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룩셈부르크-프랑스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아이슬란드에서 비행기를 타고 다시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와서 기차를 타고 친구집이 있는 슈투트가르트로 돌아왔다. 친구와 아이슬란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우리는 까브리를 타고 다시 길을 떠났다. 룩셈부르크는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작은 나라다. 베네룩스 3국 중 하나다. 이 작은 나라가 GDP 세계 1위라고 하는데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들렀다. 날이 흐리고 비가 오는 날씨라 거리는 우중충해보였다. 높은 빌딩은 찾기 힘들고 현대적인 10층 아래의 낮은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는 것이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고,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다. 시내의 건물과 다니는 차들, 사람들 모두 유럽 여느 도시들과 느낌이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가 20대때 많이 듣던 크라잉넛의 룩셈부르크 노래가 떠올랐다. 룩, 룩, 룩셈부르크에 왔다. 제주도의 1.4배 크기이고 인구는 약 64만명으로 경기도 안산시 정도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서비스업, 금융업의 비중이 높으며 비밀보장, 절세 등의 이유로 다국적 기업들이 이곳에 자회사를 설립한 경우가 많아 GDP가 그렇게 높다고 한다. 한국이 3만5000불, 룩셈부르크는 13만 5000불, 거의 4배가까운 차이가 나는데 길에 다니는 미래에서 온 것 같은 고급스러운 트램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물가까지 서너배 비싼건 아니라 다행이다. 유럽 다른 나라에 비해 룩셈부르크에서는 '휘발유·담배·술' 등 3가지가 싸다고 한다. 휘발유는 독일이 1.7~2.1유로 정도였는데 여기는 1.4 유로 정도로 저렴하다. 기름이나 빵빵하게 넣고 프랑스로 넘어가야겠다. 만날 친구도 없고 딱히 볼 것도 없어 우리는 계속해서 남쪽 프랑스로 향했다. 지방도로로 다니면 고속도로보다 속도는 느리고 길을 잘 찾아야 하지만 길가 풍경과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어서 좋다. 멋진 가로수가 길게 이어진 길을 지나고 유럽의 농가를 구경한다. 노란 꽃밭도 지나고 오늘의 쉴 곳 캠핑장에 도착했다. 유럽은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숙소를 잡을 엄두를 쉽게 못낸다. 대신 캠핑장이 잘돼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여행 후 처음으로 캠핑장을 찾아왔다. 넓은 캠핑장에 캠핑카들이 띄엄띄엄 자리잡고 있고 우리도 예약된 사이트를 찾아 잘 주차했다. 조용하고 쉬기에 좋았지만 역시 씻거나 세탁을 하기에는 많이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자연 속에서 조용히 하루를 보내고 나왔다. 프랑스는 남한의 5배크기라고 한다. 산도 많고 숲도 우거지고 마을도 많아 참으로 풍요로워 보인다. 내가 나무를 이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다. 나무들이 많이 보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리옹(Lyon)에서 가까운 스키리조트에 저렴한 숙소를 찾아내어 그곳으로 향한다. 아이슬란드에서 걸린 감기가 낫지를 않아 숙소를 잡고 몇일 쉬고 싶었다. 하지만 프랑스 물가가 워낙 높아서 겨우 찾은 저렴한 숙소는 시즌이 끝나 사람들이 잘 찾지않는 스키리조트의 콘도였다. 산길을 차로 오르고 올라 해지기 전 무사히 도착했다. 우리 숙소는 19층이었는데 아주 작은 원룸 스타일로, 방은 작아도 있을 것은 다 있었다. 최대 4명이 잘 수 있는 이층침대와 싱크대, 욕조가 있는 화장실과 세탁기 등 부족함이 없는 좋은 곳이었는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창밖으로 보이는 뷰가 예술이었다. 기대하고 온 것이 아니라 더 놀라운, 산 위에 지어진 높은 리조트 19층에서 내려다보이는 산의 풍경이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가까이 작은 스위스풍의 집들에서 저 멀리 설산이 겹겹히 보이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자연은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것 같다.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는 것 같아 잘 회복할 수 있었다. 프랑스 남부의 안티베(Antibes)로 카우치 서핑 친구를 만나러 간다 맥도날드에 아침을 먹으러 들렀다. 우리나라에선 아침엔 맥모닝 메뉴만 가능한데 프랑스의 맥도날드에서는 아침에도 빅맥을 먹을 수 있다. 프랑스는 어느 곳을 다니던 풍경이 참 아름다웠는데 남부의 국립공원을 지나는 드라이브를 할 때 특히 멋진 바위 산과 숲과 나무들 그리고 시골 마을 등 볼 것이 많아 더 기억에 남았다. 탄이 카우치서핑에서 호스트를 검색하다가 한국을 여행했다는 베르나르씨를 발견하고 메세지를 보냈더니 감사하게도 우리 요청을 받아주셨다. 베르나르씨가 사는 안티베는 지중해 연안에 있는 작은 도시로 니스와 매우 가깝다. 안티베가 가까워지자 '오늘 오후에 도착하겠다'고 베르나르씨께 문자를 보냈다. 생각지 않은 저녁을 준비해주신다고 한다. 감사한 마음에 가게에 들러 와인을 한 병 샀다. 프랑스인이니 와인을 좋아하시겠지 하는 마음이다. 베르나르씨 집앞에 도착하자 거대한 철문 앞으로 마중을 나오셨다. 이곳에 차를 주차하기가 쉽지 않다며 베르나르씨의 차를 옮기고 그 자리에 우리 까브리를 주차하라고 배려해주신다. 호스트가 주차까지 신경써주시는 것은 처음이다. 너무너무 감사했다. 베르나르씨는 철문 안쪽 주차장에 차를 주차할 자리가 있는데도 우리 자리를 맡아주기 위해 바깥에 차를 대셨던 것이다. 알고보니 우리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이신 머리가 하얀 노인이셨다. 외국 사람은 다 키크고 코가 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베르나르씨는 탄이보다도 아담한 키에 귀여운 노인이셨다. 주차를 한 후에 우리는 함께 철문을 지나 넓은 정원 끝 빌라에 갔다. 방이 하나밖에 없는데 우리에게 더블베드가 있는 방을 내주시고 자신은 거실 쇼파에서 주무신다고 한다. 우리가 말도 안된다고 만류하고 "카우치 서핑이란 쇼파를 빌리는 건데 왜 주인이 쇼파에서 자냐"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끝끝내 그렇게 잠자리를 정하셨다. 할아버지를 쇼파에서 주무시게 하는 것이 편치 않았지만 워낙 뜻이 확고하셔서 친절을 감사히 받기로 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사흘정도 머물기로 했다. 첫날엔 베르나르씨가 만든 라따뚜이로 저녁을 먹었다. 프랑스 가정식 라따뚜이라는 것을 처음 먹어보았는데 몸도 마음도 편해지는 좋은 음식이었다. 재료도 훌륭하고 맛도 있었다. 여행을 매우 사랑하는 베르나르씨는 일본과 한국을 가장 좋아한다 베르나르씨는 비행기를 매우 사랑하는 굉장한 여행가였다.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젊은 시절 프랑스항공에 다니셔서 여행할 기회가 무척 많았다고 한다. 세계 여러나라를 다니셨지만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는 일본과 한국이라고 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일본과 한국은 자꾸 가고 싶은 곳이라고 한다. 어떤 여행지는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고 어떤 여행지는 새로운 것은 없어도 자꾸 가고싶어지는 곳이 있는데 한국과 일본이 그렇다고 했다. 한국에는 총 5번인가 방문하셨다는데 다행히 한국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기억들을 가지고 계셨다. 베르나르씨의 거실에 한국 돗자리가 깔려있었는데 전라도를 여행할 때 숙소에 깔려있는 돗자리가 마음에 들어서 호스텔에 구입방법을 물어보고 사오셨다고 한다. 프랑스인이 사는 집 거실에 한국 돗자리가 깔려있다니, 무척 반가웠다. 우리처럼 베르나르씨도 대도시보다 소도시 여행을 좋아하신다고 한다. 한국의 소도시 여행을 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몇가지 이야기해주셨는데 25년 전 첫 한국여행 때도 서울을 거쳐서 국내선 환승으로 바로 부산에 가셨다고 한다. 지금은 부산도 큰 대도시이지만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번잡하지 않아보였다고 했다. "산위에 있는 어떤 큰절에 갔어요. 그때 그 곳에 외국인 관광객은 나 혼자 밖에 없었지요. 그 절에 어떤 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았고 사람들이 들어가려고 줄을 서있었어요.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 저도 줄을 섰습니다. 줄을 따라가다가 입구에 다다랐을 때 정원은 없고 복도가 나왔어요. 그 곳에서 음식을 나눠주고 있더라구요. 얼떨결에 안내를 받았습니다. 그 줄이 음식을 받는 줄인줄 몰랐었어요. 저는 자리를 잡고 음식을 받았습니다. 노인과 은퇴한 사람들이 음식을 받으러 왔던 것 같아요. 평일이었고 젊은 사람들은 일하러 간 시간이었습니다. 밥을 먹고 있는데 아주머니들의 수다가 시작되었어요. 아주머니들의 이야기 소리에 졸음이 몰려오더군요. 그곳에서 잠이 들었어요. 몇 분 후에 잠에서 깨고 나서 행복함을 느꼈습니다." 베르나르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때의 상황이 어땠을지 너무 잘 알 것 같았다. 눈에 그려지는 그 상황이 너무도 재미있었고 작은 외국아저씨가 절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음식을 먹고 잠이 든 것을 본 부산아지매들이 어땠을지 상상이 가서 계속 웃음이 났다. 이야기를 나누는 베르나르씨도 그때를 회상하며 다시한번 행복해 하시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는 베르나르씨의 집에 머물며 다른 어디에서보다 더 많은 대화와 깊은 마음을 나누었다. 베르나르씨는 손수 만든 음식으로 우리를 정성껏 대접해주셨고 전세계를 여행한 그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1층에 위치한 베르나르씨의 집에는 집보다 더 넓은 정원이 있어서 잔디며 나무들이 자연스럽게 자라나고 있다. 매일아침 그의 정원에 비둘기 비슷한 새가 찾아온다. 가끔 여러 마리가 오기도 하는데 특히 목 뒤에 무늬가 있는 새는 베르나르씨의 친구였다. 그 새를 위해 모이와 예쁜 그릇을 준비놓고 매일 조금씩 주는 것이 일과의 하나라고 한다. 우리는 매일 그 새가 날아와서 모이를 먹는 모습을 보고 정말 신기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NUkqBFtVuUc?si=tZUeB5xZ8DkV6uTO>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3-06 11:10:37<27> 카자흐스탄 악타우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오후 5~6시쯤 베뉴에 도착했다. 날은 벌써 어두워졌다. 더 늦기전에 정비소를 찾아 차를 고치고 싶었다. 도로변 정비소를 발견하고 번역기로 시동이 안걸린다고 이야기했는데 기술자가 없다고 한다. 경정비만 하는 곳인가 싶어 다른 곳을 찾아갔다. 여기도 안된다고 해서 이 차를 고칠 수 있는 곳이 어디있냐고 물어보니 어떤 주소를 알려주어 다시 찾아갔다. 가보니 해가 져서 어두운데다 다니는 사람도 없고 주소의 집에는 초인종도 없어 망설이다 문을 두드려보았으나 답이 없다. 결국 베뉴에서 차를 고칠 수가 없었던 우리는 들개와 술취한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것이 무섭기도 하고, 또 숙소를 잡아도 차시동을 켜둔 채로 들어가 자야하는 것이 불안해서 차라리 이곳을 떠나 길가에서 차박을 하기로 했다. 나는 어제부터 험로의 긴 이동과 추위와 스트레스에 지쳐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숨만 겨우 쉬고 앉아있었고 운전하느라 더 힘들었을 탄이는 가까스로 남은 힘을 쥐어짜내어 갈 수 있는데까지 가보자하며 몇시간을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도로를 앞차들을 의지해 달리다가 새벽 2~3시쯤 트럭들이 많이 서있는 공터에서 차를 대고 잤다. 악타우까지 가는 동안 주유할 때면 습관처럼 시동을 끌까봐 계속 긴장하며 서로 이야기해주고 밥먹거나 화장실을 위해 차를 세울 때마다 "시동!"하며 잊지않고 켜두려고 노력했다. 다음날 오전 악타우에 도착했다. 도시가 제법 크고 활기가 넘친다. 일요일인데도 문 연 상점들이 많이 보인다. 정비소 문 연 곳이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잘되었다. 눈에 띈 정비소에 들어갔는데 안된다고 한다. 캠핑카를 수리하기 위해 정비소 10여곳을 수소문했지만 허탕이었다 서너군데를 더 찾아가보았지만 모두 차를 고칠 수가 없다는 대답에 답답하기만 했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네비에서 현대자동차 매장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을 보고 찾아갔다. 차량판매와 정비를 같이 하는 곳 같다. 직원에게 번역앱으로 우리 차 상태를 이야기하니 차를 정비센터로 옮기라고 한다. 시동을 껐다가 다시 켜보자고 했다. 20시간 이상 켜두었던 시동을 끄는 것이 매우 불안했지만 정비사도 있고 하니 꺼보기로 했다. 중앙아시아의 현대차 전시장은 한국과 달리 매우 넓고 시설도 좋다. 직원분들도 너무 친절하게 잘 대해주셔서 의지가 되고 신뢰가 간다. 정비센터에서 까브리의 시동을 껐다가 다시 걸어보니 이게 웬일, 시동이 걸린다. 너무 좋아서 박수가 절로 나온다. 여러차례 껐다 켜기를 반복했는데 이상없이 잘 작동한다. 정말 오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했었다. 심지어 차를 못고쳐서 여행이 중단되어 돌아갈 것까지 각오를 했었는데 이렇게 간단히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서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지 몰랐다. 사실 우리는 십년 전 아메리카 장기여행에서 차가 고장이 난 아픈 경험이 있다. 당시 온두라스에서 두달간 차에서 자며 차를 고치려고 애쓰다 끝내 돌아와야했었기 때문에 감사가 더 컸다. 이왕 정비소에 온 김에 엔진오일과 필터 등을 교환하고 싶다고 했더니 이곳은 큰 리프트가 없어 불가능하다며 가능한 정비소를 알려주셨다. 현지 직원분은 끝까지 시동을 확인을 하며 안심시켜 주셨다. 감사하며 기쁜 마음으로 악타우 시내로 돌아왔다. 차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니 없던 힘도 솟아나는 것 같다. 반가운 버거킹에서 시로의 소울푸드인 햄버거를 먹고 와이파이로 숙소도 예약을 했다. 슈퍼마켓에서 장도 보고 숙소를 찾아갔다. 주소를 보고 찾아갔는데 이곳이 아닌것 같다. 지나가는 사람 찬스를 또 써서 주인과 전화를 해서 한참 떨어진 다른 아파트로 안내를 받았다. 처음 보는 여행자의 질문에 친절히 대답해주고 도와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구글 내비가 잘못된건지 주인이 주소를 잘못 적어놨는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제대로 잘 찾아갈 수 있었다. 찾아간 곳은 마치 성처럼 보인다며 신기해했던 우리가 지나쳐온 곳이었다. 1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 여러채가 단지를 이루고 있고 정원도 매우 훌륭하다. 크리스마스 즈음이어서인지 커다란 트리도 있고 황금말 장식에 어린이 놀이터도 잘 꾸며져 있었다. 하지만 차를 안에 가지고 갈 수가 없어 아파트 밖 상가주차장에 세우고 왔다갔다 하며 짐을 옮겨야하는 것이 조금 불편했다. 건물 내부도 거울과 대리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돼있었고 고마운 현대식 엘리베이터도 두대나 된다. 주인은 동양계 부부였는데 한국에 관심이 많은 듯 한국드라마와 배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파트는 깨끗하고 주방도 좋고 편안해보여서 처음엔 3일 예약을 했었는데 더 길게 머물어도 되냐고 묻고 기간을 연장했다. 몸도 마음도 지쳐 편히 푹 쉬고 밀린 작업도 하고 싶었다. 지독한 강행군으로 탄이 병이 나버렸다 숙소에 짐을 풀자 탄이가 몸져 누웠다. 긴장이 풀어지며 몸살이 났나보다. 몇일간 정말 고생이 많았다. 그렇게 탄이는 2~3일을 침대에서 꼼짝을 못하고 누워서 약을 먹으며 쉬어야 했다. 밤이 되면 아파트 건물과 광장의 트리에 조명이 아름답게 들어와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난다. 아픈 탄이랑 오붓하게 조용히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근처 상점에서 조각케이크와 생강빵과자를 살 수 있어서 조금 위안이 되었다. 몇일 푹 쉬고난 탄은 잘 회복해서 같이 고깃국도 끓여먹고 소소하게 작업도 하며 휴식의 시간을 갖었다. 탄이가 기운을 차린 후 우리는 악타우에 있는 아제르바이잔 영사관을 찾아갔다. 구글 네비에 번번히 골탕을 먹어왔는데 이번도 역시 이상한 가정주택들이 즐비한 동네로 안내를 하기에 의심스러웠는데 해당주소의 집을 두드려 물어보니 이곳은 아니고 골목따라 조금 더 가면 있다고 알려주셨다. 역시 러시아권쪽에서 구글 네비게이션은 믿을 것이 못된다. 알려주신대로 가보았더니 정말 영사관이 있을 것 같지 않던 동네에 떡하니 아제르바이잔 국기가 나부끼는 영사관이 있었다. 입구에 경비원께 바쿠로 가기 위해 비자신청을 하러 왔다고 하니 여권을 보여달라고 한 후 안으로 안내해주셨다. 영사관 내부는 멋지게 잘 꾸며져있었고 직원들 두세분이 나오더니 우리에게 친절하게 열심히 설명을 해주셨다. 결론적으로 페리는 코로나 이후로 여객(사람)운송을 안해서 바쿠로 가려면 차는 배로, 사람은 비행기를 타야한다고 한다. 배도 비정기적으로 운항해서 언제 출항하는지 선사를 찾아가 알아봐야한다고 했으며 코로나 음성확인서, 백신접종증명서등 각종 서류도 필요하다고 한다. 악타우에서 바쿠가는 페리 탑승이 '동해-블라디보스톡 구간' 만큼이나 어렵고 복잡하다. 둘이 긴 의논끝에 말도 잘 안통하는 곳에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복잡한 서류를 다 준비하는 것 보다 좀 돌더라도 육로로 이동하는 것이 낫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악타우에서 다시 베뉴를 지나 러시아의 아티라우, 아스트라한을 거쳐 조지아에 가는 경로로 정했다. 이쪽 길도 베뉴-아스트라한 사이의 길이 악명이 높다고 들어서 차를 제대로 정비하고 가고싶었다. 현대차 매니저님께 소개받은 정비소에 가서 엔진오일과 한국에서 가져온 연료필터를 교체했다. 타이어 공기압도 체크하고나니 마음이 든든하다. 체력과 자동차 관리를 받고 잘 쉬고 또 다음 길을 나설 수 있게 해준 악타우가 좋은 느낌으로 남았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RxgG4EeEtF0?si=yj5jzbQcD6g7lAbV>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8-22 10:42:09밖에서 놀다 오겠다고 남동생과 함께 집을 나섰던 큰 딸은 50년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사라진 큰 딸을 찾겠다고 경찰서와 수많은 보육원, 방송국 등을 찾아다녔지만 아주 작은 흔적조차도 찾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20대였던 어머니는 지금 70대 중반의 노인이 됐다. 1972년 5월 1일 당시 만 3세의 나이로 실종이 된 지영숙씨(사진) 어머니의 사연이다. 어머니는 그 날을 어제 일처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영숙씨가 실종됐던 그날 같은 건물에 살던 이웃이 집에 찾아왔다. 그러곤 영숙씨를 목욕시켜 주겠다고 데리고 나갔다. 어머니는 "당시 막내딸이 태어난 지 100일이 안 된 시점이라 집에서 꼼짝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웃이 찾아와 목욕탕에 데려간다고 하니 그러라고 답했다"며 "너무 힘들었던 시기라 집에 시계도 없어서 그때가 몇시였는 지도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목욕탕을 갔던 이웃과 영숙씨는 몇 시간이 지난 후 돌아왔다. 별일은 없었다. 이내 영숙씨는 남동생과 집 앞에 놀다가 오겠다면서 다시 집을 나섰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 함께 나갔던 남동생은 홀로 집으로 돌아왔다. 함께 나갔던 영숙씨는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들을 붙잡고 영숙씨의 행방을 물었지만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마치 바람처럼 딸이 사라졌다는 것이 어머니의 이야기다. 어머니는 "그날 온 동네를 돌면서 동네 사람을 붙잡고 딸의 행방을 찾았지만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신풍시장 내 한 가게 안에서 아빠와 함께 있는 영숙이를 봤다는 것 정도가 유일한 제보였다"고 했다. 한걸음에 서울 영등포구 신풍시장으로 달려간 어머니는 해당 가게를 찾아 주인에게 물었지만 주인은 모른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신풍시장에서 영숙씨를 찾지 못한 어머니가 향한 곳은 경찰과 방송국이었다. 경찰이 여자아이 실종에 관한 작은 이야기라도 해주면 해당 지역으로 쫓아갔다. 거기서 또 작은 이야기라도 들으면 다시 쫓아가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서울뿐만 아니라 안양 등 수도권 일대 보육원 수십군데를 돌았다고 한다. 아울러 방송국도 찾아가 실종 방송도 냈다. 어머니는 "어린 둘째 아들과 막내딸을 집에 둘 수 없어 모두 함께 다녔다. 물도 못 먹고 다니다 보니 이러다 애들이 죽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그렇게 찾아다녔지만 영숙이를 찾지 못했다. 방송도 했지만 제보 전화 한통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하며 5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난해 여름, 경찰에서 전화 한통이 왔다. 영숙씨와 비슷한 사람이 있으니 유전자를 대조해 보고 싶다며 의사를 물었다. 당연히 어머니는 유전자 대조에 나섰지만 안타깝게도 '불일치'였다. 어머니는 "영숙이 실종에도 한번 나서서 찾지 않았던 남편도 지난 2월에 죽었다. 저도 이제 70대 중반인데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너무 다시 만나고 싶지만 이제는 영숙이를 못 만나겠다는 생각도 든다. 몸부림친다고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영숙이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2024-04-15 18:28:33[파이낸셜뉴스] 밖에서 놀다 오겠다고 남동생과 함께 집을 나섰던 큰 딸은 50년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사라진 큰 딸을 찾겠다고 경찰서와 수많은 보육원, 방송국 등을 찾아다녔지만 아주 작은 흔적조차도 찾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20대였던 어머니는 지금 70대 중반의 노인이 됐다. 1972년 5월 1일 당시 만 3세의 나이로 실종이 된 지영숙씨( 사진) 어머니의 사연이다. 어머니는 그 날을 어제 일처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영숙씨가 실종됐던 그날 같은 건물에 살던 이웃이 집에 찾아왔다. 그러곤 영숙씨를 목욕시켜 주겠다고 데리고 나갔다. 어머니는 "당시 막내딸이 태어난 지 100일이 안 된 시점이라 집에서 꼼짝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웃이 찾아와 목욕탕에 데려간다고 하니 그러라고 답했다"며 "너무 힘들었던 시기라 집에 시계도 없어서 그때가 몇시였는 지도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목욕탕을 갔던 이웃과 영숙씨는 몇 시간이 지난 후 돌아왔다. 별일은 없었다. 이내 영숙씨는 남동생과 집 앞에 놀다가 오겠다면서 다시 집을 나섰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 함께 나갔던 남동생은 홀로 집으로 돌아왔다. 함께 나갔던 영숙씨는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들을 붙잡고 영숙씨의 행방을 물었지만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마치 바람처럼 딸이 사라졌다는 것이 어머니의 이야기다. 어머니는 "그날 온 동네를 돌면서 동네 사람을 붙잡고 딸의 행방을 찾았지만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신풍시장 내 한 가게 안에서 아빠와 함께 있는 영숙이를 봤다는 것 정도가 유일한 제보였다"고 했다. 한걸음에 서울 영등포구 신풍시장으로 달려간 어머니는 해당 가게를 찾아 주인에게 물었지만 주인은 모른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이후 두어번 더 찾아가 멀리서 가게를 엿봤지만 영숙이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신풍시장에서 영숙씨를 찾지 못한 어머니가 향한 곳은 경찰과 방송국이었다. 경찰이 여자아이 실종에 관한 작은 이야기라도 해주면 해당 지역으로 쫓아갔다. 거기서 또 작은 이야기라도 들으면 다시 쫓아가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서울뿐만 아니라 안양 등 수도권 일대 보육원 수십군데를 돌았다고 한다. 아울러 방송국도 찾아가 실종 방송도 냈다. 어머니는 "어린 둘째 아들과 막내딸을 집에 둘 수 없어 모두 함께 다녔다. 물도 못 먹고 다니다 보니 이러다 애들이 죽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그렇게 찾아다녔지만 영숙이를 찾지 못했다. 방송도 했지만 제보 전화 한통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하며 5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난해 여름, 경찰에서 전화 한통이 왔다. 영숙씨와 비슷한 사람이 있으니 유전자를 대조해 보고 싶다며 의사를 물었다. 당연히 어머니는 유전자 대조에 나섰지만 안타깝게도 '불일치'였다. 영숙씨가 아니었다. 어머니는 "영숙이 실종에도 한번 나서서 찾지 않았던 남편도 지난 2월에 죽었다. 저도 이제 70대 중반인데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너무 다시 만나고 싶지만 이제는 영숙이를 못 만나겠다는 생각도 든다. 몸부림친다고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영숙이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2024-04-15 10:36:55서울 종로는 대한민국 정치 1번지로 꼽힌다. 과거 청와대가 자리 잡고 있다는 상징성도 있지만, 역대 대통령을 3명이나 배출한 지역구로 정치적 위상이 공고하다. 종로의 특징은 뚜렷한 주인이 없다는 점이다. 16∼18대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계열이 승리했고, 19~21대는 민주당 계열이 내리 이겼다. 특히 정치 1번지답게 전국 선거 판세를 가늠할 바로미터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번 제22대 총선에선 현역인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에게 곽상언 더불어민주당·금태섭 개혁신당 후보가 도전장을 내면서 치열한 3파전을 예고하고 있다. "의원님, 다시 국회의원 되셔서 종로 꼭 좀 살려주십시오" 지난 7일 국민의힘 최재형 후보가 서울 종로구 동묘시장 유세현장에서 만난 50대 중반 상인 김모씨의 말이다. 김씨는 "이제 상인들은 경제를 되살려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민주당 후보없이 치러진 재·보선에서 첫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 최 후보는 2년간 종로 전 지역을 훑으며 밑바닥 표심을 다져온 만큼 조직과 지역기반 면에서 비교우위에 있다는 게 캠프측 설명이다. 재선 도전에 나선 최 의원은 감사원장 출신답게 '원칙과 소신'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지역구민의 일이라면 열일을 마다하지 않고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공복 역할에 충실해 왔다는 게 후보측 입장이다. 30년 동안 종로구에 거주해온 60대 최종남씨는 "사람이 청렴하고 한입으로 두 말 안하는 것 같아서 좋다"며 "요새 흐름을 보면 최 의원이 다시 될 것 같다"고 예측했다. 원래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임모(72)씨도 "30년 동안 여기서 장사를 했는데, 이번에는 최 후보를 지지하려고 한다"며 "종로에 어울리는 '신사적인'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다만 최 후보측은 대선과 같이 치러진 지난 보선때와 달리 최근 어려워진 경제사정과 팍팍한 서민의 삶으로, 어느때보다 어려운 선거전이 될 것으로 보고 바닥표심 다지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 후보는 "한 표 한 표가 중요하다"며 동묘시장 골목 골목 가게를 방문해 연신 허리를 숙이고 한 표를 호소했다. 최 후보는 △용도지구 규제 완화 △교통중심화 및 동(洞)별 맞춤형 성장책 △뿌리산업 지원 및 역사문화관광벨트 조성 등 3대 중점과제를 내세워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최 후보는 기자에게 "민주당 공천 파동으로 인한 (반대급부) 국민의힘 지지세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종로 주민들과 긴밀한 소통을 가지고 구체적인 문제를 파악해 민생을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민주당 곽상언 후보는 지난 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종로를 다시 종로답게 만들겠습니다"라고 외쳤다. 이날 개소식에는 발 디딜틈 없이 인파가 몰렸다. 곽 후보 응원차 왔다는 한 지지자는 "종로를 바꿔야한다"고 요청했고, 곽 후보는 악수로 화답했다. 이날 곽 후보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면서 종로구를 떠나고, 전국을 배회하다 다시 돌아왔다"며 "지금 종로가 어떤 상황인지 묻고 싶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곽 후보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종로는 노 전 대통령의 옛 지역구이기도 하다. 사위가 장인의 지역구 탈환에 나선 것이다. 곽 후보는 2년간 종로 지역위원장 활동을 통해 '차별없는 기회균등 사회'를 만드려는 이른바 노무현 정신의 실천을 꾸준히 해왔다는 게 캠프측 설명이다. 창신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영자(64)씨는 "지금 현역 국회의원이 하는 걸 보면 잘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며 곽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이웃인 윤재옥(60)씨 역시 "과거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국회의원을 할 당시에는 간담회를 열어 주민들과 소통을 자주 했지만 지금은 방치되는 느낌이 든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곽 후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정부 여당에 대한 견제와 비판 역할을 민주당이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는 데 따른 실망감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종로구에 사는 이학길(52)씨는 "곽 후보 인물 자체는 경쟁력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민주당이 너무 못해서 표를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곽 후보는 주요 총선 공약으로 '전통시장 지원책'을 내걸었다. 온라인 판매 경로 개척을 위해 이커머스와 업체를 연계하고, 전통시장 무료 배달 서비스를 구축해 지역구민과 전통시장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개혁신당 최고위원인 금태섭 후보는 10일 오전 종로의 한 교회 앞에서 "안녕하십니까. 종로에 출마하게 된 금태섭입니다"라며 교인들에게 인사했다. '소신에 어긋난다'며 공수처에 반대해 더불어민주당 징계를 받고 탈당한 정치 이력을 지닌 금 후보를 알아보고 반기는 시민이 적잖았다. "이준석 대표가 있는 데 아닌가"라며 개혁신당에 관심을 표명한 주민도 있었다. 그가 지역 주민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한국 정치를 바꾸겠습니다"이다. 정치권 전반 뿐 아니라 종로만 놓고 봐도 거대 양당이 번갈아 당선되어도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가장 먼저 내세운 공약은 '종로를 파리처럼'이다. 갖가지 규제속에서도 과감한 재개발로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혁신 도시로 성공한 프랑스 파리처럼 종로를 품격 있는 혁신 도시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우선 9개 대학의 캠퍼스 담장을 허물어 대학은 부족한 건물을 더 지을 수 있고 주변 지역은 주택 가치를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공공 기관 지방 이전을 앞당기고 규제는 그만큼 줄여 종로가 대한민국 경제 1번지라는 위상을 되찾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행촌동 일대 재개발, 평창·부암 원형 택지 개발, 혜화·이화 일대 주거용 오피스텔 공급, 창신·행인 신통 개발로 직주 근접 주거 단지 5000호 공급 등도 '지역 발전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다만 제3지대 빅텐트 해체 후 개혁신당이 지지율 정체에 빠져 있는 게 금 후보에겐 뼈아픈 지점이다. 이날 교회 인사에서 일부 주민은 금 후보에게 격려를 건네면서도 "개혁신당이 좀 잘해야지, 왜 세가 안 불어나나"라는 일침을 놓기도 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김찬미 김해솔 기자
2024-03-10 18:26:46[파이낸셜뉴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두 회사가 합쳐지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을 독점할 우려가 있다며 합병 승인을 불허했다. 이로써 현중과 대우조선 합병은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 2019년 한국조선해양(현중의 중간지주사)은 EU 등 6개국에서 승인을 얻는 조건으로 대우조선 인수 본계약을 맺었다. 6개국 가운데 중국, 싱가포르, 카자흐스탄은 이미 승인을 내줬다. 그러나 EU는 레드카드를 내밀었다. 한국과 일본은 심사를 진행 중이지만, 이미 EU가 반대했기 때문에 승인을 하든 안 하든 별 의미가 없다. 아쉽다. 대우조선은 20년 넘게 정부와 국책 KDB산업은행의 골칫거리다. 대우조선은 외환위기가 터진 뒤 공적자금으로 생존을 이어갔다. 2015년엔 조 단위 부실회계 의혹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같은 해 박근혜정부는 4조원 넘는 돈을 추가로 투입했다. 지금 산은 지분율은 55.68%에 이른다. 사실상 국유기업이다. 산은 등이 지원한 공적자금은 세금이다. 빨리 회수할수록 좋다. 산은은 두 차례 민간 매각을 추진했다. 2008년 한화가 새 주인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하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는 바람에 한화는 이행보증금 3000억원을 날리면서까지 서둘러 발을 뺐다. 2013년엔 러시아 석유업체 인수설이 잠깐 돌았으나 소문에 그쳤다. 대우조선은 군함·잠수함을 만드는 방산업체다. 해외 매각은 불가능하다. 고육책으로 나온 대안이 현대중공업이다. 정부와 산은인들 현중·대우조선을 합치면 독점 우려가 있다는 걸 모를 리가 없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국내에서 대우조선을 인수할 능력을 갖춘 회사는 현중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무리수로 드러났다. EU의 결정을 되돌릴 방법은 없다. 정부와 산은은 현실적인 대안, 플랜B를 가동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은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대우조선의 근본적 정상화를 위해서는 '민간 주인 찾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어떻게든 대우조선을 민간에 팔아 공적자금을 회수하겠다는 뜻이다. 정부와 산은으로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결국 돌고 돌아 원점으로 돌아왔다. 국내외 경쟁당국이 뿌리치지 못할 적절한 후보를 찾는 게 관건이다. 2008년 매각 때는 한화 외에 포스코, 현대중공업, GS가 입질을 한 적이 있다. 이번에 현중이 탈락했으니 남은 건 한화, 포스코 등이다. 다행히 업황이 좋은 편이라 시간은 벌었다. 세계 경기는 회복세에 들어섰고, 선박 관련 환경규제는 갈수록 세진다. 자연 신규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 값도 더 받을 수 있다. 차제에 대우조선 노조와 거제 지역민의 소리에도 귀기울이기 바란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14일 "대우조선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적의 대안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양 속담에 '천천히 서두르라'는 말이 있다. 정부와 산은이 서두르지 않되 꾸준히 대우조선 재매각을 추진하기 바란다.
2022-01-14 14:33:33[파이낸셜뉴스] 대우건설 인수전에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 모두 새로운 가격 제안을 써냈다. 중흥건설은 입찰 가격을 낮췄고 DS네트웍스는 가격을 높였다. 양사간 가격은 수백억원 차이로 좁혀진 것으로 전해졌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매각 주관사인 KDB산업은행 M&A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증권은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으로부터 새로운 가격을 받았다. 이들은 대우건설의 가치를 주당 9500~1만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인 KDB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지분 50.75%를 기준으로 약 2조~2조1000억원 규모다. 앞선 본입찰에선 중흥건설은 2조3000억여원, DS네트웍스는 1조8000억여원을 써냈다. 당시 KDB인베스트먼트가 허용한 가격 조정선은 3%다. 약 600억~700억원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덕분에 중흥건설이 2조3000억원에 인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이번 새로운 가격 제안이 성사됐다. 본입찰 후 낮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가격 제안은 사실상 고육지책이다. 이번 만큼은 매각 성사를 이뤄내 새 주인을 찾아주자는 고심도 깔려있다. 앞서 KDB산업은행은 2017년 호반건설과 매각 협상을 진행했음에도 불구, 최종 불발된 바 있다. 대우건설은 1999년 대우그룹 해체로 분리된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품에 안겼으나, 2010년 다시 산업은행의 품으로 돌아왔다. 2018년 1월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한 달여만에 호반건설은 인수를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이에 등장한 것이 KDB인베스트먼트다. 이대현 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을 대표로 내세워 구조조정 자회사이자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출범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9년 6월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건설 지분 2억1093만여 주(50.75%)를 1조3606억원에 인수했다. KDB인베스트먼트의 품에서 대우건설은 크게 성장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도 영업이익이 기존 컨센서스 대비 53%를 상회한 2294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이다. 연간 3만세대의 공급능력을 갖춘데다, 4분기부터 양주 역세권(1170세대), 부산 범일동(1363세대), 수원망포(1589세대) 등 2.3조원 규모의 자체사업 분양이 개시되면서 2022년 이후의 실적 전망 역시 밝다. IB업계 관계자는 "KDB인베스트먼트로서는 대우건설에 좋은 새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핵심 과제"라며 "핵심 원매자의 인수를 포기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고, 공정한 입찰을 위해 가격 조정의 기회를 주는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2021-07-03 10:09:09[파이낸셜뉴스] KDB인베스트먼트가 대우건설 매각 성사를 위해 새로운 가격 제안을 받는다. 1·2위가 써낸 가격 차이가 상당해 딜(거래) 성사가 어려워진 가운데 내린 결단이다. 본입찰에서 중흥건설은 2조3000억여원, DS네트웍스는 1조8000억여원을 써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매각자문사 KDB산업은행 M&A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증권은 오는 2일 중흥건설, DS네트웍스로부터 새로운 가격 제안을 받기로 했다. 프로그레시브 딜(경매호가 입찰 제한 방식) 방식이 유력하다. 이에 따라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새로운 가격 제안을 담은 바인딩오퍼를 제출할 계획이다. 본입찰 후 낮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가격 제안은 사실상 고육지책이다. 이번 만큼은 매각 성사를 이뤄내 새 주인을 찾아주자는 고심도 깔려있다. 앞서 KDB산업은행은 2017년 호반건설과 매각 협상을 진행했음에도 불구, 최종 불발된 바 있다. 대우건설은 1999년 대우그룹 해체로 분리된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품에 안겼으나, 2010년 다시 산업은행의 품으로 돌아왔다. 2018년 1월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한 달여만에 호반건설은 인수를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이에 등장한 것이 KDB인베스트먼트다. 이대현 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을 대표로 내세워 구조조정 자회사이자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출범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9년 6월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건설 지분 2억1093만여 주(50.75%)를 1조3606억원에 인수했다. KDB인베스트먼트의 품에서 대우건설은 크게 성장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도 영업이익이 기존 컨센서스 대비 53%를 상회한 2294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이다. 연간 3만세대의 공급능력을 갖춘데다, 4분기부터 양주 역세권(1170세대), 부산 범일동(1363세대), 수원망포(1589세대) 등 2.3조원 규모의 자체사업 분양이 개시되면서 2022년 이후의 실적 전망 역시 밝다. IB업계 관계자는 "KDB인베스트먼트로서는 대우건설에 좋은 새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핵심 과제"라며 "핵심 원매자의 인수를 포기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고, 공정한 입찰을 위해 가격 조정의 기회를 주는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2021-07-01 19:47:09[파이낸셜뉴스] 아파트에 침입한 좀도둑이 컴퓨터 게임에 빠져 주인이 돌아온 것도 알아채지 못하는 황당 사건이 벌어졌다. 18일(현지시간)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장쑤성 쑤저우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두안에게 일어난 일을 소개했다. 최근, 볼일을 보기 위해 외출했던 두안은 집으로 돌아왔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방에서 웬 낯선 남성이 컴퓨터 게임을 신나게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남성은 두안이 인기척을 내기 전까지 주인이 집에 돌아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컴퓨터 게임을 하려고 당신 집에 들어왔다"라고 말한 뒤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집안을 살펴보던 두안은 동전 몇 개만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그를 신고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다음날 이 도둑은 두안의 집을 다시 찾아 "어제 여기에 보온병을 두고 간 것 같은데, 돌려달라"고 요청했고, 두안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두안은 결국 이 남성을 경찰에 신고했고, 그는 현지 경찰에게 체포됐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현관문이 반쯤 열려있는 것을 봤다. 컴퓨터가 내게 들어와 게임을 하라고 손짓하는 것만 같았다"라고 진술했다. 이 소식을 접한 한 네티즌은 "보온병은 핑계고 아무래도 컴퓨터 게임을 더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중국 #도둑 #황당 #게임 sunset@fnnews.com 이혜진 기자
2019-09-19 16:19:24잃어버린 지갑에 현금이 많을수록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나 나왔다. 20일(현지 시간)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미시간대와 스위스 취리히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진은 세계 40개국, 355개 도시에 '잃어버린 지갑' 1만7천여개를 놓아두고 주운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했다. 지갑 중 일부에는 13달러(약 1만5천원) 상당의 현지 화폐와 연락처가 적힌 명함 3장씩이 들어있었고, 나머지에는 현금 없이 명함만 있었다. 조사 결과 현금이 들어있었던 지갑은 약 51%가 주인에게 돌아왔다. 반면 현금이 없는 지갑의 회수율은 40%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미국과 영국, 폴란드에서는 지갑에 든 돈을 94달러(약 10만9천원) 수준으로 높였다. 그 결과 현금이 많이 들어있을수록 되찾을 가능성이 높았다. 94달러가 든 지갑의 회수율은 72%로, 13달러가 든 지갑(61%)이나 현금이 들어있지 않은 지갑(46%)보다 주인을 찾아줄 확률이 높았다는 것. 이러한 경향은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대부분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현금이 든 지갑과 그렇지 않은 지갑이 주인에게 돌아올 확률이 각각 57%와 39%로 나타났다. 중국에선 현금이 든 지갑의 22%와 그렇지 않은 지갑의 7%가 회수돼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갑 #현금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19-06-21 15:0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