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북한이 광범위한 인권 유린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치범 수용소를 여전히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말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74차 유엔총회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북한인권보고서'가 제출됐다. 5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토마스 킨타나 오헤아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가 운영 중이라면서 정치범들은 최악의 여건 속에 수감돼 있고, 최근 탈북자들도 수용소에 대한 뿌리 깊은 공포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킨타나 보고관은 북한 국가보위성 요원들이 영장이나 사법적 절차 없이 자의적으로 반국가 용의자들을 체포하고 심문하며 국가보위성은 정치범들을 수용소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용의자들의 가족들은 가족의 행방에 대해 어떤 통보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주민들은 어떤 법적인, 절차적 보호 장치 없이 국가보위성의 결정에 따라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지는 인권 유린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앞서 킨타나 보고관은 지난 1월 방한해 북한에는 정치범 수용소가 존재하고, 절차와 재판 없이 정치범들을 수용되고 있으며 북한 주민들은 언제든 수용소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나라 전체가 거대한 감옥"이라는 탈북민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당시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킨타나 보고관의 방한을 두고 "북한 인권 나발을 불어대며 공화국을 터무니없이 걸고 들었다"면서 "인권모략 소동은 공화국의 존엄과 위상에 먹칠을 하고 대조선 제재압박 기운을 고취하려는데 있다"고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북한에 8만명에서 12만명에 달하는 정치범들이 최소 4개의 거대한 수용소에 수감돼 있다고 밝혔다. 킨타나 보고관은 북한 정부에 수용소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제공하고, 독립적인 국제감시단이 상황을 살펴볼 수 있도록 방북을 허용해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5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에는 정치범이라거나 정치범 수용소라는 표현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킨타나 보고관은 북한의 인권 상황은 개선 조짐이 전혀 없다고 평가하면서 최근 북한과의 협상에서 인권과 관련된 문제가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고 이번에 유엔에 제출된 북한 인권 문제가 향후 협상에서는 포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오는 10월 인권 문제를 다루는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출석, 이번에 제출된 인권보고서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할 예정이다. 한편 인권 문제는 북한의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폭정을 명시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북한의 '아킬레스 건'이다. 하지만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난해 평화 분위기 속에 인권 문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졌고, 협상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19-09-05 09:56:59통일연구원은 7일 백서를 통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공개 처형이 이뤄지는 등 인권 실태가 매우 열악하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이날 발간한 '2019 북한인권백서'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증언을 인용해 정치범 수용소에서 규율 위반, 명령 불복종 등 이유로 어떠한 법적 절차도 없이 보위부원에 의한 처형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처형이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비밀리에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용자들에 대한 강제 노역 등 열악한 인권 실태도 지적했다. 백서는 탄광 노동의 경우 생산계획이 있어서 하루 노동량을 채우지 못하면 마칠 때까지 일을 해야하는 환경이라고 전했다. 또 수용자들은 휴일에도 쉬지 못하고 때로는 보안부 지도원들의 집에 불려가 밭 갈기, 감자 심기, 김매기, 석탄작업 등을 한다고 밝혔다. 비인도적 처우를 언급한 부분도 있었다. 정치범수용소에서 폭행과 가혹행위가 만연하고 영양과 위생, 의료 상황도 열악해 수용자들이 고통당한다고 지적했다. 한 탈북자는 백서에서 증언을 통해 "일곱 식구에게 배급되는 안남미가 한 달에 고작 8㎏이었다"고 밝혔다. 김정은 집권 이후 탈북자에 대한 처벌이 크게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서에 따르면 탈북 뒤 북송된 경우 지난 2013년까지는 1차 북송은 노동단련대 6개월, 2회 이상 북송은 노동교화형을 받았으나 2014년부터는 탈북 횟수에 관계없이 노동교화형이 부과된다는 증언도 나왔다. 또 아울러 북한이 형법에 더해 형법부칙(일반범죄)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법에 따라 사형 대상 범죄를 폭넓게 규정한다고 분석했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
2019-06-07 21:23:21세바퀴(사진=해당방송캡처) 조수아가 중국에 잘못 갔다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갔었던 사연을 털어놨다. 31일 방송된 MBC '세상을 바꾸는 퀴즈-세바퀴'에서는 북한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고 의사로 일하던 조수아씨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사건을 언급했다. 조수아는 집안은 당 간부를 하고 정형외과 의사를 할 정도로 상층 집안에서 자랐지만 우연히 중국을 갔다 신의주로 돌아오다 남한의 간첩으로 몰렸다고 밝혔다. 이에 조수아는 물론 집안 식구들까지 위험에 빠졌고 조수아는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힘든 시간을 견디며 54kg였던 몸무게가 무려 26kg까지 빠졌었다며 당시 끔찍했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런 모진 고문끝에 조수아는 시체나 다름 없는 상황이 되었고 조수아의 오빠는 간신히 시체더미에 있는 조수아를 돈을 많이 주고 꺼내올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조수아가 처음 남편을 만났을 때 전혀 배려 없는 모습에 실망했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p656@starnnews.com정주리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starnnews.com
2014-06-01 08:12:58그동안 정보 수준으로만 떠돌던 북한 내 정치범 수용소의 위성사진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20일 통일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위성사진 5장을 공개했다. 위성사진은 인터넷 검색엔진 구글에서 좌표를 통해 위치를 확인한 사진으로, 통일부가 윤 의원에게 제출한 것이다. 이번에 사진을 통해 확인된 정치범수용소는 평남 개천(14호) 및 북창(18호) ,함남 요덕(15호), 함북 화성(16호)과 회령(22호), 청진(25호) 등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이 현재 운영 중인 정치범수용소는 이들 6곳으로, 총 15만명이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위성사진과 함께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자료를 인용해 일반적인 정치범수용소의 시설에 대한 그림자료도 제출했다. 자료에 따르면 정치범 수용소는 외곽 철책선과 내부 철책선 등 이중 철책구조로 돼 있고 내부에 집단농장과 사상학습소, 처형장 등이 위치해 있다. 윤 의원은 “‘정치범수용소 해체’ 필요성을 공식 제기한데 대해 통일부는 ‘북한인권개선 필요성에 대한 주장 차원에서 검토해 나가겠다’고만 답변해 왔다”고 소개한 뒤 “북한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정부의 입장이 공허하게 들린다”고 지적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기자
2011-09-20 09:30:06북한에는 모두 6개의 정치범수용소가 있으며, 15만4000여명이 수감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는 평안남도 개천(14호 관리소)·북창(18호 관리소) 수용소, 함경남도 요덕(15호 관리소) 수용소, 함경북도의 화성(16호 관리소)·청진(25호 관리소)·회령(22호 관리소) 등 6개이다. 북한은 과거 정치범수용소를 10개까지 운영한 적도 있지만 국제인권단체들의 문제제기와 실태조사 등으로 국경 지역의 일부 수용소를 폐쇄한 것으로 정보당국은 추정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월 북한은 6곳에 정치범수용소를 운영 중이며, 수감자는 20여만명에 이를 것으로 밝힌 바 있다.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는 종신 수감되는 '완전 통제구역'과 석방될 가능성이 있는 '혁명화 구역'으로 구분되지만 열악한 여건과 인권유린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올해 김정은으로의 후계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정치범수용소를 통한 주민 통제를 한층 강화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북한 당국이 정치범수용소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반면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확대되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AI)는 올해 북한 정치범수용소 문제를 중점 조사할 예정으로, 교화소와 노동단련대 등 북한 내 수감시설 전반의 운영실태와 문제점을 분석한 보고서도 발표할 계획이다. 미국과 캐나다 하원은 북한 인권개선을 위한 여론조성과 정책수립을 위해 북한 정치범수용소 출신 탈북자를 초청해 오는 2~3월 북한인권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jschoi@fnnews.com 최진성기자
2011-01-18 16:56:21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납북자가 모두 517명이며 이중 최소 22명은 북한 내 정치범수용소에 감금 돼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호연 의원은 5일 통일부가 지난 2006년 실시한 ‘납북자 가족 실태조사’ 자료를 통해 “납북자 중 22명이 현재 정치범수용소에 감금된 것으로 국가정보원이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1953년 정전협정 이후 2009년까지 납북자 수는 3826명으로 이 가운데 귀환한 사람은 3309명이며, 미귀환 납북자는 선원 등을 포함해 517명으로 집계됐다. 납북 사실을 당국으로부터 통보받은 가족은 32%에 불과했다. 과거 조사 과정에서 당국의 가혹행위나 감시 등의 인권유린이 있었다고 응답한 납북자 가족은 55%였고, 이 가운데 당국의 가혹행위로 인해 7명이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커를 통해 생사를 확인한 가족은 12%였고, 가족이 직접 나서 납북자의 생사를 확인한 경우는 13.1%였다. 납북자와 관련해 가족이 건의한 사항 중 ‘생사 확인’이 47%로 가장 많았고 ‘현실적 지원’(23%), ‘상봉 및 교류정례화’(16%) 순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납북됐다 귀환한 3309명에 대해 국가차원의 지원대책을 강구할 것을 권고했지만 통일부는 사실상 거부했다”면서 “통일부는 지금이라도 이들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기자
2010-10-05 13:34:28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환경은 열악하고 구금과 고문 등이 자행되고 있으며, 탈북자에 대해서는 점차 처벌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20일 발표한 ‘북한 정치범수용소 실태조사’에서 밝혀졌다. 국가기관 차원에서 북한 정치범수용소와 인권침해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위는 정치범수용소에서 수감자 및 관리자 등으로 정치범수용소 생활을 경험한 탈북자 17명과 2006년 이후 강제 송환을 경험한 탈북자 32명에 대한 심층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인권위는 또 2009년 입국 탈북자 322명을 대상으로 일반 북한주민의 정치범 처벌사건 및 국가안전보위부에 의한 강제실종 목격사례, 정치범수용소와 강제실종에 대한 인식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UN회원국인 북한은 UN헌장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보호하고 증진할 국제적 의무가 있지만 국제인권규범을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 환경은 열악한 데다가 구금과 고문 등이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강제송환자에 대해서는 반역죄 죄목으로 자의적 구금, 고문, 비인도적이고 굴욕적인 처우, 사형, 공개처형, 감옥 내 영아살해 등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강제송환 후 최종 처벌 수위도 크게 강화됐다. 최근 한국행 기도가 많아지면서 법을 어기고 국경을 넘은 탈북자에 대해 처벌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fnchoisw@fnnews.com최순웅기자
2010-01-20 09:50:16탈북자 출신의 영화감독 정성산씨가 만들어 화제가 됐던 뮤지컬 ‘요덕 스토리’가 4월18일부터 경기도 고양 아람누리에서 세번째 공연을 펼친다. 정 감독의 실제 경험에 뿌리를 둔 ‘요덕 스토리’는 2006년 초연된 후 국내 공연 150회, 미국 순회 공연을 거쳐 2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특히 이번 공연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제3의 시나리오’ 등 스테디셀러 소설가 김진명씨가 합류해 눈길을 끈다. 평소 정감독과 친분이 있던 김씨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를 그린 이 작품에 깊은 감명을 받아 각색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러브 인 요덕(love in yoduck)’이라는 부제를 단 이번 공연은 전작과 같은 줄거리지만 이야기 전개에 속도감을 더했다. 남한 국가정보원의 스파이인 아버지를 둔 죄로 요덕 수용소에 같이 북한 무용수 강련화가 소장 리명수와 가슴 아픈 사랑을 나눈다. 3만∼8만원. (02)569-5817
2008-03-27 16:36:39탈북자 출신의 영화감독 정성산씨가 만들어 화제가 됐던 뮤지컬 ‘요덕 스토리’가 4월18일부터 경기도 고양 아람누리에서 세번째 공연을 펼친다. 정 감독의 실제 경험에 뿌리를 둔 ‘요덕 스토리’는 2006년 초연된 후 국내 공연 150회, 미국 순회 공연을 거쳐 2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특히 이번 공연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제3의 시나리오’ 등 스테디셀러 소설가 김진명씨가 합류해 눈길을 끈다. 평소 정감독과 친분이 있던 김씨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를 그린 이 작품에 깊은 감명을 받아 각색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러브 인 요덕(love in yoduck)’이라는 부제를 단 이번 공연은 전작과 같은 줄거리지만 이야기 전개에 속도감을 더했다. 남한 국가정보원의 스파이인 아버지를 둔 죄로 요덕 수용소에 같이 북한 무용수 강련화가 소장 리명수와 가슴 아픈 사랑을 나눈다. 3만∼8만원. (02)569-5817
2008-03-27 08:50:27[파이낸셜뉴스] 북한이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버리고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하면서 이를 놓고 한국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그 시작은 김정은이 띄웠다. 2023년 12월 30일 김정은은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을 “적대적인 두 국가, 교전 중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면서 ‘통일’ 용어 폐기에 앞장서고 있다. 그렇다면 기존의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체제' 원칙을 폐기한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북한의 두려움이다. 한국과 북한은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동일한 조건에서 출발했지만, 한국은 선진국이 되었지만, 북한은 인민의 식량문제도 해결해 주지 못하는 등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은 북한 독재체제가 한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패배했다는 현실에 대한 자각이다. 북한이 체제 경쟁에서 패배한 후 이제는 북한정권을 수호해야 하는 문제가 절박한 도전과제가 되었다는 방증인 셈이다. 실제로 북한정권의 공포정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주민은 한류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고 있고, 기회만 생기면 엘리트층도 북한을 버리고 탈출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두 체제' 원칙을 폐기한 것은 더 이상 경쟁을 통해서는 북한체제를 지킬 수 없다는 두려움을 내포하고 있다. 둘째, 축적된 북한 내부 문제와 무관치 않다. 외부의 적을 위협으로 부각시키면 내부 문제는 소소한 것으로 치부되는 관심전환법을 가동시키는 성격도 있다. 북한 내부는 현재 고난의 행군 시즌II로 규정될 정도로 식량난이 심각하고 주민의 불만은 누적된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외부 도발을 통해서 임시방편적으로 민심이반을 차단해 왔으나 더 이상 단편적 대처로는 힘들다는 판단으로 남북관계 재설정이라는 근본적 문제로 눈을 돌렸다고 볼 수 있다. 셋째, 한반도 공산화 전략 2.0 차원이다. 즉 북한의 정책변화는 ‘통일’에서 ‘점령’으로 그 목표를 표면화한 것이 본질이다. 사실상 ‘적대적 2국가론’은 이견을 ‘대화’가 아닌 ‘무력’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공식을 담고 있다. 서로 마주하는 적대국가는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강압하여 군부에는 전쟁준비에 박차를 가하게 함으로써 군사력을 통해 한반도 점령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셈법이 담겨있는 것이다. 2024년 1월 16일 김정은은 시정연설을 통해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대목에 ‘점령’이 포함된 것은 ‘통일론’을 포기한 근본적 이유임을 보여준다. 나아가 ‘수복’을 언급했다는 것은 찾아야 할 영토가 있다는 의미인데 이는 ‘두 국가론’이 아닌 ‘하나의 국가’라는 성격 규정을 담고 있으므로 모순 그 자체다. 따라서 두 국가론은 결국 한반도 점령 의지를 품고 있는 전략이다. 한국을 점령 대상으로 규정한 것은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이것이 핵무기를 군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고 핵운용무기의 핵무기 운용절차를 체계화한 이유다. ‘적대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함으로써 ‘극단적인’ 무기도 사용할 수 있다는 엄포를 놓는 핵인질화 셈법이 녹아있는 것이다. 넷째, 처벌 회피 목적도 있다. 통일정책 폐기는 통일 이후 진행될 수 있는 숙청, 정치범 수용소 만행 등 북한정권의 반인도 범죄를 덮으려는 의도와도 무관치 않다. 집단학살, 인권유린, 공포정치를 일삼은 정치지도자는 나중에라도 그 범죄를 처벌하려는 국제사회의 결기를 걱정하는 모습과도 연결된다. 예를 들어 유고연방 대통령이었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는 인종청소 등 극단적 범죄를 저질러 1999년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 기소된 바 있다. 김씨일가의 공포정치 만행은 북한이 자유화되면 반드시 ‘정의’ 차원에서 따져보아야 하는 사안일 수밖에 없고, 살아있는 김정은은 재판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통일이 되면 이 시점이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로 통일을 저버린 것이다. 통일이 되더라도 자신이 처벌을 받을 수 없는 방식, 즉 적화통일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통일론’을 폐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은 ‘통일론’을 폐기했다기보다는 내부적으로 ‘적화통일’을 군사전략으로 지속하면서도 외부적으로는 ‘통일’을 지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회색지대 모호성’을 버리고, ‘흑백지대 명확성’을 채택했다는 해석이 합당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북한전략에 부화뇌동할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적 통일’을 지향하는 대한민국 헌법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을 주지시킨다. 나아가 북한의 호전성과 근본적 전략이 사실상 변화가 없음을 인식하여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동맹, 안보협력국, 유사입장국을 대상으로 대북 공조의 폭과 강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외교무대를 통해 ‘8·15 통일 독트린’ 지지를 확대하는 것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9-26 16:3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