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6일 프랑스가 세계 최초로 헌법에 낙태권을 명시한 것을 언급하면서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거쳐 나가야 할 논쟁”이라며 “개혁신당은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하면 이런 문제를 자유롭게 다루는 정당이 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이런(정쟁적인) 문제를 넘어 새로운 개혁에 대해 다루는 정치가 프랑스에서 태동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프랑스는 헌법 개정을 통해 헌법 34조에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 중단을 할 수 있다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으로 법을 정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이 대표가 해당 건을 언급한 것은 제 정당이 자유라는 말을 언급하려면 이런 논쟁을 치열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굉장히 논쟁적이지만 결국 대한민국에서 언젠가는 이뤄져야 할 논쟁”이라며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라 부르며 찬성하는 분도 있고 태아 생명권을 침해한다는 생각에 반대하는 분도 있다. 양측 주장 모두 일리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낙태 문제부터 존엄사까지, 통일 교육·성인지 교육 등 국가가 국민의 사상적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 문화 콘텐츠에 대한 국가적·사회적 검열 등 국민이 체감하는 진짜 논쟁에 직면하겠다”며 “그게 양당 극한 대립을 넘어 개혁신당이라는 정치 집단이 존재하는 이유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2024-03-06 10:29:48[파이낸셜뉴스] '좋은 죽음(Well-Dying)'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환자 스스로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조력 존엄사'에 대한 논의도 공론화되고 있다. 전통적 의미의 안락사와 달리 '조력 존엄사'는 말기 환자가 의사로부터 약물을 받아 스스로 주입해 삶을 마무리하는 형태의 죽음을 말한다. 다만 의료계는 해당 제도를 도입한 국가가 극히 일부인 데다 우리 사회가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만큼 서둘러 도입을 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민은 80%가 "찬성".. 의료계는 "시기상조" 2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조력 존엄사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6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조력 존엄사법)'을 발의하면서 불을 지폈다. 법안은 고통을 겪는 말기환자 중 스스로의 의사로 조력 존엄사를 희망하고 있을 경우 결정기구를 거쳐 의사의 도움을 받아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력 존엄사를 도운 의사는 형법상 자살방조죄의 적용이 배제된다. 일단 대중들은 조력 존엄사에 찬성하는 의견이 반대보다 높다. 개정안 발의 후 한국리서치가 국내 성인 1000명에게 조력존엄사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이 조력 존엄사 합법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지난 7월 진행된 이 여론조사에서 조력존엄사 입법화를 '매우 찬성한다'는 의견이 20%, '찬성한다'는 의견이 61%였다. 조력 존엄사 입법화에 대해 찬성하는 이유로는 '자기 결정권 보장'(25%),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권리'(23%), '가족 고통과 부담'(20%) 등이 꼽혔다. 가망이 없는 말기 환자에게도 ‘좋은 죽음’을 위한 선택권을 제공하자는 법안의 취지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보내고 있지만, 의료계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생명 경시 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호스피스·완화의료 학회는 법안이 발의되자 지난 6월 입장문을 내고 "조력 존엄사에 대한 논의 이전에 존엄한 돌봄의 유지에 필수적인 호스피스 시설과 인력의 확충, 호스피스·완화의료 이용 기회 확대, 임종실 설치 의무화, 촘촘한 사회복지제도의 뒷받침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양준석 한림대 생사학연구소 연구원도 조력 존엄사 도입이 너무 이르다고 보는 입장이다. 양 연구원은 "괴롭고 아픈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조력을 통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과연 '존엄한 죽음'이라고 볼 수 있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자살률 1위의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한 사회에서 조력 존엄사를 통해 쉽게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부추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연명의료결정제도 5년... 윤리위 있는 병원만 선택권 현장에서 많은 임종 환자를 지켜본 유신혜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교수는 ‘존엄한 죽음’에 대한 선택권 확대를 위해 지난 2018년 제정된 연명의료결정제도를 현장에서 유의미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연명의료결정제도가 도입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도 지난달 기준 누적 140만명을 넘어서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현실과 제도는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먼저 현행법상 윤리위원회를 설치한 의료기관에서만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과 이행이 이뤄질 수 있는데 전체 병원의 10.5%에만 설치돼 있다는 점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 경우 본인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어도 병원에 윤리위가 구성돼 있지 않으면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내릴 수 없다. 28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3226개 병원 중 상급 종합 병원을 위주로 338개 병원에만 윤리위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고령의 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의 약 5%에만 윤리위가 설치된 상태다. 유 교수는 "요양병원 등에서 행하고 있는 연명 의료현황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무작정 윤리위 설치를 확대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라 임종 상황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현행법이 '임종 상태'를 너무 협소하게 정의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유 교수는 "현장의 의료진은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며 “의료진도 제도에 숙달된 것이 아니라 '임종 상태인지 아닌지' 등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법을 살펴보면 연명의료결정제도에서 임종 상태 환자를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에 의해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여,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라는 진단을 받은 자'라고 명시돼 있다. 유 교수는 "좋은 죽음은 모두에게 다르지만 피하고 싶은 죽음의 형태는 대부분 비슷하다"며 "내가 어떤 죽음을 피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는 것도 웰다잉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임종을 앞둔 환자들에게 의료적·사회적 측면에서 '좋은 죽음'을 위한 '좋은 돌봄'을 제공하고 있는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2-09-28 09:49:14[파이낸셜뉴스]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회복할 수 없는 말기 환자가 스스로 삶을 종결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존엄사법'을 발의한 것에 대해 생명단체들이 졸속 입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생명존중시민회의,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 한국남자수도회 생명문화전문위원회, 행동하는 프로라이프는 '소위 ‘의사 조력 존엄사법’ 졸속 입법에 반대한다!' 성명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의사 조력 존엄사법’이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방향에서 추진되면 안 된다"며 "‘생명에 대한 자기 결정권’, 심지어 ‘내 삶을 파괴할 권리’ 운운하면서 추진되는 입법 논의는 자칫 생명의 존엄성을 근본에서부터 훼손하고, 인간존재의 근원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의사 조력 존엄사법’ 입법이 몇몇 국회의원과 일부 전문가 의견 수렴이라는 형식적 졸속 입법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에 반대한다"며 "이 법은 생명윤리에 관한 중요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의학계 생명학계 윤리학계 상담학계는 물론 종교계와 시민사회의 광범위한 참여와 공론화, 숙의를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명단체들은 “의사 조력 존엄사법은 스위스나 미국 등에서 거친 시행착오와 경험을 온전히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회의 성숙도나 문화적 배경 등에 대한 철학과 성찰에 기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단체들은 지금 국회의원들이 총력을 모아 제정해야 할 법은 소위 ‘의사 조력 존엄사법’이 아니라 ‘자살대책기본법’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살예방법이 개인의 정신건강에 초점을 두고 있고, 그 배경에 있는 다양한 사회적 요인이 보지 못하여, 사회적 대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므로, 이제 자살 대책은 보건, 의료, 복지, 교육, 노동 등 범정부적 정책 노력과 유기적 연계 속에 종합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임삼진 생명존중시민회의 상임이사는 "입법의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당연히 자살대책기본법 제정이 긴급하다"며 "세계 4위의 높은 자살률을 방치한 채 ‘의사조력 존엄사법’을 만드는 것은 생명경시를 용인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살에 대한 범국가적 책임을 자각하고, 국회와 정부가 자살대책기본법 제정에 총력을 모아줄 것"을 촉구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22-07-28 14:36:51호주의 최고령 과학자였던 104세의 데이비드 구달 박사는 지난 2018년 고향을 떠나 존엄사가 허용된 스위스를 찾아가 약물주사를 맞고 생을 마감했다. 구달 박사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선택할 음악은 베토벤 교향곡 9번의 마지막 부분 환희의 송가일 것이다"라면서 죽음을 맞이했다. 국내에서 연명의료 결정제도(존엄사)가 시행된 지 3년이 훌쩍 지났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이 18일 공개한 지난해 말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 숫자는 거의 80만명에 달했다. 실제로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한 임종기 환자도 13만5000명에 이르렀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는 "나의 건강이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임종 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게 되면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연명의료를 거절하여 주기 바랍니다"라고 기술돼 있다. 설령 이 같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더라도 실제 연명의료를 받지 않으려면 의료기관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노인들이 마지막을 맞이하는 요양시설 중에는 윤리위가 없는 곳이 대다수다. 환자가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더라도 가족이 동의하지 않으면 연명의료 중단을 강제할 방도가 없다. 당사자의 의사가 시스템적으로 반영되지 못하는 것이 경직된 우리의 임종문화 현주소다. 이른바 '웰다잉'(Well Dying)이 화두다. 온몸에 줄과 관을 달고 버티는 게 생명의 연장이 아니라 고통의 연장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죽을 권리가 먼저냐, 생명윤리가 먼저냐는 묵은 논쟁보다 잘 죽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의료기술로 생명을 연장하는 데 집착하기보다는 인간적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여유를 갖춘 임종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허대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의 말을 곱씹어본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2021-01-18 17:45:38[하남=파이낸셜뉴스 강근주 기자] 하남시 미사2동 행정복지센터는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를 통해 고독사 위기에 놓인 저소득층 독거노인이 존엄사를 택할 수 있도록 임종을 지원했다고 19일 밝혔다. 미사2동은 올해 7월 거동을 못하는 수급자 노인이 가족도 없이 혼자서 있다는 민원 제보에 따라 독거노인 A씨(남/75세)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A씨는 대장암과 간암 말기 상태로 장기요양등급 시설 2등급 판정에 따른 요양원 입소 권유와 병원치료를 거부하고 혼자서 식사조차 하지 못해 극도로 여윈 상태였다. 가족은 장기간 관계단절로 돌봄을 거부했고 대상자는 시설 입소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어 심각한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그대로 방치하면 고독사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미사2동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은 긴급 사례회의를 열고 119를 통해 관내 병원에 입원 조치했고 미사1동 소재 아모시니어스센터 요양원 협조를 구해 병원 퇴원 후 입소를 진행했다. A씨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미사2동 직원들 설득 끝에 결국 요양원 입소를 선택해 요양원에서 안정된 생활을 했고 입소 26일차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입소 28일 뒤 지병인 암으로 사망했다. 조지선 미사2동 행복센터 사례관리사는 A씨 사례를 돌아보며“설득해도 듣지 않을 것 같아서 답답했는데 끈질긴 설득 끝에 진심을 받아주셔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다경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장은 “빈곤한 독거노인의 경우 임종조차 책임져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A씨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것은 최선의 선택이셨다”고 말했다. 미사2동 행정복지센터는 A씨 사망 이후 고인의 유족에게 유품을 전달하고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유족이 죄책감을 덜고 고인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깊이 위로했다. 주해연 미사2동장은 19일 “우리 미사2동은 복지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발로 복지현장을 부지런히 뛰고 있다”며 “앞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을 발굴하고 돕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2020-08-19 13:25:15'존엄사법' 시행 후 1년이 지나면서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2월 4일 연명의료 결정제도가 시행된 후 1년이 지난 3일,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는 3만6224명에 달했다고 14일 밝혔다. 연명의료는 임종과정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만을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말한다. 유보란 연명의료를 처음부터 시행하지 않는 것을 말하고, 중단은 시행하고 있던 연명의료를 그만두는 것이다. 전체 작성자 중 성별로는 여성이 7만 7974명(67.7%)으로, 남성 3만 7285명(32.3%)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연령층이 9만 7539명으로 대다수(84.6%)를 차지했다. 지역별 작성자는 경기(27.2%), 서울(26.1%), 충남(8.9%) 순으로 많았으며, 지역 내 인구 수 대비 작성률로 산출하였을 때는 충남, 전북, 대전, 서울, 경기 지역이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주요 질환으로는 암(59.1%)이 가장 많았으며, 호흡기질환(15.3%), 심장질환(5.8%), 뇌질환(5.4%)이 뒤를 이었다. 전체 이행 건 중 가족 결정에 따른 경우가 67.7%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한 경우인 32.3%보다 높아 아직까지는 가족 중심의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상당수는 상급종합병원(60.9%)과 종합병원(35.6%)에서 연명의료 결정을 이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복지부는 의료현장의 현실에 맞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 오는 3월 28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뿐 아니라 체외생명유지술(ECLS. 심장이나 폐순환 장치), 수혈, 승압제 투여 등 임종기에 접어든 말기환자의 무의미한 생명만 연장할 뿐인 의학적 시술도 중단하거나 유보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연명의료결정법에서 말기환자의 대상 질환을 4가지(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로 한정했던 것을 삭제해, 질환과 관계없이 모든 말기 환자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연명의료결정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가 필요했던 것을 개정해, '배우자와 1촌 이내 직계 존·비속(배우자·부모·자녀)'의 합의만으로 결정할 수 있게 했다. 보건복지부 이수연 생명윤리정책과장은 "1년간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적용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국민들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등록기관을 추가 지정하고 지정된 등록기관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전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2019-02-14 16:20:331997년 겨울 한 남자가 뇌를 다쳐 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았다. 상태가 나빠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환자 가족은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퇴원을 요구했다. 병원 측은 처음엔 말렸다. 이후 사망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받은 뒤 환자를 퇴원시켰고 환자는 얼마 뒤 사망했다. 사건은 법정다툼으로 번졌다. 대법원은 '의학적 권고에 반하는 환자 퇴원'은 유죄라고 판결했다. 환자 가족과 의료진은 살인방조죄로 처벌받았다.이 사건은 존엄사 찬반 논쟁에 불을 지폈다. 찬성하는 쪽은 환자의 인권을 중시하는 시민단체들이었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죽음을 환자의 의사에 반하여 인위적으로 늦추는 것은 자기결정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종교단체들은 생명윤리를 내세워 반대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죽음을 선택할 권리는 없다고 맞섰다. 논쟁은 2016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결정에 관한 법'(존엄사법 또는 웰다잉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거의 19년을 끌었다. 존엄사란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와 가치를 지키면서 맞이하는 죽음이다. 죽음이 임박한 환자를 놓아주는 것이다. 적극적 의미로는 환자의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권리로 해석되기도 한다. 의학계에서는 그냥 '연명의료 중지'라고 부른다. 복잡한 논쟁을 피하고 싶다는 의미일 것이다.존엄사법은 내년 2월부터 전면 시행된다. 현재는 시범시행 중인데 이 법에 따른 합법적 존엄사 1호가 나왔다. 소화기암 환자인 50대 남성이 지난주 서울의 어느 병원에서 항암제 투여 등의 연명치료를 거부한 채 사망했다. 20일 현재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1648명,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사람은 7명이며, 이 중 한 명이 존엄사했다.죽음도 삶 못지않게 중요하다. 사람들은 어떻게 살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사색한다. 하지만 어떻게 죽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일상의 삶에 몰입한 나머지 죽음을 망각하거나 입에 올리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는 경향이다. 그래도 죽음은 다가온다. 삶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것처럼 죽음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지 않을까.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2017-11-22 17:15:25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나 자란 브리트니 메이너드는 2014년 1월 심한 두통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가 악성 뇌종양 2기 진단을 받았다. 뇌수술을 받았지만 3개월 뒤인 4월 뇌종양 4기 진단과 함께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잦은 발작이 일어났고 머리와 목에 참기 힘든 통증이 밀려왔다. 당시 메이너드는 5년 열애 끝에 결혼한 지 2년이 채 안된 새댁이었다. 그녀는 가족들 앞에서 담담한 최후를 맞고 싶다며 의료진으로부터 처방받은 약물을 복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조력자살(assisted suicide)을 택했다. 그리고 남편의 생일 다음날인 11월 1일을 자신의 죽음 예정일로 삼고 자신이 평생 살았던 캘리포니아주에서 오리건주로 이사했다. 캘리포니아와 달리 오리건주는 1994년 생명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들에게 스스로 죽음 결정권을 부여하는 '존엄사법'을 통해 존엄사를 합법화했기 때문이다. 메이너드는 죽음을 한 달여 앞둔 2014년 10월 6일 자신의 결심을 담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그녀는 이 영상에서 "뇌종양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는지 들어서 알고 있는 대로 내가 죽지 않아도 돼서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릅니다"고 말했다. 또한 "남편과 엄마를 옆에 두고 위층에 있는 남편과 저의 침실에서 죽을 생각이에요.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평화롭게 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녀의 죽음 예정일 이틀 뒤인 11월 3일 존엄사 옹호 시민단체 '연민과 선택'은 "메이너드가 가족과 친구들에 둘러싸여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메이너드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여 만인 지난 5일 캘리포니아주는 존엄사법을 통과시켰다. 오리건, 몬태나, 뉴멕시코, 버몬트, 워싱턴에 이어 미국에서 존엄사를 합법화한 6번째 주가 된 것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1992년부터 6차례 존엄사 합법화가 시도됐지만 가톨릭 등 종교단체와 의사협회의 거센 반대에 번번이 실패했다. 이번에도 존엄사법을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져 해당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게다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자 한때 사제공부를 했던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해당 법안을 반대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브라운 주지사는 존엄사법 통과에 서명했다. 70대 후반의 나이인 브라운 주지사는 존엄사법에 서명한 이유에 대해 "만일 내가 지속적이고 극심한 고통 속에서 죽어간다면 어떻게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법안으로 가능해진 선택을 고려할 수 있다면 안심이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듭니다"라고 설명했다. 오리건주에서 1994년 존엄사법이 합법화됐을 당시 핵심 역할을 했던 피터 굿윈 박사는 2012년 3월 미 시사주간지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존엄사법이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지 않는 이유를 '침묵의 음모'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의 생명은 신이 주신 것이므로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종교계의 반대, 병 치료와 생명 살리기가 목적인 병원에서 죽음을 언급할 수 없는 의료계의 어려움, 말기 암과 불치병은 더 이상 치료가 안되며 사람은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일반인들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침묵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2009년 '세브란스 김 할머니' 사건 때 대법원이 존엄사를 인정한 뒤 2013년 7월 사회적 협의기구에서 법제화를 권고했지만 아직 진전은 미미하다. 존엄사법이 제정되지 못하는 이유가 굿윈 박사의 말처럼 '침묵의 음모'인지 생명존중을 위한 용감한 '외침' 때문인지 판단하기는 참 어려운 문제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로스앤젤레스 특파원
2015-10-09 17:01:50【 뉴욕=정지원 특파원】 캘리포니아 주가 미국에서 5번째로 존엄사를 허용하는 주가 됐다. 5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환자에게 합법적인 존엄사 권리를 허용하는 법안에 이날 서명했다. 이 법안은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환자가 합법적으로 의사가 처방한 약물의 도움을 받아 삶을 끝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다만 존엄사를 실행하려면 환자의 기대 생존 기간이 6개월 이하이고 정신적으로 건전한 판단을 내리고 스스로 약물 섭취를 결정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사 두 명이 진단해야 된다. AP통신은 가톨릭 신자이며 한때 예수회 신학생이었던 브라운 주지사가 이 법에 대한 종교적 반대를 검토했지만 결국 법안 서명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그는 주 의회에 보낸 편지에서 "내가 만약 죽음에 직면했을 때 과연 무엇을 원할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됐다"며 존엄사법에 서명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길고 끔찍한 고통을 당할 때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 잘 모르겠지만 이 법안에 의해 가능해지는 선택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위안이 됐을 것"이라며 "이러한 권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부인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11일 캘리포니아 주 의회는 격론을 벌인 끝에 존엄사 법안을 찬성 23대 반대 14로 가결한 바 있다. 이 법은 10년 한시로 적용되며 10년이 지나면 다시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된다. 브라운 주지사의 서명으로 미국에서 말기환자에게 존엄사를 허용하는 주는 오리건과 워싱턴, 몬태나, 버몬트를 포함해 5개로 늘었다. 캘리포니아의 존엄사 논쟁은 존엄사를 원한 브리트니 메이너드(29)라는 암환자가 캘리포니아주 법이 이를 허용하지 않자, 존엄사가 합법인 오리건주로 이주한 후 작년 11월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을 계기로 활발히 이뤄져 왔다. 메이너드는 죽기 전에 존엄사 허용을 촉구하는 녹화 영상을 남겼으며, 이 영상은 올해 초 캘리포니아 주 의회가 존엄사 허용 법안을 논의할 때 회의장에서 상영됐다.
2015-10-06 17:43:22【 뉴욕=정지원 특파원】 캘리포니아 주가 미국에서 5번째로 존엄사를 허용하는 주가 됐다. 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환자에게 합법적인 존엄사 권리를 허용하는 법안에 이날 서명했다. 이 법안은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환자가 합법적으로 의사가 처방한 약물의 도움을 받아 삶을 끝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다만 존엄사를 실행하려면 환자의 기대 생존 기간이 6개월 이하이고 정신적으로 건전한 판단을 내리고 스스로 약물 섭취를 결정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사 두 명이 진단해야 된다. AP통신은 가톨릭 신자이며 한때 예수회 신학생이었던 브라운 주지사가 이 법에 대한 종교적 반대를 검토했지만 결국 법안 서명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그는 주 의회에 보낸 편지에서 "내가 만약 죽음에 직면했을 때 과연 무엇을 원할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됐다"며 존엄사법에 서명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길고 끔찍한 고통을 당할 때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 잘 모르겠지만 이 법안에 의해 가능해지는 선택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위안이 됐을 것"이라며 "이러한 권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부인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11일 캘리포니아 주 의회는 격론을 벌인 끝에 존엄사 법안을 찬성 23대 반대 14로 가결한 바 있다. 이 법은 10년 한시로 적용되며 10년이 지나면 다시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된다. 브라운 주지사의 서명으로 미국에서 말기환자에게 존엄사를 허용하는 주는 오리건과 워싱턴, 몬태나, 버몬트를 포함해 5개로 늘었다. 캘리포니아의 존엄사 논쟁은 존엄사를 원한 브리트니 메이너드(29)라는 암환자가 캘리포니아주 법이 이를 허용하지 않자, 존엄사가 합법인 오리건주로 이주한 후 작년 11월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을 계기로 활발히 이뤄져 왔다. 메이너드는 죽기 전에 존엄사 허용을 촉구하는 녹화 영상을 남겼으며, 이 영상은 올해 초 캘리포니아 주 의회가 존엄사 허용 법안을 논의할 때 회의장에서 상영됐다. 한편 올해 들어 미국의 20여개 주에서 유사한 법안들이 제출됐으나 통과는 되지 않고 있다. jjung72@fnnews.com
2015-10-06 15:2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