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 경기 출전, 무작정 막아야 할까? [주말의 디깅]
[파이낸셜뉴스] 수영대회 여자부 개인전 전 종목을 압도적으로 석권한 미국의 성전환 수영선수 아나 칼다스(47)가 성별 확인 검사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칼다스는 2030년까지 국제 대회 출전이 정지됐고 4년 간의 성적도 모두 박탈됐다. 칼다스는 "염색체 검사는 신체적 부담이 크고 사생활을 침해한다"며 거부 이유를 밝혔다. 이에 스포츠계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 경기 출전 문제가 다시 한 번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남성과 여성만 존재하던 스포츠계, 트랜스젠더 선수의 등장 1977년 미국 테니스계는 한 선수의 등장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여성으로서 US오픈에 출전한 르네 리차즈가 그 주인공이었다. 그는 여성 선수로 대회에 출전한 최초의 트랜스젠더였다. 당시에는 성전환 선수의 출전 자격을 다룬 명확한 규정이 없어, 그의 출전은 단순한 스포츠 이슈를 넘어 사회 전반의 논쟁을 불러왔다. 2004년 IOC는 스톡홀름 합의를 통해 트랜스젠더 선수의 출전 조건을 구체화했다. 성전환 수술을 마치고, 법적으로 성별을 인정받았으며, 최소 2년 이상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규정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비판과 함께 인권 침해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결국 2015년 IOC는 기준을 완화해 성전환 수술 요건을 없애고,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경우 최소 1년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10nmol/L 이하임을 입증하면 출전이 가능하도록 했다. 참여의 문턱을 낮춘 조치였지만, 그만큼 새로운 논란의 불씨도 함께 피어올랐다. 세상을 흔든 트랜스젠더 선수들 2021년 도쿄올림픽 역도 경기에서는 뉴질랜드의 로렐 허버드가 최초로 올림픽 개인 종목에 출전한 공개 트랜스젠더 선수가 됐다. 당시 43세였던 그는 세 번의 인상 시도에서 모두 실패하며, 트랜스젠더 선수의 운동능력 우위를 보여주지 못했다. 논쟁은 미국 대학 수영선수 리아 토마스의 등장으로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2022년 3월, 펜실베이니아대 소속인 그는 여자부 500야드 자유형에서 우승하며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 챔피언십을 차지했는데, 토마스가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았음에도 여성으로 인정을 받아 출전했다는 사실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또 남성 팀에서 활동하던 시절 500m 자유형 65위였던 토마스가 여성부로 옮긴 뒤 1위에 오른 것은 "우승하려고 여성이 된 것 아니냐"는 비난마저 불러일으켰다. 다만 이 과정에서 트랜스젠더가 아닌데 트랜스젠더라고 오해받은 선수들도 있다. 남성과 여성의 발달 특성이 혼재된 '성발달 차이(DSD)'를 가진 간성 선수들이다. 남아공의 육상선수 캐스터 세메냐, 2024 파리올림픽 여성 복싱 금메달리스트 알제리 복서 이마네 칼리프와 대만의 린위팅선수는 모두 여성으로 자라온 선수지만 추후 XY 염색체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간성(intersex)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마네 칼리프 선수는 상대 선수에게 "남자와는 경기할 수 없다"는 말을 들으며 거부를 당했다. 국내에는 2023년 사이클 선수 나화린 선수가 있다. 나 선수는 국내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트랜스젠더 선수로 강원 도민체전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따내며 주목받았다. 나 선수는 자신이 출전한 목적에 대해 “트랜스젠더가 여성보다 신체적 우위에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별도의 카테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알리기 위해 경기에 나섰다고 밝혀 더 화제가 됐다. 트랜스젠더를 위한 '오픈부' 신설을 둘러싼 찬반 이처럼 공정성과 인권의 갈등이 깊어지자 일부 종목에서는 제3의 해법으로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오픈 부문을 신설하기 시작했다. 국제수영연맹은 2023년 베를린 수영월드컵에서 트랜스젠더 선수를 위한 별도 부문을 마련했지만, 참가 신청은 단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아 경기가 취소됐다. 표면적으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실제로는 선수들이 “자신의 정체성이 또 다른 분리와 낙인으로 이어질까 두려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 선수는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자들과 경쟁해서 이기고 싶은 게 아니라, 여성으로 경기하고 싶은 것"이라며 "다른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마음도 아마 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트랜스젠더들이 따로 경기할 수 있어야 하는 이유로 "어차피 어떤 조건을 걸더라도 트랜스젠더 선수가 우승하면 안 좋은 얘기가 나올 것"이라며 "트랜스젠더 선수는 여성 경기에서 명예롭게 우승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박성주 국민대학교 스포츠윤리학과 교수는 "나 선수가 주장하는 선수의 명예라는 가치를 위해 다른 가치가 희생되어도 괜찮은 건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DSD·트랜스젠더 선수를 남성·여성 스포츠가 아닌 제3의 영역에서 경쟁하게 하는 방식에는 근본적으로 회의적"이라며 “별도의 ‘트랜스젠더 범주’로 분리하는 것은 겉으로는 참여 기회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들이 자신의 젠더 정체성에 부합하는 경기 범주에서 경쟁할 권리를 박탈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그들에게 수치스럽고 굴욕적인 선택만을 강요하고, 사회에서 이미 겪고 있는 소외를 스포츠 영역에서 다시 재생산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디깅 digging'이라는 말, 들어보셨지요? [땅을 파다 dig]에서 나온 말로, 요즘은 깊이 파고들어 본질에 다가가려는 행위를 일컫는다고 합니다. [주말의 디깅]은 한가지 이슈를 깊게 파서 주말 아침,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2025-10-31 21:33:08
경기도, 가정폭력·성폭력 등 젠더폭력 피해자 '통합 지원체계' 마련
【파이낸셜뉴스 수원=장충식 기자】경기도는 가정폭력, 성폭력, 스토킹·교제폭력 등 젠더폭력 피해자의 신변 보호와 안전한 일상회복을 위해 장·단기 주거지원부터 퇴소 후 연계서비스까지 통합 지원체계를 마련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를 위해 도는 먼저 긴급 보호가 필요한 피해자를 위해 안전숙소 8곳, 긴급주거 지원 6곳, 임대주택 주거지원 4곳,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12곳,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4곳 등 총 34곳의 장·단기 임시숙소를 운영하고 있다. 안전숙소는 112신고 후 보호가 필요한 피해자에게 5일간 임시 거주지를 제공한다. 긴급주거나 임대주택 주거지원은 피해자들에게 각각 최대 30일, 3개월 동안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지원하며, 심의 절차를 거쳐 모두 1회 연장 가능하다. 긴급주거 지원은 최대 15명까지, 임대주택 주거지원은 최대 13명까지 수용가능하며 현재까지 신청자는 모두 입소한 상태이다. 이와 더불어 경기도형 긴급 안전지원으로, 주거지원을 받기 어려운 피해자들에게 숙박비·이사비, 자동차 번호 변경, CCTV 설치 및 보안물품 등을 지원해 피해자가 가해자의 추적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장애인 피해자나 어린 자녀가 있는 피해자에게 심리상담, 병원 치료, 경찰 조사·재판 출석 지원과 같은 긴급 돌봄도 제공한다. 단기적 주거지원이 끝났는데도 거주할 공간을 찾지 못한 피해자는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로 연계된다.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의 경우 단기 6개월 이내(3개월 범위 내 2차례 연장 가능), 장기 최대 2년 이내,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의 경우 원칙 1년 이내(1년 6개월 범위에서 1회 연장 가능) 숙식 제공, 심리상담 및 치료, 질병 의료지원, 수사·재판 서비스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보호시설은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국의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가 지역 제한 없이 입소할 수 있다. 도는 단순한 주거지원에 그치지 않고, 퇴소 후 지속가능한 생활 안정을 위해 다양한 연계서비스도 지원한다.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입소자(입소기간 4개월 이상, 자립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경우)에게 인당 500만원(동반아동은 250만원)의 퇴소자립지원금 및 직업훈련비, 학원비, 교통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입소자가 6개월 이후 퇴소할 경우 인당 1회 2천만 원의 퇴소자립지원금과 50만 원의 퇴소자립지원수당을 60개월에 걸쳐 지급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경찰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민간경호 지원사업을 시범 도입한다. 피해자의 출퇴근·외출 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경찰청 협의와 전문가 심의위원회를 거쳐 꼭 필요한 대상자에게 지원하고 있다. 김진효 경기도 여성정책과장은 "피해자의 주거 안정과 신변 안전을 위해 임시숙소 운영, 퇴소자 자립지원, 민간경호 시범사업 등 단계적 지원체계를 마련했다"며 "피해자들이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마련하고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주거·자립·안전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2025-10-16 09:10:47
美 찰리 커크 암살범 "좌파 성향에 트랜스젠더 연인과 동거"
[파이낸셜뉴스] 이달 대학가에서 미국의 유명 우파 정치 운동가 찰리 커크를 살해한 용의자가 성전환자(트랜스젠더) 연인과 동거중이었으며 좌파 성향이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AP통신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미국 유타주의 스펜서 콕스 주지사는 14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커크 살해 용의자로 체포된 22세 타일러 로빈슨이 트랜스젠더와 동거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빈슨의 룸메이트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 중인 인물”이라며 로빈슨과 “연인 관계”라고 주장했다. 이번 수사에 관여하고 있는 콕스는 로빈슨의 룸메이트가 "수사 과정에서 매우 협조적이었으며, 이번 일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미국 청년 우파 단체 ‘터닝포인트 USA’의 공동 창설자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커크는 지난 10일 유타주 오렘의 유타 벨리 대학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총격을 받아 향년 31세에 목숨을 잃었다. 커크는 당시 토론회에 모인 청중 사이에서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트랜스젠더 총기 난사범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아느냐?”라는 질문이 나오자 “너무 많다. 총기 사고 중 조직폭력배가 저지른 사건도 포함 되나?”라고 답한 직후 목을 잡고 쓰러졌다. 콕스는 로빈슨이 현재까지 "당국에 자백하지 않았다"면서 "그는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소속인 콕스는 로빈슨이 "분명히 좌파 이념"을 갖고 있다면서 "그 정보는 그의 주변 사람들, 가족, 친구들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로빈슨은 11일 가족의 신고로 체포됐다. 콕스는 로빈슨이 "분명히 게임을 많이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커뮤니티인 ‘레딧’을 언급하고 "친구들이 확인해준 바로는, 이 사람이 일종의 깊고 어두운 인터넷, 레딧 문화, 이런 다른 어두운 공간들 속으로 깊이 파고들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로빈슨은 미국의 대학 입학시험 ACT에서 상위 1%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아 장학금을 받고 유타주립대학에 입학했다가 한 학기 만에 중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선거 유권자 등록 기록에 따르면 로빈슨은 어느 정당에도 소속돼 있지 않으며, 근래 있었던 최소 두 차례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콕스는 로빈슨이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불리는 트럼프 지지 세력의 급진주의자였다는 의혹에 대해 모든 정당 관계자가 섣부른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콕스는 "나는 이 싸움에서 전혀 이해관계가 없다. 만약 이 사람이 급진화된 마가 지지자였다면, 나는 그것 역시도 똑같이 말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5-09-15 07:51:35
"여잔지 확인 먼저"…태국서 트랜스젠더 성기 만진 관광객, 하이힐로 폭행 당해
[파이낸셜뉴스] 태국 파타야에서 인도인 관광객이 트랜스젠더 여성에게 접근해 성적 접촉을 시도하다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6일(현지시간) 태국 채널7 등에 따르면 전날(5일) 오전 3시께 파타야 해변 도로변에서 인도 국적 남성 A씨(25)는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트랜스젠더 여성 B씨(29)에게 하이힐에 머리를 가격 당했다. 당시 A씨는 B씨에게 성매매 가격을 문의하며 접근했다. 이어 그는 성별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며 B씨의 성기를 만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수치심을 느낀 B씨는 신고 있던 하이힐을 벗어 A씨의 머리를 수차례 가격했다. 이로 인해 머리에 출혈이 발생하자 A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조사를 시작했으나 B씨는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현장을 벗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진술을 확보했으며, 가해 여성에 대해 폭행 혐의로 소환장을 발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5-09-08 08:24:04
여자인 척 성관계…수술 안 한 트랜스젠더女, 성폭행 혐의로 구속
[파이낸셜뉴스]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 여성이 거짓말을 하고 동갑내기 남성과 성관계를 했다가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5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시아라 왓킨(21)은 2022년 6월 SNS를 통해 알게 된 남성과 성적으로 접촉했다. 당시 왓킨은 남성에게 "생리 중이라 허리 아래는 만질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남성이 허리 아래 신체 부위를 못 만지게 함으로써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숨기려는 의도에서였다. 왓킨은 이후 남성으로부터 오는 연락을 모두 차단했다가 다시 연락을 취해 며칠 뒤 다시 만났다. 이때 왓킨은 자신은 트랜스젠더이며 남성 성기를 가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검찰은 “왓킨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갖기 전에 트랜스젠더인 것을 알리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 분명하다”며 “피해자는 조사에서 ‘왓킨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성관계를 갖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으며, 이 사건으로 인해 정신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왓킨 측 변호인은 사건 당시 왓킨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왓킨 자신은 여성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긴 했지만, 목소리나 외모 등 겉으로 보기에는 남성이었기 때문에 상대 남성은 왓킨이 생물학적 여성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알아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남성으로 태어난 왓킨이 13세 때부터 시아라라는 이름을 사용했지만, 어떤 치료나 수술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여성 7명과 남성 5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이틀간의 재판을 거쳐 약 1시간의 심의 끝에 유죄 평결을 내렸다. 왓킨에 대한 선고는 오는 10월 10일 내려질 예정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8-25 16:27:17
손흥민 향한 우산 논쟁, 외신도 주목... NYT "한국 젠더 갈등 드러낸 한 단면"
[파이낸셜뉴스] 영국 프리미어리그 출신 축구스타 손흥민(33·로스앤젤레스FC)이 또 다른 국제적 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라운드 위 화려한 플레이 때문이 아니었다. 한 장의 사진, 그리고 그 사진이 촉발한 논쟁 때문이다.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이 축구스타는 여성 인터뷰 진행자의 우산을 들어줘야 했던 걸까’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온라인에서 벌어진 이른바 ‘손흥민 우산 논란’을 조명했다. 이 논란이 젊은 세대 사이 극단적으로 심화된 젠더 갈등의 한 단면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토트넘과 뉴캐슬의 친선경기 이후였다. 경기 직후 빗속에서 진행된 인터뷰. 진행자는 걸그룹 에이핑크 출신 방송인 오하영. 그녀는 손흥민에게 우산을 씌워주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단순한 풍경일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의 사진이 온라인에 퍼지자 인터넷은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일부 네티즌은 “왜 여성이 남성에게 우산을 씌워줘야 하느냐”며 성 역할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또 다른 이들은 “그저 인터뷰 상황일 뿐”이라며 “억지 해석”이라 반박했다. 심지어 같은 자리에 있던 손흥민의 토트넘 시절 동료 벤 데이비스가 인터뷰어의 우산을 대신 들어주는 사진까지 소환돼 비교 대상이 되며 논쟁은 더욱 불붙었다. NYT는 이 논쟁을 ‘사진 한 장이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묘사하며, 한국 사회에서 젠더 이슈가 얼마나 민감하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진 속 장면에 상당수 한국인이 날 것의 감정을 투영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젠더 갈등은 한국에서 단순한 의견 대립을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분열을 일으키는 주요 이슈가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년층 사이에서는 취업, 선거, 연애, 출산 등 삶의 전 영역에서 성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가 성별 간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며, “특정 사진이나 상황에 대한 극단적 해석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상호 혐오와 분노가 반복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5-08-08 20:47:35
美 펜실베이니아대, 트랜스젠더 수영 선수 우승 기록 삭제
[파이낸셜뉴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이 트랜스젠더 수영 선수 리아 토머스의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우승 기록을 삭제하고, 경기에서 영향을 받은 여성 선수들에게 사과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생물학적 성별 기준의 스포츠 분리 정책'에 따른 것이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은 이날 미국 연방 교육부와 합의를 통해 토머스의 우승 기록을 수정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토머스의 출전으로 NCAA 디비전1에서 타이틀을 빼앗긴 여성 선수의 기록을 복원하고, 그들에게 사과 편지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여성 부문에서 경기에 출전했던 남성 선수들에게 잘못 수여된 기록, 타이틀, 수상 경력 등을 모두 삭제하기로 펜실베이니아대학과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토머스는 고교 시절 남자 경기에서 활약했으며 2017년부터 펜실베이니아 대학 남성 수영팀에서 활동했다. 그는 2019년 성 전환 후 여성팀으로 옮겼다. 이후 2022년 NCAA 자유형 500야드에서 우승하며 첫 트랜스젠더 챔피언이 됐다. 지난 2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랜스젠더 여성들의 여성 스포츠 출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에는 트랜스젠더 학생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에 따라 스포츠 팀에 참여하고, 성별이 분리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한 조 바이든 정부 교육법 9조 관련 지침을 철회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당시 워싱턴포스트(WP)는 해당 조치를 "트랜스젠더 권리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은 대통령의 권력을 과격하게 주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방식으로 성별과 인종을 가르치는 학군에 대한 연방 지원금을 중단하겠다는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CNN 역시 트랜스젠더 선수들이 '불공정한 이점'을 누린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CNN에 따르면, 2017년 스포츠 의학(Sports Medicine) 저널은 트랜스젠더가 운동에 유리하다는 직접적이거나 일관된 연구 결과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여성이라 주장하는 남성들이 여성 선수들의 승리를 빼앗고 있다"고 강조하며 스포츠 선수들의 생물학적 성(性)과 사회적 성 사이에 논란을 지피기도 했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2025-07-02 15:51:45
젠더 격차 여전한 한일...韓 101위, 日 118위
【도쿄=김경민 특파원】 한국과 일본의 성 평등 지수가 나란히 100위권 밖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경제 분야에서 구조적 격차가 여전한 가운데 양국 모두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13일 세계경제포럼(WEF) 발표한 '2025년판 젠더 격차 지수'에서 일본은 조사 대상 148개국 중 118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같은 순위로 6년 연속 하위 4분의 1에 머물렀다. 올해 일본의 젠더 격차 지수는 66.6%로, 전년보다 0.3%p 개선됐으나 전체 평균치인 68.8%에는 미치지 못했다. 젠더 격차 지수는 남성을 100% 기준으로 삼아 여성의 평등 수준을 수치화한 지표로, 수치가 10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0%에 가까울수록 격차가 크다는 의미다. 2006년 일본은 115개국 중 80위로 시작해 하위 3분의 1에 머물렀고, 이후 단 한 번도 이 구간을 벗어난 적이 없다. 최근 6년간은 하위 4분의 1에 고정됐다. 이는 일본 내에서 어느 정도 개선이 있더라도 세계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지수는 경제 참여·기회, 교육, 건강, 정치의 네 분야로 나뉜다. 일본은 이 중 경제 분야에서 격차를 일부 줄였으나 정치 분야에서 후퇴가 두드러졌다. 경제 분야 세부 지표 중 전문직 및 기술직, 노동 참여율은 비교적 평등에 근접했지만, '국회의원·고위공무원·관리직'은 19.2%에 그치며 127위를 기록했다. 오우치 아키코 간사이가쿠인대 교수는 "여성 관리직 비율이 수치상으로는 늘었지만, 실제로는 부장 이상급에서 정체돼 있다"며 "사외이사 등 외부인사 위촉이나 '과장대리' 같은 명목상 보직이 포함된 경우도 있어 기업별로 진정성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정치 분야는 전반적으로 저조했다. 여성 각료 비율은 11.1%로 124위,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8.6%로 115위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정치 분야의 젠더 평등 달성률은 전년(11.8%)보다 낮은 8.5%로 후퇴했다. 최근 이시바 내각에서는 여성 장관이 2명에 불과해 기시다 내각 당시의 5명에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처럼 여성 각료 수는 정권 정책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2024년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여성 당선자 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전체의 16%에 불과하다. 중·참의원 전체를 합쳐도 여성 비율은 19%로, 여전히 세계 평균에 못 미친다. 가게 리에코 도쿄대 교수는 여성 정치인이 늘지 않는 배경으로 '출마 장벽'을 꼽았다. 그는 "선거구를 돌며 유권자와 관계를 쌓는 활동은 육아나 간병 등 시간 제약이 있는 사람들에게 불리하다"고 말했다. 2025년 지수에서 1위는 아이슬란드가 차지해 16년 연속 정상을 지켰다. 핀란드, 노르웨이, 영국, 뉴질랜드가 그 뒤를 이었다. 영국은 여성 정치 참여와 관리자 비율 향상으로 지난해 14위에서 4위로 크게 상승했다. 동아시아에서는 필리핀이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전년 25위에서 20위로 올랐다. 경제 분야에서의 개선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 지난해 94위에서 101위로 7계단 하락했다. 정치 참여 격차가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각료 비율이 41.7%에서 23.1%로 감소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5-06-13 09:49:46
해킹 피해 대응, 젠더따라 달랐다 '맞춤형 보안 대응 개발해야'
[파이낸셜뉴스] 수백만 개의 계정이 해킹된 사이버 범죄 피해에 대해 남녀 간 행동 패턴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결과 남성은 해킹 출처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여성은 신고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냈다. 이 같은 젠터 차이를 바탕으로 해킹 피해 완화 정책과 맞춤형 보안 대응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최문정 교수 연구팀이 젠더에 따라 디지털 해킹 피해 경험 및 대응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디지털 격차’중에서도 ‘제3레벨 디지털 격차(The Third-Level Digital Divide)’의 관점에서, 젠더에 따른 해킹 피해 경험의 차이를 분석했다. ‘제3레벨 디지털 격차’는 유사한 디지털 접근성과 사용 능력을 갖춘 사용자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디지털 활용 결과의 사회적 불균형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소셜미디어(SNS) 트위터 데이터를 기반으로 1만3000건 이상의 해킹 관련 게시글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한 결과, 여성은 디지털 서비스 전반에서, 남성은 특히 게임 관련 서비스에서 해킹 피해 경험을 더 많이 공유하는 경향이 있음을 밝혀냈다. 특히, 해킹 피해 이후의 대응 방식에서도 젠더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남성은 해킹 출처를 추적하거나 계정을 복구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는 반면, 여성은 문제를 신고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등 사회적 지원을 활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허은진(Ern Chern Khor) 박사과정생은 “디지털 격차를 논의할 때 단순히 인터넷 접근성이나 모바일 기기 사용 능력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본 연구는 디지털 접근성과 역량이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경험의 사회적 영향이 다르게 나타나는 ‘제3레벨의 디지털 격차’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최문정 교수는 “디지털 시대에 100세 인생을 살아가는 누구나 디지털 보안 문제를 겪을 수 있다. 하지만, 해킹 피해가 실제로 발생하기 전까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기 어렵다. 사고 대응 매뉴얼과 같이 인구 사회학적 특성에 따른 행동 패턴을 반영한 맞춤형 보안 교육 및 지원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허은진(Ern Chern Khor)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연구로 정보통신정책과 디지털 미디어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소셜 사이언스 컴퓨터 리뷰(Social Science Computer Review)’에 4월 29일 자 온라인으로 출간됐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2025-06-08 13:10:27
트랜스젠더 고교생, 女육상서 우승 논란...트럼프 "지원금 끊겠다" 경고
[파이낸셜뉴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고교생 육상선수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논란이 일었다. 캘리포니아주 法 '성 정체성과 일치하는 부문서 경쟁' 1일(현지시간) AP 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남쪽 후루파 밸리 고교 3학년생인 트랜스젠더 AB 에르난데스는 지난 5월 31일 주 중남부 도시 프레즈노 인근 고교에서 열린 주 고교 육상대회에서 여자 높이뛰기와 3단 뛰기에서 1위, 멀리뛰기에서 2위를 차지했다. 에르난데스의 우승은 앞서 그의 출전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하고 연방 정부까지 가세하면서 전국적 이슈로 확산했다. 캘리포니아주는 2013년 마련된 주법에 따라 학생이 자신의 성 정체성과 일치하는 부문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선수의 여성 대회 출전에 대해 대통령까지 나서는 등 비판이 제기되면서 주최 측인 고교육상연맹 측도 이번 주 초 새로운 규정을 내놓았다. 에르난데스가 출전한 종목에는 다른 1명이 더 출전할 수 있도록 하고 메달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 다른 선수들에게 에르난데스가 출전하지 않았을 경우의 순위를 인정했다. 이에 에르난데스는 높이뛰기와 3단 뛰기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시상식에서는 공동 우승자가 됐다. 높이뛰기에서 그는 실패 없이 5피트 7인치(약 170cm)를 뛰었다. 2위는 에르난데스와 같은 높이를 뛰었지만, 한 번씩 실패를 기록한 두 명이 있었다. 그러나 시상대 맨 위에는 에르난데스와 이들 2명이 함께 올랐다. 연맹 측에서 에르난데스의 기록을 인정하면서도 차순위 선수도 공동 우승자로 인정한 것. 3단 뛰기에서도 에르난데스는 기록상으로는 단독 우승을 차지했지만, 시상식에서는 2위 선수와 함께 공동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트럼프 "트랜스젠더 출전 금지 안하면 지원 끊겠다" 경고 대회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에 대해 트랜스젠더 학생의 출전을 금지하지 않으면 연방 자금 지원을 끊겠다고 경고했다. 미 법무부도 연맹과 에르난데스가 소속된 교육구가 연방법상 성차별 금지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맹은 "우리는 모든 학생 선수를 존중하며, 학생들에게 소속감과 연대감, 경쟁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사명을 담은 주법을 준수하며 이를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5-06-02 09:3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