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해군특수전단(UDT) 출신 이근(사진) 전 대위가 국군포로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10일 온라인 등에 따르면 이근 전 대위는 유튜브 채널의 커뮤니티에 “친북 정권이 국군 포로 상황을 인정하지 않아 다수 국민들도 눈치를 본다”며 지난 3일 89세를 일기로 별세한 국군포로 고(故) 허재석씨의 부고 기사를 링크했다. 허씨는 1953년 7월 강원도 금성 전투에서 다쳐 중공군에게 붙잡혔다가 북한에 넘겨졌으나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후 함경북도 아오지 탄광에서 강제 노역을 하다 2000년 7월 북한을 탈출해 여생을 보내다 지난 3일 한국에서 사망했다. 이 전 대위는 “국군 포로에 대해 어떠한 노력이나 언급도 하지 않는다는 현실이 참 어이가 없다”며 한국과 미국을 비교했다. 그는 “미국은 매년 9월에 국군포로·전쟁 실종자 인식날(POW/MIA RECOGNITION DAY)이 있다”며 “(이 날에는) POW/MIA 깃발은 미국의 군, 경찰, 소방, 기타 정부 건물들과 백악관에도 게양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위는 “대한민국은 6.25 전쟁 때 수많은 군인들과 국민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나라임에도 우리는 포로로 잡혀 아직도 북한에 살아 계신 분들을 제대로 잊었다”며 “그냥 버렸다. 그게 우리의 현실이고, 현재의 사회”라고 했다. 이 전 대위는 앞서 사단법인 물망초와 함께 실화를 바탕으로 단편 영화 ‘국군포로’를 제작해 유튜브에 공개하기도 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2021-11-10 06:40:24북한은 분단 이래 수십년 동안 우리나라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시도를 해왔다. 주로 이용해온 건 안보불안을 일으키기 위한 무력도발 감행이다. 포 사격부터 미사일 발사, 핵실험, 때로는 국지전을 벌여 전쟁의 공포를 일으키려 했다. 이에 우리는 때론 국론분열을 겪으며 북한의 불순한 의도에 말려들기도 했다. 그동안 남한은 진보와 보수 정권이 번갈아 들어서며 북한과 대화에 나서기도, 강경일변도 대북정책을 펴기도 했다. 현재도 북한은 여전히 핵.미사일을 고도화시키며 무력도발을 일삼아 한반도 안보정세의 불안감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남한 내 안보 불안감 조성과 사회 분열 획책은 물론, 나아가 미국과의 핵군축협상을 벌여 정치적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해서다. 이를 위한 교두보로 최근 북한은 일본에 손을 내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를 등에 업은 건 물론이다. 우리나라는 '주적'이라 규정하며 거리를 두고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를 한반도 문제에서 고립시킴으로써 북핵 정국의 주도권을 쥐려는 것이다.■러 밀착 탄도미사일 고도화…'트럼프 협상' 노려 26일 외교가 등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이어오고 있다. 군사협력을 맺은 러시아의 기술자문을 받아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다. 위성발사기술은 탄도미사일과 같은 원리라는 점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고도화의 연장선이다. 곧 이어 고체연료 ICBM 고각발사 도발도 감행했다. 올해 들어선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북러 군사협력 이후 첫 굵직한 도발이 정찰위성이라는 것, 이후 탄도미사일 발사를 이어왔다는 대목에서 북한의 무기체계 개발의 주된 목표는 우리나라보다 미국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사거리로 보면 ICBM은 미 본토, IRBM은 괌 등 미군 기지, SRBM은 전북 군산 주한미군 제8전투비행단으로 추측된다. ICBM 발사 당시 북측은 도발 배경으로 한미 핵협의그룹(NCG)과 미 핵잠수함 미주리함 한반도 전개를 지목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을 의식하고 도발을 했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올해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했을 때 핵군축협상을 끌어내려 한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러 차례 정상회담을 벌인 적이 있고, 이번 대선 기간에도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대북 협상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능력을 경계하고 있다. 그레고리 기요 미 북부사령관 겸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관은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ICBM은 미 전역에 핵탄두를 보낼 추진력을 갖췄고, 러시아의 지원으로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전망을 담았다. 이런 인식 때문인지 미 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과 별개로 우회적으로 핵군축협상 여지를 남기고 있다. 정 박 미 국무부 대북고위관리는 북한 비핵화에 대해 '중간단계'를 거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냈다. 북한은 이를 의식한 듯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 실시에도 무력도발에 나서지 않았고, FS 종료 후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날에 맞춰 SRBM 발사 도발을 감행했다. 미 행보에 따라 도발의 수위와 시기를 조절하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핵무기 개발 프로세스를 올해 내내 촘촘하게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국지적 도발을 해 긴장을 조성하는 것과 결이 다르다"며 "미 대선이 다가오면 정찰위성 추가 발사와 고체연료 ICBM 발사 등으로 미국에 존재감을 보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등에 업고, 일본 다가가고…韓 배제 의도 북한이 존재감을 키우는 또 다른 시도는 중국과 일본에 다가가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에 전통적인 우방국이지만 동시에 통제를 가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일본은 북한의 위협인 한미일 공조를 깨뜨릴 틈이자 미국과의 협상을 끌어낼 매개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를 중국과의 친선의 해로 선포했다.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을 기회로 삼아 군사협력을 맺는 데 성공했지만, 중국은 경제회복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관계회복을 도모하고 있는 터라 거리를 좁히기 어려운 상황이라서다. 북한으로선 러시아와 함께 중국도 확실히 배후에 둬야 미국이 협상에 나서게 만드는 압박을 만들 수 있다. 또 미국으로 하여금 정치적인 핵보유국 인정을 받는 데 실패할 경우 차안으로 중러를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얻을 수 있다. 이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을 두고 자체적인 핵우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핵보유국 지위를 부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북중이 북러만큼 가까워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러가 전격 군사협력을 맺었듯 중국은 대만 침공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이는 미일이 최근 방위조약 개편에 나설 만큼 실체적인 위험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중국에 김성남 국제부장 등 고위급을 보냈다. 북중 고위급 회담을 거쳐 북중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북러 군사협력의 경우와 유사하게 대만 침공을 위한 밀착이 이뤄질 수도 있다. 북한은 동시에 일본과의 대화에 운을 띄우고 있다. 일본 정부가 납북자 문제를 위해 매번 제의했던 북일정상회담에 대해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여지를 남겼다. 이어서 김 부부장은 일측에서 정상회담 제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부인하긴 했지만, 북일회담 가능성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북한을 둘러싼 외교관계에서 우리나라는 배제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이 우리나라와의 통일은 없고 주적이라 규정하면서 중·러, 미·일과의 관계를 펼쳐서다. 과거처럼 단순 무력도발이 아닌 한반도 문제에서의 외교적 고립을 유도해 국론분열을 일으키려는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북한은 우리나라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해왔지만 분단이 수십년 이어지면서 북한의 직접적인 언행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면역이 생겼다. 하지만 중국 등은 다르다"며 "때문에 북한의 중·러와 미·일에 대한 외교행보는 우리나라에 대한 영향력을 끼치려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북한 '韓 배제' 현실화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대로 국제정세가 흐를 가능성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때문에 북한의 외교적 압박이 이번 총선, 이후의 선거에도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우선 북미 담판이든 북일 회담이든 한미일 협력이 공고화된 상황에서 한국이 배제될 만한 압도적 이익을 제시할 능력이 북한에는 없다는 분석이다. 북핵 위협은 한미일 모두 이해관계가 얽힌 중요한 현안으로, 트럼프 정부 2기가 들어서더라도 달리 판단할 여지는 없다. 북일 간에는 해결되기 어려운 납북자 문제가 있어 별도로 의제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 북중러 협력은 진행되겠지만, 중국이 미중 패권경쟁에 큰 자극이 될 것임에도 무리하게 북한과 전적으로 연대할 가능성은 작다. 미중은 이미 경제적인 이유로 서로 디커플링은 불가능하다고 인정하고 어느 정도의 관계를 쌓아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의 총선 책동'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미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한미동맹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의 실현가능성 없는 '외교 공갈'이 총선에 끼칠 영향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이제는 예전 같은 북풍(北風)이라는 개념보다는, 총선과 관계없이 북한이 한국을 패싱하려는 시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접근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벌어지는 것"이라며 "북한과의 대화 혹은 한미 공조로 대북 압박을 더해야 한다는 의견이 부딪히는 구도"라고 했다. ■北 뒤에선 가짜뉴스·해킹 공작 북한이 대외적으로는 우리나라를 패싱하는 행보를 보이지만, 다른 한편에선 해킹조직을 동원해 총선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 외교 공갈 압박을 통한 국론분열을 가짜뉴스로 극대화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은 해킹조직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가상자산 탈취와 기반시설 마비 등이 기본적인 임무이지만, 시기상 선거 개입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는 우리 총선을 비롯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선거를 치르는 '슈퍼선거의 해'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가짜뉴스를 확산시키는 구체적인 정황이 알려지진 않았다. 다만 국정원은 북한 문화교류국과 정찰총국이 중국 등 해외를 거점으로 다수의 댓글을 달거나 친북 성향 매체 기사를 지속적으로 소개해 정부 불신을 조장하는 공작을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원이 공식적으로 밝힌 중국 언론 홍보업체가 국내 언론사처럼 위장한 웹사이트 38곳도 이런 공작에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북·중이 여론조작에 쓰기 위한 웹사이트들을 다수 개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최근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악용한 가짜뉴스가 선거에 끼치는 영향을 지목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북한을 겨냥해 "다른 나라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세력들에 대해서도 엄격히 법을 집행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함께 공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조작된 연설영상이 SNS에 퍼지자 신속히 차단하고 메타(전 페이스북)와 백악관 등 미측과 가짜뉴스 대응 협력을 주도한 바 있다. 이처럼 기민하게 대응한 건 북한의 해킹기술 수준을 고려했을 때 딥페이크 등을 활용한 가짜뉴스 공작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3-26 18:00:24[파이낸셜뉴스] 북한은 분단 이래 수십년 동안 우리나라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시도를 해왔다. 주로 이용해온 건 안보불안을 일으키기 위한 무력도발 감행이다. 포 사격부터 미사일 발사, 핵실험, 때로는 국지전을 벌여 전쟁의 공포를 일으키려 했다. 이에 우리는 때론 국론분열을 겪으며 북한의 불순한 의도에 말려들기도 했다. 그동안 남한은 진보와 보수 정권이 번갈아 들어서며 북한과 대화에 나서기도, 강경일변도 대북정책을 펴기도 했다. 현재도 북한은 여전히 핵·미사일을 고도화시키며 무력도발을 일삼아 한반도 안보정세의 불안감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남한내 안보 불안감 조성과 사회 분열 획책은 물론 나아가 미국과의 핵군축협상을 벌여 정치적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해서다. 이를 위한 교두보로 최근 북한은 일본에 손을 내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를 등에 업은 건 물론이다. 우리나라는 ‘주적’이라 규정하며 거리를 두고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를 한반도 문제에서 고립시킴으로써 북핵 정국의 주도권을 쥐려는 것이다. ■러 밀착 탄도미사일 고도화..‘트럼프 협상’ 노려 26일 외교가 등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이어오고 있다. 군사협력을 맺은 러시아의 기술자문을 받아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다. 위성 발사 기술은 탄도미사일과 같은 원리라는 점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고도화의 연장선이다. 곧 이어 고체연료 ICBM 고각발사 도발도 감행했다. 올해 들어선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북러 군사협력 이후 첫 굵직한 도발이 정찰위성이라는 것, 이후 탄도미사일 발사를 이어왔다는 대목에서 북한의 무기체계 개발의 주된 목표는 우리나라보다 미국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사거리로 보면 ICBM은 미 본토, IRBM은 괌 등 미군 기지, SRBM은 전북 군산 주한미군 제8전투비행단으로 추측된다. ICBM 발사 당시 북측은 도발 배경으로 한미 핵협의그룹(NCG)과 미 핵잠수함 미주리함 한반도 전개를 지목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을 의식하고 도발을 했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올해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했을 때 핵군축협상을 끌어내려 한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러 차례 정상회담을 벌인 적이 있고, 이번 대선 기간에도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대북 협상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능력을 경계하고 있다. 그레고리 기요 미 북부사령관 겸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관은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ICBM은 미 전역에 핵탄두를 보낼 추진력을 갖췄고, 러시아의 지원으로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전망을 담았다. 이런 인식 때문인지 미 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과 별개로 우회적으로 핵군축협상 여지를 남기고 있다. 정 박 미 국무부 대북고위관리는 북한 비핵화에 대해 ‘중간단계’를 거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냈다. 북한은 이를 의식한 듯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 실시에도 무력도발에 나서지 않았고, FS 종료 후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날에 맞춰 SRBM 발사 도발을 감행했다. 미 행보에 따라 도발의 수위와 시기를 조절하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핵무기 개발 프로세스를 올해 내내 촘촘하게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국지적 도발을 해 긴장을 조성하는 것과 결이 다르다”며 “미 대선이 다가오면 정찰위성 추가 발사와 고체연료 ICBM 발사 등으로 미국에게 존재감을 보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등에 업고, 일본 다가가고..韓 배제 의도 북한이 존재감을 키우는 또 다른 시도는 중국과 일본에 다가가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에게 전통적인 우방국이지만 동시에 통제를 가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일본은 북한의 위협인 한미일 공조를 깨뜨릴 틈이자 미국과의 협상을 끌어낼 매개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를 중국과의 친선의 해로 선포했다.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을 기회로 삼아 군사협력을 맺는 데 성공했지만, 중국은 경제회복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관계회복을 도모하고 있는 터라 거리를 좁히기 어려운 상황이라서다. 북한으로선 러시아와 함께 중국도 확실히 배후에 둬야 미국이 협상에 나서게 만드는 압박을 만들 수 있다. 또 미국으로 하여금 정치적인 핵보유국 인정을 받는 데 실패할 경우 차안으로 중러를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얻을 수 있다. 이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을 두고 자체적인 핵우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핵보유국 지위를 부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북중이 북러만큼 가까워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러가 전격 군사협력을 맺었듯, 중국은 대만 침공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이는 미일이 최근 방위조약 개편에 나설 만큼 실체적인 위험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중국에 김성남 국제부장 등 고위급을 보냈다. 북중 고위급 회담을 거쳐 북중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북러 군사협력의 경우와 유사하게 대만 침공을 위한 밀착이 이뤄질 수도 있다. 북한은 동시에 일본과의 대화에 운을 띄우고 있다. 일본 정부가 납북자 문제를 위해 매번 제의했던 북일정상회담에 대해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여지를 남겼다. 이어서 김 부부장은 일측에게서 정상회담 제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부인하긴 했지만, 북일회담 가능성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북한을 둘러싼 외교관계에서 우리나라는 배제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이 우리나라와의 통일은 없고 주적이라 규정하면서 중러, 미일과의 관계를 펼쳐서다. 과거처럼 단순 무력도발이 아닌 한반도 문제에서의 외교적 고립을 유도해 국론분열을 일으키려는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북한은 우리나라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해왔지만 분단이 수십년 이어지면서 북한의 직접적인 언행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면역이 생겼다. 하지만 중국 등은 다르다”며 “때문에 북한의 중러와 미일에 대한 외교행보는 우리나라에 대한 영향력을 끼치려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북한 '韓 배제' 현실화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대로 국제정세가 흐를 가능성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때문에 북한의 외교적 압박이 이번 총선, 이후의 선거에도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우선 북미 담판이든 북일회담이든 한미일 협력이 공고화된 상황에서 한국이 배제될 만한 압도적 이익을 제시할 능력이 북한에게는 없다는 분석이다. 북핵 위협은 한미일 모두 이해관계가 얽힌 중요한 현안으로, 트럼프 정부 2기가 들어서더라도 달리 판단할 여지는 없다. 북일 간에는 해결되기 어려운 납북자 문제가 있어 별도로 의제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 북중러 협력은 진행되겠지만, 중국이 미중 패권경쟁에 큰 자극이 될 것임에도 무리하게 북한과 전적으로 연대할 가능성은 적다. 미중은 이미 경제적인 이유로 서로 디커플링은 불가능하다고 인정하고 어느 정도의 관계를 쌓아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의 총선 책동’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미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한미동맹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의 실현가능성 없는 ‘외교 공갈’이 총선에 끼칠 영향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홍 실장은 “이제는 예전 같은 북풍(北風)이라는 개념보다는, 총선과 관계없이 북한이 한국을 패싱하려는 시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접근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벌어지는 것”이라며 “북한과의 대화 혹은 한미 공조로 대북 압박을 더해야 한다는 의견이 부딪히는 구도”라고 했다. ■北 뒤에선 가짜뉴스·해킹 공작 북한이 대외적으로는 우리나라를 패싱하는 행보를 보이지만, 다른 한편에선 해킹조직을 동원해 총선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 외교 공갈 압박을 통한 국론분열을 가짜뉴스로 극대화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은 해킹조직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가상자산 탈취와 기반시설 마비 등이 기본적인 임무이지만, 시기상 선거 개입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는 우리 총선을 비롯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선거를 치르는 ‘슈퍼선거의 해’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가짜뉴스를 확산시키는 구체적인 정황이 알려지진 않았다. 다만 국정원은 북한 문화교류국과 정찰총국이 중국 등 해외를 거점으로 다수의 댓글을 달거나 친북 성향 매체 기사를 지속적으로 소개해 정부 불신을 조장하는 공작을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원이 공식적으로 밝힌 중국 언론 홍보업체가 국내 언론사처럼 위장한 웹사이트 38곳도 이런 공작에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북중이 여론조작에 쓰기 위한 웹사이트들을 다수 개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최근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악용한 가짜뉴스가 선거에 끼치는 영향을 지목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북한을 겨냥해 “다른 나라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세력들에 대해서도 엄격히 법을 집행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함께 공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조작된 연설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지자 신속히 차단하고 메타(전 페이스북)와 백악관 등 미측과 가짜뉴스 대응 협력을 주도한 바 있다. 이처럼 기민하게 대응한 건 북한의 해킹기술 수준을 고려했을 때 딥페이크 등을 활용한 가짜뉴스 공작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3-26 10:48:15[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대표 후보에 이름을 올린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이 비례후보로 등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친북·반미 성향' 단체 출신이라는 점을 문제 삼아 논란이 된 지 하루 만이다. 전 위원은 12일 입장문을 통해 "윤석열 정권 심판을 바라는 국민들께 일말의 걱정이나 우려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국민후보를 사퇴한다"고 밝혔다. 전 위원은 "제가 국민후보 경선에 도전하게 된 것은 불평등 해소와 소외계층, 약자를 위한 후보를 선발한다는 것 때문이었다"며 "청년이 주도하는 정치,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보여드리고 싶었고, 저의 도전으로 22대 국회가 세대 다양성 국회, 젊은 국회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앞서 전 위원은 지난 10일 공개 오디션을 통해 시민사회 몫으로 추천된 비례 후보 4명 중 1등을 차지했다. 전 위원은 "정말 뜻밖의 결과로 1등을 하게 됐다. 그러나 국민후보 오디션이 끝나자마자 보수언론들은 저를 '종북, 반미단체 출신'이라며 낙인 찍었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한미연합훈련 반대,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던 단체 대표 출신', '노골적인 종북 인사'라며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국민경선의 취지를 폄훼했다"고 지적했다. 전 위원은 "낡은 색깔론을 꺼내들어 청년의 도전을 왜곡하는 국민의힘에 분노한다. 정말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전 위원은 "검찰독재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의 생명·생존·안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재벌 대기업 그리고 미국, 일본편만 드는 그들이 오직 '반미' '종북' 프레임에 기대어 모든 폭정을 감추려하고 있다"며 "평화를 바라는 시민사회의 활동은 마녀사냥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전 위원은 "필요하다면 사회적 토론을 하면된다. 심판당해야 할 국민의 힘이 오히려 칼을 꺼내들어 시민사회를 공격하고, 우리 사회 진보와 개혁을 가로막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 의원은 "정의와 상식, 강력한 연대의 힘으로 윤석열정권에 맞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22대 총선은 반드시 검찰독재 윤석열 정권심판 총선이 되어야 한다"며 "민주진보시민사회의 연합정치 성과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2024-03-12 11:48:55"민주화운동 세력은 이미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 지난 1월 31일 열린 '운동권 정치세력의 역사적 평가' 토론회에서 민주화운동동지회 함운경 회장의 첫 발언이었다. "민주화운동 경력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했다는 명예와 역사성을 인정받는 자부심은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보상이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무슨 보상을 바라고 민주화운동에 투신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너는 그때 뭐했느냐고 타인을 질타할 권리 또한 없다는 게 함 회장의 생각이다. 따지고 보면 민주화운동 자체나 민주화운동 투신 경력이 문제일 수는 없다. "민주화운동을 하신 분들의 헌신과 용기에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다"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말에 공감한다. 따라서 싸잡아 운동권이 아니라 운동권 정치 그리고 그것이 현재의 대한민국에 끼치는 해악의 청산을 말해야 한다. '운동권' 청산보다 '운동권 정치' 청산이 바른 인식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운동권 정치의 해악으로 우선 꼽아야 할 것은 친북·종북적, 반대한민국적 세계관이다. 토론회에서 '운동권 정치세력의 반칙과 타락'을 발제한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1980년대 운동권 정체성의 모태는 근현대 역사관, 특히 (왜곡된) 대한민국관이라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친일파와 미국에 의해 태어난, 태생이 잘못된 종자라는 것"이다. 대학생 시절에 이식된 운동권 철학의 강고함에 갇혀 있는 운동권 정치세력의 기본적 세계관이다. 김 소장은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를 반대하는 운동을 민주화운동으로 포장하는 행태를 날카롭게 질타"하지 못한 게 문제라고 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민주화운동과 하등 인연이 없다. 하지만 '우리 북한 주민들'에 이어 "(김정은의) 선대들, 우리 북한의 김정일·김일성 주석의 노력들이 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라는 발언을 한 바 있다. 6·25는 "크고 작은 군사충돌의 결과"라고도 했다. 일종의 "말버릇"이라면 친북 운동권의 말버릇 그대로이다. "북의 전쟁관은 정의의 전쟁관"으로서 "그 전쟁관도 수용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국회의원이 주최한 토론회 석상에서 공개적으로 나온 발언이다. 정치권을 광범위하게 오염시킨 종북적 세계관과 그에 바탕을 두고 있는 운동권 정치 청산이 필요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시대적 지진아'(함운경)라는 표현처럼 이들은 민주화 이후에도 광우병 촛불집회 같은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벌이고 있다. 독립한 지 오래인데도 독립운동, 친일파 청산이나 반일·반미 운동을 선동한다. 여전히 민주화운동 요구가 있다고 해야 자신들의 존재가치가 올라간다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작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검찰독재를 외치는 정치권 일각의 뿌리를 알 수 있는 진단이다. 독재 대 민주, 친일 대 반일, 자본 대 노동의 이분법적 정치행태는 우리 사회를 분열과 적대로 고통스럽게 한다. 이런 점에서도 운동권 정치 청산은 필요하다. 한국은 내적으로 성장동력 저하, 인구 감소, 세대 및 진영 갈등의 심화를 겪고 있다. 외적으로는 미중 대결의 심화 속에 국제분쟁이 늘어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대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낡은 이념과 이익 중심 운동권 카르텔의 지속은 한국의 미래 대응에 있어서 치명적인 문제를 낳고 있다. 이들을 대체할 세력 교체, 정치 교체의 길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토론회의 결론이었다. 청산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은 어딘가 으스스하다. 살벌하기도 하다. 실제 우리 역사에서 청산의 쓰임새가 그런 것이었다. 친일파 청산, 빨갱이 청산, 반동분자 청산 등. 적폐청산이라는 직전 정권의 광풍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운동권 정치 청산은 다르다.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이 척결 대상이어서가 아니다. 아무리 비싼 명품 패딩이라도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벗어야 하는게 자연의 순리다. 4월 총선은 완연한 봄날 치러진다. 겨울을 견디는 데 필요했던 운동권 정치 청산에 딱 좋은 계절이 아닐 수 없다. dinoh7869@fnnews.com
2024-02-21 18:34:37새해 들어 북한의 태도가 거칠다. 지난 5일 서해 북방한계선 해상완충구역에서 백령도·연평도 방향으로 포탄 200여발을 난사하더니, 13일 중거리급 탄도미사일까지 쏴 올렸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한국이 "불변의 주적"이라며 "통일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제거해 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도 "남조선 영토 평정" 등 호전적 언사를 쏟아냈다. "북남 관계가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면서. 짐짓 남한을 화해·협력을 통한 통일의 파트너로 보지 않겠다는 시그널이다. 남측과의 교류단체를 모두 정리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 연장선이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새삼스럽진 않다. 1950년 6·25 남침 실패 이후 협상을 통한 통일도 3대 세습독재정권이 줄곧 외쳐온 키워드였다. 그러면서 북 수뇌부는 적화통일이란 목표 자체는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다. 다만 세 불리할 땐 늘 무력통일 대신 연방제를 통한 평화통일을 내세웠다. 즉 경제난이 가중되거나 국제적 고립 시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면서 말이다. 일찍이 '김씨 조선'의 시조 격인 고 김일성 주석은 고려연방제를 제창했다. '1국가2체제'의 연방제 국가로 통일하자는 취지였다. 물론 평화통일이란 외피는 걸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남한 내 종북세력을 등에 업고 연방정부와 의회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속셈이 깔려 있었다. 이른바 통일전선전술을 적절히 구사해 궁극적으로 적화통일을 이루겠다는, 북한판 흡수통일론이었던 셈이다. 이는 중국 정부의 '일국양제' 노선과 유사하다. 홍콩 민주화 시위가 무자비하게 진압된 데서 보듯 1국가2체제는 허울뿐이고 결국 '하나의 중국'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다. 지난 13일 대만 총통선거 결과도 중국식 흡수통일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을 법하다. 국민당에 비해 일국양제에 더 부정적인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된 배경이다. 김정은은 이번에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하면서 종전과 달리 남조선을 '대한민국'으로 지칭했다. 말로나마 구사했던 대남 화해협력 노선을 전면 폐기하고, 유사시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심지어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며 핵무기 사용까지 시사했다. 연방제 통일론이 더는 먹혀들지 않을 것임을 절감하자 남한, 특히 친북세력을 향해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는 꼴이다. 그간 북한 정권은 한국 정부가 진보든 보수든 상관없이 핵·미사일 개발에 주력해 왔다. 반면 우리는 햇볕정책을 맹신한 정권이 들어서면 북핵을 '대미 협상용'으로 두둔하곤 했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김정은의 눈속임용 비핵화 의지를 대변해주다시피 했다. 핵무장으로 세습독재 체제를 유지하는 게 최우선 과제인 북한 정권엔 문 정권이야말로 '쓸모 있는 바보'였을 게다. 옛 소련의 레닌이 공산혁명에 활용할 만한 서방의 얼치기 좌파 지식인들을 그렇게 부르며 비웃었듯이. 그렇다면 북한의 거친 '말 폭탄'에 우리 정부의 과도한 대응은 금물이다. 거덜 난 경제곳간을 메우려고 최고 성능의 미사일과 포탄 수백만발을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로 수출하고 있는 북이 아닌가. 말로만 무력통일 불사를 외치면서 실제론 4월 총선을 앞둔 남한 사회를 교란하려는 의도가 진실에 가깝다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긴 눈으로 북핵 저지를 위한 입체적 대북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러시아 문호 안톤 체호프는 "연극의 1막에 등장한 총은 3막에서 반드시 발사된다"고 했다. 당장은 허장성세이겠지만, 훗날 만에 하나 북의 핵 불장난에 대비해 한미동맹을 통한 확장억제 강화는 필수다. 북한 지도부와 대화의 창은 열어두되 북 주민을 겨냥한 방송 등을 통해 북한 체제를 아래로부터 개혁·개방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듯싶다. kby777@fnnews.com
2024-01-22 18:26:10민주노총 간부 출신인 두 사람이 동시에 자기 성찰의 글과 책을 썼다. 정호희 전 민주노총 대변인과 이수봉 전 사무부총장이다. 민주노총의 핵심이었던 그들의 고백을 통해 조직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다. "자주와는 거리가 먼 '주체사상'을 맹신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북한의 행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못하는 거대한 공동체, 그들이 지금도 운동판을 장악하고 좌지우지하고 있다. 노동보다 친북통일을 우선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을까?" 노동자의 이익보다 좌익 이념에 매몰된 민주노총의 실체를 꼬집은 정 전 대변인의 글 일부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의 민노총 용역입법'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는데 반대로 민주노총이 민주당의 용역투쟁을 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시대정신의 배신'이란 책에서 이 전 부총장도 비슷한 언급을 했다. 책을 서둘러 내게 된 직접적 계기가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이라고 했다. 학창 시절 감옥살이를 하고 30여년 동안 노동운동을 했던 그는 노동운동의 목적성을 상실하고 이념투쟁에 빠진 민주노총에 절망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의 좌파 전체가 길을 잘못 들었는지도 모른 채 방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통의 시민들에게 종북주사파의 위험성을 말하면 대개는 코웃음치며 비웃는다. 개념 있는 진보적 시민들에게 종북주사파란 용어는 극우집단이 쓰는 말이며, 우익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폭력적 단어로 자동 프레임화되어 있다. 마치 파블로프 실험의 조건반사처럼 오랜 기간 그렇게 생각하도록 세뇌되어 왔다." 이 전 부총장의 설명이다. 조국 사태에 대한 생각도 보편적 상식과 다르지 않다. 정 전 대변인은 충격과 상처였다고 했다. "세상을 우리 편과 나쁜 놈 편으로 딱 가르고 우리 편은 무조건 옳다는 흑백 진영논리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이었다"는 것이다. (조국 수호) 촛불집회에 조직적으로 동원된 것도 학창 시절 실천했던 것과는 너무 달라 큰 상처로 남았다고 했다.이 전 부총장은 "좌파의 위선, 내로남불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윤석열 정권을 탄생시켰다……쭈뼛거리며 양비론의 기회주의에 빠져 있다면 그 투쟁의 끝은 어둡다"며 적극적인 현실 참여를 강조했다. "악마를 무시하면 악마는 기뻐한다. 바로 그 무시당하는 방심의 공간에서 악마는 가장 자유롭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진영 논리에 대한 시각도 비슷하다. 이 전 부총장은 "조직적이고 집요한 선전선동의 결과 좌파는 나르시시스트(자기애에 빠진 사람)가 되었고 우파는 얼떨결에 플라잉몽키(나르시시스트에게 조종당하는 사람)가 되었다……진영 논리를 깨는 것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문제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변인은 국민의 절대다수를 '빨갱이' 아니면 '토착왜구'로 낙인 찍는 훌리건 정치에 신물이 난다고 썼다. 민주노총에서 중심 역할을 한 두 사람의 이런 생각은 바깥에 있는 우리와 결코 다르지 않다. 어느 집단의 중심에서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당하다 보면 판단력은 흐려진다. 탈출하고 나서야 정의와 상식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두 사람은 새로운 길을 모색 중이다. 정 전 대변인은 양당 체제를 거부하며 제3 정치에 발을 내디뎠다. 이 전 부총장은 '푸념만 늘어놓는' 제3 정치의 '나이브함'은 몰락의 원인이라며 새로운 '시대정신'을 주창한다. 그가 말하는 새 시대정신은 자본주의 4.0을 넘은 자본주의 5.0 시대다. 정치적 용어로는 '진보적 자유주의' 혹은 '신자유민주주의'로 좌우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시대정신을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의사결정 시대로의 진화'라고 풀이한 이도 있다. 두 사람의 새로운 선택을 현시점에서 옳다, 그르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구태의 늪에 빠져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고, 반성을 통해 발전된 미래를 모색하는 것만큼은 높이 사고 싶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2023-11-08 18:27:34[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은 5일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행사에 참석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제명에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의원의 조총련 행사 참석이 일으킨 사회적 파장은 커지고 있지만, 윤 의원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민주당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조총련은 단순 친북성향 단체가 아니라 이미 1970년 대한민국 대법원에서 대한민국을 부인하고 북괴를 지지 찬양하는 반국가단체라고 판결을 내린 조직"이라며 "조총련은 과거 수만명의 재일동포를 만경봉호에 실어 북으로 끌고 갔고, 육영수 여사를 살해한 문세광을 포섭한 바 있다. 또한 김정은을 포함한 역대 정권이 돈을 갖다 받치라고 하면 받치고, 동포를 납치하라면 납치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역대 의장들이 죽어 북한에 있는 애국열사능에 묻혀있는 것을 생각하면, 조총련이 조선노동당의 지령을 받아 일본에서 활동하는 대남 공작기구라고 볼 수 있다"며 "조총련 주최 행사에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초청 없이 자발적으로 참석한 것도 모자라, 행사에서 우리 정부를 남조선 괴뢰도당이라고 부르는 것을 가만히 듣고 앉아있기만 했다는 건 명백한 의원직 제명 사유"라고 주장했다. 윤 원내대표는 "반국가단체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그들의 한국정부 비방을 묵인하고 동조하는 행위, 그것이 바로 반국가, 반대한민국 행위가 아니면 무엇인가"라며 "민단에서 주최하는 행사가 있는데도 굳이 조총련 행사를 참석한 것은 그의 마음속 조국이 어딘지 말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민주당도 문제"라며 "민주당은 윤 의원의 조총련 행사 참석에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한다. 윤 의원이 무소속이라 모른체한다면 이는 너무나도 비겁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윤 의원은 국회의원 자격으로 외교부 의전을 받아가며 후안무치의 끝을 보였다"며 민주당에게 제명 협조를 촉구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서지윤 기자
2023-09-05 09:35:30[파이낸셜뉴스] 야권을 향한 대통령실의 반격이 거침없이 이뤄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4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놓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이 나서달라"고 한 데에 대해 "전직 대통령이 지나치게 나서는게 문제"라면서 일축했다. 아울러 무소속 윤미향 의원의 친북단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주최 행사 참석을 놓고 "국민의 세금을 받는 국회의원이 반국가단체 행사에 참석해 '남조선 괴뢰도당'이란 말을 들으면서 끝까지 앉아있는 행태를 우리 국민이 어떻게 이해하겠나"라고 일갈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자유민주주의 헌법가치를 강조하면서 반국가세력에 대한 강성 발언을 이어가는 가운데, 대통령실도 이에 발맞춰 화력을 키워 야권에 대한 반격 강도를 높이고 있다. ■용산, 文에 대한 대응수위 높였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이날 서울 용산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요 이슈에 대한 입장에 이같이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이 전날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에 대해 "역사를 왜곡하고 국군과 육사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처사"라면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대통령실이 나서서 정리할 것으로 요구한 것에 핵심관계자는 "이 문제는 대통령실이 나서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문 전 대통령의 주장을 일축했다. 대통령실은 문 전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충돌은 피해왔지만, 점차 반박 수위는 높이는 분위기다. 전현직 정권간 갈등 부각을 의식해 직접적인 대응은 피해왔던 대통령실이지만, 거듭되는 문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발표에 회피만 하는 것은 무의미 하다는 내부 분위기가 반영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14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주최 측의 부실운영 논란 속에 책임공방이 격화되던 당시, 문 전 대통령이 "새만금 잼버리 대회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고 비판하자, 대통령실은 석간신문의 사설을 인용하면서 간접 비판한 바 있다. 당시 핵심관계자는 "사설에서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적반하장이고 후안무치라고 평가했다"며 "그런 평가를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미향에 강도 높게 비판, 반국가 행위 부각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반격 외에도 대통령실은 윤미향 의원을 향해선 보다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핵심관계자는 "조총련은 우리 대법원이 국가보안법상에 반국가단체라고 확정판결을 냈다"며 윤 의원의 조총련 행사 참석을 맹비난했다. 윤 의원은 지난 1일 일본에서 열린 조총련 주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모식에 참석한 바 있다. 해당 행사에서 한 간부는 우리 정부를 '남조선 괴뢰 도당'이라고 지칭했다. 통일부는 윤 의원이 사전에 접촉 신고를 한 적이 없음을 밝히면서 현행법 위반이란 입장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자유민주주의 국체를 흔들고 파괴하려는 반국가 행위에 대해선 정치 진영에 관계 없이 모든 국민과 함께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윤 의원의 조총련 행사 참석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도 "메시지만 들으면 굳이 묻지 않아도 왜 그런 메시지가 나왔는지 잘 알 것"이라며 부인하지 않으면서, 윤 의원을 겨냥해 "행태"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밝힌 반국가 행위에 대한 단호한 대응은 보수와 진보 등 정치 진영에 관계없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기본 원칙을 지킨다는 전제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핵심관계자는 "우리의 헌법 가치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세력을 우리의 체제 안에서 함께할 수 있는 어떤 정치 세력으로 볼 수가 있는 것인가"라면서 반국가 행위에 대한 대응에 대해 "이 문제는 좌우의 문제가 아니고, 진영의 문제도 아니고, 헌법 가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2023-09-04 17:45:14우리 국민은 극단적 진영 정치에 곤죽이 되어 있다. 한국 정치의 좌와 우, 진보와 보수는 민주공화국을 견인하는 두 날개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몸통이 썩었다. '이데올로기를 현실로 착각한 문제인(問題人)'이 이끈 시기를 거치면서 공화국의 심장과 허파가 심하게 손상됐다. 그래서 국가는 질식 직전에 이르렀다. 매일매일 가짜뉴스와 덮어씌우기, 음모와 선동의 요란한 소동에 우리 국민은 곤죽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문재인이 만든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난장판" 세태를 경험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거짓·기만·선동정치의 인질에서 벗어나길 원한다.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건강한 국가란 군사력, 경제력 등 물리력이 강한 국가만을 이르는 것이 아니다. 자유·진실·정의의 가치와 정신이 살아 있어야 한다. 현대 민주공화국은 문명의 표준이다. 그러나 표준을 위협하는 것이 있다. 그 하나가 이데올로기 과잉이고, 둘째가 언론과 미디어에 의한 여론의 왜곡이며, 타락한 판사들에 의한 '선택적(지체된) 정의'의 남발이다.첫째, 이데올로기 과잉의 문제다. 30여년 전 전체주의의 종식으로 세계가 탈냉전 시대에 들어선 이후에도 한국 정치는 기형적 현상이 돌출했다. 민주화 세력으로 위장된 친북 운동권 세력이 집결했고 이들은 급기야 '촛불시민혁명'의 이름으로 집권까지 했다. 이들은 자주·평화·통일 등 총체적 관념(이데올로기)을 내세우고 자유대한민국을 혁명적으로 해체하려고 했다. 이데올로기 정치의 치명적인 해악은 집단주의적 운동성에 있다. 이것은 정치권력을 남용하기도 하지만 독립된 인간의 사유와 존재의 본질인 자유권을 억압하고 소멸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모든 개인을 집단적 이데올로기 운동에 복무하도록 하며, 급기야 개체로서의 자율성과 자유권을 스스로 구속하게 만든다. '촛불'의 우상이 세워지고 집단을 경배한 결과로 만들어진 팬덤 정치는 단순한 집단적 광기를 넘는 체제의 타락을 촉진한다. 둘째, 민주주의는 '여론의 폭정'에 의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문재인이 지휘한 '촛불시민정부'는 괴벨스적 선동정치를 일상화시키는 '언론부역자'들을 정치화시켰다. 그들은 문명적 공론의 조성자가 아니라 이데올로기 정치의 집단 망상을 세뇌하고 대중의 집단적 광기를 선동했다. 그래서 가짜뉴스와 괴담정치가 일상화되었다. 셋째, 현대 입헌국가에서 사법부는 인권의 보호와 민주공화국 수호의 보루다. 인권의 보호와 국가의 공정한 질서를 보장하는 '정의의 본산'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의 '사법부'는 법의 본질과 기능까지도 바꿔버렸다. 문재인 사법부는 "독립하여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헌법적 명령과 재판관의 본령을 도외시하고 무리 지어 이데올로기 정치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패거리가 집결했다. 김명수 대법원 체제는 '보편적 정의의 수호'가 아니라 특정 연구회의 사법 홍위병들이 '선택적 정의'를 남발했고 돈에 오염된 더러운 '재판거래'까지 노골화되었다. '여론의 독립적·공론적 형성' '정의의 독립적·보편적 구현'은 좋은 국가를 만드는 건강한 두 허파에 해당한다. 윤석열 정부가 이데올로기 정치를 일소하기 시작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가를 질식시킨 선동언론과 패거리 판사의 분탕질로 기형화된 사법부 여론과 정의가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시행되고 구현되어야 대한민국은 다시 활력을 찾는다.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2023-07-25 18:04:15