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가정보원은 26일 이종석 원장이 나서 이스라엘과 이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현황과 전망을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중동과 러우 전쟁이 각기 휴전과 종전 국면에 돌입했지만 대규모 무력충돌이 재발할 위험이 여전히 크다고 봤다. 먼저 국정원의 중동 전황 보고에 대해선 정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선원 의원이 전했다. 박 의원은 “이스라엘과 이란이 무력충돌 12일 만에 전격 휴전에 합의했지만, 양측 적개심이 커서 언제든지 교전이 재개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습하면서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다시 충돌할 수 있다는 게 국정원의 전망이다. 외교가에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정치적으로 핀치에 몰린 터라 전쟁을 이어가려는 유인이 크고, 또 이란도 국내 이스라엘에 대한 적개심이 크고 핵무기 보유도 포기하기 어려운 터라 다시금 전쟁에 나설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관측이 많다. 여기에 더해 국정원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도 휴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중동 정세 불안이 지속되면서 국제유가 상승압박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스라엘과 이란 휴전 국면 덕에 급등세가 잡히면서 현재 국제유가는 60달러 중반 수준이지만, 중동 갈등의 불씨가 남은 만큼 경제안보 대응을 위해 예의주시한다는 게 국정원의 보고이다. 특히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대부분이 경유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이 봉쇄할 위험도 상존하는 만큼, 우리 선박 안전을 중심으로 대비하고 있다. 공급망 위기 징후를 미리 파악하기 위한 조기경보 업무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러우 전쟁에 대한 보고는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성권 의원이 브리핑했다. 이 의원은 “러시아가 우크라 영토의 약 20%를 장악했고, 우크라 정보당국에 의하면 러시아가 7~8월 하계 대공세 감행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군 추가파병 전망 보고를 전했다. 국정원은 북한의 대러 파병과 무기지원을 지속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지난해 10월 1만1000명 이후 2차 파견 4000명에 더해 오는 7~8월에 쿠르스크 재건을 위한 공병 등 6000명이 추가 투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무기지원의 경우 북한이 1000만발 포탄과 미사일, 장사정포 등을 선박과 군용기를 이용해 러시아에 전달했다고 보고했다. 반대급부로 러시아는 북한에 경제협력과 함께 △방공미사일 △전파교란 장비 △우주발사체 엔진, 드론, 미사일유도능력 개선 등 기술자문 등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5-06-26 17:04:29[파이낸셜뉴스]"미국의 셰일석유가 중동 전쟁의 판세를 바꿔놨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이 초대형 관통폭탄(MOP)인 ‘벙커버스터’ 폭탄을 이란의 핵시설 3곳에 투하로 이스라엘과 이란간 충돌에 개입하면서 세계 석유 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우려됐다. 이란이 미국의 폭격에 맞서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유가를 폭등시키는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란 의회는 지난 22일 해협 봉쇄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나 세계 시장이 그동안 크게 바뀌어 봉쇄된다고 해도 과거와 같은 오일 쇼크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석유 시장이 미국을 비롯해 수압파쇄법(프래킹)으로 생산되는 셰일 산유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중동산 석유 공급에 차질이 생겨도 견딜 수 있는 회복력이 강해져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폭격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의 에너지 증산에 대한 자신감 또한 있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1977년 세계 2차 석유 파동 당시 미국은 원유와 정제유를 연 31억배럴, 1인당 14배럴 어치를 수입했으며 이같은 수입량은 이라크 전쟁이 발생한 2003년까지 이어졌으며 천연가스 수입량도 상당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 15년동안 프래킹을 이용한 셰일 에너지 증산 덕에 석유 순수출량이 1인당 2.5배럴로 바뀌었으며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이 되는등 큰 변화가 왔다. 셰일 석유는 노동 집략적이고 기존 시추 방법에 비해 비용이 많이 소요되나 시추 작업 수개월만에 생산이 가능하다. 셰일 석유생산에 힘입어 지난 2016~19년 미국의 1일 산유량은 420만배럴로 증가하면서 이란의 산유량을 추월했다. 우려되는 것은 이란이 다른 주변 국가들의 석유 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 가능성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 등 적대적 행위는 주변 산유국들을 적으로 만들어 이란에게는 이득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통계에서 올해 1·4분기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이란의 하루 원유 수출량이 150만배럴인 것으로 집계됐다. 해협 봉쇄라도 할 경우 이란산 원유 수입에 높게 의존하는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동요시킬 수 있다. 중국은 이란 뿐만 아니라 다른 걸프만 국가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므로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순조롭게 통과하는 것이 국가 안보에도 필수적인 입장이다. 에너지 정보 기업 반다나 인사이츠의 창업자 반다나 하리는 경제전문방송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은 매우 미미하다"고 말했다. 이란이 중국까지 자극하기를 원하지 않고 있으며 자국의 석유 관련 시설이 표적이 될 위험도 있는 탓에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은 앞으로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5-06-24 11:05:51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직접 공격하면서 또다시 중동 전쟁의 수렁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이번 전쟁에 미국이 지상군까지 투입해야 할 상황이 오면 전쟁은 장기화되고, 미국 및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커질 전망이다. 미국은 중동에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개입했고, 모두 실패로 끝난 채 철수한 아픈 역사가 있다. 전철을 다시 밟는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지상군 투입으로 장기전 되나 미국은 21일(현지시간)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시설에 폭격을 가했다. CNN 등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외교적으로 핵문제를 해결하기 원했다. 미국이 자칫 중동 전쟁에 직접 개입하고 이것이 장기전으로 이어졌을 때 미국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JD 밴스 미국 부통령 등 주요 인사들은 미국이 이스라엘·이란 분쟁에 직접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9일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사실에 근거해 나는 앞으로 2주 안에 진행할지 말지(공격에 나설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흐름과 정반대로 이틀 만에 공격에 나선 것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우선 외교적 해결에 미온적인 이란의 태도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또 공격하기로 결단한 상황에서 이란을 속이기 위해 2주라는 시간을 꺼냈다는 해석도 있다. 결국 어떠한 경우가 됐건 이란의 핵 보유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이 지상군 파견"이라고 말했다. 지상군 파견은 전쟁의 장기화를 말한다. 미국은 2000년대 초반 9·11테러 이후 시작한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쟁 늪에 빠졌었다. 이라크전쟁의 경우 사담 후세인 정권을 몰아냈지만 침공의 빌미가 됐던 대량살상무기(WMD)를 찾지 못했고, 권력 공백기에 나온 무장단체들과 싸움으로 고전하다 2011년 철군했다. 아프가니스탄전쟁의 경우는 20년 만인 지난 2021년 쫓겨나다시피 철수했다. ■원유가 상승에 인플레이션 압박 중동 전쟁이 확전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게 됐다. 일단 원유 가격 급등이 예상된다. 국제유가는 지난 12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 이후 중동 지역 지정학적 위험을 반영, 이미 10% 넘게 급등했다. 이란의 보복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될 경우 세계 경제는 공황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 가스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유럽의 디젤 및 제트 원료 가격이 1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높일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어 금리 인하에 신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쟁이 연준의 금리 인하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미국 경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미 연준은 지난 18일 내놓은 수정 경제전망(SEP)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영향을 반영,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1.7%에서 1.4%로 3개월 만에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 10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1월 전망 대비 0.4%p 하락한 2.3%로 전망했다. 여기에 중동 분쟁이 더욱 확대될 경우 세계 경제의 성장은 더 낮아질 수 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2025-06-22 18:30:27미국이 중동 전쟁에 뛰어들었다. 미국은 요새화된 이란의 핵시설 3곳에 기습적으로 '벙커버스터' 등을 대량 투하했다. 이란은 보복을 선언했고, 중동 정세는 전쟁 확대 등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이란의 보복방식에 따라 확전과 함께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요동칠 전망이며, 관세전쟁 등으로 타격을 받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 커지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시설에 매우 성공적인 군사작전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후 대국민담화를 통해 "이란의 주요 핵농축 시설은 완전히 제거됐다"고 밝혔다. 포르도는 이란의 대표적인 핵 시설로 핵무기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 등이 진행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능력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 더 강력한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란에는 평화가 아니면 비극이 있을 것이며, 그 비극은 지난 8일간 목격한 것보다 훨씬 클 것"이라면서 핵 포기가 없으면 추가 공격이 이뤄질 것임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 "중동의 불량배(bully)인 이란은 이제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향후 공격은 훨씬 강력하고 훨씬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곧바로 보복을 예고했다.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는 소셜미디어에 "미국의 공격에 이란은 대응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며 "주권·이익을 지키기 위해 모든 선택지를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의 원자력기구(ATO) 역시 "핵 순교자들의 피 위에 세워진 이 국가 산업의 발전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B-2 폭격기 6대가 포르도 핵시설에 13.6t급 벙커버스터 12발을 투하했으며 미 해군 잠수함이 나탄즈와 이스파한 핵시설에 토마호크 미사일 30발을 발사했다. 벙커버스터는 땅 아래를 깊숙이 파고들어가 폭발하도록 설계된 공중투하용 초대형 관통폭탄으로 실전에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의 보복방식에 대해 미국과 그 동맹국을 공격하거나 원유 해상운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면 단기적으로 원유 가격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고 중동 전쟁이 확대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공격받은 이란의 핵시설이 완전히 제거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은 이란의 주요 핵시설을 다 파괴했다고 밝혔지만 이란은 큰 피해가 없다고 발표했다. 모하마드 마난 라이시 이란 의원은 이란 파르스통신에 포르도 시설이 심각한 손상을 입지 않았으며, 피해는 대부분 "지상 부분에 국한돼 복구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2025-06-22 18:08:00[파이낸셜뉴스]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안보 전문가가 20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면 "의심의 여지 없이 중동 지역 전쟁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리언 페네타 전 CIA 국장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20년 전 이라크에 들어가 수년간 지속된 전쟁을 시작하는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배워야 할 교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결국) 이란이 보복할 것"이라며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현재 이란 중부 쿰시 남쪽 산악지대의 포르도 우라늄 농축시설을 이란 핵 프로그램의 심장부로 간주하고 있다. 땅속 80~90m 깊이에 암반과 콘크리트로 된 이중 보호 구조를 갖추고 있어 미국이 보유한 길이 6.2m, 무게 1만 3000㎏급 초대형 관통탄인 GBU-57 MOP(Massive Ordnance Penetrator), 이른바 벙커버스터로만 물리적 타격이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를 실어 나를 수 있는 B-2 스텔스 폭격기도 미국만 보유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는 전날 "이란과의 협상이 가까운 미래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감안해 다음 2주 이내에 공격 여부를 결정하겠다"라며 일단 한발 물러섰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2025-06-21 17:30:44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천연자원과 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들의 수익률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미 원유 관련 주요 ETF들은 최근 한달간 상승률이 10%를 넘어섰고, 한동안 박스권에 갇혔던 금 관련 ETF들도 최근 일주일새 오름세가 두드러진다. 16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주요 운용사의 원유 관련 ETF 수익률이 두 자릿 수로 올라섰다. 지난 13일 기준으로 KODEXWTI원유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원유-파생)(H)(+12.43%),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원유-파생)(H)(+11.07%)이 수익률 10%를 넘어섰다. KB운용의 KBRISE미국S&P원유생산기업증권ETF(주식-파생)(합성H)(+7.18%)도 상승률을 높이고 있다. 이준재 삼성운용 매니저는 "최근 원유시장은 이란과 이스라엘간 긴장 고조로 인해 큰 변동성 겪고 있다"라며 "특히 최근 언급되는 호르무즈 해협의 경우 전세계 원유수송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어 군사적 긴장 확대시 원유가격이 추가적으로 급등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진단했다. 백종원 미래에셋운용 ETF운용부문 매니저도 "향후에도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될 경우,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되어 해당 ETF를 통해 투자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천연가스 ETF도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1개월 기준 삼성액티브KoAct미국천연가스인프라액티브증권ETF(주식)(+1.45%) KBRISE미국천연가스밸류체인증권ETF(주식)(+1.26%) 등의 성과가 눈에 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원유 및 천연가스 생산국으로, 중동 지역 공급 차질 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대체 공급원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정학적 리스크로 중동산 원유·가스 공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미국 내 원유 생산기업(엑슨모빌, 쉐브론 등)과 천연가스(LNG) 생산·수출 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KB운용 관계자는 "올해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과 LNG 수출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며, 신규 LNG 프로젝트 가동으로 글로벌 공급 확대가 기대된다"라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극단적 시나리오에서는 미국산 원유·가스의 글로벌 수요가 더욱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전자산인 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재차 주목받고 있다. 이날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10~16일)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H)'는 6.00% 상승했다. 해당 상품은 금 선물의 수익률을 2배 추종한다. 'KODEX 골드선물(H)'과 'TIGER 골드선물(H)'은 같은 기간 각각 3.00%, 3.16% 올랐다. 같은 기간 금 현물에 투자하는 'ACE KRX 금현물' 역시 3.49% 상승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금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로 지난 4월까지 급등한 뒤 이후에는 박스권에 머물렀다. 흐름이 바뀐 건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면서다.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지난 13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8월물은 3452.8달러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였던 3500달러를 눈 앞에 뒀다.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점이 임박한 것도 금값을 자극하고 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제네바 합의(관세 전쟁 휴전)를 위반했다고 비판하면서 관세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다"며 "곧 관세 유예 종료가 끝나는 만큼 금에 대한 선호 심리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김찬미 기자
2025-06-16 18:43:27이스라엘이 이란 핵·군사시설에 이어 가스전 등에 대한 공습을 사흘째 이어가고 있다. 이란도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 미사일을 쏘며 대규모 보복공격에 나섰다. 미국의 암묵적 지원하에 벌어진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충돌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이란이 중동의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한다면 중동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는 상당한 후폭풍이 우려된다.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은 이란의 가스전 등 에너지시설, 국방부 핵심시설을 공습했다. 공격을 받은 이란 남부 걸프해역의 최대 공장인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정제시설 일부는 생산이 중단됐다. 이스라엘은 지난해에도 이란 본토를 공격했는데, 이번에는 핵·정유시설을 중심으로 타격을 가하고 있어 전면전 우려가 한층 높아졌다. 이란도 예루살렘 등 주요 도시와 군사시설에 수백발의 탄도미사일을 쏘며 반격했다. 미사일이 떨어진 일부 건물은 파괴됐고, 많은 인명 피해가 났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의 침략이 계속된다면 더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동전 확전 우려에 유가는 급등했다. 지난 13일 새벽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기습공격 직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3달러로 7%가량 치솟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이후 최고치다. WTI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14%대까지 급등했다. 코스피를 포함해 세계 증시는 하락했고, 금값은 치솟았다. 중동발 금융시장 충격이 이번 주에도 이어질 것이다. 전쟁이 확대되면 유가는 단숨에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유조선 공격 위험이 현실화하면 유가는 현재의 배 이상 폭등하고, 오일쇼크가 재현될 수도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의 유일한 해상 수송로다. 이 바다를 통해 이란과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가 전 세계 수송량의 25%에 이르는 일평균 2000만배럴 정도 오간다.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최후 수단으로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해 서방국의 원유·천연가스 수출로를 끊어버릴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렇게 되면 고물가와 내수침체, 수출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는 설상가상의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 우리는 원유의 70% 이상, 액화천연가스(LNG)의 3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데, 상당량을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 가져와야 한다. 물가 불안과 원자재 수급난, 운송비용 상승 등 후유증이 우려된다. 수십조원의 추가경정예산과 같은 내수진작 정책 효과도 반감된다. 경기가 더 침체되고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 우리 정부는 국내에 6개월 이상의 석유·가스를 비축하고 있다고 한다. 단계별 위기대응 시나리오도 갖고 있을 것이다. 이란이 중국, 러시아 등 친이란파 국가의 반발을 무릅쓰고 호르무즈해협 봉쇄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직접 공격받지 않는 한 이스라엘·이란 충돌에 직접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16~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정상들이 중동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중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중동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유가·환율·물가 등 금융과 실물경제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면서 즉각적 대응수단을 갖추어야 한다. 최악의 사태까지 고려해 민관 모두 대비책을 마련해 둬야 할 것이다.
2025-06-15 19:32:00[파이낸셜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이 각국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전쟁이 거의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탄탄한 성장세까지 겹쳐 세계 경제가 연착륙할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금융 시장 변동성,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긴장, 장기 성장 전망 둔화 등으로 인해 다시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경제 성장세가 둔화할 위험 역시 상존한다고 IMF는 단서를 달았다. 9.4→5.8→3.5% IMF는 22일(현지시간)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전 세계 인플레이션이 올해 평균 5.8%에서 내년 말에는 3.5%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예상되는 5.8%는 인플레이션이 한창이던 2022년 3분기에 기록한 9.4%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내년에는 올해 물가 상승률의 절반 가까이로 물가가 더 떨어진다는 전망이다. 특히 내년 말 예상되는 3.5% 물가상승률은 팬데믹 이전 20년 평균치를 소폭 밑도는 수준이다. 세계 경제가 팬데믹에 따른 전 세계 인플레이션 충격을 내년에는 모두 떨쳐낸다는 뜻이다. IMF는 보고서에서 “전 세계의 인플레이션과 전쟁은 거의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하강 위험은 여전 그러나 이 같은 승전 선언에도 불구하고 IMF는 당면한 문제들이 여전히 산적해있다고 경고했다. 금리, 정부 재정지출,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개혁과 투자 확대 등 각국이 3가지 방면의 정책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CNBC에 따르면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피에르 올리비에 고린카스는 “인플레이션(하강) 희소식에도 불구하고 (경제 성장) 하강 위험은 점증하고 있으며 이제 (경제) 전망을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IMF는 인플레이션은 올바른 길로 가고 있지만 전 세계 정책 담당자들은 세계 경제 성장률 둔화라는 새로운 도전에 맞닥뜨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IMF는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각각 3.2%로 “감동적이지는 않지만 안정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IMF는 미국이 예상보다 더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한편 아시아 신흥국들 역시 인공지능(AI) 관련 투자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유럽 주요국 경제, 또 일부 신흥국들은 고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불안 IMF는 세계 경제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금융 시장 불안을 지목했다. 지난 8월 초 덮쳤던 갑작스러운 시장 매도세 같은 시장 불안이 재발하면 세계 경제가 성장 궤도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일본 금리 인상에 따른 돌발적인 엔캐리 트레이드 철수와 예상보다 취약한 미 노동 지표가 촉발했던 8월 시장 매도세가 비록 지금은 안정됐지만 우려는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난 여름 금융 시장 변동성 재발은 감춰진 변동성에 대한 옛 공포를 환기시켰다”면서 “이로 인해 적절한 통화정책 기조에 관한 우려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IMF는 인플레이션이 이 상태에서 더 떨어지지 않을 경우 각국의 인플레이션 대응이 강화되면서 고금리가 지속되고 이에 따라 금융 시장이 요동칠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지정학적 불안 IMF가 지목한 또 다른 불안 요인은 지정학적 긴장 고조였다. 특히 중동 지역 갈등과 이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우려였다. 또 IMF는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가 더 가팔라지고, 인플레이션 하강이 멈칫하면서 지금의 고금리가 더 지속되거나, 전 세계 교역을 위협하는 보호주의 발호 등을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들로 지목했다. 미 대선이 이제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누가 이기든 미국의 보호주의는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고 있고, 무엇보다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판에 우위로 돌아선 상태다. 이 같은 불안 요인들로 인해 IMF의 장기 전망은 밝지 않았다. IMF는 2029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3.1%에 그쳐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비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10-23 02:51:34[파이낸셜뉴스]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 공격을 검토하면서 중동이 석유전쟁에 맞닥뜨릴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하루 170만배럴을 수출하는 이란 석유 시설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가동이 중단되면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 충격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협력하는 다른 중동 국가들의 석유 시설을 공격해 이들의 석유 수출에 차질을 일으키면 그 충격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 경제에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다만 이란이 오랜 경제제재로 무기들이 낡아 전력이 약화된 데다 미국을 비롯해 각국이 이란의 보복 대응 파괴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보여 실제 충격은 우려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란 석유 수출이 막히더라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증산 만으로도 그 부족분을 메울 수 있어 유가 폭등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스라엘, 이란 석유 시설 칠까 이스라엘은 지난 4월에도 이란 석유 시설 공습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이란이 드론과 미사일들로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체면치레만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양국 간에 긴장이 고조되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이스라엘이 좀 더 공격적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미국도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 시설 공격 가능성을 대비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미 전 대통령 에너지 보좌관을 지낸 밥 맥낼리 래피디언 에너지 그룹 창업자는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을 전망하고 있다. 맥낼리는 이스라엘이 “눈에는 눈”보다 더 강한 “눈 하나에 눈 3개” 모드라면서 “이번에는 4월에 비해 훨씬 더 큰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애널리스트 출신인 RBC캐피털 마켓츠 상품전략 책임자 헬리마 크로프트는 미국이 이란 에너지 인프라 공격을 제한할 것을 이스라엘에 요구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로프트는 이스라엘은 석유 시설을 “저항의 축의 ATM(현금인출기)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르그섬 이란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석유 시설은 수도 테헤란에서 약 25km 떨어진 남부 연안의 카르그섬 석유 수출 시설이다. 카르그섬의 석유 수출항은 이란 석유 수출의 약 90%를 담당하는 핵심 시설이다. 크로프트는 이란의 카르그섬에 위험이 집중돼 있다면서 이란 석유 부문의 필수적인 신경계가 바로 이곳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카르그섬 석유 수출 시설을 곧 공격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이란 유조선단이 이례적으로 섬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조선 입출항 흐름을 추적하는 탱커트래커스닷컴의 사미르 마다니 최고경영자(CEO)는 전례 없이 카르그섬 인근에서 이란 유조선단이 석유를 싣지도 않고 대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에도 이라크가 카르그섬 석유 시설 파괴를 위협했고, 항구를 떠나는 유조선들을 목표로 공격하기도 했다. 카르그섬보다 중요도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아바단 정유시설도 이스라엘이 대안으로 고려할 만한 대상이다. 컨설팅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아바단 정유설비는 이란 석유 정제 능력의 약 17%, 이란 휘발유 공급의 13%가 집중된 곳이다. 씨티그룹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아바단 석유 인프라를 공격해도 하루 최대 45만배럴 석유 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카르그섬을 공격하면 하루 최대 150만배럴, 전 세계 하루 석유 수요의 1.4%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란의 대응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설비를 공습하면 이란이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크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은 이란이 이스라엘이 아닌 사우디 석유 설비를 공격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서방에 직접 타격을 주기 위한 방안으로 가장 효과가 크다. 그러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RBC의 크로프트는 이란과 사우디가 지난해 외교 관계를 회복했고,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침공 이후에는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면서 이란이 사우디 공격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신 이란은 예멘 후티 반군 등 중동 지역 대리인들을 내세워 홍해에서 유조선들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후티 반군은 가자전쟁 이후 홍해에서 유조선들을 공격해 선박들이 홍해와 수에즈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을 도는 먼 우회로를 택하도록 한 바 있다. 또 다른 치명적인 대응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해 유조선들의 출입을 막은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20%를 책임지는 핵심 해상 교통로다. 다만 미국이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도발을 효과적으로 막는 등 서방의 대응능력이 크게 높아져 이란의 파괴력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100달러 갈까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을 공습하고, 이란이 보복에 나서면 유가는 뛸 가능성이 높다.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이미 큰 폭으로 올랐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헤닝 글로이스틴은 이란과 이스라엘 갈등이 석유 시설 타격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브렌트가 배럴당 85달러를 웃도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이스틴은 그러나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을 공습하면 얘기가 달라진다면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지만 호르무즈 해협 항행이 차질을 빚을 정도의 이란 역습이 없다면 브렌트가 이보다 더 높이 뛰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그룹은 만약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2008년에 기록한 브렌트 사상 최고치 배럴당 147.50달러 돌파도 각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악의 시나리오, 현실성 없다 그렇지만 최악을 대비하기는 해야겠지만 실제로 최악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지 않는 한 이란 석유 생산, 수출 차질은 다른 중동 산유국들이 증산으로 곧바로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2년 동안 감산을 진행해 생산 여력이 있고, 특히 사우디와 UAE는 즉각 증산이 가능하다. 생산여력은 하루 500만배럴이 넘어 이란 하루 산유량을 압도한다. 컨설팅업체 우드매킨지의 석유시장 담당 부사장 앤루이스 히틀은 생산여력은 ‘확실한 쿠션’이라고 평가했다. 증산이 즉각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석유 소비국들은 이런 경우를 대비한 비축유를 풀어 유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 다만 미 석유 비축 규모가 1980년대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고, 완충작용을 할 수 있는 미 셰일 석유 역시 대규모 비용이 드는 생산 확대를 꺼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10-05 04:02:04"사이렌 소리와 방공호 대피가 일상화돼 있을 정도로 전시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가능성에 양국에 진출한 국내 주요 기업들이 비상모드에 돌입했다. 주재원 등 현지 인력들의 안전 확보를 우선으로 거래처 및 공급망 관리에 분주한 모습이다. ■타 지역 이동·귀국 등 대응 '분주'이스라엘 현지 한 교민은 3일 파이낸셜뉴스와 통화에서 "지금은 전시상황으로 이스라엘 유대교 신년 연휴 기간이 끝나는 4일 이후부터 보다 정확한 현지 정세 파악이 가능해질 것 같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에는 국내 삼성전자 판매법인 및 R&D센터, 현대차 등의 주재원이 파견된 상태다. 삼성전자는 이스라엘 주재원 등 직원들을 타 지역으로 이동시켜 재택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중동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정세를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LG전자는 이스라엘과 거리가 있는 이집트에서 생산기지를 운영해 현재 직접적인 피해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해상운임지수 추세와 운임비 상승 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외 기업 중에선 미국의 종합 반도체 기업인 인텔(생산시설), 엔비디아(인공지능 연구소) 등이 진출해 있다. 인텔의 경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2월 이스라엘에 250억달러(약 34조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중동사태가 확전으로 이어질 경우 반도체 업황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등 대기업 모니터링 강화현대차그룹도 현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스라엘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이스라엘 시장 점유율은 28.7%에 달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스라엘, 레바논 등 현지 피해는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스라엘에 오픈이노베이션 센터인 '현대 크래들 텔아비브(TLV)'를 두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 당시 현지 파견 주재원을 일시 귀국조치했다. 텔아비브 현지 채용인력은 정상업무 중이며 상황에 따라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산업계는 중동지역 전쟁 확전으로 해상운임 폭등 가능성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상운임이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연초 대비 높은 상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로 추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수출 채산성이 악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9월 마지막 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135.08로 연초 1061.14 대비 2배 이상 높다. 물류비용 상승에 큰 영향을 받는 타이어 업계의 경우 가격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선사 다변화 등에 돌입했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시작된 이후 계약선사 대상을 더욱 확대해서 보고 있다"며 "운송비용은 최대한 낮추고 빠르게 옮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전쟁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선박 우회에 따라 운임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최종근 김준석 기자
2024-10-03 18:1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