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가 종이병에 담긴 콜라를 개발중이다. 코카콜라는 최대의 오염원이 되고 있는 플라스틱병을 쓰지 않기 위해 종이병 콜라를 개발하고 있다. 13일 영국 BBC에 따르면 코카콜라 종이병은 초강력 종이로 만들었으며, 덴마크 회사에서 개발중이다. 가장 큰 문제는 콜라와 맥주와 같은 탄산음료의 압력을 받고도 이를 견디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용기는 변형이 가능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는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코카콜라는 그러나 7년 이상의 실험 끝에 올 여름 헝가리에서 코카콜라의 과일음료인 ‘아데즈’를 종이병에 담아 먼저 출시할 계획이다. 여기서 효과가 좋으면 코카콜라에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코카콜라 뿐만 아니라 맥주회사인 칼스버그도 종이 맥주병을 제작하는 등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종이병을 활용하려는 다국적 음료기업이 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한편, 코카콜라는 민간 자선 단체인 'BFFP(Break Free From Plastic)에 의해 세계 1위 플라스틱 오염원으로 선정됐다. 펩시콜라와 네슬레가 그 뒤를 이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2021-02-13 11:09:51무학은 친환경적인 종이상자 패키지 좋은데이 6병들이(사진)를 출시했다고 1일 밝혔다. 좋은데이 6병들이는 기존 비닐 랩핑 포장에서 친환경적인 종이상자 패키지 제품 포장으로 교체했다. 좋은데이 6병들이 제품은 손잡이 일체형으로 운반·개봉이 편리하도록 제작됐다. 포장 종이상자는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적인 제품이다. 좋은데이 6병들이 가격은 출고가 기준 5700원(360㎖, 16.9도)이며 기존 가격과 같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2013-08-01 07:45:46[파이낸셜뉴스] 북한이 5일 연속, 올해 들어 17번째로 대남 쓰레기 풍선 살포 공세를 벌이고 있다. 8일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9시경부터 북한이 대남 쓰레기 풍선(추정)을 또다시 부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참은 우리군이 전날 저녁부터 밤 늦게까지 남쪽으로 향해 약 200개의 쓰레기 풍선을 띄운 것을 식별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서울과 경기 북부 지역에서 50여 개의 낙하물이 확인됐으며, 확인된 내용물은 종이류와 비닐, 플라스틱 병 등 생활 쓰레기로 안전에 위해되는 물질은 없었다. 풍선에 매달린 낙하물 봉지에는 여러 개의 묶음이 들어 있으며, 상공에서 터질 시 여러 개의 작은 봉지로 분리돼 흩어지는 특성상 낙하물 수량과 풍선 수량은 일치하지 않는다. 합참은 "풍선의 구체적 낙하 장소는 작전보안상 공개할 수 없다"면서 "특정 지역에서는 1개의 풍선 대비 낙하물이 여러 개일 수 있고, 연이은 부양으로 인해 과거 낙하물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군은 국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가운데 대응 매뉴얼에 따라 의연하고 차분하게 대응할 것"이라면서 "국민들은 적재물 낙하에 주의하고, 떨어진 풍선을 발견하면 접촉하지 말고 가까운 군부대나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북한은 지난 5월 28일 처음으로 1차 대남 '오물·쓰레기 풍선'을 살포를 시작했다. 이후 지난달 10일까지 11차 공세를 벌이던 북한은 한 달 가까이 풍선을 띄우지 않다가 최근 지난 4일부터 닷새 연속으로 6차례 쓰레기 등을 실은 풍선을 날리고 있다. 특히 지난 6일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일로 북한이 외국 정상의 방한에 맞춰 쓰레기 풍선을 살포한 의도적 도발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풍선 부양에 필요한 풍선 자재와 쓰레기 수급이 대규모 수해로 제한됐다가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일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우리 군이 지난 7월 22일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가동한 이후 북한 주민과 북한군이 잇따라 귀순하자 알레르기성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도 읽혀진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달 8일 썰물 때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걸어서 서해 교동도로 넘어와 귀순한 북한 주민 1명의 신병 확보에 이어 같은달 20일엔 동부 전선 강원도 고성 지역에서 군사분계선(MDL)을 도보로 넘어 귀순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1명의 신원 확보한 바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9-08 11:16:20[파이낸셜뉴스] 신세계L&B가 국내 와인업계 최초로 100% 재활용·생분해 가능한 '와인앤모어 친환경 펄프 패키지'를 도입하며 친환경 소비문화 선도에 나선다. 1일 신세계L&B는 국내 1위 와인 수입사로서 과도하게 발생하는 포장재 문제에 주목, 무림P&P와 공동 개발한 친환경 패키지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패키지는 국내 유일의 천연 생 펄프 소재로 일반 토양에서도 6개월 이내에 완전 분해된다. 특히 유럽 인증기관 'TUV 오스트리아'의 최고 등급 생분해성 인증 'OK 콤포스트 홈'을 획득했다. 국내 펄프몰드 중 유일하게 '식품안전시스템인증(FSSC 22000)'을 보유해 더욱 안전하고 위생적인 것은 물론 뛰어난 내구성과 강도까지 갖췄다. 세련된 디자인 또한 돋보인다. 와인병 모양의 디자인과 펄프 특유의 자연스럽고 매트한 질감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패키지 슬리브(종이띠지)는 고객 취향에 맞춰 간단한 메시지부터 로고, 이미지 등을 활용한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해 단체 선물 혹은 특별한 날 맞춤형 선물로 제격이다. 패키지에 들어가는 와인은 가격대별 다양한 추천 라인업을 마련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혔으며 패키지 구매 고객에게는 최대 2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신세계L&B 관계자는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와인 패키지의 낭비를 막고 자원 절약 및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친환경 패키지를 개발, 도입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국내 1위 와인 수입사로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친환경 소비문화를 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4-09-01 13:57:29[파이낸셜뉴스]명문대 학생들이 마약 유통에 나서는 등 한국 사회에서 전반적인 마약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단순 마약 투약범 뿐만 아니라 공급 사범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수사 당국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7일 사법 당국에 따르면, 최근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 남수연)는 대학생 연합동아리에서 마약을 유통하고 투약한 혐의로 30대 A씨 등 대학생 총 14명을 적발했다. 이미 구속 상태였던 주범 A씨는 추가로 기소됐고, 가담 정도에 따라 3명은 구속 기소, 2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단순 투약만 한 대학생 8명은 조건부 기소유예됐다. 이들 중에는 의대·약대 재입학 준비생, 로스쿨 준비생도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연합동아리 회장 A씨는 지난 2021년 호텔, 고급 레스토랑 등에서 호화술자리를 제공하는 수법으로 단기간에 약 300명의 회원을 모집했다.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고가 외제차, 파인다이닝, 뮤직페스티벌 입장을 공짜로 또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해당 동아리는 회원 수 기준 전국 2위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동아리 임원들과 함께 참여율이 높은 동아리원들을 선별해 클럽·고급호텔·뮤직페스티벌 등지에 초대해 음주하며 참석자들의 경계심이 흐트러진 틈을 이용하여 액상대마를 권했다. 투약에 응한 동아리원들을 대상으로는 MDMA·LSD·케타민·사일로시빈, 필로폰·합성대마 등 순으로 다양한 마약을 접하게 했다. 또 남성회원들과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을 고급호텔 스위트룸에 초대해, 집단으로 마약을 투약하기도 했다고 한다. A씨 일당의 범행은 해외에서도 이뤄졌다. A씨와 동아리 임원 B씨 등은 종이 형태로 된 향정신성의약품인 LSD를 기내수하물에 넣어 제주, 태국 등지로 운반해 투약하기도 했다. A씨는 마약 판매로 수익까지 얻었다. 동아리원들에게 텔레그램·가상화폐를 통해 웃돈을 붙여 고가에 마약을 판매해 작년 한 해에만 1200만원 이상의 마약을 매매했다고 한다. 한편 A씨는 작년 4월 동아리에서 사귄 C씨(24)가 다른 남성 회원과 어울렸다는 이유로 와인병으로 피해자를 여러 차례 때리고, 성관계를 촬영한 영상으로 C씨를 협박해 성폭력 처벌 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등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올 4월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마약 사범이 늘어나자 덩달아 마약류 공급 사범도 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마약류 사범 6545명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7101명) 대비 1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공급 사범은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상반기 검거된 마약류 공급 사범은 2725명으로 전년도 검거 인원 2089명 대비 30.4%(636명) 증가했다. 이 때문에 총 검거 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7.1%에서 41.6%로 대폭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배경으로 국경 지역의 관리 약화를 손에 꼽았다. 김낭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약 사범 단속도 중요하지만 관세청 등에서 국경 단속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의료용 마약 사범도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의료용 마약류 사범은 36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4명) 대비 71% 급증했다. 의료용 마약류 사범은 2022년 316명에서 2023년 627명으로 1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의료용 마약류란 마약류(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의약품 용도로 사용되는 것들을 말한다. 수면유도제의 주요 성분인 졸피뎀, 식욕억제제에 들어가는 펜타민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지난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국민이 1991만명에 달해 역대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체 환자 수는 전년 대비 45만명이 증가했으며, 처방량도 2051만개가 늘어났다. 국민 2.57명당 1명이 의료용 마약류를 접한 셈이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39)이 동료 선수 등 9명으로부터 졸피뎀 성분의 스틸녹스정 2242정을 받는 등의 혐의로 최근 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23일에는 프로포폴 중독자들에게 5000여 회에 걸쳐 12억원을 받고 '제2의 프로포폴'이라 불리는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판매한 의사가 구속기소됐다. 이향이 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지부 지부장은 "젊은층이나 여성층 등 다양한 연령을 대상으로 예방교육이 필요하다"며 "의료용 마약류 처방도 예전보다는 까다로워지고 있는데, 의사들이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24-08-06 11:10:10[파이낸셜뉴스] 음주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내자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소주를 들이켠 운전자가 1심 무죄를 뒤집고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형사항소3부(태지영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A씨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영동군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5㎞가량을 운전하다가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을 들이받아 운전자를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고 이후 A씨는 피해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의심하자 인근 편의점으로 들어가 소주 2병을 구매한 뒤 종이컵에 담아 들이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측정한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77%였다. 1심 재판부는 편의점에서 술을 마시기 전의 A씨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 기준치인 0.03%를 초과했는지 단정할 수 없다며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소주 2병을 모두 마셨다는 전제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음주 수치를 역계산 했다. 위드마크 공식은 음주량, 마신 술의 농도, 체중, 성별 등을 고려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 추정치를 산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를 통해 당시 종이컵에 소주가 일부 남아있던 점을 포착했고, 음주량을 재적용해 계산한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음주운전으로 무려 4회나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또다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군다나 추가로 음주하는 방법으로 수사에 혼선을 줬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2024-07-20 11:10:46[파이낸셜뉴스] 현대백화점은 오는 10월 27일까지 판교점 5층에 위치한 현대어린이책미술관 모카(MOKA)에서 'MOKA 북아트 컬렉션' 전시를 진행한다고 16일 밝혔다. '북아트'는 책(Book)과 예술(Art)의 결합어로 책의 형식을 이용한 예술 작품이다. 이번에는 '책의 형태'와 '예술성'이라는 주제에 맞춰 김지민·조선경·디지 프래그넬 등 작가 19명의 작품 50여 점이 전시되며, '숨겨진 이야기', '이상한 물체', '펼쳐지는 공간', '딴짓 실험실'이라는 네 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해당 공간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작품을 변형하고 조합하거나, 기존의 책 형태에서 벗어난 실험적인 형식의 책을 읽을 수 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전시와 연계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대표적으로 메시지를 담은 북아트 오브제를 만들어보는 '전하고 싶은 이야기', 책의 다양한 형태와 예술성을 경험하고 나만의 실험적인 북아트를 만들어보는 '종이 협주곡', 오늘의 나를 특별한 방법으로 기록하고 10년 뒤 나에게 전하는 편지를 적어 보는 '기록의 병' 등이 있다. 만 4세부터 10세 사이 어린이가 참가 대상이다. 현대어린이책미술관 관계자는 "여름 시즌을 맞아 고객들이 쾌적한 실내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전시를 기획했다"며 "전시를 통해 어린이들이 책의 새로운 형태와 감상 방식을 경험하고 책이 가진 무한한 상상력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2024-07-16 11:00:22사람 사는 곳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배산임수를 기본으로 하는 한국의 마을이 풍수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런데 사람들이 건강장수하는 곳에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자연상태에서 말이다. 그런 곳을 우리는 '블루존(Blue Zone)'이라고 부른다. 생물학자들은 장수요인에 관심을 갖지만, 인류학자는 그들의 살림살이에 관심이 있다. 백세인의 세계 평균을 남녀로 대별하면 1대 8이다. 할매 여덟에 할배 하나가 인류라는 종이 보여주는 백세인 수명 상태다. 여자가 오래 산다. 한국은 1대 13 정도 된다. 이 숫자는 한국의 남자들이 오래 살지 못한다는 증거이고, 그만큼 한국 남자들이 잘살지 못하고 있다는 단서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고, 간단히 요약하면 '꼴통'이 일찍 죽는 살림살이가 궁금해진다. 그런데 이탈리아의 사르데냐(인구 150만명의 섬)는 1대 2이고, 그중에서도 올리아스트라와 누오로의 산간마을은 1대 1의 비율을 보여준다. 2008년에 내가 찾아갔던 피라스 댁 부부 합의 나이가 200세였다. 이웃집도 그렇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함께 잘살아라' 하던 주례사가 실천되고 있었다. 같은 마을에 사는 피라스씨의 동생 안드레아(96)는 날마다 아침이면 부인이 준비해 준 물과 도시락을 짊어지고 산을 오른다. 그의 뒤를 따르는 60마리의 양이 하얗게 무리를 이루면서 고요한 산자락에 목가적 풍경을 연출한다. 하루 종일 양들과 시간을 보내고 해거름에 돌아오는 목동 할배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다. 목동 생활의 핵심을 알고 싶어서 하루는 안드레아를 따라나섰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는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양들이 한 마리씩 그의 앞으로 "메에에~" 하면서 달려나갔다. 한 마리 한 마리 이름이 붙어 있고, 점호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점호가 끝나면 동네가 발아래로 보이는 널따란 바위가 있는 곳에 도달하여 점심을 먹으면서 양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양들은 부지런히 풀을 뜯는다. 무리 중에 덩치가 크고 누런색 갈기가 길며 뿔이 위로 솟구친 수놈이 두 마리 있다. 안드레아는 양들의 족보를 꿰고 60마리 양의 혈통관계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한 마리는 잘 모른다고 했다. 잠시 한눈 판 사이에 어느 놈이 흘레의 주인공이었는지를 놓쳤다고. 농담도 잘하는 사르데냐 남성들이었다. 정기적으로 출하되는 양의 숫자와 산으로 다니는 양의 숫자가 항상 일정하다. 안드레아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양의 숫자를 늘리지 않는다. 조합으로 출하 후 판매가 완료된 통보가 오면, 그는 자전거를 타고 우체국으로 가서 통장의 입금액을 확인하고 미소를 짓는다. 사르데냐 산간의 올리아스트라에 사는 멜리스 집안의 106세로부터 79세까지 여덟 남매의 연령 합이 742세라는 뉴스는 사진과 함께 세상의 전파를 탔다. 그 옆 동네인 페르다스데포구 마을에는 아홉 남매의 연령 합이 828세라고. 중요한 것은 남매들의 성장 과정에서 아무도 사망한 사람이 없다는 것. 그들의 직계 자손들은 모두 180여명. 마음 편히 사는 모습의 구극 풍경 아닌가. 인간 오복 중 장수가 으뜸이라고 하지만, 오래 산다는 것보다는 편안히 사는 모습이 한 수 위가 아닌가. 이것이 살림살이의 문제다. 행복지수를 왈가왈부하지만, 풍성한 가족 숫자에 비극 장면 없는 사르데냐 사람들의 삶을 보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장수 연구자들이 이들의 식단으로부터 만들어낸 이름이 소위 '지중해 식단'이란 것이다. 올리브, 포도주, 치즈, 발효빵 그리고 프로슈토(돼지고기를 숙성시킨 이탈리아 햄) 등이다. 나의 친구 루치아노는 치즈 중에서도 으뜸인 카수마르주를 자랑한다. 글자 그대로 '썩은 치즈'인데, 염소 젖으로 만든 페코리노 치즈 통에 파리(모스카 세사리아)를 넣으면 파리가 치즈 속에 알을 낳고, 구더기가 성장한다. 커다란 붉은 눈에 등이 까만 색으로 반질거리는 파리다. 구더기가 치즈를 먹고 배설하면서 변형된 냄새 고약한 치즈다. 루치아노는 카수마르주에 사르도의 장수 비결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좋은 음식임에는 틀림없지만 '장수음식'이라고 선전하는 데는 상업 냄새도 진동한다. 음식은 몸에 들어가면 영양으로 전환된다. 영양은 균형이 기본이자 으뜸인 게 상식이다. 된장과 막걸리가 그렇듯이 발효음식이 좋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백살이 넘은 아르지올라스씨가 자신이 만든 포도주를 한 병 건넨다. 상표가 아르지올라스(Argiolas)다. 그와 동갑내기인 음악대학의 이혜구 선생께 전달하는 심부름을 했다. 선생님께서는 늘상 반주로 포도주를 즐기셨다. 두 분께서 극락이나 천당에서 함께 포도주로 환담하시면서 소생을 말씀하시리라는 기대도 해본다. 그렇게 고요하고 평화스러워 보이는 사르데냐도 먼 옛날에는 대단한 전쟁을 치렀던 모양이다. 3000년 전 청동기 시대의 유적으로 알려진 누라게(Nuraghe)는 돌로 지은 철통 같은 요새형의 마을로 섬 전체에 빼곡하게 남아 있다. 누라게의 비밀은 아직도 해독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한눈에 보아도 전투시의 방어용 촌락이다. 사르데냐의 깃발에 검은색 얼굴이 찍힌 것을 증거로 하여 사르도의 기원을 지중해 건너 아프리카 북쪽의 페니키아에 두고 있다는 주장은 바다를 격해서 엄청난 전쟁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전쟁으로 점철된 인류 역사는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만 있었던 일이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사가 그렇게 진행되어 왔음에 대해서 참으로 심각한 토론이 필요하다. 한반도에 고통을 주었던 섬나라 일본 땅에 고질적으로 뿌리 박힌 군국주의의 유산도 그러한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식민지 경험의 피해를 당했으면, 최소한도 당한 만큼 깊이 있는 연구를 해야 할 책임이 있다. 누구를 위한 책임이 아니라 경험에 대한 책임이다.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연구의 심화가 우리를 이해하는 첩경이 될 수 있다. 이것도 살림살이와 함께 천착되어야 할 문제다. 사르데냐 사람들의 편안히 사는 모습이 내 주변의 모습과 엇갈리는 점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된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05-27 18:53:59[파이낸셜뉴스] 22대 총선 투표 당일이었던 지난 10일 대구의 투표소 인근에서 포착된 유권자의 독특한 의상이 논란이 되고 있다. 11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투표소 용지'라는 제목의 사진이 확산했다. 사진은 전날 대구 달서구의 한 투표소 인근에서 찍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을 보면 머리에 식빵 모양 탈을 쓴 한 여성이 파란색 야구점퍼와 파란색 치마, 파란색 하이힐을 착용했다. 그는 왼쪽 어깨에 'DIOR'이라고 적은 쇼핑백을 메고 있는데, 쇼핑백 안에 대파가 꽂혀 있다. 오른손에는 파란색 풍선도 들고 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엽기 투표룩" "왜 저러냐" "병이다"라며 비난하는 한편, 일부는 "오죽하면 이러겠냐" "센스 있다"라며 사진 속 여성을 옹호하기도 했다. 앞서 중앙선관위는 내부지침에서 '대파'를 정치적 표현물로 간주해 투표소 반입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지침은 최근 유권자로부터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대파를 가지고 투표소에 가도 되느냐'는 문의가 들어오자 미리 대응책을 안내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다. 이른바 '대파 논란'은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 하나로마트에 방문했을 때 불거졌다. 당시 윤 대통령은 대폭 할인된 대파 가격을 두고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 같다"라고 말한 바 있다. 중앙선관위 발표 이후 각종 소셜미디어(SNS)에는 일부 유권자들이 디올백이라고 쓴 종이가방을 들고 투표소에 등장한 사진이 올라왔다.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논란을 연상케 하는 아이템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공직선거법 166조에 따르면 사전투표소 또는 투표소 안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언동을 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표지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반할 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4-04-11 10:10:14[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조선의 11대 왕인 중종은 인자하고 유순했으나 결단력이 부족하고 우유부단했다. 재위 기간 40년 동안 국정은 조용할 날이 없이 혼란스러워 상심이 컸다. 그래서 심열(心熱)로 고생했다. 1544년(중종 39년) 음력 10월 28일 중종은 열병으로 인해 갈증과 변비가 심했다. 의원들은 소마죽(蘇麻粥)과 피마자유를 올렸다. 소마죽은 차조기씨와 대마씨를 멥쌀과 함께 죽을 쑤운 것으로 노인성 변비에 많이 사용하는 처방이다. 다음 날 아침, 의녀 장금(長今)이 내전으로부터 나와서 말하기를 “주상께서 하기(下氣)가 비로소 통하여 매우 기분이 좋다고 하셨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제조가 장금에게 “만약 갈증이 있으시다면 생지황(生地黃)을 달여 드시도록 해야지 냉수를 드시게 해서는 안되니 각별히 조심하게나.”라고 했다. 생지황은 기운이 서늘하고 찬 약제로 청열(淸熱)시키면서 어혈(瘀血)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 음력 10월 30일, 중종은 변통(便通)은 되었지만 심열(心熱)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제조는 생지황고(生地黃膏)와 천왕보심단 그리고 서과(西果, 수박)도 올렸다. 생지황이 주된 처방이었다. 다음 날이 되자 중종의 심열은 좀 잡히는 듯했다. 중종은 “생지황고가 효과가 좋은 듯하다. 꾸준하게 복용했으면 한다.”라고 했다. 그래서 내의원에서 생지황고를 더 만들어 올리고자 했는데, 아뿔싸 전의감과 혜민서에 생지황이 남은 것이 없었다. 내의원 제조는 쩔쩔매며 “황해도 황주와 봉산의 생지황을 급히 채취해서 가져오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사간원에는 “임금의 옥체에 사용할 약재가 없다니요. 황해도면 말을 달려도 5~6일이 걸리는 거리입니다. 벌을 내리도록 윤허해 주십시오.”라고 했다. 그러나 중종은 자신의 병 때문에 내의원이 정신이 없었을 것이라고 하면서 문책하지 말도록 했다. 음력 11월 3일, 중종은 심열과 노열(勞熱)이 수시로 왕래하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의원에서는 소시호탕 가감방을 올렸다. 그러나 열은 내리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날부터 의원들을 차비문 앞에 대기시켰다. 다음 날이 되자 중종의 증후는 맥은 빠르고 발열은 더 심해졌으며 말소리는 거칠었고 호흡이 급박했다. 응급상황이었다. 제조 등이 모여서 논의를 했다. 제조가 “지금 복용 중인 처방으로는 주상의 열을 잡을 수가 없소. 특단의 처방이 필요하오.” 그러자 장금이 “그럼 파관탕(破棺湯)을 올리는 것이 어떻습니까? 파관탕은 열병에 명약이옵니다.”라고 했다. 모두들 장금을 빤히 쳐다봤다. 제조가 “파관탕이라면 야인건수(野人乾水)를 말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파관탕(破棺湯)은 열병으로 인한 인사불성에 쓰면 너무 효과가 뛰어나 죽어서도 관을 깨고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바로 인분(人糞)으로 만든 ‘똥물’을 말한다. 이것을 민간에서 ‘야인건수(野人乾水)’라고 불렀다. 바로 들판에 싸 놓은 사람의 마른 똥을 불에 볶아서 물에 우린 것이다. 장금은 “의서에 보면 파관탕은 상한열병(傷寒熱病)으로 발광하고 가슴이 뛰며, 말이 일정하지 않고 인사불성이 된 경우를 치료한다고 했습니다. 마른 인분을 약성이 남게 태워 물에 담가 생긴 즙을 1~2잔 마시면 열이 떨어지면서 즉시 깨어난다고 했습니다.”라고 했다. 다른 의관이 “파관탕을 써 본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장금은 “제 고향에서는 유행성 열병에 걸리면 변소에 대나무를 박아서 대나무 통 안으로 스며든 맑은 똥물을 약으로 마시곤 했습니다. 특히 곤장을 맞고 난 후에 생긴 장독(杖毒)에는 이만한 처방이 없었습니다.”라고 했다. 제조가 거들었다. “장금의 말에 일리가 있소. 장금이 말한 것은 분청(糞淸)인데, 인중황(人中黃)이라고도 하는 것이요. 또한 대나무통에 감초를 넣어서 이것을 똥통에 2~3개월 꽂아 두었다가 나중에 감초만을 꺼내서 약으로 사용하는데, 이 감초도 인중황이라고 부르지요. 인중황은 성질이 차서 열병과 제반 독(毒)을 제거하는데 효과가 매우 좋소이다.”라고 거들었다. 그때서야 모든 의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제조는 “지금 시간이 촉박하니 바로 야인건수를 만들어 올리도록 합시다. 누가 서둘러서 궁 밖의 들판에 오랫동안 말라 있는 인분을 좀 구해 오도록 하시구려.”라고 재촉했다. 모두들 장금을 쳐다보았다. 장금은 당연하다는 듯이 서둘러 궁 밖으로 나갔다. 그날 오후 약방에서는 소시호탕, 청심원와 함께 야인건수를 올렸다. 당시 세자는 밤에도 띠를 풀지 않고 중종을 간병하면서 매번 올라오는 탕약의 맛을 미리 봤다. 약방에서 새롭게 탕약이 올라오자 세자는 “이것은 무엇으로 만든 탕이냐? 처음 보는 색과 향이다.”라고 물었다. 그러자 장금은 당황해하면서도 자신있게 “인분으로 만든 열병(熱病) 약입니다. 지금 전하께 꼭 필요한 탕입니다.”라고 했다. 세자는 거리낌 없이 야인건수의 맛을 보았다. 세자의 효심은 지극했다. 중종의 열과 갈증은 하루 이틀 지나자 차도가 나기 시작했다. 약방에서는 매화탕이나 뽕나무차, 검은콩과 죽엽을 달인 물로 양치를 하게 하고, 총시탕(葱豉湯)도 올렸다. 사실 뭐가 도움이 될지 몰라 이것저것 올린 것이다. 음력 11월 9일, 중종은 “지난번 열이 올랐을 때 야인건수를 써서 열을 물리쳤다. 혹시 밤중에 열이 심하면 쓰려고 하니 미리 준비해서 들여오라.”고 하였다. 중종 또한 자신이 인분으로 만든 탕을 복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야인건수를 복용하면서 간간이 양격산, 지보단, 강활산 등의 처방도 복용했다. 그러나 중종의 열병은 기복을 보이면서도 완전하게 잡히지 않았다. 음력 11월 14일, 중종은 밤에 다시 번민(煩悶)이 더 심해지면서 위독했다. 밤사이에 음축증(陰縮證, 고환이 수축되는 증상)까지 나타났다. 양기가 끊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중종은 잡다한 모든 약을 거부하고 야인건수에 청심환만은 복용했다. 그래도 야인건수를 복용하면 약간의 해열이 되었기 때문이다. 중종은 병상에 옷차림을 허술하게 입고 있어서 신하들의 알현을 거부해 왔다. 그런데 이날은 무언가 작정한 듯 했다. 중종은 저녁 무렵 침전에서 익선관을 쓰고 조복을 걸치고선 이불을 두르고 앉았다. 그 옆에 세자가 관대를 하고 엎드려 있었으며, 내시 2명이 옆에 서 있었다. 해가 질 무렵이라 촛불을 켰는데, 중종은 내시에게 “촛불을 당겨 놓으라.”라고 했다. 그리고서는 붓을 잡고 작은 종이에 글을 쓰려고 했다. 그러나 글이 잘 쓰여지지 않았다. 중종은 천천히 글을 써 내려갔다. ‘내가 비록 형체는 있으나 사람 구실을 할 수 없다. 지금 천명(天命)을 다 하는 것 같으니 더 늦기 전에 세자에게 왕위를 넘겨야겠다.’는 내용이었다. 중종은 숨이 곧 끊어질 지경이었고 말도 이어지지 않았으며, 편히 앉아 있지도 못했다. 좌우의 신하가 모두 소리없이 울었다. 제조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힘겨운 목소리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나는 병중에 귀가 어두워 들을 수가 없다. 큰 소리로 말하라.”라고 했다. 제조는 “심열(心熱)은 상심에 의한 것이니 마음을 편하게 하시옵소서.”라고 했다. 그러자 중종은 “딱히 신경 쓰이는 일이 없다. 다만 세자에게 왕위를 넘길 일이 가장 걱정이다.”라고 했다. 그때 옆에서 세자가 엎드려 흐느껴 울었다. 음력 11월 14일, 전 일에 비해 점차 위독해졌다. 중종은 오후부터 혼수상태에 빠져 잠만 자며 전혀 말을 하지 못하였다. 다음 날, 음력 11월 15일, 저녁 6시 중종은 환경전에서 훙(薨)하였다. 내전에서부터 곡(哭)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중종은 똥물까지 약으로 복용했으나 안타깝게도 열병을 이겨내지 못했다. 어떻게 인분까지 약으로 사용할 수 있냐고 혀를 내두르는 사람들도 있겠다. 그러나 야인건수는 알고 보면 그렇게 허무맹랑한 치료법이 아니다. 사람의 장 속의 미생물들은 대사산물로 단쇄지방산과 항생물질들을 만들어 낸다. 인분에는 이 대사체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인분 자체도 면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치 항생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인건수는 말린 인분을 불에 볶아서 사용했는데, 그렇게 하면 미생물은 모두 사멸해서 병원성 세균에 대한 위해는 없어지면서도 정상 세균총들이 만들어낸 대사산물의 면역조절 효과는 여전히 남아 있다. 마치 된장국을 끓여 먹었을 때, 된장의 고초균은 죽지만 그 대사산물이 면역에 도움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억지로라도 이해하고자 하면 그렇다. 요즘도 ‘대변이식’이라고 해서 장내 정상세균총에 문제로 생긴 심각한 장염에 건강한 사람의 똥을 이식하는 치료법이 있다. 이 경우는 건강한 대변에 섞여 있는 살아있는 미생물을 넣어주는 것이다. 게다가 대변은행도 존재한다. 우리는 다시 똥이 약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 제목의 ○○은 ‘똥물’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조선왕조실록> ○ 中宗 39年 1544년 11月 4日(內醫院提調等問安, 仍啓曰: “伏聞上候心熱甚盛, 請令醫員入診, 詳知熱氣加減然後, 用藥.” 傳曰: “醫員, 詣差備門外, 待命可也.” 內醫院提調等, 使醫員朴世擧,洪沈, 入診上候. 朝則脈度比昨浮緊尤重, 熱氣加發, 語音似澁, 呼吸急促. 卽進和淸心元, 加入小柴胡湯及野人乾水. 晝入診, 則與朝同, 夕則脈度視前稍減, 語音呼吸如常, 大便乾燥, 又以小柴胡湯及野人乾水進. (중종 39년 1544년 음력 11월 4일. 내의원 제조 등이 문안을 드리고 이어 아뢰기를, “삼가 상의 증후를 듣건대 심열이 매우 심하시다 하니, 의원을 들이어 열기의 가감을 자세히 진찰한 뒤에 약을 쓰도록 하소서.”하니 전교하였다. “의원은 차비문 밖에 나와 명을 기다리라.”라고 하였다. 내의원 제조 등이 의원 박세거, 홍침을 들여 보내 상의 증후를 진찰하게 하니 아침에는 맥도가 어제보다 더 급박하고 열이 더 났으며, 말소리가 간삽한 듯하고 호흡이 급박했다. 즉시 청심원과 소시호탕 및 야인건수를 들였다. 낮에 들어가 진찰하니 아침과 같았고, 저녁에는 맥도가 전보다 조금 완화 되었고, 말소리와 호흡은 보통 때와 같았으며, 대변은 건조했다. 또 소시호탕 및 야인건수를 들였다.) ○ 中宗 39年 1544년 11月 9日. 醫員朴世擧, 洪沈, 柳之番, 入診而出言: “朝則右手脈如前, 左手心肝脈稍數, 餘熱往來無常. 夕則左手寸關脈緊實, 尺脈微動, 外緊內虛. 右手寸脈浮實, 關脈稍疾, 尺脈微數, 心熱口渴似加. 以加入小柴胡湯, 和淸心元連進, 黑豆, 竹葉煎水漱口, 葱豉湯亦進事, 啓請. 上曰: ‘前日熱極時, 用野人乾 而退熱。 幸夜半熱極, 則亦欲用焉, 預備入內可也.’ (중종 39년 1544년 음력 11월 9일. 의원 박세거, 홍침, 유지번이 들어가 진찰하고 나와서 말하였다. “아침에는 오른손 맥은 전과 같고, 왼손 심간맥이 조금 빨랐으며 남은 열도 왕래가 무상했습니다. 저녁에는 왼손의 촌관맥이 긴실하고, 척맥은 약하게 뛰어 밖은 긴하고 안은 허했습니다. 오른손 촌맥은 부실하고 관맥은 조금 빨랐으며 척맥은 약간 잦았고, 심열과 갈증은 더한 듯했습니다. 소시호탕에다 청심원을 섞어서 계속 드리고, 흑두와 죽엽을 달인 물로 양치질하고 총시탕도 드실 것을 아뢰니, 상이 이르시기를 ‘전일 열이 올랐을 때 야인건수를 써서 열을 물리쳤다. 혹시 밤중에 열이 심하면 쓰려고 하니 미리 준비해서 들여오라.’ 하였습니다.”) ○ 中宗 39年 1544년 11月 10日. 醫員朴世擧, 洪沈, 柳之番入診而出言: “朝則左手脈, 與昨夕同, 右手脈, 稍減. 心熱口渴, 如前不止. 去夜加入小柴胡湯, 和淸心元再進, 野人乾水, 亦再進.” (음력 11월 10일. 의원 박세거, 홍침, 유지번이 들어가 진찰하고 나와서 말하기를, “아침에는 왼손 맥이 어제 저녁과 같았고, 오른손 맥은 조금 완화되었습니다. 심열과 갈증은 전처럼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난 밤 소시호탕에 청심원을 타서 두 차례 올리고 야인건수 역시 두 번 올렸습니다.”라고 하였다.) ○ 中宗 39年 1544년 11月 14日. 上, 自午後, 昏沈困睡, 全不言語, 比前漸革. (음력 11월 14일. 상이 오후부터 혼수상태에 빠져 잠만 자며 전혀 말을 하지 못하였다. 전일에 비해 점차 위독해졌다.) ○ 中宗 39年 1544년 11月 15日. 內醫提調等啓曰: “自午後, 藥物全不進御, 而醫員亦不入診, 臣等憫甚. 請進藥物.” 仍謂承豪曰: “進藥事, 詮達于東宮.” 自上之未寧, 東宮夜不解帶, 凡進藥物, 至如野人乾水, 必皆先嘗, 其誠孝過人者遠矣. (내의원 제조 등이 아뢰기를 “오후부터 약물을 전혀 드시지 못하고 의원 또는 들어가 진찰하지 않으니 신들이 매우 민망합니다. 약물을 드소서.”하고 이어 이승호에게 말하기를, “약을 올리는 일을 동궁께 설명해 드리라.”하였다. 상이 미령한 이래 동궁은 밤에 띠도 풀지 않았으며 심지어 야인건수 같은 약물을 올릴 때에도 반드시 먼저 맛을 보았으니 그 효성이 보통 사람보다 매우 뛰어난 것이다.) ○ 酉時, 上薨于歡慶殿小寢. (유시. 상이 환경전 소침에서 훙하였다.) <동의보감> ○ 傷寒發狂. 破棺湯. 治傷寒熱病, 發狂心躁, 言語不定, 不省人事. 人屎乾者燒存性, 水漬, 飮汁一二盞卽甦. 或細硏如麪, 新汲水調下 三錢亦可, 俗名野人乾水. (상한발광. 파관탕. 상한열병으로 발광하고 가슴이 뛰며, 말이 일정하지 않고 인사불성이 된 경우를 치료한다. 말린 사람의 똥을 약성이 남게 태워 물에 담가 생긴 즙을 1~2잔 마시면 깨어난다. 혹 밀가루처럼 곱게 갈고, 이것을 새로 길어온 물에 3돈을 타서 마셔도 좋은데, 이것을 민간에서는 야인건수라고 한다.) ○ 人中黃. 性冷. 主天行熱疾, 及解中諸毒, 幷惡瘡, 菌蕈毒. 臘月, 切大竹筒, 去靑皮, 納糞缸中, 浸滲取汁, 名曰人中黃. 臘月, 切淡竹, 去靑, 留第二節, 上節發竅. 以大甘草內竹筒內, 以木塞上竅, 以留節一頭. 揷糞缸中浸一月, 取甘草, 曬乾用之, 亦名人中黃. 人中黃, 本經謂之糞淸. (인중황. 성질이 차다. 유행성 열병에 주로 쓰고, 온갖 독, 악창, 버섯독을 풀어준다. 섣달에 큰 대나무를 잘라 푸른 껍질을 깎아버리고 똥통에 꽂아 두면 즙이 스며든다. 이 즙을 인중황이라고 한다. 또는 섣달에 담죽을 잘라 푸른 껍질을 깎아버리고 아랫마디는 그냥 둔다. 윗마디는 구멍을 뚫고, 구멍을 통해 큰 감초를 집어넣은 후, 나무로 윗구멍을 막아 똥통에 꽂되, 윗마디는 남겨둔다. 1달 동안 꽂아 두었다가 감초를 꺼내 볕에 말려서 쓴다. 이것도 인중황이라고 부른다. 인중황은 본경에서 분청이라고 했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4-03-26 11:0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