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와 동시에 전 세계적인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주는 징후이기도 하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뉴스통신사인 AP통신은 8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6시간 만에 끝난 것을 두고 "어렵게 쟁취한 민주주의의 승리였다"고 평가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3시간 만에 190명의 국회의원이 계엄 해제에 투표한 것에 대해 한국에서 삼권 분립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AP통신은 "블랙호크 헬리콥터와 장갑차를 국회로 보낸 윤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행동은 과거 독재정권 시대를 떠올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천 명의 시민이 국회 앞으로 몰려와 계엄 해제와 대통령 퇴진을 외쳤으나 군·경에서는 어떤 충돌도 보고되지 않았다"며 늦은 밤 국회를 찾은 시민의 참여 역시 이번 사태를 마무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서울에서 드라마가 펼쳐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발판이 흔들렸다"며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가 대중의 지지나 최소한 용인 없이 계엄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윤 대통령의 계엄 명분이 공감을 얻지 못했다고 짚었다. AP통신은 군대를 이용해 국회를 멈추려 한 윤 대통령의 시도에 대해 '친위 쿠데타'의 정의에 들어맞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으로 친위 쿠데타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와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945년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46차례의 친위 쿠데타 중 10번이 최근 10년 사이 발생했는데, 이런 친위 쿠데타의 성공률은 약 80%에 이른다. AP통신은 이런 점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권위주의가 부상하는 시대에 주목할 만한 일이 일어났다"며 "그것은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AP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공화당원들로부터 굳건한 지지를 받는 미국처럼 양극화된 사회에서는 한국과 같은 대중의 참여나 야당의 반대가 없을 수도 있고, 군대가 동원될 수도 있으며, 국회가 해제 표결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해 생방송에서 권력 남용이나 대통령직을 이용해 보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달라는 질문에 "첫날만 빼고"라고 답한 일화를 언급하며 "미국 일각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주의의 기둥을 흔들겠다고 공언했고, 어떤 규범이나 법, 심지어 헌법까지도 파괴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4-12-10 09:12:03【파이낸셜뉴스 수원=장충식 기자】 경기도와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은 18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 콘텐츠와 체험 꾸러미를 활용해 민주주의 가치·의미를 되새겨보는 ‘민주주의 역사현장 체험’의 참여자 1500명을 모집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체험학습의 교육과정은 시민주권(참여), 성평등, 환경권, 문화 다양성, 평화 등 5개다. 5개 과정별로 150명 또는 300명 규모로 운영되며, 학습 대상은 청소년과 노인 등 과정별로 다르다. 시민주권(참여), 성평등, 환경권, 문화 다양성 등 4개 과정은 온라인 학습 영상과 체험 꾸러미를 활용한 비대면 교육으로 운영된다. 평화 과정은 도내 학교와 청소년 기관에 강사가 직접 찾아가는 대면 수업으로 진행된다. 신청 대상은 경기도민, 경기도 소재 학교와 청소년 기관 등으로 선착순 모집한다. 교육과정별 중복신청은 불가하며, 참가비는 무료다. 시민주권·평화 등 2개 과정은 기관·단체만 신청할 수 있고, 성평등·환경권·문화 다양성 등 3개 과정은 개인 및 가정, 학교 및 기관이 각각 신청할 수 있다. 참여 희망자는 오는 30일까지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누리집 내 ‘모집정보’란을 통해 신청하면 되고, 31일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누리집을 통해 최종 선정 결과가 발표된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2022-08-17 09:56:26[파이낸셜뉴스] 서울시는 오는 31일까지 시민의 공론장인 '민주주의 서울'을 홍보할 대학생 서포터즈 '민서지기' 2기를 모집한다고 16일 밝혔다. 올해로 두 번째인 '민서지기' 2기는 지난해 5팀에서 10팀으로 확대 모집한다.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에 능숙한 전국의 대학 재(휴)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팀(4명 이하)을 구성해 접수하면 된다. '민서지기'로 선발되면 '민주주의 서울'에 올라온 시민제안 중 좋은 제안을 직접 발굴하고 정책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홍보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게 된다. 또 '시민토론'·'서울시가 묻습니다' 등 '민주주의 서울'에서 진행되는 주요 공론장 소식들을 SNS로 널리 알리는 역할도 수행한다. 활동기간은 오는 5월부터 11월까지이다. 신청을 희망하는 대학생은 지원서 작성 후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오경희 서울시 서울민주주의담당관은 "시민의 목소리가 정책이 되고 그 정책이 시민의 삶을 변화시켜갈 순간순간을 함께할 대학생들의 많은 지원을 바란다"고 전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2021-03-15 16:38:56[파이낸셜뉴스]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마라톤 여파로 발 깁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픈 몸을 이끌고 과거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노원구(병)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안 대표는 15일 오전 9시20분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함께 서울 노원 극동늘푸른아파트 경로당에 마련된 상계1동 제7투표소를 찾았다. 정장을 입고 나타난 안 대표는 왼발에 깁스와 오른발 엄지발가락에는 붕대를 감고 투표장에 나왔다. 오른발은 구두 대신 의료용 슬리퍼를 신었다. 안 대표는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국토대종주를 하면서 전남 여수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400㎞가 넘는 길을 달렸다. 안 대표는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겠다며 유세 현장 대신 국토대종주를 통해 총선 활동을 펼쳤다. 이날 안 대표는 손소독제를 바르고 체온을 검사한 뒤 비닐장갑을 착용한 채 투표 차례를 기다렸다. 약 3분 만에 투표를 끝낸 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투표를 호소했다. 안 대표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투표 참여"라며 "투표율의 높고 낮음으로 자기들의 유불리를 계산하는 관행은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잘못된 부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 신봉자라면 투표 참여율이 높은 것을 기뻐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투표해 민의가 반영되고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 아니냐"며 "어떤 후보라도 좋으니 꼭 투표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18세 유권자들이 반드시 투표 참여해줘야 한다"며 "미래에 빚을 떠넘긴다거나 미래세대에게 잘못된 결정을 하지는 않는지 공약을 엄밀하게 살펴서 본인 판단으로 투표해달라"고 밝혔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2020-04-15 10:00:20서울시는 오는 25일 일상의 민주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시민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합의제 행정기관 '서울민주주의위원회'가 출범한다고 24일 밝혔다.'서울민주주의위원회'는 시민·시의회·서울시의 3자간 참여구조로 설계됐다. 통상 서울시 정책의 최종 의사결정권이 시장에게 있다면 합의제 행정기관인 서울민주주의위원회는 시민과 시의회, 서울시가 함께 논의해 결정을 하는 구조다. 지난 4월 시는 이러한 시민민주주의 기반 마련을 위해 '정책 참여에 실질적 기회와 공정한 절차 보장'을 골자로 하는 '서울특별시 시민 민주주의 기본조례'를 제정했다.위원회는 시장 직속 기구로, 위원장 1명을 포함해 총 15명으로 구성된다. 사무기구로 서울민주주의담당관, 시민숙의예산담당관, 서울협치담당관 등 4개의 과와 16개 팀, 총 70여 명을 둔다.위원장은 개방형 직위로 열어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보유한 인물로 9월 중 임용할 예정이다. 위원 14명 중 6명은 공모를 통해 시민위원으로, 5명은 시의회와 구청장협의회 등 대표성을 지닌 기관의 추천을 받아 서울시장이 위촉한다. 위원 임기는 2년이며 1회에 한해 연임 가능하다. 위원회는 월1회 정기회의를 개최하며, 필요시 임시회를 개최한다. 시민 민주주의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마을공동체, 민관협치 같이 시민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다양한 서울시 정책을 관장하게 된다. 마을 단위 모임, 온라인플랫폼, 시민사회, 거버넌스 등을 통해 다양한 시민 제안을 발굴하고 숙의와 공론화 과정을 통해 시민의 목소리를 실제 정책과 예산에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소규모 시민 밀착형 사업 중심인 기존 '시민참여예산제'를 모든 정책 분야를 다루는 '시민숙의예산제'로 확대 개편하고, 예산 규모도 연차적으로 확대한다. 예산 편성과정에 보다 주도적인 시민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취지다.김원이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서울민주주의위원회는 시민 참여가 제도적으로 정착되는 초석"이라며 "이번 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분절적으로 이뤄지던 시민참여가 제도적으로 통합되고, 시민과 의회, 구청과 시청이 협력하는 새로운 시민민주주의 모델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2019-07-24 17:20:18서울시는 오는 25일 일상의 민주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시민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합의제 행정기관 '서울민주주의위원회'가 출범한다고 24일 밝혔다. '서울민주주의위원회'는 시민·시의회·서울시의 3자간 참여구조로 설계됐다. 통상 서울시 정책의 최종 의사결정권이 시장에게 있다면 합의제 행정기관인 서울민주주의위원회는 시민과 시의회, 서울시가 함께 논의해 결정을 하는 구조다. 지난 4월 시는 이러한 시민민주주의 기반 마련을 위해 '정책 참여에 실질적 기회와 공정한 절차 보장'을 골자로 하는 '서울특별시 시민 민주주의 기본조례'를 제정했다. 위원회는 시장 직속 기구로, 위원장 1명을 포함해 총 15명으로 구성된다. 사무기구로 서울민주주의담당관, 시민숙의예산담당관, 서울협치담당관 등 4개의 과와 16개 팀, 총 70여 명을 둔다. 위원장은 개방형 직위로 열어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보유한 인물로 9월 중 임용할 예정이다. 위원 14명 중 6명은 공모를 통해 시민위원으로, 5명은 시의회와 구청장협의회 등 대표성을 지닌 기관의 추천을 받아 서울시장이 위촉한다. 위원 임기는 2년이며 1회에 한해 연임 가능하다. 위원회는 월1회 정기회의를 개최하며, 필요시 임시회를 개최한다. 시민 민주주의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마을공동체, 민관협치 같이 시민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다양한 서울시 정책을 관장하게 된다. 마을 단위 모임, 온라인플랫폼, 시민사회, 거버넌스 등을 통해 다양한 시민 제안을 발굴하고 숙의와 공론화 과정을 통해 시민의 목소리를 실제 정책과 예산에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 소규모 시민 밀착형 사업 중심인 기존 '시민참여예산제'를 모든 정책 분야를 다루는 '시민숙의예산제'로 확대 개편하고, 예산 규모도 연차적으로 확대한다. 예산 편성과정에 보다 주도적인 시민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취지다. 김원이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서울민주주의위원회는 시민 참여가 제도적으로 정착되는 초석"이라며 "이번 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분절적으로 이뤄지던 시민참여가 제도적으로 통합되고, 시민과 의회, 구청과 시청이 협력하는 새로운 시민민주주의 모델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2019-07-24 12:01:56【제주=좌승훈 기자】최근 제주도내에는 제주 제2공항 건설, 제주 신항만 찬·반 대립, 환경자원순환센터 건립, 영리법원 개원 허가, 제주시민복지타운 행복주택 건설 반대, 축산 악취에 따른 양돈장 이전 민원, 각종 관광개발사업 추진에 따른 찬반 갈등 등 수많은 현안이 하루가 멀다고 분출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갈등 유형이 다변화되고, 영역도 훨씬 넓어졌다. 갈등 해결·조정 능력이 떨어져, 작은 대립도 어느 순간 갈등으로 증폭돼 버린다. 갈등구조가 장기화되면, 지역사회의 활력이 떨어지고 경쟁력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제주특별자치도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 조례(이하 숙의민주주의 조례)'는 이 같은 고민에서 비롯됐다. 제주의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개발과정에서 주민들의 참여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제정됐다. 숙의 민주주의를 통해 갈수록 심화되는 갈등 해법을 찾자는 것이다. 숙의 민주주의는 깊게 생각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을 의미한다.지난해 10월 제주도의회 제355회 임시회를 통해 '숙의민주주의 조례'를 발의한 이상봉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노형을)은 "제주도내 많은 갈등은 소위 정책 엘리트 중심으로 결정이 이뤄지고, 형식적인 주민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데 원인이 있다"며 "정보 공개와 대화를 통해 의혹을 해소하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는 있겠지만, 지역사회의 분열을 막을 수 있다"고 조례 제정 취지를 밝혔다.숙의형 정책개발의 청구에 대한 심의는 주관부서에서 담당부서에 요청한 날로부터 1개월 이내 진행해야 한다.다만 △제주도가 추진하는 정책사업 또는 계획이 아닌 경우 △과거 숙의형 정책개발청구심의 또는 정책개발과정이 종결된 사안인 경우 등은 반려할 수 있도록 했다.숙의형 정책개발도 6개월 내 진행해야 한다. 다만 추가적인 참여와 토론과정이 필요한 경우 1회 연장할 수 있되, 12개월을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숙의민주주의 조례'는 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하는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에 적용됐다. 개원 허가여부를 공론화 절차를 밟아 의견을 내기로 한 것이다. 정부 차원의 신고리 원전에 대한 공론조사는 있었지만, 지역 차원에서 현안에 대한 공론조사는 처음이다. 제주도는 투자유치 정책의 일관성 유지 등을 고려해 영리병원 개설허가에 적극적이었으나, 시민사회단체의 반발과 함께 영리병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문재인 정부와의 의견 조율이 더 필요하다며 지난 3월부터 공론조사 절차를 밟고 있다.공론조사 절차는 3일 제주도 인재개발원 대강당에서 '녹지국제병원 공론화를 위한 도민참여형 조사 2차 숙의토론'을 끝으로. 국내 1호 영리병원으로 추진되고 있는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여부를 판가름할 공론조사가 마무리됐다. 제주도 숙의형공론조사위원회는 도민참여단의 의견을 분석해 이르면 4일 늦어도 8일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숙의민주주의 조례'는 지난 2월 한국지방자치학회 주최 제14회 우수조례상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2018-10-04 17:08:18[제주=좌승훈 기자] 최근 제주도내에는 제주 제2공항 건설, 제주 신항만 찬·반 대립, 환경자원순환센터 건립, 영리법원 개원 허가, 제주시민복지타운 행복주택 건설 반대, 축산 악취에 따른 양돈장 이전 민원, 각종 관광개발사업 추진에 따른 찬반 갈등 등 수많은 현안이 하루가 멀다고 분출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갈등 유형이 다변화되고, 영역도 훨씬 넓어졌다. 갈등 해결·조정 능력이 떨어져, 작은 대립도 어느 순간 갈등으로 증폭돼 버린다. 갈등구조가 장기화되면, 지역사회의 활력이 떨어지고 경쟁력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제주특별자치도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 조례(이하 숙의민주주의 조례)’는 이 같은 고민에서 비롯됐다. 제주의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개발과정에서 주민들의 참여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제정됐다. 숙의 민주주의를 통해 갈수록 심화되는 갈등 해법을 찾자는 것이다. 숙의 민주주의는 깊게 생각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을 의미한다. 지난해 10월 제주도의회 제355회 임시회를 통해 ‘숙의민주주의 조례’를 발의한 이상봉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노형을)은 "제주도내 많은 갈등은 소위 정책 엘리트 중심으로 결정이 이뤄지고, 형식적인 주민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데 원인이 있다"며 “정보 공개와 대화를 통해 의혹을 해소하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는 있겠지만, 지역사회의 분열을 막을 수 있다”고 조례 제정 취지를 밝혔다. 숙의형 정책개발의 청구에 대한 심의는 주관부서에서 담당부서에 요청한 날로부터 1개월 이내 진행해야 한다. 다만 ▷제주도가 추진하는 정책사업 또는 계획이 아닌 경우 ▷과거 숙의형 정책개발청구심의 또는 정책개발과정이 종결된 사안인 경우 등은 반려할 수 있도록 했다. 숙의형 정책개발도 6개월 내 진행해야 한다. 다만 추가적인 참여와 토론과정이 필요한 경우 1회 연장할 수 있되, 12개월을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 ‘숙의민주주의 조례’는 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하는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에 적용됐다. 개원 허가여부를 공론화 절차를 밟아 의견을 내기로 한 것이다. 정부 차원의 신고리 원전에 대한 공론조사는 있었지만, 지역 차원에서 현안에 대한 공론조사는 처음이다. 제주도는 투자유치 정책의 일관성 유지 등을 고려해 영리병원 개설허가에 적극적이었으나, 시민사회단체의 반발과 함께 영리병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문재인 정부와의 의견 조율이 더 필요하다며 지난 3월부터 공론조사 절차를 밟고 있다. 공론조사 절차는 3일 제주도 인재개발원 대강당에서 ‘녹지국제병원 공론화를 위한 도민참여형 조사 2차 숙의토론’을 끝으로. 국내 1호 영리병원으로 추진되고 있는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여부를 판가름할 공론조사가 마무리됐다. 제주도 숙의형공론조사위원회는 도민참여단의 의견을 분석해 이르면 4일 늦어도 8일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숙의민주주의 조례’는 지난 2월 한국지방자치학회 주최 제14회 우수조례상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2018-10-04 00:42:31청와대가 국민소통을 위해 개설한 '국민청원 제도'가 16만건 이상의 청원 등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권역별 중증외상센터 지원 확대등 직접민주주의 실현의 통로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정책적 차원을 넘어 입법부나 사법부 영역을 침해하는 청원도 잇달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외상센터 지원 등 일부 긍정평가 청와대는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청와대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국민청원' 코너를 마련했다. 청와대는 미국 백악관의 청원 홈페이지 '위더피플'을 롤모델로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할 경우 정부나 청와대 관계자가 공식 답변을 내놓기로 했다. 11일 현재까지 16만건 이상의 국민청원이 등록됐고 20만명 이상 참여한 국민청원은 19개에 이른다. 20만명 이상 국민청원을 통해 정책 변화를 이끌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판문점 북한군 귀순' 사건 이후 북한군 병사를 치료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권역외상센터의 열악함을 호소했다.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지원 확대를 요청하는 청원으로 이어져 28만명 이상 참여했다. 결국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국민청원에 답하며 닥터헬기를 밤에도 운영하고 외과 수련의를 중증외상센터에 근무토록 하는 내용의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갈등을 조장하는 청원이나 '숙의' 없이 감정 섞인 청원이 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지난달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8강전 이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김보름 선수와 박지우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과 빙상연맹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는 6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개인의 영달에 눈이 멀어 동료를 버렸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청원을 올렸다가 하루 만에 '거짓 청원'으로 밝혀졌다. 특히 청와대 답변 영역을 벗어나는 국민청원이 많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행정부를 견제하는 사법부 개혁 목소리가 늘어나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 '신광렬 부장판사 해임 촉구 청원' '정형식 부장판사 특별 감사 청원'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국민청원 1호 답변으로 나온 '소년법 개정' 청원은 헌법적 가치나 국제규범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청와대는 형량 강화보다 예방, 교화 등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 '형사 미성년자 나이를 한 칸 혹은 두 칸 낮추면 해결된다' 그건 착오"라고 밝혔다. ■삼권분립 저해, 해결 안되면 지지 철회 가능성도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청원에서 어떤 이해집단은 과다 대표되고 어떤 집단은 과소 대표될 수밖에 없다"며 "청와대가 국민청원으로 의사결정을 추진하면 극히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봇물처럼 쏟아지는 국민청원이 '대통령 만능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청원하면 모든 것을 해결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청원이 사법, 입법 영역까지 확산돼 장기적으로 삼권 분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대통령은 사법, 입법 영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실망한 국민들이 정부에 대한 지지를 거둘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18-03-09 16:41:23진정한 민주주의의 수호인가, 오해가 빚은 민주주의의 파괴인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일상 속으로 파고들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 조회건수는 지난달 일평균 1000건을 넘어서며 열광을 넘어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다. 촛불의 진화로 표현되기도 하고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참여민주주의로 불리기도 하지만 외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다는 우려 섞인 시각도 공존한다. 전문가들은 국민청원 게시판이 '참여'와 '민주주의' 두 측면 모두에서 시사점을 가진다고 말한다. 과연 '청원'은 '참여'의 한 형태인지, 그렇다면 이것이 청와대가 수호하고자 하는 민주주의의 작동원리에 맞는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했다. ■ 국민청원, 진정한 '참여'인가 정치학자들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숨은 근본적인 부작용을 우려한다. 청와대의 해석처럼 '순기능'도 있지만 행정 낭비, 입법.사법 심지어 행정 기능 무력화 등의 단면이 있다는 것. 이를 넘어 최고 권력 기관인 청와대가 청원을 받아 해결하는 시스템 자체가 민주주의의 역행을 의미한다는 시각도 있다. 가장 빈번히 지적되는 부작용은 삼권분립에 대한 위협이다.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직접 청원을 받고 청와대 참모진들이 답변을 내놓는 지금과 같은 구조는 입법부, 사법부는 물론 행정부 자체도 무력화한다고 지적한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겸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청와대가 청원기관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입법.사법뿐만 아니라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 등 모든 다른 정부 내 청원기관이 형해화된다"고 우려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정에서는 실질적인 참여를 어떻게 제도화해 나가느냐의 문제가 중요한데 국민청원 게시판은 상당히 청와대 중심의 참여"라면서 "그것이 참여의 전부인 것처럼 보여지는 것 같아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20만명 이상'이라는 청와대가 임의로 정한 답변 기준은 자칫하면 '다수의 폭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소수의 의견이 다수의 요구로 포장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면서 "이런 목소리들이 나아가 정책에 투영되면 대의민주주의를 흔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 형성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이 다수의 의견과 동일하면 적극적으로 동조하지만 소수의 의견일 경우에는 고립되는 것이 두려워 침묵한다는 '침묵의 나선 이론'과 맥을 같이한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청원권은 1961년부터 '청원법'으로 규정돼 있다. 청원법에 따라 국민은 모든 국가기관에 청원할 수 있다. 실제로도 지자체 등 행정기관과 국회의 청원기능은 한 번도 마비된 적이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원법에 따라 청원을 내려면 여건이 복잡하다. 실명만 가능하고, 요구하는 모든 정보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그 여건이 다 구성돼야만 청원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면서 "청와대는 더 많은 국민의 의견과 의사를 듣기 위해서 최대한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직접민주주의와 비(非)민주주의의 경계 이렇다보니 청원기능이 정부 역할 자체를 부정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는 국민의 '필요'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법을 수호하면서 공익을 추구하는 기관이라는 것이다. 신율 교수는 "행정부는 국민의 소리를 들어주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라 법에 근거해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역할"이라면서 최초로 청원 20만건을 넘어 청와대가 답변한 조두순 사건을 예로 들었다. 청와대 비서진(당시 조국 민정수석)이 재심 가능 여부에 대해 대답할 것이 아니라 법무부 등 해당 부처에서 나와 현행법에 근거해 어떤 조치를 하겠다는 등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맞다고 그는 봤다. 이보다 근본적인 우려는 민주주의제도 자체로 향한다. 전문가들의 '주객의 전도'를 말한다. 민주주의는 시민을 주권자로 규정하는데, 지금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대통령을 주권자로 만든다는 뜻이다. 박상훈 대표는 "국민청원 게시판은 주권자인 시민들을 대통령의 결정을 기다리는 소극적인 객체로 만든다"며 "이는 흡사 '군주제(君主制)'와 같다"고 설명했다.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역대 최다로 민주주의의 최대 수호집단을 자청하는 청와대가 이 같은 제도를 택한 데 대해서는 "민주주의를 오해했다고 본다"고 전문가들은 단언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민주주의를 시민의 참여를 늘리고 시민에 좋게 평가받는 것으로 본 건데, 이것은 정치가 아니라 기업의 논리"라고 했다. 박상훈 대표도 "시민이 책임을 추궁하고 정부는 시민의 삶을 좋게 하는 걸로 평가받는 것을 '시민들이 원하는 걸 해주고 있다'는 것으로 오해한 것"이라며 오히려 민주주의와 반대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우려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박소연 기자
2017-12-17 20:4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