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부모가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사 발언을 몰래 녹음했다면, 해당 녹음파일을 형사재판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5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서울 광진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A씨는 2018년 전학 온 B군에게 "학교를 안 다니다 온 애 같다", "학습 훈련이 전혀 안 돼 있다"라고 말하는 등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쟁점은 A씨의 발언이 녹음된 파일과 녹취록을 증거로 인정할 수 있는지였다. A씨의 발언은 B군의 부모가 B군 가방에 넣어둔 녹음기에 녹음됐는데, 이에 대한 증거능력을 두고 판단이 엇갈렸다. 당초 1심은 "초등학교 담임교사로서 학생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보호해야 할 위치에 있었음에도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정서적 학대 행위를 저질러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일부 혐의만 인정해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해당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고,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로 판단이 뒤집혔다. 파기환송심은 피해아동 부모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이자,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므로 통신비밀보호법상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해 청취할 수 없으며, 불법감청에 의해 얻은 내용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피해아동 부모가 피고인의 아동학대 행위 방지를 위해 녹음에 이르게 됐고, 피해아동의 보호를 위해 녹음 외에 별다른 유효 적절한 수단이 없었으며, 아동학대 범죄는 사회적 해악이 중대하다는 등의 사정들을 이유로 녹음파일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판결에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이날 재상고심에서 "원심 판단에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웹툰 작가 주호민씨 아들에 대한 특수교사의 아동학대 사건을 비롯해 유사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씨 아들 관련 사건에서도 부모가 몰래 녹음한 수업 내용이 증거로 제출된 바 있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특수교사에게 벌금 200만원의 선고 유예 판결을 내렸지만, 2심은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검찰이 상고해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5-06-05 14:45:42배우 김수현이 고(故) 김새론의 유족과 유튜버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본격화하면서 향후 법정 공방에 이목이 집중된다. 다만 김수현 측은 유족 측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감정서 등을 제시했으나 증거능력과 입증 효과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수현 측이 유족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등을 상대로 낸 민·형사상 조처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김수현 측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하고 12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수현 측은 김새론 유족의 주장과 달리 '고인이 미성년자 시절 교제하지 않았고 고인의 채무를 압박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김새론 유족 측이 교제의 증거로 제시한 본인과 고인간의 2016·2018·2025년에 나눈 카톡 대화 상대가 같은 인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수현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되려면 유족과 유튜버 측이 김수현을 비방할 목적을 가지고 허위 사실을 유포했는지 입증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김수현 측이 제기한 카톡 메시지 발신자 동일인 여부에 대한 진실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진술분석센터는 두 사람이 나눈 2016·2018·2025년 카톡 대화 내용의 문법적 특성, 언어학적 변인, 심리학적 주제어 사용을 기준으로 동일인 여부를 분석했다. 감정서의 '종합 결론'에는 "2016년과 2018년, 2025년 문체 및 언어지표에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여 동일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기재됐다. 다만 "표본의 크기가 제한적인바(텍스트량 제한) 해석에 있어 한계가 있다"면서 "2018년과 2025년은 동일인이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나온다. 2018년 기준 2000년생인 김새론의 나이는 만 17세로 미성년자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감정 방식이 법적 증거로서의 효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법인 호암의 신민영 변호사는 "문체를 감정하는 형태의 감정은 과학적 방식의 감정이라고 보긴 어렵다"면서 "사람의 문체나 필체는 일생에 걸쳐서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동일인임을 감정하려면 구체적인 저장정보 등을 검증해서 누가 언제 발언한 것인지 밝혀주는 게 실효성 있는 증거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튜버 등 명예훼손 사건을 맡아온 노바법률사무소의 이돈호 변호사는 "카톡 분석은 주변 변호사들도 처음 본다고 한다"며 "신빙성이 없는 외부 기관에 맡겨두고 권위에 의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김수현 측이 제기한 12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도 과도한 액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 변호사는 "이러한 금액은 법적으로 인용되기 어렵고, 법원에 내야 하는 인지대 등의 부담이 커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 변호사는 "120억원이라는 금액은 광고계약 파기에 따른 영업손실 부분을 감안해서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연예인으로서 이미지 타격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보이며, 상대 측에 대한 압박 수단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2025-04-01 18:21:37[파이낸셜뉴스] 형사사법 공조 절차에 따라 외국법원이 작성한 피해자 신문조서를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8월 회사 동료와 술을 마신 뒤, 술에 취한 상태로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로 인해 B씨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B씨는 검찰에 피해 사실을 진술한 뒤 같은 해 11월 중국으로 출국했다. 1심은 B씨의 진술조서 등을 근거로 A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과정에서 A씨 측이 B씨의 진술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데 동의하지 않아 B씨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B씨는 중국으로 출국한 뒤 연락이 닿지 않았고, 재판부는 증인채택을 취소하고 형사소송법에 따라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형사소송법 314조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진술이 필요한 사람이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등으로 인해 진술할 수 없는 때, 예외적으로 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2심은 1심과 달리 B씨의 진술조서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수사 과정에서 B씨가 중국 출국 계획을 알렸지만, 검찰이 외국 연락처를 미리 확인하거나 출국을 미루는 등 B씨가 법정에서 진술할 수 있는 방안을 확보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2심은 국제형사사법 공조법 등에 따라 중국 사법당국에 공조를 요청했고, 길림성 고급인민법원 주재하에 피해자에 대한 신문이 이뤄졌다. 2심 재판부는 해당 신문조서를 근거로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유지했다. A씨가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형사사법 공조 절차에 따라 취득된 진술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5-03-26 10:10:41[파이낸셜뉴스]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에서 구속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형사재판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 측이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이 '위법 수사'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공소기각이나 증거능력 배제 가능성도 열려있는 것으로 내다본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구속기간이 만료된 이후 기소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 존재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구속기간 만료 시점 논란의 경우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법원의 결정을 표면적으론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됐다. 검찰은 향후 본안 재판에서 구속기간 계산법을 '시간'이 아니라, '날짜'라는 의견을 적극 개진해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정작 현시점에서 즉시항고 또는 일반항고를 하겠다는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만큼 실제 행동에 옮길지는 장담할 수 없다. 또 이미 석방됐기 때문에 윤 대통령 측 입장에선 재차 거론할 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재판부도 양측의 주장이 없으면 굳이 심리를 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다른 쟁점인 수사과정 적법성은 법정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법조계는 내다본다. 윤 대통령 측이 지속적으로 공수처와 검찰의 내란죄 수사 부적절성을 주장했고, 법원도 결정문에 '의문'을 표시했다는 점이 근거다.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보면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는 △형법상 뇌물죄, 알선수재, 배임수재 등 부패범죄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 직권남용범죄 △공무상비밀누설죄 △횡령 및 배임죄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한정한다. 내란죄는 해당 사항이 아니다. 그러나 공수처는 '수사과정에서 인지한' 고위공직자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는 수사할 수 있고, 윤 대통령의 내란죄는 직권남용죄를 수사하면서 인지한 직접 관련성이 있는 혐의이기 때문에 수사권이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공수처가 실제 윤 대통령의 내란죄를 인지했다고 볼 수 있는지 다툼의 여지는 존재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귀연 판사 역시 "공수처가 직권남용죄를 수사하다가 내란죄를 인지했다고 볼 만한 증거나 자료가 없다"면서 "공수처법 등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대법원 해석이나 판단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를 토대로 법조계는 본안 재판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공수처법이 생긴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수사기관의 수사권이 문제 됐던 사례도 거의 없다"며 "재판부가 공소기각과 관련된 형사소송법을 이번 사건에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공소기각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은 327조 2호에서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인 경우 공소기각을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수사가 윤 대통령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재판부가 판단한다면 이런 조항을 적용할 수도 있다는 취지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도 "과거 사법경찰관과 사법경찰리의 수사권이 구분되던 때 수사권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기관의 수사권은 그런 적이 없어서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봐야 한다"며 "재판부가 공판준비기일에 수사권 등에 대한 심리를 파고드는지를 보면 공소기각을 검토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일부에선 공소기각까지는 아니더라도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결정이 나올 수 있다고 예상한다. 공수처 수사가 문제일뿐 기소를 담당한 검찰의 절차는 적법한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내란죄 수사권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공수처 수사기록의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2025-03-12 15:01:32증인이 해외에 체류하고 있다는 이유로 인터넷 화상장치를 통해 신문을 진행한 경우, 해당 증언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에 돌려보냈다. 대학교수인 A씨는 2014년 2월~2016년 2월 허위로 조교인사제청서를 제출해 장학금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타인의 명의를 빌려 조교 등록을 하고, 대학교에서 장학금을 지급하면 이를 수차례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1심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고,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씨가 대학교를 기망해 장학금 명목의 금원을 편취한 점이 인정된다며 모든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상고심에선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증인의 증언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2심에서 조교 B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는데, 당시 B씨가 해외에 체류 중이라는 이유로 인터넷 화상장치를 통해 검사의 주신문, 변호인의 반대신문 등이 진행됐다. 이를 두고 대법원은 "원심의 조치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증거방법(증인)에 대한 적법한 증거조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범죄사실의 인정을 위한 증거조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개된 법정에서 법률이 정한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른 증인신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증인에 대해 선서 없이 법관이 임의의 방법으로 청취한 진술 등은 적법한 증거조사 절차를 거치지 않은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B씨의 증언 등 증거들을 종합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며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증거재판주의를 위반하거나 증거조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10-03 17:58:40[파이낸셜뉴스] 증인이 해외에 체류하고 있다는 이유로 인터넷 화상장치를 통해 신문을 진행한 경우, 해당 증언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에 돌려보냈다. 대학교수인 A씨는 2014년 2월~2016년 2월 허위로 조교인사제청서를 제출해 장학금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타인의 명의를 빌려 조교 등록을 하고, 대학교에서 장학금을 지급하면 이를 수차례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1심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고,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씨가 대학교를 기망해 장학금 명목의 금원을 편취한 점이 인정된다며 모든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상고심에선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증인의 증언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2심에서 조교 B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는데, 당시 B씨가 해외에 체류 중이라는 이유로 인터넷 화상장치를 통해 검사의 주신문, 변호인의 반대신문 등이 진행됐다. 이를 두고 대법원은 "원심의 조치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증거방법(증인)에 대한 적법한 증거조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범죄사실의 인정을 위한 증거조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개된 법정에서 법률이 정한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른 증인신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증인에 대해 선서 없이 법관이 임의의 방법으로 청취한 진술 등은 적법한 증거조사 절차를 거치지 않은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B씨의 증언 등 증거들을 종합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며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증거재판주의를 위반하거나 증거조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10-03 00:48:26[파이낸셜뉴스] 수사기관이 성매매 단속 현장을 몰래 촬영하거나 녹음한 자료는 법정에서 증거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종업원과 대화는 관련 법이 금지하는 타인간의 대화가 아니며, 영장이 없어도 위법하지 않다는 취지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성매매처벌법 위반(성매매 알선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30일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경기 고양시에서 마사지 업소를 운영하면서 2018년 5월 17일 손님으로 위장한 남성 경찰관에게 성매매를 알선했다가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관은 A씨 및 종업원과 대화하면서 몰래 녹음했고, 단속 사실을 알린 뒤에는 업소 내부의 피임용품을 촬영했다. 검찰은 이 내용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쟁점은 수사기관의 비밀 녹음하거나 촬영한 자료에 대해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다. 또 성매매 여성의 진술서도 증거로 쓸 수 있는지가 됐다. 1심은 A씨의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으나, 2심은 비밀녹음 등에 대한 증거능력을 부정하며 무죄로 판결을 뒤집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범죄를 수사하면서 범행이 진행되고 증거보전 필요성 등이 있으면 녹음해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닌 이상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종업원과 대화는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진 촬영 및 수색도 영장 없이 이루어졌다고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성매매 여성에게 진술거부권 고지하지 않았더라도 증거능력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06-26 12:59:17배우자의 불륜을 입증할 목적으로 '스파이 앱'을 통해 불법으로 녹음한 파일은 가사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가 상간녀 B씨를 상대로 낸 위자료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지난달 16일 확정했다. A씨와 남편은 2011년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 남편은 의사였는데 병원에서 만난 B씨와 여러 차례 데이트하는 등 바람을 피웠다. A씨는 2019년 이 사실을 알게 됐으나 남편과 바로 이혼하지는 않았다. 사실은 A씨도 불륜 상대가 있었다. 남편이 2020년 A씨의 외도를 알게 되면서 부부는 이듬해 협의하에 이혼했다. A씨는 2022년 상간녀 B씨를 상대로 33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이 재판에 남편과 B씨의 통화 녹음 파일을 제출했다. 남편 몰래 휴대전화에 '스파이 앱'을 설치해 확보한 자료였다. 1심과 2심은 녹음 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고 B씨가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제3자가 전기통신의 당사자인 송신인과 수신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전화 통화 내용을 녹음한 행위는 전기통신의 감청에 해당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되고, 불법 감청에 의해 녹음된 전화 통화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불법감청에 의해 얻거나 기록한 통신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 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대법원은 나머지 증거로도 B씨의 부정행위는 인정된다고 보고 위자료 1000만원 지급을 명령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05-19 19:23:27[파이낸셜뉴스] 대검찰청 서버(디넷)에 보관된 휴대전화 전체 정보를 별건 수사에 활용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부정청탁 금지법·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강모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에 돌려보냈다. 사건은 검찰이 2018년 강원도 원주 택지개발 비리 사건 수사에 착수하면서 원주시청 국장급 공무원 조모씨에 대해 국토계획법 위반 혐의로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으로 시작됐다. 검찰은 조씨 휴대전화의 전자정보를 복제한 이미지 파일을 만들어 디넷에 저장한 후 관련 정보를 탐색하던 중 조씨와 강씨의 통화 녹음 파일을 발견했다. 녹음 파일에는 검찰청 사무과장이던 강씨가 조씨로부터 특정 사건 수사를 지연시켜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에 응한 정황이 담겼다. 검찰은 이 증거를 근거로 별도 영장 없이 녹음 파일의 녹취록을 만들거나, 문자메시지를 조사하는 등 추가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영장을 집행하지 않고 기존 녹음파일을 기반으로 수사를 이어가다 나중에 동일한 영장을 다시 발부받아 대검 서버에 업로드된 디지털 자료를 압수했고, 이어 강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과 2심 모두 추가 영장으로 수집된 증거이므로, 증거능력을 인정, 강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디넷에서 1차적으로 발견해 수집한 자료가 위법하더라도 사후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했으므로 하자있는 증거의 증거능력이 치유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해당 증거 모두 증거능력이 없음을 확인했다. 대법원은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더라도, 기존 영장 집행 후에는 삭제·폐기했어야 하는 정보이므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사후 영장으로 해당 정보 취득의 하자를 적법하게 치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당시엔 디넷에 보관된 이미지 등에 관한 등록·폐기 절차가 구체적으로 규정돼있지 않았다"면서 "현재는 디넷 보관 전부 이미지는 ‘증거의 무결성, 동일성, 진정성 등 증거능력 입증’을 위한 경우 외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wschoi@fnnews.com 최우석 법조전문기자·변호사
2024-04-26 13:12:36[파이낸셜뉴스] '여신도 성폭행'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은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씨가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정씨 측은 지난 5일 대전고법 형사3부(김병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준강간·준유사강간·강제추행·준강제추행 등 혐의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피해자들을 성폭행·추행한 사실이 없고 본인을 재림예수라 자칭한 사실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관련 녹음파일에 대해서도 사본이어서 증거 능력이 없다고 했다. 앞서 피해자 중 한 명이 제출한 녹음 파일에 정씨가 "나 꼭 껴안아 줘" "아유, 히프 크다" "X 나왔어? 나는 한 50번은 X 거 같아" 등의 말을 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논란이 됐다. 검찰은 "범행 횟수가 총 23차례에 달하고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취지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 수사 단계에서부터 신도들로 구성된 '참고인단'을 꾸려 조직적으로 허위 진술을 지시한 점 등을 고려하면 더 무거운 형이 선고돼야 한다"라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1심에서 징역 30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날 향후 증거조사 계획을 논의했으며, 다음 재판에서 이 사건 녹음파일에 대해 검찰 측 증거 의견을 청취하고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정씨는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충남 금산군 진산면 월명동 수련원 등에서 23차례에 걸쳐 홍콩 국적 여신도 메이플(29)을 추행하거나 성폭행하고, 호주 국적 여신도 에이미(30)와 20대 한국인 여신도를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20대 여신도 4명을 추행하거나 성폭행한 죄(강간치상 등)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해 출소하자마자 범행을 저질렀다. 외국인 여신도들이 자신을 허위로 성범죄로 고소했다며 경찰에 맞고소하는 등 무고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정씨는 자신을 재림 예수이자 메시아로 칭하며 공범인 'JMS 2인자' 김지선씨(45·여) 등 선교회 목사들을 이용해 자신이 이들의 '신랑'이라는 관념을 주입시키는 방법으로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한 뒤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종교적 약자로서 범행에 취약한 다수 신도를 상대로 상습적으로 성폭력 범행을 저질렀고, 피고인을 순종하던 여성 신도의 심신장애 상태를 계획적으로 이용했다"라며 정씨에게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징역 4년∼징역 19년 3개월)을 넘는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4-03-06 06: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