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이 각국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전쟁이 거의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탄탄한 성장세까지 겹쳐 세계 경제가 연착륙할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금융 시장 변동성,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긴장, 장기 성장 전망 둔화 등으로 인해 다시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경제 성장세가 둔화할 위험 역시 상존한다고 IMF는 단서를 달았다. 9.4→5.8→3.5% IMF는 22일(현지시간)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전 세계 인플레이션이 올해 평균 5.8%에서 내년 말에는 3.5%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예상되는 5.8%는 인플레이션이 한창이던 2022년 3분기에 기록한 9.4%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내년에는 올해 물가 상승률의 절반 가까이로 물가가 더 떨어진다는 전망이다. 특히 내년 말 예상되는 3.5% 물가상승률은 팬데믹 이전 20년 평균치를 소폭 밑도는 수준이다. 세계 경제가 팬데믹에 따른 전 세계 인플레이션 충격을 내년에는 모두 떨쳐낸다는 뜻이다. IMF는 보고서에서 “전 세계의 인플레이션과 전쟁은 거의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하강 위험은 여전 그러나 이 같은 승전 선언에도 불구하고 IMF는 당면한 문제들이 여전히 산적해있다고 경고했다. 금리, 정부 재정지출,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개혁과 투자 확대 등 각국이 3가지 방면의 정책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CNBC에 따르면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피에르 올리비에 고린카스는 “인플레이션(하강) 희소식에도 불구하고 (경제 성장) 하강 위험은 점증하고 있으며 이제 (경제) 전망을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IMF는 인플레이션은 올바른 길로 가고 있지만 전 세계 정책 담당자들은 세계 경제 성장률 둔화라는 새로운 도전에 맞닥뜨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IMF는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각각 3.2%로 “감동적이지는 않지만 안정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IMF는 미국이 예상보다 더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한편 아시아 신흥국들 역시 인공지능(AI) 관련 투자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유럽 주요국 경제, 또 일부 신흥국들은 고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불안 IMF는 세계 경제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금융 시장 불안을 지목했다. 지난 8월 초 덮쳤던 갑작스러운 시장 매도세 같은 시장 불안이 재발하면 세계 경제가 성장 궤도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일본 금리 인상에 따른 돌발적인 엔캐리 트레이드 철수와 예상보다 취약한 미 노동 지표가 촉발했던 8월 시장 매도세가 비록 지금은 안정됐지만 우려는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난 여름 금융 시장 변동성 재발은 감춰진 변동성에 대한 옛 공포를 환기시켰다”면서 “이로 인해 적절한 통화정책 기조에 관한 우려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IMF는 인플레이션이 이 상태에서 더 떨어지지 않을 경우 각국의 인플레이션 대응이 강화되면서 고금리가 지속되고 이에 따라 금융 시장이 요동칠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지정학적 불안 IMF가 지목한 또 다른 불안 요인은 지정학적 긴장 고조였다. 특히 중동 지역 갈등과 이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우려였다. 또 IMF는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가 더 가팔라지고, 인플레이션 하강이 멈칫하면서 지금의 고금리가 더 지속되거나, 전 세계 교역을 위협하는 보호주의 발호 등을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들로 지목했다. 미 대선이 이제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누가 이기든 미국의 보호주의는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고 있고, 무엇보다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판에 우위로 돌아선 상태다. 이 같은 불안 요인들로 인해 IMF의 장기 전망은 밝지 않았다. IMF는 2029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3.1%에 그쳐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비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10-23 02:51:34[파이낸셜뉴스]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 공격을 검토하면서 중동이 석유전쟁에 맞닥뜨릴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하루 170만배럴을 수출하는 이란 석유 시설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가동이 중단되면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 충격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협력하는 다른 중동 국가들의 석유 시설을 공격해 이들의 석유 수출에 차질을 일으키면 그 충격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 경제에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다만 이란이 오랜 경제제재로 무기들이 낡아 전력이 약화된 데다 미국을 비롯해 각국이 이란의 보복 대응 파괴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보여 실제 충격은 우려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란 석유 수출이 막히더라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증산 만으로도 그 부족분을 메울 수 있어 유가 폭등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스라엘, 이란 석유 시설 칠까 이스라엘은 지난 4월에도 이란 석유 시설 공습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이란이 드론과 미사일들로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체면치레만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양국 간에 긴장이 고조되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이스라엘이 좀 더 공격적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미국도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 시설 공격 가능성을 대비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미 전 대통령 에너지 보좌관을 지낸 밥 맥낼리 래피디언 에너지 그룹 창업자는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을 전망하고 있다. 맥낼리는 이스라엘이 “눈에는 눈”보다 더 강한 “눈 하나에 눈 3개” 모드라면서 “이번에는 4월에 비해 훨씬 더 큰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애널리스트 출신인 RBC캐피털 마켓츠 상품전략 책임자 헬리마 크로프트는 미국이 이란 에너지 인프라 공격을 제한할 것을 이스라엘에 요구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로프트는 이스라엘은 석유 시설을 “저항의 축의 ATM(현금인출기)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르그섬 이란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석유 시설은 수도 테헤란에서 약 25km 떨어진 남부 연안의 카르그섬 석유 수출 시설이다. 카르그섬의 석유 수출항은 이란 석유 수출의 약 90%를 담당하는 핵심 시설이다. 크로프트는 이란의 카르그섬에 위험이 집중돼 있다면서 이란 석유 부문의 필수적인 신경계가 바로 이곳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카르그섬 석유 수출 시설을 곧 공격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이란 유조선단이 이례적으로 섬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조선 입출항 흐름을 추적하는 탱커트래커스닷컴의 사미르 마다니 최고경영자(CEO)는 전례 없이 카르그섬 인근에서 이란 유조선단이 석유를 싣지도 않고 대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에도 이라크가 카르그섬 석유 시설 파괴를 위협했고, 항구를 떠나는 유조선들을 목표로 공격하기도 했다. 카르그섬보다 중요도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아바단 정유시설도 이스라엘이 대안으로 고려할 만한 대상이다. 컨설팅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아바단 정유설비는 이란 석유 정제 능력의 약 17%, 이란 휘발유 공급의 13%가 집중된 곳이다. 씨티그룹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아바단 석유 인프라를 공격해도 하루 최대 45만배럴 석유 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카르그섬을 공격하면 하루 최대 150만배럴, 전 세계 하루 석유 수요의 1.4%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란의 대응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설비를 공습하면 이란이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크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은 이란이 이스라엘이 아닌 사우디 석유 설비를 공격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서방에 직접 타격을 주기 위한 방안으로 가장 효과가 크다. 그러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RBC의 크로프트는 이란과 사우디가 지난해 외교 관계를 회복했고,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침공 이후에는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면서 이란이 사우디 공격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신 이란은 예멘 후티 반군 등 중동 지역 대리인들을 내세워 홍해에서 유조선들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후티 반군은 가자전쟁 이후 홍해에서 유조선들을 공격해 선박들이 홍해와 수에즈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을 도는 먼 우회로를 택하도록 한 바 있다. 또 다른 치명적인 대응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해 유조선들의 출입을 막은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20%를 책임지는 핵심 해상 교통로다. 다만 미국이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도발을 효과적으로 막는 등 서방의 대응능력이 크게 높아져 이란의 파괴력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100달러 갈까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을 공습하고, 이란이 보복에 나서면 유가는 뛸 가능성이 높다.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이미 큰 폭으로 올랐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헤닝 글로이스틴은 이란과 이스라엘 갈등이 석유 시설 타격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브렌트가 배럴당 85달러를 웃도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이스틴은 그러나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을 공습하면 얘기가 달라진다면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지만 호르무즈 해협 항행이 차질을 빚을 정도의 이란 역습이 없다면 브렌트가 이보다 더 높이 뛰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그룹은 만약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2008년에 기록한 브렌트 사상 최고치 배럴당 147.50달러 돌파도 각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악의 시나리오, 현실성 없다 그렇지만 최악을 대비하기는 해야겠지만 실제로 최악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지 않는 한 이란 석유 생산, 수출 차질은 다른 중동 산유국들이 증산으로 곧바로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2년 동안 감산을 진행해 생산 여력이 있고, 특히 사우디와 UAE는 즉각 증산이 가능하다. 생산여력은 하루 500만배럴이 넘어 이란 하루 산유량을 압도한다. 컨설팅업체 우드매킨지의 석유시장 담당 부사장 앤루이스 히틀은 생산여력은 ‘확실한 쿠션’이라고 평가했다. 증산이 즉각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석유 소비국들은 이런 경우를 대비한 비축유를 풀어 유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 다만 미 석유 비축 규모가 1980년대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고, 완충작용을 할 수 있는 미 셰일 석유 역시 대규모 비용이 드는 생산 확대를 꺼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10-05 04:02:04"사이렌 소리와 방공호 대피가 일상화돼 있을 정도로 전시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가능성에 양국에 진출한 국내 주요 기업들이 비상모드에 돌입했다. 주재원 등 현지 인력들의 안전 확보를 우선으로 거래처 및 공급망 관리에 분주한 모습이다. ■타 지역 이동·귀국 등 대응 '분주'이스라엘 현지 한 교민은 3일 파이낸셜뉴스와 통화에서 "지금은 전시상황으로 이스라엘 유대교 신년 연휴 기간이 끝나는 4일 이후부터 보다 정확한 현지 정세 파악이 가능해질 것 같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에는 국내 삼성전자 판매법인 및 R&D센터, 현대차 등의 주재원이 파견된 상태다. 삼성전자는 이스라엘 주재원 등 직원들을 타 지역으로 이동시켜 재택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중동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정세를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LG전자는 이스라엘과 거리가 있는 이집트에서 생산기지를 운영해 현재 직접적인 피해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해상운임지수 추세와 운임비 상승 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외 기업 중에선 미국의 종합 반도체 기업인 인텔(생산시설), 엔비디아(인공지능 연구소) 등이 진출해 있다. 인텔의 경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2월 이스라엘에 250억달러(약 34조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중동사태가 확전으로 이어질 경우 반도체 업황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등 대기업 모니터링 강화현대차그룹도 현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스라엘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이스라엘 시장 점유율은 28.7%에 달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스라엘, 레바논 등 현지 피해는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스라엘에 오픈이노베이션 센터인 '현대 크래들 텔아비브(TLV)'를 두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 당시 현지 파견 주재원을 일시 귀국조치했다. 텔아비브 현지 채용인력은 정상업무 중이며 상황에 따라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산업계는 중동지역 전쟁 확전으로 해상운임 폭등 가능성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상운임이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연초 대비 높은 상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로 추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수출 채산성이 악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9월 마지막 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135.08로 연초 1061.14 대비 2배 이상 높다. 물류비용 상승에 큰 영향을 받는 타이어 업계의 경우 가격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선사 다변화 등에 돌입했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시작된 이후 계약선사 대상을 더욱 확대해서 보고 있다"며 "운송비용은 최대한 낮추고 빠르게 옮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전쟁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선박 우회에 따라 운임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최종근 김준석 기자
2024-10-03 18:14:14전쟁에 대한 인류 최초의 체계적인 기록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Peloponnesian War·BC 431~404)'다. 중국 춘추시대 손자병법이 비슷한 시기인 기원전 5세기경 나왔지만 전쟁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이기보다는 군사학설과 경험을 묶은 병법서에 가깝다. 아테네의 역사가 펠로폰네소스는 낮에는 스파르타군과 싸우고, 밤에는 졸음을 참으며 전투 중에 일어났던 참상을 기록했다. 당시 전쟁은 두 동맹세력 간의 '세계대전'으로 27년간 지속된 장기전으로 '유례가 없는 전쟁(A war no like)'이었다. 도시국가들의 제국주의적 팽창으로 정치와 사회의 기반이 무너졌고, 무모한 정치가들은 전쟁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2500여년의 역사를 들추어내는 것은 작금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의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의 전쟁 못지않게 참혹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 국제판에는 일주일에 최소 3회는 두 개의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과 민간인의 시신 앞에서 울부짖는 사진이 1면 톱기사와 함께 실린다. 평화의 상징인 파리올림픽 기간에도 전선에서는 각종 첨단무기들이 불을 뿜었다. 양측은 영토를 한 치라도 더 확보하는 것에 금메달을 따는 것처럼 총력전을 전개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는 방어전략에서 벗어나 러시아 영토에 기습공격을 감행했다. 허를 찔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민간인 아파트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이 미사일 공격으로 계단에 피신시킨 부인과 세 딸이 사망하고 혼자만 살아남은 우크라이나 가장의 비극은 필설로 다할 수 없다. 갑자기 차출당해 피해가 발생한 러시아 징집병 부모들은 푸틴을 원망하며 불안감을 표출했다. 우크라이나군에 포로가 된 징집병들은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지도력이 흔들린 푸틴은 다시 강공을 선택했다. 중동 가자지구 중부에서 소아마비 백신 접종여건 보장을 위한 사흘간의 임시휴전이 시작됐지만 휴전지역을 제외한 북부와 남부에서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계속됐다. 학교에도 포탄이 떨어져 11명의 인명이 숨졌다. 인명 살상은 일상사가 되었다. 가자지구에 억류되어 있던 이스라엘 인질 6명이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이스라엘 전역에서는 최대 규모의 반전시위가 일어났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책임자들을 잡을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고 전쟁 지속을 선언했다. 내부 결속이 특징인 유대인 사회에서 인질들이 돌아올 때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가족들이 반(反)네타냐후 시위를 전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하마스 공격 전에 부정부패 혐의로 탄핵 위기에 몰렸던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완전 소탕을 주장하며 휴전을 거부했다. 3년 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전쟁, 만 1년이 다가오는 중동전쟁 모두 스트롱맨들의 정의롭지 못한 국내정치에서 비롯되었다. 러시아 국민들의 자존심을 내세워 나토(NATO)의 동진을 막는다는 명분하에 종신집권을 꿈꾸는 푸틴, 부정부패로 초유의 탄핵 위기에 처했던 네타냐후 역시 자신의 위기 탈출을 모색하던 중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내세워 반전을 모색했다. 국내정치의 돌파구로 전쟁을 선택한 것이다. 전쟁론의 저자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정치의 도구로 보았다. 정치적 목적에 따라 전쟁이 시작될 수도 있고, 중단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제는 두 독재 지도자의 개인적 야망을 제외하고는 전쟁이 지속될 이유는 없다. 살상과 비극은 충분하다.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합리적인 집단지성들이 문제를 제기해야 할 시점이다. 두 달도 안 남은 미국 대선의 승자는 조속한 종전을 모색해야 한다. 초강대국 미국이 세계를 위해서 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그게 미국의 존재 의의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약력 △65세 △미주리대학교 대학원 응용경제학 박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민주평통 사무처장 △서울시 통일기반조성위원장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2024-09-10 18:37:03[파이낸셜뉴스]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에서 암살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위기에 직면해있다. 하니예 암살사건으로 촉발요인의 폭발력이 극대화된 상태인 것이다. 따라서 이란 혁명수비대의 군사훈련 등 하나하나의 행동에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 둔화는 미국의 힘이 약해지고 있는 구도와 무관치 않다. 미국의 패권지위가 낮아지면서 외교력과 촉발요인 관리 능력도 약화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레버리지가 약화되어 이스라엘은 미국의 정전협정 요구에 미온적이고, 이란에 대한 영향력도 예전 같지 않은 상태이기에 촉발요인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상황은 비단 중동 지정학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구조적 요인과 촉발요인이 결합되면 전쟁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쟁의 필요조건이 충분조건으로 변화되는 지점인 것이다. 구조적 요인은 세력 재배분 등 국제적 힘의 질서 재편이고, 촉발요인은 위기관리와 같은 각 국가의 행태다. 1차 세계대전은 바로 이 구조적 요인과 촉발적 요인이 만나는 교차로에서 발발했다. 1900년대 초반 이미 유럽은 독일의 부상으로 세력균형이 무너지는 구조적 변화에 직면해있었다. 그런데 세력균형 변화만으로는 바로 대규모 전쟁을 불러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아슬아슬하나 평화가 유지되었다. 그런데 이 구조적 압력이 점증하는 가운데 촉발요인이 전면에 부상하자 결국에는 세계대전에 직면하고 말았다. 세력균형 변화 속에서도 대규모 전쟁으로까지는 비화되지 않았던 상황이 하필 1914년에 1차 세계대전으로 직행한 것은 오스트리아 황태자가 암살된 사라예보 사건이라는 촉발요인 때문이었다. 2024년 현재 전 세계에는 냉전뿐 아니라 탈냉전하고도 구분되는 독특한 방식의 과도기 국제질서에 직면한 상태다. 과도기 기제 속에서 예측가능성은 낮아지고 제도의 힘은 약화되고 있다.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와 규칙기반 질서는 더 이상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 수 없는 최전선의 수호 목표로 변모했다. 유사입장국 간 강력한 연대와 공조 없이는 지켜낼 수 없는 고난이도 퍼즐로 바뀐 것이다. 구조적 압력이 점증하는 가운데 촉발요인도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즉 전 세계가 전쟁의 도화선이 될 촉발요인에 휩싸여있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소모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 전쟁의 향배가 유럽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2·3차 촉발요인을 품고 있는 상황이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이 대치하는 가운데 촉발요인이 성숙하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한반도도 촉발요인이 점증하면서 안보가 엄중해진 상황이다. 김정은이 군부에 전쟁준비를 지시한 가운데 오물풍선, 전술탄도미사일 전방 배치 등 군사적 충돌의 촉발요인이 점증하고 있다. 그야말로 전 세계에서 전쟁 혹은 군사적 충돌의 촉발요인이 없는 것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만큼 전 세계가 전쟁의 화약고에 가까이 다가선 상태라는 의미다. 주지하다시피 촉발요인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촉발요인을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의도치 않더라도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 어쩔 수 없이 전쟁으로 치닫는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물론 촉발요인 관리가 쉬운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촉발요인 관리를 위해서 지나치게 위험회피를 고수하는 것도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촉발요인을 틀어막고자 저자세 외교나 굴복외교를 펼친다면 이는 위기관리가 아닌 단기적 모면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더 심대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1938년 영국의 체임벌린 총리는 촉발요인 관리를 위해 독일의 히틀러를 상대로 지나친 굴복외교를 펼친 결과 2차 대전이라는 비극을 잉태한 것은 뼈저린 역사적 교훈이다. 촉발요인 관리가 중요하지만 억제력이 담보되지 않는 촉발요인 관리는 헛된 희망에 불과하다. 진정한 위기관리는 억제력이 높아져야 그 진가가 발휘될 수 있다. 그렇다고 억제력만을 안보처방의 전부라고 인식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억제력은 전쟁을 하지 않으려고 구축하는 것이다. 외교도 전쟁이 아닌 협상을 통해 이견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억제와 외교는 공통분모가 적지 않다. 따라서 이 국방력과 외교력은 ‘분절’아닌 ‘융합’을 통해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다. 나아가 구조적 요인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촉발요인 기제가 어떻게 발생하는지도 면면히 주지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쟁 억제력을 넘어 국지도발 억제력도 중요하다. 나아가 동맹, 안보협력국, 유사입장국 등 다양한 외부 제대와 정보공유 및 협력의 강도를 높이는 전략도 요구될 것이다. 패권적 지위 약화로 미국 홀로 전 세계 촉발요인을 관리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국제적 연대와 위기관리를 통한 촉발요인 관리는 더 중요해졌다. 촉발요인 관리 대상은 비단 중동뿐 아니라 인도-태평양과 한반도도 해당된다. ‘연대’ 차원에서는 유사입장국 간 국방과 외교를 모두 융합시킨 통합억제와 통합외교 방식의 확장개념이 요구될 것이다. ‘위기관리’ 차원에서는 가시성 제고를 위해서 비유사입장국과의 포용외교도 필요한 지점일 것이다. 다만 연대와 위기관리는 ‘균형’의 개념이 아니라 연대를 가속화 함으로써 위기관리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우선순위’의 개념이라는 점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8-12 17:05:25[파이낸셜뉴스] 가자지구를 전장 삼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충돌로 격화됐던 중동 지역 전쟁위기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정면 대결로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지난달 31일 이란의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암살당하면서다. 하니예 암살을 계기로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피의 보복’을 천명했고, 이스라엘은 이란을 상대로 ‘실존적 전쟁’에 돌입하겠다고 맞섰다. 하마스를 위시해 레바논 내 무장세력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까지 이스라엘 주변 적대세력들은 모두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어서다. 양측 모두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기세이지만, 실상은 확전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다. 전쟁을 이어가려는 실질적인 동기는 각기 내부에서의 정치적 이익일 뿐이고, 각자의 배후인 미국과 중국·러시아도 경제적 타격을 막으려 적극 중재에 나서고 있어서다. 화석연료 등 에너지 수입과 수출·입 바닷길을 중동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또한 중동전쟁이 커지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8일 중동전쟁 위기를 주제로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본지 노동일 주필과 이희수 성공회대 석좌교수 겸 이슬람문화연구소장이 나서 중동전쟁 위기가 우리나라에 끼칠 영향, 또 대응 방향에 대해 논했다. 다음은 노 주필과 이 교수의 일문일답. ―이스라엘과 이란, 또 하마스·헤즈볼라·후티반군 등 여러 적대세력들 사이에 전면전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우리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하마스가 전격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것을 시작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권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11개월째 전쟁을 하고 있다. 하마스의 공격은 명백한 테러행위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지만, 그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4만명에 가까운 민간인 희생자가 나오자 국제여론이 오히려 반(反) 이스라엘 쪽으로 바뀌고 있었다. 이에 네타냐후 정권은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하니예 암살로 전혀 새로운 국면에 도달했다. ―말씀하신 대로 국제여론이 이스라엘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더구나 휴전협상이 진행 중이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왜 2000km나 떨어진 이란으로 간 하니예를 암살하는 강경책을 쓴 것인가. 전쟁을 더 끌고 가려는 의도라고 보나. ▲전쟁을 더 끌려는 게 1차적인 목표 같다. 네타냐후 총리는 극우 연립내각으로 집권 중인 상태로 지지율이 20%대밖에 되지 않고 부패스캔들로 사법리스크까지 걸려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본토가 공격당해 1200명의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돼 안보 책임론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지 않나. 네타냐후 정권은 전쟁이 종식되면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전쟁을 오래 끌고 싶을 것이다. 개인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국가 전체의 이익을 손상시키는 나쁜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이란으로선 정말 체면을 구겼다. 수도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 그것도 혁명수비대 사령부의 안가라 불리는 건물이 폭파되며 하니예 암살이 이뤄졌다. 아무리 국제사회의 비난, 아랍 국가들의 만류가 있어도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순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이란 대통령보다 상위인 율법의 책임자인 최고지도자가 이스라엘 본토 공격을 명령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공격하지 않을 순 없을 것 같다. 다만 이란과 이스라엘, 또 미국까지 어느 나라도 지금 이 시점에서의 확전을 원하진 않는다. 그래서 이란의 고민은 확전은 피하면서 명분은 세워 국내 비난여론을 잠재울 카드이다. 또 다른 고민은 혁명수비대가 직접 관장하는 안가에 있던 외국의 지도자가 암살당했다는 건 이란의 보안이 이스라엘에 의해 뚫렸다는 의미라 정보시스템 변화와 책임자 처벌에 따른 내부의 큰 소용돌이일 것. ―일각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이란에서 미국과 협상해보겠다는 온건파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나오고 하니예는 휴전협상을 주도하다 보니, 이스라엘이 이런 상황을 무산시키고 이란의 내부갈등을 부추기려는 목적으로 암살했다는 추측이다. ▲하니예가 암살되기 일주일 정도 전에 팔레스타인 내에서 갈등을 빚던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의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맞서는 단일대오를 형성했었다. 시민들이 죽어나가는데 우리끼리 정치싸움을 할 때가 아니라면서 중국의 중재로 베이징에서 획기적인 연합을 했다. 서안지구 예산의 40%를 대주면서 이간질을 시켜왔던 이스라엘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것이다. 그래서 이를 깨버리려는 게 하니예 암살의 목적 중 하나였을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말씀하신 대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이란이 미국과 협상해 45년째 고통 받는 경제제재를 해소하겠고 하니, 이스라엘로선 정말 견딜 수 없는 시나리오이다. 그래서 하니예 암살을 통해 혁명수비대와 최고지도부, 기업, 대통령 사이에 정치적 갈등을 유발한 것. ―그렇게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을 앞두고 있는 이란이 이슬람협력기구(OIC) 긴급회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아랍 국가들이 모두 이란을 지지하는 건 아니지 않나. 종교적 정파도 다르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왕정 국가들은 이란의 혁명으로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까봐 경계한다고 한다. 일치된 목소리가 나올 수가 있나. ▲일치된 목소리가 나오긴 어렵지만,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학살을 두고 이슬람권 전체가 불편해하고 있다는 점이 있다. 주목되는 건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할 때 중동 국가들이 보일 대응이다. 앞서 지난 4월 이스라엘이 2000km 떨어진 시리아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폭격할 수 있었던 건 문제는 이번에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쏜다고 했을 때이다. 사우디와 요르단은 당연히 용납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란이 동의를 받지 않고 미사일을 쏠 경우 사우디와 요르단이 격추까지 나설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이란이 직접 공격하지 않더라도 레바논의 헤즈볼라나 예멘의 후티 반군 등을 동원해서 대리전을 할 수 있지 않나. ▲말씀하신 대로 후티 반군, 헤즈볼라, 또 시리아에 있는 이란 민병대 등 세력들이 이란의 군사적 후원 하에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공격을 할 수도 있다. 헤즈볼라는 수십만개의 미사일을 보유한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군 조직 중 하나인 만큼, 헤즈볼라를 중심으로 후티 반군과 민병대까지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해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방어 시스템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문제는 공격 수위이다. 우선 모욕을 당한 이란의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워야 해서 상징적인 공격에 그치지 않고 강력한 공격을 해야 한다. 이스라엘 본토와 전력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전략시설인 지중해 가스·유전 시설을 폭격하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그러나 동시에 이스라엘을 지나치게 자극해 전면전을 유발하지는 않아야 해서 쉽지 않다. 미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도 전면전을 막으려 본격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특히 미국 입장에선 11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이 커지면 현 민주당 정부가 어려워질 수 있다. ―말씀하신 미 대선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하니예 암살 며칠 전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만났음에도 귀띔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네타냐후 총리가 ‘하니예 암살이 휴전 협상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니 바이든 대통령이 ‘헛소리 좀 그만하라’며 정상 간의 대화에선 있을 수 없는 용어가 나올 만큼 분노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확전이 대선에서 민주당을 불리하게 만들 것이라고 느끼는 것이지 않나. ▲전쟁이 일어나면 민주당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동 전쟁까지 일어난다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더구나 휴전 협상안은 미국이 낸 것이었다. 협상 상대인 하니예를 제거한 건 미국으로선 이스라엘에게 뒷통수를 맞은 격이다. 결국 중동 전쟁에서 미국이 거의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라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실패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네타냐후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바란 것이 아닐까. 바이든 대통령과 또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의 일방적인 행동을 비판하는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호적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설명하자면 미국은 현재 중동 석유를 한 방울도 수입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난 50여년과 다르게 중동을 떠날 수 있다. 그러면 이스라엘 홀로 중동을 관리해야 하는데 힘이 든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기에 온건한 아랍 산유국과 이스라엘 간에 외교관계를 수립토록 해서 중동을 리모트 컨트롤을 하겠다는 마스터 플랜을 짰다. 그런데 바이든 정부로 넘어갔고, 사우디와의 수교 협상은 하마스와의 전쟁 탓에 유보됐으며, 미 대선도 변수가 생겨 해리스 부통령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과거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타결했던 이란과의 핵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이 고립무원이 되는 것. ―중동 전쟁으로 인해 우리나라에 다가올 위험은 어떤 것이 있나. ▲중동에는 5000여개의 우리 기업이 진출해있고, 우리가 쓰는 에너지의 거의 대부분을 중동에서 수입해 의존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과 수에즈 운하가 막히면 물류가 아프리카 쪽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을 감당해야 해 직격탄을 맞는다. 거기다 최근 사우디를 중심으로 비전2030 사업으로 1350조원 규모 인류사 최대의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데, 전체 수주의 13% 정도를 우리 기업이 맡고 있어 산업의 원동력이다. 우리와 거리는 멀지만 ‘생존적 파트너’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중동 문제를 제3자 방관적인 입장에서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평화 중재자로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누구보다도 평화를 갈구하는 나라이다. 또 이스라엘과 이란 양측 모두와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아랍 국가들과 관계를 가진 G20(주요 20개국) 국가들 중 거의 유일하게 적이 없는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때문에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방관자가 아닌 평화 중재자로서 이니셔티브를 갖고 적극적으로 중동 문제에 개입하는 전향적 외교가 필요하다.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경제제재를 하는 건 국제적인 결의가 아니라 미국의 입장이다. 한미동맹의 틀은 유지하면서도 우리 국익에 맞는 독자적인 전략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이란과 공공외교와 문화·학계 교류를 해놓는다면,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개선됐을 때 8500만명 인구 이란의 어마어마한 시장으로 진출하는 하부 구조를 구축하게 된다. 정리=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전체 인터뷰 내용은 파이낸셜뉴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8-07 18:14:20"중동전쟁 일어나도 상관없다." "선제타격 고려할 수도 있다." 중동지역이 '일촉즉발'의 상황에 처했다. 수도 한복판에서 동맹세력의 지도자가 피살된 데 분노한 이란은 군사적 보복을 천명했고, 이스라엘은 억제 수단으로 선제공격을 고려하고 있어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일간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과 AP통신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과 아랍 국가들의 보복자제 요청에도 전쟁 촉발을 불사하면서 거부했다. 지난 7월 30일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마친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예가 머물던 숙소가 공격을 받아 그가 사망하자 이란은 이스라엘이 배후에 있는 것으로 의심하며 보복을 예고해왔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공격을 예고하자 요르단과 레바논은 이란 정부 설득을 위해 외교장관들을 테헤란에 보냈으나 이란은 이들에게 이스라엘을 공격할 준비를 마쳤으며 "전쟁을 촉발해도 상관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가자전쟁의 역내 확전을 우려한 미국이 아랍국을 통해 보복을 만류하려 했지만 이란이 거부한 것이다. 미국은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서방과의 관계개선을 꾀하는 상황에서 자제력을 보여줄 경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이란을 달랬지만 이런 회유가 먹히지 않는 상황이라고 소식통들은 입을 모았다. 이스라엘도 모든 공격은 보복을 부를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이스라엘은 미사일을 포함한 이란이 개입하는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고 익명의 이스라엘 정부 관리가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내각회의에서 "이스라엘은 이란 주도 악의 지축과 맞서 다중전선에서 이미 싸우고 있다"며 모든 상황에 대비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방송 채널12는 이스라엘 보안당국이 방어조치뿐만 아니라 레바논 등 필요한 곳에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는 레바논에 있는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를 주시하면서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또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전시내각 고위 지도부가 장기간 머물 수 있는 지하벙커를 준비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2006년 준공된 지하벙커는 동예루살렘 지하에 위치하며 현존하는 다양한 무기체계의 공격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내부에 지휘·통제소를 구축해 텔아비브의 국방부 본부와도 직통으로 교신할 수 있어 일명 '국가관리센터'로 불린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4-08-05 18:17:26[파이낸셜뉴스] "중동 전쟁 일어나도 상관없다." "선제 타격 고려할 수도 있다." 중동지역이 '일촉즉발'의 상황에 처했다. 수도 한복판에서 동맹 세력의 지도자가 피살된 데 분노한 이란은 군사적 보복을 천명했고 이스라엘은 억제수단으로 선제 공격을 고려하고 있어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일간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과 AP통신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과 아랍 국가들의 보복 자제 요청에도 전쟁 촉발을 불사하면서 거부했다. 지난 7월 30일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마친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예가 머물던 숙소가 공격을 받아 그가 사망하자 이란은 이스라엘이 배후에 있는 것으로 의심하며 보복을 예고해왔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예고하자 요르단과 레바논은 이란 정부 설득을 위해 외교장관들을 테헤란에 보냈으나 이란은 이들에게 이스라엘을 공격을 할 준비를 마쳤으며 "전쟁을 촉발해도 상관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가자 전쟁의 역내 확전을 우려한 미국이 아랍국을 통해 보복을 만류하려 했지만 이란이 거부한 것이다. 미국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제력을 보여줄 경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이란을 달랬지만 이런 회유가 먹히지 않는 상황이라고 소식통들은 입을 모았다. 이스라엘도 모든 공격은 보복을 맞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이스라엘은 미사일을 포함한 이란이 개입하는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고 익명의 이스라엘 정부 관리가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내각 회의에서 "이스라엘은 이란 주도 악의 지축과 맞서 다중 전선에서 이미 싸우고 있다"며 모든 상황에 대비 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방송 채널12은 이스라엘 보안 당국이 방어 조치 뿐만 아니라 레바논 등 필요한 곳에 선제 공격을 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는 레바논에 있는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를 주시하면서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또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전시내각 고위 지도부가 장기간 머물 수 있는 지하 벙커를 준비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2006년 준공된 지하 벙커는 동예루살렘 지하에 위치하며 현존하는 다양한 무기 체계의 공격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내부에 지휘·통제소를 구축해 텔아비브의 국방부 본부와도 직통으로 교신할 수 있어 일명 '국가관리 센터'라고 불린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4-08-05 10:43:43국내 증시가 경기 침체 공포에 파랗게 질렸다. 이번주는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미국발 경기 불황을 가늠할 경제 지표와 중동 지적학적 리스크 등에 코스피시장의 등락이 결정될 전망이다. 증권가는 이번주 코스피지수 예상밴드로 2700~2830을 제시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전주 대비 2.04% 하락한 2676.19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2.29% 떨어진 779.33을 기록했다. 지난주 코스피시장은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였다. 주 초반부터 오르기 시작한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7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시사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다음날 발표된 7월 실업률이 예상치를 웃돌고,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마저 전월 대비 악화된 것으로 나오자 경기 침체 우려에 급락했다. 지난 2일에만 101.49포인트 급락하며 4년 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번주는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를 극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5일 발표되는 7월 비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 등 경제지표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인공지능(AI)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도 지수 하락을 부추긴 만큼 빅테크들의 실적 관련 지표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 나정환 연구원은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이후 9월 금리인하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지만 주가는 빅테크 기업의 실적 및 가이던스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향후 기업의 투자 규모나 실적 관련 매크로 지표 등 실적 관련 요인에 크게 반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도 지켜봐야 할 요인으로 꼽힌다. 이스라엘의 하마스 지도자 암살로 이란과의 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두 국가 사이 확전이 급격한 유가 상승을 이끌어내 향후 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증권 유승민 지정학분석팀장은 "이스라엘과 이란을 중심으로 주변국과 동맹국이 대규모 전쟁으로 확전할 가능성은 30% 이하로 판단한다"면서도 "지난 4월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 당시보다 중동의 군사적 위험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지정학적 위험까지 더해지면 시장의 변동성을 더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2024-08-04 17:57:50[파이낸셜뉴스] 지난해 10월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조만간 북부의 레바논을 공격해 '양면 전쟁'을 벌이겠다고 예고하면서 이스라엘의 ‘3차 레바논 침공’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최소한 표면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했던 미국은 확전 계획에 강력히 반대하며 이란이 개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궁지에 몰린 네타냐후, 확전으로 승부수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채널14 방송에 출연해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을 치를 필요가 없기를 바란다. 그러나 우리는 이 도전 역시 맞이할 것이다. 우리는 다면전을 치를 수 있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18일 성명을 내고 "북부 사령관인 오리 고딘 소장과 작전참모인 오데드 바시우크 소장이 전황 평가 회의를 열고 레바논 공격을 위한 작전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조직이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이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소탕 작전을 시작하자 레바논과 국경을 접한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포격 및 무인기(드론) 도발을 감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이스라엘 북부에서 약 8만명이 피란길에 올랐고 지금도 6만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그동안 헤즈볼라의 도발에 공중 폭격 등으로 맞서며 소모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최근 하마스 소탕 작전이 소강상태에 빠지고, 인질 협상 역시 헛돌면서 헤즈볼라에 집중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1일 헤즈볼라의 고위 사령관 중 하나인 탈렙 압둘라를 제거했으며 헤즈볼라 역시 수백발의 로켓을 발사하며 보복했다. 레바논 베이루트에 위치한 아메리칸대학에서 선임 공공정책 연구원을 맡고 있는 라미 쿠리 교수는 24일 미 독립 매체 데모크라시나우에 출연, 네타냐후가 레바논으로 관심을 돌린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그는 네타냐후가 "궁지에 몰렸다"며 "국제 사회에 내밀 새로운 정치적 틀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리는 네타냐후가 가자지구의 상황을 정리하지 못하고 인명 피해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자신을 지지하던 미국과 국내 정치 세력의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스라엘 내 좌파 세력과 군부 모두 8개월 가까이 끝나지 않는 하마스 소탕작전때문에 네타냐후를 의심하고 있다며 네타냐후가 이들의 불만을 동시에 잠재울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쿠리는 이스라엘이 불리할 때마다 반(反)유대주의나 과거 유태인 학살 등을 언급하며 유태인을 핍박하는 "나쁜 사람들"을 언급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또 다시 그러한 "나쁜 사람들을 계속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만치 않은 3차 침공1948년 유엔 합의를 깨고 영국 식민지였던 팔레스타인 지역에 독단적으로 나라를 세운 이스라엘은 수차례 중동 전쟁을 치르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지구,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자치 구역으로 몰아넣었다. 이 과정에서 1964년 탄생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이스라엘을 상대로 무장 투쟁을 전개했고, 1970년대는 레바논에 근거지를 마련했다. 가자지구를 지배했던 하마스는 PLO 산하 무장 조직이었다. PLO를 제거하려던 이스라엘은 1975년 레바논 내전 발발 이후 지속적으로 레바논 정세에 개입하다가 1982년에 본격적으로 레바논을 침공해 PLO 소탕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2000년까지 레바논에 주둔하다 완전 철수했다. 긴 침략 기간을 겪은 레바논에서는 1985년 이란의 지원을 받아 아랍어로 ‘신의 당’이라는 의미의 이스라엘 저항 조직 헤즈볼라가 탄생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2006년에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군인 2명을 납치하자,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또다시 레바논을 침공하여 34일 동안 헤즈볼라와 전쟁을 벌였다. 만약 이스라엘이 이번에 다시 레바논 국경을 넘는다면 3번째 침공이다. 헤즈볼라는 2018년 레바논 총선에서 승리했으며 2022년 총선에서 의회 과반에 실패했지만 여전히 레바논 정규군을 능가하는 군사력을 지니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유력 매체인 더내셔널은 25일 보도에서 이스라엘의 3차 침공이 2006년과 사뭇 다르다고 예상했다. 이스라엘 안보 싱크탱크 알마 연구·교육센터는 현재 헤즈볼라의 전투원이 최소 5만명이라고 추정했다. 또한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 덕분에 이스라엘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로켓 5000기를 포함해 6만5000기의 로켓을 보유중이라고 알려졌다. 헤즈볼라는 이외에도 유도 기능을 갖추고 최대 사거리 200km에 달하는 미사일 5000기를 가지고 있으며 수많은 박격포탄을 비축했다. 영국 가디언은 23일 보도에서 이달 미국 정부의 분석을 인용해 지난해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막아냈던 이스라엘의 근거리 대공 방어 체계 '아이언돔'이 헤즈볼라와 교전시 압도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제대테러연구소(ICT)의 미리 이신 선임 연구원은 헤즈볼라가 "2024년에는 하루 동안 박격포탄, 로켓, 미사일, 자폭 드론 등 말 그대로 1만개의 각기 다른 투사체를 쏘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이스라엘 공군이 극도로 효율적으로 헤즈볼라의 원거리 전력을 제거한다고 해도 이스라엘의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신은 "이스라엘이 공중에서 날아오는 헤즈볼라의 로켓을 90% 제거하고 10%만 남을 경우 그것만으로도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로켓 공격이나 2006년 헤즈볼라의 전력을 넘어설 것"이라고 추정했다. 알마 연구·교육센터의 아브라함 레빈 대변인은 지금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벌인다면 2006년보다 "10배 더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은 2006년 2차 침공 당시 약 120명의 군인과 44명의 민간인 사망자를 기록했다. 당시 레바논에서는 250명의 헤즈볼라 대원을 포함해 약 1200명이 숨졌다. 전쟁 말리는 美, 이란 개입 가능성오는 11월 대선을 앞 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만 하더라도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든은 하마스 소탕작전 장기화로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면서 아랍계 및 좌파 유권자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무척 초조한 상황이다. 바이든은 지난 5월 31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3단계 휴전안을 제시했으나 하마스에게 거부당했다. 이 와중에 이스라엘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 전역에서 군사 작전을 강행했지만 아직 하마스 지도부를 체포하지 못했다. 더불어 아직 남은 이스라엘 인질 역시 구출하지 못했다. 이스라엘군의 수석 대변인을 맡고 있는 다니엘 하가리 해군 소장은 19일 이스라엘 채널13 방송에 출연해 "하마스를 파괴하고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대중의 눈에 모래를 뿌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하마스 박멸을 약속한 네타냐후의 주장과 어긋나는 발언이다. 하가리는 "우리가 하마스를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든 틀렸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보도에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주요 전투 작전을 거의 끝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이스라엘군 병력 일부가 헤즈볼라와 갈등을 대비해 북부 국경으로 이동하고, 일부는 가자지구 주요 통로에 남아 저강도 하마스 소탕작전에 투입된다고 전했다.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인 약 1200명을 살해하며 시작했던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는 25일 기준 3만7658명이었다. 바이든 정부는 가자지구에서 추가적인 인명 피해가 줄어든다고 기대했으나, 이스라엘이 확전 가능성을 시사하자 즉시 반발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 장관은 25일 미 워싱턴DC에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 장관과 만나 "레바논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북부에 대한 로켓 공격 증가와 긴장 고조에 대해서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스라엘 북부 국경에 지속적인 평온을 복구하고 이스라엘 및 레바논 국경 양쪽의 민간인들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외교적 합의를 긴급히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헤즈볼라를 더 지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란이 "헤즈볼라에 중대한 위협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그 동안 하마스에게 제공했던 것보다 더 많은 지원을 헤즈볼라에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운은 동시에 "헤즈볼라는 전반적인 역량 면에서 하마스보다 더 뛰어나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네타냐후는 이란이 끼어들 수 있다는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강경론을 펼치고 있다. 네타냐후는 24일 이스라엘 의회 연설에서 "이란과 이란의 대리 세력들은 이스라엘을 파괴할 목적으로 미사일 공격 및 영토 침범을 통해 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 전투를 통해 이란의 계략이 드러났다며 "우리는 이러한 계획을 좌절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24일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네타냐후의 최대 정적으로 불리는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가통합당 대표 역시 외교적 타협보다는 확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간츠의 대변인에 의하면 그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헤즈볼라와 같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조직이 역내에 공포와 불안을 조장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 북부 지역을 향한 헤즈볼라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군사적인 수단을 사용할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6-26 10:5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