달러자산이 미국 장기국채로, 외국 기관들의 달러자산 매도는 국채 가격 하락(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금리 하락은 국내 증시에는 악재로 여겨진다. 한국 국채 금리와의 디커플링화가 본격화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미국 국채금리에 받는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주식은 미국 금리와 연동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관세·재정·부채한도 불확실성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커졌고, 이는 한국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즉 미국 국채시장 불안 → 미국 금융시장 불안 →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 글로벌 경기 위축 → 한국 금융·실물경제 영향의 흐름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수출 중심의 국가이다 보니 글로벌 경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본다"면서 "전반적으로 미국 경제에 대해서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첫 번째로 관세 정책이 중국과 90일 유예도 결정했지만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다. 이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 저성장 고착화, 기로에 선 韓 경제 우리나라 국채 금리가 일시적으로 상승압력을 받아도 결과적으로 하방압력이 더 강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하반기부터 우리나라와 미국 국채 동조화가 상당히 약해졌다"면서 "경제 저성장 고착화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성장은 소비와 투자의 위축을 가져와, 결과적으로 채권 금리를 떨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장기 저성장이 고착화하면서 10년물 국채 금리는 0%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안동현 교수도 "한미 채권의 디커플링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금리와의 탈동조화로 한국 기업들의 조달 금리가 튈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안심하기에 이르다. 대선 후보들의 선심성 공약으로 N차 추경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추경에 따른 N차 추경은 국채 금리 상승 재료가 되고 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여야가 규모, 시기에 대한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확장재정으로 가는 길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거론하는 30조원대의 규모가 현실화할 경우 적자국채 발행 규모가 커질 수 있어 금리 상승폭도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나라 부채와 기초체력 또한 문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국가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위험신호로 인식되는 50%를 넘어설 수 있어서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대선 후보들이 재정을 풀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면서 "대선 후 한국의 부채비율 올라가는 속도는 빨라질 것이고 국가 신용등급에는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도 좋지 못한 상황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0.8%로 대폭 끌어내렸다. 이른바 '경기 침체(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15년과 2016년 GDP 대비 부채비율은 국가재정법상 국가채무 기준 34%대였으나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 2024년 말 47%대까지 올랐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김현정 기자
2025-05-19 14:59:17보통 기관들은 12월에 경제전망을 쏟아낸다. 2025년 한국 경제는 1.7% 성장은 가능해 보였다. 올해가 되자 기관들은 전망치를 낮추기 시작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5%로 전망했다. OECD는 대체로 후한 편이다. 근데 석 달 전보다 0.6%p나 낮췄다.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1%라고 발표했다. 애초 전망치의 딱 절반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냉정하다. 0.5%란다. 올해 한국 경제는 0%대 성장을 피할 수 없다. 성장률을 체감하긴 쉽지 않다. 한국의 2024년 국내총생산(GDP·실질 기준)은 전년 대비 2% 증가했다. 그래서 2289조원이다. 2%는 약 46조원이다. 강원도 지역총생산과 얼추 비슷하다. IMF 자료를 보면, 2024년 한국보다 성장률이 낮은 국가는 60개국(전체 192개국)이다. 이 중 유럽이 24개국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탓이다. 60개국 중 한국(12위)보다 경제규모가 큰 국가는 독일,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캐나다 등이다. 그나마 위안이 된다. 2025년 1%를 돈으로 치면 제주도 지역총생산을 약간 밑돈다. IMF가 한국보다 성장률을 낮게 전망한 국가는 23개국(전체 190개국)이다.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큰 국가는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뿐이다.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이 진행 중이다. 우리가 1%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적은 다섯 번이다. 1956년(0.7%), 1980년(-1.5%), 1998년(-4.9%), 2009년(0.8%), 2020년(-0.7%). 당시에 국제원조 급감, 석유파동, 외환위기, 금융위기, 팬데믹 등이 있었다. 한국 사람이라면 적어도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2025년 우리는 역대급 저성장에 빠진 것이다. 감이 오지 않는다면, 가까운 일본을 보면 된다. 일본 경제는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초저금리로 근근이 버텼다. 1990년대 들어서 내리막을 탔다. 급기야 2016년 마이너스 금리를 실시했다. 차갑게 식은 경제는 꿈틀대지도 않았다. 지난 30년 성장률이 1%를 넘은 적이 반도 안 된다. 2024년에야 금리를 올렸다. 그것도 0.1%다. 1%는 숨만 쉬면 되는 수준이다. 0%대 성장은 숨조차 쉬기 어렵다는 의미다. 먼저, 인식부터 바꾸자. 지금은 경기침체가 아니다. 완벽한 저성장이다. 경기침체는 일시적이지만, 저성장은 장기간 지속한다. 돈을 빌리면 벌어서 갚기 어렵다는 의미다. 버텨야 한다. 더 암담한 것은 앞으로다. 골드만삭스의 장기 전망에 따르면, 분석대상 38개국 중 한국이 유일한 마이너스 성장 국가이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이제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된 것이다. 혁신해야 한다. 과거처럼 하면 안 된다. 정부가 기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규모(이하 2023년)는 미국, 중국, 일본 다음이다. 정부 지원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위다. 규모로 보나, 비중으로 보나 모자라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혁신기업 비중은 중소기업은 OECD 꼴찌, 대기업은 뒤에 루마니아만 있다(이하 2020년). 혁신은 결코 지원의 문제가 아니다. 혁신기업 중 글로벌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 간신히 꼴찌를 면했다. 문제는 혁신기업 중 파트너 - 대학, 연구소, 다른 기업과 함께하는 비중이 14%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OECD 꼴찌다. 특히 다른 기업과 협업은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꼴찌다. 정부는 같은 돈을 두 번 써야 한다는 얘기다. 당분간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러다 일본처럼 30년이 지나가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진다. 정부나 국회를 보면, 있던 기대도 사라진다. 제대로 됐다면 우릴 이렇게 내버려두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버텨야 한다. 혁신하되 남들과 같이해야 한다. 이게 저성장 시대의 생존법이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2025-05-06 18:35:35#OBJECT0#[파이낸셜뉴스]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내년부터 대만에 역전당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국내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고환율과 미·중 무역 갈등의 직격탄에 1%대 저성장에 접어든 결과로 1인당 GDP 4만달러 돌파 시기도 당초 전망보다 2년 늦춰진 2029년에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를 3만4642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2022년(3만4822달러)보다도 낮은 수치다. 내년 한국의 1인당 GDP도 3만5880달러로 제시하며 지난해 10월 전망치(3만9321달러)와 비교할 때 반 년 만에 8.8%(3441달러)나 낮췄다.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우리나라 1인당 GDP는 2026년부터 대만에 역전될 전망이다. IMF는 대만의 1인당 GDP가 올해 3만4426달러, 내년 3만6319달러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10월보다 낮아졌지만 각각 1.4%, 1.5% 감소했으나 한국보다는 조정폭이 현저히 작다. 중장기 전망 시나리오도 악화됐다. IMF는 한국의 1인당 GDP가 2027년 3만7367달러, 2028년 3만8850달러 등 완만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같은 기간 대만이 3만8076달러, 3만9452달러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대만에 1인당 GDP를 앞서는 건 올해가 유일하다. 이같은 1인당 GDP 역전은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맞물린다. IMF는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내년 1.4%, 2027년 2.1% 등으로 회복되다가 2028년 2.1%, 2029년 1.9%로 정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대만은 내년 2.5%, 2027년 2.4%, 2028년 2.3%, 2029년 2.2%로 점차 하락하더라도 2%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이 IMF가 국내 경제 성장률을 비관적으로 전망한 배경에는 고환율과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무역전쟁이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관세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IMF는 최근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전세계 성장률 전망을 3.3%에서 2.8%로 하향조정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성장률을 2.0%에서 1.0%로 반토막 내면서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크게 낮췄다. 이에 더해 정국 혼란에 따른 소비 부진과 투자 위축도 국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라훌 아난드 IMF 한국 미션단장은 앞서 23일(현지시간)은 한국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을 두고 "관세 조치 영향뿐 아니라 지난해 말 이후 국내(한국) 정치 상황 변화도 함께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장 하방 압력에 우리나라 1인당 GDP 4만달러 달성 시점도 2029년(4만341)에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당초 IMF는 2027년(4만1031달러)에 한국 1인당 GDP가 처음으로 4만 달러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으나 2년이나 후퇴했다. 또 지난해 전망에서는 2029년에 4만4347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6개월 만에 전망치가 약 10%가량 줄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현재로서는 대만에 1인당 GDP를 추월 당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며 "대선이 끝나고 정책 기조가 크게 바뀌어 내수가 활성화되거나 반도체, 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이 있어야 전망이 바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성장률의 경우도 1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집행돼 0.1%p 상방요인이 생기더라도 연간 0.9% 수준으로 1%를 하회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연간 경제성장률이 1%를 넘기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5-04-28 15:22:261·4분기 성장률이 0.1% 아래로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17일 내놓은 '올해 1분기 및 향후 성장 흐름 평가' 보고서에 나온 내용이다. 자칫하다가는 마이너스 성장도 기록할 수 있다고 하니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2·4분기부터 -0.228%, 0.1%, 0.066%의 분기 성장률을 보였던 한국 경제는 이번에도 0.1%를 넘지 못하면 최초의 '4분기 연속 0.1%대 이하 성장' 기록을 남기게 된다. 저성장 시대의 본격 진입으로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우리 경제에 벌써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은 맞지만, 단지 그것만이 성장률 추락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이미 일본식 장기침체의 입구에 들어선 것은 아닌지, 알 수 없다. 기업으로 보면 현대차와 SK하이닉스 정도가 선전하고 있고 다른 대기업들은 성장성이 거의 정점에 도달한 모습이다. 현대차 또한 지속적 혁신이 없으면 하루아침에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 그만큼 우리 산업과 개별 기업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 언제까지나 세계 시장을 호령할 듯하던 삼성의 현실을 봐도 그렇다. 미국을 이기겠다고 덤비는 중국의 기세는 우리를 뛰어넘을 정도로 강력하다. 많은 인구와 큰 영토, 일사불란한 국가 조직을 앞세운 중국의 돌진은 성과 도출의 시간을 앞당기고 있다. 우리의 기간산업이라고 할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화학 등에서 우리를 추월했거나 추월을 눈앞에 두고 있는 중국이니 인접국가인 한국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 중국을 그토록 경계하는 이유도 이런 급성장세 때문이다. 미국의 상호관세도 사실은 중국을 겨냥한 것일 수 있다. 한국이나 일본, 유럽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애꿎은 피해만 보고 있는 것일 수 있다. 한국의 저성장은 단지 최근에 벌어진 전쟁이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그 결과가 4분기 연속 0.1% 이하 성장률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올해 1~3월 성장률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산업 전반에 걸친 혁신과 경제체질 개혁이 없으면 한국 경제의 앞날은 장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선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고 경제 재도약을 위한 범국가적 협력이 요구된다. 위기의식이 없는 정치권이 가장 큰 문제다. 문재인 정부나 윤석열 정부나 경제 성과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국회는 막 자라려는 싹을 짓누르듯이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도 모자란 게 현재 한국의 경제상황이다. 대형 위기가 한번에 몰려올 수도 있지만, 겨우 목숨을 연명하는 듯한 저성장이 지속되어 경제가 차츰 말라죽을 수 있다. 차라리 외환위기처럼 위기가 닥친다면 경제 주체들이 합심해서 이겨내려는 의지라도 솟아날 것이다. 언제 죽는지 모르고 죽는 이런 점진적 침체가 더 위험한 것이다. 그 조짐이 바로 눈앞에 있는 듯해서 불안하기만 하다. 곧 출범할 새 정부에 기대를 걸어보겠지만, 물길을 바꿀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의 부흥을 이끌 사람을 지도자로 뽑아야 한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없다. 몹시 다급한 때다. 권력 다툼, 이념 싸움으로 허비할 시간이 없다.
2025-04-20 18: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