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성년자인 여자 친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여러 차례 폭행해 중상을 입힌 20대 남성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12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김상연)는 특수중상해 등 혐의를 받는 A씨(21)에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3월 재수학원에서 피해자 B씨와 만나 교제해 오다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B씨가 스스로 손등에 담뱃불을 지지게 하거나 B씨의 콧구멍에 담뱃재를 털어 넣는 듯 가학적인 행위를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를 심리적으로 지배하며 각서까지 받아냈다. 해당 각서에는 "다른 남자 쳐다보지 않기", "혼자 주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기", "오빠가 정해준 책만 읽기"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런 요구가 지켜지지 않을 때마다 A씨는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에는 A씨가 B씨를 모텔로 불러내 장시간 폭행, 의식을 잃은 적도 있었다. 이후 B씨는 응급실로 이송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았다. 이에 재판부는 "연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툼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 정도로 잔혹하다"며 "피해자가 심각한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겪었고, 지금까지 치료받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며 "본 법정에 출석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법원에 4000만원을 공탁했지만, 피해자 측이 수령하지 않아 양형에 고려되지 않았다. 또 지난 7월부터 선고 전날까지 A씨는 40번 넘게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11-13 07:02:24[파이낸셜뉴스] 미성년자 여자친구를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하면서 수차례 폭행해 중상을 입힌 20대 남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김상연 부장판사)는 12일 특수중상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21)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수시로 폭행해 심리적·정서적으로 지배했다"며 "범행이 연인 사이에서 다툼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잔혹하고, 피해자는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겪고, 지금까지 치료받고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 5~6월 미성년자인 B씨와 교제하며 상습적으로 폭행해 간 파열 등 중상을 입힌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거짓말하지 않기', '다른 남자 쳐다보지 않기' 등 규칙 20여개를 만들어 지키도록 강요하고, 이를 어길 때마다 B씨를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법원에 4000만원을 공탁했으나, 피해자 측은 이를 수령하지 않았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2024-11-12 17:24:05미국 대통령선거가 초반부터 우위를 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싱겁게 끝이 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외교안보 및 경제정책의 상당수 분야에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 Make America Great Again!)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트럼프 2기 정부의 예상되는 새 국정 방향의 얼개는 대략 '바이든 정부 지우기'로 요약된다. 이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성공 원인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면서 그의 강력한 배경으로 등장한 일명 '페이팔 마피아'가 트럼프 당선에 신의 한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공화당은 상·하원 선거까지 모두 이겨 의회도 장악함으로써 트럼프 2기 정부는 강력한 정책을 펼칠 추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구촌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트럼프 2기의 국방 및 외교·안보 정책을 전망해 본다. ■트럼프 재집권 견인..일명 페이팔 마피아 10일 외교가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승리엔 '민주당 후보교체 임박, 생명 위협, 사법처리' 등 3중 위기에 놓여 있던 상황에서 지난 7월 13일 피격 사건이 분수령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분석이다. 이와 함께 실리콘밸리 부흥을 이끈 이른바 '페이팔(Paypal) 마피아'라고 불리는 실리콘밸리 출신의 '빅텍(big tech) 보수주의자' 그룹이 트럼프와 전격 밀착하면서 JD 밴스를 부통령으로 지명한 것도 승리의 주요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지난 2007년 11월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은 성공한 페이팔의 전 CEO 및 전 직원들을 조명하며 서로 공생의 관계를 유지해 온 동료에 가까운 그룹을 통칭해 이들을 그리 악의적인 표현이 아닌 의미에서 '페이팔 마피아'라고 불렀다. 이들 그룹에 속하며 현재 미국 기술산업을 선도하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1억3200만달러(약 1840억원)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팔 마피아는 지난 수년 동안 보수주의 운동을 꾸준히 지원해 왔으며 JD 밴스가 부통령에 지명된 배경에는 이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의 정책 전개 방향을 읽기 위해 이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 빅텍기업의 정신적 지주로까지 평가되는 피터 틸이 지난 20년간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키워낸 제자(Protege)들은 미국의 정치, 외교, 행정은 물론 방산 관련 기업을 포함한 비즈니스 영역까지 활발하게 진출해 결사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지난 2011년 5월 새벽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 무수히 많은 점조직으로 이뤄진 알카에다 구성원 가운데 빈라덴을 찾아내는 일은 '모래사막에서 바늘 찾는 격'이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당시 한 기업의 힘을 빌려 빈라덴을 추적할 수 있었다. 이 기업이 바로 피터 틸이 창업한 '세상에서 가장 은밀한 회사'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였다. 전쟁의 판도를 뒤흔드는 군사용 VR(가상 현실)의 천재로 불리며 30대 초반에 불과한 팔머 럭키가 이끄는 초연결 AI(인공지능) 및 혁신적 공중드론을 생산하는 방산기업 안두릴도 이들 그룹에 속한다. ■우크라전쟁·중동 전쟁 향방은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바이든 정부를 공격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를 지적했다. 자신은 2년 8개월이 넘어가는 이 전쟁을 취임 24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23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났을 때에는 푸틴 대통령과도 굉장히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당선되면 취임 전이라도 문제를 빠르게 잘 해결할 수 있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해온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이 바라는 방향과는 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 군사전문가는 "트럼프 2기에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계속 제공해 줄지, 러시아와 대화를 추진할 지 의문"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 지원을 줄이고 현재 전선을 휴전 또는 종전 경계선으로 삼아 비무장지대를 설정하는 쪽으로 유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동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서는 트럼프 자신의 취임 전까지 전쟁을 끝내길 바란다는 점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같이 유럽과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큰 전쟁을 신속하게 정리하겠다고 장담한 트럼프가 당선된 만큼 이 글로벌 전쟁은 어떤 방식으로든 그 향방이 크게 달라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 2기, 미·북 핵군축협상 나서나 트럼프 2기에 참여할 전문가 그룹의 북핵문제에 관한 정책적 스펙트럼은 비핵화에서부터 핵군축협상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넓다. 다만,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인정하고 본토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김정은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군축협상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상대적으로 많다. 트럼프 1기에서 국방부 장관 대행을 지낸 크리스토퍼 밀러는 북핵은 불가역적인 상황이므로 기대가 아니라 현실에 기반을 두고 협상해야 한다면서 군축협상은 효과적으로 북한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며 제재완화를 바탕으로 동결 협상을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플라이츠 전 NSC 비서실장도 트럼프 2기에서 김정은과의 개인적인 외교를 재개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대북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며 트럼프는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긴장을 완화할 방법을 찾기를 매우 열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자신도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에서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하고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고, 북한이 다시 도발하고 있지만 우리가 돌아가면 나는 그들과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락연구실장은 이번 대선에서 공화, 민주 양당의 정강 정책이 '비핵화' 용어를 뺀 것은 북핵문제에 대한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정서를 잘 보여준다며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도 비핵화가 빠져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고 지적했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 증액 가능성 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미 대통령 재임 당시 뿐만 아니라 퇴임 후에도 한국 정부가 내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인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나갔다. 2019년 8월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미국에 훨씬 더 많은 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며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매우 적은 돈을 받아왔지만, 지난해 자신의 요구에 따라 한국은 9억9000만달러(당시 약 1조2200억원)를 냈다"고 적었다. 해당 금액은 그 전해인 2018년 방위비 대비 약 6% 오른 규모였다. 다만 해당 협정의 유효기간이 1년이었기 때문에 트럼프는 이듬해 분담금 50억 달러를 요구했으나, 5배가 뛴 금액에 협상이 지연되면서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무급휴직에 들어가기도 했다. 결국 이후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방위비를 13.9% 인상한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타결시키면서 갈등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바이든 행정부와 조기 협상을 통해 오는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보다 8.3% 올린 약 1조5100억원으로 책정하고 2030년까지 연간 인상률 5% 상한선을 두고 4년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연동시키기로 했다. 따라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임기(2025년 1월~2029년 1월) 내 방위비가 모두 책정된 상태지만, 트럼프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좀 더 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 탄생의 강력한 배경으로 포진한 페이팔 마피아의 성향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이 펼치게 될 국정운영에 대해 우선 △도덕적 사회적 보수주의 원칙 전개와 함께 △미국 우선주의 경제 혁신을 목표로 제조업과 중산층을 회복을 추구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국방 혁신과 관련해선 △AI를 이용한 국방 혁신을 기본으로 초연결 AI 기반 전영역을 지배하려는 목표 추구로 국방력·군대의 혁신을 가속화할 것으로 봤다. 아울러 초대서양(Transatlantic) 비중을 줄이고, 초태평양(Transpacific)에 집중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향후 전개될 트럼프 2기와의 방위비를 협상에서 좁은 의미를 넘어 경제와 안보 전반에 걸쳐 무엇을 주고 받을 것인가 큰 그림을 놓고 펼치는 전략이 더 중요하다"며 "특히 자유민주 진영의 무기고로 떠오른 대한민국 K-방산의 위상과 가치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외교, 안보적 가치는 지구촌 시장에서 상종가로 평가되는 만큼 앞으로 '대한민국 국익'과 '한반도 안보정세의 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쫓기 위한 전략적 설계를 미리 촘촘히 해야할 시점이라는 관측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11-10 18:16:44[파이낸셜뉴스] 미국 대통령선거가 초반부터 우위를 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싱겁게 끝이 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조바이든 현 대통령의 외교안보 및 경제정책의 상당수 분야에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 Make America Great Again!)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트럼프 2기정부의 예상되는 새 국정 방향의 얼개는 대략 '바이든 정부 지우기'로 요약된다. 이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성공 원인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면서 그의 강력한 배경으로 등장한 일명 '페이팔 마피아'가 트럼프 당선에 신의 한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공화당은 상·하원 선거까지 모두 이겨 의회도 장악함으로써 트럼프 2기정부는 강력한 정책을 펼칠 추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구촌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트럼프 2기의 국방 및 외교·안보 정책을 전망해 본다. ■트럼프 재집권 견인..일명 페이팔 마피아 10일 외교가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승리엔 '민주당 후보교체 임박, 생명 위협, 사법처리' 등 3중 위기에 놓여 있던 상황에서 지난 7월 13일 피격 사건이 분수령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분석이다. 이와 함께 실리콘밸리 부흥을 이끈 이른바 ‘페이팔(Paypal) 마피아’라고 불리는 실리콘밸리 출신의 '빅텍(big tech) 보수주의자' 그룹이 트럼프와 전격 밀착하면서 JD 밴스를 부통령으로 지명한 것도 승리의 주요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지난 2007년 11월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은 성공한 페이팔의 전 CEO 및 전 직원들을 조명하며 서로 공생의 관계를 유지해 온 동료에 가까운 그룹을 통칭해 이들을 그리 악의적인 표현이 아닌 의미에서 '페이팔 마피아'라고 불렀다. 이들 그룹에 속하며 현재 미국 기술산업을 선도하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1억3200만달러(약 1840억원)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팔 마피아는 지난 수년 동안 보수주의 운동을 꾸준히 지원해 왔으며 JD 밴스가 부통령에 지명된 배경에는 이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의 정책 전개 방향을 읽기 위해 이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 빅텍기업의 정신적 지주로까지 평가되는 피터 틸이 지난 20년간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키워낸 제자(Protege)들은 미국의 정치, 외교, 행정은 물론 방산 관련 기업을 포함한 비즈니스 영역까지 활발하게 진출해 결사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지난 2011년 5월 새벽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 무수히 많은 점조직으로 이뤄진 알카에다 구성원 가운데 빈라덴을 찾아내는 일은 '모래사막에서 바늘 찾는 격'이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당시 한 기업의 힘을 빌려 빈라덴을 추적할 수 있었다. 이 기업이 바로 피터 틸이 창업한 '세상에서 가장 은밀한 회사'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였다. 전쟁의 판도를 뒤흔드는 군사용 VR(가상 현실)의 천재로 불리며 30대 초반에 불과한 팔머 럭키가 이끄는 초연결 AI(인공지능) 및 혁신적 공중드론을 생산하는 방산기업 안두릴도 이들 그룹에 속한다. ■우크라전쟁·중동 전쟁 향방은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바이든 정부를 공격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를 지적했다. 자신은 2년 8개월이 넘어가는 이 전쟁을 취임 24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23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났을 때에는 푸틴 대통령과도 굉장히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당선되면 취임 전이라도 문제를 빠르게 잘 해결할 수 있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해온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이 바라는 방향과는 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 군사전문가는 "트럼프 2기에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계속 제공해 줄지, 러시아와 대화를 추진할 지 의문"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 지원을 줄이고 현재 전선을 휴전 또는 종전 경계선으로 삼아 비무장지대를 설정하는 쪽으로 유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동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서는 트럼프 자신의 취임 전까지 전쟁을 끝내길 바란다는 점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같이 유럽과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큰 전쟁을 신속하게 정리하겠다고 장담한 트럼프가 당선된 만큼 이 글로벌 전쟁은 어떤 방식으로든 그 향방이 크게 달라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 트럼프 2기, 미·북 핵군축협상 나서나 트럼프 2기에 참여할 전문가 그룹의 북핵문제에 관한 정책적 스펙트럼은 비핵화에서부터 핵군축협상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넓다. 다만,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인정하고 본토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김정은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군축협상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상대적으로 많다. 트럼프 1기에서 국방부 장관 대행을 지낸 크리스토퍼 밀러는 북핵은 불가역적인 상황이므로 기대가 아니라 현실에 기반을 두고 협상해야 한다면서 군축협상은 효과적으로 북한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며 제재완화를 바탕으로 동결 협상을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플라이츠 전 NSC 비서실장도 트럼프 2기에서 김정은과의 개인적인 외교를 재개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대북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며 트럼프는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긴장을 완화할 방법을 찾기를 매우 열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자신도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에서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하고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고, 북한이 다시 도발하고 있지만 우리가 돌아가면 나는 그들과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락연구실장은 이번 대선에서 공화, 민주 양당의 정강 정책이 ‘비핵화’ 용어를 뺀 것은 북핵문제에 대한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정서를 잘 보여준다며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도 비핵화가 빠져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고 지적했다. ■ 주한미군 주둔 비용 증액 가능성 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미 대통령 재임 당시 뿐만 아니라 퇴임 후에도 한국 정부가 내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인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나갔다. 2019년 8월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미국에 훨씬 더 많은 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며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매우 적은 돈을 받아왔지만, 지난해 자신의 요구에 따라 한국은 9억9000만달러(당시 약 1조2200억원)를 냈다"고 적었다. 해당 금액은 그 전해인 2018년 방위비 대비 약 6% 오른 규모였다. 다만 해당 협정의 유효기간이 1년이었기 때문에 트럼프는 이듬해 분담금 50억 달러를 요구했으나, 5배가 뛴 금액에 협상이 지연되면서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무급휴직에 들어가기도 했다. 결국 이후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방위비를 13.9% 인상한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타결시키면서 갈등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바이든 행정부와 조기 협상을 통해 오는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보다 8.3% 올린 약 1조5100억원으로 책정하고 2030년까지 연간 인상률 5% 상한선을 두고 4년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연동시키기로 했다. 따라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임기(2025년 1월~2029년 1월) 내 방위비가 모두 책정된 상태지만, 트럼프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좀 더 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 탄생의 강력한 배경으로 포진한 페이팔 마피아의 성향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이 펼치게 될 국정운영에 대해 우선 △도덕적 사회적 보수주의 원칙 전개와 함께 △미국 우선주의 경제 혁신을 목표로 제조업과 중산층을 회복을 추구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국방 혁신과 관련해선 △AI를 이용한 국방 혁신을 기본으로 초연결 AI 기반 전영역을 지배하려는 목표 추구로 국방력·군대의 혁신을 가속화할 것으로 봤다. 아울러 초대서양(Transatlantic) 비중을 줄이고, 초태평양(Transpacific)에 집중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향후 전개될 트럼프 2기와의 방위비를 협상에서 좁은 의미를 넘어 경제와 안보 전반에 걸쳐 무엇을 주고 받을 것인가 큰 그림을 놓고 펼치는 전략이 더 중요하다"며 "특히 자유민주 진영의 무기고로 떠오른 대한민국 K-방산의 위상과 가치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외교, 안보적 가치는 지구촌 시장에서 상종가로 평가되는 만큼 앞으로 '대한민국 국익'과 '한반도 안보정세의 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쫓기 위한 전략적 설계를 미리 촘촘히 해야할 시점이라는 관측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11-10 14:38:29[파이낸셜뉴스] 설 연휴 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20대 남매가 항소심에서 양형이 너무 무겁다고 호소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재욱)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매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앞서 이들은 1심에서 징역 15년을 각각 선고받았고 항소했으며, 검찰은 양형 및 전자장치 부착 기각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이날 남동생 A씨 측은 원심이 선고한 양형에 심신 장애가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1심에서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는데, 지적장애 2급인 그는 평소 정신적 어려움을 겪어온 점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진행된 누나 B씨 항소심 공판에서 B씨 측 변호인은 "1심이 B씨를 존속살해 공범으로 적시했는데 동생의 범행을 기능적으로 지배했는지에 대해 엄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양형도 범행에 기여한 부분보다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변호인은 친할머니 C씨의 사망 경위에 대한 국과수 부검 사실조회를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거절했다. 검찰은 구형량인 징역 24년보다 이들의 양형이 너무 가벼운 만큼 보다 무거운 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는 설 연휴인 지난 2월9일 부산 소재의 친할머니 집을 찾아가 할머니를 폭행해 살해했다. 그는 할머니와 말다툼하다가 할머니 머리를 벽에 부딪히게 하는 등 여러 차례 폭행하고 질식사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당시 사건 현장에는 없었으나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평소 A씨가 친할머니를 살해하고 싶다고 말하자 지난해 6월부터 A씨의 범행 전까지 전화 통화를 주고받으며 할머니를 살해할 방법을 제시하며 범행 동기를 강화했다. 그는 '수사기관에는 할머니가 평소 어지럼증이 있었다고 말하겠다'고 하는 등 사고사를 위장할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수사기관은 B씨가 함께 살인을 수행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판단해 그를 기소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장애인 연금과 기초생활수급자 급여를 할머니가 관리하는 데 대한 불만이 있어 이러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다음 재판은 오는 12월11일에 열린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4-10-30 14:00:19[파이낸셜뉴스] 아내의 외도로 이혼한 남성이 전처에게 아파트 2채와 억대의 양육비를 건넸지만 하나뿐인 아들이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30년 만에 알게 된 사연이 전해졌다. 19일 JTBC '사건반장' 이달 17일 방영분에 따르면 50대 남성 A씨는 30년 전 1년에 5억원을 벌어들이는 성공한 사업가였다. 상당한 재력을 가졌던 A씨는 당시 스무살이었던 전처와 결혼했고, 어린 나이에 자신과 결혼한 전처에 고맙다는 이유로 처가에 집을 사주고 처남의 대학 등록금까지 내줬다. 그러나 행복한 결혼 생활은 전처가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깨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전처는 "집에만 있으니 너무 심심하다"며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했다. A씨는 전처에게 "그냥 쉬어도 된다"고 했지만, 전처는 적극적으로 일을 하겠다고 나섰고, 원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됐다. 사업이 잘되면서 출장이 잦았다는 A씨는 결혼 5년차에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닷새 일정의 출장을 갔다가 일이 빨리 끝나 집에 일찍 돌아갔는데, 전처가 낯선 남성과 침실에서 자고 있었던 것. 이 남성은 전처와 같은 식당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심지어 전처는 바람을 피운 것도 모자라 A씨의 의료보험으로 내연남의 맹장 수술까지 시켜줬다.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내연남은 개인적인 사유로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였고, 이를 안타깝게 여긴 전처가 A씨의 의료보험을 이용해서 수술을 시켜줬던 것이다. A씨는 이들을 간통죄로 고소했지만 이내 고소를 취하했다. 하나뿐인 아들이 걱정돼 아들의 친모를 옥살이시킬 순 없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A씨는 전처에게 양육권과 친권을 넘겨줬고 함께 살던 집도 줬다. 월세를 받으면서 살라고 다른 집도 사줬다. 남들이 들으면 바보라고 손가락질할 것을 알았지만 오로지 아들을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귀책 사유가 있는 전처는 아들에게 "아빠는 새엄마를 만나기 위해 엄마를 버렸다"며 가스라이팅(정신적 지배)까지 했다고 전해졌다. 현재 A씨는 10년 전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일용직 노동자로 하루하루 벌어 먹고사는 신세가 됐다. A씨는 자신이 돈이 없어도 양육비로 선지급금을 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년 전 길에서 우연히 전처의 친구와 만나 안부를 묻는 과정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당시 전처의 친구는 "상처 많이 받으셨겠다. 저희도 놀랐다. 오빠 애가 아니라니 놀랐다"는 말했는데, 알고 보니 하나뿐인 아들은 친자가 아니었다. 친부는 A씨가 25년 전 침실에서 봤던 식당 아르바이트생도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A씨는 사실을 확인하려 전 처가 식구들에게도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고, 전처는 아들의 친부와 재결합해 살고 있었다. A씨는 "하나뿐인 아들이 친자가 아니란 걸 알았지만 그래도 만나보고 싶은데 참아야 하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2024-10-19 10:52:35연예인을 꿈꾸는 동창생에게 연예계 거물이라는 가상의 인물인 척 행세하며 수천만원을 갈취한 20대 남성을 검찰에 덜미가 잡혔다. 이 남성은 수년간 수면시간 제한, 가사 노동 부과 등 생활 규칙을 정하면서 심리적으로 피해자를 지배하는 이른바 '가스라이팅'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 1부(이승훈 부장검사)는 지난 8월 공갈 및 사기 혐의로 A씨(28)를 구속기소했다. 피해자 B씨에겐 심리치료를 지원키로 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8월 자신과 마찬가지로 연예인을 꿈꿨던 중학교 동창생 B씨에게 '유빈'이라는 절대적 권력과 힘을 갖고 있는 연예계 거물이 있다고 소개했다. "나도 유빈이 시키는 과제를 하면서 드라마 단역에 출연할 수 있었고, 그녀의 존재를 함부로 말하면 큰일 난다"며 B씨에게 이른바 '연예계 진출 프로젝트'를 권유했다. 물론 유빈은 A씨가 만들어낸 가상의 여성이었다. B씨가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사실을 알고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이다. A씨는 별개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유빈'인척 행세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데뷔 프로젝트 과제 명목으로 일일 수면시간 5시간 30분 이하 제안, 설거지, 청소 등 가사 노동, 하루 10시간 이상 게임 캐릭터 키우기 등을 하도록 강요했다. 또 피해자가 가족을 만나는 것을 차단했으며, 2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도록 명령했다.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없도록 조종해 고립시키는 수법이다. 금전 갈취도 이뤄졌다. 과제를 다하지 못하거나 생활 규칙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 '벌금' 명목의 채무도 부과했다. A씨가 연예계 거물로 행세하며 갈취한 벌금은 7200만원에 달했다. 피해자는 매일 주, 야간 아르바이트를 통해 번 돈으로 벌금을 내야 했다. A씨가 전과가 없고 피해 금액도 1억원을 넘지 않은 만큼 당초 사건을 검토한 경찰은 A씨를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죄질이 중하다고 판단해 지난 7월 A씨를 구속한 상태에서 법정으로 넘겼다. 범행은 4년 동안 계속됐다. 따라서 살펴봐야 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만 3100만 개에 달해 포렌식 과정에도 상당한 기간이 소요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신서연(27·변호사시험 12회) 검사는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는 매일 새벽 퇴근을 해야 했다"고 전했다. 연예계 데뷔 프로젝트가 10년 정도 알고 지냈던 동창의 자작극이라는 것을 알게 된 피해자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신 검사는 "피해자 조사를 하루 종일 했었는데, 이 사람이 4년간 고통받았던 시간을 하루 안에 다 듣는 것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친구한테 당한 배신감과 황금 같은 청춘을 뺏겼다는 고통이 클 것이라는 점에서 죄질이 어느 사기 범행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강제수사에 나섰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실제 피해자는 극심한 정신적 심리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피해자지원센터 등을 통해 B씨의 심리치료도 지원했다. 1심 법원도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정현기 판사는 지난달 25일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검찰은 이번 사례와 같은 '가스라이팅 기반 범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가스라아팅 기반 범죄는 재산상 피해뿐 아니라 심리적 고통까지 야기해 피해자의 일상생활을 파괴하는 범죄"라며 "엄정히 대처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2024-10-01 18:20:23[파이낸셜뉴스] 연예인을 꿈꾸는 동창생에게 연예계 거물이라는 가상의 인물인 척 행세하며 수천만원을 갈취한 20대 남성을 검찰에 덜미가 잡혔다. 이 남성은 수년간 수면시간 제한, 가사 노동 부과 등 생활 규칙을 정하면서 심리적으로 피해자를 지배하는 이른바 ‘가스라이팅’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 1부(이승훈 부장검사)는 지난 8월 공갈 및 사기 혐의로 A씨(28)를 구속기소했다. 피해자 B씨에겐 심리치료를 지원키로 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8월 자신과 마찬가지로 연예인을 꿈꿨던 중학교 동창생 B씨에게 ‘유빈’이라는 절대적 권력과 힘을 갖고 있는 연예계 거물이 있다고 소개했다. “나도 유빈이 시키는 과제를 하면서 드라마 단역에 출연할 수 있었고, 그녀의 존재를 함부로 말하면 큰일 난다”며 B씨에게 이른바 ‘연예계 진출 프로젝트’를 권유했다. 물론 유빈은 A씨가 만들어낸 가상의 여성이었다. B씨가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사실을 알고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이다. A씨는 별개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유빈’인척 행세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데뷔 프로젝트 과제 명목으로 일일 수면시간 5시간 30분 이하 제안, 설거지, 청소 등 가사 노동, 하루 10시간 이상 게임 캐릭터 키우기 등을 하도록 강요했다. 또 피해자가 가족을 만나는 것을 차단했으며, 2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도록 명령했다.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없도록 조종해 고립시키는 수법이다. 금전 갈취도 이뤄졌다. 과제를 다하지 못하거나 생활 규칙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 ‘벌금’ 명목의 채무도 부과했다. A씨가 연예계 거물로 행세하며 갈취한 벌금은 7200만원에 달했다. 피해자는 매일 주, 야간 아르바이트를 통해 번 돈으로 벌금을 내야 했다. A씨가 전과가 없고 피해 금액도 1억원을 넘지 않은 만큼 당초 사건을 검토한 경찰은 A씨를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죄질이 중하다고 판단해 지난 7월 A씨를 구속한 상태에서 법정으로 넘겼다. 범행은 4년 동안 계속됐다. 따라서 살펴봐야 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만 3100만 개에 달해 포렌식 과정에도 상당한 기간이 소요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신서연(27·변호사시험 12회) 검사는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는 매일 새벽 퇴근을 해야 했다”고 전했다. 연예계 데뷔 프로젝트가 10년 정도 알고 지냈던 동창의 자작극이라는 것을 알게 된 피해자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신 검사는 “피해자 조사를 하루 종일 했었는데, 이 사람이 4년간 고통받았던 시간을 하루 안에 다 듣는 것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친구한테 당한 배신감과 황금 같은 청춘을 뺏겼다는 고통이 클 것이라는 점에서 죄질이 어느 사기 범행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강제수사에 나섰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실제 피해자는 극심한 정신적 심리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피해자지원센터 등을 통해 B씨의 심리치료도 지원했다. 1심 법원도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정현기 판사는 지난달 25일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검찰은 이번 사례와 같은 ‘가스라이팅 기반 범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가스라아팅 기반 범죄는 재산상 피해뿐 아니라 심리적 고통까지 야기해 피해자의 일상생활을 파괴하는 범죄”라며 “엄정히 대처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2024-10-01 13:35:13"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 반드시 용기가 솟아나게 된다. 이는 죽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죽음에 처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知死必勇 非死者難也 處死者難)". 사마천의 사기(史記) '염파인상여열전'에 나오는 말이다. 사지(死地)에서 칼 한 번 쓰지 않고 담판을 지은 화씨벽의 주인공 인상여의 용기를 사마천은 '죽음을 아는 자의 용기(知死必勇)'라고 했다. 약소국의 일개 무명 사신으로서 적국의 군신들로 둘러싸였을 때 인상여의 심정은 이러했을 테다. 목숨을 거는 행위, 자기의 희생은 곧 타인을 위한 희생으로 이어지며 우리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항상 죽음과 함께한다는 인간의 현실을 격려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중한 이를 위한 희생, 소중한 사람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은 우리의 삶에서 가치 있는 행동임을 상기시킨다. 그의 망설임과 결단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인간성과 용기에 대한 깊은 고찰을 선사한다.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곧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문제와 닿아 있다. 한국의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현대인의 고질적인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고립, 결핍의 문제는 삶과 죽음에 대한 개념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그저 마지못해 살고 버티지 못해 포기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된다. 과거라고 해서 삶이 충만하지는 않았으리라. 다만, 삶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나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대안을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은 사마천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와 같다. 사마천은 '채미가(采薇歌)'를 전하면서 "하늘의 이치는 사사로움이 없어 늘 착한 사람과 함께 하는가? 그들을 과연 의롭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죽음의 의미도 시대의 배경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 대한 이런저런 판단 이전에 그 상황과 직면할 용기! 이 용기에서 주어진 상황을 넘어설 힘이 나온다고 사마천은 말한다. "죽을 자리(死地)에 서라! 그래야 살 방도가 나온다"라는 말은 한신(韓信)이 조나라와의 전투에서 쓴 '배수진(背水陣)'이라는 병법에서 등장한다. 죽을 곳에 빠진 뒤에야 살게 할 수 있고, 망할 곳에 있어야 생존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물을 등지고 싸우는 것은 최악의 전술이었다. 그런데 한신은 그렇게 '달아날 곳이 없어야' 병사들이 죽을 힘을 다해 싸우고, 그래야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른 장수들이 모두 비웃은 이 전술로 한신은 3만의 병사로 30만의 적을 이겨버린다. 살아 있으되 죽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남의 뜻에 따라 마지못해 사는 삶은 살아 있지만, 죽어 있는 삶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뜻을 얻은' 삶, 자기 뜻에 따라 사는 삶은 죽음을 불사한다. 우리가 살아 있는 순간이란 온전히 삶에 속할 때도, 죽음 편으로 훌쩍 넘어가 버릴 때도 아니다. 우리가 온전히 살아 있는 순간이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자신의 한계와 오롯이 직면하는 순간에 생생한 체험, 나의 경계를 넘어 더 큰 생명의 흐름과 접속하는 순간의 생생불식(生生不息)하는 마음의 역동성이다. 사마천은 이 도도한 흐름을 '역사'라고 보았다. 우리는 무엇이 옳고 그르고, 무엇이 좋고 나쁜가에 대한 분명한 답을 얻기보다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던 많은 선악시비의 분별들에서 벗어나 그것들이 만들어진 상황을 새로운 하나의 질문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내가 온전히 내 삶을 살 때, 온 힘을 다해 자신의 한계를 밀고 나갈 때, 그래서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져서 매 순간 새로운 삶을 살아갈 때, 이때 비로소 나는 삶에 위계와 서열을 정하는 세상의 지배적 표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 수 있다. 문규선 경영학자
2024-08-29 18:16:47'톺아보다'는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다. '내책 톺아보기'는 신간 도서의 역·저자가 자신의 책을 직접 소개하는 코너다.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 반드시 용기가 솟아나게 된다. 이는 죽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죽음에 처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知死必勇 非死者難也 處死者難)". 사마천의 사기(史記) '염파인상여열전'에 나오는 말이다. 사지(死地)에서 칼 한 번 쓰지 않고 담판을 지은 화씨벽의 주인공 인상여의 용기를 사마천은 ‘죽음을 아는 자의 용기(知死必勇)’라고 했다. 약소국의 일개 무명 사신으로서 적국의 군신들로 둘러싸였을 때 인상여의 심정은 이러했을 테다. 목숨을 거는 행위, 자기의 희생은 곧 타인을 위한 희생으로 이어지며 우리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항상 죽음과 함께한다는 인간의 현실을 격려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중한 이를 위한 희생, 소중한 사람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은 우리의 삶에서 가치 있는 행동임을 상기시킨다. 그의 망설임과 결단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인간성과 용기에 대한 깊은 고찰을 선사한다.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곧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문제와 닿아 있다. 한국의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현대인의 고질적인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고립, 결핍의 문제는 삶과 죽음에 대한 개념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그저 마지못해 살고 버티지 못해 포기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된다. 과거라고 해서 삶이 충만하지는 않았으리라. 다만, 삶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나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대안을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은 사마천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와 같다. 사마천은 '채미가(采薇歌)'를 전하면서 “하늘의 이치는 사사로움이 없어 늘 착한 사람과 함께 하는가? 그들을 과연 의롭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죽음의 의미도 시대의 배경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 대한 이런저런 판단 이전에 그 상황과 직면할 용기! 이 용기에서 주어진 상황을 넘어설 힘이 나온다고 사마천은 말한다. “죽을 자리(死地)에 서라! 그래야 살 방도가 나온다”라는 말은 한신(韓信)이 조나라와의 전투에서 쓴 ‘배수진(背水陣)’이라는 병법에서 등장한다. 죽을 곳에 빠진 뒤에야 살게 할 수 있고, 망할 곳에 있어야 생존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물을 등지고 싸우는 것은 최악의 전술이었다. 그런데 한신은 그렇게 ‘달아날 곳이 없어야’ 병사들이 죽을 힘을 다해 싸우고, 그래야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른 장수들이 모두 비웃은 이 전술로 한신은 3만의 병사로 30만의 적을 이겨버린다. 살아 있으되 죽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남의 뜻에 따라 마지못해 사는 삶은 살아 있지만, 죽어 있는 삶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뜻을 얻은’ 삶, 자기 뜻에 따라 사는 삶은 죽음을 불사한다. 우리가 살아 있는 순간이란 온전히 삶에 속할 때도, 죽음 편으로 훌쩍 넘어가 버릴 때도 아니다. 우리가 온전히 살아 있는 순간이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자신의 한계와 오롯이 직면하는 순간에 생생한 체험, 나의 경계를 넘어 더 큰 생명의 흐름과 접속하는 순간의 생생불식(生生不息)하는 마음의 역동성이다. 사마천은 이 도도한 흐름을 ‘역사’라고 보았다. 우리는 무엇이 옳고 그르고, 무엇이 좋고 나쁜가에 대한 분명한 답을 얻기보다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던 많은 선악시비의 분별들에서 벗어나 그것들이 만들어진 상황을 새로운 하나의 질문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내가 온전히 내 삶을 살 때, 온 힘을 다해 자신의 한계를 밀고 나갈 때, 그래서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져서 매 순간 새로운 삶을 살아갈 때, 이때 비로소 나는 삶에 위계와 서열을 정하는 세상의 지배적 표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 수 있다. 문규선 경영학자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8-29 10:2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