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업계는 검증 대상이 검증 주체를 직접 고르는 전도된 구조를 바꾸기 위한 목적으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도입됐다고 인식하고 있다. 기업이 감사인을 자유롭게 6년 선임했다면 다음 3년은 금융당국이 지정하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기업들은 비용 증가를 이유로 이를 '규제'로 규정하고 '완화'에 힘을 싣고 있다. 나철호 재정회계법인 대표이사(사진)는 "새 정부 들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위기를 맞았다"고 진단하며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필수적인 제도로, 근본 틀을 바꾸는 작업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그 연장선에서 최근 거론되는 '9+3'이나 '6+2'로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서 역시 제도가 안착되기도 전에 변경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나 대표는 "외부감사인은 기업 재무제표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소신에 따라 감사의견을 표명할 책임을 지닌다"며 "하지만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실시되기 전엔 이해관계로 얽힌 탓에 이 소명을 다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악순환에 따른 회계품질 저하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걸쳐 건전성을 갉아먹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촉발한 국가 신뢰도 저하 요인이 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나 대표는 소유과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한국 고유의 기업 지배구조하에서 감사인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시작이자 마지막 보루가 2020년 주기적 지정제라고 판단했다. 국내 기업들의 거버넌스 문제가 여전한데 감사 강도만 느슨하게 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 반발은 거세다. 개별 기업을 넘어 기업단체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금융위원회에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폐지해달라는 의견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착관계 방지 등 독립성 강화에 치중돼 감사품질이 떨어지고 기업 부담만 증가하는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나 대표는 "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편승해 감사보수가 높아지고 절차가 엄격해져 기업경영이 힘들다는 명분을 내세운 제도 폐지 주장도 있다"며 "그러나 감사보수 인상은 제대로 된 감사 수행을 위해 요구되는 감사시간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맞받았다. 그는 이어 "감사보수는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가는 발걸음을 뗐을 뿐이며,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되레 하락한 상황"이라며 "주요 외국 사례와 비교해도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 대표는 "충분한 감사시간을 투입하는 동시에 감사품질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회계사 교육훈련과 내부 품질관리에 힘써야 할 것"이라며 "회계법인끼리도 보수가 아닌 품질 경쟁을 벌여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나 대표는 감사인 '갑질' 문제가 일부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다른 시선으로 봐주길 당부했다. 감사환경이 달라진 만큼 어느 절차 하나 허투루 처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감사인은 감사 대상회사를 위한 재무제표 작성, 회계처리 자문 등이 금지되는 등 과거보다 강화된 독립성이 요구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할 경우 구속은 물론 무기징역까지 감당해야 하는 만큼 어느 때보다 감사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세세히 점검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3-03-06 18:25:34"우리나라는 규모로 따지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다. 양적 지표가 10위이면 질적 지표도 10위권이어야 한다. 질적 질표 중에서도 기업 신뢰도로 꼽히는 회계 투명성 지표는 전 세계 꼴찌 수준이다"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은 1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기자와 만나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이하 주기적 지정제)' 도입으로 한국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저평가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전 의원은 2016년 신외감법의 핵심 내용인 주기적 지정제와 표준감사시간제를 발의했고, 2017년 해당 법안은 통과됐다. 약 40년 동안 감사인과 피감사인의 자유계약이 이뤄졌지만 더 이상 자유계약으로는 회계투명성을 바로 잡기가 어려워졌음을 정부, 회계업계, 학계 모두가 공감한 것이다. 그는 "분식회계 여부를 파헤치려면 강력한 감사인의 지위를 가져야 한다. 감사인이 '갑'이 되어야 기업의 분식회계 여부를 명확히 찾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계약의 주체가 기업이 되다 보니 피감사인(기업)이 갑이 되기 시작했고, 분식회계가 곳곳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기적 지정제는 감사인에게 '갑'의 지위를 찾아주는 의미있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대차대조표의 연속성에 대한 모니터링 효과도 있다고 전했다. 최 전 의원은 "기업들은 결국 6년간의 자유수임제를 통해 작성한 재무제표를 향후 선임되는 지정감사인으로부터 모니터링을 받게 되는 격"이라면서 "감사인 간의 의견 불일치는 기업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각 감사인의 의견 불일치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기업들은 자유수임제 기간에도 감사품질 개선을 소홀리 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감사비용 부담이 커진 점에 대해 그는 "기업들이 주기적 지정제와 표준감사시간제로 인해 외부감사비용 부담이 커진 것도 잘 안다"면서 "그러나 재무정보, 회계자료는 정확해야 한다. 기업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투자회사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에서 신뢰를 쌓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사 품질 향상은 결국 기업의 신인도를 높이고 기업들은 자본시장에서 자금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올라간 감사비용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절감되는 금융비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주기적 지정제는 궁극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어 기업에 외려 '득이 되는 장치'"라고 말했다. 내부회계관리의 연결기준 범위 확대가 불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최 전 의원은 "계열사의 경영형태가 모회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서 "모회사의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자회사의 재무상황을 반영해서 작성하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연결 기준으로 모회사와 함께 묶인 자회사까지 감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2022-07-14 18:33:52[파이낸셜뉴스] “회계사가 전문성을 발휘해 부정이나 오류를 찾아내도 그 사실을 이해관계자에게 알릴 수 없다면 처음부터 전문성을 발휘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독립성은 감사품질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사진)은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세미나를 열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주기적 지정제)로 인한 감사품질 하락 우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번 회계 개혁의 핵심은 감사인의 독립성 확보라는 설명이다. 주기적 지정제란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자율적으로 6년 선임하면 그 다음 3년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는 제도다. 감사인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감사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7년 10월 신(新)외감법에 도입됐다. 금융당국은 오는 11월 내년도 지정 감사인을 통지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빅4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끼리 감사인을 바꿔도 기업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려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그러나 회계 개혁의 주안점은 기업들로부터 감사인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디 안젤로 남가주대 교수의 회계감사 모델을 예로 들며 “독립성이 결국 위반사항(Breach) 발견에도 영향을 준다”며 “독립성이 떨어지면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에게 보고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전문성을 발휘하는 데도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주기적 지정제는 감사인 독립성을 높이기 때문에 일부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압도하는 효과가 있다”며 “이번 회계 개혁은 독립성을 확보해 전문성을 발휘할 의욕을 북돋우고, 존재하는 부정과 오류를 이해관계자에게 정직하게 알리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mjk@fnnews.com 김미정 기자
2019-09-06 08:22:41[파이낸셜뉴스] 금융감독원이 다음 달로 다가온 상장사와 소유·경영 미분리 대형 비상장사 대상 지정 기초 자료 제출을 앞두고 작성 요령 및 지정제 주요 내용 등을 설명하는 기회를 마련한다. 금감원은 28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코넥스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공인회계사회 등 유관기관과 함께 감사인 지정제도 관련 온라인 설명회를 연다. 각 기관별 유튜브 및 홈페이지에 안내 동영상을 올리는 식이다. 기업이나 회계법인 담당자는 관련 질의사항을 금감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올리면 된다. 외부감사법에 따라 주기적 지정 대상 회사, 즉 코넥스 제외 상장사와 소유·경영 미분리 대형 비상장사 및 감사인 지정을 희망하는 회계법인은 매년 지정 기초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주기적 지정제는 연속하는 6개 사업연도 감사인은 자유 선임한 회사의 다음 3개 사업연도 감사인은 금융당국이 지정해주는 제도다. 제출 대상은 12월 결산법인 2590여개사와 상장사 감사인 40여곳이다. 기업은 오는 9월 1일부터 19일까지, 감사인은 이달 31일부터 9월 13일까지 해당 자료를 내야 한다. 이후 오는 10월 15일 지정감사인 사전통지가 이뤄지고, 그달 기업 사전통지 의견제출도 받는다. 11월 12일 금감원이 지정감사인 본통지를 실시하고 같은 달 19일 회사는 재지정 요청을 하게 된다. 금감원은 이번 안내 영상에 지정기초자료 신고서 작성 및 제출 요령을 담을 예정이다. 회사는 과거 6년간 감사인 선임현황, 소유경영 미분리 여부, 지정감사인의 산업 전문성 필요 여부 등을 기재해야 한다. 회계법인은 소속 공인회계사 수, 품질관리업무 담당자 수, 손해배상 능력 등을 적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정제 주요 내용도 짚는다. 지정 사유, 지정 기간, 지정 방법, 재지정 신청, 산업 전문성 제도 등을 소개한다. 특히 올해부터 건설·금융업을 시작으로 11개 업종 회사는 희망할 경우 해당 산업에 대해 전문성이 있는 감사 인력을 갖춘 회계법인을 지정받을 수 있다는 점도 영상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최근 감사인 지정제 관련 자주 들어왔던 문의와 그 답변도 질의응답 형식으로 전한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4-08-27 15:58:30[파이낸셜뉴스]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정부, 정치권, 재계 등 여러 이해관계 주체들과 만나는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공언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지속 등 회계업계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12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1일 앞서 후보 시절 개설한 페이스북에 “회장은 정부, 정치권, 언론, 기업인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무가 있는 자리”라고 썼다. 그는 이어 “이제 약속했던 것을 어떻게 실행에 옮겨 한국사회 투명성을 높여 한국경제 경쟁력을 회복하느냐의 과제가 주어졌다”고 덧붙였다. 이는 그가 후보 시절과 당선 직후 강조했던 신외부감사법 수성 등을 통한 회계투명성 제고를 이루기 위해 회계업계 외 대외 관계를 원만히 풀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 회장을 향해 회계업계가 기대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는 실제 국회의원으로서 신외감법 입법을 주도한 인물이면서, 정치권과의 연도 있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달 한공회장 선거에서 1만4065표 가운데 6478표(46.06%)를 얻은 요인이기도 하다. 신외감법 사수를 비롯해 금융당국의 관계 재정립, 회계기본법 제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공회 자체 목소리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항들인 만큼 국회, 금융당국, 재계 등과 소통해야 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대외협력 부회장으로 금융위원회를 거친 윤창호 한국증권금융 전 사장을 선임하기도 했다. 앞서 선거 때 회계법인 근무 경험이 없는 점을 두고 비판이 있었으나, 최 회장은 이를 반박하는 대신 자신의 강점을 피력한 셈이다. 이번 글에서도 최 회장은 “실무 경력이 없다는 공격을 처음부터 받으며 시작했다. 다 사실이다”라면서도 “회장은 앉아 실무만을 챙기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4-07-12 15:51:19[파이낸셜뉴스] 국내 중소·중견 회계법인들이 금융당국의 감사인 지정 시 점수 평가를 법인별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빅4’와 동일 기준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상 생존이 달린 문제인 만큼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일부 받아들여 상대적 평가 방안을 고려해보겠다는 답을 내놨다. 1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 주최로 열린 ‘감사품질 제고를 위한 상장사 등록 감사인 간담회’에서 이른바 로컬회계법인 대표들은 금감원이 회계법인 감리 시 ‘가~라군’ 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점수를 매겨 감사인 지정에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인력과 소속 회계사 경력 등이 상대적으로 많은 ‘빅4(삼일·삼정·한영·안진)’ 감사인 점수가 100점인 반면 어느 중소회계법인 점수는 10점이라고 할 때, 감리에서 미흡 사항이 나와 똑같이 5점씩 감점을 받아도 영향을 받는 정도가 상이하단 뜻이다. 단순 뺄셈으로 계산을 했을 때 전자는 5%만 깎이지만, 후자는 절반이 날아가는 결과를 맞는다. 이는 결국 지정받는 고객(회사) 수 감소로 이어져 실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이에 이날 윤정숙 금감원 회계전문심의위원도 “비율로 따지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리가 감사품질 제고라는 본래 목적과 달리 행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로컬들이 커질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하기보다 설립 초기에 나타나는 문서화 미흡 등을 이유로 지속 벌점을 줘 지정 제외를 시키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경미한 위반 사항에 대해선 징계 수위 감경이나 조치 유예 등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금융위가 감사인 하향 재지정을 제한한 데 따른 부작용도 공유됐다. 하향 재지정은 기업이 현재 지정받은 회계법인 대신 그보다 ‘아래 군’에 속한 곳으로 대체해달라고 요청하는 제도인데, 금융위가 지난 2022년 7월 중견회계법인 쏠림을 이유로 이를 막았다. 당시 금융위 논리는 피감 기업들이 강도 높은 감사를 회피하기 위해 이를 악용하는 행위를 방지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로컬법인들이 맡을 기업들이 점점 말라가는 현상을 초래하게 됐다는 게 이들 판단이다. 이와 함께 그해 빅4가 맡을 수 있는 상장사 자산규모 범위를 기존 5조원 이상에서 2조원 이상으로 낮추고, 동시에 ‘나군’ 이하는 2조원 이상 상장사를 지정해주지 않도록 해둔 데 따른 불만도 나왔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자유 선임으로 2조원 이상 상장사를 이미 수임하고 있는데, 지정 때는 원천적으로 막아버리니까 기업들로부터 (감사 능력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경우도 있다”며 “실제 지정되는 상장사가 줄어 경영상 타격이 있는 법인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감사인 지정제는 ‘주기적 지정’과 ‘직권 지정’으로 나뉜다. 전자는 연속하는 6개 사업연도 감사인을 자유선임했다면 다음 3개 사업연도 감사인은 증선위에서 지정해주는 제도다. 후자는 증선위 감리결과에 의한 감사인 지정조치, 선임기한 내 감사인 미선임 등 공정한 감사가 필요한 때 실시한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4-06-25 14:13:49[파이낸셜뉴스] 국내 2만6000명 넘는 공인회계사를 대표하는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으로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새롭게 선출됐다. 회계법인에 몸담은 이력이 없음에도 과거 국회의원으로서 신 외부감사법을 주도한 인물인 만큼 이 제도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공회가 19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제70회 정기총회에서 최 전 의원(기호 1번)이 제47대 한공회 회장으로 최종 결정됐다. 전체 1만4065표 중 6478표를 받아 46.06%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정희 딜로이트 안진 회장(기호 2번)과 나철호 재정회계법인 대표(기호 3번)는 각각 25.59%, 28.35%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선거는 2020년(제45대), 2022년(제46대)에 이어 세 번째로 전자투표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두 선거에서 기록한 64.87%, 65.12%라는 투표율에 다소 못 미치는 63.06%을 가리켰다. 기권 및 무효표는 8239표(36.94%)였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최 신임 회장은 1971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후 1982년부터 30여년 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한국증권연구원장 등을 역임했고 20대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신외감법 입법을 주도했다. 해당 법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표준감사시간제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인데 재계 등으로부터 ‘과도한 비용 소요’라는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 하지만 회계업계는 여태껏 자유선임으로 인해 피감 회사 눈치를 보고 나아가 유착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이 제도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감사 보수 경쟁에서도 보다 자유로울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금융감독원이 실시하는 감리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감리가 회계감사의 질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음에도 경영·인사 등까지 포괄적으로 손대는 행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최 회장과 함께 한공회를 이끌어갈 제47대 선출부회장은 단독 후보로 나선 문병무 미래회계법인 대표로 정해졌다. 한공회 감사를 맡고 있던 문 대표는 이번 선거를 위해 퇴임했다. 감사에는 역시 홀로 후보로 나선 박근서 전 BDO성현회계법인 대표가 결정됐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4-06-19 14:14:50[파이낸셜뉴스]2만7000명의 공인회계사의 목소리를 낼 한국공인회계사회의 47대 회장이 19일 선출된다. 이번 선거에는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희 딜로이트안진 회장, 나철호 재정회계법인 대표(후보번호 순)가 출사표를 던졌다. 18일 한공회에 따르면 오는 19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제70회 정기총회를 열고 제47대 회장을 선출한다. 임기는 2년이다. 이날 선거에는 회계사회 임원진, 회계법인 대표 등 300여명이 참석한다. 기호 1번 최운열 전 의원은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1971년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고, 1982년부터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했다. 30년 넘게 대학 캠퍼스에서 청년들과 소통하며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는 지난 20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 현행 신외감법을 발의하고 통과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기호 2번 이정희 딜로이트안진 회장은 서울대 경영대학을 졸업한 후 지난 1982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그 이듬해 안진회계법인 (옛 안권회계법인)에 입사해 2017년 조세부문 출신으로선 처음으로 국내 '빅4'의 총괄대표 자리에 올랐다. 빅 4의 현업 실무자로 실무 감각이 가장 뛰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고 있다. 기호 3번 나철호 한공회 부회장은 한양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2016년~2020년 총 4년간 한공회 감사를 지냈고 2020년 6월부터 한공회 선출 부회장직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현재 재정회계법인 현직 대표이기도 하다. 또 직전 46대 회장 선거에 입후보해 4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젊은 공인회계사들 사이에서 나 부회장에 대한 지지표가 상당할 것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각 후보별 공약을 살펴보면 세 후보는 공통적으로 지난 2018년 시행된 신(新)외부감사법의 계속, 금융당국과의 관계 재정립 등을 약속했다. 먼저 최운열 후보의 대표 공약을 살펴보면 △회계제도 개혁 완성 △상생하는 생태계 구축 △청년 및 여성공인회계사회 위상 강화 △지방공인회계사 및 감사반의 영업촉진 지원책 △한공회 위상 재정립 △ ESG, XBRL 등 투자 활성화 등이 있다. 최운열 후보는 현행 신외감법을 발의한 인물인 만큼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 대한 공로가 크다. 그는 신외감법을 수성하기 위해 본인의 강점인 '대외 협상 능력'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 기업과 학계 간에 '얽히고 설킨' 폭 넓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공회장의 대외협상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후보는 크게 △주기적 지정제 수성 △균형과 통합을 통한 강한 회계사회 구축 △감독기구와 수평적 협력관계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후보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 대해 “자유수임제로 돌아갈 만큼 (기업들의) 질적 변화가 있지 않았고, 문제점은 개선·보완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자체는 법정 사안이라 개정 없이는 손을 못 대지만 행정적으로 시행령 등을 통해 가지치기를 할 여지가 있다”며 “하지만 여러 (기업 성숙도 등)제반 조건들이 갖춰지기 전까진 뼈대가 유지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나철호 후보는 △대변인 제도 신설 △국가인재양성 아카데미 설치 △회계혁신의 계속 추진△ 회원신문고 및 전용 콜센터 설치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나 후보 역시 회계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약화했다. 그는 “회계산업 양대 축 중 하나인 주기적 지정은 소유·경영 미분리 기업이 다수인 상황에서 감사 독립성을 보장하는 마지막 보루”라며 “또 다른 기둥인 표준시간제 역시 임의 규정으로 전환됐는데, 강제 사항으로 되돌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는 지난 2020년과 2022년에 이어 세번째 전자투표가 진행된다. 지난 한공회 선거에서 현장 투표만을 실시했을 경우 투표율은 대략 25%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첫 전자투표가 치뤄진 2020년 45대 선거에서 투표율은 64.87%, 2022년 46대 선거에서는 65.12%로 역대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했다. 전자투표 진행은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만큼 선거결과를 뒤집을 만큼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날 선거는 공인회계사회 공식 유튜브 채널과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2024-06-18 15:37:32급하긴 급했나 보다. 아니면 무심했거나. 금융위원회가 가열하게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인센티브 중 하나로 던진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 면제'를 보자마자 떠오른 생각이다. '회계 투명성은 미끼가 돼도 괜찮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에 '방어용'으로 내놓고 본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이 제도는 기업이 6년을 연달아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면 다음 3년 동안은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직접 지정해주는 제도다. 지난 2017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태 이후 감사인인 회계법인과 기업 간의 유착관계를 끊어내기 위해 고심 끝에 도입됐다. 다른 누구도 아닌, 금융위가 이끌어왔다. 여기서 주기적 지정제가 '기업에 부담이 되니 유인책이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은 맥락을 잘못 짚었다는 판단이다. 시장이나 업계에서 투자니, 비용이니 논쟁을 벌일 순 있다. 하지만 적어도 정책당국이 나서서 이런 식으로 판가름을 해선 안 된다. 제도 자체를 '불편한 것'으로 치부하고, '밸류업'만 잘 해내면 가점을 줘 이 굴레에서 빼내주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회계 투명성이 기업가치 제고와 대척점에 있다고 해석될 여지도 있다. 삼성전자도 조건만 제대로 맞춰오면 주기적 지정을 면제해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목적이 비단 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지표상 수치를 띄우는 데만 있진 않을 것으로 믿는다. 횡령, 배임,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등에서 얼마나 깨끗한지도 기업가치를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다. 제도의 효과를 두고도 의견은 갈릴 수 있다. 다만, 회계사들이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게 됐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더불어 자유 선임으로 인해 서로 오래 알고 지내게 되면서 부득이 사적 관계를 맺게 되는 일도 차단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주기적 지정제가 과도하거나 부족하다면 완화하거나 강화하면 될 일이다. 감사-피감사인 간의 붙어먹기를 경계하기 위해 안착시킨 제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의 희생양으로 던져져선 안 된다. 금융위는 주기적 지정제에 따른 감사를 '잘' 받기 위한 자금 혹은 인력 지원책을 들고 나왔어야 했다. 오는 19일 선출되는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의 어깨도 무겁다. 당장은 후보로 나온 3인 모두 금융위의 이 같은 방향성에 반대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임기가 시작되는 20일 이후 2년 동안 같은 입장이 유지되길 바란다. taeil0808@fnnews.com
2024-06-06 18:39:02[파이낸셜뉴스] 급하긴 급했나 보다. 아니면 무심했거나. 금융위원회가 가열하게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인센티브 중 하나로 던진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 면제’를 보자마자 떠오른 생각이다. '회계 투명성은 미끼가 돼도 괜찮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에 '방어용'으로 내놓고 본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이 제도는 기업이 6년을 연달아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면 다음 3년 동안은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직접 지정해주는 제도다. 지난 2017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태 이후 감사인인 회계법인과 기업 간의 유착관계를 끊어내기 위해 고심 끝에 도입됐다. 다른 누구도 아닌, 금융위가 이끌어왔다. 여기서 주기적 지정제가 ‘기업에 부담이 되니 유인책이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은 맥락을 잘못 짚었다는 판단이다. 시장이나 업계에서 투자니, 비용이니 논쟁을 벌일 순 있다. 하지만 적어도 정책당국이 나서서 이런 식으로 판가름을 해선 안 된다. 제도 자체를 ‘불편한 것’으로 치부하고, ‘밸류업’만 잘 해내면 가점을 줘 이 굴레에서 빼내주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회계 투명성이 기업가치 제고와 대척점에 있다고 해석될 여지도 있다. 삼성전자도 조건만 제대로 맞춰오면 주기적 지정을 면제해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목적이 비단 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지표상 수치를 띄우는 데만 있진 않을 것으로 믿는다. 횡령, 배임, 미공개중요정보이용 등에서 얼마나 깨끗한 지도 기업가치를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다. 제도의 효과를 두고도 의견은 갈릴 수 있다. 다만, 회계사들이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게 됐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더불어 자유 선임으로 인해 서로 오래 알고 지내게 되면서 부득이 사적 관계를 맺게 되는 일도 차단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주기적 지정제가 과도하거나 부족하다면 완화하거나 강화하면 될 일이다. 감사-피감사인 간의 붙어먹기를 경계하기 위해 안착시킨 제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의 희생양으로 던져져선 안 된다. 금융위는 주기적 지정제에 따른 감사를 ‘잘’ 받기 위한 자금 혹은 인력 지원책을 들고 나왔어야 했다. 오는 19일 선출되는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의 어깨도 무겁다. 당장은 후보로 나온 3인 모두 금융위의 이 같은 방향성에 반대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임기가 시작되는 20일 이후 2년 동안 같은 입장이 유지되길 바란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4-06-05 09:5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