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최근 ‘피크 차이나(Peak China)’ 담론과 ‘잃어버린 10년(Lost Decade)’ 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피크 차이나 담론은 덩샤오핑의 개혁과 개방에 힘입어 고속성장을 이어온 중국이 이제 성장의 정점에 도달했거나 성장하더라도 더 이상 미국과의 격차를 좁힐 수 없다는 주장이다. ‘잃어버린 10년’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중국에 준용한 담론이다.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인한 엔화 상승으로 경쟁력 저하, 1989년 주식시장 폭락 등으로 일본의 경제성장이 20년간 멈추었다는 것으로 이제는 ‘잃어버린 30년’이라고 언급되기도 한다. 중국도 주택시장 폭락과 인구감소 등으로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일본처럼 ‘잃어버린 시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인식이 투영된 담론이다. 어찌 보면 실제로 중국이 내부적으로 한계에 부딪히자 대외적으로도 외교적 유연성을 보이는 것일 수 있다. 2023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에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도 있고, 중국이 긍정적인 자세를 취하며 한일중 정상회의에도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도광양회에서 너무 빨리 벗어난 후폭풍이 현실화되는 것을 바로 잡기 위해서 중국이 외교적 유연성으로 전면 선회하지는 않더라도 국내적 어려움 타개를 위해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국내적 요소가 국제적 협력의 동기가 될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한편 한국도 ‘피크 차이나’와 ‘잃어버린 10년’의 담론을 남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선 한국은 중국, 일본과는 전혀 다른 트랙을 걸을 것이란 낙관적 사고는 지양해야 한다. 한국이 6·25전쟁의 폐허를 딛고 자유민주주의를 구축하고 선진강국까지 된 것은 놀라운 성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경각심을 놓아버리거나 일본·중국으로부터의 교훈을 도출하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잃어버린 00년’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가장 쉬운 예로 인구절벽을 들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출산율은 단지 낮은 정도가 아니라 가임여성 1인당 출산율이 불과 ‘0.778명’으로 OECD 국가 중에 최하위다. 인구가 없어 국가가 소멸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웃어넘길 수는 없다. 인구가 부족하니 경제활동 인구도 부족하게 되고 그러니 경제성장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은 합리적 수순이다. 나아가 치열한 경쟁속에서 첨단기술을 선점하지 못하게 된다면 지속가능한 번영은 요원하다. 따라서 중국,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 ‘잃어버린 00년’이 아닌 ‘지속성장하는 한국’이 되도록 진력해야 할 것이다. ‘피크 차이나’와 ‘잃어버린 10년’ 담론은 국제정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신냉전 도래는 중국의 성장으로 인해 국제적 세력 재배분이 추동되고 중국 권력자가 현상변경정책을 추진하면서 촉발적 요인도 가동되는 결과와 무관치 않다. 중국이 쇠락하면 한국입장에서도 중국이라는 수출시장에서 달성할 수 있는 기대이익도 줄어들지만, 거시적 시각에서는 국제정치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상기 담론이 현실화하면 전개가능한 시나리오로 세 가지를 상정해 볼 수 있다. 첫째, 중국이 자국의 쇠락을 보완하기 위해 다른 세력과 결속력을 강화하여 미국 등 자유진영과 대결을 이어가는 것이다. 이 경우 결성 가능한 세력 중 대표주자는 러시아와 북한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입장에서는 남의 일이 될 수 없다. 둘째, 중국이 자신의 쇠퇴를 받아들이고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로 다시 편입하는 시나리오도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중국의 국내정치권력은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점에서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중국의 내폭을 막기 위해 옵션 중 하나로 거론될 여지는 있다. 이 경우도 한국과 중국의 협력이 높아질 것이란 점에서 상관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시나리오다. 셋째, 중국이 더 쇠락하기 전에 주도권 장악을 위해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 있다. 패권경쟁 측면에서 본다면 도전자 입장에서는 힘이 더 약해지기 바로 전의 시점이 전쟁동기 측면에서 충분조건이 될 소지가 있다. 중국에 전쟁 동기가 상승하면 한반도 안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 역시 한국에 남의 일이 될 수 없는 시나리오다. 이처럼 ‘피크 차이나’나 ‘잃어버린 10년’ 담론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국과 분리될 수 없는 사안임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한국이 국제적 시야를 높이고, 주변 국가들의 교훈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일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3-10-05 16:43:12지난달 생산, 소비, 투자가 일제히 줄었다. 산업활동지표의 '트리플 감소'는 지난 1월 이후 6개월 만이다. 경기 반등에 빨간 불이 켜졌다. 정부는 '일시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경기부진 장기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8월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全)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7% 감소했다. 산업생산은 지난 4월 1.3% 감소한 이후 5월(0.7%), 6월(0%) 증가 또는 보합을 보였다. 3개월 만의 감소 전환이다. 공공행정에서 6.5% 감소한 영향이 컸지만 정보기술(IT) 등 광공업생산 부진은 여전했다. 전자부품이 -11.2%, 반도체 -2.3%, 기계장비 -7.1% 등으로 집계됐다. 재고율도 123.9%로 11.6%p 상승했다. 설비투자도 8.9% 줄었다. 2012년 3월(-12.6%) 이후 11년4개월 만에 최대폭 감소다. 법인의 자동차 구매실적은 설비투자로 분류되는데, 운송장비 투자가 22.4% 감소한 영향이 컸다. 기계류 투자는 -3.6%로 집계됐다. 소비지표인 소매판매는 3.2% 줄었다. 2020년 7월(-4.6%) 이후 3년 만에 최대폭 감소다. 7월 산업활동 지표에 대한 정부 평가는 '일시적'에 방점이 찍힌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7월 전반은 예년에 비해 강수일수 등이 많아서 외부활동이 힘들었다"며 "전반적으로 일시적 요인이 많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7월 산업활동 동향과 관련, "소매판매와 설비투자의 경우 다소 조정을 받았지만 (산업활동 지표의 동반 하락은) 기상악화 등에 따른 일시적 요인에 상당부분 기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가 기조적 회복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정부 평가와 달리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소비 부진이 강한 경고신호로 꼽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비(소매판매)가 1%, 2%가 아닌 3.2% 줄었다는 것은 호우 등만으론 설명할 수는 없다"며 "고물가, 고금리 등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7월 소매판매는 승용차, 음식료품, 의복 등에서 모두 감소했다. 경제심리지수, 고용상황 등 대부분의 선행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는 기재부 입장과는 엇갈린 흐름이다. 중국 경기부진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본격화되고 있다. 7월 재고율이 11%p 이상 상승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보경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기대한 만큼 중국 경제가 살아나지 않자 출하가 감소하면서 재고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주원 실장은 "반도체 수출물량 53%가 최대 교역상대국인 중국으로 나간다"며 "(반도체 수출)물량이 소폭 증가하는 것으로는 경기반등을 이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경기흐름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쓸 수 있는 경제·통화정책 카드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침체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기부진 우려에도 '쇼크'수준으로 감소한 세수로 정부의 재정투자 여력은 줄어서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 주도 성장을 표방하면서 감세 정책을 시행 중이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 총지출 증가율을 2.8%로 낮춰 잡은 속내이기도 하다. 더구나 내년까지 3%대 물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리인하 카드 또한 사용하기 힘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경기상황이 상당히 둔화되고 있어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오히려 일정 수준 더 정부 지출을 늘리는 정책도 선택지로 둬야 한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홍예지 기자
2023-08-31 18:08:05[파이낸셜뉴스] 지난달 생산, 소비, 투자가 일제히 줄었다. 산업활동지표의 '트리플 감소'는 지난 1월 이후 6개월만이다. 경기 반등에 빨간 불이 켜졌다. 정부는 '일시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경기부진 장기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全)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7% 감소했다. 산업생산은 지난 4월 1.3% 감소한 이후 5월(0.7%), 6월(0%) 증가 또는 보합을 보였다. 3개월만의 감소 전환이다. 공공행정에서 6.5% 감소한 영향이 컸지만 정보기술(IT) 등 광공업생산 부진은 여전했다. 전자부품이 마이너스(-)11.2%, 반도체 -2.3%, 기계장비 -7.1% 등으로 집계됐다. 재고율도 123.9%로 11.6%포인트(p) 상승했다. 설비투자도 8.9% 줄었다. 2012년 3월(-12.6%) 이후 11년4개월만에 최대폭 감소다. 법인의 자동차 구매실적은 설비투자로 분류되는데, 운송장비 투자가 22.4% 감소한 영향이 컸다. 기계류 투자는 -3.6%로 집계됐다. 소비지표인 소매판매는 3.2% 줄었다. 2020년 7월(-4.6%) 이후 3년만에 최대폭 감소다. 7월 산업활동 지표에 대한 정부 평가는 '일시적'에 방점이 찍힌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7월 전반은 예년에 비해 강수일수 등이 많아서 외부활동이 힘들었다"며 "전반적으로 일시적 요인이 많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7월 산업활동동향과 관련, "소매판매와 설비투자의 경우 다소 조정을 받았지만 (산업활동 지표의 동반 하락은) 기상악화 등에 따른 일시적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가 기조적 회복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정부 평가와 달리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소비 부진이 강한 경고 신호로 꼽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비(소매판매)가 1%, 2%가 아닌 3.2% 줄었다는 것은 호우 등만으론 설명할 수는 없다"며 "고물가, 고금리 등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7월 소매판매는 승용차, 음식료품, 의복 등에서 모두 감소했다. 경제심리지수, 고용상황 등 대부분의 선행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는 기재부 입장과는 엇갈린 흐름이다. 중국 경기 부진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본격화되고 있다. 7월 재고율이 11%p 이상 상승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보경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기대한 만큼 중국 경제가 살아나지 않자 출하가 감소하면서 재고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주원 실장은 "반도체 수출물량 53%가 최대 교역상대국인 중국으로 나간다"며 "(반도체 수출) 물량이 소폭 증가하는 것으로는 경기반등을 이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뿐만 아니다. 올 7월까지 디스플레이는 전년 동기 대비 45.7%, 석유화학은 22.5% 각각 줄었다. 대중 수출액은 8월까지 15개월 연속 마이너스가 확실시 된다. 경기흐름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쓸 수 있는 경제·통화정책 카드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침체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기부진 우려에도 '쇼크'수준으로 감소한 세수로 정부의 재정투자 여력은 줄어서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 주도 성장을 표방하면서 감세 정책을 시행 중이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 총지출 증가율을 2.8%로 낮춰잡은 속내이기도 하다. 더구나 내년까지 3%대 물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리인하 카드 또한 사용하기 힘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경기 상황이 상당히 둔화되고 있어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오히려 일정 수준 더 정부 지출을 늘리는 정책도 선택지로 둬야 한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홍예지 기자
2023-08-31 14:49:00하반기로 기대했던 우리 경기 반등 시점이 멀어지는 양상이다. 성장률을 떠받치는 우리 수출경기는 연내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빨라야 올해 2·4~3·4분기 반도체 경기가 저점을 찍고, 내년 중반은 돼야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분석돼서다. 여기에 경기를 부양할 정부의 재정지출 여력마저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국세수입은 '펑크'가 사실상 기정사실화됐다. 특히 이대로라면 하반기 경기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29일 정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액은 42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5% 감소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지연되면서 정부가 예상했던 '상저하고(상반기 부진 하반기 반등)' 경기 흐름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반도체 경기 흐름과 거시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물량이 10% 줄면 국내총생산은 0.78% 줄고, 반도체 가격이 20% 떨어지면 국내총생산이 0.15% 감소한다. 반도체 업황이 지속적인 한파를 맞으면서 환율 영향을 제거한 반도체 수출물가지수는 13개월 연속 하락했다. 수출물가 하락은 달러 대비 원화가치 변동을 제거한 글로벌 수급여건을 반영한다. 현재 우리 경제가 헤치고 있는 반도체 한파의 강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올해 리오프닝으로 1·4분기 4.5% 급성장했으나 수출이 아닌 내수 위주로 성장했다. 중국에 원자재·중간재 등을 수출하는 우리 기업은 아직까지 리오프닝 수혜를 보지 못하고 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대중 수출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중 수출기업 절반(50.7%)은 대충 수출 위축과 부진을 체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회복 시점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기업(40%)이 '2~5년 후에야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세수부족까지 맞닥뜨리면서 하반기 성장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3월까지 정부의 국세수입은 87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조원 급감했다. 4월부터 연말까지 지난해와 같은 규모의 세금을 걷어도 연말 기준 국세수입은 371조9000억원, 정부의 세입예산인 400조5000억원보다 28조6000억원 부족하다. 정부는 세수부족에도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빚을 내서 인위적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경기둔화 국면에서 버팀목 역할을 수행한 정부의 성장에 대한 기여가 축소될 수 있다는 말이다. 예상보다 하반기 경기반등 폭이 작아지는 상황에서 재정공백마저 발생한다면 정부가 예상한 올해 성장률 1.6% 달성 가능성은 점점 작아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예산 불용' 가능성도 나왔지만 정부는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강제 (예산) 불용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도 않고,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며 "집행관리를 철저히 해서 효율화하는 부분 등으로 (민생예산 집행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23-05-29 18:01:43[파이낸셜뉴스] 하반기로 기대했던 우리 경기 반등 시점이 멀어지는 양상이다. 성장률을 떠받치는 우리 수출 경기는 연내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빨라야 올해 2~3·4분기 반도체 경기가 저점을 찍고, 내년 중반은 돼야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분석돼서다. 여기에 경기를 부양할 정부의 재정 지출 여력마저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국세수입은 '펑크'가 사실상 기정사실화 됐다. 특히 이대로 라면 하반기 경기에도 빨간불이 켜질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30일 정부와 관세층 등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액은 42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5% 감소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지연되면서 정부가 예상했던 '상저하고(상반기 부진 하반기 반등)' 경기 흐름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반도체 경기 흐름과 거시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 물량이 10% 줄면 국내총생산은 0.78% 줄고, 반도체 가격이 20% 떨어지면 국내총생산이 0.15% 감소한다. 반도체 업황이 지속적인 한파를 맞으면서 환율 영향을 제거한 반도체 수출물가지수는 13개월 연속 하락했다. 수출물가의 하락은 달러 대비 원화 가치 변동을 제거한 글로벌 수급 여건을 반영한다.현재 우리 경제가 헤치고 있는 반도체 한파의 강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도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올해 경제활동 재개로 1분기 4.5% 급성장했으나 수출이 아닌 내수 위주로 성장했다. 중국에 원자재·중간재 등을 수출하는 우리 기업은 아직까지 리오프닝 수혜를 보지 못하고 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최근 대중 수출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중 수출 기업 절반(50.7%)은 대충 수출 위축과 부진을 체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회복 시점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기업(40%)이 '2~5년 후에야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세수 부족까지 맞닥뜨리면서 하반기 성장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3월까지 정부의 국세수입은 87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조원 급감했다. 4월부터 연말까지 지난해와 같은 규모의 세금을 걷어도 연말 기준 국세수입은 371조9000억원, 정부의 세입 예산인 400조5000억원보다 28조6000억원 부족하다. 정부는 세수 부족에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빚을 내서 인위적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경기 둔화 국면에서 버팀목 역할을 수행한 정부의 성장에 대한 기여가 축소될 수 있다는 말이다. 예상보다 하반기 경기 반등 폭이 작아지는 상황에서 재정 공백마저 발생한다면, 정부가 예상한 올해 성장률 1.6%의 달성 가능성은 점점 작아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예산 불용' 가능성도 나왔지만, 정부는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강제 (예산) 불용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도 않고, 생각 갖고 있지 않다"며 "집행관리를 철저히 해서 효율화하는 부분 등으로 (민생 예산 집행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23-05-28 11:34:09코로나19 후유증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이 저하되면서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성장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성장률이 향후 5년간 3%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중기 성장전망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세계 성장이 저하되면 수출부진 등 직격탄을 맞게 된다. 국제 주요 기관들은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을 최저 1.2%로 줄줄이 하향하고 있다. 9일 정부와 업계 등의 전망을 종합하면 우리나라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성장둔화 조짐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IMF는 11일 업데이트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세계 경제성장률은 5년간 3%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중기 성장전망"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이전 10년간 세계 경제는 연평균 3.8% 성장했다. 이에 따라 IMF 1월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2.9%를 예상했는데 이보다 낮아질지 주목된다. 미국·유럽 등 국제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확대되는데 중국 리오프닝 효과와 수출개선은 미미한 실정이어서 우리나라 성장전망도 불투명하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이 붕괴되고 유럽 크레디트스위스(CS) 매각 등 언제 어디에서 부실이 터져나올지 불안스러운 상황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유화 등 대부분의 품목들 수출이 감소하면서 우리나라는 7개월 연속 수출 감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으로 관계가 개선되는 대일본 수출 확대로 '중국 공백'을 만회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 규모 등에서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성장률이 높아지려면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가 살아나야 하고, 세계 경기회복도 필요하다. 이에 따라 국내외 기관들은 올 들어 우리나라 2023년 경제성장률을 잇달아 하향하고 있다. IMF(2.0%→1.7%) 0.3%p, OECD(1.8%→1.6%) 0.2%p, 신용평가사 피치(1.9%→1.2%) 0.7%p, 한국은행(1.7%→1.6%) 0.1%p 하향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이 생산성 개선이 없으면 2050년 0% 성장률을 예상해 충격을 주었다. 정부와 경제전문가들은 지난 2월께부터 중국 리오프닝으로 최대 수출국인 한국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경제활동 재개가 예상보다 미미하고, 반도체 등 주요 품목 부진이 우려스럽다"며 "중국으로 수출이 부진하면서 대중 무역적자도 지속되고 있어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2023-04-09 18:17:22[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이 저하되면서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성장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 성장률이 향후 5년간 3%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중기 성장 전망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세계 성장이 저하되면 수출부진 등 직격탄을 맞게 된다. 국제 주요 기관들은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을 최저 1.2%로 줄줄이 하향하고 있다. #OBJECT0# 9일 정부와 업계 등의 전망을 종합하면 우리나라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성장 둔화 조짐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IMF는 오는 11일 업데이트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세계 경제 성장률은 5년간 3%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중기 성장 전망"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이전 10년간 세계 경제는 연평균 3.8% 성장했다. 이에따라 IMF 1월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2.9%를 예상했는데 이보다 낮아질지 주목된다. 미국·유럽 등 국제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확대되는데 중국 리오프닝 효과와 수출개선은 미미한 실정이어서 우리나라 성장 전망도 불투명하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 은행이 붕괴되고 유럽 크레딧스위스(CS) 매각 등 언제 어디에서 부실이 터져나올지 불안스러운 상황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유화 등 대부분의 품목들 수출이 감소하면서 우리나라는 7개월 연속 수출 감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으로 관계가 개선되는 대 일본 수출 확대로 '중국 공백'을 만회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규모 등에서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성장률이 높아지려면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가 살아나야 하고, 세계 경기회복도 필요하다. 이에따라 국내외 기관들은 올들어 우리나라 2023년 경제성장률을 잇달아 하향하고 있다. IMF(2.0%→1.7%) 0.3%p, OECD(1.8%→1.6%) 0.2%p, 신용평가사 피치(1.9%→1.2%) 0.7%p, 한국은행(1.7%→1.6%) 0.1%p 하향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이 생산성 개선이 없으면 2050년 0% 성장률을 예상해 충격을 주었다. 정부와 경제전문가들은 지난 2월께부터 중국 리오프닝으로 최대 수출국인 한국이 수혜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경제활동 재개가 예상보다 미미하고, 반도체 등 주요 품복 부진이 우려스럽다"며 "중국으로 수출이 부진하면서 대중 무역적자도 지속되고 있어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2023-04-07 11:11:33【실리콘밸리(미국)=홍창기 특파원】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 아날로그 디바이스가 월스트리트가 내년에 주목하는 종목으로 꼽혔다. 앤데믹이 본격화되면서 레져 관련주도 월가가 꼽은 추천종목에 포함됐다. 10일(현지시간) 월가 투자은행들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내년에 주목할 '원픽'으로 MS를 꼽았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MS의 목표주가를 315달러로 설정했다. 9일 종가(245.42달러)보다 약 30% 높다. 골드만삭스는 "IT 지출 환경이 둔화되고 소비자가 감소했음에도 MS는 점유율을 계속 확대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MS의 현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MS의 현재 상황이 마냥 장미빛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MS가 야심하게 추진한 미국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블리자드) 인수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MS의 블리자드 인수가 2000억달러(약 261조200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게임시장에서 경쟁을 억제할 우려가 있다"며 인수 소송을 제기했다. JP모건은 여행레저주인 라이브네이션을 내년에 주목해야 할 종목으로 들었다. JP모건은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라이브네이션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수익을 올렸다"면서 "2023년에는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것이다"고 진단했다. 이 밖에 JP모건은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와 마벨테크놀로지도 내년도 주목할 종목으로 꼽았다. 악재가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이유에서다. 투자기업 코웬은 아날로그 디바이스와 소프트웨어업체 워크데이, 중장비업체 케이터필러를 관심 대상으로 선정했다. 워크데이는 올해 3·4분기 매출(16억달러)이 전년동기 대비 21% 증가하 주가가 상승세다. 코웬은 "아날로그 디바이스가 반도체기업 가운데 수익을 낼 수 있는 가장 견실한 종목"이라고 소개했다. 도이치방크는 라스베가스샌즈와 윈리조트를 내년 원픽 종목으로 꼽았다. 도이치방크는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내년 중국경제가 재개방되고 마카오로 관광 수요가 다시 유입되면서 카지노 종목이 선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2-12-11 11:08:56【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향후 5년 이상 절대권력 시대가 최고지도부 등장과 함께 23일 시작됐다. 시진핑 집권 3기는 개혁·친시장 인사들은 모두 물러나고 충성파들로만 채워졌다. 중국 정치에서 3대 계파로 분류되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과 후진타오 계열은 상무위원 진입에 실패하거나 퇴임 수순을 밟으면서 권력분산은 사라지게 됐다. 장쩌민 계열은 이미 집권 2기 때 무더기로 숙청됐다. 시 주석 중심의 보수·강경파들로 채워지면서 당장 '빨간불'이 켜진 경제문제 해결도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권력분산 사라진 '최고지도부' 중국 공산당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새로운 최고 권력기관인 20기 중앙위원회의 첫 번째 회의, 즉 1차 전체회의(1중전회)를 열고 시 주석을 당 총서기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재선출했다. 시 주석에 이어 리창 상하이시 당 서기, 자오러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 차이치 베이징 당서기, 딩쉐샹 중앙판공청 주임, 리시 광둥성 서기가 순서대로 입장했고 시 주석의 호명 순서도 같았다. 관례에 비춰 이들은 모두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임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국 상무위원은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다. 서열은 통상 입장 순서대로 정해진다. 이 경우 직책과 서열 순위에도 변동이 있을 전망이다. 19기 상무위원 때는 기율위가 상무부총리보다 먼저 무대에 등장해 서열이 앞서 있음을 나타냈다. 다만 확실한 업무분장은 내년 3월에 드러난다. 20기 상무위원 면면의 특징은 권력분산이라고 할 수 있는 견제세력이 한 명도 없고 모두 오랫동안 시 주석의 측근으로 활동했던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리창과 함께 총리 물망에 올랐던 후춘화 부총리는 결국 상무위원 진입이 좌절됐다. 후 부총리는 후진타오 전 총리가 '격대지정'(차차기 지도자를 미리 지명해 권력투쟁 폐단을 막는 권력 승계방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진타오 계열로 분류된다. 이로써 리커창 총리, 왕양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함께 후진타오 계열로 분류됐던 인사들은 모두 낙마하는 모양새가 됐다. 후진타오는 전날 열린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폐막식에서 돌연 퇴장했다. 관영매체는 건강상 이유라고 뒤늦게 해명했지만 일각에선 인사에 불만을 느낀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후춘화는 리 총리, 왕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더불어 중국 정치의 3대 계파 중 하나인 공청단 출신이다. 따라서 신임 지도부에 공청단 출신도 사라지게 됐다. 후춘화는 정치국 아래인 중앙정치국 위원 24명(1명 줄어듦)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황쿤밍 당 중앙선전부장과 천민얼 충칭시 당 서기, 장여우샤 중앙군사위 부주석 등 시 주석의 측근들은 정치국에 여럿 들어갔다.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했다. 집권 3기는 20차 당 대회와 20기 중앙위원회 1중전회에서 '시진핑 1인 독주 천하'를 명확히 드러냈다. 당 대회 폐막식의 당장 개정안 결의문은 '시진핑 핵심' '시진핑 지위 확립과 수호'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시진핑 사상)'이 수차례 강조됐다. 또 이를 위한 이른바 '두 개의 확립'과 '두 개의 수호'를 당장(당헌) 개정안에 명시했다. 결의문에서 밝힌 두 개의 확립은 △시 주석의 당 중앙 핵심 및 전당 핵심 지위 확립 △시진핑 사상의 지도적 지위 확립을 말한다. 두 개의 수호는 시 주석의 핵심 지위와 집중통일영도(덩샤오핑 이후 정착된 집단지도체제 대조 개념)를 수호한다는 뜻이다. 결국 '두 개의 확립과 수호'는 모든 것이 '원톱'에게 집중된다는 것이며 권력분산은 사실상 소멸됐다는 의미다. 결의문은 대만 독립을 단호히 반대하고 세계 일류 강군을 건설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한 뒤 금세기 중반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만들어 나가기로 당장을 개정했다. 개정안은 만장일치 통과됐으며 곧바로 효력이 발생한다. ■경제·미국견제 등 숙제 산적 집권 3기가 견제세력 없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출범을 알렸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는 산적한 것으로 평가된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경제다. 중국 당국은 자국 경제에 대해 건강한 펀더멘털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나 지표는 3·4분기마저 녹록지 않다. 글로벌 기관들은 3%대 중반 아래까지 경제성장률이 내려갈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올해 목표치 5.5% 안팎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 타격의 1순위는 중국식 초강력 정책인 제로코로나가 지목된다. 확진자 1명만 나와도 무차별 봉쇄를 가하는 방식은 생산과 물류이동 등 경제 주체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줬다. 미국 등 외국 기업의 탈중국 사례도 빈번하게 보도된다. 사실상 경제를 포기하면서도 강행한 제로코로나의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jjw@fnnews.com
2022-10-23 18:05:47【베이징=정지우 특파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향후 5년 이상 절대 권력 시대가 최고지도부 등장과 함께 23일 시작됐다. 시진핑 집권 3기는 개혁·친시장 인사들은 모두 물러나고 충성파들로만 채워졌다. 중국 정치에서 3대 계파로 분류되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과 후진타오 계열은 상무위원 진입에 실패하거나 퇴임 수순을 밟으면서 권력 분산은 사라지게 됐다. 장쩌민 계열은 이미 집권 2기 때 무더기로 숙청됐다. 시 주석 중심의 보수·강경파들로 채워지면서 당장 ‘빨간 불’이 켜진 경제 문제 해결도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권력 분산 사라진 ‘최고 지도부’ 중국 공산당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새로운 최고 권력기관인 20기 중앙위원회의 첫 번째 회의, 즉 1차 전체회의(1중전회)를 열고 시 주석을 당 총서기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재선출했다. 시 주석에 이어 리창 상하이시 당 서기, 자오러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 차이치 베이징 당서기, 딩쉐샹 중앙판공청 주임, 리시 광둥성 서기가 순서대로 입장했고 시 주석의 호명 순서도 같았다. 관례에 비춰 이들은 모두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임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국 상무위원은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다. 서열은 통상 입장 순서대로 정해진다. 리창은 국무원 총리, 자오러지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왕후닝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차이치는 중앙서기처 서기, 딩쉐샹은 국무원 상무부총리, 리시는 중앙율위 서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직책과 서열 순위에도 변동이 있을 전망이다. 19기 상무위원 때는 기율위가 상무부총리보다 먼저 무대에 등장해 서열이 앞서 있음을 나타냈다. 다만 확실한 업무 분장은 내년 3월에 드러난다. 20기 상무위원 면면의 특징은 권력 분산이라고 할 수 있는 견제세력이 한 명도 없고 모두 오랫동안 시 주석의 측근으로 활동했던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리창과 함께 총리 물망에 올랐던 후춘화 부총리는 결국 상무위원 진입이 좌절했다. 후 부총리는 후진타오 전 총리가 ‘격대지정’(차차기 지도자를 미리 지명해 권력투쟁 폐단을 막는 권력 승계 방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진타오 계열로 분류된다. 이로써 리커창 총리, 왕양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함께 후진타오 계열로 분류됐던 인사들은 모두 낙마하는 모양새가 됐다. 후진타오는 전날 열린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폐막식에서 돌연 퇴장했다. 관영 매체는 건강상 이유라고 뒤늦게 해명했지만 일각에선 인사에 불만을 느낀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후춘화는 리 총리, 왕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더불어 중국 정치의 3대 계파 중 하나인 공청단 출신이다. 따라서 신임 지도부에 공청단 출신도 사라지게 됐다. 후춘화는 정치국 아래인 중앙정치국 위원 24명(1명 줄어듦)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황쿤밍 당 중앙선전부장과 천민얼 충칭시 당 서기, 장여우샤 중앙군사위 부주석 등 시 주석의 측근들은 정치국에 여럿 들어갔다.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했다. 집권 3기는 20차 당 대회와 20기 중앙위원회 1중전회에서 ‘시진핑 1인 독주 천하’를 명확히 드러냈다. 당 대회 폐막식의 당장 개정안 결의문은 ‘시진핑 핵심’ ‘시진핑 지위 확립과 수호’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시진핑 사상)’이 수차례 강조됐다. 또 이를 위한 이른바 ‘두 개의 확립’과 ‘두 개의 수호’를 당장(당헌) 개정안에 명시했다. 결의문에서 밝힌 두 개의 확립은 △시 주석의 당 중앙 핵심 및 전당 핵심 지위 확립 △시진핑 사상의 지도적 지위 확립을 말한다. 두 개의 수호는 시 주석의 핵심 지위와 집중통일영도(덩샤오핑 이후 정착된 집단지도체제 대조 개념)를 수호한다는 뜻이다. 결국 ‘두 개의 확립과 수호’는 모든 것이 ‘원톱’에게 집중된다는 것이며 권력 분산은 사실상 소멸됐다는 의미다. 결의문은 대만 독립을 단호히 반대하고 세계 일류 강군을 건설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을 실현한 뒤 금세기 중반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만들어 나가기로 당장을 개정했다. 개정안은 만장일치 통과됐으며 곧바로 효력이 발생한다. ■경제·미국 견제 등 숙제 산적 집권 3기가 견제 세력 없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출범을 알렸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는 산적한 것으로 평가된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경제다. 중국 당국은 자국 경제에 대해 건강한 펜더멘탈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나 지표는 3·4분기마저 녹록하지 않다. 글로벌 기관들은 3%대 중반 아래까지 경제성장률이 내려갈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올해 목표치 5.5% 안팎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 대회 기간 최소 11개의 경제실적 발표를 미룬 것도 대관식 잔치에 찬물을 될 것을 우려한 조치라는 진단이 나왔다. 중국 당국은 연기 이유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경제 타격의 1순위는 중국식 초강력 정책인 제로코로나가 지목된다. 확진자 1명만 나와도 무차별 봉쇄를 가하는 방식은 생산과 물류이동 등 경제 주체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줬다. 미국 등 외국기업의 탈중국 사례도 빈번하게 보도된다. 사실상 경제를 포기하면서도 강행한 제로코로나의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 주석은 당 대회 개막식 업무보고를 통해 당분간 제로코로나를 거둬들일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중국의 경기하방 압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판단되는 이유다. 미국을 중심으로 대중국 고립정책과 미국의 첨단기술 규제가 심화되는 것도 집권 3기 시대엔 악재다. 첨단 제품에 없어서는 안되는 반도체 공급 차질은 자칫 중국 경기 둔화를 장기전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해석이 있다. 그래도 시 주석은 경제실력, 과학기술실력, 종합국력을 끌어올려 2035년까지 1인당 국내총생산을 중진국 수준까지 이르게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아울러 또 고수준 과학기술의 자립자강을 실현하고 혁신형 국가의 앞자리를 차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분배를 강조한 시 주석이 ‘공동부유’ 기조를 업무보고와 결의문에 재차 강조한 부분은 중국 토종 기업들에겐 부담이다. 코로나19와 미국 제재의 타격에 정부의 분배 정책까지 더하면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물러나는 것으로 결정된 비교적 친시장주의자 리커창과 류허 경제부총리, 이강 인민은행장 등의 뒤를 이어 보수·강경한 인물들이 오면 일방통행식 경제 정책이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 역시 제기된다. 마찬가지로 경제적 측면에선 리스크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2-10-23 15:5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