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유럽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침공으로 평가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개전일로부터 359일째를 맞고 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하자 이란이 피의 보복을 예고하면서 중동지역의 전운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중국이 44년 만에 태평양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같은 날 최근 중국 해군과 공군의 잇단 일본의 접속수역과 영공 진입에 맞서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대응 조치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은 10월 1일 국군의 날을 맞아 파괴력이 전술핵에 맞먹는 것으로 알려진 괴물미사일로 불리는 '현무-5'를 최초 공개해 전운 확산의 그림자가 드리운 국제정세 속에서도 우리 군의 고도화된 타격 능력과 첨단 군사 기술들을 대내외에 공표할 예정이다. ■중동, 확전 긴장 최고조 vs 확전 제한 전망 지난 28일(현지시각) 이스라엘 군이 전투기 편대를 동원해 헤즈볼라 지휘부 회의가 열린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남부 외곽 아파트에 위치한 벙커를 정밀·집중, 기습폭격을 가해 '저항의 축’ 핵심 세력인 헤즈볼라를 32년간 이끌던 수장 나스랄라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이스라엘군은 앞서 사흘간 전투기와 미사일 폭격, 포격을 통해 레바논 전역의 헤즈볼라 시설 약 1600곳을 타격했다.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이후 최대 공습이다. 이스라엘은 최근 레바논 전역에 '무선 호출기 삐삐를 이용한 무전기(워키토키) 폭발' 테러를 감행하기도 했다. 이에 이란 최고 지도자들은 "복수 없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헤즈볼라를 총력 지원해 보복을 다짐하고 나서면서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에서 확전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이란 내부의 '친러파 vs 자주파' 권력투쟁이 격화되던 2020년 초 이란의 이슬람혁명 수출의 주역이었던 카심 술레이마니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국 드론 공격으로 참살당한 이후 러시아의 중동에 대한 영향력이 급락한 데다가 사우디 등 온건 아랍국가들이 정파·종파적 이질성과 정치적 이해 득실로 인해 이란 등 강경 무장정파들과 거리를 두고 있어 확전은 제한될 것이란 분석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지난 5월 이란 친러 대통령-외무장관 헬기 추락사와 이란 혁명수비대 안가에서 하마스 지도자 '하니예' 참살 사건은 이란 안에서 친러파와 자주파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3년째에 접어들었으며 종착역이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군의 전력 손실이 계속되고 있어, 내년 말 무기와 병력 동원에 제한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침공 시도를 격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장이 러시아 본토로 확장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 점령지 반환을 주장하지만, 러시아는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주 전체를 자신들의 영토로 인정하라고 맞서고 있다. 서방의 추가 지원은 러시아의 공세를 저지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과 미국이 지원에 소극적이면 유럽 국가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中 44년만 태평양으로 ICBM 발사, 일본 해상자위대 첫 대만해협 통과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지난 25일 태평양으로 시험 발사한 ICBM 사진을 하루 뒤 공개했다. 중국은 구체적인 제원이나 비행 궤적, 탄착지점 등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미국과 호주에는 사전에 통보가 이뤄졌다. 일본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는 중국의 ICBM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지 않아 피해가 없었지만,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이 발사한 ICBM이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둥펑(DF)-31 AG로 보이며 1만2000km를 날아 호주 인근 해역에 낙하했다고 보도했다. 둥펑-31 AG는 2017년 7월 내몽골에서 열린 중국 인민해방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 때 공개된 바 있다. 중국이 태평양으로 ICBM을 시험 발사한 것은 1980년 DF-5 이후 44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은 특정 국가를 겨냥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최근 결성 3주년을 맞은 오커스(AUKUS :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또는 지난 4월 필리핀에 중거리 미사일 발사 시스템을 배치한 미군 등 견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험발사가 중국이 핵 능력을 과시하고 중국 인민해방군 내 비리와 부패로 시 주석의 집중적 사정 대상이었던 로켓군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는 의미와 미국과 동맹국들에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날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사자나미(漣)'함이 호주·뉴질랜드 해군 함정과 함께 처음으로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하루 뒤인 26일 요미우리신문과 NHK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 연합 해군 함정들은 전날인 25일 오전 동중국해에서 대만해협으로 항해를 시작해 10여 시간 뒤인 같은 날 밤 해협을 빠져나갔다. 이는 지난달 26일 중국군 Y-9 정보수집기 한 대가 일본 서남부 나가사키현 단조군도 앞바다 영공을 2분간 침범, 중국 군용기가 최초로 일본 본토 영공을 침범한 지 한 달 만이다. 앞서 지난 18일 중국 해군 항공모함 랴오닝함과 구축함 두 척으로 구성된 항모전단이 대만과 가까운 일본 섬들인 요나구니지마와 이리오모테 사이에서 일시적으로 일본의 접속 수역에 진입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달 이후 일어난 두 사건과 관련해 "기시다 총리는 이대로 아무 대응을 하지 않으면 중국군의 행동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해상자위대를 파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중국군과 일본자위대 전력이 상대방 접속수역에서 군사적 대응 조치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연합사령관 지명자 "北핵·미사일 급속 진전, 최대 도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신임 한미연합사령관 지명자인 제이비어 T. 브런슨은 상원 군사위 인준 청문회에서 한국을 "좋은 파트너(good partner)"라며 미국의 '걸출'(preeminent)하면서 '가장 수준 높은(finest)' 동맹국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브런슨 지명자는 트럼프의 측근으로 미국 우선주의의 강력한 신봉자로 알려진 미 공화당 릭 스콧 의원의 '한국이 자기 몫을 하는 좋은 파트너냐'는 질의에 "캠프 험프리스(평택 미군기지)를 보면, 지금 근무하는 워싱턴주 미 육군 1군단 루이스-매코드 합동기지에도 없는 시설들을 볼 수 있다"며 "2년간 한국에서 연합훈련을 점검하러 갔을 때 한국인들이 주한미군 가족 거주 시설 등을 건축하는 과정을 보면서 근면성(diligence)을 지켜봤다"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역량의 급속한 발전과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확장하려는 야망은 3개 사령부(한미연합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 유엔군사령부)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으로 북한의 계속되는 핵 위협 등 불안정 활동을 우려하는 한국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이 '핵 핵우산에 대한 확신'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런슨 지명자는 "우리가 할 일은 한미 핵협의그룹(NCG)과 같은 기존 협의 기구를 신뢰하게 하고, (한국의 독자 핵무장 등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도록 파트너들을 안심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에 대해선 "정보 영역의 공작 시도"라며 인도·태평양사령부와 육군 태평양사령부 등과 긴밀히 협력하며 위협 완화를 위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브런슨 지명자는 또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이루는 데 한국과 일본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한·미·일 3국 관계가 뜻이 맞는 나라들을 뭉치게 하는 자석 같은 구실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배치된 4만여 명의 미 육군을 지휘하는 육군 1군단 사령관으로 근무 중이다. 지난 34년간의 군 복무기간 재래식 부대와 특수작전 부대에서 다양한 참모 및 지휘 보직을 역임했으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지의 작전에 참여했다. 브런슨 지명자의 부친도 27년간 육군에서 복무하며 베트남전쟁과 걸프전에 참전했고, 부인은 예비역 육군 대령이자 육군 여성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8·15 통일 독트린 의미, 국군의 날 현무-5 등 K-방산 대거 선보여 윤석열 대통령은 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자유 통일을 위한 도전과 응전'이라는 제목의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유 통일 국가가 만들어져야 완전한 광복이라며 한반도 통일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 정부는 헌법에 따라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수정하거나 폐기하지 않고 시대 변화를 반영해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통일의 지향점인 '자유 통일'을 천명했다. 다만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남북한이 서로의 체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화해 협력, 남북연합, 통일 국가 완성이라는 단계론적 접근을 제시하고 있는 반면 8·15 통일 독트린은 북한 주민의 자유 열망을 자극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통해 북한 변화를 끌어내려는 전략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역대 정부도 북한 정권과 대화를 하겠다는 통일론을 전개했지만, 이번 통일 독트린은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북한은 현재까지 이에 대해 일언반구 없는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은 올해 초부터 남한은 통일의 대상이 아닌 별개의 국가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은 어린아이부터 나이가 든 노령자까지 통일은 필연적이라고 오랫동안 교육받아 왔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김정은의 통일 포기에 대해 상당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따라서 남한의 대통령이 북한 주민을 통일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 자체가 북한 내부에 알려지는 파급효과에 대해 두려워하며 긍정이든 비난이든 언급 자체를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마디로 북한 당국이 8·15 통일 독트린의 외통수에 빠져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해 국군의날 행사에서 지난 정부 때 축소된 국군의 날 퍼레이드가 10년 만에 부활한 데 이어 내달 1일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에 탄두 중량이 8t에 달해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5가 최초로 공개된다. 미 공군의 초음속 전략폭격기인 B-1B 랜서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 처음 등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국군의날 행사에서 한국형 3축체계를 포함한 압도적인 대북 억제력을 보여줘 국민들에게 안심을, 북한엔 도발의지를 꺾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군의 위용을 국내외에 과시하며 장병들의 사기를 높인다는 것이 군의 방침이다. 글로벌 마케팅을 지향하는 방산기업 입장에선 이번 국군의 날 행사는 세계 각국의 수요국을 상대로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전력(戰力)을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은 북한이 핵 고도화와 역대급 도발을 벌이는 상황에서 우리를 건들지 말라는 적에 대한 비장한 메시지라는 측면에서 전쟁 억제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9-29 15:22:21[파이낸셜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연금·노동·교육도 반드시 개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개혁에는 기득권 포기와 희생이 따른다. 따라서 저항도 만만치 않다"며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고 했다. 또 주 원내대표는 안보·기후·인구 위기 극복도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북핵 위기가 시작된 지 벌써 30년이 되었다. 지난 30년간 북한은 핵 개발 의지를 꺾은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계속 핵 개발 능력을 키운 결과 지금은 사실상 핵보유 국가가 됐다"며 "반면 우리는 여야를 초월한 하나의 일관된 국가 전략 없이 보수와 진보 사이에 정권교체가 일어날 때마다 전략적 기조 자체를 바꾸었고 국론이 분열됐다"고 했다. 이어 그는 기후 위기에 대해서도 "모두가 탄소중립을 말하고 있지만 탄소중립을 실제로 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행 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한 마스터플랜이 보이지 않고 이 문제의 절박성을 정부나 국민이 실감하지 않고 있는 것이 위기"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저출산은 소리 없이 나라를 죽이는 암"이라며 "저출산을 극복하려면 온 국가가 필요하다. 국회도 절박한 마음으로 이 문제에 달려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문 전문. < 두렵지 않습니까! 절박한 위기 앞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까! > 1. 시작하는 말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김진표 국회의장과 동료 의원 여러분,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대구 수성갑 출신 국민의힘 원내대표 주호영 의원입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 피해의 처참함을 필설로 나타내기 어렵습니다. 두 나라 국민을 깊이 위로하면서, 더 많은 분이 구조되고 피해가 속히 회복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우수를 며칠 앞둔 요즈음 바람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남쪽에서는 벌써 매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꽃소식과 함께 코로나가 종식되고 우리 국민들 모두 활기차고 즐거운 봄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어제 존경하는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님의 연설을 잘 들었습니다. 받아들일 지적은 받아들이고 저희와 생각이 다른 부분은 의견을 말씀드리고 조율해 가겠습니다. 저는 5선 의원으로서 우리 국회에서는 고참 중진 중의 한 명입니다. 그동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는 했습니다만 부족하고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짧지 않은 의정생활 동안 지금처럼 자괴감과 두려움이 엄습한 적이 없습니다. 우선 자괴감의 정체는 우리의 노력과 분투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그 어느 때보다 지탄의 대상이 되고 불신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십여 년 전 어느 대기업 회장이 한국 정치는 4류라고 하여 큰 파문이 인 적이 있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도 우리 정치가 여전히 4류임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2017년에서 2021년 사이에 실시된 세계가치조사 7차의 경우 우리나라 응답자의 무려 79.3%가 국회를 불신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지난해 12월 15일에 발표된 전국지표조사의 국가기관별 신뢰도에서 국회는 겨우 15%로 국가기관 중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응답자의 81%가 국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해 세계가치조사의 결과와 거의 같았습니다. 정치 영역이란 사람들이 편을 갈라서 서로 치열하게 공격하는 영역입니다. 특히 한국 정치는 진영화되어 있어 상호 불신과 공격의 강도가 훨씬 더합니다. 더욱이 이런 모습이 방송으로 중계가 될 때가 많다 보니 다른 직역에 비해 국민 신뢰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한 국회의원 생활의 성적표가 15밖에 안 된다고 하니 국민들께 죄송하고, 서글프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제가 전에 없이 두려움을 느끼는 까닭은 우리 대한민국이 지금 직면하고 있는 도전들이 너무나 중차대함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국가 의사결정 능력이 역부족이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부상과 미중 대결의 심화, 그리고 북핵 위기는 우리에게 엄청난 안보적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은 산업 대전환은 물론 문명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을 요구하는 문명사적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은 대한민국의 사회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위협함은 물론 물리적 생존마저 위협하는 인구학적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노동, 연금, 교육 등의 분야에서 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심각한 문제들이 많습니다. 우리의 근·현대사는 두 차례의, 국운이 걸린 대위기를 겪었습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일어난 첫 번째 대위기로 우리는 국권을 잃고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수립 후 1950년 전후로 소련과 중공의 지원 아래 북한이 남침했을 때인 제2의 대위기는 미국과 유엔의 지원으로 파멸을 면했고 온 국민의 피땀으로 오늘의 성공 국가를 이루었습니다. 저는 지금 우리나라가 맞이하고 있는 대위기가, 아직 전면적으로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그 심각성에서 앞의 두 번에 못지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3의 대위기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은 이전보다 훨씬 더 나은 위치에 있습니다. G7에 들어도 좋을 경제력을 가지고 있고 외적에 심대한 타격을 가할 군사력도 보유하고 있으며 높은 문화의 힘도 자랑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우리는 현재의 국난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을 갖추고 있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이 다양한 자원을 제때 제대로 묶어내는 일입니다. 저는 이것이 바로 우리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회가 이 도전에 대한 국민적 응전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국회 신뢰 회복 존경하는 동료 의원 여러분. 우리 국회는 1994년 처음으로 ‘국회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든 이래 지금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쳐 국회 개혁과 혁신을 위한 위원회를 운영하며 국민의 신뢰를 높이려고 애써 왔습니다. 전직 국회의장님들은 국민에게 신뢰받는 국회, 열심히 일하는 국회, 여야가 협치하는 국회,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를 내걸고 이 위원회를 발족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회는 갈등의 조정자가 아니라 갈등의 조장자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우리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은 ‘국회의원윤리강령’에 모두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회 윤리강령을 국회 목욕탕 한곳에서밖에 보지 못했습니다.앞으로는 본회의 개회시나 중요한 행사때마다 의무적으로 윤리강령을 낭독하거나 서약하게 하고 국회 본관 중요한 곳에도 게시하면 어떻겠습니까? 저는 의원이 된 이래 한 번도 공식적으로 읽어본 일이 없는 국회의원 윤리강령을 이 자리에서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국회의원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국정을 위임받은 대표로서 양심에 따라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나아가 국회의 명예와 권위를 높여 민주정치의 발전과 국리민복의 증진에 이바지할 것을 다짐하면서, 이에 우리는 국회의원이 준수할 윤리강령을 정한다.」 1. 우리는 국민의 대표자로서 인격과 식견을 함양하고 예절을 지킴으로써 국회의원의 품위를 유지하며, 국민의 의사를 충실히 대변한다. 2. 우리는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서 오직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을 위하여 공익 우선의 정신으로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며, 사익을 추구하지 아니한다. 3. 우리는 공직자로서 직무와 관련하여 부정한 이득을 도모하거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아니하며, 청렴하고 검소한 생활을 솔선수범한다. 4. 우리는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서로 간에 정치활동상 공정한 여건과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충분한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적법절차를 준수함으로써 건전한 정치풍토를 조성하도록 노력한다. 5. 우리는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우리의 모든 공사행위에 관하여 국민에게 언제든지 분명한 책임을 진다. 앞으로 저는 이 윤리강령에 비추어보면서 우리 국회의 현재 모습을 반성해 보려고 합니다. 제 자신이 참회록을 쓴다는 자세로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하였습니다만, 민주당 의원님들에게 거슬리게 들리신다면, 지난 정부 때 집권당이었고 지금도 원내 제1당이므로 민주당에 대한 충언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정치인들의 법률 위반과 사법 처리 제가 가장 먼저 지적하고 싶은 국회 불신의 이유는 정치인들이 부정부패를 비롯해 중대한 범죄 혐의를 받는 일이 많다는 것입니다. 참여연대의 집계에 따르면, 2022년 12월 14일 현재 21대 국회의원과 그 배우자가 수사와 재판을 받았거나 지금도 받고 있는 건수는 무려 88건에 이릅니다. 이들은 LH 사태 이후 드러난 부동산 불법 의혹, 21대 총선 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각종 부정부패 의혹 등에 관련된 의원들입니다. 정당별 분포를 보면 국회 양대 정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엇비슷합니다. 이들 중 이미 무죄 판결이 난 경우도 있고, 또 사안이 경미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최대한의 윤리와 양심을 요구받는 국회의원들이 일반인보다 법률 위반 사례가 더 많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특히 소속 정당이 어디인지를 떠나서 현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러 가지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은 더불어민주당뿐만 아니라 국회 전체 위신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2) 무례하고 거친 언어 정치와 국회에 대한 국민의 깊은 불신은 정치인들의 무례한 막말에서 연유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 의원들의 막말은 차마 이 자리에서 입에 올리기에도 민망할 지경입니다. 상대 당이나 의원을 향해 ‘무식한 놈’이니, ‘사이코패스’니, ‘오물 쓰레기’니 하는 말들을 함부로 내뱉습니다. 질문 시에도 비아냥거리기나 인격모독성 발언이 비일비재합니다. 각종 회의에서의 지도부 발언이나 대변인들의 성명에서 원색적이거나 인신모독 명예훼손이 없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영국 의회에서는 상대 의원에 대해 ‘거짓말쟁이’, ‘위선자’라는 단어는 금지되어 있고 발언 수위에 따라 처벌하고 있습니다. 미국 하원에서는 부적절한 언어 사용 행위에 대한 비난 결의안까지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3) 가짜뉴스 요즘은 모바일 환경과 소셜미디어로 인해 가짜뉴스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갑니다. 이러다 보니 모바일과 인터넷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대표적인 공간이 되었습니다. 우리 국회도 가짜뉴스를 양산합니다.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등장하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 ‘페르난데스 주한 EU 대사 발언 왜곡’이 대표적입니다. 진실 확인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채 성급히 가짜뉴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4) 국회 윤리위의 기능 상실 우리 국회에는 윤리특별위원회가 있지만, 윤리위가 국회 윤리를 세우는 최고 기구의 기능을 잃고 그 자체 정쟁의 도구가 된 지 오래입니다. 18대 국회 이래 15년 동안 총 177건의 징계요구안이 윤리위에 제출되었지만, 본회의 의결까지 이루어진 것은 단 두 건에 불과하고 그것도 윤리위의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된 징계안은 단 1건 밖에 없습니다. 21대 국회에서는 지금까지 33건의 징계안이 제출되었는데, 후반기에는 윤리위 구성에만 넉 달이나 걸렸으며, 3년이 지난 현재까지 단 1건도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중 29건은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상대 진영에 대한 모욕적 발언,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윤리위는 전혀 기능하지 못하고 오히려 상대 당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윤리위의 정상화가 시급합니다. (5) 정치의 사법화 정쟁이 격화하면서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의 시비를 정치권이 가리지 못하고 무작정 제소해놓고 보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이 정치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고소·고발만 남발하고 있습니다. 제20대 대선 선거사범 2,001명 중 고소·고발로 인한 인원은 1,313명(65%)으로 19대 대선에 비해 3배 이상 늘었습니다. 현재 각 정당 간의 고소·고발 미제사건은 100건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정당들이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것은 국회의 권위와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의 종언을 뜻합니다. (6) 게으름 우리 국회는 양적으로만 보면 일을 아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제20대 국회는 1년 평균 약 6,000건을 발의해 약 800건을 가결했습니다. 이는 큰 나라인 미국도 5,000건을 발의해 460건을 가결하는 것에 비한다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우리 국회가 생산한 법률의 품질을 보면 우리가 자부심을 가질 수 없습니다. 선언적 규정 삽입이나 단순한 자구 수정에 그치는 법안도 많습니다. 불필요한 발의가 많아 임기만료 폐기되는 법안도 너무 많습니다. 제20대 국회에서는 62.2%가 임기만료로 폐기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우리 국회가 헛심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입법 성과만 앞세우다 보니 부실한 법안도 많이 나와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는 법안도 많습니다. 2023년 1월 11일 기준으로 위헌 22건, 헌법불합치 19건이 우리 국회에서 개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국회는 대체 입법을 서두르지 않습니다. 이것은 국회의 명백한 직무 유기입니다.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판정이 나면 대체 입법을 서두르는 것이 누구보다 헌법을 존중해야 하는 국회의 의무일 것입니다. (7) 내로남불 국회 불신의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이른바 내로남불입니다. 우리 정당들은 언행이 불일치할 때가 많고, 이전과 이후가 다르고 여당일 때와 야당 때가 말이 다릅니다. 이 점은 특히 민주당에게 두드러집니다. 강준만 전 교수는 “민주당 내로남불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바꾸어 말해 민주당 정권 5년 전체가 내로남불의 역사였습니다. 항목별로 보겠습니다. 우선, 인사 내로남불입니다. 민주당은 병역 면탈, 탈세,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연구 부정행위 등등의 이유로 이명박 정부 17건, 박근혜 정부 10건에 대해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정권 출범 초인 2017년 5월에 ‘5대 인사 배제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지키겠다고 하더니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고위 공직 후보자 다수가 5대 비리 관련 의혹이 있었음에도 대부분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2019년 11월에는 5대 기준에 성범죄와 음주운전을 더해 ‘7대 공직 배제 기준’을 내놓았는데, 여러 가지 예외 조건을 달아 실상은 더 완화된 기준이었지만 여기에 걸리지 않는 후보자가 드물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이상 인사가 무려 34명으로 역대 최다였습니다. 그러던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자 “국민을 받들 능력과 자질 없는 결격자를 단호히 레드카드로 퇴장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다음은 재정 내로남불입니다. 2015년 9월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2016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국가채무 비율이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GDP 대비 40%를 깨고 있다며 재정건전성 회복 없는 예산안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집권 후에는 40% 기준의 근거가 뭐냐며 전례 없는 포퓰리즘 확대재정정책을 임기 내내 지속해 결국 국가부채 1,000조 시대를 초래했고 2021년 말 국가채무 비율은 거의 46.9%에 달했습니다. 다음은 입법 내로남불입니다. 테러방지법은 2016년 민주당이 야당일 때는 인권을 침해하는 악법으로 규정하고 무려 38명이 9일간 필리버스터까지 하였지만 집권 후 다수당이 되고도 개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여당이 된 2020년 9월에는 감염병 검사와 치료를 거부하는 행위를 테러로 간주하는 무시무시한 내용의 개정안까지도 냈습니다. 반대로 여당일 때는 관심조차 없다가 야당이 되자 입법을 서두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방송법,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다음은 적폐 청산 내로남불입니다 민주당 정권은 집권하자마자 각 부처에 적폐 청산 기구를 만들고 정부와 공공기관의 전 정부 인사들을 쫓아내고 감옥에 보냈습니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러는 중에도 뻔뻔스럽게 민주당 정부는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검찰이 이 일로 문 정부의 몇몇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을 기소하자, 이번에는 민주당이 정치보복이라며 발끈하면서 “5년 단임 대통령제 하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제도적 문제마저 기소로 앙갚음했다”며 바로 말을 바꾸었습니다. 참으로 편리한 기억력입니다. 이재명 대표의 내로남불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에 죄를 지으면 대통령도 구속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청와대 정문을 나서는 순간에 수갑을 채워서 구치소로 보내자고 했습니다. 그랬던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온갖 의혹에 대한 정당한 수사를 정치탄압이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약했던 민주당, 특히 이재명 대표가 이를 지킬지도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의 민주주의 타령 내로남불입니다. 민주당은 오랜 기간 야당을 하면서 민주화 투쟁을 통해 민주화를 이루어낸 공이 지대한 정당입니다. 당 이름에서 민주가 떠난 적이 없고 이것을 자산으로 실로 많은 것을 누렸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민주는 민주당의 핵심 가치이자 자산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민주당이 민주라는 말을 떳떳하게 쓸 수 있습니까? 민주당 정권은 촛불민주주의와 공정을 표방하며 집권했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와도, 공정과도 거리가 멀었습니다. 촛불민주주의의 허구성은 민주당 정권 출범 전부터 드러났습니다. 김경수 전 의원과 드루킹 일당의 대규모 여론 조작이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도왔습니다. 민주당 정권은 울산시장 선거에도 직접 개입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 송철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비서실 8개 조직이 나서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을 억지 수사하고 송철호 후보의 당내 경쟁자를 매수하는 한편 송철호 후보에게 선거 공약까지 만들어 주었습니다. 민주주의의 꽃을 이렇게 짓밟고도 어떻게 민주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 있습니까. 저는 어제 존경하는 박홍근 원내대표님의 연설 중에서 경청해야 할 부분도 많았지만, ‘국민이 일군 민주주의의 붕괴’라는 말씀을 듣고는 이렇게 인식의 차이가 크다는 데 깜짝 놀랐습니다.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중요한 기둥은 독립적 사법부의 존재입니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하에서 사법부는 독립성을 잃고 행정부의 시녀가 되고 정치판이 되었습니다. 법치주의는 광범위하게 훼손되었습니다. 한때 참여연대와 민변의 회원이었던 권경애 변호사는 민주당 정권 시기를 ‘무법의 시간’이라 불렀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한민국 사법부를 이끌 사법행정 경륜이나 법원의 독립성, 중립성에 대한 신념도 부족한 사람입니다. 재판은 공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정하다고 보여져야 합니다. 그런데 김명수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들로 사법부의 파벌을 조성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능력과 관계없이 요직에 발탁하였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례적으로 대법관 경력 없이 대법원장이 된 사람으로, 여러 차례 거짓말과 부적절한 행동으로 사법부의 명예를 훼손했고, 법원장 추천제, 판사 승진제 폐지로 법원을 망가뜨려 놓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김미리 판사와 함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에 대한 재판을 지연시켜 정의의 실현을 늦추었습니다. 조국 사태는 민주당 정권의 모든 국정 철학이 허위와 기만임을 남김없이 드러내었습니다. 조국 일가의 범죄는 모든 국민에게 깊은 분노와 좌절감을 안겼습니다. 조국 일가를 맹목적으로 옹호하는 친문세력의 행태는 더욱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정권에 대한 현재와 장래의 검찰 수사를 막으려고 검찰 자체를 파괴하려 했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후임이었던 추미애, 박범계 장관이 그 역할을 떠맡았습니다. 대한민국 75년 역사상 전례가 단 한 번밖에 없었던 수사지휘권 행사를 네 차례나 남발하며 검찰을 난도질했습니다. 특히 박범계 장관은 “저는 법무부장관이기에 앞서 여당 국회의원”이라고 말해 나라의 장관이기보다 친문세력의 첨병임을 자인했습니다. 헌법상 국회의원이 국무위원 국무총리를 겸할 수는 있지만 선거기간에는 중립적 선거관리를 위해 국무총리와 법무부장관, 행안부장관은 중립적인 인사로 교체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민주화 이래 역대 선거기간에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으로 있으면서 여당 국회의원직을 보유하고 있던 사례를 보면 민주당 정부가 6명으로 압도적 1위입니다. 더욱이 총리, 법무부, 행안부 장관을 현직 민주당 의원이거나 당적이 있는 사람들로 채우는 전무후무한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러고도 어떻게 공정을 입에 올릴 수 있습니까. 민주당은 언제나 인권 정당임을 주장해 왔습니다만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 탈북 선원 강제 북송 사건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인권 원칙을 언제든지 버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인권은 그저 입에 발린 수사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민주당이 북한인권재단의 정상 출범을 막고 있는 것도 인권정당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2016년 9월에 북한인권법이 시행되고 그에 따라 북한인권재단이 만들어졌지만, 지금까지도 이사회가 구성되지 않아 온전한 출범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민주당 몫 이사의 추천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당과 통일부가 아무리 요청해도 민주당은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UN 북한인권결의안에 4번이나 불참하는 등 민주당의 인권은 북한 앞에만 가면 멈춥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중심은 의회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제20대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의석을 차지한 이래 우리 의회민주주의는 급격히 붕괴되고 있습니다. 2012년에 여야 합의로 소위 국회선진화법이 통과하면서 우리 국회는 의사결정의 원리로서 단순 다수결이 아니라 합의를 우선하는 시대로 옮겨갔습니다. 합의제를 떠받치는 핵심적인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 제한, 여야 동수로 이루어지고 2/3 찬성으로 결정하는 안건조정위원회, 그리고 무제한토론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압도적 다수의석을 차지하자마자 합의제의 핵심 요소들 대부분을 무력화하며 의회민주주의를 형해화하고 있습니다. 우선, 위장 탈당이나 다른 정당과 무소속 의원 동원을 통한 안건조정위원회의 무력화는 민주당의 전매특허가 되었습니다. 특히 검수완박법 처리를 위해 양향자 의원을 내치고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킨 후 법사위로 보낸 사건은 권모술수밖에 남지 않은 민주당의 민낯을 남김없이 드러냈습니다. 이러한 꼼수는 이것 말고도 대여섯 차례나 더 있습니다. 이러고도 어떻게 선진화법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습니까. 무제한토론은 원내 소수당이 다수당의 일방독주에 저항하는 마지막 수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의힘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법과 공수처법에 이어 민주당의 검수완박법 강행 처리에 맞서 무제한토론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회법 조항을 악용해 회기를 잘게 쪼개는 전대미문의 살라미 전법을 써서 우리의 마지막 호소 수단마저 무력화했습니다. 민주주의는 자제와 관용으로 유지됩니다. 민주당은 자제와 관용은커녕 왜곡과 견강부회로 법치주의를 형해화하는 폭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정치는 ‘믿을 信’ 자 한 자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한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천 마디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 국회가 ‘신’을 회복하는 것이 곧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입니다. 3. 두려움의 실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동료 의원 여러분. 지금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에 큰 문제가 생기면서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위기 뒤에서 훨씬 더 근본적인 성격의 대위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안보 위기, 기후 위기, 인구 위기 등등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위기들은 일시적 위기와 달리 대한민국의 생존과 지속가능성 자체를 위협하는 근원적인 위기입니다. 저는 이러한 위기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두려움이 몰려오고 나라의 앞날이 너무 걱정이 됩니다. (1) 안보 위기 북핵 위기가 시작된 지 벌써 30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30년간 북한은 핵 개발 의지를 꺾은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계속 핵 개발 능력을 키운 결과 지금은 사실상 핵보유 국가가 되었습니다. 반면 우리는 여야를 초월한 하나의 일관된 국가 전략 없이 보수와 진보 사이에 정권교체가 일어날 때마다 전략적 기조 자체를 바꾸었고 국론이 분열되었습니다. 중국의 굴기와 러시아의 팽창주의는 이미 북핵으로 위기에 처한 우리의 외교안보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핵정책의 실패에 관해서 제대로 복기하고 성찰해 본 적 있습니까? 우리는 이 새로운 안보 도전을 얼마나 절박하게 느끼고 얼마나 심각하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역사적으로 우리는 많은 외침을 받았지만, 그중에서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그리고 경술국치는 우리의 가장 참담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국난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국가 지도자들이 변화하는 세계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해 적절한 국가 전략을 세우지 못했고 심지어 외적 앞에서 분열했다는 것입니다. 임진왜란 때는 일본이 전국시대 이후 국력과 군사력을 급속히 키웠음에도 율곡 선생의 10만 양병설을 무시한 채 당파싸움에 몰두하는 바람에 7년 동안 왜적에게 국토가 유린되는 비극을 겪었습니다. 이로 인해 조선 백성 약 1,100만 명 중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는 참화를 겪었습니다. 병자호란 때는 조정이 명나라와 청나라의 교체라는 대변혁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결국 명나라에 대한 성리학적 사대 외교를 고수하는 바람에 인조 임금이 삼전도에서 삼배구고두를 올리는 치욕을 맞았습니다. 이때 무려 수십만의 백성이 청나라로 끌려갔고 환향녀라는 비극도 이때 생긴 것입니다. 19세기 말에서 1910년 경술국치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가 지도자들은 삼정문란 등 무너지는 내정을 개혁하지 못한 채 서세동점이라는 문명사적 차원의 대변화를 읽지 못하고, 외세 앞에서 혹은 쇄국파와 개화파로, 혹은 친중파, 친러파, 친일파로 분열한 결과 결국 망국을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나라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거대한 역사적 사변, 그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그 중대함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거나 대비하지 못했습니다. 냄비 속 개구리가 되어 삶겨 죽어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싸움질하느라 세상이 바뀌는 것을 몰랐고 무책임했습니다. 이 점이 저는 두렵습니다. 지금의 우리가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까. ‘정부가 알아서 하겠지’, ‘설마 그렇게 되겠는가’, ‘나 아니라도 누군가는 챙기고 있겠지’ 이러고 있지는 않습니까. (2) 기후 위기 기후 위기와 이에 대응하는 ‘탄소중립 2050’도 산업의 전환을 넘어 문명의 전환을 요구하는 거대한 도전입니다. 탄소중립 2050을 이루기 위해서는 세계는 탄소배출을 매년 7% 남짓 줄여 나가야 합니다. 2020년에는 탄소배출량이 전년도에 비해 7% 줄었는데, 그것은 코로나19로 거의 모든 활동을 중단할 때였습니다. 탄소중립 2050을 위해 이런 상황을 향후 30년간 계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에게는 더 큰 어려움을 초래할 것입니다. 우리 철강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올해 10월부터 시범 운영될 EU의 탄소국경세에 대비하지 못하면 쇠퇴의 길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EU에서 2035년부터 시행할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는 우리 자동차산업에 심대한 충격을 가할 것입니다. 모두가 탄소중립을 말하고 있지만 탄소중립을 실제로 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실행 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한 마스터플랜이 보이지 않고 이 문제의 절박성을 정부나 국민이 실감하지 않고 있는 것이 위기입니다. (3) 인구 위기 저출산 문제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의 하나이고 국가적 재앙을 불러올 사안입니다. 저출산 예산은 2006년에 처음으로 편성되어 2020년까지 총 380조2,000억 원이 투입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00년 1.48에서 2022년 3분기 0.79로 낮아져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저출산은 다른 사회경제적 요인과 결합하며 농촌 소멸이라는 또 다른 치명적 결과도 낳고 있습니다. 농가는 2012년 전체 가구의 6.4%에서 2021년 4.4%로 줄었고 농가 인구는 같은 기간 5.8%에서 4.3%로 줄었습니다. 소멸 고위험 농촌지역이 2020년에 22개 군이던 것이 2022년 3월 현재 44개 군으로 2배 늘어났습니다. 이러다가는 농업 자체가 사라지고 미래농업이니 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지경입니다. 저출산은 소리 없이 나라를 죽이는 암입니다. 지금 당장 저출산 추세가 멈춘다 해도 그동안의 진행만으로도 나라에 큰 상흔이 남을 것입니다. 저출산을 극복하려면 온 국가가 필요합니다. 국회도 절박한 마음으로 이 문제에 달려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 17년간 우리가 한 노력이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면 지금의 방식대로 돈을 더 투입할 것이 아니고 다른 특단의 대책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4) 사회적 지속가능 위기 연금·노동·교육도 반드시 개혁되어야 합니다. 개혁의 필요성을 구구절절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개혁에는 기득권 포기와 희생이 따릅니다. 따라서 저항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 문제들이 조기에 개혁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퇴보할 것입니다. 4. 마무리하는 말 그런데 우리는 이 중대한 문제들을 절박하게 여기고 엄정하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우리 대한민국 국회는 이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제때 제대로 의사결정을 하고 대처할 능력이 있기는 있는 것입니까.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다수는 오래된 문제들이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제대로 결정을 못했고 앞으로도 못할 것 같다, 이것이 제 두려움의 실체입니다. 흔히 대통령 중심제와 양당 구도를 가진 한국 정치는 상대 당이 무너지면 집권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상대 당을 공격할 수밖에 없는 정치환경이라고 합니다. 정작 그것이 문제이고 이대로라면 달리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한다면 이번 기회에 반드시 고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의 권력 구도, 정당 구도 하에서도 우리가 국가적 도전과 그 긴박성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지금보다는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있는 우리도 언젠가는 정치를 그만두게 됩니다. 정치를 그만둔 다음에 후회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우리 국회는 늘 국가적 과제에 대해 적기에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정치는 유한하고 인생도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형석 교수님은 “50년쯤 지난 다음에 다시 한번 태어나서 대한민국 국민이 얼마나 행복하고, 보람 있고, 값지게 잘 사나 봤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50년 쯤 뒤에 우리가 무능하고 무책임한 조상으로 기록될까 두렵지 않습니까. 우리 시대가 대한민국의 국운 재도약을 이끈 시대라고 후세에게서 칭송받는 정치 한 번 해볼 수 없습니까. 우리 대한민국은 국민의 피땀과 역대 정부의 노력으로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이제 글로벌 중추 국가로 더 높이 비상할 때입니다. 우리 앞에 놓인 위기와 도전을 극복한다면 대한민국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세계 중추 국가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나라의 미래가 우리 국회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이제 우리 국회는 진영정치와 팬덤정치의 위협에 맞서 합의 정치의 기반을 확대하고 국민통합의 중심이라는 원래의 위치를 회복해야 합니다. 협상과 타협의 정신을 복원하고 사실과 합리성에 기초한 토론을 통해 법안을 처리하는 정치적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국회는 생각과 가치의 용광로가 되어야 합니다. 여러 생각과 가치가 충돌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서로 녹아들어 더 높은 차원의 일반의지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우리는 K-Pop, K-Sports, K-Culture, K-Food 등 많은 영역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정치만 왜 4류에 머물러야 합니까. 우리가 지금부터 티핑포인트를 만들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정치인들은 중요하거나 의미 있는 일을 앞두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애국선열, 호국 영령들이 계신 국립현충원을 참배합니다. 그분들의 애국심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국가 지도자들의 잘못으로 뭇 생명이 쓰러지는 것을 보며 느끼셨을 그 통분함과 절박함도 기억해야만 합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의원님들께 묻고 싶습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국가적 과제들이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까?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까? 오랜 시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3-02-14 10:20:23[파이낸셜뉴스] "...(중략)...특히 무리들은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왕비를 끌어내어 두 세 군데 칼로 상처를 입혔다. 나아가 왕비를 발가벗긴 후 국부검사(음부)를 하였다. (웃을 일이다. 또한 노할 일이다)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기름을 부어 소실시키는 등 차마 이를 글로 옮기기조차 어렵도다. 그 외에 궁내부 대신을 참혹한 방법으로 살해했다." -에조 보고서 中 조선이 열강들에 의해 종속되면서 그 운명이 경각(頃刻)에 달려있을 때 조선의 궁궐 한복판에서 매우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조선의 왕비였던 '민비'(대한제국 선포 후 명성황후 추존)가 일본 낭인(浪人)들에 의해 처참하게 도륙(屠戮)된 것이다. 한 나라의 국모(國母)로 여겨지는 인물이 이러한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한 것은 세계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기실 민비는 역사적으로 비판을 받을 여지가 많은 인물이다. 조선 말, 최익현의 상소를 계기로 흥선대원군이 실각하고 민비가 권력을 잡은 이후 조선에는 다시금 망국적인 외척세도(外戚世道) 정치 및 국정농단이 부활했다. 중앙 및 지방의 요직은 민비의 측근들이나 친인척들이 차지했고, 이들로 인해 부패와 사치, 매관매직(賣官賣職) 등이 성행했다. 무당인 '진령군' 등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민비 자신의 부패와 사치도 대단했으며, 이로 인해 조선의 국고(國庫) 탕진은 점차 가속화됐다. 더욱이 민비는 외세를 끌어들여 조선 백성들(동학농민들)에 대한 학살을 사주(使嗾)하기까지 하며 권력 유지를 도모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이처럼 문제가 많은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을미사변'(乙未事變)에 분노를 금할 수 없는 이유는 외세, 그것도 이웃 나라 일본이 버젓이 불법적이고 극악무도한 방법을 동원해 우리나라 땅에서 우리나라 왕비가 되는 사람을 살해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일본은 이 사건과 관련해 단 한번도 사과를 하지 않았다. 단죄를 받아야 할 인물이라도 마땅히 우리 손으로 단죄를 했어야 정상이며, 한 인물에 대한 평가와 역사적 사실에 대한 평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 사건은 그 당시 조선의 국력(國力)이 얼마나 보잘것없었는지, 이에 따라 어떠한 비극이 발생할 수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작전명 '여우사냥'으로 불린 민비 시해(弑害) 사건, '을미사변' 전말을 되돌아봤다. ■친러파 득세, 日 위기감 1895년 청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의기양양해졌다. 민씨 정권과 결탁해 조선의 종주권(宗主權)을 주장하며 세를 떨치던 청나라를 군사적으로 굴복시킨 후 '시모노세키 조약'을 체결해 요동 반도와 대만 등을 할양받은 것은 물론 조선에 대한 확고한 우위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1년 전에 일본은 이른바 '경복궁 쿠데타'를 통해 조선 조정에 친일 내각을 세웠고, 1·2차 갑오개혁을 배후에서 조종하며 조선에 대한 정치, 경제적 침투를 강화했다. 이제 라이벌이었던 청나라마저 몰아내면서 일본은 본격적으로 조선에 마수(魔手)를 뻗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일본 앞에 새로운 강적이 등장했다. 바로 극동아시아로의 남하(南下) 정책을 추진하고 있던 러시아였다. 러시아는 일본이 요동 반도를 점령하며 극동아시아의 강자로 부상하는 것을 크게 우려했다. 이에 러시아는 유럽의 독일, 프랑스를 끌어들여 일본을 압박하는 '삼국 간섭'을 단행했다. 삼국 간섭의 핵심은 일본이 요동 반도를 청나라에 되돌려 주라는 것이었다. 일본에게 있어 이는 대단히 굴욕적인 요구였다. 청일 전쟁에서 어렵게 승리를 거둬 쟁취한 성과물을 아무 조건 없이 내놓으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요동 반도를 돌려주게 되면 조선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도 줄어들게 되고, 한반도의 주도권은 러시아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삼국 간섭을 수용했다. 굴욕적이지만 러시아 뿐만이 아닌 독일, 프랑스라는 초강대국들을 적으로 돌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일본은 요동 반도를 청나라에게 반환했고, 한창 잘 나가던 일본의 기세는 제대로 꺾였다. 한편, 고종과 민비는 이 같은 국제 정세를 주의 깊게 목도(目睹)하고 있었다. 그동안 청나라를 등에 업고 권력을 유지했던 민비는 이제 일본도 가볍게 굴복시켜버리는 러시아라는 더욱 든든한 뒷배를 발견한 셈이었다. 이에 고종과 민비는 러시아를 끌어들여 일본을 배격하는 '인아거일책'(引俄拒日策)을 추진한다. 특히 3차 갑오개혁 때 이완용, 이범진, 민영환 등 친러·친미 성향의 정동파(貞洞派)를 중용했고, 1·2차 갑오개혁을 주도한 박영효 및 어윤중, 김가진 등 친일파 관료들을 제거해나갔다. 또한 고종은 기존 일본군 장교가 맡고 있던 훈련대 대신 다이 장군 등 미국 군사 교관들에 의해 훈련 받은 군인들인 '시위대'(侍衛隊)가 궁궐 호위를 담당하도록 했다. 이 당시 조선의 중앙군은 시위대와 훈련대로 양분된 상태였다. 이처럼 조정에서 친러파 등이 득세하고 러시아의 영향력이 증대되면서 일본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 그렇게 공을 들였던 조선 침탈이 완전히 좌절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그러자 일본은 세계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매우 극악무도한 반전(反轉)을 모색하게 된다. ■여우사냥 모의 일본은 친러파 득세 및 친일파 몰락이라는 조정의 세력 구도를 좌지우지하는 '원흉'(元兇)으로 민비를 지목했다. 더 나아가 민비가 없어져야 다시금 자신들의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민비 제거 작전을 구체적으로 모의하게 된다. 작전명은 '여우사냥'. 한 나라의 왕비를 서슴없이 동물에 비유한 것이다. 표면적으로 이 작전을 주도한 인물은 1895년 9월에 새로운 일본 공사로 조선에 부임한 미우라 고로와 전임자인 이노우에 가오루였다. 우선 미우라 고로는 일본 육군 중장 출신으로 암살 전문가로 여겨졌다. 이노우에 가오루는 문관 출신이자 일본 정계의 거물이었다. 이노우에 가오루가 미우라 고로를 새로운 일본 공사로 적극 추천했고,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일본 공사관에서 민비 제거를 위한 밀실 모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한 나라의 왕비를 제거하는데 고작 이 두 사람만이 모의, 실행했을 리는 없었다. 이노우에 가오루는 당시 일본의 수상 격이었던 이토 히로부미에게 재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더 나아가 일왕(日王)도 이를 인지하고 승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민비 제거 작전의 핵심은 일본이 주도적으로 이를 실행하지만, 마치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었다. 고심 끝에 미우라 등은 민비의 오랜 정적(政敵)이었던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과 조선인 훈련대를 끌어들여 이들에게 책임을 덮어 씌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우선 훈련대의 1대대장 우범선과 2대대장 이두황, 전 군부협판 이주회 등을 포섭했다. 작전이 시행되면 훈련대는 일본 공사관이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일본은 흥선대원군에게 찾아가 '국태공(國太公) 전하'라고 높여 부르면서, 대원군 세력 중용 등을 내세우며 민비 제거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 대원군은 이 같은 일본의 제안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고령이었지만 정무 감각이 뛰어났던 대원군은 일본의 의도가 무엇인지 직감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대원군은 일단 협조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책임 전가용 포섭과 더불어 미우라는 한성신보(漢城新報) 사장인 아다치 겐조에게 상당한 자금을 주고 칼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일본인 낭인들을 동원하도록 했다. 다방면으로 수소문한 결과 동원된 낭인은 총 48명이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일본 극우(極右)의 성지라고 불리는 구마모토시 출신들이었다. 그런데 이 낭인들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낭인들이 아니었다. 이 중에는 일본 최고 대학인 동경대 출신, 기자 출신, 심지어 훗날 일본 내각의 요직에 임명되는 엘리트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어느 정도 준비가 완료된 일본은 최종적으로 작전 시행일을 10월 10일 새벽으로 정했다. 한편, 미우라는 작전 시행일 전에 조선 조정에서 눈치채지 못하도록 위장 전술도 구사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특히 미우라는 몇 일 동안을 밖에 나가지 않고 공사관 안에서 불경 만을 외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주변의 경계심을 대폭 완화시키기도 했다. ■을미사변 그런데 순조롭고 치밀하게 작전을 진행하던 일본에게 뜻밖의 걸림돌이 발생했다. 민비 주도로 훈련대의 무장 해제 및 해산 조치가 진행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훈련대는 일본인 교관이 훈련을 담당하고 있었고, 훈련대 대대장들은 민비 제거 작전에 일정 부분 협조하기로 포섭된 상태였다. 그런데 만약 훈련대 해산이 현실화되면 작전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았다. 시간에 쫓기게 된 일본은 결국 이틀을 앞당겨 작전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1895년 10월 8일 새벽에 을미사변은 일어나게 된다. 우선 당일 새벽 3시에 일본 낭인들은 흥선대원군이 머물고 있는 아소정(我笑亭)으로 갔다. 그 곳에서 잠자고 있던 대원군을 억지로 깨워 가마에 태운 후 신속히 경복궁으로 향했다. 일각에서는 이 날 대원군이 빨리 나타나 이른 시간에 작전이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일본의 의도를 직감한 대원군이 일부러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작전 시간이 상당히 지연됐다는 설도 존재한다. 아울러 훈련대와 수비대도 경복궁으로 진격했다. 이 때 훈련대 대대장들은 일본에 포섭된 상태였지만, 대부분의 훈련대 병사들은 그저 야간 훈련이 실시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이와 함께 미우라는 적지 않은 일본군도 동원해 경복궁을 포위했다. 마침내 새벽 5시에 대원군이 탄 가마가 광화문 앞에 도착하자 일본 낭인들과 훈련대, 일본군은 광화문의 빗장을 열고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일본 낭인들은 사전에 정보를 입수해 민비가 편전인 북쪽의 건청궁(乾淸宮)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일본 낭인들과 일본군이 건청궁으로 맹렬히 돌진하던 중에 훈련대연대장 홍계훈 부령과 군부대신 안경수 등이 이끄는 조선군 시위대와 교전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병사 10여 명과 홍계훈 부령이 전사했다. 이후 숙직 중이던 다이 장군과 시위대장 현흥택 부령의 지휘 하에 급히 소집된 조선군 시위대가 저항했지만 멀지 않아 무너졌다. 생포된 현흥택 부령은 일본 낭인들에게 수모를 겪으며 민비의 소재를 추궁당했지만,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뒤이어 다이 장군으로부터 훈련을 받은 시위대 제1대대장 이학균 참령이 연무공원에서 일본 낭인들을 공격하려다 저지당했다. 이로써 모든 저항을 물리친 일본 낭인들은 건청궁에 진입해 궁녀들을 겁박하며 민비가 어디에 있는 지를 집요하게 캐물었다. 궁녀들은 그저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를 뿐이었다. 심지어 낭인들은 고종의 침소에도 들어가 사전에 준비한 왕비 폐출조서(廢黜詔書)에 서명하라고 겁박하기도 했다. 고종이 이를 계속 거부하자 고종의 어깨와 팔을 붙잡고 끌고 다니거나 왕세자에게 칼을 휘둘렀다. 일개 타국 낭인들의 극악무도한 행위에 의해 힘없는 한 나라의 군왕과 조정은 철저하게 유린당했다. 이런 가운데 마침내 일본 낭인들은 건청궁 동쪽 곤녕합에서 민비를 발견했다. 그런데 일본 낭인들이 정확히 어떻게 민비를 찾아냈는지는 여러 설(說)들이 존재한다. 민비가 초상화 및 사진 찍기를 싫어했기 때문에 그녀의 얼굴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었고, 일본 낭인들도 민비의 얼굴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우선 궁내부대신 이경직이 민비 앞을 가로막자 자연스레 일본 낭인들이 민비를 찾게 됐다는 설이 있다. 또한 일본인 무수리 한 명이 민비의 정체를 알려줬다는 설도 있다. 가장 결정적인 설은 일본 낭인들이 아이를 낳은 민비와 그렇지 않은 궁녀들의 옷을 모두 벗긴 후 가슴 및 음부를 일일이 대조해가며 민비를 찾아냈다는 것이다. 이는 당시 일본 낭인들 중 한 명이었던 에조가 일본 정부에 올린 보고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민비를 찾아낸 일본 낭인들은 제대로 된 설명이 어려울 정도로 민비를 처참하게 능욕하고 난도질했다. 드라마와 달리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민비에게 일본 낭인 여러 명이 달려들어 칼을 휘두르고 짓밟았으며, 심지어 겁탈(劫奪)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살해한 후에는 칼자국 등의 증거를 없애기 위해 민비의 시신을 토막 내고 건청궁 동쪽 녹원 숲 속에서 불태워버렸다. 일본 공사 미우라는 민비가 시해당한 직후 건청궁으로 들어와 민비의 시신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이로써 일본의 천인공노할 작전명 '여우사냥', 을미사변은 일본 입장에서 매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사건 왜곡, 은폐 을미사변 이후 일본은 사건을 왜곡하고 은폐하는데 만전을 기했다. 을미사변과 관련해 일본이 내세운 최초의 공식적인 입장은 흥선대원군과 조선인 훈련대가 자행한 쿠데타이며, 고종의 요청에 의해 일본군이 파견돼 이를 진압했고 민비 시해는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은 친러파를 몰아내고 친일 성향의 4차 김홍집 내각을 출범시켰고, 이를 배후에서 조종하며 민비 폐위조칙을 발표하게 했다. 하지만 사건 현장에 있었던 다이 장군의 증언 등으로 인해 민비 시해가 일본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사실이 점차 알려지게 됐다. 이에 러시아와 미국 등은 분노했고, 각각 병사들을 동원해 일본을 겨냥한 무력 시위를 하는 한편 친일 성향의 4차 김홍집 내각을 인정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다른 나라의 공사관과도 연합해 대일 공동 전선을 꾸리는 모습도 보였다. 국제적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일본은 미우라 공사가 사건에 연루됐음을 시인했고, 미우라를 포함한 일본인 가담자들을 본국으로 송환해 수감했다. 또한 전임 공사였던 이노우에를 왕실 위문사(慰問使)로 파견했고, 일본군 철수 및 대한불간섭 성명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조치에 불과했다. 얼마 안 가 친러·친미 성향의 정동파들이 친일 내각을 쫓아내려 한 '춘생문(春生門) 사건'이 발생하자 일본은 표변(豹變)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혼란스러운 사건에 자신들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이 개입됐다고 역공을 가함과 동시에 을미사변 책임에서도 교묘히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에 따라 앞서 본국으로 송환, 수감됐던 미우라 및 낭인들을 증거 불충분의 명목으로 전원 무죄 석방시켰다. 한편, 마땅히 을미사변에 분노해 일본에 강력히 대응했어야 할 고종과 조정은 의외로 소극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고종은 민비의 죽음을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공식 발표했는데, 여기서 일본의 만행 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되레 흥선대원군을 물러나게 하고 일본에 비해 사건과 연관성이 적은 일부 사람들을 처형하는 선에서 사건을 덮으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을미사변은 고종과 조정으로 하여금 일본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갖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후 조선의 친일 내각은 을미사변에 따른 민중들의 반감을 무마하기 위해 단발령(斷髮令), 군제 개편, 소학교 설치 등 급진적인 내정 개혁을 추진한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2021-08-28 09:46:21【 뉴욕=정지원 특파원】 러시아 스캔들을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 3명이 기소되고 가택연금 처분이 내려진 가운데 백악관은 이번 일이 대통령과 무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10월3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은 지난해 미 대선 기간 중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캠프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폴 매너포트와 리처드 게이츠 부본부장, 그리고 트럼프의 외교정책고문을 지낸 조지 파파도폴로스 등 3인을 기소했다. 이들은 국익에 반하는 공모와 돈세탁, 불법 해외로비, 외국대행사등록법(FARA)과 관련한 거짓 진술, 금융계좌 미신고 등 12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CNBC는 트럼프 선거캠프와 러시아 정부간의 직접적인 공모는 기소 혐의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선거캠프 측근들이 기소됐다는 점에서 트럼프 진영에게는 커다란 정치적 타격으로 작용할 것으로 풀이했다. 뮬러 특검은 매너포트와 게이츠가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친러파 정당을 위해 일하며 수천만 달러의 보수를 받았고 2006년부터 적어도 2016년까지 1800만달러(약 200억원)가 넘는 액수의 자금을 세탁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또한 매너포트가 받은 보수를 미 국세청(IRS)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게이츠 역시 매너포트의 자금 송금을 도우며 본인도 수백만 달러를 챙겼으며 자금 미신고 등과 관련, 허위 진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출두한 매너포트와 게이츠는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두 사람이 도주 우려가 있다며 매너포트와 게이츠에게 각각 보석금 1000만달러와 500만달러에 달하는 보석금을 책정하고 가택연금을 명했다. 트럼프 대선캠프에서 외교정책 고문을 지낸 파파도폴로스는 미 연방수사국(FBI)에 허위 진술을 한 죄로 기소명단에 포함됐다. 파파도폴로스는 지난해 4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타격이 될 정보를 얻기 위해 러시아 인사와 접촉한 뒤 이와 관련된 FBI의 조사 때 회동의 성격에 대해 허위 진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매너포트 등에 러시아 정부와 공모 혐의가 적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파파도폴로스의 거짓진술이 러시아 정부와의 내통 의혹을 밝혀낼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파도폴로스가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는 대가로 형량을 줄이는 '플리바겐(plea bargain)'을 수락했다는 점도 트럼프 진영에게는 결코 달가운 소식이 아니라고 법률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번 기소와 관련,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관련 없는 일"이라며 극구 부인하고 나섰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기소는 트럼프 대통령과 진영과 상관없는 일이며,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jjung72@fnnews.com
2017-10-31 17:09:12【뉴욕=정지원 특파원】 러시아 스캔들을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 3명이 기소되고 가택연금 처분이 내려진 가운데 백악관은 이번 일이 대통령과 무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10월3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은 지난해 미 대선 기간 중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캠프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폴 매너포트와 리처드 게이츠 부본부장, 그리고 트럼프의 외교정책고문을 지낸 조지 파파도폴로스 등 3인을 기소했다. 이들은 국익에 반하는 공모와 돈세탁, 불법 해외로비, 외국대행사등록법(FARA)과 관련한 거짓 진술, 금융계좌 미신고 등 12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CNBC는 트럼프 선거캠프와 러시아 정부간의 직접적인 공모는 기소 혐의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선거캠프 측근들이 기소됐다는 점에서 트럼프 진영에게는 커다란 정치적 타격으로 작용할 것으로 풀이했다. 뮬러 특검은 매너포트와 게이츠가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친러파 정당을 위해 일하며 수천만 달러의 보수를 받았고 2006년부터 적어도 2016년까지 1800만달러(약 200억원)가 넘는 액수의 자금을 세탁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또한 매너포트가 받은 보수를 미 국세청(IRS)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게이츠 역시 매너포트의 자금 송금을 도우며 본인도 수백만 달러를 챙겼으며 자금 미신고 등과 관련, 허위 진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출두한 매너포트와 게이츠는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두 사람이 도주 우려가 있다며 매너포트와 게이츠에게 각각 보석금 1000만달러와 500만달러에 달하는 보석금을 책정하고 가택연금을 명했다. 트럼프 대선캠프에서 외교정책 고문을 지낸 파파도폴로스는 미 연방수사국(FBI)에 허위 진술을 한 죄로 기소명단에 포함됐다. 파파도폴로스는 지난해 4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타격이 될 정보를 얻기 위해 러시아 인사와 접촉한 뒤 이와 관련된 FBI의 조사 때 회동의 성격에 대해 허위 진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매너포트 등에 러시아 정부와 공모 혐의가 적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파파도폴로스의 거짓진술이 러시아 정부와의 내통 의혹을 밝혀낼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파도폴로스가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는 대가로 형량을 줄이는 ‘플리바겐(plea bargain)'을 수락했다는 점도 트럼프 진영에게는 결코 달가운 소식이 아니라고 법률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번 기소와 관련,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관련 없는 일”이라며 극구 부인하고 나섰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기소는 트럼프 대통령과 진영과 상관없는 일이며,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소된 혐의는 매너포트가 대선 캠프에 참여하기 전의 일들”라며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야말로 러시아와의 공모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특검측은 “이번 기소는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수사의 작은 부분”이라고 밝혀 앞으로 추가 기소가 있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jjung72@fnnews.com
2017-10-31 14:44:10무디스, 우크라이나·그리스 등 7개국 '위험' 【 뉴욕=정지원 특파원】 미국령 푸에르토리코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에 직면하자 디폴트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고 USA투데이가 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Caa1'보다 낮은 국가는 7개국에 달한다. 'Caa'는 디폴트 가능성이 있는 등급을 의미한다. 이보다 1단계 낮은 'Ca'는 '디폴트 임박', 2단계 밑의 'C'는 '디폴트'로 평가된다. 신용등급이 위험수위로 평가된 7개 국가들 중 우크라이나의 신용등급은 현재 'Ca'다. 우크라이나는 총 700억달러(약 81조7000억원)에 달하는 민간 부채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할 상황에 직면해있다. 우크라이나 국채 금리는 50%를 넘어선 상태이다. 지난해 혁명으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물러나고 친서방 정부가 들어선 우크라이나는 동부지역의 친러파 분리주의자들과의 내전이 지속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는 2012년 이후 23% 급감했고 물가상승률은 가파르게 뛰어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달 초 우크라이나에 구제금융 분할금 17억달러를 긴급 수혈하면서 국가부도 위기를 한차례 모면했으나 여전히 위험은 남아있는 상태다. 무디스가 디폴트 가능 국가로 지명한 나라는 우크라이나 외에 벨로루시, 아르헨티나, 자메이카, 벨리즈, 베네수엘라, 그리스 등이다. 이들 국가들은 엄청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자메이카와 그리스의 경우,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보다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메이카의 국가 채무는 GDP의 132.8%나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술적 디폴트'를 선언한 아르헨티나의 소비자 물가(CPI)는 작년 말 24%를 기록하는 등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속 물가 상승)이 심각한 상황이다. 원유 수출에 소득의 94%를 의존하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4·4분기 유가 급락으로 경상 적자가 심각한 상황이며 지난해 말 연간 대비 세계 최고의 물가상승률(68.5%)을 기록했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달러 현금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는 국영 석유회사 페데베사가 미국 정유회사 엑슨모빌과 공동 소유하고 있던 미국 정유공장을 3억2200만달러에 팔았다. 시장에서는 베네수엘라의 내년 디폴트 가능성을 50% 넘게 보고있다. jjung72@fnnews.com
2015-08-09 16:54:22【 뉴욕=정지원 특파원】 미국령 푸에르토리코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에 직면하자 디폴트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고 USA투데이가 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Caa1'보다 낮은 국가는 7개국에 달한다. 'Caa'는 디폴트 가능성이 있는 등급을 의미한다. 이보다 1단계 낮은 'Ca'는 '디폴트 임박', 2단계 밑의 'C'는 '디폴트'로 평가된다. 신용등급이 위험수위로 평가된 7개 국가들 중 우크라이나의 신용등급은 현재 'Ca'다. 우크라이나는 총 700억달러(약 81조7000억원)에 달하는 민간 부채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할 상황에 직면해있다. 우크라이나 국채 금리는 50%를 넘어선 상태이다. 지난해 혁명으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물러나고 친서방 정부가 들어선 우크라이나는 동부지역의 친러파 분리주의자들과의 내전이 지속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는 2012년 이후 23% 급감했고 물가상승률은 가파르게 뛰어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달 초 우크라이나에 구제금융 분할금 17억달러를 긴급 수혈하면서 국가부도 위기를 한차례 모면했으나 여전히 위험은 남아있는 상태다. 무디스가 디폴트 가능 국가로 지명한 나라는 우크라이나 외에 벨로루시, 아르헨티나, 자메이카, 벨리즈, 베네수엘라, 그리스 등이다. 이들 국가들은 엄청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자메이카와 그리스의 경우,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보다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메이카의 국가 채무는 GDP의 132.8%나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술적 디폴트'를 선언한 아르헨티나의 소비자 물가(CPI)는 작년 말 24%를 기록하는 등 스태그플레이션이 심각한 상황이다. 원유 수출에 소득의 94%를 의존하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4·4분기 유가 급락으로 경상 적자가 심각한 상황이며 지난해 말 연간 대비 세계 최고의 물가상승률(68.5%)을 기록했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달러 현금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는 국영 석유회사 페데베사가 미국 정유회사 엑슨모빌과 공동 소유하고 있던 미국 정유공장을 3억2200만달러에 팔았다. 시장에서는 베네수엘라의 내년 디폴트 가능성을 50% 넘게 보고있다. 그리스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구제금융에도 경제가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구가 36만명에 불과한 중미의 벨리즈 또한 신용등급이 'Caa2'로 불안한 상태다. jjung72@fnnews.com
2015-08-09 14:3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