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부서진 가드레일 인근에 국화가 놓였다. 출근 중이었던 직장인은 물론이고 시청역 인근에서 장사하는 자영업자, 인근을 지나던 사람, 짬을 내 찾아온 시민들까지 쉽사리 가드레일을 지나치지 못했다. 빗속에도 잠시 앞에 서서 애도를 표했다. 또 "무슨 날벼락이지 뭐야. 여기인지는 몰랐어"라며 놀라기도 했다. 부서진 가드레일은 지난 1일 15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참사'의 현장이다. 이날 사고 차량에 의해 떨어져 나간 가드레일 대신 임시 칸막이가 설치됐다. 주변에는 추모의 글을 담은 메모와 함께 조화도 놓였다. 갑작스런 사고에 전면 유리가 완전히 박살난 음식점의 복구 작업도 이뤄지고 있었다. 피해 가게 "안 다친 것만으로 감사"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이날 오전 사고 현장엔 시민들이 지나가면서 사진을 찍거나 한동안 멈춰 추모의 글이 담긴 메모를 읽었다. 메모에는 "애도를 표하며 고인들의 꿈이 저승에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흰색 국화 꽃다발도 놓였다. 해당 지역을 자주 지난다는 김모씨(71)는 "어떻게 사람이 갑자기 10명이나 죽을 수 있나"며 "너무 놀랬다"고 언급했다. 인근 회사로 출퇴근한다는 최모씨(41)는 "불의의 사고라서 예방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 안타깝다"며 "여기서 저녁 먹고 가는 내 직장 동료도 당할 수 있던 일이라고 생각하면 처참하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사고로 여러 피해를 본 상황이었다. 특히 가드레일 조각이 날아와 가게 전면 유리창이 완전히 박살난 음식점도 있었다. 가게 주인 이모씨(64)는 "어제 직원이 3명이나 있었는데 사람이 다치지 않아 그것만 해도 감사하다"며 "거의 퇴근 시간이었는데 그 찰나에 가게를 나서지 않아 사고를 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원들 중에 사고 장면을 직접 목격한 사람도 있는데 힘들어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씨는 내리는 비를 보면서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사고로 인해 예약 손님이 취소를 했다. 가게에 진열된 인삼주도 3병이나 깨져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20년 이상 된 담금주로 1병에 100만원을 준다고 해도 팔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깨진 유리를 복구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유리는 갈아끼웠으나 비 때문에 창틀과 유리 사이를 합착시켜주는 실리콘 마감재를 바를 수 없어서다. 비가 오는데 실리콘을 바르면 마르지 않는다. "블랙박스 확보·구속영장 검토" 이날 경찰은 가해 차량 운전자 A씨(68)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A씨는 지난 1일 오후 9시26분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제네시스 차량을 출차한 뒤 일방 통행로를 역주행하며 BMW·소나타 등 차량 2대를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차로 치면서 9명이 사망했다. 이외에 보행자 2명과 피해 차량 운전자 2명, A씨와 A씨의 동승자 등 6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급발진 가능성까지 수사 선상으로 놓고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피의자가 차량 급발진을 주장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것과 관련해 취재진이 '피의자의 급발진 주장 근거'를 묻자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진술 뿐"이라고 했다. 다만 "(피의자가) 정식으로 경찰에 급발진이라든지 진술한 적 없다"며 "운전자가 다쳐서 진술을 들을 상황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피의자가 경찰이 아닌 소방이나 목격자 등에게 이같은 진술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나중에 참고인 조사하면 나오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수사를 위해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했다"면서 "폐쇄회로(CC)TV 영상과 함께 일차적으로 사고 원인 규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추후 수사에 대해선 "가해자가 갈비뼈 골절이 있어 말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회복상태를 보고 출장 조사하든 경찰서로 부르든 신속히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고 당일 현장에서 A씨에게 음주 검사 및 마약 간이 검사를 진행한 결과 모두 음성으로 드러났다. 이어 구속영장 청구 계획에 대해선 "사건 조사 진행하면서 다각도로 검토해 보겠다. 엄정하고 정확하게 수사해서 진행하겠다"고 했다. 가해 차량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정을 의뢰할 방침이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2024-07-02 14:16:03[파이낸셜뉴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에너지공학과 최종민 교수팀이 장기간 열처리 방법 대신 찰나의 빛을 쪼여 '황화납 퀀텀닷' 태양전지의 성능과 내구성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순간적으로 강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펄스 형태'의 빛을 이용한 것이다. 이 기술로 만든 태양전지는 개방 전압을 0.63 V에서 0.66 V로 상승시켜 12.7% 효율에서 13.5%까지 효율이 향상됐다. 14일 DGIST에 따르면, 이 기술은 향후 황화납 퀀텀닷 태양전지 생산 및 상용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황화납 퀀텀닷 태양전지 뿐만아니라 퀀텀닷, 페로브스카이트, 유기물 등 광전소자 기반 반도체 물질에서 짧은 시간의 순간적 열처리가 요구되는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차세대 태양전지 중 황화납 퀀텀닷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나노사이즈 반도체 물질로 자외선, 가시광선, 근적외선, 단파적외선 등 태양 빛의 파장대 중 다양한 부분을 흡수할 수 있고, 용액공정으로 인한 저렴한 공정비용, 우수한 광전기적 특성 등을 가지고 있다. 황화납 퀀텀닷 태양전지는 여러 공정 단계를 거치는데, 최근까지 퀀텀닷 층을 기판 위에 코팅 후 열처리 해 전기전도성을 향상시키는 공정이 필수 단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황화납 퀀텀닷이 빛, 열, 수분 등에 노출되면, 퀀텀닷 표면에 결함 형성이 가속화돼 소자 성능을 저하시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상용화를 통해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연구진은 황화납 퀀텀닷 표면에 발생할 수 있는 결함 형성을 방지하기 위해 수 밀리초(1000분의 1초)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빛을 노출해 열처리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반면 기존의 황화납 퀀텀닷 층 열처리 방식은 열판, 오븐 등을 이용해 고온에서 수십 분 동안 진행한다. 이로 인해 표면 결함 형성이 가속화될 수 있는 시간이 길다. 새로운 '펄스 형태 열처리 기법'은 수 밀리초의 단시간 내에 강한 빛을 통해 열처리 돼 표면 결함 발생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또한, 전류를 발생시키는 전하(전자, 정공)의 이동 수명을 연장하는 등 기존 방식의 단점은 극복하면서 고효율을 달성하는 기술이다. 최종민 교수는 "이를 통해 기존 양자점 열처리 공정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신규 열처리 공정을 개발해 태양전지의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며, "파급효과가 우수한 양자점 공정을 개발로 향후 양자점이 활용되는 다양한 광전소자에 확대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종민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황화납 퀀텀닷 태양전지 제작 기술을 경북대 에너지화학공학과 임창용 교수팀, 충남대 에너지공학과 임종철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국제 학술지 '스몰(Small)'에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4-05-14 11:11:11[파이낸셜뉴스] 올해의 노벨 물리학상은 인류에게 원자와 분자 속 전자의 세계까지 살펴볼 수 있도록 새로운 도구를 제공한 3명의 물리학자에게 돌아갔다. 이는 1초에 100경 개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 것으로, 원자 속 전자가 움직이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과학원에서 202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프랑스계 미국인 실험 물리학자인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물리학과 피에르 아고스티니 교수와 헝가리 태생의 막스 플라크 양자광학 연구소 페렌크 크라우츠 교수, 프랑스 물리학자인 스웨덴 룬드대학 원자물리학과 안 륄리에 교수 등 3명의 물리학자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수상자 중 피에르 아고스티니 교수와 안 륄리에 교수는 물질의 전자 역학 연구를 위해 아토초(100경분의 1초) 빛 발생을 발견한 초기 선구자이며, 페렌크 크라우츠 교수는 아토초 빛을 이용하는 연구 확산에 기여했다. 펨토초(1000조분의 1초)와 아토초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은 과학이 극한 과학으로 발달하는데 중요한 이정표라 할 수 있다. 인류는 현미경이 발명되면서 공간 분해능력을 갖게 됐다면, 아토초 빛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시간을 나눠 들여다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카메라는 셔터 스피드가 빠를수록 순간포착이 가능하다. 정연욱 성균관대 나노공학과 교수는"펨토초 빛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그정도 짧은 순간의 카메라 셔터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물리학자들의 발견은 짧은 순간의 빛을 만들어 극한의 세계까지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토초 빛 발생이 아직 일상에 적용한 분야는 없다. 하지만 반도체 개발에 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임현식 동국대 물리반도체학과 교수는 "반도체에서 짧은 순간에 전자들이 만들어지고 결합하는 과정의 오류를 측정하거나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양자컴퓨터가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이론을 검증해 낸 프랑스 파리 사클레대학 알랭 애스펙트 교수와 미국 존 클로저협회 창립자 존 F 클라우저, 오스트리아 빈대학 안톤 자일링거 교수 등 물리학자 3명이 수상했다. 한편, 올해 노벨상 수상자는 상금 약 13억6400만원(1100만 크로나)과 메달, 증서를 받는다. 지난해 상금은 1000만 크로나였다. 시상식은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경제학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스톡홀름 수상자들은 스웨덴의 칼 16세 구스타프 국왕으로부터 메달과 증서를 받고, 오슬로 수상자들은 노르웨이 국왕 하랄드 5세가 참석한 가운데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노벨 평화상을 받게 된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3-10-03 20:46:06"바람에 흔들리는데, 날아가지 못하는 깃발이 저와 같았습니다."(김승영 작가) 남극 세종과학기지로부터 출발한 작가들과 한국 최초의 쇄빙선 아라온호를 타고 북극해를 다녀온 작가들의 시선이 담긴 작품들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과 극지가 영구 체류 못하는 점이 닮은 만큼 이번 전시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해 두 공간을 연결하는 색다른 작품들이 선보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극지연구소,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함께 오는 11월 30일까지 극지를 주제로 한 전시 '남극/북극 출발→인천공항 도착'을 공동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 전시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내 전시공간(253번 게이트 인근)에서 만날 수 있다. 예술위와 극지연구소가 운영하는 극지 레지던스에 참가한 김승영, 조광희, 손광주, 김세진, 염지혜, 이정화, 홍기원 작가의 설치 및 미디어 작품 7점을 선보인다. '남극/북극 출발→인천공항 도착'이라는 제목처럼 작품을 통해 극지의 생생함을 전한다. 극지의 풍경이 담긴 작품에는 남극과 북극의 험난한 환경에 뛰어들어 가장 가까이에서 극지를 마주하며 여름을 보낸 예술가들의 경험이 녹아있다. 특히, 한국 최초의 쇄빙선 아라온호를 타고 북극해를 다녀온 홍기원 작가는 과학자의 끊임없는 도전, 자유로운 실험정신을 의미하는 영문 제목 'Wolf Trap'으로 예술과 과학의 접점을 모색하는 자신의 방향을 표현했다. 지난해 아라온호 승선 당시 촬영한 과학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과학과 예술이 가지고 있는 울림과 그 교차점을 바라보는 것이다. 홍 작가는 "과학을 연구해가는 과정에 저를 포함한 관람객들이 자기 입장에 따라 굉장히 와 닿을 수 있는 삶의 태도와 혜안, 일상을 대하는 태도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부분들을 작품에 풀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조광희 작가는 한달여간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거주했던 경험을 토대로 얼음들이 녹는 찰나의 순간을 '아름다운 소멸'이라는 작품으로 표현했다. '아름다운 소멸'은 여름을 맞아 기온 상승으로 빙산이 유빙이 돼 사람 크기 만한 얼음들이 집단으로 녹고있는 풍경을 담아낸 작품이다. 비디오 영상인 이 작품은 스크린을 가득 채운 남극의 얼음이 서서히 녹는 모습과 녹는 소리로 12년 후 현재의 남극을 상상해 보게 한다. 이번 전시는 상시 관람이 가능하며 따로 입장료는 없다. 전시 장소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내 탑승구역에 있기 때문에 해당 터미널을 통해 출국 또는 경유 시에만 관람이 가능하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3-07-27 18:07:02인터뷰 말미 "(청춘들에게) 힘든 시간이 길게만 느껴지겠지만 곧 지날 것이다. 반드시…"라는 말에 순간 뭉클했다. 돌도 지나지 않아 아버지를 사고로 잃고, 스무살에 어머니마저 떠나보낸 후 생계를 위해 가수가 된 우리시대 아티스트 최백호의 청춘 역시 녹록치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마음 갈곳을 잃어'(1977), '영일만 친구'(1979), '낭만에 대하여'(1994)로 유명한 '낭만 가객' 최백호(72·사진)는 여전히 현역 가수다. 최백호가 지난해 12월 '세상보기'에 이어 지난 10일 최백호 기획앨범 '찰나(刹那)'를 내놓았다. 2018년부터 CJ ENM의 신인 작곡가 육성 프로젝트 오펜 뮤직의 멘토로 참여하고 있는 그가 타이거JK, 지코, 헨 등 후배 가수·작곡가들과 함께 한 작업물이다. 요즘도 매일 새벽 6시 반쯤 일어나 2~3시간 노래 부르고 그림을 그린다는 그는 새로운 도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7월 전시회를 연 그는 내년에는 힙합 앨범을 내놓을 계획이다. ―마지막 트랙인 '책'을 제하고 후배들이 작사·작곡한 노래를 불렀다. "내겐 또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계기가 될 것 같다"라고 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나. ▲이번에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장르인 힙합과 EDM 팝을 시도해봤다. 정말 많은 동료 뮤지션들 덕분에 즐겁게 새로운 도전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또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계기이지 않을까 한다. 처음 데모를 듣고 '와, 요즘 젊은 작가들의 곡 수준이 정말 대단하구나'라고 느꼈다. 제게 신선한 도전이자 자극이 됐다. ―타이거JK와 협업한 '변화'를 들으면서 변화를 느꼈는데, 힙합의 매력을 꼽는다면. ▲제가 직접 랩을 한 곡은 아니지만, 힙합 아티스트와의 첫 작업이고 힙합의 매력에 살짝 빠졌다. 타이거JK의 카리스마 넘치는 랩에 저도 잘 맞추고 싶어 낯설지만 노력해본 부분이 사람들께 좋게 다가간 듯하다. 힙합은 개성이 넘치고 특유의 자유로운 점이 매력 있다. 70대도 힙합에 도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데 감사하게도 개코, 지코 두 분이 함께 해보면 좋겠다는 얘기도 해줘 한 번 도전해볼까 생각 중이다.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1995~1996)에 '낭만에 대하여'가 수록되면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 곡은 저를 지탱해준 참 고마운 곡이다. 인생에 있어 진정 낭만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노래로 표현한 점이 매력일 수 있겠지만 이 곡이 비교적 오랜 기간 사랑받을 수 있는 진짜 이유는 듣는 이와 함께 나이 들어간다는 매력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20대에 들었던 분은 어느새 중년이 되셨을 거고, 중년에 들으신 분은 저처럼 일흔이 넘는 노인이 되셨을 텐데…정말 감사한 일이다. ―방탄소년단 뷔가 꼽은 '바다 끝'이라든지 에코브릿지와 함께 한 '부산에 가면' 등이 젊은층의 사랑을 받았다. 중장년층은 '낭만에 대하여'를 아련하게 떠올리는데, 스스로 생각하는 '내 인생 최고의 곡'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저 역시 '낭만에 대하여'를 참 소중하게 생각한다. 마흔이 넘어 부른 이 노래를 통해 제가 지금까지 가수 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앨범의 '책' 역시 제가 무척 소중하게 생각한다. 듣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싶었는데 비슷한 감상평을 주신 분들이 많아 참 좋다. ―59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올해 전시회를 열었다. 화가 최백호와 가수 최백호는 어떻게 다르고 같은가. ▲노래를 부를 땐 조심하게 되고,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 정도 있다. 시간이 지나도 그 긴장은 매한가지다. 그런데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릴 땐 참 평안하고 마음에 안정이 찾아온다. 어쩌면 가수보다 화가가 더 천직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 듣는 분, 보는 분이 있어야 의미가 있는 직업이다. 찾아주는 분이 계시기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최백호의 목소리와 색깔을 지금까지 잃지 않은 원동력은. ▲사실 제 팬들은 제 목소리도 나이 들었음을 느끼실 거다. 그런데 늙으면 목소리도 당연히 그 나이에 맞게 늙는다. 얼굴에 주름이 생기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오히려 마음도 편하고 좋더라. 목소리는 늙어가도 제 노래로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의 진심은 한결같다는 확신만 있다면 긴 세월 노래해도 행복하리라 믿는다. ―흰머리 때문에 나이들수록 '백호(白虎)'라는 이름과 잘 어울리신다. "90세까지 노래하겠다"는 기백과 59세에 그림에 도전한 용기, 후배들의 멘토면서 함께 작업하는 동지라는 점이 더욱 그렇다. ▲제 이름이 너무 쎄서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셨단 얘기까지 들었다. 참 부담스럽고 싫기도 했지만 나이 들어가며 좋다. 나름의 매력도 있고 또 오래 기억될 수도 있으니까. 90세까지 꾸준히 노래하고 싶다. 후배들을 가르칠 사람은 못된다. 그저 같이 노래할 수 있으면 좋겠고, 새로운 음악에 도전할 수 있게 후배들이 저를 끌어준다면 잘 할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해보고는 싶다. ―녹록치 않은 유년과 청년시절을 보냈고, 가수로서도 마냥 꽃길만 걸은 건 아니다. 요즘 고단한 청춘들에게 우리시대 어른으로서 한 말씀 한다면. ▲돌이켜 생각해보면 낭만은 추억이다. 젊은 사람들은 젊음 그 자체가 낭만이란 걸 모른다. 나이가 들면 '아 그때 그 찰나가 낭만이었구나'라는 걸 알게 된다. 지금 여러분이 마주한 순간이 어쩌면 정말 오래 기억될 찰나일 수 있으니 부디 이 순간을 소중하게, 아끼며 행복하게 보내면 좋겠다. 힘든 시간이 길게만 느껴지겠지만 곧 지날 것이다. 반드시…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2-11-21 18:09:38[파이낸셜뉴스] 가수 조용필이 정규 19집 '헬로 Hello' 이후 9년 만에 신곡을 내놓는다. 가수 조용필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따르면 조용필은 오는 18일 컴백한다. 15일 공개된 티저 영상은 약 30초 분량으로 정식 발매일 등의 몇몇 정보가 명시됐다. 이번 신곡 음원 일부도 담겼다. '찰나'와 '세렝게티처럼'이다. 신보 타이틀은 '로드 투 20-프렐루드 1'이다. 조용필이 앞서 총 19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2013년 가요계를 강타한 '헬로'의 선공개곡 '바운스'는 주요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한편 조용필은 오는 11월 26∼27일과 다음 달 3∼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2022 조용필 & 위대한탄생'을 연다. 이 공연은 예매 시작 30분 만에 4만석 전석이 매진됐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2-11-16 09:50:21[파이낸셜뉴스] 최백호가 오펜 뮤직 작곡가들과 협업해 기획 앨범 '찰나(刹那)'를 발매한다. '찰나(刹那)'(제작·유통 CJ ENM, 피앤피)는 '낭만 가객' 최백호가 지난 2021년 12월 발매한 '세상보기'에 이어 새롭게 선보이는 앨범이다. 최백호의 선후배 가수·작곡가들이 힘을 합쳐 제작한 최백호 기획 앨범으로 정미조, 타이거JK, 지코, 죠지, 콜드, 정승환이 앨범에 참여했다. 앨범 '찰나(刹那)'는 청춘의 순간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각자가 품고 있는 삶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나눠본다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인트로 내레이션 '찰나의 순간'과 함께 '찰나', '덧칠', '개화', '변화', '그 사람', '나를 떠나가는 것들', '책'이 수록된다. 최백호는 "일흔을 조금 넘기고 만든 이 앨범에 일곱 개의 곡과 하나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앨범은 오펜 뮤직과 피앤피(PNP) 작곡가들이 협업하여 프로듀싱 및 전체 수록곡 작곡 및 작사에 참여했다. 최백호가 2018년부터 대멘토로 참여하고 있는 오펜 뮤직은 CJ ENM이 신인 작곡가들을 육성·발굴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앨범 '찰나(刹那)' 프로듀싱은 오펜 뮤직 1기의 헨(Hen)이 맡았다. Hen은 tvN '남자친구', '갯마을 차차차', JTBC '멜로가 체질' '나의 해방일지' 등 OST와 정승환의 '그런 사람', 박지윤의 'Moon' 작사 및 작곡에 참여하며 탁월한 프로듀싱 능력을 발휘해온 바 있다. 남궁종 CJ ENM 오펜사업국장은 "이번 앨범은 오펜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최백호와 오펜 및 피앤피 소속 작곡가들이 만나 협업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며 "오펜 뮤직은 다양한 뮤지션들과 협업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K-콘텐츠의 OST 제작에도 활발히 참여, 매해 100곡 이상의 음원을 발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2-11-10 17:41:21[파이낸셜뉴스] "모든 것을 무(無)로 되돌려 보내기 위해 물방울을 그린다. 분노도 불안도 공포도 모든 것을 허(虛)로 돌릴 때 우리는 평안과 평화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한국 추상화 거장 물방울 작가 김창열 화백이 생전 작가노트에 쓴 글이다. 사라져버리는 찰나의 물방울은 그에게 허망한 것의 상징이었다. 그는 50년 넘는 세월 천착해온 자신의 물방울처럼 5일 그렇게 무로 돌아갔다. 향년 92세. 그는 실제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영롱한 물방울로 세계적인 명성, 상업적 성공, 국내 대중적인 인기까지 모든 걸 이루고 떠난 작가다. 1929년 평안남도 맹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열여섯 나이에 월남해 이쾌대가 운영하던 성북회화연구소에서 그림을 배웠다. 검정고시로 서울대 미대에 입학한후 6·25 전쟁으로 학업을 그만뒀다. 1957년 박서보, 하인두, 정창섭 등과 함께 현대미술가협회를 결성하고 한국의 급진적인 앵포르멜 미술운동을 이끌었다. 1960년대 해외로 눈을 돌려 파리,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출품했다. 대학 은사였던 김환기의 주선으로 1965년부터 뉴욕에 머물며 판화를 전공했다. 백남준 도움으로 1969년 제7회 아방가르드 페스티벌에도 참가했다. 이때 파리에 정착하면서 현 부인 마르틴 질롱씨를 만나 평생을 함께 했다. 물방울 회화가 처음 나온 것도 파리에서였다. 1972년 파리에서 열린 '살롱 드 메'에서 처음 선보인후 그는 줄곧 물방울만 그렸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양국 문화교류 저변 확대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1996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를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마르틴 질롱 씨와 아들 김시몽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김오안 사진작가가 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에 마련됐다. jins@fnnews.com 최진숙 문화전문기자
2021-01-05 22:29:42"나는 나무가 바람에 움직이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나는 우리가 자연에서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의 능력에도 매료됐다." (제니퍼 스타인캠프)꽃들이 흔들린다. 나무에 바람이 불고 줄기와 가지가 바람에 따라 춤을 춘다. 불이 꺼진 어두운 지하의 공간에는 수 분 사이에 한 나무의 사계절이 지나간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메마른 가지에 싹이 틔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혔다가 잎과 함께 우수수 떨어진다. 1958년 미국 덴버에서 태어난 작가 제니퍼 스타인캠프는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가 처음 보급되기 시작했던 시기에 캘리포니아 패서디나 아트센터 디자인 대학을 다니며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그림을 그리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를 기반으로 30여년 넘게 3D 애니메이션과 뉴미디어를 이용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가 지금 흔히 보며 쉽게 생각하는 웹 디자인의 선구자인 셈이다. 그의 작업의 기반이 되는 디지털 미디어 프로그램은 늘 언제나 세대를 앞선 가장 최신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그가 그림을 그려내는 방식은 아날로그적이고 또 대상은 자연에 맞닿아 있다.바람에 흔들리는 자작나무 숲, 물 속에서 솟아오르는 기포들과 함께 부유하는 꽃잎과 나뭇가지들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컴퓨터 펜으로 수없이 많은 도상을 그려냈다. 전시를 할 때마다 작품이 쏘여지는 공간의 구조와 벽의 높이를 계산해 작품의 크기를 새로 조정하면서 그 장소에 가장 잘 맞는 최적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도 그의 미술 세계를 구현하는 한 과정이다. 그의 작품은 계속해서 변화하지만 시작과 끝이 없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한 순환을 꿈꾸며 경계를 지운다.그래서 작품을 응시하고 있으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혹 작품의 찰나를 포착한다 해도 그 작품은 그 자체로 전부가 된다. 사실 그곳에 자연적인 것은 하나도 없지만 관람객들은 그 안에서 자연 속을 거니는 사색자가 된다. '소울스(Souls)'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전시는 10월 31일까지 서울 안국동 리만머핀과 창성동 리안갤러리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0-09-10 18:28:52[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원자들이 결합해 분자가 탄생하는 찰나의 모든 과정을 포착해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여러 화학반응의 메커니즘을 밝혀내 산업과 공업분야에 쓰이는 다양한 촉매 효율을 높이는데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이효철 부연구단장 연구팀이 원자의 결합으로 분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진은 금 원자 세개를 통해 금 삼합체 분자의 형성과정을 관찰했다. 관찰결과 금삼합체는 3개 원자가 동시에 결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두개 금 원자가 35펨토초(1000조 분의 35초) 만에 먼저 빠르게 결합한뒤 360펨토초 뒤 나머지 결합이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이때 원자들의 움직임은 1억분의 1㎝였다. 또한, 화학결합이 형성된 후 원자들이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고 원자들 간의 거리가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진동 운동도 관측했다. 연구진은 원자결합의 순간을 관측하기 위해 특수 광원인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X-선자유전자레이저를 이용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단백질과 같은 거대분자에서 일어나는 반응뿐만 아니라 촉매분자의 반응 등 다양한 화학반응의 진행 과정을 원자 수준에서 규명해 나갈 계획이다. 제1저자인 김종구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다양한 유·무기 촉매 반응과 체내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반응들의 메커니즘을 밝혀내게 되면, 효율이 좋은 촉매와 단백질 반응과 관련된 신약 개발 등을 위한 기초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 온라인 판에 25일 0시(한국시간) 게재됐다 한편, 물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원자들이 화학결합을 통해 분자를 구성한다. 하지만 원자는 수 펨토초에 옹스트롬(1억분의 1㎝) 수준만 움직이기 때문에 그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포착하기는 어려웠다. 연구진은 이전에 분자결합이 끊어지는 순간(사이언스, 2005년)과 화학결합을 통해 분자가 탄생하는 순간(네이처, 2015년) 분자의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관측했었다. 이번에는 시작부터 끝까지의 모든 원자의 움직임을 관찰한 것이다. 화학반응의 시작인 반응물과 끝인 생성물은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구조를 유지하지만, 반응과정의 전이상태의 경우 매우 짧은 시간 동안만 형성되기 때문에 관찰이 더 까다로웠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0-06-24 19:4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