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경기침체(Recession) 공포가 '블랙 프라이데이'에 이어 '블랙 먼데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코스피지수 2700 선이 무너진 가운데 최근 한달 간의 고점(2891.35) 대비 최대 10%까지 낙폭이 예상되는 등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조정 국면이 연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가 '공포지수' VIX 29.66 4일 한국거래소 및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최근 2거래일 연속 급락한 가운데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2일(현지시간) 23.39까지 치솟았다. 전 거래일보다 25.82% 급등한 수치다. CBOE에 상장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옵션의 향후 30일간 변동성을 측정하는 VIX는 주가와 반대로 움직여 '공포지수'로 불린다. VIX가 장중 29.66(52주 최고치)까지 올랐다는 것은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커져 주가하락세에 접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 증시와의 동조화 현상 때문이다. 하나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미국 7월 실업률이 4.3%까지 상승하면서 10년물 미국 국채금리가 3.8%까지 급락했고, S&P500지수와 코스피지수는 고점 대비 각각 -5.7%, -7.4% 하락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VIX가 저점에서 평균 상단까지 상승하는 과정에서 S&P500지수와 코스피지수가 평균 6%, 8%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지수의 하락 정도는 과거 평균적인 공포 국면 진입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이제 막 미국에서 경기침체 논란이 시작됐고,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기다리는 동안 금리와 주가의 변동성만 높아질 수 있다"면서 "코스피지수가 하루 3% 이상 급락했던 사례를 통해 보면 코스피 회복에는 2개월 시간이 소요되고, 3개월 정도에는 급락 이전 수준으로 복귀한다"고 덧붙였다. ■코스피 '딥 밸류' 외국인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는 것은 국내 증시에 대표적인 악재로 꼽힌다. 외국인은 지난 2일 코스피·코스닥시장을 합쳐 997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코스피200선물도 1조8922억원 순매도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코스피시장은 지난달 11일 이후 급락세가 반복돼왔다"며 "수급적으로 보면 미국 빅테크 기업의 급락과 맞물려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외국인 선물 매도까지 대규모 출회된 만큼 '딥 밸류(Deep Value·극심한 저평가)'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최근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 역시 유가 급등을 불러와 증시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중동전쟁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아직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70달러대에 머물러 있지만 전쟁 분위기가 다시 고조될 경우 유가 상승 근거가 될 리스크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코스피지수는 고점 대비 10% 내외의 낙폭을 가정해 2600까지 예상한다"고 전했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도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이 잔존한 가운데 미국 경기둔화와 중동 불확실성이 중첩되면서 주가 약세 압력이 강화되고 있다"면서 "현재 코스피지수는 12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하면서 하방이 열리는 불리한 환경에 직면한 만큼 추가 하락도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2024-08-04 18:16:06이달 국내 시장에서 금이 하루 평균 169억1000만원어치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로 지정학적 위기가 부각되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투자 수요가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9일까지 국내 금 시장의 하루 평균 금 거래대금은 169억1000만원으로 집계됐다. KRX 금 시장이 개장한 지난 2014년 3월 이후 최대다.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대금(68억6000만원)의 2.4배 수준이다. 금 1kg 현물 거래대금은 하루 평균 161억6000만원, 미니 금 100g은 7억5000만원 거래됐다. 하루 평균 금 거래량은 16만895g으로 전달(7만4137g)의 2배 수준으로 늘었다. 금 1㎏ 현물 일평균 거래량은 15만3780g, 미니 금 100g은 7115g이다. 금 거래가 늘어난 건 지정학적 리스크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커진 영향이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꺾이고 중국 측 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제 금값이 급등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이달 7.1% 상승했다. KRX 금 시장에서 금 1kg 현물 가격은 한 달 새 10.3%, 미니 금 100g은 13.4%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5.6% 하락해 금 투자 심리가 강하게 나타났다. 중동사태 리스크와 이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 압력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중국 측 금 수요가 줄어들며 금 가격 상승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4-04-20 15:15:34[파이낸셜뉴스] 코스피지수가 미국 물가 불안과 중동 위기 등 겹악재에 두 달 만에 2500선으로 후퇴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5.45p(0.98%) 내린 2584.18를 기록했다. 이날 지수는 전장 대비 9.52p(0.36%) 오른 2619.15로 출발했으나 오전 중 2500선까지 하락했다. 이후 오후 들어 2600선을 회복했지만 최종적으로 2500선에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2600선 밑에서 장을 마감한 것은 지난 2월 6일 이후 두 달 만이다. 날 하락세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가 주도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는 각각 1834억원과 2013억원을 순매도한 가운데 개인 투자자는 3610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네이버(0.06%)를 제외하고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0.37%), SK하이닉스(-0.22%), LG에너지솔루션(-0.41%), 삼성바이오로직스(-1.15%), 현대차(-3.51%), 기아(-1.39%), 셀트리온(-0.58%) 등이 하락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일 재무장관 구두개입으로 환율 안정되면서 반등했지만 외인 선물 순매도 확대와 함께 하락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0.22p(0.03%) 오른 833.03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는 기관이 951억원을 사들인 반면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315억원, 563억원 순매도 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2024-04-17 16:46:18중소기업들이 치솟는 환율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통상 환율 급등은 '수출기업 수혜, 수입기업 피해'란 공식이 성립됐지만 현재는 수출입 기업 모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유가·고금리로 인해 물류비 등 비용 증가가 커지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8.60원(0.63%) 오른 1384.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380원대로 올라선 것은 1년5개월 만으로, 이란·이스라엘 충돌로 인한 중동 지정학적 위기감 고조에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 고점을 1400원대로 열어두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문제는 수출입이 많은 우리나라 기업들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일수록 환변동 위험에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기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인력이 풍부해 환위험 관리 전담직원을 둘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직원을 두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여기에 신용도가 낮아 은행으로부터 선물환거래 자체를 거부당할 수도 있고, 선물환거래를 할 경우에도 은행이 수수료를 높여서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환율이 1400원대에 근접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곳은 수입 중소기업이다. 당장 원자재와 제품을 사와야 하는데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부품과 자재를 공급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안산에 위치한 A중소기업 관계자는 "알루미늄, 구리 등 수입 원재료가 필수인데 환율 급등으로 인해 비용지출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올해 고환율을 예측하면서 경영계획에서 환율밴드를 1300~1350원으로 짰는데 벌써부터 예측을 벗어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렇다고 수출기업이 수혜인 것도 아니다. 물류비 등 부대비용이 크게 오른 상태인데, 수출단가에 부대비용 상승분까지 반영하기가 어려워서다. 미국에 떡볶이 밀키트를 판매하고 있는 B기업 대표는 "수출계약을 맺을 때 1년 단위로 하게 된다"며 "유가 상승으로 인해 물류비가 크게 올라 수익성이 악화됐는데 환율마저 치솟아 자칫 팔아도 남지 않는 장사가 될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중기업계 전문가는 "제조업 특성상 원자재 가격 수입·제조·납품 등으로 이어지는 기간이 6개월 정도 소요되므로 고환율로 인한 여파는 6개월 후에 올 수 있다"며 "환변동에 따른 보험지원 확대 등 중소기업의 환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2024-04-15 18:35:07[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영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홍해와 수에즈 운하의 무역로를 위협했던 예멘 후티 반군의 거점을 직접 공습했다. 후티 반군은 즉각 보복을 예고했으며 중동의 군사충돌이 이스라엘 밖으로 번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순항미사일 및 전투기로 거점 폭격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군과 영국군은 12일(이하 현지시간) 예멘의 후티 반군 점령지역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미군 관계자는 12곳 이상의 표적을 전투기와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로 공격했으며 잠수함을 포함한 여러 선박들이 동원되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후티 반군의 물자지원 중심지, 방공 시스템, 무기 저장소 등을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후티 반군이 운영하는 예멘 현지 알 마시라 방송은 폭격 직후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을 통해 폭격 사실을 확인했다. 방송은 반군이 점령한 수도 사나의 알 둘라이미 공군기지와 사나 동쪽의 호데이다 공항 인근 주둔지가 공격받았다고 밝혔다. 사나 남쪽 타이즈의 국제공항과 해안지역에서도 공격이 확인됐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공격 직후 성명을 내고 "오늘 미군은 내 지시에 따라 영국과 함께 예멘의 후티 반군이 세계의 중요한 무역로 중 하나에서 항해의 자유를 위협하기 위해 사용한 다수의 표적을 상대로 공습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호주와 바레인, 캐나다, 네덜란드가 이번 공격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영국의 리시 수낵 총리도 성명을 내고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영국을 포함해 다국적 상선들을 위협했다며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BBC 등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영국 공군은 이날 키프로스에 위치한 영국의 해외 기지인 아크로티리에서 이륙해 예멘으로 향했다. 출격한 영국 공군의 타이푼 전투기들은 2곳의 반군 표적을 폭격했다고 알려졌다. 약 30년의 독재정부를 거친 예멘에서는 2011년에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실각하고 과도 정부가 세워졌으며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이 과도 정부 수반으로 선출되었다. 그러나 이슬람 시아파 계열 무장 단체인 후티는 살레 정부의 잔당과 손잡고 반란을 일으켜 2014년 수도를 점령했다. 하디 정부는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로 피신했고, 사우디는 배후에 이란이 버티고 있는 시아파 세력을 축출하기 위해 이집트 등 중동 8개국과 연합군을 조직해 2015년 3월부터 반군을 노린 공습을 시작했다. 미국은 2015년만 해도 사우디를 지원했다. 그러나 2021년 취임한 바이든은 예멘 내전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2022년 4월 휴전을 통해 일단 전쟁을 멈췄다. 현재 후티 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모두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서방에 저항하는 일명 '저항의 축'을 자처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하자 참전을 선언하고 수에즈 운하와 홍해를 통과하는 이스라엘 관련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후티는 실제로 거의 모든 선박을 무차별 공격중이며 홍해를 통과하는 세계 물동량은 전체 대비 약 15%에 달한다. 중동 긴장 확대 위기영국의 수낵은 12일 성명에서 "후티 반군에게 추가적인 공격을 자제하고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라고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후티 반군 정부에서 외무 차관을 맡고 있는 후세인 알 잇지는 알 마시라 방송을 통해 미국과 영국이 "노골적인 적대행위에 따른 무거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후티 반군의 지도자 압둘 말릭 알후티는 폭격 직전인 11일 연설에서 서방이 자신들을 공격한다면 홍해를 겨냥한 공격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어떤 공격도 대응 없이 넘어가진 않을 것이다. 이전에 감행했던 무인기(드론) 20대와 미사일 여럿을 동원한 공격보다 더욱 큰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미 후티 반군은 지난해 11월 19일 홍해를 지나던 바레인 선적 자동차 운반선 '갤럭시 리더'호를 납치한 이후 이번 폭격 직전까지 28차례에 걸쳐 상선들을 공격했다. 미국은 지난달 후티 반군을 저지하기 위해 다국적 함대를 구성했으나 현재 함대를 구성하는 배는 미국과 프랑스, 영국 함선을 포함해 단 5척뿐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당 함대가 홍해 및 아덴만 근처를 순찰하고 있지만 상선만 치고 빠지는 후티 반군을 전부 견제하기에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후티 반군은 지난 9일 홍해 항로에 올해 들어 최대 규모의 원거리 공격을 가했으며 미국과 영국 등이 참여하는 서방 함대는 18개의 드론과 3개의 미사일을 요격했다. 미국과 영국의 이번 공습은 후티 반군의 도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추정된다. 다만 외신들은 이번 공습이 중동 분쟁을 키우는 계기가 될까 걱정하고 있다. 저항의 축을 이끌고 있는 이란은 11일 오전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오만만에서 미국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나포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국영 석유회사 투프라스는 세인트 니콜라스호에 대해 "투프라스가 이라크 석유수출공사(SOMO)에서 구입한 14만t의 원유를 싣고 이라크 바스라 항구에서 튀르키예 정유소로 향하던 중이었다"고 전했다. 이란의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세인트 니콜라스호가 이란의 석유를 훔쳐 미국에 제공했다며 법원 명령에 따라 나포했다고 주장했다. 오만만과 인근 호르무즈 해협은 홍해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나는 중요한 국제 에너지 무역로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최근 하마스를 거의 무너뜨리고 헤즈볼라 지휘관들을 사살했다며 이란이 이에 불만을 드러내기 위해 실력행사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바이든은 이번 공격 소식을 알리면서 "미국인과 국제 상업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지체 없이 추가 조치를 내리겠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1-12 09:26:54[파이낸셜뉴스]유라시아 전장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발발하며 중동 지정학도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에 전쟁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국제질서와 전쟁 빈도는 나름의 상관성을 찾아볼 수 있다. 국제적 세력 재배분이 빠르게 진행되던 20세기 초반기는 전쟁의 시대였다. 1, 2차 세계대전은 국제질서에서 패권 지형이 변화하던 시기와 맞물려 발발했다. 1차 세계대전은 독일의 힘이 성장하면서 유럽의 세력균형이 무너진 구도 속에서 발생했다. 한편 유럽발 전쟁이 세계대전으로 비화한 현실에 직면하여 더 이상의 비극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반성과 성찰로 1919년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 발족하였다. 하지만 다수의 국가가 탈퇴하는 등 공회전하며 국제연맹이 꿈꾸던 집단안보(Collective security)에 기반한 억지는 가동되지 않았고 그 결과 또 다른 비극이 2차 세계대전을 잉태하고 말았다. 2차 세계대전 후 국제사회는 다시 반성과 성찰을 통해 1945년 국제연합(United Nations)을 출범시켰다. 이로써 전쟁의 시대는 잠시 막을 내리게 된다. 전후 질서는 양극체제였다. 이 시기는 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미국과 소련이 양대 초강대국으로 세력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각자의 블록(Block)을 형성하여 군사력 경쟁 및 핵 대결을 펼치는 냉전(Cold War)이 지속되었다는 특징이 있다. 그럼에도 세력균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냉전이 열전(Hot War)으로 전이되지는 않았고 그 결과 강대국 간 전면전쟁 없이 1991년 소련의 붕괴로 냉전이 종식되었다. 따라서 냉전기는 안정적인 전쟁 억지의 시대였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남은 탈냉전기는 대규모 전쟁 부재의 시기였다. 미국과 대결할 수 있는 동급경쟁국이 부재한 상황에서 패권을 통한 군사적 압도로 전쟁이 유효한 수준으로 억지되던 시기였다. 탈냉전 시기인 2002년 미국 학자 존 뮐러(John Mueller)는 인류를 오랫동안 지배하던 전쟁이라는 제도(Institution) 자체가 확연히 감소하고 있으며, 이제 강대국 간 전쟁은 거의 부재한 가운데 내전과 같은 “잉여전쟁(The Remnants of War)”만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즉 전쟁 종언의 시대를 예고한 것이다. 하지만 탈냉전기들어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 등을 목도하면서 잉여전장이 단순히 잉여전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전으로 치닫는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특히 미국이 이러한 잉여전쟁에 치중하는 사이 중국 등 동급경쟁국이 성장하고 있었다. 따라서 미국은 뒤늦게나마 아시아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고 이러한 지정학적 중심지대 변경이 표면화되어 이제는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가 화두로 부상한 상태다. 그런데 신냉전은 과거 국제질서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금은 냉전기의 양극체제도, 탈냉전기의 단극체제도 아니며 그렇다고 다극체제도 아니다. 사실 냉전기는 느슨한 다극체제에 가깝기에 그 자체로 과도기 국제질서라고 볼 수 있다. 패권안정과 세력균형도 작동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후 국제적 안정을 담보하는데 기여한 유엔도 이제는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러한 혼돈은 본질적으로 전쟁 빈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신냉전이 전쟁의 시대로 점철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거시적 협력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쟁의 시대 도래를 막기 위해서는 이미 가동 중인 2개의 전장이 하루속히 종료되도록 해야 함도 동시에 점차 화약고로 변해가고 있는 대만해협 등 인도-태평양 전장에서의 위기관리도 중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위해 동맹강화, 동맹의 융합, 유사입장국 간 소다자 협력체 다양화 등이 절실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1,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다시 상기하는 과정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3-10-19 16:20:13[파이낸셜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18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요르단, 이집트 등 중동을 전격 방문한다. 확전 위기에 처한 가자지구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바이든 정부는 이스라엘이 봉쇄중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미군 파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관련국 정상들과 연쇄 회동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중동 순방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6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이 18일 이스라엘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바이든이 중동과 세계를 위해 중요한 순간에 이스라엘을 방문한다"며 "이스라엘과 연대를 및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철통같은 약속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미 여당인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뉴욕주)는 상원 개회 연설에서 "앞으로 며칠 안에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제공할 긴급 보완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가자지구를 지배하는 무장정파 하마스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하여 수천명의 사상자를 초래했다. 블링컨은 바이든이 이스라엘의 반격권을 확실히 언급할 것이라며 "또한 이스라엘이 자국민을 하마스로부터 보호하고 향후 다른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막을 의무가 있다는 점도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은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난 이후 주변국 정상들과 대화할 예정이다. 미국의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6일 발표에서 바이든이 이스라엘을 방문한 이후 요르단 암만을 찾아 요르단 및 이집트 정상과 연쇄 회동한다고 밝혔다. 이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마무드 압바스 수반과도 만날 계획이다. 가자지구는 유엔이 인정하는 유일한 팔레스타인 정부인 PA 관할이었으나 지난 2007년 내전으로 인해 하마스의 손에 떨어졌다. 블링컨은 이스라엘과 연대를 강조한 뒤 "미국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민간인들에게 구호품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마스가 이러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방해한다면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도록 만들겠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8일부터 가자지구를 봉쇄하면서 수도와 전기 등을 차단했으며 16일까지도 이를 복구하지 않았다. 확전 가능성 커져, 미국·이란 움직여 블링컨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지만 미군 투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바이든은 이번 사태 직후 이스라엘 인근에 항공모함 전단 2개를 파견했지만 15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미국 지상군 파병에 대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들은 16일 보도에서 미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이스라엘 지원을 위해 약 2000명의 병력을 선발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선발된 병력이 전투 병력은 아니라며 군사 자문과 의료 지원 임무를 맡는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파병 지역과 시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같은날 미 CNN 또한 미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 해병과 해군 총 2000명으로 구성된 신속 대응 부대가 이스라엘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 장관이 전날 저녁 이를 명령했으며 해당 병력이 의료와 병참 지원 같은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CNN은 미국이 이번 분쟁의 확전을 막기 위해 지역 내 군사력 강화로 무력 과시에 나설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점차 확전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7일 발표에서 이웃한 레바논의 헤즈볼라 표적을 공습중이라고 밝혔다.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는 레바논과 시리아 일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앞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 10일 발표에서 이란이 이번 하마스 공격의 배후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다만 16일 이란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이 다른 전선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17일 이란 국영 프레스TV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계속 공격하면 확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이라크 등 이슬람 국가 등을 순방한 그는 "저항 전선의 지도자들은 정치적 해법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믿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하지만 (가자 지구) 민간인에 대한 이스라엘 정권의 전쟁 범죄가 계속된다면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라고 말했다. 아미르압돌라히안은 특히 "저항 지도자들은 시오니스트(이스라엘 민족주의) 정권이 역내에서 원하는 대로 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몇 시간 이내에 (이스라엘을 겨냥해) 모든 선제 조치가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3-10-17 09:47:40중동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자 정부가 석유·가스 수급위기에 대비한 비상체계 가동에 착수했다. 석유·가스 수급위기가 현실화되면 민관이 보유한 2억배럴 규모의 비축유 방출(2019년 11월 말 기준), 석유수요 절감조치 등을 단계적으로 검토·시행한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부처는 잇달아 회의를 개최, 비상대응에 들어갔다. 6일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서울무역보험공사에서 국내 석유·가스 수급 및 가격동향 긴급점검회의를 개최했다. 한국석유공사, 가스공사, 정유사(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정부는 석유·가스 수급위기가 실제 발생할 경우 정부 보유 9650만배럴 등 총 2억배럴 규모의 비축유를 방출한다. 주 실장은 "미국의 이란 수입 예외조치 중단 발표, 호르무즈 해협 인근 유조선 피격 등 지난해 4월부터 지속되고 있는 중동 정세불안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며 "그 연장선상에서 국내 석유수급 및 가격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와 석유공사, 가스공사는 "현재까지 점검 결과 국내 도입에 차질은 없는 상황이다. 중동 지역 석유·가스시설이나 유조선 등에 대한 공격으로 직접적인 공급차질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향후 국제 석유·가스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아울러 청와대는 이날 오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소집했다. NSC 상임위 회의가 통상 매주 목요일 오후에 개최됐다는 점에서 이날 회의 소집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만큼 청와대가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 상황을 어느 때보다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장관들과 함께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중동 리스크를 논의했다. 원유수급 상황 점검, 국제유가 동향 등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주로 논의됐다. 7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열리는 확대거시금융회의에서도 중동 리스크가 우리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주로 논의될 예정이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2020-01-06 18:03:26[파이낸셜뉴스] 5일 외교부는 조세영 1차관 주재로 최근 중동 위기 대응 대책반을 구성했다. 미군의 표적 공습으로 이란의 군사령관이 사망하고, 이에 이란이 '가혹한 보복'을 예고하면서 중동 정세가 얼어붙고 있는데 대한 긴급 대응 차원이다. 중동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최우선 관심사는 중동 현지에 있는 우리 국민과 기업의 안전 확보다. 외교부는 대책반을 중심으로 상황에 대응하고 정부 국방부·산업부·국토부·해수부 등 유관 기관과도 협조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날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란이 미국에 가혹한 보복을 말했고 이란 체제의 특성상 이란이 모종의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다"면서 보복이 현실화될 경우 국제유가나 주식·환율시장에 반영될 것이고 향후 이 같은 위협 요소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이날 현재까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라크 내 교민과 기업인은 1600여명으로 이라크 외부 지방에 있어 실질적 위협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24시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이라크 외에 이란에는 우리 국민 290여명이 있고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레바논과 이스라엘에는 700여명, 150여명이 나가 있다"면서 "24시간 해외안전지킴센터를 통해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고, 기관·교민·기업과 소통체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군이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될 수 있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상선의 70%가 호르무즈를 지나다니고 있어 국제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데 변함은 없다"면서도 "아직까지 결정된 바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구체적 기여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을 아꼈다. 이 당국자는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가능성에 따른 안전조치 강화를 위한 구체적 논의를 위해 오는 6일 오전 관계부처 대책회의가 열리고, 회의를 통해 각종 대응 조치들을 점검하고 상부기관에 보고, 더 높은 차원의 부처협의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중동의 정세를 긴장 국면으로 이끈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사망 사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외교부 당국자는 "사항이 민감해 답변하기 곤란하지만 한·미는 적절한 선에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란의 가혹한 보복에 사이버 공격도 해당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국제전문가들 시각에 따르면 직접적 군사충돌은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은 이란 군부의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정예군) 사령관의 동선을 추적했고 그가 지난 2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 도착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전 지시에 따라 드론을 이용한 공습으로 차량 공격을 감행, 살해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 공습으로 솔레이마니와 동승했던 이라크 내 친(親)이란 시아파 민병대 지도자인 아부 마흐디 알 무한디스 역시 사망했다. 공습에는 미 공군 소속 무인기인 MQ-9리퍼가 동원됐고 차량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20-01-05 16:54:15[파이낸셜뉴스] 외교부는 최근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 위기상황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조세영 1차관 주관으로 유관 실·국 간부들로 구성된 부내 대책반을 출범하고 5일 첫 대책회의를 열였다고 밝혔다. 이날 1차 회의는 1차관 주재로 경제외교조정관, 북미국장, 아프리카·중동국장, 해외안전관리기획관 등이 참석했고, 역내 정세를 평가하고 재외국민 보호 조치 등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결과를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강 장관은 중동 지역에 체류중인 우리국민 및 기업의 안전 강화를 위해 만전을 기할 것을 각별히 당부했고, 외교부는 정세 안정화 단계까지 해외안전지킴센터를 중심으로 본부와 공관 간 24시간 긴급 상황대응체제를 유지키로 했다. 또 이날 구성된 외교부 부내 대책반을 중심으로 유사시에 적극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해외에 있는 우리 국민과 기업의 안전 확보가 정부 최우선적 과제인 만큼, 외교부는 미국 등 주요국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지속하며, 정세 동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이라크 등 역내 우리국민의 보호를 위해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외교부는 오는 6일 오전에는 관계부처 실무 대책회의를 아중동국장 주재로 개최하여, 중동정세 악화가 유가 등 우리 경제 및 재외국민·기업 보호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전방위적 대응책을 논의·강구할 예정이다. 회의에는 외교부는 물론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국방부, 해양수산부 등 유관기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란 #중동 #외교부 #대채반 #국민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20-01-05 15: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