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울대 공과대학 고승환 교수팀이 풀 속에서도 효과적으로 은폐할 수 있는 카멜레온 인공피부를 개발했다. 이 카멜레온 인공피부는 로봇이나 몸에 부착하기 쉽다. 또 1000번 넘게 휘고 굽혀도 인공 은폐소자의 특성이 유지되는 새로운 웨어러블 소자를 만들었다. 고승환 교수는 22일 "이번에 개발한 기술이 인공 은폐소자의 상용 가능성을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카멜레온 인공피부 기술은 기존에 없던 기술로 군사 전력기술에서 중요하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 인공피부를 이용해 카멜레온 로봇을 만들었다. 카멜레온 로봇은 다양한 색 배경을 기어다니며 실시간으로 주변환경을 감지하고 이에 맞춰 몸의 색을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다. 연구진은 카멜레온 인공피부에 컬러센서를 적용했다. 주변 환경의 색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정밀하고 빠르게 주변 색으로 바꾼다. 카멜레온 인공피부는 얇은 온도 감응형 액정잉크와 얇고 유연한 은나노와이어 히터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폴리머 필름과 온도 감응형 액정잉크, 수직적층된 다양한 패턴을 가진 은나노와이어 히터를 이용했다. 이 기술에 적용된 온도 감응현 액정 잉크는 온도에 따라 빨강, 초록, 파랑(RGB)을 나타낼 수 있는 소재다. 또한 정밀 제어된 은나노와이어 히터의 열 자극에 의해 다양한 색으로 표현이 가능하다. 은나노와이어 네트워크 전극은 휘고 굽혀도 그 전기적 특성이 유지되는 차세대 전극 소자로 차세대 웨어러블 전극 소자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 특성을 응용해 유연 히터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고내구성의 웨어러블 소자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또한 연구진은 이 은나노와이어 네트워크 히터는 레이저 공정을 통해 원하는 형태로 정밀 패터닝을 할 수 있다. 이 히터들을 층층이 쌓아 각 층의 히터를 켜는 것에 따라 표면 열 감응형 액정 잉크의 변색 패턴을 달리 유도할 수 있어 원하는 패턴과 색의 은폐 효과를 낼 수 있다. 고승환 교수는 "이번에 확보한 원천 기술은 관련 산업분야에 있어 기술 선점의 효과를 가져오며, 관련 산업분야에서 선두자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공헌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사용 외에도 최근 건축, 예술 및 패션, 야외 활동을 위한 여러 소비재에서도 폭넓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1-08-22 22:59:54[파이낸셜뉴스] 올겨울 서울 도심에서 또 한 번의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지난해 740만 명의 발길을 이끌며 흥행에 성공한 '서울윈터페스타'가 올해도 세계인들의 볼거리로 돌아온다. 서울시는 다음달 13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24일간 광화문~광화문광장~청계천~서울광장~DDP~보신각 6곳을 잇는 겨울축제 '2024 서울윈터페스타'를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지난해 처음 개최한 서울윈터페스타는 그동안 서울 곳곳에서 개별 주제와 일정으로 분산 진행되던 행사를 한데 묶은 추대형 축제다. 올해 축제 주제는 '서울에서 펼쳐지는 마음의 빛, 소울 프리즘(SOUL PRISM)'으로 축제 장소 6곳 각각을 서울 고유의 색과 빛으로 물들이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 서울윈터페스타는 연극인 출신 양정웅 총감독이 지휘한다. 양 총감독은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 개·폐회식 총감독,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총연출 등 맡은 동계 축제 연출 전문가다.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행사는 시민이 주도하는 '시민 참여형 행사'로 기획했다. 제야의 종 타종 순간, 보신각 뒤로 전년보다 2배 이상 커진 지름 30m의 '자정의 태양'이 떠오르고, 동시에 주변에 있는 시민과 관광객 1만5000명이 착용한 손목 LED 밴드에서 1만5000개의 빛이 퍼지는 픽스몹(Pixmob)의 장관을 연출한다. 2024 서울윈터페스타는 다음달 13일 오후 6시 광화문, 청계천 일대 일제 점등으로 시작된다. 개막식은 100년 만에 복원된 '왕의 길'인 광화문 월대를 원형극장 형태로 꾸며 시민과 전 세계 관광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다. 광화문과 DDP는 미디어아트의 장으로 변신한다. 광화문 전체를 거대한 캔버스로 활용해 전 세계 미디어아트 작가들의 초대형 미디어파사드를 선보이는 ‘서울라이트 광화문’과 서울 대표 미디어아트 축제 ‘서울라이트 DDP’를 통해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할 계획이다. 광화문광장에는 14m 높이의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광화문 마켓이 산타마을 콘셉트로 운영된다. 141개 소상공인이 마켓에 참여할 계획이며 오징어게임 시즌 2 협업 행사도 함께 진행된다. 축제 기간 내내 광화문광장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2 특별전시가 열린다. 다음달 21에는 서울광장에서 광화문까지 약 1km 구간에서 총 500여명의 인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퍼레이드가 진행된다. 서울 대표 도심 빛 축제 '서울빛초롱축제'는 올해도 청계천에서 관람객과 만난다. '소울 랜턴(SOUL LANTERN)'을 주제로 전통과 현대의 '놀이'를 아우르는 전시를 연출한다. 전통적 빛 조형물부터 세계적 랜드마크까지 240여 개의 전시물이 청계천 일대를 겨울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시킨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서울, 다가오는 겨울'을 주제로 운영된다. 한강에서 얼음썰매, 팽이놀이를 즐기던 옛 시절의 정취를 살린 공간 디자인을 선보일 계획이다. DDP에서도 새해맞이가 진행된다. 레이저와 조명이 DDP 전체를 화려하게 비추면서 사운드와 불꽃쇼를 연출한다. 글로벌 인플루언서가 주도해 전 세계에 서울의 라이프스타일을 알리는 박람회인 '서울콘'과의 연계 행사도 마련된다. 서울콘은 다음 달 28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DDP 일대에서 열린다. 이회승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서울윈터페스타를 통해 겨울철 서울의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전 세계에 알리고, 글로벌 관광객들의 잠재 방문욕구를 자극해 서울을 겨울에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세계적인 겨울 축제의 도시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24-11-21 11:04:36[파이낸셜뉴스] 경동나비엔이 '나비엔 숙면매트 온수'로 국내 최고 권위 디자인 시상식 '2024 굿디자인 어워드 코리아'에서 동상(한국디자인진흥원장상)을 수상했다. 20일 경동나비엔에 따르면 최적의 숙면온도를 기반으로 '기분 좋은 숙면'을 제공하는 숙면매트 특성을 고려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디자인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굿디자인 어워드 코리아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하는 시상식으로 심미성과 독창성, 사용성 등을 평가해 디자인이 우수한 제품을 선정하고, 정부 인증 마크인 '굿디자인(GD)'을 부여한다. 우선 숙면매트는 보일러부에 히든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전원 버튼을 제외하고 사용자가 터치할 때만 화면이 켜지는 구조로 빛으로 인한 수면 방해를 줄일 수 있다. 침실과 거실 등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반영한 '맞춤 디자인'도 특징이다. 보일러는 침대 모퉁이나 탁자 위에 올려놓는 특성을 고려해 심플하고 정돈된 디자인을 적용했다. 또한 화재 예방을 위해 최고 등급 난연 레진 소재를 적용하고, 다양한 색을 낼 수 있는 데코 소재를 조합해 안정성과 디자인에 대한 만족도도 높였다. 매트에는 침구와 커튼에 주로 사용되는 디자인 패턴을 적용해 침실의 전반적인 디자인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매트 타입과 보일러 색상을 다변화하며 소비자 선택지도 넓혔다. 매트는 패딩과 초슬림, 쿠션형 3가지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으며, 올해 출시한 패딩 매트는 별도 커버 없이 사용하는 일체형 타입으로 통세탁이 가능해 관리가 편리하다. 또한 전원 코드가 매트 위아래 모두에 있어 콘센트 위치에 관계없이 편하게 설치할 수 있다. 보일러 색상은 마스카포네 베이지, 다크그린, 그레이를 조합한 4가지 색상으로 구성돼 소비자가 침실 인테리어에 맞게 원하는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강동준 경동나비엔 마케팅본부장은 "굿디자인 어워드 코리아에서 11번째 수상하며 차별화된 디자인을 인정받았다"며 "앞으로도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며 생활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최적의 디자인을 선보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2024-11-20 09:31:45가을 곧 겨울이다. 시간은 내 어깨를 지나가는 바람처럼 순간이다. 내 나이의 두 배쯤의 속도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지금은 가을 겨울이다. 밤에는 춥고 낮에는 햇살이 따스하다. 가을 겨울이 없으면 시인도 그 수가 반으로 줄었을 것이다. 시인들의 주제에 가을 겨울은 "있다" "없다"가 아니라 거의 모든 구절에 묻어 있을 것이다. 인간의 내면을 의식을 사유를 말할 때 가을 겨울은 필수일지 모른다. 눈이 내려 쌓이고 더러운 것을 흰 비단으로 덮고 영하로 치닫는 추위와 얼음 바람은 누구의 시에서나 얼굴을 내민다. 그뿐이겠는가. 초록 잎새가 서서히 노오랗고 붉은 색으로 변하며 푸른 하늘과 붉은 가을 겨울 자체가 바로 '시'이기 때문이다. 가을 겨울을 들여놓지 않고 시가 이루어지겠는가. 누군가 붉은 잎새의 가을을 두번째의 봄이라 하지 않았는가. 봄의 신선함을 그릴 때 인간의 고통이 지나간다 하자. 그 또한 가을 겨울의 심정이 스며든 게다. 봄에 어린 풀꽃을 피울 때 우리는 그 풀꽃도 반기지만 가을의 열매를 더 강렬하게 기다린다. 가을 열매가 없다면 여름의 불편함도 이기지 못할지 모른다. 가을은 인간에게 희망이며 양식을 얻는 하늘의 선물 계절이다. 산다는 것은 누군가와 손을 잡는 일이다. 그리고 잡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잡은 손의 '온기'를 오래 잊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깨를 지나가는 바람같이 그 속도로 그 따뜻했던 온기를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 그래서 더욱 겨울은 추웠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삶의 중심을 잃을 때 그 온기만 생각한다 해도 일어설 힘이 솟아나지 않겠는가. 우리는 방에 있어도 창을 통해 밖의 자연을 본다. 가족이 아무리 소중하다 해도 밖의 풍경의 아름다운 자연의 온기로 인해 사회라는 우주를 만들어가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 사회로 가족은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선가 목멘 소리 들리고 더 멀리선 예리하게 부르짖는 소리 들리고 주변에서 간절하게 기도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가을 혹은 겨울. 이 글이 추운 사람들에게, 그들 모두에게 따뜻한 차 한잔이 되기를 바라지만 거기까지 다다르지 못할 것이다. 나는 지난여름 땀 흘리며 가을을 만들어 내는 일에 게을렀다. 아프다 아프다 하고 탄식을 노래 부른 일이 자괴감으로 가득하다. 11월은 그런 자기 탄식과 자기 반성의 뉘우침이 크다. 노오랗고 붉게 잎들이 익어가는 풍경을 보면 대학 시절엔 소리만 없었지 늘 울었다. 왜 울었는지 그것은 정확지 않다. 한마디로 하면 '축축한 감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지금 생각하면 국문과 학생은 슬픔이 많고 눈물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배가 아파도 커피를 마시고 못 먹는 술도 두어 잔 마셔야 국문과 학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약간의 이탈이 평범을 벗어나는 일이라고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왜 그런 그릇된 상식을 품고 있었는지 모른다. 다시 말하면 약간의 비극성을 동경하기까지 했으니... 문학에 대한 어긋난 상식을 가지고 우기고, 읽지도 않는 철학책이며 현대문학을 양팔에 끼고 다녔다. 보이기 위한 장삿속이었는데 그땐 그것이 부끄럽지도 않았다. 이 나이에 와서 생각해도 망측하고 부끄러운데 말이다. 그런데 하나 정확한 것은 내가 걸어가는 문학의 길에 내가 부르지도 않은 비극이 등장하였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 어머니의 자살 기도, 내 사랑의 독성 같은 것이 그러했다. 슬픔이 운명의 무대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6·25가 지나고 아버지는 제재소, 정미소를 하시며 소위 부자가 되어 있었지만, 나는 그 덕을 너무 많이 본 딸이지만 대학 4년에 그 황홀했던 거대한 한옥이 빚에 넘어가고 어머니는 고향 땅에서 어머니 살점 같은 그 집을 비워주는 것을 남에게 보이기 싫다며 새벽 2시 트럭에 이삿짐을 싣고 서울 변두리로 12시간을 달렸는데 그 12시간 한순간도 울음을 그친 적이 없었다. "엄마 그 집 내가 담에 사줄게"라고 했지만 저고리 하나 사 드리지 못했다. 어찌 내가 문학을 던져버리겠는가. 슬픔과 비극은 내가 초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생의 무대에 떠억 주인공으로 나타나곤 했던 것이다. 오전에 딸과 함께 동네 밥집에서 본 감나무를 생각한다. 잘 익은 감 세 개가 나무 끝자락에 남겨져 있다. 저것은 새들의 먹이다. 나누어 먹는 자연성의 이치는 내 나라의 미덕이다. 신을 본 사람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서로 자연의 이치를 따르며 나누는 그 마음속에 신은 머무르실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다. 선한 마음은 모든 음식 속에 든 양념과 같다. 아무리 훌륭한 성품도 선한 마음이 깃들지 못하면 아무런 가치가 없을 것이다. 산 아래 시골길을 햇살 받으며 배부르게 먹고 걷는 이 황홀한 마음속에 어찌 신을 모시지 않겠는가. 두려움은 적게, 희망은 많이, 푸념과 미움은 적게, 사랑은 많이 할 수 있는 겨울이 되기를 바란다. 겨울은 그런 의미에서 독자들에게 따뜻한 온기가 되었으면 한다. 장갑 한 켤레쯤 드리는 마음으로 이번 겨울은 소통의 마음 길이 열리고. "이만하면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길 바랄 뿐이다. 말 한마디가 햇살 한주먹이 되는 그런 마음으로 "평화를 빕니다"라고 말하며 저무는 노을을 저릿하게 바라보고 있다. 가을 겨울이다. 마지막이란 말이 주는 다급한 욕망을 열정이라고 부르고 그 열정의 힘을 기울여 마지막 달의 모습을 새해 1월에 당당히 비출 수 있게 자신을 바라봐야 하는 달이다. 막차의식은 활활 타오르는 불의 의미가 있지만 맹렬한 집중력이 있는 차디찬 얼음의 기류도 그 안에 흐른다. 모든 상처를 어루만지고 새로운 살로 복원(復元)시키는 치유의 힘으로 희망이라는 깃발이 부르는 새해로 가야 하는 것이다. 신달자 시인
2024-11-19 18:10:33[파이낸셜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서울 영등포 쪽방촌 앞에 위치한 급식소인 토마스의집을 찾아가 배식 봉사에 나섰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을 비롯해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 간부 29명이 참여해 온정을 나눴다. 지난 1993년에 문을 사회복지시설 '토마스의집'은 남구로 인력시장 일용직 근로자, 쪽방촌 주민, 노숙자 등 취약계층을 위해 운영된다. 이곳은 정부나 지자체 지원 없이 순수한 성금 만으로 주5회, 매일 약 350명에게 점심을 제공한다. 이용자들이 "공짜 밥 먹기 싫으니 밥값을 받으라"고 건의해 '자존심 유지비' 명목으로 200원을 내고 식사하고, 이 금액은 다시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쓰인다. 토마스의집 대표 김종국 신부는 “출소 후 갈 곳 없는 재소자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다가 급식소를 설립했다”면서 “이곳은 단순한 급식소가 아니라, 한 끼 식사를 통해 희망을 나누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와 간부들은 하늘색 조끼에 앞치마, 투명 플라스틱 마스크를 착용하고 밥과 소고기미역국, 돼지고기볶음 등을 정성껏 배식했다. 한 총리가 직접 밥을 퍼주는 모습을 지켜본 한 이용자는 "제가 총리가 떠주는 밥을 언제 또 먹겠냐"며 웃음을 터트렸고, 이용자들은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배식 봉사를 마친 한 총리는 토마스의집 관계자들에게 노숙자 출신 임상철 작가의 자서전을 언급하며 "노숙하는 처지에도 자기 돈 내고 끼니를 해결하려고 추운 날 토마스의집까지 일부러 걸어가곤 했다는 사연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용자들이) 같은 식탁에서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크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정부 도움 없이도 어려운 일을 해오신 토마스의집 관계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격려했다. 한 총리는 “각종 복지 제도가 빈틈없이 원활하게 작동되어 취약 계층 분들이 겨울을 잘 견디실 수 있도록 정부가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식이 끝난 후에도 훈훈한 분위기는 이어졌다. 급식소를 떠나는 한 총리에게 한 이용자가 "총리님, 파란색 입고 오셨네"라고 말하자, 한 총리는 "넥타이는 빨간색"이라고 말해 주변이 웃음을 자아냈다. 또 다른 이용자가 한 총리에게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하자 한 총리는 "제가 더 잘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국조실은 직원 성금 등을 모아 토마스의집에 김, 미역, 건새우, 인삼 튀김, 대봉감 등 식자재와 간식을 전달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2024-11-19 16:08:04버려진 자투리 천과 실, 여러 기원을 지닌 물건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가치를 담아 예술 작품으로 승화한 전시의 장이 마련됐다. 가치 없다고 인식된 물건들이 예술로 지속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한솥도시락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솥아트스페이스 사옥에서 '손의시간: 그랜드 위버(Grand Weaver)' 전(展)을 오는 12월 1일까지 무료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솥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네 번째 전시로, 다양한 재료를 재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새활용(업사이클링)'을 주제로 기획됐다. 한솥도시락은 지난 4월 한솥아트스페이스 개관 이후 꾸준히 전시회를 개최하며, 다양한 신진 작가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정희기, 심지선, 김현희, 조혜진, 김윤아, 죽음의 바느질 클럽, 김태연 등 한솥도시락 ESG 철학과 뜻을 같이 하는 총 7명의 작가(팀)가 이번 전시에 참여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한솥도시락이 사람과 자연, 그리고 환경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기획한 ESG 테마의 전시회다. 지난달에는 세계 채식인의 날(1일), 세계 자연재해 감소의 날(13일), 세계 식량의 날(16일), 산의 날(18일) 등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기념일이 있는 만큼 환경과 관련된 주제를 선정했다. 이에 따라 이번 전시의 주제는 '폐자원의 새활용'이다. 참여 작가들은 주로 천이나 실과 같이 한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폐자원을 새활용해 탄생한 총 50여점의 작품들을 소개했다. '손'의 반복적 노동에 집중해 오랜 시간 숙련된 작업을 거치며, 버려진 천과 실, 소품 등이 지닌 포근함을 서로 연결하고 예술로 승화했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대표 작가인 김현희 작가는 버려진 천 조각을 활용한 보자기에서 영감을 얻어 오랜 시간 작업실에서 발생하는 비닐을 결합하고 해체하는 과정을 현대식 보자기로 재해석했다. 김 작가의 '보 시리즈(2024)'는 전통 보자기 개념을 차용한 작업이다. 예부터 보자기는 버려진 천조각을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지속 가능성이라는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 전통 보자기의 개념을 모티프로 해 그는 작업실에서 발생하는 비닐들을 콜라주 기법을 이용해 직물형태로 만들고 이를 조각보처럼 이어 붙인다. 이후 직물형태의 비닐 보자기들은 프레임에 고정되고 검은 색과 백색의 대비가 뚜렷한 추상작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심지선 작가의 'My Own Garden(2022)'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반과 스툴에 사용되고 남은 자투리 원단을 감고, 일명 '뿌리없는 꽃'이라는 작가가 만들어낸 꽃을 꼬아 연출했다. 꽃이 피어날 수 없는 공간과 사물에서 피어난 꽃은 쓰임을 다하고 버려질 뻔한 존재들에게 예술작품으로서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한 것이다. 조혜진 작가의 '사물 시리즈(2021)'도 이번 전시의 주제인 '폐자원의 새활용'의 취지에 크게 부합한다. 일부가 깨진 바구니, 망가진 의자, 바퀴가 빠진 장난감 등 더 이상 그 효용 가치를 상실한 주변의 사물에 손으로 라탄을 감고, 꼬아서 대상이 소멸하지 않고 제2의 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부여했다. 정희기 작가는 대표작 'I Agree(2020)'를 통해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관계 맺기'에 서툰 현대인들에게 손을 내밂으로써 '우리'라는 관계를 돌아보고 상호 보존으로서 서로에 대한 연결을 시도했다. 그는 어머니가 퀼트에 사용하던 원단, 자신이 사용하고 남은 원단들을 모아 작가만의 미감으로 이를 재배치하고 여기에 모험을 떠나는 듯 결의에 찬 소녀의 형상을 더해 함께 걸어 나가자는 부드러운 제안을 했다. 이밖에 '죽음의 바느질 클럽'은 익숙한 과자나 라면 봉지, 음식이나 물건을 포장한 종이 봉투 등에 실을 엮어 나가면서 용도 폐기에 이르게 된 대상을 예술적 맥락으로 변용을 시도했다. 한솥아트스페이스 관계자는 "한 번 쓰고 버려진 것, 여러 기원을 지닌 재료들과 물건들을 저 마다의 미학적 방식으로 재사용 하는 작가 7인의 작품을 통해 예술에서의 지속가능성을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희망한다"며 "'따끈한 도시락으로 지역사회에 공헌한다'는 기업 이념 아래, 다양한 장르의 재능 있는 작가들의 기회와 도전, 성장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11-14 18:14:47[파이낸셜뉴스] 버려진 자투리 천과 실, 여러 기원을 지닌 물건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가치를 담아 예술 작품으로 승화한 전시의 장이 마련됐다. 가치 없다고 인식된 물건들이 예술로 지속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한솥도시락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솥아트스페이스 사옥에서 '손의시간: 그랜드 위버(Grand Weaver)' 전(展)을 오는 12월 1일까지 무료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솥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네 번째 전시로, 다양한 재료를 재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새활용(업사이클링)'을 주제로 기획됐다. 한솥도시락은 지난 4월 한솥아트스페이스 개관 이후 꾸준히 전시회를 개최하며, 다양한 신진 작가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정희기, 심지선, 김현희, 조혜진, 김윤아, 죽음의 바느질 클럽, 김태연 등 한솥도시락 ESG 철학과 뜻을 같이 하는 총 7명의 작가(팀)가 이번 전시에 참여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한솥도시락이 사람과 자연, 그리고 환경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기획한 ESG 테마의 전시회다. 지난달에는 세계 채식인의 날(1일), 세계 자연재해 감소의 날(13일), 세계 식량의 날(16일), 산의 날(18일) 등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기념일이 있는 만큼 환경과 관련된 주제를 선정했다. 이에 따라 이번 전시의 주제는 '폐자원의 새활용'이다. 참여 작가들은 주로 천이나 실과 같이 한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폐자원을 새활용해 탄생한 총 50여점의 작품들을 소개했다. '손'의 반복적 노동에 집중해 오랜 시간 숙련된 작업을 거치며, 버려진 천과 실, 소품 등이 지닌 포근함을 서로 연결하고 예술로 승화했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대표 작가인 김현희 작가는 버려진 천 조각을 활용한 보자기에서 영감을 얻어 오랜 시간 작업실에서 발생하는 비닐을 결합하고 해체하는 과정을 현대식 보자기로 재해석했다. 김 작가의 '보 시리즈(2024)'는 전통 보자기 개념을 차용한 작업이다. 예부터 보자기는 버려진 천조각을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지속 가능성이라는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 전통 보자기의 개념을 모티프로 해 그는 작업실에서 발생하는 비닐들을 콜라주 기법을 이용해 직물형태로 만들고 이를 조각보처럼 이어 붙인다. 이후 직물형태의 비닐 보자기들은 프레임에 고정되고 검은 색과 백색의 대비가 뚜렷한 추상작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심지선 작가의 'My Own Garden(2022)'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반과 스툴에 사용되고 남은 자투리 원단을 감고, 일명 '뿌리없는 꽃'이라는 작가가 만들어낸 꽃을 꼬아 연출했다. 꽃이 피어날 수 없는 공간과 사물에서 피어난 꽃은 쓰임을 다하고 버려질 뻔한 존재들에게 예술작품으로서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한 것이다. 조혜진 작가의 '사물 시리즈(2021)'도 이번 전시의 주제인 '폐자원의 새활용'의 취지에 크게 부합한다. 일부가 깨진 바구니, 망가진 의자, 바퀴가 빠진 장난감 등 더 이상 그 효용 가치를 상실한 주변의 사물에 손으로 라탄을 감고, 꼬아서 대상이 소멸하지 않고 제2의 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부여했다. 정희기 작가는 대표작 'I Agree(2020)'를 통해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관계 맺기'에 서툰 현대인들에게 손을 내밂으로써 '우리'라는 관계를 돌아보고 상호 보존으로서 서로에 대한 연결을 시도했다. 그는 어머니가 퀼트에 사용하던 원단, 자신이 사용하고 남은 원단들을 모아 작가만의 미감으로 이를 재배치하고 여기에 모험을 떠나는 듯 결의에 찬 소녀의 형상을 더해 함께 걸어 나가자는 부드러운 제안을 했다. 이밖에 '죽음의 바느질 클럽'은 익숙한 과자나 라면 봉지, 음식이나 물건을 포장한 종이 봉투 등에 실을 엮어 나가면서 용도 폐기에 이르게 된 대상을 예술적 맥락으로 변용을 시도했다. 한솥아트스페이스 관계자는 "한 번 쓰고 버려진 것, 여러 기원을 지닌 재료들과 물건들을 저 마다의 미학적 방식으로 재사용 하는 작가 7인의 작품을 통해 예술에서의 지속가능성을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희망한다"며 "'따끈한 도시락으로 지역사회에 공헌한다'는 기업 이념 아래, 다양한 장르의 재능 있는 작가들의 기회와 도전, 성장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11-14 10:49:49[파이낸셜뉴스] 부녀자 8명을 살해하고 복역 중인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밝혀지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정황이 나왔다. 지난 2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에서는 2004년 발생한 박윤미(당시 23세) 씨 살해사건의 범인이 강호순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박 씨, 초등학교 부임 앞두고 의문의 죽음…미제로 남은 사건 대학을 졸업하고 경기도 양평의 초등학교에 부임할 예정이었던 박 씨는 2004년 8월 25일 오후 6시 경기도 가평의 한 시골마을 비탈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임을 앞두고 양평교육청에 발령장을 제출하기 위해 양평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이후 사라져 변을 당한 것이었다. 박 씨는 발견 당시 모친이 사준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지만 속옷은 착용하지 않아 성폭행이 의심되는 상태였다. 또 신체주요부위에 부분적인 손상과 손목에서 결박흔이 발견되어 피해자가 범인에게 제압 당해 성폭행 당한 후 살해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피해자의 신체나 주변 어디에서도 범인을 특정할만한 DNA는 나오지 않아 수사는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경찰은 박 씨가 사건 당일 오전 8시 반께 양평 터미널에 도착해 하차한 뒤 5분 거리의 교육청에는 도착하지 않고 사라졌다는 점, 박 씨 휴대폰이 2시간여 뒤인 10시 20분께 양평에서 꺼졌다는 점만을 갖고 수사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터미널에서 교육청까지 누군가의 차를 얻어탔다가 범행을 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은 또 당일 12시께 누군가 가평의 한 주유소에서 박 씨의 카드로 주유를 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주유소 직원은 주유구가 다른 차량보다 높았다는 점 외에는 어떤 것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결국 사건은 미궁에 빠졌고 미제로 남아있다. 유족,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 유사한 범행 방식 주장 유족들은 범인이 강호순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2006년부터 2년간 경기도 일대에서 부녀자 8명을 살해한 강호순의 범행 방식과 여러 면에서 흡사하다는 것이다. 강호순은 호감형 외모에 순진한 말투로 호의를 베풀고, 상대가 호의를 거부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만한 상황을 만들어 차에 타도록 유도한 뒤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기 장소 선택에는 공을 들이지만 유기할 때는 공을 들이지 않는 특성도 유사했다. 박 씨가 유기된 곳 역시 주민들도 자주 다니지 않는 외진 곳이었는데, 해당 장소에 가면 쉽게 발견되는 방식으로 유기됐다. 범행 전 피해자의 휴대폰을 꺼 추적을 피하는 점이나 피해자의 다른 소지품이 발견되지 않는 점 역시 강호순의 사건과 흡사했다. 아울러 강호순이 당시 타고 다니던 차량도 무쏘로 일반적인 승용차보다 주유구가 높아 주유소 직원의 진술과 일치했다. 특히 강호순은 과거 가평 일대에 거주했다는 점에서 시신 유기 장소를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제작진은 강호순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했지만 강호순이 수감된 서울구치소는 허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구치소 측은 "사형확정자에 대한 접견은 엄정하고 안정된 관리를 요하는 교정시설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다수 피해자와 유가족의 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라며 불허 이유를 밝혔다. 앞서 박 씨 사건을 수사하던 수사관 중 한 명도 강호순 사건과 유사하다고 생각해 그와의 접견을 시도했으나 접견을 거부당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10-28 06:22:22[파이낸셜뉴스] 빙초산을 음료수로 착각해 이웃에게 건네 숨지게 한 80대 시각장애인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음료수로 착각해 빙초산 마신 이웃, 숨져 25일 울산지법 형사4단독 정인영 부장판사는 최근 시각장애인인 80대 남성 A씨에게 과실치사 혐의로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사고는 지난해 9월 발생했다. A씨는 이웃인 70대 B씨와 C씨에게 식용 빙초산을 비타민 음료수로 착각해 건네주었고, 이로 인해 C씨가 사망했다. 이날 A씨는 울산 자택 근처 평상에서 이웃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B씨와 C씨의 목소리를 듣고, 평소 알고 지내던 두 사람에게 음료수를 제공하기로 결심했다. A씨는 집에서 비타민 음료수로 생각하고 빙초산이 담긴 병을 꺼내어 C씨에게 건넸다. B씨는 아무런 이상을 느끼지 않았지만, C씨는 곧바로 속이 답답하다고 호소하며 화장실로 가 구토를 했다. 이를 목격한 다른 이웃은 C씨가 마신 음료수병을 들고 근처 약국으로 가서 확인을 요청했고, 약사는 “마시면 안 되는 것”이라고 알렸다. 결국 119 구급대가 출동하여 C씨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안타깝게도 치료 도중 사망했다. 조사 결과, A씨가 C씨에게 건넨 병에는 ‘식용 빙초산’이라는 라벨이 붙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시각장애가 있어 이를 비타민 음료수로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 "볼 수 없지만 확인했어야"...집행유예 1년 재판 과정에서 A씨 측 변호인은 시각장애인으로서 문자는 물론 색을 구분할 수 없어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시각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에게 음료를 건넬 때 독극물인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A씨가 시력이 좋지 않아 구분할 수 없다면, 주변 사람에게 음료수병이 맞는지 물어보고 확인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A씨가 B씨에게 건넨 비타민 음료수병은 매끈한 반면, C씨에게 건넨 빙초산 병은 주름이 있었기 때문에 A씨가 촉감으로라도 서로 다른 병임을 구분할 수 있었던 점이 강조됐다. A씨가 내용물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것. 그러나 당시 C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신이 받은 병의 내용물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마신 점, 유족들과 합의하여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그리고 A씨의 나이와 같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라는 선고를 내렸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10-25 10:40:15"오~매, 단풍 들것네/장광에 골붉은 감잎 날아와/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오~매, 단풍 들것네…" 김영랑(1903~1950)의 시를 읊조리지 않더라도 가을은 기어이 오게 되어 있다. 여름 폭염으로 단풍이 6~7일 늦어질 것이란 소식이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여름에서 가을로, 또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게 마련이다. 산림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북한산 일대는 오는 30일께, 도심 지역은 내달 초순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강원도와 경기 북부 지역은 이미 단풍이 시작돼 온 산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11월에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한 '낙엽 밟으며 걷기 좋은 길' 5곳을 소개한다. ■가을빛으로 물든 포천 국립수목원 경기도 포천 소흘읍에 있는 국립수목원은 흔히 광릉수목원으로 불린다. 인근에 조선 제7대 임금인 세조의 능이 있어서다. 면적만 11.24㎢에 달하는 국립수목원은 하루에 전체를 둘러보기 어려울 만큼 크고 넓다. 붉게 물들어가는 가을 풍경을 즐기기엔 숲생태관찰로와 휴게광장, 육림호 주변, 전나무숲길 등 수목원 남쪽 산책로가 제격이다. 수목원교를 지나면 나무데크 구간이 나오는데 이 길을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수목원 남쪽 공간으로 접어든다. 숲생태관찰로는 천연림에 460m 길이의 데크를 조성한 관찰 코스다. 휴게광장을 지나 10분 정도 걸으면 육림호가 나오는데, 호수 주변 숲길을 걷다보면 호수처럼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또 건강에 좋은 피톤치드가 뿜어져 나오는 전나무숲길에선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삼림욕을 경험할 수 있다. 국립수목원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에 광릉이 있다. 여기엔 세조와 세조의 비(妃) 정희왕후가 잠들어 있다. 차로 10여분 이동하면 '포천의 핫플' 고모저수지가 나온다. 둘레길 주변에 고모저수지 풍경을 감상하며 차 한 잔 마시기 좋은 카페와 식당이 여럿 있다. ■만추의 산책, 오대산 선재길과 밀브릿지 가을산을 만끽하며 걷기 좋은 길로는 강원도 오대산국립공원 내 선재길과 밀브릿지 만한 곳이 없다. 선재길은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숲길로 지금의 도로가 나기 전부터 스님과 신도들이 두 절을 오가던 길이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약 10㎞ 코스로 만만한 거리가 아니지만 길이 평탄해 걷기에 좋다. 오대산 전나무숲길을 지나 월정사 일주문을 지나면 선재길 본구간이 시작된다. 약 9㎞의 본코스는 산림철길, 조선사고길, 거제수나무길, 화전민길, 왕의길 등 지역 역사를 담은 5개 테마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곳곳에 선재길과 도로를 연결하는 다리가 있어 완주에 자신이 없으면 원하는 곳에서 빠져나와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도 있다. 방아다리 약수터를 중심으로 조성한 쉼터 겸 자연체험학습장 밀브릿지도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예쁜 산책로와 깔끔한 숙소, 카페, 갤러리 등이 있는 이곳에선 전나무 숲향기와 함께 시원한 오대산 약수도 맛볼 수 있다. 인근에는 '평창 핫플'로 입소문이 난 실버벨교회와 삼양라운드힐(전 삼양목장)이 있어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다. ■메타세쿼이아숲, 장태산자연휴양림 대전 장태산자연휴양림의 주인공은 메타세쿼이아다. 장태산에 처음 메타세쿼이아 숲을 조성한 이는 평생을 나무 심는 데 바친 고 임창봉씨다. 이를 대전광역시가 인수해 산림문화휴양관 등을 새로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휴양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역시 메타세쿼이아 숲속에 지어진 스카이웨이와 스카이타워다. 지상 10~16m 높이에 놓인 스카이웨이는 메타세쿼이아를 곁에 두고 걸을 수 있는 공중 산책로다. 그 끝에는 높이 27m의 스카이타워가 우뚝 서있다. 타워 정상부에서는 메타세쿼이아 맨 꼭대기의 우듬지가 내려다 보인다. 스카이웨이에서 이어지는 140m의 출렁다리, 다정한 풍경의 생태연못 등도 이곳의 명물이다. 휴양림 내엔 숲속의집이나 산림문화휴양관 등이 있어 하룻밤 묵어가며 메타세쿼이아 숲을 즐길 수도 있다. 메타세쿼이아 단풍은 활엽수 단풍이 질 무렵에 뒤늦게 든다. 대전 여행의 출발은 배낭 보관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대전트래블라운지가 제격이다. 한밭수목원에서는 활엽 단풍과 낙엽을, 이응노미술관에서는 고암 이응노의 추상과 로랑 보두엥의 건축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천년의 시간이 흐르는 함양 상림 경남 함양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인 함양상림(咸陽上林)이 있다. 함양 읍내에 위치한 숲은 들어서자마자 천년을 이어온 나무들의 깊은 정기가 느껴진다. 통일신라시대 학자인 고운 최치원 선생이 함양태수로 있을 당시, 홍수를 막기 위해 둑을 쌓았고 그 둑을 따라 촘촘하게 나무를 심었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과 지혜가 스민 숲에 지금은 활엽수 120여종, 2만여그루가 울창하다. 잎이 넓고 키가 큰 개서어나무와 품이 넓은 느티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1.6㎞ 산책길 사이사이 심어져 있다. 초가을에는 붉은 꽃무릇이 장관을 이루고 완연한 가을이면 활엽수가 떨구는 낙엽이 알록달록한 양탄자를 만든다. 숲으로 들어서는 곳에 함화루(咸化樓)가 있고 최치원 신도비도 볼 수 있다. 숲 주변으로 공연 무대와 음악분수, 함양의 특산물인 산삼을 주제로 한 전시관 등 다채로운 시설들로 볼거리가 풍성하다. 함양은 선비의 고장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성리학자인 정여창의 고택이 있는 개평한옥마을은 100년이 넘은 고택 60여채가 모여 있어 옛 정취를 느끼며 걷기에 좋다. 근처 함양 남계서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한국의 서원 중 한 곳으로 정여창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가을이 내려앉은 전남산림연구원 전남 나주에 자리한 전라남도산림연구원 내 '빛가람 치유의 숲'도 가을 여행지로 제격이다. 이 숲은 연구 목적으로 만든 시험림으로, 현재 방문객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이곳에는 무려 1000여종에 달하는 식물이 자라고 있어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살펴보기에도 좋다. 가을을 맞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비롯해 다양한 활엽수가 화려한 색으로 단장한 채 방문객을 맞이한다. 연구원 안에는 산림자원을 활용한 산림치유센터도 있다. 각종 건강 측정 장비, 아로마 테라피 등을 활용해 개인별 맞춤형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 간단하게 숲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연구원에서 운영하는 숲해설을 신청하면 된다. 나주의 가을은 빛가람호수공원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빛가람혁신도시와 함께 조성된 이 공원은 베메산 숲과 인공호수 등을 중심으로 산책로가 이어져 단풍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반남 고분군에 자리한 국립나주박물관에서 나주 역사의 뿌리를 살펴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또 과거 전남의 중심지였던 나주의 옛 모습을 보고 싶다면 임금에게 예를 올리던 장소인 금성관(錦城館)으로 가보자.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10-24 18:0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