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정시 출발한 열차를 놓쳤다는 이유로 역무원에게 화풀이를 하다가 역무원의 낭심을 걷어찬 40대 연구원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0단독 김태현 판사는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재료연구원 책임연구원인 A씨(42)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20일 오후 11시40분께 대전 동구 대전역 승강장에서 오후 11시34분에 출발하는 열차를 놓쳤다는 이유로 승강장에 있던 역무원 30대 B씨를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당시 A씨는 역무원에게 "열차가 11시 34분에 출발하는 게 맞냐? 관련 규정 가지고 오라"고 행패를 부리며 B씨의 왼쪽 가슴 부위를 밀쳤다. B씨가 승강장 중앙으로 이동하자 A씨는 B씨의 등을 밀치고 오른쪽 무릎을 이용해 B씨의 낭심을 1회 걷어차기도 했다. 이로 인해 B씨는 전치 2주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본인의 부주의로 열차를 놓쳤음에도 상식에 반한 이의를 제기하고 철도 종사자를 폭행해 직무집행을 방해했다"고 지적하면서도 "범죄 전력이 없고, 피해자와 합의 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4-08-28 06:19:15"정시확대 요구는 사실상 그 원인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학종이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굴절되는지, 부모 힘이 학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대안을 만들 예정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9월 30일 세종시 인근 식당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오찬간담회를 갖고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와 관련, 이같이 말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도 정시확대 요구와 관련해서는 회의적 입장을 내비쳤다. 앞서 교육부는 학종 선발 과정에서 어떤 비위나 위법행위가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학종 선발비율이 높고 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 출신 학생이 많은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하기로 했다. 그는 "일부 대학에 이어질 감사 등이 대학 현장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학종에 대한 집중적인 개선은 이번이 기회"라며 "반드시 한 번은 거쳐야 할 과정인 만큼 대학 관계자들의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학종의 취지에는 적극 동감하며 운영 과정의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수상경력, 자율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실적 등 비교과 요소가 폐지되면 학생의 적성과 소질을 다각적으로 평가하는 학종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에는 "(모든 이해관계자를) 100% 만족시킬 수는 없다"면서 "(방안을) 잘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중장기 대입개편도 2028학년도 미래교육에 부합하는 형태의 대입제도를 목표로 논의가 구체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5년에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2028학년도부터는 바뀐 방식의 평가가 이뤄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평가돼야 하는지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시비율 확대 요구에 대해서는 "수능 위주 정시전형을 30% 이상 권고하기로 사회적 합의가 된 내용"이라고 못을 박았다. 교육부는 고교서열화 해소방안과 사학혁신방안을 올해 안에 발표한다. 시행령 개정을 통한 외고와 자사고 등 특목고 일괄폐지도 검토하기로 했다. 유 부총리는 "우리 아이들의 입시와 시험, 수업은 늘 비슷한 쳇바퀴를 돌고 있다"면서 "국가 장래를 위해서라도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19-09-30 18:01:14[파이낸셜뉴스] "정시확대 요구는 사실상 그 원인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학종이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굴절되는지 부모 힘이 학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대안을 만들 예정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9월 30일 세종시 인근 식당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오찬간담회를 갖고,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도 정시확대 요구와 관련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앞서 교육부는 학종 선발 과정에서 어떤 비위나 위법행위가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학종 선발 비율이 높고 특수목적고(특목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 출신 학생이 많은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는 "일부 대학에 이어질 감사 등이 대학현장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학종에 대한 집중적인 개선은 이번이 기회"라며 "반드시 한 번은 거쳐야 할 과정인 만큼 대학 관계자들의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학종의 취지에는 적극 동감하며 운영과정의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수상경력·자율동아리 활동·봉사활동 실적 등 비교과 요소가 폐지되면 학생의 적성과 소질을 다각적으로 평가하는 학종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에는 "(모든 이해관계자를) 100% 만족시킬 수는 없다"면서 "(방안을) 잘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중장기 대입개편도 2028학년도 미래교육에 부합하는 형태의 대입제도를 목표로 논의가 구체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5년에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2028학년도부터는 바뀐 방식의 평가가 이뤄져야 하지 않겠냐며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평가돼야 하는지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시 비율 확대 요구에 대해서는 "2020년 대입개편안에서 수능 위주 정시 전형을 30% 이상 권고하기로 사회적 합의가 된 내용"이라고 못박았다. 교육부는 고교 서열화 해소방안과 사학혁신방안을 올해 안에 발표한다. 시행령 개정을 통한 외고와 자사고 등 특목고 일괄폐지에 대해서도 검토하기로 했다. 유 부총리는 "우리 아이들의 입시와 시험, 수업은 늘 비슷한 쳇바퀴를 돌고 있다"면서 "국가 장래를 위해서라도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19-09-30 15:18:01[파이낸셜뉴스]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의대생 동맹 휴학을 촉발시킨 내년 의대 정원을 두고 정부가 '조정 불가' 입장을 재차 내놨다. 다만 한 발 물러서 '2026년 정원'에 대해서는 감원을 포함해 논의가 가능하다고 길을 열어뒀다. 의료계는 여전히 '2000명 증원'에 대한 백지화를 고수 중이다. 증원이 유지될 경우 당장 내년 학기 시작과 함께 사실상 '4000명 증원' 효과가 나타나며 수업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져서다. "오히려 4000명 늘려야"...정부 강경 대응20일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대학 학과별 정원은 학기 시작 2년 전 4월 말까지 공표하되, 법령의 제·개정이나 천재지변·학과 개편 등 특수 사유가 있을 때 1년 전 5월 말까지 모집인원 변경을 반영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4·4분기에 접어든 지금 정원을 재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스포츠경기 중간에 룰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며 "바꾸려면 금년 5월 말까지 바꿔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백지화는) 논리에 안 맞는 주장이고, (같은) 조항을 근거로 2026학년도 정원을 바꾸는 것을 논의해보자는 건 성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교협은 지난 5월 30일 각 대학의 의대 증원을 반영해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심의·발표했다.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학부 과정을 운영하는 39개 대학의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인원은 4610명으로, 2024학년도에 비해 1497명 늘어난 수준이다. 이를 기반으로 '입시 레이스'도 이미 본격태세에 돌입한 상황이다. 증원 규모에 맞춰 진행된 9월 수시모집 결과 지방권 의대 경쟁률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모든 의사가 토·일요일만 빼고 1년 265일 일한다는 연구상의 비현실적 가정을 보완하면 필요한 의사는 400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2000명 증원은 최소한으로 필요한 숫자"라고 강조했다. "수업 불가"...의료계, '백지화' 고수의료계는 증원 규모를 논의하는 단계부터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당초 전국 40개의대에서 제출했던 학생 정원도 정작 의과대학 학장들과의 의견과 괴리가 심했다는 지적이다. 의협에 따르면 의대 입장은 현행 유지, 혹은 10% 내외의 정원 확장 수준에 그쳤다. 급작스럽게 학생이 늘어날 경우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였다.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비해 여건이 열악한 지방권 의대의 경우 기존의 재학생들 수업만으로 한계에 임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단 대한전공의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국회 교육위원회의 경북대학교 국정감사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경북대의 교육환경은 열악하다. 국가고시를 준비하던 본과 4학년 시절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며 도서관 에어컨과 전등을 끄고 공부하던 학생을 쫓아내던 학교”라고 꼬집었다. 반면 정부의 증원안은 지방에 증원 규모의 80%를 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방 의대 가운데에는 기존 정원의 2배 이상의 인원을 모집하게 된 대학도 생겨난 상태다. 정부는 의대 교육 여건 개선 지원을 위해 내년에만 4877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지만 향후 5년간 필요한 예산이 6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 휴학생들이 일괄복귀할 경우 한 학년 수강생이 75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높다. 정부는 "7500명이라는 숫자 자체는 거대해 보이지만, 전국 40개 의대에 나눠질 것"이라며 "분반을 하든지 공간을 미리 예정하든지 해서 충분히 대비를 하면, 정확한 인원을 산정해서 대비하면 (수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2024-10-19 11:59:32[파이낸셜뉴스] SRT 운영사 국민철도 에스알(SR)은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수험생의 안전한 이동을 지원하기 위한 안전관리 및 서비스 강화에 나선다고 13일 밝혔다. 에스알은 수능일인 14일 05시부터 특별수송대책본부를 운영한다. 당일 첫차부터 시험장 입실 마감시간인 08시10분 사이에 이례사항이 발생 할 경우 긴급투입 할 SRT 열차 1편성을 비상대기 시킨다. 또 영어 듣기평가 시간인 13시10분부터 25분 간 운행선에 인접한 시험장 내 소음발생 방지를 위해 지상구간을 운행 중인 열차는 서행운전하며, 열차지연으로 인해 이용하는 수험생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고객 승하차정리 및 정시출발에 철저히 대비한다. SRT 승차권을 사전에 구매하지 못했거나 분실한 수험생이 열차에 승차한 경우 수험표 소지 시 부가운임을 면제받을 수 있다. 수서역 등 SRT 주요역에는 안내직원을 집중 배치해 수험생이 수험장까지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안내를 지원한다. 이종국 에스알 대표이사는 “수능 준비에 최선을 다한 수험생들을 응원하며, 수능일 승차지원을 통해 SRT가 든든한 조력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2024-11-13 14:44:42[파이낸셜뉴스] 주말 티머니 전산망 마비에 전국 버스터미널이 큰 혼란을 겪었다. 승객들은 발권은 물론 예매 확인조차 못 해 제때 탑승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27일 버스·터미널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께부터 전국 고속·시외버스 터미널의 발권 시스템을 운영하는 티머니 전산망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이에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포함한 전국 140여 터미널에서 매표와 발권 업무가 사실상 중단됐다. 주말을 맞아 귀성·귀경객이 몰린 상황에서 전산망이 마비되며 터미널마다 대기 인파가 크게 늘었다. 현장에서 승차권을 구매하려는 승객은 물론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한 승객들도 버스에 제때 타지 못했다. 승객마다 일일이 구매 내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부 고속버스는 정시 출발이 지연됐다. 특히 인터넷으로 예매한 승객들은 티머니 앱 접속 장애로 예매 내역을 제시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터미널들은 비상 대응에 나섰다. 광주고속터미널은 인터넷 예매 승객의 이름과 연락처를 수기로 기록한 뒤 우선 버스에 태웠다. 인천고속버스터미널은 현장 발권 승객에게 현금을 받고 승차시켰다. 강원고속은 휴대전화 번호만 받아놓고 승객을 태우는 임시방편을 썼다. 한 터미널 관계자는 "직원들이 총동원돼 수습에 나섰지만 좌석번호도 기억 못 하는 승객이 많아 애를 먹었다"며 "그래도 환불 요구는 거의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산망 장애는 버스터미널에 그치지 않았다. 티머니 앱을 사용하는 일부 택시에서도 운행 등록과 요금 수납에 장애가 발생했다. 시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고속버스 터미널 전산 오류로 카드 결제가 안 된다" "티머니 앱이 안 켜져 승차권을 보여줄 수가 없다"며 불편을 쏟아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2024-10-27 15:28:30【 대구=권준호 기자】 "정말 신기하다. 이게 굴러가나? 미래에 와 있는 것 같아." 23일 찾은 대구 엑스코 미래모빌리티엑스포는 인공지능(AI)·자율주행 자동차를 보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특히 전시회 내부에 있는 테슬라관에서는 사이버트럭을 보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한 관람객은 "안에 버튼이 없다. 바퀴도 생각보다 굉장히 크다"며 신기해 했다. 대구시가 운영하는 도심항공교통(UAM) 특별관에도 발걸음이 이어졌다. 특별관은 SK텔레콤, 한화시스템, 한국공항공사, 티맵 모빌리티 등으로 꾸려진 SKT 컨소시엄이 함께 참여했다. 대구시가 마련한 UAM 가상현실(VR) 체험존은 일찌감치 마감됐다. 대구 동구에 거주하는 정시율군(14)은 "꼭 타보고 싶었는데 못 타서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오는 26일까지 열리는 '2024 대한민국 미래모빌리티엑스포'는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대구광역시가 공동 주최하고 배터리, 전기차 등 모빌리티 관련 약 200여개 기업이 참가하는 전시회다. 올해는 '2024 미래혁신기술박람회'와 함께 열렸다. 모빌리티관에서는 테슬라를 비롯해 현대자동차·기아, 현대모비스, 삼성SDI, GM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참가했다. 이들은 전기·수소·자율주행차 등 콘셉트카를와 모빌리티 산업의 기술혁신 트렌드를 선보였다. 서관에서는 글로벌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 컨퍼런스가 열린다. 주제는 '혁신기술이 바꿀 더 나은 미래'이며 엔비디아, 로멜라 연구소 등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한다. 특히 인터불고 엑스코 호텔(그랜드볼룸)에서는 로멜라 연구소를 이끄는 데니스 홍 교수가 직접 주제 발표를 진행한다. 상당수 기업들은 이번 전시회에서 '체험형 부스'를 설치했다.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트릭에 첨단운전보조장치(ADAS)를 장착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차 모형을 도로에 부딪히지 않고 일정 시간 안에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오는 체험 활동을 선보였다. 이날 눈에 띈 것은 관람객들의 연령대가 다양했다는 점이다. 특히 초·중·고등학생부터 6070세대까지 모두 한 자리에 모인 부분이 인상 깊었다. 이들은 모두 "로봇·인공지능·AI를 보러 왔다"고 입을 모았다. 본인을 중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관람객은 "대구에 사는데 신기한 게 많을 것 같아서 방문했다"며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대구 경산에 사는 60대 박윤기씨는 "로봇, 자율주행 수준이 어느 정도 올라왔는지 보기 위해 방문했다"며 "아직 생각 만큼은 아니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탄 관람객도 적지 않게 보였다. 한 관람객은 부스에서 이동 로봇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실현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kjh0109@fnnews.com
2024-10-23 18:13:31[대구=권준호 기자] "정말 신기하다. 이게 굴러가나? 미래에 와 있는 것 같아." 23일 찾은 대구 엑스코 미래모빌리티엑스포는 인공지능(AI)·자율주행 자동차를 보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특히 전시회 내부에 있는 테슬라관에서는 사이버트럭을 보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한 관람객은 "안에 버튼이 없다. 바퀴도 생각보다 굉장히 크다"며 신기해 했다. 대구시가 운영하는 도심항공교통(UAM) 특별관에도 발걸음이 이어졌다. 특별관은 SK텔레콤, 한화시스템, 한국공항공사, 티맵 모빌리티 등으로 꾸려진 SKT 컨소시엄이 함께 참여했다. 대구시가 마련한 UAM 가상현실(VR) 체험존은 일찌감치 마감됐다. 대구 동구에 거주하는 정시율군(14)은 "꼭 타보고 싶었는데 못 타서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테슬라부터 엔비디아까지...대구에 다 모였다오는 26일까지 열리는 '2024 대한민국 미래모빌리티엑스포'는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대구광역시가 공동 주최하고 배터리, 전기차 등 모빌리티 관련 약 200여개 기업이 참가하는 전시회다. 올해는 '2024 미래혁신기술박람회'와 함께 열렸다. 모빌리티관에서는 테슬라를 비롯해 현대자동차·기아, 현대모비스, 삼성SDI, GM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참가했다. 이들은 전기·수소·자율주행차 등 콘셉트카를와 모빌리티 산업의 기술혁신 트렌드를 선보였다. 서관에서는 글로벌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 컨퍼런스가 열린다. 주제는 '혁신기술이 바꿀 더 나은 미래'이며 엔비디아, 로멜라 연구소 등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한다. 특히 인터불고 엑스코 호텔(그랜드볼룸)에서는 로멜라 연구소를 이끄는 데니스 홍 교수가 직접 주제 발표를 진행한다. 그는 지난 2009년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개발, 미국 과학전문지 '파퓰러 사이언스'가 선정한 '젊은 천재 과학자 10인'에 선정된 인물이다. 상당수 기업들은 이번 전시회에서 '체험형 부스'를 설치했다.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트릭에 첨단운전보조장치(ADAS)를 장착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차 모형을 도로에 부딪히지 않고 일정 시간 안에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오는 체험 활동을 선보였다. 1020부터 6070까지...온 이유는 달랐다이날 눈에 띈 것은 관람객들의 연령대가 다양했다는 점이다. 특히 초·중·고등학생부터 6070세대까지 모두 한 자리에 모인 부분이 인상 깊었다. 이들은 모두 "로봇·인공지능·AI를 보러 왔다"고 입을 모았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조금씩 달랐다. 나이가 상대적으로 어린 1020세대 관람객들은 단순 재미에 초점을 맞췄다면 6070세대들은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지 보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이 많았다. 본인을 중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관람객은 "대구에 사는데 신기한 게 많을 것 같아서 방문했다"며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대구 경산에 사는 60대 박윤기씨는 "로봇, 자율주행 수준이 어느 정도 올라왔는지 보기 위해 방문했다"며 "아직 생각 만큼은 아니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탄 관람객도 적지 않게 보였다. 한 관람객은 부스에서 이동 로봇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실현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한편 행사 첫 날 이상엽 현대자동차 부사장과 하정우 네이버 부사장, 이상용 LG전자 연구소장이 기조 강연자로 나서 발표를 진행했다. 24일에는 엔비디아, 히어 테크놀로지, 로투스의 전문기술자가 연사로 참여한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2024-10-23 16:20:12[파이낸셜뉴스] "유럽에 가서 사진을 찍고, 일본에 가서 맛있는 라멘을 먹고 '아 좋은 경험이야' (라고 하는데) 그건 경험이 아니에요. 그냥 놀러 간 거지. 경험은요. 피땀 흘려서 노력해서 얻는 게 경험이에요." 위 문장은 최근 본 유튜브 숏츠에서 방송인 박명수씨가 한 말을 옮긴 것이다. 댓글에는 "경험이라는 걸 핑계삼아 하는 사치와 허세를 꼬집는 말"이라며 대체로 공감한다는 내용이 많았다. 소수지만 경험을 단순하게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다는 내용도 있었다. 해외 여행도 비슷하다. 어떤 사람들은 청년 시절 반드시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여행을 해보라고 조언한다. 반면 청년 시절은 참고 견디고 인내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여행과 같은 사치를 부리는 것보다 저축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거다. 개인적으로 "여행은 대체로 좋은 경험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체로'라는 전제가 붙은 것은 여행이 좋은 경험이 되기 위해서는 그 여행을 온전하게 즐기고 받아들일 수 있는 개인의 '준비상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행이 좋은 경험이 된다는 것은 여행을 통해 한 개인의 내면이 확장되고, 사고의 깊이가 깊어지는 순간에 노출되는 상황이 많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하게 호텔에서 쉬면서 사진이나 찍고 돌아온다면 '휴식'은 될지언정 '경험'이 되기는 어렵다. 경험이라는 것은 콩나물에 물을 주는 것과 비슷하다. 대부분의 물은 흘러가 버리지만 아주 미량의 물은 콩나물의 뿌리를 통해 흡수된다. 여행이라는 경험도 콩나물에 물을 주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다만 개개의 콩나물의 뿌리가 얼마나 튼튼한 가에 따라 물을 흡수할 수 있는 정도는 다르다. 아주 튼튼한 콩나물은 물의 수분과 함께 미량의 미네랄과 무기질도 다 빨아들일 것이다. 반면 허약한 콩나물은 대부분의 물을 그냥 흘려 보낼 것이다. 누군가에게 인도는 인생여행지가 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인도는 그냥 더럽고 불편한 여행지로 기억되기도 한다. 이는 인도라는 여행지가 주는 다양한 경험들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 가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시인 류시화는 10여 년 동안 인도를 여행하고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책을 펴냈다. 류시화라는 콩나물이 인도라는 토양, 태양, 대기에서 아주 많은 것을 흡수하고 한번 더 성장해 책이라는 결과물을 낳은 것이다. 그는 거리의 걸인도 스승으로 여기며 질문을 던지고 배웠다. 반면 인도에 가서 인도의 더러운 물과 낙후한 시설, 길거리의 거지들에게 불쾌감을 느끼기만 했다면 그의 인도 여행은 잠시 스쳐가는 바람에 불과했을 것이다. 여행지에서 지갑을 도둑 맞은 상황을 가정해 보자. 누군가는 그 일에 대해 단순히 화가나고 짜증이 난다거나 이번 여행은 망쳤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 현지 경찰을 만나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며 새로운 경험을 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해당 나라의 경찰 시스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될 수도 있고, 도움을 준 서로 다른 피부색의 여행자와 친구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여행이 좋은 경험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여러가지 전제가 있겠지만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사전 독서'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뇌는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과 실제 경험을 구별하지 않는다고 한다. 독서를 통해 경험을 양분으로 바꾸는 근력을 평소에 쌓아 둔다면 여행을 통해 느끼는 경험의 폭도 더 커질 것이다. 독서를 통해 가보지 못한 세계 곳곳을 상상으로 여행하며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올릴 수도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리고 '보는 만큼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다'. 김영하 작가는 그의 책 '여행의 이유'에서 "여행은 몸으로 읽어야만 하는 텍스트"라고 말했다. 책도 마찬가지다. 책 안에 있는 것은 단순히 흰색 종이와 검은색의 글씨지만 그 것을 읽어내고 어떻게 해독해 내느냐에 따라 독서의 효과도 사람마다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방송인 박명수씨가 말한 유럽에 가고, 일본에서 라멘을 먹는 것이 경험이 되지 않는 것은 책을 읽을 때 글자만 쳐다보고 그것을 해독해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럽에 가서 사진을 찍고, 일본에서 라멘을 먹더라도, 혹은 인도에 가서 거지에게 지갑을 도둑 맞더라도 그것은 얼마든지 경험이 될 수 있다. 슬리핑 버스타고 사파에서 하노이로 전날 판시판 산과 깟깟 마을을 하루에 다 둘러 보느라 매우 피곤했다. 하지만 이날은 아침 7시30분에 슬리핑 버스를 타고 하노이로 이동해야 해서 새벽 같이 일어났다. 버스 집결지에 도착한 뒤 표를 받았다. 출발까지 시간이 남아 작은 노점에서 '반미'를 하나 사 먹었다. 노점 반미는 '복불복'인데 이날은 '불복(별로)'이었다. 버스 내부는 1980년대 유행했을 법한 유흥주점처럼 촌스러운 핑크색으로 도배돼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잠만 잘 생각이었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었다. 중간에 2번 정도 휴게소에 들렸고, 그 중에 한 번만 내려서 화장실에 들렸다. 약 6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하노이에 도착했다. 버스에 내리는데 하노이는 한국의 장마철처럼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은행에서 비를 피하며 그랩으로 차를 불렀다. 사파와 달리 바로 차가 배차됐다. 비내리는 하노이 거리를 차를 타고 빠져 나갔다. 베트남은 그 전에 여러번 와봤었지만 하노이는 또 다른 도시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경제도시 호치민과 비교했을 때 훨씬 더 오래되고 조금 더 시골스러운 인상이었다. 숙소는 하노이의 중심 '호안끼엠 호수'를 도보 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델리카 호텔'이란 곳이었다. 체크인을 할 때 점원이 지도를 펴고 근처의 가볼만한 곳, 에그 커피 맛집 등을 세세하게 설명해줬다. 생각보다 과하고 친절한 응대에 놀랐는데 근방 호텔의 경쟁이 치열해 다른 곳도 비슷한 모양이었다. 짐을 풀고 저녁을 먹기 위해 우산을 쓰고 밖으로 나왔다. 밖은 여전히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저녁은 베트남 곳곳에 매장이 있는 '피자포피스'란 곳에서 먹었다. 화덕 피자 맛집으로 유명한 곳으로 매번 베트남에 갈 때마다 리스트에는 올렸지만 가본적은 없는 곳이었다. 한국에서 먹는 가격의 70~80% 수준으로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피자는 나쁘지 않았다. 일행과 함께 루콜라와 생햄이 들어간 피자와 먹물 파스타를 시키고 1+1인 드래프트 맥주를 시켰다. 테이블이 아닌 바에 앉았는데 눈 앞에서 피자가 구워지는 화덕을 직접 볼 수 있는 점은 좋았지만, 열기가 있어서 조금 더운 것은 단점이었다. 우리가 피자를 먹을 때는 만석이라서 자리를 옮길 수도 없었다. 피자를 먹고는 노점에서 파는 망고빙수 맛집 '호아베오'에서 망고빙수를 먹었다. 냉동망고 같긴 했지만 우리돈 3000원 정도에 두 명이서 충분히 먹을만한 양이었다. 녹손사원, 에크커피, 기찻길 거리에서 맥주 한 잔 까지 디저트를 먹고 호안끼엠 호수 안에 있는 녹손 사원을 방문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전시실에 커다란 자라 두 마리를 볼 수 있다. 15세기 중국 명나라가 쳐들어 왔을 때 호수에서 칼을 찾은 한 어부가 명나라를 몰아내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까지 올랐다고 한다. 레타 이투왕이란 왕인데 그는 호숫가에서 감사제를 지내는데 자라가 올라와 칼을 채깠다고 한다. 그래서 호안끼엠 호수를 '되돌려 준 칼의 호수'라고 한다고 한다. 이런 전설이 있는데 현장에서 듣기로는 "자라가 왕에게 칼을 물어다 줬다"고 한다. 녹손사원을 둘러보고는 하노이의 명물 에그커피를 맛보기 위해 '카페 지앙'으로 향했다. 하노이 에그 커피의 원조라고 알려진 곳이다. 1946년 응우옌 지앙이라는 바리스타가 당시 귀했던 우유를 대신해 달걀 노른자를 사용해 커피 크림 맛을 낸 것이 유래라고 한다. 하노이 곳곳에서 에그커피를 맛볼 수 있는데 다른 가게의 기준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리뷰에 "카페 지앙 보다 맛있는 최고의 에크 커피"라거나 "카페 지앙이 낫다"라는 등의 글을 여럿 볼 수 있다. 좌석은 조금 좁지만 한 번쯤은 가볼만한 곳이다. 에그 커피를 맛보고는 '하노이 기찻길'에서 맥주를 한 잔 했다. 하노이 기찻길은 철로를 따라 수십, 수백개의 카페와 펍이 자리를 잡고 있다. 기찻길을 접한 카페와 펍에서 음식을 먹다보면 매 정시쯤에 기차가 지나간다. 운이 좋으면 50㎝도 되지 않는 코 앞에서 실제로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며 기념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기찻길 한복 판에서 사진을 찍는 세계 각국의 관광객을 구경하는 것도 나름 운치가 난다. 특히 이날은 비가 왔기 때문에 덥고 축축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시원한 맥주를 마시기에는 그것 또한 나쁘지 않았다. 'Ga Dong Duong'이라는 카페에서 시그니처 맥주를 마셨다. 이렇게 하노이에서의 첫 하루가 지났다. #OBJECT0#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10-01 17:43:05<32>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이집트 카이로 가기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사실 이스탄불에서 만나기로 한 분과 키르기스스탄 때처럼 얼마간 머물며 도울 일이 있으면 함께 할 생각으로 왔었는데 이분도 준비가 안돼있으셨고 우리도 적절하지 않다 싶어서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그날 밤 우리는 어차피 계획이 바뀌었으니 튀르키예를 더 돌기 전에 여기서 이집트를 바로 가면 어떨까하는 의논을 했다. 이집트는 무척 더운 나라라 겨울에 가는 것이 좋은데 1월인 지금이 적기였고 더 서쪽으로 가다가는 괜히 비행기값만 올라갈 것 같았다. 나는 대학생때 이집트에 갔다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너무도 강렬하고 인상깊어 탄과 꼭 같이 가고싶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정해진 것이 거의 없다시피했지만 이집트와 모로코는 꼭 가자고 했었다. 까브리를 타고 이집트에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무리 찾아봐도 이집트를 육로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혹 갈 수 있더라도 입국시 외국인이 차를 가져가면 7000만원 상당의 까르네(무관세 통행증)를 보증금으로 맡겨야한다는 소리에 깨끗하게 포기할 수 있었다. 일단 결정이 나자 우리는 바로 비행기와 렌트카를 예약했다. 비행기시간은 3일뒤. 출발하는 사비아 괵첸 공항에 가까운 곳으로 숙소도 예약했다. 갑자기 결정한 이집트 방문! 이스탄불에서 사비하 괵첸공항까지는 한시간도 안걸린다. 이스탄불 국제공항이 있지만 사비하 공항은 김포공항같은 느낌이다. 같은 국제공항이지만 규모가 좀 작다. 우리는 출발일까지 이틀간 머물 숙소가 있는 마을로 갔다. 체크인까지 시간이 남아 동네를 돌다가 시장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구경갔다. 먹음직스러운 과일들을 수북히 진열해 파는 곳에서 50TL(3300원)어치 딸기를 달라고 했더니 큰 종이봉투에 가득히 담아주신다. 딸기가 크기도 크고 아주 실해보인다. 내친김에 오렌지도 도전해보자. 똑같이 50TL를 내밀고 오렌지를 가리키자 자몽만한 오렌지를 11개나 담아주셨다. "와..미쳤다." 둘이 감격을 하며 과일봉투를 받아들었다. 약간 번화한 식당가에서 일식집을 발견하고 신나서 라멘을 먹었다. 큰 도시라 서울과 다르지 않다 일본 라멘도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숙소에 가보니 이번 예약한 곳은 주인과 거실공간을 함께 쓰는 형태였다. 가격이 저렴한 이유가 있다. 돈을 조금 낸 카우치서핑이라 생각하니 나름 괜찮았다. 주인인 청년도 좋은 사람이어서 웰컴 드링크로 차를 주고 거실에 있는 호두며 음식들을 편하게 먹으라고 했다. 우리도 우리가 사온 오렌지를 드셔도 된다고 인심을 썼다. 그곳에서 머물며 이집트 여행준비를 했다. 가져갈 짐을 잘 싸고 두고갈 짐들을 정리하고 까브리는 숙소 근처의 놀이터옆에 세워두었는데 거기에는 다른 캠핑카도 주차되어 있어서 안전에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이스탄불과 많이 떨어져있지도 않았는데 복잡하지 않고 한가롭고 여유있는 동네여서 괜찮겠지 싶었다. 출발일이 되었다. 숙소로 택시를 불러 짐을 싣고 5km 떨어진 사비하 괵첸공항으로 간다. 이렇게 또 갑자기 이집트에 가게 되다니 셀렘 반 걱정 반이다. 급하게 예약한 비행기며 렌트카가 제대로 예약되있을지 이집트여행 루트는 어떻게 할지 머리속이 복잡했다. 하지만 거의 30년만에 이집트에 다시 갈 수 있다니 너무 흥분되고 그립고 좋았다. 우리가 탈 비행기는 이름도 예쁜 나일에어. 이집트 항공기이다. 티켓팅도 무난히, 보딩도 크게 헤메지 않고 잘 찾아 탈 수 있었다. 피라미드 쪽으로 선회한 비행기.. 기장님의 센스? 공항사람들도 모두 친절하다. 내 여권을 보고는 한국말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도 해주었다. 저가항공이라 기내잡지나 좌석스크린 같은건 없다. 비닐가죽이 분명한 좌석에 앉았다. 창너머로 비행기들과 공항의 풍경에 새삼 이집트로의 여행이 실감난다. 머리가 닿는 곳에 부직포가 붙어있었는데 예쁜 이집트 문양이 새겨져있어서 내릴때 기념으로 챙겼다. 사비하에서 카이로까지는 4시에 출발하고 5시 10분쯤 닿는데 시간으로는 2시간 걸린다. 시차가 있어서 그렇다. 저가항공임에도 정시에 출발했다. 생각해보니 코로나 이후로 비행기를 타는 것은 정말 오래간만이다. 나는 창밖 아래에 하얀 구름들이 융단처럼 깔려있는 것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볼때마다 어릴적 읽은 무민의 동화에서 이상한 모자에 들어갔다 나온 달걀껍질 생각이 난다. 어? 두시간짜리 비행인데 기내식이 나온다. 쥬스나 한잔 주면 다행이지 싶었는데 종이박스에 빵, 쥬스, 스낵, 밥과 치킨 또는 밥과 소고기 등이 들어있다. 심지어 맛도 있어서 냠냠 잘 먹고 한참을 가다가 바다를 건너 이집트쪽으로 넘어왔다. 반가운 이집트 땅을 내려다보던 중 '아니 저 멀리 보이는건 피라미드 아닌가!' 지는 해에 뚜렷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세개의 피라미드를 발견한 나는 흥분해서 탄을 불렀다. "저기 피라미드! 피라미드!" 탄이 "어디?"하고 보고 같이 탄성을 짓는다. 그대 비행기가 피라미드쪽으로 선회를 했다. 탄이 "와 기장님이 우리 보라고 일부러 이렇게 해주는 것 같아"라고 했다.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하늘 위에서 피라미드를 보다니 너무 신기하고 멋있고 좋았다. "나일의 물을 마신자 다시 나일로 돌아오리라" 하늘위에서 보는 나일강도 너무 아련하고 반갑고 좋았다. 약 30여년전 이집트 여행을 할때 "나일의 물을 마신자 다시 나일로 돌아오리라"라는 말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나일의 물을 마시려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옆에있던 사람들이 강물이 더럽다며 마시지말라고 말려서 차마 마시지는 못하고 그래도 손으로 떠서 입술을 댔던 적이 있었는데 오늘 이렇게 다시 나일로 돌아오게 되었다. 마음이 뭉클하고 너무 좋았다. 햇빛이 아주 예쁠때 카이로에 도착해서 하늘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어 행운이었다. 갑작스럽게 결정해서 3일만에 오게되었지만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오기를 너무 잘했다고 생각했다. 비행기가 이집트 땅에 닿는 순간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났다. 나에게 이집트는 아주 어릴때부터 깊은 관심과 사랑이 가는 그런 나라였다. 현재 이집트보다는 고대 이집트의 찬란했던 문화와 유적에 매료되어 오랜시간 그에 대한 서적을 모으고 읽고 다큐멘터리를 보아왔다. 30여년 전에는 룩소르까지만 가보았는데 이번에는 남쪽 끝 아부심벨까지 꼭 가보리라 생각하고 있다. 활주로에 선 비행기에서 이동계단을 통해 내리니 우리를 이집트로 데려다준 고마운 비행기를 통으로 볼 수 있었다. 이집트 비자에 대해 잘못알고 있었다. 한국인은 여기서도 비자가 필요 없겠지 했었는데 입국하려고 하니 날짜별로 비자를 사야했다. 가장 짧은 것이 14일간 인당 25달러, 한달은 더 비싸고 그런 식이다. 사실 20일정도 있을 생각도 있었는데 비자를 구입하며 14일로 일정이 정해져버렸다. 비자 스티커를 여권에 붙이고 출국심사를 받고 나오니 우리 짐이 먼저 나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항에서 보다폰 유심도 1만3000원 정도의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남은 것은 렌터카 수령하기. 공항을 아무리 둘러봐도 "Rent"같은 단어가 안보인다. 밖으로 나오니 택시를 타라며 호객꾼들이 파리떼처럼 달려들 뿐 역시 렌터카 사무소나 관련된 곳은 보이지 않았다. 난감했지만 마침 다행히 유심을 샀기에 예약한 렌터카 회사로 전화를 해보니 터미널 3으로 오라고 한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터미널 1이었다. 카이로 공항도 인천처럼 터미널이 여러개 있나보다. 사실 우리가 택시호객꾼들이 타라고 할때 렌터카를 물어봤는데 택시를 타면 데려다준다고 하길래 무시했는데 무료 셔틀버스가 있었다. 전화하고 알아보지 않았으면 까딱 속아 택시비를 낼 뻔했다. 셔틀버스는 또 어디서 타는건가 산넘어 산이네 하고 있는데 알아보고 온 탄이 "바로 저기야"라고 한다. 눈앞에 정류장이 떡하니 있었다. 안내표지판도, 데스크같은 것도 없고 인터넷에서도 정보가 제대로 된 것이 없어 공항에서 2시간 넘게 헤매고 겨우 셔틀버스를 탔다. 공항에서 렌터카를 수령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항상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발생하기 마련인 것 같다. 터미널 3에 도착. 오히려 이곳이 더 큰 공항같다. 금색의 고대 이집트 여인 동상이 맞아준다. 안으로 들어가서 드디어 반가운 렌터카부스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직원과 함께 주차장으로 가서 받은 차는 은색의 승용차였다. 차를 좋아하는 탄이 모르는 브랜드라고 한다. 까브리를 보다가 보니 많이 작고 날렵해보였다. 차키를 받기전 차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반납시 문제가 되지 않도록 흠집난 곳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놓았다. 세차는 깨끗하게 잘 되있는데 흠집이 여기저기 많이 나있다. 탄이는 신경을 덜써도 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휴 드디어 렌터카에 짐과 몸을 실으니 그제야 좀 안도가 되었다. 오후 5시에 랜딩해서 2시간반만이다. 오늘 우리가 묵을 곳은 카이로에서 북쪽으로 70km떨어진 마흐멧이라는 친구 집이다. 우리가 지난 3일간 여행준비를 하며 함께 알아본 것은 이집트의 카우치서퍼들이었다. 조지아에서 만났던 압둘은 아쉽게도 현재 이집트에 없어서 다른 친구들을 만나고싶어 여행계획을 카이로, 룩소르 등등의 카우치 홈피에 올렸더니 몇몇 친구들에게 답이 왔다. 친구들이 있으면 여행이 더욱 의미가 커진다. 참 감사하고 더 기대가 되었다. 마흐멧의 집으로 네비를 찍고 가는데 중간에 톨게이트가 몇번 나왔다. 렌터카에 온 신경을 쓰느라 공항에서 환전하는 것을 깜빡해서 무척 난감했는데 번역기를 이용해 사정을 이야기하니 웃으면서 그냥 가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정말 그냥 가도 되나 하며 얼떨떨한 상태로 지나왔다. 밤길에 초행인데 도로 상태가 매우 좋지 않고 도로에 사람, 오토바이, 툭툭이 버스들이 뒤엉켜 운전이 쉽지 않다. 네비도 이상한 곳으로 안내했다가 나오기도 하는 등 헤메게 되었으며 친구의 동네에 들어서자 사실 잘못온게 아닌가 싶었다. 동네가 으스스하고 사람들이 당장이라도 우리차를 막고 세워 끌어내고 무슨 짓을 할 것만 같은 그런 분위기였다. 바짝 긴장을 하고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겨우겨우 집을 찾을 수 있었는데 2시간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C0teRbNNoVw?si=cdQ9G4ysUzoZ7ZuQ>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9-26 16: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