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한때 간간이 화제가 됐던 '마약 사범' 기사가 연일 쏟아져 나온다. 연예인 뿐 아니라 일반인 주변에서도 마약 사건이 흔히 발생할 정도다. '마약청정국'이라 불리던 한국은 지난 2016년 이후 청정국 지위를 잃었다. 하지만 마약 사범은 급증 추세에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마약 수사·탐지·조사·치료·법률 분야에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생생한 실태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해 본다. "죄송합니다. 방금 전까지 진료 보고 오느라 늦었습니다." 2일 인천 서구에 있는 인천참사랑병원에서 만난 천영훈 병원장 (사진)은 보라색 진료용 가운을 입은 채로 나타났다. 그의 눈은 반쯤 충혈된 상태였다. 손으로는 얼굴을 연신 쓸어내렸다. 대화 중간 중간에는 목 운동을 하며 피로와 사투를 벌였다. 그는 이 병원을 지키는 2명의 마약 투사중 1명이다. 인천참사랑병원은 한국 민간의료기관중에서는 마약중독증 치료의 본산으로 불린다. 대검찰청의 '마약류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으로서 중독증 치료를 받은 이들 421명 중 65.6%에 해당하는 276명이 이곳을 거쳐 갔다. 이쯤 되면 대형 마약 치료 시설이라 생각할 지 모르지만 현실은 열악하다. 마약중독증 치료를 담당할 수 있는 정신과 전문의는 2명에 불과하다. 한 명은 천 병원장 자신이다. 나머지 한 명은 천 원장을 사형으로 섬기며 마약중독증 치료의 노하우를 전수 받고 있다. "마약 치료 전문의는 의사 기피 1순위"마약중독증 치료는 정신과 전문의들이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정신과 전문의가 마약중독증 치료를 할 수는 없다. 중독증 치료는 의사와 환자간 공감대를 형성해야 가장 좋은 효과를 얻는다. 이 때문에 중독증 치료 분야에서 오랜 노하우를 쌓아오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정신과 전문의만이 치료에 나설 수 있다. 천 원장은 "일반 의사도 근무 시간 이외에는 술을 마시거나, 극도로 슬픔을 느끼기도 해 알코올중독증 환자나 우울증 환자와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의사가 마약을 하지는 않기 때문에 마약중독증 환자와는 공감대를 이루기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마약 중독증 치료 전문의를 양성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양성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의사들 사이에서 마약 중독 치료 전문의는 기피 대상 1순위다. '돈 안 되는 진료과목'이기 때문이다. 천 병원장은 "금전적인 보상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다. 단순히 의사의 사명감으로 포장해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들이는 인풋에 비해 아웃풋(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누가 마약 중독 치료 분야에 뛰어 들려 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력 부담 상당하지만 수가는 낮아"마약중독증 환자 1명을 1개월 동안 치료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최소 500여만원이라고 한다. 간호사, 치료재활사 뿐 아니라 환자를 상시 지켜볼 추가 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의료 수가는 조현병 등 다른 정신질환과 동일하다고 한다. 일반 정신질환의 2~3배의 인력을 투입하고도 조현병과 같은 수가를 보장 받으니 민간 의료기관이 선뜻 나서기 어려운 분야다. 그는 "마약중독증 환자들이 병동이란 하나의 공간에 같이 입원을 하면 자신들끼리 마약거래의 정보를 주고받는 등 범죄를 확대 재생산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 때문에 마약치료 병동의 의료진들은 단순 의학적 조치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감독하는 일까지 병행해야 한다"며 "이 모든 것을 사람이 직접 관리해야 하니 다른 질병 환자를 치료하는 것 보다 숙련된 의료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돈' 안돼도 드라마틱한 치료 과정에 보람"인천참사랑병원 역시 만성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지난 3~5월은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이었다고 한다. 올해 초부터는 '1020' 세대를 포함해 입원 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직원들이 '번 아웃(burn out)'됐다. 임계점을 버티지 못한 간호사 등 의료진의 퇴사 러시가 이어졌다. 병원은 기본 근무체계인 3교대 근무조차 운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천 원장은 "환자로부터 욕 먹고, 협박 당하고 심지어 맞기까지 하지만,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의료수가는 조현병 등 다른 질병의 그것과 동일하다. 이는 직원들의 월급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더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일해야 하는 것에 회의를 느껴 떠나는 직원들을 차마 붙잡을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천 병원장이 정신과 전문의로서 마약중독증 치료환자를 돌보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그는 중독증 치료 환자용 병상이 많기로 소문난 원광대 의대를 졸업했다. 모교에서 수련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중독증 환자를 치료하는 전문의로 성장했다. '돈도 되지 않는' 마약중독증 치료에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서 "배운 게 도둑질이라서"라고 운을 뗀 천 병원장은 의사로서의 소명감보다는 개인적인 만족에 의해 이 일을 그만두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정신질환증 환자와 달리 마약중독증 환자가 치유되는 과정이 드라마틱하다"며 "불가항력적인 수많은 유혹 등을 이겨내고 하나의 사회구성원으로서 인격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멋있다"고 밝혔다. "마약은 '정신 당뇨병'천 원장은 마약중독증을 '정신 당뇨병'에 비유했다. 당뇨병 처럼 완치가 안 되는 병이므로 관리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천 원장은 "우리는 마약중독증을 일탈과 의지 부족으로 치부하지만, 사실은 뇌의 신경계통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엄연한 질병"이라며 "사람의 뇌를 갈아 끼우지 않는 이상 마약중독증은 완치가 어려워 치료 이후 병원 밖에서 하는 재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마약중독자에게 '너는 의지가 부족해 마약을 못 끊는 것이다'는 식으로 멸시하거나 손가락질을 하게 된다면 자포자기한 이들은 다시 마약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 사회가 이들을 암 덩어리로 취급하지 말고 포용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원장은 최근 마약중독증 환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2020년부터 내원하는 환자 수가 급격히 늘더니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400여명의 환자가 내원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인천참사랑병원을 내원한 마약중독증 환자가 5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 내원 환자는 2배 가량 늘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천 원장은 "이제는 정부에서 부처를 아우르는 '컨트롤 타워'를 만들고 상황에 맞게 치료와 재활, 예방 사업을 전개해야 하는 동시에 그에 맞는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3-11-02 14:35:46[파이낸셜뉴스] 풀무원 계열 식자재 유통기업 풀무원푸드머스는 수도방위사령부와 군 급식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22일 서울 관악구 남현동 수도방위사령부에서 열린 이번 협약식에는 육군수도방위사령부 이진우 사령관과 풀무원푸드머스 천영훈 대표 등 양측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양측은 바른먹거리 제공을 통해 안전하고 건강한 군 급식문화를 조성하고 업무상 상호 공동이익 증진을 도모하는 데 뜻을 모아 이번 협약을 추진했다. 협약에 따라 양측은 △군 급식 시장 대응 관련 정보 교류 및 인적 자원을 통한 교육 연계 △인적 자원 교류 및 시설 상호 이용 △지구와 개인의 건강을 위한 캠페인 연계 진행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회공헌 활동 및 주요 행사 상호 지원 △올바른 식생활 확립, 건강 증진 활성화를 위한 협력 사업 필요시 공동 기획 및 추진 △기타 상호 발전과 우호 증진에 필요한 사항 등을 협력한다. 이를 위해 군 급식간 인적 교류를 바탕으로 식단, 교육 자료 등 교류를 진행하고 군부대 급양관리관, 조리병, 민간조리원 대상으로 위생, 영양 전문 교육을 지원한다. 여기에 지구식단, 동물복지, 저염저당 식단 등의 캠페인을 함께 진행한다. 풀무원푸드머스는 수도방위사령부와의 협력을 통해 바른먹거리로 군의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하고 건강한 군 급식문화 조성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풀무원푸드머스 천영훈 대표는 "그동안 풀무원푸드머스가 식자재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로 군의 건강한 급식문화를 조성하고 명예와 전통이 빛나는 육군수도방위사령부가 '더 좋은 병영식당'을 만들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4-05-23 09:27:23[파이낸셜뉴스] SSG닷컴은 이인영 대표(사진)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 '바이바이 플라스틱(ByeBye Plastic, BBP) 챌린지'에 참여했다. 이 대표는 환경 문제 해결 동참 위한 다양한 활동을 다짐했으며, 다음 주자로는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과 천영훈 풀무원푸드머스 대표를 지목했다. 25일 쓱닷컴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 이상목 대표의 지목을 받아 이번 캠페인에 참여하게 된 이인영 대표는 쓱닷컴 공식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BBP 챌린지' 참여를 인증했다. BBP 챌린지는 일상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환경부가 추진하는 캠페인이다. 공공기관이나 기업 대표 또는 일반 국민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실천사항 등이 담긴 내용을 촬영하고 SNS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SSG닷컴은 ESG 경영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다회용 보랭가방 '알비백(I'll be bag)'을 선보였으며, 2020년부터는 쓱배송과 새벽배송에 제공되는 종이 주문 확인서를 모두 모바일 영수증으로 변경한 이후 매달 A4용지 250만장의 종이를 절약하고 있다. 친환경 인식 개선 활동에도 적극 앞장서는 중이다. 지난해 고객에게 올바른 종이팩 분리배출법을 알리는 캠페인을 전개했고 테라사이클, WWF(세계자연기금)와 함께 폐플라스틱 수거를 독려하는 '원더플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보랭가방 수선 및 재활용 캠페인도 시작했다. 이인영 SSG닷컴 대표는 "쓱닷컴은 전 구성원이 텀블러 사용을 생활화하는 등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ESG경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2024-03-25 10:34:40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20일 취임 후 첫 법무정책 현장 방문 일정으로 인천 서구 인천참사랑병원을 찾았다. 이날 박 장관은 마약 중독 치료와 관련한 민관협력 현황과 사회복귀 지원책 현황 등을 점검하고 병원 종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인천참사랑병원은 지난 2022년 기준 마약류 사범으로서 중독증 치료를 받은 이들 421명 중 65.6%에 해당하는 276명이 거쳐 간 '마약류 중독 치료의 본산'으로 알려진 곳이다. 박 장관은 인사말에서 "마약류 중독 등 중독 범죄는 수사기관과 형사사법에 의한 처벌·단속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독자의 사회복귀를 위한 치료·재활사업이 중요하다"며 "어쩌면 사법 처벌 보다 치료·재활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은 박 장관에게 "지금 제가 진료하는 불법 마약 환자의 80∼90%는 모두 의사로부터 처방받은 중독성 약물을 오남용하는 형태"라며 "우리나라 의료 접근성이 너무 좋다 보니 생기는 문제"라고 전했다. 특히 인천참사랑병원은 지난해 인천지검과 업무 협약을 맺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청소년 대상 마약류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지검은 청소년 마약 투약 사범이 치료받을 수 있을지 확인하는 판별검사를 병원에 의뢰하고, 치료가 적합한 청소년에게는 맞춤형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관련해 천 병원장은 "막연히 치료·재활이 중요하다고 말하면 마약류 투약의 위험성과 사법 경각심을 흐리게 하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며 "투약사범에게 기계적으로 기소유예를 내리는 것이 아닌, 적발됨과 동시에 치료를 열심히 받는다면 기소유예를 내리게 하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검찰로부터 치료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마약 투약 청소년 4명은 매주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하면서 심리 치료를 받아 단약을 유지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천 원장은 이어 "마약류 투약의 양태가 10년 전에는 40~50대 남성 개인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지금은 20~30대들이 모여서 '파티'를 하는 것으로 변화했다"며 "이들은 직장과 가정이 있는 40~50대 투약자들과 달리 마약류 중독증을 회복해야 할 동기도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박 장관은 "재범방지를 위한 전문기관 치료 연계 및 재활 프로그램을 확대해 마약중독자가 건전하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추진해달라"며 "청소년의 마약, 도박과 같은 중독범죄에 대하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예방 교육도 강화해 달라"고 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4-03-20 18:23:02[파이낸셜뉴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20일 취임 후 첫 법무정책 현장 방문 일정으로 인천 서구 인천참사랑병원을 찾았다. 이날 박 장관은 마약 중독 치료와 관련한 민관협력 현황과 사회복귀 지원책 현황 등을 점검하고 병원 종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인천참사랑병원은 지난 2022년 기준 마약류 사범으로서 중독증 치료를 받은 이들 421명 중 65.6%에 해당하는 276명이 거쳐 간 '마약류 중독 치료의 본산'으로 알려진 곳이다. 박 장관은 인사말에서 "마약류 중독 등 중독 범죄는 수사기관과 형사사법에 의한 처벌·단속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독자의 사회복귀를 위한 치료·재활사업이 중요하다"며 "어쩌면 사법 처벌 보다 치료·재활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은 박 장관에게 "지금 제가 진료하는 불법 마약 환자의 80∼90%는 모두 의사로부터 처방받은 중독성 약물을 오남용하는 형태"라며 "우리나라 의료 접근성이 너무 좋다 보니 생기는 문제"라고 전했다. 특히 인천참사랑병원은 지난해 인천지검과 업무 협약을 맺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청소년 대상 마약류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지검은 청소년 마약 투약 사범이 치료받을 수 있을지 확인하는 판별검사를 병원에 의뢰하고, 치료가 적합한 청소년에게는 맞춤형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관련해 천 병원장은 "막연히 치료·재활이 중요하다고 말하면 마약류 투약의 위험성과 사법 경각심을 흐리게 하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며 "투약사범에게 기계적으로 기소유예를 내리는 것이 아닌, 적발됨과 동시에 치료를 열심히 받는다면 기소유예를 내리게 하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검찰로부터 치료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마약 투약 청소년 4명은 매주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하면서 심리 치료를 받아 단약을 유지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천 원장은 이어 "마약류 투약의 양태가 10년 전에는 40~50대 남성 개인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지금은 20~30대들이 모여서 '파티'를 하는 것으로 변화했다"며 "이들은 직장과 가정이 있는 40~50대 투약자들과 달리 마약류 중독증을 회복해야 할 동기도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박 장관은 "재범방지를 위한 전문기관 치료 연계 및 재활 프로그램을 확대해 마약중독자가 건전하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추진해달라"며 "청소년의 마약, 도박과 같은 중독범죄에 대하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예방 교육도 강화해 달라”고 했다. 한편 박 장관은 이날 인천참사랑병원에 이어 인천보호관찰소를 찾아 마약사범 관리 현황과 시설을 점검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4-03-20 14:02:14[파이낸셜뉴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20일 이종섭 주호주 대사 '출국금지 해제'와 관련해 "적법하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인천 서구 인천참사랑병원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출국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계속 출국금지 상황을 유지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출국금지를 해제한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당시 고발 이후 조사 상황이나 (이 대사) 본인이 직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나와 조사받은 상황을 고려했다"며 "절차나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다는 부분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 장관은 "수사기관에서 동의하지 않아도 출국 심의위원회를 거쳐서 해제를 한다"며 "수사기관이 동의해야만 출국금지 해제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이던 지난해 해병대 수사단이 채상병 순직 사건의 책임자를 수사하는 과정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하고 경찰에 적법하게 이첩된 수사 기록을 회수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고발됐다. 수사에 착수한 공수처는 이 대사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 핵심 피의자들을 출국금지했다. 이후 법무부는 이 대사의 공수처 출석 하루 만인 지난 8일 출국금지를 해제했고 이 대사는 지난 10일 호주로 출국했다. 이날 박 장관이 취임 후 첫 법무정책 현장 방문 일정으로 인천참사랑병원을 찾았다. 인천참사랑병원은 지난 2022년 기준 마약류 사범으로서 중독증 치료를 받은 이들 421명 중 65.6%에 해당하는 276명이 거쳐 간 '마약류 중독 치료의 본산'과도 같은 곳이다. 박 장관은 이날 마약 중독 치료와 관련한 민관협력 현황과 사회복귀 지원책 현황 등을 점검하고 병원 종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박 장관은 인사말에서 "마약류 중독 등 중독 범죄는 수사기관과 형사사법에 의한 처벌·단속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독자의 사회복귀를 위한 치료·재활사업이 중요하다"며 "어쩌면 사법 처벌 보다 치료·재활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은 박 장관에게 "지금 제가 진료하는 불법 마약 환자의 80∼90%는 모두 의사로부터 처방받은 중독성 약물을 오남용하는 형태"라며 "우리나라 의료 접근성이 너무 좋다 보니 생기는 문제"라고 전했다. 특히 인천참사랑병원은 지난해 인천지검과 업무 협약을 맺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청소년 대상 마약류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관련해 천 병원장은 "막연히 치료·재활이 중요하다고 말하면 마약류 투약의 위험성과 사법 경각심을 흐리게 하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며 "투약사범에게 기계적으로 기소유예를 내리는 것이 아닌, 적발됨과 동시에 치료를 열심히 받는다면 기소유예를 내리게 하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천 원장은 이어 "마약류 투약의 양태가 10년 전에는 40~50대 남성 개인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지금은 20~30대들이 모여서 '파티'를 하는 것으로 변화했다"며 "이들은 직장과 가정이 있는 40~50대 투약자들과 달리 마약류 중독증을 회복해야 할 동기도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박 장관은 이날 인천참사랑병원에 이어 오후에 인천보호관찰소를 찾아 마약사범 관리 현황과 시설을 점검한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4-03-20 11:28:05"중독은 질병이죠. 어떻게 시작했는지를 떠나서 질병 자체는 의지와 상관 없어요. 병은 '걸리고 싶다'고 해서 걸리는 것도 아니고 '없어져라'라고 해서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9일 기자가 만난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의 말이다. 조 병원장은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과 함께 '마약치료 1세대 의사'로 꼽힌다. 남경필 J&KP 대표와 함께 효과적인 치료방안을 모색 중이기도 하다. 조 원장은 "사람들은 이미 마약을 한 사람들에게 '불법행위를 했다'며 비난하고 재범을 하면 개인 의지 문제로 치부한다"면서 "중독은 뇌질환인데, 마약 재범자는 범죄자이기도 하지만 의사들은 만성질환자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치료 공동체' 국내 첫 도입조 원장은 고려대 의과대학 75학번으로 의료계에 발을 들였다. 그는 정신과 전문의를 따고 군의관으로 제대하면서 1988년 법무부 산하 치료감호소(현 국립법무병원)에 입사했다. 1990년대부터 마약류 투약자들이 치료감호 대상이 되면서 마약류 중독 환자들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치료적 공동체'라는 개념을 조 원장이 국내에 처음 들여왔다. 이 개념은 지금도 국내 마약중독증 치료의 기본 방법론으로 자리잡았다. 치료적 공동체란 환자와 치료자가 한가족처럼 24시간 같이 지내는 치료 프로그램이다. 중독 증상을 '1일 2회' 같은 형식적 처방이나 단순 조치만으론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 원장은 "마약중독자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사람이 국내에 없다 보니 해외 학회를 찾아가거나 연수를 통해 노하우를 익혔다"며 "치료적 공동체는 1970년대부터 미국에서 널리 쓰였는데 제가 이 방법을 1996년 국내에 도입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3년부터 을지대학교 강남을지병원장을 맡아 '중독브레인센터'를 개소했다. 도박 중독, 게임 중독, 알코올 중독 등 전문가들을 영입해 강남을지병원을 중독증 치료 허브로 만들었다. 2015년에는 강남을지병원을 '치료보호기관'으로 등록해 마약류 사범에 대한 치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강남을지병원은 2018년 전체 환자(267명)의 50.9%인 136명을 치료할 만큼 높은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마약류 사범을 치료하면 치료할수록 적자는 쌓여만 갔다. 실제 치료보호기관으로서 활동화던 마지막 해인 2018년에는 지자체로부터 받아야 할 연체금이 5억원이나 쌓여 있었다. 조 원장은 "메리트를 줘야 한다. 마약류 중독증 치료는 일반 정신과 환자를 치료하는 것보다 10배 더 힘들고 스트레스와 부담도 많다"면서 "그런데 수가는 똑같이 적용되니 의사들이 마약류 중독증 환자들을 안 보려고 한다. 힘든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법 마약류 오남용 많아져"조 원장은 오랜 기간 중독자들을 만나오다 마약 소비 패턴이 달라졌다는것을 체감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엔 불법 마약중독자가 많았는데 요즘엔 의료용 마약류에 중독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졌다"면서 "불법이 아닌 합법 마약류가 오남용되는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마약범죄의 위험성은 재범률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마약류 범죄의 재범률은 일반적인 형사 범죄보다 높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마약류 범죄의 재범률은 평균 35.3%로 일반적인 범죄 재범률의 평균(24.6%·2021년 기준)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그는 치료가 특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조 원장은 "치료 중심으로 접근해야 재범률을 더 많이 낮출 수 있다"면서 "치료에 방점을 둔다고 해서 단속하지 말자는 뜻은 절대 아니다. 단속도 강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적발되고 이들이 결과적으로 치료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독은 질병… 공감대 필요"마약중독 치료는 정부가 정책을 펴기에도 일부 한계가 있다고 한다. 국민 세금으로 범죄자를 치료한다는 비판이 있기 때문이다. 조 원장은 이런 비판에 빠지다 보면 중독자가 더 많아저 결과적으로 사회적 위협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본인이 좋아서 마약을 하고 범죄자가 됐는데 이걸 왜 국가가 치료하느냐고 비판하면 우리 사회에는 점점 더 많은 중독증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며 "재범이 많아지면 타인도 피해를 입는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치료하는 것이지 개인의 복지를 위해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독증 환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선 효과적 치료가 꼭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 원장은 예방 교육 역시 '마약류 중독증=질병'이란 관점에서 접근해야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약류 중독증은 뇌질환이고 뇌의 변화가 오는 것이다. 마약류를 투약했던 강렬한 기억이 계속 남게 되는 것이다"라며 "근데 기억이란 것은 없앨 수 없으니 기억이 안 나도록 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 즉 평생을 안고 가야 하는 질병이므로 무서운 것이다. 이 같은 프로세스를 예방 교육에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가 마약 근절 정책을 효과적으로 펴기 위해선 국민 공감대가 꼭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국민들이 중독을 질병으로 취급하지 않고 단순한 '나쁜 행동' 정도로 보면, 중독자는 범죄자라는 인식이 매몰되고 범죄자에 대한 지원정책은 소극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면서 "단순히 '불법이니 하지 마라'가 아니라 중독이 한번으로 시작돼 점차 진행이 되면 질병이 되는 것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이해하도록 하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4-01-09 17:55:02[파이낸셜뉴스] "중독은 질병이죠. 어떻게 시작했는지를 떠나서 질병 자체는 의지와 상관 없어요. 병은 '걸리고 싶다'고 해서 걸리는 것도 아니도 '없어져라'라고 해서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9일 기자가 만난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의 말이다. 조 병원장은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과 함께 '마약치료 1세대 의사'로 꼽힌다. 남경필 J&KP 대표와 함께 효과적인 치료 방안을 모색중이기도 하다. 조 원장은 "사람들은 이미 마약을 한 사람들에게 '불법 행위를 했다'며 비난하고 재범을 하면 개인 의지 문제로 치부한다"면서 "중독은 뇌질환인데, 마약 재범자는 범죄자이기도 하지만 의사들은 만성질환자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치료 공동체' 국내 첫 도입조 원장은 고려대 의과대학 75학번으로 의료계에 발을 들였다. 그는 정신과 전문의를 따고 군의관으로 제대하면서 1988년 법무부 산하 치료감호소(현 국립법무병원)에 입사했다. 1990년대부터 마약류 투약자들이 치료감호 대상이 되면서 마약류 중독 환자들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치료적 공동체'라는 개념을 조 원장이 국내에 처음 들여왔다. 이 개념은 지금도 국내 마약중독증 치료의 기본 방법론으로 자리잡았다. 치료적 공동체란 환자와 치료자가 한 가족처럼 24시간 같이 지내는 치료 프로그램이다. 중독 증상을 '1일 2회'같은 형식적 처방이나 단순 조치만으론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 원장은 "마약중독자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사람이 국내에 없다 보니 해외 학회를 찾아가거나 연수를 통해 노하우를 익혔다"며 "치료적 공동체는 1970년대부터 미국에서 널리 쓰였는데 제가 이 방법을 1996년 국내에 도입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3년부터 을지대학교 강남을지병원장을 맡아 '중독브레인센터'를 개소했다. 도박 중독, 게임 중독, 알코올 중독 등 전문가들을 영입해 강남을지병원을 중독증 치료 허브로 만들었다. 2015년에는 강남을지병원을 '치료보호기관'으로 등록해 마약류 사범에 대한 치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강남을지병원은 2018년 전체 환자(267명)의 50.9%인 136명을 치료할 만큼 높은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마약류 사범을 치료하면 치료할수록 적자는 쌓여만 갔다. 실제 치료보호기관으로서 활동화던 마지막 해인 2018년에는 지자체로부터 받아야 할 연체금이 5억원이나 쌓여있었다. 조 원장은 "메리트를 줘야 한다. 마약류 중독증 치료는 일반 정신과 환자를 치료하는 것보다 10배 더 힘들고 스트레스와 부담도 많다"면서 "그런데 수가는 똑같이 적용되니 의사들이 마약류 중독증 환자들을 안 보려고 한다. 힘든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법 마약류 오남용 많아져"조 원장은 오랜 기간 중독자들을 만나오다 마약 소비 패턴이 달라졌다는것을 체감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엔 불법 마약 중독자가 많았는데 요즘엔 의료용 마약류에 중독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졌다"면서 "불법이 아닌 합법 마약류가 오남용되는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마약범죄의 위험성은 재범률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마약류 범죄의 재범률은 일반적인 형사 범죄보다 높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마약류범죄백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마약류 범죄의 재범률은 평균 35.3%로 일반적인 범죄 재범률의 평균(24.6%: 2021년 기준)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때문에 그는 치료가 특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조 원장은 "치료 중심으로 접근해야 재범률을 더 많이 낮출 수 있다"면서 "치료에 방점을 둔다고 해서 단속하지 말자는 뜻은 절대 아니다. 단속도 강해야 더 많은 사람들을 적발되고 이들이 결과적으로 치료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독은 질병이라는 공감대 필요해"마약중독 치료는 정부가 정책을 펴기에도 일부 한계가 있다고 한다. 국민 세금으로 범죄자를 치료한다는 비판이 있기 때문이다. 조 원장은 이런 비판에 빠지다 보면 중독자가 더 많아저 결과적으로 사회적 위협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본인이 좋아서 마약을 하고 범죄자가 됐는데 이걸 왜 국가가 치료하느냐고 비판하면 우리 사회에는 점점 더 많은 중독증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며 "재범이 많아지면 타인도 피해를 입는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치료하는 것이지 개인의 복지를 위해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독증 환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선 효과적 치료가 꼭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 원장은 예방 교육 역시 '마약류 중독증=질병'이란 관점에서 접근해야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약류 중독증은 뇌질환이고 뇌의 변화가 오는 것이다. 마약류를 투약했던 강렬한 기억이 계속 남게 되는 것이다"라며 "근데 기억이란 것은 없앨 수 없으니 기억이 안 나도록 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 즉 평생을 안고 가야하는 질병이므로 무서운 것이다. 이같은 프로세스를 예방 교육에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가 마약 근절 정책을 효과적으로 펴기 위해선 국민 공감대가 꼭 필요하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국민들이 중독을 질병으로 취급하지 않고 단순한 '나쁜 행동' 정도로 보면, 중독자는 범죄자라는 인식이 매몰되고, 범죄자에 대한 지원정책은 소극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면서 "단순히 '불법이니 하지마라'가 아니라 중독이 한번으로 시작돼 점차 진행이 되면 질병이 되는 것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이해하도록 하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4-01-08 14:37:28"한국 사회는 마약중독을 '약쟁이'들의 의지박약 문제로 취급하는 시각이 많다. 이는 편견이다. 마약중독은 엄연한 질병이다. 사람의 뇌를 갈아 끼우지 않는 이상 완치할 수 없다." 지난 2일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천 원장은 매일 마약중독자들과 사투를 벌인다. 민간병원에 오는 마약환자 중 60% 이상이 인천참사랑병원을 거친다고 한다. 천 원장은 최근 10~20대를 포함해 마약사범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터가 이를 증명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1만8187명으로 지난해 검거인원(1만8395명)에 육박했다. 이 추세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약사범 수는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게 된다. 천 원장은 마약중독 현상을 개인 일탈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그저 쾌락이 좋아서 시도해보고, 그 후로는 의지가 부족해서 끊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다. 천 원장은 마약중독자를 범죄자로 보기 전에 환자로서 접근하는 시각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마약을 단 1회 투약하는 것만으로 뇌의 신경회로는 비정상적으로 바뀌어 버린다. 인간이 뇌 활동을 하면 뇌세포들이 나무 뿌리처럼 뻗어 있는 신경망을 타고 전기신호를 주고받으며 회로를 만든다. 이 중 보상회로는 기쁘고 흥분됐을 때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활성화하는데, 마약은 이 보상회로를 다른 즐거움을 느꼈을 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활성화한다. 약으로 끌어올린 도파민 수치가 떨어지면 고통이 시작된다. 걷잡을 수 없는 불안과 우울함이 몰려온다. 이미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보상회로를 경험했으므로 웬만한 즐거운 일에는 쾌락이나 흥분을 느끼지 못한다. 결국 보상회로를 만족시켜 줄 만큼의 자극을 찾아 또 약에 손댄다. 더 강한 약을 찾아 쾌락을 느끼고, 더 큰 고통이 찾아와 다시 약을 찾는 과정이 반복된다. 중독자들이 마약에 빠지는 계기는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마약사범 상당수가 가정폭력과 사업 실패 등 사회경제적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이라고 한다. 정신적·물질적 빈곤이 마약 투약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 일탈로만 봐서는 재범까지 막을 수는 없다. 마약중독은 중독자 가족의 삶까지 파괴한다. 인천참사랑병원이 중독자 가족을 대상으로 정신치료를 병행하는 이유다. 마약사범에 대한 강한 처벌은 필수적이다. 다만 재범률을 낮추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면 마약중독을 질병으로 인식해야 더 나은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3-11-16 18:08:34[파이낸셜뉴스]"한국사회는 마약 중독을 '약쟁이'들의 의지박약 문제로 취급하는 시각이 많다. 이는 편견이다. 마약 중독은 엄연한 질병이다. 사람의 뇌를 갈아 끼우지 않는 이상 완치할 수 없다" 지난 2일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천영훈 원장은 매일 마약중독자들과 사투를 벌인다. 민간병원에 오는 마약환자중 60% 이상이 인천참사랑병원을 거친다고 한다. 천 원장은 최근 10~20대를 포함해 마약사범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터가 이를 증명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지난 8월까지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1만8187명으로 지난해 검거 인원(1만8395명)에 육박했다. 이 추세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마약 사범 수는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게 된다. 천 원장은 마약중독현상에 대해 개인 일탈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저 쾌락이 좋아서 시도해보고, 그 후로는 의지가 부족해서 끊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다. 천 원장은 마약 중독자를 범죄자로 보기 전에 환자로서 접근하는 시각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마약을 단 1회 투약하는 것만으로 뇌의 신경회로는 비정상적으로 바뀌어 버린다. 인간이 뇌 활동을 하면 뇌세포들이 나무뿌리처럼 뻗어있는 신경망을 타고 전기신호를 주고받으며 회로를 만든다. 이중 보상회로는 기쁘고 흥분됐을 때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활성화하는데, 마약은 이 보상회로를 다른 즐거움을 느꼈을 때보다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활성화한다. 약으로 끌어올린 도파민 수치가 떨어지면 고통이 시작된다. 걷잡을 수 없는 불안과 우울함이 몰려온다. 이미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보상회로를 경험했으므로 웬만한 즐거운 일에는 쾌락이나 흥분을 느끼지 못한다. 결국 보상회로를 만족시켜 줄 만큼의 자극을 찾아 또 약에 손 댄다. 더 강한 약을 찾아 쾌락을 느끼고, 더 큰 고통이 찾아와 다시 약을 찾는 과정이 반복된다. 중독자들이 마약에 빠지는 계기는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마약 사범 상당수가 가정 폭력과 사업 실패 등 사회경제적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이라고 한다. 정신적·물질적 빈곤이 마약 투약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 일탈로만 봐서는 재범까지 막을 수는 없다. 마약 중독은 중독자 가족의 삶까지 파괴한다. 인천참사랑병원이 중독자 가족을 대상으로 한 정신 치료를 병행하는 이유다. 마약 사범에 대한 강한 처벌은 필수적이다 다만 재범률을 낮추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면 마약 중독을 질병으로 인식해야 더 나은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3-11-16 13: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