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중소기업계가 주52시간제·중대재해처벌법·최저임금 등 3대 노동정책의 변화를 다시금 요구하고 나섰다. 경직된 노동 환경을 손봐야 한국 경제가 직면한 복합위기를 돌파하고, 중소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업계는 제조업 부흥을 위한 조직 신설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직적 거래 관계 해소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복합위기 속 경제 성장 견인해야" 20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소상공인 60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4곳 중 3곳(75.7%)은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능력으로 경제성장 견인능력을 꼽았다. 중소기업계는 최근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과 국내 제조업의 구조적 문제를 2대 복합 위기로 지목하고 있다.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 공급망 재편 등 외부 요인과 함께 인력 부족, 생산성 저하 등 내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중소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정책본부장은 통화에서 "수출은 한국 경제성장의 핵심동력으로 작용해왔지만 미국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수출이 감소하고 있고, 중국이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며 "대기업 중심 수출 구조는 한계에 직면한 만큼 중소기업의 수출 확대와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차기 정부가 △지속가능한 일자리 △제조업 부흥 △경제생태계 순환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 중에서도 노동 정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지속가능한 일자리 구축'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주52시간제·중처법 개편해야" 지난 문재인·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중소기업계는 지속적으로 정부 노동정책에 아쉬움을 표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주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추 본부장은 지난 12일 중소기업계를 대표해 양당 정책위의장에게 정책 제안을 하는 자리에서 "획일적인 주52시간제를 노사가 합의하면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중소기업 대표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감척할 수 있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노동 이슈는 21대 대선에서 크게 점화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주52시간제 유연화를 10대 공약에 포함했지만 민주당 내부에선 '근로기준법이 후퇴해선 안 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오히려 주4.5일제를 앞세우면서 중소기업계는 답답함을 표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악법'으로 규정했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안전 조치를 안 한 과실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형사처벌하자는 것이 잘못된 거냐"면서 개편에 대해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제조업 부흥 컨트롤타워 필요" 중소기업계는 주요 대선 공약에서 제조업 부흥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빠져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차기 정부에 중소기업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대통령 직속 '중소제조업혁신전환위원회(가칭)'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오동윤 동아대학교 교수는 "제조업이 빠르게 위축되는 상황에서 제조업 부흥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과 이행을 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며 "각 부처, 연구기관, 금융기관,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연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중소기업계는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해 뿌리 산업 등 중소기업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속세율 인하도 중소기업계가 꾸준히 요청하는 사안 중 하나다. 백년기업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현행 최대 50%인 상속세율을 최대 33%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요구다. 민주당은 노동정책이나 상속세 개편에 대해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공정성'과 관련된 정책은 앞장서서 추진겠다는 입장이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5-05-20 18:22:22[파이낸셜뉴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3월 31일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과 관련해 "법을 처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 또한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시행 유예도 다시 한 번 야당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과도한 규제라는 논란이 지속된 중처법에 대해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청구하기로 결정했다"며 이처럼 전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재판부는 원청 사업주에게 가혹할 정도의 형사책임을 추궁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해당 법률 조항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책임주의, 평등원칙,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며 "중처법은 산업현장에서 사망 등 중대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등으로 처벌하는 법으로 2022년 1월 시행 이후 지속적으로 위헌 논란이 제기돼 왔다"고 평가했다. 법 기반의 예방조치 기준이 불명확하고 원청 사업주에게 과도한 형사책임을 부과한다는 해석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20대 건설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상자는 총 1860여명으로, 중처법 시행 첫 해인 2022년보다 오히려 12% 늘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며 "이는 중처법 시행으로 단순히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현장사고가 자동으로 감소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김 정책위의장은 "보다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중처법 취지를 부정하는 국민을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현실과 괴리된 법 때문에 현장에선 직원 수를 5명 미만으로 줄이거나 고령자 채용을 기피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은 진중하게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영자 등에게 엄혹한 형사책임을 계속 추궁한다면 유능한 경영자를 현장에서 축출하거나 사업자체를 포기하게 만들어 오히려 근로자 이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부산지법의 판단을 헌재는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2025-03-31 10:21:01국내 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이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중대재해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합회(경총)은 국내 기업 202곳을 대상으로 '기업 안전투자 현황 및 중대재해 예방정책 개선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19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처법 개정이 필요한지에 대해 81%가 '그렇다'라고 답했고 시급한 개선 사항으로 47%가 '안전·보건 관계법령 등 경영책임자 의무 구체화'를 선택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2025-02-19 18:11:42[파이낸셜뉴스] 국내 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이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1월 27일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중대재해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합회(경총)은 국내 기업 202곳을 대상으로 '기업 안전투자 현황 및 중대재해 예방정책 개선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19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처법은 2022년 1월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된 후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1월 5인 이상 전체로 확대됐다. 경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처법 개정이 필요한지에 대해 81%가 '그렇다'라고 답했고 시급히 개선할 사항으로 47%가 '안전·보건 관계법령 등 경영책임자 의무 구체화'를 선택했다. 경총은 중처법 제정 당시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경영책임자 의무사항의 불명확성과 과도한 처벌기준이 법 시행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개선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처법 위반으로 대표이사에게 무거운 형벌이 선고되는 상황이 계속됨에 따라, 이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조사결과에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조사에 응답한 대기업, 중견기업은 대부분 안전 업무 인력과 예산이 늘었으나, 50인 미만은 절반 정도만 증가라고 답했다. 소규모 기업은 열악한 재정 여건으로 인해 전문인력 확보와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비용 투자에 한계가 있어 정부의 컨설팅과 재정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 반영됐다.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조사기업의 62%가 '과도한 서류작성에 따른 행정력 낭비'라고 답했다. 중처법 규정의 불명확성이 해소되지 못한 상태에서, 현장 안전관리에 집중해야 할 전문인력들이 절차서, 매뉴얼 및 반기 1회 점검 등의 이행증빙 서류를 준비하는데 투입돼, 불필요한 행정력만 낭비하고 있다는 기업들의 인식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기업들이 인력과 예산을 늘리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중처법 시행에 따른 사망재해 감소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며 "기업의 안전투자가 실질적 산재감소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중처법 등 실효성이 낮은 안전법령을 신속히 정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2025-02-19 15:52:27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2년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처벌 기준과 적용 대상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부터 중처법 적용 대상이 상시근로자 수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면서 중소기업들의 부담감도 커진 상황이다. 파이낸셜뉴스는 18일 법무법인 태평양의 중대재해대응본부 소속 변호사들을 만나 기업들의 중처법 예방 및 사고시 대처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들은 기업들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했을 경우 사고 발생시 중처법 리스크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산업안전보건법 준수를 전제로 한 불기소 사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 "'산업안전보건법' 이행했으면 불기소 되기도" 법조계에선 사업장에서 사망사고나 장애사고 발생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잘 지키면 중처법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태평양 중대재해본부의 김신 변호사는 "사고가 발생했던 사업장에 대해 산안법상 의무 위반이 인정돼야 중처법상 경영책임자의 의무 위반을 문제삼을 수 있다는 논리적 결론을 이끌어 낸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처법상 경영책임자 의무를 문제 삼으려면 법리적 관계상 산안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대재해본부 김상민 변호사는 "중처법상 의무 불이행이 있었다는 의견으로 송치가 된 사건에서도 산안법상 의무를 다했다고 판단돼 중처법도 불기소 결정을 받은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태평양 중대재해본부는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중처법 리스크를 다소 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안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준수했다는 점이 근거가 돼 경영책임자에게 중처법 의무 위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2단계 인과관계 이론이 실무상 정립됐다는 설명이다. 최진원 변호사는 "초기엔 두 법 사이 관계나 의무 성격 차이에 대한 엄격한 구분 없이, 현장 책임이 인정되면 경영자 책임도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현재는 다르다"며 "현장에서 안전조치를 할 수 있도록 인력이나 예산 등을 지원하고 반기1회 점검 등 중처법상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면 현장의 산안법상 책임이 인정돼도 경영책임자는 중처법상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구조로 실무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불확정 개념' 유권해석 분석 필수 법조계에선 중처법상 '경영책임자'와 '종사자'라는 개념도 불명확하다고 지적한다. 법안에 적시된 특정 단어의 개념이 정확하지 않아 그 의미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처법에 그 의미를 설명하는 조항이 포함돼있지만, 이 조항만으로는 누구까지 경영책임자 혹은 종사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 등 해석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태평양 중대본은 이를 '불확정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송진욱 변호사는 "불확정 개념의 경우 검찰과 법원 등의 결정례와 사례를 분석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면서 "여러 사건들의 결정례와 사례들을 분석해 실무 수행에 적용하고 있고 수사기관과 법원도 사건을 처리하며 불확정 개념을 다듬어 나가고 있기 ��문에 시간이 좀 더 흐르면서 해결될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2024-08-18 19:02:48[파이낸셜뉴스] 부산지역 중소기업 협·단체 및 관계자들이 11일 오후 3시 김준휘 부산지방고용노동청장을 만나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보완을 비롯한 각종 노동 규제사항 완화를 건의했다. 이에 김 청장은 이날 건의된 사항들을 모두 검토해 개편이 필요한 부분은 중앙에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지역본부(중기중앙회 부울본부)와 부산고용노동청은 이날 중기중앙회 부산회관에서 ‘김준휘 청장 초청 중소기업인 간담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두 기관에 따르면 이번 간담회는 현 고용노동 정책에 대한 부산지역 중소기업인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업계 애로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했다. 이날 논의된 주요 내용은 중처법 입법 보완을 비롯해 직원 근로시간의 합리적 결정·배분을 위한 제도 개선이 논의됐다. 아울러 최저임금제 운영 개선과 외국인 유학생 고용허가제의 취업 근거 마련 등에 대한 건의가 나왔다. 허현도 중기중앙회 부울회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중처법 확대 적용 및 경직적인 주52시간제를 비롯한 노동 규제에 무척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소기업들이 고용과 경영 전반에 과도한 노동 규제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중소기업 현장을 관심 있게 들여다봐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준휘 청장은 “오늘 간담회에서 제기된 건의사항들에 대해 적극 검토하고 제도 개편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중앙에 전달하는 등 현장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중소기업인들도 지역 일자리 창출과 노동 약자 보호,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만전을 기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간담회에는 부산청 김준휘 청장과 노사상생지원과가 참석했다. 지역 중소기업계는 허현도 회장을 비롯해 박평재 부회장과 업종별 협·단체 이사장 30여명이 참석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2024-07-11 14:38:37[파이낸셜뉴스] 31명의 사상자를 낸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화재 사고를 두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 처벌 여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법조계에선 중처법 시행 후 최악의 사고로,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중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경기 화성시에서 발생한 아리셀 화재 사고는 중처법을 적용받아 처벌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노동부는 중처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 여부가 판가름지난 2022년 1월 시행된 중처법은 산업재해로 노동자가 다치거나 사망했을 때 예방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다.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징역과 벌금을 병과할 수도 있다. 산업재해가 발생했다고 해서 모두 중처법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에만 중처법에 따른 처벌이 가능하다. 산업재해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준수했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예로 2022년 2월 발생한 여천NCC 사고를 들 수 있다. 당시 열교환기 폭발 사고로 작업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지만, 관련자들은 중처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외부 컨설팅을 받으며 안전관리체계를 정비하는 등 안전·보건 의무를 다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리셀 사고의 경우 안전 관리 소홀 등에 따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중처법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방당국이 사고 발생 전 화재 및 인명피해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드러나 관리 소홀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역대 최악의 화학공장 사고…중처법 적용으로 중형 예상아리셀이 중처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경우 중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직 중처법에 대한 대법원 양형기준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대검찰청이 정한 중처법 위반 양형 기준에 따르면 중대재해로 사망자가 생길 경우 징역 1~30년, 벌금 10억원 이하에서 구형이 가능하다. 그간 중처법으로 재판에 넘겨져도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산업재해가 반복해서 발생하거나, 사고 위험성을 인지했음에도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사안의 중대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실형이 선고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대재해 종합대응센터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중처법 시행 이후 지난달 말까지 법원 판결이 내려진 중처법 사건은 17건으로, 실형 선고는 2건에 그쳤다. 지난 4월 울산지법이 이주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와 관련해 자동차부품 업체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것이 가장 높은 형량이었다. 해당 대표는 '일부 장치 파손으로 사고 위험이 높다'는 안전 점검 위탁업체의 지적에도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구체적인 조사 결과가 나와야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겠으나, 소방당국의 우려 등에 조치가 미흡했다는 점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중처법에 따른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며 "회사측 과실로 밝혀질 경우 사상자가 많아 중처법 시행 이후 최고 형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인선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사고가 확대되는 데 있어서 경영진이 안전보건 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것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실질적으로 어떤 노력을 선행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도 어느 정도 양형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06-27 15:37:52[파이낸셜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이 중대재해 감소에 기여하지 못하고, 명확성의 원칙 등 헌법원칙과 배치돼 수사기관의 자의적 법집행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16일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최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및 산재예방 방안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중처법은 엄벌만능주의의 산물로 중대재해 감소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중처법은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등 헌법원칙과 안전원리에 배치되는 부분이 많아 수사기관의 자의적 법집행이 우려되고 오히려 재해예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하루빨리 대대적으로 정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진행된 토론회는 지난 4월 1일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이어 법 개정 방향을 모색하고 실효적인 산재예방 방안을 고민하기 위해 10개 중소기업·건설·어업단체가 공동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과 성창진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경영부회장, 인성철 한국전기공사협회 부회장을 비롯한 전국 중소기업·건설·어업인 100여명이 참석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중대재해 감축은 기업·근로자·정부 모두의 노력이 합쳐질 때 가능하다"며 "특히 인력과 예산 사정이 넉넉지 않은 중소기업은 서류 중심 대응이 아닌 실질적인 예방조치로서 안전수칙의 작성·주지(교육)·준수여부 확인·미준수 시 인사조치의 단계별 안전수칙 준수관리 노력을 하고, 근로자들이 이에 적극 협조해야 안전한 일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정부에서는 박희준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정책과장이 참석했다. 업계를 대표해 정동민 베델건설 대표, 김태환 유노수산 대표, 김도경 탑엔지니어링 상무이사가 현장 사례를 중심으로 중소기업이 중처법에 느끼는 어려움과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법조계에서는 김용문 덴톤스리 시니어 변호사와 최진원 태평양 변호사가 중처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의무규정 명확화와 공적 인증제도 도입, 법 적용 유예 등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학계에서는 이명구 을지대학교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와 이근우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처벌보다 예방활동을 촉진하는 방향으로의 법령 정비 필요성과 중대시민재해와 관련한 문제점 지적을 통해 중처법의 한계를 논의했다.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중처법 확대 적용을 시행한 지 100여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몰라 혼란스러운 실정"이라며 "중처법의 불명확하고 과도한 의무내용과 1년 이상 징역의 무거운 형사 처벌 규정은 반드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2024-05-16 09:27:42[파이낸셜뉴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계가 지난 1일 청구한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심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전원재판부에 회부하는 결정을 했다고 17일 설명했다. 이번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중처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규정의 명확화와 책임주의 원칙에 따른 처벌 합리화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다. 중기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단체 9곳과 2024년 1월 27일부터 중처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제조·건설·도소매·어업 등 다양한 업종을 영위하는 전국 각지의 중소기업·소상공인 305명이 참여했다. 헌재는 청구된 사건을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서 부적법 여부를 30일 동안 심사하고 전원재판부 회부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번 회부 결정은 심판 청구가 적법한 것으로서 중대재해처벌법 내용이 헌법에 합치하는지 여부를 적극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취지라고 볼 수 있다. 작년 11월 모 기업에서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이 기각된 바 있으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무와 처벌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본안심리가 이루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중처법 시행으로 인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생각한다면 심판회부 결정은 당연한 것”이라며 “헌재가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의무 부여와 과도한 처벌에 대해 반드시 위헌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2024-04-17 14:12:57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업계가 중기정책 입안을 위해 잰걸음을 걷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중기 관련 정책이 통과됐지만 미진한 부분이 있고, 여기에 고금리·고물가·고유가 등이 맞물리며 경영애로가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21대 국회 막판까지 법안 통과에 진통을 겪었던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안이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되면서 22대 국회에서도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중소기업 업계는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22대 국회가 열리는 회기에 발맞춰 △중처법 유예안 등과 함께 중기 관계법 △노동시장 규제혁신 △중기·소상공인 육성 지원방안에 관해 내용을 담은 정책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외환위기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차기 국회에 중기와 소상공인 등을 회복시킬 수 있는 민생법안을 국회에 제출, 빠른 통과를 위해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통령부터 관계부처 장관 등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중소기업 업계를 찾는 등 업계의 입지가 높아진 만큼 향후 목소리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처법 유예·최저임금 해결 우선 22대 국회가 열리면 중기 정책과 먼저 직면한 법안은 중처법과 최저임금이 꼽힌다. 21대 국회에서 유예안 통과가 무산돼 헌법소원이 청구돼 있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가 오는 5월 중순 이후 예고돼 있다. 중기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인들은 국회에 중처법 유예가 되길 희망한다"며 "만약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 그 취지에 따라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개정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기업계는 헌법소원심판 청구와 별개로 차기 국회에서의 유예안 통과를 지속적으로 촉구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과 관련해선 최저임금 1만원 돌파 여부와 더불어 업종별 차등적용이 문제다. 1차 전원회의가 예년보다 늦게 시작하고, 공익위원 위촉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한 상태다. 벌써부터 6월 법정시한을 넘길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단체에서는 지역별·업종별 차등적용은 물론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제22대 총선 관련 중소기업 핵심 정책과제로는 △중소기업 혁신 촉진 △노동시장 균형 회복 △공정과 상생 기반 마련 △중소기업 활로 지원 △민생회복과 협업 활성화 등 5대 어젠다 10개 과제를 제시했다. 또한 △전기료 등 에너지 비용 납품대금 연동 포함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 도입 △제3자 구조조정 기관 설립 △중소기업 국내외 판로 확대 지원 △중소기업 협동조합의 지역경제 성장 플랫폼화 등도 차기 국회의 과제로 제시했다. ■기대 낮지만 규제개혁은 해야 중기업계는 22대 국회에서 민생법안 관련 입법활동이 활발해지길 기대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 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최고경영자(CEO)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22대 국회에 바란다' 의견조사 결과를 보면 27.3%가 차기 제22대 국회의 중소기업·소상공인 관련 입법행보에 대해 '기대가 낮다'고 답했다. 이는 기대가 높다고 응답(21.0%)한 비율보다 높아 22대 국회에 상대적으로 기대감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저 그렇다'는 응답 역시 51.7%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차기 국회의 최우선 입법과제로는 57.7%가 '중소기업 고용 및 근로자 지원 강화'를 꼽았다. 이어 △근로시간 유연화 41.3% △지방 중소기업 육성 24.3%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보완 23.2%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바람직한 제22대 국회의원상으로는 가장 많은 비율의 21.0%가 '정직하고 청렴한 의원'을 꼽았다. 이 외에도 '중소기업·소상공인과 적극 소통하는 의원' '당론과 달라도 소신을 지키는 의원' 등이 각각 20.0%를 차지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차기 국회에서는 고용지원 강화, 근로시간 유연화 등 중소기업·소상공인 현안에 대한 여야의 적극적 합의와 신속한 처리를 통해 국회 입법활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2024-04-10 19:3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