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5일 숭실대학교에서 대학생 등 젊은 층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한 가운데, 이 전 대표는 해당 강연에서 “우리 세대의 젠더갈등이 지속하면 과거 지역갈등보다 훨씬 심한 망국적인 갈등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런 갈등을 정치권에서 다루는 것을 두려워하면 절대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숭실대학교에서 ‘대한민국 정치와 미래세대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초청 강연을 진행했다. 해당 강연에서 이 전 대표는 “여러분들이 살아가는 데에는 공산 전체주의보다 젠더이슈가 더 크다. (성별)할당제 문제는 나의 취업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데, (정치인들은) 이런 걸 토론 주제에 올리는 걸 거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어 20대 남성의 결혼 문제, 택시요금 인상 문제, 성중립 화장실 찬반 논쟁, 캣맘 이슈 등을 예시로 들며 정치인들이 국민의 생활과 직접 관련 있는 주제에 관해 논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정확한 문제를 짚어서 그것에 대해 논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오염수 문제를 반대하는 국민들을 공산전체주의라고 보는 건가. 이건 위험한 시각이다”는 비판적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이준석의 학내 초청강연을 강력 규탄하는 숭실대학생 연합’은 이 전 대표의 강연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교내에서 열기도 했다. 이들은 이 전 대표가 과거 성차별적, 여성혐오적 발언을 했다며 “혐오 정치의 선두 주자이자 약자 갈라치기로 세력을 확장해 온 이준석의 초청강연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이 전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2023-10-06 06:28:53[파이낸셜뉴스] '신림동 칼부림'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 상에 "신림역에서 사람을 죽이겠다"는 유사한 예고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중이다. 대낮에 무차별 대상을 노린 충격적인 참극에 모방 범죄 가능성이 우려되는 가운데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난 젠더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26일 오후 10시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살인 예고글 작성자를 추적 중이다. 글에는 "신림역 일대에서 여성을 강간 살인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다. 앞서 지난 24일에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수요일 신림역에서 한국 여성 20명 죽일 것이다"라는 내용의 살인 예고 글이 올라왔다. 경찰이 추적에 나서자 글을 작성한 20대 남성 A씨는 자수했고 긴급체포 됐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협박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해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게시된 예고글들이 범행 대상을 '여성'이라고 특정한 가운데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조선(33·구속)이 흉기를 휘두른 대상이 모두 남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남성을 살해한 영웅, 조선 제일검" 등으로 주장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경찰은 조씨를 '조선 제일검'이라고 부르는 것과 관련해 "명백한 2차 가해로 보인다"며 수사 검토 방침을 밝혔다. 이런 현상은 지난 2016년 서울 강남역에서 벌어진 '묻지마 살인' 사건 이후 고조된 남성과 여성 간 혐오와 갈등 구도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살인'에 대한 사회의 안전망 구축과 같은 논의가 이뤄져야 할 상황에 불똥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사건을 바라본 이들의 과잉 해석으로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라며 "사건의 본질과 연관성이 적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이면에 있던 '남성혐오'와 '여성혐오'같은 파생적인 사회문제가 활성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 선임연구위원은 "이 사건의 본질은 굉장히 나쁜 생각을 가진 사람이 국민 1명을 죽이고 3명을 죽이려고 한 사건"이라며 "젠더갈등 문제로 흐르게 되면 사건의 본질에도 맞지 않고 향후 예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무의미한 논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사 모방범죄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갈등을 유발하는 예고글 등을 강력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3-07-27 15:20:12[파이낸셜뉴스] "비동의 간음죄 도입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성인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거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성차별적 사회구조 아래 성폭력 문제는 여성에게 더 취약하다." "남자를 잠재적 성폭력자라고 대못을 박고 있다. 지금도 사실상 동의를 구하는 물음이나 제스추어까지도 여성이 성폭력으로 규정해 신고하면 어떠한 대항권도 인정되지 않고 남성은 모든 인격적, 사회적 지위가 박탈되고 있다." 비동의 간음죄 도입 논쟁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비동의 간음죄 도입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가 9시간 만에 철회한 것이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일단 정부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다시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비동의 간음죄를 찬성, 반대하는 측은 각자의 이유를 내세우며 젠더갈등을 유발하는 모양새다. "동의 없이 성적 침해 발생하면 강간죄 성립 안돼" 비동의 간음죄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를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건 등으로 '미투 운동'이 벌어지면서 정치권과 여성계를 중심으로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형법 297조는 강간을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한 성관계로 규정한다. 최근 강간죄의 구성요건인 폭행과 협박 기준을 완화하는 법원 판례가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최협의설'을 바탕으로 폭행과 협박을 좁게 해석해 범죄 여부를 따진다. '피해자의 저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정도'의 강력한 폭행·협박이 있어야만 강간죄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반면 비동의 간음죄가 도입되면 폭행·협박이 없었다 하더라도 상대가 동의하지 않았다면 강간으로 보고 처벌이 가능해진다. 비동의 간음죄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현행 강간죄의 경우 폭행·협박을 필요로 해 상대방의 동의없이 성적 침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현행법상으로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입법적 공백상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최근 판례에서 폭행·협박의 정도를 완화하는 경향이 나타나지만 명시적 판례변경은 없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이 비일관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간음 입증 책임, 피고인에게 전가 우려도" 비동의 간음죄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과 악용 가능성이 크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반대쪽에서는 이미 현행법상 폭행·협박 없는 성폭력의 경우에도 심신미약, 위계·위력간음죄, 강제추행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어 입법공백이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동의'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부작용을 우려한다. 상대방의 주장만으로 처벌 여부가 결정될 수 있어 악용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상대방이 성관계를 할 당시에는 동의했더라도 이후 마음이 변했을 때 그 변심을 수사기관이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억울한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지난 8일 국회 사회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비동의 간음죄 도입은) 범죄를 의심 받는 사람이 상대방 동의가 있었다는 것을 법정에서 입증하지 못하면 억울하게 처벌 받게 되는 구도가 된다"며 "상대방의 내심을 파악하고 입증하는 일은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의에 대한 입증 책임이 검사가 아닌 피고인에게 전가된다는 우려도 있다. 문성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검사에게 입증 책임이 주어지지 않고 피의자에게 입증 책임이 주어지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며 "형소법상 큰 원칙 중 하나인 검사의 입증 책임이 잘 되지 않는다. 결국 법리적으로 상황을 증명할 역량이나 권한을 전혀 가지지 못한 사람이 (무죄를) 증명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다"고 지적했다. 여가부-법무부 원점에서 다시 검토 비동의 간음죄 도입 주무 부처인 여가부와 법무부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원점에서부터 법 도입 여부를 다시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비동의 간음죄 도입이 자리잡고 있는 추세이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2006년 제2차, 2017년 제3·4·5차에서,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1년 제7차, 2018년 제8차 최종 견해에서 피해자의 자유로운 동의 여부 중심으로 강간을 정의하고, 배우자 강간을 범죄화할 것을 권고했다. 2021년 유엔인권이사회도 강간에 관한 입법모델(프레임워크)을 채택하고 국가는 강간 정의의 핵심에 동의 없음이 포함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고 했다. 한동훈 장관은 비동의 간음죄가 도입된 나라들을 거론하며 "우리나라는 성범죄 죄명이 150개로 처벌 법규가 꽤 촘촘하다. 이런 나라들과 다르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건설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여가부는 지난달 26일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발표를 통해 비동의 간음죄 도입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법무부가 개정계획이 없다고 반박하고 여권에서 거센 반발이 나오자 같은 날 저녁 '개정 계획이 없다'며 입장을 철회했다. 여가부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법무부 등 관계 부처와 공문을 통해 관련 의견 수렴을 거쳤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당시 '학계 등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해외 입법례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포함해 성폭력범죄처벌법 체계 전체에 대한 사회 각층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2023-02-16 14:28:04[파이낸셜뉴스] 대통령실이 7일 여성가족부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개편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여가부가 오히려 젠더갈등을 부추긴 측면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여가부의 보육·인구·가족정책을 보건복지부에, 여성고용 지원 업무는 고용노동부에 이관해 기능을 강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이날 서울 용산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여가부) 부처를 폐지 해도 기존에 맡고 있던 기능들은 없애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시대 변화에 맞춰서 보다 내용을 기능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으로 설정이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안 수석은 "복지부의 경우에 보육 돌봄 인구 가족정책, 아동 청소년 정책이 하나의 부처에서 통합적으로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게 된다"며 "저출산 고령화 정책과 연계가 강화돼 국민과 약자의 생애주기 정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경력단절 여성 지원 사업 등 여성 고용 관련 지원 업무는 고용부의 취업 지원 제도 및 고용인프라 연계를 통해 사업 효과가 역시 크게 재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가부가 그동안 젠더갈등을 부추긴 측면을 지적하면서, 이번 여가부 폐지에 정치적 고려는 없음을 밝히며 국회에서 정부조직개편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여가부가 젠더 갈등을 해소한다기보다 그 갈등을 조금 뭐랄까 촉진, 부추기는 그런 측면으로 흐른 적도 여러 번 있었다"며 "양성 평등, 개인, 남성이건 여성이건 개인의 자유라는 면에서 충분한 기회를 평등하게 보장받게 정부의 지원들이 있으면 그것을 보다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는 점에서 대통령실이 여가부 폐지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며 "정치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더 국민들에게 보탬이 되도록 하는 그런 정치적인 면에서의 판단은 인수위 때 있었다"고 일축했다. 여가부 폐지로 기존 장관의 거취와 관련, 이 관계자는 "정부 조직개편이 되고나면 새로 세팅돼서 없어진 부처의 장관은 그만하시는 것"이라며 "장관과 차관 사이에 통상교섭본부장과 같이 (본부장으로) 새로 임명이 되실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국회에서 정부조직개편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점에서 이 관계자는 "국회에서 저희의 진심을 한번에 받아 주시면 좋겠다"며 "그런 바람과 기대를 말씀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해,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2022-10-07 14:20:03#. "무서워서 어떻게 결혼하겠어요?" 내년 결혼을 앞둔 손모씨(36)는 유튜브를 뒤져보다 이렇게 말했다. 결혼 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부부 갈등을 다룬 영상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손씨는 최근 종영한 인기 프로그램인 '결혼 지옥'의 애청자였다. 그는 "요즘 유튜브 뿐만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결혼은 지옥이다' 식의 콘텐츠들이 양산되고 있다"며 "가뜩이나 혼인율이 낮은 시국에 이런 콘텐츠를 남발하는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젊은 세대들의 '결혼 혐오'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매해 혼인 건수는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에게 결혼에 대한 인식은 점점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 등 경제적인 어려움과 함께 남녀 갈등, 결혼 혐오 등 문화적인 배경에서도 기인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혼인건수 역대 최저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3000건으로 2020년 보다 2만1000건(9.8%) 감소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혼인 건수는 지난 2011년 소폭 증가세를 보인 이후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9년에는 23만9000건으로 1971년의 최저 건수를 48년 만에 경신한 데 이어 2020년과 2021년에 잇따라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를 나타내는 조혼인율도 3.8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0.4건 줄어, 사상 처음 4건 아래로 내려갔다. 통계청은 혼인 감소 이유로 30대 인구의 감소와 코로나19에 따른 결혼 연기, 국제결혼 감소와 더불어 '미혼 남녀의 결혼 가치관이 달라졌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 미혼 남녀의 결혼에 대한 인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임지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전문연구원이 월간 '보건복지포럼' 6월호에 게재한 '성역할 가치관과 결혼 및 자녀에 대한 태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여성이 4.7%, 남성은 12.1%로 집계됐다. 결혼에 긍정적인 입장을 가진 여성은 35.5%, 남성은 56.3%에 불과했다. 결혼에 대한 태도도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응답에 대해 지난 2015년 3.9%의 미혼 남성만이 동의했지만 지난해에는 6.8%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미혼 여성도 5.7%에서 10.9%로 두 자릿수를 넘었다. ■갈등 콘텐츠가 남녀 혐오 조장 젊은 세대들은 경제적 사정 등 여러가지 이유를 손에 꼽았지만 최근들어 '결혼 혐오' 문화가 거세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모씨(32·여)는 "최근 온라인에서 '퐁퐁남' 논쟁 같은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콘텐츠가 양산되고 있다"며 "결혼 조차 남녀 대결 구도로 가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모씨(34)도 "결혼 거부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 같다"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부동산 가격 폭등과 취업 문제 등이 주된 이유였다면 지금은 서로에 대한 거부감도 커진 것도 한 몫을 한다"고 말했다. 실제 유튜브 등에 결혼을 검색하면 '웨딩플래너가 본 파혼하게 되는 가장 흔한 이유들' '결혼 상대로는 반드시 걸러야 되는 여자 특징'과 같은 게시물이 검색 상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혼 문제가 경제적인 문제에서 젠더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단순하게 육아나 보육을 해결하면 혼인율이 올라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남녀가 서로에 대한 기대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어 젠더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22-08-21 17:54:49최근 불거진 '여경 무용론'이 젠더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일각에선 경찰조직 내부의 채용 및 승진 절차와 업무분장 등에서 '여경 특혜'가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와 경찰행정 전문가들은 '여경 무용론'과 '여경 특혜론'을 경계하며 경찰 조직과 법무행정 제도 개선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24일 시민사회에 따르면 이번 '여경 무용론'은 지난 15일 발생한 인천 다세대 주택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과 경기도 양평 흉기 난동 제압 현장에서 촉발됐다. 두 사건 모두 현장에 출동한 여경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고 현장을 이탈해 도망쳤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여기에 정부가 현재 11% 수준인 여경 비율을 오는 2022년 15%까지 늘리기로 하면서 '역차별'이란 비판도 나온다. 실제 올해 일반·해양경찰은 신규 채용 경찰관 중 여경의 비중을 소폭 확대했다. 올 상반기 임용된 일반공채 신임 순경 1894명 중 여경은 524명(27.7%)으로, 지난 2019년 대비 1.5%포인트 늘었다. 경찰조직 내부에서 갈등도 발생한다. 최근 서울 내 한 경찰서에선 연말 정기 특진심사 대상자 9명 중 여경이 7명, 남경이 2명 올라왔다. 이에 대해 일부 경찰 관계자들은 "동일기준 동일평가가 아닌 것 같다", "여경 우대가 아니라 여경 우선이다", "성별과 이름을 가리고 블라인드 심사를 해야 한다" 등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해당 경찰서는 "특진심사 대상자는 여경, 남경을 떠나 자신이 직접 공적서를 작성해 신청하는 것"이라며 "특진 심사에서 여경 비율이나 여경 가산점 등은 없다"고 반박했다. 시민사회는 '여경 무용론'이 자칫 여성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어떤 직업이나 직무든 차별을 둬선 안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담론"이라며 "남성도 두려움을 느끼거나 훈련이 미흡하다면 마찬가지 경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나의 문제로 여성 무용론이 나오는 것은 여성 혐오로 연결될 수 있다"며 "일부의 문제를 확대 해석해 사회적 분열과 대립을 만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경찰조직과 법무행정 제도 개선 요구도 나왔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여경 무용론은 본질이 잘못되고 있다"며 "인천 층간소음 사건도 남경, 여경의 문제가 아니다. 2인 1조로 움직여야 하는 초동 대응 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문제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또 "현장에서 여경의 역할은 분명하다"며 "흉기를 들고 있는 범인 등에 대해선 진압 무기를 강하게 사용해도 문제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도 "(여경 무용론은) 평등주의를 기계적으로 적용한 결과"라며 "이럴 경우 경찰 채용과 승진 등 내부적으로도 갈등이 생기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윤 교수는 "경찰 선발과정을 과거처럼 (남녀 모두에게) 동일한 체력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우선 바꿔야 한다"며 "이후 신체조건을 보완할 무력 사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거친 후 여경 채용 비율을 재차 논의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
2021-11-24 17:51:44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해 “거대 양당 후보들이 얄팍한 젠더의식으로 반페미니즘의 기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 후보는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되겠다면서 화해가 아닌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먼저 “이런 대선이 있었나 싶다”며 “‘페미니스트 대통령 되겠다’는 말이 당연한 상식이던 대선이 불과 5년 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는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야 한다’는 글을 공유하질 않나, 관훈토론회에서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자면서 그 이유로 ‘여성 (글)자가 들어가니까’라는 황당한 말을 했다”며 “이재명 후보의 청년 속에 ‘여성’의 자리는 없는 것인지? 우리 국민들이 묻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페미니즘은 편 가르기가 아니다”라며 “젠더로 이해 차별 받는 모든 존재를 끌어안고, 우리 모두가 태어난 모습 그대로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거듭 말씀드린 ‘공존의 대한민국’ 속에는 여성, 남성 그리고 모든 성소수자들이 차별 없이 당당하게 함께 살아가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1-11-11 13:45:38[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 대선후보인 홍준표 의원이 1일 여성·인구정책 공약을 발표,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성별갈등을 줄이고 휴머니즘으로 화합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대선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페미니즘에서 휴머니즘으로, 페미니즘에서 패밀리즘으로'라는 주제의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먼저 '휴머니즘' 정책과 관련, "여성정책은 가족의 가치와 공동체 회복이 핵심"이라며 "차별도 역차별도 없는 진정한 양성평등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여성가족부를 타 부처와 통합하고, 폭력 없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론 △시대 변화에 맞게 할당제 점진적 폐지 △흉악·상습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 강력 집행 △현행 전자발찌 제도의 실효성 강화 △주취경감, 촉법소년 등 현실과 맞지않는 법제도 개정 등으로 제시했다. '패밀리즘' 정책과 관련해선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가정이 출산과 육아, 보육을 함께 책임지도록 하겠다"며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기쁨과 보람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한 '2050 희망플랜'을 제시, △출산 정책 중앙정부 차원으로 통합 △각종 보조금, 수당 등을 한데 모아 만 12세까지 통합 지원 △부모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 △두 자녀부터 지원하던 것을 한 자녀부터 체계적으로 지원, 자녀 수가 많을수록 더 많이 지원 등의 공약을 전했다. 아울러 돌봄과 교육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약 15%밖에 되지 않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고 민간과 가정 어린이집의 지원을 확대하고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초등학생의 온종일 돌봄 지원과 초중학교의 방과 후 교실을 확대 실시하고, AI, 코딩 교육과 예체능 교육 등을 다양하게 제공하겠다는 설명이다. 경력단절 여성을 위해선 사회 복귀를 위한 다양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임신·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유연한 근로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이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젠더 갈등에 대해 "'성인지 감수성'을 도입한 대법원 판결로 특히 남성들, 또 2030세대의 불만이 극에 달해있어 이런 문제도 우리가 다시한번 검토해야한다"고 설명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2021-10-01 12:19:34고 박원순 서울 시장이 사망한 지 벌써 일년이 지났다. 국가인권위에서 성희롱으로 판명이 나고 사건이 일단락된 것 같았는데 최근 유족과 피해자 간의 공방이 재점화되고 있다. 근데 이상하게도 주변에서는 피해자 변호사의 정치적 배경에 대해 궁금해한다. "그녀가 여당 지지자냐? 야당 지지자냐?" 필자는 피해자의 변호사와 이전에 같이 근무한 적이 있어 그녀의 소신과 진정성을 알고 있다. 자신 있게 "그녀는 여당도 아니고 야당도 아니고 피해자당에요." '피해자당'이라는 생각지 못한 대답에 다들 웃기는 했지만 내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왜 믿지 않을까? 그것은 그동안 젠더문제를 제기하면서 사회의 주목을 받은 분들이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권과 관련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모든 이슈를 내 편 네 편 즉 정치적으로 보는 습관이 들어버려 참으로 우려가 된다. 그러나 요즘 청년층에서는 정파와 상관없이 젠더를 주요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한 달 전쯤 서울에 있는 모 대학 학생회에서 e메일이 왔다. 교육, 인권, 젠더, 경제, 역사, 외교 안보, 불평등·공정, 문화, 언론, 복지 총 10개 분야에 걸친 콘퍼런스를 개최하는데 젠더를 주제로 발표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시간이 안 맞아서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e메일을 읽자마자 드는 생각이 젠더문제가 우리 사회 10개 주요 분야의 하나에 들어갈 만큼 청년들에게는 주요한 관심사라는 점이다. 눈치 빠른 정치권이 이런 점을 알아버린 것일까? 요즘 특히 젠더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여당과 야당 다 마찬가지이다. 몇 달 전 야당 대표와 몇몇 대선주자는 뜬금없이 여성할당제와 여성가족부 폐지를 들고나오면서 젠더 갈등을 들쑤셔놓았다. 여당 일부에서도 남녀평등복무제, 남성 역차별 해소 등을 내세우며 청년 남성 입맛에 맞는 공약을 내걸었다. 더구나 일부 여당 정치권에서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피해 호소인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가면서 피해자를 우롱했다. 그중에는 여성문제 전문가로 자타가 인정하는 여성 국회의원들도 있었다. 누가 보아도 피해자보다는 진영논리가 앞서고 있음이 뻔하게 보인다. 최근에 공공정책전략연구소에서 추진한 정책좌담회에 참여했다. 그 행사에서 다시 한번 세대별, 직종별로 젠더문제가 잔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함께 참석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많은 여성 청년들이 디지털을 포함한 각종 성폭력에 대한 불안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워킹맘들에게는 일과 가정의 양립의 어려움, 경력단절의 위기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또 젠더 갈등의 이면에는 청년 취업의 어려움, 경제난, 터무니없는 아파트값 상승 등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힘을 합쳐야 할 정치권에서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행위는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아직 유리천장지수가 전 세계적으로 하위인 우리나라에서 여야 없이 한목소리를 내기를 바란다. 누가 갈등을 이용하는지 국민은 다 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젠더문제를 이용해서 이득을 보려고 한다면 결국에는 젠더문제로 발목을 잡힐 것이다. 내가 미치는 영향력은 결국 돌고 돌아 본인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2021-09-16 18:05:03[파이낸셜뉴스]젠더, 이념, 세대 등 사회적으로 소모적인 갈등이 거듭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우리나라의 갈등지수는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그런데도 정부의 갈등 관리 능력은 태부족한 상태다. 이 때문에 고소·고발 건수는 80만건에 이르러 수사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경제성장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OECD 가입 30개국의 정치·경제·사회 등 3개 분야 13개 항목을 조사해 종합한 갈등지수를 산출한 결과 우리나라는 55.1포인트로 30개국 중 3위를 기록했다. 전 분야에서 갈등은 두드러졌다. 정치분야(4위)에선 언론에 대한 정치권의 법적·제도적 통제, 언론의 이념적 편향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갈등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분야 갈등지수 3위였다. 지니계수 등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항목 순위가 높아, OECD 국가들 대비 상대적인 소득불평등 심화가 갈등 요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회분야 갈등지수는 2위로 OECD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문제는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 또한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 갈등이 높아지자 묻지마 고소·고발도 계속 늘고 있다. 법무부 ‘2021 법무연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소·고발로 접수되어 처리된 사람의 수가 증가세다. 2016년 74만4960명, 2017년 72만9229명, 2018년 78만2251명 등으로 70만명대 수준이었는데 2019년 85만551명, 2020년 84만3712명 등으로 80만명대 수준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근거 없는 고소·고발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범죄 성립 여부를 나타내는 기소율은 20%이하에 불과했다. 우리와 사법체계가 비슷한 일본과 비교해보면 고소·고발 남용 현상은 뚜렷하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당 평균 1068명이 고소를 당하고 있는데 일본은 7.3명으로 146.4배까지 차이가 난다. 2018년에는 이러한 차이가 217배로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 “전문가 중심으로 제3자 기구 등을 만드는 방법을 통해 국가나 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갈등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21-08-20 17:1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