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2년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처벌 기준과 적용 대상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부터 중처법 적용 대상이 상시근로자 수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면서 중소기업들의 부담감도 커진 상황이다. 파이낸셜뉴스는 18일 법무법인 태평양의 중대재해대응본부 소속 변호사들을 만나 기업들의 중처법 예방 및 사고시 대처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들은 기업들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했을 경우 사고 발생시 중처법 리스크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산업안전보건법 준수를 전제로 한 불기소 사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이행했으면 불기소 되기도"법조계에선 사업장에서 사망사고나 장애사고 발생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잘 지키면 중처법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태평양 중대재해본부의 김신 변호사는 "사고가 발생했던 사업장에 대해 산안법상 의무 위반이 인정돼야 중처법상 경영책임자의 의무 위반을 문제삼을 수 있다는 논리적 결론을 이끌어 낸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처법상 경영책임자 의무를 문제 삼으려면 법리적 관계상 산안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대재해본부 김상민 변호사는 "중처법상 의무 불이행이 있었다는 의견으로 송치가 된 사건에서도 산안법상 의무를 다했다고 판단돼 중처법도 불기소 결정을 받은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태평양 중대재해본부는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중처법 리스크를 다소 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안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준수했다는 점이 근거가 돼 경영책임자에게 중처법 의무 위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2단계 인과관계 이론이 실무상 정립됐다는 설명이다. 최진원 변호사는 "초기엔 두 법 사이 관계나 의무 성격 차이에 대한 엄격한 구분 없이, 현장 책임이 인정되면 경영자 책임도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현재는 다르다"며 "현장에서 안전조치를 할 수 있도록 인력이나 예산 등을 지원하고 반기1회 점검 등 중처법상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면 현장의 산안법상 책임이 인정돼도 경영책임자는 중처법상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구조로 실무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확정 개념' 유권해석 분석이 필수 법조계에선 중처법상 '경영책임자'와 '종사자'라는 개념도 불명확하다고 지적한다. 법안에 적시된 특정 단어의 개념이 정확하지 않아 그 의미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처법에 그 의미를 설명하는 조항이 포함돼있지만, 이 조항만으로는 누구까지 경영책임자 혹은 종사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 등 해석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태평양 중대본은 이를 '불확정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송진욱 변호사는 "불확정 개념의 경우 검찰과 법원 등의 결정례와 사례를 분석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면서 "여러 사건들의 결정례와 사례들을 분석해 실무 수행에 적용하고 있고 수사기관과 법원도 사건을 처리하며 불확정 개념을 다듬어 나가고 있기 떄문에 시간이 좀 더 흐르면서 해결될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2024-08-16 16:09:58[파이낸셜뉴스]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밤사이 선로를 점검·보수하던 장비 차량 두 대가 부딪혀 코레일 직원 2명이 사망했다. 9일 소방 당국과 코레일 등에 따르면, 사고가 난 이날 오전 2시 20분쯤 구로역 상행선(구일역 방향) 선로에서 코레일 직원 3명이 전기모터카 작업대에 올라 타 지상철 고압 선로를 점검·보수하고 있었다. 그런데 옆 선로를 지나던 선로 점검차가 이들을 보지 못한 채 공중에 있던 작업대를 들이받았다. 그 충격으로 작업대에 있던 3명이 5~6m 아래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30대 남성 직원 1명은 복합 골절 등으로 현장에서 숨졌고, 또 다른 30대 남성 직원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50대 직원 1명은 다리 골절로 병원에 이송됐다. 선로검측 열차 운전자는 경상을 입었다. 코레일 관계자는 “점검차에 달린 작업대가 수직으로만 상승하는 것이 아닌 옆으로 기울어지기도 하는데 옆 선로를 침범한 상태에서 운행중이던 다른 점검차와 부딪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두 선로 사이 거리는 1.5m가량이었다. 선로 보수 업무를 하는 작업자들은 “새로 들여온 점검차에 대한 새 안전 매뉴얼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코레일 직원에 따르면 “약 2년 전 새로 도입한 점검차의 작업대는 이전 장비와 달리 넓게 이동할 수 있어 옆 선로로 넘어갈 가능성이 컸다”며 “하지만 안전 매뉴얼은 ‘작업 중인 선로를 차단해야 한다’라는 기존 내용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업자의 주의에 기댈 게 아니라 인접 선로 통행도 차단하는 등 세부적인 내용을 담아 매뉴얼을 개정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코레일은 사고 현장에 현장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고 경찰과 함께 정확한 사고 원인과 접촉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 코레일은 사고에 유감을 표하고 “최대한의 예우로 장례와 후속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일어나선 안 될 참사가 발생했다”며 “안전한 작업을 위해 당연히 이뤄져야 할 선로 차단이 제대로 안 된 만큼 업무 매뉴얼 전반을 다시 점검하는 등 사고 원인을 철저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 최고경영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고의) 규모나 내용이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되기 때문에 사고 직후 출동해 조사를 진행했다"며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조사 결과는 내년 봄에나 나올 예정이다. 통상 고용부가 사고 조사를 한 뒤 결과를 검찰에 넘기는 데 10~11개월 정도가 걸린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8-10 09:53:13[파이낸셜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1월부터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고 있으나, 이들 기업 10곳 중 약 8곳은 여전히 대응준비를 끝내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466개 기업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준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77%는 '아직도 법 의무 준수를 완료하지 못했다'고 답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조사 당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응답 비율(94%)과 비교해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다수 기업이 법 의무 준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경총은 분석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의무 준수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전문인력이 없어 사업주 혼자 안전 업무를 수행해서'라고 응답한 기업이 4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의무 사항이 너무 많고 복잡해서'(36%), '의무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서'(12%), '법을 준수할 준비 기간이 부족해서'(5%) 등의 순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재유예가 필요하다고 답한 기업은 86%에 달했다. 경총은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50인 미만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적용됨에 따라 법 준수 이행과 처벌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의 실태가 조사로 나타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정부로부터 컨설팅과 같은 산재 예방 지원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29%에 불과했다. 임우택 경총 본부장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판단이 나오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중소·영세기업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국회가 하루빨리 중대재해처벌법 재유예 등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산재 예방 지원도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24-05-22 15:44:32[파이낸셜뉴스] "'52시간제 유연화'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 처리' 등 노동개혁 입법과제를 22대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해달라." 중소기업업계가 주52시간 적용 유연화와 중대재해처벌법 처벌방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3일 서울 영등포구 중기중앙회 KBIZ홀에서 ‘제22대 국회에 바란다’는 주제로 '중소기업 입법과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올해로 36회를 맞이한 중소기업주간의 시작을 알리는 첫 행사로 제22대 국회에서 꼭 처리돼야 할 중소기업 핵심 입법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한국경제의 근간인 771만 중소기업은 현재 고금리, 저성장, 내수침체 장기화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다”며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개혁 △혁신성장 △상생금융 △플랫폼 공정화 △공정상생 분야의 다양한 입법과제들이 있는데, 그 중 ‘노동개혁’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4월29일부터 지난7일까지 중소기업 66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제22대 국회 중소기업 입법과제에 대한 중소기업·소상공인 의견조사' 결과, 국회가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중소기업 입법과제로 주 52시간 적용 유연화 등 근로시간제도 개선을 응답 1순위(38.9%)로 꼽았다. 뒤를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처벌방식 개선 및 의무 명확화(18.3%) △중소기업과 은행 간 상생 금융 확대(12.9%) △중소기업 글로벌화 지원 강화(12.7%) 순이었다. 그밖에 국회의 경제 입법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응답은 15.8%인 반면, ‘낮다’는 응답은 40.8%로 2.5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근로시간 문제는 납기를 맞춰야 하거나 근로자가 더 일하고 싶어하는 경우에는 노사 자율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고, 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은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처리돼야 한다”며 “정치가 경제를 밀어주면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2024-05-13 14:03:25[파이낸셜뉴스] 법무법인 바른은 전문건설공제조합(케이핀코, K-FINCO)과 지난 8일 바른빌딩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협약으로 바른은 케이핀코 및 조합원사에 △중대재해처벌법령에 따른 안전관리체계 구축 자문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 등에 관한 자문 △중대재해 발생 시 대응 및 고용노동청,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 대응 등에 대한 자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으로 기소 시 이에 대한 대응 등을 제공한다. 지난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이상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현장까지 확대 적용됐지만, 건설현장을 비롯한 대다수의 사업장은 여전히 대응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바른은 법 해석과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합원사에게 전문적이고 특화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박재필 바른 대표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규정에 맞는 안전관리체계 구축과 경영방침의 설정을 통한 사전예방이 매우 중요하다"며 "바른의 특화된 법률서비스로 케이핀코와 조합원사의 건실한 운영 및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04-09 14:48:38[파이낸셜뉴스] 안전 점검에서 위험성이 확인됐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작업을 진행해 사망사고를 일으킨 업체 대표이사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이 인정돼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10여건의 사건 중에서 두 번째 실형 사례이고 형량도 가장 높다. 울산지법 형사3단독 이재욱 부장판사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산 모 자동차부품 업체 대표이사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 회사 총괄이사 B씨에겐 금고 1년 6개월을, 중대재해처벌법 혐의가 적용된 회사 법인에는 벌금 1억5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2022년 7월 14일 네팔 국적 노동자가 A씨 업체에서 다이캐스팅(주조) 기계 내부 금형 청소 작업을 하던 도중 금형에 끼여 숨졌다. 앞서 A씨는 안전 점검을 위탁받은 대한산업안전협회로부터 다이캐스팅 기계 일부 안전문 방호장치가 파손돼 ‘사고 위험성 높음’, ‘즉시 개선이 필요한 상태’라고 여러 차례 보고받았다. 다이캐스팅 기계 중 일부 안전문 방호장치가 파손돼 안전문을 열어도 기계 작동이 멈추지 않는 결함이 발견된 것이다. A씨는 이를 알게 됐는데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사고 발생 열흘 전까지도 대한산업안전협회로부터 구체적인 사고 위험성을 지적받았는데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며 “적절한 조치가 있었다면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안전·보건상 유해·위험요인을 개선하지 않아 종사자가 사망하는 경우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04-08 21:09:44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논쟁이 결국 헌법재판소로 향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일 헌재 앞에서 "중처법은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준수하기 어렵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된 중처법 유예안의 국회 처리가 무산되면서 중소업계가 마지막 카드로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나선 것이다.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예견된 일이다. 중소기업계의 간곡한 사정에도 야당의 거부로 중처법 유예는 실현되지 않았다. 지난 2월 국회 본회의에서 외면당하면서 법안 통과는 물거품이 된 셈이다.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해결의 실마리가 될지는 알기 어렵다. 중처법에 대한 위헌판결이 쉽지 않다는 전망도 벌써 나온다. 지난해 11월 법원은 명확성·과잉금지 원칙 등에 반하지 않는다는 설명과 함께 중처법 관련 위헌법률심판 신청을 한 차례 기각했다. 더구나 헌재의 판단을 구하는 행위 자체가 기존 '2년 유예'라는 노선에서 벗어났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중기업계는 중처법 자체를 폐지하는 게 아니라 2년 유예해줄 경우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중처법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법의 취지에 맞게 더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한 시간을 달라는 논리로 추가 유예를 요구한 것이다.헌법소원심판 청구는 중처법 유예 자체를 무산시킨다는 논리로 비칠 수 있다.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1년 이상 징역이라는 과도한 처벌은 반드시 위헌 결정이 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이어 "징역형의 하한형을 법정형으로 하는 것은 책임에 비례하지 않고, 경영책임자라는 이유로 사고 직접행위자보다 더 큰 처벌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업주 의무 규정도 표현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어떠한 의무를 이행해야 처벌받지 않는지 쉽게 예측하지 못하게 하고 있어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도 내놨다. 중기업계가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한 이상 위헌을 목표로 삼아야 하기 때문에 중처법 유예가 아닌 폐지를 주장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중소기업계가 헌법재판소를 찾아간 절박한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 정치권에서 현실을 외면하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헌법소원을 택한 것이다. 위헌 확률이 낮더라도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될지언정 선택할 수밖에 없는 카드다. 위헌 결정이 나도 혼선은 불가피하다. 헌재의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그 이후 관련 법 개정 작업까지 갈 길이 멀다. 중처법 유예안은 여야, 진보·보수를 떠나 민생과 직결된 현안이다. 총선이 끝나면 의원들의 의정활동이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다. 정치권은 중소기업인들의 절규를 더는 외면하지 말고 결자해지해야 한다.
2024-04-01 18:30:00[파이낸셜뉴스] "수많은 중소기업인의 절박함을 외면하지 않는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중소기업계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법이 확대 적용된지 약 2개월 만이다. 중소기업계가 그간 요구해왔던 유예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이들은 헌법소원을 통해서라도 불명확한 법 조항과 과도한 처벌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다.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은 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늘 9개 중소기업·건설·경제단체와 제조업, 건설, 도소매, 어업 등 다양한 업종 중소기업인, 771만개의 중소기업을 대신해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그간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연장을 요구해왔다. 앞서 2년의 유예기간이 있었지만, 코로나19와 3고 복합위기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법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준비할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지만, 유예안은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계는 최후의 수단으로 헌법소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법 유예가 논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헌법소원심판을 통해서라도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들, 과도한 처벌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에서다. 이들은 중처법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평등의 원칙 △자기 책임의 원리 등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정 부회장은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임주의의 원칙에 따른 처벌 수준의 합리화와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규정의 명확화를 요구하기 위함"이라며 "중처법은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준수하기 어려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그 책임에 비해 과도한 처벌을 규정해 어려운 경영환경에 처한 이들에게 극도로 과중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대재해는 고의가 아니라 과실인데 중처법은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하한형을 법정형으로 정해 책임에 비례하지 않고, 간접 행위자인 경영 책임자에게 징역 처벌을 하는 점에서도 부당하다"며 "사업주의 의무 규정도 표현의 불명확성으로 어떤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쉽게 예측 못해 중소기업 대표들은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단체 9곳과 지난 1월 27일부터 중처법 적용을 받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제조·건설·도소매·어업 등 다양한 업종으로 구성된 전국 각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 305명이 이번 헌법소원심판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헌법소원에 드는 비용은 청구인들이 나눠 분담하고 중앙회는 일부 자문료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날부로 중처법 관련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됨에 따라 헌법재판소 지정재판부는 30일 이내 1차 판단(사전심사)을 통해 중처법이 헌법소원 대상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 30일이 지날 때까지 각하 결정이 없으면 전원재판부에 회부하는 결정이 있는 것으로 본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계에서는 중처법의 위헌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고 있다"며 "만일 추후 위헌 결정이 내려진다면 그 취지에 따라서 법이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개정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청구인들을 대표해 배조웅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 김승기 대한전문건설협회 상임부회장, 성창진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경영부회장, 인성철 한국전기공사협회 회원부회장, 김종호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상임부회장, 박노섭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김태홍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상근부회장, 배현두 수협중앙회 부대표 등이 참석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2024-04-01 14:29:24[파이낸셜뉴스] 법무법인(유한) 대륜은 15일 (사)한국전력산업중소사업자협회(KEISA)와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대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대륜 서울본부에서 진행된 이번 협약식에는 대륜 김국일 대표, 조준호 증거조사원, KEISA 김지곤 회장, 박동원 자문위원이 참석했다. 두 기관은 이번 협약을 통해 ▲중소기업 일반 회원사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자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에너지 관련 사업 추진 등에 적극 협력키로 했다. KEISA는 국내 전력 분야 중소·중견기업 협의체로, 지난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비영리사단법인 정식 인가를 받아 출범했다. 주로 에너지 민간 중소·중견기업을 비롯해 국내외 공기업 및 대기업, 중·대형 로펌 등이 서로 협력해 정책적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춰 운용중에 있다. 대륜은 재계의 최대 이슈 중 하나로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인명 사고 등에 대한 기업주의 처벌 범위 등을 규정한 중대재해처벌법과 ESG 등과 관련해 중소·중견기업 사업장 특성에 맞춘 가이드라인을 신속하게 제시하고, 구체적인 법적 자문 등을 포함한 사후 관리까지 나설 계획이다.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중소 및 중견기업들에겐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다양한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건 대기업이나 중소·중견기업들에겐 공동의 목표이지만, 규모나 자금력, 여건 등에서 열악한 중소·중견기업에게는 과도한 사업주 처벌이 자칫 폐업이나 일자리 상실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소 및 중견기업에게 중처법 적용과 관련한 법적 서비스는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 봉착했다는 지적이다. 이와관련, 김지곤 KEISA 회장은 “대륜은 기존 KEISA 특별회원사 로펌과는 다른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로펌"이라며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지방 소재 회원사들이 더욱 다양한 법률서비스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처법 대응과 여건, 환경 면에서 중소 및 중견기업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은 만큼 법적인 보호를 충분히 받고, 법적 누수가 없도록 함으로써 중소·중견기업들의 법적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국일 대륜 대표는 “KEISA와 업무협약 및 특별회원 가입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전반적인 노동 이슈 공유 등으로 상호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협회 및 회원사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업무영역에 법률자문을 아낌없이 지원해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전국 최다 사무소를 보유하고 있어 회원사들이 가까운 곳에서 법률자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본사 차원에서 전국 지원이 가능하도록 협업체계를 마련하고 있어 신속한 자문 및 대응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대륜은 현재 전국적으로 36개 사무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550인의 전문가가 상주하고 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4-03-15 14:34:06올해 국내 기업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규제는 '중대재해처벌법'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오는 5월에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꼭 개선돼야 할 과제로는 '노동 규제'를 꼽았다. 12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2024년 기업규제 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43.3%가 올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규제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지목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2월 전국 30인 이상 515개 기업을 대상으로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이뤄졌다. 중대재해처벌법 다음으로 부담을 느끼는 규제는 '주52시간제 등 근로시간 규제'(35.5%), '최저임금제도'(21.0%) 순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 기업들은 지난 4년간 21대 국회의 규제혁신 활동을 평가하며 100점 만점에 54.6점을 줬다. 또 기업 48.0%는 오는 5월 개원하는 22대 국회가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과제로 노동 규제를 들었다. 응답 기업의 70.2%는 올해 기업 규제환경이 '전년과 유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 외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15.0%,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14.8%로 집계됐다. 올해 규제혁신과 관련해 정부에 가장 바라는 점은 '정책 일관성 유지와 규제 불확실성 축소'라는 응답이 40.2%, '속도감 있는 기업 규제 완화 추진'이라는 응답이 39.0%로 높게 나타났다.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혁신 정책 중 가장 효과적인 정책으로는 '한시적 규제 유예'를 제시했다. 이 밖에 '규제혁신 플랫폼 온라인 사이트 신설', '기회발전특구 조성' 등의 응답이 높게 나왔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2024-03-12 18:0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