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쌀밥과 빵 등 대표적인 탄수화물 음식을 조리 후 식혔다가 다시 데우면 혈당이 급등하는 것을 막고 장 건강을 개선하는 음식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나왔다. 밥 식혔다 가열하면 '저항성 전분' 생겨...혈당 급등 막아탄수화물은 우리 몸의 핵심 에너지원이지만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체중 증가를 촉진할 수 있다. 특히 흰 빵이나 감자 같은 탄수화물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혈당을 가파르게 상승시켜 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다. 20일 건강업계에 따르면 존스홉킨스의대 연구진은 탄수화물을 요리하고 식힌 뒤 다시 가열하면 '저항성 전분'이 생성돼 혈당 급등을 막고 장내 유익균의 먹이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하지만 빵, 쌀, 감자, 파스타 속에는 이런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숨겨진 영양소 ‘저항성 전분’이 있다"며 "저항성 전분은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장에서 식이섬유와 유사한 역할을 해 장을 건강하게 하고 비만을 비롯해 이와 관련된 각종 질병의 예방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항성 전분은 포만감 증가, 변비 치료 및 예방, 콜레스테롤 감소, 대장암 위험 감소 등의 이점도 줄 수 있다"며 "저항성 전분은 천천히 소화되기 때문에 다른 섬유질보다 가스 발생도 적다"고 했다. 저항성 전분을 얻기 위해선 탄수화물을 조리한 뒤 식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쌀, 감자, 콩, 파스타는 먹기 하루 전에 미리 삶아서 냉장고에 넣어 하룻밤 식혀두는 것이 좋다"며 "먹기 전에 다시 데워도 저항성 전분의 양은 줄어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리 후 식힌 뒤에 재가열하는 방식은 현미, 귀리, 보리, 콩, 통밀 파스타 등 애초에 혈당 지수가 낮은 탄수화물에 적용하면 효과가 더욱 크다"고 덧붙였다. 냉동했다 해동한 빵도 혈당반응 낮아 실제로 2015년 발표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조리한 뒤 하룻밤 식히고 다시 데운 흰쌀밥이 갓 조리한 흰쌀밥보다 저항성 전분 함량이 3배가량 많았다. 이어 2008년 연구에서도 냉동과 해동을 거쳐 구운 흰 빵은 그렇지 않은 빵보다 혈당 반응이 낮았으며, 파스타와 감자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확인됐다. 콜로라도대학교 암 센터에 따르면 저항성 전분이 대장의 점막 세포를 건강하게 하고 암세포 분열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으며 비만을 막아 유방암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5-20 13:25:40[파이낸셜뉴스] 미국에서 포르투갈로 이주한 한 30대 여성이 식단과 생활 방식만 바꿔 9㎏을 감량해 화제다. 22일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콘텐츠 크리에이터 리차 프라사드(39)는 2년 전 미국 시애틀에서 포르투갈로 이주한 뒤 큰 노력 없이 9㎏을 감량한 경험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프라사드는 "포르투갈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식습관을 바꾼 것이었다"라며 "미국에 살았을 때는 종종 걸으면서 음식을 먹었지만, 유럽에서는 이동하면서 먹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포르투갈에 처음 왔을 때는 손에 음료수를 들고 다녔고, 가끔은 점심을 테이크아웃해서 먹기도 했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게 생산적이라고 느껴서였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꾸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알고 보니 유럽에서는 걸으면서 먹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밝혔다. 프라사드에 따르면 포르투갈 사람들은 평일에도 1시간 30분~3시간에 걸쳐서 식사한다. 많은 양을 먹기 때문이 아니라 대화에 맞춰 식사 속도를 조절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프라사드는 "체중 감량을 위해 유행하는 다이어트나 규칙적인 운동은 하지 않았다"라며 "체육관에서 몇 시간을 보내는 대신 매일 더 건강한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는 데 중점을 두는 식으로 생활 습관을 바꿨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간식을 먹지 않고, 규칙적인 시간에 식사를 했다"라며 "군대처럼 정밀하게 식단을 하다가 바쁠 때 외식하며 폭식하고, 폭식에 대한 처벌로 고강도 운동을 하는 등 극적이고 위험한 질주를 멈추고 꾸준하고 일관된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천히 먹기만 해도 살이 빠진다?..식사 속도가 체중 감량에 미치는 결정적 차이 식사 속도는 단순한 식습관의 문제를 넘어 체중 관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천천히 먹으면 포만감 증가, 칼로리 섭취 감소, 대사 개선이라는 세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72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미국의 영양사 사마르 쿨랩은 "우리 뇌가 포만감을 느끼기까지 약 20분이 걸린다"라며 "빨리 먹을 수록 과식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빠르게 먹는 습관이 체중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제2형당뇨병 환자 5만여 명의 데이터를 토대로 한 일본의 한 대학 연구에 의하면, 식사를 가장 천천히 하는 사람의 비만 위험이 가장 낮았다. 보통 속도로 먹는다고 답한 사람은 비만 위험이 약간 더 높았지만, 가장 높은 위험은 음식을 빨리 먹는 그룹에서 나타났다. 2018년 발표된 연구에서도 식사 속도가 빠른 아이들에게서 비만율이 높았다고 밝혔다. 빠른 식사는 필요 이상의 칼로리를 섭취하게 만들어 체중 증가로 이어진다. 연구에 따르면, 천천히 먹는 사람은 빨리 먹는 사람보다 평균 10~20% 적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빠른 식사는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체지방 축적과 식욕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오랫동안 꼭꼭 씹어 먹어라"..혈당 스파이크도 막을 수 있다 음식을 오랫동안 꼭꼭 씹는 습관이 체중 감량에 도움될 수 있다. 천천히 오래 씹으면 침이 많이 분비되는데, 침 속에는 전분을 분해해 당분으로 만드는 아밀라아제 효소가 들어있다. 음식을 입에 넣고 오래 씹는 동안 아밀라아제 효소가 충분히 분비돼 만복 중추로 배가 부르다는 신호가 전달된다. 반대로 음식을 덜 씹으면 효소 분비량이 적어지며 뇌에 신호가 늦게 가고, 배고픈 상태가 오래간다. 혈중 당분 농도를 제때 높이려면 음식을 최소 30분 이상 천천히 씹어야 한다. 음식을 오래 씹는 습관은 뇌에 자극을 줘 기억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턱을 움직이는 저작 운동을 하면, 뇌로 향하는 혈류가 원활해져 산소가 잘 공급되기 때문이다. 영국 카디프대 연구팀은 껌을 씹는 집단과 씹지 않는 집단에 각각 30분 동안 1~9 중의 숫자를 불러주고 이를 기억하게 하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껌을 씹은 집단이 숫자를 더 빨리, 더 정확하게 기억해내는 게 관찰됐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4-22 08:55:36[파이낸셜뉴스] 2025년이 밝았다. 지난해말 한국인들은 혼란스런 보도들을 접하며 복잡한 심경으로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았다. 보통 연초가 되면 많은 이들이 새해 계획을 세우며 더욱 성실하고 건강한 일상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혼란한 시국으로 인해 새해가 시작됐음에도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잠들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공허한 마음으로 술자리와 야식 횟수를 늘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개인의 일상, 심리, 생활 습관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평소 생활 패턴에 변화가 심할 경우 자칫 건강을 해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혼란한 시국 속에서도 한해 계획을 탄탄히 세울 수 있도록 건강한 생활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소재용 서울365mc병원 대표병원장과 함께 도움말로 11일 알아본다. 밤잠 설치고 음주 늘고 자극적 식단과 불규칙한 운동 패턴까지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로 마음이 무거운 요즘, 더욱 건강한 삶, 양적, 질적으로 더 좋은 한해를 위해 계획을 세우던 이들도 심리적으로 영향을 크게 받고 있음이 드러났다. 365mc는 국내 정세가 안정되지 않은 상황이 개인의 심리와 생활습관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고 개인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365mc의 전국 네트워크인 서울, 대구, 인천, 대전, 부산 병원을 방문한 20~60대 성인 고객 415명을 대상으로 12월 27일부터 3일간 진행했다. 응답자의 95.4%가 여성이었다. 설문조사 결과, 생활패턴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변한 130명의 응답자들이 구체적인 변화로 수면 관리를 꼽았다. 응답자의 50.8%(66명)가 ‘수면에 악영향을 받았다’고 답해 혼란한 시국이 개인의 수면 습관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확인했다. 뒤이어 △식욕이 늘었다(50%, 65명) △운동 스케줄이 불규칙하게 바뀌었다(39.2%, 51명) △음주 빈도가 늘었다(33.1%, 43명) △외식 횟수가 늘었다(23.1%, 30명) △배달앱 사용이 늘었다(22.3%, 29명)등으로 개인의 생활에 다양한 변화가 있음이 드러났다. 생활 습관이 달라지며 식단에도 변화가 발견됐다. 혼란한 시국 속 심리 변화로 인해 늦은 밤 야식 배달로 자극적인 음식을 찾거나 회식 등 모임에서 기름진 음식을 먹는 일이 잦아졌음이 확인됐다. 생활 패턴 관리에 어려움을 겪은 사람의 80.8%가 식단 변화를 겪었다고 고백했기 때문이다. 응답자들은 변화한 식단으로 ‘매운, 짠 자극이 강한 음식(61.5%, 80명)'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달달한 간식(43.8%, 57명) △고기 등 기름진 음식(36.2%, 47명) △야식 먹는 횟수가 늘었음(30.8%, 40명) △라면 등 인스턴트 음식(23.1%, 30명) 순으로 응답했다. 건강한 생활 습관 회복해 스트레스 호르몬 줄여야 수면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거나 자극적인 야식을 찾는 횟수와 음주량이 증가하는 것은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이 과도하게 분비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코르티솔은 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물질로, 긴급상황에 몸의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분비될 경우 자칫 건강악화를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소 대표병원장은 “코르티솔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뇌를 각성시켜 수면시간을 짧게 만들고, 에너지를 보충하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낸다”며 “이런 반응은 본래 생존을 위한 것이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오히려 스트레스와 만성 피로를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극적인 음식이 부쩍 당기는 것도 코르티솔의 과다분비와 무관하지 않다. 이 역시 위험 상황에서 에너지를 빨리 보충하려는 본능에서 비롯돼 빠르게 에너지를 낼 수 있는 고탄수화물, 고지방 음식을 찾게 되는 이유인 셈이다. 이는 다이어트에 적신호가 켜지는 계기가 된다. 소 대표병원장은 “이런 신호에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도파민이 분비된다”며 “순간적으로 스트레스가 줄어들어 고칼로리·고지방·고탄수화물 음식을 찾게 만드는 악순환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전 국민의 사회적 스트레스가 심한 요즘, 개인의 생활 패턴과 다이어트 계획에 변화가 생겼다면 코르티솔에 과도하게 노출된 것은 아닌지 스스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음식 생각이 나는 게 무엇 때문인지 원인을 짚어보자. 단순히 배가 고파서인지 아니면 특정 음식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은 것인지 찬찬히 돌이켜볼 일이다. 소 대표병원장은 “스트레스가 쌓일 때 음식을 찾기보다는 물 한 잔을 마시거나 짧은 산책을 나가며 긴장을 푸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배가 고프지 않는데도 음식이 당긴다면, 저칼로리 야채 스틱이나 견과류, 요거트 등 건강한 간식을 챙겨먹고 따뜻한 차를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규칙적인 식사 패턴을 유지하는 것도 식욕 관리에 효과적이다.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도록 하루 세 끼를 규칙적으로 일정한 시간에 섭취하고,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챙기면 과식을 예방할 수 있다. 여기에 명상이나 심호흡 같은 마음챙김 활동을 틈틈히 병행하는 것도 스트레스 관리와 식욕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새해에는 새로운 각오로 흐트러진 생활 패턴 재정비하기 2025년이 이제 열흘남짓 지났다. 침체된 사회적 분위기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다시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무너졌던 생활 패턴을 바로잡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장착해야할 때다. 사소한 습관부터 계획해보자. 작지만 건강한 생활습관 형성을 목표로 두면 하나씩 이룰 때마다 자신감과 성취감을 빠르게 느낄 수 있고 이는 지속 가능한 습관들로 자리잡게 돼, 결국 한 해가 끝날 무렵에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새해 결심으로 다이어트를 생각하고 있다면 다음의 방법을 지켜보자. 사소하지만 건강한 생활 패턴을 지킬 수 있는 방법으로는 △하루에 걸어야 할 걸음수를 미리 정해두고 이를 달성하기 △500ml 생수병 3~4병을 목표로 물 자주 마시기 △일주일에 두 번은 달콤한 커피 대신 당분이 없는 아메리카노로 바꿔보기 △약속 없는 날에는 저녁을 간단하게 먹기 △좋아하는 운동이나 신체 활동을 30분 이상 꾸준히 하기 등이다. 식단관리는 먼저 하루 세 끼를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섭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맵고 짠 야식이나 달달한 간식에 대한 충동을 줄이기 위해 신선한 과일·채소·견과류 등 건강한 간식을 미리 보이는 곳에 준비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수면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하루 7시간 정도 수면을 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충분한 수면은 렙틴 호르몬의 균형을 유지해 건강 관리를 돕기 때문이다. 소 대표병원장은 “매일 거창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사소한 루틴부터 하나씩 만들어 나가며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도움된다”며 “크게 힘들이지 않고 습관만 살짝 바꿔도 살이 찌지 않거나 1~2kg 가량 감량한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5-01-10 09:00:51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독일을 향해 가던 중 폴란드 남동부의 브로츠와프를 지나게 되었다. 예전에 한 TV 여행프로에서 이 도시에 작은 난쟁이 동상들이 있는 것을 보고 재미있어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실제로 찾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매우 신이 났다. 브로츠와프에는 2005년 처음 등장한 약 600여 개의 작은 난쟁이 동상들이 있는데 그 중 6개는 도시외곽의 LG 공장에 있다고 한다. 까브리를 타고 2차로의 좁은 돌바닥길을 지나다가 탄이 먼저 발견을 하고 "엇! 여기! 여기!"라고 한다. 나는 "우왓, 나도 보고싶다아~!"하며 열심히 두리번거리는데 탄이 차를 세워주었다. 내리다가 또다른 동상도 발견. 뛰어가 자세히 살펴보았다. 맨처음 발견한 것은 높이 약 30~40cm정도의 청동으로 만든 작은 공중전화기 모양의 조형물 안에 난쟁이 3명이 무심하게 앉아있는 동상이었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 궁금하고 너무 귀여웠다. 다음 것도 건물벽 가까이 붙어있었는데 이번엔 헤드랜턴을 쓰고 한 손에는 곡괭이를 다른 한 손에는 커다란 광석을 들고 있는 광부 난쟁이였다. 난쟁이들을 찾는 전용 앱도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냥 현실에서 비디오 게임을 하는 기분으로 있을 만한 곳을 이리저리 찾아다녔다. 세 번째 난쟁이들을 발견한 순간 다른 외국 관광객들도 우리와 비슷한 타이밍에 발견해 다가가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도면통과 설계도를 든 건축가 난쟁이들이었다. 이번엔 아주 현대적인 건물 앞에 홀로 서있는 난쟁이를 발견했다. 이 건물에 쓰여있는 것과 같은 글자가 새겨진 캠샤프트를 안고 서있다. 너무 귀엽다. 우리는 30여분 만에 난쟁이 동상들을 몇 개 발견한 것에 매우 만족해하며 브로츠와프 관광을 마치고 계속해서 베를린으로 향했다. 점심때가 되어 주차장이 잘 되있는 KFC를 발견했다. 오래간만에 치킨을 먹을 생각에 매우 즐거웠다. 좋아하는 메뉴를 잔뜩 시켜 든든히 잘 먹었다. 2시간 정도만 더 가면 독일에 입국한다. 독일도 한때는 우리나라처럼 분단 국가였다가 통일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부러운 나라이다. 그 역사적 증거인 베를린의 무너진 장벽을 보러 가고 있다. 독일에 넘어온 후 베를린으로 가는 중 날이 어두워져 고속도로 옆 휴게소에서 대형 트럭들과 함께 차박을 했다. 4월 초순이지만 밤에는 영하로 기온이 떨어진다. 독일의 휴게소에는 우리나라처럼 여러 가지 먹거리를 파는 곳은 없지만 그래도 유료가 아닌 화장실이 있어 잘 사용하고 잘 쉴 수 있었다. 파란 하늘이 흰 구름이 예쁘게 떠 있는 베를린에 도착했다. 베를린의 상징 동물이 곰이라고 들었는데 역시 오자마자 여기저기에 곰 동상을 볼 수 있었다. 아름다운 색깔의 손을 번쩍 든 곰 동상이 매우 눈길을 끈다. 도시 이곳저곳에 곰을 모티브로 한 조형물이 많다고 한다. 어제는 난쟁이 찾기를 했는데 오늘은 베를린에서 곰 찾기를 해야 하나.ㅎㅎ 독일의 도시는 환경 관련 규제가 심해서 친환경 인증을 받은 차 외에는 들어갈 수가 없는 Low Emission zone(저공해지역)이 있는 경우가 많다. 여행 중 요소수 찾아넣는 부담을 덜려고 요소수가 필요 없는 2016년형 포터를 샀기 때문에 까브리는 그 지역에 들어갈 수 없어서 독일 도시를 다닐 때마다 매우 신경써야 했다. 차 유리창에 친환경 녹색 스티커가 없으면 저공해지역에서는 100유로의 벌금을 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무너진 장벽이 있다는 마우어 파크 또한 까브리로 갈 수 없는 곳이어서 그 선 밖에 차를 주차하고 20여분을 걸어가기로 했다. 베를린 거리를 탄이와 걷는 것도 천천히 이것저것을 볼 수 있어 좋았는데 그 지역이 좀 외곽이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독일의 수도인데 낡고 정비되지 않은 모습들이 조금 의외였다. 헤매지 않고 마우어 파크를 잘 찾아왔는데 공원은 꽤 넓었다. 공원 한쪽에 있는 가장 장벽 같은 곳으로 다가갔는데 내 머릿속에 있던 베를린 장벽의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나라와 나라를 가르는 국경 이라기엔 별로 높지도 않고 길게 이어진 벽에 빼곡히 그래피티가 빈틈없이 그려져 있어 매우 어지럽고 지저분해 보였다. 1989년 동-서 독일이 통일되며 기념물로 남은 베를린 장벽. 이곳 마우어 공원의 mauer는 독일어로 장벽을 뜻한다. 나는 장벽에 손을 대고 남북으로 갈라져 있는 우리나라도 독일처럼 장벽을 허물고 하나가 되기를, 통일을 기원하는 기도를 했다. 내가 기도하는 것을 본 탄이 "우리에게도 그 날이 오겠지요"라고 위로하듯 말을 건넸다. 베를린을 나와 서쪽 쾰른으로 향한다. 속도 무제한으로 유명한 독일에 아우토반을 달린다. 생각처럼 그렇게 쌩쌩 달리는 차는 많지 않다. 그리고 아우토반이라고 모든 길에서 무제한이 아니라 그 중 약 20% 정도만 무제한 속도 구간이라고 한다. 통행료를 걱정했으나 12톤 이상의 화물차에만 통행료를 부과한다고 한다. 다행이다. 단 아우토반의 주유소는 도시에 비해 20% 이상 비싸니 주유는 꼭 도시에서 하고 출발해야 한다. 우리는 트럭들이 주로 다니는 맨 오른쪽 차로로 다녔는데 시속 80~90km 정도로 느리지않아 운전이 매우 편안하다. 쾰른이 가까워 오자 마음이 설렌다. 오늘 우리는 쾰른 인근의 놀이공원 판타지아 랜드(Phantasia land)에 가기로 했다. 나는 놀이공원을 무척 좋아하는데 외국의 놀이공원을 방문할 흔치 않은 기회를 만난 것이다. 어젯밤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찾아 예약한 입장권 바코드를 입구에서 스캔하니 바로 입장이 가능하다. 입장료는 61유로(8만8000원). 동화 속에 들어온 듯 예쁜 건물들과 아기자기 꾸며진 길들을 따라 롤러코스터로 향했다. 첫번째로 탄 것은 RAIK.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빠르게 옆으로 지나가는 롤러코스터 위의 사람들 환호성이 즐겁게 들린다. 시작하자마자 뒤로 움직이는 롤러코스터. 얼마간 뒤로 이동하더니 덜컹 하며 멈추고 바로 굉장한 속도로 앞쪽으로 출발했다. 마치 그네를 뒤로 힘껏 땡겼다가 놓는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빠른 속도로 앞으로 한참 가다가 또다시 뒤로 가는 특이한 롤러코스터였다. 무난하다 생각하며 다음은 이곳의 인기 라이드인 타론(Taron)을 타러갔다. 입구에서 사람이 별로 없는 것처럼 보여 별생각없이 들어와보니 인기가 많다더니 역시 안쪽 줄이 어마어마하다. 코로나가 끝나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 틈에 섞여 있기는 처음인 것 같다. 한 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탄은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즐겁다며 그 시간도 나름 즐기며 보냈다. 독특한 염색을 하거나 복장이 특이한 희안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곳 시스템 중 특히 좋은 것이 롤러코스터에 맨 앞자리를 앉고 싶은 사람들은 탑승 직전 따로 줄을 또 선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하지만 확실하게 맨 앞자리를 탈 수 있다는 것이 어딘가. 우리는 기꺼이 기다려 맨 앞자리에 앉았다. 이번엔 시작과 함께 바로 뿅하고 굉장한 속도로 발사하듯 튀어나갔다. 속도와 커브가 장난이 아니다. 가다 보면 중간중간 갑자기 더 빨라지는 가속 구간도 있다. 정신없이 소리를 지르며 스피드를 즐기자 어느새 코스가 끝나 있었다. 아드레날린 최고!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줄 서 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인생 롤러코스터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라이드가 멈춘 뒤에도 한동안 물개 박수를 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판타지아 랜드는 각 구역을 아프리카, 라틴 등 세계 여러 문화권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로 만들어 놓았는데 점심은 멕시코 분위기가 물씬 나는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멕시코를 여행 할 때 많이 본 색색깔의 종이장식과 스페인어로 된 메뉴판이 반가웠다. 단지 내가 잘 못 먹는 고수가 또 많이 들어가 있진 않을까 살짝 걱정했는데 다행히 들어있지 않아 맛있게 잘 먹을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잉카, 마야 문화를 테마로 한듯한 라이드가 멈춰 서있는 것을 보았다. 사실 인터넷에서 이걸 보고 판타지아랜드에 꼭 가야겠다고 했었는데 하필 오늘 점검 중이라니. 에버랜드의 더블 락스핀과 비슷한 방식으로 운행되는데 위에서는 폭포처럼 물이 떨어지고 아래에선 불길이 뜨겁게 올라와 굉장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라이드였다. 아쉬웠지만 어김없는 머피의 법칙을 뒤로 하고 "이것 말고도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 스스로 위로하며 다른 것을 찾아 나섰다. 이번에 탈 것은 아프리카 분위기 블랙맘바. 25분 기다려서 탑승한 블랙맘바는 레일이 머리 위에 있고 다리가 붕 떠서 가는, 예전 에버랜드의 독수리 요새와 비슷한 방식의 놀이기구이다. 빠른 속도로 어두운 동굴도 지나고 빙글빙글 돌며 짜릿한 즐거움을 준다. 코스며 속도며 모든 것이 근사하다. 역시 독일제라 잘 만든 것 같다. 분수의 물줄기가 발밑까지 아슬아슬하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회전 그네도 탔다. 판타지아 랜드에 2층짜리 회전목마는 보자마자 너무 아름다워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였다. 내가 살면서 본 회전목마 중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하지만 타기에는 좀 시시하게 느껴져서 구경만 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놀이공원을 너무 좋아해서 어릴적에는 항상 공원 오픈 시간에 맞추어 뛰어들어가 하루에 열댓가지가 넘는 놀이기구를 타고는 오늘은 몇번탔는지 자랑하곤 했는데 이제 체력이 딸려 그렇게 놀 수가 없다. 이제 서너 개를 탔을 뿐인데 벌써 힘이 든다. 마지막으로 크레이지 배트 라는 라이드를 타고 마무리를 하기로 했다. VR 헤드셋을 쓰고 타는 특이한 라이드이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동안 눈으로는 VR 영상을 보는 컨셉인데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막상 타보니 너무너무 실감나고 엄청나게 몰입되면서 완전 새로운 차원의 놀이기구를 경험했다. 나오면서 완전 감탄하며 우리나라에도 이런 라이드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과학이 발달하고 앞으로의 문화, 여가 생활은 이렇게 될것이라고 평소에 상상했었던 바로 그대로의 놀이기구가 이미 실현되어 있었다. 쾰른의 판타지아랜드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놀이기구를 경험하고 아름답고 편한 공원속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고 롤러코스터를 그리 좋아하지 않던 탄이도 즐거웠다고 이야기해주어서 더욱 좋았다. 놀이공원에서 나와서 쾰른 시내로 갔다. 한 달 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만났던 마리아가 이곳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데 만나서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약속 장소가 저공해지역이어서 우리는 또 도시 외곽에 차를 주차하고 걷기엔 좀 먼 거리라서 이번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유로 현금이 없어서 요금을 어떻게 지불을 해야 할지 걱정을 했었지만 다행히 버스에 탑승하자 버스 내에 신용카드로 요금을 낼 수 있는 기기가 있어 잘 해결했다. 독일에서 무사히 대중교통을 타고 약속 시간에 잘 맞춰 마리아를 만났다. 독일에서는 꼭 학센을 먹어 보리라 별렀던 차에 마리아에게 학센 맛집을 소개받아 함께 식사를 했다. 지역 맥주도 맛있었고 고기도 푸짐하게 잘 먹었다. 식사 후 함께 라인강변을 걸으며 쾰른 대성당에 갔는데1880년 완공된 고딕양식의 어마어마한 웅장한 성당이었다. 40층 건물과 같은 높이라고 한다. 마침 석양이 성당 윗부분을 붉게 물들여 환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리아 덕분에 쾰른시내 구경을 잘 하고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또다시 길을 떠났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ckuBZHf7Uxs?si=5gt9FdA4bcVzzZXh>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1-08 13:49:07<41> 튀르키예 서남부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나일항공을 타고 2시간의 짧은 비행 후 택시를 타고 곧장 사비하 귁첸공항 근처의 까브리가 서있는 곳으로 갔다. 혹시 차가 털리거나 뭐가 깨져있거나 견인되버린건 아닌지 불안해 하면서 갔는데 떠난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멀쩡히 서있는 까브리를 보자 너무너무 반가왔다. "야~ 까브리야! 잘 있었어? 아따, 오랜만에 본다." 다시 까브리에 타니 내집같이 편안하다. 원래 이집트 가기 전에는 다녀와서 튀르키예를 해안도로를 따라 반시계방향으로 천천히 돌며 계속해서 여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국을 떠난지 벌써 7개월. 그동안 여행의 피로가 많이 쌓인데다 이집트에서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내느라 몸도 마음도 피곤에 절어 휴식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는 한곳에 좀 오래 머물며 영상작업도 하고 휴식도 취하자고 마음을 모으고 저렴하고 조용한 숙소를 찾아보았다. 번잡하고 비싼 대도시 이스탄불을 떠나 튀르키예 서남부 사클리켄트 국립공원 근처의 시골마을에 무지무지 저렴하고 조용한 숙소를 구했다. 3주에 430달러, 1박에 3만원도 안된다. 숙소까지는 750km, 차로 9시간 거리. 이동중에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인 설경을 만났다. 아침까지만해도 한여름 같은 뙤약볕의 카이로에 있다가 오후에는 눈 쌓인 풍경을 보다니 기분이 참 묘했다. 맛있는 것도 해먹고 편히 쉴 생각에 기운이 났다. 중간에 길가에서 하루 차박을 하고 다음날 고속도로를 한참 달리다 빠져나와 또 산속길로 한참을 들어가서 도착한 숙소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하얀 3층 건물의 1층을 통으로 쓸 수 있었다. 와이파이도 느리지만 있고 넓은 거실에 방 세개에 화장실 두개를 우리가 몽땅 사용한다. 지은지 얼마 안된 집인듯 깨끗하고 정말 좋았다. 저렴한데다 시골에 있어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마음에 쏙 들었다. 이 집에서 우리가 가장 좋아한 곳은 베란다였는데 커다란 창이 유리도 없이 뻥 뚫려 있어 거기를 통해서 보면 산과 들과 나무들이 마치 시시각각 변하는 아름다운 한폭의 풍경화처럼 보였다. 조용하고 평화로와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1시간 거리에 관광도시인 페티예(Fethiye)가 있다. 장을 보러 한두번 갔다오기도 했다. 식료품 물가가 이집트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생각하면 무지하게 저렴하다. 한번은 장을 보고온 것을 풀어보니 둘다 과일을 좋아해서 담다보니 과일만 7종(사과, 오렌지, 석류, 딸기, 감, 자두, 바나나)이 되었고 계란한판에 두툼한 소고기 1.5kg, 찢어먹는 치즈, 각종 채소(감자, 상추, 고추, 생강, 마늘, 버섯, 파, 양파, 당근 등), 호두 커다란 한봉투, 식빵, 음료수 세병, 마요네즈, 버터, 파스타면과 과자등 어마어마하게 사왔는데 모두 다해서 9만원이 안되었다. 말도 안되는 가격이다. 다음날은 어디로 갈지, 어디서 잘지, 먹을 것을 어떻게 구할지 걱정이 없이 3주간 우리는 그동안 먹고싶었던 꼬리곰탕, 짬뽕, 짜장면, 닭볶음탕 등등 한식을 마음껏 해먹으며 잘 쉴 수 있었다. 식료품 가격이 4분의 1정도 하는 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탄이 갑자기 와서 뜬금없이 패러글라이딩을 하고싶지 않냐고 물어본다. 회사 다닐때 한번 타본 경험이 있었는데 썩 좋지 않았더래서 반반이라고 했더니 자기가 타고싶다며 여기서 가까운 욀뤼데니즈(Oludeniz)라는 곳이 세계 3대 패러글라이딩 명소인데 가보자고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안가볼 수 없지. 인터넷으로 정보를 좀 검색한 후 낙하산을 타러 갔다. 욀루데니즈는 야자수가 있는 예쁜 휴양지같은 마을이었다. 바닷가 옆에 패러글라이딩 업체들이 모여있었다. 비행 후 랜딩하는 곳이 바로 이 해변 모래사장인가보다. 잔잔한 지중해 바다가 햇빛에 에메랄드 빛으로 반짝여서 너무너무 아름다왔다. 꼭 패러글라이딩을 하지 않더라도 예쁜 해변과 경치를 즐길 수 있는 멋진 곳이었다. 몇개의 업체를 방문해서 가격과 출발시간을 알아보았는데 우리가 인터넷으로 알아본 가격과 큰 차이가 없고 곧 타러갈 수 있는 스케줄의 업체로 정했다. 직원분이 영상을 보여주면서 주의할 점,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등을 자세히 설명해주셨고 곧 우리는 다른 일행들과 함께 작은 미니버스에 타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우리말고도 손님이 서너명 더 있었고 손님 한명마다 한명의 파일럿이 함께 가기 때문에 일행이 꽤 된다. 파일럿들은 패러글라이딩 장비를 버스 뒤 트렁크에 실었는데 깜짝 놀랄만큼 크기가 컸다. 2월은 비수기로 인당 100$이었는데 눈이 많이 오고 길이 얼어서 1200m까지만 올라간다고 한다. 여름 성수기 가격은 175$인데 거의 산 정상까지 올라가서 1900m에서 뛴다니 어마어마하다. 한라산이 그정도 높이일텐데 역시 튀르키예에는 훨씬 높은 산이 많구나 싶었다. 올라가는 길에 창밖으로 산아래가 보이는데 난간도 없는 비포장 도로를 올라가는 것이 아찔하다. 1200미터도 엄청 높아서 산 아래의 모든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았다. 활공장에 도착하니 뿌연 하늘밖에 안보였는데 흐린것이 아니라 산에 걸린 구름속에 있던 것이었다. 바람이 불자 구름이 눈앞에서 흘러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파일럿들이 자기 몸집보다 더 커다란 장비를 짊어지고 넓은 활공장으로 이동해서 낙하산을 펴고 준비를 한다. 흥분과 기대로 미처 탄의 상태를 못보았는데 다시보니 반쯤 실성해서 울상이다 웃다가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사실 탄이가 왜 패러글라이딩을 타자고 했는지 짐작가는 것은, 겁이 많은 본인이 타고 싶었다기보다는 스릴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타게 해주고 싶었던 것 같았다. 사랑은 겁도 이기는구나. 해발 1200m에 펼쳐진 기가막힌 장면을 보고 벌어진 입이 닫히지를 않는 탄이의 모습이 왜 그렇게 재미있는지. 한참을 웃었다. 반면에 나는 언제 패러글라이딩 타는 것에 시큰둥했나 싶게 마냥 신이나고 좋아서 너무너무 설레었다. 다이나믹한 것을 원하면 파일럿에게 말하면 된다. 나는 공중 체류시간이 줄어도 좋으니 다이나믹하게 운전해달라고 부탁했고 탄이는 제발 천천히, 평화롭게 해달라고 몇번이고 강조를 했다. 탄이가 좋아하는 주황색 낙하산을 타고 탄이가 먼저 출발한다. 파일럿이 뒤에 앉아 함께 타는 텐덤덤비행이었다. 아무리 파일럿이 함께 있다해도 절벽을 뛰어내리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앞에서 줄을 잡고 뛰라고 끌어주시는 직원분의 호령소리에 머뭇거릴 새도 없이 탄이가 후딱 뛰어 날아가버렸다. 우와!~ 탄이의 용기에 박수. 다이나믹하게 해달라고 해서 그런건지 내 차례는 맨 마지막이었다. 파일럿이 쓰라고 건네준 까만 헬멧이 귀여워 마음에 들었다. 긴 셀카봉도 받았다. 이곳 사람들은 촬영에 진심인듯 패러글라이딩 장비 말고도 360도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 등 촬영장비가 매우 잘 준비되어 있었다. 준비하는 동안 내 담당 파일럿이 한국말을 몇마디 하며 긴장을 풀어주신다. 여기도 한국 관광객이 무지 많이 왔었나보다. 같이 달리면서 우리를 끌어주는 직원분이 "달리기~달리기~달리기~!"하며 나에게 열심히 뛰라고 시킨다. 시키는 대로 정신없이 달리다보니 부웅~~ 와... 떴다! 발아래 까마득한 땅과 바다가 보였다. 눈이 휘둥그레져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이리저리 보기에 바빴다. 산을 지나 바다위에 떠서 보는 풍경이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왔다. 까마득한 아래에 집들이 레고블럭만하게 보였고 푸르른 지중해가 햇빛을 받아 더욱 푸르게 빛나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다만 내 뒤의 파일럿이 한국 손님을 많이 경험하셨는지 자꾸 "행복해? 행복해?"하고 물어봐서 오롯이 내 감동에 푹 빠지는 것을 방해받는 것이 좀 아쉬웠지만 뭐, 나쁘지 않았다. 나는 계속 저절로 나오는 "우와... 세상에.. 대박..."이란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넓은 바다위로 위치를 잡자 파일럿이 "이제 go?" 한다. 으아 드디어 시작되는 것인가. 18년 경력의 능수능란한 파일럿의 조종으로 패러글라이더는 롤러코스터 정도는 절대 비할 수 없는, 상상도 못하는 스릴을 맛보게 해주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다가 내 머리위로 바다가 펼쳐지고 지구가 나를 중심으로 돌고 눈앞에 바다만 보이다가 뚝 떨어졌다 상승하고, 그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너무너무 특별한 경험이었다. 중간에 파일럿이 나에게 조종줄을 맡겨 스스로 왼쪽, 오른쪽으로 돌게하도록 해주었는데 내가 움직이는 것은 별로 재미가 없었다. 패러글라이딩을 배우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한참 다이나믹한 스릴을 경험하고나니 지상이 가까와져 있었다. 손톱만하게 보이던 집들이 점점 커지고 우리는 바다 바로 앞 해변에 안전히 착륙했다. 땅에 발이 닿고나서도 흥분과 감격이 한동안 가시지 않았다. 함께해준 파일럿께 너무너무 감사했다. 탄이는 원하는대로 고요하고 잔잔한 비행을 했다고 한다. 하늘 위에서 푸른 지중해와 예쁜 튀르키예의 산과 들을 마음껏 보는 것이 너무 좋았고 겁이 많은 편임에도 그렇게 무섭지 않았다고 했다. 큰 움직임이 없던 탄은 나보다 먼저 출발했지만 15분정도나 늦게 착륙했다. 탄이 내려온 것을 보고 달려가 맞이했다. 탄이 나에게 먼저 물어본다. "좋았어?" "대박~ 미쳤어." "100점 만점에 몇점?" "아유.. 천점!!!" 이런 경험을 또 할 수 있을까? 평생 한번은 꼭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정말 하늘 위에서 지구를 감상하는 가장 멋진 방법이 아닐까 싶다. 새처럼 나는 꿈을 실현한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평생 잊지못할 최고의 추억이 될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도시에 간 김에 돼지고기를 파는 곳을 찾아갔는데 삼겹살 비슷한 것을 살 수 있어 매우 반가웠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돼지고기 먹기가 하늘에 별따기이다. 비쌌지만 살 수 있어 다행이라며 숙소에 와서 쌈채소와 함께 맛있게 구워먹었다. 그렇게 마냥 편하고 여유롭게 보내던 어느날 아침 일어나보니 핸드폰과 메일등에 온통 난리가 났다. 알고보니 튀르키예에 대지진이 나서 우리의 안전을 걱정하는 지인과 구독자분들의 확인 연락들이었던 것이었다. 다행히 우리가 있던 곳은 안탈리아 근처의 서쪽으로, 대지진이 발생한 시리아 국경근처 동부 가지안테프 지역과는 매우 떨어져 있어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잠만 쿨쿨 잘 자고 일어났던 것이다. 나중에 뉴스를 보고는 우리가 있는 지역이 아닌 것이 너무너무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지진이 쓸고 간 후 처참한 모습에 마음이 무척 아팠다. 다음 목적지가 그곳에서 3시간 거리인 메르신이어서 그곳에서 만날 예정인 분들이 걱정되었다. 혹시나 하며 연락해보니 다행히 그쪽도 큰 피해는 없으시다고 한다. 잘 먹고 쉬고나서 집을 렌트한 기간이 끝나고 메르신을 향해서 다시 길을 떠나기로 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7MZZbNOR_dg?si=1N8llVOuOP0l6vSk>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1-28 19:23:33[파이낸셜뉴스] 취향이 확고한 사람은 멋지다. 특히 요즘들어 더 그렇다. SNS의 발달로 유행의 전파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보다 대중의 유행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오마카세가 유행일 때 50년 이상된 골목길 노포의 백반을 즐기고, 호캉스가 유행일 때 24시간 만화방에 가서 '열혈강호'를 몰아보며 짜장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도 좋다. SNS에 올리기 위한 행동이 아닌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그냥 하는 것이 요즘에는 너무 어려워 진것 같다. 오죽하면 어떤이는 "해외여행, 골프, 오마카세를 즐길 때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 청년들의 과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이상한 소리를 하기도 한다. 심지어 스무살이 되도록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아진 것 같다. 너무나 치열한 경쟁, 획일화된 교육 탓도 있겠지만 아무튼 취향이 없는 사람은 덜 매력적이다. 소신이나 주관을 갖기는 커녕, 호불호 조차 없어 남이 하는 걸 그저 따라하는 사람의 삶이란 얼마나 안타까운가.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나와 다름에 대해 어떤 반감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타인의 취향 하나가 있다. 바로 '평양냉면'이다. 평양냉면의 맛도, 가격도 모두 이해하기 어렵고, 평양냉면을 예찬하는 부류의 취향에 아주 약간의 반감마저 든다. 전부는 아니고 일부 사람들이 "평양냉면의 맛을 모르면 어른이 아니다"라고 훈수를 두거나 평양냉면을 즐기는 취향이 마치 함흥냉면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져서다. 일부 평양냉면 아나키티스트들은 "평양냉면의 육수는 걸레를 빤 물 같다"라고 폄훼하지만 그 정도는 좀 너무했다 싶긴하다. 필자는 평양냉면을 처음 먹어보고 20여년전 '2% 부족할 때'란 음료를 먹었을 때와 정확히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어쩐지 과일을 헹구고 난 물을 먹는 듯한 맛이었다. 이 음료수를 왜 돈을 주고 사먹어야 하지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해당 음료수는 그 후로 꽤나 오랜기간 인기를 끌었다. 필자 역시 몇 차례 그 음료를 먹으면서 익숙해졌고, 나중에는 아주 가끔이지만 편의점에서 내 돈을 주고 사먹기도 했다. 평양냉면을 이해하고 싶어 수 차례 도전해 봤다. 하지만 먹을 때 마다 후회했다. 도대체가 이 음식을 왜 이 비싼 돈을 주고 사먹는지 알 수 없었다. 바로 얼마전에도 강남에 있는 '을밀대'란 곳에서 평양냉면을 먹을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평양냉면을 먹는 대신 비빔냉면을 먹었다. 물냉면과 비빔냉면 모두 1만6000원이었다. 평양 물냉면의 경우 소고기를 사용해 육수를 내야 하기 때문에 비싼것이라고는 알고 있었는데 육수도 없는 비빔냉면도 같은 가격인 것에는 약간의 반감이 들었다.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취향에 대해 약간의 반감을 갖는 것은 내가 그것을 이해할 정도의 깜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들이 말하는 평양냉면의 슴슴한 맛의 진수를 내 혓바닥으로 느껴보고 공감하고 싶다.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운명으로 정해져 있는 건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우유 단백질(유당 불내증)을 잘 분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는 평양냉면의 맛을 느낄 수 없는 건지도 모른다. 미스터 초밥왕과 라면 요리왕 취향의 발견은 무언가를 '아는 것'부터 시작된다.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가 말한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는 말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평양냉면의 맛은 모르지만 필자는 일본라멘을 좋아한다. '혼밥'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이 있지만 라멘을 먹기 위해서라면 혼자서도 이곳 저곳을 잘 찾아다닌다. 우리나라 최초로 미쉐린 밥구르밍에 이름을 올린 합정의 '오레노라멘', 시오라멘에 상큼한 유자향이 특징인 마포구의 '담택', 개인적으로 최애 마제소바 '칸다소바', 새의 둥지를 닮은 '라무라' 등등 여럿을 나열할 수 있다. 라멘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여럿이 있지만 그 중 하나로 만화책 '라면요리왕'을 재미있게 본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직장에 다니는 한 남성이 퇴근 후 리어커에 라멘을 팔고 다니면서 전국 각지의 라멘 고수들과 요리 대결을 펼치는 내용이다. 초밥을 다룬 '미스터 초밥왕', 와인을 다룬 '신의 물방울', 칵테일을 다룬 '바텐더' 등등 일본 만화를 통해 특정 음식이나 문화에 대해 알게 되고 취향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초밥도 좋아하고, 와인도 아주 가끔 먹고, 칵테일은 더 드물게 먹지만 취향이라고 부를만큼 스펙트럼이 넓지는 않다. 위스키도 마찬가지다. 식음료를 출입하며 각 위스키 브랜드들의 신제품, 대표 제품들을 맛보긴 했지만 특별히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 잘 모른다. 위스키의 원료가 되는 곡물과 재료를 넣고 배럴(나무통)에서 5년, 10년, 20년을 숙성한들 어떻게 각 위스키 회사가 주장하는 그런 드라마틱한 맛의 변주가 가능한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은 존중하고, 기회가 된다면 알아보고 싶다고도 생각하고 있다. 켄터키 버번 위스키의 정수 '버팔로 트레이스' 지난 15일 토요일 오후 6시, 여의도에 있는 '더 현대 서울' 지하 1층을 찾았다. '버팔로 트레이스, 더 버번 랜드마크 팝업스토어'에서 진행하는 위스키 시음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스코틀랜드, 아이리쉬 위스키는 접해봤지만 버번 위스키는 처음이었다. 교육을 듣기 전까지 '켄터키는 프랑크', '버팔로는 버팔로윙' 이 떠오르는 수준에 불과했다. 문민수 앰버서더를 통해 버번 위스키와 버팔로 트레이스에 대해 입문할 수 있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위스키 생산지는 켄터키로 버번 위스키는 옥수수를 51% 이상 사용한다. 자본주의의 첨단을 달리는 미국 답게 위스키 생산과 판매에도 효율성을 매우 중요시 한다. 예를 들어 버번 위스키는 항상 새 배럴(나무통)을 사용하는데 한번 사용한 배럴은 피클을 만드는 회사에 팔거나, 한국 인도 등에 수출한다고 한다. '버번 위스키'라고 불리게 된 이유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첫번째가 미국 독립전쟁 당시 도와준 프랑스의 가문이 '부르봉'이었다는 점과, 버번에 형성된 유흥가에서 위스키가 많이 유통되면서 버번 위스키로 불렸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술 생산을 금지한 금주령 당시에도 버팔로 트레이스의 증류소는 살아남았는데 당시 '의료용 알코올'을 생산해 공급했다고 한다. 한가지 흥미로웠던 사실은 위스키를 배럴에 담은 뒤 스코틀랜드의 위스키는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는데, 켄터키 위스키는 알코올 도수가 높아진다는 점이었다. 이유는 스코틀랜드는 기후가 습해서 알코올이 먼저 증발하고, 켄터키는' 반대로 물이 먼저 증발하면서 도수가 높아지는 거라고 한다. 이날 시음회는 기자를 포함해 총 9명이 4잔의 위스키를 시음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버팔로, 이글레어, 웰러12, 스테그 총 4병의 위스키를 맛볼 수 있었다. 초보답게 위스키 첫 잔을 원샷했는데 추후 옆 자리에 계신 위스키 애호가 분께서 "첫 잔 마실때 초보인걸 알아봤다"며 "이정도면 천천히 음미하면서 30분 이상 마실 수 있는 양"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는 이번 와인 클래스 참석 이유로 '스테그'를 꼽았다. 60도가 넘는 고도주인데 위스키 바에서 먹으려면 몇 만원이 드는 고급 술이라는 거였다. 와인 클래스 참가비는 3만원으로 이미 예약은 끝났고, 대기 600명이 꽉 찰 정도로 인기였다고 한다. 위스키 취향을 묻는 질문에 그는 "소독약 냄새가 나는 걸로 알려진 피트 위스키를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무슨 위스키이고 어떤 맛있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멋있어 보였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6-18 17:42:42[파이낸셜뉴스] 지난 11일, 지난 4월 서울 선릉역 인근에 문을 연 공차코리아의 첫 번째 컨셉스토어 매장을 찾았다. 공차의 컨셉스토어는 기존 공차 매장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티 메뉴와 베이커리, 디저트 등을 판매하는 고급형 특수매장이다. 동시에 컨셉스토어는 다양한 메뉴를 가장 먼저 선보이고 향후 출시를 결정하는 테스트 매장이기도 하다. 스타벅스에 리저브가 있다면 공차에는 컨셉스토어가 있는 셈이다. 공차코리아 컨셉스토어 선릉역점은 입구부터 타피오카 펄을 먹기 위해 특화된 공차 코리아의 대형 원형 빨대 단면을 형상화한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매장에 들어서자 중앙에 있는 오픈형 테이블과 콘센트가 갖춰진 나무 재질의 좌석이 보였다. 최근 카페에서 업무나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좌석 형태였다. 매장 내부를 밝히고 있는 조명 역시 공차의 빨대와 펄을 형상화한 원기둥과 원형이 함께 있는 형태였다. 특히 오픈형 카운터의 벽면에 설치된 초대형 스크린에서는 공차의 신메뉴와 관련 영상들이 나오고 있어 개방감을 주는 동시에 세련된 느낌을 줬다. 공차코리아 마케팅실 관계자는 "선릉점은 일반 매장과 비교해 2~3배 정도 넓고 샌드위치, 베이커리, 티 칵테일, 콜드브루티 등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한정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며 "티 칵테일의 경우 논알콜, 알콜을 선택해 주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릉역점은 알코올이 들어간 티 칵테일 판매를 위해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됐다. 대부분 주문이 키오스크를 통해 이뤄지지만 티 칵테일은 키오스크 주문이 불가능하고 대면 주문만 가능하다. 티 칵테일은 다양한 종류의 칵테일을 공차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이색 메뉴다. 총 4종으로 '얼그레이 하이볼', '청귤 모히티', '우롱 피나콜라다', '페어리 자스민' 등이다. 페어리 자스민과 얼그레이 하이볼 2종을 현장에서 맛볼 수 있었다. 논알콜로 주문했음에도 칵테일 특유의 향긋함과 산뜻하고 가벼운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식전에는 당분이 많이 들어간 밀크티가, 식후에는 가벼운 티 음료가 제격이라면 티 칵테일은 퇴근 후나 주말에 소설 한 권을 들고 자리 잡은 뒤에 천천히 즐기면 제격이지 싶었다. 공차의 주 고객층은 다른 커피 전문점과 달리 10대~20대로 낮은 편인데 선릉역점의 경우 주변 직장인 상권과 겹쳐 티 칵테일 메뉴도 적합한 듯 보였다. 직장인이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잠깐의 수다를 위해 칵테일 바 등에 가면 비용이 더 크게 들지만 캐주얼하게 한 두 잔 마시기엔 괜찮은 대안으로 보였다. 티 칵테일과 함께 컨셉스토어에서는 '스페셜 티 3종'과 '프룻티 3종'도 만나볼 수 있다. 스페셜 티는 동방의 미인을 상징하는 ‘동방미인티’, 오스만투스 꽃의 향긋함이 블렌딩된 ‘플로럴 우롱티’, 붉은 수색이 아름다운 허브티인 ‘루이보스티’ 3종이다. '동방미인티'와 '루이보스티'를 시음해 봤다. 식후 너무 단 음료는 피하고 싶고, 그렇다고 커피를 마시자니 카페인이 부담스러울 때 적합한 대안이 될 듯 싶었다. 프룻티는 과일을 블렌딩한 티 음료다. '스트로베리 펀치', '플로럴 피치 스파클링', '선샤인 머스캣' 3종이다. 프룻티의 경우 일반적인 타피오카 펄과 달리 과즙이 들어간 특수 펄이 얇은 젤리 형태의 볼에 쌓여 있었는데 이색적인 식감과 맛을 즐길 수 있었다. 현재 공차는 글로벌 24개국에 2000여개 점포를 운영 중이며 이중 900개의 매장이 한국에 있다. 국내 900개 매장 중 60개 매장은 직영점, 840개 매장은 가맹 매장이다. 공차코리아 관계자는 "컨셉스토어 1호점인 선릉역점에 이달 중 2호점인 강남점도 오픈할 예정"이라며 "향후 부산이나 다른 대도시 등으로도 컨셉스토어를 확장하는 방안 등도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6-15 14:43:01[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때는 조선 영조 8년 가을 어느 날 아침, 날이 밝자 많은 신하들이 알현을 했다. 우의정 서명균, 제조 김재로, 부제조 홍상빈과 수의 권성징, 의관 김응삼, 현제강, 허신, 김수규, 현재관, 강위빙이 희정당에 나와 엎드렸다. 영조는 감기 기운이 있었기에 신하들이 모인 것이지만, 영조는 감기증상은 차치하고 최근 갑자기 허기지는 증상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 물음이 끝없는 쟁론의 소용돌이에 빠지기 시작했음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영조는 “연전에 불시에 배가 고픈 증후가 있어서 일찍이 하교한 것을 모두들 알 것이다. 소싯적에는 이런 증후가 없었고 4, 5년 전에도 쌀과 콩으로 만든 다식만으로도 충분하게 허기를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2년 전부터는 점차 허기가 지더니 어떤 음식도 힘이 나지 않고 전복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관들이 생각한 적당한 음식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의관 권성징이 여쭙기를 “혹시 수라를 드시는 양이 너무 적은 것이 아니신지요?”라고 했다. 영조는 “나는 양이 적어서 많이 먹지를 못하다 보니 간혹 허기가 생기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양껏 먹어도 허기짐을 견디지를 못하므로 매우 괴롭다.”라고 하였다. 당시 영조의 나이는 38세였다(영조는 82세까지 장수함). 임금이 중년의 나이에 갑자기 허기짐이 생겼다고 하니 의관들은 소갈병을 의심했다. 의관 권성징이 진맥을 해 보더니 “다행스럽게 소갈병(消渴病)은 아니옵니다. 소신이 보기에는 조잡(嘈雜)입니다. 여기에는 탕제와 환제만 한 것이 없습니다. 자음건비탕(滋陰健脾湯)을 올리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조잡이란 배가 고픈 듯하면서도 고프지 않고 배가 아픈 듯하나 아프지 않으며 가슴이 몹시 답답하고 괴로워 안정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위장장애가 있다는 말이다. 의관 김응삼이 다시 진맥을 해 보더니 “소신의 생각으로는 아마도 중기(中氣)가 허해지신 것 같습니다. 약보다는 밤중에 드실 것으로 구선왕도고(九仙王道糕)를 죽으로 만들어 드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구선왕도고는 한약재로 만들어진 떡이다. 향이 좋고 정신을 기르고 원기를 북돋우며 소화기를 튼튼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서 왕실의 간식으로 다용되어 왔다. 그러자 의관 현제강이 “전하의 증상은 모두 담화(痰火)로 인하여 그러한 것입니다. 따라서 근본을 치료하는 처방을 해야 합니다. 구선왕도고는 빠른 효험을 보기 힘들기에 오랫동안 복용하셔야 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때 의관 허신이 “조잡의 증세가 밤에 심한 것은 생각을 손상시키니 음식물에 약제를 겸하여 다스려야 한다는 김응삼의 말이 좋습니다. 구선왕도고도 좋지만 만약 구선왕도고가 없다면 당미흑당(糖米黑餹)도 좋습니다.”라고 했다. 당미흑당은 수수쌀로 만든 검은 엿을 말한다. 영조는 “내 보니 구선왕도고가 좋겠다. 혹시 선왕께서 건강(乾薑)으로 환을 만들어 드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흑당에 건강가루를 섞어서 환으로 지어 올리도록 하라.”하였다. 영조는 속이 냉해서 간혹 인삼이나 건강을 즐겨 차로 마시고는 했다. 건강은 생강을 말린 것이다. 의관 권성징은 영조가 자신의 의견을 거부하고 구선왕도고와 당미흑당을 올리라고 하자 “음식으로 조리하시고자 하시면 검은깨에 대추육을 섞어 다식으로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영조는 “검은깨와 대추를 섞은 것은 달고 향기가 나서 먹기 어려울 듯하다.”라고 하였다. 제조 김재로가 거들면서 “당미흑당이 좋더라도 반하(半夏)와는 서로 반대이니, 육군자탕을 드실 때에는 겸하여 드실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영조는 당시 간간이 육군자탕을 복용 중이었다. 그러자 영조는 “어찌 그 상반됨이 숙지황과 무의 궁합의 경우와 같겠는가?”라고 했다. 의서에 보면 숙지황을 복용할 때 무를 같이 먹으면 머리가 하얗게 변한다고 했다. 서로 궁합이 안 맞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도 ‘보약을 잘 못 먹으면 머리카락이 센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그러자 제조 김재로는 물러서지 않고 “옛사람이 어찌 근거 없는 말을 하였겠습니까?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라고 했다. 당미흑당을 한사코 반대했다. 이때 잠자코 있던 의관 김수규가 끼어들었다. “주상의 허기짐은 비장과 신장이 모두 허하여 나타난 증상이옵니다. 성상의 증후를 보면 하원이 허하시기 때문에 육미원다식(六味元茶食)을 시험삼아 드시는 것도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육미원다식은 육미지황원을 차처럼 먹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뜬금없이 육미원다식까지 추천되었다. 그러나 영조는 대답이 없었다. 거절의 의미였다. 의관 현재관이 아뢰기를 “과일 중에서는 장기간 복용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라고 했다. 현재관은 군밤을 권하고자 했다. 이때 갑자기 우의정 서명균과 제조 김재로가 동시에 “감을 말린 건시(乾柿)가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영조는 “건시는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의관 현재관이 다행스럽게 여기며 “반쯤 익힌 군밤이 건시보다 낫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영조는 “군밤 또한 근래에 올려서 먹은 적이 있다.”라고 했다. 신하들은 경쟁하듯이 음식을 추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영조는 입맛이 무척 까다로웠다. 이때 우의정 서명균이 용기를 내서 아뢰었다. “송나라 인종도 한밤중에 양구이를 먹고자 했지만 결국 먹지 못하였습니다. 제왕일지라도 어찌 때맞춰 뜻대로 실행을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신하가 왕에게 ‘어찌 당신 입맛에 맞는 것만을 먹을 수 있느냐?’고 하는 말과 같았다. 이때 의관 강위빙이 “음식물은 수의 권성징이 아뢴 검은깨 다식이 가장 좋습니다.”라고 했다. 영조는 못 들은 척 딴소리를 했다. 영조는 “내 생각에는 하원을 보하는 육미원다식이 좋을 것 같다. 그대들의 소견은 어떠한가?”라고 물었다. 의관 권성징이 “육미원다식이 좋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맛이 곡물만 못할 듯합니다. 드신 뒤에야 효과를 알 수 있겠습니다.”라고 하면서 반대를 했다. 그러자 영조는 “김응삼과 현제강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의관 김응삼이 “육미원다식은 참으로 좋습니다.”라고 했다. 의관 현제강은 “그러나 오랫동안 드시기는 어려우실 듯 하옵니다. 대신 취침하시기 전에 간단하게 갱미음화백청(粳米飮和白淸)을 드시는 것이 마땅할 것으로 생각됩니다.”라고 했다. 갱미음화백청은 멥쌀죽에 꿀을 약간 넣은 것이다. 의관 김응삼이 “육미원다식은 맛 또한 문제될 게 없습니다. 대체로 숙지황과 산수유는 맛이 달고 시기 때문에 잘 어울립니다. 그러나 검은깨와 대추육을 만든 다식은 대추육이 오래되면 딱딱해져 드시기 어려울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때 갑자기 의관 권성징이 “타락죽을 식혀서 드셔도 좋습니다.”라고 했다. 타락죽은 우유로 만든 죽이다. 영조는 듣자마자 “타락죽을 복용하겠다.”라고 했다. 그러자 의관 김응삼이 “타락죽은 차게 드시면 크게 해롭습니다.”라고 겁을 주었다. 영조는 “나 역시 전에는 찬 것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반대로 따뜻한 것을 좋아한다.”라고 했다. 김응삼과 허신이 동시에 “찬 것은 드시지 않는 것만 못합니다.”라고 하면서 타락죽을 먹는 것을 극구 반대했다. 의관들이 추천하는 것들을 보면 모두 자신의 의견만 강조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새로운 처방과 음식이 권해지면서 중구난방이 되었다. 벌써 해가 중천에 떠올랐다. 다양한 음식에 대한 토론을 하는 통에 신하들의 뱃속에서는 여기저기서 ‘꼬르륵~ 꼬르륵~’ 하고 소리가 났다. 제조 김재로가 한숨을 쉬면서 이제 지쳤다는 듯이 아뢰기를 “그렇다면 어느 음식물을 드시겠습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영조는 “현제강이 말한 갱미음이 가장 좋을 듯하다. 그리고 구선왕도고와 건강흑당환을 조제하여 들이고 약방문도 써서 들이라. 육미원다식과 거승자다식도 약간 지어 올리라. 내가 시험 삼아 복용해 보겠다.”라고 했다. 갱미음은 쌀죽이다. 영조는 장시간 동안 의관들과 쟁론 끝에 결국 쌀죽을 선택한 것이다. 나머지는 한번 맛은 보겠다는 것이다. 허탈한 순간이다. 의관들은 처방을 할 때나 음식을 추천할 때면 이렇게 다양한 의견을 올린 후 결국은 영조가 선택하는 식이었다. 영조는 자신의 건강을 끔찍하게 생각했다. 의관들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었지만, 영조는 단지 자신의 체질에 맞는 음식을 택하고자 노력했을 뿐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영조는 82세까지 장수했다. * 제목의 ○○은 ‘야식’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영조실록> 영조 8년 임자(1732) 9월 29일. ○ 上曰, 年前有不時餒乏之症, 曾已下敎矣. 少時無此症, 雖四五年前, 亦不過米豆兩食而療飢矣. 庚戌以後, 漸漸有異, 今則一鍾醬, 亦不得力. 若全鰒之類, 與不喫同. 最是朝前夜間, 無物可食, 諸醫有所思乎? 聖徵曰, 此由脾胃有痰, 心血不足之致, 症名嘈雜也. 上曰, 予量少故不多食, 或有虛乏, 不足深怪, 而今則殆不能堪, 甚可苦也. (상이 이르기를 “연전에 불시에 배가 고픈 증후가 있었으므로 일찍이 하교하였다. 소싯적에는 이런 증후가 없었고 4~5년 전에도 쌀과 콩으로 만든 다식에 지나지 않았지만 허기를 치료하였는데 경술년 이후로는 점점 차이가 나더니 지금은 한 종지의 젓갈로도 힘을 얻지 못하고 전복 같은 종류는 먹지 않은 것과 같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아침 이전과 밤중에는 먹을 만한 음식물이 없다. 의관들은 생각한 것이 있는가?”하자, 권성징이 아뢰기를 “이는 비장과 위장에 담이 있고 심혈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병명은 조잡입니다.”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나는 양이 적어서 많이 먹지를 못하다 보니 간혹 허기가 있었는데 심히 이상하게 여길 것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견디지를 못하므로 매우 괴롭다.”하였다.) ○ 應三曰, 療飢之資, 漸漸加進者, 中氣漸虛而然也. 湯丸當徐議爲之, 而夜間當進之物, 必以食物兼藥治, 可也. 九仙王道糕, 作糜粥以進, 必有益矣. 悌綱曰, 此皆痰火所祟, 可以久用. 治本之良劑, 難於一時見急效矣. 信曰, 嘈雜夜甚者, 傷於思慮也. 食物兼藥治, 金應三之言好矣. 王道餻粥, 若或急覓不及具, 則糖米黑餹, 亦好矣. (김응삼이 아뢰기를 “허기를 치료하는 먹거리를 점점 더 드시게 되는 것은 중기가 점차 허해져서 그런 것입니다. 탕제와 환제를 천천히 의논하여 정하는 것이 마땅합니다만 밤중에 드실 음식물은 반드시 음식물에 약제를 겸한 것으로 다스리는 것이 좋습니다. 구선왕도고를 미죽으로 만들어 드시는 것이 반드시 유익합니다.”하고, 현제강이 아뢰기를 “이는 모두 담화로 인하여 그런 것이니, 근본을 치료하는 좋은 약재를 오래 써야 하고 일시에 빠른 효험을 보기는 어렵습니다.”하고, 허신이 아뢰기를 “조잡의 증세가 밤에 심한 것은 생각을 손상시키니, 음식물에 약제를 겸하여 다스려야 한다는 김응삼의 말이 좋습니다. 구선왕도고죽을 만약 급히 찾았으나 미처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당미흑당도 좋습니다.”하였다.) ○ 命均·在魯齊言曰, 乾杮好矣. 上曰, 不嗜。載觀曰, 半熟煨栗, 愈於藥矣. 上曰, 近日所進, 不過煨栗而已也。命均曰, 宋仁宗, 夜半思食燒羊而不能得. 帝王家亦何能趁時稱意乎? (서명균과 김재로가 같은 말로 아뢰기를 “건시가 좋습니다.”하니, 상이 이르기를 “좋아하지 않는다.”하였다. 현재관이 아뢰기를 “반쯤 익힌 군밤이 약보다 낫습니다.”하니, 상이 이르기를 “근래 올린 것도 군밤에 불과하였다.”하였다. 서명균이 아뢰기를 “송나라 인종도 한밤중에 양구이를 먹을 생각을 하였다가 먹지 못하였으니, 제왕가일지라도 어찌 때맞춰 뜻대로 실행을 할 수 있겠습니까.”하였다.) ○ 在魯曰, 何物進之乎? 上曰, 九仙王道餻及乾薑黑餹丸劑入, 而方文, 亦爲書入. 六味巨勝多食, 亦爲若干劑進, 可也。予當試之, 而玄悌綱所達粳米飮, 似最好也. (김재로가 아뢰기를 “어느 음식물을 드시겠습니까?”하니, 상이 이르기를 “구선왕도고와 건강흑당환을 조제하여 들이고 약방문도 써서 들이라. 육미원다식과 거승자다식도 약간 지어 올리라. 내가 시험 삼아 복용해 보겠지만 현제강이 아뢴 갱미음이 가장 좋을 듯하다.”하였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4-04-09 17:10:10[파이낸셜뉴스] 치앙마이 3일차, 아침겸 점심은 '토미마키'라는 현지 일식 요리점을 찾았다. 점심 특선 메뉴가 80밧(3200원) 정도로 저렴해 롤 2종류, 새우튀김 우동, 야끼소바를 주문했다. 우동 면은 냉동면이라 면이 툭툭 끊겼지만 새우튀김 사이즈가 손바닥만큼 커서 3000원이면 감지덕지였다. 이 날은 숙소에서 가까운 곳부터 순차적으로 찍고 가는 대신 에너지가 많은 아침에 가장 먼 곳을 운전해 가기로 했다. 이날의 메인 목적지는 '먼쨈'이었다. 먼쨈은 가파른 산등성이를 밭으로 일군 몽족 부족민의 터전인 곳이다. 계단식 밭과 정원이 꾸며져 있고 고산지대에 있어 선선한 것이 특징이다. 원래는 아편을 재배하던 곳이었는데 현재는 지역 사업의 일환으로 여러가지 농산물을 생산한다. 요즘은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들 사이에 1박 등 캠핑을 하는 명소로 유명하다. 먼쨈에서 만난 의외의 빅 잼 '포뮬러' 치앙마이 시내에서 1시간을 조금 더 넘게 달려 먼쨈에 도착했다. 치앙마이 외곽은 대관령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곳이 많아 좀처럼 속도를 내기가 힘들었다. 열대 정글의 다양한 수목과 들꽃을 보며 천천히 드라이브를 즐겼다. 여행 기분을 낼 수 있게 한국의 대표 여름 노래를 틀고 달렸다. 먼쨈 입구의 초입에는 대부분 상점들에서 전날 마셨던 로즈와인을 저렴하게 팔고 있었다. 태국 전통술과 코끼리 바지, 딸기를 파는 상인도 많았다. 언덕길의 초입에는 나무로 만든 허름한 미니 자동차 같은 것이 있었다. 현지인들이 '포뮬러'라고 부르는 것으로 나무로 만든 바퀴 3개가 달린 경주용 차였다. 1인 당 100밧(4000원)을 주면 혼자, 혹은 두 명이서 같이 탈 수도 있는 놀이기구였다. '포뮬러'를 줄로 묶어 트럭에 타고 300m~400m 정도의 언덕을 올랐다. 언덕의 정상에서 간단하게 포뮬로 운전법을 배웠다. 앞 좌석의 스틱을 앞으로 밀면 전진, 뒤로 당기면 브레이크라는 간단한 조작법이었다. 일행과 같이 포뮬러에 올라탄 뒤에 2~3팀과 같이 정상에서 내려왔다. 처음에는 조작법을 익히느라 속도를 낼 수 없었다. 하지만 곧 익숙해졌고 가속도를 이용해 언덕을 빠르게 내려왔다. 터덕터덕 나무 바퀴가 흙바닥을 굴러가는 진동이 엉덩이에 느껴지고 모래 바람이 날렸다. 앞서 가던 팀을 따라 잡아 처음에 왔던 결승선을 빠르게 내려왔다. 치앙마이 여행 중에 정글 속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는 '짚 라인'도 꼭 한번 타보고 싶었는데 '포뮬러'를 타보니 '짚 라인' 생각은 사라질 정도로 꿀잼이었다. 혼자 왔다면 한 두 번은 더 탔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포뮬러를 타고 먼쨈 정상에 있는 한 카페에서 휴식을 취했다. '요도이 카페'라는 곳으로 커피를 마시면서 정상에서 먼쨈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카페 바로 옆에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수 있는 계단식 정원이 있었다. 입장료는 '현지 정원을 관리하고 운영하는데 쓰인다'는 명목으로 그리 비싸지는 않았다. 정원의 한쪽편에는 발을 구르면 절벽을 넘어 허공으로 발을 뻗을 수 있는 그네가 있었는데 살짝 고소공포증이 느껴졌다. 과감하게 발을 구르는 대신 잠시 앉아 사진만 찍었다. '요도이 카페'의 반대편에는 양에게 먹이를 줄 수 있는 농장, 입장료가 있는 꽃 정원, 또 다른 카페가 있었다. 비슷한 정원과, 비슷한 카페였지만 살면서 앞으로 다시는 이곳에 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능한 여러 곳을 둘러봤다. 내려오는 길에 견과류와 딸기 1각을 샀다. 2kg에 가까운 딸기가 200밧(8000원) 정도로 매우 저렴했지만 한 번에 먹기엔 너무 많은 양이라 알이 큰 딸기가 들어있는 작은 팩을 샀다. 먼쨈은 보통 별을 보며 야외 숙박을 하는 캠핑형 숙소가 많지만 당일치기 여행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한국인은 잘 모르는 '매사폭포'..치앙마이 최고 수확 먼쨈을 둘러보고 동행한 친구가 추천해준 '매사폭포'에 들렸다. 치앙마이 도이수텝푸이 국립공원에 위치한 폭포로 아무 기대도 하지 않고 들렸는데, 개인적으로 치앙마이 근교 여행 중 '메깜뻥'과 함께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이었다. 산 길을 따라 올라가면 총 10개의 폭포를 만날 수 있는데 각 폭포마다 층이 적혀있고 쉴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주차를 하고 올라가니 2번 폭포가 가장 먼저 보였다. 일요일이라 그런가 많은 현지인들이 자리를 잡고 쉬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돗자리를 가지고와 휴식을 취하며 음식을 먹거나, 아이스박스 가득 맥주, 과일 등을 챙겨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한다면 하루 정도는 날을 잡고 피서를 와서 느긋하게 보내고 싶은 곳이었다. 하지만 여행자 신분으로 둘러보러 온 것이었기에 열심히 산길을 따라 올라갔다. 6번째 폭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먼쨈에서 샀던 양념 아몬드를 까먹었다. 마침내 10번째 폭포에 다다랐을 때 '당신은 매사폭포의 정복자 입니다'라는 간판을 만날 수 있었다. 매사폭포가 흐르는 계곡 바위에 자리를 자고 앉아서 한 동안 흐르는 물에 발을 씻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물속에 뛰어들고 싶었지만 갈아입을 옷도 없고, 바로 차를 타고 다시 이동해야 했기에 참아야 했다. 차를 몰아 오던 길에 봤던 '림 나라(Rim Nara) 카페'에 들렸다. 야외 좌석에서는 흐르는 계곡물을 볼 수 있는 산속 카페였다. 훼이뜽타오 양 목장과 선데이 마켓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고 야경 명소라는 '훼이뜽타오 저수지'로 향했다. 구글 맵을 확인하니 저수지는 오후 5시 30분에 문을 닫는다고 했다. 5시 15분 정도에 저수지 입구에 도착했으나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어 들어갈 수 없었다. 차를 돌려 인근에 있는 '훼이뜽타오 양 목장으로 향했다. 양 목장은 주말을 맞아 수많은 나들이객이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공원의 한쪽 구석에서는 초대형 열기구가 공중에 떠 있었고 공원의 하늘에도 꼬리를 길게 늘어뜨린 수많은 연 들이 날고 있었다. 공원에서 양을 관리한다는 호주인 남자를 만났는데 그는 사람들에게 아기 양과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아기 양을 안아서 넘겨줬다. 그는 치앙마이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6년전부터 양을 돌보며 살고 있다고 했다. 해가 떨어질 즈음 차를 몰고 다시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는 타페게이트 근처에 있었는데 마침 선데이 나이트 마켓과 가까워 저녁은 그곳에서 먹었다. 토요 나이트 마켓과 비교해 규모가 훨씬 더 컸지만 전체적인 시장의 구성은 거의 비슷했다. 토요 마켓을 갔다면 굳이 일요 마켓까지 방문할 필요는 없었을 듯 싶었다. 이 날만 2만보 이상을 걸었고, 다음날도 빡빡한 일정이 이어질 것이었기 때문에 조금 일찍 호텔로 돌아왔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4-06 16:11:01[파이낸셜뉴스] 설탕은 조절하지 않으면 혈당 스파이크를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식재료다. 설탕이 함유된 간식들은 높은 칼로리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에너지 레벨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는 과일에 설탕을 씌운 '탕후루'가 간식으로 유행하며 과도한 설탕 섭취에 대한 우려가 늘고 있다.새해를 맞아 건강한 식습관 형성을 목표로 한다면 설탕 섭취를 줄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9일 허벌라이프는 식이 자문위원장인 수잔 바워만 박사의 설탕 조절을 위한 방법을 소개했다. 첫번째는 과일 및 채소로 단맛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디저트 섭취 대신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로 단맛을 충족시키는 방법을 제안한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라면 고단백질 요거트와 신선한 과일, 또는 견과류와 건과일로 만든 믹스도 좋은 선택이다. 특히 베리류는 달콤하고 맛있으며 먹기도 간편하여 설탕의 훌륭한 대체제가 된다. 이런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면 설탕이 많고 칼로리가 많은 간식의 과다 섭취를 피할 수 있다. 두번째는 식사 속도 조절하기이다. 포만감을 느끼는 데는 최소 20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천천히 식사한다면 불필요한 설탕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설탕을 많이 함유한 음식들은 보통 디저트로 많이 즐기기 때문에 식사 시 포만감을 느낀다면 디저트 양을 조절할 수 있다. 세번째는 운동으로 설탕 섭취 생각을 벗어나는 방법이다. 아침과 점심, 점심과 저녁 사이는 간식 섭취가 가장 많은 시간이다. 책상이나 테이블에 사탕류의 간식이 있다면 무의식적으로 섭취하기 쉽다. 달달한 간식이 생각나는 시점에 운동을 하면 우리 몸을 더욱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산책과 걷기 같은 간단한 유산소 운동은 산소와 영양분을 근육에 보내준다. 근육에 공급된 산소와 영양분은 순환기간이 더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며 설탕에 대한 생각을 잊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면 시간을 관리하는 것도 설탕 줄이기에 도움이 된다. 수면 부족은 혈당 관리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수면이 부족하면 평상시보다 많이 먹고 고지방, 고설탕 음식을 더 찾는 경향을 보인다. 될 수 있으면 하루 최소 7시간 이상의 수면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식습관 만들기에 도움을 준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2024-01-09 09: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