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출범…'대한민국 우주시대' 개막"(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한국판 NASA' 우주항공청 출범, 우주시대 앞당기길(OO신문)" 지난 5월 27일 대한민국 우주시대 도래를 기대하는 여론의 지지를 받으며 항공우주 커뮤니티의 오랜 염원이었던 우주항공청이 공식 개청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우주시대(Space Age)'는 우주경쟁, 우주탐사, 우주기술 및 이에 영향을 받은 문화적 발전과 관련된 활동을 포괄하는 시기로 1957년 10월 4일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닉 1호(Sputnik-1) 발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도 이미 살아가고 있는 '우주시대'를 정부와 언론은 우주항공청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17세기 초 파두아대학 교수로 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네덜란드에서 고안된 망원경을 개조한 천체망원경으로 달의 분화구와 태양의 흑점, 토성의 고리 등을 발견했으며 목성의 위성운동 관찰을 통해 지구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1500여년 동안 지속되어 왔던 지구 중심적 세계관(천동설)에서 벗어나 지동설을 주장, 종교재판을 받기도 했던 그는 당대 사람들의 관심을 우주로 지향하게 했다. 20세기 전후 소련의 국민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콥스키는 우주여행과 로켓추진의 원리와 우주엘리베이터 개념을 제안하고, 우주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우주정거장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미래를 상상했고 100여년이 지나지 않아 그의 상상은 현실이 됐다. 나치를 도와 V2 로켓을 개발하다 미국으로 건너와 아폴로 프로젝트에 결정적 기여를 했던 베른헤르 폰 브라운도 1953년 발간한 소설 '화성 프로젝트'에 인류가 곧 화성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우주시대의 기대감을 전파했다. 이처럼 스푸트닉 이전에도 우주를 꿈꾸는 리더들에 의해 우주시대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청소년 시절 고향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왕따를 당하던 우주시대의 개척자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설립, 재사용로켓 개발을 통한 우주개발의 파괴적 혁신으로 세계 우주시장을 재편하고 있으며 초대형 로켓 스타십 시험발사에 성공, 그가 꿈꾸는 화성정복을 함께 기대하는 세계인들에게 이미 화성시대를 열어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우주기술을 배워간 중동의 소국 아랍에미리트(UAE)는 100년 후 국민들이 화성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화성2117' 비전을 수립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화성탐사선 '아말(희망)'을 성공적으로 발사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달탐사 프로젝트에 달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의 핵심 모듈을 제공하고 UAE 우주인을 달에 보내겠다는 선언을 하는 등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국가의 리더가 우주개척을 향한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실행함으로써 자국민들은 새로운 우주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OO년까지 세계 5등(G5), 우주기업 2000개를 달성하여 대한민국의 우주시대를 앞당기겠다'는 우주항공청의 지극히 한국적인 목표 제시보다 우주 선진국과 나란히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동참하여 이미 마음은 달과 화성에 가 있는 UAE 국민들 못지않은 꿈을 우리나라의 미래세대들이 가지며 자라나는 토양을 조성할 수 있는 국가적 비전 제시와 미래를 예견하는 리더들의 존재감이 더 절실한 시점이다. 대한민국에 우주를 꿈꾸는 사람이 많아야 본격적인 우주시대가 앞당겨질 것이다. 미래는 꿈꾸는 자의 것이다. 우주시대도 그러하다. ■약력 △62세 △텍사스A&M대 항공우주공학 박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기술연구소장 △연세대 인공위성시스템학과 교수(현) △외교부 과학기술외교 우주분과 1기 자문위원 △국민통합위원회 과학동행특위 위원 △국제우주연맹(IAF) 우주탐사기술위원회 위원 주광혁 연세대 인공위성시스템학과 교수
2024-10-17 18:04:10"이탈리아 피렌체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라본 적 있나요. 피렌체를 감싸 흐르는 아르노 강과 우뚝 솟은 피렌체 두오모 돔을 발갛게 비추는 석양이 너무도 멋진 곳입니다. 해가 진 후 아르노 강변을 따라 하나둘씩 켜지는 주광색 조명은 어느새 먼발치의 사람들을 중세속으로 이끌고 들어갑니다. "잘 오셨습니다. 여기는 피렌체 공국입니다." 며칠 전 그런 와인을 만났습니다. 이탈리아 와인명가 안티노리(Antinori)가 토스카나의 끼안티 클라시코에서 만드는 '바디아 아 파시냐노(Badia a Passignano)'입니다. 한 모금 입에 머금으면 잔잔하게 입속을 물들이는 아로마가 마치 피렌체 시내를 포근히 덮는 미켈란젤로 언덕 노을을 닮았습니다. 또 와인이 입속에서 사라질때면 진한 아로마에 가려있던 여러가지 부케가 서서히 안개처럼 피어납니다. 무심코 오래된 성당 한켠의 대리석을 쓰다듬을 때 켜켜이 쌓인 삶의 흔적을 차례차례 마주하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바디아 아 파시냐노는 안개가 살짝 내려앉은 중세의 어느 골목길을 걷는 그런 감동을 주는 와인입니다. #1.수도사는 최고의 지식인이자 뛰어난 미식가 바디아 아 파시냐노는 '파시냐노 대수도원'이라는 뜻입니다. 파시냐노 수도원은 891년, 멀게는 395년에 세워졌다고 알려진 아주 오래된 수도원입니다. 만일 그 역사의 기원이 395년이라면 로마 황제 테오도시우스가 죽던 해입니다. 테오도시우스는 392년 가톨릭을 로마의 국교로 선포해 오늘날의 기독교를 있게 한 위대한 황제입니다. 하지만 그가 죽은 후 로마는 자식들에 의해 동서로 완전히 갈라지며 서양사의 물결이 바뀌게 됩니다. 파시냐노 수도원은 이후 1049년에 베네딕토 수도회 산하로 편입됐으며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1587년부터 2년간 수도회 수학교사로 머무르기도 했던 유서깊은 수도원입니다. 예부터 수도원 인근에서는 늘 좋은 와인이 났습니다. 성찬예배를 드리기 위해서는 와인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죠. 오래된 수도원 인근에 늘 포도밭이 있는 이유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직접 포도 농사를 짓고 와인을 만들던 중세 수도사들이 그 시대의 최고 엘리트 집단이었다는 것입니다. 지독한 문맹사회였고 문맹을 장려하던 기독교 문화권에서 수도사들은 유일하게 문자를 아는 뛰어난 지식인이자, 농부이고, 미식가였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맛있는 포도를 얻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와인이 맛있어지는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이 노하우는 후배 수도사들에게 계속 이어졌습니다. 수도사들은 같은 포도밭, 같은 품종의 포도인데도 밭고랑마다 서로 다른 맛을 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형에 따라 토양의 성분과 퇴적층이 서로 다를 수 있고, 건물이나 나무에 의해 일조량과 바람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경사진 밭의 경우 그 위치에 따라 포도 맛이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수도사들은 이런 미묘한 차이를 일찍부터 알았습니다. 그래서 돌로 야트막한 담을 쌓아서 구분해놨습니다. 프랑스 와인, 특히 부르고뉴 와인을 보면 라벨에 '끌로(Clos)', '뀌베(Cuvee)' 등의 단어들을 본적이 있을 겁니다. 끌로는 바로 수도사들이 쌓아놓은 그 '돌담'을 의미합니다. 오늘날에도 이 돌담에 따라 포도맛이 정확하게 달라진다고 합니다. 혹시 지금 마시는 와인의 라벨에 끌로라는 단어가 있다면 수도사들의 오랜 노하우가 담긴 좋은 와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도사들은 같은 밭이라 하더라도 포도를 밭고랑별로 구분해 수확하고 과즙도 분리해서 짜냈습니다. 이후 와인 맛을 보며 다른 밭고랑의 와인을 섞었습니다. 이렇게 제조된 와인은 훨씬 복합적인 맛을 내고 늘 일관된 품질을 유지했습니다. 이같은 방식을 '뀌베 시스템(Cuvee System)'이라고 합니다. 뀌베는 프랑스 부르고뉴나 상파뉴에서 포도를 수확해 압착했을 때 처음 나오는 좋은 과즙을 말합니다. 그 해 농사가 너무 가물었다면 경사진 포도밭의 위쪽에 위치한 포도는 물이 부족해 품질이 떨어지지만, 맨 아랫쪽 포도는 품질이 좋습니다. 물이 위에서 흘러 아랫쪽에 모이기 때문이죠. 반대로 비가 많이 온 해라면 아랫쪽 포도는 물을 많이 머금어 맛이 흐린 반면 위쪽은 과즙 농도가 아주 높습니다. 그래서 각 고랑마다 포도맛을 보고 이를 섞는 것이죠. 이 뀌베 시스템도 수도사들이 처음 고안한 블렌딩 기법입니다. 보르도에서는 각 품종 별로 비율을 정해 섞습니다. 또 상파뉴에서는 샴페인을 만들 때 여러 해 동안 만들어진 와인을 섞습니다. #2. 중세 식탁과 세계사 물줄기 바꾼 금식일 신앙이 지배했던 중세 가톨릭 세계는 금식일에 지방 섭취를 철저하게 금지했습니다. 육고기는 물론이고 부산물인 유제품, 달걀까지도 제한했습니다. 더운 성질을 가진 붉은색 고기가 성욕을 부추긴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특정 음식을 하루이틀 못먹는 것은 참을 수 있겠지만 금식일은 그 기간이 너무 길고 자주 찾아왔습니다. 사순절은 장장 6~7주일에 달했고, 매주 금요일과 각종 축일까지 합치면 1년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140~160일이 금식일이었습니다. 오늘날 축제를 의미하는 '카니발(Carnival)'도 금식일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리스도의 수난을 되새기는 사순절 시작에 앞서 육고기를 맘껏 먹으며 거리 축제를 즐기던 풍습이 오늘날 카니발로 자리잡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금식일이라 하더라도 생선은 먹을 수 있었습니다. 물고기는 물에서 살기 때문에 성질이 차고, 살의 색깔도 흰색이었기 때문에 비늘이 없는 뱀장어, 메기 등을 제외한 생선은 모두 허용했습니다. 중세 수도원을 방문하면 어딜가나 양식장 시설이 있는 이유입니다. 당시 서민들은 금식일에 민물고기를 먹었습니다. 구하기 쉬운데다 가격도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귀족이나 부자들은 바닷고기를 즐겼습니다. 바닷고기는 대부분 크고 기름기가 있어 지방에 목마른 귀족들을 입맛을 부족하나마 사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바닷고기는 대구를 좋아했습니다. 대구를 좋아했다기보다는 유럽이 접한 대서양은 대구가 정말 크고 많이 잡혔습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비롯한 연안 국가들이 주식처럼 즐기는 '바깔라우(Bacalhau)'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이처럼 중세 식탁을 바꾼 금식일은 세계사 물줄기도 바꿨습니다. 연근해에 머물던 당시 선원들이 대구를 잡으러 큰 바다로 나가기 시작하면서 대항해시대를 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바다를 향해 나가다보면 어느 순간 절벽처럼 떨어진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바스크 지역 선원들은 용감하게도 대구를 잡기 위해 아메리카 대륙의 뉴펀들랜드 연안까지 나가면서 먼 바다를 개척하기 시작합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대항해 시대를 먼저 연 이유입니다. #3. 중세 골목길로 안내하는 바디아 아 파시냐노 '바디아 아 파시냐노 2016'을 조심스럽게 따라 봅니다. 진한 포도향이 순식간에 주변을 장악합니다. 신선하고 고급스런 아로마가 일품입니다. 마주하기 전 4시간 전에 보틀 브리딩을 하고, 다시 1시간 정도 디캔터에서 브리딩을 거쳐 병에 다시 담는 더블 디캔팅을 했는데도 그 향이 폭발적입니다. 입안에 살짝 흘려보면 제법 묵직한 질감에 놀랍니다. "어? 산지오베제(Sangiovese) 와인 맞나"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미디엄 바디와 풀바디 사이에 있지만 풀바디 쪽에 더 가깝습니다. 입속에서 마주하는 첫 아로마는 붉은 색 과일입니다. 입안에서 와인이 사라질때쯤 치솟는 침이 고일 정도의 기분좋은 산도가 인상적입니다. 산지오베제 100% 와인 맞네요. 이어 낙엽, 가죽, 연필심, 흙내음 등 복합적인 부케가 입안을 맴돌고 난 뒤 혀와 입안에 소복소복 내려앉는 타닌은 정말 좋습니다. 7년이 지난 와인임에도 타닌은 아직 두껍습니다. 세월이 더 흐르면 타닌도 아주 잘게 쪼개져 살포시 스며들 것 같습니다. 구조감 좋은 와인은 이런 감동을 줍니다. 눈을 감고 다시 한 모금 머금습니다. 이 와인, 라벨을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피렌체 노을 빛을 닮은 바탕에 흐릿하게 자리잡은 바디아 아 파시냐노 수도원 건물, 저는 어느새 그 앞에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3-11-16 18:07:02[파이낸셜뉴스] 이탈리아 피렌체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라본 적 있나요. 피렌체를 감싸 흐르는 아르노 강과 우뚝 솟은 피렌체 두오모 돔을 발갛게 비추는 석양이 너무도 멋진 곳입니다. 해가 진 후 아르노 강변을 따라 하나둘씩 켜지는 주광색 조명은 어느새 먼발치의 사람들을 중세속으로 이끌고 들어갑니다. "잘 오셨습니다. 여기는 피렌체 공국입니다." 며칠 전 그런 와인을 만났습니다. 이탈리아 와인명가 안티노리(Antinori)가 토스카나의 끼안티 클라시코에서 만드는 '바디아 아 파시냐노(Badia a Passignano)'입니다. 한 모금 입에 머금으면 잔잔하게 입속을 물들이는 아로마가 마치 피렌체 시내를 포근히 덮는 미켈란젤로 언덕 노을을 닮았습니다. 또 와인이 입속에서 사라질때면 진한 아로마에 가려있던 여러가지 부케가 서서히 안개처럼 피어납니다. 무심코 오래된 성당 한켠의 대리석을 쓰다듬을 때 켜켜이 쌓인 삶의 흔적을 차례차례 마주하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바디아 아 파시냐노는 안개가 살짝 내려앉은 중세의 어느 골목길을 걷는 그런 감동을 주는 와인입니다. ■수도사는 최고의 지식인이자 뛰어난 미식가 바디아 아 파시냐노는 '파시냐노 대수도원'이라는 뜻입니다. 파시냐노 수도원은 891년, 멀게는 395년에 세워졌다고 알려진 아주 오래된 수도원입니다. 만일 그 역사의 기원이 395년이라면 로마 황제 테오도시우스가 죽던 해입니다. 테오도시우스는 392년 가톨릭을 로마의 국교로 선포해 오늘날의 기독교를 있게 한 위대한 황제입니다. 하지만 그가 죽은 후 로마는 자식들에 의해 동서로 완전히 갈라지며 서양사의 물결이 바뀌게 됩니다. 파시냐노 수도원은 이후 1049년에 베네딕토 수도회 산하로 편입됐으며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1587년부터 2년간 수도회 수학교사로 머무르기도 했던 유서깊은 수도원입니다. 예부터 수도원 인근에서는 늘 좋은 와인이 났습니다. 성찬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는 와인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죠. 오래된 수도원 인근에 늘 포도밭이 있는 이유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직접 포도 농사를 짓고 와인을 만들던 중세 수도사들이 그 시대의 최고 엘리트 집단이었다는 것입니다. 지독한 문맹사회였고 문맹을 장려하던 기독교 문화권에서 수도사들은 유일하게 문자를 아는 뛰어난 지식인이자, 농부이고, 미식가였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맛있는 포도를 얻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와인이 맛있어지는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이 노하우는 후배 수도사들에게 계속 이어졌습니다. 수도사들은 같은 포도밭, 같은 품종의 포도인데도 밭고랑마다 서로 다른 맛을 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형에 따라 토양의 성분과 퇴적층이 서로 다를 수 있고, 건물이나 나무에 의해 일조량과 바람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경사진 밭의 경우 그 위치에 따라 포도 맛이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수도사들은 이런 미묘한 차이를 일찍부터 알았습니다. 그래서 돌로 야트막한 담을 쌓아서 구분해놨습니다. 프랑스 와인, 특히 부르고뉴 와인을 보면 라벨에 '끌로(Clos)', '뀌베(Cuvee)' 등의 단어들을 본적이 있을 겁니다. 끌로는 바로 수도사들이 쌓아놓은 그 '돌담'을 의미합니다. 오늘날에도 이 돌담에 따라 포도맛이 정확하게 달라진다고 합니다. 혹시 지금 마시는 와인의 라벨에 끌로라는 단어가 있다면 수도사들의 오랜 노하우가 담긴 좋은 와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도사들은 같은 밭이라 하더라도 포도를 밭고랑별로 구분해 수확하고 과즙도 분리해서 짜냈습니다. 이후 와인 맛을 보며 다른 밭고랑의 와인을 섞었습니다. 이렇게 제조된 와인은 훨씬 복합적인 맛을 내고 늘 일관된 품질을 유지했습니다. 이같은 방식을 '뀌베 시스템(Cuvee System)'이라고 합니다. 뀌베는 프랑스 부르고뉴나 상파뉴에서 포도를 수확해 압착했을 때 처음 나오는 좋은 과즙을 말합니다. 그 해 농사가 너무 가물었다면 경사진 포도밭의 위쪽에 위치한 포도는 물이 부족해 품질이 떨어지지만, 맨 아랫쪽 포도는 품질이 좋습니다. 물이 위에서 흘러 아랫쪽에 모이기 때문이죠. 반대로 비가 많이 온 해라면 아랫쪽 포도는 물을 많이 머금어 맛이 흐린 반면 위쪽은 과즙 농도가 아주 높습니다. 그래서 각 고랑마다 포도맛을 보고 이를 섞는 것이죠. 이 뀌베 시스템도 수도사들이 처음 고안한 블렌딩 기법입니다. 보르도에서는 각 품종 별로 비율을 정해 섞습니다. 또 상파뉴에서는 샴페인을 만들 때 여러 해 동안 만들어진 와인을 섞습니다. ■중세 식탁과 세계사 물줄기 바꾼 금식일 신앙이 지배했던 중세 가톨릭 세계는 금식일에 지방 섭취를 철저하게 금지했습니다. 육고기는 물론이고 부산물인 유제품, 달걀까지도 제한했습니다. 더운 성질을 가진 붉은색 고기가 성욕을 부추긴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특정 음식을 하루이틀 못먹는 것은 참을 수 있겠지만 금식일은 그 기간이 너무 길고 자주 찾아왔습니다. 사순절은 장장 6~7주일에 달했고, 매주 금요일과 각종 축일까지 합치면 1년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140~160일이 금식일이었습니다. 오늘날 축제를 의미하는 '카니발(Carnival)'도 금식일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리스도의 수난을 되새기는 사순절 시작에 앞서 육고기를 맘껏 먹으며 거리 축제를 즐기던 풍습이 오늘날 카니발로 자리잡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금식일이라 하더라도 생선은 먹을 수 있었습니다. 물고기는 물에서 살기 때문에 성질이 차고, 살의 색깔도 흰색이었기 때문에 비늘이 없는 뱀장어, 메기 등을 제외한 생선은 모두 허용했습니다. 중세 수도원을 방문하면 어딜가나 양식장 시설이 있는 이유입니다. 당시 서민들은 금식일에 민물고기를 먹었습니다. 구하기 쉬운데다 가격도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귀족이나 부자들은 바닷고기를 즐겼습니다. 바닷고기는 대부분 크고 기름기가 있어 지방에 목마른 귀족들을 입맛을 부족하나마 사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바닷고기는 대구를 좋아했습니다. 대구를 좋아했다기보다는 유럽이 접한 대서양은 대구가 정말 크고 많이 잡혔습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비롯한 연안 국가들이 주식처럼 즐기는 '바깔라우(Bacalhau)'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이처럼 중세 식탁을 바꾼 금식일은 세계사 물줄기도 바꿨습니다. 연근해에 머물던 당시 선원들이 대구를 잡으러 큰 바다로 나가기 시작하면서 대항해시대를 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바다를 향해 나가다보면 어느 순간 절벽처럼 떨어진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바스크 지역 선원들은 용감하게도 대구를 잡기 위해 아메리카 대륙의 뉴펀들랜드 연안까지 나가면서 먼 바다를 개척하기 시작합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대항해 시대를 먼저 연 이유입니다. ■중세 골목길로 안내하는 바디아 아 파시냐노 '바디아 아 파시냐노 2016'을 조심스럽게 따라 봅니다. 진한 포도향이 순식간에 주변을 장악합니다. 신선하고 고급스런 아로마가 일품입니다. 마주하기 전 4시간 전에 보틀 브리딩을 하고, 다시 1시간 정도 디캔터에서 브리딩을 거쳐 병에 다시 담는 더블 디캔팅을 했는데도 그 향이 폭발적입니다. 입안에 살짝 흘려보면 제법 묵직한 질감에 놀랍니다. "어? 산지오베제(Sangiovese) 와인 맞나"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미디엄 바디와 풀바디 사이에 있지만 풀바디 쪽에 더 가깝습니다. 입속에서 마주하는 첫 아로마는 붉은 색 과일입니다. 입안에서 와인이 사라질때쯤 치솟는 침이 고일 정도의 기분좋은 산도가 인상적입니다. 산지오베제 100% 와인 맞네요. 이어 낙엽, 가죽, 연필심, 흙내음 등 복합적인 부케가 입안을 맴돌고 난 뒤 혀와 입안에 소복소복 내려앉는 타닌은 정말 좋습니다. 7년이 지난 와인임에도 타닌은 아직 두껍습니다. 세월이 더 흐르면 타닌도 아주 잘게 쪼개져 살포시 스며들 것 같습니다. 구조감 좋은 와인은 이런 감동을 줍니다. 눈을 감고 다시 한 모금 머금습니다. 이 와인, 라벨을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피렌체 노을 빛을 닮은 바탕에 흐릿하게 자리잡은 바디아 아 파시냐노 수도원 건물, 저는 어느새 그 앞에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3-11-15 21:18:43[파이낸셜뉴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더불어민주당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보고서에 대해 ‘중세 종교재판’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보고서가 공개되기 전부터 보고서에 정치적인 의혹을 제기하는 민주당을 향한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최종 보고서를 보기도 전에 (민주당이) 이미 결론을 내려놨다”라며 "마치 “지동설을 주장했던 갈릴레이에게 유죄를 선고했던 중세 종교재판의 맹목적 세계관을 보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전날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객관적 보고서이기보다는 일본 맞춤형 보고서일 우려가 크고 과학적 보고서보다는 정치적 보고서 우려가 크다는 것이 모든 사람의 생각”이라고 말한 것을 향한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민주당 행태를 봤을 때 IAEA 최종 보고서 발표 이후가 더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래도 지구는 돌고 있듯이 아무리 민주당이 IAEA를 공격해도 오염수에 관한 과학적 진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어 “정부·여당은 IAEA 최종 보고서를 토대로 우리 연안 및 수산 자원에 미칠 영향을 철저히 분석하고 국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정부이자,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책임 있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며 “국민들께서 안심하시도록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필요한 안전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말하고 “국민 먹거리와 관련해서는 조금의 불안감도 들지 않도록 확실한 대책을 세우도록 하겠다”라며 “10년이고 100년이고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금지할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면서 정권 퇴진을 외치고 여기에 민주노총까지 파업으로 가담하는 것은 야권의 목적이 대선 불복에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라며 “어민과 수산물 상인들이 다 죽더라도 대선 불복 심리를 불 지펴 총선에 이용하겠다는 민주당의 악의적 선동 정치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artpark@fnnews.com 박범준 기자
2023-07-04 11:51:02[파이낸셜뉴스]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4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종합보고서를 발표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10년이고 100년이고 국민들이 안심할때까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정부여당은 방류 문제가 어떻게 결론나던, 국민 먹거리와 관련해 조금의 불안감이 없도록 확실한 대책을 세우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그런데 지금까지 민주당의 행태를 봤을 때, IAEA 보고서 발표 이후가 더 걱정된다"며 "지난 주말 집회에서 IAEA를 믿지 못하겠다는 규탄의 목소리가 가득했고, 심지어 IAEA를 해체해야 한다는 비상식적 주장을 했다. 전날 최고위에서는 보고서가 일본 맞춤형 정치보고서라는 주장도 나왔다"고 지적했다. 윤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지동설을 주장했던 갈릴레이에게 유죄를 선거했던 중세 종교재판을 보는 것 같다"며 "그래도 지구는 도는 것 같이 민주당이 IAEA를 공격하더라도 오염수에 관한 과학적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끝끝내 부정하겠다면 IAEA의 전문성과 공신력을 뛰어넘는 기관을 찾아 팩트와 논리를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원내대표는 "광우병 시위를 이끌었던 민경우씨는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과 관련해 본질에 대해 선거 불복을 골자로 한 반불복 투쟁이라고 했다"며 "실제로 민주당이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며 정권 퇴진을 외치고 있는 민주노총까지 파업으로 가담하는 것은 야권의 목적이 대선 불복에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선동 정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절대로 후쿠시마 수산물은 국민 밥상에 안 올라갈 것"이라며 "(IAEA의) 검증결과를 믿지 못하겠으니 UN총회에 회부하겠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과학적 검증 결과를 믿지 않겠다는 것이며, 국가 망신을 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2023-07-04 09:22:58[파이낸셜뉴스]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이 지난 26일 70년만에 가장 가깝게 다가 왔다. 이 때문에 태양빛에 반사된 목성의 밝기는 -2.9등급으로 가을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천체가 됐다. 29일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에 따르면 태양계의 거대 행성인 목성을 9월 말~10월 초순 가장 밝고 크게 볼 수 있다. 이 무렵 목성의 밝기는 여름철 별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 직녀성 보다도 15배나 밝게 빛난다. 초저녁 동쪽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누구나 목성을 찾을 수 있다. 26일 지구가 빠르게 움직이며 목성을 추월할 때 '태양-지구-목성'이 일직선을 이뤘다. 이때 지구와 목성의 거리는 1951년 이후 70년 만에 가장 가깝다. 이때의 거리는 약 5억9600만㎞로, 가장 멀리 떨어졌을 때의 거리인 9억6560만㎞보다 약 3억7000만㎞ 가까워졌다. 이 때문에 26일 목성이 가장 잘 보이고, 10월 초순까지 맨눈으로도 잘 볼수 있다. 다음 근접 시기는 107년 후인 2129년이다. 70년 만에 지구 최근접…다음 시기는 2129년 태양-지구-외행성이 일직선을 이룰때 '행성의 충(Opposition)'이라한다. 이때 외행성이 지구와 가까워지기 때문에 밝게 빛나고 크게 관측된다. 목성의 공전주기는 약 12년으로 황도 12궁 별자리를 일 년에 하나씩 이동한다. 지구가 12개월 후 같은 자리에 왔을 때 목성은 이미 별자리 하나를 이동해 있기 때문에 한 달이 더 지난 후 목성과 가장 가까워진다. 즉 목성의 충은 대략 13개월마다 반복된다. 목성과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궤도가 원이 아니라 타원이기 때문에 충일 때라 할지라도 지구와 목성의 거리는 매년 달라진다. 1951년 이후 70년 만인 올해 특별히 지구와 목성이 가까워진다. 목성의 근지점 근처에서 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목성이 충일 때 지구를 사이에 두고 태양과 정반대에 위치하기 때문에 해가 진 후 초저녁 동쪽 하늘에서 볼 수 있다. 목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으로 부피로는 지구보다 1300배가 크고, 다른 행성을 모두 합친 것보다 질량이 많이 나간다. 목성은 핵융합을 통해 스스로 별이 될 만큼의 질량에는 도달하지 못해 별이 되지 못했다. 목성이 밝게 빛나는 이유는 다른 행성들처럼 태양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지동설의 발견은 목성 때문 413년 전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천동설을 뒤집고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와 다른 행성들이 돌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목성때문이다. 별과 태양 그리고 달의 운동만으로는 하늘이 도는지 땅이 도는지를 알 수 없었다. 행성의 복잡한 운동이 있었기 때문에 2300년 전부터 천동설(지구 중심설)과 지동설(태양 중심설)의 논쟁이 시작됐다. 인류는 수 천 년 동안 맨눈으로만 하늘을 관측했으므로 금성의 모양과 크기 변화를 알 수 없었다. 또 코페르니쿠스의 태양 중심설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도 없었다. 갈릴레이는 인류 최초로 망원경을 통해 목성의 위성을 발견하고 이 위성이 목성 주위를 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구가 아닌 목성을 돌고 있는 천체를 발견했던 것. 이는 하늘의 모든 천체가 지구를 돌고 있다는 천동설의 대전제를 무너트리는 큰 사건이었다. 이후 갈릴레이는 망원경으로 금성의 모양 변화와 크기 변화를 관측함으로써 1800년간 이어졌던 역사상 가장 길고 격렬했던 논쟁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로써 세상의 중심은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10월 1일부터 4일간 관측 "우주의 신비 경험"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는 70년 만에 가장 밝고 큰 목성이 뜨는 시기에 맞춰, 전국 20여 곳에서 '100시간 천문학'을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은 천문인구 저변확대를 위해 국제천문연맹이 매년 진행하는 공개 관측회 및 천문학 특강이다. 전 세계가 참여해 24시간 내내 연속 100시간 동안 진행된다. 올해는 10월 1~4일 전 세계 30개국 이상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 기간 전국 24 곳에서 진행된다. 천체망원경 103대가 동원되고 연인원 기준 106명의 천문지도사가 참여할 예정이다. 특히 10월 3일 진행되는 천문도서 저자 특강 및 탄소중립 특강은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천문학과 탄소중립에 관심있는 누구나가 참여할 수 있다.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원치복 회장은 "목성의 위성 관측은 하늘의 모든 천체가 지구를 돌고 있다는 천동설의 모순이 밝혀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며 "이번 100시간 천문학 공개관측 행사를 통해 많은 시민들이 우주의 신비를 느끼고, 지구 환경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한국에서 진행하는 '100시간 천문학'의 주제는 '불을 끄고 별을 켜요! 탄소중립을 위해!'다. 아마추어천문학회측은 이번 행사가 천문학 대중화 프로젝트이자 탄소중립을 위한 전기절약 캠페인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인을 위한 공개관측회를 통해 맨눈으로 목성, 토성을 찾아보는 것뿐만 아니라 천체망원경을 통해 토성의 고리, 목성의 위성과 표면 줄무늬, 달의 크레이터 등 다양하게 우주의 신비를 경험할 수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2-09-28 14:34:10한화그룹 우주사업 종합상황실 한화스페이스허브는 지난 23일 서울 명동 커뮤니티 하우스에서 우주 영재 육성 프로젝트 '우주의 조약돌' 과정을 시작했다고 24일 밝혔다. 카이스트(KAIST)와 함께 하는 이번 교육 프로그램에는 4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전국의 중학생 30명이 참여했으며 6개월 동안 진행된다. 이날 첫 번째 교육에선 '왜 우주를 공부하는가'에 대한 철학과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기 위한 '우주 인문학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강사로는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와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가 나서 학생들과 토론했다. 정 교수는 ‘우리 뇌는 어떻게 변해왔을까’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해 ‘우리가 언젠가 우주에서 만날지 모를 우주 생명체의 뇌는 어떻게 생겼을까’에 대해 학생들과 토론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과 철학과 우주, 과학과 역사를 함께 논의하면서 빛과 망원경의 원리를 설명했고 대화는 갈릴레오 얘기에서 지동설과 제임스 웹 망원경까지 이어졌다. 학생들은 다음달 열리는 2번째 우주 인문학 컨퍼런스에선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다윈의 식탁을 쓴 과학철학자 장대익 박사 △SF 작가 김창규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직접 인공위성을 만들고 있는 황정아 박사 등과 만날 예정이다. 9월부턴 현직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8명, 석·박사 과정 멘토들과 함께 팀을 꾸려 수행하는 ‘우주 미션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지도를 맡은 전은지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주제 선정부터 논리 구체화, 과제 완성까지 모든 과정을 KAIST 석·박사들의 팀 프로젝트 방식과 똑같은, 자기 주도형으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11월에는 합숙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 때는 NASA 앰배서더 폴윤 박사와 함께 현직 NASA 연구원과 온라인 만남도 갖기로 했다. 내년 1월에는 ‘우주의 조약돌’ 멘토진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현직 연구원 등 최고의 우주 전문가들 앞에서 그동안 준비한 ‘팀 프로젝트 결과’를 발표하게 된다. ‘우주의 조약돌’ 모든 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은 △KAIST 총장 수료증 △KAIST 영재교육원 수강권 △전문가와 1:1 진로 컨설팅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팀 프로젝트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내년 초 해외탐방 기회도 준다. ‘우주의 조약돌’ 프로그램 교육·연수 비용은 전액 한화 스페이스 허브가 부담한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2-07-24 10:53:08[파이낸셜뉴스] 태양계의 5개 행성들이 일렬로 줄지어 맨 눈으로도 관측할 수 있는 우주 이벤트가 이달 중순부터 20여일간 펼쳐진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2040년 9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태양계의 여러 행성중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 주인공이다.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는 많은 시민과 함께 이 행성들을 관측하기 위해 공개관측 행사를 준비했다. 13일 아마추어천문학회에 따르면, 관측행사는 16일부터 6월 말까지 전국 8곳에서 진행한다. 행사에 참여하게 되면 맨눈으로 줄지어 있는 5개의 행성을 동시에 보는 것 뿐만아니라 천체망원경을 통해 토성의 고리, 목성의 위성과 표면 줄무늬, 금성의 위상 변화 등 행성의 다양한 모습을 관측할 수 있다. 특히 서울 공개관측 행사는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18일 밤 11시부터 열리며,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누구나 쉽게 별 찾는 방법', '스마트폰으로 천체사진 찍는 방법' 등 천문 주제 강연뿐만 아니라 천문학자 해설, 천문 상식 퀴즈 대회 등도 준비했다.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원치복 회장은 "오행성과 관련된 천문현상은 5개의 행성이 얼마나 가깝게 모이느냐에 따라 수십년에서 수백년에 걸쳐 드물게 일어난다"면서 "고대인들도 이것을 여러 역사서에 빠짐없이 기록할 만큼 중요한 천문현상으로 여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오행성 공개 관측 행사를 통해 많은 시민들이 우주의 신비를 느끼고, 세상의 중심이 바뀌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오행성을 관측할 수 있는 6월 중순부터 약 15일 동안 행성들은 밝기 변화와 이동 속도 면에서 다양한 특징을 보인다. 토성과 목성은 이 기간 동안 항성(별)처럼 밝기와 움직임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화성과 금성 그리고 수성은 밝기와 위치가 맨눈으로도 쉽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변한다. 수성은 밝기 변화가 가장 커서 6월 11일에 밝기가 1.2등급 정도인데, 7월 1일에는 -0.6등급으로 20일 만에 약 5배 밝아진다. 또 목성을 기준으로 화성이 매일매일 동쪽으로 멀어지고, 금성이 화성보다 두 배쯤 빠른 속도로 동쪽을 향해 이동하는 현상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위치 변화가 큰 금성의 경우 20일간 약 25도를 별자리 사이에서 움직이고, 가장 밝게 빛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새벽 동쪽 하늘을 쳐다보는 누구나 하늘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행성보다 훨씬 밝은 달의 움직임을 통해 행성의 정체를 확인할 수도 있다. 달은 6월 19일에 토성의 아래쪽을 지나고 22일에는 목성의 아래쪽, 23일에는 화성의 아래쪽을 지난다. 26일과 27일에는 차례로 금성과 수성의 바로 위쪽을 지나므로 일반인들도 쉽게 다섯 개의 행성을 달과의 상대적 위치만으로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이 과정에서 달의 움직임이 행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6월 28일 새벽에는 수성보다 동쪽, 즉 수성과 태양 사이에 실낱같은 그믐달이 위치하며,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달과 오행성 배열이 일어난다. 이 배열은 별자리 사이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달, 그 뒤를 이어 빠르기 순서로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 위치한다. 이것이 바로 천동설(지구중심설)의 우주론에서 지구를 중심으로 도는 천체들의 배열 순서였다. 달이나 행성까지의 거리를 알지 못했던 옛날에는 별자리 사이에서 움직이는 달과 행성의 속도를 이용해 지구로부터의 거리를 예측했다. 현재의 과학적 사실과 수성의 배치만 차이가 있을 뿐 다른 행성의 배열은 모두 옳게 설정됐다. 별과 태양 그리고 달의 운동만으로는 하늘이 도는지 땅이 도는지를 알 수 없다. 행성의 복잡한 운동이 있었기 때문에 2300년 전부터 천동설(지구중심설)과 지동설(태양중심설)의 논쟁이 시작됐다. 인류는 수천년 동안 맨 눈으로만 하늘을 관측했으므로 금성의 모양과 크기 변화를 알 수 없었으며,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었다. 413년 전 갈릴레이가 인류 최초로 망원경을 통해 금성과 목성을 관측함으로써, 1800년간 이어졌던 역사상 가장 길고 격렬했던 논쟁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금성의 모양 변화가 태양중심설이 옳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별자리 사이에서 행성의 밝기 변화와 위치 변화를 기록하는 것 자체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때가 있었다. 이것을 자세히 기록한 티코 브라헤가 있었기 때문에 케플러의 타원궤도의 법칙이 만들어질 수 있었고,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이 탄생했다. 그런데 우리는 스마트폰 하나로 이런 행성의 움직임과 밝기 변화를 티코 브라헤보다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게 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2-06-11 21:11:27"To infinity and beyond!"(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디즈니 자회사인 픽사의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에 나오는 명대사다. 우주인 모습의 장난감인 버즈는 우주로 날 수 있다고 믿을 때, 실제로 날지 못하더라도 날고 싶은 욕망이 간절할 때 이 대사를 주문처럼 외친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동심을 대변하면서다. 광대무변한 우주에 대한 궁금증이 어디 어린이들에게만 국한됐겠나. 이탈리아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1609년에 천체망원경을 고안했다. 중세의 천동설을 무너뜨리고 지동설을 입증할 기반이 된 발명이었다. 그는 이를 통해 실제로 목성의 표면을 관찰하고 태양의 흑점도 발견했다. 이후 지상에서 우주를 관찰하는 수많은 동호인들이 생겨난 것도 그의 덕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갈릴레이식 망원경은 한계가 있었다. 지상망원경이 대기층에 존재하는 기체들에 의해 가시광선은 산란되고 자외선이나 적외선, 감마선, X선 등은 흡수돼 우주를 제대로 관측할 수 없어서다. 이에 따라 우주망원경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1990년 등장한 허블 우주망원경은 지상의 천체망원경 해상도의 30배에 이르는 정밀한 이미지를 확보해 태양계 행성 탐사 등에 큰 공을 세웠다. 허블의 뒤를 이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을 실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로켓이 25일 발사됐다. 달 착륙 계획을 이끈 천문학자의 이름을 딴 이 망원경은 지구 550㎞ 상공의 허블보다 훨씬 먼, 약 150만㎞ 궤도에 자리잡게 된다. 우주먼지의 방해를 받는 가시광선을 관측했던 허블과 달리 적외선 관측장비도 갖추고 있다. 그래서 JWST는 은하계까지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성서는 동방박사들이 별을 보고 예수의 탄생을 알게 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로부터 2000여년 후 성탄절에 쏘아올린 우주망원경이 빅뱅(대폭발을 시작으로 우주가 팽창했다는 이론)을 확인하는, 우주과학사의 신기원을 열지 주목된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2021-12-27 17:22:26[파이낸셜뉴스] 1921년에 태어난 문학인들은 피식민지 국민으로 태어나 만주사변과 뒤이은 태평양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성장했고, 장년기에는 8.15해방과 한국전쟁을 온몸으로 감당했다. 인생의 황금기를 격변의 세월로 허송했기에 이들의 문학 활동은 다른 세대 작가들보다 늦게 시작됐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는 “시민의 탄생, 사랑의 언어”를 대주제로 ‘2021년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개최한다. 3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경영임원은 “2001년부터 매년 탄생 100주년을 맞은 한국 문인들을 재조명해 온 이번 문학제는 1921년생 문학인들 가운데 김광식, 김수영, 김종삼, 류주현, 박태진, 이병주, 장용학, 조병화 등 8인을 대상작가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는 13일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문학의 밤 및 각종 부대행사를 개최한다. 1921년생 작가들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는 긴 학습의 시간을 가졌고 그 과정에서 장용학과 이병주는 학병에 징집되고, 김광식과 김수영은 학병을 피해 만주로 도피하였다. 이러한 고난의 시간을 보낸 뒤 이들은 작가의 길로 나서게 되는데, 그 시기는 1945년부터 1960년대에 걸쳐있다. 등단이 가장 빠른 김수영은 1945년 ‘예술부락’에 시 ‘묘정의 노래’를 발표한 뒤 김경린·박인환 등과 함께 합동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간행하면서 문단에 이름을 올렸고, 장용학은 1949년 연합신문에 ‘희화’를 연재한 뒤 1950년 단편 ‘지동설’로 ‘문예’지의 추천을 받아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류주현은 1948년 ‘백민’에 ‘번요(煩擾)’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으며, 박태진은 1948년 연합신문에 ‘신개지에서’를 발표하면서, 조병화는 1949년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을 발간하면서 각각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김종삼은 6.25전쟁 중 피난지 대구에서 ‘원정(園丁)’과 ‘돌각담’을 발표했고, 김광식은 1954년 ‘사상계’에 단편 ‘환상곡’을, 이병주는 1965년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세대’지에 발표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전후 1950년대에서 60년대에 걸쳐있는 이들의 문학은 전쟁과 분단, 민족문제, 시민사회 건설, 자본주의적 근대화 등에 대한 탐구로 나타났다. 전쟁은 한순간에 자신이 처한 삶의 뿌리를 빼앗아 정신적 아노미 상태를 만들었고 그로 인해 작가들은 대상과 주체, 사회와 개인을 조망할 언어를 상실했다. 4.19혁명은 학병체험과 6.25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비극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성찰과 탄생의 계기가 되었다. 4.19로 인해 가능해진 자유의식의 고취와 시민사회 형성의 제반 여건을 통해서 이들은 죄의식의 속박에서 탈출해 스스로를 역사적 책임감을 갖는 주체로 정립하게 된다. 그 방식은 각기 다르게 나타나는데, 총괄하자면 ‘시민의 탄생’과 ‘새로운 문학 양식의 탄생’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에 주제를 ‘시민의 탄생, 사랑의 언어’로 정했다. 이번 문학제에서는 이들의 문학세계를 재조명하고 한국문학의 내일을 논하기 위해 △심포지엄을 13일 오전 10시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컨벤션홀에서 개최하고 △문학의 밤을 14일 오후 7시 전태일기념관 2층 공연장 울림터에서 대상문인들의 작품을 낭독하는 무대를 꾸며 선보인다. 행사는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다. 이어 부대행사로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전과 한국시학회와 공동개최하는 △탄생 100주년 시인 기념 학술대회(6월 26일 고려대학교), 한국현대소설학회와 공동개최하는 △학술대회 ‘장용학, 이병주, 류주현, 김광식 문학의 재조명’(11월 27일 서울대학교) 등 다양한 작가별 행사를 연중 진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류주현, 장용학, 조병화의 유가족들이 아버지로서의 작가들의 모습을 회고한 글 ‘나의 아버지’를 계간지 ‘대산문화’ 2021년 여름호에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심포지엄 발제문, 토론문, 작가 및 작품 연보를 엮은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논문집을 발간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심포지엄 세션별 청중 수를 30명 이내로 제한하여 진행하고 유튜브로 생중계한다. 문학의 밤은 무관객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될 예정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1-05-03 11:5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