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전역에 흐르는 하천과 지천을 감성이 담긴 여가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시민들이 '수(水)세권'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수변감성도시'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오 시장은 "서울의 한강과 지천을 보석으로 다듬어 시민들께 되돌려 드리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11일 '서울형 수변 감성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세곡천 수변활력거점을 개장한다고 밝혔다. 서울형 수변 감성도시 프로젝트는 시 전역에 흐르는 물길을 따라 문화 생활과 휴식이 가능한 새로운 유형의 수변공간을 만드는 사업이다. 오 시장은 지난 2022년 서울시 하천과 지천을 손봐 다양한 수변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시는 1자치구 1수변활성화거점을 최종 목표로 내년까지 21개 자치구에 총 27곳을 조성할 계획이다. 세곡천 외에도 서대문구 불광천, 은평구 불광천, 강동구 고덕천이 올해 안에 조성을 끝낸다. 앞서서는 홍제천과 도림천에 수변활력거점을 만들었다. 이날 개장한 세곡천 수변활력거점은 인근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산책할 수 있고, 가족단위를 포함한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게 특징이다. 무대가 설치된 '물맞이공원'을 중심으로 자연·생태체험이 가능한 테라스, 클라이밍, 사면놀이터 등이 설치됐다. 시가 운영 중인 수변활력거점은 시민과 해외관광객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적으로 1호 홍제천에 위치한 홍제폭포 인근에 조성된 '카페폭포'는 개장 후 약 1년 반만에 140만명이 방문하며 그 인기를 확인했다. '카페폭포'는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해외 SNS에서 누적 조회수 3000만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관악구 도림천 수변활력거점도 차도와 주차장으로 접근이 불편했던 도림천 상부에 테라스와 6개의 쉼터를 조성해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오 시장은 "서울 전역을 흐르는 342㎞ 수변공간은 시민 일상과 연결되는 무한한 성장동력"이라며 "수변감성도시가 내 집 가까이에서 휴식과 여가는 물론이고, 다채로운 문화생활을 즐기는 일상 속 힐링 공간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전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24-11-11 10:28:10[파이낸셜뉴스] 7박8일의 발리 일정 중 5일째와 6일째 날은 발리 근교 섬인 '누사페니다' 1박 2일 투어를 갔다. 클룩 앱을 통해 숙소가 포함되지 않은 1박 2일 가이드 투어(차량포함)로 예약했다. 유튜브에서 적어도 5개 이상의 누사페니다 투어 후기 영상을 찾아봤다. 반나절 투어의 경우 왕복 이동에만 몇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너무 촉박하다는 후기가 많았다. 앱에서도 누사페니다 관련 투어 상품이 족히 10여개는 됐는데 숙소 포함 여부, 스노클링 등 액티비티 포함 여부에 따라 비용 차이도 꽤 컸다. 모든 것이 포함된 프로그램의 경우 비용이 많은 대신 편리할 것이었다. 반면 누사페니다를 자유여행으로 온 뒤 오토바이로 여행하는 여행자도 많았다. 하지만 섬의 대부분이 비포장 도로에다 돌맹이와 요철도 많고 길도 좁아 오토바이 초보에게는 위험해 보였다. 다른 투어 프로그램과 비교해 비용이 비싼 편이었기 때문에 나름 심사 숙고해서 숙소 미포함, 1박 2일, 기사 포함 투어를 선택했다. 사누르항구 집결, 누사페니다로 향하다 투어 프로그램을 예약하고 당일 아침, 그랩으로 차량을 잡아 집결지인 '사누르 항구'로 이동했다. 한 편의점 앞에서 모인 뒤 투어 프로그램에 따라 목걸이 형태의 티켓을 발급 받았다. 인솔자를 따라 같은 목걸이를 한 사람들은 같은 배에 타는 시스템이었다. 사람도 많고 별도의 인솔이나 안내도 없었기 때문에 자칫 늦거나, 시각을 착각하면 여행 일정이 꼬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여자저차해서 혼란 없이 사누르항구에서 누사페니다로 가는 배를 탈 수 있었다. 약 40분 정도를 배로 이동한 뒤 누사페니다 섬에 도착했다. 항구 바깥에서 내 이름을 들고 있는 가이드를 만날 수 있었다. 가이드와 함께 그의 차로 이동했고, 이때부터 누사페니다 투어가 시작됐다. 다이아몬드비치와 아투비치 누사페니다 1박 2일 투어는 첫날은 동부, 둘 째날은 서부를 둘러보는 코스였다. 첫날 차를 몰고 가장 먼저 이동한 곳은 다이아몬드비치와 아투비치였다. 주차를 하고 내리면 고지대에서 다이아몬드 비치와 아투비치가 내려다 보인다. 깍아지른 절벽의 구석에 아슬아슬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사진 한 두 장을 찍었다. 보통 동행한 가이드 기사가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준다. 다이아몬드비치의 해변으로 가기 위해서는 경사가 급한 절벽 계단을 15분~20분 가량 내려가야 한다. 슬리퍼나, 크록스를 신고 내려가기에는 약간 주의가 필요하다. 경사가 급하고, 일부 돌계단 지역은 잘못하면 미끄러져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내려가는 계단 중간 중간 관광객들이 기념 촬영을 하느라 멈춰서기 때문에 속도를 내기도 어렵다. 다이아몬드 비치는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았다. 파도가 높고 강해서 주의가 필요하지만 풍광도, 경치도 모두 좋았다. 다만 투어프로그램을 이용해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오랜 시간을 보내기는 어려웠다. 보통 관광객들은 시간 관계상 다이아몬드비치나 아투 비치 중 한 곳을 택해 내려가 둘러보고 오는 경우가 많다. 다이아몬드비치 다음으로는 인근 식당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투어와 연결된 제휴 식당으로 나시고랭, 미고랭 등 기본 메뉴를 선택해 별도 비용 없이 먹을 수 있었다. 맛은 역시나 별로였다. 트리하우스와 텔레토비언덕 점심을 먹고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트리하우스'라는 곳이었다. 이름 그대로 오래된 고목 위에 나무로 지은 집이 있는 사진 명소 같은 곳이었다. 투어에 포함돼 입장 티켓 비용은 없었지만 트리하우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별도로 돈을 내야했다. 몇 천원 정도였는데 사실 그 정도 가치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아서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대신 트리하우스 인근의 해변 절벽을 한 바퀴 둘러봤다. 첫날의 마지막 목적지는 '텔레토비 언덕'이었다. 별다른 풍광 없이 그냥 보통의 언덕이었다. 초록의 풍광이 펼쳐지긴 했지만 발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라 새로울 것도 없었다. 사실 트리하우스와 텔레토비언덕은 1박2일로 프로그램을 늘리기 위해 억지로 넣은 장소 같았다. 첫날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잡은 '링 사메톤 리조트 호텔'로 체크인을 했다. 한동안 휴식을 취하고 저녁은 도보로 이동가능한 '시크릿 페니다 레스토랑 &바'에서 해결했다. 호텔과 마찬가지로 누사페니다 섬의 최북단 해안가에 위치한 식당이라 바다를 향해 테이블을 놓고 떨어지는 석양을 보며 맥주를 마셨다. 음식은 소고기 장조림 같은 발리 현지 요리, 햄버거와 프렌치 프라이를 먹었다. 발리 물가 치곤 상당히 비쌌지만 풍경의 가격이라 생각하면 나쁘지 않았다. 하루 종일 기사를 따라 '깃발 투어'처럼 잠깐 구경하고 이동, 구경하고 이동을 반복하는 것보다 여유롭게 저녁을 먹으며 쉬는 이 시간이 정말로 누사페디나를 즐기는 느낌이었다. 바로 호텔로 들어가기에는 시간이 일러 호텔 근처에 있는 이름모를 카페에서 간단하게 음료와 나초 등 스낵을 더 먹었다. 특별할 거 없는 평범한 카페였지만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하나 만들었다. 엔젤빌라봉과 브로큰비치 다음날은 아침 일찍 체크 아웃을 하고 아침 8시30분쯤 일정을 시작했다. 가이드는 이미 주차장에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었다. 둘 째날의 첫 목적지는 '엔젤빌라봉'과 '브론큰비치'라는 곳이었다. 도보로 5분 정도 떨어진 두 곳은 모두 발리의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엔젤빌라봉의 거대한 암석과 고려 청자 같이 초록 투명한 바닷물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남겼다. 브로큰비치는 아치형 다리 모양의 자연 구조물이었다. 브로큰비치를 따라 한 바퀴 돌며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몇몇 가이드는 멋진 사진을 남겨 주기 위해 높은 나무에 올라 다양한 각도로 관광객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른 아침의 브로큰비치도 나름 매력있었지만, 석양이 질 무렵의 브로큰비치 역시 대자연이 주는 압도적인 풍광과 장엄함이 있다고 한다. 브로큰비치를 보고 차량으로 복귀할 즈음해서 살짝 비가 내렸다. 하지만 소나기 정도로 비가 많이 내리진 않고 금방 그쳤다. 다행이었다. 티라노를 닮은 클리킹비치 클리킹비치는 누사페니다 반나절(하루) 투어에도 반드시 들어가는 곳이다. 그만큼 누사페니다 섬을 대표하는 관광명소여서다. 클리킹이란 새끼손가락을 뜻하는데 사실 오른쪽을 바라보는 티라노사우스를 닮은 것처럼 보인다. 입을 벌리고 있는 티라노의 머리 지형과 오른손으로 절반 하트를 만들어 하트처럼 인증샷을 찍은 사진도 여러장 볼 수 있었다. 클리킹비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지역에서는 원숭이들도 볼 수 있었다. 클리킹비치는 첫 날의 다이아몬드 비치처럼 돌계단을 따라 해변가까지 내려갈 수 있다. 누사페니다의 여러 해변 중 가장 해수욕을 하고 싶은 장소였지만 다음 목적지가 있어 모두다 내려가는 대신 중간쯤에서 사진을 여러장 남기고 다시 올라왔다. 절반 정도만 내려갔는데도 날이 더워 땀이 한바가지 쏟아졌다. 클리킹비치를 보고 인근의 식당에 들려 점심을 먹었다. 전날 먹었던 식당과 달랐지만 메뉴는 같았다. 가장 안전한 미고렝(볶음면)을 먹었다. 역시나 별로 맛이 없었고, 슬슬 미고렝이 질려갔다. 누사페니다 투어의 마지막 행선지는 '크리스탈 비치'였다. 한 시간 정도 해수욕을 하거나 쉴 수 있다. 이미 질릴도록 해변을 봤기 때문에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1박 2일쯤 되면 보통 피곤하기 때문에 가이드에게 이곳을 생략하고 바로 발리 본섬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해변가에서 적당히 물장구를 치고 놀다, 과일 주스를 한잔 마시고 누사페니다 투어를 마쳤다. 차를 타고 누사페니다 섬 항구로 가서 한동안 기다린 뒤에 보트를 타고 본섬으로 돌아왔다. 꾸따로 이동 사누르 항구로 도착해 다시 그랩으로 차를 불러 마지막 숙소가 있는 '꾸따' 지역으로 향했다. 발리 서부 해안가 지역은 서핑으로 유명한데 이번 투어에서는 '서핑'이나 '풀 클럽(수영장 클럽)'은 가보지 못했다. 숙소는 '율리아 비치 인 쿠타'라는 곳으로 위치도, 시설도 괜찮았다. 발리 서쪽 서핑 지역은 총 3개의 비치가 있는데 내가 머물렀던 '꾸따'는 가장 오래되고 퇴락해 가는 중이라고 한다. 그 위쪽으로 세미냑 비치, 짱구 비치가 있는데 요즘은 이 두 곳이 더 핫하다고 한다. 1박 2일의 투어로 피곤했기 때문에 숙소에서 샤워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저녁은 호텔 근처를 한 바퀴 산책하고 눈에 보였던 '돈 주앙 멕시칸 레스토랑 앤 바'라는 곳에서 해결했다. 당시 핸드폰이 고장나서 음식 사진을 찍지는 못했는데 개인적으로 발리에서 갔던 식당 중 가장 맛있게 먹은 곳이었다. 한국에서 종종 먹었던 '온더보더'나 다른 멕시칸 레스토랑 대비 가성비도 좋고 고기도 풍성하고, 소스도 다양했다. #OBJECT0#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7-12 16:42:33[파이낸셜뉴스] "있잖아요, 하지메씨, 사진으로부터는 아무 것도 알 수 없어요. 그것은 그저 그림자와 같은 거에요. 진짜인 나는 아주 다른 곳에 있는 거에요. 그건 사진에는 찍혀지지 않아요." 라고 그녀는 말했다. 20대 무렵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는 위와 같은 문장이 나온다. 당시에 나는 하루키의 또 다른 소설 '상실의 시대'에 나오는 와타나베 같은 남자가 멋지다고 생각했다. 와타나베는 세상 대부분의 일에 무신경한듯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귀여운 여자애들이 끊임 없이 다가온다. 나랑 비슷한 갓스무살 정도에 불과하지만 노련한 셰프처럼 섹스 따위는 계란 후라이를 부치는 것처럼 간단하게 해결한다. 당시엔 생소했던 버드와이저라는 미국 맥주를 혼자서 마시며 분위기를 잡는 와타나베를 보며 '이것이 어른 남자인가' 하고 혼자 생각했다. 와타나베에 대한 동경과 20대 초입의 애송이 감성이 더해져 당시(2004년)에 나는 사진을 찍는 행위를 매우 기피했다. 소중한 순간에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의 렌즈를 드는 것(스마트폰 대신 DSRL 이라는 카메라가 유행이었다.) 은 정말 바보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공짜 렌즈가 2개나 있는데 굳이 세상과 내 눈 사이에 또 다른 가짜를 둘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추억의 소환, 기억의 저장 장치로서 사진의 의미도 폄훼했다. 어차피 정말 멋진 풍광과 장면이라면 기억에 남을 것은 남을 것이다,라고 야심차게 생각했다. 어차피 기억속에서 잊혀질 것이라면 그만큼의 임팩트가 없었던 것 뿐이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사진 속에 찍힌 나를 확인하는 일도 유쾌하지 않았다. 뭐 하나 이쁜 구석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행을 가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다. 전과 비교하면 기억력이 눈에 띄게 나빠져서 사진으로라도 남겨 놓지 않으면 여행이 잘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또 사진을 남겨 놓으면 나중에 지금처럼 뭐라도 쓰는데 자료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의 목적이 '사진' 자체가 되버리는 것은 여전히 곤란하다. 광고에서 본 그곳, 인증샷 명소 '렘푸양 사원' 발리 호텔을 예약하고 난 뒤 유튜브 광고(아고다)에서 가장 많이 본 곳 중에 하나가 바로 '렘푸양 사원'이다. 렘푸양 사원은 발리 동쪽 지역에 위치한 발리에서 가장 오래된 힌두교 사원 중 하나다. '천국의 문'이라고도 불리는 조형물 너머로 아궁산이 펼쳐지며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관광지로 유명하다. 몇 년 전 JTBC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도 나오며 한국인은 물론 전세계 관광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발리에서는 절벽 같은 곳에서 형형 색색의 비단 천을 두른 채 공중 그네를 타는 '발리스윙'과 함께 '렘푸양 사원'이 인생샷 맛집으로 꼽힌다. 호텔 조식을 간단히 챙겨먹고 오토바이를 타고 렘푸양 사원을 향해 달렸다. 우붓에서 약 70km, 오토바이로 2시간이 넘게 걸리는 초 장거리 여행이었다. 엉덩이와 허리도 아프고 날씨는 한국의 여름처럼 덥고 습했다. 발리의 교통 체증은 베트남 호치민 못지 않을 정도였다. 중간에 '미쉐'라는 베트남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려 밀크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같이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린 현지인 아저씨는 살아있는 닭 10여 마리를 물구나무 선채로 묶어서 이동하고 계셨다. 생사의 뒤안 길에서 '피꺼솓' 상태로 강제 이동중인 닭을 보고 있자니 내 허리와 엉덩이 통증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렘푸양 사원 인근에 오토바이를 주차하고, 버스표를 끊고, 렘푸양 사원까지 관광객 전용 버스로 올라갔다. 입장료 티켓에는 번호가 적혀져 있는데 후에 인증샷을 위한 번호표의 역할까지 하게 된다. 렘푸양 사원에 다다르니 말 그대로 수백명의 관광객이 사진을 찍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300 몇 번인가를 받았는데 물어보니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3시간에서 4시간 가량 걸린다고 했다. 깔끔하게 사진을 찍는 것은 포기했다. 천국의 문 사이에서 포즈를 취하면 전문 사진사가 사진을 찍어줬다. 전문 사진사는 핸드폰 카메라의 렌즈 바닥에 거울 같은 것을 받치고 사진을 찍는데 완성된 사진은 마치 유우니 사막에서 찍은 것처럼 상하 반전으로 대칭을 이룬다. 사진은 마치 천국의 문 아래에 호수가 있고 그 호수에 비친 것처럼 상하 데칼코마니를 이룬 형태다. 많은 관광객들이 자신의 번호가 불리기를 기다리며 그늘이 처진 천막에서 잠을 자거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장의 사진을 남기기 위해 다른 일정 미뤄두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말 그대로 '인스타 명소'의 실상이었다. 만약 해당 사진을 찍고 싶다면 새벽부터 서둘러 이곳에 오거나, 특별히 사진에 관심이 없다면 개인적으로 그닥 추천할 만한 곳은 아니었다. 2시간 이상을 달려 왔음에도 천국의 문을 제외하고 몇몇 돈을 받고 사진을 찍어주는 포인트를 제외하면 사실 별로 볼 것도 없었다. 내 맘속 발리 1등 띠르따 강가, 띠르따 앰플 렘푸양 사원 다음 향한 곳은 '징검다리 물고기 사원'으로 여행 전에 저장해 둔 '띠르따 강가'라는 곳이었다. 카랑아슴 왕국의 마지막 왕이 설계한 수상 정원이라고 한다. 띠르따 강가는 수만, 수십만 마리의 잉어가 사는 사원이다. 잉어들이 사는 호수의 수면 보다 살짝 높은 위치에 기둥 형태의 징검다리가 있다. 징검다리에 올라 발 밑으로 내려 보이는 수많은 잉어를 볼 수 있다. 정원의 규모도 상당해서 산책을 하며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와 경치, 사람을 볼 수 있다. 많은 방송 프로그램 등에서 띠르따 강가의 전체 조광을 '버드 아이' 시점에서 볼 수 있는 드론 영상을 보여줬는데 영상을 보는 순간 꼭 가고 싶다고 생각한 곳이었다. 실제로 발리 여행 중 갔던 사원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다. 집에서 '물생활(물고기를 기르는 것)'을 하고 있는데다 살아 있는 것들을 보는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원하면 물고기 먹이를 사서 줄 수도 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물고기들이 있었는데 그 만큼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서 먹이를 준 탓인지 물고기들의 '몸빵(몸집)'이 다들 어마어마 했다. 띠뜨따 강가를 둘러보고 배가 고파 늦은 점심을 먹었다. 사원 바로 근처에 있는 '카페 벤자'라는 곳에서 먹었는데 관광지 내부 식당이라 그런지 맛도 형편 없었고 가격도 비쌌다. 특히 이곳에서 얼음이 들어간 음료수를 먹었는데 음료수에 들어간 얼음이 상태가 좋지 않았던 탓인지 이후에 살짝 배가 아프기도 했다. 다음으로 향한곳은 띠르따 엠풀이라는 또 다른 사원이었다. 이 곳은 사람들이 물속에 들어가 성수로 몸을 씻고 소원을 비는 세레모니로 유명한 곳이었다. 많은 관광객들이 얼마간 비용을 내면 초록색 승복 같은 걸 받고, 수영장 같은 곳으로 들어가 몸을 씻고 소원을 비는 의식을 진행한다. 어깨 너머로 구경해 보니 성수로 몸을 씻는 방법과 기도를 하는 정해진 절차와 순서가 있었다. 유럽과 서구권에서 온 서양쪽 사람들이 특히 이 의식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이 곳도 다른 사원과 마찬가지로 생리 중인 여성의 출입이 금지됐다. 하지만 생리 중인 여성을 일일이 확인하는 절차는 없기 때문에 관광이 목적이라면 둘러 보는 것 정도는 괜찮아 보였다. 마음 속에 부정적인 미신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면 말이다. 스타벅스에서 보는 사라스와띠 사원 오토바이를 몰고 다시 우붓에 있는 숙소로 돌아왔다. 땀과 먼지 매연에 절어 바로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에는 '사라스와띠' 사원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을 갔다. 매일 저녁 '사라스와띠' 사원에서는 발리 전통 춤 공연이 열린다. 바로 옆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이 하나 있는데 사원 쪽을 향한 테이블 한 두 곳에서는 벽 너머로 해당 공연을 볼 수 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공짜로 공연도 슬쩍슬쩍 볼 수 있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잠깐 회사 업무를 처리해야 될 일이 있어 한 시간 가량 일을 해야 했다. 커피를 마시고 우붓 팰리스 인근을 한 바퀴 산책한 뒤에 저녁은 전날 먹었던 골목에서 해결했다. '토로스시'라는 일식 가게로 초밥과 롤, 라멘 등을 주문해 먹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가격대가 있는 집이라 인테리어, 2층 창가쪽 테이블의 분위기는 좋았다. 다만 음식은 나쁘지 않은 정도였다. 일식이나 웬만한 양식 등은 사실 요즘은 서울이 더 맛있는 것 같다. 특히 이곳 라멘의 경우 냉동으로 된 우동면 같은 게 나와 가격 대비 별로였다. 저녁을 먹고 마지막으로 간 곳은 식당 바로 근처에 있는 '아사이퀸'이라는 아사이볼 전문가게였다. 다양한 요거트에 신선한 과일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 발리에서 이삼일에 한 번꼴은 아사이 볼을 먹었는데 이곳의 아사이볼은 가성비도 좋고 맛도 괜찮았다. 특히 주문을 하면서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말했더니 작은 초를 하나 선물해 주셨다. "뜨리마까시(감사합니다)" #OBJECT0#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7-05 17:16:15이 세상에 태어나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이것은 내 것이다'라는 대상이 있을까요? 자연도 결코 내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고, 일생 땀 흘리며 내 것으로 만든 '집'이나 값나가는 재산도 결국 내 것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더욱 가장 가깝다는 남편이나 자식도 '내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더불어 함께 바라보거나 터치할 수는 있어도… 그렇지요 서로 은밀히 안고 자식을 낳는 관계라도, 그렇게 태어난 자식도 완벽하게 내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마음 아픈 일이지만 다 아는 일이지요. 그 외 친구나 동료는 더 말할 필요도 없는 것 아닙니까. 마음도 마찬가지, 팔 수도 살 수도 없지만 줄 수는 있기에 타인에게 온힘을 기울인다면 위로와 힘이 되어 내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요.'내 신발' '내 핸드백' 정도로 내 것이라고 잘라 말할 수 있을지 그것도 의문입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시간'은 완벽하게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루 24시간 한달 365일 그 모든 시간은 내 것이라고 답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내가 살아 있다면 그래요 살아있는 동안 시간만큼은 내 것으로 말할 수 있겠지요. 결코 다른 사람보다 적게 받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시간처럼 공평한 것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런데 사용의 가치는 서로 다릅니다. 각자 사용의 가치에 따라 시간은 그 무게를 다르게 합니다. 그 가치도 다르게 합니다. 그러나 이 시간은 사용하는 대로 줄었다 늘었다 하는 변화무쌍을 가지고 옵니다. 시간은 그 자체 오염과 왜곡이 없습니다. 그 시간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통렬하게 주어진 시간을 시간이라는 개념으로 바로 활용해 바른 시간을 만들어 갑니다. 그런 경우 그런 사람에게는 한 시간을 열 시간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시간의 의미를 짓뭉개며 사용하는 사람은 열 시간을 한 시간으로 줄이고 맙니다. 누군가는 말했습니다. 시간을 어리석게 쓰는 일이야말로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나쁜 일이라고요. 물론 시간은 어느 날 딱 멈추는, 더 이상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없게 멎어 버리는 잔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내 것'으로 존재하면서 늘 같은 시간을 분배하지만 이렇게 어느 선을 딱 잘라버리는 잔인성을 그 어떤 과학도 종교도 탓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내가 아는 한 스승님의 별명은 '시간의 조각가'라고 부릅니다. 이제 90세가 넘어 젊은 날의 절반도 하지 못합니다만 20년 전만 해도 눈부신 하루를 보내는 것을 지켜본 적이 많습니다. 그분은 아침 5시30분에 일어나 가벼운 체조를 하시고 새벽 산책을 길지 않게 합니다. 정원 정리를 하시면서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신문을 읽고 이웃에 폐가 되지 않는 시간쯤 피아노를 치고 하모니카 불고 그다음 시간이 아침식사 시간입니다. 그 이후의 일이 무궁무진합니다. 점심은 꼭 여러 사람과 합니다. 그 스승님의 가장 좋은 부분은 오후 2시부터 딱 한 시간 노래 부르는 시간이 있습니다. 20년을 지속한 회사 노래반을 운영했습니다. 회사 교육시설을 직접 관리하시고 회사 이미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기도 하셨습니다. 왠지 그분 앞에서 고개가 숙여지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시간이란 사용하기에 따라 하루 24시간이 마치 240시간같이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시간의 '두께'라고 부릅니다. 가족의 시간, 회사의 시간, 친구들과 후배들을 만나는 사랑의 시간, 개인적 발전을 위해 노력하시는 시간을 합치면 그 두께는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빈둥빈둥이라는 말이 있지요. 때로는 그런 시간도 휴식이라는 이름으로 의미가 있긴 하겠지만 시간은 나에게 주어졌을 때 의미를 만들어 가는 작업이야말로 그 사람의 가치를 만들어 갑니다. 사실 완전히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중에 '마음'이 있습니다. 마음이야말로 내 것이고 내가 주인인데 이 마음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참 많았습니다. 웃고 싶은데 울거나 울고 싶은데 한 번도 내보이지 않고 눈을 감은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제 마음인데 제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일은 허다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마음은 살 수도 팔 수도 없는 것이지만 오직 줄 수는 있는 것이어서 미덕이기도 하고 외로움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마음은 날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보다 남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일 때 나를 위로하고 내 힘을 만들어 주는 일입니다. 아마도 그 순간 '시간'도 날 위한 내 것의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요.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 365일, 가족과 친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무게와 가치는 크게 달라지겠지요시간과 마음은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지만 인생에서는 가장 소중한 바탕이 되는 생명 그 자체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마음을 먹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의지를 큰맘 먹는다고 하지 않는지요. 가령 나이 들어 내 몸이 아픈데 그 옛날 어머니의 아픔이 생각나는 일입니다. 어머니의 통증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나의 통증은 모든 사람이 알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 젊은 날의 왜곡이 지금은 큰맘 먹고 뉘우치는 마음을 헤아립니다. 시간과 마음은 남을 돌볼 때 나의 위로가 되는 시간과 마음은 결코 낭비되어서는 안 되는 절대가치를 지니고 있는 바로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시간 살아있는 마음, 이것이야말로 바로 나의 전 재산입니다. 분명 나의 것으로 존재하는 이것의 용도를 고민해야 하는 계절입니다. 가을이 아름답게 익어 갑니다. 산정으로 타오르는 단풍을 바라보는 만큼 내 것이 되는 것이라고 내 마음에게 내 마음이 말합니다. 마음이여! 나의 시간이여!
2023-10-17 18:33:08긴 추석이 끝나고 일상에 복귀하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온종일 멍한 느낌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는 연휴 기간에 맞춰졌던 생체 리듬이 원래 일상생활에 적응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졸리고, 온몸에서 맥이 빠지며, 소화도 안 되고, 미열이 나는 등 1주일이 넘게 무기력증이 이어지면 명절후유증을 의심해야 한다.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는 27일 "명절후유증을 방치하면 업무능력 저하, 사고 유발, 만성피로, 우울증 등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며 "조기에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명절후유증을 줄이려면 '완충시간'을 두는 것이 좋다. 연휴 마지막 날 밤이나 연휴 다음 날 새벽에 급하게 귀가하는 것보다 조금 여유를 두고 전날 아침에 집에 돌아와 하루 정도는 집에서 편안히 휴식시간을 갖도록 한다.연휴 마지막 날에는 △평소 기상시간 지키기 △식사도 평소 시간대에 맞추기 △산책 등 가볍게 운동하기 △출근 복장과 물품을 미리 챙겨 놓기 △일찍 잠자리에 들어 충분한 수면으로 피로 풀기 등을 지키면 명절후유증 극복에 도움이 된다. 일상에 복귀한 뒤 1주일 정도는 생체리듬을 회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불규칙한 식사와 일과 후 늦은 술자리는 피하고 하루 6~8시간 충분히 자도록 한다. 그래도 피곤하다면 본격적으로 자는 것이 아니라, 점심시간 동안 20분 이내로 잠깐 눈을 붙이는 것이 좋다. 몸의 피로회복 능력도 높이기 위해서는 물과 과일, 야채를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비타민제도 도움이 된다. 또 명절후유증 극복에는 스트레칭도 도움이 된다. 손목, 목, 어깨 여기저기에 뭉치고 뻣뻣한 근육을 풀어줌으로써 몸의 긴장을 이완시켜주도록 한다. 선우 교수는 "피로하다고 커피나 탄산음료를 많이 마시면 중추신경이 자극돼 피로감만 더해진다"며 "따뜻한 물에 10분 정도 가볍게 샤워를 하고 가급적 낮은 베개를 사용해 바닥과 목의 각도를 줄이고 몸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강규민 기자
2023-09-27 16:00:25[파이낸셜뉴스] 긴 추석이 끝나고 일상에 복귀하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온종일 멍한 느낌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는 연휴 기간에 맞춰졌던 생체 리듬이 원래 일상생활에 적응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졸리고, 온몸에서 맥이 빠지며, 소화도 안 되고, 미열이 나는 등 1주일이 넘게 무기력증이 이어지면 명절후유증을 의심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는 27일 "명절후유증을 방치하면 업무능력 저하, 사고 유발, 만성피로, 우울증 등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며 "조기에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명절후유증을 줄이려면 ‘완충시간’을 두는 것이 좋다. 연휴 마지막 날 밤이나 연휴 다음날 새벽에 급하게 귀가하는 것보다 조금 여유를 두고 전날 아침에 집에 돌아와 하루 정도는 집에서 편안히 휴식시간을 갖도록 한다. 연휴 마지막 날에는 △평소 기상시간 지키기 △식사도 평소 시간대에 맞추기 △산책 등 가볍게 운동하기 △출근 복장과 물품을 미리 챙겨 놓기 △일찍 잠자리에 들어 충분한 수면으로 피로 풀기 등을 지키면 명절후유증 극복에 도움이 된다. 일상에 복귀한 뒤 1주일 정도는 생체리듬을 회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불규칙한 식사, 일과 후 늦은 술자리는 피하고 하루 6~8시간 충분히 자도록 한다. 그래도 피곤하다면 본격적으로 자는 것이 아니라, 점심시간 동안 20분 이내로 잠깐 눈을 붙이는 것이 좋다. 몸의 피로회복 능력도 높이기 위해서는 물과 과일, 야채를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비타민제도 도움이 된다. 또 명절후유증 극복에는 스트레칭도 도움이 된다. 손목, 목, 어깨 여기저기에 뭉치고 뻣뻣한 근육을 풀어줌으로써 몸의 긴장을 이완시켜주도록 한다. 선우 교수는 "피로하다고 커피나 탄산음료를 많이 마시면 중추신경이 자극돼 피로감만 더해진다"며 "따뜻한 물에 10분 정도 가볍게 샤워를 하고 가급적 낮은 베개를 사용해 바닥과 목의 각도를 줄이고 몸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3-09-17 15:00:16“나의 가장 좋은 방, 언제든지 손님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 응접실은 바로 집 뒤에 있는 소나무 숲이었다. 그곳에는 햇빛도 거의 닿지 않아 아주 보드라운 이끼 카펫이 깔려 있었다.” 미국의 사상가이자 문학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는 1854년 펴낸 산문집 '월든'에서 한 점의 수채화를 그리듯 숲을 묘사했다. 그는 2년간이나 통나무 오두막집에 머무르며 고독의 시간을 보냈지만 홀로 핀 꽃이나 곤충들이 그러하듯 외롭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그는 “돈은 없었지만 햇빛 찬란하게 빛나는 시간과 여름날을 마음껏 누렸다는 점에서 나는 부자였다”며 숲이 주는 풍요를 증언했다. 뜨거운 햇살을 피한 청량한 숲에서 사색의 시간을 누리다 보면 우리도 그처럼 천혜의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 휴가 동안 만이라도 SNS와 단절하고픈 현대판 소로들을 위해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가볼만한 숲 여행지 5곳을 소개한다. ‘나무의 제왕’ 금강소나무가 반기는 곳, 강릉솔향수목원 숲은 낮에는 초록빛 싱그러움으로, 밤에는 상쾌함으로 더위를 잊게 해준다. 강릉솔향수목원은 칠성산 자락에 있다. 줄기가 붉고 곧게 자라는 금강소나무가 집단으로 자생하는 곳이다. 우리나라 대표 수종인 금강소나무는 피톤치드를 다량 발산하고 자태가 빼어나 ‘나무의 제왕’이라 불린다. 수목원의 대표적인 관찰로는 천년숨결치유의길이다. 금강소나무 외에 주목과 서양측백이 어우러져 최적의 삼림욕 코스를 완성했다. 하늘정원도 놓치면 안 될 코스다. 이곳 전망대에서 강릉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 너머로 푸른 바다가 동화처럼 펼쳐진다. 예부터 용소골이라 불린 맑고 깨끗한 계곡도 매력적이다. 탐스러운 꽃을 피운 수국원은 한여름 정취를 느끼기 좋다. 비비추원에는 보랏빛 꽃이 만발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솔숲광장에서 마음껏 뛰놀자. 널찍한 잔디밭과 귀여운 곰을 형상화한 포토존이 인기다. 야간 개장에 맞춰 수목원에 가면 낮과는 또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몸과 마음이 잠자듯 쉬어가는 곳, 안면도자연휴양림 충남 태안군 안면도는 국내 유일한 해안 국립공원인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속할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1992년 9월 개장한 안면도자연휴양림에는 우리나라 토종 붉은 소나무인 안면송이 집단으로 자생한다. 무장애나눔길, 스카이워크, 치유의숲길을 비롯해 5개 봉우리로 이어지는 조개산 등산로 등 남녀노소가 걷기 좋은 소나무 숲길을 고루 조성했다. 숲속의집(한옥 포함)과 산림휴양관, 산림전시관, 숲속교실, 산림수목원, 잔디광장, 어린이 놀이터 등이 갖춰져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안면도에 자생하는 꽃과 나무를 만나는 안면도수목원, 태안읍 일대와 서해안의 풍광이 한눈에 담기는 백화산구름다리도 여행의 필수 코스다. 안면도에서 가장 큰 해수욕장이자 낙조 명소인 꽃지해수욕장에서는 해 질 무렵 붉게 물드는 백사장과 바위 너머로 떨어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다. 500년 넘은 신송들의 성지, 울진금강소나무숲길 울진금강소나무숲길은 조선시대 보부상의 애환이 서린 십이령옛길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금강소나무 군락지가 어우러진 길이다. 산림청이 국비로 만든 1호 국가숲길로, 지난 2010년 7월에 1구간이 열렸다. 총 7개 구간(79.4km) 가운데 현재 5개 구간을 운영한다. 이중 난도가 가장 낮은 가족탐방로는 총 거리 5.3km, 숲에서 먹는 점심을 포함해 3시간쯤 걸린다. 예약 탐방 가이드제를 시행하고 탐방은 무료로 운영한다. 불영사계곡 너른 터에 자리 잡은 불영사는 주차장에서 들어가는 길에 미끈한 금강소나무가 즐비하다. 노랑어리연꽃이 만개한 연못 앞 벤치에 앉으면 산에 폭 안긴 듯 편안한 기운이 감돈다. 숲에서 하룻밤 묵고 싶다면 통고산자연휴양림이 제격이다. 긴 계곡을 따라 야영장과 숙박시설이 들어서 쾌적하다. 바다를 보고 싶다면 죽변항에 들어선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을 타보자. 2.8km 구간을 따라 느리게 달리며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자작나무의 청량함에 더위를 잊는 국립김천치유의숲 국립김천치유의숲은 소백산맥의 명산으로 꼽히는 수도산 8부 능선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서 운영하는 국내 치유의숲 중에서도 평균 고도가 높아, 경북 이남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자작나무 숲을 품고 있다. 김천(구미)역에서 자동차로 50분 거리, 말 그대로 오지다. 52만㎡ 규모에 자작나무, 잣나무, 참나무, 낙엽송, 전나무 등 수종이 다양하다. 산림복지 전문기관이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해 숲길과 쉼터, 건강의 삼박자가 조화를 이룬다. 치유의숲길은 관찰의숲길(1.6km), 아름다운모티길(5.7km) 등 4개 코스가 있다. 전 구간이 완만해 걷는 데 어려움이 없다. 자작나무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의 청량함을 만끽하고, 150년 된 아름드리 잣나무에 매단 해먹(그물침대)에 누워 ‘숲멍’을 해볼 수 있다. 얼음장 같은 무흘구곡 상류에 발까지 담근다면 더위가 저만치 달아난다. ‘대(竹)’ 향연이 바람처럼 흩날리는 곳, 섬진강대숲길 전남 구례 섬진강대숲길은 섬진강과 지리산을 품은 풍광으로 담양 대숲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일제강점기 섬진강 일대에서 사금 채취로 강변 모래밭이 유실되자 마을주민 김수곤씨가 대나무를 심은 게 섬진강대숲길의 출발이다. 정자 쉼터가 있는 초입부터 완만한 경사를 따라 600m 구간이 이어진다. 곳곳에 놓인 벤치는 단순 휴식보다는 빼곡한 숲을 바라보라는 전망대에 가깝다. 초록 선이 빗살처럼 가득한 대숲을 올려다보며 눈과 마음을 씻기에 좋다. 중간 지점 섬진강 쪽으로 뻗은 샛길에 마련된 그네가 포토존 역할을 한다. 야간에 하는 '별빛 프로젝트’에서는 사방에서 반짝이는 반딧불이 조명에 둘러싸여 신비로운 밤을 만날 수 있다. 이외에 섬진강대숲길 강 건너 오산 사성암(명승)도 구례 전망 명소다.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 든 천은사 상생의길&소나무숲길, 안재명·진가경 부부가 10년 남짓 가꿔온 천개의향나무숲은 매혹적인 운치와 향으로 방문객들의 숨을 고르게 한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3-08-03 06:38:01[파이낸셜뉴스] 렌터카를 빌려 떠난 근교 도시에서의 하루는 후쿠오카 도심에서 보낸 3일과도 바꾸지 않을 만큼 더 풍성했다. 근교 도시에서 2박은 온천과 료칸의 도시 유후인, 규슈의 '작은 교토'라 불리는 히타에서 각각 1박씩 묵었다. 특히 목적지로 이동간 중간중간 들렸던 '지온노타키 폭포'나,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에 나왔던 '분고모리 역', 지상 173m에 아찔하게 펼쳐진 '코코노에 꿈의 대현수교' 등은 렌터카 여행이 아니었다면 보지 못했을 장소였다. 이 밖에도 구글 지도에서 우연히 찾아 들리게 된 작은 공원에서 보게 된 히타의 석양, 공원 연못에서 만난 초대형 잉어와 철갑상어 등도 이색적인 볼거리 였다. ■날씨는 비, 온천의 도시 유후인으로 향하다 "방금 위험한 여자라고 생각했지?" "그게..." "괜찮아. 어차피 인간이라는 건 모두 조금씩은, 어딘가 이상한 생물이니까." 마치 그녀가 세계의 비밀, 그 자체인 것처럼 보인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 '언어의 정원'의 한 장면이다. 구두공이 꿈인 15살 남자 고등학생과 미각 장애를 가진 27살의 고전문학 여선생은 비오는 날 공원에서 우연히 만나 서서히 가까워진다. 후쿠오카에서의 3일째 아침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카타 인근의 렌터카 회사에서 경차를 빌려 목적지인 유후인으로 향했다. 당초에는 유후인에 도착하기 전 중간 중간 다양한 명소들에 들릴 계획이었으나 쏟아지는 비로 계획을 변경했다. 하필 여행 중에 만난 비는 불청객이었지만, 좋게 생각하면 장거리 이동이 있는 날 비가 와서 다행이었다. 오후 1시쯤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다. 'imi ola house'라는 이름의 독립 별체형 숙소였다. 유후인에서는 대부분 당일 저녁 가이세키 요리와 다음날 조식까지 나오는 료칸에서 묵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굳이 료칸에서 값 비싼 가이세키 요리를 먹느니 보다 유명한 식당에서 따로 먹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또 해당 숙소의 평점은 다른 곳이 7~9점인 것과 달리 거의 만점에 가까웠다. 홈페이지에서 본 주인장이 기르는 고양이 역시 귀여워 보였다. 집 주인은 30대 후반의 일본인 여성이었다. 얼리 체크인이 가능한지 문의했으나 집 청소 등으로 오후 3시에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비닐 우산 2개를 빌려 차를 몰고 긴린코 호수로 향했다 유후인에 오면 누구나 찾는 긴린코 호수는 수온과 공기의 온도 차로 인해 물안개가 떠 있는 경치로 유명하다. 호수의 온도도 온천수가 흘러들어가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편이라고 한다. 긴린코 호수부터 시작해서 유후인 역으로 가거나 반대 방향으로 도보 투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길을 따라 '금상고로케'를 비롯해 '닭튀김', '벌꿀아이스크림', '치즈푸딩' 등 먹거리가 넘쳐난다. 또 이색적인 상점과 기념품 샵도 많아 어디에 들리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부모님과 형 등 가족으로 구성된 우리 일행은 비가 왔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 구경하지는 못했다. 가장 먼저 들린 곳은 '하나 요리'라는 카페로 경단과 인절미떡, 녹차 아이스크림, 커피 등을 파는 곳이었다. 이후 거리를 따라 펼쳐진 다양한 상점을 구경하고 금상고로케와 닭 튀김을 먹었다. 숙소로 가기 전 편의점에 들려 도시락과 아사히 캔 맥주, 음료, 간식, 초밥 등을 싸왔다. 숙소는 4명이 묵기에도 충분히 넓었다. 온천은 숙소 내부에 작게 마련돼 있었다. 가족탕으로 쓰기엔 좁았고 1명이나 2명 정도가 적당한 사이즈였다. 온천수 샤워를 하고 넷플릭스로 한국 방송을 틀어 놓고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다. 주인장은 사보오 군이라는 고양이와 둘이 살고 있었다. 숙소에 들어오고 간단하게 규칙을 알려주는데 고양이가 거실에 있을 때는 절대로 외부로 나가는 창문이나 들 창을 열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호스트는 미국과 호주 등 다양한 곳에서 외국 생활을 하고 몇 년 전부터 꿈이었던 전원 생활을 위해 이 곳에서 고양이와 둘이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조만간에 유기묘 1마리를 더 입양할 생각이라고 한다. 다음날 조식 준비를 위해 밥을 얹히는 그녀에게 부모님은 궁금한 게 많았던지 이것저것 물어보셨고 나는 중간중간 말을 전달했다. 'imi ola house'의 뜻을 물어보자 "물고기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했다. 외할아버지가 쓰시 던 집을 수리해 현재는 게스트하우스로 쓰고 있으며 한국 관광객은 물론 일본, 다양한 국적의 손님이 찾는다고 했다. 그녀의 남동생은 현재 한국인 아내를 만나 한국에 살고 있다고도 했다. 의례적인 인사로 "다음에 한국에 놀러와라"고 물어봤지만 "사보오 군(고양이) 때문에 외국을 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벳푸 지옥온천 보고 히타로 가는 길 다음날 아침 8시30분, 조식은 숙소의 호스트가 직접 만들어서 대접해 줬다. 계란말이와 연어구이, 미소국과 매실 짱아찌, 당근채 무침, 연두부 등 소박하고 정갈한 일본 가정식이었다. 아침을 먹고 짐을 싸서 벳푸로 향했다. 벳푸에는 총 7가지 주제로 '지옥온천 투어' 상품이 유명하다. 호스트에게 물어보니 '바다 지옥'을 추천한다고 해서 그 쪽으로 향했다. 바다 지옥의 입장료는 1인당 450엔, 7가지 모두를 보는 입장권은 2500엔 정도였다. 하지만 굳이 비슷한 컨셉의 온천을 모두 둘러보기 보다 바다 지옥을 찬찬히 둘러보기로 했다. 바다 지옥은 말 그대로 중앙의 메인 온천이 푸른 빛깔로 보였다. 온천 근처에 갤러리와 상점이 있고 온천으로 가는 호수와 주변의 산책로도 꽤나 방대한 넓이 였다. 온천을 보고 나오는 길에는 족욕을 할 수 있는 곳도 별도로 마련돼 있어 뜨끈한 온천 물에 발을 담그고 20분 정도 휴식을 취했다. 바다 지옥을 보고 다시 렌터카를 탔다. 다음 목적지는 사기리다이 전망대. 사기리다이 전망대는 유후인에서 벳푸로 넘어가는 고개 중턱에 있다. 국도 한 켠에 차를 세우고 내려다 보면 유후인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전날과 달리 날씨가 맑아 반대편 하늘 끝까지 보일 듯 했다. 전망대를 지나 이동을 하는 동안에는 창문을 열고 달렸다. 시원한 산 공기와 눈 앞에 펼쳐진 6월의 푸른 녹음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됐다. 산 길은 대관령을 오르는 국도처럼 꼬불꼬불하고 휘어졌으나 그것 역시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 다음으로 들린 곳은 '코코노에 꿈의 대현수교' 였다. 400엔인가 500엔의 입장료가 있었다. 벳푸에서 온천 2곳을 둘러 보는 것보다 확실히 온천 1곳과 현수교를 보는 편이 훨씬 더 나은 선택이었다. 현수교 위에서는 건녀편의 절벽과 폭포가 한눈에 보인다. 현수교 이 쪽과 저 쪽에서 각각 도장을 찍는 인증 이벤트도 있다. 현수교를 둘러보니 시간은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식당이 문을 닫거나 먹을 만한 메뉴가 없어서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코코노에마치의 한 우동집을 검색하고 도착했지만 식당은 영업 종료 시간보다 1시간 빠른 2시에 이미 장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중간에 'A 쿠프'라는 대형 마트에 들려 도시락과 간식을 사서 늦은 점심을 떼웠다. 이후 도착한 곳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에 나왔던 분고모리 역사였다. 수십년 전 역사의 모습을 간진학 폐건축물과 검은색 철도가 놓여 있는 장소다. 특별하게 다른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동 중에 들려 한숨을 돌리기엔 좋았다. 역사를 지나는 철길이 현재도 작동하고 있는데 시간이 맞으면 슬랭덩크에 나왔던 한 장면처럼 경고음이 울리며 열차 가림막이 올라가고 실제로 열차가 지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07-01 14:40:36[파이낸셜뉴스] "파타야에 하루만 있는다면 진리의 성전은 꼭 가보세요." 출국 전 파타야 여행 관련 유튜브를 보다보니 '진리의 성전'은 꼭 가야할 장소로 추천이 많았다. 파타야에서 맞는 둘째날 아침, 호텔에 비치된 커피와 프림 설탕을 각 2개씩 넣고 홍차 티백까지 함께 우려서 '다방커피+홍차' 스타일로 찐하게 마셨다. 태국 사람들은 커피에 종종 홍차 티백까지 같이 우려서 먹는걸 몇번 봤었다. 호텔 조식이 1만원(2인)이 안 되는 가격에 예약이 가능했지만 혼자 묵을 예정이었고, 종종 늦잠을 자면 놓치는 경우도 있고, 여기에 더해 고만고만한 호텔 음식보다 현지 음식을 먹는게 더 낫다, 라는 이유로 호텔 조식은 숙박에 따로 포함시키지 않았었다. 호텔에서 약간 북쪽에 있는 진리의 성전은 볼트 앱 모터바이크를 타면 약 60밧(2400원)정도 거리에 있었다. 진리의 성전 입장권은 현장 구매시 500밧(약 2만원)이지만 클룩 앱을 통해 1만3300원에 예약했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QR카드, 예약번호 등을 보여주면 티케승로 교환해 준다. 안으로 들어가 진리의 성전으로 가는 동안 농장에서 키우고 있는 여러 마리의 말을 보고, 현장 학습을 와 있는 듯한 태국의 학생들과 선생님을 볼 수 있었다. 본격적인 진리의 성전 가이드 투어를 시작하기 전 투어 집결 장소 옆에 있는 '작은 동물원(MINI ZOO)'을 잠깐 둘러봤다. 염소와 사슴, 오리 같은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마른 풀을 사면 염소에게 먹이 주는 체험도 할 수 있었지만 굳이 할만한 일은 아니었다. 진리의 성전 투어를 시작하기 전 관람객들은 공사장에서 쓰는 하얀색 안전모를 받고 입장했다. ■으리으리한 스케일, 곳곳이 셀카 명소 진리의 성전을 간다면 되도록 한국어 가이드 시간에 맞춰 가는 것이 좋다. 한국어 가이드는 매일 오전 8시50분, 10시50분 오후에는 1시50분, 3시50분 등 4번이 있었다. 이 밖에 중국어, 태국어, 영어, 러시아 가이드 투어도 모두 무료다. 참고로 영어 가이드가 가장 빈번하게 있으며 시간은 오전 9시10분부터 시작해 매 30분, 혹은 20분 단위로 출발한다. 진리의 성전은 1981년부터 현재까지도 건설중인 거대한 목조 건축물이다. 높이 105m, 넓이 사방 100m, 건물의 기둥만 170개 이상, 건축물의 무게는 1만 톤으로 순수 목재로 만들어졌다. 태국, 크메르, 중국과 인도의 종교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 만들어진 곳이다. 실제로 투어를 따라 진리의 성전 내부를 둘러 보다 보면 곳곳에서 불교 문화 유적은 물론 중국의 공자, 캄보디아, 인도 문화 등 다양한 역사와 설화 속 인물과 사건을 만날 수 있다. 내부에 비치된 안내 소책자는 12가지 이상의 언어로 제공된다. 내부에 들어가기 전에 실제로 진리의 성전에 사용될 다양한 나무 조각을 만드는 인부들을 지나쳐 가게 된다. 진리의 성전 곳곳에서도 보수 공사와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가이드 투어는 캄보디아 양식의 동쪽 출입구부터 시작한다. 처음에는 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각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고, 기둥에 장식된 수 많은 사람들과 승려들도 모두 다 다르며, 각각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가이드가 추천해 주는 성전 내부 셀카 명소는 밖을 향해 난 창, 중앙의 타워 건물 등 여럿 있지만 사실 어느 곳에서 셔터를 눌러도 멋지게 나온다. 진리의 성전 투어 중에 우연히 마주친 '치즈 냥(갈색 고양이)'이 앞에서도 여러 장 사진을 찍었다. 가이드 투어의 마지막은 가족과 다산, 행복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끝난다. 거대한 나무 불상 부부와 4명의 아이가 있는 모습니다. 가이드 투어는 약 40분 정도 소요되면 가이드 투어가 끝나고 한동안 시간을 들여 성전 내부를 둘러 볼 수 있다. 성전 밖으로 나가는 출입구는 둘레길처럼 숲길을 따라 걷는 산책코스로 조성이 돼 있으며 중간에 호수와 접한 휴식 공간도 있다. 호수에서는 입이 뾰족한 열대어 수천 마리를 볼 수 있다. 진리의 성전에서는 별도로 비용을 내면 코끼리 타기(300밧), 말 타기(200밧), 노젓기 보트와 스피드 보트(300~450밧), 발 마사지(30분 100밧) 등도 즐길 수 있다. ■꼬란섬 대신 니모 섬 스노클링 투어 파타야 현지에서 만난 한 친구에게 추천 관광지를 물었더니 그는 '니모 섬(사메산섬)' 투어를 첫 번째로 추천해줬다. 얘기를 들고 관련 정보를 검색해 보니 파타야에서 가장 많이 찾는 '코란 섬' 스노클링 투어와 비슷한 프로그램이지만 아직 덜 유명해 바닷물도 깨끗하고, 무엇보다 흰동가리(니모)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서 많이들 찾고 있는 듯 보였다. 코란 섬의 경우 파타야 비치로드에서 보트로 가까운 거리지만 니모 섬은 파타야 남부에 위치해 거리는 조금 멀어보였다. 교통비 등을 고려하니 따로 가는 것보다 기존 여행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로 했다. 클룩 앱을 통해 검색해보니 우리 돈 6만1000원 정도에 호텔 왕복 픽업과 사진 촬영 등이 가능했다. 앱을 통해 예약하자 카카오톡을 통해 예약 확정 안내 문자가 왔다. 다음날 호텔 픽업을 위한 시간과 점심은 따로 제공되지 않는 만큼 간단한 음식을 챙겨오라는 주의 사항이 적혀 있었다. 내가 택한 차량에는 이후에 3명의 중년 남성과 내 또래의 여성 1명이 더 탔다. 파탸야 도심에서 니모 섬까지는 차로 약 1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일행 중 1명은 중간에 약국에 들러 멀미약을 샀다. 차량 이동 중에는 서로 뻘쭘해서 말을 섞지 않았지만 항구에 도착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정보를 교환했다. 특히 동행했던 여자분은 전날에도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니모 섬 투어를 왔었다며, 그날이 두 번째로 온 것이라고 했다. 중년 남성 중 1명은 나처럼 수영을 못하는 사람으로 살짝 걱정이 된다고 했다. 니모 섬에 도착해 간단하게 투어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을 듣고 오리발을 빌렸다. 오리발은 100밧 정도 대여비가 있었고, 마른 수건도 준비하지 않은 경우에는 빌릴 수 있었다. 배를 타고 니모 섬을 가기 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섬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과 다른 나라의 관관객들도 볼 수 있었다. 대략 13~15명 정도가 한 배를 타고 이동했다. 스노클링은 총 3차례에 걸쳐 진행되며 처음에는 열대어가 많은 얉은 깊이의 바다에서 진행된다. 수영을 할 수 없어도 구명조끼를 차고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면 열대 바다 표면을 헤엄치며 다양한 열대어를 눈 앞에서 직접 볼 수 있다. 특히 프로그램에 동행한 현지 직원들이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주며 열대어를 모아 주는데 눈 앞에서 수십 마리의 열대어를 볼 수 있다. 첫 번째 입수지점에서 열대어를 보고 장소를 이동해 두 번재 포인트로 이동했다. 두 번째 포인트는 수심 약 3~4m 정도 되는 곳으로 '니모'가 사는 해역이다. 관광객은 번갈아 가면서 바다로 잠수를 하고 니모와 한 화면에 위치하다록 한 뒤 사진을 찍는다. 해당 포인트에서 물을 많이 먹는 바람에 필자는 니모와 함께 사진 찍기는 포기했다. 니모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구명조끼를 벗고 최소 수심 2~3m정도로는 잠수를 해야 하는데 과거의 트라우마도 있고 해서 별 미련없이 포기했다. 마지막 입수 지점은 모래 사장이 있는 해변으로 다들 체력적으로 어느 정도 지쳐있어 스노클링을 하기보다 해변에서 선텐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스노클링을 하며 놀랐던 것은 바다의 모래 부분에 수백~수천 마리의 성게들이 살고 있었다는 점이다. 성게알을 무척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바다 사막화의 주범인 성게들을 잡아다가 저녁 안주로 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워킹스트리트에서 맥주 한잔 같은 차량을 이용했던 중년 남성 3인, 여성 1분과는 돌아가는 내내 이야기를 하며 어느 정도 친분이 생겼다. 호텔에 도착해 저녁을 같이 먹기로 하고 파타야의 유명 해산물 집에서 똠양꿈을 비롯해 다양한 해산물 요리 등을 함께 먹었다. 저녁을 먹고는 유흥으로 유명한 파타야 '워킹스트리트'의 '아고고 바'에 들려 맥주를 한 잔씩 했다. 아고고 바를 찾는 조합으로는 굉장히 어색한 조합이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05-05 15:46:10특정 분야에서 전문인의 탄생 100주년을 축하하는 특별 행사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2012년 대산문화재단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문인들을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해 시인 백석, 설정식, 김용호, 이호우, 정소파 등이 축하를 받았다. 이중에서 정소파(1912~2013)는 당시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1930년에 이미 '개벽'지에 '별건곤(別乾坤)'이라는 시로 등단했고 이후 교직에 봉사하며 후학을 키우면서 작품 활동을 했다. 현대시조의 거장이었으며 호남 시조문단의 반석이었다. 광주 봉선동 자택으로 찾아갔을 때 책과 원고가 가득한 서재에서 필자를 맞아주었다. 여전히 독서와 작품 활동에 여념없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선생님의 일상활동은 전형적인 건강장수의 생활 패턴이었다. 무엇보다도 일상이 정밀한 시계처럼 규칙적이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식사하고 점심 후에는 정기적으로 두 시간씩 동네를 산책했다. 면담 도중에도 산보 시간이 되었다며 일어서기에 같이 동행하면서 대담을 지속했다. 산보 후 집에 돌아오면 일정시간 휴식한 다음 다시 독서와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가족들은 선생님이 백살이 넘었어도 이전과 전혀 달라짐이 없다고 말했다. 마침 서재의 책상 위에 백지에 연필로 적어둔 시조가 있어 양해를 받고 복사를 해두었다. 정식으로 발표하지 않은 시조이지만 읽으면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기침명(起寢銘)' 정소파, 2012년 4월 3일. "자리서 일어남과 여섯시 시계 소리 / 어쩌면 그렇게도 딱 맞추어 치는겐가 / 버릇은 하나의 기계 나도 몰래 놀랐다 // 아침엔 무얼하며 저녁나절 무엇하나 / 일정한 하루 일과 알맞게 가려 놓고 / 그대로 실행하고 몸고르기 알맞다 // 인생 오래 살고 보니 더 살기도 쑥스럽다 / 하지만 주어진 삶 거부함도 우서웁다 / 오늘도 주어진 삶 바른대로 살으리."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아침에 일어나면서 하루의 생활을 스스로 다짐하는 내용의 시조다. 엄격한 시조의 율격을 따르면서 자신의 일상생활을 아침 낮 저녁의 3장으로 나누어 진솔하게 표현해 둔 내용이었다. 제1장의 주제는 생활의 규칙성과 지속성이다. 아침 일어나면서부터 규칙적인 일상은 습관화되어 거의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평생을 규칙적으로 살아왔다는 증거다. 규칙적인 삶은 생의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변함없이 지속적인 삶을 이어간다는 것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매일매일 성실하게 끝까지 추진해 생명을 온전하게 지켜내는 일이다. 순자집해 권학편에 '공재불사(功在不舍)'라는 가르침이 있다. 포기하지 않아야 공이 이루어진다는 의미로 끝까지 포기하지 말기를 극력 권장하는 귀절이다. 생명에는 쉼이 없다. 포기가 없다. 젊든 아무리 나이가 들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체를 구성하는 모든 조직과 세포 그리고 분자들이 모두 성실하게 규칙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스스로 강해져서 쉬지 않고 살아가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삶이 생명의 본질이다. 이러한 생활습관은 거의 모든 장수인의 공통적인 특성이 아닐 수 없다. 백살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나아가는 태도야말로 건강장수의 핵심이며 거룩한 나이듦의 여정임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제2장의 주제는 삶의 계획성과 적절성이다. 백살이 넘은 나이에도 하루하루의 삶을 막연하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계획하며 찾아가는 모습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삶의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생활을 찾아가는 실천적인 모습과 일에 대한 적절한 배분은 건강한 생활의 상징이 아닐 수 없으며, 이와 같은 적극적인 생활 태도는 바로 목적을 가진 삶의 모습이다. 건강장수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블루존프로젝트라는 생활습관 개조운동의 행동강령인 '파워나인(Power 9)'의 항목에도 '목적있는 삶(Purpose)'이 들어있다. 장수지역 주민들이 일상에서 무작위적인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음을 보고 건강장수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일상의 생활에 반드시 목적이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늙었다는 이유가 하루하루의 삶을 무의미하게 막연하게 피동적으로 살아도 된다는 명분이 될 수 없다. 일부 나이든 사람들이 목적없이 방황하고 지내는 태도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시인은 백살이 넘었어도 여전히 오늘도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이를 적절하게 추진한 다음에 여유가 있으면 운동을 해 몸을 고르는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장자의 소요유에 나오는 '가는 사람 어느 누구도 말리지 못한다(之人也 物莫之傷)'의 경지가 아닐 수 없다. 제3장에서는 자아반성과 도전정신과 삶을 수용하는 자세가 주제다. 장수로 인해 주위 가족들을 수고롭게 하여 미안하다는 마음을 표현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용기와 자신감을 표출하는 마음가짐은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백살의 나이에도 자기반성을 통해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새로운 삶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마음으로 생명존중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참되려고 노력하는 인간의 도리를 다하고 있는(誠之者 人之道也) 경지이며 인간의 삶을 거룩하게 하는 이유다. 백살이라는 나이가 완성된 종말이 아니며 여전히 새로움을 찾아 자람을 이어나갈 수 있음을 엄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백살이 넘은 시조시인을 만날 때는 문인으로서 다른 백세인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이 있었다. 그런데 백살이 된 정소파 시인은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실천한 일들을 시조 한 수에 압축해 문학적으로 표현해 두고 있었다. 백세 시인이 절제해 표현한 시조 자체가 바로 건강장수의 금과옥조가 아닐 수 없다. 일상에서 지켜야 할 생활의 규칙성, 지속성, 계획성, 적절성, 자기반성, 도전정신과 생명수용의 내용은 마치 수천년 비장되었던 비밀창고에서 찾아낸 건강장수의 비급인 것 같은 기쁨을 주었다. 박상철 전남대 의대 연구석좌교수
2023-03-16 18:2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